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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둑 두는 여자’ 중국계 佛 작가 샨사 내한

    “나는 중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코스모폴리탄(세계시민)입니다. 내 문학 또한 중국문학이나 프랑스문학이 아니라 세계문학이지요.” 소설 ‘바둑 두는 여자’‘여황 측천무후’로 널리 알려진 중국계 프랑스 여성 작가 샨사(34)가 지난 주말 내한했다.2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녀는 모국어인 중국어 대신 프랑스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소설의 영화화 작업을 위해 미국에 갔다가 중국에 거주하는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에 서울에 왔다는 그녀는 “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평소 한국 영화와 음식,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열일곱살 때 시집 ‘눈(雪)’으로 ‘북경의 별’로 선정되는 등 일찌감치 예술적 재능을 발휘한 샨사는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1990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 정부 장학금으로 철학을 공부하고, 화가 발튀스에게서 미술을 배우는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갈고 닦은 그녀는 1997년 프랑스어로 쓴 첫 소설 ‘천안문의 여자’로 단숨에 차세대 작가 반열에 올랐다. 시녀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여장부의 일대기 ‘여황 측천무후’,1930년대 중일 전쟁을 바둑판에 비유한 ‘바둑 두는 여자’, 미국과 중국, 프랑스 3국의 스파이전을 다룬 ‘음모자들’ 등 샨사의 문학적 대상은 일반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역사와 정치, 권력과 음모 등에 관한 것들이다. 샨사는 “어릴 때도 바둑, 장기, 카드 등 전략이 필요한 놀이에 열중했고,‘삼국지’ 같은 책을 즐겨 읽었다.”면서 “남성의 세계를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게 내 소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소재로 한 전작들과 달리 앞으로는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릴 작정이다. 차기작은 알렉산더대왕과 아마존 여왕의 사랑을 그린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로 오는 9월쯤 파리에서 출간된다. 혹성의 외계인을 다룬 공상과학소설과 중세시대 이슬람전사에 관한 소설도 구상 중이다. 너무 영웅담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녀는 “나는 내 인생의 모델이 되는 인물을 창조할 뿐이다. 그것이 내 한계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독자 사인회(4·5일), 방송 출연, 국립중앙박물관 견학 등의 일정을 마친 뒤 7일 한국을 떠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삼국지로 배우는 직장 성공학(쉬여우 지음, 황보경 옮김, 비즈포인트 펴냄) “세상에 천리마는 많지만,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당나라 문학가 한유의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천리마가 백락을 만나지 못하면 준마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은 천리마가 되기보다 혜안을 갖고 말을 골라 잘 조련하는 기수가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제갈량은 ‘말’을 잘 선택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유비의 절대적인 신임에 힘입어 경이로운 업적을 이뤘기 때문이다. 삼국지에 담긴 인간관계의 지혜를 집약.1만원.●최고의 브랜드 네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스티브 리브킨 등 지음, 토탈브랜딩코리아 옮김, 김앤김북스 펴냄) 말위에 올라타 담배연기를 내뿜는 ‘말버러 맨’은 1954년 처음 출시됐다.1993년엔 역사상 가장 게재기간이 긴 광고캠페인 기록을 세웠다. 이 브랜드의 슬로건은 ‘말버러의 나라로 오라’. 말버러는 여러 신화에서 에덴이나 파라다이스, 엘리시움, 유토피아 발할라, 카멜롯, 아발론 같은 말을 통해 축복한 땅과 흡사한 곳이다.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브랜드 네이밍을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idea­spinning)기술도 살펴본다.1만 8000원. ●군함 이야기(허홍범 지음, 좋은책만들기 펴냄) “기마민족이면서 해양민족이었던 우리나라는 말을 타고 광활한 대륙을 누비면서도 물길을 잘 이용했다. 백제와 신라는 전성기에 서해를 내해처럼 이용하며 동아시아의 해상무역을 장악했다. 하지만 우리의 찬란한 해양문화와 해양경영의 전통은 잊혀졌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 국력의 상징인 군함이야기를 들려준다. 해군 함장 출신인 저자는 “바다를 제패하는 자 세계를 제패한다.”는 미 해군제독 알프레드 마한의 말을 인용, 해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1만원.●한의약식 약식동원(주춘재 지음, 정창현 등 옮김, 청홍 펴냄) 흔히 본초라고도 불리는 한약은 먼 옛날 전설 속의 염제 신농이 백성들이 질병을 앓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온갖 풀을 두루 맛보고 병에 잘 듣는 풀을 구한 데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약식호보(藥食互補), 약식호용(藥食互用)이라고 해 약과 음식 사이에 엄격한 경계가 없다. 약물과 음식의 관계에 관한 한의약식학설을 만화로 알기 쉽게 설명.2만 2000원.●지식생태학(유영만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기존의 지식경영은 엄밀히 말해 지식경영이라기보다는 정보관리 또는 정보경영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저자(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정보와 지식을 구분하지 못한 착각과 혼돈에서 오늘날 지식경영에 대한 오해와 오용이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식경영에 대한 대안적 지식경영, 즉 포스트 지식경영을 주도할 해결의 실마리를 생태학에서 찾는다. 생태계가 유지·발전되는 근본적인 원리를 도출해 지식의 창조·활용·소멸 사이클에 대입, 지식의 선순환적 흐름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5000원.
  • 한류 vs 화류… 中드라마 시장쟁탈 뜨겁다

    한류 vs 화류… 中드라마 시장쟁탈 뜨겁다

    ‘화류’(華流)가 달려오고 있다. 중국 TV드라마와 영화를 앞세운 중국문화상품들이 빠른 속도로 한류(韓流)를 추격하고 있다.‘상하이 TV드라마 페스티벌’은 중국내 한류에 대한 견제와 빠른 화류의 성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상하이 이지운특파원|‘화류 예감’ 18∼20일 열린 ‘제12회 상하이 TV드라마 페스티벌’은 ‘화류’, 즉 중국 TV 드라마 등 영상물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케 하는 자리였다. 최근 중국 드라마의 해외 진출 성과가 일과성이 아님을 과시하는 자리기도 했다. 20일 푸둥(浦東) 신국제박람센터. 전시관 한편에서 열리고 있는 한 토론회 주제가 당장 시선을 사로잡는다.‘중국 드라마의 해외시장 생존법’. 문화의 ‘쩌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인 셈이다. 상하이 미디어그룹(SMG) 등에서 쟁쟁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여러 히트작으로 유명한 SMG의 위안샤오민(袁孝民) 프로듀서는 동남아 시장을 잡기 위해 드라마의 무대를, 중국에서 보편성이 높은 농촌이 아닌 어촌을 선택한 과정을 소개한다. 세계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홍콩식 미용과 패션을 도입한 전략도 발표했다. 우쓰팅(吳思霆) 천영오락(天映娛樂) 주식회사 사장은 “중국 드라마의 지역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성이 높은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적인 면을 강조하고, 엄숙하기 쉬운 사회주의적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미지원’의 김원동 사장은 “중국 드라마 수준이 한국, 일본의 85% 수준에 육박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라면서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놀랄 만한 해외진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전시관에는 세계 각국 TV·드라마 관련 회사들의 부스가 즐비하다. 요즘 화류에 부쩍 관심이 높아진 일본은 NHK와 후지, 도쿄, 아사히, 요미우리 TV 등에서 각각 부스를 차렸다. 유럽연합의 통합 부스와 미국의 월트디즈니,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 등도 눈에 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의 관련 회사들도 주요 바이어군(群)으로 꼽힌다. 한국 역시 방송3사와 관계기관 등이 출동했다.25개국에서 250여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드라마 업계는 2004·2005년 급속 팽창기를 거쳐 지난해 말부터 내실 다지기에 들어갔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가 ‘돈 세탁’의 통로로 활용되면서 무차별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던 현상이 사라졌다고 한다.“거품이 정리되면서 실물시장의 수요에 의한, 국제시장에 살아남기 위한 품질 제고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치된 얘기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져 중국 드라마의 해외 진출은 조만간 봇물이 터지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확한 액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 중앙방송(CCTV)은 올해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Mip TV페스티벌’에서 사상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행사는 칸 영화제 직전에 열리는 TV 방송콘텐츠 관련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다. 필리핀 드라마 유통사 사장으로 32년간 관련 업계에 종사했다는 래리 찬의 말도 ‘화류 예감’을 분명케 한다.“처음에는 타이완과 홍콩 드라마를 동남아에 유통시켰다. 뒤에 일본 드라마와 한류(韓流)로 재미를 봤다. 성장과 퇴조의 과정이 모두 비슷했다. 이제 중국 순서가 돌아온 것 같다….” jj@seoul.co.kr ■ ‘중국속의 한류’ 현주소와 전망 |상하이 이지운특파원|‘제12회 상하이 TV드라마 페스티벌’에서도, 한류(韓流)는 아직 문제가 없었다. 중국의 한 드라마 유통회사 부스에 내걸린 작품 포스터의 절반 이상은 한국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한류는 강한 견제를 받고 있었다. 페스티벌 마지막날인 20일 낮. 한국 관계자 몇몇이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올 여름 문화부 주관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제 6회 한국방송콘텐츠 교역회(BCWW) 2006’에 중국 기관은 참가하지 말라는 ‘지령’이 떨어져, 중국의 KBS격인 중앙방송(CCTV) 등이 불참을 고려하고 있다는 움직임이 감지된 것이다. 관계자들은 지난해 11회 페스티벌 이후 진행된 일련의 악재를 떠올렸다. 당시 국민배우 장궈리(張國立)가 “한국의 상업주의에 중국이 놀아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중국프로듀서 협회가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후 한국 드라마의 방영 제한이 내부적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5월 김명곤 문화부 장관이 방중했을 때 중국은 무역 불평등까지 거론하며 한류(韓流) ‘일방 통행’에 대해 강한 어필을 했다고 한다. 한국이 드라마를 팔기만 하고 사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방한한 중국 광전총국(廣電總局)장은 문화부 장관의 면담 요청까지 거절했을 정도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한국은 2000년 이후 제대로 돈을 주고 사온 중국 드라마가 단 한 편도 없다. 케이블TV 등이 몇 편을 구입했을 뿐이다. 중국측은 한국의 공중파가 의도적으로 중국 드라마를 배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는 전혀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의 접수만 받을 뿐,‘엉덩이에 깔고 앉는다.’는 업계 표현대로 ‘늘 심의중’일 뿐이라고 한다. 관계자들은 중국이 일본과의 민족 감정으로 인해 수년 전부터 일본 드라마가 사실상 전면 금수 조치를 당했던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2008년까지 한국의 새 드라마는 방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때문에 한국의 관계기관에서는 내부적으로 ‘정부 돈으로라도 중국 드라마를 사서 공중파에서 틀게 하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한·중 드라마 중계업자들의 상당수는 현재 활동을 접고 있는 상태다.‘언젠가는 규제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는 일부 중국 바이어 정도가 한국 드라마의 판권을 사들이고 있는 정도다. 화류의 성장 가능성은 일정부분 이같은 한류에 대한 반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시관에서는 한국의 ‘일방 통행’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여러 동남아 국가 관계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상하이 TV드라마 페스티벌은, 지금이 지속 가능한 한류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알려준다. jj@seoul.co.kr ■ 한류 편승하는 화류 |상하이 이지운특파원|“너무 비싸다.” 상하이 TV드라마 페스티벌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이 한국 드라마에 대해 보인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중국 드라마의 입장에선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드라마는 일본에서 회당 평균 3만∼6만달러에 팔린다. 최고 12만달러까지 간 작품도 있다. 반면 일본 드라마는 한국에 3500∼5000달러 정도로 팔린다.10분의1 수준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TV나 위성TV 정도가 일본 드라마를 구입하기 때문에 일괄적인 비교는 쉽지 않다. 한국 드라마의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르자 일본은 한류(韓流)를 대체할 콘텐츠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게 중화권(中華圈) 드라마다.‘타이완+홍콩+중국’의 자본, 배우, 기술, 극본 등을 혼합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 한 해 중화권 드라마를 100편 이상 구입했다. 일정 수준 이상만 되면 묻지도 않고 사가는 수준이었다는 후문이다. 가격은 회당 2000∼6000달러 수준이다. 이 가운데 ‘유성화원(流星花園)’,‘구혼사무소’ ‘광애용권풍(狂愛龍券風)’ 등은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특히 ‘백색거탑(白色巨塔)’은 과거 일본 후지TV의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것으로, 일본에 되팔면서 회당 3만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중화권 작품은 동양 드라마로서 한국이 닦아놓은 중동과 유럽시장에도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최근 이란과 파리 등에서 열린 TV드라마 페스티벌에 다녀온 관계자들은 “중동, 유럽에서는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서 “한국이 어렵게 개척한 동양드라마 시장에 중화권 작품이 손쉽게 편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유럽과 중동 시장은 이른바 트렌드물보다는 고전·전통 드라마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중화권 드라마가 경쟁력을 얻을 여지가 많다고 한다. 중국의 삼국지, 손자병법, 칭기즈칸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스토리나 인물들이 아무래도 왕건이나 이순신보다는 접근하기 쉽다는 얘기다. 한국 것의 10분의1 가격에, 빠르게 높아져가는 품질까지 더해져 화류(華流)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jj@seoul.co.kr
  • 월드컵 중계 삼국지

