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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술 조장한다” ‘해리 포터’ 책 불태운 폴란드 성직자들

    “마술 조장한다” ‘해리 포터’ 책 불태운 폴란드 성직자들

    폴란드 성직자들이 세계적인 스테디셀러인 해리포터 시리즈를 불에 태우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하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마술을 조장해 신성을 더럽힌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누리꾼들은 문화를 억압한다는 측면에서 ‘나치와 다를 게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영국 BBC는 1일(현지시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3명의 성직자가 해피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일부 부족의 가면과 코끼리상 등을 불에 태우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전했다. 가톨릭 복음주의재단인 SMS프롬해븐은 이 사진들을 2만 2000명의 팔로워가 있는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성경에 따라 우리는 마술을 배격한다”고 밝혔다. 작가 J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출판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소설 작품으로 간주되며 세계적으로 5억권 이상이 판매됐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인들은 해리포터가 어둠의 마법사인 볼드모트 경으로 구현된 악에 맞서 싸우는 것에서 드러나는 ‘마법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해리포터라는 이름을 내걸며 강간이나 살인, 절도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성경의 이름으로 그러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본 적이 있다”며 이번 사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1823년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말을 인용하며 “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인간도 불태운다”고 지적했다. 실제 나치는 1933년 5월 10일 ‘비독일인의 영혼을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유대인 작가의 책과 가톨릭에 비판적인 책들을 골라 불에 태우는 ‘베를린 분서’를 벌였었다. 훗날 나치는 600만에 달하는 유대인들을 학살했다. 폴란드 보수 정부는 전통적인 가톨릭 가치를 옹호하기 때문에 교회는 폴란드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BBC는 폴란드 교회의 공고한 권력이 지난달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아동 성폭력을 자행한 400여명의 폴란드 성직자들에 대한 문건이 공개되며 균열이 생겼다고 평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교감을 위한 시

    [이재무의 오솔길] 교감을 위한 시

    “내가 문득/보조개 이쁜 누이를 바라보듯/꽃 한 송이 바라보니/새하얀 빛깔로 웃는다//가늘게 떠는/그 웃음소리에 놀라/잠깬 이슬들이/내게 말을 걸어/이름을 묻는다//난 눈길 없는 눈길로/바라보는 돌/그대들이 바라보면/소리 없는 소리로/웃는 돌”(이가림, 시, ‘순간의 거울 7 상응’ 전문) 겨울을 난 나무가 가려워 참기 힘들다는 듯 몸을 꼬고 흔들어 대자 어린 햇살 달려들어 나뭇가지 구석, 구석을 박박 문지르고 긁어 댄다. 새 살인 듯 손톱 다녀간 자리에 파릇파릇 싹이 돋는다. 어린 봄이 땅이 낳은 싹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입으로 싹의 얼굴을 물었다 뱉고 앞발로 입과 코와 귀를 당겼다 놓으며 해종일 장난질이다. 그때마다 시나브로 싹의 키가 자라고 있다. 땅속에 매설된 초록의 부비트랩이 햇살이 발을 디딜 때마다 펑펑 싹을 터뜨려 대자 산야는 아지랑이 포연으로 자욱해진다. 땅속에서 꼬물꼬물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 아지랑이는 땅의 속울음일 것이다. 땅의 긴한 말일 것이다. 하늘에 닿으려는 저 줄기찬 몸짓이 땅에 속한 것들에 푸른 숨을 불어넣고 있다. 낭창낭창 휘청휘청 곡선의 부드러운 혀에 감겨 가지가 뻗고 초록이 번지고 펑펑 폭죽처럼 꽃들이 터진다. 땅의 울음과 땅의 말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 나무 저 나무의 수피를 뚫고 꽃들이 환하게 얼굴을 내밀어 오고 있다. 이 산 저 산에 피어오르는 꽃불. 바야흐로 봄은 무르익어서 초록 하양 빨강 노랑 등 색색의 불들이 연기도 없이 활활 타올라 온 산야를 색의 제국으로 물들이고 있다. 봄비라도 다녀가면 기름을 부은 듯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오르리라. 초록과 꽃들은 겨우내 헐고 해진 공터를 바늘이 되어 솔기가 안 보이도록 꼼꼼하게 꿰매고 있다. 가히 천의무봉의 솜씨라 할 만하다. 봄 햇살 속에는 이스트가 들어 있나 보다. 사물들이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벌과 나비는 향기 나는 꽃 문장을 게걸스럽게 탐독하는 베스트 독자들. 몽롱한 것은 장엄한 것! 초록 융단이 펼쳐지고 장엄하게, 꽃불 타오르니 상춘객들 가슴이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까닭 없이 들뜨는 마음 달래러 사립을 나서는 이들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런 들뜨는 심사와는 다르게 꽃 한 송이를 내면의 거울을 바라보듯 조용히 응시하는 시인이 있다. ‘만물조응의 화답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위 시편을 읽노라면 감정의 소용돌이 혹은 보풀이 가라앉고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여기에서 ‘상응’은 시인의 말에 의하면 보들레르가 말한 ‘상응’의 시학이 아니다. 시인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절대세계, 피안, 무한, 불가시의 영역에 있을 법한 비전 같은 것을 꿈꾸는 이상주의적 탐구의 태도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현상학적인 입장에서 우주 사물을 바라보는 응시와 대화의 시학을 말한다. 대화에는 서로 크기가 맞아야 한다. 물리적 차원이든 심리적 차원이든 간에 우선은 키를 맞춰야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키 작은 꽃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우뚝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지 말고 쪼그려 앉아 나란히 마주 본 상태에서 말을 걸어야 한다. 인간에게 인격이 있듯 사물에게는 물격(物格)이 있는 법이다. 인드라망의 구조로 세계를 바라보면 우주 안에 편재한 사물들은 무엇 하나 소홀할 수가 없다. 세계의 사물들은 모두가 그물의 관계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대저 시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는 사물과 대화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사물과의 대화가 가능하려면 사물에 대한 존중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와 내가 동등한 존재라는 인식이 먼저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럴 때 사물은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사람의 말을 듣고 또 입을 열어 자신의 말을 사람에게 전해올 수 있는 것이다. 즉 내가 주체(자아)의 아집을 벗고 객체로서의 사물이 돼야만 대상에서 주체로 바뀐 사물의 말을 엿들을 수 있고, 내 말을 상대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시적 화자가 ‘돌’로 전이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록과 꽃의 계절에 그들을 단순히 관광의 대상으로만 즐길 것이 아니라 그들과 마주 앉아 겸허히 대화하는 사색과 관조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떤가?
  • 살해범 없는 김정남 살인사건 영구미제로…베트남 여성, 상해 혐의 받아 새달 초 석방

