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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 뒤 ‘언어장애인’ 행세…12년 후 언어기능 진짜 상실

    살인 뒤 ‘언어장애인’ 행세…12년 후 언어기능 진짜 상실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장애인 행세를 하던 살인자가 진짜 말을 할 수 없게 된 황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살인용의자로 수배된 후 12년 간 도피생활을 한 정씨의 믿기 힘든 사연을 전했다. 정확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정씨는 저장성에 위치한 항저우에서 부인과 함께 살았다. 그의 인생의 항로가 뒤바뀐 것은 12년 전인 지난 2005년. 당시 그는 단돈 500위안(약 8만 2000원)의 월세 문제로 이모부와 싸움이 붙었다가 홧김에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곧바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친 그는 왕구이라는 이름의 가짜 신분으로 위장하고 안후이성의 한 도시에서 건설노동자로 살았다. 이후 그는 소속된 회사 사장의 도움으로 한 여성을 소개받아 재혼해 자식까지 낳으며 제2의 인생을 살았다. 그가 감쪽같이 신분을 숨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장애인 행세가 결정적이었다. 가짜 신분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과거가 들통날 걱정을 한 그는 아예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행세를 한 것이다. 이렇게 그의 가짜 행세는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꼬리가 잡혔다. 최근 실시된 인구조사에서 그의 신분이 가짜라는 것과 DNA 검사를 통해 살인 용의자로 수배 중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이렇게 그의 12년 도피 행각은 막을 내렸으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12년 간 성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진짜 말을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장씨는 경찰과 나눈 필담을 통해 "말을 적게 하면 할수록 실수를 더 적게 할 것이라 믿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현지언론은 전문가의 말을 빌어 "성대를 10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장씨의 사례처럼 말을 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꾸준한 물리치료를 하면 다시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멕시코, 사상 최악 치안불안 2017년…2만3000명 피살

    멕시코, 사상 최악 치안불안 2017년…2만3000명 피살

    2017년이 멕시코 치안 역사에서 최악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11월까지 멕시코에서 살해된 사람이 2만3000명을 넘어섰다고 멕시코 당국이 공식 발표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발표된 범죄통계에 따르면 1~11월 멕시코에서 살해된 사람은 모두 2만3101명이었다. 살인사건에 대한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종전의 기록은 2011년 2만2409명이었다. 특히 4분기 들어 멕시코에선 살인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월 멕시코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2380건으로 월간기록으론 사상 최다였다. 11월에도 2212명이 살해되면서 10월과 11월에만 피살자는 멕시코에선 4500명을 넘어섰다. 살인사건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마약카르텔의 점조직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마약카르텔이 소규모 조직으로 갈라지면서 세력 다툼이 본격화한 게 살인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소규모 조직의 영토 싸움, 마약류 생산을 위한 주도권 쟁탈전이 격화하면서 살인사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기능이 약화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멕시코는 2006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군을 치안에 투입했다. 군이 ‘마약카르텔과의 전쟁’에서 선봉에 서면서 치안기관인 경찰의 조직과 기능은 오히려 약화됐다. 현지 언론은 “전통적으로 치안불안이 심각하지 않았던 곳에서도 살인사건이 급증하는 등 치안불안이 확산하는 부작용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포토] 15살의 카리스마…떠오르는 ‘피겨퀸’ 알리나 자기토바

    [포토] 15살의 카리스마…떠오르는 ‘피겨퀸’ 알리나 자기토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예 알리나 자기토바가 24일(현지시간) 갈라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15살인 자기토바는 올해 시니어 자격으로 첫 시즌을 치렀다. 사진=TASS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장자연 사건’ 검찰 과거사위, 다시 들여다본다

    ‘장자연 사건’ 검찰 과거사위, 다시 들여다본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의 검토 대상 사건에 탤런트 고(故) 장자연(1980~2009)씨 사건 등 8건이 추가된다는 보도가 나왔다.대검찰청 개혁위원회 관계자는 “과거사위가 재조사를 검토 중인 25개 외에 8개 사건을 추가 제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중앙일보가 25일 보도했다. ‘장자연 사건’은 2009년 3월 탤런트 장자연씨가 유력 인사들의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과거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것이다. 앞서 과거사위는 25개의 검토 대상 사건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에 대검찰청 개혁위는 “25개 사건이 특정 정부 때의 정치적 사건에 치우쳤다”는 내부 의견을 청취한 뒤 정치적 해석이 적은 형사 사건 등을 자체 선정해 별도 제안하기로 했다. 대검 개혁위가 제안을 검토 중인 사건 리스트에는 장자연 사건을 비롯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1999년 2월),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1990년 1월), ‘익산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2000년 8월), ‘홍만표 전 검사장 ‘몰래 변론’ 의혹 사건’(2016년 5월) 등이 포함됐다. 특히 장자연 사건 당시 검찰은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장자연씨에게서 성상납 의혹이 제기된 유력 인사 10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과거사위가 정한 25개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 7시간’ 산케이신문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매입 사건 등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당시의 정치적인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이명박 정부 때 개혁위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하게 희생된 형사 사건에도 관심을 갖고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감한 과거 수사 기록을 민간인 등 외부인이 열람하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사건(11)교사와 살인마