    월드컵 중계 삼국지

    독일 현지에서 응원을 하는 행운을 누리는 국내 축구 팬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TV를 통해 안방에서 월드컵을 즐기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번 월드컵을 제대로 봤다는 소문이 날까? # 해설별로 골라보는 재미 스포츠 경기는, 특히 축구 국가대표 경기는 보는 이들의 피를 끓게 만든다. 각자 취향에 따라 감칠맛나는 해설을 양념으로 곁들이면 재미는 배가 되는 법. 지상파는 스타 해설자를 영입해 치열한 채널 고정 경쟁에 나섰다. 현지에 투입될 해설자 면모를 살펴보자. MBC는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과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차 감독의 아들 차두리를 필승 해설 카드로 내세웠다. 독일 현장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 강점. 여기에 젊은 피 서형욱 해설위원,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부장, 임은주 국제심판이 가세했다. 차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 김성주 아나운서 외에 김창옥 송인득 아나운서가 캐스터를 맡는다.SBS는 해박한 지식과 입심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신문선 위원에다 4강 신화의 주역 ‘황새’ 황선홍(전남 코치)을 영입해 무게감을 더했다. 신세대 축구 전문가 박문성 해설위원도 힘을 보탠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명예 해설위원으로 위촉한 점이 시선을 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를 직접 해설하지는 않지만 황선홍과 함께한 대담 프로그램이 지난 17일 방송되며 벌써부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캐스터는 한종희 기자와 김정일 송재익 아나운서. 4년 전 시청률 경쟁에서 밀렸던 KBS는 의외로 차분한 편이다. 한·일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이었던 이용수 세종대 교수와 ‘유비’ 유상철을 투톱으로 세웠다. 이 교수는 대표 선수들을 직접 곁에서 지켜봐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차분한 해설로 경쟁력이 있다는 평이다. 독특한 억양으로 마니아팬이 있는 한준희 위원은 한국전 이외의 경기를 담당하게 된다. 캐스터는 서기철 전인석 최승돈 아나운서의 몫. # 이렇게 다르다 독일 월드컵 경기 중계 방송은 기본적으로 독일측에서 쏴주는 화면을 받기 때문에 국내에서 보는 장면은 같을 수밖에 없다. 지상파 3사는 게다가 64개 경기 가운데 대부분을 생중계하고 시간대가 겹치는 일부 경기는 딜레이나 녹화 중계로 소화한다는 방침. 어느 채널을 봐도 같을 수밖에 없을 것 같지만 지상파들은 저마다 차별화를 외치고 있다. 축구 통계나 전술 등에 대한 분석 그래픽은 기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KBS.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미디어 서버’ 계약을 체결했다. 독일에선 경기마다 25대 카메라가 돌아가지만 국내 안방까지 도달하는 장면은 편집된 것이기 때문에 다양하지 못하다.‘미디어 서버’는 25대 카메라가 담는 모든 자료를 전송받는 것.KBS는 하프타임이나 하이라이트 때 타사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영상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SBS는 경기 중계와 함께 한국팀을 응원하는 열기를 안방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광화문이나 독도, 해외 곳곳 등 적어도 12개 이상 응원 현장을 연결해 경기와 응원이 어우러지는 중계 방송을 연출하게 된다. MBC는 월드컵 해설위원들이 직접 참여해 네티즌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월드컵 사이트(2006cha.imbc.com)를 열고 운영하고 있다. # 지상파로만 보나? 뉴미디어로도 본다 케이블 TV는 양방향 서비스를 내세웠다. 디지털케이블 가입자라면 실시간으로 각종 경기 관련 데이터를 TV를 보면서 검색해 볼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듯 TV 리모컨으로 월드컵 뉴스와 사진 콘테스트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승패 맞히기, 좋아하는 선수에게 응원메시지 보내기 등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마련됐다.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고화질 전문채널 스카이HD(채널 300번)도 독일에서 열리는 64개 경기 대부분을 HD로 생중계한다. 역시 시간이 겹치는 경기는 딜레이 또는 녹화 중계를 한다. 스카이HD는 하루 20시간씩 월드컵 관련 방송을 내보내는 물량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송영주 사커라인 편집장, 김강남 해설위원, 최경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정효웅 전문 해설가가 돌아가며 해설가로 나선다. 손 안에서, 그리고 인터넷으로도 월드컵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국내 방영권을 갖고 있는 코리아풀은 DMB 중계권을 지상파3사의 DMB 외에 YTN DMB, 한국DMB, 유원미디어 등 비지상파 DMB사업자들과 위성DMB에 재판매할 계획. 포털사이트 다음은 경기 주요 장면을 3∼5분 내에 짧은 동영상으로 옮겨 전달하는 ‘니어라이브’와 경기 직후 20∼40분 내에 결정적인 순간을 모은 ‘하이라이트VOD’를 누리꾼들에게 제공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서양신화에 더 익숙한 우리를 반성하며…

    여기, 지난 50년간 한국인의 삶과 사랑,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온 노학자가 있다. 반만년 우리 신화와 전설에서 길어올린 한국인의 모습을 추적해온 석학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를 통해 한국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그가 이번에는 한국인의 맵짠 삶과 미학을 담은 한국인의 ‘한국인의 자서전’(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을 써냈다. 저자는 한국인의 절박한 삶과 정신세계를 찾기 위해 전국 곳곳에 분산된 문헌들을 조사하고 지역 사람들을 만나 잊혀져가는 우리 신화와 전설을 채록했다. 마르지 않은 상상력을 통해 신화와 전설 속에 담긴 한국인의 정체성과 정신세계를 탁원한 논리와 날카로운 예지를 통해 풀어내면서, 위트와 유머를 통해 존재론적 성찰까지 유도한다. 신화와 전설의 언어(뮈토스)를 푸는 데는 몇가지 열쇠가 있다. 저자는 뮈토스를 바탕으로 주체할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글을 읽다보면 명확해지는 상징 속에서 질박한 한국인의 삶이 절로 그려진다. 혹독하고 애절한, 순박하고 해학이 넘치는 한국인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있는 것. 뮈토스의 세계에서 추려낸 주옥같은 상징들은 ‘어머니’로 시작해 ‘탄생’‘자라고 크고’‘사랑’‘결혼’‘세상살이’‘죽음’ 등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며 집단 자서전의 원재료 역할을 수행한다.이렇게 길어올린 상징에는 현실과 희망을 잇는 ‘영혼의 동아줄’을 찾고 싶었다는 저자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담겨 있다. 상징의 세계 곳곳에 담긴 다양한 신화들은 흥미롭다. 저자는 우리네 어머니들이 신에게 아기를 점지해 달라며 거대한 남근석에 ‘몽돌’을 비벼댄 ‘아기 빌이’를 비롯, 버려져서 영웅이 된 ‘바리데기’, 죽은 아기를 나뭇가지에 매달아놓은 ‘번데기무덤’ 등을 통해 열망과 사랑, 시련과 아픔, 순환론적 죽음론 등을 웅변한다. 또 우리의 첫 어머니인 물과 산을 시작으로 흘러가다 보면 어느새 깊은 굴속에서 고해의 시간을 보낸 웅녀를 만난다.우리 옛 여인들의 입술신화를 넘어 선덕여왕의 ‘섹스담론’을 듣는 대목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혜안과 해학도 느껴진다. 저자는 “우리의 자서전이 여기서 끝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한국인의 맵고 짠 근성을 다져준 고난과 인내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집단 자서전은 더 많이, 널리 쓰여지고 읽혀져야 한다는 것이다.‘그리스 로마신화’나 ‘삼국지’는 잘 알면서도 정작 우리 옛이야기에는 무관심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오래된 우리 상징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고유성을 알려주려는 노력이 담겨져 있는 책.1만 2000원.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이것이 궁금해요]

    [이것이 궁금해요]

