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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사람들의 아주 작은 일상이 진리”

    “가난한 사람들의 아주 작은 일상이 진리”

    누군가는 잡스럽다, 부박하다고 할 세속의 공간과 사람들이 시 안에 북적인다. 보통 사람들의 지리멸렬하고 애잔한 일상에 비감을 느끼려는 찰나, 시인은 어느새 슬며시 다가와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눙친다. 권혁웅(46)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창비)이다. ‘시는 세속의 자식’이라 여기는 시인은 능수능란한 말재주로 세속의 풍경을 시의 언어로 절묘하게 엮어냈다. ‘편안한 수평이 되어’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봄밤), “늙으면 죽어야지” 하면서도 ‘오늘도 로맨스가 그치지 않는’ 노인대학의 노인들(불멸), ‘종이상자가 주소지인’ 노숙자들(삼국지 열전-노숙), ‘온 마을을 돌며 원주율을 만드는’ 야쿠르트 아줌마(야쿠르트 아줌마와 중국집 청년) 등 무심하게 지나쳐온 인물들이 시인의 연민과 해학에 힘입어 시로 태어났다. 세속을 시로 품은 이유를 묻자 시인은 “내 최초의 서정적인 공간이 어릴 적 살았던 돈암동 산동네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제가 맨 처음 시를 쓰게 된 자리도, 첫사랑이 움텄던 자리도 바로 거기였어요. 보통 시인들이 나무나 새를 노래하듯이, 세속의 공간이 제 서정시의 원형이자 표상이죠. 그게 저한테는 가장 순수하고 고결하다고 할까요.” 시의 배경은 영화관, 불가마, 주부노래교실, 해장국집, 감자탕집, 순댓국집 등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하는 공간들이다. 평소 학생들에게 시를 쓸 때 ‘세상을 초대하라’고 가르치는 시인답게 그는 상호명까지 낱낱이 밝히며 우리 바로 곁의 이야기임을 주지시킨다. 이별을 앞둔 연인들의 울음을 이어졌다 토막났다 하는 순대에 비유하는 표제시처럼 말이다. ‘지금 애인의 울음은 변비 비슷해서 두시간째/끊겼다 이어졌다 한다/몸 안을 지나는 긴 울음통이 토막 나 있다/신의주찹쌀순대 2층, 순댓국을 앞에 두고/(…중략)/나는 당면처럼 미끄럽게 지나간/시간의 다발을 생각하고/마음이 선지처럼 붉어진다/(…중략)/연애의 길고 구부정한 구절양장을 지나는 동안/우리는 빨래판에 치댄 표정이 되었지’(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인연이란 잠시만 한눈팔아도 불어버리는/라면사리 같은 것/혹은 산발한 채 국물 속에서 숨죽이는/신 김치를 닮은 세월도 있어요/(…중략)/우리는 두부처럼 마음이 풀어져요/마지막에 얹는 치즈처럼 웃으며/그게 또다른 기념사진인 줄도 모르고’(의정부 부대찌개 집에서) 권혁웅의 시는 슬픔과 유머가 함께 간다. “지극해지는 순간,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서 이는 잘 드러난다. ‘월수금 오후 두시마다 사지에 못 박히고 세시면 박힌 못을 탈탈 털고 일어나는’ 어머니를 두고 ‘부활절에 관하여’라는 시로 웃음을 안기는가 하면, ‘어머니는 나뭇잎처럼 뒤척인다’에서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밴 애처로움을 담담하게 읊는다. ‘어머니는 내게 보낸 엽서다 안 와도 돼, 바쁜데 뭐,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중략) 엽서엔 도장이 찍혀 있다 성북우체국에서 검버섯을 찍어보냈다 주민쎈터에서는 다달이 팔만원을 준다 어머니는 코라다 팔만원짜리 불면증이다 나뭇잎처럼 어머니가 뒤척인다’(어머니는 나뭇잎처럼 뒤척인다) 시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어려운 시절을 견뎠다는 그에게 시를 쓰게 하는 동력은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도 어느 순간, 작은 것 하나가 위로와 위안이 되어 줍니다. 가난하고 힘은 없지만 주인공인 사람들의 아주 작은 일상이 진리라고 생각해요. 그 바깥에서는 어떤 것도 소중한 것은 찾아지지 않는다는 깨달음, 그게 바로 저의 시이자 언어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특파원 칼럼] 미국의 ‘할리우드 외교’/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미국의 ‘할리우드 외교’/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워싱턴 방문은 ‘미·일 신(新) 밀월관계의 개막’으로 평가해야 마땅했다. 그런데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 석상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에게 예상만큼 살갑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는 표면적 이유로 일부 언론은 ‘밀월은 없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오바마의 그런 제스처는 ‘할리우드 액션’이었음이 8개월 만에 확인됐다. 지난 3일 미국 국무·국방장관들이 도쿄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식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지난 8개월 동안 두 나라는 커튼 뒤에 숨어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던 셈이다. 사실 오바마가 그 어떤 현란한 연기(演技)로 눈을 흐리건 간에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기조를 간파하고 있기만 하다면 ‘미·일 밀월관계 개막’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 양대 기조는 급부상하는 중국을 봉쇄하고, 한반도 급변사태 때 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2일 한·미 국방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에 사실상 합의한 배경도 이런 기조에서 해석돼야 한다. 지금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이 먼저 제안했고 미국은 마지못해 들어준 것처럼 돼 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지난 7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최근 재연기를 제안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의 정황을 보면 헤이글의 발언은 탁월한 연기력의 소산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미국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부터 먼저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 기류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당시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 해체에 반대하면서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성 김 주한미국대사도 지난 2월 20일 “한국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전작권을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미국이 먼저 전작권 재연기를 제안할 경우 한국 내 반미세력의 반발을 부를까 우려해 ‘한국이 먼저 제안했다’고 하기로 양국이 사전 교감한 것은 아닐까. 미국은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북이 전면전 직전까지 갔을 때부터 한반도가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을 실질적으로 우려하기 시작했다.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정권 붕괴 시나리오가 더 빈번히 회자된 것도 미국에 각성제가 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급변 사태 시 전작권을 틀어쥐고 있는 게 통제력을 발휘하는 데 유리하다. 또 전작권은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턱밑에서 ‘합법적’으로 군대를 부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는 중동 전쟁 두 곳에 전력을 집중해야 했기에 전작권 전환이 유리했다면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전작권 보유가 유리하게 된 것이다. 미국 외교의 연기력은 이제 ‘아카데미 주연상’ 급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달 초 헤이글은 한국에서 ‘역대 미 국방장관으로서는 최장 기간(3박4일) 한국 체류’ 운운하며 한국인들의 환심을 샀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자마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고 일본의 제2차 세계 대전 전몰자 묘원을 찾는 등 애정공세를 폈다. 그 절정의 연기력을 보고 있노라면, 미국이 아시아 회귀 정책을 기안하는 과정에서 온갖 ‘뒤통수 치기’가 난무하는 중국 고전 삼국지를 통째로 읽은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carlos@seoul.co.kr
  • 화제의 왕게임 ‘진왕’, 드디어 정식 오픈

    화제의 왕게임 ‘진왕’, 드디어 정식 오픈

    새로운 웹게임 ‘진왕’ 출시를 기념해 노트게임즈에서 배포하는 프로모션 동영상이 파격적인 내용으로 주목을 받으며 웹게임 진왕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노트게임즈는 ‘진왕’ 홈페이지를 통해 9월 5일부터 8일까지 총 4일간 목, 허리, 전신, 가슴이라는 파격적인 제목으로 홍보 동영상을 한 편씩 차례로 공개했다. 영상 속 주인공은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성우 겸 방송인 서유리와 tvN 인기 프로그램 ‘SNL’의 감초 배우 김민교다. 지난 5일 처음 선보인 동영상에서 서유리는 게임 속 캐릭터의 의상을 입고 관능미를 과시했다. 이 영상은 공개 즉시 열성적인 누리꾼들에 의해 각종 영상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재유포되고 공유됐다. 노트게임즈에서는 이 프로모션 동영상을 공유하는 사람 중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 ‘서유리에게 몸을 맡겨라’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진왕’의 출시를 기념하는 네 개의 이벤트 ▲ 금자를 충전하고 선물을 획득하라! ▲ 진왕의 자리에 도전하라! ▲ 19금 진왕으로 모여라! ▲ 보너스 이벤트를 통해 W호텔 숙박권과 VIP 영화관람권, 선상 뷔페 식사권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 ‘진왕’은 사용자가 게임 속에서 왕이 되기 위해 모험하는 웹용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다. 이 게임은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진정한 왕을 가려낸다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삼국지의 영웅들이 ‘NPC(Non Player Character)’로 등장해 ‘진왕’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더해준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진왕 홍보모델인 서유리와 김민교 펫의 목소리를 서유리와 김민교가 직접 더빙을 맡기도 했다. 이벤트 응모와 게임 참여는 ‘진왕’ 공식 홈페이지(http://zw.noteplay.co.kr)를 통해 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진하게’ 즐기는 19금 왕게임 진왕, CBT 오픈