    살해범 없는 김정남 살인사건 영구미제로…베트남 여성, 상해 혐의 받아 새달 초 석방

    印尼 여성 이어 모두 살인 혐의 벗어 흐엉 “공정한 재판… 행복하고 감사”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에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베트남 여성이 살인이 아닌 상해 혐의를 적용받아 다음달 초 풀려난다. 이로써 김정남 암살 사건은 진범에 대한 단죄 없이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암살에 연루된 의혹을 받았던 인도네시아 여성에 이어 베트남 여성까지 살인 혐의를 벗은 데다, 이들에게 범행을 사주한 북한인 용의자들이 일찌감치 북한으로 도주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1일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에게 상해 혐의로 징역 3년 4개월형을 선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말레이시아 검찰이 베트남 대사관과 흐엉의 변호인의 요청을 수용해 흐엉에게 살인 혐의가 아닌 ‘위험한 도구를 이용해 상해했다’는 혐의를 적용했고 흐엉이 이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검찰은 흐엉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으나 현지법상 살인 혐의는 예외 없이 사형이다. 이와 관련, 흐엉의 변호인은 “말레이시아 사법 시스템에서는 통상 감형이 이뤄진다. 흐엉은 오는 5월 첫째 주에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흐엉은 “행복하다. 공정한 재판”이라며 “말레이시아 정부와 베트남 정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흐엉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 왔다. 검찰이 지난달 11일 시티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고 석방한 반면 흐엉은 끝까지 재판을 받게 하겠다고 하면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양국 관계가 경색되기도 했다. 이후 베트남 정부는 자국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초치하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검찰로서도 북한인 용의자들을 놓친 상황에서 사형을 선고하면 외교적 실익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법원이 흐엉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한 것은 김정남과의 신체 접촉 여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흐엉이 김정남의 등 뒤로 접근해 얼굴에 신경작용제를 바르는 모습이 공항 폐쇄회로(CC)TV 화면에 잡혔다. 이제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에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아무도 없게 됐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우버 택시로 착각하고 탔다가…美 여대생 숨진 채 발견

    우버 택시로 착각하고 탔다가…美 여대생 숨진 채 발견

    지난 29일(현지시간) 새벽 귀가중 실종됐던 미국 여대생이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미국 컬럼비아경찰은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4학년 사만다 조셉슨(21)이 실종지점에서 약 145km 떨어진 클래런던 카운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컬럼비아경찰서장 홀브룩은 30일 밤 기자회견에서 “시신은 조셉슨이 마지막으로 목격된지 14시간 만에 클래런던 카운티 도로 옆 수풀에서 사냥꾼들이 발견했다”고 전했다. 홀브룩 서장은 조셉슨 납치 및 살해 혐의로 20대 남성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조셉슨은 지난 금요일 새벽 룸메이트들과 외출에 나섰다가 홀로 무리를 빠져나왔다. 귀가를 위해 ‘우버’(승객과 택시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호출한 그녀는 검은색 ‘체비 임팔라’ 차량 뒷자리에 올라탔고 그 이후로 연락이 두절됐다. 먼저 자리를 떠난 조셉슨이 아침까지 연락이 닿지 않자 그녀의 룸메이트들은 오후 1시30분경 경찰에 실종신고를 냈다. 경찰은 인근 CCTV에서 사만다가 차에 탑승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추적에 나섰다. 금요일 오후 4시경 콜롬비아 남동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시신의 신원이 조셉슨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실종 14시간 만에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은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전환하고 용의자를 쫓는데 집중했다.다음날인 토요일 새벽 3시 경찰은 조셉슨 납치 및 살해 혐의로 나다니엘 데이비드 롤랜드(24)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롤랜드는 경찰의 검문검색을 뚫고 도주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홀브룩 서장은 롤랜드의 임팔라 차량 내부에서 조셉슨의 휴대전화를 수거했으며 조수석과 트렁크에서 조셉슨의 혈흔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셉슨은 롤랜드의 차량을 ‘우버 택시’로 착각하고 탑승했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행 차량이 어린이 안전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뒷좌석에 탄 조셉슨이 문을 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현지 언론은 경찰의 기소장을 토대로 조셉슨이 머리와 목, 얼굴 및 상반신과 다리, 발 등 곳곳에 상처가 심했다고 보도했으나 자세한 범행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조셉슨의 사건이 보도되자 그의 모교와 컬럼비아 현지 주민들의 애도가 잇따르고 있다. 조셉슨의 모교인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은 31일 추모식을 열어 조셉슨의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모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헨리 맥마스터와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장 해리스 파스타이즈 역시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진=컬럼비아경찰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김정남 살해 베트남 여성에 40개월刑 “다음달 초 석방” 자신하는 이유

    김정남 살해 베트남 여성에 40개월刑 “다음달 초 석방” 자신하는 이유

    말레이시아 법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베트남 여성에게 살인 혐의 대신 상해 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변호인은 다음달 초면 석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김정남 살해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에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없게 됐다. 이 나라 법원은 1일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0)의 상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체포된 날부터 계산해 징역 3년 4개월 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이 살인 혐의 대신 위험한 무기 등을 이용한 상해 혐의로 공소장을 전격 변경했고, 흐엉이 즉각 상해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이 흐엉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한 이유는 즉각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법령에 따르면 살인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는 반면 상해 혐의는 최고 징역 10년에 처한다. 흐엉은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7)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흐엉의 변호인은 “말레이시아 사법 시스템에서 통상적으로 감형이 이뤄진다”면서 “흐엉은 오는 5월 첫째 주에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복역 기간의 절반을 넘겨 수형 생활만 잘하면 금세 풀려날 것이란 얘기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조처는 시티의 공소를 전격 취소하고 석방한 지 3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이 사건을 주도한 북한 공작원이 유력한 네 명의 남성 용의자는 당일 모두 말레이시아를 탈출해 국제형사사법기구(인터폴)에 적색 수배가 돼 있지만 말레이시아는 이들을 엄벌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미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우리둘은1학년]이 험한 세상, 초등생 언제까지 데려다 줘야하나