    ▶어린이날을 기념해 자녀에게 책을 선물하려고 읽고 싶은 책을 물었습니다. 만화 삼국지나 수호지처럼 만화로 씌어진 책을 택하더군요. 어린이에게 맞는 책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등학교 1·2학년 시기에는 어린이 대부분이 책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그림과 영상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펴며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동화 속 주인공이 돼 보기도 합니다.3·4학년은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나 만화책처럼 가볍고 쉽게 읽혀지는 책만 읽으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책을 읽어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5·6학년은 역사와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을 추천합니다. 같은 학년이라도 독서능력에 차이가 많이 있으므로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골라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책을 고를 때에는 문장이 간결하고 명쾌한지, 사진이나 그림이 내용과 잘 맞는지, 맞춤법이 바른지 등을 살펴야 합니다. 너무 어렵거나 쉬운 책은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책을 읽고 어휘나 주제를 70% 정도 이해하면 적당한 책입니다. ▶아빠의 특별휴가 기간을 이용해 가족이 함께 역사체험 여행을 떠나거나 친척집을 방문해 친척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이러한 가족 체험 학습도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학교 출석 부담으로 가족 행사의 참여가 제한되거나 친인척을 만나는 기회가 줄어들어서는 안됩니다. 친인척을 방문하거나 고적답사와 향토행사에 참여해 출석이 어려우면 학교에 비치된(대부분 학교 홈페이지에는 양식이 띄워져 있습니다.)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작성해 담임 교사에게 제출하면 됩니다.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간단한 보고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허용기간은 해외는 1주일, 국내는 학교 방침에 따라 연장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해외에서 공부시키고 싶습니다. 지인들에게 여쭤 보니 가능하다는 사람과 불법이라서 불가능하다는 의견으로 나뉩니다. 아이를 외국에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구촌 사회에서 세계 여러 나라가 국경 없이 가까워지고 있고 교육 또한 국제화돼 많은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택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따라서 자녀들의 폭넓은 경험과 어학교육을 위해 유학을 시키고 싶은 부모님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교육기본법 제29조 3항 및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 제5조에 따르면 국외유학의 허용대상은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 소지자로 한정하고 있어 초등학생의 국외유학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학생이 어학연수 등을 이유로 해외에 나가려면 사고결로 출석 처리되고,3개월 이상의 결석이 발생하면 정원외 관리가 돼 학년 진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부득이한 결석사유로 인정되면 학교규칙에서 규정한 교과목별 이수인정평가위원회의 이수 인정평가를 거쳐 적정하다고 인정되면 진급할 수 있습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도움말 서울시 교육청 임세훈 장학사
  • [쪽지 통신]

    ●삼성미술관 리움은 5월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미술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낮 12시. 학교별로 참가신청을 받아 학생들에게 삼성미술관 리움 관람과 미술작품 감상법, 미술사 등을 교육한다. 참가희망학교는 리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 무료. 리움 미술관은 또 5월 한달 동안 미술관을 방문하는 유료 관람객에게 ‘리움 청소년 입장권’ 1장을 무료 증정한다. 4일에는 어린이날 특집 콘서트로 동요대회 입상 어린이 앙상블 공연을 했다.(02)2014-6633. ●홈글리쉬는 만화를 영어로 번역한 주간 신문 ‘홈글리쉬’를 최근 창간했다. 타블로이드판 24면으로 인기 만화가 6명의 작품을 영어 대사로 번역해 게재하며 영어 학습 콘텐츠도 함께 싣고 있다. 창간호에는 신일숙, 조재호, 이충호, 조주희, 이빈, 아메바피시 등 만화가 6명이 참여했다. 주요 작품은 ‘리니지’의 작가 신일숙의 신작 ‘불꽃의 메디아’와 이충호의 ‘만화 삼국지’ 등이다. 홈페이지(www.homeglish.com)를 통해 구독신청을 받는다. ●아르코 미술관은 3일부터 21일까지 ‘하하하! 신나는 상상박물관’을 주제로 전시회를 갖는다. 박물관 프로그램 수강생 200명이 1년간 교육한 성과를 보이는 전시로 어린이 특유의 창조적이고 기발한 생각들이 엿보는 흥미롭고 유쾌한 공간이 펼쳐진다. 제1전시장에 마련된 ‘상상박물관’에는 어린이들이 상상해 만들어낸 기상천외한 모양의 동물 100여점이 전시되고 상상으로 만든 풍차마을, 상상으로 만든 도시도 선보인다. 제2전시실은 미술교육 공간으로 꾸며진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오후 8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일반 2000원, 어린이·청소년 1000원.(02)7604-566.
  • 인하대 삼국지 연구소 본격 해부

    인하대 삼국지 연구소 본격 해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역사가 과거에 대한 기록이라면 이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당시대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와 조조에 대한 평가만큼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 것도 드물다. 이러한 현상을 2004년 9월부터 학술진흥재단의 의뢰를 받아 국내 최초로 삼국지를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인하대 ‘삼국지연구소’가 본격 해부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난세의 간웅’으로 널리 알려진 조조는 1990년대부터 잔꾀와 간교의 화신에서 벗어나 유능하고 뛰어난 지도자로 해석하는 시각이 대두됐다. 한술 더떠 IMF사태를 거치면서는 뛰어난 경영철학을 지닌 창업주이자 CEO에 비유되기도 했다. 반면 성인군자의 대명사였던 유비는 무능하고, 음흉한 위선자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북위 정통론’에 입각한 인물해석의 결과다. 삼국지 원전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비롯해 지금까지 발간된 삼국지 판본 대부분이 유비가 세운 촉나라에 정통성을 주는 ‘촉한 정통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때문에 유비를 높이고 조조를 비하하는 풍조가 일반화됐다. 반면 북위 정통론은 조조가 건립해 삼국을 통일한 위나라에 정통성을 두고 있다. 북위 정통론은 1939년 삼국지를 현대적 기법으로 재창작한 일본의 요시가와 에이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촉한 정통론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북위 정통론에 쏠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요시가와의 영향을 받은 김동리, 김광주, 양주동의 삼국지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요시가와의 견해를 확대해석한 타이완의 진순신과 일본의 미요시 토오루 등에 의해 북위 정통론은 정식 이론으로 부각됐다. 북위 정통론은 소설적 구성의 ‘삼국지연의’보다는 서기 285년 진수가 쓴 정사(正史)인 ‘삼국지’를 근거로 하는 경향이 있다. 제갈공명도 정사에서는 신출귀몰한 전략가라기보다는 주로 내치를 담당하는 재상으로 묘사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문열의 삼국지와 고우영의 만화삼국지가 북위 정통론의 영향을 받았다. 고우영은 유비를 ‘쪼다’의 이미지로 각인시킨 장본인이다. 특히 삼국지 처세학·경영학 등 실용서들은 대개 북위 정통론의 입장을 따른다. 이들은 조조를 인간경영에 성공한 난세의 리더로 평가하고 있다. 아무튼 현재 삼국지시장에서 촉한 정통론과 북위 정통론이 충돌하고 있으며, 삼국지연구소 연구원들도 입장이 나뉘어져 있다. 촉한 정통론은 주류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위 정통론에 밀리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들은 유비에 대한 심층 평가를 통해 ‘재반전’을 노리고 있다. 유비의 재평가에 나선 그룹들은 조조의 ‘리더십’에 맞서 유비의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즉, 리더십이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배경으로 하는 ‘일방성’에 기초한 데 비해 파트너십은 함께 가는 ‘상호성’을 바탕으로 한다. 조조의 인물등용 관점이 ‘이해’에 기초한다면 유비는 ‘인간’이며, 조조의 조직이 수직적이라면 유비의 조직은 수평적·양방향적이라고 주장한다. 삼국지연구소 윤진현 연구원은 “21세기 들어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민중적 열망이 거센 점 등으로 미뤄 진정한 파트너십을 가진 유비가 새로운 리더형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국지연구소는 삼국지 판본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했다. 연구소측은 지금까지 발간된 400여종의 판본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박태원, 박종화, 김구용, 황석영이 쓴 삼국지를 꼽았다. 박태원이 1945년에 펴낸 삼국지(정음사 간행)는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민중적 관점에서 역사를 조명하려는 의지가 뛰어나다.1967년 삼성출판사에서 삼국지를 펴낸 박종화는 역사소설가답게 역사소설 본연의 기법으로 흥미로움과 깊은 맛을 자아냈다는 평이다. 김구용 삼국지(1974년 일조각 간행)는 지금까지 발간된 판본 가운데 가장 완벽한 번역으로 알려졌다.2003년 발간된 황석영의 삼국지는 정통 삼국지의 완성본이라고 연구소측은 평가했다. 박태원 이후 단절된 정통 삼국지의 맥을 잇는 최고의 삼국지라는 것이다. 반면 인가작가 이문열이 1988년에 펴낸 삼국지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잘못된 번역과 원전에 대한 지나친 자의적 해석 등으로 삼국지의 역사적 의미를 반감시켰다는 것이다. 장정일 삼국지 역시 창작·각색형으로 분류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발간된 삼국지 400여종… 지나친 몰입 경계해야

    삼국지연구소측은 우리 사회의 식지 않는 ‘삼국지 신드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삼국지는 1904년 근대화 판본이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400여종이 발간되었다. 특히 2000년대 이후는 삼국지 출간이 붐을 이뤄 “일주일에 한개씩 새로운 삼국지가 나온다.”는 말까지 나돈다. 삼국지 처세학·경영학·논술 등 실용서도 60여종 출간됐으며, 만화·비디오·컴퓨터게임·애니메이션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심지어는 인터넷상에 삼국지 블로그와 카페도 등장했다. 삼국지연구소는 이에 대해 역사를 상업적 차원의 마케팅 전략으로 접근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즉, 삼국지 만큼 안정·확고한 상품이 드물어 문화의 전영역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소측은 삼국지에서 구현되는 인물이나 사건이 생산적이거나 교육적이지 않다며 지나친 몰입을 경계한다. 나아가 지적 능력 낭비로 우리나라 역사 연구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어린이를 위한 어학용 삼국지 애니메이션은 비교육적 용어로 점철돼 있으며, 만화삼국지는 일본작품 표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윤진현 연구원은 “음모와 살상이 난무하고 역사적 사실과 창작 부분의 구분이 모호한 삼국지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고우영 화백 1주기 추모 작품전 준비하는 두 아들

