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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또한 달리는 말에서 갈라진 벽의 틈새를 보듯, 2010년대도 훌쩍 지나갔다. 2009년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티브 잡스’가 열어젖힌 ‘제4차 산업혁명’의 봇물에 휩쓸려 그사이 삶의 전 영역이 ‘좋아요’와 ‘하트’ 놀이에 중독됐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우리는 어느새 정보와 상호작용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됐다. 머리 한쪽이 늘 멍한 산만함에서 우리 정신을 지켜 주는 것은 역시 호흡 긴 서사인 책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책의 대지에 핀 꽃들은 자주 불(不)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먼저,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유의 어둠 속에 찬란한 빛을 던졌다. 만연한 부정의에 경악한 독자들은 ‘분노하라’는 시대의 명령을 따랐다. 무엇에 분노했는가. 불공정이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며 학자금 대출과 알바 인생에 절망하는데, 장학금 챙겨 가며 공부한 전직 법무부 장관의 딸이 보여 준 세상, 즉 특권을 통해 쌓은 스펙을 제 능력인 양 자부하는 ‘20 vs 80의 사회’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불평등이다. 부의 세습이 노골화돼 부익부빈익빈이 갈수록 심화되고, 성실한 노동을 통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21세기 자본’의 사회는 문제의 실체가 불평등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중이다.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불평등 세대’ 등은 저성장이 고착화된 한국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면, ‘세대 전쟁’의 홍역이 덮쳐 올 것임을 우려하게 한다. 착취된 노동이다. 일이 행복을 주지 못하는데 왜 일해야 하는가. 적당히 일하고 작은 행복이라도 확실히 챙기는 쪽이 낫지 않은가. ‘피로사회’는 성과에 집착하면서 죽음에까지 자기를 몰아붙이는 ‘자기 착취’를 폭로한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미생’인 세상인데, 자신을 고갈시키지 않는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청년들은 ‘자존감 수업’을 받고 ‘미움받을 용기’를 행한다. 삶의 새로운 양식을 찾아 동네책방을 순례하고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는다’. 가부장제 가족주의다. ‘강남역 10번 출구’를 계기로 ‘페미니즘’이 일어섰다. 여성이 쉽게 살해되고 폭행당하며 차별받는 사회는 작동을 멈춰야 한다. 편견으로 점철된 세상을 살아가는 ‘82년생 김지영’이 더는 없어야 한다. 여성은 벌써 주체인데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고 일깨운다. 그래서 여성들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백래시’, ‘탈코르셋’ 등 해방의 언어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 ‘이상한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가족 형태가 꾸준히 시도되고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 등 퀴어의 일상화도 이제 어색하지 않다. 언어의 소외다.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스러져 가는 이들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책의 입술은 목소리 없는 이들한테 열려야 한다. ‘소년이 온다’의 높은 문학적 성취도, ‘사당동 사람들’, ‘금요일엔 돌아오렴’, ‘고기로 태어나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 인간의 조건을 살피는 기록의 존엄성도 여기서 비롯된다. 정치는 난잡하고, 경제는 암울하고, 사회는 비참하다. 세상이 타락한 자들을 위한 숫자 놀이로 전락한 듯하다. 온통 이익(利)을 말할 뿐 아무도 의(義)를 묻지 않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던 얼굴은 어용을 자부하고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를 성찰하던 마음은 위선이 됐다. 촛불과 함께 힘차게 타올랐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는 또다시 무릎이 꺾이는 중이다. ‘닥치고 정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현실은 ‘닥쳐라, 정치’로 변해 가고 있다. 불타 버린 이 자리에서 책은 다시 출발한다. 새해에는 어떤 책이 시대의 죽비가 될지,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 ‘부천 링거 사망’ 피해자 살해 혐의 부인한 여자친구

    ‘부천 링거 사망’ 피해자 살해 혐의 부인한 여자친구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를 투약해 남자친구를 숨지게 한 이른바 ‘부천 링거 사망 사건’ 피해자의 여자친구가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 임해지) 심리로 11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간호조무사 A(31·여)씨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내용 중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한다”며 “(피고인은) 동반 자살을 하려 했다. 살인은 결단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재판장이 “(동반 자살할 의도였다면) 프로포폴은 (피해자에게) 왜 놓았느냐”는 질문에 “조금 더 편안하게 할 의도였다”고 답변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 30분 경기도 부천시 한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약해 남자친구 B(30)씨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프로포폴 등을 처방전 없이 투약하고 2016년 8월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이 폐업하자 의약품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당시 B씨의 오른쪽 팔에서는 두 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으며 모텔 방 안에는 여러 개의 빈 약물 병이 놓여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B씨는 마취제인 프로포폴, 리도카인과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사건 당시 B씨와 모텔에 함께 있던 A씨도 검사 결과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치료농도 이하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약하고 자신에게는 치료농도 이하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판단하고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치정살인이 부른 ‘나비효과’… 홍콩, 中 일국양제에 반기 들다