    ‘진하게’ 즐기는 19금 왕게임 진왕, CBT 오픈

    진짜 왕이 되어보는 ‘왕게임’ 진왕이 CBT(클로즈 베타 테스트) 사전신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4일간 CBT를 진행한다. 신작 웹게임 진왕은 지난 22일부터 진행한 CBT사전 신청에 3,000명을 훌쩍 넘긴 신청자가 몰리며 성공리에 모집을 마감했다. 신청자가 500명 증가할 때마다 서유리의 화보를 공개하기로 한 첫 번째 이벤트 ‘왕의 여인을 벗겨내라!’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CBT오픈 첫날부터 비공개 화보 일부가 공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진왕은 CBT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왕의 펫을 소유하라!’ 이벤트는 정해진 레벨을 달성하는 유저에게 진왕의 모델인 김민교(레벨30)와 서유리 펫(레벨40)을 무료로 증정한다. 김민교 펫과 서유리 ‘천사’ 펫은 김민교와 서유리가 직접 캐릭터 목소리를 녹음했다. 펫을 소개하는 영상은 게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아이템증정, 미션이벤트, 버그퇴치 이벤트, 리뷰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와 경품이 마련되어 있어 게임 마니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무림액션 MMORPG인 진왕은 삼국지 영웅이 NPC와 펫으로 등장하며, 던전, BOSS전 등 매일 진행되는 다양한 이벤트 활동을 통해 쉽고 빠르게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시간 대규모 국가전과 문파전, 서버 대항전 등 다양한 전투 콘텐츠를 통해 고레벨 성장 이후에도 지속적인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세한 정보는 진왕 공식 홈페이지(http://zw.noteplay.co.kr)에서 알아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상을 묻는 아이에게 꼭 해주고픈 이야기, 삼국지”

    “세상을 묻는 아이에게 꼭 해주고픈 이야기, 삼국지”

    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읜 소년은 혼자서 남자로 자라는 법을 배워야 했다. 아버지의 부재로 비틀대던 소년을 잡아 준 것은 스포츠 만화와 히어로(영웅) 만화였다. 우정과 사랑, 도전과 승리의 드라마인 스포츠 만화와 정의의 화신인 히어로 만화를 통해 남자로 성장할 수 있었고, 조금씩 세상을 알게 됐다. 어느덧 중년이 된 소년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또 아들이 아버지에게 세상에 대해 묻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만화가 이현세(60)가 찾은 답은 ‘삼국지’였다. 1960년대 골목을 뛰어다니며 깨우쳤던 정의와 믿음, 우정 같은 덕목을 삼국지의 영웅들만큼 생동감 있게 보여 줄 작품은 없었다. 2010년 가을부터 시작해 꼬박 3년을 쏟아부어 어린이용 ‘만화 삼국지’(녹색지팡이)를 완성했다. 어디에 연재하거나 한두 권씩 순차적으로 내거나 하지 않고 한 번에 10권 전집으로 출간했다.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보통은 단행본을 먼저 내서 반응을 보는데 출판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모험을 한 셈”이라며 웃었다. 숱하게 많은 ‘삼국지’ 틈에서 ‘이현세표 삼국지’의 차별점이 궁금했다. “대의명분 등의 주제 의식이나 책략보다는 개개인의 인물 분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자룡은 왜 한 번도 배신하지 않는지, 반대로 여포는 왜 매번 배신하는지 그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어요. 영웅과 패자의 우열을 가리지 않고, 그들 각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그는 “방대한 원작을 10권에 모두 담아내느라 사건을 요약하는 내레이션을 삽입하고, 전경 컷과 세부 컷을 겹쳐서 연출하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했다. 아이들의 어휘력 향상을 위해 글맛을 살리는 데도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지 골목에서 뛰어놀지 않잖아요. 개인적이고 고립된 세계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 몸속에 있는 야성의 DNA를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 멀리 내다보고, 서로 협력하는 인간관계의 진짜 모습을 알아 가는 데 삼국지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대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고전소설 낭독하는 이 시대 ‘마지막 전기수’ 정규헌 선생

