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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자서전 쓰기 열풍이다. 자기 삶을 돌아보고 기록해 보는 일은 바람직하다. ‘지(知)의 거인’으로 불리는 저자는 여기에 ‘역사’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역사적 사건을 투영해 개인사를 살펴보란 이야기다. ‘자기 역사 연표’를 비롯해 철저한 취재와 분석법을 담은 글쓰기 방법도 큰 도움이 된다. 309쪽. 1만 7800원.읽거나 말거나(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봄날의책 펴냄)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서평집. 전방위적인 독서 편력을 자랑하는 그가 1967년부터 2002년까지 읽고 감상평을 쓴 책 138권을 다룬다. 춘향전과 삼국지 등도 있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지성으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책에만 집중하는 순수한 ‘애호가’로서 면모가 잘 드러난다. 460쪽. 2만원.헌법의 현장에서(김선수 지음, 오월의봄 펴냄) 대법관 취임 전 변호사를 폐업해 화제가 됐던 김선수 대법관이 그동안 맡은 12개의 헌법재판 변론을 묶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등에 담긴 그의 고군분투기가 생생하다. 신임 대법관이 된 그가 이야기하는 헌법재판소의 한계와 개선 방향은 무엇일까. 392쪽. 1만 8800원.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이소영 지음, 모요사 펴냄) ‘명필은 붓을 안 가린다’고 하는데 그건 뭘 모르는 소리다. 화가들은 당대 최신 도구와 재료를 사용하는 데 누구보다 앞선 ‘얼리어답터’였다. 금속과 암석, 심지어 벌레를 달걀과 기름에 섞어 물감으로 만들어 낸 괴짜들 덕분에 미술도 한 발 나아갔다. 304쪽. 1만 7500원.우리 괴물을 말해요(이유리·정예은 지음, 제철소 펴냄) 드라큘라, 토미에, 기생수, 블러드 차일드, 워킹데드. 만화책,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이다. 우리가 만들어 낸 괴물을 우리는 왜 두려워할까. 인간의 내면이자 시대의 내면이 이들에게 투영됐기 때문 아닐까. 292쪽. 1만 6000원.왜 그러세요, 다들~(전국 중고등학생 89명 지음, 창비교육 펴냄) ‘초췌하고 해쓱해질 때, 표정이 어둡고 지쳐 보일 때…약보다는 축구’. 역시나 어른의 생각과는 다르다.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제작한 1011종의 학급 문집에서 글 94편을 가려 엮었다. 청소년들의 꾸밈없는 생각과 진솔한 마음이 글에 드러난다. 212쪽. 8500원.
  • 삼국지로 풀어내는 법 이야기

    삼국지로 풀어내는 법 이야기

    검사의 삼국지/양중진 지음/티핑포인트/332쪽/1만 5000원법은 도덕 가운데 핵심적인 것을 모아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법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적용에 어리둥절하기 일쑤이다. 법과 현실의 괴리.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은 그 점을 파고들었다. ‘삼국지’를 바탕으로 알고 살아야 할 법을 쉽게 풀어내 흥미롭다. 삼국지라면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며 다양한 인간사의 해법으로 사랑받는 고전이다. ‘법은 쉬워야 한다’는 지론을 그 삼국지 속 43개의 에피소드에 녹여내는 흐름이 독특하다. 대한민국의 법률로 재해석한 삼국지랄까. 책을 읽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삼국지의 모순을 숱하게 만나게 된다. 지금 법 상식과 맞지 않는 에피소드의 연속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1화 ‘도원결의’ 편을 보자. 현행 민법대로라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 사람이 법적인 친족관계를 맺을 방법이 없다. 유비와 장비는 먼저 죽은 관우의 분신처럼 통하는 청룡언월도를 상속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7화 ‘초선과 여포의 결혼’은 어떤가. 현행 민법 규정상 성년(만 19세)이 아니라면 약혼, 혼인을 할 수 없다. 따라서 혼사 당시 만 15세였던 초선은 여포와 법적으로 유효한 결혼을 할 수 없었다. 이 법적 기준을 들이대면 50세였던 유비도 손권의 여동생인 17세 손부인과의 적법한 결혼이 불가능했던 셈이다. 이런 모순 말고도 삼국지의 명장면들을 현재의 트렌드로 짚어내는 센스가 신선하다. 유비가 제갈량을 세 번 찾아가 군사(軍師)로 모셨다는 ‘삼고초려’를 놓고 “스토킹이나 협박에 해당할까”로 푸는가 하면 조조의 의심 때문에 죽게 된 명의 화타와 관련해선 “화타는 의사로서 설명할 의무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책의 특장은 삼국지 명장면에 관련된 사건과 실제 판례를 곁들여 재미와 정보를 버무린 점이다.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가 의미를 더한다. “삼국지 속에서 찾아낸 문제는 결코 어제의 문제가 아니고 오늘과 내일의 문제다. 오늘과 내일의 문제를 넘어서 오늘과 내일을 위한 해답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SoPay, 게임회사 QuHe과 QiLing과 파트너쉽 계약체결

    SoPay, 게임회사 QuHe과 QiLing과 파트너쉽 계약체결

    보안환경 안전에 중점을 둔 ‘SoPay’팀이 중국의 유명 게임 회사 ‘QuHe’와 ‘QiLing’팀과 파트너쉽 계약체결을 발표했다. ‘SoPay’팀은 위의 두 회사와의 단독 파트너쉽을 통해서 게임회사 제휴 업체 40개를 돌파했고, 이용 게이머가 2,000만명으로 확대 되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6일 SoPay App을 런칭한 SoPay는 베이징대 출신과 중국 대기업 출신의 개발팀이 모여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업체에 따르면 ‘SoPay App’은 발표 시점과 동시에 게임 회사들이 편리하게 SoPay 플랫폼을 사용 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하며,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인터넷 결제 인터페이스를 6일 안에 호환이 완료 될 수 있도록 구축되었다고 한다. 또한 SoPay 사용자들는 1초 만에 입금이 가능하고, 수수료가 무료이며 매우 간단하게 채굴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SoPay와 파트너쉽을 체결한 QuHe와 QiLing 회사는 치링 과학 기술에 출품된 인공지능 ‘인형뽑기‘ 게임을 만든 회사로서 인형뽑기 알고리즘을 고안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 내 다운로드 수 5,000만을 초과하며 이미 ’Unity Award 2014‘에서 중국 지역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QiLing 팀은 취허과학기술에서 출품하였고, 실제 삼국지 이야기를 복원시키는 등 놀이 방법에 대한 알고리즘을 고안하여 실력을 인정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 혼자 산다’ 쌈디, 하우스푸어 탈출→새 집 공개 “훈훈 가족애”

    ‘나 혼자 산다’ 쌈디, 하우스푸어 탈출→새 집 공개 “훈훈 가족애”

    ‘나 혼자 산다’가 쌈디의 가족애와 기안84·헨리의 형제애로 금요일 밤을 시원하게 물들였다. 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1부 10.2%(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 2부 11%로 금요일 전체 예능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방송에선 부모님과 함께 사람 냄새나는 일상을 보낸 쌈디와 중국에서도 변함없는 얼간 케미를 자랑하며 애틋한 시간을 보낸 기안84와 헨리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번 방송에서는 이사한 쌈디의 새 집을 방문하기 위해 부산에서 상경한 부모님이 등장했다. 잔소리 폭발하는 어머니와 그에 지지 않으려는 쌈디, 그 사이에서 평화를 유지하려 애쓰는 아버지의 모습은 수 많은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아들의 결혼을 걱정하며 직접 며느리감까지 찍어주는(?) 어머니와 “알아서 하겠다”며 일관하는 쌈디의 극사실적인 티격태격 케미는 공감지수를 폭발시켰다. 그러나 쌈디를 위해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을 손수 준비해 오는가 하면, 그의 랩 가사를 외워 함께 따라 부르는 등 숨길 수 없는 자식 사랑이 깨알 같은 재미를 더했다. 겉으로는 틱틱대지만 누구보다도 쌈디를 아끼고 응원하는 훈훈한 가족애가 돋보였다. 쌈디와 박나래의 묘한 핑크빛 케미도 웃음을 더했다. 쌈디의 아버지는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박나래를 언급하며 호감을 드러냈고, 어머니 역시 “음식을 가정주부보다 더 잘하더라. 엄마도 그런 며느리 봤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스튜디오에 있던 한혜진은 “기안아, 나래가 쌈디한테 간다”며 놀려댔고, 박나래와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기안84도 양보하겠다고 했다. 이날 한복을 입고 있던 박나래는 화면 속 부모님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쌈디는 “그만하소”라고 받아쳐 큰 웃음을 안겼다. 기안84의 중국 여행기도 이어졌다. 기안84는 지난주에 이어 헨리와 중국에서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겼다. 삼국지 덕후인 기안84는 삼국지 테마파크를 찾아 아이처럼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헨리와 함께 전통의상을 입고 충격 여장을 감행, 명불허전 얼간미(美)를 발산해 보는 이들을 박장대소케 했다. 그림 같은 풍경의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두 사람은 유람선에서 짧은 여행을 마무리했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화에선 이들의 남다른 우애를 확인했다. ‘나 혼자 산다’는 매주 금요일 밤 11시 10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나 혼자 산다’ 기안84X헨리, 승마체험+유람선 데이트...제대로 ‘브로맨스’

    ‘나 혼자 산다’ 기안84X헨리, 승마체험+유람선 데이트...제대로 ‘브로맨스’

    ‘나 혼자 산다’ 기안84와 헨리가 로맨틱한 금요 데이트를 즐긴다. 3일 방송되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는 중국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는 기안84와 헨리 이야기가 그려진다. 두 사람은 이날 승마체험부터 유람선까지 풀코스 여행을 즐긴다고 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날 헨리는 테마파크에서 혼자 놀고 있는 기안84 앞에 선물처럼 등장, 함께 추억을 만든다. 특히 테마파크 안 사진관에서 중국 전통의상인 한푸를 입고 공주로 변신해 인증 사진을 찍는다. 이어 눈을 뗄 수 없는 마상무예 삼국지 공연을 관람한 이들은 직접 승마 체험에도 나선다. 영화 촬영으로 승마를 배운 헨리의 능숙함과 반대로 기안84의 어설픈 모습이 큰 웃음을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안84와 헨리는 예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새로운 장소에서 멋진 야경과 함께 선상 데이트를 즐긴다. 오랜만에 만난 만큼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이 큰 두 사람의 애틋한 대화가 이어진다. 기안84는 헨리에게 “헨리야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는 후문. 앞서 기안84는 중국에서 영화 촬영 중인 헨리를 만나기 위해 직접 현지로 날아갔다. 그는 오랜 시간 타지에서 생활해 한국이 그리웠을 헨리에게 무지개 회원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식품들로 조촐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한 끼를 함께하는 등 안방극장을 훈풍으로 물들였다. 한편 기안84와 헨리의 ‘브로맨스’는 이날(3일) 오후 11시 10분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M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정대화의 더 정치] “文, 국회에 손 내밀 때다…밥이 되고 예술이 되는 정치를 위해”