    치정살인이 부른 ‘나비효과’… 홍콩, 中 일국양제에 반기 들다

    하나의 우연한 사건이 거대한 역사를 만들 때가 있다. 이른바 ‘나비효과’다. 1914년 6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찾아온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에게 18세 청년이 총격을 가한 ‘사라예보 사건’으로 1차 세계대전(1914~1918)이 시작됐다. 2011년 4월 미국 백악관 연례만찬 행사에서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청중으로 온 부동산업자 도널드 트럼프에게 공개망신을 주자 트럼프가 이에 앙심을 품고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 지금 소개하려는 ‘찬퉁카이 사건’도 중국의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을 흔들고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을 바꾼 ‘역사의 방아쇠’로 기억될 것 같다. 9일로 정확히 6개월이 된 홍콩 시위 사태의 원인을 설명하는 프리퀄(본편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과거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사법권 못 미치는 대만 사건 발생… 기소 불가 지난해 2월 8일 중국 광둥성 선전 출신의 홍콩인 찬퉁카이(21)가 동갑내기 여자친구 판샤오잉과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대만이었다. 판샤오잉은 열흘쯤 뒤인 17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왓츠앱을 통해 “홍콩으로 돌아간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전 세계를 소용돌이에 빠뜨린 거대한 태풍의 시작이었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그때 두 사람은 타이베이의 한 호텔 방에서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 판샤오잉은 임신 중이었는데, 뱃속 아이 아빠가 자신이 아닐수도 있다는 사실을 찬퉁카이가 뒤늦게 안 것이다. 판샤오잉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으로 새 남자친구의 존재를 확인해 준 뒤 “이 지경까지 왔으니 너와 헤어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찬퉁카이가 순간적인 격분을 참지 못하고 판샤오잉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는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담아 숙소를 빠져나왔다. 타이베이의 한 지하철역 부근 공원 풀밭에 암매장하고 홍콩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판샤오잉의 신용카드로 돈을 찾아 자신의 은행계좌로 입금했다. 판샤오잉의 부모는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찬퉁카이는 곧바로 체포됐고 범행 사실도 자백했다. 이 사건은 ‘단순 치정살인’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영미법을 채택한 홍콩은 영역 내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하는 ‘속지주의’를 유지한다. 홍콩 당국 입장에서 찬퉁카이의 죄는 천인공노할 사안이지만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대만에서 벌어져 기소가 불가능했다. 다른 나라들과 그랬던 것처럼 미리 대만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었다면 찬퉁카이를 송환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홍콩은 그러지 않았다. 대만과 정치·법률 분야에서 공조하면 대만을 보통국가처럼 보이게 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베이징 당국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찬퉁카이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음을 안 대만 정부가 그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송환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무리를 해 가며 반중 성향인 대만 정부를 도울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속내도 있었다. ●2047년 이후, 공포에 떨고 있는 홍콩 시민들 같은 해 4월 홍콩 사법당국은 찬퉁카이에 대한 살인 혐의 적용을 포기했다. 대신 여자친구의 카드로 돈을 인출한 것에 대해서만 절도죄 등을 적용해 29개월형을 선고했다. 그나마도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모범수로 복역했다는 점을 들어 18개월로 감형했다. 그는 올해 10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평생을 감옥에서 지낼 것 같던 찬퉁카이에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비난 여론이 커지자 홍콩 정부는 “제2의 찬퉁카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1년 가까이 지난 올해 2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개정에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홍콩 주민이 상대국법으로 징역 3년 이상 실형이 예상되는 범죄를 저지르면 용의자 송환 여부를 판단하는데, 대만처럼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 없이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 여부를 결정하게 한 것이 골자다. 여기서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장관이 용의자 송환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지역에 대만뿐 아니라 중국 본토가 포함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국은 홍콩의 반중 인사들에게 반분열국가법(우리의 국가보안법에 해당) 위반 혐의를 적용해 홍콩 정부에 송환을 요구할 수 있다. 친중 성향인 행정장관은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홍콩인들은 중국이 광범위한 자치를 약속한 시한인 2047년 뒤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두려움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반체제 서점 관계자 실종(2015)과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 실종(2017) 등 중국 공권력에 의한 납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송환법은 홍콩인들에게 ‘말 안 듣는 사람들을 중국으로 쉽게 보내려는 법’으로 여겨졌다. ●확산되는 반중 시위… 전 세계 정치지형 변화 홍콩 정부는 범민주 진영의 반발에도 입법을 강행했다. 3월 9일 이 법안이 입법회(우리의 국회 격)에 제출됐다. 여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을 비롯한 친중파 의원들은 이 법안을 무조건 통과시키려고 나섰다. 민주당과 공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결사적으로 막았다. 70명으로 이뤄진 홍콩 입법회에서 친중파(41석)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범민주 진영(29석)의 반대를 제압하고 5월 26일 이 법안을 법사위원회에 올려 가결했다.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형식적 통과 절차만 거치면 법이 발효될 순간이 코 앞에 왔다. 그러자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자신들을 지켜야 할 정부가 되레 정상적인 사법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본토로 내보내려 한다는 배신감이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다.이후부터는 잘 알려진 그대로다. 6월 9일 홍콩 시민들이 첫 번째 거리 시위를 열었다. 100만명이 넘게 참석했다. 이후 주말 시위는 6개월째 이어지며 홍콩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 지난달 24일 범민주 진영은 홍콩특별행정구 구의회 선거에서 85%가 넘는 의석을 가져오며 사상 처음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친중 성향이 우세하던 홍콩의 시민들은 완전히 돌아섰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중국과의 전쟁’은 2047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도 이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대놓고 말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 1월 당선 뒤 잇따른 정책 미숙으로 내년 1월 총통 선거 패배가 확실시돼 왔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변이 벌어졌다. 올해 8월부터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올라 대선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이제 대만에서 ‘반중’은 국시가 됐다.이런 분위기는 최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물러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켰다. 내친김에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신장 위구르 인권법과 티베트 인권법도 제정할 모양새다. 인권 문제를 고리 삼아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다. 한 20대 홍콩인 커플의 애정여행이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고 전 세계를 ‘친중 대 반중 구도’로 재편하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 역사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전 세계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성적학대 일삼은 마피아 아빠 살해한 러시아 세자매 ‘살인죄’ 적용

    성적학대 일삼은 마피아 아빠 살해한 러시아 세자매 ‘살인죄’ 적용

    러시아에서 성폭행과 학대를 일삼은 아버지를 죽여 세상을 놀라게 한 세 자매 가운데 장녀와 차녀에게 살인죄가 적용됐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중요범죄 수사기구인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해당 사건에 관한 수사를 마쳤고 현재 21세인 장녀 크리스티나 하탸투랸과 19세인 차녀 안겔리나에게 계획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2011년 설립된 연방수사위원회는 기소권은 없고 수사권만 있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러시아판 FBI'라고도 불린다.2018년 7월 수도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현지 가정폭력의 참상을 부각했다. 마피아 보스로 알려진 당시 57세 남성 미하일 하탸투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세 딸 크리스티나와 안겔리나, 그리고 마리아는 자신들이 죽인 부친으로부터 지난 몇 년 동안 끔찍한 성적,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해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자매의 나이는 당시 각각 19세, 18세, 17세였다. 이에 대해 연방수사위원회는 수사 결과, 세 자매 중 첫째와 둘째는 아버지를 칼로 찌르고 망치로 때려 치명상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기구는 또 “정상 참작 상황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장녀와 차녀는 정신에 이상이 없으며 범행 당시 자신들의 행동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유죄가 확정되면 두 자매는 최대 20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막내딸인 마리아에 대해서 이 기구는 의무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도록 권고했다. 이에 대해 세 자매의 변호인들과 인권 운동가들은 이들 자매가 자신들의 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차녀 안겔리나의 변호인 마리 데브티안은 “세 자매는 합리적인 힘으로 자신들을 방어했으므로, 이 사건을 재판에 회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녀 크리스티나의 변호인 알렉세이 립서는 “수사기구가 어떤 결정을 내리면 유죄 확정은 시간문제임을 잘 안다”면서 러시아의 극히 낮은 무죄율을 지적했다. 이어 “두 자매는 배심원 재판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현재 세 자매는 별도의 거주 공간에서 지내고 있으며 서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가정폭력의 가장 무거운 형태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 경찰 역시 심각한 경우라도 평상시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여성 인권 운동가인 안나 리비나는 수사기구의 발표는 정부가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계속 주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여전히 여러 수사기구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방수사위원회는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던 사람들을 상대로 법을 휘두르고 있다”고도 말했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최근 가정폭력에 관한 새로운 법안이 발표됐다. 극우단체들은 이 법안이 가정을 파괴할 것이라고 반대 운동을 벌여왔으며 러시아 정교회 측도 이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7년 전 여성 납치감금 유죄 선고되자 독극물 마신 범인 “깨어나는 중”