    [김문이 만난사람] 고전소설 낭독하는 이 시대 ‘마지막 전기수’ 정규헌 선생

    전기수를 아시나요? 예나 지금이나 ‘이야기’(스토리 텔링)는 흥미롭기 마련이다. 조선후기 때 전기수(傳奇·기이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노인)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고전소설을 낭독해주는 일을 했다. 단순히 책을 보고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 가락을 붙여 마치 시를 읊으며 1인극을 하듯이 소설을 낭독했다. 때문에 대부분 머릿속에 외워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과 말투를 실감 나게 흉내 냈다. 그러다 보면 하하 웃는 사람, 훌쩍훌쩍 우는 사람이 생겨났고 그들은 다음 편을 손꼽아 기다렸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심청전’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 고전소설이 많이 등장했으며 아울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런 소설을 읽고 싶어했다. 하지만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자들이 많았던 터라 이들을 위해 소설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것. 김홍도의 풍속화에도 시골 사랑방에서 책을 읽어주는 광경이 등장할 만큼 전기수는 서민사회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전해진다. 당시 전기수는 직업적으로 돈을 받느냐 안 받느냐에 따라 강담사(講談師) 또는 강독사(講讀師) 등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전기수는 대부분 사라졌다. 그런데 딱 한 사람이 있다.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하고 문명화된 사회에서 우리의 전통 전기수의 맥을 유일하게 잇는 정규헌(77) 선생. 말 그대로 이 시대의 마지막 전기수인 셈이다. 28일 오전 서울도서관(서울시청 자리)에서 모처럼 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앞선 지난 22일 충남 계룡시의 자택에서 정 선생을 만났다. 그는 집에 소중히 간직해 온 고전소설을 여러 권 꺼내 펼친다. ‘사씨남정기’ 등 김만중의 소설을 비롯해 ‘춘향전’ ‘심청전’ ‘옥루몽’, 그리고 1930년대 나온 ‘삼국지’도 있었다. 대부분 표지와 속지 등은 세월만큼이나 색이 바랬다. 그의 집에는 이 같은 고전들이 30권 정도 보관돼 있다. “1960년대에는 이런 책들을 육전소설이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당시 쌀 한 되가 3전이었는데 6전을 주고 책을 사서 읽는 소설이란 뜻에서 그랬지요. 일부에서는 딱지본(딱지치기할 때 사용한다는 뜻)이라고도 했는데 그건 정석이 아닙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딱지본이라고 하면 안 되지요.” 그가 고전소설을 얼마나 애지중지 여기는지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정 선생의 앞에 놓인 고전소설은 대부분 한글로 쓰였으되 띄어쓰기가 전혀 안 된 것이어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어떻게 이 책으로 줄줄이 읽어 나갈까. 그러자 “지금은 나이가 들어 그러지 못하지만 한창 젊었을 때는 100권 정도는 달달 외웠다”고 말한다. 잠시 시연을 부탁했다. “자, ‘심청전’ 중간 부분에 나오는 대목이여.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팔려나가는 날 아침 선인(뱃사공)들이 도착해 심청이를 데려가려고 하는 장면이지. 심청이가 읊는다. ‘여보시오 선인네들, 오늘 행선(배가 나간다는 뜻)하는 줄은 내가 이미 알거니와 부친이 알지 못하오니, 잠깐 지체하옵시면 불쌍하신 우리 부친 진짓상을 올려 잡수신 후에 말씀 여쭙고 떠나리다’, 선인들이 불쌍하고 가엽게 여겨 ‘그리하오’ 허락하니 심청이 들어와서 눈물 섞인 밥을 지어 진짓상을 올려,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부친 귀에 들리지 않게 속으로 흐느끼며~.’ 고저장단이 있어 얼핏 창(唱) 같기도 하고 이야기 전개의 자세한 상황과 감정 묘사가 있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도 하다. 그 옛날, 글을 모르던 마을 사람들이 모여 흥미진진하게 들었음직한 광경 또한 어렴풋이 그려진다. 이에 대해 그는 “얘기책을 읽는 데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법, 즉 사연에 가락을 붙여 읽었다. 이렇게 하면 음악을 즐기며 내용을 감상하고 듣는 사람에게 더욱 흥취를 돋우고 실감 나게 했다”면서 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문화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이나 고전소설을 읽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한 마을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 한두 명만 있어도 그들이 책을 읽어줌으로써 비록 글을 모르는 사람도 지식을 쌓고 인성을 갖추고 지혜를 터득할 수 있었지요.” 당시 소설은 대부분 양서(良書)로 사필귀정, 고진감래의 철학을 담고 있어 올바른 삶을 살면 나중에 반드시 영화(榮華)가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해줬다고 그는 말한다. 고전소설을 읽는 시기는 추수를 끝낸 농한기로 마을 사랑방에 모여 읽었으며 내용에 심취해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많았다면서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밤이 깊어지면 제사를 모신 집에서 제삿밥을 갖다주고 사랑방 주인은 고구마를 삶아 주고 그것도 모자라면 동치미라도 꺼내 먹으며 따뜻한 정과 훈훈한 인심으로 날을 밝혔다. 또한 심청이가 아버지의 만수무강을 빌며 인당수에 뛰어드는 대목에서는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의 지혜로 조조 군사를 쳐부술 때에는 통쾌하게 손뼉을 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랑방을 빌려준 주인은 방 안 가득히 앉아 있는 소설책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대·소변을 얻고자 하는 속셈(?)도 있었다. 왜냐하면 비료가 귀했기 때문이다. “한 마을에서 사나흘 머물다가 다른 마을로 가는 경우도 많았지요.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때라 이 마을 저 마을 소식도 전해주고 때로는 중매까지 서주면서 후한 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정월 초에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토정비결을 읽어줬는데 서로 붙잡아 놓지 않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책을 읽게 됐을까. 고전소설 강독은 그의 부친한테 전수받았다. 부친은 충남 청양에서 주로 활동했다. 당시 고전소설 강독을 하는 사람들이 집에 자주 찾아올 만큼 부친의 활동 범위는 넓었다. 일주일에서 열흘 이상 외지로 돌아다니는 날이 많았다. 강독의 대가로 받은 것은 약간의 용돈과 명주옷 등이었다. 부친은 일흔 살까지 활동했다. 부친이 주로 읽었던 작품은 ‘삼국지’와 ‘유충렬전’ 같은 군담류였고 ‘은방울전’ 등 생소한 소설을 자주 선택해서 읽었다고 회고한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정 선생은 8살 때 부친한테 한글을 터득하고 고전소설을 읽는 법을 몰래 배웠다. 일제강점기여서 한글을 배우는 것을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밖에 나가서는 절대 비밀로 했다. 9살이 되자 하루는 부친이 고전소설 한 권을 주면서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 재미가 그만이었다. 11살 때 광복이 되자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고 동네 마을 어른들한테 불려가 책 읽는 실력을 발휘했다. 이를 대견스럽게 여긴 부친은 틈틈이 강독의 가락에 대해 지적을 해주기도 했다. “제가 책 읽는 법을 배우게 된 건 이야기 책을 아주 잘 읽으셨던 선친 덕분이었습니다. 아버님이 안 계실 때는 이따금 혼자서 읽어 보고 어머님 앞에서도 읽어 보았으며 이 소문이 차차 동네에 알려지면서 어머님 친구분들에게도 읽어 드리고 동네 사랑방에 가서 어른들에게 읽어 드리기도 했습니다. 칭찬하시는 소리에 무릎이 아픈 줄 모르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그의 행동반경은 더욱 넓어졌다. 10리 밖 마을에서도 초청받을 만큼 그의 이름이 알려졌다. 게다가 11살 때 터득한 토정비결로 여러 동네 아줌마들한테 인기가 ‘짱’이었다. 지금은 TV나 라디오 등 볼거리와 들을거리들이 많지만 그 당시에는 이야기 책이 아니면 전혀 세상만사를 알 수 없을 때였다. 그런 까닭에 어려서부터 귀둥이 대우를 받으며 신명 나게 책을 읽었다고 술회한다. 세월이 좀 지나자 마을마다 스피커가 설치되면서 스피커를 통해 책을 읽어 주기도 했다. 그는 책 읽는 것만으로는 생활이 안 돼 29살 때 대전에서 종이 만드는 일을 하면서 잠시 책 읽는 일을 멈춘다. 55살 되던 해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책 읽는 일을 시작했다. 헌 책방을 돌아다니며 고전을 뒤졌고 여러 곳에서 초청을 받아 1인극에 출연했다. 대학에서 주최하는 세미나 등에 가서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1997년과 2003년 공주 민속극 박물관에서 주최한 아시아 1인극 대회에 초청받아 30분씩 강독을 하며 진가를 발휘해 주목을 끌었다. “고전낭독은 판소리의 어머니요, 아버지입니다. 판소리 무형문화재는 여러 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전기수)은 인정을 잘 안 해줍니다. 원래 동네마다 책 읽는 사람이 다 있었는데 이젠 아무도 없어요.” 5년 전쯤 전북 임실에 고전소설을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지만 이미 작고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웠다. 이제 유일하게 혼자 남은 그는 지나온 세월을 돌이키면서 “후세에 전해주려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아무런 욕심 없이 양심껏 책을 읽었다”면서 지금이라도 후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면서 이렇게 호소한다. “요즘에는 눈과 귀를 황홀하게 현혹하는 기상천외한 오락물들이 많아 이 소중한 문화를 전수받고자 희망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회 지식인이나 관계 당국의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남을 위해 음악적으로 글을 읽는 세계 유일한 이 문화가 끊기게 될까봐 애석할 따름입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정규헌 선생은 1936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청양중학교를 졸업했다. 일제 강점기인 8살 때 한글을 몰래 익혔다. 9살 때부터 아버지한테 고전소설 강독을 배웠다. 11살 때 토정비결을 터득했다. 광복이 되면서 고전소설 낭독을 본격적으로 익혔고 13살 때부터 인근 마을 등지에서 책 읽기를 했다. 29살 때 생계유지를 위해 직장을 잡아 책 읽기를 중단했으나 55살 때부터 다시 책 읽기에 나섰다. 1997년과 2003년 공주 민속극 박물관에서 주관한 아시아 1인극 대회에 초청받아 강독공연을 펼쳤다. 이 밖에도 여러 세미나 등에 초청을 받아 고전소설 강독의 문화와 역사성을 강조했다. 2008년 2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9호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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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 위인이 파리를 죽이려 할 때 3 1. 제갈량:파리에게 50명의 군사를 주면서 위나라를 정벌하라고 한다. 패하고 오면 군법에 따라 사형에 처하고 파리를 참수하며 눈물을 흘린다. 누가 왜 우느냐고 물으면 “선제께서 이전에 ‘파리는 겉으로는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실속이 없소, 크게 기용하지 마시오’ 라고 말했다”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2. 황충:한 화살로 파리의 가슴팍을 꿰뚫는다. ●난센스 퀴즈 ▶일본의 쩨쩨한 구두쇠 이름은? 겐자히 아끼네. ▶가장 오래된 망고는? 할망고. ▶파리 중에서 가장 무거운 파리는? 돌파리. ▶쥐 중에 가장 멋진 쥐는? 간쥐. ▶암탉은 어느 집에서 시집왔을까? 꼬꼬댁. ▶장사를 가장 잘하는 고양이는? 슈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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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 위인이 파리를 죽이려 할 때 2 1. 조조:파리를 발견하는 즉시 바로 침상 위에 누워 자는 척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뽑아들고는 파리에게 ‘내가 파리를 배반할지언정 파리가 날 배반하게 하지는 않겠다’라고 외치며 단칼에 목을 벤다. 그리고는 또 잠에 든다. 나중에 누군가 와서 그 일을 고하면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으며 장례를 치러주라고 명한다. 2. 동탁:먼저 부하들을 시켜서 파리의 눈알과 안면을 도려내도록 한다. 3. 방덕:파리를 죽이기에 앞서서 관을 짠다. 누가 그 까닭을 물으면 그는 ‘내가 죽으면 내가 이 관에 들어갈 것이오, 파리가 죽으면 파리가 들어갈 것이오’라고 멋지게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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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 위인이 파리를 죽이려 할 때 1 1. 유비:파리를 죽이라 하면 “내 어찌 파리의 목숨을 취해 부귀영화를 얻겠느냐”며 눈물을 흘리면서 거절한다. 2. 하진:각지에 격문을 보내 제후들을 불러 모아 파리를 사로잡는다. 그래도 파리가 죽지 않을 때는 부하들에게 파리를 건강식품이라고 선전하도록 시킨다. 3. 장비:아름드리 버드나무에 파리를 굵은 동아줄로 묶어 놓은 다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심하게 매질하여 죽인다. 4. 여포:먼저 파리에게 양자로 삼아줄 것을 간청한다. 그러고는 때를 봐서 파리를 배반하고 그의 목을 벤다. 5. 헌제:힘 좋은 장수의 딸을 황후로 삼고는 그 아비에게 애걸하면서 파리를 죽여 달라고 한다.
  • [씨줄날줄] 드라마와 역사적 진실/손성진 수석논설위원

