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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현, 이혼 후 공황장애 고백…“집에 가면 안 돼요” 눈물

    이지현, 이혼 후 공황장애 고백…“집에 가면 안 돼요” 눈물

    ‘돌싱맘’들인 그룹 ‘쥬얼리’ 출신 이지현, 배우 정가은이 헤어 디자이너와 택시 기사로 지내고 있는 제2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오는 3일 오후 9시40분 방송하는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6회에서 이혼과 관련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걸그룹 최초 돌돌싱의 주인공이자 두 번의 이혼 소송을 경험한 이지현이 “사인은 함부로 하면 안 돼”라는 뼈있는 한마디를 던진다. 김주하, 정가은은 격한 공감을 전하면서 대동단결한다. 또한 결혼의 장단점에 대한 토크를 하던 중 이지현이 “남편이 속은 썩어도 돈은 벌어주니까”라고 하자, 정가은이 “돈도 안 벌고 속 썩이는 사람도 있다”라고 맞받아쳐 분위기를 달군다. 이를 듣던 김주하가 “돈은 벌지. 나한테 안 써서 그렇지”라는 강력한 한 방을 날린다. 반면 함께 마음을 나누던 세 사람이 수다를 이어가던 중 갑자기 눈물을 쏟아낸다. 이지현이 “집에 가면 안 돼요? 왜 자꾸 울려요!”라고 눈물을 훔치자, 정가은, 김주하까지 울컥한다. 이에 더해 이지현과 정가은은 이제야 말할 수 있는 이혼 당시 심경을 토로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먼저 이지현은 자신의 이혼으로 가족들이 고통받을 생각에 가슴을 졸였다고 털어놓으며 “119를 불러서 저도 모르게 응급실에 갔다. 아직도 30분 이상 운전을 못 한다. 무서워서”라며 이혼 후 생긴 공황장애의 후유증을 밝힌다. 정가은 역시 “이혼이라는 단어가 내 기사에 나오면 내 인생이 끝날 것 같았어요”라며 당시 터부시됐던 이혼 발표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받던 시간을 고백한다. 제작진은 “가슴 아픈 이혼 사연부터 씩씩한 싱글맘 토크까지, 방송 내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 이지현과 정가은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모든 시청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송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서울대, 등산하면 장학금 준다…권준하 대표 10억원 쾌척

    서울대, 등산하면 장학금 준다…권준하 대표 10억원 쾌척

    권준하 신익산화물터미널 대표가 서울대학교에 장학금 10억원을 쾌척했다. 서울대는 등산을 인증하면 장학금을 수여하는 프로그램에 기부금을 이용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지난달 30일 관악캠퍼스 행정관에서 감사패 증정식을 열고 권 대표에게 감사패 전달식을 가졌다고 2일 밝혔다. 권 대표는 6회 이상 등산을 하면 한 학기 최대 70만원을 지원하는 ‘미산 등산장학금’ 운영에 10억원을 기부했다. 미산 등산장학금은 한 학기 동안 6회 이상 등산을 인증한 학생에게 최대 70만원을 지원하는 이색 장학 프로그램이다. 성적이나 경제적 형편 대신 ‘건강한 신체 활동’을 조건으로 내걸어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2025학년도 2학기에는 70명 모집에 1457명이 몰려 약 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대는 권 대표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올해 1학기부터 선발 인원을 기존 70명에서 250명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장학금 지급 대상은 100대 명산을 비롯한 국내외 산을 6회 이상 등반하고 이를 인증한 학부·대학원 재학생이다. 이날 권 대표는 “자연은 삶의 균형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소중한 공간이었다”며 “잠시나마 여유를 갖고 산에서 건강을 다지고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기부 취지를 전했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펀드를 활용한 새로운 기부 방식을 우리 사회에 제시하고, 기부 문화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대학 나눔 문화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순천시, 보훈명예수당 대상 확대 및 연령제한 전면 폐지

    순천시, 보훈명예수당 대상 확대 및 연령제한 전면 폐지

    순천시가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차별 없는 예우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보훈명예수당 지급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연령제한을 전면 폐지한다. 시는 그동안 65세 이상 국가보훈대상자에게만 지급하던 보훈명예수당을 이달부터 연령제한을 폐지해 65세 미만 국가보훈대상자에게도 지급한다. 또 독립유공자, 전몰군경 등에게 지급하던 보훈명예수당을 순직공무원, 공상공무원, 고엽제후유증환자, 보훈보상대상자, 지원대상자까지 확대해 월 15만원의 보훈명예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930여명의 보훈가족이 추가로 명예수당을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올해 운영 예산 40억 8000만원에서 내년에 16억원을 증가해 56억원을 확보했다. 이번 확대되는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해서는 우편물 발송 및 문자 알림, 읍면동 안내 등을 통해 홍보할 예정이다. 대상자는 국가유공자증, 통장사본을 지참해 주소지 관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단 순천시 보훈명예수당은 당사자 1인에게만 지급되며, 유족 또는 가족에게 승계되지 않는다. 시 관계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예우에는 나이의 경계가 있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보훈대상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존중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존경과 예우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 ‘65세 미혼’ 최화정, 내년 결혼 가능성 “친구 같은 연인”

    ‘65세 미혼’ 최화정, 내년 결혼 가능성 “친구 같은 연인”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에는 ‘보통 남자는 접근도 못한다는 최화정의 충격적 관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관상가 겸 역술가 박성준이 출연해 최화정의 얼굴과 기운을 분석했다. 박성준은 최화정의 전체적인 관상에 대해 “호랑이상”이라며 “대리석 같이 태어난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리석이란 건 어떤 것도 나를 파괴하거나 깨기가 어렵다”며 “그런데 한 번 임자를 만나면 박살이 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관계 성향에 대해서는 “관계에서 태양은 하나밖에 없듯이 내가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하고 끌려가는 건 어렵다”고 분석했다. 연애나 인간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는 구조가 아니면 오래 유지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얼굴의 세부적인 특징도 언급됐다. 박성준은 “입 끝에 입매라고 하는 해각이 살짝 올라가 있다. 좋은 기운을 담을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기운을 강조했다. 이어 “광대와 하관이 발달돼 있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에너지가 강해 그런 부분에서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는 삶을 살아온 만큼 그 무게가 얼굴에도 드러난다는 해석이다. 결혼운에 대해서는 비교적 구체적인 시기도 언급했다. 그는 “내년과 후년에는 조금 들어온다”고 전망하며 “남편 자리에 합이 있고 친구 같은 인연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친구 같은 인연으로 결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최화정은 “말도 안 돼”라며 웃어 보였다.
  • [지방시대] 아름다운 지방선거가 보고 싶다

    [지방시대] 아름다운 지방선거가 보고 싶다

    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자 또다시 씁쓸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편법과 꼼수가 사라진 아름다운 선거는 국민들의 지나친 욕심일까. 요즘 민생안정지원금이 풍년이다. 6·3 지방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현역 단체장들이 현금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충북 영동군은 올해 상반기에 군민 1인당 50만원의 민생지원금을 줄 예정이다. 영동군민이 4만 3000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1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 돈은 국비와 도비 한 푼 도움 없이 전액 영동군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웃인 보은군은 통이 더 크다. 전 군민에게 1인당 총 6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은군은 193억원을 뿌려야 한다. 괴산군과 단양군도 민생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이들 지역 군수들은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생지원금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선거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침체한 지역경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IMF 금융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말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경제는 해마다 어려운데 하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지원금 카드를 꺼냈을까. 살아온 삶과 철학이 다른 단체장들이 일심동체가 돼 같은 날 같은 생각을 한 셈인데, 선거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많은 사람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출판기념회도 풍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혐오와 비방이 가득한 정당 현수막을 겨냥해 “온 사회를 수치스럽게 만든다”고 비판했는데 출판기념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많은 사람이 행사장으로 몰려가 책값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지불하고, 주인공의 세 과시를 위해 머릿수를 채워주는 게 출판기념회의 실상이다.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무시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미래 권력이 될 수 있는 이의 부름을 깡그리 외면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현역 단체장의 출판기념회는 더욱 무시하기 힘들다. 지난달 열린 수도권의 한 기초단체장 출판기념회에는 4000여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그들이 썼다는 책은 어떤가. 그동안 출판기념회를 통해 접한 책들은 언론에 기고했던 글 등을 성의 없이 나열하거나 급조한 냄새가 풀풀 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4년 전 가슴을 파고든 책을 어렵게 만났지만 문화계 인사가 써줬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얼마나 폐해가 심각하면 국민의힘이 최근 현역 단체장 등 주요 당직자들에게 출판기념회를 자제하라는 공문까지 보냈을까. 출판기념회가 청산의 대상이라는 것을 정치권도 인정한 셈이다. 이런데도 출판기념회는 봇물을 이룬다. 이달 청주에서는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선거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라 열린다. 광주에서는 도서관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연기됐던 출판기념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정치 철새도 활개를 친다. 국민의힘 정권 창출을 위해 몸을 던졌던 사람이 충북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간판을 달고 단체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종적을 감췄다가 선거가 다가오자 문자폭탄을 날리며 또다시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 역시 선거철에만 찾아오는 철새들이다.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만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을 생각한다고 한다. 지방선거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출마 예상자들의 행태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부끄러움은 유권자의 몫이 될 것 같다. 지금 우리는 가진 자들의 뻔뻔함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인우 전국부 기자
  • 서대문 ‘함께하는 학교’ 새 강사 모십니다