    17년 전 여성 납치감금 유죄 선고되자 독극물 마신 범인 “깨어나는 중”

    지난 2002년 1월 프랑스 북부 아미엥에서 은행 여직원 엘로디 쿨릭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불태운 사건과 관련, 17년 만에 유죄가 선고된 피고인이 독극물을 마시고 코마 상태에 빠졌다가 서서히 의식을 되찾고 있다고 AFP 통신이 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윌리 바르동이란 45세 남성이 지난 6일 아미엥 법원에서 진행된 선고 공판 도중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인정됐지만 납치와 감금 혐의에 대해 유죄라며 징역 30년형을 선고하자 곧바로 제초제 성분을 마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알렉산드레 드 보스슈에레 검사는 AFP 통신 인터뷰를 통해 “테믹이라 불리는 제초제를 마셨는데 신경과 심혈관 계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분”이라며 “점진적으로 코마에서 깨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이 24시간 병실을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보스슈에레 검사는 “어떻게 그가 제초체를 숨겨 반입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통상 법정에 들어서기 전 피고인은 몸 수색을 하는데도 독극물을 적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엔 지역의 생?틴으로부터 20㎞ 떨어진 테르트리에서 끔찍하게 살해될 때 엘로디는 스물네 살이었다. 그녀는 숨이 끊어지기 전 긴급전화에 다급하게 살려달라고 외쳤는데 26초 정도 녹음이 돼 열사흘 동안 진행된 이번 재판의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됐다. 현장에서 DNA가 발견된 다른 용의자 그레고리 비아트는 이미 2003년에 사망했다. 하지만 여섯 명의 증인은 녹음된 목소리의 주인공이 윌리 바르동이 맞다고 진술했다. DNA 분석 기법의 발전 덕분에 사건 직후 수집된 유전자 정보 분석을 통해 비아트가 범인임을 알려주는 새로운 증거가 더해졌다. 재판 내내 바르동은 무고하다고 주장했으며 쿨릭의 부모들에게 자신은 범행 현장에 함께 있지도 않았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의 변호인 스테파니 다쿠오는 AFP 통신 인터뷰를 통해 “바르동이 극단을 선택하려 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는 교도소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여러 차례 되풀이해 말했다”고 전한 뒤 피고인은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 수사에 구멍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엘로디 쿨릭의 부친 자키 쿨릭은 바르동의 극단 선택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판결에 대해 안도한다며 “내일 그녀의 묘소에 가 내 할일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사우디 정부, 시나브로 사라지던 ‘식당 남녀 다른 출입문 의무화’ 없애

    사우디 정부, 시나브로 사라지던 ‘식당 남녀 다른 출입문 의무화’ 없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식당에 들어갈 때 성별에 따라 다른 출입문을 이용하게 했던 의무화 조항을 없앤다고 밝혔다. 사우디 지방자치부는 8일(현지시간) 식당들에선 더 이상 성에 따라 구분해 출입구를 만들 필요가 없으며 대신 업주가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9일 전했다. 지금까지는 식당이나 카페에 입장할 때 가족과 여성들은 한 출입구를, 남성들은 다른 출입구를 이용해야 했다. 극장에서도 남녀는 각자 다른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해야 했다. 최근에는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을 조용히 없애는 추세였는데 이번에 정부가 대놓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공표한 것이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7년 국정을 장악한 이후 반체제 인사를 억압하는 조치를 강화하면서도 사회 전반의 낡은 관습을 폐기하는 흐름을 이어가는 연장 선이다. 지난해에는 여성 운전자의 운전을 허용했고 올해 초에는 동반 남성이 없이도 여성 혼자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국왕 칙령을 변경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여성을 차별하는 법과 제도가 남아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또 이름난 여성 활동가들은 정부가 개혁을 진행하면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손발을 묶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여성 등 억압되고 그늘 진 사회 부문을 개방하는 빈살만의 개혁은 해외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반동적이고 억압적인 퇴행을 경험하기도 한다. 지난해 언론인 자말 카쇼그지를 독살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우디를 줄곧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리야드 정부 인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카쇼그지가 첩보원 팀의 ‘깡패 작전’에 살해됐다고 정부는 밝혔는데 많은 이들과 유엔 전문가들은 일종의 법원 밖 처형을 당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사우디 장교 美서 총격… 당황한 국왕, 즉각 트럼프에 전화 걸었다

    4명 사망 美해군기지 총격범 밝혀지자 국왕, 휴일 이례적 대응 “피해자 도울 것” 트럼프도 재빨리 “범인 사우디 대표 아냐” 카슈끄지 악몽에 빈살만 대신 국왕 나서 美도 무기구입 ‘큰 손’ 놓칠까 적극 진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본토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범인이 사우디아라비아 장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즉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슬람 율법상 가장 성스러운 휴일인 금요일에, 그것도 통상 국방·외교 전면에 나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아니라 국왕이 직접 나섰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다른 무슬림 폭력사태 대응에 비해 눈에 띄게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이번 사건이 사우디 국민 일반의 대미 감정과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느라 애썼다. 7일 CNN과 워싱턴포스트(WP)는 중동 최대 우방이자 공생 관계인 두 나라 사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양국 정상의 대응에 주목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해군 항공기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훈련생 신분이었던 범인 무함마드 알샴라니 소위를 포함해 4명이 죽고 8명이 다치자 살만 국왕은 놀라운 속도로 대처했다. 전화를 받은 트럼프도 재빨리 트위터로 “사우디 국민은 총격범의 야만적인 행동에 크게 화가 나 있다”면서 “범인은 미국 국민을 사랑하는 사우디 국민의 감정을 어떤 형태로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백악관에서도 기자들에게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가 격분했으며, 국왕이 직접 유가족과 피해자를 돌보는 일에 관여할 것”이라면서 “그들이 유가족을 매우 크게 도와줄 것 같다”고 말했다. 양국이 엄중하게 상대국 심기를 챙기는 이유는 중동에서 두 나라가 서로 없어선 안 될 최대 공생 관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기와 기술 지원으로 이란과 예멘 후티 반군 등 적대 세력에 맞서고 있는 사우디는 미국 의회와 국민의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 미 의회는 최근 사우디로 수출한 무기가 내전 중인 예멘에 흘러들어 민간인 살상 등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수출에 수차례 제동을 걸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엔 사우디인 자말 카슈끄지 WP 기자 살해·사체 훼손 사건이 무함마드 왕세자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미국인들이 분노했다. 살만 왕의 이번 대응은 사우디가 ‘국왕 책임하에 왕세자가 현대화를 추진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CNN 분석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사우디를 잃을 수 없다. 사우디는 미국의 가장 큰 무기 수출국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큰손’이다. 사우디가 미국 무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중국이나 러시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사우디와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고 자국 군사력을 투입해 중동에서 이란 등에 대한 전략적 억지력을 갖고 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 등 당국은 이번 사건에 배후나 조직이 개입된 정황은 현재까지 없다며 ‘테러’라고 정의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사살된 알샴라니 소위는 범행 전날 다른 훈련생들과 총기 난사 동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판사가 재판정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 혼낸 이유