    드라마나 영화, 소설은 사실이 아닌 허구(fiction)의 창작물이다. 그런데 사극이나 역사소설은 허구에 사실(역사)을 접목시키다 보니 실체적 진실과 충돌할 요소를 늘 품고 있다. 역사소설의 경우 우리는 실제 역사와 얼마나 다른지 크게 따지지 않는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나 홍명희의 ‘임꺽정전’을 그저 재미있게 읽을 뿐이지 소설 속의 내용이 실제로 있었는지 신경을 쓰지 않듯이 말이다. 사실 삼국지 내용 중 역사와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을 열거하면 책 한 권으로 모자란다고 한다. 초선이나 이유와 같은 다수의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가공의 인물이다. 그러나 역사 드라마, 즉 사극에서는 좀 다른 것 같다. 작가는 되도록 사실에 충실하려고 애쓰지만 역사서의 기술만으로는 우선 드라마 분량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작은 역사적 사실에 살을 붙이고 더러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내용을 비틀기도 한다. 작가 신봉승씨는 고증을 거친다고 해도 사건이나 인물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역사학자의 입장에서는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 10여년 전 역사평론가 이덕일씨는 한 방송사의 사극 ‘왕과 비’의 작가 정하연씨와 맞붙었다. 세조의 계유정난과 사육신을 왜곡했다는 주장이었다. 작가로서는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싶었을 게다. 근래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가 등장하면서 왜곡 논란이 더욱 잦아졌다. 장희빈을 다룬 한 방송사의 사극 ‘장옥정’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왕이 자신을 ‘과인’이 아닌 ‘짐’이라고 호칭한 것, 죽은 뒤에 붙여졌던 인현왕후 같은 ‘시호’를 산 사람에게 사용한 점 등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특히 장희빈이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모습은 아무리 퓨전 사극이라 해도 너무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사극보다 더 사실에 충실하게 제작하는 분야가 다큐멘터리 영화나 드라마다. 사실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을 포함한 다큐멘터리는 소송전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한 대학교수의 이른바 ‘석궁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었다. 부러진 화살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 천안함 폭침 사건을 다룬 다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제작했는데 유족과 장교들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정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침몰의 원인을 좌초와 충돌로 몰고 갔다는 게 원고들의 주장이다. 표현의 자유와 사실 왜곡의 주장 사이에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이문열의 ‘삼국지’ 전자책으로

    소설가 이문열이 평역한 ‘삼국지’가 출간 25주년을 맞아 전자책으로 출간됐다. ‘삼국지’는 출간 이후 1800만부가 팔리며 한국 출판 사상 최대 베스트셀러가 됐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쉬운 우리 말로 옮기고 주요 장면에 대한 평문을 달아 큰 인기를 누렸다. 전자책 가격은 각권 6300원, 10권 세트 6만 3000원이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에서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 있다. 민음사는 작가가 평역한 ‘수호지’와 ‘초한지’를 비롯, ‘사람의 아들’과 ‘황제를 위하여’ 등 작가의 전작을 전자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 [열린세상] 중국과의 관계개선의 득과 위험/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과의 관계개선의 득과 위험/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삼국지를 보면 제갈공명이 관우에게 형주 땅을 맡기면서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형주와 맞닿아 있는 두 나라인 위(魏)나라와 오(吳)나라를 대함에 있어 오나라와는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위나라와는 대립적인 관계로 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우는 이런 제갈공명의 말을 무시하고 위나라와 오나라를 동시에 적대시하다가 결국 형주 땅도 빼앗기고 자신도 목숨을 잃게 된다. 개인의 인생이나 조직의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누구와 친하고 누구와 대립하느냐이다. 이를 제대로 파악했다는 점에서 제갈공명의 진정한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며 미국과 더불어 주요2개국(G2)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을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여 양국 우호 증진에 크게 기여한 것은 정말로 의미 있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관우가 위나라·오나라와 모두 적대 관계를 만든 것에 비하면, 현재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고 있으니 정치·경제적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결방법을 전혀 찾지 못했던 대북관계도 이제는 희망이 보인다고 할 수 있고, 미국에 이어 중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듯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우리의 미래에 정말 중요한 대사건이지만, 한편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이번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의 합치를 볼 수 있어서 양대국 간의 외교관계가 좋아졌다는 사실이 엄연히 존재한다. 문제는 차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물론 가장 간단하고, 어찌 보면 안전한 방법은 한쪽으로 확실하게 편을 드는 것이다. 그러면 고민할 일도 없고 오해를 살 것도 없다. 사실 이렇게 확실하게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외교 전략이었고, 지난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런 외교 전략을 통하여 우리는 큰 이득을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간단하고 확실한 외교 전략을 벗어나 미국과 중국 양쪽과 우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훨씬 복잡하고 위험한 외교 전략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두 마리 모두 놓치는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기뻐할 상황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더욱 복잡하고 조심스러운 외교 상황을 다루어야 한다는 경계심과 부담감부터 느껴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정부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주지하고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둘째, 다수의 강대국과 친교가 맺어지면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구한말에도 근대화 추진에 갈 길이 바빴던 우리 정부가 친청파, 친러파, 친일파 등으로 나뉘어져 싸우다가 결국 멸망했던 경험이 있다. 이는 물론 아주 극단적인 상황의 예이지만, 가까운 장래에 우리 국민들도 친미국과 친중국으로 의견이 나뉘어 대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내가 잘 아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미국과의 FTA를 반대하던 경제학자가 중국과의 FTA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경우도 많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이라는 경제학자들도 미국에 더 호감을 느끼는 쪽과 중국에 더 호감을 느끼는 쪽에 따라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국가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국내에 친미파와 친중파가 있어서 둘이 서로 잘 협력하여 각자 미국과 중국과의 외교에 노력한다면 국익은 크게 신장될 것이다. 문제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집단들이 국익이라는 큰 대의명분을 위해 일하지 않고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는 경우가 생기기 쉽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우리에게는 큰 기회이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조심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큰 기회는 큰 위기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 朴대통령 中칭화대 연설 전문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방중 사흘째인 29일 베이징(北京)의 명문 칭화대(淸華大)를 찾아 ‘새로운 20년을 여는 한중 신뢰의 여정’을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다음은 연설 전문.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천지닝(陳吉寧) 총장님과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칭화대 학생 여러분, 오늘 중국의 명문 칭화대학의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칭화대 학생 여러분을 보니, 곡식을 심으면 일년 후에 수확을 하고, 나무를 심으면 십년 후에 결실을 맺지만, 사람을 기르면 백년 후가 든든하다는 중국고전 관자(管子)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이곳 칭화대의 교훈이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교훈처럼 쉬지 않고 정진에 힘쓰고, 덕성을 함양한 결과 시진핑 주석을 비롯하여 수많은 정치지도자들을 배출했고, 중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생각과 열정이 중국의 밝은 내일을 열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한국과 중국이 열어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 한국과 중국은 수천 년의 역사를 함께 해오면서 다양한 문물과 사상을 교류해왔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공유하는 것이 많고, 문화적으로도 통하는 데가 많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1992년에 수교한 지 약 2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호협력의 발전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교역액은 무려 40배나 늘었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비행기와 선박이 하루에 백편이 넘습니다. 양국 공히 약 6만명의 학생들이 서로 유학을 하고 있는데, 이곳 칭화대에도 1천400여명의 한국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 국민들은 어려서부터 삼국지와 수호지, 초한지 같은 고전을 책이나 만화를 통해서 접해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중국에 관광 오게 되면, 마치 잘 아는 곳에 온 것처럼 친근감을 느끼곤 합니다. 저도 오래전에 소주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 항주가 있다는 말이 정말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이곳저곳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든가, 관포지교(管鮑之交), 삼고초려(三顧草廬)같은 중국 고사성어들은 한국 사람들도 일반 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입니다. 저는 양국이 불과 20년 만에 이렇게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렇게 문화적인 인연이 뿌리 깊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감대야말로 정말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어제 저녁 저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우정의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의 K-POP 가수들과 중국의 대중가수들이 함께 공연을 했는데, 양국 젊은이들이 문화로 하나가 되는 현장을 보면서 참 반가웠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중국 선현들의 책과 글을 많이 읽었고, 중국 노래도 좋아하는데, 이렇게 문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마음으로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 저는 한중 관계가 이제 더욱 성숙하고, 내실있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이 국민의 신뢰인데, 저는 외교 역시 ‘신뢰외교’를 기조로 삼고 있습니다. 국가 간의 관계도 국민들 간의 신뢰와 지도자들 간의 신뢰가 두터워진다면 더욱 긴밀해질 것입니다. 저와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05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저장성 당 서기였던 시 주석과 만나‘새마을 운동과 신농촌 운동’을 비롯해서 다양한 양국 현안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시주석과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대화와 협력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20년의 성공적 한중관계를 넘어 새로운 20년을 여는 신뢰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틀 전 제가 시 주석과 함께 채택한 ‘한중미래비전 공동성명’은 이러한 여정을 위한 청사진이자 로드맵입니다. 현재 두 나라 정부는 무역자유화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양국 경제관계는 더욱 성숙한 단계로 발전할 것이고, 새로운 경제도약을 이뤄가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동북아의 공동번영과 역내 경제통합을 위한 견인차가 될 것입니다. 또한, 기후변화와 환경 등 글로벌 상생을 위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벌써 우리 젊은이들은 자발적인 협력사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예로, ‘한중 미래숲’이란 민간단체는 양국 젊은이들과 함께 2006년부터 네이멍구 지역 사막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600만 그루를 식수했습니다. 중국 내륙의 사막화를 막아 황사를 줄이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양국의 좋은 협력사례이고, 앞으로 이런 협력 모델을 더욱 확대해 가야 할 것입니다. 양국의 뿌리 깊은 문화적 자산과 역량이 한국에서는 한풍(漢風), 중국에서는 한류(韓流)라는 새로운 문화적 교류로 양국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함께, 아름다운 문화의 꽃을 더 활짝 피워서 인류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생 여러분, 지금 전 세계가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서 아시아 국가들이 다방면에서 서로 협력을 강화해 간다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합니다. 역내 국가 간에 경제적인 상호의존은 확대되는데, 역사와 안보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불신으로 인해 정치, 안보 협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지금 동북아에는 역내 국가간에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고 평화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자적 매커니즘이 없습니다. 중용에 이르기를 ‘군자의 도는 멀리 가고자 하면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 했습니다. 국가 간에도 서로의 신뢰를 키우고, 함께 난관을 헤쳐 가며,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동북아 지역도 역내 국가들이 함께 모여서 기후변화와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안전 문제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연성 이슈부터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점차 정치, 안보분야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신념을 담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를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신뢰의 동반자가 되어‘새로운 동북아’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칭화대 학생 여러분, 저는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와 협력을 가져오려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새로운 한반도’ 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안정되고 풍요로운 아시아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한반도가 제가 그리는 ‘새로운 한반도’의 모습입니다. 저는 한반도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은 남북한이 불신과 대립의 악순환에서 못 벗어나고 있으나, 저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은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계와 교류하고, 국제사회의 투자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핵개발을 하는 북한에 세계 어느 나라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내건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행 노선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변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한국은 북한을 적극 도울 것이고, 동북아 전체가 상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면, 동북 3성 개발을 비롯해서 중국의 번영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문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진 동북아 지역은 풍부한 노동력과 세계 최고의 자본과 기술을 결합하여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지구촌의 성장 엔진’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삶에도 보다 역동적이고 많은 성공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 여러분이 이 원대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칭화인 여러분이 그런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 를 만드는데 동반자가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학생 여러분, 한국과 중국의 강물은 하나의 바다에서 만납니다. 중국의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한국의 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릅니다. 그리고 서해 바다에서 만나 하나가 됩니다. 지금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도아래, ‘중국의 꿈’(中國夢)을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도 국민 행복시대와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한반도라는 한국의 꿈(韓國夢)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국민 행복, 인민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함께 전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나라의 강물이 하나의 바다에서 만나듯이, 중국의 꿈(中國夢)과 한국의 꿈(韓國夢)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이 함께 한다면, 새로운 동북아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함께 꾸는 꿈은 아름답고, 한국과 중국이 함께하는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 젊은 여러분의 삶에는 앞으로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을지 모릅니다. 저에게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의 꿈은 전자공학을 전공해서 나라의 산업역군이 되겠다는 것이었는데, 어머니를 여의면서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고, 아버님을 여의면서 한없는 고통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저는 많은 철학서적과 고전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는 노트에 적어두고 늘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고통을 이겨내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가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글귀 중 하나가 제갈량이 아들에게 보낸 배움과 수신에 관한 글입니다.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 그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헤쳐가면서, 제가 깨우친 게 있다면 인생이란 살고 가면 결국 한줌의 흙이 되고, 100년을 살다가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바르고 진실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시련을 겪더라도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삼아 나아간다면, 결국 절망도 나를 단련시킨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꿈으로 채워 가면서 더 큰 미래,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문교류를 통해서 더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국 “양적완화 끝” 후폭풍… 미리 보는 아시아 ‘경제 삼국지’