    서울 서대문구가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함께하는 학교’ 신규 강사를 오는 8일까지 모집한다. 1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중장년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기획된 ‘함께하는 학교’의 강사로 선발되면 전문 지식과 콘텐츠 역량을 지닌 동년배를 대상으로 강의하게 된다. 구민들에게 다채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역 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취지다. 분야는 인문·교양, 상담, 문화·예술, 건강 등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인생 설계’와 취업·창업, 자격증 과정 등 ‘일 연계’로 나뉜다. 예비 및 초급 강사를 우대하며 서대문구민에게 우선 선발 기회를 제공한다. 수업은 분야별 3~8회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으며 센터는 최적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시간당 4만원의 강사료를 지급한다. 교육부 지정 우수 평생학습도시인 서대문구는 ‘한 사람을 위한 학습 도시’라는 목표 아래 중장년의 평생 교육과 일자리 지원에 힘쓰고 있다. 이성헌 구청장은 “주민분들이 은퇴 이후에도 행복한 삶을 가꾸어 가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함께하는 학교가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중장년분들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병률의 마음 만보(萬步)] 책 향을 묻히고 다니는 사람

    [이병률의 마음 만보(萬步)] 책 향을 묻히고 다니는 사람

    참 많이들 오셨다. 서울 동작구의 한 도서관에 독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나는 놀라고 만다. 도서관 측에 물으니 그날 참석한 남성의 비율이 33.3%란다. 도서관에서 열리는 책 행사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는 일이 잦은 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도서관 행사는 특히 그런 편이어서 남성 독자의 참여율은 높아야 20% 미만이었다. 중년 남성이라면 왠지 TV 앞에 늘어져 있는 일이 잘 어울릴 것만 같고 젊은 남성이라 해도 책하고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시대에 아주 귀한 발걸음이 아닐 수 없다. 가슴이 팽창했다. 문화에 가슴을 열고 예술로 눈을 씻기를 즐기는 쪽은 아무래도 여성이다. 전시나 문화 행사가 열리는 자리에 가 보면 남성의 비율은 낮아도 너무 낮다. 연인이 가자고 해서 마지못해 따라온 사람들이 하품을 하거나 굳은 몸과 정신을 펴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경우도 본다. 지난달 신춘문예 심사를 하면서 많은 중년 남성들이 몰렸다는 사실에 기뻤다. 이름을 가리고 한 심사였지만 시의 세계관을 통해 중년과 노년 남성들이 쓴 시라는 사실을 알기란 쉬웠다. 장수 시대를 앞두고 시간을 잘 쓰는 일에 대한 시대의 고민들이 아프게 휩쓸고 지나간 후의 한 현상인 것처럼 응모를 둘러싼 분위기는 진지하고 깊었다. 해마다 이러한 응모 경향이 지속된다면 독서량이 적다든지 문화비 지출을 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 것이다. 중년 이후의 남성들이 쉽지 않은 글을 쓰는 삶을 선택했다는 것은 인류가 좋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일 테니. 프랑스 파리에 본점을 두고 있는 유명 향수회사에서 최근 ‘종이 향’ 신제품을 출시했다. 종이에서도 나고 책에서도 맡아질 법한 향을 잡아 향수로 만든 것인데 마케팅이 눈길을 끈다. 책을 다루는 유명 유튜버들이 자발적으로 이 향수를 소개해 주면 향수회사는 그 대가로 해당 유튜버가 원하는 책의 초판본을 어떻게든 구해 준다는 내용이다. 책을 좋아해 책을 읽고 소개하는 유튜버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를 읽을 줄 아는 향수회사라니. 이 마케팅 전략이 가능한 배경을 살피자면 적어도 파리에는 책이 흐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파리 사람들은 책을 읽고 난 후 다른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하는 일이 잦은데, 그렇듯이 책은 사람들 사이에서 숨 쉬며 순환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역할도 한다. 책 읽는 사람은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 살아야 하는 방향이 굳이 한 방향으로 몰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안다. 아침에 한 줄을 읽는 버릇을 갖게 된다면. 하루 동안 세 줄을 읽는 습관을 몸에 새긴다면. 내 삶에 불현듯 어느 쪽에선가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는 것을 느끼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머리에 등을 달고, 가슴에 꽃을 달자. 이병률 시인
  • ‘오마하의 현인’ 버핏, 60년 만에 은퇴