    판사가 재판정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 혼낸 이유

    “정치 권력자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변을 달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정준영 판사가 6일 열린 공판에서 한 요구다. 정 판사는 지난 10월 25일 열린 첫 재판에서 삼성 경영에 대해 훈계하며 준법감시제도를 주문하고, 만 51세가 된 이 부회장의 비전 제시를 요구한 바 있다. 재판정에서 판사의 이례적인 ‘훈화’는 집행유예를 암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비난을 샀으며, 준법감시제도는 이미 삼성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이 만 51세에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삼성그룹의 비전을 제시했다며 이 부회장의 각성을 주문하는 발언은 정 판사의 나이가 고작 52세란 이유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정 판사의 이러한 재판정에서의 발언은 회복적 사법에 대한 평소 소신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복적 사법이란 재판에서 형벌을 주기보다는 재발 방지와 치료에 목적을 둔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정 판사는 이러한 소신에 따라 중증 치매에 걸린 60대가 아내를 살해한 사건에서 치료구금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특히 소송보다는 양 당사자 간 합의를 끌어내는 분쟁해결에도 관심이 높아 ‘조정 전문가’로 꼽힌다. 정 판사의 회복적 사법에 대한 관심은 전문 매체인 법률 신문에 기고한 자필 칼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배우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영화 ‘오늘’을 예로 들며 대화나 사과가 없는 피해자의 일방적 용서로는 회복적 가치가 실현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화 ‘오늘’은 아무런 조건 없이 약혼자의 뺑소니 사고 가해자를 용서했지만, 그 가해자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정 판사는 배우 전도연,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밀양’은 가해자의 변화를 통한 죄책감과 사과가 없어서 진정한 용서나 화해가 없다고 지적했다. 영화 ‘밀양’은 아들을 유괴해서 살해한 범죄자가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았다는 발언에 절망하는 엄마 전도연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또 배우 강동원이 사형수로 출연하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대화를 통하여 죄책감, 용서, 화해란 회복적 가치가 실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판사는 “회복적 사법의 가치가 실현되면 참여자들은 사법제도에 대해 만족하고 공정하다고 느끼게 된다”며 “회복적 사법이 전통적 형사사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며, 형사사법제도가 공정하고 운영되어야 회복적 사법도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소신대로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뇌물 공여 혐의를 처벌하기보다 재발 방지와 우리나라 재벌 제도의 혁신에 현 재판부의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정 판사의 판결 가운데 가장 여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3월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허가한 것이다. 다만 자택에서만 머물며 외출과 통신은 금지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소년 떠민 18세 “뉴스 나오고 싶어 그랬어요”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소년 떠민 18세 “뉴스 나오고 싶어 그랬어요”

    “TV 뉴스에 나오고 싶어 그랬어요.” 지난 8월 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10층 발코니에서 여섯 살 소년을 떠민 10대 용의자가 내뱉은 어이없는 범행 동기다. 존티 브레이브리(18)는 프랑스 국적으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던 차에 이 미술관을 찾은 소년을 다섯 층 아래로 밀어뜨렸다. 소년은 뇌에 출혈이 있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일링 출신은 브레이브리는 6일 올드 베일리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재판 도중 살해 의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BBC가 전했다. 그는 공판 도중 테이트 모던 직원에게 접근해 “누군가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방금 발코니에서 누군가를 밀어버렸다”고 말한 사실도 있다고 버젓이 진술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 그는 경찰 수사 과정에 이 사건 전에도 사우스뱅크 갤러리에서 누군가를 다치게 만들어 TV에 나와 자신의 자폐증 치료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했다고 실토했다. 또 자신의 정신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든 바보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으며 이렇게 하면 TV 뉴스에 나가게 되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그는 “뉴스에 나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공식적으로 누구도 허튼 소리하지 않고 직접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법원은 자폐 증세에다 심한 강박감이 있어 지난 10월 중순부터 브로드무어 병원에 구금하고 있다. 그의 부친 피어스는 소셜미디어에 지금은 삭제된 글을 올려 자폐증과 치료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일이 있다. 당국은 기소될 당시 그의 나이가 17세여서 신원을 공개하지 않다가 지난 10월 18세 생일을 맞아 공개했다. 피해자 가족은 아직도 소년의 뇌 기능이 완전 정상이 아니며 근육 통증도 심각해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병원 직원을 호출하지도 못할 정도로 의사소통에 장애가 많다고 전했다. 아울러 가족들의 삶 역시 4개월 전에 멈췄다고 하소연했다. 고 펀드미 모금에 15만 3000 유로(약 2억 192만원)가 답지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인도 성난 여성들, 집단 성폭행범 달아나다 사살되자 “잘 죽였네”

    인도 성난 여성들, 집단 성폭행범 달아나다 사살되자 “잘 죽였네”