    [우리둘은1학년]이 험한 세상, 초등생 언제까지 데려다 줘야하나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이 학부모가 되면서 겪은 우여곡절을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딸 만큼 엄마도 배워야 할 것투성입니다. 평소 알고 지내는 또래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한 나는 걸어서 등하교를 했다. 지도 앱으로 찾아보니 800m 남짓한 거리다. 초등학생 걸음걸이로 15~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번갈아 나타나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워킹맘이었던 우리 엄마는 입학식 하루만 동행해주었다. 입학 후 일주일 정도는 외할머니와 함께 학교에 갔다. 돌아오는 길은 혼자이거나 방향이 같은 친구들과 함께였다. 무거운 책가방이 어깨를 짓누르고, 실내화 주머니는 거치적거렸다. 때론 아무 생각 없이, 때론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고 또 걸었다. 동사무소와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슈퍼마켓, 깔딱고개에 있던 쌀집과 세탁소, 참새방앗간인 ‘은하수문방구’를 지나면 커다란 목재를 쌓아둔 규모 큰 목공소가 나왔다. 그쯤이면 학교가 보이기 시작했다.근처 대학교에서 언니 오빠들이 ‘데모’하는 날이면 매캐한 최루탄에 두 눈은 벌개지고 코를 훌쩍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떡볶이 한 접시, 쥐포 튀김 한 장으로 빈속을 달래고 오락실에서 오락하는 애들 구경도 빠지지 않던 추억의 하굣길이다.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니 하굣길의 낭만은 사치로 느껴진다. 아이의 등하교는 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학교에 늦지 않게 보내고, 안전하게 집에 데려오는 일이 최우선이다. 아침 7시 알람을 맞춰놓고 늦어도 7시 20분까지는 몸을 일으킨다. 간단히 아침을 준비해 먹이고 씻기고 옷 입히고 머리를 빗긴 다음 8시 40분쯤 집을 나선다. 학교까지는 걸어서 10분이다. 정규수업과 방과후학교, 돌봄교실까지 마친 딸과 오후 4시 교문 앞에서 만난다. 함께 집에 돌아온다.등하굣길에 마주치는 아이들을 눈여겨본다. 저학년 대부분은 엄마나 아빠, 조부모와 함께 있다. 수업이 끝날 땐 보호자들이 학원 가방을 들고 아이를 기다리기도 한다.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혼자 어디론가 향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는 언제쯤이면 홀로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아이 혼자 밖에 내놓기 무서운 세상이라고들 한다. 나 역시 그런 불안에 떤다. 큰 걱정은 두 가지, 교통사고와 범죄 가능성이다. 우리 집에서 딸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가려면 4차선 도로와 8차선 대로를 한 번씩 건너야 한다. 평소 차가 많이 다니고 공사 구간까지 있어 출퇴근 시간대 매우 혼잡하다. 네거리에서 좌회전, 우회전하는 차들이 엉켜 건널목에 차들이 올라선 경우도 자주 있다. 아이들이 차에 부딪힐 가능성이 작지 않다.행정안전부가 지난해 7월 16일, 통학로 주변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7년에만 68건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이 가운데 81%인 55건이 길을 건너다 발생한 보행 사고였다. 시간대별로는 방과 후 집에 귀가하거나 학원으로 이동하는 오후 4~6시에 23건(34%)이 발생했다. 야외활동이 많은 6월, 개학한 시기인 3월과 8월에 사고가 집중됐다. 그해 8명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길을 건너다 숨졌는데 3학년 이하 저학년이 5명이었다. 미취학 아동이 2명, 고학년은 1명이었다. 다친 아이 60명의 약 3분의2인 39명도 저학년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어린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통계도 같은 경향을 보인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고, 초록불이 깜빡이고 있는데 횡단보도 흰색 칸만 밟겠다고 고집하는 딸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유괴, 성범죄와 같은 강력범죄는 더욱 두렵다.2017년에 일어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어린이 대상 범죄에 대한 선입견을 송두리째 뒤집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그해 3월 29일, 고등학교를 자퇴한 김모양은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교 2학년 여아 A양을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양은 부모에게 전화하려고 김양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김양은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으니 집 전화를 쓰라며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다. 공교롭게도 사건은 친정 근처에서 일어났다. 게다가 가해자 김양이 나와 같은 미용실에 다녔다는 얘기를 들으니 소름이 확 끼쳤다. ‘딸에게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평소 나는 딸에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엄마를 잃어버렸을 때에는 아이가 있는 여자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일렀다. 그런 사람을 찾기 어려우면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라고 했다.이 사건은 범죄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겠다’ 마음먹은 계기도 됐다. 법무부가 2012년 제작한 ‘어린이 강력범죄 대처 매뉴얼’은 어린이에게 범죄자의 외모에 대한 편견을 심어줘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교육부 학교안전정보센터 www.schoolsafe.kr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술에 취한 사람, 얼굴을 가린 사람, 고개를 숙인 사람 등 무서운 느낌이 드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자리를 피해야 하지만 ‘나쁜 사람’은 외모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옆집에 사는 아저씨, 60대 할머니, 학원 선생님 등 누구든지 범죄자가 될 수 있음을 아이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돼 있다. 실제 아동 성범죄자 대부분이 호감형의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아동 대상 범죄도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주의가 흐트러지기 쉬운 방과 후에 주로 발생한다.검찰의 ‘2018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 일어난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총 1270건)의 51.4%가 낮 12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 발생했다. 초등학생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간대, ‘이런 대낮에 무슨 범죄가 일어나겠어’라고 방심하는 사이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유괴 취약 시간대 역시 오후다. 2017년에 216건의 약취 유인 범죄가 발생했는데 55.6%(120건)가 13세 미만 아동 대상 유괴였고, 이중 48.6%가 낮 12시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났다. 피해자의 40.8%가 남자아이, 59.2%가 여자아이였다. 강력범죄 대처 매뉴얼을 보면 아이에게 주지시켜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아저씨가 물어보는 것만 대답해주면 선물 줄게.”“너 아기 때 봤었는데 아줌마 기억 안 나? 안 그래도 너희 집 찾고 있었는데 같이 가자.”“너 참 똑똑해 보인다. 드라마 쓰려고 하는데 네 얘기 좀 들려줄래?”“너 때문에 내 차 백미러가 부서졌어. 너희 집이랑 전화번호 알아야 하니 차에 타.” 모두 실제 아동 범죄자가 사용한 말이다. 도움을 요청하거나, 친절하게 아는 척 접근하거나, 선물을 주거나, 위협하는 등 다양한 범죄 유형을 아이에게 일러주고 조심시켜야 한다는 뜻이다.교통사고나 강력범죄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함께 통학하는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모든 유형의 범죄를 아이에게 학습시키기도 어렵고, 그런 상황에서 딸 아이가 침착하게 대처하리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이가 고학년이 될 때까지는, 학교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은 살펴주고 싶다. 솔직히 다시 회사에 나가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고민은 항상 여기에서 막히고 만다. ‘복직하면 어쩌지?’ 최근 며칠 학교 가는 길에 딸은 같은 반 여자친구를 만났다. 집을 나설 때에는 학교 앞까지 같이 가자던 녀석은 엄마를 내팽개치고 친구 손을 잡고 앞서 걸었다. 그만 따라오라는 듯이 “엄마, 나 갈게~” 하고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심경이 복잡해졌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 모습이 장하고 대견하면서도, 곧 품에서 내놓아야 하나 서운하면서 걱정이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곧 혼자서도 잘 할 텐데… 엄마는 여전히 걱정을 내려놓지 못한다. 험한 뉴스를 너무 많이 접해서일까, 초보엄마라서일까.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 주 주제는 “방과후학교 수강신청 전쟁”입니다.
  • 김정남 살해 베트남 여성 징역 3년 4개월…5월 초 석방

    김정남 살해 베트남 여성 징역 3년 4개월…5월 초 석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베트남 여성이 상해 혐의로 경감돼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받고 다음달 초에 석방된다. 1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법원은 이날 도안 티 흐엉(31)의 상해 혐의를 인정,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이날 흐엉에 대해 살인혐의 대신 위험한 무기 등을 이용한 상해 혐의로 공소를 변경했고, 흐엉이 즉각 상해 혐의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현지 법령상 살인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는 반면 상해 혐의는 최고 징역 10년에 처한다. 말레이시아 검찰이 흐엉에 대한 공소를 변경한 이유는 즉각 공개되지 않았다. 흐엉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흐엉의 변호인은 “말레이시아 사법 시스템에서 통상적으로 감형이 이뤄진다”면서 “흐엉은 오는 5월 첫째 주에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이 같은 조처는 시티의 전격 공소를 취소하고, 석방한 지 3주 만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에서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아무도 없게 됐다. 말레이시아 검찰이 흐엉에 대한 공소를 변경한 이유는 즉각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면서 무죄를 주장해왔다. 검찰은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이 ‘무고한 희생양’이란 본인들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면서 이들이 ‘훈련된 암살자’라고 반박해 왔지만, 지난달 11일 갑작스레 입장을 전환해 시티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장기간의 외교적 로비 끝에 시티를 석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팜 빈 민 베트남 외무장관은 같은 달 12일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공정한 재판과 흐엉의 석방을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애초 시티와 달리 흐엉에 대해선 공소를 취소하지 않고 끝까지 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베트남 정부가 자국 주재 말레이 대사를 초치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법원이 별도의 유무죄 선고 없이 시티를 석방한 것과 달리 흐엉에게 상해죄를 적용한 것은 김정남과의 신체 접촉 여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남과 접촉이 없었던 시티와 달리 흐엉은 김정남의 등 뒤로 접근해 얼굴에 신경작용제를 바르는 모습이 공항 CCTV 화면에 잡혔기 때문이다. 한편, 시티와 흐엉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리재남(59), 리지현(35), 홍송학(36), 오종길(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집 잘못 찾은 19세 청년에 집 주인 “제대로 찾아왔다”며 사살