    고우영 화백 1주기 추모 작품전 준비하는 두 아들

    “이번 추모제를 통해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함께 웃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만화 ‘삼국지’‘수호지’‘임꺽정’‘일지매’‘초한지’…. 서민 정서가 듬뿍 담긴 그의 해학과 풍자 덕분에 무릎을 탁 치며 웃어보지 않은 대한민국 사람이 어디 있으랴. 지난해 4월25일 귀천(歸天)한 고우영 화백의 삶과 작품들이 1주기를 맞아 팬 곁으로 찾아온다.‘고우영 추모제-나의 삶, 나의 만화’가 열리는 것. 전시회 형식을 띤 국내 만화 작가의 추모제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부터 4개월 동안 전시회 형식 추모제 21일(일반 공개는 22일부터)부터 10일 동안 한국일보 갤러리에서, 새달 1일부터 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박물관으로 옮겨져 4개월 동안 계속된다. 올 초부터 추모제를 준비하고 있는 고 화백의 아들 성우(43)·성언(37)씨를 만나러 경기도 일산 ‘고우영 화실’을 찾았다. 성언씨는 2002년 고 화백이 대장암으로 고생할 때 미국 디자인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와 부친의 작품 활동을 도왔다. 역시 공업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던 성우씨는 지난해 화실에 합류했다. 문을 열자마자 고 화백의 생애가 담겨 있을 종이 상자 수십 개가 눈에 들어왔다.“아버지와 가까웠던 지인들을 모시고 소주파티나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하게 됐네요.” 어려서, 그리고 젊은 시절에는 외려 아버지 작품을 자주 접하지 못했다. 학업에다, 군대에다, 유학에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모른다.“50년 동안 쌓인 자료를 정리하다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해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나왔던 ‘80일간 세계일주’ 복간 작업을 하며 채색을 맡았었는데 그게 아버지와 마지막 작업이 되고 말았죠.”(성언) “요즘에도 다시 읽곤 하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어렸을 땐 이 장면이 좋았는데 커서는 또 다른 장면이 좋아지고 그래요. 아버지 작품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성우)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분실된 원고가 많아 안타깝다. 신문 연재 스크랩도 100% 남아 있는 게 없다. 아버지가 활발히 붓을 들던 당시 여건이 어려웠던 점은 알고 있지만 없어진 페이지를 보면 가슴이 허전하다. 그래도 가끔 연락을 주며 격려해주는 아버지 지인들 때문에 힘이 난다. ●박수동·신문수·이정문 화백 등이 적극 도와 이번 전시회에도 당신 생전 낚시를 함께 즐겼던 박수동 신문수 이정문 허어 이두호 윤승운 화백 등 심수회 멤버와 허영만 이현세 화백이 글과 그림으로 힘을 보탠다.‘심술통’으로 유명한 이정문 작가는 고 화백이 자신의 집에 찾아와 벽지에 일필휘지로 그렸던 관우 그림을 내놓기도 했다. 고 화백이 쓰던 책상을 옮겨놓으며 작업실을 재연하고, 생전 모습을 여러 원고와 사진으로 준비하고, 오리지널 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도록으로 꾸미고, 또 그림 따라 그리기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추모제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 그래도 열혈 팬들을 생각하면 빈틈이 있어 보일 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처음이다 보니 허점이 있어 혼날 것도 같아요. 귀엽고 재미있게 봐주시면 아버지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시지 않을까 싶어요.”(성언) “아버지 작품은 역사적 유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대로 사장시킬 순 없죠. 추모제 즈음 ‘오백년’‘연산군’‘서유기’ 등을 내는 등 복간 작업도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언젠가 ‘고우영 박물관’을 만드는 게 평생의 꿈입니다.”(성우)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책꽂이]

    |실용| ●사람은 왜 만족을 모르는가(로리 애슈너 등 지음, 조영희 옮김, 에코의 서재 펴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만성불만족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의 주요 증상을 목표 앞에서 주저앉는 자포자기 우울증, 상대의 결점을 참지 못하는 완벽주의, 자신을 늘 ‘베푸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희생양 콤플렉스, 남을 믿지 못하는 강박적 자기의존증, 행복한 순간에도 다가올 불행을 염려하는 기분저하증, 어떤 일을 해도 따분함을 느끼고 새로운 일을 찾아 헤매는 증상,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비교 콤플렉스 등 7가지로 나눠 진단.1만 800원. ●인생의 동반자들(제인 비더 지음, 박웅희 옮김, 바움 펴냄) 장애인을 돕는 동반견에 얽힌 감동실화. 동반견은 장애인들의 생명유지장치로 100가지가 넘는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국내에선 삼성SDI 도우미견 훈련센터, 이삭도우미개학교 등에서 육성하고 있다. 동반견은 ‘선(禪)의 달인’ 같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매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기 때문이다. 한마리의 개가 수렁에 빠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 잃어버린 자신감과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9800원. ●새뮤얼 스마일즈의 검약론(새뮤얼 스마일즈 지음, 이은정 옮김,21세기북스 펴냄) ‘스마일즈의 4대 복음’으로 불리는 ‘자조론’‘인격론’‘검약론’‘의무론’ 시리즈 중 셋째권.19세기 영국의 작가이자 의사인 저자가 말하는 검약은 돈을 쓰되 제대로 쓰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영국의 성직자 에드워드 데니슨의 말을 인용, 미래를 위한 검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1만 5000원. ●사무실 삼국지(창얼 지음, 김지연 옮김, 럭스미디어 펴냄) 유비는 전투기술은 손권보다, 인재를 부리는 면에서는 조조보다 못했지만 촉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인재를 알아보고 채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비는 도원결의로 관우와 장비를 얻었고 삼고초려로 제갈량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조운과 황충에게는 중책을 맡김으로써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게 했다. 이 다섯 명의 걸출한 인재를 얻었기에 유비는 천하를 삼분할 수 있었다. 책은 ‘삼국지’ 속의 지혜와 처세술을 빌리라고 조언한다.1만 2000원. ●황금보트(타고르 지음, 마 디얀 프라풀라 옮김, 작은이야기 펴냄)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도 시인 타고르의 대표적인 단편 우화들을 묶었다. 일의 효율성을 비판하고 느림의 미학을 깨우쳐 주는 ‘실수로 일 중독자의 낙원에 보내진 남자’, 질투심에 사로잡힌 왕의 깨달음을 통해 ‘이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쳐 주는 ‘왕의 머리에 걸린 현상금’등 묘한 여운이 담긴 33편의 이야기가 담겼다.9800원.
  • [책꽂이]

    ●파라오 이집트의 영광(델리아 펨버턴 지음, 김희상 옮김, 심산 펴냄) 카르나크와 룩소르의 대사원에서부터 투탕카멘의 무덤에 묻혀 있는 엄청난 보물에 이르기까지 고대 이집트인들은 어떤 고대문명도 따라올 수 없는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이집트인들이 가장 중요하고 신성하게 여긴 도시는 테베. 고대 그리스인들은 테베 건축물들의 위용과 화려함에 감동한 나머지 “100개의 문을 가진 도시”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들은 보이오티아에 있는 자신들의 도시에 똑같이 테베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고대이집트 문명의 신비를 찾아 나선다.3만 8000원.●천로역정(존 버니언 지음, 김 창 옮김) 천국으로 가는 한 순례자의 고단한 여로를 장엄한 서사시처럼 그려낸 기독교의 고전. 간디는 존 버니언이 베드퍼드 감옥에서 지은 이 책을 “영어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고 칭송했다.“나는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라는 크리스천의 탄식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고뇌와 회심, 전도와 박해 그리고 마침내 최후의 승리로 이어지는 버니언 자신의 고달픈 생애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1만 6900원. ●지식의 증류(브루스 모런 지음, 최애리 옮김, 지호 펴냄) 16∼17세기 갈릴레오, 뉴턴 등에 의한 고전역학의 확립과 함께 자연상·세계상의 변혁을 몰고온 과학혁명. 이 과학혁명 이전, 천문학자는 점성술사였고 화학자는 연금술사였다. 사람들은 마법과 신비주의가 갑자기 과학과 합리주의로 바뀌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유럽지성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이에 반박한다. 연금술도 그 자체의 맥락 내에서 보면 논증적 과학의 테두리 안에 놓일 수 있다는 것. 미신 혹은 마술로 잘못 알려져 있는 연금술은 오히려 근대과학을 태동케 한 변화의 주인공이었다고 주장한다.1만 8000원.●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후쿠자와 유키치 지음, 허호 옮김, 이산 펴냄)‘문명개화’의 선구자인 후쿠자와 유키치의 인간적 면모가 담겼다. 막부 말기와 메이지 시대로 이어지는 근대 일본의 격동기를 헤쳐 나가면서 자신의 뜻한 바를 이뤄나간 과정을 담담하게 회고한다. 후쿠자와는 자신이 글을 비교적 늦게(열서너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했음에도 남들보다 빠르게 한문과 네덜란드어, 영어를 익힌 경험이 있어서인지 기본적인 예의범절과 예능교육 외엔 조기교육에 반대했다. 자신이 낳은 9남매에게도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랐지 공부하란 소리는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일본 만엔 권 지폐에 인쇄된 초상의 주인공이다.1만 9000원. ●미국법, 오해와 이해(이수형 지음, 나남출판 펴냄) 우리 언론에서 언젠가 “음반업체들이 존 도(John Doe)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법정 영어 용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존 도’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존 도’는 소송의 원고나 피고를 특정할 수 없을 때 편의상 사용하는 무의미한 이름으로 우리로 치면 동사무소 민원양식에서 흔히 보는 ‘홍길동’ 정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성명불상의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제대로 된 번역이다. 국내 언론보도 등에서 잘못 번역되고 있는 미국법 관련 표현을 살폈다.2만원.●한비광, 김전일과 프로도를 만나다(조성면 지음, 일송미디어 펴냄) 장르문학에 대한 본격 평론집. 공포문학의 제왕 스티븐 킹과 현대인의 집단적 노이로제, 동아시아 최초의 베스트셀러인 ‘삼국지’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한다. 제목의 한비광은 무협만화 ‘열혈강호’의 주인공이며, 김전일과 프로도는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과 현대 장르판타지의 효시인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1만원.
  • 자장면 원조 ‘공화춘’

    자장면 원조 ‘공화춘’