    “잘 죽였네.” 윤리적으로 제목이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매일처럼 끔찍한 성범죄가 자행되는 인도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솔직한 분노와 기쁨을 액면 그대로 옮기고 싶어서였다. 남부 텔랑가나주의 하이데바라드 경찰이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여자 수의사를 집단 성폭행하고 시신에 불을 질러 태운 네 명의 남성 용의자들이 6일 현장 검증 도중 달아나려 해 사살했다고 밝히자 연일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던 여성들이 기쁨을 한껏 표현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경찰은 현장 검증을 위해 용의자들을 범행 장소에 데려갔는데 용의자들이 달아나거나 경관의 총을 빼앗으려 해 어쩔 수 없이 사살했다고 BBC 텔루구에 밝혔다. 경관 둘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몇 시간도 안돼 2000명 가량의 주민들이 몰려들어 경찰의 대응을 칭찬했다. 그들은 “경찰을 찬양하라”고 연호하며 사탕과자를 나눠주는가 하면 스물일곱 피해 여성이 불태워진 장소에 꽃을 갖다바쳤다. 이웃 동네에도 많은 사람이 몰려와 축포 잔치를 벌였고 사탕을 나눠줬다. 물론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지난 5일에는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 사는 23세 여성이 법원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증언하려고 출두하던 도중 가해자 둘이 포함된 남성 다섯 명에게 끌려가 불 태워져 중상을 입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여성은 지난해 12월 12일 두 남성에게 총이 겨눠진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올 3월 고소했는데 이날 아침 법원 출두를 위해 열차역으로 가는 길에 다섯 남성들에게 근처 들판으로 끌려갔다. 남성들은 그녀의 몸에 기름을 끼얹은 뒤 불을 붙였다. 그녀는 집 근처 러크나우 병원에서 화상의 90% 정도를 치료받은 뒤 다음날 에어 앰뷸런스에 실려 수도 델리의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이곳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특히나 충격적인 것은 피해 여성이 고소한 직후 체포됐던 두 남성 용의자들이 지난 주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자 이같은 보복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경찰은 다섯 남성 모두를 체포해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날 끔찍한 범행이 자행된 곳은 운나오 지구란 곳이었는데 지난 7월 집권당 BJP 의원이 다른 여성을 성폭행한 곳이었다. 경찰은 이 사건의 피해 여성이 집권당 의원의 실명을 공개하며 고발한 뒤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은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보고 다시 수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차 안에 함께 타고 있던 이 여성의 이모 둘이 목숨을 잃었고, 변호사 역시 부상을 입었다. 인도에서는 2012년 수도 델리에서 한 젊은 여인을 여러 남성이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뒤 여성을 상대로 한 흉악한 성범죄가 전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다.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인도 경찰에 등록된 성폭행 사건 수는 3만 3658건으로 하루 92건씩 발생한 셈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우타르 프라데시주는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한 주이며 여성에 대한 범죄를 제대로 기록조차 안하는 주로 악명 높다. 2017년에만 4200건 이상 보고돼 가장 발생 빈도가 높다. 특히 주 정부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BJP 당이 완벽하게 장악한 주인데도 거듭되는 성폭행으로부터 여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자당 의원을 보호하는 데 급하다는 이유로 야당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인도 경찰, 집단 성폭행범 넷 현장검증 도중 달아나자 모두 사살

    인도 경찰, 집단 성폭행범 넷 현장검증 도중 달아나자 모두 사살

    인도 경찰이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여자 수의사를 집단 성폭행하고 시신에 불을 질러 태운 네 명의 남성 용의자들이 6일 현장 검증 도중 달아나려 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남부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 경찰은 이날 아침 현장 검증을 위해 용의자들을 범행 장소에 데려갔는데 용의자들이 달아나거나 경관의 총을 빼앗으려 해 할 수 없이 사살했다고 BBC 텔루구에 밝혔다. 경관 둘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다음날 숯검댕이처럼 검게 탄 그녀의 유해가 발견되자 하이데바라드 경찰서 앞에 수천 명이 몰려 격렬하게 항의하는 등 전국에서 거센 항의 시위가 이어져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희생된 27세 여성은 사고 당일 저녁 6시쯤 의사를 만나려고 모터바이크를 타고 집을 떠났는데 타이어가 펑크 났다고 가족에게 전화로 알렸다. 한 탱크로리 운전자가 도와주겠다고 접근했고 그녀는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종적이 묘연해졌다. 가족들이 백방으로 찾아다녔으나 경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검게 탄 채로 다음날 아침 우유배달부에 의해 발견됐다. 이와 관련 하이데바라드 경찰서는 초동 수색에 미온적이었던 경관 셋을 정직 처분했다. 전날에는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 사는 23세 여성이 법원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증언하려고 출두하던 도중 가해자 둘이 포함된 남성 다섯 명에게 끌려가 불 태워져 중상을 입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여성은 지난해 12월 12일 두 남성에게 총이 겨눠진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올 3월 고소했는데 이날 아침 법원 출두를 위해 열차역으로 가는 길에 다섯 남성들에게 근처 들판으로 끌려갔다. 남성들은 그녀의 몸에 기름을 끼얹은 뒤 불을 붙였다. 그녀는 병원에 입원했는데 심각한 화상을 입고 근처 러크나우 병원에서 화상의 90% 정도를 치료받은 뒤 에어 앰뷸런스로 수도 델리의 병원으로 후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충격적인 것은 피해 여성이 고소한 직후 체포됐던 두 남성 용의자들이 지난 주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자 이같은 보복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경찰은 다섯 남성 모두를 체포해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날 끔찍한 범행이 자행된 곳은 운나오 지구란 곳이었는데 지난 7월 집권당 BJP 의원이 다른 여성을 성폭행한 곳이었다. 경찰은 이 사건의 피해 여성이 집권당 의원의 실명을 공개하며 고발한 뒤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은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보고 다시 수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차 안에 함께 타고 있던 이 여성의 이모 둘이 목숨을 잃었고, 변호사 역시 부상을 입었다. 인도에서는 2012년 수도 델리에서 한 젊은 여인을 여러 남성이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뒤 여성을 상대로 한 흉악한 성범죄가 전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다.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인도 경찰에 등록된 성폭행 사건 수는 3만 3658건으로 하루 92건씩 발생한 셈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우타르 프라데시주는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한 주이며 여성에 대한 범죄를 제대로 기록조차 안하는 주로 악명 높다. 2017년에만 4200건 이상 보고돼 가장 발생 빈도가 높다. 특히 주 정부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BJP 당이 완벽하게 장악한 주인데도 거듭되는 성폭행으로부터 여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자당 의원을 보호하는 데 급하다는 이유로 야당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메르켈 총리 취임 후 첫 아우슈비츠 방문 한달 남짓 앞당긴 이유