    [정대화의 더 정치] “文, 국회에 손 내밀 때다…밥이 되고 예술이 되는 정치를 위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에는 사람이 밥으로만 살지 않는다는 모범 답안이 준비돼 있다. 그러나 유심론적으로는 정답이지만 유물론적으로는 오답이다. 세상에서 먹고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을까? 사람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모든 선택을 포기하며 자기와 가족의 배고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생을 건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모범 답안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을 때만 정답이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예외일 뿐이다.우리 사회가 근현대사 200년의 질곡에서 벗어났다는 진단에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홍경래 난이나 진주민란이 일어났던 조선 후기의 혼란기가 아니다. 대한제국 말기의 망국적 위기를 맞아 동학전쟁을 벌이고 의병운동을 조직했던 풍전등화의 시기도 아니다. 참혹한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서도 벗어났고 분단과 전쟁의 고통도 일부 세대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전후의 보릿고개도 옛말이 됐다. 그런 우리가 느닷없는 노회찬의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고 원내교섭단체의 대표이고 진보정치의 아이콘이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유명 인사였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직은 이 사건의 황망함과 비통함이 가시지 않아 다른 생각의 겨를이 없지만, 그의 죽음은 많은 과제를 우리에게 남겼다. 소리 없는 아우성. 이 시구가 우리 시대의 현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대변하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옛날 석가모니가 구중궁궐 밖에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목격했던 것처럼 우리는 급속한 근대화가 가져다준 풍요의 그늘에 가려진 수많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듣고 있다. 휴전 6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60만명의 젊은이를 전장으로 내모는 휴전선의 긴장감, 하루가 멀다 않고 터져 나오는 노동전선과 교육전선의 외침, 재벌 대기업에 억눌린 중소기업가들의 고달픔, 최저임금을 둘러싼 저임금 노동자와 배고픈 자영업자들 사이의 갈등. 선진국의 문턱에 선 한강의 기적은 도처에서 아우성을 동반하고 있다.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국회는 인류 역사가 발명한 민주주의의 가장 위대한 제도다. 민의의 전당이자 주권 기관으로 불리는 이 창조적 발명품은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이래로 인류사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군주제, 사법제, 행정관료제, 상비군 등 수많은 근대의 발명품 중에서 국회를 능가하는 아름다운 발명품은 없다. 그러나 이 위대한 발명품도 한국 땅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작동 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다.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로 불린다. 전쟁의 역사가 파멸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타협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류 역사는 전쟁과 타협의 변증법적 관계의 역사다. 한때 사람들은 중국의 삼국지나 서양의 십자군처럼 싸웠다. 그 시절 전쟁은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었지만 근대 이후에는 총칼을 내려놓고 국회에서 말로 승부를 가르는 무기 없는 새로운 전쟁 방식으로 대체됐다. 정치적 상상력이 최고도로 발휘된 성과다. 그러나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돼 버리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이 발명품이 불량 수입품 취급을 받고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도 있고 싸우면서 큰다는 말도 있다. 마음에 새겨야 할 소중한 교훈이다. 그러나 성숙함을 동반하지 못하는 아픔은 고통일 뿐이며 성장을 동반하지 못하는 싸움은 파멸을 부를 뿐이다. 싸우더라도 요령 있게 싸워야 하는데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해서 울리는 종인지 의문스럽다. 혹 목적 없이 싸우는 싸움닭이 돼 버리거나 구경꾼들을 위해 싸우다 죽는 싸움개가 돼 버리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그러나 나는 싸움을 백안시하는 관점에는 결단코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이 신이 아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신의 나라가 아닌 이상 싸움은 불가피하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신들마저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 사이의 싸움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싸우면서도 타협의 여유를 발휘하면서 한 번의 싸움을 또 다른 싸움을 위한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는 지혜는 반드시 필요하다. 죽기 살기로 싸우면 남는 것은 죽음뿐이니까 싸움의 철학과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의 모습은 크게 세 가지 장면으로 오버랩되고 있다. 첫째, 이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무지와 무능과 독단의 폐해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국정 운영의 새로운 모범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공감은 행정부 수준에서만 유효할 뿐 국회와 사법부 영역에서는 여전히 구정권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처음이자 끝이고 사법부는 민주주의 보루라 할 수 있는데, 새 정부의 의지가 삼권의 영역으로까지는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쪽짜리 민주주의라는 말이다.둘째, 예정에 없던 남북 관계와 외치가 국정 운영의 방향타로 작동하면서 정부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반면 내치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기 어려운 정책 집행의 불균형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구조화된 사회문제가 일거에 해결돼야 한다고 성화를 부릴 상황은 아니어서 믿음을 가지고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하겠지만 기다림에는 시한이 있는 법이다. 정부 임기 5년은 별로 길지 않은 시간이고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은 5년보다 더 짧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문재인 정부는 선거로 탄생했지만, 구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촛불이다. 헌법에도 선거법에도 없는 촛불혁명이 이 정부의 모태라는 사실을 다시금 재확인하고 이 원리가 국정 운영에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것처럼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을 중심에 놓고, 국민의 뜻에 따르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촛불정신이다. 촛불은 물과 같아서 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고 전복시키기도 하는 것처럼 촛불 또한 권력을 만들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더구나 촛불은 작은 바람에도 쉬이 꺼진다.드디어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됐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것은 오버랩된 세 장면을 하나로 묶어 내는 일이다. 대통령이 국회로 가서 국회와 타협하는 장면이 필요하다. 그 타협이 협치든 개혁연합이든 연립정부든 무방하다. 국회가 구시대의 폐습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되지 않도록 정치적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대통령이 강한 나라는 단기적 효율성이 있고, 국회가 강한 나라는 장기적 지속성을 갖는다. 대통령은 리더십으로 강해지고 국회는 타협으로 강해진다. 정치에서 타협은 최적의 해법을 모색하는 예술과도 같은 것이다. 이 장면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회가 만들어지고, 부진한 내치에 돌파구가 만들어지고, 촛불이 지속된다면 다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500년 역사의 조선은 건국 200년 만에 임진년, 병자년 양란으로 허리가 꺾인 후 영·정조 시대의 마지막 시도가 실패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후 19세기와 20세기의 역사는 나라에는 굴욕이었고 백성에게는 고통이었다. 해방 이후에 우리가 겪은 분단과 전쟁과 독재의 역사는 그 일부였다. 다행히 굴욕과 고통의 역사를 중단시키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했다. 면면히 이어진 민주화의 흐름이 그 동력을 제공했고, 최근의 한반도 상황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우리가 미구에 마주하게 될 역사는 민주화를 넘어 민족 통일을 완수하고 우리 민족이 다시금 세계사의 일원으로 재등장해 단절된 민족사를 복원하게 될 원대한 역사다. 그리하여 우리를 대륙으로부터 단절시켜 한반도의 남쪽 섬으로 고립시킨 70년 분단 구조를 해체하고 유라시아와 소통하는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구상이 가능하게 됐다. 정치가 밥이라면 이보다 풍요한 밥상이 다시 있겠는가.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미래는 먼 후일의 일이 아니라 후일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자의 오늘의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그 길이 열리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지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가 여의도 좁은 바닥에 갇힌 이념 구도와 지역 구도에서 벗어나 한반도와 동북아의 시각을 갖게 된다면 이 타협은 예술의 경지에 이른 역사적 타협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도 밥이 되고 예술이 되는 정치를 기대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상지대 총장직무대행
  • [쉼표가 있는 주말]

    [쉼표가 있는 주말]