    한국인들이 하루 700만 그릇을 먹어 치운다는 ‘외식의 왕중왕’ 자장면. 맞춤법을 떠나 ‘짜장면’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자장면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 차이나타운에서 탄생했다. ●첫선 101년만에 근대문화재 등록 자장면을 처음 선보인 중국음식점 ‘공화춘(共和春)’이 태어난지 101년만인 최근 근대문화재로 등록됐다. 인천시 중구 북성동과 선린동 일대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공화춘(선린동 38번지)은 1905년 문을 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인천역 방향으로 난 샛길을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보이는 2층 건물이다.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거치며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던 시절에도 중절모 신사와 뾰족구두를 신은 부인은 물론 ‘외식’을 위해 몇달을 벼르고 벼른 서민들까지 설렘으로 문턱을 넘던 곳이다. 자장면을 먹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행복했다. 사람사는 이야기가 면발처럼 길게 이어졌으며, 아이들의 입가는 이내 꺼멓게 물들었다. ●중국인 부두근로자 위해 ‘개발´ 공화춘은 오래전 문을 닫아 지금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지만 안에서는 수많은 군상들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임오군란 다음해인 1883년 중국은 이 일대 5000평에 청국 조계지를 설정했으며 이후 자연스럽게 음식점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하나인 공화춘의 주인은 당시 인천항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값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하게 됐다. 궁리 끝에 볶은 춘장(중국 된장)에 국수를 비벼 먹는 자장면을 발명(?)했다. ●1984년 문닫아 건물 비어 있어 자장면의 ‘신기한’ 맛은 곧바로 중국노동자뿐아니라 한국인들을 매료시켜 외식의 대명사로 자리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공화춘은 자장면을 개발한 덕에 중화루, 동흥루 등과 더불어 차이나타운을 대표하는 ‘3대 요릿집’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84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주인이 화교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고 우리나라를 떠났다는 설도 있다. ●관할구청서 사들여 자장면박물관 추진 아무튼 현재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빈 건물로 방치돼 있으며, 중구는 이 건물을 매입해 자장면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다. 건물은 화교 2명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다. 공화춘은 대지 581㎡, 연면적 846㎡에 화강석을 기초로 한 조적구조로 지붕은 슬레이트로 되어 있다.2층 창호는 목제창이며 1층은 아치형 장식창이다. 특히 눈목자(目) 형태로 앞뒤에 일(一)자형 건물이 있으며 그 사이 공간에 4개의 건물이 연결돼 각 건축물 사이에 중정이 있다. 이런 건축물 형태는 청 조계지 당시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영업중단 20여년째를 맞아 이제는 빛바랜 낡은 간판만이 이곳이 자장면의 발상지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4년 전부터 새로운 공화춘 영업 한편 2002년 공화춘에서 차이나타운 중앙통을 통과해 위쪽으로 200여m 떨어진 곳에 새로운 ‘공화춘’이 문을 열어 영업을 하고 있다. 화려한 중국풍의 4층 건물인 이 업소는 옛 공화춘에서 일하던 주방장을 데려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증은 안 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인천 차이나타운은… 인천 차이나타운은 화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화교는 누구일까? 1882년 임오군란이 발발하자 청조는 한국을 돕는다는 핑계로 3000여명의 군대를 파견했다. 이때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40여명의 중국상인들이 함께 들어왔는데, 이들이 한국 화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군대가 철수한 뒤에도 우리나라에 계속 머물면서 음식업 등 각종 상업활동에 종사해왔다. 인천시 중구 북성동 경인전철 맞은편에 있는 1만 8000평의 차이나타운에는 한때 5000여명의 화교가 거주했으나 박정희 정권 이후 화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정책에 불만을 품고 미국, 동남아 등으로 떠나 현재는 500여명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화교자본 유치를 통한 차이나타운 활성화 정책이 펼쳐지자 떠났던 화교 2세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인천차이나타운에는 중국음식점 25개와 중국물품점 13개 등 40여개의 업소들이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파이러우(큰 대문 모양의 상징물), 삼국지벽화거리, 중국 사찰인 의선당, 한·중문화관, 화교학교 등이 둥지를 틀고 있으며 주변에는 맥아더동상이 있는 자유공원, 개화기 유물거리, 월미도 관광단지 등 볼거리가 많다. 차이나타운 내 25개 음식점 중 22곳은 중국인이, 나머지는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소 대부분은 비록 수타면은 아니지만 자장면 고향답게 2∼3대를 이어온 나름의 비법을 지니고 있다. 업소별 자장면 값은 2000∼3500원.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노트북시장 ‘지각변동’ 오나

    노트북시장 ‘지각변동’ 오나

    국내 노트북시장이 심상찮다. 수요 폭발에 맞춰 중국과 일본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데다 한때 PC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했던 현주컴퓨터가 다시 노트북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과 보급형 시장을 가리지 않고 물고 물리는 접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휴대성이 뛰어난 신개념의 모바일PC가 출시되면서 노트북시장의 수요를 상당부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 노트북시장 16% 성장 예상 15일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올해 노트북시장 규모는 104만대 수준으로 지난해(89만)보다 16%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다. 또 내년 113만대,2008년 120만대,2009년 125만대 등 연평균 15%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데스크톱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지난해 280만대 규모였던 데스크톱 시장은 2009년 290만대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노트북 ‘신(新)삼국지’ 그동안 ‘노크’ 수준에 그쳤던 중국 기업들의 국내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IBM컴퓨터 사업부를 인수한 중국 최대 PC기업인 ‘레노보’는 다음달 노트북 ‘레노보 3000’시리즈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레노보는 IBM이 보유했던 국내 AS센터(76개)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어 중국업체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전국 애프터서비스(AS)망에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중저가형 시장에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중국 노트북시장에서 레노보와 1,2위를 다투는 하시도 한국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본은 국내에 신모델을 속속 출시하며, 프리미엄 노트북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도시바코리아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보다 처리 속도가 30% 빠른 인텔의 센트리노 ‘듀오 플랫폼’을 탑재한 ‘새틀라이트 A100’을 출시한다. 소니코리아도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기능을 설치한 ‘바이오’ 노트북 2종을 선보인다. 국내에선 현주컴퓨터가 시장 재진입을 통해 재기에 나선다. 현주컴퓨터가 출시한 새모델은 3종류, 가격은 100만원 안팎이다. 또 대리점 확충에도 나서 연말까지 800곳으로 늘린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올 들어 매월 2종 이상의 신모델을 출시하며, 보급형 시장마저 넘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까지 노트북을 ‘글로벌 톱5’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모바일PC가 노트북 위협 ? 손바닥보다 조금 크지만 성능은 일반 컴퓨터와 맞먹는 모바일PC가 노트북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울트라 모바일PC ‘센스Q1’은 무게가 779g으로 기존 노트북보다 가볍고, 휴대성이 뛰어나다. 공간 제약을 뛰어 넘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등 PC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화면(7인치)이 작아 사무 업무를 보기엔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음달 출시될 센스Q1이 기존 노트북시장을 나눠 먹느냐, 신규 시장을 창출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요동치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무용보다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 관계자는 “가격이 10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보급형 노트북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씨줄날줄] 꼭지점 댄스/육철수 논설위원

    온 나라가 춤 하나 때문에 난리다. 배우 김수로(33)씨가 만들었다는 ‘꼭지점댄스’가 지금 나이트클럽·댄스학원·군대·학교·경기장 가릴 것 없이 사람만 모였다 하면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다. 삼일절 기념행사장에서 만세삼창·애국가와 함께 어우러진 꼭지점댄스는 압권이었다. 같은날,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는 우리 축구대표팀과 앙골라의 시합에 앞서 월드컵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에 맞춰 1000여명의 꼭지점댄스 군무(群舞)가 펼쳐졌다. 정말 흥겹고 볼 만한 광경이었다. 꼭지점댄스가 급속히 확산된 데는 인터넷과 방송·신문 등 매스컴의 공이 컸다. 김수로씨는 13년전 대학시절 이 춤을 고안했다고 한다. 몇몇 친구끼리 미팅이나 학교 행사장에서 즐겼단다. 그런데 최근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시범을 보이는 통에 세간에 쫙 알려졌다.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데는 불과 나흘밖에 걸리지 않았다니 그 폭발성을 짐작할 만하다. 여러 명이 피라미드 대열을 이룬 뒤, 맨앞(꼭지점)에 선 리더를 따라 흔들기·걷기·찍기·돌기 같은 서너 가지 단순동작을 반복하는 것이어서 누구나 한두 시간이면 배울 수 있단다. 무엇보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 남녀노소 모두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댄스의 기본이랄 수 있는 리듬·템포·미학(美學)도 완벽하게 갖췄다는 평가다. 꼭지점댄스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또 하나의 명물,‘코리아 브랜드’가 될 게 분명하다.2002서울월드컵 때의 국민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와는 너무 잘 어울려서 수준 높은 응원물결은 세계적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 일부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꼭지점댄스를 공식 국민댄스로 채택하자고 한다. 참 좋은 생각이다. 국민의 마음을 손쉽게 한데 묶는 데는 노래와 춤만한 것도 없지 않나 싶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우리를 고무진신(鼓舞盡神) 민족이라 불렀다. 북치고, 춤추고, 노래부르며 화끈하게 일하고 노는 민족이란 얘기다. 중국이 우리를 얕잡아 본 측면도 있으나, 풍류를 안다는 게 그리 나쁘지는 않을 터이다. 사실 한국인은 신명이 힘의 원천 아닌가. 한·일월드컵 4강 신화도 따지고 보면 제 실력 이상을 발휘하게 한 신명과 투혼의 결과였다. 독일월드컵에서도 좋은 경기는 물론이고, 국민적 응원으로 ‘한마음 코리아’의 진가를 또 한번 세계에 보여주자.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책꽂이]

