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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국유사’ 등 3건, 세계기록유산 아태 목록 등재

    ‘삼국유사’ 등 3건, 세계기록유산 아태 목록 등재

    기록문화의 과거와 오늘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목록에 등재됐다. 문화재청은 26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위원회 총회에서 ‘삼국유사’, ‘내방가사’,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 3건이 목록에 최종 등재됐다고 전했다.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목록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단위에서 시행되는 기록유산 프로그램이다. 이번 등재로 ‘한국의 편액’(2016년), ‘만인의 청원, 만인소’(2018년), ‘조선왕조 궁중현판’(2018년)까지 총 6건이 됐다. ‘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 때인 1281년 일연 스님이 편찬한 서적이다. 역사서인 동시에 한반도 고대 신화를 비롯해 역사, 종교, 생활, 문학 등 다양한 설화도 담겨 있어 한반도의 문화를 보여 주는 서적으로 평가받는다. 조선 후기 여성들이 창작한 문학 작품을 한글로 적은 ‘내방가사’도 지역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내방가사’는 한글을 배우는 용도로 활용됐지만 19∼20세기에는 여성 문학으로 자리 잡아 삶에 대한 탄식과 회고, 가문 자랑, 여행기 등 주제가 다양해졌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은 2007년 12월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류 유출 사고의 극복 과정을 담은 문서, 사진, 간행물 등이다. 관련 기록물이 약 22만 2000건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과 방제 활동, 자원봉사 활동, 피해 보상 등을 정리한 기록물은 민관이 힘을 합쳐 환경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에서 가치가 인정됐다.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위원회는 2년 주기로 총회가 열린다. 위원회는 유산의 본질과 기원 또는 유래를 증명할 수 있는 진정성, 독창적이고 대체할 수 없는 특성, 유산이 갖는 중요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 버려진 義… 군위, 30억원 기부자의 흉상 비닐 입혀 문화회관 구석에 방치

    버려진 義… 군위, 30억원 기부자의 흉상 비닐 입혀 문화회관 구석에 방치

    경북 군위군이 현금 수십억원을 기부한 출향인의 나눔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흉상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군위군에 따르면 재일교포 출향인 홍종수(2011년 작고·당시 86세)씨가 2010년 7월,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생 모은 재산 30억원을 군위군교육발전위원회(장학회)에 현금 기부했다. 홍씨는 당시 어린 시절 가난으로 배우지 못한 한을 풀게 됐다며 크게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위읍 대흥리 출신인 홍씨는 1948년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봉제·속옷 공장을 운영해 자수성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홍씨를 예우하기 위해 2010년 10월 2000만원을 들여 흉상을 제막했다. 하지만 흉상은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 1층(공연장) 구석진 곳에 놓여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화회관은 월 2~4차례 공연이 있는 날을 제외하면 인적이 끊기는 곳이다. 애초 홍씨의 흉상을 군청 현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전시해 기부자에 대한 예우와 나눔 문화 확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후에도 이런 여론이 몇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무시됐다. 주민들은 “기부자를 예우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흉상을 만든 뒤 사실상 구석에 처박아 놓았다”며 “기부자를 오히려 욕되게 할 뿐만 아니라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급기야 군이 지난해 1월부터 공연장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흉상에 비닐까지 씌워 2년째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있다. 공사는 다음달까지 계속된다. 홍씨의 집안 조카뻘 되는 홍모(71)씨는 “생전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해 모은 전 재산으로 자랑스러운 일을 한 집안 어른의 흉상이 공사 현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는 것이 가슴 아프다”면서 “하루빨리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위군 관계자는 “홍씨의 흉상이 아무 관련 없는 교육문화회관에 전시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적절한 장소를 물색해 옮기도록 하겠다”고 했다.
  • 수자원공사, 국가문화재 인근에 전봇대 무단 설치했다 철거

    수자원공사, 국가문화재 인근에 전봇대 무단 설치했다 철거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가 국가문화재인 경북 군위 인각사 인근에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전봇대를 세웠다가 뒤늦게 철거하는 물의를 빚었다. 인각사는 고려말 승려인 일연(1206~1289)이 삼국유사 편찬을 마친 곳으로 유명하다. 14일 군위군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한국수자원공사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삼국유사면 삼국유사로 250 인각사 인근에 전봇대 12개(직경 50㎝, 높이 16m)를 세우고 추가 시설물들을 설치하려고 했다. 이에 군은 즉시 현장에서 구두로, 다음날은 공문으로 공사 중지 통보와 함께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인각사는 사적 제374호로, 이 주변은 군위 인각사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제1구역이다. 게다가 유적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유존지역’이기도 하다. 이 일대에서 개발 사업을 하려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청으로부터 사전에 현상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하고 인각사 반경 500m 내에 전봇대 12개를 세웠다. 조사 결과 지난 9월부터 인각사 인근 군위댐 수상태양광발전소(3㎿)에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 군위변전소에 공급하기 위해 전봇대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수자원공사가 문화재보호법 제35조(허가사항) 및 매장문화재 제8조(매장문화재 유존지역에서의 개발사업 협의) 등을 위반한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뒤늦게 문화재 전문가 3명의 입회하에 원상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군위군 관계자는 “수자원공사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허가 없이 전봇대를 세우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개발 공사를 진행했다”며 “문화재청과 협의해 관련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인각사 관계자는 “형사 고발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군위군 주민들은 식수원인 군위댐 수질 악화 등을 우려해 수상태양광사업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 국보 된다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 국보 된다

    백제시대 공예품의 정수로 알려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가 31일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사리장엄구는 사리를 불탑에 안치할 때 사용하는 용기나 함께 봉안되는 공양물 등을 가리킨다.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탑의 중심을 이루는 기둥)의 사리공(불탑 안에 사리를 넣을 크기로 뚫은 구멍)에서 나온 유물이다. 639년(백제 무왕 40년) 절대연대를 기록한 금제 사리봉영기와 금동사리외호, 금제 사리내호 등 총 9점으로 구성돼 있다. 금제 사리봉영기는 얇은 금판으로 만들어 앞·뒷면에 각각 11줄 총 193자가 새겨져 있다. 백제 왕후가 재물을 시주해 사찰을 창건하고 기해년(639년)에 사리를 봉안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내용이다.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진 미륵사 창건설화의 구체성을 알려 주는 자료로, 사리장엄구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유물이다. 곡선미와 우아함이 살아 있는 서체는 백제 서예의 수준을 보여 주며 한국 서예사 연구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이봉창 의사 선서문’ 등 6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영주 부석사 안양루’ 등 비지정 문화재 3건은 보물로 지정됐다.
  • ‘삼국유사’ 속 전설 확인해준 사리장엄구 국보 된다