    ‘오마하의 현인’ 버핏, 60년 만에 은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95)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이 60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미 언론은 버핏이 투자 전략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를 전파했다며 그를 조명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핏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버크셔 최고경영자(CEO) 직을 내려놓고 새해 1월 1일자로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블(63) 부회장이 회사를 이끈다. 다만 버핏은 회장직을 유지하며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본사에 매일 출근해 에이블의 경영을 도울 계획이다. 아울러 버핏이 그간 “은퇴 후에는 조용히 지내겠다”고 말했던 터라 과거와 같은 눈에 띄는 행보는 없을 전망이다. 앞서 버핏은 지난해 5월 주주총회에서 연말에 은퇴한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버핏이 1965년 버크셔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해당 주식을 보유했던 투자자들은 약 610만%의 수익률을 실현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이는 배당금을 포함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약 4만 6000%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버핏은 ‘가치투자’와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주식시장의 ‘바이블’ 같은 명언을 다수 남겼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약 1500억 달러(약 217조원)의 재산을 가져 세계 부자 순위 10위에 오른 버핏이지만 검소한 생활로 주목받았다. 그는 또 세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99%를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은 지난해 11월 미국 추수감사절 당시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위대함은 남을 돕는 작은 행동에서 비롯된다”며 조언을 남겼다.
  • 낭비 없이 빼곡히 채운 사랑과 존경… 절실함으로 써내려간 ‘김대중 옥중서신’[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낭비 없이 빼곡히 채운 사랑과 존경… 절실함으로 써내려간 ‘김대중 옥중서신’[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희호 여사에 보낸 엽서편지 4장큰 시련 앞에 아내 향한 감사 인사한 자 한 자 깨알같은 글씨에 감동김우진·박화성·차범석·김현을 기리며바다 굽어보는 언덕 위 ‘목포문학관’목포가 사랑한 문학가들과의 만남동료·가족들과 주고받은 편지 전시‘목포는 항구다.’ 이 말에는 ‘개항장 목포’의 근현대와 격동이 담겨 있습니다. 전남 목포시는 그 세월을 여태껏 몸에 지닌 채 살아낸 도시입니다. 시간을 덧대어 쌓은 근대의 골목에서 만난 모든 것이 편지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에게 빼곡히 눌러쓴 옥중서신이, 문학평론가 김현을 떠나보내고 쓴 소설가 이청준의 편지를 읽다가, 그들의 말과 글이 자꾸만 눈에 밟혀 당신에게 전하는 새해 편지에 슬그머니 옮겨 적고 말았습니다. ●빼곡하게 적어나간 마음 목포에 오기 전, 꼭 두 눈으로 보고 싶던 편지가 있었습니다. 우연히 본 사진 한 장 때문이었는데요. 편지의 실물을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내용을 모두 읽기도 전에 발신인의 진심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곧장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향합니다. 목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정치 생활을 시작한 곳입니다. 그의 부모는 목포진 인근에서 영신여관을 운영했고요. 지금은 소년 김대중 공부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공부방 창가로는 목포 앞바다와 삼학도가 보입니다. 소년 김대중은 이 풍경을 보며 꿈을 키웠겠습니다. 그러니 삼학도에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과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위치한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삼학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라서 차로 오갈 수 있습니다.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1층은 카페테리아가 있고 벽면에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전시실은 2층에 해당합니다. 2000년 노벨평화상 시상이 이뤄진 노르웨이 오슬로 현장을 재현한 공간에서 출발해 노벨평화상과 김대중 대통령의 발자취를 따라갑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편지는 ‘동아시아 민주화를 위해 걸어온 길’이라는 제목이 붙은 제3전시실에 있습니다. 우선 옥중 생활을 재현한 공간을 들여다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76년 3·1민주구국선언과 1980년 내란음모사건으로 6년 넘게 감옥에서 보냈지요. ‘인동초’라는 별명은 그때 생겨났고요. 창가에는 그가 옥중에서 읽은 ‘서양철학사’, ‘역사의 연구’, ‘이방인’ 등의 제목이 적혀 있는데요. 수감 중에 무려 6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제가 두 눈으로 보고 싶었던 네 장의 엽서 편지는 그 맞은편에 있네요. 아내 이희호 여사에게 쓴 편지에는 읽을 책들을 청하는 내용이 보이고요.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와~’하는 감탄이 일어요. 숨을 턱 멎게 하는 빼곡한 글씨가 단박에 시선을 끌거든요. 훨씬 큰 지면일 줄 같았는데 고작 A4 한 장 크기에 불과했습니다. 덕분에 실체가 주는 감동은 훨씬 컸고요. ●편지지 빛 바래갈수록… 빛 발하는 감정 김대중 대통령의 편지는 옥중에서 써 내려간 편지입니다. 긴 시간 이어진 편지는 두 권의 책으로 출간할 만큼 방대한 양입니다. 옥중서신은 크게 세 시기로 나뉩니다. 1976년 3·1민주구국 선언으로 복역하던 진주교도소, 1977년 12월 서울대병원 특별감옥, 그리고 1980년 내란음모사건으로 청주교도소에서 갇혔던 시기입니다. 서울대병원 특별감옥에서는 펜이 없어 못(철사)으로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소장한, 잉크 없는 편지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은 진주교도소와 청주교도소 시기에 쓴 편지를 전시합니다. 펜으로 쓴 편지 역시 못으로 쓴 편지 못지않습니다. 무엇보다 글씨의 모양이 깨알처럼 작습니다. ‘깨알 같다’는 소소하게 재미있는 사건을 비유적으로 쓰는 단어일 텐데요. 이 편지는 글자 그대로 깨알 같습니다. 낭비 없이 가득 채워 촘촘하지요. 어떤 심정이기에, 어떠한 절박함이기에 이리도 절실한 글들을 담아 건넸을까요. 편지의 글씨는 쉬이 읽을 수 없을 만큼 작았습니다만, 다행히 원본 옆에는 확대 스크린이 있어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며 사랑하는 당신에게.” ‘사랑하는’ 앞에 ‘존경’을 표하는 사이라니요. 받는 이를 향한 편지의 첫 호칭은 이미 많은 것을 말합니다. ‘존경하며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1980년 11월 21일에 썼다고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광주민주화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사형을 선고받은 두 달 후였지요. 편지 안에는 두 사람의 오롯한 관계 속에서, 편지지의 빛이 바래갈수록 외려 빛을 발하는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빈틈없는 편지는 진심의 다름 아닐 테고요. 김대중 대통령은 “일생을 두고 겪은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큰 시련 앞에서 아내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믿음이란 느낌이나 지식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의 결단으로 이뤄지는 것“이라 씁니다. 편지 속 장래, 행복, 희망 같은 단어가 왜 그리도 낯선지요. 아마도 죽음을 앞둔 이의 언어처럼 보이지 않아 그랬을 겁니다. 전시하는 편지는 아니지만 ‘옥중서신2’(시대의 창)에는 같은 날 밤 이희호 여사가 쓴 답장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존경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는 “내일에 대한 희망 꼭 가지세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옥중에서도 흔들림 없이 곧고 단단한 사랑이 못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편지 전시를 보고는 어록 푯말의 통로를 지납니다. ‘용기 있는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다’, ‘용기는 최고의 미덕이다’ 같은 용기에 관한 말들이 유독 많습니다. 인동초라 불린 그 또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겠지요. 씩씩하고 굳센 기운이 몹시도 필요한 날이 있었을 겁니다. 그 가운데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라는 말이 마음을 움직입니다. 깨알처럼 작은 믿음일지라도 모이고 쌓이면 신념이 될 수 있겠지요. 한 해의 초입에서 그 말들을 가슴에 새겨 품어봅니다. ●문학보다 더 문학적인 편지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삼학도 서쪽 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목포문학관이 나옵니다. 목포문화예술회관 맞은편 입안산 자락입니다. 바다를 굽어보는 언덕 위 문학관은 그 자체로 문학입니다. 이곳에서 목포가 사랑한 4인의 문학가를 만납니다. ‘난파’ ‘산돼지’ 등을 쓰고 성악가 윤심덕과 열애한 극작가 김우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장편 소설 ‘백화’를 쓴 소설가 박화성, 드라마 ‘전원일기’의 얼개를 만든 사실주의 극작가 차범석,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학평론가 김현이 그 주인공입니다. 목포문학관은 이들 네 문인의 주제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희곡 최초로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재된 김우진의 친필 원고와 차범석이 쓴 ‘전원일기’ 첫 집필본, 후배 소설가 박완서가 선배 소설가 박화성에게 보낸 ‘작은 것이나마 선생님이 아껴주실만한 것’으로 시작하는 짧은 편지를 읽습니다. 그리고 김현관에서 꽤 오래 머뭅니다. 김현은 진도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 목포로 이사 왔다고 해요. 1977년에는 김병익 등과 함께 계간 문예지 ‘문학과 지성’을 창간했고요. 김현관은 그의 문학전집을 비롯한 노트와 필기 자료, 작가들이 건넨 선물 등을 전시합니다. 저는 김현이 김병익, 이청준 등 동료 작가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꼼꼼하게 읽어 나갑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학 시절이던 1975년 2월에는 이청준에게 이런 편지를 씁니다. “대답없는 편지인 줄” 알고 있지만 “너에게 밖에 편지할 놈이 없다”는 푸념으로 써나간 편지는 막역한 사이를 짐작하게 합니다. 자신이 읽은 책 가운데 감명 깊었던 대목을 옮겨 적는 게 전부이지만, 편지의 마지막에는 “불행의 사진을 그리지 말거라”라고 당부합니다. 김현이 편지를 쓴 이유는 이청준이 “고통하고 있는” 소설가이기 때문입니다. 아파할 줄 아는 이가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이청준의 ‘알리바이 문학’에도 나오지요. 이청준은 김현이 세상을 떠난 2년 후 그의 아들 김상구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늘 생각하고 있다”로 시작하는 편지는 김현의 글을 읽는 것이 이청준에게는 “절실한 추모”라 전합니다. 둘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자극이 되며 격려가 되는 친구였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편지는 단순한 편지로 읽히지 않습니다. 내게 가까운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그들의 안부를 묻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새날의 아름다운 것들에게 목포의 옛 시간이 남은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는 포도책방에 들릅니다. 일제강점기 미곡창고로 지었고 한동안 지역독립영화관이 있던 곳이라지요. 양쪽 벽면과 책방 가운데 커다란 원형 책장이 눈길을 끕니다. 특이한 건 책방의 ‘주인’입니다. 무려 218명이나 됩니다. 200명이 넘는 책방지기가 각각 책장의 한두 칸을 차지하고 ‘엄마별의 뒤죽박죽 책방’ ‘행복@로컬’ 등의 문패를 내걸었습니다. 그러므로 책장의 칸칸은 작은 서점이 됩니다. 알알이 맺힌 포도송이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포도책방이겠습니다. 새 책도 있고 헌책도 있고 소품도 있습니다. 책방지기 가운데는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작가도 있고 평범한 우리네 이웃도 있지요. 홍보도 기발합니다. 펜션 주인장인 어느 책방지기는 펜션 할인권을 내걸기도 했네요. 책방을 나와서는 몬도마노에 머물며 새해 첫 여행의 시간을 갈무리합니다. 몬도마노는 이탈리아어로 ‘한없는 세계’를 뜻하는 숙소입니다. 연극인인 호스트는 작은 집과 방과 뜰에 무한히 확장하는 세계의 염원을 담았지요. 일제강점기 창고를 리모델링한 내부는 층고가 높은 스튜디오 스타일의 복층입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변방연극제가 열리기도 했다 합니다. 숙소였다가 연극의 무대였다 다시 숙소로 돌아온 셈입니다. 삶과 연극이 따로이지 않다는 전갈이겠습니다. 자그마한 뒤뜰 또한 매력적입니다. 저는 자그마한 창 너머 겨울의 뜰을 품은 방에서, 몇 년 동안 쌓인 글들을 읽습니다. 먼저 머물다 간 이들의 글과 주인장이 답장하듯 써놓은 글은 한 권의 편지 모음이라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저는 그들처럼 앉은뱅이책상에서 당신에게 건네는 새해 첫 편지를 씁니다. 목포는 항구라는 뻔한 말 대신 목포는 희망이라고 적습니다. 그리고 목포문학관에서 읽은 김현의 문장을 옮겨 적습니다. “정말로 바다로 가는 길을 나는 알지 못하지만 그러나 바다로 가는 노력을 나는 그쳐본 적이 없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들을 희망하다 보면 아름다운 것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새해는 우리가 그렇게 살아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 오전 9시 ~ 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 30분), 월요일 휴관, http://www.kdjnpmemorial.or.kr ● 목포문학관 - 오전 9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https://biz.mokpo.go.kr/munhak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주인 노예 남편 아내(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드롬) “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훌륭한 인간의 노예가 되기 보다 잉글랜드에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에게 2024년 퓰리처상을 안긴 장편 소설. 1848년 12월,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의 흑인 노예 부부가 자유와 존엄을 찾아 8000㎞의 여정에 나선 실화를 감동적으로 그렸다. ‘병약한 백인 남성 주인’으로 변장한 아내 엘렌과 ‘충직한 흑인 노예’로 위장한 남편 윌리엄은 대서양을 건너 자유의 땅에 닿을 수 있을까. 688쪽, 2만 2000원. 자작나무 숲(김인숙 지음, 북다) “할머니, 자작나무 숲이야.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죽은 할머니는 지금 내 차 안에 있고, 나는 그런 할머니를 버리러 가는 길이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죽은 사람은 과연 대답할 수 없는 것일까.” ‘산1번지’의 오래된 집 마당에는 억울한 원혼이 잔뜩 묻혀 있다. 그 위로는 끔찍한 기억들이 촘촘히 쌓여 있다. 그 무엇도 버리지 못하는 노인, 쓰레기가 가득 쌓인 삶, 할머니의 죽음을 절박하게 기다리는 손녀.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산1번지’라는 공간에 응축된 ‘여성의 서사’를 담은 공포 스릴러. 384쪽, 1만 7800원. 얼음 사냥꾼(세라핀 므뉘 글, 마리옹 뒤발 그림, 성미경 옮김, 분홍고래) “지구의 담수 20퍼센트가 바이칼 호수에 있어요. 에피슈렐라들이 끊임없이 호수를 청소해서 물이 아주 깨끗하죠. 얼음 사냥꾼이 없으면 호숫가 사람들은 몇 달 동안 물 없이 지내야 해요. 얼음을 베어내는 일은 고달파요. 눈물이 얼어서 뺨에 진주처럼 맺히죠.” 자연에 대한 깊은 정보를 서사적 감수성과 함께 엮어낸 다큐멘터리 그림책. 시베리아 혹독한 자연 환경 속에 살면서 반복되는 이별을 겪는 소년 유리의 이야기와 그 안에서도 미래의 희망을 찾으려는 마음을 광활한 풍경 속에 담아 보여준다. 40쪽, 1만 8000원.
  • 한 단어, 한 줄 툭… 시마가 불쑥 찾아왔다