    ●한반도 평화론(백경남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정세 등을 여성 불교인의 입장에서 정리. 저자(동국대 교수)는 문명사적 진운이 지중해시대, 대서양시대를 거쳐 제1차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지금은 아·태·동북아로 옮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중국의 대륙문화와 일본의 해양문화의 충돌, 서양의 가치와 아시아적 가치의 충돌을 조정하는 조화의 진원지로서의 ‘불교 허브 코리아’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2만원.●대중예술과 미학(박성봉 지음, 일빛 펴냄) 16∼17세기 런던에서 공연되던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지금은 고급예술로 간주되지만 그 당시에는 전형적인 대중예술이었다. 그런가하면 현대 미국의 만화가인 로버트 크럼을 도스토예프스키에 비유하는 만화비평가도 있다. 대중예술의 개념은 이처럼 시대와 장소,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다. 저자(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는 예술이라는 개념의 존재이유는 재미와 감동이라고 강조한다.1만 3000원.●천황의 나라 일본(고토 야스시 등 지음, 이남희 옮김) 일본은 기원전 660년에 초대 천황인 진무(神武)천황이 즉위했다. 이후 6세기초 게이타이(繼體)천황에서부터 현 천황에 이르기까지 만세일계(萬世一系)의 황통 계승을 유지해오고 있다. 신적인 존재로 민중에게 인식되던 천황은 7세기 경에는 공민제와 율령제가 공표됨에 따라 정치적 실권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9세기 이후부터는 귀족이나 막부가 실권을 행사하게 되고, 실권자는 천황으로부터 대권을 받는 형태가를 취했다. 이 책은 천황을 통치기구 그 자체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1만 3000원.●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지 상식 백가지(서전무 지음, 정원기 등 옮김, 현암사 펴냄) 유비는 쌍고검, 장비는 장팔사모, 관우는 82근짜리 청룡언월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반달같이 생긴 칼끝에 긴 자루가 달린 대도를 들고 적토마 위에 올라 수염을 휘날리는 관우의 모습은 소설적 허구일 뿐, 관우시대엔 그런 종류의 긴 칼은 쓰이지 않았고 기껏해야 1m 정도의 장도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국지연의를 지은 나관중이 주유를 도량이 좁고 포용력이 부족한 인물로 묘사한 것도 진실과 다르다며 조조군을 물리치고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총사령관이었던 주유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만 8000원.●고전문학사의 라이벌(정출헌 등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은 건 세조의 왕위찬탈이었다. 서거정은 원종공신 1등에 올라 탄탄대로를 걸었고,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평생 전국의 산사를 떠돌았다. 서거정이 조정대각(朝廷臺閣)의 시를 대변했다면, 김시습은 산림초야의 시를 대변했다. 둘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명암이 엇갈리는 삶을 살았다. 책은 시대와 불화한, 또는 영합한 천재들을 통한 새로운 고전문학 독법을 보여준다. 유쾌한 노마드 박지원과 비운의 정착민 정약용, 가문소설의 시대를 연 선의의 경쟁자 김만중과 조성기 등의 이야기를 소개.1만 1000원.●로마, 천년의 지식사전(고바야시 코즈에 지음, 송수영 옮김, 밀리언하우스 펴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세네카 ‘인생의 짧음에 관해서’ 중) ‘주사위는 던져졌다’(수에토니우스의 ‘로마황제열전-카이사르전’ 중)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믿는다’(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 중) 로마인들이 남긴 말과 글은 제국이 멸망하고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로마인의 명언 100여개를 수록.1만 2000원.
  • [한류 이젠 만화다] ‘세계만화의 메카’ 佛앙굴렘축제를 다녀와서

    [한류 이젠 만화다] ‘세계만화의 메카’ 佛앙굴렘축제를 다녀와서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에서 제33회 앙굴렘국제만화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는 프랑스 5대 국제문화행사의 하나로 세계 만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만화 페스티벌이다. 우리만화연대 회장인 이희재 화백이 이현세 화백 등과 함께 현장을 찾아 한국 만화 ‘MANHWA’의 유럽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 봤다. 프랑스 파리에서 세 시간 남짓 테제베를 타고 내려가면 만나는 작은 도시 앙굴렘은 매년 1월 마지막 주가 되면 활기가 넘친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때문이다. 이 축제에는 프랑스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만화광들이 모여든다.10만명 정도에 불과한 시 인구는 이때 갑절로 늘어난다. ●매년 1월 활기 넘치는 앙굴렘 앙굴렘 페스티벌은 1974년 출발했다. 특화된 성격으로 해를 거듭하다 80년대 들어 미테랑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했다. 이때부터 앙굴렘은 백방의 눈길을 모으며 프랑스는 물론, 세계 만화의 메카 역할을 하게 되었다. 축제는 개막식으로 시작된다. 그 과정은 마치 칸 영화제나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고 유쾌하다. 개막식의 꽃은 무엇보다도 만화와 관련된 7개 부문에 대한 시상식이다. 어린이 독자들이 선정한 만화상을 비롯해 젊은 작가에게 주는 상과 아카데믹 만화상 등 각 부문에 저마다 7편의 후보작을 올려놓고 수상작을 택해 시상한다. ●불어로 출간된 적 없는 이탈리아 작가 ‘베스트상´ 올해 베스트 만화상은 이탈리아 만화가 지피(Gipi)에게 돌아갔다. 작품이 단 한 번도 프랑스어로 출간된 적이 없는 이탈리아 작가에게 영광이 돌아간 것은 앙굴렘 페스티벌이 갖고 있는 ‘세계성’ 때문이라 할 것이다.2004년엔 일본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에게 스토리 부문상이 돌아갔었다. 아시아 대표주자인 일본 만화(망가)는 이미 유럽 전역에 넘쳐 흐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있는 서점에서도 쉽게 눈에 띌 정도다. 앙굴렘 축제에서도 마찬가지. 쉽게 접할 수 없는 나라에서 온 작품도 있다. 전시장엔 중국 만화관도 모습을 드러내고, 핀란드와 아프리카 만화도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페스티벌의 핵심은 독자와 작가의 만남. 전시장 어디를 가도 작가들이 앉아 있는 책상 앞에 독자들이 줄을 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백방에서 모여든 관객들은 작가의 책을 사들고, 작가들이 직접 그리는 원화 사인을 받기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조용히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작가들도 독자가 내민 자신의 책 들머리 여백에 신중하고도 정성스럽게 만화를 새겨 넣는다. 한 중년 산부인과 의사가 각국 만화가들을 찾아다니며 아기를 밴 산모를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만화가들이 그려낸 갖가지 임산부 그림을 자기 병원 벽에 전시할 것이라고 했다. 생활 속에 문화를 끌어들여 공유하는 프랑스인의 한 전형을 보는 것 같았다. ●한국 작가 64명 불어판 안내책자 전시 올해는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한 지 120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만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이현세, 황미나, 장진영 화백 등 한국 만화 작가들이 프랑스 대중을 만나 사인회를 가진 것이다. 젊은 작가인 변병준, 최규석, 변기현 화백은 현지 출판사의 초청으로 벨기에와 앙굴렘을 오가며 세미나와 인터뷰, 미팅을 하기에 바빴다. 이들 작품은 이미 지난해 카나(KANA) 출판사에서 나온 터이다. 부천만화정보센터는 한국 작가 64명에 대한 프랑스어판 안내책자를 만들어 현지에 전시하고 국내 만화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문광부와 문화콘텐츠진흥원도 현지까지 따라와 작가들 뒷바라지를 하며 한국 만화를 알리는 일에 힘을 보탰다. 한국 만화는 조금씩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에 특별 전시된 이두호 화백의 작품들은 이미 프랑스 출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상태이고, 앞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통해 소개된 김동화 화백의 ‘빨간 자전거’가 프랑스에서 출간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오세영 화백의 대표작 ‘부자의 그림일기’와 필자의 ‘간판스타’는 지난해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출판됐으며 프랑스 유명 출판사인 카스테망(Casterman)과의 출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 도중 유럽 출판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흥미로운 제의가 있었다.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한국 프랑스 양국 만화가 6명씩 12명이 ‘한국’을 주제로 만화책을 선보이자는 것이었다. 올해 10월 말 유럽과 한국에서 동시에 발간키로 의견을 모았다. ●日 아류 넘어 세계와의 접속에서 심층으로 2003년 앙굴렘 페스티벌 주빈국으로 참여한 것을 전후로 한국 만화는 유럽 문화의 심장인 프랑스에 씨앗을 뿌렸다. 그동안 과정이 싹을 틔우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뿌리를 내리는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한국 만화는 이제 일본 망가의 아류라는 인식을 넘어 뼈대 있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 줄 기회를 맞고 있다. 태풍이 몰아치면 바다의 수면에는 파도가 요동을 친다. 그러나 수면 아래엔 바다를 떠받치고 있는 내부 수심이 있다. 수심이 두터울수록 바다의 위력은 든든할 것이다. 글·그림 앙굴렘(프랑스) 이희재 화백 lhj3001@hanmail.net ●이희재 화백 우리만화연대 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표작으로 ‘악동이’,‘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간판스타’,‘새벽길’,‘저 하늘에도 슬픔이’ 등이 있다. 작가 이문열씨와 ‘만화 삼국지’를 펴내기도 했다.
  • 생애 최고의 졸업·입학 선물은?

    생애 최고의 졸업·입학 선물은?