    ‘삼국유사’ 속 전설 확인해준 사리장엄구 국보 된다

    백제시대 공예품의 정수로 알려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가 31일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사리장엄구는 사리를 불탑에 안치할 때 사용하는 용기나 함께 봉안되는 공양물 등을 가리킨다.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탑의 중심을 이루는 기둥)의 사리공(불탑 안에 사리를 넣을 크기로 뚫은 구멍)에서 나온 유물이다. 639년(백제 무왕 40년) 절대연대를 기록한 금제 사리봉영기와 금동사리외호, 금제 사리내호 등 총 9점으로 구성돼 있다. 금제 사리봉영기는 얇은 금판으로 만들어 앞·뒷면에 각각 11줄 총 193자가 새겨져 있다. 백제 왕후가 재물을 시주해 사찰을 창건하고 기해년(639년)에 사리를 봉안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내용이다.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진 미륵사 창건설화의 구체성을 알려 주는 자료로, 사리장엄구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유물이다. 곡선미와 우아함이 살아 있는 서체는 백제 서예의 수준을 보여 주며 한국 서예사 연구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금동사리외호 및 금제 사리내호는 모두 몸체의 허리 부분을 돌려 여는 구조로 동아시아 사리기 중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구조이다. 전체적으로 선의 흐름이 유려하고 양감과 문양의 생동감이 뛰어나 기형(器形)의 안정성과 함께 세련된 멋이 한껏 드러나 있다. 청동합은 구리와 주석 성분의 합금으로 크기가 각기 다른 6점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하나에는 ‘달솔(達率) 목근(目近)’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달솔이라는 벼슬(2품)을 한 목근이라는 인물이 시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명문을 바탕으로 시주자의 신분이 백제 상류층이었다는 사실과 그가 시주한 공양품의 품목을 알 수 있어 사료적 가치와 함께 백제 최상품 그릇으로서 희귀성이 높다. 녹로(轆轤)로 성형한 동제 그릇으로서 그 일부는 우리나라 유기(鍮器) 제작 역사의 기원을 밝혀 줄 중요한 사례라는 점에서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백제 왕실에서 발원해 제작했고, 봉안 당시 모습 그대로 발굴되어 고대 동아시아 사리장엄 연구에 있어 절대적 기준이 된다. 제작기술 면에서도 최고급 금속재료와 백제 금속공예 기술의 역량을 응집해 탁월한 예술품으로 승화시켜 한국공예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유물로서 위상이 높아 향후 국보로서 관리될 예정이다.
  •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행사…오는 29일 경북 군위서 열려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행사…오는 29일 경북 군위서 열려

    김수환(1922~2009) 추기경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경북 군위에서 열린다. 25일 군위군에 따르면 ‘2022년 군위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문화 축전’이 오는 29일 군위읍 용대리 김 추기경 생가 인근 ‘사랑과 나눔 공원’과 군위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 일원에서 펼쳐진다. 김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올해 행사는 ‘사랑의 길에서 꿈을 찾다’를 주제로 ▲사랑과 나눔을 만나다 ▲사랑의 길을 거닐다 ▲다함께 꿈을 찾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사랑과 나눔을 만나다’는 김 추기경의 삶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바보들의 무대 초청 공연, 사랑 나눔 등교길, 사랑의 길 걷기 퍼포먼스, 김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상영 등으로 추기경의 나눔과 사랑의 마음을 온 세상에 전한다. ‘사랑의 길을 거닐다’는 김 추기경이 군위보통학교를 다니며 걸었던 등굣길을 상상하며 군위읍 용대리 사람들을 만나보는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사랑 나눔 가로 세로 퀴즈, 김 추기경 아트윌 인증샷(2컷), 용대리 골목놀이(딱지치가·구슬치기·땅따먹기), 용대리 담벼락 낙서 등 다양한 게임과 즐길거리를 나눌 수 있다. ‘다함께 꿈을 찾다’는 군위에서 시작되는 사랑과 나눔의 울림 군위 사랑과 나눔 동요제, 김 추기경 100주년 기념 사랑 나눔 콘서트, 사랑 나눔 체험 학교(군위 사랑 농특산물 판매장) 등으로 마련된다. 용대리 김 추기경 생가는 고인이 군위보통학교를 마치고 대구가톨릭대 전신인 성유스티노신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추기경은 1993년 3월 이곳을 찾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랑과 나눔공원은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추모전시관, 추모 정원, 청소년 수련시설 등을 조성해 2018년 문을 열었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추기경 생전의 사랑과 나눔, 봉사정신이 세상에 널리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서울광장] 평강공주, 선화공주, 그리고 계산공주/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평강공주, 선화공주, 그리고 계산공주/서동철 논설위원

    알지 못했던 과거의 인물을 새롭게 만나는 것은 즐겁다. 그 인물이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인간적 매력까지 담고 있다면 재미는 더욱 커진다. 백제 계산공주(桂山公主)가 꼭 그렇다. 그는 백제의 마지막 임금 의자왕의 딸이다. 무술을 연마해 전쟁에 나선 계산공주는 고대사회 우리 여성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고구려 평강공주, 신라 선화공주의 진취적 기상을 뛰어넘는 계산공주의 존재는 ‘백제 공주’의 빈칸을 채워 넣는 의미도 있다. 백제지역 문화계가 먼저 역사 자원으로 계산공주의 중요성에 눈뜬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지난달 공주에서는 ‘백제 계산공주 콘텐츠 활성화 방안’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계산공주를 백제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부각시키고자 하는 실천적 노력도 이어졌다. 지난 월요일 ‘제68회 백제문화제’ 폐막식에서 선보인 ‘계산공주 쇼케이스’ 공연이 그것이다. ‘공주’(公主)가 갖고 있는 정형화된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여전사 계산공주’를 조명했다. ‘삼국유사’에는 이런 스토리가 있다. 나당연합군이 강가에 군대를 주둔시켰는데, 새 한 마리가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불길한 점괘에 소정방이 싸움을 그만두려 하자 김유신이 신검(神劍)을 뽑아 겨누었고, 새는 갈기갈기 찢긴 채 좌중 앞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동경잡기’에는 백제 왕이 김유신의 신묘한 계책을 걱정하자, 공주는 “우리에게는 자용병기(自勇兵器)가 있으니 근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고는 까치가 되어 신라군 진중으로 날아가 깃발에 앉아 지저귀자 김유신이 칼로 가리켰고 까치는 땅에 떨어져 사람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1936년 채록한 설화는 종합판이다. 의자왕의 아름다운 딸 계산은 어렸을 때부터 검법을 좋아해 그 심오한 뜻을 깨우쳤다. 남해의 여도사로부터 선술(仙術)을 습득했는데, 자용병기를 발명해 스스로 천하무적이라 일컬었다. 이 무기는 철로 만든 활과 칼인데, 신장(神將)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이것을 쓸 때 공중을 향해 주문을 외치면 홀연히 많은 군사가 나타나는 신비로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계산공주의 신술이 김유신의 신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신라군에게 붙잡힌 계산공주는 김유신이 풀어주자 백제로 돌아갔고, 의자왕에게 신라와 화평하라고 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용병기를 부수고 부소산에 숨어 버리는 것으로 설화는 마무리된다. 모두 신라 중심의 기록이다. ‘삼국유사’의 일화는 ‘태종춘추공’조에 담겨 있고, 17세기 출간된 ‘동경잡기’는 경주지역 설화 모음이며, 계산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설화 역시 경주지역에서 채록한 것이다. 그럼에도 신라가 주어(主語)인 ‘승자의 전설’에 패망국 백제의 공주가 이만큼이라도 적극적 성격의 인물로 그려진 것은 인상적이다. 그런 점에서 실제의 계산공주는 기록에 나타난 면모보다 훨씬 지혜롭고 강건한 인물이었을 것 같다. 계산공주는 우리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물론 ‘역사적 인물’로 대우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설화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의 상징이나 은유일 경우가 많다. ‘삼국유사’는 신라의 백제 공략에 대한 당위성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소정방과 새의 일화를 끌어들였다. ‘동경잡기’는 경주 건천의 작원(鵲院)이라는 땅이름의 유래를 설명하고자 전래설화를 차용한 것이다. 애써 가공 인물을 창작할 이유는 전혀 없다. 계산공주는 자신의 운명을 넘어 국가의 운명까지 개척하고자 했던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 준다. 개인적으로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별종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두고 편가름이 없던 시대 일반적 여성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녀 역할에 편견을 가진 시대를 너무 오래 살아 ‘신기한 공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된다.
  • [씨줄날줄] 포항 냉천과 태풍 ‘힌남노’

    [씨줄날줄] 포항 냉천과 태풍 ‘힌남노’