    집 잘못 찾은 19세 청년에 집 주인 “제대로 찾아왔다”며 사살

    미국에서 집을 잘못 찾은 19세 흑인 청년이 집주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와 CBS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애틀랜타의 한 아파트에서 여자친구 집을 찾으려다 다른 집 문을 두드린 19세 청년이 그 집에 살던 30대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28일 밤 12시 30분 일을 마친 오마리안 뱅크스(19)는 여자친구인 자케리아 마티스(23)의 집으로 향했다. 뱅크스는 8개월 전부터 마티스의 아파트에서 동거 중이었다. 그러나 늘 여자친구가 마중을 나왔고 뱅크스는 근처 지리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도 마티스는 뱅크스와 영상통화를 하며 그의 귀갓길을 함께 했고 그가 집앞에 도착하자 문을 열어주었다. 분명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마티스의 집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는 남자친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 사이 수화기 너머로 뱅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티스는 “남자친구가 집 앞에 도착했다고 해 나가봤지만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면서 “그 사이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에게 집을 잘못 찾았다고 사과하는 뱅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낯선 목소리의 한 남자가 뱅크스를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부었고 세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마티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목에 총을 맞은 채 쓰러진 뱅크스를 발견했다. 경찰은 뱅크스가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뱅크스는 여자친구의 집과 매우 비슷한 다른 집 문을 잘못 두드렸고 그 집에 살던 대리 L. 바인스(32)가 쏜 총에 맞아 즉사했다. 바인스는 경찰 조사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바인스의 사촌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인스는 다섯명의 아이를 둔 무고한 아버지일 뿐이다. 지난주 트럭을 도난당해 예민해져있는 상태였고 그저 아이들을 보호하려 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바인스가 사과하는 뱅크스에게 “제대로 찾아왔다”고 비아냥거리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부은 점과 도망가는 뱅크스를 향해 세 발의 총을 난사한 점 등을 고려해 인정하지 않았다. 매티스는 “뱅크스는 귀갓길에 항상 전화를 걸어온다. 나는 그가 집 앞에 도착하면 늘 문을 열어주곤 했다. 그날따라 엉뚱한 출입구로 들어섰다 변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뱅크스의 모친 리사 존슨은 “아들은 이제 막 독립을 한 사회초년생이다. 내 품을 떠난지 1년 도 채 되지 않아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존슨 여사는 “아들은 분명 실수를 사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목숨을 구걸하며 도망가는 사람을 향해 세 발이나 총을 쏠 수 있느냐”며 “한눈에 봐도 어린 아이를 향해 악랄하게 총을 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오열했다. 경찰은 바인스를 살인혐의로 기소하고 보석 없이 구금한 상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열린세상] 저신다 아던이 일깨운 리더십의 의미/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저신다 아던이 일깨운 리더십의 의미/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에게 물었다. 미국이 어떤 도움을 주면 좋겠냐고. 그가 답했다. 모든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애도와 사랑을 보여 주면 좋겠다고. 뉴질랜드의 총리 저신다 아던의 얘기다.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 직후 트럼프와 주고받은 트위터는 아던 총리의 리더십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세계에서 가장 어린 국가 지도자인 아던 총리가 ‘최악의 테러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관용과 성숙함, 진정성, 용기 등이 세계 강대국의 리더십과 비교되면서 부러움까지 사고 있다. 아던 총리의 리더십에서 가장 큰 덕목은 진정성이었다. 아던 총리는 사건 직후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을 위로했는데, 그 표정과 옷차림과 태도는 ‘깊은 애도’ 그 자체였다. 무슬림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슬픔이 가득한 표정으로 피해자 가족을 안고 위로하는 모습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뉴질랜드 국민은 리더의 진정한 애도에 응답했다. 모스크 앞에는 애도의 꽃송이가 쌓이고, 마오리족은 애도를 위해 ‘하카’를 추었고, 피해자 가족에게 기부가 답지했다. 뉴질랜드의 진정한 애도에 특히 감동받은 것은 이슬람문화권이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부르즈칼리파 전면에는 아던 총리가 피해자 가족을 안고 위로하는 모습이 투영됐다. 아던 총리의 모습 위로 영어와 아랍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단어가 함께 투영됐다. 가디언지는 ‘사랑은 카피할 수 없다: 전 세계 리더들이 아던 총리를 따라갈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그의 애도를 칭송했다. 리더가 국민의 아픔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애도를 다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아던 총리는 보여 주었다. 아던 리더십의 두 번째 덕목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성이다. 그는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반자동 소총류의 판매 금지’를 결정했다. 의회 연설에서 아던 총리는 ‘범인이 얻고자 했던 악명을 얻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절대 부르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도 ‘살인범이며 테러리스트인 남성의 이름을 부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범인의 이름 대신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고, 애도하고, 기억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그들이 바로 우리’라고 강조했다. 자칫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일어나거나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무슬림 이민자들도 뉴질랜드 국민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범인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차단하겠다는 단호함을 보였다. 아던 총리는 국민에게 희망과 낙관을 제시했다. 역사상 가장 처참한 사건이 일어난 위기 상황에서 그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열어 가는 리더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는 안전한 곳을 찾는 이들과 피난처가 필요한 이들에게 고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2020년 무슬림 이민자 허용을 당초 10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테러 이후 아던 총리가 보여 준 관용의 리더십에서 국민들은 희망과 낙관을 얻었다. 실제 뉴질랜드 이민 신청을 하는 무슬림의 숫자가 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던 총리가 이처럼 세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는 리더십으로 떠오르면서 영국에서는 탄식이 넘친다. 토니 블레어 총리의 보좌관으로 오래 근무했고, ‘뉴마키아벨리: 현대에서 권력을 발휘하는 법’이라는 책을 쓴 조너선 파월은 아던과 메이, 두 여성 총리를 비교하는 분석 기사를 쓰기도 했다. 파월은 “두 사람이 여성이며, 소수 정당을 이끌고, 위기 상황의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면서 “아던이 국가를 통합하고, 희망을 주는 품격의 언어를 쓴다면 메이는 국가의 통합보다 당의 통합을 우선시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단어 선택이 결코 적절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자초한다는 면에서 대조적”이라고 비교했다. 미국에서도 ‘왜 우리에게는 아던이 없는가’라는 아쉬움의 소리가 높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로 대표되는 국수주의, 보호주의 리더십에 대항하는 관용적이며 진보적인 리더십의 전형으로 아던 총리가 떠오르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던 총리가 던지는 파장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
  • 조두순 24시간 감시할 전자발찌… 80가지 징후로 성범죄 사전대응