    2∼3월은 졸업과 입학철이다. 학생을 둔 가정에선 선물을 준비해야 할 때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와 학용품 전문매장 등에선 벌써 선물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생 전환기인 졸업과 입학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선물은 무엇이 좋을까? 상급학교 진학생이면 학업과 연관되는 선물이 돼야 할 것이고, 사회 초년생에겐 주는 사람의 ‘속뜻’이 오래토록 남고 인생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면 좋을 것이다. 자녀와 함께 매장에 가 골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세대인 청소년은 선택에 까다롭지만 매장에서 상의하면서 구매하면 부모와 자녀의 의중을 선물에 담을 수 있다. 학생이 찾는 선물 중 으뜸인 IT 제품도 마찬가지다. 이왕 사줄 거라면 왜 사야하는지를 곰곰이 생각케 하는 부모의 지혜와 노력도 필요하다. 매장에 나온 MP3플레이어,PMP 등 첨단 IT제품들엔 학습에 도움이 되는 전자사전 기능 등이 탑재된 것이 많다. 청소년의 필수품인 휴대전화도 너무 많은 기능의 고가품보다 학생들에게 적당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에게 각각 맞는 기능과 가격대를 대별해 선물하는 방법도 괜찮다. 오래 쓰고 아껴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아날로그 제품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아날로그 선물에는 선물을 준 이의 속깊은 뜻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연필, 전집 등은 오래 기억될 만한 선물군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신세대들 IT제품이라면 ‘OK’ 학생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IT 기기이다. 첨단 기능에 익숙하고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 중 휴대전화는 단연 돋보인다. 첨단 기능을 탑재한 전자사전도 관심가는 선물이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에 입점한 지은텔레콤 이기훈 사장은 “여학생은 얇고 가벼운 초슬림폰을, 남학생은 DMB폰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초슬림폰으로 인기가 좋은 모델은 ‘초콜릿폰’으로 알려진 LG전자의 ‘KV-5900’(신규 40만원, 보상 50만원선). 터치 패드로 조작이 쉽다. 같은 가격대인 삼성전자의 ‘SCH-V840’은 시사영어사 사전을 탑재해 어학용으로도 쓰인다. 복잡한 기능을 싫어하는 학생에겐 ‘저가폰’이 알맞다. 출시된 지 몇 달 지난 제품이라도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갖추었다.10만∼20만원대 제품으로 KTF-T1500, 삼성 SCH-S350,KTF SPH-S3900이 있다. 전자사전은 부모들이 학습을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좋아하는 선물이다. 샤프, 카시오, 아이리버, 에이원프로, 누리안 등이 대표적 브랜드이며, 수록 사전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내용이 수록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에 나와있는 가격대별 주요 상품을 살펴보자. 10만원대 상품은 부가 기능이 적지만 평균 8개 정도의 국내·외 다양한 사전을 수록하고 있어 초·중·고등학생들이 공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카시오 ‘EW-K2500’(13만 9000원), 에이원프로 ‘NEW 아인슈타인’(15만 9000원) 등이 베스트 셀러다. 20만원대 제품 중 샤프전자 ‘SD-S90’(21만원)은 한·영·일·중국어뿐아니라 역사 관련 콘텐츠를 수록해 돋보인다.30만원대 이상의 상품은 대부분 MP3플레이어 기능을 갖췄다. 최근에 출시된 레인콤의 ‘아이리버 딕플 알파 D20’(34만 8000원)은 컬러 화면으로 MP3나 라디오를 듣고, 전자책이나 사진도 볼 수 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꼽히는 노트북.GS이숍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은 한국 후지쓰 ‘LIFEBOOK C1320 K-1’(소노마2G 1G램 15.4 WXGA ·139만 9000원). 사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LG전자의 ‘X노트 P1-J224K’(242만원)는 판매량 2위. MD들이 추천하는 상품으로는 저렴한 가격대의 HP의 ‘컴팩 프리자리오 V2371AP’(99만 9000원)가 있다.14인치 액정에 무게도 2.36㎏정도로 가벼운 편이어서 가지고 다니기 좋다.TG삼보의 ‘에버라텍 6100 Series AV6115 - KX1’(99만 9000원)은 15.4인치와이드 LCD를 탑재했다. 지상파 DMB 수신기가 내장된 도시바의 ‘Satellite M50 PSM53K-012002’(109만 8000원)은 상품평이 가장 많고 구매자들의 평가도 높은 편이다. 동영상 및 MP3파일 재생이 가능하면서 간단한 필기도 가능한 PDA도 대학생이 노트북 못지않게 선호하는 품목.‘LG전자 DMB PDA’(59만 9000원)는 100㎞/h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신이 되고, 시청 중 마음에 드는 화면을 캡처 또는 녹화할 수 있다. 네비게이션 기능도 갖췄다. 옥션에서 잘 나가는 베스트 3 제품을 소개한다. ‘아이리버 iFP-795’는 PC를 거칠 필요없이 오디오 기기에서 바로 음악을 받을 수 있다. 구간 반복 및 녹음 기능이 있어 어학용으로도 적당하다.512Mb 제품이 11만 8900원 정도에 팔린다. 삼성전자의 ‘옙 YP-T8V’는 26만 화소의 컬러화면으로 동영상과 시, 소설 등의 텍스트를 저장해 e-북처럼 볼 수 있다.256Mb 10만 8000원. 엄지손가락으로 조작이 가능한 애플의 ‘I-팟 나노’는 플래시 타입으로는 보기 드물게 500곡(2GB)이 저장 가능한 대용량 MP3다. 사은품을 포함 2GB 제품을 24만 9000원에 살 수 있다. CJ홈쇼핑 김태균 MD는 “대학생이나 직장 새내기에게는 카메라 기능에 충실한 모델을, 초ㆍ중고생에게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이 있는 모델을 선물하는 것이 좋다.”면서 “정품인지,AS가 가능한지 체크해 보는 것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CJ홈쇼핑에서 1회 방송에 1000대 이상 팔린 제품은 캐논의 740만화소 디카 ‘IXUS-750’.1GB 메모리 풀 패키지가 50만원대에 팔린다. 크기가 작은데다 740만 화소로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2.5인치 대형 LCD를 탑재해 카메라 상에서 사진을 보기에 좋다. 삼성테크원의 510만화소 디카 ‘#-1 MP3’(1GB 메모리 풀패키지 40만원대)는 초보 구매자가 선호하는 제품이다. 작동이 쉽고,MP3 파일 재생이 돼 사진 촬영과 동시에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 간단한 동영상 편집 기능이 있어 움직임이 많은 어린 아이를 촬영할 때 편리하다는 평이 많다. 소니의 740만 화소 디카 ‘P-200’(1GB 메모리 풀패키지 40만원대)은 9개 장면 모드(풍경·고속·해변·설경·불꽃·촛불·황혼·황혼 인물·소프트 스냅)를 자랑한다. 수동 기능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간단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정겨운 ‘전통형’도 인기 여전 ‘디지털’의 마지막 목표는 ‘아날로그’라는 말이 있다. 선물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온통 디지털 기기이지만 매장에는 ‘속 깊은 고객’의 손길을 기다리는 제품이 많이 있다. 만년필, 문학전집 등 40∼50대 부모 세대가 주고받던 정이 듬 담긴 선물들이다. 졸업·입학철 특별한 선물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이들 코너를 찾아보자. 컴퓨터 자판과 PMP 등 IT가 필기구 자리를 대신한 지 오래라고 하지만 만년필은 여전히 최고의 선물이다. 만년필은 몽블랑, 파카, 워터맨, 크로스 등이 대표적 제품이다. 초·중등생, 대학생 및 대학 졸업생에게 각각 맞는 가격대의 선물이 매장에 나와 있다. 1924년 처음 선보이자마자 세계 최고의 만년필로 자리잡은 명품 브랜드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틱 149’는 선물 1호에 든다.1990년 10월 서독의 콜 총리와 동독의 디메제이로 총리가 통일 조약서에 서약할 때 사용된 만년필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GS이스토어에서 58만 3000원에 나와 있는 만년필은 대학생·대학 졸업생 선물로는 적당하다.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틱1445금장은 120만원에 에이스펜(www.acepen.co.kr)에 나와 있다. 대학생에겐 클래식한 스타일의 쉐퍼 레거시 금장만년필8600(38만원)을 권할 만하다. 잉크 건조를 막는 캡처리가 됐으며 피스톤 방식으로 잉크를 주입한다. 중고생에겐 로트링 프리웨이가 있다. 에이스펜에서 4만 5000원대 제품이 나와 있다. 잉크는 컨버터와 잉크카트리지 겸용이다. 입학과 졸업을 기념하는 선물로는 책이 여전히 최고의 선물 중 하나로 꼽힌다. 신길례 교보문고 북마스터는 “삼국지·손자병법·토지 등의 전집은 한번을 읽어봐야 할 책이기에 요즘 같은 졸업·입학철에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에 읽어볼 만한 책으로 ‘머뭇거리지 말고 시작해’,‘사랑후에 오는 것들’,‘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등을 꼽았다. 중학교 입학생에겐 ‘중학생 소설’(신원문화사·각권 8500원)을 권할 만하다. 내년부터 교과별 독서활동이 반영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논술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중학생 소설은 중학생이면 알아야 할 국내·외 명작 소설을 분석 정리했다. 같은 출판사에서 고전·수필·시·사회 시리즈도 나왔다. 시계는 한때 왼쪽 팔목의 필수품이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자리를 내줬다가 요즘 다시 ‘손목’을 붙잡고 있다. 멋쟁이에겐 짧고 긴 바늘이 돌아가는 시계가 필수품이다. 가격대도 다양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학교 입학생에겐 베네통이나 케네스콜 모델이 알맞다. 사춘기로 접어드는 고교 입학시기에는 패션에 민감하면서도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모델이 좋다. 대표적으로 엔클라인 AK745500-WTRD(14만 5000원)는 교복에 잘 어울린다. 남학생에겐 스포티한 디자인의 DKNY1243-1244가 적당하다. 대학교 졸업과 사회 초년병에겐 루이까또즈 LQ 7801 시리즈(28만원)는 사파이어 글래스를 채용했으며 특히 골드브라운이라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럭셔리한 색상으로 인기가 높다.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은 시계다. 여성용으론 제니퍼로페즈 JLO2186INST(31만 5000원)는 화려한 느낌이다. 돌체앤 가바나 DW0009(29만 2000원)는 최근 선호도 높다. 귀여우면서도 럭셔리해 20대 후반에게 인기가 높다. 이 모델들은 시계전문 인터넷몰인 지션(www.ztion.com·02-3472-7789)에서 살 수 있다. 사회 초년병에게 굽이 3㎝정도의 단화가 좋다. 편하면서 활동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검은색의 가죽 구두가 좋고, 여성의 경우도 화려한 색상보다는 짙은 색상의 단순한 스타일을 권할 만하다. 반짝거리는 에나멜 스타일도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에게 좋다. 에나멜 구두의 경우 경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이나 청소년에게 어울리는 상품이다. 올해는 독일 월드컵을 맞아 축구화 스타일의 퓨전 스니커즈(5만 5000원)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검은색과 흰색 두 종류가 나와 있다. 개성있는 중고생을 위한 신발로는 클락스도 학생화가 좋을 듯하다. 신발 창 자체가 천연 고무여서 착화감이 좋다. 가격은 16만 8000∼17만 8000원. 또 영에이지, 모카스타일의 랜드로바, 허시파피, 소다 등 학생화가 6만 7000∼9만 9000원대다. 대학생이 많이 찾는 브랑누아 신사화, 숙녀화는 각 3만 5000∼5만 5000원에 팔린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 감정적인 흑백 사고의 위험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 감정적인 흑백 사고의 위험성