     오어사와 신광천에 둑을 막아 만든 오어저수지는 포항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대표적 관광자원이다. 오어사는 도로명 주소로는 경북 포항시 오천읍 오어로지만 행정구역으로는 오천읍 항사리다. 오어사(吾魚寺)라는 절이름과 항사리(恒沙里)라는 땅이름은 신라불교, 나아가 신라문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오어사가 자리잡은 마을에 항사리라는 땅이름이 붙여진 것은 이 절의 옛 이름이 항사사(恒沙寺)였기 때문이다. 항사(恒沙)는 한자로 번역된 불경에 수없이 등장하는 항하사(恒河沙)의 준말이다. 항하(恒河)는 영어로는 갠지스강이라 불리는 인도어 강가의 한자식 표기다. ‘갠지즈강의 모래’라는 뜻의 항하사는 강가의 모래알처럼 수없이 많음을 은유하는 표현으로 쓰이곤 한다.  항사사라는 절이름은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 등장한다. 그런만큼 그 연원은 신라시대, 최소한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천수백 년 전 멀리 인도에서 전해진 불교의 가르침이 한반도에서, 그것도 남동쪽 해안의 작은 사찰과 마을의 이름으로 지금도 살아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해외토픽’이 되어 세계인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신광천 상류는 작은 시내로는 드물게 하얀 모래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항사사라는 작명(作名)도 신광천의 흰모래에서 석가모니가 발을 적셨던 갠지스강 흰모래를 떠올렸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항사사가 오어사로 이름이 바뀌 과정이 궁금하다면 ‘삼국유사’의 ‘이혜동진’(二惠同塵) 편에 실려 있는 혜공과 원효의 일화를 읽어 보길 권한다.  신광천(神光川)이라는 이름도 역사적이다. 신라 법흥왕이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 밝은 빛이 비쳤고, ‘신이 보낸 빛’이라며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신광천은 하류로 내려가면서 냉천(冷川)으로 이름이 바뀐다. 냉천은 포항제철 담장을 따라 흐르다 동해에 합류한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갔던 사람들이 대거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침수 이유가 바로 냉천의 범람 때문이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오천읍 일대는 큰 태풍이 올라올 때마다 수재를 겪어 오어사 상류에 홍수조절 기능을 하는 항사댐을 지어야 한다는 논의가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의 이의제기로 댐 건설은 진척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기회에 신광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살리고, 오어사의 역사성도 살리며, 당연히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논의를 시작해도 좋겠다.
  •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단군도 반한 ‘웅녀마늘’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단군도 반한 ‘웅녀마늘’

    ‘삼국유사의 고장’이자 마늘 주산지인 경북 군위군이 지역산 마늘 띄우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군위군은 올해부터 지역 마늘의 차별화를 통한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군위 웅녀마늘’ 브랜드화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사업의 목표는 군위지역에서 생산되는 마늘을 군위 웅녀마늘로 스토리텔링해 브랜드화하는 것. 웅녀마늘은 일연 스님이 군위 고로면 화북리 인각사에서 집필한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마늘로, 군위가 삼국유사의 고장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이런 바탕에는 한지형 마늘인 군위 마늘이 그동안 품질의 우수성에도 약한 브랜드 파워와 인근 ‘의성 마늘’의 명성 등에 가려 푸대접을 받는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군은 이를 위해 군위지역 마늘 재배농가 700여곳에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산 신품종 6쪽 마늘인 ‘홍산 마늘’품종을 대대적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일반 마늘보다 알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으며 향과 맛이 더욱 진한 게 특징이다. 2020년 ‘대한민국 품종상’ 대상(대통령상)을 거머쥐며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또 군위군 마크와 군위 웅녀마늘 글자를 새긴 마늘 주대(줄기) 묶음 끈과 소포장 박스 등을 제작해 농가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국 단위 군위 웅녀마늘 특판 행사를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와 카페 등을 통해 집중 홍보할 방침이다. 신회용 군위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군위 마늘이 인접 지역 의성 마늘의 품질에 손색이 없으나 제값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신품종으로 개량해 특산품으로 발전시키고 군위 웅녀마늘로 브랜딩할 경우 농가 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군위에서는 농가 733곳이 350㏊에서 연간 5250t의 마늘을 생산하고 있다.
  • 신라 설화에 묻어난 미다스왕…동서양 잇는 최중심 ‘오리엔트’

    신라 설화에 묻어난 미다스왕…동서양 잇는 최중심 ‘오리엔트’

    “아내가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할 경우 전후 사정을 조사해 아내가 과오가 없는 반면 남편이 외출이 잦고 평소 아내를 멸시했다면 아내를 나무랄 수 없다. 그럴 경우 아내는 자기 재산을 가지고 친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누군가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한 경우 그 재판이 사형까지도 선고될 수 있는 사건에 관한 재판이라면 거짓으로 진술한 이를 사형에 처한다.”기원전 1754년경 제정된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은 그동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법칙 때문에 야만적이고 반인권법적 법이란 오해를 샀다. 하지만 전체 282개 조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3700여년 전에도 오히려 사법 정의나 여성의 권리, 법 앞의 평등 등 정교한 근대법의 기본 원칙이 구현됐음을 알 수 있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중동 연구의 권위자인 이희수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처럼 서구 중심 관점에서 잘못 알려진 오리엔트·중동 지역의 역사를 인류의 뿌리 역사, 즉 ‘본사’(本史)로 선언하며 새롭게 정리했다. 오늘날 역사는 ‘서양사’와 ‘동양사’로만 나뉜다. 그러나 서양의 문명·문물은 서양에서 기원하지 않았고, 동서양은 인류사의 모든 순간 교류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서양과 동양을 촘촘히 이어 준 중간 문명으로서 ‘중양’(中洋)이 있었고 이는 인류 문명 자체를 탄생시킨 지금의 중동 지역이다. 저자는 중양을 중심으로 초고대 아나톨리아 문명부터 고대 오리엔트 세계, 오스만·무굴제국의 성쇠까지 인류사적 궤적을 면밀히 추적한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1만 2000년 전 건립된 터키 아나톨리아의 ‘괴베클리 테페’ 유적은 세계 4대 문명이 꽃을 피운 시기보다 6000년이나 앞서 인류가 체계화된 도시 문명을 이뤘음을 보여 준다. 고대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 제국이 다문화 정책과 능력에 따른 인재 등용을 펼쳐 후일 로마 제국의 개방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그동안 서구 위주의 역사 서술 방식이 가르쳐 주지 않던 진실을 일깨운다. 특히 7세기 무함마드가 등장한 이후 압바스, 사파비, 오스만제국 등으로 유려하게 흘러가는 이슬람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12억 인구에 달하는 이슬람의 세계성은 무력을 통한 개종이 아니라 관용과 포용 정책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5세기 조선 세종 시대에 갑자기 당대 최고 수준의 과학 기기가 발명되고 천문역법이 정비된 것도 이슬람 문명의 전래와 영향 덕분으로 분석된다.인류 본사 이희수 지음/휴머니스트704쪽/3만 9000원 저자는 책에서 정교일치 체제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종교가 국교의 위치에 있게 되면 항상 기득권을 쥔 성직자들로부터 정통 교리가 강화되고, 관용과 절충이 아닌 배타성과 아집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유럽이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정교분리를 택하면서 진보와 발전을 거듭한 반면 오랫동안 정교일치 체제를 고수하며 낙후성을 면치 못한 이슬람 세계는 이러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오늘날 대부분 정교분리의 세속화 경향을 걷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시대에 왕실과 문벌이라는 보호막 아래서 권력과 결탁한 승려들이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결국에는 나라가 망하고 조선 왕조로 교체됐다. 이 밖에 기원전 8세기 프리기아의 미다스왕이 신의 노여움을 사 귀가 늘어나는 저주를 받게 됐다는 전설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라 경문왕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문명 교류의 관점에서 흥미롭다. 무엇보다 저자는 수많은 제국이 명멸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지속 가능성 시스템(거버넌스)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사회 내부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데 외부로부터의 공급이 줄어들면 내부에서 더 큰 힘을 가진 자가 약자를 수탈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내분과 혼란이 증폭되는 현상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제국의 역사를 훑는 수준을 넘어 각 나라만의 정치적 맥락 안에서 구성된 통치 시스템, 지정학적 판도를 뒤바꾼 주요 사건과 종교·문화를 역사 문외한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저자의 내공이 경이롭다.
  • 군위군 ‘선거 복마전 고장’ 불명예...대리투표에 인구 이상증가 의혹도