    ●김유빈 플루트 리사이틀 21세의 나이에 유럽 명문 악단의 플루트 종신수석에 오른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첫 공연. 프랑스와 독일의 플루트 곡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것도 공연의 또 다른 포인트. 2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3만~4만원. (02)338-3816.●가족뮤지컬 ‘번개맨과 블랙홀 대모험’ 2012년 초연 후 부모들 사이 입소문을 타며 더욱 유명해진 ‘번개맨 시리즈’의 최신판. 그동안 규모를 넘는 최대 제작비를 투입해 준비했다는 공연의 퀄리티를 확인할 수 있다. 21일부터 8월 19일까지. 한전아트센터 4만~6만원. 1544-1555.●인크레더블 2 ‘어벤저스 군단’ 못지않은 슈퍼 히어로 가족이 14년 만에 돌아왔다.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의 스무 번째 작품으로 아드레날린을 샘솟게 하는 현란한 액션은 기본이고, 가족 건사, 독박 육아의 고됨, 아이들의 미세한 심리 등을 촘촘하게 짚으며 우리 현실을 꿰뚫고 인간을 보듬는 통찰이 뛰어나다.●김세종 민화 컬렉션 ‘판타지아 조선’ 지난 20여년간 문자도, 책거리, 화조, 산수, 삼국지, 까치호랑이, 무속화 등 민화 수집에만 몰두해 온 김세종(평창아트 대표) 컬렉터의 소장품 가운데 70여점을 처음 공개했다.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층. 3000~8000원. (02)580-1300.●SM 뮤직토크콘서트 ‘더 스테이션’ SM엔터테인먼트의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 ‘스테이션’에서 공개된 음악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공연이 열린다. 스테이션을 통해 엑소 백현과 NCT 텐, 래퍼 페노메코가 출연해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 오는 21일 오후 4시, 7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내 SM타운 시어터. 전석 5만 5000원.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남촌 ‘다크투어’… 일제·독재의 잊고 싶은 기억을 기억하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남촌 ‘다크투어’… 일제·독재의 잊고 싶은 기억을 기억하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9회 서울사방 남촌 편이 지난 7일 중구 필동과 예장동, 회현동 일대 남산 아랫마을에서 진행됐다.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소서(小暑)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뤘다. 인터넷 예약에 실패한 네댓 분이 “신문 보고 왔다”며 즉석 합류를 요청해 운영진을 곤혹스럽게 했다. 준비한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 40개가 동나는 바람에 진행자용 기기를 양보했다. 많은 인원이 시원한 그늘을 찾아다니다 보니 행렬이 길어지고 시간이 지체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서울미래유산이 비록 국가공인 지정 및 등록문화재는 아니지만, 참가자 본인이 직접 겪고 들은 유형과 무형의 소중한 미래유산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실감했다.남산은 서울의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코스이다. 다크투어란 인간이나 자연이 저지른 어두운 현장을 찾는 역사교훈관광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남산골한옥마을(청학동, 조선헌병대사령부)을 출발, 필동 예술통(남학당)~서울소방재난본부(중앙정보부 유치장)~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녹천정, 통감관저·총독관저)~문학의 집(중앙정보부장 공관)~서울유스호스텔(중앙정보부 남산본관)~서울애니메이션센터(통감부·총독부)~남산원(노기신사)~한양공원비(왜성대공원)~백범광장(조선신궁)~안중근의사기념관(조선신궁)까지 빡빡한 코스를 2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김완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독창적인 관점의 해설을 열정적으로 들려줘 호응을 얻었다. 투어가 끝난 뒤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21명 중 6명이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면서 해설시간 연장이나 코스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참가자는 늘 걷던 남산 길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남산은 상념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서울 어디서나 고개만 들면 보이는 누이 같은 산이고, 서울 바깥에서 봤을 때 서울 진입을 상징하는 표상이다. 서울이 사대문 안을 벗어나 10배 이상 확장되면서 옛 서울의 남쪽 경계였던 남산과 한강이 서울의 중심부가 됐다. 조선 말 고종이 종로구 인사동 194(하나로빌딩)에 세운 서울중심점 표식이 지금은 남산 정상으로 남하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의 관문 노릇을 하던 한강 또한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관통하는 도심 속 하천이 됐다. 남산은 광화문네거리에 솟아 있던 황토마루(黃土峴) 역할을 하는 중앙산이 됐고, 한강은 사대문을 북촌과 남촌으로 나눈 청계천처럼 서울의 강남과 강북 사이 중앙천이 됐다. 한강이 허리띠처럼 감싼 남산은 명실공히 서울을 대표하는 자연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서울의 북쪽을 병풍처럼 두른 삼각산(북한산)이 왕조와 왕을 지키는 장풍(藏風)의 산이라면 남산은 백성과 함께 즐기는 득수(得水)의 산이다. 신라의 고도 경주의 남산, 고려 개성의 자남산에 이어 서울 남산은 한반도를 지배하는 왕조가 백성에게 내준 어울림의 영역이다.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 뒤 백악산(북악산)에 여신 진국백(鎭國伯)을 둔 반면 남산에는 목멱대왕(木覓大王)이라는 남신을 모신 국사당을 세운 데서 나타난다. 남산은 국가의 제례 공간이자 민간신앙의 터전이었다. 임진왜란 이후 세워진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모신 관왕묘 중 남관묘가 남산에 가장 먼저 건립됐고 제갈공명을 모신 와룡묘도 따라 들어섰다. 남산 범바위를 중심으로 한 무속신앙이 성행한 이유도 남산을 한양도성의 수호신 목멱대왕이 깃든 신성한 산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팔도에서 올라오는 봉수대의 종착 지점을 남산에 둔 까닭이기도 하다. 제왕은 남면(南面)하는 법이다. 남산은 왕이 바라보는 산이다. 이를 쫓아 옛사람들은 마을의 앞산을 남산이라고 불렀다. 남산의 남(南)자는 ‘남녘 남’ 자가 아니라 ‘앞 남’ 자를 썼다. 남산의 다른 이름 ‘마뫼’는 우리 말 ‘앞산’과 동의어다. 목멱이란 마뫼의 이두식 표기다. 남산=마뫼=목멱 등식이다. 남산은 소나무를 베거나 돌을 캐거나 무덤을 두지 못하게 엄히 규제한 사산금표(四山禁標)의 금역이기도 했다. 남산에 소나무를 심었다는 실록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애국가 가사 중 ‘남산 위에 저 소나무’는 서울사람이 늘 보는 일상 풍경이었다. 남산을 그린 옛 그림 ‘목멱산도’와 ‘은암등록’, ‘장안연우’ 속 큰 소나무 한 그루일 수도 있다. 서울에 사는 남인 양반촌의 시대는 옛 노랫가락처럼 흘러갔지만 남산만큼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칠정(七情)을 제대로 겪은 산이 또 있을까. 남산 아랫마을 중 회현동(호현동)과 필동, 충무로 일대에는 본래 경주 이씨, 동래 정씨, 안동 김씨, 풍산 홍씨 같은 경화사족(京華士族)이 살았다. 서울에 기반이 없던 다산 정약용 같은 ‘남산골샌님’이나 ‘딸깍발이’ 신세의 남인 선비들도 산등성이와 계곡에 초가를 지었다. 연암 박지원이 지은 ‘허생전’의 주인공 허생이 살던 가난한 동네였다. 남산산록을 수놓은 귀록정, 노인정, 청학동, 녹천정, 천우각, 쌍회정은 남산풍류의 본거지였다. 한양의 대표적 경관시 중 하나인 정이오의 ‘남산팔영’은 사실상 한양팔경가였다. ‘장소의 윤회’인가. 조선 건국 초 왜국사신 숙소 동평관을 지금의 인현동에 둔 게 화근이 돼 200년 뒤인 1592년 임진왜란 때 서울을 점령한 왜군이 진을 친 곳이 예장동(왜장대)이다. 또 300년이 흐른 1885년 일본공사관이 녹천정(통감관저 터)으로 틈입하면서 남산은 수난의 그림자에 덮였다. 황현은 “녹천정을 빼앗아 일본공사관으로 삼은 후로 야금야금 주동, 나동, 호위동, 남산동, 난동과 종현, 저동을 가로지르는 진고개 일대를 점거하여 남촌 50개 동 가운데 30개 동이 일본인 촌이 됐다”고 ‘매천야록’에서 절규했다.남촌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의 심장부였다. 통감부를 중심으로 통감관저, 헌병대사령부, 정무총감 관저(필동 한국의 집)가 집결했다. 명동과 충무로에 화려한 상가가 들어서고 조선은행과 식산은행, 동양척식회사 등 경제수탈기구가 남대문에 집결했다. 벚꽃 묘목 1500그루를 들여와 왜성대공원(한양공원)에 심은 게 1907년이었다. 한양도성의 수호신 남산은 일본 국교 신도(神道)에 무참히 유린당했다. 1925년 조선신궁이 세워지면서 남산은 정치와 종교, 문화의 지배공간이 됐다. 1932년 남산기슭 장충단 자리는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박문사로 둔갑했다. 남산은 식민지배의 상처를 씻어내지 못한 채 광복과 한국전쟁 그리고 분단, 산업화 과정에서 훼손됐다. 경성호국신사(용산동 2가) 자리에 해방촌이 들어선 데 이어 적산 처리 과정에서 동국대, 서울중앙방송국, 숭의학원, 미군 통신부대, 외인주택 등 각종 정부기관과 학교, 군 및 종교단체가 파고들어 잠식당했다. 동상과 기념물 그리고 터널과 타워는 남북 체제 경쟁과 정치이데올로기 홍보의 상징물이다. 개발독재와 권위주의 시대 중앙정보부는 ‘남산’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예장자락에 무려 41개의 건물을 차지하고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했다. 그 상처를 씻어내는 진혼곡이 이제야 연주되고 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홍릉산책(홍릉수목원) ●일시: 7월 14일(토) 오전 10시~낮 12시 ●집결장소: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3번 출구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삼국지를 사자성어로만 엮어

    삼국지를 사자성어로만 엮어

    삼국지를 3000여개의 사자성어로 엮었다. 인물 성격도 사자성어로 풀었다. 저자는 번역을 위해 중국과 맞닿아있는 키르기스스탄으로 건너가 12년 동안 삼국지 완역에 몰두했다. 저자는 책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출판사의 의뢰 없이 저자 혼자 시작한 책이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한문을 번역해 말이 안 되면 틀린 해석이고, 말이 된다고 해도 상황고증을 해 틀리면 더더욱 틀린 해석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예를 들면 국내 다른 삼국지에서 유비를 도왔던 중산 상인인 소쌍과 장세평이 말을 팔러 북쪽을 갔다고 하는데, 상황고증을 하면 당시 북쪽에는 유목을 하는 선비족이 거주했으니 말을 사러 북쪽으로 갔다고 번역해야 맞는 셈이다. 둘째 사자성어 체계로 번역했다. 원문 삼국지의 고사성어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애썼다. 셋째 모종강의 평을 실었다. 원래 모종강의 서평은 매회의 서두에 실렸으나 가독성을 고려해 매회가 끝나는 곳에 실었다. 넷째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참고했지만 가능한 ‘삼국연의’의 소설적인 흐름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하에 고유명사 등 일부에만 국한해 바로 잡았다. 그 일부란 삼국지연의에서 의미 전달이 안 되는 부분, 즉 전위가 여포의 기마병에게 다가갈 때처럼 몇몇 곳에서는 반드시 정사 삼국지의 내용을 참고했다. 다섯째 삼국지 처음으로 각주를 달았다. 마음에 드는 글귀나 상식적인 내용을 모아 삼국지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것이면 반드시 각주를 달았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아시아에 빠진 칸…황금종려상, 한·중·일 거장 삼국지?

    아시아에 빠진 칸…황금종려상, 한·중·일 거장 삼국지?