    한 단어, 한 줄 툭… 시마가 불쑥 찾아왔다

    ‘시마(詩魔)가 왔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피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 시마와 나눈 22일 동안/ 그 애증의 기록을 남긴다.’ ●시마와 한 달간 동고동락 시를 쓰듯 시인의 말을 남겼다. 정일근(68) 시인은 ‘시의 마귀’가 아니라 ‘시를 짓고자 하는 생각을 일으키는 일종의 마력’으로 “시마가 찾아와 지난해 10월 한 달 꼬박 동고동락하며 같이 보냈다”고 했다. “시인이 만드는 열정의 이름”이자 “피할 수 없는 유혹” 같은 시마가 불쑥 다가와 시의 한 단어, 한 줄을 툭, 건네주고 사라졌다. 시인은 그것으로 시를 짓고 62편을 추려 ‘시 한 편 읽을 시간’을 냈다. 제목은 ‘밤 열한시 오십육분의 시’에서 가져왔다. ‘지친 바람처럼 무너져 돌아’와 일찍 자리에 누운 어느 날 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아직 오늘의 귀퉁이가 조금 남았다, 밤 열한시 오십육분// 이 얼마나 고마운 시간인가, 오늘이 끝나지 않은 것이// 아직 기도할 시간 있는 것이// 시 한 편 읽을 시간 남아 있다는 것이’라며 하루의 끝자락에서 흐르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헤아린다. 오늘과 내일,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다라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품게 된 아쉬움일 수도 있다. 1984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정일근 시인은 한국일보 신춘문예(1985년·시), 서울신문 신춘문예(1986년·시조)에 연이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1987년 첫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창비) 이후 영랑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서정’의 얼굴이 됐다. ●40년 시력… 언어적 경계를 넘어서 이번 신간은 시인의 열다섯번째 시집이자 ‘난다시편’의 다섯번째 책이다. ‘정일근의 편지’와 수록작 ‘시란’(A poem is)의 영문판(정새벽 반역)이 수록돼 있다. “여기 우리들 시를 거기 우리들 시로 거처를 옮겨 언어적 경계를 넘어볼 수 있겠다는 또 하나의 재미를 꿈꿔보자 했다”는 게 출판사의 부연이다. 꽃 한 송이로 꽃밭 다 보여주듯 씨앗 한 톨로 숲을 보여주는 시(‘시가 꾸는 꿈’ 중), 깔끔한 맛과 화려한 향기의 시를 마시며 취하고 싶은 날 찾게 되는 시인(‘시를 도정하듯’ 중)이고 싶은 바람이 시 곳곳에 묻어있다. ‘내 몸을 때려 편경(編磬) 소리 내며/ 시를 읊듯 노래하며 살았으면’(‘다시, 만어’ 중) 하고 40년 시력을 녹여냈다. “제 시의 페이지를 넘기는 당신의 손, 그 손바닥에 손금의 온기로 고스란히 남고 싶습니다.”(‘정일근의 편지’ 중)
  • [책꽂이]