    조두순 24시간 감시할 전자발찌… 80가지 징후로 성범죄 사전대응

    성범죄자 범행 전 유사패턴 반복 포착 과거전력 분석 도입… 위험징후 ‘경고’ 오늘부터 CCTV로 현장 실시간 확인 재범 가능성 높아지면 집중 보호관찰 AI 개발 ‘허수경보’ 줄이고 업무 경감지난해 말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오는 2020년에 출소한다는 소식에 청와대 게시판은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으로 도배됐다. 조두순은 출소 이후에도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해 24시간 전자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또다시 범행을 저질러도 ‘사후 대응’밖에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정부는 지난 2월 전자발찌 착용자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범죄 징후 예측 시스템’을 새로이 도입했다. 시행 11년째를 맞이하는 전자감독제도(전자발찌)는 이번 개선을 통해 ‘사전 대응’이 쉽지 않다는 비판론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법무부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조두순을 감시하게 될 전자발찌 제도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직접 살펴봤다.●3등급으로 관리 ‘범죄 징후 예측시스템’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지난 4일 기자가 찾은 중앙관제센터 2층 관제실은 쉴 틈 없이 분주했다. 거대한 중앙관제 화면과 함께 4교대로 근무하는 5명의 관제직원들이 분주히 준수사항 위반 경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한 관제직원이 다급히 수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출입금지구역에 진입한 전자발찌 착용자에게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퇴거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다. 출입금지구역은 일반적으로 초·중·고, 유치원, 어린이집 등이며, 법원에서 범죄와 연관성 있는 장소도 추가 설정할 수 있다. 만일 전자발찌 훼손 등 긴급 상황에서 착용자와의 통화 연결이 되지 않을 경우, 관제직원은 즉시 지역 보호관찰소와 관할 경찰에 연락해 현장 출동을 요청해야 한다. 그 와중에도 경보음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이들이 관리해야 하는 착용자는 대전 관제센터와 합쳐서 3115명. 하루에 울리는 경보는 평균 1만건이 넘는다. 여기에 법무부가 새로 도입한 ‘범죄 징후 예측시스템’이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었다. 경보 대상자들의 명단이 표시되는 알림판에는 착용자 각각의 재범 가능성에 따라 예측시스템이 분류한 ‘일반’, ‘주의’, ‘고위험’ 등급이 표시됐다. 등급은 판결문, 보호관찰 상황, 위치 추적 시스템으로부터 뽑아낸 자료를 토대로 범죄수법, 이동경로, 정서상태, 생활환경 변화 등 80여 가지 요인에 점수를 매겨 ‘재범 가능성이 얼마나 큰가’를 수치화시킨 것이다. 착용자의 현재 상태에 따라 등급은 실시간으로 변화된다. 문서에서 특정 정보를 뽑아내는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통해 실시간으로 면담 기록에서 위험 징후를 파악해내기도 한다. 관제직원은 점수가 높은 착용자일수록 우선순위에 두고 주의 깊게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이동경로 분석은 착용자의 평소 생활패턴을 ‘빅데이터’로 관리하며 이상 징후를 보일 경우 경고해주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관제직원이 ‘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된 한 착용자의 생활패턴을 조회하자 평소 주야간 생활패턴과 함께 최근 갑자기 드나들기 시작한 장소가 나타났다. 출입금지구역은 아니지만, 착용자가 생활패턴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보이자 예측시스템이 자동으로 인식한 것이다. 관제센터 관계자는 “성범죄자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유사 패턴을 계속 반복하는 특성을 보인다”면서 “예를 들어 공원에 아동을 유인해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경우, 재범도 공원에서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원 자체가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되진 않지만, 갑자기 공원 방문 횟수가 늘어난다면 과거 범죄전력, 생활패턴 변화 등을 감안해 점수가 올라가 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될 것”이라면서 “당장 위반 사실이 없더라도 면담 횟수를 늘리는 등 집중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발찌 11년… 재범률 감소 효과 톡톡 2006년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 2007년 안양 초등학생 납치살인사건, 2008년 안산 초등학생 납치 강간사건까지. 2008년 우리나라에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될 당시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사건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전자발찌 제도는 형량을 채워 출소한 이후에도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 범죄자의 신체에 전자발찌를 부착해 24시간 대상의 위치, 이동경로, 상태를 파악한다. 정부는 보호관찰관의 밀착 지도·감독을 통해 재범을 억제하고 있다. 이미 미국(1983년), 캐나다(1987년), 영국(1989년) 등 해외에선 일찍이 전자발찌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강력범에 대한 재범 방지 목적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부분 경범죄자에 대한 자택구금 목적이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도입 초기엔 오히려 강력범에게 전자발찌를 채우지 않고, 대신 교도소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들을 전자발찌 착용 대가로 가석방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캘리포니아주 등에선 우리나라와 같이 재범 방지를 위해 성범죄자에 대해 전자발찌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30여개 국가가 전자발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전자발찌 제도의 목표가 ‘재범 방지’로 수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발찌의 효과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전인 2004년부터 2008년까지의 성폭력 범죄 재범률은 평균 14.1%에 달했지만, 제도 시행 이후 성폭력 범죄 전력이 있는 착용자의 재범률은 7분의1 수준인 2.01%로 낮아졌다. 성폭력 범죄뿐만 아니라 살인, 강도, 미성년자 유괴 등의 범죄도 24시간 전자감독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향후 가정폭력 범죄도 전자발찌 착용 대상에 포함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 “법령 근거… 인권 침해 요소 없어” 일각에선 전자발찌 제도, 나아가 범죄 징후 예측시스템을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비유하며 사생활 침해적 요소가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실제로 미래에 발생할 범행을 미리 예측해 범죄자를 사전에 체포하는 내용을 다룬 SF영화다. 영화에서처럼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미리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미 10년 넘게 시행된 전자발찌 관련 법을 토대로 수집해온 자료를 활용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인권 침해 요소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범죄 사실, 보호관찰관 면담내용, 위치추적 결과 등 정상적인 업무를 통해 이미 수집된 정보를 컴퓨터가 분석하는 것으로 모두 법령에 근거하고 있어 인권 침해적 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에 비유되는 것에 대해선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을 사전에 체포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단지 재범 가능성에 따라 면담 횟수를 늘리고 집중적으로 보호관찰을 실시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1명당 9만건 경보처리… 고질적 인력난 숙제 고질적인 인력난은 현재 여전히 숙제다. 2008년 첫 도입 당시 151명이었던 전자발찌 착용자는 3월 기준 3115명으로 약 20배가 됐다. 그러나 같은 시기 관제직원은 9명에서 43명으로 4.8배가 됐을 뿐이다. 착용자들이 지난해 울린 경보는 387만건에 달했다. 직원 1인당 한 해에 평균 9만여건에 달하는 경보를 처리한 셈이다. 직접 출동해야 하는 일선 보호관찰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58개 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하는 전담 직원은 162명으로, 1인당 착용자 19명에 대한 정기 면담, 긴급 출동, 상황 수습을 도맡아야 한다. 특히 지방 관찰소에선 야간에 여러 상황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인력 충원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무부는 ‘범죄 징후 예측시스템’과 더불어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을 통한 업무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우선 전국에 퍼져 있는 폐쇄회로(CC)TV를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은 착용자가 이상 징후를 보이더라도 당장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상황이 발생해 보호관찰관이 현장에 가서 확인하더라도 시간이 지체된 상황이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월 국토교통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내주는 CCTV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우선 1일 대전에서 시작하는 CCTV 연계 시스템은 서울, 광주 등 다른 지역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착용자의 일탈 행동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근처 CCTV를 통해 착용자의 행동을 즉시 파악하고 전화를 통한 대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을 통해 ‘허수 경보’ 대응을 줄이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는 착용자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출입금지구역에 진입하게 되는 경우에도 경보가 울리기 때문에 관제직원들은 모든 경보를 일일이 파악하고 상황을 종료해야만 한다. 그러나 AI 시스템이 도입되면 금지구역에 진입한 착용자의 이동 속도가 차량과 비슷하다는 것을 스스로 파악하고 경보를 울리지 않게 자동으로 조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법무부 관계자는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감도는 상당히 올려놓을 것”이라며 “(허수 경보를) 30%만 걸러도 충분히 업무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두순법’도 조만간 본격 시행된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조두순과 같은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자에 대해 일대일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하고 매년 심사를 통해 재범 위험성이 있다면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늘릴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범인은 성도착증”…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단서는 빨간 매니큐어