    단골 손님 이창동의 ‘버닝’ 16일 공개 中 지아장커·日 고레에다도 수상 도전 경쟁부문 초청 아시아영화만 8편 달해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오는 8~19일 12일간의 열전을 펼친다. 깜짝 신인보다 ‘단골 감독’을 아끼는 칸의 경향은 올해 특히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다투는 경쟁 부문(총 21편)에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가 8편이나 이름을 올려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개막작도 이란 파르하디의 신작 ‘에브리바디…’ 올해 경쟁 부문에서는 한·중·일 영화가 나란히 경합을 벌인다.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중국의 지아장커 감독 등 칸이 자주 초청해 온 동아시아 감독들이 모두 호명됐다. 이란, 레바논, 터키 등 서남아시아 작품까지 합치면 올해 경쟁 부문에 오른 아시아 영화는 8편에 이른다.국내에선 2010년 ‘시’로 각본상을 받은 이후 10년 만에 다시 칸을 찾는 이 감독의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적인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웅숭깊은 성찰로 재해석한 ‘버닝’은 16일(현지시간) 저녁 칸에서 베일을 벗는다.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고레에다 감독은 신작 ‘만비키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같은 해 ‘천주정’으로 각본상을 받은 지아장커 감독은 조직 폭력배와 무용수 간의 사랑을 다룬 ‘애시 이즈 더 퓨어스트 화이트’를 선보인다. 2015년 ‘해피 아워’로 로카르노, 낭트 등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섭렵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일본)은 ‘아사코 Ⅰ&Ⅱ’로 초청받았다.축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이 이란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신작 ‘에브리바디 노우즈’라는 점도 아시아에 쏠린 무게를 짐작케 한다.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 등 스타 배우를 기용해 스페인어로 찍었다. 파르하디는 2012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2016년엔 ‘세일즈맨’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은 거장이다. 2015년 ‘택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이란 감독 자파르 파니히의 신작 ‘스리 페이스’도 명단에 올랐다. 이번 영화제에서 유일하게 황금종려상 수상 전적이 있는 터키의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은 ‘더 와일드 피어 트리’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나딘 라바키(레바논) 감독은 ‘가버나움’으로 칸을 찾는다. 김영우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아시아영화 담당)는 “올해 초부터 칸영화제가 아시아 영화를 많이 초청할 거란 소문이 있어서 기대가 컸다”며 “한·중·일, 이란, 레바논, 터키 영화뿐 아니라 고려인 3세 록가수 빅토르 최와 1980년대 러시아 언더그라운드 록 음악의 태동을 다룬 ‘레토’(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까지 경쟁 부문에 올라 아시아 영화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부각된 만큼 확률적으로는 수상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칸의 몹쓸 전통?… 여성 감독 진출작 단 3편 최근 영미권에서 불을 댕겨 세계 영화계를 삼킨 ‘미투 열풍’과 여성 영화인들의 약진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리스트는 비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21편 가운데 여성 감독 영화는 3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쿠르드족 여성 전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에바 위송(프랑스)의 ‘걸스 온 더 선’, 나딘 라바키(레바논)의 ‘가버나움’과 세계 영화계에서 떠오르는 스타 감독 앨리스 로르와처(이탈리아)의 ‘라자로 펠리체’뿐이다. 여성 감독 영화에 인색한 것은 칸영화제의 전통(?)이다. 1993년 제인 캠피언 감독이 ‘피아노’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25년간 여성 감독들은 칸에서 최고 영예를 누리지 못했다. 때문에 올해 경쟁 부문의 여성 감독들의 성취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작품의 운명을 결정할 심사위원단만 보면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호주 출신 명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심사위원장으로,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 ‘시간의 주름’을 연출한 아바 두버네이 감독, 브룬디의 싱어송라이터 카자 닌 등 심사위원 9명 가운데 5명이 여성이다. ‘리바이던’, ‘러브리스’로 칸영화제에서 수상 이력이 있는 안드레이 즈비아진체프 감독(러시아), ‘그을린 사랑’의 드니 빌뇌브 감독(캐나다), 프랑스의 로베르 게디기앙 감독, 대만 배우 장첸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확고한 스타일, 수상해도 놀랍지 않은 거장들” ‘올드보이’의 귀환도 눈에 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이자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21년 만에 칸을 찾는다. 1978년 미국 극우 비밀 결사 단체인 쿠클럭스클랜에 잠입한 경찰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블랙클랜스맨’을 들고서다. 감각적인 연출로 이름 높은 프랑스 감독 크리스토프 오노레는 ‘소리 앤젤’로 7년 만에, 올해 여든여덟으로 ‘영화사의 산증인’인 장뤼크 고다르 감독(프랑스)도 신작 ‘이미지의 책’으로 4년 만에 돌아온다. 박진형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월드영화 담당)는 “경쟁 부문을 보면 칸의 보증수표 같은 한·중·일 대표감독이나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터키의 누리 빌게 제일란, 심사위원 대상을 두 차례 받은 이탈리아의 마테오 가로네 등 한 번 이상 칸을 다녀간 감독들이 고르게 포진됐다”며 “대부분 확고한 스타일이 있어 신작도 어떤 작품일지 예상되는 감독이라는 점에서 누가 수상해도 놀랍지 않을 안전한 선택”이라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추사 김정희(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추사 김정희(1786~1856)를 30여년간 연구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재조명한 추사의 일대기. 탄생부터 만년까지 까칠한 천재가 위대한 예술가가 된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림 ‘세한도’와 글씨 ‘침계’ 등 280여점의 컬러 도판이 추사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600쪽. 2만 8000원.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얀 루프 오헤른 지음, 최재인 옮김, 삼천리 펴냄) 1942년 일본군이 네덜란드 식민지 인도네시아를 침공했을 때 일본군으로부터 성학대를 받은 사실을 증언한 네덜란드 여성 얀 루프 오헤른의 회고록. 평화와 여성 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가 지난 50년간 가슴속에 담아둔 고통스러운 기억을 털어놓는다. 308쪽. 1만 7000원.요코 씨의 말 1~2권(사노 요코 지음, 기타무라 유카 그림, 김수현 옮김, 민음사 펴냄) 가식 없는 솔직담백한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일본 작가 사노 요코가 생전에 발표한 작품 중 큰 공감을 얻었던 글을 엄선해 기타무라 유카가 그림을 붙였다. 노년의 일상, 소박한 기쁨, 잃어버린 것에 대한 쓸쓸함 등 가벼운 소재이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글들이 묶였다. 각 권 180쪽. 각 권 1만 4000원.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이유진 지음, 메디치 펴냄) 연세대 중국연구원의 전문 연구원인 저자가 천년 고도 시안, ‘삼국지연의’ 낙양으로 잘 알려진 뤄양, 송나라의 카이펑, 중국 시인 소동파의 고장 항저우, 근현대사의 비극이 서린 난징, 중국의 수도 베이징 등 중국 역사의 심장부를 이룬 여섯 도읍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524쪽. 1만 8000원.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이수희 지음, 부키 펴냄) ‘아이 없는 삶’을 비주류 혹은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한국의 가족주의 사회에서 아이 없이 사는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다양한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가정과 사회에서 직면하는 일에 당당하게 대처하는 법도 일러준다. 264쪽. 1만 3800원.공감의 언어(정용실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명사 인터뷰와 책 프로그램 진행자로 이름을 알린 26년차 아나운서 정용실이 공감을 끌어내는 대화와 소통의 가치를 설명한다. 저자는 진정한 호기심으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감정을 살피는 훈련을 해야 유연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44쪽. 1만 3000원.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북한 학계, 15년 논쟁 끝은 ‘낙랑군=요동설’… 그 중심엔 리지린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북한 학계, 15년 논쟁 끝은 ‘낙랑군=요동설’… 그 중심엔 리지린