    메르켈 총리 취임 후 첫 아우슈비츠 방문 한달 남짓 앞당긴 이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이하 현지시간) 홀로코스트 참극의 대표 격인 폴란드 아우슈비츠를 취임 이후 처음 찾았다. 옛 동독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당초 이 수용소 해방 75주년에 발 맞춰 내년 1월 27일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독일의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데 경종을 울리기 위해 앞당겼다고 영국 BBC가 5일 전했다. 나치 독일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가 정식 명칭인 이 수용소에서 무려 110만명을 살해했는데 대다수가 유대인이었다. 나치는 유럽에서 유대인을 박멸하겠다며 600만명을 학살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지난 10월 40세 여성과 20세 남성이 동부의 한 시나고그(유대교 회당) 바깥에서 총에 맞아 살해됐는데 극우 성향의 27세 남성이 반유대 감정에 휩싸여 총기를 발사했다고 자백했다. 메르켈 총리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초대돼 많은 죄수들이 처형당한 이른바 검정 담 앞에서 1분 묵념을 올린 뒤 비르케나우 수용소에 헌화했다. 이 재단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인간성을 말살하는 시도에 경종을 울리게 도와달라. 역사가 침묵을 강요하도록 용납해선 안된다. 기억을 되살리자”고 촉구했다. 그녀는 독일에 있는 나치의 다른 수용소들인 다차우와 부켄발트 등은 다녀왔지만 폴란드 크라코프 시 서쪽의 아우슈비츠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전임 총리 헬무트 슈미트가 1977년, 헬무트 콜이 1989년과 1995년 두 차례 이곳을 찾았다. 그 뒤 24년 동안 어느 총리도 찾지 않아 메르켈의 방문은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방송은 전했다.한편으로는 역대 어느 총리도 지금처럼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 내몰리지도 않았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범죄는 지난해에만 1646건으로 집계돼 2017년보다 10%가 늘었다. 지난해 유대인 신체에 직접 위해를 가한 사건도 62건으로 한해 전 37건의 곱절에 가까웠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인이 저지른 야만적인 범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계를 넘은 범죄 앞에서 마음 깊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어떤 말로도 이곳에서 비인격적인 처우를 받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한 많은 사람의 슬픔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범죄에 대한 기억은 끝나지 않은 우리의 책임이다. 이것은 우리 국가와 분리할 수 없다”면서 “책임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국가 정체성의 일부”라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인간의 자유, 인격, 민주주의, 법치주의가 매우 소중하면서도 정치적 과정과 국가 활동, 일상에서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이것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오늘날 명확히 이야기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종주의에 대한 우려스러운 현실, 편협과 증오 범죄의 증가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공격과 위험한 역사 수정주의를 목도하고 있다. 역사 수정주의는 외국인 혐오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최근 내후년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혀 연정이 다시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올라프 숄츠 부총리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대표 투표에서 연정에 비판적인 후보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 정당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립정부 참여를 포기하느냐를 놓고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우슈비츠는 오래 전부터 군 막사로 사용해오다 1939년 나치가 폴란드 정치범을 수감하기 위해 개조했으며 대략 40개의 막사를 거느린 대규모 수용소로 커졌다. 비르케나우는 1941년 조금 떨어진 곳에 건설됐는데 1942년 초부터 1944년 말까지 가스실로 보내지거나 굶주려 100만명 이상이 죽었다. 유대 혈통이 아닌 폴란드인, 로마인, 동성애자와 정치범, 소련군 포로들도 학살을 피하지 못했다. 옛 소련군은 1945년 1월 27일 이 수용소를 해방시켰는데 이날은 세계 전역에서 홀로코스트 추념의 날이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생후 7개월 딸 살해 어린 부부에 중형 구형

    생후 7개월 딸 살해 어린 부부에 중형 구형

    생후 7개월 딸을 5일 간 집에 혼자 방치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어린 부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 송현경) 심리로 5일 열린 비공개 결심 공판에서 살인·사체유기·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편 A(21)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그의 아내 B(18)양에게는 장기 징역 15년∼단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이들 부부의 선고 공판은 이달 19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A씨 부부는 지난 5월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 C(1)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C양은 6월 2일 오후 7시 45분쯤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처음 발견될 당시 아파트 거실에 놓인 종이 상자에 담겨 있었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숨진 딸을 야산에 매장할 의도로 집에 방치한 채 주변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사체 유기죄도 적용했다.B양은 앞선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아이 양육 문제뿐 아니라 남편의 외도와 잦은 외박 문제로 다툼이 많았다”며 “서로가 돌 볼 거라고 생각하고 각자 집을 나갔다”고 진술했다. 당시 A씨는 집을 나간 뒤 친구와 게임을 하고 지냈으며 B양도 지인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B양은 검찰 조사에서는 “딸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살인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지만 이후 재판에서는 다시 입장을 바꿔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계속해서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진술해 왔다. 이들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사망할 거라고 예견하지는 못했고 각자 상대방이 집에 들어가서 아이를 돌봐줄 것으로 예상했다”며 아동학대 치사죄로 의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성폭행 피해 진술하러 법원 가던 인도 여성, 가해자 등이 불 질러 위독

    성폭행 피해 진술하러 법원 가던 인도 여성, 가해자 등이 불 질러 위독

     인도의 23세 여성이 법원에 두 남성에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증언하려고 출두하던 도중 가해자 둘을 포함해 남성 다섯에게 끌려가 불 태워져 위독한 상태라고 영국 BBC가 5일 전했다.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 사는 이 여성은 지난해 12월 12일(이하 현지시간) 두 남성에게 총이 겨눠진 상태에서 성폭행 당한 사실을 올 3월 고소했는데 이날 아침 법원 출두를 위해 열차역으로 가는 길에 다섯 남성들에게 근처 들판으로 끌려갔다. 남성들은 그녀의 몸에 기름을 끼얹은 뒤 불을 붙였다. 그녀는 근처 러크나우 병원에서 화상의 90% 정도를 치료받았는데 더 나은 치료를 받기 위해 에어 앰뷸런스에 실려 수도 델리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특히나 충격적인 것은 피해 여성이 고소한 직후 체포됐던 두 남성 용의자들이 지난 주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자 이같은 보복 범행을 저지른 점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다섯 남성 모두를 체포해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날 끔찍한 범행이 자행된 곳은 운나오 지구란 곳이었는데 지난 7월 집권당 BJP 의원이 다른 여성을 성폭행한 곳이었다. 경찰은 이 사건의 피해 여성이 집권당 의원의 실명을 공개하며 고발한 뒤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은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보고 다시 수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차 안에 함께 타고 있던 이 여성의 이모 둘이 목숨을 잃었고, 변호사 역시 부상을 입었다.  불과 일주일 전에도 끔찍한 성폭행 범죄가 있었다. 지난달 27일 남부 하이데라바드의 여자 수의과 의사가 네 명의 남성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불태워졌다. 숯검댕이처럼 된 그녀의 유해가 발견되자 전국에서 거센 항의 시위가 이어져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는데도 또다시 비슷한 끔찍한 범행이 저질러졌다.  인도에서는 2012년 수도 델리에서 한 젊은 여인을 여러 남성이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뒤 여성을 상대로 한 흉악한 성범죄가 전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다.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인도 경찰에 등록된 성폭행 사건 수는 3만 3658건으로 하루 92건씩 일어난 셈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우타르 프라데시주는 인도에서도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주이며 여성에 대한 범죄를 제대로 기록조차 안하는 주로 악명 높다. 2017년에만 4200건 이상 보고돼 가장 발생 빈도가 높다. 특히 주 정부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BJP 당이 완벽하게 장악했는데도 거듭되는 성폭행으로부터 여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오히려 소속 의원을 보호하는 데 급급하다는 이유로 야당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동거남 살해’ 60대 여성, 징역 14년 선고에 “안 죽였다” 소리 질러