    지난주에 우리는 세상사가 의지적 선과 악으로 그렇게 확연하게 양분되는 것이 아님을 보았다. 그러면서 그런 세상사 앞에서 무슨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인지를 음미했다. 오늘은 흑백적 사고와 감정적 단세포의 위험성을 들여다보자. 인간세상의 온갖 양상을 하나의 복잡한 이야기로서 잘 묘사한 것이 소설 ‘삼국지’가 아닌가 한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 등 기라성 같은 역사의 실제 인물들이 등장한다. 유비는 그 어진 덕성으로, 관우는 불굴의 의리정신으로, 장비는 천하용장으로, 제갈량은 천하제일의 작전 귀재로, 그리고 조조는 지모의 전략가로 다가온다. 이런 가치 때문에 그들은 모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이 지닌 그 가치의 장점들이 그들을 실패하게 한 단점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즉 유비의 어진 덕성이 오히려 어리석은 판단을 하게 하는 장본인이 되고, 관우의 의리정신이 그로 하여금 일을 그르치게 하는 편협성을 낳게 하고, 장비의 무쌍한 용기가 난폭함으로 변해 그로 하여금 비명횡사케 하고, 제갈량의 명석한 두뇌 역량이 그의 건강을 상하게 하고 자기보다 못한 다른 이들에게 일을 분담하는 마음을 빼앗아 버리게 하여 실패의 원인을 만들고, 조조의 재빠른 머리회전이 그로 하여금 자승자박에 빠지게 하는 결과를 낳게 했다. 물론 소설 ‘삼국지’의 원저자인 나관중(羅貫中)은 이런 이면의 사실을 밝히지 않고, 독자가 행간에서 그런 가치들의 이면을 읽도록 하였다. 지난주에도 우리는 모든 가치가 그 이면에 반(反)가치의 찌꺼기를 동시에 함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치와 반가치가 서로 별개의 다른 것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동전의 양면처럼 한 사실의 이중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인식이다. 즉 우리를 성공시키는 복스러운 요인이 동시에 우리를 실패케 하는 재앙으로 늘 작용할 수 있으므로, 지혜있는 사람들과 국민은 복(福)과 화(禍)의 양면을 다 고려하여 세상일을 감정적으로, 단세포적인 택일의 심정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감정적인 택일의 기분은 화끈하게 흑백으로 세상을 양분하여 이것은 전적으로 옳고 좋은 것이고, 저것은 전적으로 그르고 나쁜 것이라고 단정짓는 마음의 태도를 말한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화여! 복이 의지하고 있는 바이고, 복이여! 화가 엎드리고 있는 바이다.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정사(正邪)가 없다. 바른 것이 바르지 않은 것이 되고, 선이 다시 재앙이 된다.’ 노자의 이 말은 세상의 일을 일정한 고정적 가치로서 교조적으로 봐서는 안되고, 선명하지 않은 중도의 미덕으로 상황을 다 아우르는 것이 중요함을 언명한 것이겠다. 이것은 모든 상관성을 거두절미하고 절대적인 외곬의 가치로서 어떤 것을 단세포적으로 읽어서는 안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저것과 무관하게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고, 저것은 이것과 무관하게 절대적으로 나쁜 것으로 주관적 감정을 실어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저것이 아무리 나쁜 것이라 하여도 이것이 없었는데 저것이 혼자 생길 수 없으므로 세상사는 다 서로 얽혀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단세포적일수록 선동가의 흑백적 사고가 설친다. 선동가의 흑백적 사고는 곧 독재적 사고방식과 다르지 않다. 교조적인 흑백적 사고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철학과 문학예술은 숨을 거두고 만다. 그렇게 세상이 단순하면, 세상은 바보들의 행진곡으로 요란하게 된다. 바보들이 일희일비하면, 세상은 한꺼번에 이리 쏠리고 저리 밀린다. 흑백적 사고는 감정적으로 선악을 심판한다. 감정적인 선악관이 선명할수록, 그는 대중을 쉽게 쥐고 흔든다. 왜냐하면 대중은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현대철학자인 하이데거가 세상 사람들을 지배하는 정서가 ‘남 따라 장에 가는’ 성질로서의 대중성(Offentlichkeit)이라고 말한 것을 유념해야 하겠다. 노자를 다시 말한다. 감정적인 흑백적 사고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길을 노자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 했다. 그것은 빛만을 좋아하고 먼지는 더럽다고 버리는 택일이 아니라, 빛과 먼지와 다 함께 친화하고 동거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내 생각이나 세상사를 택일적 선명성으로 갈라놓아 이원적 적대감정으로 채색해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나 세상사가 다 이중적이어서 화광동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저 구절이 일깨운다. 내 생각이나 세상사에 다 (선/악)과 (흑/백)이 뒤엉켜 있다. 우리나라에 자기가 100% 선과 백의 화신인 것처럼 생각하는 지도급의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이런 이들은 불가피하게 사회적인 위선을 짓는다. 흑백적 사고는 마음과 세상의 이중적 사실을 간과하기에 위선을 부른다. 노자는 정의라는 이름아래 위선적으로 심판하는 흑백논리를 피하기 위하여 습명(襲明)이라는 생활태도를 제시한다. 습명은 너무 밝은 것을 약간 감추기 위하여 옷으로 시신을 염하듯이 싸는 것을 일컫는다. 밝기와 어둠의 중간에서 세상을 흑백으로 나누지 말라는 것이다. 자기가 이중적이라는 사람이 훨씬 덜 위선적이고 덜 투쟁적이며, 세상을 위하여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좋은 경영자가 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자기가 습명처럼 이중성의 중간에 서있기에 선과 백의 화신보다 덜 독선적일 뿐만 아니라, 또한 스스로 불선과 흑의 위험성이 자기자신과 사람들에게 있음을 알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식한 감정적 생각으로 복합적인 세상을 쉽게 흑백으로 판단하는 교조적 마음보다 오히려 나의 단순소박한 가치관이 세상에 반가치의 괴로움을 주지 않았는지 세상을 전체로서 보살피려는 사람을 지도자로 삼아야 하겠다. 노자가 잘 봤듯이,‘생각이 방정하면 남을 자르게 되고, 청렴하면 남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며, 강직하면 방자해지고, 영광스러우면 휘황찬란해진다.’ 평균적으로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는 시가 윤동주의 ‘서시’라고 한다. 대단히 아름답고 조촐한 시다.‘죽는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스치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 했다.(…)’ ‘맹자’의 ‘진심상’에 나오는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 중에서 두 번째의 즐거움으로 ‘우러러 하늘에 부끄럼이 없고, 굽어 사람에 부끄럽지 않음’이라고 한 말이 연상된다. 그토록 일말의 부끄럼도 없는 마음은 지순한 사람의 극치를 상징한다. 지극하도록 순결한 마음이므로 잎새에 스치는 바람에 잎새가 다칠까 괴로워한다. 해맑게 흐르는 계곡의 투명한 물이 떨어지는 낙엽에 오염될까봐 마음 졸이는 사춘기의 순수성을 맛본다. 평균적으로 한국인이 저 시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것은 한국인이 깨끗한 심성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본디 물이 맑은 나라의 마음이라고 할까. 그러나 저 순수성의 가치도 반가치의 배설물을 토해낸다. 이것이 세상의 엄연한 사실이다. 그 순수의 배설물은 이른바 어떤 혼융을 싫어하고 잡동사니를 배척한다는 점이다. 순수성은 섞임과 혼융을 불순하다고 여겨, 순수를 고집하면서 편협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순수성의 가치는 편협성의 반가치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순수의 가치를 지키려는 의지가 맹렬한 경우에 그 가치 수호는 쉽게 배타적인 독선으로 나아가면서 타자에 대한 혐오감을 노출하게 된다. 율곡이 금강산에서 불교와 접종한 것은 유교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참을 수 없는 이단적 행위로 간주된다. 그래서 율곡은 스스로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을 참회하는 글과 생각을 여러 번 나타냈다. 살아남기 위한 방편인듯 싶다. 조선 인조 때에 유학자였던 장유(張維)가 ‘계곡만필’에서 중국에는 유학이외에 불학과 단학(도가)이 있고, 유학도 정주학과 육왕학이 다 공존하는데, 조선에는 오로지 주자학만 있어서 무식한 자나 유식한 자나 오로지 입으로 주자만을 봉독하는 편협한 풍토를 개탄한 적이 있었다. 순수성의 반가치가 흑백적 사고로 이어지는 것 같다. 주자학이 편협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자학은 다양하게 불교의 심학과 노장의 자연학을 다 아우르면서 유교의 문화를 철학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풍요한 사상이다. 다만 그 주자학을 편협하게 공부한 조선조의 전통적 문화풍토와 그 습기(習氣)가 문제였다. 세상을 흑백적 감정으로만 읽는 사람들은 세상을 본의 아니게 내편과 네편으로 갈라 놓는다. 그런 편가르기는 다 순수와 불순의 대결구도에서 생긴다. 어떻게 올바른 순수가 더러운 불순과 섞일 수 있는가? 이런 흑백적 사고가 우리를 편협하게 만든다. 세상의 모든 사실은 서로 얽히고 설켜 있는 복합적 전체의 구조인데, 단순한 감정적 흑백심리는 세상을 그 전체에서 이익되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우리는 감정상의 흑백심리보다 전체를 이익되게 하는 지혜를 터득하도록 애써야 한다. 맹자가 말한 ‘하늘과 사람에 대해서 부끄럼이 없는’ 마음은 진토(塵土)의 세상을 살아가는 구체적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겠다. 인간이 살아가는 조건은 하늘의 빛과 땅의 흙먼지가 서로 공존하는 중간지대다. 그래서 노자가 ‘화광동진’이나 ‘습명’이라고 부른 것은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건을 말함이겠다. 습명은 자기 속에 있는 밝음만 보지 말고 어둠을 보면서 어둠의 반가치가 재앙을 피우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이겠다. 세상의 균이 소탕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 무균자가 아니고 보균자다. 보균자는 병원체를 몸에 늘 지니고 있다. 몸을 늘 보살피는 자가 건강한 사람이다. 우리도 우리의 역사에서 누가 추상적으로 더 순수했던가 하는 기준보다, 누가 우리 모두를 편가르지 않고 구체적으로 더 잘 보살피려고 했던가를 우리의 영웅으로 섬기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복을 짓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하늘이 우리에게 주려는 복도 차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한다면, 이것이 천추(千秋)의 한(恨)이 아니겠는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구글과 네이버 ‘꿈의 크기’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구글과 네이버인 것 같다. 구글은 미국의 기사와 자료를 검색할 때, 네이버는 국내의 뉴스와 정보를 찾을 때 각각 주로 이용한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최신호에서 구글과 네이버를 비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구글이 세계 최고의 인터넷 검색 기업이지만 한국에서는 네이버에 고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 따르면 네이버가 구글보다 유용하고 보기에도 편한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러나 구글의 지난해 매출액은 40억달러(약 4조원), 순이익은 7억달러로, 매출액 3억 5100만달러(약 3500억원), 순이익 8600만달러를 기록한 네이버를 압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언어 때문일 것이다. 네이버는 한글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시장이 우리나라에 국한돼 있다. 지난 2004년 특파원으로 부임하기 직전 ‘인터넷 삼국지’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알렉사닷컴이 분류하는 세계 100대 인터넷 사이트를 한국과 중국, 미국이 3분(分)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네이버는 다음과 함께 세계 10대 사이트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각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늘면서 네이버의 순위는 계속 떨어져 23일 현재 19위를 기록중이다. 둘째 이유는 아마도 ‘꿈의 크기’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세상을 바꾸기 위해” 구글을 만들었다는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시작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고 현재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개가 세계 100대 사이트에 포함돼 있다. 네이버 창업자들의 꿈은 어느 정도였을까? 인터넷 사용자로서 구글과 네이버 양쪽 모두의 검색엔진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개인적으로는 무선인터넷망 확보 등 하드웨어쪽에 관심을 보이는 구글보다 지식에 초점을 맞춘 네이버를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특히 네이버에서 걸음마를 시작한 ‘지식시장’은 앞으로 이베이나 아마존과 같은 ‘손에 잡히는 물건’을 파는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네이버 말고도 싸이월드처럼 다른 나라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첨단’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많이 있다. 이들이 한국을 넘어 더 큰 시장으로 과감하게 진출해나가기를 바란다. 꿈이 높다면 언어의 장벽 정도는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이다.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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