    북한은 고조선의 강역과 한사군의 위치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했다. 논쟁은 주로 문헌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전개됐다. 문헌사학자들은 중국의 고대 문헌사료를 근거로 고조선의 강역이 지금의 요하(遼河) 서쪽까지 걸쳐 있었다고 보았다. 이에 맞서 과학원 산하 고고학 및 민속학연구소 소장이었던 고고학자 도유호는 1960년 4월 ‘고고학상으로 본 고조선에 대한 과학 토론회’에서 “고조선 국가의 영역은 오늘날 대동강을 중심으로 한 일대이며 그 북계를 이룬 패수는 청천강이다”라고 달리 주장했다. 문헌사학자들이 고조선이 요하 서쪽까지 차지한 제국이었다고 본 반면 도유호는 평안남도에 국한된 작은 소국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그러나 모든 고고학자가 도유호의 견해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이 토론회 때 중앙역사박물관 관장 황욱은 “고조선의 강역을 압록강 이남만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으며, 요하(遼河) 일대도 고조선의 강역”이라고 주장한 것이 이를 말해 준다. 고고학 연구실 소속의 전주농, 정찬영 등은 도유호의 견해를 지지했지만 중앙역사박물관의 황욱, 백연행 등은 문헌사학자들의 학설을 지지했다. 이 문제를 두고 북한 고고학계가 둘로 갈라진 것이다.●7차례 걸친 치열한 ‘고조선 토론회’ 고조선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과학원 역사연구소는 1961년 6월 21일부터 9월 21일까지 3개월간 7차례나 ‘고조선에 관한 과학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서 과학원 원사 백남운과 과학원 고전연구실장 리상호, 언어문화연구소 교수 정렬모, 중앙당학교 조선사 강좌장 림건상, 김석형 등의 문헌사학자들은 대부분 ‘고조선의 중심지=요동설’을 지지했다. 중국 고대 문헌사료에 고조선과 낙랑군이 고대 요동에 있었다는 기사가 다수 나오는 상황에서 요동설이 당연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자 도유호는 유물사관에 기대어 평양설을 주장했다. 그는 ‘문화유산’ 1962년 3호의 ‘신천 명사리에서 드러난 고조선 독널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고조선을 논하는 마당에 먼저 문제로 되는 고고학적 자료는 바로 고조선 유물이다. 그것은 가장 본질적인 것이며 기본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조선 유물이 다수 출토된 평양이 유물사관에 따라 고조선의 중심지라는 주장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조선 유물이 전연 보이지 않는 고장에서 중국 갈래의 유물을 들고서 여기가 고조선 자리라고 하여서는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하면서 “누가 아무리 무어라고 하던 간에 낙랑군 치지(治地:다스리던 곳)는 처음부터 평양에 있었다”고 다시 한번 ‘고조선의 중심지=낙랑군=평양설’을 주장했다. 그 시점까지의 고고학 연구 성과로 본다면 도유호의 주장이 아주 그르다고 볼 수는 없었다. 북한이 중국과 ‘조·중고고발굴대’를 조직한 것은 1963년이고, 이듬해 요동반도 남단 여대(旅大:여순과 대련)시에서 고조선 무덤인 강상무덤과 누상무덤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중국의 요령성은 물론 하북성과 내몽골 일대까지 고조선의 표지유물인 ‘비파형동검’ 등이 다수 쏟아질 줄 알았다면 도유호도 일찌감치 손을 들었을 것이다.●반박하던 ‘지도교수’ 구제강도 결국 수긍 북한에서 고조선의 강역과 낙랑군의 위치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는 동안 베이징대 대학원으로 유학 간 리지린은 고사변학파의 구제강(顧剛)을 지도교수로 박사논문에 여념이 없었다. 1957년쯤부터 베이징을 오가던 리지린은 1960년 12월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위한 구두시험을 치렀다. 구제강은 자신의 일기(구제강 일기·顧剛日記:8권)에서 “리지린은 자신의 민족적 자존심을 위해서 한사군의 위치를 우리나라의 동북쪽으로 보고 패수(浿水)를 요수(遼水)로 보았다”고 썼다. 구제강은 1961년 9월 29일자 일기에는 “오늘의 시험은 사실상 형식적인 것이다. 국제적인 우호관계를 위해서 그 결점을 지적하지 않고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리지린은 단순히 ‘민족적 자존심’ 때문만이 아니라 중국의 수많은 문헌사료를 가지고 고조선과 한사군의 위치를 북한이 아니라 고대 요동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구제강은 리지린의 견해를 반박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 그 자신이 일기에서 “조선의 유학생을 위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4사(史)의 동이전을 세밀하게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나도 적지 않은 수확이 있었고, 이렇게 발견한 문제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두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리지린를 제자로 받고 나서야 문제의식을 갖고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다. 4사란 ‘사기’, ‘한서’, ‘삼국지’, ‘후한서’ 등 중국 고대의 4개 역사서를 뜻한다. 구제강은 리지린의 논문에 대한 평가를 대학 당국에 제출했는데, 먼저 리지린이 고대 조선족이 현재 중국 영토에 광범위하게 존재했고 그 중심을 요서와 요동 일대라고 서술했다고 정리했다. 구제강은 리지린의 논문이 “문장이 번잡하고 중첩돼 견해 파악이 어려워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의적이고 견강부회적으로 역사를 해석했다.”, “객관적 연구를 표방했으나 민족주의적 속박에 사로잡혀 있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구제강의 비판은 대부분 총론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비판으로는 예를 들면 “기자(箕子)와 그 후예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기(箕)를 왕(王)을 의미하는 조선어 ‘검’과 관련되었다고 본다”는 것 등 지엽적인 것에 불과했다. 구제강은 리지린이 고조선 관련 현존 자료의 95%를 읽었다고 시인한 것처럼 고대 4사는 물론 ‘관자’(管子), ‘산해경’, ‘전국책’, ‘진서’, ‘구당서’, ‘수경주’ 등 수많은 중국 사료를 인용해 고조선과 한사군의 위치를 논증한 것을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고대 4사·수많은 中 사료 인용해 논증 리지린은 어떤 측면에서는 북한 학계가 ‘낙랑군=평양설’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 준비한 일종의 비밀병기였다. 중국의 수많은 문헌사료에 나오는 고조선과 한사군의 위치를 베이징대 박사논문으로 재확인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리지린은 1961년 8~9월에 열린 ‘고조선의 생산력과 국가형성’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해 그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이미 베이징대에서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에 그의 참석은 큰 관심을 끌었다. 이 토론회에서 리지린은 그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고조선의 강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고, 과학원 원사 백남운은 “고조선은 압록강 이북과 요서, 요동지방에서 찾아야 하며 점차 동쪽으로 옮겨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리지린의 견해에 힘을 실어 주었다. ●남한 학계는 토론 없이 정설로 받아들여 이 토론회를 기점으로 1963년 리지린의 박사학위 논문인 ‘고조선연구’가 출간되면서 북한 학계의 고조선사에 대한 정리는 일단락됐다. 고조선의 강역에 관한 리지린의 핵심 논리는 서기전 5~4세기쯤까지는 고조선의 강역이 지금의 하북성 난하(河)부터 압록강 북부까지 걸쳐져 있었다가 서기전 3세기쯤 연나라 장수 진개(秦開)에게 1천~2천리의 강역을 빼앗긴 후 요령성 대릉하(大陵河)까지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고조선연구’가 간행되면서 북한 학계에서 ‘낙랑군=평양설’은 자취를 감추었다. 중국의 방대한 문헌사료는 물론 중국에서 출토된 여러 고고학 사료들을 가지고 고조선의 강역이 때로는 중국 하북성까지 걸쳐 있었다고 논증했는데, 평양 부근의 일부 고고학 유물들, 그것도 일제의 조작설이 만연했던 고고학 유물들만 가지고 ‘낙랑군=평양설’을 더이상 주장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북한 학계는 거의 15년 이상에 걸친 치열한 논쟁을 거쳐 ‘낙랑군=요동설’을 확립시키면서 ‘낙랑군=평양설’을 무너뜨렸다. 남한 학계가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논쟁다운 논쟁 한번 하지 않고 조선총독부에서 확립시킨 ‘낙랑군=평양설’을 100년 전에 확립된 ‘정설’이라고 우겨 온 것에 비춰 보면 전체주의라고 비판받던 북한 학계가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채롭다. ■리지린 ‘고조선연구’ 논문 現중국 요서·요동지역 고고학 발굴까지 논증 리지린은 ‘고조선연구’ 8장에서 “고고학적 유물을 통해 본 고대 조선 문화의 분포”라는 제목으로 현재의 중국 요서·요동지역의 고고학 발굴 결과까지 언급했다. 리지린은 한반도와 중국 요령지역에서 발굴된 여러 유물을 가지고 고조선 강역이 지금의 요서지역까지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한 예로 요령성 서쪽의 조양(朝陽)시에서 서기전 5세기쯤의 동검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조양에서 발굴된 청동검의 사용자는 고대 조선인이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방대한 문헌사료는 물론 다양한 고고학 자료를 가지고 “기원전 3세기 초까지 고조선의 영역은 현 난하(하북성) 부근 영평부 지역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하는데, 평양 일대의 한정된 고고학 자료만을 근거로 삼는 도유호 등의 논리는 더이상 설 자리가 없었다.
  • [씨줄날줄] 한·중·일 짬뽕 삼국지/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중·일 짬뽕 삼국지/황성기 논설위원

    한국인의 솔푸드 짜장면과 짬뽕. 짜장면 원조로 불리는 인천 ‘공화춘’ 홈페이지에는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청관(淸館) 거리가 조성되고, 1905년 공화춘의 전신 산동회관이 개업해 장사한 것을 한국식 짜장면 역사의 기점으로 삼고 있다. 짬뽕은 짜장면 같은 명확한 역사가 없다. 중국이라는 설,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왔다는 설이 있으나 분명하지 않다. 서울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왕육성(64) 셰프는 “어릴 때부터 짬뽕 얘기는 들었는데, 하얗던 우리의 짬뽕 국물이 70년대 초중반부터 빨갛게 변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일본 짬뽕 하면 나가사키 짬뽕이 낯설지 않다. 쇄국했던 일본이지만 에도 막부는 규슈의 나가사키를 유일하게 개방했다. 중국 푸젠성 출신의 19살 천핑순이 1892년 나가사키로 건너가 행상으로 모은 돈으로 문을 연 가게가 ‘시카이로’라는 중식당이다. 시카이로 홈페이지에는 천이 그 당시 일본에서 고생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위해 싸고 양이 많으며 영양 만점의 시나(중국)우동을 제공했으며, 이것이 곧 ‘나가사키 짬뽕’이란 이름으로 특허를 내 호평을 받았다고 돼 있다. 시카이로가 모델로 삼은 것은 돼지고기, 표고버섯, 죽순, 파를 주재료로 한 탕루시멘(湯肉絲麵)이다. 천핑순은 나가사키의 해산물에 착안했다. 탕루시멘에 가마보코, 오징어, 조개, 새우, 숙주나물, 양배추 등을 넣어 일본식 짬뽕을 창조했다. 나가사키 짬뽕은 국물이 하얗고 진하면서도 맵지 않고 면과 육수가 조화를 이룬다. 일본인에게 매운 한국 짬뽕은 어떨까. 지난 2월 한·중·일 짬뽕 행사에 일본 대표로 참석한 하야시다 마사아키(나가사키현 운젠시 공무원)는 “한국 짬뽕이 진화를 거듭해 요즘은 강렬한 화력을 활용한 불맛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하야시다는 운젠의 온천 마을인 오바마의 ‘오바마 짬뽕’을 홍보하며 일본을 누비는 이색적인 인물이다. 그를 다룬 드라마까지 나왔을 정도다. 육수의 대부분이 돼지뼈인 나가사키 짬뽕에서 가지를 친 오바마 짬뽕은 돼지뼈 45%, 어패류 45%, 닭 10%를 넣어 육수를 내 시원한 맛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도 맞다. 하야시다는 “한국에서 팔리는 나가사키 짬뽕이 매운맛을 내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하얗던 한국 짬뽕이 맵고 빨갛게 진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맛은 국경 없이 떠다니는 유목민 같다. 세계 음식이 다 들어와 있는 지금 한·중·일 면 요리의 역사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지만 음식을 음미하며 스토리를 살피는 재미는 쏠쏠한 ‘맛’의 하나다. marry04@seoul.co.kr
  • [서적] 삼국지를 사자성어로만 엮어

    [서적] 삼국지를 사자성어로만 엮어

    일반 삼국지와 달리 사자성어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인물 성격도 사자성어로 엮었다. 책은 “천하대세(天下大勢), 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으로 시작된다. 천하의 대세는 나눠져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져 오래되면 반드시 나눠진다”는 식으로 풀어가며 3000여개에 달하는 사자성어를 담았다. 저자는 번역을 위해 중국과 맞닿아있는 키르기스스탄으로 건너가 12년 동안 삼국지 완역에 몰두했다. 의도적으로 무엇을 첨가하거나 일부 재미가 덜하다고 해서 빼지도 않아 삼국지 본래 맛을 살리고자 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中 허난성서 발견된 고분… 조조 무덤으로 최종 확인”

    “中 허난성서 발견된 고분… 조조 무덤으로 최종 확인”

    2009년 중국 허난(河南)성의 평원지대에서 발견된 고분이 삼국지 위나라의 시조인 조조(曹操·155∼220년)의 묘로 최종 확인됐다고 베이징청년보가 26일 보도했다. 허난성 문화재고고연구원은 안양현 안펑(安豊)향 시가오쉐(西高穴)촌에 위치한 동한(東漢)시대 무덤군에서 조조와 조조 부인 2명의 무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허난성은 2009년 12월 이 무덤군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조조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릉(高陵)을 발견, 연구 분석 작업을 진행해 왔다. 묘원 안에서는 모두 남성 1명, 여성 2명 등 3구의 유해가 발견됐고 이 중 남성 유해는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60세 전후의 나이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무덤 구조와 소장품, 기록 등을 종합해 이 남성이 삼국지에서 유비, 손권에 맞선 간웅 조조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진은 허난성 안양현 안펑향 시가오쉐촌에 있는 해당 무덤의 발굴 현장. 중국 쾌과기망 캡처
  • 삼국지 조조무덤 발견...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에도 가짜 논란은 여전