    [그때의 사회면] 사건(11)교사와 살인마

    1963년 11월 12일 오후 6시 20분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고재봉(당시 27세)이 서울 청계천 5가에서 땅콩행상 김복수(당시 20세)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고재봉 체포는 당시 신문들이 호외를 발행해 전할 만큼 빅뉴스였다. 고는 6명을 한꺼번에 도끼로 내리쳐 살해한 살인마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죽인 첫 대형사건이다. 체포 24일 전 고가 6명을 살해한 동기는 이렇다. 고는 201병기대대장 박모 중령의 집에서 당번병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는 박 중령의 집 안에서 소고기를 들고 나오다 가정부에게 들키자 도끼로 협박했다가 7개월 동안 육군형무소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복역하게 된다. 만기 출소 후 부대로 복귀했다가 탈영한 고는 복수심에 불타 박 중령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10월 10일 인제에 도착한 고는 박 중령의 집 주변에 숨어 기회를 엿보았다. 19일 한밤에 술에 취한 박 중령(사실은 이득주 중령)이 집에 들어간 것을 보고는 침입해 훔친 도끼로 중령을 죽이고 잠에서 깬 부인, 자녀 3명, 가정부를 차례로 살해했다.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고가 죽인 사람은 박 중령이 아니라 이 중령과 가족이었다. 영창살이를 하는 동안 대대장이 박 중령에서 이 중령으로 바뀐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고는 엉뚱한 사람을 죽인 것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고는 다시 박 중령을 찾아내 살해하려고 여비 마련차 서울로 왔다가 발각된 것이다. 죽은 이득주 중령과 아내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다. 6·25 전쟁 중에 후퇴하던 6사단 7연대 2대대는 충북 음성 근처에 주둔하고 있었다. 1950년 7월 7일 한 여교사가 십 리 산길을 달려와 북한군이 동락초등학교 교정에 모여 있다고 알렸다. 2대대는 학교에 있던 인민군을 공격해 대승을 거뒀고 이승만 대통령은 전 장병을 1계급 특진시켰다. 후에 여교사는 2대대의 소대장과 결혼에 골인하는데 이들이 바로 영문도 모르고 희생된 이 중령과 부인 김재옥 교사다. 김 교사는 6월 20일 부임하자마자 전쟁을 맞았고 피란 가지 않고 있다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이 중령 부부와 ‘동락 전투’ 사연은 1966년 ‘전쟁과 여교사’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2011년 국가보훈처는 김 교사를 ‘호국영웅’으로 선정했으며 충북 충주 동락초등학교에는 김 교사 기념관과 전승비가 있다. 고재봉은 사형 선고를 받고 총살됐다. 고는 감방에서 기독교에 귀의했다. 고는 사형 집행장에서 찬송가를 불렀고 “죄인은 가도 죄는 씻을 수 없다”고 참회했다. 고는 웃을 때 자신을 쏴달라고 부탁했고 집행관들은 찬송가가 끝나고 고가 웃자 총을 쏴 부탁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사진은 고재봉 사건을 전한 당시의 신문 기사.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조회수 늘리려다…남친 살해한 20대 여성의 눈물

    조회수 늘리려다…남친 살해한 20대 여성의 눈물

    팔로워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을 촬영 중이던 유튜버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최근 미국 NBC뉴스 등 현지언론은 미네소타 주 홀스태드에 사는 모나리자 페레즈(20)가 남자친구인 페드로 루이스 3세(23)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으로 돈을 벌기위한 행동이 비극을 부른 사례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6월. 당시 숨진 루이스는 스턴트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유튜버였다. 문제는 그를 죽음으로 이끈 위험천만한 영상 촬영이었다. 그는 총알을 두꺼운 책으로 막아내는 황당한 영상 촬영을 기획했다. 이를 위해 루이스는 책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 여자친구 페레즈로 하여금 총알을 발사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문제는 책이 방탄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곧바로 총을 맞고 쓰러진 루이스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이에 루이스의 기획대로 총을 발사한 페레즈는 남자친구도 잃고 2급 살인죄로 기소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는 어린 자식이 있으며 현재 페레즈는 두번째 아이도 임신한 상태다. 현지언론은 "페레즈가 두번째 아이를 임신하자 돈이 더 필요해진 루이스가 더욱 자극적인 영상을 기획하게 된 것"이라면서 "극단적인 영상 촬영이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보도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페레즈의 변호인 측은 6개월의 복역 후 10년 간의 보호관찰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종판결은 내년 2월 이뤄진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액운 없앤다” 6개월 아기 향불로 지져 죽인 엄마 징역형