    군위군 ‘선거 복마전 고장’ 불명예...대리투표에 인구 이상증가 의혹도

    경북 군위군이 6·1지방선거와 관련해 ‘복마전 고장’ 불명예를 뒤집어쓸 위기에 놓였다. 이장의 선거 대리투표와 인구 이상 증가 등 선거관련 불법·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어서다.경북 군위경찰서는 사전투표가 실시된 지난 28일 마을 주민 몰래 거소 투표를 대리로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군위군 한 마을 이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장 A씨는 최근에 80대 B씨 등 5명 안팎의 마을 주민들을 임의로 거소 투표 대상자로 등록한 뒤 이들 몰래 대리투표를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 주민 B씨 등은 “사전 투표소에 갔더니 이미 거소 투표를 마친 것으로 돼 있어 투표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다른 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군위군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당 마을 이장 C씨를 지난 26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 마을 이장 C씨는 거소투표 신고 기간에 주민 5명에게 본인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거소 투표 신고서를 임의로 서명 또는 날인해 이들이 거소투표 신고인 명부에 오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북경찰청은 유권자들에게 군위군수 선거에 나선 특정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돈을 건넨 혐의로 이날 60대 D씨를 구속했다. 모 후보 처남인 D씨는 이달 초 지역 유권자 여러 명에게 자신의 매형을 지지해 달라며 수백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군위에서는 이외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인구가 늘어 위장 전입 의혹이 불거져 경찰과 선관위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만 2945명이던 군위군 인구가 올해 들어 지난 1월 2만 3008명, 2월 2만 3053명, 3월 2만 3258명, 4월 2만 3314명 등 매달 50∼200명씩 늘었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손꼽힐 만큼 인구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곳에서 선거를 앞두고 최근 6개월간 485명이나 늘어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역에 주소 갖기 운동’ 등 인구늘리기 정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연치고는 기이하다는 지적이다. 경찰과 선관위는 군위에 연고가 없으면서 주소를 옮긴 사람이 최소 수 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투표를 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군위군에서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선거 직전 인구가 반짝 늘었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220여명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군위에서 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온갖 추문이 발생하는 것은 무소속으로 나선 현직 군수와 국민의힘 후보 간 과열경쟁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주민은 “두 후보 간에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불미스러운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다”며 “삼국유사의 고장이 선거 복마전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 [씨줄날줄] 다누리 유감/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다누리 유감/박홍환 논설위원

    예로부터 우리 민족 역시 월백(月魄)이라 하여 달에도 정령이 있다고 믿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 신화의 세오녀가 바로 달의 정령이다. 서기 2세기 신라 8대왕 아달라왕 시기 동해 연안에 연오와 세오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되자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신라 조정에서는 급히 사신을 보내 그 까닭을 탐문했고, 연오와 세오가 각각 해와 달의 정령이었음을 알게 됐다. 결국 연오의 조언대로 세오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해와 달이 빛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영일만 일대는 당시 제사 지내던 곳이라고 한다. 아시아 권역에서는 달에 옥토끼가 살고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달 표면의 그림자 형상이 방아 찧는 토끼를 닮아 그리 됐다고 한다. 또한 중국 신화에는 항아(嫦娥·중국 발음 창어)라는 달의 여신 얘기가 있다. 달의 궁전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중국 도교에서는 매년 추석 항아에게 제를 올린다. 미모가 출중해 견줄 여인이 없다고 해 예로부터 천하절색 미녀를 ‘월궁항아’로 표현하곤 했다. 중국은 2007년 10월 24일 역사적인 달 탐사선 창어 1호를 발사했다. 항아로 추앙받으며 수천년 신화에 담겼던 달의 신비로움에 스스로 한 발짝 다가가 보겠다는 의미에서였다. 중국은 달 탐사 프로젝트를 일찌감치 창어로 명명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 왔다. 일본은 중국보다 한 달 전인 같은 해 9월 첫 번째 달 탐사선을 띄웠는데 지상에 유배됐다가 다시 달로 돌아간다는 일본 전래동화 속 주인공 ‘가구야’라고 명명했다. 8월 발사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이름이 국민 공모를 통해 ‘다누리’로 결정됐다. 순우리말인 ‘달’(다)과 ‘누리다’의 합성어로 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주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혔다. 누리호 명칭 공모 때보다 6배 이상 많은 6만 2700여건이 응모했을 정도로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언제부터 달을 줄여 ‘다’라고 표기했는지, 그게 어문법적으로 가능한지 등에 대한 설명도 없다. 중일과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데 철학이나 철저한 검증 없이 공모에만 맡기는 공무원적 행태는 유감이다.
  • 경북도, MOWCAP 사무국 ‘유치’… 11월 총회 개최

    경북도, MOWCAP 사무국 ‘유치’… 11월 총회 개최

    경북도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 사무국을 유치했다. 8일 경북도에 따르면 MOWCAP는 유네스코가 설립한 세계기록유산 5개 지역위원회 가운데 하나로 1998년부터 4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도는 MOWCAP와 오는 9일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7월 1일부터 사무국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제9차 MOWCAP 총회를 오는 11월 24일부터 나흘간 경북 안동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기로 했다. 총회에는 국외 관계자 60여명 등 관련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한다. 특히 이번 총회 안건 가운데 경북도가 신청한 ‘내방가사’와 ‘삼국유사’가 포함돼 등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국내 세계기록유산 2건(유교책판, 국채보상운동 기록물)과 아·태 기록유산 2건(한국의 편액, 만인소)을 보유하고 있고, 그동안 세계기록유산 사업에 활발히 참여한 점이 높게 평가돼 사무국 유치가 성사됐다. 경북 관계자는 “사무국 유치와 총회 개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며 “유형 유산은 물론 기록 유산의 보존에도 힘써 경북의 문화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 군위 산불, 발생 49시간 만인 12일 진화…축구장 486개 산림 잿더미

    군위 산불, 발생 49시간 만인 12일 진화…축구장 486개 산림 잿더미

    지난 10일 경북 군위군에서 난 산불이 사흘째인 12일 진화됐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2시 10분쯤 군위 산불의 주불을 껐다고 밝혔다. 산불이 난 지 49시 간만이다. 이번 산불로 군위 삼국유사면 각시산(해발 560m)을 중심으로 화북리, 화수리, 매성리 일대 347㏊가 산림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축구장(0.714㏊) 약 486개를 합친 면적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나 시설 피해는 없었다. 산림 당국은 최근 이상기후에 따른 고온 건조한 기상에 국지적 강풍이 분 데다, 급경사의 험준한 산세 때문에 산불 진화인력이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암석지 사이 두꺼운 낙엽층으로 인해 산불 진화 헬기가 집중적으로 물을 뿌려도 꺼졌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고도 설명했다. 당국은 불씨가 다시 살아날 경우를 대비해 산불진화헬기 12대, 야간 열화상 드론 3대를 배치하고 산불특수진화대원 등을 동원해 잔불 진화와 뒷불 감시를 철저히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산불전문조사반을 투입해 산불 원인, 피해 현황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산불은 지난 10일 오후 1시 10분쯤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북리 ‘옥녀봉’으로도 불리는 각시산 7부 능선 부근에서 발생해 초속 10m 이상 강한 바람을 타고 정상까지 확산했다. 이튿날 ‘산불 3단계’가 발령됐고 산불이 인근 마을 근처까지 번지자 학성리 23가구 주민 30명이 면사무소로 대피하기도 했다.
  • 군위 산불, 이틀째 야간진화…“험한 지형·강한 바람에 어려움”…