    미국 “양적완화 끝” 후폭풍… 미리 보는 아시아 ‘경제 삼국지’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QE3·시중에 자금을 푸는 경기부양책) 종료 일정이 발표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경제를 대표하는 세 나라의 ‘경제 삼국지’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가장 큰 승자는 중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거둬들이기로 한 이유가 실물경제의 회복이고, 이 경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수출 증가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반면 일본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가 불시착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지난 19~21일 3.47%가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도 같은 기간 3.28%가 빠졌다. 그러나 일본 닛케이 평균은 20일 1.7% 하락했다가 이튿날 곧바로 1.7% 상승하는 등 상당한 ‘맷집’을 보여줬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더라도 일본은 엔화를 시장에 계속 풀어 수출 증대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했다. 국가부도위험(CDS) 프리미엄도 한국은 19일 86bp에서 21일 103bp로 17bp 올랐다. 중국은 103bp에서 127bp로 24bp나 뛰었다. 반면 일본은 4bp 상승에 그쳤다. CDS 프리미엄은 낮을수록 좋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한국>일본’ 순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과 외국인 자금 비율 때문에 단기간에는 불안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머잖아 실물경제 회복이란 호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경제의 회복에 따라 수출이 증가하면 지지부진한 국내 경기회복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4개 분기 연속 1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하고,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281억 달러에 이르는 등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국 민간부문의 경기회복세에 따른 양적완화 종료는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 “투자대상국으로서의 한국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이점은 우리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6월 제조업 경기 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가 48.3으로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5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에 그치는 등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각종 지표들은 일제히 파란불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미 달러화 강세로 자연스럽게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전체 경제에서 금융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아 주가 하락에 따른 부담이 작다”면서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의 최대 수혜자가 될 여지가 높아 가장 행복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본은 최근의 시장 충격 속에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안전자산 선호 효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기가 쉬워진다. 엔화는 달러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각국이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본격화하면 저금리를 언제까지나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국채 이자비용 역시 버거운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이 강력한 엔저 정책을 펼쳤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성장 전략’이라는 ‘세번째 화살’을 제대로 쏘지도 못하고 아베노믹스가 종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이 일제히 출구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아베노믹스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시간이 갈수록 일본이 엔저 정책을 고집하기 쉽지 않은 만큼 우리는 이러한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와 이에 따른 정책 변화가 한·중·일 3국에 미칠 파장에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中 윈난성 후타오샤 트레킹 체험… ‘차마고도’를 걷다