    “액운 없앤다” 6개월 아기 향불로 지져 죽인 엄마 징역형

    “액운을 없앤다”며 자신이 낳은 6개월 아기의 온 몸에 향불을 놓아 고통 속에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여성에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 여성은 샤머니즘을 맹신해 무녀가 시키는대로 하다 자신의 자식마저 죽인 살인자가 돼버렸다.부산지법 형사17단독 김현석 판사는 24일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위반과 사체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하고 A씨를 법정구속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03년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친언니를 통해 사이비 무녀인 B씨를 알게 됐다. A씨는 “기도를 하지 않으면 가족이 더 큰 액운으로 고통받는다”는 B씨 말을 맹목적으로 믿고 6년간 전국 사찰을 돌면서 방생기도 자금을 대느라 많은 빚을 졌다. 결국 대출 받은 돈을 갚지 못해 빚 독촉에 시달리던 A씨는 2009년 B씨 소개로 B씨 사촌 동생이자 승려인 C씨가 있는 절에 몸을 숨겼다가 이듬해 2월 C씨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낳았다. A씨는 B씨의 지시에 따라 미숙아로 태어나 집중 치료를 받던 아기를 생후 17일 만에 퇴원시킨 것은 물론 필요한 치료나 신생아 필수 예방접종도 거의 하지 않았다. B씨는 “집안의 모든 액운이 너와 아기로 인해 발생해 몸을 태워 업장을 없애야 한다”며 두 달 동안 A씨의 온몸에 불을 붙인 향을 놓는 종교의식인 ‘연비’를 행했다. A씨는 이 때문에 어깨에 큰 화상을 입어 절에서 일하지 못하게 됐고 B씨 집에서 함께 살게 됐다. B씨는 “절에 기도하러 보냈는데 왜 애를 만들었느냐”고 화를 내면서 “액운이 사라지지 않아 아기에게도 ‘연비’ 의식을 하겠다”며 6개월 밖에 안 된 아기 몸 곳곳에 향불을 놓는 학대 행위를 했다. A씨는 친자식인데도 살이 타는 듯한 고통에 우는 아기를 외면한 채 방치했다. 화상을 입은 아기는 별다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하루 만에 숨졌다. A, B 씨는 아기 시신을 쇼핑백에 넣어 경북의 한 야산으로 옮긴 뒤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여 훼손했다. 김 판사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에게 필요한 의료 조치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거나, B씨와 공모해 어른조차 견디기 어려운 종교 행위를 한 뒤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아기를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훼손해 죄책이 무겁다”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초범인 A씨가 반성하고 공범인 B씨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당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담한 점, 아기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는 2011년 사망해 기소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살, 짐작보다 더 복잡한 죽음

    자살, 짐작보다 더 복잡한 죽음

    자살의 사회학/마르치오 바르발리 지음/박우정 옮김/글항아리/604쪽/2만 9800원자살은 인류의 오래된 ‘죽음 방식’이다. 마태복음은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의 자살을 기술하고 있고, 중국 춘추시대 기록에도 자살에 얽힌 일화들이 종종 나온다. 악명 높은 폭군 네로 황제 이후에도 고대 로마 제국 황제 가운데 상당수의 사인은 자살이었다. 그럼에도 라틴어에 ‘수이시디움’(suicidium·자살)이라는 단어가 나타난 건 후대 들어서였다. 유럽에서 자살을 지칭하는 낱말도 17세기 중반 처음 등장했다. 자살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을 여러 편 썼던 영국의 셰익스피어는 당시 자살이라는 명사가 없자 ‘자기 살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마르치오 바르발리는 서양에서 자살을 대체한 표현은 오랫동안 ‘살인’이었을 정도로 자살은 심각한 범죄 행위로 간주됐다고 말한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자살의 사회학’(영문판 제목 ‘자살의 역사’)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1897) 이후 가장 주목받는 자살을 다룬 저작으로 꼽힌다. 바르발리는 이 책에서 여러 문화권에서 자살이 지니는 의미를 탐구하고, 고대 순교자부터 중동 자살 폭파범에 이르기까지 자살의 역사적 변화상을 고찰한다.특히 그는 뒤르켐의 이론은 20세기 이후의 자살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낡은 이론이라고 반기를 들었다. 기독교 문화가 지배했던 중세 유럽에서 자살은 육체와 영혼을 모두 죽이는 ‘이중 살인’으로 여겨졌으며 신성모독 못지않은 무거운 죄악이었다. 영국은 자살자의 재산을 몰수했고, 기독교식 매장도 금지시켰다. 유럽 곳곳에서 자살자의 시체를 거리에 끌고 다니거나 재판에 회부해 교수형에 처해 다시 죽였다. 자살자에 대한 응징은 유족들에게 멸시와 굴욕감을 안겼다.저자는 근대 유럽에서 자살이 크게 증가한 건 산업혁명 때문이 아니라 자유의 확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유럽의 자살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18세기 들어 ‘죽음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자살을 본격적으로 다룬 문학 작품이 우후죽순 출현했고 종교적 억압이 옅어지면서 1793년 프랑스 파리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30명까지 치솟았다. 뒤르켐은 자살을 일으키는 주요 변수로 사회적 통합과 규제를 지목하며,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종속이 약화되면서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르발리는 사회 구조로부터 자살 원인을 찾는 뒤르켐의 원인론적 분류 방식을 탈피해 자살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20세기 이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빈번해진 정치적 저항을 목적으로 한 자살이나 종교적 신념의 자살테러 등 새로운 유형의 ‘이타적 자살’ 현상이 설명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통합과 규제라는 변수 대신 ‘누군가를 위한 자살’, ‘누군가에게 대항하기 위한 자살’로 새롭게 분류한다. 전자는 이기적·이타적 자살이고 후자에는 저자가 분류한 ‘공격적 자살’(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자살)과 ‘무기로서의 자살’(정치·종교적 테러)이 속한다. 책은 죽은 남편을 따라 자살하는 인도 여성들의 ‘사티’ 의식과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끊는 중국 여성들의 ‘타타이’ 풍습 등 각 문화권에서의 자살 관습도 꼼꼼히 살핀다. 그에 따르면 동양에서는 ‘누가 이 지경으로 상황을 몰고 갔는가’에 중점을 둬 책임을 따지는 경향이 짙었다. 그래서 동양 문화권에는 복수하기 위해 자살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건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자살하는 유대인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우슈비츠의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표현한 “모든 수용자가 필사적으로 그리고 맹렬하게 혼자”였던 ‘고독한 지옥’에서 극히 자살이 드물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요약한다. ‘수용자들은 죽는다는 것보다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죽음의 과정’에 관심을 뒀다. 죽음은 항상 가까이 있었고 그들은 죽음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에게 죽음으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는 다름아닌 삶이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드들강 살인’ 16년 만에 단죄… 공소시효 폐지 적용 첫 유죄