    [책꽂이]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문학과지성사) 하녀, 공장노동자, 지방 도시의 연금 생활자 등 평생 노동계급의 일원으로 머물렀던 한 여성의 삶을 그려낸 책이다. ‘프랑스 노동계급 여성의 전형적 일생’에 관한 사회학적 논의를 거쳐 다시 ‘노년’과 ‘노인’이라는 사회적 범주, 나아가 늙음과 장애를 숙명적으로 겪는 인간 주제의 취약성과 연대에 관한 이론적 성찰로 이야기를 확장해간다. 366쪽, 1만 8000원. 다시, 사람을 배웁니다(강원국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이었던 저자가 성숙하게 관계 맺는 법을 전수한다. 관계 공부를 위한 핵심 키워드는 중심, 경계, 리더십, 여유, 결단력, 회복이다. 관계의 확장보다는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손을 내미는 ‘마음 근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288쪽, 1만 9000원. 오스만제국사(캐럴라인 핑클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서아시아, 동유럽, 북아프리카 세 대륙에 걸친 광대한 영토를 600년 넘게 통치한 오스만제국.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지만,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서 폄하되고 왜곡됐다. 15년 이상 튀르키예에 거주하며 연구를 수행해온 저자는 제국의 탄생부터 튀르키예공화국 수립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서술한다. 1096쪽, 6만 3000원.
  • “행복은 내 안에서 찾는 것”… 전쟁을 견뎌낸 삐삐의 교훈

    “행복은 내 안에서 찾는 것”… 전쟁을 견뎌낸 삐삐의 교훈

    개인의 삶을 짓밟은 전쟁의 참상 ‘삐삐 롱스타킹’ 작가가 발견해 낸어린이의 눈으로 희망을 찾는 법 전쟁은 상흔을 남긴다. 재앙이 끝나더라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거대한 폭력은 개개인의 삶에 침투하고 그 모습을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어린이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삐삐’ 시리즈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은 누구보다 예민하게 전쟁의 실체를 포착한다. 그는 1939년 9월부터 1945년 12월 종전까지 제2차 세계 대전과 관련된 기사, 사설, 사진, 우편 검열국에서 복사해 온 편지를 일기장에 오려 붙이며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6년간 쓴 17권의 일기장에는 전쟁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일상을 집어삼키는지 낱낱이 기록돼 있다. “조금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온종일 다리가 후들거렸다. (중략) 이제 어떻게 될까?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운명이 닥쳐올까?” (21쪽) 전쟁 전날까지 공원을 찾고 아이들은 뛰어다녔지만, 전쟁은 모두를 압박감에 시달리게 한다. 사재기가 횡행하고 개인 자동차 운행은 금지된 채 징집 대상자가 소집된다. 그는 점령지의 비극을 접하며 분노하고 전장의 참상을 슬퍼한다. 일반 국민이 겪는 일상의 불안함을 민감하게 기록한다. 유대인 학살에 분개하고, 자신이 중립국 시민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워한다. 직접적인 폭력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심화되는 죄책감, 무력감, 주변부에 서 있는 이가 느끼는 모멸감을 반복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이 가엾은 유대인에 관한 기사를 읽자, 독일인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이들은 정말 다른 민족을 짓밟을 권리가 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117~118쪽) 만약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 스웨덴이 참전하려 한다면, 정부까지 무릎을 꿇고 기어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지 말라고 애걸하리라 마음먹었다. 나는 라르스를 전쟁에 끌려가게 하느니 차라리 이 아이를 직접 쏘겠다고 생각했다.” (287쪽) 전쟁 속에서도 어김없이 새해가 찾아오며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해마다 아이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맞이하면서 느끼는 참담함과 감사도 담아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탄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1944년 더 이상 전쟁에 관해 기록할 힘도 없고 발목까지 삐어서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삐삐 롱스타킹’이라는 작은 초인을 탄생시킨다. 거칠지만 자유롭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삐삐 이야기는 전쟁 속에서 무력하게 스러진 이들을 향해 있다. 그의 작품은 용기, 희망, 사랑, 저항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행복을 찾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심는다. “행복은 자신의 내면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밖에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는 데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어쩐지 더 큰 시련이 닥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때가 오면 내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게 되겠지.” (453쪽)
  • 인류의 발전에 가축이 있었다

    인류의 발전에 가축이 있었다

    인간의 문명은 짐과 함께 움직여왔다. 무엇을 얼마나 짊어질 수 있는가는 단순한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과 사회의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전쟁과 이동, 교역과 정착의 역사에서 짐의 무게는 곧 인간이 나아갈 수 있는 거리이자 한계였다. 하지만 인간은 모든 짐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삶이 너무 무겁다는 사실을 깨닫고 짐을 나누는 방법을 찾았다. 그 선택의 중심에 가축이 있었다. 말과 당나귀, 소와 낙타, 순록은 인간 대신 무거운 짐을 나르며 길을 열었다. 책은 동물의 가축화 과정을 따라가면서 경쟁과 폭력의 역사 뒤에 가려진 협력과 인내의 가치를 조명한다. 야생 동물의 가축화는 인간의 다양한 목적에 따라 진행됐다.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인간의 이동을 돕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야생동물이 가축화됐고 이들은 인간에게 온갖 학대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 말은 인류를 정주 농업 사회에서 벗어나 초원과 사막으로 이동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무역과 전쟁이 활발해지면서 언어, 종교, 문헌의 확산이 촉진됐다. 당나귀는 기원전 2600년경 현재의 이라크와 쿠웨이트 지역인 수메르에서 짐을 나르거나 전차를 끄는 데 활용됐다. 또한 ‘삼국지’의 동이전에는 논밭의 흙을 고르고 다지는 농기구인 ‘써레’가 언급되는데 이는 소가 최소 2000년 전부터 농경에 활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단봉낙타 한 마리는 말보다 네 배나 많은 짐을 진 채 하루에 50㎞를 이동하는데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도 2주 이상을 버틸 수 있다. 순록은 처음에는 짐이나 사람을 실은 썰매를 끄는 용도로 가축화됐는데 고기, 털, 젖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육됐다. 이처럼 가축들이 인간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대신 짊어진 덕분에 인류는 더 멀리 이동하고 교역과 문화를 넓혀갈 수 있었다. 저자들은 “가축의 가장 큰 특징은 빠름이나 힘이 아니라 같은 속도로 오래 버티는 성질이었다”면서 “가축의 이야기를 통해 짐을 덜어내는 방법이 아니라 짐을 함께 지는 오래된 지혜를 읽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신년 운수나 한번 볼까… 뜻밖의 귀인 만날 수도