    ‘동거남 살해’ 60대 여성, 징역 14년 선고에 “안 죽였다” 소리 질러

    법원 “CCTV, 이웃 증언, 진술 번복 등에 따라 유죄” 동거남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자 고성을 지르며 반발하다 퇴정 명령을 받았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제1형사부(부장 곽경평)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5·여)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22일 오전 2시쯤 남원시의 한 원룸에서 동거남 B(51)씨를 흉기로 찌른 뒤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술과 종교 문제로 B씨와 심하게 다툰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원룸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고, 사건 당일 A씨가 원룸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술에 취해 원룸에 들어갔을 때 B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그래서 이불을 덮어주고 나온 것일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난 살인자가 아니다. 어떻게 여자가 남자를 죽일 수 있느냐”면서 법정에서 고성을 질렀다. 재판부는 A씨에 퇴정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A씨 외에 원룸을 드나든 사람이 없다는 점, 요란한 싸움 소리가 들렸다는 이웃 증언, A씨의 진술 번복 등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저지른 뒤 이해하기 힘든 말로 혐의를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알코올 의존증과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는 피고인이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이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중국에 팔려간 파키스탄 소녀들의 비참한 생활상

    중국에 팔려간 파키스탄 소녀들의 비참한 생활상

    수사보고서 입수 “1년에 629명 인신매매… 조직적”장기적출에 강제 개종도…中‘1자녀 정책’에 여성 부족지난 1년간 중국으로 팔려간 파키스탄 여성이 약 630명에 이르며, 이들은 비참한 환경에 놓있다고 AP통신이 4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남아선호 사상이 극심한 중국이 시행했던 ‘1자녀 정책’ 후유증으로 결혼 및 출산 적령기에 이른 여성이 크게 부족하기에 가난한 나라에서 신부를 인신매매해 오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파키스탄 수사 당국은 지난 10월 중국 국적자 31명을 북동부 펀자브 지방에 있는 파이살라바드 법원에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했다. AP는 파키스탄 수사 당국이 임란 칸 총리에게 보낸 ‘중국인 결혼 사기 사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 52명, 파키스탄인 20명이 수도 이슬라마바드 뿐 아니라 파이살라바드에서 활동한다고 적혀 있었다. 수사 당국은 공항을 통한 여행 정보를 통해 여성 629명의 명단과 이들의 중국인 남편, 결혼날짜를 확보하기도 했다.그러나 파키스탄에서 이슈화가 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로 정부 당국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디어는 보도를 하지 않는 등 어느 누구도 이들을 돕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 수사 당국은 인신매매 네트워크의 수사 중단을 압박했다. 중국으로부터 소녀을 구출하는 부모들을 돕는 기독교 활동가인 살렘 이크발은 “정부가 엄청난 압력을 넣는다”며 “어느 누구도 인신매매 여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당수는 10대인 중국으로 간 여성들은 고립되거 있거나 학대받고 강제 매춘에 동원되고 있다. 중국은 무슬림 나라 파키스탄에서 가장 가난한 계층인 기독교 소녀들을 인신매매 표적으로 삼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 4월까지 중국에 팔려간 여성은 629명이 넘는다고 수사에 참여한 이가 전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과 파키스탄 브로커는 신부 한명에 2만 5000달러(3000만원 상당)에서 6만 5000달러(7700만원 상당)를 받지만 신부 가족에겐 1500달러(178만원)만 돌아간다. 인신매매에는 파키스탄과 중국인 중개인 외에도 기독교 목사들, 이슬람 교회 지도자 등도 포함돼 있었다.이들은 중국에서 강제 임신 및 불임 치료, 육체적·성적 학대를 당하며, 일부는 매춘에 동원된다. 심지어 중국에 보내진 여성들의 장기들을 적출한다는 수사 보고서도 있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인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인권감시(HRW)가 이달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 뿐만 아니라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네팔, 북한, 베트남이 잔혹한 인신매매 사업의 대상지가 된 국가들이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남아시아 담당 오마르 와리아치는 “무슬림 파키스탄 여성은 남편에게 떨어져 위구르의 재교육캠프로 보내진다”며 “이슬람 종교를 버리도록 강제 세뇌를 당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외국인 신부 수요가 높다. 35년간 시행하다 2015년에 폐지된 ‘1자녀 정책’ 후유증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대략 3400만명 더 많다. 압도적인 남아 선호 사상 때문에 여아 낙태와 여자 영아 살해사건이 많았던 탓이라고 AP가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길고양이 잔혹살해 후 “짜릿했다…자랑해야지” 글 올린 누리꾼

    길고양이 잔혹살해 후 “짜릿했다…자랑해야지” 글 올린 누리꾼

    흉기사진까지 “자랑”게시물 현재 삭제돼4일 동물자유연대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양이를 망치와 칼 등으로 학대하고 살해했다는 애용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해당 누리꾼을 성동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이용자는 길고양이를 토막 내는 등 잔인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누리꾼은 고양이를 학대하는 데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흉기와 길고양이 사체 사진 등을 올렸다. ‘인증사진’을 올리면서 “오늘은 정말 짜릿했다. 내일 자랑해야겠다” 등의 내용도 함께 적었다고 한다. “경찰관 언제 오시나?”와 같은 내용의 게시물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끊임없이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학대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고양이 살해 사진 올리고선 “정말 짜릿했어”…누리꾼 경찰 고발돼

    고양이 살해 사진 올리고선 “정말 짜릿했어”…누리꾼 경찰 고발돼

    디시인사이드에 고양이 살해 사진 게시동물자유연대, 해당 누리꾼 경찰에 고발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 인증 사진을 올린 누리꾼이 4일 경찰에 고발됐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날 오후 디시인사이드 내 ‘우울증 갤러리’에 고양이를 학대하고 살해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해당 글을 올린 누리꾼을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이 누리꾼은 고양이 사체 사진과 함께 “고양이 살해 4마리째”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고양이를 해치는 데 사용한 흉기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심지어 이 누리꾼이 “경찰관 언제 오시나?”, “오늘은 정말 짜릿했어. 내일 자랑해야지”라면서 자신의 행위를 자랑하는 듯한 글도 남겼다고 동물자유연대는 전했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경찰이 잔혹한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60만원 빚 독촉에 동료 살해한 40대 男… 징역 25년 원심 확정

    60만원 빚 독촉에 동료 살해한 40대 男… 징역 25년 원심 확정

    빌린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동료 근로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는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제주 서귀포시의 한 공사 현장에서 A씨를 알게 된 뒤 100만원을 빌렸으나 40만원만 갚고 나머지 60만원을 갚지 못했다. 김씨는 같은 해 11월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A씨로부터 빚 독촉을 받고 말다툼을 벌이다 인적이 드문 한 도로 갓길로 그를 유인해 흉기로 살해한 뒤 인근 숲속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또 범행에 쓰인 차량의 번호판을 떼낸 뒤 휘발유로 차량을 불태우려 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이 밖에 2009년 제주시의 한 PC방에서 B씨에게 현금과 게임머니를 거래하자며 25만원을 챙긴 혐의(사기)와 C씨의 차량을 빌린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횡령) 등도 함께 적용됐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美 정책, 돈으로 살 수 있다”… 트럼프 재선 바라는 푸틴·시진핑