    삼국지 조조무덤 발견...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에도 가짜 논란은 여전

    중국 허난성의 평원지대에서 발견된 고분이 삼국지 위나라의 시조인 조조(155∼220)의 묘로 최종 확인됐다.26일 중국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허난성 문화재고고연구원은 허난성 안양현 안펑향 시가오쉐촌에 위치한 동한시대 무덤군에서 조조와 조조 부인 2명의 무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허난성은 2009년 12월 이 지역 무덤군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조조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무덤을 발견, 연구 분석 작업을 진행해왔다. 발굴팀은 고무덤 주변의 분토 기반, 천도통로, 동부 및 남부 건축물 등을 포함한 주요 구조를 밝혀내고 조조와 맏아들 조앙의 모친 류씨, 다른 아들 조비, 조식의 모친 변씨가 매장돼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묘원 안에서는 모두 남성 1명, 여성 2명 등 3구의 유해가 발견됐는데 이중 남성 유해는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60세 전후의 나이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무덤 구조와 소장품, 역사 기록 등을 분석해 이 남성이 조조라고 결론을 내렸다. 삼국지 위서에 조조의 정실부인 변씨가 70세 전후에 숨진 뒤 조조 묘에 합장됐다는 기록에 따라 여성 노인 유해는 변씨인 것으로, 젊은 여성 유해는 일찍 숨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첫째 부인 류씨인 것으로 추정됐다. 주묘 부근에서 발견된 작은 묘혈은 당시 전사한 뒤 시신을 찾지 못한 조앙의 의관총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국지 위서의 무제기에는 건안 23년(218년) 노년기의 조조가 자신의 장지로 메마른 고지대를 골라 분봉을 하지 말고, 나무도 심지 말며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라는 영을 내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발굴단장 판웨이빈 연구원은 아들 조비가 부친의 유지를 지키지 않고 성대한 장례를 치렀으나 후대에 도굴되는 것을 우려해 묘지 부근에 세웠던 건축물을 철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당시 장례 규격으로 보면 황제 1급에 해당하는 장례였다. 삼국지에서 유비, 손권에 맞선 간웅으로 그려진 조조는 후한 조정을 장악해 제도를 정비하고 인재를 등용해 세력을 크게 확대했으며 스스로 위왕으로 봉하면서 황제와 마찬가의 권력과 위세를 행사했다. 조조는 220년 낙양에서 죽은 뒤 무왕의 시호를 받고 업성의 고릉에 묻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조조 사후 조비가 위왕의 지위를 계승한 뒤 헌제로부터 선양을 받아 위나라 황제가 됐고 조조는 무황제로 추존됐다. 조조 무덤이 맞다는 중국 당국의 결론에도 진위 논란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분묘 발견 후 중국의 고고학자들은 출토된 비석 글씨가 현대의 것과 유사하고 조조 생전에 쓰지 않았던 ‘위무왕’이란 명패가 나타난 점을 들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차세대 먹거리 중대형 ‘에너지 저장고’ 각축

    차세대 먹거리 중대형 ‘에너지 저장고’ 각축

    전세계 전기차 판매 2020년 4배↑ LG화학·삼성SDI, 中 등과 함께 獨폭스바겐에 26조원 공급하기로 두 회사 글로벌 점유율 60% 넘어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한 중대형 배터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둘러싼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ESS는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부족할 때 공급해 주는 일종의 ‘에너지 저장고’다.21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배터리 시장의 ‘왕자’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가전 등에 들어가는 소형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중형과 ESS 위주의 대형으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신산업인 전기차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필수품인 ESS 수요가 늘면서 블루오션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00만대 규모에서 2020년 390만대로 4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일본 파나소닉과 AESC, 중국 비야디(BYD)와 BPP 등 한·중·일 삼국지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가 4~5위권에서 열심히 뒤쫓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최근 중국 CATL 등과 함께 독일 폭스바겐에 200억 유로(약 26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됐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연간 300만대의 전기차 판매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략은 배터리 업계에 파급력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중국이 자국산 배터리 보호 정책으로 한국 업체들의 국내 진입을 막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미국, 독일 등 수출 다변화로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에만 목매던 시기를 서서히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ESS는 화력이나 태양광, 풍력 발전 등으로 모아진 전력을 보관해 놨다가 필요할 때 가정집이나 공장, 빌딩 등에 공급해 준다. 공급 규모에 따라 작은 캐비닛, 책장 크기만 한 셀, 모듈부터 컨테이너까지 크기와 용량이 다양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발전량은 올해 6.9GWh에서 2025년 90.4GWh로 연평균 45%가량 급성장할 전망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의 전력망 노후화, 가속화되는 독일의 신재생 발전, 일본의 가정용 ESS 수요 증가 등이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 전력원이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친환경 에너지로 옮겨 갈수록 전력 수급이 불규칙해지기 때문에 ESS 수요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정용 ESS는 주로 태양광 발전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다. ESS 배터리 시장은 LG화학과 삼성SDI가 격차 없이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올해 두 회사의 글로벌 점유율 합계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ESS용 배터리는 기술적 기반이 전기차와 동일하지만 판매가와 수익성이 월등하다”면서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매력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요 면에서는 한국 시장이 올해 2배 이상 성장하며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협상가 문재인, 불도저 김정은, 승부사 트럼프… 비핵화 삼국지