    피해자 모친 “재수사로 억울함 풀어” 17세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드들강 살인사건’ 범인에게 16년 만에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형사소송법에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 시행 이후 장기미제 살인 사건에 유죄를 확정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드들강 살인사건 범인 김모(40)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22일 확정했다. 드들강 살인사건은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시신에서 범인의 체액을 발견했지만, 당시엔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12년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또 다른 강도살인 사건으로 복역 중인 무기수 김씨가 용의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씨는 여고생과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살인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2014년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무혐의 처분한 수사 결과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5년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검찰 재수사가 시작됐다. 15년이던 살인죄 공소시효는 2007년 12월 25년으로 연장됐고, 2015년 태완이법이 시행되며 폐지됐다. 검찰은 무기수 김씨의 교도소를 압수수색해 그의 사건 당일 알리바이 위장용 사진, 수사·재판에 대비해 다른 재소자와 문답 예행연습을 한 흔적 등을 확보했다. 또 여고생의 일기장 등에서 확인한 당시 건강 상태와 사망 당시 모습, 김씨와 만나게 된 인터넷 채팅 사이트 접속 기록 등 자료를 수집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해 8월 김씨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1·2·3심 전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편 피해 여고생의 어머니(60)는 범인의 무기징역 확정 소식에 “지난 16년간 풀지 못했던 딸의 억울함과 우리 가족의 고통, 딸을 유난히 예뻐했던 작고한 남편이 생각나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재수사를 통해 억울함을 밝혀내 다행”이라면서 “딸도 남편도 이제는 편히 눈감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범죄 면죄부’ 만14세→13세 미만…10대 강력범 형사처벌 추진

    ‘범죄 면죄부’ 만14세→13세 미만…10대 강력범 형사처벌 추진

    공분샀던 ‘부산 여중생 폭행’ 계기 강력 범죄 땐 소년부 송치 제한 보호처분 없게 소년법 개정 추진 치료·치유 전문 ‘의료소년원’ 신설범죄 처벌을 면제받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이 기존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바뀐다. 단순·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 처리 방식도 손을 본다. 정부는 22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결정하고, 이를 종합한 ‘학교 안팎 청소년폭력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이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등 10대 청소년들의 강력범죄에 대한 대책의 일환이다. 청소년 폭력범죄는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법적용이 국민의 법감정에 미치지 못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우선 현행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한 살 낮춰 ‘만 13세 미만’으로 하고,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소년부 송치를 제한해 보호처분이 아닌 형사처분을 받도록 소년법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안이 확정돼 내년부터 적용되면 형법 제정 때부터 유지된 형사미성년자 기준이 65년 만에 변경되는 것이다. 이를 바꾸려는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9월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 사건이다. 가해 학생들이 또래 여중생을 골목으로 끌고 가 공사 자재, 철제 의자 등으로 1시간 25분 동안 잔혹하게 폭행했지만 이들이 형사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쇄도했고, 여론에 따라 국회에 형사미성년자 기준 하향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정부는 개정안 국회 통과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형사미성년자 기준 하향 실효성은 미지수 하지만 기준 하향조정에 대한 실효성은 미지수다. 소년범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신체적 성숙도도 높아지고 있지만, 기준을 한 살 낮추는 법 개정이 청소년폭력 예방에 어떤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종화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장은 이날 “만 13세면 중학생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초등학생을 형사미성년자로 분리할 수 있다. 또 국제적인 기준도 고려해 기준 나이 하향을 결정했다”면서도 “실제로 개정됐을 때 구체적인 효과는 아직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손정숙 보호법제과 검사도 이날 “소년범은 만 16세와 만 17세가 가장 많다”고 했다. ●일각선 “학교폭력 은폐·축소 우려” 정부는 또 학교폭력 사건이 생기면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 심의·의결하고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적도록 한 처리 방식도 손질한다.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학생부에 오점이 남을 수 있는 탓에 학교 측이 심각한 폭력을 은폐·축소하려고 시도하거나, 사소한 사건이 학생 간 분쟁과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단순·경미한 학폭’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하면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교육청과 학폭위에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우정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이와 관련해 “단순·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학교장에게 종결권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가 교육현장에서 이어져 왔다”고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단순·경미’의 기준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심각한 학폭을 ‘사소한 괴롭힘’이나 ‘단순 장난’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김 과장은 “교장이 임의로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 전담기구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며, 단순·경미한 학교폭력 사건 해결 후 학폭위와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규정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학교장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면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받도록 한 방침도 덧붙였다. 학폭위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학부모 비중을 현행 절반 이상에서 3분의1로 줄이고, 학생교육·청소년지도 전문가, 법조인 등 외부전문가 비중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재심청구인에 따라 달라지는 학폭 사건 재심기구도 일원화한다. 교육부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같은 특별행정심판위원회를 시·도별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폭위 전문성 강화… 대안학교도 ‘전담경찰관’ 정부는 아울러 여성청소년 사건 수사인력과 청소년 보호관찰 전담인력도 확충하고, 청소년비행예방센터를 5개 더 만든다. 소년원 내 교육을 내실화하는 한편 치료·치유 전문인 의료소년원 신설도 추진한다. 아울러 정부는 전문상담교사 정원을 확대하고 병원형 위(Wee)센터 등 특화 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대안학교나 위탁교육시설에도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지정한다. 현재 SPO는 총 1138명이고 1명이 약 10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어 인력확충 계획이 추가로 필요하다. 법원에서 ‘보호자감호처분’을 받은 비행청소년이나 학교폭력 가해자의 보호자에게 부여되는 특별교육도 강화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상담하는 ‘아웃리치 전문요원’과 ‘청소년동반자’도 늘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살인자가 살인을 생중계하다!…‘팩트 살인’ 예고편