    신년 운수나 한번 볼까… 뜻밖의 귀인 만날 수도

    새해가 되면 모두가 하는 것이 있다. 금연, 운동, 외국어 공부, 독서 등 저마다 그럴듯한 새해 계획을 세운다.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거나, 결혼이나 이사처럼 중요한 변화를 꿈꾸기도 한다. 그렇기에 새해는 미래를 향한 희망과 준비로 마음이 바쁘다. 그런만큼 막연한 불안감도 가중된다. 그럴 때 눈길을 사라잡는 게 한 해 운수(신수)다. 수십년 전에는 여성잡지 1월호에 가계부와 함께 새해 토정비결을 별책부록을 제공하곤 했는데, 최첨단 과학문명이 꽃피는 21세기에는 아예 운세를 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나왔다. ●토정비결·사주, 가장 대중적 운수풀이 새해가 시작되면 1년 동안 길흉 운세를 점치는 ‘신수 보기’는 미래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오랜 욕망에 바탕을 둔 전통 신년 풍습 가운데 하나다. 신수 보기는 길흉화복을 미리 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경계하고 예방하는 ‘피흉취길’(避凶趣吉)을 목적으로 한다. 과거에는 음력 정월 초부터 정월대보름 사이에, 가족 구성원의 1년 운세 변화를 알아봤다. 한국에서 확인되는 신수보기 방법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것이 토정비결과 사주이다. 그 밖에도 무속인을 찾아보는 신점(神占), 쌀을 이용한 척미점(擲米占), 동전을 이용한 전점(錢占), 주역의 팔괘 원리를 이용한 육효점, 오행인 금·목·수·화·토의 다섯 글자로 점괘를 알아보는 오행점, 윷을 이용한 윷점, 청참 등 다양하기 짝이 없다. 최근에는 타로를 이용하거나 인터넷 사주보기 등으로도 새해 운수를 보기도 한다. 새해 운수풀이 분야 베스트셀러라면 단연 토정비결이다. 토정 이지함이 쓴 도참서를 활용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주역의 괘 풀이 원리를 이용한다. 작괘법(作卦法)을 보면 백단위인 상괘, 십단위인 중괘, 일단위인 하괘를 합해 세 자릿수로 된 괘를 완성해 해당 숫자를 그해 토정비결 책에서 찾아보는 방식이다. 백단위는 나이와 해당년의 태세수를 합한 뒤 8로 나눈 나머지 숫자다. 십단위는 해당년의 생월 날짜 수와 월건수를 합해 6으로 나눈 나머지 수, 일단위는 생일수와 일진수를 합한 뒤 3으로 나눈 나머지 수이다. 나머지가 0인 경우는 8로 본다. 이렇게 해서 얻은 세 단위의 숫자를 찾으면 그해의 전체 운수에 대한 개요가 나오고 월별풀이가 나오는 식이다. 토정비결의 괘는 144개인데, 2025년 11월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인구는 5112만명이기 때문에 144로 나누면 35만 5000명이 나온다. 즉, 35만 5000명은 똑같은 토정비결 내용, 운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열두 달 운세를 ‘봄바람에 얼음이 녹으니 봄을 만난 나무로다’라거나 ‘뜻밖의 귀인이 찾아오니 길한 일이 있다’는 것처럼 점사를 4언3구의 싯구로 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괘 만들어 점치는 산통점·육효점 토정비결 말고도 흥미진진한 새해 운수 보기 방법이 많다. 먼저 산통점은 8개의 산가지가 들어 있는 산통을 흔들면서 한 개씩 뽑아낸 뒤 산가지에 새겨진 눈금의 수로 괘를 만들어 점치는 것으로 한국전쟁 이전까지 흔히 볼 수 있는 세시 풍습이었다고 한다. 산통점과 함께 조선시대에 인기를 끌었던 육효점은 동전을 여섯 번 던져 앞뒤에 따라 6개의 음효와 양효를 구해 각각 하나의 괘를 만들고, 산통의 산가지를 뽑아 괘를 만드는 것을 여섯 번 반복해 그 괘를 더해 점치는 것이다. 오행점은 대추나무나 복숭아나무를 깎아 만든 바둑돌 5개를 던져 나온 오행 글자에 따라 상괘, 중괘, 하괘를 정하고 길흉을 알아본다. 종이를 접어 만든 팔랑개비를 나뭇가지에 꽂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놔두고 팔랑개비가 도는 정도를 봐 신수를 점치는 ‘팔랑개비점’, 설날에 윷을 세 번 던져 괘를 만들어 길흉을 점치는 ‘윷점’도 있다. 또 음력 정월 초하룻날 새벽에 밖을 나가 거리를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사람의 소리든 짐승의 소리든 처음 들리는 소리로 일 년 신수를 점치는 ‘청참’, 정월 초하루에 콩을 짚으로 묶어 우물 속에 넣거나 종지에 물을 가득 부어 콩을 담근 뒤 콩이 불은 정도를 보고 운수를 점치는 ‘집불이’, 정월대보름 밤에 그릇에 물을 담아 두었다가 얼음이 언 상태를 보고 점을 치는 ‘얼음점’(또는 사발점), 정월 열나흗날 저녁 식구 수대로 종지나 접시 같은 그릇에 기름을 담고 목화, 창호지, 명주실 같은 것으로 심지를 만들어 불을 붙인 뒤 불이 타는 모양에 따라 신수를 점치는 ‘식구불 켜기’ 풍습도 있었다. 이런 신수 보기 풍습에 관해 ‘강호인문학’, ‘30일 주역’, ‘30일 사주명리’ 등을 쓴 이지형 작가는 “사람들은 분류를 벗어나는 것들, 규정되지 않은 것들을 두고 보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도 우호적인 것,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누고 이름 붙이고 싶어한다”며 “내 미래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없는 만큼 내 미래라곤 해도 내게 독점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작가는 “점사를 받았다면 그저 운명에 대한 암시로만, 내 삶에 대한 경계로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단독] AI수석의 상담 답장에… 공학자 꿈 키운 여고생

    [단독] AI수석의 상담 답장에… 공학자 꿈 키운 여고생

    2년 전 AI 궁금증 묻는 메일 보내진심 어린 답변·조언 따라서 열공하정우 “작은 응원이 큰 열매 됐다” “혹시 2년 전 춘천 유봉여고 1학년 학생, 기억하시나요?” 지난 성탄절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생각지도 못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강원 춘천 유봉여고 3학년 이주은양. 2년 전 하 수석에게 인공지능과 컴퓨터공학자의 삶에 대해 조언을 구했던 이양은 하 수석에게 편지로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진학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수석님께서 해주신 조언을 바탕으로 앞으로 열심히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대해 배워서 조국을 드높이는 컴퓨터공학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편지에 썼다. 사연은 하 수석이 네이버에서 근무하던 2023년 6월 25일 시작됐다. 당시 이양은 일면식 없던 하 수석에게 “인공지능이 지금 우리 사회에 끼치고 있는 영향이 매우 크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겨 국내 인공지능의 대표기업인 네이버의 연구소장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다”며 다짜고짜 메일을 보냈다. 고교 때부터 이미 ‘남초 현상’이 뚜렷해지는 이과에서 여고생이 AI의 미래에 대해 물어오자 하 수석은 장문의 답을 보냈다고 한다. ‘작은 응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당시 하 수석은 “뛰어난 연구자가 되려면 컴퓨터공학은 물론 수학(선형대수·기하·미분), 확률통계, 영어 등 연구를 위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며 성심껏 조언했다. 그러고는 2년 만에 소식이 온 것. 이양은 최근 입시에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와 카이스트 기술대학장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이양은 편지에서 “하 수석님의 후배(서울대 컴퓨터공학 전공)가 되고 싶었다”면서도 “하지만 훌륭한 컴퓨터 공학자에게는 영어도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는 수석님의 조언을 따라 고민 끝에 대부분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카이스트에 진학하게 됐다”고 썼다. 이어 “평범한 고등학생이 보낸,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메일에 진심 어린 답변과 조언을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했다. 이양은 자신이 하 수석의 조언에 따라 지금껏 다양한 컴퓨터 관련 활동을 했다고 전했다. 이양은 친구들과 CNN(딥러닝모델)을 활용, 노화 방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지역 복지관 노인들에게 배포했다. 이 활동은 지역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 수석은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작은 응원이 생각지도 못한 큰 열매가 되어 돌아왔다”며 “흔히들 말하는 안정적인 진로와 남초현상이 짙은 공대 사이에서 고민도 많았을 텐데, 결국 AI의 가능성을 믿고 카이스트를 선택했다는 그녀의 소식은 제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그 본질적인 이유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고 썼다.
  • 장동혁 직격한 오세훈 “계엄 사과하라, 참을 만큼 참았다”

    장동혁 직격한 오세훈 “계엄 사과하라, 참을 만큼 참았다”

    오 “범보수 통합하고 국민 살펴야”나경원 “내부 압박 말고 함께 행동”장, 다음주에 ‘대전환 로드맵’ 발표尹과 절연 메시지 등 담을지 고심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서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직격했다. 지난해부터 장 대표에게 줄곧 계엄 사과와 외연 확장을 주문해왔던 오 시장은 이날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도 했다. 다음주 장 대표가 내놓을 대전환 로드맵에 오 시장의 이런 요구가 담길지는 불투명하다. 오 시장은 이날 작심한 듯 ‘지도부를 향한 3대 요구’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그는 “‘계엄 옹호’는 해당 행위로 엄중하게 다루겠다고 선언해 달라”고 했다. 또 ‘범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며 “지금 이 순간부터 통합을 방해하는 언행을 삼가고, 당 지도부부터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삶과 괴리된 노선 투쟁과 정치 구호는 내려놓고 매력적인 대안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장 대표의 면전에서도 “우리 당이 목소리가 높은 극소수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국민 대다수 바람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여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 시장은 이후 기자들을 만나서는 “이제 해가 바뀌었다. 그동안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께서 그간 기다려달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더 이상 우리 당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반면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인 나경원 의원은 인사회에서 “장 대표 중심으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자”며 장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나 의원은 이후 페이스북에 “전장에 있는 장수들은 피가 마르는데, 후방에서 관전하듯 공개 훈수 두는 정치는 비겁하다”고 사실상 오 시장을 겨냥했다. 나 의원은 특히 “지금은 내부에서 지도부를 흔들고 압박할 때가 아니다. 자해를 멈추고 지도부 중심으로 단결, 필승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대표는 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른바 ‘경청 행보’를 마무리한다. 다음주에는 ‘대전환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외연 확장과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다만 당 안팎에서 요구가 계속되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나 계엄에 대한 사과를 담을지는 막판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같이 이루어 가는 가정의 가치”… ‘결혼 유턴’하는 청춘[결혼, 다시 봄]