    군위 산불, 이틀째 야간진화…“험한 지형·강한 바람에 어려움”…

    경북 군위 산불이 이틀째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해가 지자 산림 당국이 야간 진화체계로 전환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이날 저녁 날이 어두워지면서 진화 헬기가 철수함에 따라 산불 특수진화대원과 소방대원 등 484명을 현장에 배치해 방화선을 구축하고 산불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진화율은 50%, 산불 영향구역은 238ha 이상인 것으로 산림 당국은 파악했다. 이번 산불은 전날 오후 1시 34분쯤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북리 옥녀봉 7부 능선 부근에서 발생해 강한 바람을 타고 정상부로 확산했다. 불이 번지자 당국은 ‘산불 3단계’를 발령해 대응하고 있다. 산불 3단계는 피해 추정면적이 100∼3000㏊ 미만에, 초속 11m 이상 강풍이 불고 진화 시간이 24∼48시간 미만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산림청은 “현장 지형이 험하고 급경사로 진화대원 접근이 어려운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삼국유사면 학성리에서는 산불이 마을 근처까지 번져 30여 가구 주민 40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군 관계자는 “학성리 외에 인근 매성리, 연계리, 지호리 주민들에게는 재난 문자 등을 통해 유사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 [속보] 강풍에 경북 군위 옥녀봉 산불 2단계 격상…전국서 산불 속출

    [속보] 강풍에 경북 군위 옥녀봉 산불 2단계 격상…전국서 산불 속출

    최대풍속 초속 9m 강풍…“주불 진화 총력”강원 고성서도 산불… 초속 14.3m 강풍경기 파주 마장리 야산서도 산불 나 진화또다시 산불이 발생했다. 경북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복리 옥녀봉 해발 526m 지점에서 10일 오후 1시 10분쯤 불이 났지만 강풍 속에 산불이 확산되면서 1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2시 40분 ‘산불 2단계’가 발령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 당국은 산불진화헬기 16대와 산불진화대원 54명 등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현재 산불 현장에는 최대풍속 초속 9m의 강풍이 불고 있다. 산불 2단계는 평균 풍속 초속 4∼7m, 예상 피해면적 100㏊ 미만, 진화 시간이 24시간 미만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임상섭 국장은 “산불진화 인원,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신속한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안전사고 없이 산불을 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전국에서 산불이 속출하고 있다. 동해안 지역에 강풍·건조 특보가 동시에 발효 중인 이날 오후 12시 4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도 산불이 났다. 산림 당국은 헬기 2대와 진화차 등 장비 17대, 인력 84명을 투입해 불을 끄고 있다. 오후 1시 30분 현재 산불 현장에는 초속 14.3m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산림 당국은 진화를 마치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31분쯤 경기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 야산에서도 불이 났다. 산림당국은 헬기 3대와 산불 진화대원 24명을 투입해 1시간 20여 분 만인 오후 12시 54분쯤 주불을 진화하고 잔불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당국은 산불 발생 원인과 피해 면적을 조사하고 있다.
  • 사유·명상하는 10만평 수목원… 관람객 80%가 수도권 20~30대[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사유·명상하는 10만평 수목원… 관람객 80%가 수도권 20~30대[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사유원은 10만평의 대지에 조성된 수목원이다. 지난해 9월 사전예약제로 문을 열어 하루 140명의 입장객만 받고 있는데, 개장 첫날부터 예약 경쟁이 치열했다. 3시간 관람에 입장료가 5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식사까지 합해 사유원에서 하루 10만~20만원을 쓰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日 팔려가는 모과나무 안타까워 시작 산으로만 둘러싸인 소담스런 언덕에 인상 깊은 장소를 만든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무소 대표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등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 건축상을 두 차례나 받은 시자는 ‘건축의 시인’이라 불린다. 풍경의 일부가 되는 그의 건축물을 소개하고자 CNN 여행 채널에서 사유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취재 의뢰가 왔을 정도다. 승 대표는 “사유원의 모든 건축물을 땅으로 집어넣거나 숨겨서 수목원의 배경처럼 만들었다”면서 “새들의 수도원과 물탱크에 조성한 전망대만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승 대표는 생태 화장실과 스마트 가로등, 벤치까지 사유원의 대부분 시설을 설계했다. 새들의 수도원은 맨 위층에 새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달았지만 의심 많은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 아직은 새가 깃들이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사유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의 작품은 물과 돌이 삶의 의미를 묻는 명정이란 공간이다. 물이 똑똑 흘러내리는 벽을 지나면 붉은색의 벽이 이국적인 풍광을 낳는다. 건축가는 이곳을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사람처럼 묵상하는 장소로 설계했다. 사유원을 찾는 관람객의 80% 이상은 수도권에서 온 20~30대들인데 이들은 명정에서 인생 최고의 사진인 ‘인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사진은 최고의 홍보 수단인 셈이다. 비싼 대관료에도 패션 화보의 촬영장으로 인기가 높다. 승 대표는 야외 공연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이곳을 만들었지만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즐기고 있다. 좌식 양변기는 없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화장실과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사유의 공간을 맘껏 받아들이는 것이다.사유원이란 이름은 설립자인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과 25년 지기인 승 대표의 교감 속에 지어졌다. 승 대표는 자신보다 여섯 살이 많은 유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아 10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그의 대구 집을 설계하면서 다시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인 수목원이 아니라 사유하고 명상하는 수목원을 짓자는 승 대표의 제의에 그 자리에서 유 회장이 사유원이란 이름을 내놨다. 태창철강은 대구에 있는 기업으로, 유 회장은 일본에 팔려 가는 모과나무가 안타까워 땅을 사고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40년간 나무를 모아 사유원을 일군 유 회장은 일본으로부터 나무를 지켜 낸 곳으로만 수목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유원에 있는 6개의 생태 화장실에 다불유시(多不有時·WC) 같은 이름을 직접 붙일 정도로 지극한 애정을 쏟았다. 마스터플랜처럼 완벽한 계획 없이 조성돼 아직도 미완성인 수목원을 지금도 조금씩 손수 고쳐 나가고 있다. ●수억원짜리 소나무 곳곳에 자태 뽐내 수백년 된 모과나무는 풍설기천년이란 이름의 언덕에 108그루가 자리잡고 있다. 나무는 매년 4t의 모과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로 사유원 입구에서 거대한 저수지와 마주보고 있는 카페 몽몽마방의 몽몽에이드를 만들어 팔고, 태창철강 직원에게도 나눠 준다. 모과나무뿐 아니라 재선충병을 이겨 낸 한 그루당 수천, 수억원을 호가하는 한국형 소나무도 사유원 곳곳에서 굽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카페 자리에는 승 대표가 설계한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빈민촌인 달동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세상의 끝에 있는 수도원에서 건축의 이상향을 보는 이 건축가는 사유원의 호텔을 마치 수도원처럼 설계했다. 50개의 호텔 객실에는 텔레비전도 없이 작은 싱글침대 하나만 들여놔 계절마다 풍경이 다른 수목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승 대표의 바람과 달리 비용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아직 착공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명성은 1966년 포르투갈 해변의 암석 위에 세워져 바다와 하나가 된 듯한 팔메이라 수영장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06년 안양예술공원에 위치한 안양파빌리온을 처음 설계했고, 이 건물은 아시아에 최초로 들어선 시자의 작품이기도 하다. 사유원 방문객은 시자가 설계한 건물인 소요헌에서 땅과 하나가 된 건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소요헌은 긴 상자 같은 두 개의 구조물을 와이(Y) 자 모양으로 연결했을 뿐 장식이 없는 고요한 공간이다. 어두운 입구를 지나 빛과 함께 마주한 자연은 사유원을 찾은 이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시자의 건축 작품을 보려고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여행객이 개장 전에 무작정 사유원을 찾은 일도 있었다. ●서대구 기차역 생겨 교통 더 편리해져 군위군은 소보면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 들어서게 되면서 대구시로 편입하는 과정에 있다. 지역 간 합의로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경북 지역구의 일부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 군위군에 있는 사유원이 대구시로 편입되면 그 가치도 10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별다른 관광 자원이 없는 군위에서 야심 차게 만든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코로나19 기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유원은 예약이 꽉 찼다. 지난달 31일 서대구 기차역이 개통되면서 사유원으로 가는 교통은 더 편해졌다. 규모 면으로 따지면 국내 다섯 번째 정도지만 민간에서 조성한 수목원으로는 경기 양평의 세미원 다음으로 면적이 넓다. 경북도와 대구시 등 지자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유원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다. 대구 수성구청은 구청장 주도로 전체 공무원이 사유원을 관람했으며, 경북도는 도로 개설 등에 도움을 크게 줬다. 승 대표는 사유원을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의 경계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에너지를 얻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반드시 직접 가 보고 이해해야만 하는 건축은 지역 가치를 한없이 높이는 작업이며, 좋은 건축을 통해 지방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돈 많은 기업가나 생각 없는 지자체장이 외국의 건축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땅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은 장소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생명력이 소멸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는 땅에 대한 이해와 주변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건축이 아니라 공산품을 낳았다고 했다. 그는 “사유원은 존재 자체로 군위란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랑스러운 장소”라며 “사유원에서 건축은 중요하지 않으니 나무를 흘깃 보지 말고 대화하도록 노력하라”고 귀띔했다.
  • 지방을 살리는 건축…CNN도 주목한 군위 수목원