    살인자가 살인을 생중계하다!…‘팩트 살인’ 예고편

    살인자가 살인을 생중계한다는 기괴한 설정의 영화 ‘팩트 살인’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팩트 살인’은 살인을 생중계하는 끔찍한 연쇄 살인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LA 강력계 형사 잭의 추적을 그렸다. 범인은 피해자가 무심코 뱉은 말과 쓴 글을 잡아 타깃으로 삼고 실행에 옮긴다. 예고편은 살인사건을 알리는 뉴스속보로 시작한다. 이후 제한된 시간 안에 살인을 막아야 하는 주인공 잭과 그를 자신의 계획에 일부러 포함하려는 살인범의 잔혹한 게임 과정이 담겨 있다. 영화 ‘팩트 살인’은 오는 12월 28일부터 IPTV, 디지털 케이블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86분.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현실 속 삼국지] 초등생 살인 교사 B씨, 주범보다 刑 높게 선고

    최근 온 국민을 분노로 떨게 했던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됐다. 범죄를 직접 실행한 미성년자인 A양에게는 징역 20년, 직접 실행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성인 B씨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실행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B씨에게 더 높은 형이 선고된 이유는 뭘까. 사실 공범과 교사범은 실무상으로도 구별이 쉽지 않다. B씨도 A양의 교사범이 아닌 공범으로 기소됐다. 법률상으로 교사범은 ‘정범과 같은 형’으로 처벌한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교사범의 처벌이 더 무겁다. B씨에게 더 높은 형이 선고된 것도 A양이 미성년자라는 점과 더불어 B씨에게 교사범으로서의 성격도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 [현실 속 삼국지] 승객 구호조치 안 한 세월호 선장 ‘살인죄’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고 탈출한 선장이 ‘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선장은 사고 당시 승객들을 배에서 탈출시키는 대신 배 안에 대기하라고 했다. 그러고는 자신은 해경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선장을 포함한 선원과 승객들 사이에는 계약상의 권리의무 관계가 있다. 선원들은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수송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안위에만 신경 써 승객들의 안전을 외면했다. 선장과 선원들의 행위는 승객들을 물에 빠뜨려 익사시킨 것과 다를 바 없다.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여몽에 잡혀 최후 맞은 관우… 원군 안 보낸 유봉·맹달은 공범일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여몽에 잡혀 최후 맞은 관우… 원군 안 보낸 유봉·맹달은 공범일까