    “범인은 성도착증”…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단서는 빨간 매니큐어

    2004년 2월, 경기도 포천시 도로변 인근의 배수로의 지름 60cm 좁은 배수관 안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입구로부터 1.5m 안쪽에 알몸으로 웅크린 채 처참하게 발견된 시신은 석 달 전 실종된 여중생 엄 양이었다. 집에 다 와간다고 엄마와 마지막 통화를 했던 엄 양은, 5분이면 집에 도착할 시골길에서 흔적 없이 증발했고, 96일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장기 미제 사건이 된 ‘포천 여중생 매니큐어 살인사건’. 엄 양의 시신은 심한 부패 때문에 사인과 사망 시각을 특정할 수 없었다. 알몸으로 발견됨에 따라 성폭행 피해가 의심됐지만 정액반응은 음성이었고, 눈에 띄는 외상이나 결박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나온 유일한 단서는 죽은 엄 양의 손톱과 발톱에 칠해져 있던 빨간 매니큐어였다. 평소 엄 양이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다는 가족과 친구 진술에 따라 이는 엄 양 사후에 범인이 칠한 것으로 추정됐다. 범인은 엄 양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한 후 깎기도 했다. 범인이 남긴 유일한 단서인 붉은 매니큐어.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30일 방송을 통해 사건이 벌어진 시기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던 한 여성을 만났다. 이 여성은 당시 자신이 근무하던 매장에서 빨간 매니큐어를 구매한 남성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한 남성이 매장을 정리하던 자신에게 빨간 매니큐어를 두 개 보여주며 “언니, 뭐가 더 진하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여성은 “아내나 여자 친구의 심부름으로 사갔다면 그런 식으로는 말하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3년 정도 거기서 일을 했는데 그 이후로 빨간색 매니큐어를 사간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당시 부검의였던 김윤신 조선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이렇게 어린 여학생의 손톱과 발톱에 아주 빨간 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사건은 평생 처음”이라며 “상당히 가지런하고 깔끔하게 발라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손·발톱에 빨간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는 점, 유류품 중 교복과 속옷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통해 범인이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비틀어진 욕망이 굉장히 많이 반영된 시신 같다. 몸 안에서 제삼자의 정액이 나오지 않았다 하여 성범죄가 아니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음부터 의도한 범행의 목적은 성폭행이 아니고 성적인 유린 행위가 아니었을까 싶다. 성적인 쾌감이나 만족감을 얻는 형태의 도착증일 가능성이 점쳐졌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수정 교수는 “이름표를 뗀 것을 보면 여러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지인관계였기 때문에 피해자를 알 수도 있고 부모님이 알 수도 있고 발견이 쉽게 되지 않도록 위한 노력이었을 수도 있다. 또 피해자 물품을 수집하는 살인범일 수도 있다”라며 면식범이거나 연쇄살인범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방송은 성도착증 범죄자 특성상 단독범행 가능성과 초범이 아닐 가능성이 있고, 겉으론 매우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을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자백’ 이준호 앞 몰려든 취재진 ‘무슨 일?’

    ‘자백’ 이준호 앞 몰려든 취재진 ‘무슨 일?’

    ‘자백’ 이준호가 구름떼처럼 몰려든 취재진 앞에 섰다. 기자들 사이로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이준호의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방송 2회만에 최고 시청률 6.2%(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닐슨 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시그널’, ‘비밀의 숲’을 잇는 웰메이드 장르물 대열에 합류한 tvN 토일드라마 ‘자백’(연출 김철규 윤현기/극본 임희철/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에이스팩토리) 측이 3회 방송을 앞둔 30일, 취재진에 둘러싸인 이준호(최도현 역)의 모습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난 2회, 최도현은 한종구(류경수 분)가 5년전 ‘양애란 살인사건’의 진범이지만 ‘김선희 살인사건’의 범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와 함께 기춘호(유재명 분)가 도현에게 ‘김선희 살인사건’에서 한종구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딜을 했다. 자신이 그 증언을 해주는 대가로 한종구가 5년 전 살인의 죗값을 치를 방법을 찾아내라는 것. 이에 도현이 재판에서 한종구에게 5년전 사건의 자백을 요구하는 초강수를 둬 향후 전개에 초미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공개된 스틸 속 이준호는 법원 입구에 진을 친 취재진 앞에 선 모습이다. 기자들은 마치 이준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앞다퉈 마이크를 내밀고 있다. 이를 통해 극중 이준호의 재판이 화제의 중심에 섰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이준호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셔터 세례와 인터뷰 요청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개를 떨군 채 심각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준호의 모습이 시선을 집중시키며, 과연 이준호와 그의 재판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이에 대해 ‘자백’ 측은 “오늘(30일) 방송에서 ‘김선희 살인사건’의 최종 판결이 공개될 예정이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화두로 던진 화제의 재판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이 판결로 말미암아 또 어떤 사건이 펼쳐질지 지켜봐 달라”고 말해 본 방송을 향한 기대감을 수직 상승시킨다. 한편, tvN ‘자백’은 이날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tvN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조지 클루니 “런던 도체스터, LA 비벌리힐스 호텔에 묵으면 절대 안돼”

    조지 클루니 “런던 도체스터, LA 비벌리힐스 호텔에 묵으면 절대 안돼”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브루나이 술탄이 투자한 호텔 아홉 곳을 보이콧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르네오섬의 이 나라가 다음달 3일부터 동성애자들에 채찍을 휘두르고 돌을 던지는 처형을 실행하겠다고 공언하기 때문이다. 2014년에 이미 남색이나 불륜을 즉시 응징하는 이슬람의 샤리아 율법을 동아시아 국가로는 맨먼저 채택했는데 다음달부터는 아예 즉결 처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태형과 투석형을 시행하겠다고 하자 성적 소수자(LGBT) 운동에 앞장서온 클루니가 결기있게 나선 것이다. 그는 연예 전문 홈페이지 ‘데드라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살인을 정당화하는 이 소식은 이 나라만 세계의 흐름과 정반대로 전체주의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브루나이는 왕조이며 이런 보이콧을 해봐야 법률을 바꾸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 뻔하지만 인권 침해를 그저 바라만 보지 않고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가 보이콧 대상으로 지목한 호텔들은 영국 런던의 도체스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비벌리힐스를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이른바 도체스터 콜렉션 호텔들이다. 술탄 하사날 볼키아(72)가 소유한 브루나이 투자청이 소유하고 있다. 클루니는 “나도 이곳 호텔들에 많이 묵었다.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그 호텔들을 소유한 이가 누군지 몰랐다”고 털어놓은 뒤 “이들 아홉 곳의 호텔들에 머무르거나 회의를 하거나 식사를 하면 국민들을 채찍으로 때리거나 돌을 던져 죽이는 자의 주머니에 돈을 찔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클루니에 동조하는 이들이 차례로 나타나고 있다. 영화감독 더스틴 랜스 블랙은 트위터에 “비벌리힐스 호텔에 묵거나 얼굴을 비치면 이 살인자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죄를 짓게 된다”고 적었다.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밀크’의 각본을 쓴 블랙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다이빙 동메달리트 톰 데일리의 동성 연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BBC 국제 담당 에디터인 존 심프슨도 도체스터 그룹이 소유한 호텔들을 찾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2014년에도 배우 겸 방송인 엘렌 드제너러스와 워낙 아는 바가 많아 영국에서 ‘지식 국보’란 말까지 듣는 스티븐 프라이가 브루나이의 동성애 처벌 입법에 반대해 도체스터 그룹 보이콧을 선언한 일이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막대한 부를 쌓은 볼키아 술탄은 세금을 걷지 않고 주택과 의료, 교육을 모두 책임져 말레이계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이슬람 율법에 따른 처벌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국제 여론이 안 좋자 몇년에 걸쳐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 율법이 시행되면 도둑질하다 처음 붙들리면 손 하나를 잘리고, 두 번째 걸리면 발 하나를 잘리게 된다. 그는 이 율법이 “조국의 위대한 역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예고] ‘녹두꽃’ 1차 티저 공개, 조정석 강렬 눈빛 “미친 세상, 끝장낸다”

    [예고] ‘녹두꽃’ 1차 티저 공개, 조정석 강렬 눈빛 “미친 세상, 끝장낸다”