    지방을 살리는 건축…CNN도 주목한 군위 수목원

    경북 군위군의 사유원(思惟園)은 인구 2만여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를 살리는 건축이다. 사유원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 모인 건축테마파크이자 현대인을 위한 수도원이기도 하다. 한학에 조예가 깊은 한 기업가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만나 군위 산골에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수목원이자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놓을만한 자랑스러운 장소를 만들어냈다.생각하는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사유원은 10만평의 대지에 조성된 수목원이다. 지난해 9월 사전예약제로 문을 열어 하루 140명만 입장객을 받고 있는데, 개장 첫날부터 예약 경쟁이 치열했다. 세 시간 관람에 입장료가 5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식사까지 합해 하루 10~20만원까지 사유원에 쓰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산으로만 둘러싸인 소담스런 언덕에 인상깊은 장소를 만든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승효상씨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등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 건축상을 두 차례나 받은 시자는 ‘건축의 시인’이라 불린다. 풍경의 일부가 되는 그의 건축을 소개하고자 CNN 여행 채널에서 사유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취재 의뢰가 왔을 정도다.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무소 대표는 “사유원의 모든 건축을 땅으로 집어넣거나 숨겨서 수목원의 배경처럼 만들었다”면서 “새들의 수도원과 물탱크에 조성한 전망대만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승 대표는 생태 화장실과 스마트 가로등, 벤치까지 사유원의 대부분 시설을 설계했다. 새들의 수도원은 맨 위층에 새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달았지만 아직은 의심많은 새가 깃들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사유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의 작품은 물과 돌이 삶의 의미를 묻는 명정이란 공간이다. 물이 똑똑 흘러내리는 벽을 지나면 붉은색의 벽이 이국적인 풍광을 낳는다. 건축가는 이곳을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사람처럼 묵상하는 장소로 설계했다. 사유원을 찾는 관람객의 80% 이상은 수도권에서 온 20~30대들인데 이들은 명정에서 인생 최고의 사진인 ‘인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사진은 최고의 홍보 수단인 셈이다. 비싼 대관료에도 패션 화보의 촬영장으로 인기가 높다. 승 대표는 야외 공연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이곳을 만들었지만,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즐기고 있다. 좌식 양변기는 없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화장실과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사유의 공간을 맘껏 받아들이는 것이다.사유원이란 이름은 설립자인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과 25년 지기인 승 대표의 교감 속에 지어졌다. 승 대표는 자신보다 6살이 많은 유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아 10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그의 대구 집을 설계하면서 다시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인 수목원이 아니라 사유하고 명상하는 수목원을 짓자는 승 대표에 제의에 그 자리에서 유 회장이 사유원이란 이름을 내놓았다. 태창철강은 대구에 있는 기업으로 유 회장은 일본에 팔려가는 모과나무가 안타까워 땅을 사고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40년간 나무를 모아 사유원을 일군 유 회장은 일본으로부터 나무를 지켜낸 곳으로만 수목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유원에 있는 6개의 생태 화장실에 각각 다불유시(多不有時·WC)와 같은 이름을 직접 붙일 정도로 지극한 애정을 쏟았다. 마스터플랜처럼 완벽한 계획 없이 조성되어 아직도 미완성인 수목원을 지금도 조금씩 손수 고쳐나가고 있다. 수백년 된 모과나무는 풍설기천년이란 이름의 언덕에 108그루가 자리 잡고 있다. 나무는 매년 4t의 모과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로 사유원 입구에서 거대한 저수지를 마주 보며 있는 카페 몽몽마방에서 몽몽에이드를 만들어 팔고, 태창철강 직원들에게도 나눠준다. 모과나무뿐 아니라 재선충병을 이겨내고 그루당 수천, 수억원을 호가하는 한국형 소나무도 사유원 곳곳에서 굽이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카페 자리에는 승 대표가 설계한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빈민촌인 달동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세상의 끝에 있는 수도원에서 건축의 이상향을 보는 이 건축가는 사유원의 호텔을 마치 수도원처럼 설계했다. 50개의 객실이 있는 호텔에는 텔레비전도 없이 작은 싱글침대 하나만 들여놓아 계절마다 풍경이 다른 수목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승 대표의 바람과 달리 비용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아직 착공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명성은 1966년 포르투갈 해변의 암석 위에 세워져 바다와 하나 된 듯한 팔메이라 수영장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06년 안양예술공원에 위치한 안양파빌리온을 처음 설계했고, 이 건물은 아시아에 최초로 들어선 시자의 작품이기도 하다. 사유원 방문객들은 시자가 설계한 건물인 소요헌에서 땅과 하나가 된 건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소요헌은 긴 상자 같은 두 개의 긴 구조물을 와이자 모양으로 연결했을 뿐 장식이 없는 고요한 공간이다. 어두운 입구를 지나 빛과 함께 마주한 자연은 사유원을 찾은 이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시자의 건축 작품을 보려고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여행객이 개장 전에 무작정 사유원을 찾은 일도 있었다.군위군은 소보면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 들어서게 되면서 대구시로 편입하는 과정에 있다. 지역 간 합의로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일부 반대하고 있다. 군위군에 있는 사유원은 대구시로 편입되면 그 가치도 10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군위에서 야심차게 만든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코로나19 기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유원은 예약이 꽉 찼다. 지난 31일 서대구 기차역이 개통하면서 사유원으로 가는 교통은 더 편해졌다. 규모 면으로 따지면 국내 다섯번째 정도지만 민간에서 조성한 수목원으로는 경기 양평의 세미원 다음으로 면적이 넓다. 경북도와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유원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다. 대구 수성구청은 구청장 주도로 전체 공무원이 사유원을 관람했으며, 도로 개설 등에 경북도의 도움이 컸다.승 대표는 사유원에 대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의 경계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에너지를 얻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반드시 직접 가보고 이해해야만 하는 건축은 지역 가치를 한없이 높이는 작업이며, 좋은 건축으로 지방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돈많은 기업가나 생각 없는 지자체장이 외국의 건축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실패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땅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은 장소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생명력이 소멸된다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는 땅에 대한 이해와 주변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건축이 아니라 공산품을 낳았다고 했다. 그는 “사유원은 그 존재 자체로 군위란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랑스러운 장소”라며 “사유원에서 건축은 중요하지 않으니 나무를 흘깃 보지 말고 대화하도록 노력하라”고 귀띔했다.
  • ‘삼국유사‘ 세계기록유산 아태 목록 등재 도전