    형주를 지키고 있던 관우는 오나라와 위나라의 협공을 받아 주변 아홉 개 군을 모두 잃는다. 진퇴양난에 빠진 관우는 결국 마지막 남은 맥성에서 농성을 준비한다. 남은 군사는 고작 500여명. 설상가상으로 식량마저 바닥을 드러낸다. 관우는 가까운 상용을 지키고 있는 유봉과 맹달에게 원군을 요청하고, 원군이 올 거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원군은 오지 않는다. 결국 관우는 여몽에게 사로잡혀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다. 그의 나이 58세였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유봉과 맹달이 관우에게 원군을 보냈다면 관우가 맥성을 무사히 지켜 냈을 수도 있다. 설령 지켜 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탈출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유비는 원군을 보내지 않은 유봉과 맹달이 원망스럽다. 피를 나눈 친형제보다 더 아끼는 관우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유비는 유봉과 맹달에게 관우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유봉을 사형에 처하고 맹달에게도 벌을 내리려 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자. 관우는 적군인 여몽에게 사로잡혀 죽었다. 유봉과 맹달이 죽인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비는 유봉과 맹달에게 책임을 물어 벌을 내렸다. 과연 이것이 정당할까. 유비는 유봉과 맹달을 함께 처벌하려고 했다. 둘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법적 근거가 있을까. 유봉은 처음에는 관우에게 원군을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맹달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결국 유봉도 맹달의 설득에 넘어가 원군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때 맹달에게 적용할 수 있는 죄는 둘 중 하나다. 하나는 교사범(敎唆犯)이고, 다른 하나는 공범(共犯)이다. ●원군 반대한 맹달은 교사범일까 교사범은 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 사람을 꾀거나 부추겨 범죄를 하도록 했을 때 성립한다. 형법상으로는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제31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범은 두 사람 이상이 범죄를 공동으로 저질렀을 때 성립한다. 형법상으로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제30조 제1항)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유봉과 맹달 사이에 공범이 성립할까, 아니면 맹달이 유봉의 교사범일까. 일반적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해서 성립하는 범죄의 경우에는 교사범인지 공범인지 구분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교사범은 직접 범행을 실행하는 행위가 없는 반면, 공범은 어떤 방식으로든 행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봉과 맹달처럼 원군을 보내 주지 않은 경우, 즉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교사범과 공범의 구별이 쉽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관우의 죽음을 유비의 시선에서 본다면 이럴 것이다. ‘만약 너희들이 원군을 보냈다면 관우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이 관우를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여몽의 손을 빌렸을 뿐 실제로는 네놈들이 죽인 것이다.’ 어찌 보면 유비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형벌 규정은 기본적으로 ‘○○을 한 자는 △△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형식으로 돼 있다. 예를 들면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29조)라고 해 놨다.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제250조 제1항)라는 형식이다. 즉 무언가 행동을 하는 것이 전제돼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예를 들면 ‘퇴거불응죄’(제319조 제2항)가 그렇다. ‘사람의 주거 등에서 퇴거를 요구받고 응하지 않으면’ 처벌된다. 관우의 집에 장비가 찾아왔다. 관우는 오랜만에 찾은 장비를 반갑게 맞아들였다. 그런데 장비가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큰 형님인 유비에 대해 마구 험담을 하는 것이었다. 화가 난 관우가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장비는 나가지 않았다. 이 경우 장비는 집주인인 관우의 요구대로 집에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장비는 막무가내로 버텼다. 이처럼 장비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퇴거불응죄를 적용할 수 있다. 비슷한 규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도 있다. 조조의 왕궁을 짓는 데 동원된 인부들이 품삯을 받지 못하자 집회를 열었다. 처음에는 합법적으로 열리던 집회가 과열되자 폭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이 집회를 해산하라고 했다. 하지만 인부들은 해산하지 않았다. 이 경우 인부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해산명령에 불응한 죄로 처벌된다. 이처럼 무언가를 하지 않은 것을 처벌하는 죄는 아주 예외적으로 법률에 정해져 있다. 유봉과 맹달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유봉과 맹달은 유비로부터 살인죄의 의심을 받았다. 이로 인해 유봉은 결국 처형까지 당했다. 살인죄는 앞서 본 것처럼 ‘사람을 살해’했을 때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유봉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살인죄 적용을 받았다. 유비의 시각을 뒷받침할 만한 법률 규정은 없을까. 해결의 실마리는 다음과 같은 규정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형법 제18조) 즉 위험발생을 방지하는 조치를 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는 뜻이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것, 이를 ‘부작위범’(不作爲犯)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하는 것과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그 형태가 다양하고 범위도 제한이 없다. 무차별적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형법에서는 조건을 달아 놓고 있다. 우선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자기의 행위가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해야 한다. 위험발생을 방지할 의무는 법률상 의무가 있거나 계약상 의무가 있어야 한다.<서울신문 5월 4일자 11화> 자기의 행위가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면 이를 방지하거나 이에 대한 사후 조치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의무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피해자를 병원에 후송해야 하는 것과 같다. ●유봉에게 관우 구할 의무 있을까 그렇다면 유비가 유봉을 처벌한 행위를 이런 규정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유봉이 관우를 위험에 빠뜨리는 데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유봉에게 관우를 구할 의무가 있는지다. 유봉과 관우 사이에 계약상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봉과 관우는 법률상으로 친족 관계에 있지도 않다. 유봉이 유비의 양자이긴 하지만 관우와 유비 사이에는 법률상 형제 관계가 성립하지도 않기 때문이다.<서울신문 2월 16일자 1화> 설령 친족 관계라고 하더라도 유봉이 자신의 생명을 걸고 관우에게 원군을 보낼 의무는 없다. 결국 유봉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은 셈이다. 유비는 자신의 양아들을 처형해서라도 관우의 넋을 달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고3 딸 성추행 한 교사 흉기살해한 40대母, 처벌은

    고3 딸 성추행 한 교사 흉기살해한 40대母, 처벌은

    딸을 성추행한 취업담당 계약직 교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이승한 부장판사)는 21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46·여)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획적인 범행으로 피해자를 숨지게 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 크고, 엄벌을 원해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가 범행을 유발한 점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후회하며 참회하고 있는 점, 전 재산에 가까운 전세보증금을 빼 공탁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월 2일 오후 5시 25분쯤 청원구 오창읍 커피숍에서 딸이 다니는 고교의 취업지원관 A(50)씨를 만나 집에서 가져온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범행 후 달아났다가 1시간여 뒤 경찰에 자수한 김씨는 “노래방에서 딸을 성추행했다는 얘기를 듣고 만나서 따지다가 격분했다”고 진술했다. 김씨 측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딸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듣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게 1심 재판부의 선고 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용인 일가족 살해범의 부인 “국민참여재판 원한다”

    용인 일가족 살해범의 부인 “국민참여재판 원한다”

    경기 용인에서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나 현지에서 구속된 살해범의 아내가 국민참여재판을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21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이승원) 심리로 열린 정모(32)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씨는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서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평결은 판사에게 권고 수준의 효력만 있고 법적 구속력은 없다. 피고 측에서 신청하고 법원이 받아들여야 진행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범이자 정씨의 남편인 김모(35)씨가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어 정씨와 함께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해,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국민참여재판 회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10월 21일 오후 2시∼5시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에서 어머니 A(55)씨와 이부동생 B(14)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날 오후 8시 강원 평창군의 한 도로 졸음 쉼터에서 계부 C(57)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이틀 뒤인 지난 10월 23일 정씨와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출국했다가 과거 현지에서 저지른 절도 혐의로 체포돼 구속됐다. 이후 정씨는 지난달 1일 두 딸을 데리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씨는 남편 김씨의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그는 검찰 송치 당시 ‘남편한테 3년 동안 속고 살았다’, ‘죽이고 싶다(했)지 죽이자 계획한 건 아니다’라는 내용의 자필로 적은 쪽지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아래 사진 참고).검찰 조사에서도 정씨는 “(숨진) 시부모가 재산 상속 문제로 내 딸들을 납치하고 해칠 것이라는 얘기를 남편한테 들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범행을 공모한 것은 아니고 남편이 범행하는 것을 알고만 있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정씨와 김씨가 통화한 내용 등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확보한 통신내용에는 “둘 잡았다. 하나 남았다” 등의 대화 내용을 비롯해 정씨와 김씨가 범행 이전과 진행 과정에서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뉴질랜드에서 김씨를 송환한 뒤 조사를 거쳐 존속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강도살인 혐의를 김씨와 정씨에게 적용할 방침이다. 존속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유기징역이고, 강도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한편 뉴질랜드 법원은 지난 8일 김씨에 대한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마지막 절차인 뉴질랜드 법무부 장관의 서명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1월 송환될 전망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해범 심천우 무기징역 선고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해범 심천우 무기징역 선고