    협상가 문재인, 불도저 김정은, 승부사 트럼프… 비핵화 삼국지

    치밀한 논리와 설득력으로 중무장하고 한 번 결단한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문재인 대통령, 빠른 판단력과 ‘통 큰’ 결단력이 돋보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계산에 능하고 타고난 승부사 기질과 공격적 성향까지 갖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개성 강한 세 정상의 기질이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주목된다. 정상이 직접 ‘담판’을 짓는 정상회담의 특성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정상들 간의 ‘궁합’이 회담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세 정상의 캐릭터를 분석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펼쳐질 광경을 예측해 봤다.■‘한반도 운전자론’ 집념으로 실현… 역지사지 노하우로 회담 성사 ‘The Negotiator’(협상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5월 15일자 아시아판 표지 인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선정하고 ‘협상가 문재인,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자’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으로 한반도 평화 구상을 제시하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의 특사를 맞아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협상가적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운전대를 꽉 잡고 국면을 주도했다. ‘이상에 치우친 정세인식’이란 평가를 받았던 베를린 선언은 재해석되고 있다.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받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현실화됐다. 그 집념이 카운터파트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났을 때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 문 대통령의 회담 노하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역지사지 외교’를 처음 언급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 “중국이 안보이익을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염려하는 것에 대해 우리도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역지사지 외교로 중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대(對)중 외교의 엉킨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냈다. 지난 8일 국가 조찬 기도회에서도 대북 특별사절단의 평양 방문에 대해 “남북 간의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돌렸다. 문 대통령의 거듭된 칭찬은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였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우리의 공과 이익을 앞세우지 않고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역지사지와 ‘진심 외교’로 원하는 것을 얻어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상대의 마음을 열어 먼저 신뢰를 쌓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성적 화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오랜 변호사 생활로 체득한 논리적 화법으로 김 위원장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화끈’하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집념과 고집이 있다. 한반도 대화 국면을 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복기해 보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문 대통령의 캐릭터를 읽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옳다고 생각해 결단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전략과 스타일을 사전에 철저히 분석해 담판을 지어야 할 순간이 오면 치밀한 논리로 비핵화 실천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통 큰 결단력 국면 전환 주도… 핵 문제는 원칙 사수할 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첫 정상외교 무대인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외교 스타일을 보일까. 올해 1월 1일 신년사 이후 대화 국면 전환을 주도해 온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1일 “(김 위원장이) 외교적으로도 과감하게 돌파하는 스타일인 거 같다”면서 “‘백두혈통’의 후계자로 자란 이들은 이것저것 고민하거나 계산하지 않고 거침없이 호방하게 스스로 단번에 결정해 버린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면 남북 관계는 상당히 내놓을 것도 많고 파격적인 제안을 해 올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거침없이 호방하게 단번에 담판을 지으려고 하겠지만, 본질적인 핵문제에 있어서 지켜야 될 원칙은 더 사수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12월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후계 세습을 공고화하기 위해 내부 체제 결속에 집중해 왔다. 2013년 12월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하는 등 당·정·군의 충성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공포 정치’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북한 주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애민지도자상’을 강조하는 주민 친화 정치를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김 위원장이 내치에서 공포 정치와 주민 친화 정치를 동시에 보였다면 대외관계에서는 2017년 말까지 대미 강경 노선을 고집하며 핵·경제 병진노선을 주창해 왔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전략로케트군을 독립시킨 이후 지난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까지 4차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핵무기 발사수단 개발에 전력 투구해 왔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 이후 전격적인 대화 국면 전환에 나선 배경에 내치의 안정화를 이룬 이후 핵무력 완성까지 간 경험이 대외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민족적 대경사로 언급한 오는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앞두고 정상외교 무대에서 대북 제재 완화 등 소기의 성과를 얻는다면 이를 내부 체제 결속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자신을 ‘로켓맨’이라고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맞상대하는 세계적인 지도자라는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 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靑특사단 보고에 입장 바꿔… 미국내 여론 전환 승부수 ‘5월 북·미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끈한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평가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누구도 이렇게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고비마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트럼프 대통령만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화염과 분노’, ‘괌 주변 포위 타격’, ‘리틀 로켓맨’과 ‘미치광이 늙다리’ 등 1년 넘게 폭언과 비난을 주고받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두 사람이 불과 2개월여 만에 정상회담에 의기투합한 ‘반전’은 둘 다 ‘통 큰 승부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스캔들과 철강 관세 폭탄 반대, 총기 규제 강화 등 여러 가지 비판적인 이슈로 벼랑 끝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 것은 자신이 주도한 대북 압박 정책의 승리이며 자신이 직접 상대해서 북핵 위기를 마무리 짓겠다는 과감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오는 11월 중간 선거뿐 아니라 차기 미 대선의 승리를 위한 징검다리를 삼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지만, 비핵화 등 ‘적절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하게 북한을 몰아세웠다. 특히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대북 대화파보다 강경파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분명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미국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이런 모두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45분짜리 ‘북한 변화 가능성’ 브리핑 후 첫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했다. 만약 북·미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선언 등을 이끌어 낸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25년 동안 어떤 미 행정부도 해내지 못했던 ‘북핵’ 문제를 해결했다는 ‘외교적 성과’를 거머쥐게 된다. 노벨평화상이라는 선물이 덤으로 따라올 수도 있다. 설령 정상회담이 실패해도 책임을 북한에 돌려 리스크를 최소화하면 된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승부사’ 기질이 즉흥성과 결합했을 때 오는 불확실성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정상회담 결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관이자 협상가, 전략가를 어렵풋이 봤다”고 했지만 현재 트럼프의 백악관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 대화 어젠다 설정 등에 대해 그가 끈기 있게 준비하며 대처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국고로 만든 지도에 ‘한사군은 北’ ‘독도 삭제’… 中ㆍ日 논리 추종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국고로 만든 지도에 ‘한사군은 北’ ‘독도 삭제’… 中ㆍ日 논리 추종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란 것이 있었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08~2015년 60여명의 역사학자들에게 47억여원의 국고를 주어서 한국·중국·일본의 역사지도를 만들게 한 사업이다. 그런데 이 지도가 공개되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중국 동북공정 소조’와 일본의 극우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제작했다면 명실이 상부한 지도였기 때문이다. 한사군을 북한으로 그려 중국에 넘겨주었고 조조가 세운 위(魏)나라가 경기도까지 지배했다고 그려 놓았다.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을 추종해 서기 4세기에도 ‘신라·백제·가야’는 없었다고 그리지 않았고, 심지어 독도까지 모두 삭제했다. 시진핑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하고 일본이 평창올림픽에서 ‘한반도기’의 독도 삭제를 요구해 관철시킨 것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모두 우리 내부에서 논리를 제공한 것인데, 그 핵심에 동북아역사재단의 여러 행태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대한민국 정부 발행으로 간행하려던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었다. 2015년 국회의 동북아역사왜곡특위에서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적하고 나섰다. 5개월 수정 기간을 주었지만 독도는 끝내 누락시켰다. 이 지도가 공개되기 전 매년 두 차례씩 15차례의 평가에서는 84.8~95점의 고득점을 받았지만 국회 지적 후 카르텔을 배제하고 심사하니 14점이란 진짜 점수가 나왔다. 사업은 중단되고 10억원의 환수 조치가 내려졌다. 그런데 새 정권이 임명한 동북아역사재단 김도형 이사장이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 ‘유사역사학자’들에게 휘둘려 중단됐다면서 사업 재개를 선언해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동료들이 대거 연루된 10억원의 연구비 환수 조치를 무효로 만들려는 술수로 추측된다. ●만리장성 동쪽 끝이 평양 부근? 명나라 때 만리장성 서쪽 끝은 지금의 간쑤성(甘肅省) 자위관(嘉峪關)이었고, 동쪽 끝은 허베이성 산하이관(山海關)이었다. 자위관을 비롯한 중국 각지의 장성박물관들은 만리장성 동쪽 끝을 한반도 북부로 그려 놓고 있다. 명나라 때 겨우 허베이성 산하이관까지 온 역사는 모른 체한다. 인터넷상에도 만리장성이 한반도 북부까지라는 외국어 사이트가 넘쳐나지만 이런 역사 침략에 맞서라고 매년 수백억원의 국고를 쏟아붓는 동북아역사재단은 대한민국 정부 공식 입장의 ‘동북아역사지도’를 다시 제작해 중국과 일본이 맞다고 재확인해 주겠다는 것이다. 만리장성의 동쪽 끝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중국 사료는 서진(西晉·265~316)의 무제(武帝) 사마염(司馬炎)이 태강(太康·280~289년) 연간에 만든 ‘태강지리지’(太康地理志)다. 서진 무제는 서기 280년 오(吳)나라를 꺾고 중원을 통일한 기념으로 연호를 태강으로 개정하고 ‘태강지리지’를 편찬했다. ‘사기’ ‘후한서’ ‘삼국지’ 등 중국의 여러 정사에 주석 형태로 내용이 전해진다. 그중 ‘사기’의 ‘하(夏) 본기’ 주석에 “‘태강지리지’에서 ‘낙랑군 수성현에는 갈석산이 있고 만리장성의 기점이다’(樂浪遂城縣有碣石山 長城所起)라고 했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여기 나오는 ‘①수성현 ②갈석산 ③만리장성의 기점(동쪽 끝)’이라는 세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곳이 곧 낙랑군 지역이다.●황해도 수안에 갈석산과 만리장성이? ‘동북아역사지도’는 낙랑군 수성현을 황해도 수안(遂安)으로 그려 놨다. 이것이 사실이려면 황해도 수안에 ‘갈석산’과 ‘만리장성의 유적’이 있어야 한다. 국회 동북아역사왜곡특위에서 황해도 수안으로 비정한 사료적 근거를 요구하자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병도의 ‘한국고대사연구’(148쪽)를 1차 사료라고 제공했다. 이런 내용이다. “(낙랑군)수성현…자세하지 아니하나 지금 황해도 북단에 있는 수안에 비정하고 싶다. 수안에는 승람 산천조에 요동산(遼東山)이란 산명이 보이고, 관방조(關防條)에 후대 소축(所築)의 성이지만 방원진(防垣鎭)의 동서행성의 석성(石城)이 있고 … 그릇된 기사에도 어떠한 꼬투리가 있는 까닭이다(이병도, ‘낙랑군고’, ‘한국고대사연구’ 148쪽).” 이병도는 ‘승람’, 즉 조선에서 편찬한 ‘동국여지승람’의 황해도 수안군 조에 ‘요동산’이 나오는데 이것이 ‘갈석산’이고, 방원진 석성이 나오는데 이것이 만리장성이라는 것이다. ‘자세하지 아니하나’, 수안에 ‘비정하고 싶다’면서 황해도까지 중국에 넘긴 것을 ‘동북아역사지도’ 제작진이 그대로 추종했고, 중국은 ‘이게 웬 떡이냐’면서 날름 삼켰다.●이나바 이와기치의 논리 추종 그런데 이병도 수안설은 조선총독부의 이나바 이와기치(稻葉岩吉)가 쓴 ‘진 장성 동쪽 끝 및 왕험성에 관한 논고’(秦長城東端及王險城考·1910년)를 표절한 것이다. 이나바 이와기치가 “진 장성의 동쪽 끝이 지금의 조선 황해도 수안의 강역에서 시작하는 것은 … ‘한서’ ‘지리지’(漢志)에 의해서 의심할 바 없다”고 먼저 주장했다. 이나바 이와기치는 ‘한서’ ‘지리지’를 근거로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황해도 수안이라는 사실이 ‘의심할 바 없다’고 말했지만, ‘한서’ ‘지리지’에는 황해도 수안은커녕 한반도에 대한 서술 자체가 단 한 자도 없다. 모두 거짓말이고 사기다. 이런 사기술이 지금까지 통하는 희한한 집단이 한·중·일 역사학계다. 중국과 일본 역사학자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그런다고 치더라도 한국 역사학자들, 특히 국고로 운영되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누구를 위해서 이런 지도를 국고로 다시 만들겠다고 역주행하나? ●진짜 낙랑군 수성현과 갈석산 그러나 역사 왜곡은 쉽지 않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담은 담기양(潭其?)의 ‘중국역사지도집’(전8권)이 이를 말해 준다. ‘동북아역사지도’는 상당 부분을 담기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을 표절했다. 특히 한사군은 ‘중국역사지도집’ 제2권 ‘진·서한·동한(秦·西漢·東漢) 시기’의 27~28쪽을 표절했다. 그런데 표절도 제대로 못했다. ‘중국역사지도집’ 2권 28쪽은 평양 부근 바닷가에 낙랑군 수성현과 만리장성을 그려 놨지만 정작 27쪽은 갈석산을 허베이성 창리(昌黎)현에 그려 놓았다. 황해도에 그리지 못한 것은 갈석산이 진시황부터 아홉 명의 황제가 오른 ‘구등(九等) 황제산’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국인들이 ‘신악갈석’(神岳碣石)이라고 높이는 갈석산을 황해도에 그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수는 없다는 자존심이 있었다. 동북아역사재단과 이 나라 역사학자들은 이런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다. ●만리장성 동쪽 끝은 어디인가? 중국의 ‘수서’(隋書)는 갈석산이 있는 허베이성 창리현을 옛 수성현이라고 말했다. 청나라 역사지리학자인 고조우(顧祖禹)는 ‘독사방여기요’(讀史方輿紀要)에서 창리현 조금 북쪽의 허베이성 루룽(盧龍)현을 설명하며 “영평부(永平府·루룽현) 북쪽 70리에 (만리)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태강지리지’에서 말한 ①수성현 ②갈석산 ③만리장성이란 세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은 지금의 허베이성 창리현 및 루룽현 지역이다. ‘동북아역사지도’는 또 낙랑군 둔유(屯有)현은 황해도 황주(黃州)에 그려 놓고 근거 사료로 역시 이병도설을 국회에 제공했다. ‘고려사’ ‘지리지’의 ‘황주목(黃州牧)조’에 “황주를 다른 책에서는 우동어홀(于冬於忽)이라고 했다”는 구절이 있다. 이병도는 ‘우동어홀’에서 ‘우’ 자와 ‘홀’ 자는 마음대로 빼버리고 ‘동어’(冬於)만 남기는 ‘둔유’(屯有)와 발음이 비슷하다면서 낙랑군 둔유현이 황주라고 우겼다. 이런 코미디 같은 비극으로 점철된 ‘동북아역사지도’를 다시 국고로 간행해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총독부 사관을 추종하는 식민사학 적폐는 오히려 제 세상 만난 듯 더 기세등등해졌다. 구한말 같다는 탄식이 늘어 간다. ■‘유사역사학’ 용어 출처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도형은 언론 간담회에서 ‘유사역사학’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유사’란 용어의 출처는 어디일까? 자칭 역사소설가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저작권은 조선총독부에 있다. 조선총독부는 1925년 ‘조선의 유사종교’(朝鮮の類似宗敎)라는 책을 발간해 ‘개신교·천주교·불교’는 종교로 분류해 총독부 학무국 종교과에서 관리하고, ‘대종교·천도교·동학교·단군교·보천교·증산도·미륵불교·불법연구회’ 같은 항일 민족종교는 ‘유사종교’로 낙인찍어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던 총독부 경무국에서 따로 관장했다. 항일 민족종교를 ‘유사종교’라고 낙인찍고 탄압한 수법을 그대로 본받아서 조선총독부 역사관을 비판하는 학자들에게 악용하는 매카시 수법이다. 아직도 총독부가 지배하는 갈라파고스가 이 나라에는 너무 많다. 전 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낙랑=평양’설…성호도 연암도 “北 평양 아닌 요동 평양” 갈파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낙랑=평양’설…성호도 연암도 “北 평양 아닌 요동 평양” 갈파