    “같이 이루어 가는 가정의 가치”… ‘결혼 유턴’하는 청춘[결혼, 다시 봄]

    청년들이 다시 ‘결혼’이라는 선택지로 향하고 있다. 혼인 건수를 비롯한 결혼 관련 지표가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전하고 있다. 이른바 ‘2차 에코 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의 결혼 적령기가 도래한 인구구조 변화도 한몫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청년 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결혼 유턴’ 흐름을 틔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국가데이터처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혼인 건수는 2022년 19만 1690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은 이후 2023년 19만 3657건(1.0%), 2024년 22만 2412건(14.8%)으로 2년 연속 반등했다. 지난해 1~10월 혼인 건수는 19만 576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혼인 건수 역대급 상승세결혼 적령기 30~34세 인구수 많아20대 여성 “결혼 의향” 7%P 상승2020~2022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미뤄졌던 결혼식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지난 30년간 혼인 건수와 비교해 볼 때 역대급 상승세다. 2024년 혼인 증가율은 전년 대비 14.8%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해에도 최근까지의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1996년(9.1%) 이후 29년 만에 최대치다. 2012년부터 이어지던 장기 하락세를 12년 만에 끊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간 통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발견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성혼 건수는 2024년 1192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2020년(843건) 최저 수준을 찍은 이후 4년 연속 올랐다. 지난해 성혼 건수도 1159건으로 2024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듀오 관계자는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해 가입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자신의 결혼 조건과 방향성을 점검하고 준비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혼 통계가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이유로 우선 인구구조 변화를 꼽을 수 있다. 1991~1995년 출생한 2차 에코붐 세대가 결혼 적령기(만 30~34세)에 접어들면서 결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991~1995년생 연평균 출생자 수는 71만 8397명으로, 1986~1990년생 63만 6422명보다 8만명 정도 많다. 하지만 인구수와 혼인 건수의 상관관계가 반드시 존재하는 건 아니다. 1976~1980년생(연평균 85만 2567명)이 30대 전후의 적령기를 맞은 2009년 혼인 건수(30만 9759건)와 1981~1985년생(연평균 76만 3031명)의 적령기였던 2014년 혼인 건수(30만 5507건)는 인구수 자체가 10만명 가까이 차이 났음에도 엇비슷했다. 근본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024년 발표한 격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한국인의 52.5%가 결혼을 필수로 여겼다. 직전 조사보다 2.5% 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서도 결혼 의향이 있다는 미혼 응답자 비율은 2024년 62.2%로 2021년(50.8%) 대비 11.4%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시각 변화는 눈여겨볼 지점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만 25~29세 미혼 여성 중 결혼 의향을 밝힌 비율은 64.0%로 1년 전(56.6%)에 비해 7.4% 포인트 상승했다.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절반 이상의 여성 고객이 30대 이상이지만, 20대 여성 비중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많이 늘었다”면서 “비혼 트렌드를 따르던 여성 선배들의 모습이 20대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욜로’(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 방식)나 독신 트렌드가 한풀 꺾이고 정서적·경제적 안정 추구가 새로운 추세로 떠오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서·경제 공동체 추구주택 등 자산 형성에 시너지 판단팬데믹 이후 ‘안정성’ 가치관 확산올해 8월 결혼 예정인 이모(31)씨는 “미디어 콘텐츠에서도 예전엔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예가 많았다면 요새는 결혼한 부부가 알뜰살뜰 돈을 모아서 살림을 늘려 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면서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이모(31)씨도 “최근 결혼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실히 강하다. 90년생들이 각성한 느낌”이라면서 “유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듀오 관계자는 “젊은층들이 조건을 중심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말이 통하는지, 실제로 함께 살았을 때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지 등을 중시하는 것 같다”면서 “누구나 사회적 단절감을 크게 경험했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안정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모두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분위기”라면서 “혼자서 살아가는 삶에 정신건강 문제와 같은 리스크가 있다는 생각이 커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 노력이나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서 “실용주의적인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돈 없는 사랑은 결혼 못 하죠”… ‘현실 장벽’ 부딪힌 커플[결혼, 다시 봄]

    “돈 없는 사랑은 결혼 못 하죠”… ‘현실 장벽’ 부딪힌 커플[결혼, 다시 봄]