    법원이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40대 주부를 납치한 후 목 졸라 죽인 혐의를 받는 심천우(31)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창원지법 형사4부(부장 장용범)는 21일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심천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살해현장에는 없었지만, 납치와 숨진 주부 시신을 버리는데 가담한 혐의가 있는 심천우의 연인 강정임(36·여), 심천우 6촌 동생(29)에게는 징역 15년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심 씨 일당이 처음부터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려는 의사가 있었고 3명이 살해를 공모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생명을 빼앗고 사체를 유기한 점은 엄벌을 피할 수 없다. 양손과 양발이 묶여 움직일 수 없는 피해자를 살해, 유기했는데도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심 씨가 범행을 주도했고 공범인 강정임과 6촌 동생에게 행위를 분담시켜 지시하는 등 주요 범죄행위를 실행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한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강정임과 심 씨 6촌 동생에 대해서는 심천우와 범행을 상당 부분 공모했고 가담한 점이 인정되지만 초범인 점, 심천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담 정도가 가벼운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심천우 등 3명은 지난 6월 24일 오후 8시 30분 경남 창원시에 있는 한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귀가하려던 주부(47)를 납치, 경남 고성군의 한 폐주유소에서 목졸라 죽인 후 시신을 자루에 담아 유기하고 현금 410만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는다. 강정임과 6촌 동생이 자리를 비운 사이 심천우 혼자 주부를 목 졸라 살해했고 납치·시신유기는 3명이 함께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 씨 6촌 동생은 범행 3일만인 지난 6월 27일 경남 함안에서 붙잡혔다. 심천우와 그의 연인 강정임은 전남 순천시, 광주광역시, 서울 등 전국을 돌아다니다 7월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모텔에서 붙잡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형수 된 가장, 가족과 마지막 이별 장면…중국 울려

    > 중국에서 사형장으로 떠나는 죄수와 가족의 마지막 이별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지난 18일 시나닷컴 등 중국언론은 헤이룽장성 다칭시에서 사형장으로 떠나는 죄수와 가족의 안타까운 만남을 전했다. 지난 15일 사형이 집행된 죄수의 이름은 리 스위안(30). 그는 이날 아침 사형장으로 떠나기 직전 가족과 마지막으로 면회 아닌 면회를 했다. 호송차량을 타고 사형집행장으로 떠나기 직전 잠시라도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교도소를 찾은 가족과 만난 것이다. 이날 리씨는 흐느끼는 모친에게 여러 차례 큰절을 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했으며 부인과도 포옹하며 작별을 고했다. 특히 영문을 모르는 어린 딸의 모습은 작별의 순간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택시운전사였던 리씨는 지난 2015년 5월 승객 3명과 시비가 붙은 후 이들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잘 알려진대로 중국은 세계적인 사형 대국으로 리씨처럼 살인은 물론 마약 등 강력범죄자들에게는 사형이라는 철퇴를 내린다. 실제로 16일 광둥성 루펑시에서도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 10명이 수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꺼 번에 공개처형을 당했다.   특히 중국은 마약사범에 대해서 용서가 없다. 중국에서는 1㎏ 이상의 아편 혹은 50g 이상의 필로폰, 헤로인 등 마약을 밀수·판매·운수·제조한 경우 15년 이상의 징역, 무기징역, 사형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하도록 규정한다. 외국인도 이 규정을 피할 수 없는데 일본과 영국은 물론 한국인 마약사범도 중국에서 사형을 당했다. 최근 사례로 중국은 2014년 12월 30일 5㎏의 마약을 밀수하고 운반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국인 김모씨의 사형을 집행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언터처블’ 김성균, 역대급 악역 “다음번엔 채찍이 들려있을 겁니다”

    ‘언터처블’ 김성균, 역대급 악역 “다음번엔 채찍이 들려있을 겁니다”