    ‘삼국유사‘ 세계기록유산 아태 목록 등재 도전

    ‘삼국유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에 도전한다. 문화재청은 5일 올해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삼국유사’, ’내방가사’,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단위에서 시행되는 기록유산 프로그램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10일부터 2월 18일까지 대국민 공모를 통해 후보 5건을 접수했고,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심의를 거쳐 3건을 대상으로 정했다. ‘삼국유사’는 고려시대 승려 일연이 1281년(고려 충렬왕 7년) 편찬했다. 한반도의 고대 신화와 역사, 종교, 생활, 문학 등이 담긴 책으로 당시 동아시아 지역에 ‘자국 중심의 주체적 역사관’이 형성됐음을 증언하는 기록물로 평가받는다. ‘내방가사’는 18~20세기 초 조선 시대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창작한 집단문학 작품을 필사로 적은 기록물이다.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인식을 담았으며, 한글이 사회의 공식 문자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이번에 등재를 신청하게 됐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은 2007년 12월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대형 유류 유출 사고와 그 극복과정을 담은 약 20만 건이 넘는 방대한 기록물이다. 민관이 협동해 대규모 환경재난을 극복한 사례를 담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오는 6월 15일까지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하면 올해 말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은 2016년 ‘한국의 편액’을 시작으로 ‘만인의 청원 만인소’(2018년), ‘조선왕조 궁중현판’(2018년) 등 3건이 등록됐다.
  • 봄의 수도… 천년의 시간 넘어, 황리단 꽃길 따라 [이우석의 미시 여행]

    봄의 수도… 천년의 시간 넘어, 황리단 꽃길 따라 [이우석의 미시 여행]