    中 윈난성 후타오샤 트레킹 체험… ‘차마고도’를 걷다

    지금 여기는 차마고도(茶馬古道)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갈래의 차마고도 가운데 중국 윈난성(雲南省) 위룽쉐산(玉龍雪山·5596m)과 하바쉐산(哈巴雪山·5396m) 사이의 후타오샤(虎跳峽)로 난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길은 험합니다. 말과 사람이 겨우 지날 만큼 좁습니다. 협곡의 폭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호랑이(虎)가 건너뛸(跳) 수 있었겠지요. 한데 사방을 둘러친 풍경은 몇 마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광대하고 빼어납니다. 풍경에 홀려 자칫 발을 헛디뎠다간 곧장 수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겁니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길인 셈이지요. 차마고도의 후타오샤 구간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족히 이틀은 걸립니다. 이번엔 ‘빵차’를 타고 이동하다 핵심 코스에 내려 트레킹을 즐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단기 속성 코스’ 쯤 될까요. 전 구간을 발품 팔아 걷는 것에 견줄 수야 있겠습니까만, 그 길에서 만난 감동의 깊이 만큼은 결코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후타오샤 트레킹에 나서기 전 몇 가지 알아둘 게 있다. 먼저 삼강병류(三江幷流)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진샤강(沙江)과 란창강(瀾滄江), 누강(怒江) 등 세 개의 물줄기가 26㎞ 거리를 두고 함께 흐르는 것, 혹은 그 지역을 뭉뚱그려 일컫는 말이다. 세 강은 각각 양쯔강과 메콩강, 살윈강의 최상류를 이룬다. 이 가운데 후타오샤를 관통하는 물줄기가 진샤강이다. 겨울엔 옥빛, 여름엔 황톳빛으로 빛깔을 달리한다는 강이다. 진샤강은 남진을 거듭하다, 장강제일만이란 곳에서 180도 회전해 리장으로 흘러들어 간다. 리장 안에서만 614㎞를 굽이친 진샤강은 쓰촨성 등을 거치며 한껏 폭을 넓히는데, 그게 바로 양쯔강이다. 샹그릴라현 후타오샤진에 이른 진샤강은 위룽쉐산과 하바쉐산 사이를 할퀴며 지난다. 바로 이 구간, 그러니까 오래전 한몸이었다가 지각변동으로 떨어진 두 개의 거대한 산이 몸피를 바짝 좁힌 협곡이 후타오샤다. 협곡의 길이는 20㎞ 남짓. 폭은 가장 가까운 곳이 30m 정도다. 진샤강과 설산의 최대 표고차는 3900m에 달한다. 차마고도는 바로 이 후타오샤의 거친 산자락 사이를 지난다. 차마고도는 ‘밑줄 쫙’ 쳐가며 알아두자. 인류 최고(最古)의 교역로로 꼽히는 곳이다. 실크로드 보다 앞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차마고도는 윈난성 등 중국 서남부의 푸얼차(普?茶)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선 ‘평균고도 4000m가 넘는 산자락에 다져진 험준한 길이 5000㎞ 정도 이어진다’고 적고 있다. 이 길을 따라 교역에 나선 상인 조직이 마방이다. 마방들은 차나 말 외에 소금과 약재 등 다양한 물품들을 실어 날랐다. 티베트 불교가 전래된 것도 바로 이 길을 통해서였다. 차마고도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후타오샤의 차마고도는 그 중 하나다. 중국 정부가 민간인의 티베트 입경을 불허하는 상황에서 차마고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중국 서남부의 리장(麗江)은 소수민족의 전시장 같은 곳이다. 궁벽한 소도시에 20여개의 소수민족들이 살아간다. 중국인들조차 소수민족의 삶을 엿보기 위해 리장을 찾는다고 한다. 리장 시내를 벗어나 214번 국도로 갈아탄다. 티베트의 라싸까지 가는 국도다. 오래전 마오쩌둥이 티베트를 점령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가던 길이기도 하다. 낡은 길이 주는 감동은 ‘신작로’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깊이를 가졌다. 길 양 쪽으로 줄곧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흐른다. 황톳빛 진샤강 위에 세워진 경홍교(景虹橋)를 건너면 샹그릴라다. 티베트 말로 ‘내 마음 속의 해와 달’이란 뜻이란다. 유럽인들에겐 1933년 영국의 제임스 힐턴이 지은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전설의 이상향으로 각인된 곳이다. 샹그릴라는 해발 3300m로 리장(2400m) 보다 고도가 높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리장과 다소 다른 건축 양식 등에서 서역의 향기가 물씬 전해 온다. 후타오샤 트레킹은 최소한 1박 2일은 잡아야 한다. 하지만 후타오샤의 정수만 골라 보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후타오샤진에서 진샤강과 나란히 달리는 로 패스(Low path)를 따라 차를 타고 가다, 하바쉐산 중턱의 중도객잔(2600m)까지 오른 뒤, 차마고도와 합류해 관음폭포까지 다녀오는 식이다. 이때 동원되는 탈 것이 ‘빵차’다. 식빵처럼 통통한 형태를 한 승합차다. 생긴 건 볼품없지만 차마고도 트레킹에선 조랑말 만큼이나 유용하다. 차마고도를 에워싼 산은 거대하다. 그에 견줘 사람과 길은 턱없이 작다. 사진으로는 도무지 표현이 되질 않는다. 그러니 그저 실핏줄 같은 저 길 위로 사람과 말이 걷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박석이 깔려 있지 않은 길은 바닥이 깊이 파였다. 흙길이라고는 하나, 단단하기가 포장도로에 견줄 만한데도 길 가운데가 움푹 파인 거다. 얼마나 많은 말과 사람들이 밟고 지났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몸 돌릴 틈 없는 좁은 벼랑길에서 마방끼리 마주치면 어떻게 될까. 가이드 김성철씨는 “마방을 이끄는 우두머리 ‘마고토’끼리 협상을 벌여 적은 규모의 대상이 싣고 온 짐과 말을 모두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고 했다. 물론 물건값은 온전하게 보전해준다.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오도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지 싶다. 오가며 마주하는 위룽쉐산과 하바쉐산은 높고 또 깊다. 웅혼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는다. 그 험준한 산에서도 생명이 자란다. 키 작은 관목들이 진회색 산자락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거인이 짧은 초록빛 비단 치마를 걸친 듯, 어색한 몰골이다. 하지만 그 치열한 생명력은 경외롭기까지 하다. 주민들의 삶도 산자락을 따라 팍팍하게 이어진다. 급경사의 산자락에 계단식 밭을 일궈놓았다. 염전 형태의 광물 채집 시설도 이채롭다. 설산 위쪽의 광산에서 배출된 물을 가둔 뒤, 물에 함유된 미세한 광물을 걸러내는 설비다. 현지 가이드는 “허술한 시설로도 해마다 2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둔다”고 했다. ‘짭짤’한 수준을 넘어 화수분에 가깝다. 차마고도의 풍경이야 어디서나 가슴 벅차지만, 마지막 산굽이에서 마주한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왼쪽으로 관음폭포가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고, 수십길 아래로는 장선생객잔 등이 모래알처럼 흩뿌려져 있다. 그 사이로 진샤강이 황톳빛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져 간다. 멀리서는 실핏줄 같았던 관음폭포지만, 바짝 다가서 보면 제법 수량이 풍성하다. 차마고도 버전의 오아시스다. 물은 맑고 차다. 하바쉐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 남짓한 트레킹에 아쉬움도 남을 법하다. 한데 이쯤에서 돌아서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길이 준 울림은 이미 차고도 넘쳤으니 말이다. 윈난을 말할 때 리장(麗江)고성(古城)을 빼놓을 수 없다. 사방가(四方街)에서 방사선 형태로 뻗어 나간 네 갈래 길 위에 1000년을 넘나드는 건축물들이 어깨를 맞댄 채 서 있는 곳. 길바닥엔 오화채색석이 촘촘하게 깔렸고, 위룽쉐산(玉龍雪山)의 만년설 녹은 물이 세 갈래로 마을을 적시며 흘러가는 곳이 바로 ‘동방의 베니스’ 리장고성이다. 해발 2400m의 나시족자치현인 리장은 중국 내에서도 ‘깡촌’으로 통했다. 그러다 1996년 발생한 대지진은 고성의 가치를 한껏 높여 줬다. 인근의 현대식 건물들은 하릴없이 스러졌지만, 고성은 끄떡없이 서 있었던 것. 3000여 채에 달하는 우아한 목조건물들은 서로 맞닿아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연환계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실핏줄 같은 100여개의 골목길로 연결된 건축물은 서로가 버팀목 노릇을 한다. 반면 화재엔 취약하다. 조조의 대군도 제갈공명의 화공 한 방에 케이오되지 않았던가. “고성 앞에 세워진 물레방아 모양의 대수차(大水車) 또한 화재 예방을 기원하는 액막이”라는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길바닥엔 박석이 깔렸다. 수많은 말과 마방들이 오가는 동안 길이 파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근 흑룡담에서 발원한 수로는 세 갈래로 나뉘어 고성 곳곳을 적시며 흘러간다. 리장고성이 ‘동방의 베니스’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성 안에는 약 3만명의 주민이 산다. 그중 90%가 나시(納西)족이다. 나시족은 개구리를 숭상한다. 개구리가 하늘에서 동파교 경전을 가져와 인간에게 전해 줬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시족의 개구리에 대한 친밀감은 전통 복장에서 잘 드러난다. 나시족 여인들마다 등 뒤에 장식물을 메고 다니는데, 이게 꼭 개구리처럼 보인다.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장식물엔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원을 수놓았다. 머리엔 달처럼 둥근 모자를 쓰고 다닌다. 이른바 피성대월(披星戴月)이다. 별을 등에 지고, 머리엔 달을 이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새벽별 보며 집을 나선 뒤 달 뜨는 밤에 돌아올 만큼 오래 일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사와 농사를 전담했던 나시족 여인들의 힘겨운 생활사가 배어 있는 표현인 셈이다. 리장고성은 1200년 전(1700년이란 견해도 있다) 세워진 바이사(白沙)고진(古鎭)과 1000년 역사의 수허(束河)고진, 그리고 800년 된 다옌(大硏)고진을 포괄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리장 시내의 다옌고진을 리장고성이라고 부른다. 세 곳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시간을 내 따로 찾는 게 좋겠다. 리장고성을 기준으로 수허고진은 4㎞, 바이사고진은 10㎞ 정도 떨어져 있다. 규모는 작아도 번다한 관광지가 돼 버린 리장고성보다 한결 옛 정취가 살아 있다. 리장고성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게 위룽쉐산이다. 여태 단 한 차례도 인간에게 정상을 내주지 않은 산이다. 해발고도는 ‘현재’ 5596m다. 한라산을 3개 쌓아 놓은 것과 맞먹는 높이다. 지각활동이 활발해 지금도 높이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산군들의 자태가 기막히다. 은빛의 용이 꿈틀대는 듯하다. ‘옥룡’이란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 산은 거대하다. 5000m 넘는 고봉만 13개, 72개에 이르는 4000m급의 ‘낮은’ 봉우리는 이름조차 없다. 그 안 어딘가에 ‘만년설 녹은 물로 차를 끓여 마시고, 사슴을 타고 다니며, 호랑이로 밭갈이를 하는 사람이 산다’는 전설 속 옥룡제삼국도 있을 게다. 불끈 솟은 산은 리장 어디서나 풍경의 주인이 된다. 위룽쉐산에서 캐낸 오화채색석은 리장고성 등의 길을 포장하는 데 쓰였다고 한다. 산 중턱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다. 승속을 가르는 듯한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면 해발 4506m의 빙천 세계다. 고산 증세로 머리는 어지럽고, 가슴은 답답하다. 예서 4680m의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가야 한다. 후들대는 다리로 마지막 계단을 딛고 서면 웅장한 위룽쉐산의 산군들과 마주할 수 있다. 글 사진 샹그릴라·리장(중국)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 수첩]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리장까지 주 2회(목·일요일) 전세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리장 공항이 생긴 이래 외국계 항공사로는 처음이다. 비행시간은 5시간 정도. 목요일 출발은 4박(기내 1박) 5일, 일요일 출발은 5박 6일 일정이다. 6월 16일까지 1차 운항, 7월 18일~10월 17일 2차 운항한다. 아시아나 전세기를 이용한 관광상품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투어2000, 혜초여행사, 라이브투어 등 다섯 곳에서만 판다. 대부분 리장과 다리(大理), 혹은 리장과 후타오샤 등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리장을 기준으로 후타오샤까지는 100㎞, 버스로 3시간쯤 걸린다. 위룽쉐산은 25㎞로 40분 거리다. 리장고성 수로의 원천인 흑룡담은 리장 시내에 있다. 가뭄으로 물은 바짝 말랐으나 리장 주민들이 성소로 여기는 곳이니 둘러보는 게 좋겠다. ▲위룽쉐산 빙천세계에선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진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50위안(약 9200원)에 방한 점퍼를 빌릴 수 있다. 고산증세를 완화시키는 산소통도 1개 당 50위안이다. ▲후타오샤 트레킹에 이용되는 조랑말은 200~300위안쯤 받는다. 객잔 숙박비는 150 위안선이다.
  • [저자와의 차 한잔] 소설로 읽는 중국사 1·2권 펴낸 조관희 상명대 교수