    2007년부터 1013년까지 동북아역사재단은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에 10억원의 국고를 지원했다. 한국고대사에 관한 여섯 권의 영문책자를 발간하는 사업이었다. 하버드대는 이 돈으로 마크 바잉턴을 임시 교수로 고용해 한국인 고대사학자들과 책자를 발간했다. 2013년에 나온 책이 ‘한국고대사 속의 한사군: The Han Commanderies in Early Korean History’인데 실제 내용이 알려지자 각계의 비난이 쏟아졌다.●국고로 세계에 전파된 동북공정 논리 한국고대사를 외국인들에게 전하려면 고조선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고조선은 없고 한사군부터 시작한 것이다. 조선총독부의 관점대로 한국사를 식민지로 시작한 것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었다. 게다가 낙랑군을 평양으로 비정한 것을 비롯해서 한사군의 위치를 모두 한반도 북부로 비정해 중국의 역사강역으로 넘겨주었다는 비판이었다. 동북공정을 시작하면서 한국 측의 반발을 우려했던 중국은 한국 국가기관들이 외국대학에 돈까지 주어가면서 동북공정 논리를 담은 영문 책자를 발간하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동북아역사재단은 이 책자들을 대한민국 외교공관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배포하겠다고 자랑하다가 이 사건에 분노해 결성된 ‘식민사학 해체 국민운동본부’ 등의 항의를 받고 중단했다. 바잉턴은 ‘한국에서 가장 잘 훈련된 역사학자들’과 작업했다고 주장했는데, 역사학에서 ‘잘 훈련된 역사학자’란 관련 사료를 가장 넓고 깊게 섭렵한 학자들일 것이다. 과연 그랬을까.●위만조선ㆍ中의 국경, 패수는 어디인가 한사군의 위치를 사료를 통해서 살펴보자. 2100년 전인 서기전 108년에 설치된 한사군의 위치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사군이 존재했던 시대에 편찬된 1차 사료들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낙랑·현도·임둔·진번군의 한사군 중에서 가장 많은 사료가 남아 있는 것은 낙랑군이다. 낙랑군 주변에 다른 3군이 있었으니 낙랑군의 위치만 알면 한사군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낙랑군의 위치에 대해서 한·중·일 고대사학계는 모두 평양 일대라고 주장한다. ‘기자조선의 도읍지=위만조선의 도읍지=낙랑군=평양’이라는 논리다. 서기전 12세기경의 인물인 기자를 사후 2400여년 후에 고려 유학자들이 평양으로 끌어들였다는 사실은 이미 설명했다. ‘기자조선 도읍지=평양’은 사대주의 유학자들이 만든 조작된 이데올로기란 뜻이다. 낙랑군의 위치를 찾을 때 중요한 것은 위만조선과 중국 진·한(秦漢) 사이의 국경인 패수(浿水)의 위치다. 중국 후한(後漢:서기 25~220) 때 학자인 상흠(桑?)이 편찬했다는 ‘수경’(水經)에 패수가 나온다. ‘수경’은 중국의 137개 강에 대해서 서술한 책인데, “패수는 낙랑군 누방(鏤方)현에서 나와서 동남쪽으로 임패(臨浿)현을 지나서 동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간다”(東入于海)고 말하고 있다. 패수는 ‘동쪽’으로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는 강이다. 그런데 한·중·일 고대사학계는 패수를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 등 서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 강이라고 우긴다. 북위(北魏)의 역도원(酈道元:?~527)과 일본인 식민사학자들, 이른바 국사학계의 태두라는 이병도 박사 등이 ‘동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간다’(東入於海)는 ‘수경’ 원문의 ‘동’(東)자를 ‘서’(西)자로 바꾸어 한반도 북부의 강이라고 우겼기 때문이다. 후한 때의 학자 허신(許愼:58~147)도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패는 강이다. 낙랑 누방현에서 나와서 동쪽으로 바다로 들어간다”(東入海)고 거듭 말한 것처럼 패수는 동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 강이다. 패수를 서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 한반도 북부의 강으로 비정하면 안 된다. 동쪽으로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는 만주나 허베이성 일대의 강에서 찾아야 한다. ●패수 동쪽에 요동군이 있었다 패수의 위치가 중요한 것은 위만조선과 진·한 사이의 국경일 뿐만 아니라 낙랑군의 위치를 말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낙랑군의 위치에 대한 1차 사료는 한(漢)나라의 정사인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다. ‘한서’ ‘지리지’와 그 주석은 기자조선의 도읍지에 세운 것은 낙랑군 조선현이고 위만조선의 도읍지에 세운 것은 요동군 험독(險瀆)현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자조선의 도읍지=위만조선의 도읍지=낙랑군=평양’이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이다. 요동군 험독현에 대해서 ‘한서’ ‘지리지’의 주석자인 응소(應劭)는 “조선왕 위만의 도읍이다”라고 말했다. 위만조선의 도읍지에 세웠다는 뜻인데, 위만조선의 도읍 왕험성(王險城)에서 ‘험’(險)자를 따고,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는 강가를 뜻하는 ‘독’(瀆)자를 덧붙여 ‘험독’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요동군 소속의 험독현이 압록강 안쪽이 아니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중국 동북공정에서도 요동군 험독현을 지금의 랴오닝성 안산시 태안읍 부근으로 비정한 것이다. 한·일 고대사학계만 여전히 위만조선의 도읍지를 평양이라고 아무런 사료적 근거 없이 우기고 있는 중이다. 위만조선의 도읍지 왕험성에 세운 요동군 험독현에 대해서 ‘한서’의 다른 주석자인 신찬(臣瓚)은 “왕험성은 낙랑군 패수의 동쪽에 있다”고 말했다. 신찬의 말은 낙랑군의 위치에 대한 기본적인 방위를 제공한다. 낙랑군이 요동군 서쪽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요동군 험독현을 랴오닝성 태안읍 부근으로 비정했으면 낙랑군은 그 서쪽 랴오닝성이나 허베이성에 비정해야 하는데, 남쪽 평양으로 비정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위만조선의 도읍지가 평양이라는 한·일 사학계보다는 낫지만 역사를 조작하려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사기’ 및 ‘한서’의 다른 주석자인 안사고(顏師古)도 “신찬의 설이 옳다”고 말했으므로 낙랑군은 지금의 랴오닝성 태안읍 서쪽에서 찾아야 한다. 낙랑군이 지금의 평양이라면 그 동쪽 강원도가 요동군이라는 뜻이니 말이 되지 않는다.●조선 후기 학자들 “낙랑은 요동” 조선 후기 성호(星湖) 이익(李瀷)이 낙랑군이 평양이 아니라고 말하고 연암 박지원(朴趾源)이 패수가 압록·청천·대동강 등이 아니라고 말한 것도 여러 사료를 검토한 결과였다. ‘삼국사기’ 고구려 동천왕 20년(246)조는 조조(曹操)가 세운 위(魏)나라 유주(幽州:현 베이징)자사 관구검(毌丘儉)이 고구려를 침략했다고 전한다. “위(魏)나라 유주자사 관구검이 1만인을 거느리고 현도로 침범해서…낙랑으로 퇴각했다”는 것이다. 그가 퇴각한 낙랑이 지금의 평양이라면 관구검은 자신의 근무지인 베이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고구려 강역 수천 리를 통과하거나 수십 척의 배를 건조해 서해와 발해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그런 기록은 없는 반면 ‘삼국지’ ‘위서(魏書)’ 가평(嘉平) 4년(252)조에 관구검은 양쯔강 남쪽을 정벌하는 진남(鎭南)장군이 되어 오나라를 공격하고 있다. 낙랑군이 지금의 평양이라면 순간이동 능력이 없는 관구검과 위나라 군사들이 느닷없이 양쯔강 유역에 나타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성호 이익은 ‘조선사군’(朝鮮四郡)에서 관구검의 공격로와 퇴각로를 근거로 ‘낙랑군과 현도군은 모두 요동에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 ‘도강록’(渡江錄)에서 “한나라 낙랑군 관아가 있었던 평양은 지금의 평양이 아니라 요동의 평양이다”라고 갈파했다. 중화 이데올로기나 조선총독부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1차 사료를 보면 낙랑군이 현재의 평양일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사료적 근거가 전무한 ‘낙랑=평양설’이 각 대학의 역사학과와 국사 관련 국책기관들의 이른바 하나뿐인 정설, 즉 도그마로 변질되어 중국의 동북공정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한사군을 압록강 안으로 몰아넣어 조선의 강토가 줄어들었다” 연암 박지원 ‘열하일기’서 탄식 연암 박지원은 정조 4년(1780) 삼종형 금성위(錦城尉) 박명원(朴明源)의 수행원으로 청나라 황실의 여름 별장인 열하(熱河:지금의 허베이성 청더(承德))를 방문하고 ‘열하일기’(熱河日記)를 남겼다. 이 글에서 박지원은 이렇게 말한다. “오호라, 후세에 영토의 경계를 상세하게 고찰하지 않고, 망령되게 한사군의 땅을 모두 압록강 안쪽으로 몰아넣고 사실을 억지로 이끌어 구구하게 분배(分排)했다. 다시 ‘패수’를 그 안에서 찾아서 혹은 압록강, 혹은 청천강, 혹은 대동강을 패수라고 지칭했다. 그래서 조선의 강토는 싸우지도 않고 저절로 줄어들었다. 이는 무슨 까닭인가? 평양을 한 곳에 정해 놓고 패수의 위치를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앞으로 나가고 뒤로 물리기 때문이다.” 240여년 전의 글인데도 평양을 낙랑군이라고 못박고 다른 사료들을 억지로 꿰맞추는 지금 학계의 풍토를 비판한 것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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