    명랑 고도… 벚꽃 터널 따라 BTS 노래 흥얼흥얼봄비 내린 지난주, 봄맞이에 한창인 경북 경주를 다녀왔다. 경주는 지금 거대한 컬러링북이다. 이 근사한 옛 도시는 봉긋한 고분에 연둣빛 수채물감을 채색하는 중이며 가녀린 가지마다 새하얀 꽃망울을 틔울 준비를 마쳤다. 곧 천지에 흩날리며 명경 같은 호수에 고혹적인 네일팁처럼 떠다닐 연분홍 꽃 이파리를 떠올려 본다. 과연 ‘봄의 수도’가 따로 없다.봄꽃이며 바다, 즐거운 체험과 재미 가득한 박물관, 맛난 음식, 향긋한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아이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무엇하나 빠뜨릴 게 없다. 누가 뭐래도 완벽한 관광종합선물세트 경주다. 요즘은 어떤지 살짝 들여다보고 왔다. 꽃샘이 나서 심통을 단단히 부리던 봄날의 초입이었다. 경주시. 미추홀(인천)과 더불어 한반도에서 가장 오랜 도시다. 경주에 있었던 사로국(斯盧國)만 계산에 넣어도 2100여년에 이른다. 고구려나 백제와는 달리 신라의 불변 수도로 보낸 기간만도 약 1000년이다. 신라와 경주를 ‘천년’으로 수식하는 이유다. 잉카 마추픽추(페루)의 역사와 비교하면 깜짝 놀랄 게다. 마추픽추는 조선 세조 초인 15세기 말에 건설됐으며 고작 80여년 후에 멸망했다. 경주에 비하면 ‘신도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경주엔 집(戶數)이 약 18만채 있으며 최대 90만명이 살았던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바그다드(아바스), 장안(당), 콘스탄티노플(동로마제국)과 함께 세계 4대 메트로폴리스였다. “절이 별처럼 이어지고 탑은 기러기떼처럼 몰려 있다”(寺寺星張 塔塔雁行). 실크로드의 궁극적 종착지이자 불교가 융성했던 부자 왕국의 수도에 대한 삼국사기의 설명이다. 환경 때문에 숯을 연료로 쓰라고 했을 만큼 당시 서라벌은 풍요롭고 호화로웠다. 서울 보라매공원만한 절터(40만㎡)에 무려 81m 높이의 건축물(황룡사지 9층 목탑)을 지었다. 645년 완공한 이 ‘당대 최고 랜드마크’는 1238년 몽골의 침략으로 불탔다. 이후 한반도에는 1319년 동안 이보다 높은 건축물은 없었다. 1967년 서울 중구 소공동에 83m짜리 한진빌딩(KAL빌딩)이 세워지며 그제야 신라인의 기록이 깨졌다.조선 때는 계림부(鷄林府) 또는 경주부로 불리며 영남의 중심 역할을 했다. 이전 대의 불교와는 별개로 유교 문화를 꽃피우게 된다. 양동마을에서 조선 중·후기 양반 문화를 오롯이 지켜 오고 있다. 대한민국 10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더니 600년 전통 양동마을도 과거에 비해 외양이 조금 달라졌다. 우선 마을 어귀에 탐방객용 문이 따로 생겼다. 양동마을 박물관을 거쳐 입장할 수 있다. 박물관을 먼저 둘러보면 양동마을이 더욱 또렷이 보인다. 마을 역사는 600여년 전 혼인으로 맺어졌다. 풍덕류씨가 명문가 여주이씨를 만나 처가에 장가를 들며 시작됐다. 당시는 조선 전기로 양반 남자가 처가로 장가를 드는 처가입향(妻家入鄕)이 관례였다. 다음, 경주손씨가 풍덕류씨에 장가를 들고, 또 여주이씨가 경주손씨에 장가를 오며 씨족사회를 만들어 갔다. 양동은 여주이씨와 경주손씨 등 양성의 세거지로 자리매김했다. 영남 남인의 종장이자 성리학의 거두였던 이언적(1491~1553)이 여주이씨로 양동 서백당에서 태어났다. 이언적의 이름은 원래 이적이었지만 ‘훗날 등장할 가수 탓에 검색이 안 될까 염려한’(?) 중종에 의해 피휘자로 선비 언(彦)자를 가운데 넣었다고 한다. 양동마을은 이후에도 문과 31명 포함, 과거 급제자를 총 116명이나 배출했고 근현대에 들어서도 학자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는 등 명문 마을로서 그 명성을 전국에 떨쳤다.양동마을은 경제활동과 제례 등을 자체 해결할 수 있는 독립적 구조로 이뤄졌다. 양반과 평민이 주변에 붙어서 살 수 있도록 기와집과 초가집이 공존하고 있다. 가운데 흐르는 개천을 중심으로 뒤편 문장봉으로부터 물(勿)자 형 산줄기가 뻗어내려 온다. 풍수에서 길지로 꼽는 지형이다. 각각의 언덕 줄기에 올라 보는 지형지세가 모두 다르다. 마을 내 수많은 고택들은 이런 자연적 특성을 십분 활용해 배치되어 있다.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문화재로 지정된 기와집의 수는 단일 마을 기준 전국 최다(26점)이다. 이언적이 지은 무첨당(無堂)은 별채가 유명하다. 역사 속 수많은 선비와 관인이 이곳을 찾아 남긴 현판과 죽편 등이 보물에 보물을 더하고 있다. 의병장 이의잠이 지은 수졸당, 양동에서 가장 먼저 지은 손소의 종가 서백당(송첨고택), 사간원 대사간을 지낸 이정덕이 살았던 상춘헌 등과 해저고택(물 밖에 있다) 등 우리 역사 이야기가 서린 건축물이 ‘옛 마을의 새봄’을 무심히 지켜보고 섰다. 인근 옥산서원과 독락당도 함께 들르면 졸졸 이끼를 굴리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더욱 봄에 가까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주는 국내에서 2번째로 면적이 넓은 시다. 주요 강만 해도 4개가 흐른다. 형산강 지류 서천과 북천, 기계천, 낙동강 수계인 동창천이 경주를 누비며 물을 공급한다. 덕분에 차를 달리는 재미가 있다. 굳이 감포 해변까지 가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시원한 물 구경을 할 수 있다. 교동 교촌마을이나 보문관광단지에도 나지막한 실개천 둔치 트레일 코스나 보문호를 돌아 나가는 수변 산책로를 즐길 수 있다.요즘 전국에서 가장 뜨는 ‘핫플’ 여행지가 바로 ‘황리단길’이다. 대릉원 뒤쪽 황남동 일대, 포석로 쪽 한옥마을을 이르는 말이다. 천마총, 대릉원, 포석정 등 관광지와 명물 황남빵 가게가 있어 원래부터 관광객들이 몰리던 곳인데 요즘은 특유의 고전적 감성에 현대적 인테리어가 결합돼 독특한 분위기의 편의 상업지구로 발전한 경우다.비슷한 느낌의 전북 전주 한옥마을과 비교해도, 최근에 조성된 곳이라 뭔가 세련된 분위기가 더하다. 예쁜 카페에서 쉬다가 근사한 한옥 레스토랑에 들러 맛있는 것 챙겨먹고 돌아오는 여행이 가능해졌다. 경주 관광이 ‘문화재만 보고 오는’ 유적관광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젠 이런 즐길거리가 킬러 콘텐츠가 됐다. 특히 도심, 버스터미널 등과 가깝고 사진찍기에 좋아 MZ세대 여행객의 주목을 단단히 받고 있다. 500번 버스가 지나는 도로를 중심으로 약 700m 정도의 상점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대릉원 담벼락을 돌아 제과점과 기념품 숍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황리단길이 시작된다. 한옥호텔 황남관까지 이르는 길가에는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 개성 있는 카페와 빵집, 기념품이나 신기한 물건을 파는 잡화점, 사진관 등이 이어진다. 책꽂이처럼 군데군데 좁은 골목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골목 안에는 여러 술집과 레스토랑, 사주카페, 한옥 게스트하우스, 서점 등이 나오는데, 이를 찾아 혈관처럼 고불고불한 골목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일본 규슈의 유후인 마을이나 동유럽 옛 도시의 플라자 마켓 거리를 닮았다.경주 동쪽에는 관광 특구로 유명한 보문단지가 있다. 인공호 보문호를 가운데 두고 호텔과 리조트, 상업지구로 빙빙 두른 형태로 조성됐다. 진입하는 길부터 호반 산책길, 어디서나 봄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 수 있다. 50년 이상 수령의 벚나무가 길가에 도열해 4월이면 온통 벚꽃 터널을 이룬다. 호반에는 화사한 신록의 수양버들이 가느다란 가지를 늘어뜨리며 봄바람에 산들산들 흩날린다. 호숫가 산책로를 이용하면 어디나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자전거길도 잘 닦아 놓았다. 보문단지 안에만 있어도 며칠 잘 쉬어갈 수 있다. 공연과 컨벤션을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부터 골프 코스, 레포츠 시설, 테마파크, 워터파크, 다양한 사설 박물관, 체험장 등 즐길거리가 빼곡히 들어섰다. 몇몇 리조트에는 온천수도 나오니 휴양에 최적화된 곳이다. 요즘은 식물원과 조류 동물원을 겸한 동궁원, 미디어 파사드를 즐길 수 있는 정글의 법칙 등이 들어서는 등 좀더 다양한 놀거리가 생겨나 재방문객을 불러들이고 있다.이 중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방대한 자료와 수집물, 멀티미디어 전시기법으로 우리 대중음악을 즐기며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1925년 발매된 최초의 음반 ‘내 고향을 리별하고(안기영)’ 앨범, 최초 걸그룹 ‘저고리 씨스터즈’와 최초 아이돌 ‘아리랑 보이즈’ 등 희귀 음반부터 가왕 조용필, 들국화, 소방차, 현재 대중음악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까지, 그 오랜 시간을 스치듯 한번에 만날 수 있다. 장르별 시대별로 총망라한 여러 음반 자료를 해설과 함께 실제 들어볼 수 있다. 3층 오디오 전시관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하이엔드 앰프와 초대형 스피커를 통해 신청곡을 들어볼 수 있는 오디오 감상실이 마련되어 있어 ‘음악세계’에 푹 빠져들 수 있다.필자가 경주와 처음 맺은 인연은 35년 전 수학여행 때였다. 서울 서부역에서 출발과 동시에 낱낱이 기록된 그 여행의 각인은 우루루 몰려다니며 유적과 유물을 훑듯 돌아다닌 ‘시찰’에 불과했다. 1987년 봄의 경주는 2022년 봄의 문턱에서 만난 인상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천년 고도는 좀더 젊어졌고 더욱 화사해졌다. 게다가 올해는 스마트 관광도시 사업 대상지에 선정됐으니 이후 만나는 경주는 지금보다 똑똑하고 명랑할 듯하다. 이번엔 때가 일러 꽃바람을 맞아보진 못했지만, 조만간 편안한 휴식 속에 수많은 즐거움을 찾으러 갈 테다. 경주에서 찍은 사진을 뒤척이며 즐거운 상상을 한다. ‘고도(古都)를 기다리며’. 놀고먹기연구소장■ 여행수첩 ●황리단길 오스테리아 밀즈는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고풍스러운 기와집에 입점한 레스토랑은 분위기도 그 맛처럼 근사하다. 블랙트러플을 넣은 크림 파파델리는 넓적한 면에 농후한 송로버섯 향이 진하게 배어있다. 면도 쫄깃하니 제대로 삶았다. 감칠맛 깃든 한치먹물리조토도 전국 어느 곳에서 맛보기 어려울 정도로 진한 풍미를 뽐낸다.●안강할매고디탕은 경주에서도 특별한 음식이다. 전형적 농촌 문화가 녹아든 다슬기탕인데 들깨가루를 넣어 고소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낸다. 투실한 고디(다슬기의 지역 방언)에다 배추, 부추 등을 썰어 넣고 끓여 든든하다. 곁들인 젓갈과 봄동김치, 더덕무침 등도 자꾸 젓가락이 가는 별미다. 양동마을과 가깝다.●천년한우는 한우 맛있기로 소문난 경주에서도 좋은 고기를 취급하는 식육식당이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상차림비(5000원)를 내면 숯과 반찬을 가져다 준다. 서울에선 등심을 선호하는 데 비해 경주 지역에선 보통 갈빗살을 많이 먹는다. 갈빗살 이름은 같지만 평소 보던 부위가 아니다. 이외에도 채끝, 부채, 업진 등 다양한 부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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