    [저자와의 차 한잔] 소설로 읽는 중국사 1·2권 펴낸 조관희 상명대 교수

    “중국인들은 ‘삼국지’는 사람을 노회하게 하고, ‘수호전’은 폭력적으로 만든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치가 저평가된 중국소설을 꼽으라면 ‘홍루몽’을 들겠습니다. 읽을 때는 지루하고 어렵지만 두고두고 심오한 사상체계가 떠오르죠. 그게 강점인 책입니다.” 천하의 패권을 다퉜던 항우와 유방. 소설 ‘초한지’를 통해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그런데 정작 중국에선 이런 제목의 소설이 없다. 중국 소설 ‘서한연의’를 ‘통일천하’란 이름으로 국내 일간지에 연재하던 팔봉 김기진이 단행본을 펴내며 ‘초한지’란 이름을 붙였다. ‘삼국지’도 우리와 중국이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고전이다. 우리와 다르게 중국에서는 천서우가 집필한 정사를 일컫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는 역사를 소설 형식을 빌려 기술한 ‘연의’의 일종인 ‘삼국지통속연의’다. 중국인들은 시대를 따지지 않고 ‘연의’에 열광해 왔다. ‘열국지’(춘추전국시대) 이후 진·한·삼국시대, 당·송·명·청을 거쳐 쑨원의 중화민국까지 각 시기를 다룬 ‘연의’ 형태의 소설이 있을 정도다. 오랜 기간 가필이 덧대어져 저자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게 ‘연의’의 특징이다. 상명대에서 중국문학을 가르치는 조관희(54) 교수가 중국소설에 투영된 중국인의 속내와 역사적 흐름을 책으로 풀어 냈다. ‘소설로 읽는 중국사’(돌베개 펴냄) 1~2권에서다. 열국지·초한지·삼국지·서유기·수호전·금병매·유림외사·홍루몽 등 고전을 빌려 당대 사회 구석구석의 면모를 두루 끄집어 냈다. “명나라 때 쓰여졌지만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서유기’에선 당나라의 개방성이 드러납니다. 손오공으로 상징되는 도교와 삼장법사로 알려진 불교가 혼재해 있어요. 당시 수도인 장안에는 유교, 불교 말고도 기독교 일파인 경교까지 온갖 종교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조 교수는 “유명한 청대 학자인 장쉐청은 소설 삼국지를 놓고 7할은 사실, 3할은 허구라고 이야기 했다”며 “어차피 역사의 객관적 서술은 불가능하기에 중국인들은 역사와 문학작품을 결합한 ‘사전문학’ 형태를 즐겼고, 사실과 허구를 굳이 따지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1권에서는 고전들을 소개했고, 2권에서는 근현대 문학작품들을 동원했다. 모두 25편 가량이다. 아큐정전, 부용진, 청춘의 노래 등은 현대 중국인의 슬픈 자화상과 역사의 아이러니를 조명했다. 문화대혁명의 상처를 다룬 루신화의 ‘상흔’, 덩샤오핑 체제의 반작용을 담은 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 등이다. 그는 국내 출판계의 상술이 멀쩡한 고전을 망쳐 놨다는 신랄한 지적도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삼국지의 인기는 중국에서보다 더 높아요. 초한지처럼 단순하지도, 열국지처럼 복잡하지도 않은 삼각구도가 인기 비결이죠. 삼국지는 고문이지 구어로 전해져온 백화소설이 아닌데, 국내에서 개인·정치적 성향으로 윤문된 삼국지들(140여종)은 솔직히 화가 나서 못 읽겠습니다.” 번역팀을 꾸려 이전의 번안을 참고해 유명 작가의 이름만 얹는 식의 출판 풍토를 몇 번이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정원기의 ‘정역 삼국지’(2008)가 원문에 가장 충실한 책이라고 꼽았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중국 고전의 독서감상법도 친절히 제시했다. 예컨대 명대의 도덕적 붕괴를 엿볼 수 있는 ‘금병매’. 그는 “적나라한 중국어 의성어 표현만 띄엄띄엄 따로 읽지 말고 제대로 통독해야 진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상하이, 베이징 정도만 둘러본 뒤 중국을 안다고 말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미국에선 북부와 남부 소도시의 맥도널드 햄버거 맛이 같지만 중국에선 가는 곳마다 우육면 맛이 제각각이란다. 그가 정의하는 중국은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삶 속에 병존해 흐르는 묘한 공간”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7개월째 엔저에 中 성장둔화 ‘새 복병’… 韓, 출구가 안 보인다