    첫 방송과 동시에 ‘역대급 악역’이란 평을 받으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인 JTBC 금토 드라마 ‘언터처블(연출 조남국, 극본 최진원)’ 속 김성균이 매주 금, 토요일 밤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금일 오전 판타지오 공식SNS 채널을 통해 빈틈 없는 강렬한 연기로 첫 방송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김성균표 명대사’가 공개됐다.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시시각각 돌변하는 장기서를 표현하는 김성균은 흡인력 있는 연기력으로 매회 명대사,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있다. ● 뜨거운 욕망을 읊조리다 “아버지, 제가 새 그릇으로 담아오겠습니다” 장기서의 권력을 향한 뜨거운 욕망을 엿볼 수 있는 명대사다. 기서는 악마 같은 아버지(박근형)를 두려워 하지만, 생존을 위해 아버지처럼 변모해 간다. “아버지, 제가 새 그릇으로 담아오겠습니다”라는 대사는 장기서의 권력욕이 가감없이 드러남과 동시에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느낄 수 있다. 김성균은 기서 내면의 잠재된 욕망을 읊조리는 듯 단호한 어조로 표현, 흡인력을 더하며 드라마 속 강렬한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했다. ● 압도적인 다크 카리스마 “여러분들 배은망덕 하지 마세요” 역시 ‘악랄끝판왕’이다. 장기서는 북천회에 모인 구용찬(최종원)과 회원들에게 “여러분들 배은망덕 하지 마세요. 하늘에서 천벌이 내립니다”라며 엄포를 놓으며 순식간에 긴장감을 높였다. 김성균의 다크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이 장면은 상대를 압박하는 살벌한 눈빛과 오금 저리게 만드는 살인 미소로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특히 분노를 폭발하다가도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미소를 띄우며 돌변하는 눈빛은 ‘역시 김성균’이라는 평과 함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극악무도함에서 애틋함까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하는건, 준서 너가 나 미워하는거야“ 살벌함으로 언터처블의 긴장감을 높이는 장기서가 유일하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동생 장준서(진구)앞 뿐이다. 동생 앞에서는 한없이 너그러운 형으로 ‘동생 바보’의 면모를 보여주는가 하면,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고백하는 등 유일하게 마음을 터 놓는다. 특히,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하는건, 준서 너가 나 미워하는거야, 나 미운짓 안한다. 절대로!”라는 다짐은 장기서라는 캐릭터가 연민을 느끼게 하는 악역이라는 평을 받는 시발점이 되었다. 김성균은 장기서가 가진 양면성을 밀도 높은 연기 내공으로 그려내면서 단순 악역이 아닌 애틋함까지 느껴지게 하여 시청자들을 몰입 시키고 있다. ● 역설적인 연기에서 이어지는 캐릭터 흡인력 “내가 완벽하게 아버지가 되는 것!” 기서는 과거 아버지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지켜봤으면서도 결국 아버지처럼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의 연설을 따라하는 기서의 모습은 섬뜩함을 자아내는가 하면 아버지에게 인정 받지 못한 기서의 자격지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성균은 장기서의 트라우마를 오히려 더 강하고 단호한 톤으로 표현해냄으로써 역설적으로 장기서의 가장 약한 부분을 드러냈고 이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흡인력으로 이어지게 했다. ● 섬뜩함을 배가 시키는 눈빛 연기, 브라운관 압도 “삼촌, 다음번엔 채찍이 들려 있을 겁니다” 이렇게 소름 돋을 수 있다니. 자신을 수렁으로 몰아 넣기 위해 함정을 판 삼촌(손종학)에게 기서는 자신을 방해하는 이는 가족이라도 괄시 않을 것이라고 서슬퍼런 경고와 함께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자비 본능을 폭발시키며 보는 이들의 감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김성균의 연기는 그 자체로 묵직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 연기는 브라운관을 단숨에 압도시켰으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 올리기 충분했다. 악랄함에서 애틋함까지, 김성균은 인간의 양면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장기서라는 캐릭터에 몰입해 감정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눈빛 연기를 선보이는 등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김성균의 활약은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배가키시고 있어 시청자들의 기대지수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김성균의 ‘장기서’는 매주 금토 밤 11시 ‘언터처블’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유튜브로 마약카르텔 두목 조롱한 남성, 처참히 살해돼

    유튜브로 마약카르텔 두목 조롱한 남성, 처참히 살해돼

    “마약카르텔에 대해선 절대 입도 열지 마라.” 멕시코 주민이라면 이 말을 명심해야겠다. 멕시코의 유명 유튜브 이용자가 끔찍한 살인을 당했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마약카르텔의 두목을 놀린 게 화근이 됐다. 시날로아주에 살던 청년 유튜버 호세 루이스 라구나스가 식당에서 공격을 당한 건 지난 18일 저녁(현지시간). 친구와 식사 중인 청년에게 일단의 괴한들이 접근해 “네가 라구나스냐?”고 물었다. 청년이 그렇다고 답하자 괴한들은 바로 총을 꺼내 무차별 총격을 시작했다. 라구나스는 머리와 가슴 등에 최소한 15발을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괴한들은 청년이 쓰러지자 식당 밖에 세워져 있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올라 사라졌다. 괴한들이 누군지는 특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약카르텔 조직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사건이 발생하기 1주 전 라구나스는 1편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잔뜩 취한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선 라구나스는 “나는 멘초 앞에서도 바지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며 수다를 떨었다. 멘초는 할리스코의 악명 높은 마약카르텔 ‘신세대’를 이끄는 우두머리다. 그런 멘초를 라구나스는 영상에서 잔뜩 놀려댔다. 그러면서 “(아무리 이렇게 그를 놀려도) 멘초는 절대 나에게 어떤 피해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괴한들이 라구나스의 이름을 확인한 뒤 바로 총을 쏜 점을 보면 마약카르텔이 보복한 것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살된 라구나스는 평소 사치를 즐겼다. 고급승용차를 타면서 동물박제, 총기 등을 들고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을 찍을 때면 언제나 잔뜩 술에 취한 상태였다. 술에 취해 막말을 늘어놓는 그의 영상에 멕시코 누리꾼들은 열광해왔지만, 결국 비극적 최후를 맞고 말았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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