    “美 정책, 돈으로 살 수 있다”… 트럼프 재선 바라는 푸틴·시진핑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 특별한 ‘동료애’를 과시한 정상 두 명이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이들은 앞선 10월 초 양국 수교 70주년 기념일에 따로 만남을 갖지 못했던 만큼 이 자리에서 별도 회동을 하고 밀월관계 강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회동은 미국이 중국에 무역·군사 압박 강도를 높인 가운데 이뤄졌다. 이들은 앞서 서로 상대 모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반미 연대 경고’를 보내기도 한 사이다. 그렇기에 둘의 만남은 늘 미국을 견제해 온 양국 의지를 재확인하는 의미도 있었다. 양국은 지난달 27~29일에도 동해상에 번갈아 전투기를 띄우며 미국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도발했다.이런 가운데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 하원 탄핵조사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자당에 트럼프와 대적할 뚜렷한 강자가 없는 가운데, 탄핵조사를 대선의 큰 변수로 띄웠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트럼프의 위기 상황을 반길까? 수많은 외신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중심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외교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시 주석은 트럼프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생각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그가 4년 더 미국 대통령으로 지내길 바란다. 시리아 미군 철수는 푸틴에게 이득을 준 가장 대표적인 트럼프 정책이다. 앞서 수년간 시리아에 공을 들여 온 푸틴은 미군이 빠지고 터키가 진군하는 시리아 동북부 국경지대에서 새로운 중재자로 자리매김했다. 내전 중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 전사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뺏고 빼앗겼던 전략적 요충지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걸어 들어갔다. 시리아 독재정권, 터키, 쿠르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대립하고 있는 모든 세력과 두루 관계를 다져 놓았다. 이를 이용해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헌법위원회를 구성했다. 내전이 끝난 뒤 시리아 대규모 유전들이 제 주인을 찾으면 지분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히 갖춰졌다. 트럼프는 실제로 푸틴을 도와주는 듯한 행동을 많이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6년 미 대선을 방해한 해킹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다는 신빙성 없는 주장을 지지했다. 또 구소련 군축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지속적으로 폄하했으며, 탈퇴를 제안하기도 했다. CNN도 ‘트럼프는 25번 러시아를 감쌌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러시아에 가했던 제재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약화되거나 해제된 점, 2017년 5월 러시아 고위 관리들과 IS 관련 기밀 정보를 공유한 일, 러시아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복귀를 제안한 사실 등이 예로 제시됐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 것을 두고도 “크림반도는 러시아와 함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민주당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러시아에 이익이 됐다는 점만 빼고는 하나같이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불공정 무역 국가로 지목하고 ‘세계의 위협’으로 규정해 온 지난 18개월 동안 미중 관계가 험난했지만 중국 권력층의 많은 사람은 트럼프가 내년에 재선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그가 예측불허인 것처럼 보이지만 매사를 거래·사업적 마인드로 접근하는 그가 원칙과 소신만 읊는 다른 정치인보다 상대하기 낫다는 얘기다. 한 중국 정치관계자는 “트럼프를 다른 후보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그가 ‘사업가’이기 때문”이라면서 “우리에게 돈이 있는 한, 언제든 그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리들은 트럼프의 트윗을 통해 그의 ‘수’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롱융투 전 대외무역부 부부장은 “트럼프의 여과 없는 트윗이 중국의 협상에 도움이 된다”면서 “우리는 트럼프가 재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트럼프 덕에 중국은 냉전 이후 최고의 전략적 기회를 맞고 있다”고 썼다. 국제사회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의 민주주의, 인권 정책과 남중국해 등 영토 문제에 관해서 트럼프는 중국에 반대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대만, 홍콩, 신장, 인도·태평양의 자유와 개방 등은 트럼프가 통상적으로 다루지 않는 문제”라면서 “그는 이런 문제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기꺼이 경제 이익과 교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상에서도 중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조급한 건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쪽이다.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고문을 맡았던 폴 헤넬은 “중국 지도자들은 빨리 나아갈 필요가 없다”면서 “선거 전에 포괄적인 협정을 미국에 선물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많이 주면 만일 내년 트럼프 2기가 돼도 줄 게 없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가 4년을 더 생각하는 동안 시 주석은 더 많은 걸 생각하고 있다”면서 “66세로 트럼프보다 젊은 시 주석은 임기 제한까지 폐지해 사실상 남은 생애 동안 중국을 계속 이끌 수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두 독재자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세계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 고립주의를 앞세운 트럼프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민주주의와 안전을 보장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했다. 두 정상은 이를 기회로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정보기관을 활용해 스웨덴에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일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선 TV 광고를 구매하고 후보들에게 뇌물을 줘 선거를 흔들었다. 현지 크롬 채굴 회사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시리아에선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군대를 배치하기도 했다. 우간다 독재자가 야권 정치인의 도전에 직면하자,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중국 화웨이를 통해 반체제 인사들의 메시지를 도청했다. 최근 호주에 망명을 신청한 전직 중국 정보부 스파이는 당국 지시에 따라 내년 1월 대선을 앞둔 대만에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공작’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그는 언론과 시민단체를 매수하고 온라인 공작부대를 꾸려 여론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홍콩에 있는 중국계 투자회사로 위장한 첩보기관에서 홍콩 독립운동을 저지하기 위한 스파이활동도 벌였다고 말했다. 중국은 홍콩과 대만에서 민주주의 갈망이 움트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이들 자치구역 시민들이 본토의 공산당원에게 ‘거짓된 주장’을 심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말 카슈끄지 기자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을 감쌌다. 사우디는 중국이 서부 신장에서 무슬림을 잔인하게 탄압한 데 대해 아무 비판도 하지 않는다. WP는 칼럼을 통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런 독재적인 침략에 맞서고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옹호했지만, 오늘날 미국 대통령은 민주적인 동맹국보다 러시아, 사우디, 터키, 북한 등 독재국가를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푸틴 등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와주기 위해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을 뜯어고쳐 앞으로 몇 년을 더 집권할지 모르는 두 정상은 관계를 나날이 다지고 있다. 지난 1일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 아무르주의 블라고베셴스크와 중국 헤이룽장성 헤이허를 연결하는 다리가 이날 준공됐다. 또 이날 양국 간 핵심 경제협력 프로젝트인 길이 약 3000㎞ 규모의 천연가스 파이프 ‘시베리아의 힘’이 개통됐다. 약 47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으로, 러시아는 앞으로 30년간 매년 천연가스 380억㎥를 중국에 공급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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