    7개월째 엔저에 中 성장둔화 ‘새 복병’… 韓, 출구가 안 보인다

    일본의 초강력 ‘엔저(円低) 공습’으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중국의 성장 둔화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한층 더 끌어내릴 복병으로 등장했다. 일본의 상승세와 중국의 하락세가 양쪽에서 동시에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주며 ‘한·중·일 경제 삼국지’를 새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4년 7개월 만에 엔 환율이 달러당 102엔을 넘어서는 등 선진국이 용인한 엔저는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올해 중국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평균 8.0%에서 7.8%로 하향조정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5일 보도하기도 했다. 7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엔저 정책은 우리 경제 곳곳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해 9월 자산매입 기금을 10조엔 증액하는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내놓으며 엔저 공세를 시작했다. 산업통계 제공 회사인 CEIC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1분기까지 일본 기업의 달러 표시 수출품 단가는 평균 5.0% 인하된 것으로 집계했다. 품목별로 철강(1차) -10.6%, 화학 -9.8%, 섬유 -9.2%, 전기·전자제품 -8.2%, 일반기계·자동차 -3.0% 등의 단가 인하가 이뤄졌다. 올 들어 달러 강세로 한국 수출품의 달러 표시 단가도 하락했지만 5개월간 인하율은 고작 0.5%에 불과했다. 결국 세계시장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한 셈이다. 원·엔 환율이 1% 떨어지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0.18%씩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중·일 3국의 경제관계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샌드위치론’이 지금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200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은 달아나고 중국은 쫓아와 한국이 이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하며 위기의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던 이 회장이 지난해 초에는 “일본은 힘 빠지고 중국은 멀었다”며 샌드위치론의 폐기를 선언했다. 일본의 장기불황과 지식·소프트웨어 산업을 통한 대중국 기술우위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또다시 ‘샌드위치론’이 부각되고 있다. 일본 가전업체들이 엔저를 등에 업고 반격에 나선 데다 중국 업체들도 기술력을 키워 추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과 중국의 경제 기조에 따라 한국의 성장률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는 이유는 샌드위치 이론으로 설명하기엔 복잡해진 3국의 경제 연관성 때문이다. 일본 엔저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듯 중국의 성장 둔화도 국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한국으로서는 ‘설상가상’인 셈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1992년 3.5%에서 2011년 24.1%로 증가했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가공돼 다시 수출되고 있다.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실적은 중국이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실적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경향은 증시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한국 증시는 세계 증시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주요 국가 대부분이 상승했지만 코스피만 하락한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상하이 증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유럽·일본 증시와 다르게 한국 증시가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과는 닮은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성장 둔화 조짐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중국의 고정투자 전년비 누적 증가율은 20.6%로 3월(20.9%)보다 0.3% 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까지 누적 산업생산 증가율도 9.4%로 3월(9.5%)보다 0.1% 포인트 하락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수요 부족으로 중국의 수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한국의 대중 수출 실적도 덩달아 악화됐다”고 우려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중·일 분업 관계가 최근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경제에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응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피영의 가죽인형 보러 갈까…팝업북 해리포터 만나 볼까

    피영의 가죽인형 보러 갈까…팝업북 해리포터 만나 볼까

    대체 언제쯤 봄이 될까 싶은 날씨더니 마침내 봄이 왔다. 거기다 때는 바야흐로 5월 가정의 달. 가족나들이 삼아 나선 길에 들러볼 만한 전시를 모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60층에 위치한 63스카이아트미술관은 7월 14일까지 ‘포인트 도트’전을 연다. 미술의 기본은 그림이고 그림의 기본은 점인데, 그 점을 중점적으로 다룬 국내외 명작들을 모았다. 컴퓨터 픽셀로 산수화 작업을 하는 황인기 작가, 색점으로 그린 농원 시리즈가 유명한 이대원 작가, 붓질 한 번으로 화면을 꽉 채우는 이우환 작가는 물론, 호박그림으로 유명한 구사마 야요이나 현대 미술의 화제 인물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시리즈 등이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고려대박물관에서 빌려온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와 ‘청풍계도’다. 쌀알 같은 점이란 뜻의 미점(米點)은 원래 중국 화가들이 구름이나 안개를 묘사할 때 쓰던 기법인데, 겸재는 미점 기법을 손에 익힌 뒤 그걸 나무나 숲을 그리는 기법으로 바꾸었다. 그 기법상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술관이 전망대와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요금은 성인 기준 1만 2000원으로 통합되어 있다. (02)789-5663. 해외 정상들에게만 보여준다는 중국의 전통극 피영(皮影)을 소개하는 ‘피영 - 섀도우 플레이’전이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에서 4일 개막한다. 피영은 말 그대로 가죽 그림자, 그러니까 가죽인형으로 연극을 하고, 그림자로 관람객들이 연극을 보게 되는 무대다. 2000여년의 역사를 지닌 것으로, 원래는 장애인들의 생계수단에 가까웠다. 그러다 점차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고, 이제는 세계 각국 그림자극의 원조로 꼽힌다.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고, 지금도 중국 지도자가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예의를 갖춰 주는 선물 가운데 빠지지 않는 항목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작은 중국국립미술관 소장품인 손오공을 비롯, 삼국지와 서유기 등에 등장하는 가죽인형 45점이다. 전시장에서는 그림자극 자체를 선보이기도 한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성인 1만원. (02)532-4407. 5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세계팝업아트’전은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4~5일 이틀간 팝업북 전문가 브루스 포스터를 불러다 ‘해리 포터 팝업북 만들기’ 실습을 진행한다. 포스터는 해리 포터 팝업북을 실제 제작한 전문가로, 이날 아이들과 함께 실제 팝업북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팝업북이란 책을 펼치면 페이지 안에 접혀 있던 입체 모형이 펼쳐져 나오면서 입체적인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아주 복잡한 것은 예술 수준이란 평가까지 받는다. 성인 1만 2000원. (02)730-4360. 31일까지 경기도 수원 영통구 원천동 삼성테크노파크 수원어린이미술체험관에서는 최배혁 작가의 개인전 ‘봄날의 고양이’전이 열린다. 봄날의 생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그림,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묘사한 작품들이 나온다. 소재가 고양이이고 작가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만큼,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부쩍 늘렸다. 10일까지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매일 2시간씩 ‘봄날의 고양이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네이버 카페(cafe.naver.com/suwonartkids)에서 신청하면 된다. 15일부터 24일까지는 ‘그림책이랑 엄마랑’을 진행한다. 손채수 초암교육예술연구소 대표가 아이들과 그림책을 얼마나 재미있게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강의한다. 역시 네이버 카페에서 신청하면 된다. 무료. (031)211-0343.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LPGA 롯데챔피언십] 역전은 없었다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첫 ‘소녀 삼국지’는 에리야 쭈타누깐(18·태국)의 판정승으로 완결됐다. 21일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코올리나 골프장(파72·6383야드)에서 끝난 롯데챔피언십 4라운드. 에리야는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7개를 뽑아내는 맹타를 휘둘러 6언더파 66타를 쳤다. 1라운드 8언더파 64타의 성적으로 첫날부터 일찌감치 우승권에 포진한 에리야는 둘째날 샷 난조에 빠져 10위권으로 밀려났지만 이튿날 3라운드에서 타수를 회복, 공동 5위로 우승을 향한 도전을 재개한 끝에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의 성적으로 단독 3위에 올랐다. 리젯 살라스(미국)와 연장 끝에 시즌 첫 우승컵을 챙긴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19언더파 269타)에 4타 뒤진 타수. 그러나 에리야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6), 동갑인 한국의 ‘슈퍼 루키’ 김효주(롯데)와 치른 ‘10대 자존심 대결’에서 이긴 건 물론, 태국인 최초의 LPGA 투어 챔피언을 향한 거침없는 행진도 이어나갔다. 한 살 위 친언니 모리야는 이틀 전 컷 탈락했다. 리디아 고 역시 버디 7개를 뽑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타를 줄인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전날보다 순위를 12계단이나 끌어올린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효주는 버디와 보기 4개씩을 맞바꿔 제자리를 걸었지만 리디아 고와 동타를 이뤘다. 김인경(하나금융그룹)과 세계 랭킹 1위 박인비(25)가 나란히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4위에 올랐고, 최나연(26·SK텔레콤)은 2타 뒤진 공동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해외 한국 고서적, 인터넷으로 귀향

    미국, 일본 등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의 고서적이 인터넷을 통해 대거 돌아왔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해외한국학자료센터는 미국 버클리대와 일본 동양문고에 소장된 한국 고전적(古典籍) 자료의 서지 정보를 정리하고 원문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최근 온라인 서비스(kostma.korea.ac.kr/riks)를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해외한국학자료센터는 2008년 11월부터 버클리대와 동양문고가 소장한 한국 고전적 자료에 대한 서지 목록을 작성했다. 주요 자료에 대해서는 원문 이미지를 촬영해 디지털화하고 해제(解題) 작업을 진행해 왔다. 버클리대 소장 한국 고전적 자료 2197종의 서지 정보는 이번에 모두 제공된다. 이 중 국내에서 실물을 찾기 어렵거나 이본(異本)으로서 가치가 높은 자료 1000여종은 원문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서비스하고 있다. 사례로 버클리대 소장 ‘삼봉선생불씨잡변’(三峯先生佛氏雜辯)은 1456년 목판으로 간행된 초간본으로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소장처를 알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이 책을 통해 ‘불씨잡변’이라는 서명이 초간본에는 ‘佛氏雜辨’이 아니라 ‘佛氏雜辯’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문고 소장 필사본 ‘연암집’(燕巖集)은 수록 작품도 관심거리다. 본문 내용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자구(字句) 교정을 지시한 부전(附箋·간단한 의견을 써서 덧붙이는 쪽지)이 책 곳곳에 붙어 있어 ‘연암집’이 수정·보완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동양문고에 소장된 방각본(坊刻本)과 세책본(貰冊本) 서적도 대거 공개된다. 동양문고에 소장된 방각본과 세책본 고전소설로는 ‘홍길동전’, ‘조웅전’, ‘양풍운전’, ‘임장군전’, ‘삼국지’,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등이 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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