    예비·신혼부부 66쌍 설문조사다시 결혼의 봄바람이 분다. 몇 년째 이어지던 ‘비혼주의’ 추세가 한풀 꺾이고 혼인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2년부터 11년째 줄어들던 혼인 건수는 2023년 반등해 3년 연속 상승세다. 주말마다 전국 곳곳의 예식장과 웨딩 촬영 명소는 예비 부부들로 붐비고, 드레스와 예물 등 웨딩 관련 업체에도 예약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급감했던 혼인 건수가 회복된 ‘기저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결혼 적령기 청년들 사이에서는 결혼 자체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혼 붐’이 시작된 지금 신혼 및 예비 부부들의 목소리를 통해 비슷한 듯 달라진 결혼 인식과 문화를 들여다봤다. 출산·양육 등 결혼 이후의 삶과 더 많은 이들이 가정을 이룰 수 있는 혼인 선진국으로 가는 방안을 살펴본다. “경제적으로 준비가 돼야 결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처럼 단순히 사랑 하나만 갖고 맨땅에 헤딩하듯 치르기엔 현실적으로 고비가 너무 많아요.” (서울 거주 32세 여성) “적령기가 닥쳤거나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 가정을 꾸리기보다 내가 준비됐을 때 결혼하려는 성향이 늘어난 것 같아요.” (세종시 거주 34세 남성) ‘결혼, 사랑·연애의 결실이지만 애정만 가지고는 못 한다.’ 요즘 결혼은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결혼 그 자체가 ‘필수’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선택’이 된 오늘날 결혼은 서로의 능력뿐만 아니라 성격과 가치관, 거주지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해 성사된다. 1일 서울신문이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최근 2년 내 결혼한 예비·신혼부부 66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로 92.4%가 ‘사랑과 연애의 자연스러운 결론’을 꼽았다. 다만 결혼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여전히 가장 큰 장벽이었다. 연애의 자연스러운 결론배우자 선택 1순위는 성격·가치관39% “결혼의 장점은 경제 시너지”“이 사람이면 결혼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난 지 1년 되는 날에 식을 올렸어요.” 충북 청주에 사는 송대근(35)씨는 지금의 아내와 여행에서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을 염두에 둔 연애’를 해 왔던 송씨는 아내의 성격과 가치관을 안 뒤 바로 결혼을 확신했다고 했다. 송씨는 “사람도 시기도 결혼하기에 적절했던 거 같다”며 “아내가 서울에 살아서 주말 부부가 됐지만 부부로서 공동체를 이뤘다는 자체가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웨딩마치를 올린 유병욱(31)씨는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 사람과 있으면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애 시절 다툼이 꽤 있었는데 아내가 대화를 피하지 않고 서로가 다름을 인정할 수 있게 솔직한 생각을 끌어내 줬다고 한다. “그 순간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신혼부부들은 부모 세대와 비교해 결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선택권이 커졌다고 말했다. 배우자 선택 기준으로는 98.5%가 성격과 가치관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밝혔다. 외모·이미지(53.0%)는 후순위였다. 가족 관계 및 성장 배경(47.0%), 직업·경제력(43.9%) 등 전통적으로 중시되던 요소들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결혼의 장점으로는 ‘정서적 안정감과 동반자 의식’이 98.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적 시너지’(39.4%)와 ‘자녀 양육의 기반이 된다’(37.9%)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는 맞벌이가 결혼의 전제가 되고 있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초혼 신혼부부 중 맞벌이 비중은 59.7%로 전년보다 1.5% 포인트 상승했다. 2015년 42.9% 이후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소득 증가와 맞벌이 확산에도 주거 문제는 여전히 신혼부부들의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서울에 사는 노희진(30)씨는 “지원을 받지 못하면 결혼을 결심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현실적인 문제로 이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노씨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1년의 연애 끝에 지난해 11월 부부가 됐다. 노씨는 “남편 부모님이 서울에 집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 집에서 거주하도록 배려해 준 게 결혼에 골인하게 된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결혼 망설이는 이유 62% “경제적 이유로 미루게 돼”부모 지원금까지 고려해서 준비지난해 2월 결혼한 김하늘(38)씨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8년이 걸렸다. 경남 거제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는 김씨는 “제가 꿈을 조금 늦게 이뤘는데, 아내가 묵묵히 기다려 줬다”며 “결혼한다면 당연히 이 사람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 결혼 준비를 하느라 경제적으로는 부담이 컸다. 그는 “좀 아껴서 결혼식을 한 편이다. 다만 제 여자친구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다들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더라”며 웃었다. 실제 결혼을 망설이거나 미루게 한 요인으로는 경제적 부담이 62.1%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6월 결혼한 대구 주민 홍모(35)씨는 “옛날에는 단칸방에서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방 두 칸짜리 오피스텔 전세라도 있어야 되는 게 현실”이라며 “씁쓸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들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본인 또는 배우자의 취업·직업 안정성(28.8%) 및 자녀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정서적 부담(19.7%)도 적지 않았다. 유씨는 “결혼 과정에서 각자 모은 돈과 부모에게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계산해야 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재의 삶을 즐기는 ‘욜로’ 문화가 확산됐지만, 최근 신혼부부들은 자산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답했다. 송씨는 “부부가 되니까 몇 년 뒤에는 어떤 집을 사자는 등 공동의 목표가 생기면서 외식 대신 집밥을 해 먹거나 절약해 통장 잔고를 불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돈을 모아 결혼을 준비하는 경우가 보편화되면서 ‘스드메’로 대표되는 결혼식 문화에서 비용을 줄이려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도 드러났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부부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는 부동산이 꼽혔다. 이 때문에 결혼식 전에 집을 함께 보러 다니는 ‘임장 데이트’도 유행이다. 부동산 관련 정부 지원 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례도 적지 않다. 66쌍 가운데 39.4%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미루고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 대출과 주택 청약, 세금 문제 때문이었다. 경기 오산에 사는 이성은(34)씨는 임신 3개월 차이지만 대출 문제로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 이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부부 합산 소득이 현재 2.4% 금리로 받고 있는 디딤돌 대출 기준을 넘어선다”며 “정부 지원 대출을 유지하려면 당분간 사실혼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은 집값·지역은 양육 고민정부 대출받으려 혼인신고 미뤄보수적인 지방선 아빠 ‘육휴’ 눈치지방 부부들은 상대적으로 결혼식과 주거비 부담이 덜하다고 답했지만, 대신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쉽지 않다는 걸 어려움으로 지적했다. 경북 포항에 사는 서모(31)씨는 “결혼식 비용은 우리끼리 감당할 수 있었지만, 근무하는 직장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길게 쓰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아이를 낳으면 육아 부담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로는 신혼집 준비(59.1%)가 가장 많이 꼽혔고 예식 준비(50.0%), 결혼 예산 조정(37.9%)이 뒤를 이었다. 실제 결혼식에 들어간 비용은 3000만~5000만원이 34.8%로 가장 많았으며, 1000만~3000만원(24.2%)이 뒤를 이었다. 5000만~1억원(21.2%), 1억원 이상(18.2%)도 적지 않았다.
  • 김부장 류승룡이 살려낸 제주 빈집 ‘다자요’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김부장 류승룡이 살려낸 제주 빈집 ‘다자요’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제주올레에 밥 먹듯 다닌다’는 배우 류승룡의 취향과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 하천바람집은 제주 토박이들이 살려낸 빈집이다. 제주 전통가옥의 특징인 안거리(본채)와 밖거리(바깥채)를 그대로 살린 집은 류승룡 배우의 손길과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안락하며 독특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소문난 올레꾼’인 류 배우는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했을 뿐 아니라 책, 액자, 그릇, 도예작품 등을 기증해 집을 꾸몄다. 서가에는 그가 읽었던 책들이 꽂혀 있고, 귀퉁이에는 직접 만든 도자기가 놓여 있다.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와 2위를 기록한 ‘명량’ 출연 사진과 ‘극한직업’ 기념 모형이 장식된 작은 사색 공간에는 배우의 정신을 채운 책들이 가득하다. 달과 별을 바라보며 몸을 녹이는 노천탕의 위치와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과 다도와 독서를 위한 공간을 분리한 것도 그의 제안이었다. 잇따른 흥행 성공 이후 찾아온 슬럼프를 제주 올레길 걷기로 극복한 류승룡은 올레축제에 꾸준히 참여하며 일본, 몽골 등 해외 올레길 홍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류 배우와 같은 셀럽들의 안목을 담아 빈집을 살려낸 주역은 제주 출신 남성준 ‘다자요’ 대표와 강경훈 네모건축 대표 건축사다. 남 대표는 2015년 전국 최초로 빈집을 고쳐 숙박업을 하는 ‘다자요’를 세웠지만, 농어촌 민박법 규제로 3년 동안 사실상 폐업 상태에 놓였다. 당시 다자요 숙소를 찾은 류승룡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유지되던 이 프로젝트에 공감해 크라우드 펀딩에도 참여했다. 그는 자신이 후원한 곳임을 모르고 숙소에 묵었다가, 같은 후원자였던 김봉진 배달의민족 전 대표와 제주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기도 했다. 다자요의 사업 모델은 빈집을 10년 동안 무상 임대해 리모델링 후 숙박시설로 운영하다가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빈집 주인은 부동산 가치 상승과 리모델링 혜택을 얻고, 마을은 유동 인구 증가로 활기를 되찾는다. 다자요는 2020년 ‘농어촌 빈집 활용 숙박업’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지정되면서 합법화의 길을 열었다. 현재 420채가 넘는 빈집 재생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운영 중인 숙소는 11곳에 달한다. 소녀시대 유리 취향을 담은 숙박시설도 제주 한림읍 귀덕리에 곧 들어선다. 남 대표는 “돈이 없어서 나온 아이디어였고, 가난이 혁신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집당 수억 원이 드는 공사비는 류승룡 배우와 같은 시민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했다. 각 숙소는 위치와 공간, 콘셉트에 따라 모두 다른 색깔을 지니며, 캠핑·반려동물·브랜드 협업 등을 통해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LG전자, 일룸 등 기업과의 협업으로 숙박객은 최신 가전과 가구를 체험할 수 있으며, 제주 특산품도 직접 사용해보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빈집 재생 건축을 맡은 강경훈 건축사는 “옛집 특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 전통 돌집의 낮은 층고와 그을린 서까래 같은 ‘부실시공’이 오히려 제주만의 멋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하며, 지역 건축이 획일화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강 건축사는 “마을 살리기를 위해 커뮤니티 센터를 짓는다고 하지만 성공한 사례는 없다. 오히려 애착을 가진 외지인이 신선한 시각으로 토박이들이 보지 못하는 매력을 찾아낼 때 지역 건축의 장점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의 집은 제주만의 색깔이 있는데 지역 건축이 지역만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어디서 잘 되면 전국으로 퍼져버린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지역에 맞게 리모델링을 해야 하지만 이전 성공 사례랑 똑같이 하니까 지역 건축이 사라지고 전국이 획일적으로 되어 버린다”고 지적했다. 다자요는 이제 제주를 넘어 전국적인 지방 살리기의 혁신 사례로 자리 잡았다. 빈집을 단순한 숙박 공간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민들의 삶을 되살리는 새로운 지역 재생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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