    ‘녹두꽃’ 티저가 공개돼 화제다. 오는 4월 26일 첫 방송되는 SBS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 사람, 하늘이 되다’(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제작 (주)씨제스엔터테인먼트/이하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다. 동학농민혁명을 본격적으로 그린 드라마이자 민중역사극으로 기념비적 작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녹두꽃’은 ‘정도전’, ‘어셈블리’ 등 촌철살인의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자랑하는 정현민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 선 굵은 연출을 자랑하는 신경수PD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조정석, 윤시윤, 한예리, 최무성, 박혁권, 김상호, 최원영 등 명품 배우들이 대거 출연을 확정하며 2019 상반기 대한민국을 흔들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이런 가운데 29일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방송 직후 ‘녹두꽃’ 첫 번째 티저 영상이 기습 공개됐다. ‘녹두꽃’ 1차티저는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막강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녹두꽃’ 1차티저는 이글거리는 횃불을 바라보는 조정석(백이강 역)의 눈동자로 시작된다. 이와 함께 “세상을 구제하고 백성을 편안케 할 것이다”, “보시오, 새 세상이오”라는 누군가의 우렁차고 처절한 외침이 들려온다. 이어 화면 속 민중이 든 불타오르는 횃불이 모여 바다가 되고, 민중이 쥔 죽창은 모여 산을 이룬다. 125년 전 이 땅을 뒤흔들었던 민중의 열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렇게 도입부에서 민중의 강렬한 열망을 보여준 ‘녹두꽃’ 1차티저는 곧바로 주인공 조정석의 치열한 삶에 집중한다. 목이 묶인 채 공중에 끌려 올려진 채 버둥거리던 조정석이 어느덧 하얀 옷을 입은 채 결의에 찬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여기에 맞춰 등장하는 “미친 세상. 이제 끝장을 낸다”는 카피는 조정석의 의미심장 눈빛과 맞물려 보는 이의 심장에 강렬하게 꽂힌다. 20초 가량의 짧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녹두꽃’ 1차티저는 민중역사극으로서 묵직한 울림과 메시지를 강렬하게 담아냈다. 125년 전 이 땅에도, 125년이 흐른 2019년 이 땅에도 여전한 민중의 에너지와 힘이 얼마나 막강한 것인지 보여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정석은 눈빛부터 몸 사리지 않는 열연까지, 그야말로 물오른 연기력과 존재감을 과시하며 ‘녹두꽃’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1차티저부터 이토록 강렬한 드라마 ‘녹두꽃’. 극본, 연출, 배우 모든 면에서 최고의 드라마를 예고한 ‘녹두꽃’의 첫 방송이 미치도록 기다려진다. 한편 SBS 새 금토드라마 ‘녹두꽃-사람, 하늘이 되다’는 1894년 이 땅을 뒤흔들었던 ‘동학농민혁명’을 본격적으로 그린 드라마이자 민중역사극으로 오는 2019년 4월 26일 금요일 첫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시민단체 산업부 장관 등 ‘포항 지진’ 촉발 책임 관련 살인죄 고소

    시민단체 산업부 장관 등 ‘포항 지진’ 촉발 책임 관련 살인죄 고소

    포항 시민단체들이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역발전소 대표 등에 대해 2017년 포항지진을 촉발시킨 책임을 제기하며 살인죄 처벌 등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29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상해 혐의로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 박정훈 포항지열발전 대표,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넥스지오는 포항지열발전 사업 컨소시엄을 주관한 업체이고 포항지열발전은 넥스지오의 자회사다. 하지만 대책본부는 고소 대상이 된 전직 산업부 장관의 신원에 대해서는 “정쟁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대책본부는 이날 “피고소인들은 포항시민의 안전을 무시한 채 2017년 8월부터 또 다시 물 주입을 실행하다가 결국 포항지진을 발생시킨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발전소 입지 선정 당시 활성단층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소지진 발생 후 관계기관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점 등과 관련한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의혹도 수사를 촉구했다. 대책본부는 “발전소 대표 등은 지열발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유발지진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전문가로 지열발전 물 주입 과정 중 일정 규모 이상의 미소지진을 계측하고 그것이 대규모 지진의 전조 현상임을 알고 있었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지열발전 관계자들이 2017년 4월 15일 규모 3.2의 지진 발생 이후 더 큰 규모의 지진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무시했다는 의혹 제기이다. 대책본부는 살인 혐의로 고소한 이유에 대해 진앙지 인접 지역 주민 김모(79)씨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벽돌에 머리를 다친 뒤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1300여명의 지진 피해자들이 정부와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으로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 포항시가 공식적으로 산정한 피해액은 846억원이지만 직간접 추정 피해액은 3323억원에 달한다. 앞서 정부조사연구단은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이 인근의 지열발전소로 인해 촉발됐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 20일 발표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빙의’ 송새벽, 20년 전 형사 빙의..고준희에 “내 얼굴 기억해요”

    ‘빙의’ 송새벽, 20년 전 형사 빙의..고준희에 “내 얼굴 기억해요”

    OCN 수목 오리지널 ‘빙의’ 송새벽이 20년 전 연쇄살인마를 검거했던 형사를 자신의 몸에 빙의시켰다. 지난 28일 OCN 수목 오리지널 ‘빙의’(극본 박희강, 연출 최도훈) 8회에서 사랑하지만 이별을 택한 강필성(송새벽)과 홍서정(고준희). 문제를 풀지 못하면 일주일에 한 명씩 죽는다는 예고를 전한 연쇄살인마 황대두(원현준)의 영혼을 소멸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주가 지나고 벌써 두 명이 살해당했지만, 다음 피해자가 누군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강필성이 생각해낸 대책은 20년 전 연쇄살인마 황대두를 검거했던 김낙천(장혁진) 형사의 영혼을 소환해 자신의 몸에 빙의시키자는 것. 황대두에 대해 김낙천 형사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강필성은 자신의 몸에 빙의할 김낙천 형사를 위해 지금까지의 사건 관련 자료를 정리했고, 강력반 식구들과도 작별인사를 했다. 게다가 혹시 잘못될까 “내 얼굴, 내 눈코입, 내 목소리, 내 드러운 성격까지. 다 기억하고 외워둬요. 그래야 다음 세상에서 만나면 서로 첫눈에 알아볼 수 있잖아”라는 애틋한 마지막 말을 남겼고, 홍서정은 의식을 시작했다. 강필성의 영혼은 깊게 잠들었고, 그의 몸엔 김낙천 형사의 영혼이 빙의됐다. 하지만 소환된 김낙천 형사 역시 황대두의 수수께끼를 쉽게 풀지 못했다. 피해자의 성별, 나이, 살았던 곳, 학교, 직장, 아무런 관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피해자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떠오른 기억. 바로 20년 전 황대두가 살해했던 피해자 이름과 동일했던 것. 이에 세 번째 피해자의 이름을 알아냈고, 20년 전 피해자와 나이대도 같다는 가정하에 한 명을 추려냈다. 다음 사건이 발생하기 겨우 하루 전날이었다. “황대두가 정말 여기 올까요?”라고 불안해하는 홍서정과 달리, “놈은 치밀한 놈이요. 아마도 여러 번 답사를 왔을 거야. 어쩌면 지금 근처 어딘가에 있을지도 몰라요”라고 확신한 빙의된 강필성. 그의 말대로 빙의된 오수혁(연정훈)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시청자들의 긴장감이 폭발한 순간이었다. ‘빙의’는 매주 수, 목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발칙한 여자의 현란한 경험 자랑

    발칙한 여자의 현란한 경험 자랑

    네이버에 ‘리타 메이 브라운’을 치면 촌철살인 사이다 명언들이 주욱 뜬다. ‘행복의 열쇠 중 하나는 나쁜 기억이다’, ‘같은 짓을 되풀이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 착란이다’ 등. ‘루비프루트 정글’은 자신이 말하는 대로 살았던 미국의 여성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영화감독, 레즈비언인 브라운의 자전 소설이다. 주인공 몰리는 1960년대 미국의 보수적인 마을 펜실베이니아에서 성장한 발칙한 소녀다. 그는 자신을 ‘후레자식’이라 놀리는 아이들에게 똥을 먹이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촌 리로이에게 “나는 네가 그냥 ‘리로이 덴먼’이라고 생각해”라고 얘기해 준다.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여성성을 강요하는 양어머니 캐리를 향해서는 “엄마는 남자랑 결혼했어도 돈 없잖아”라고 응대한다.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대학에서도 퇴출당하지만 ‘부치’(Butch, 남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와 ‘펨’(Femme, 여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으로 역할을 나누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도 속하지 못한다. 몰리는 유색인종, 계급, 레즈비언을 배제한 백인 중산층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을 비판해 페미니즘을 분열시킨다는 비난을 받았던 브라운 자신과 다름없다. 책은 브라운이 여성 성기에 대한 찬사로 바친 ‘루비프루트 정글’이라는 제목처럼 울창하고 풍요로운 소설이다. 세상의 잣대로 ‘착하지는 않지만’ 결코 ‘틀리지’ 않았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타인을 받아들이는 진정한 휴머니스트의 모험기이기 때문이다. ‘추천의 글’에 듀나 작가도 이렇게 적었다. ‘나를 매료했던 것은 금기를 깨는 선정성이 아니라 그런 선정적인 모험담을 현란하게 풀어내는 주인공이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길을 떠나는 여자, 수많은 연인들과 나눈 현란한 경험을 자랑하는 여자.’(7쪽) ‘명언 제조기’ 브라운답게 따로 적어 두고 싶은 글귀들이 가득한 것도 책의 마력이다. “사람들이 날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 사람들은 다 멍청하다고. 난 그렇게 생각해. 내가 나를 좋아하느냐는 상관 있지. (중략) 내가 날 좋아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도 좋아할 수 없다. 끝.”(60쪽) 1973년에 처음 발간된 책은 2015년까지 누적 판매량 100만부를 기록했고 브라운은 수십 년간 퀴어 문학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7회 람다 문학상을 받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암 걸린 딸 질식시켜 죽인 벨기에 의사, 집행유예 받은 사연

    암 걸린 딸 질식시켜 죽인 벨기에 의사, 집행유예 받은 사연

    암에 걸린 딸을 질식시켜 죽게 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한 유명 여의사가 실형을 면해 세상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루뱅 고등법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 메나스 디드가르(51)가 14세 딸 엘린을 살해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예트라스트스테늬우스(HLN)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디드가르는 이튿날인 22일 하셀트 여자교도소에서 석방됐다. 디드가르는 사람 목숨을 존중해야 하는 의사임에도 친딸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검찰 측은 그녀에게 징역 26년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페터르 하르토흐 판사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판결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까다로운 재판”이라고 말하며 디드가르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디드가르의 딸 에린은 7세 때 갑상샘암을 진단받았다. 디드가르는 지난 7년 동안 딸의 투병 생활을 곁에서 지켰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딸이 죽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디드가르에 따르면, 에린은 그녀에게 “왜, 우리는 죽기를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당장 죽고 싶어”면서 “앞으로 결혼도 하기 싫고 아이도 갖기 싫어”라고 말했다. 어쩌면 딸의 이런 말이 디드가르의 마음 마저 꺾어버린 모양이다. 사건은 지난 2017년 7월 26일 일어났다. 디드가르는 근무처인 루뱅대학병원에서 약을 몰래 빼내 집으로 가져와 딸의 의식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이어 딸의 입과 코 위에 비닐봉지를 덮어 질식시켰다. 그 후 디드가르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차를 타고 자택을 떠났다. 곧 친구가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1시간 뒤 길가에서 타이어가 펑크 난 차에 타고 있던 그녀를 경찰이 체포할 수 있었다. 당시 그녀는 경찰 조사에서 “죽기 위해 다리 쪽으로 차를 몰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디드가르는 법정에서 “당시 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기에 환자에게 자주 처방하던 약을 가지고 나왔다. 당시 난 딸과 함께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렇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린의 아버지이자 메나스 디드가르의 전 남편인 스테번 판스는 딸은 나이가 들 때마다 자신의 암에 맞설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번 재판에서 메나스 디드가르의 변호사인 제프 베르마선은 “이 사건은 어머니가 딸을 너무나 사랑해서 벌인 일로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죄이다. 그녀는 자기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다“고 호소하며 집행유예를 요구했다. 그 결과 그녀에게 집행유예 5년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그녀는 이 외에도 정신적인 지원을 받도록 선고받았다. 디드가르는 이번 판결 뒤 “내게 다시 한번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제부터는 확실히 나아가겠다”면서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런 일을 절대로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살인자 따위가 되고 싶지 않았다”면서 “에린의 아버지인 스테번이 얼마나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는 물론 그런 그에게서 내가 그의 가장 사랑하는 딸을 빼앗은 상대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사진=HLN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궁중족발 사장 항소심 감형···살인미수 혐의는 이번에도 무죄

    궁중족발 사장 항소심 감형···살인미수 혐의는 이번에도 무죄

    망치 상해 1심 징역 2년 6개월에서 2심 징역 2년으로재판부 다른 피해자들과 합의된 점 고려해 감형살인미수 혐의는 이번에도 무죄···살인 고의 인정안돼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빚던 건물주를 망치로 가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6개월 낮은 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당시 피해를 입었던 또 다른 피해자들과 합의가 된 점이 형량에 반영됐다.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28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배준현)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심에 이르러 (차로 들이받은) 제3의 피해자와는 합의가 됐고, 재물손괴에 대해서도 차량 소유주가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해 형을 다시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거리에서 자신과 임대차 분쟁 중이던 건물주 이모씨에게 망치를 휘둘러 상해를 입히고 기물을 손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폭행에 앞서 타인의 차량을 운전해 이씨를 들이받으려다가 다른 행인 1명을 친 혐의도 받았다.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항소심에서도 쟁점이 됐다.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고 재판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분쟁으로 원한이 깊던 피해자에게 사건 수개월 전부터 ‘죽여버리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했다”면서 “반복적으로 위험한 부위를 가격했다는 점도 고려하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김씨의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자를 향해 쇠망치를 휘두르긴 했지만 실제 가격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려운 사정에 비춰보면, 1심이 인정한 것과 같이 살인의 고의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차로 이씨를 들이받으려 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운전을 한 거리가 비교적 짧고, 충격 당시 시속을 추단해보면 시속 22㎞에 불과하다”면서 “영상을 살펴봐도 급가속했던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씨와 이씨는 2016년부터 궁중족발 가게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상가의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2016년 1월 해당 건물을 인수한 이씨는 김씨에게 대폭 인상된 보증금과 임대료를 요구했지만 김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가게를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김씨가 퇴거를 거부하자 법원은 수차례 강제집행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해투4’ 로버트 할리 “SNS에 아들 태그했다가 차단 당해”

    ‘해투4’ 로버트 할리 “SNS에 아들 태그했다가 차단 당해”

    ‘해투4’에서 로버트 할리가 아들 하재익에게 SNS를 차단 당한 사연을 공개한다. KBS 2TV ‘해피투게더4’(이하 ‘해투4’)의 28일 방송은 ‘나 한국 산다’ 특집으로 꾸며진다. 이날 방송에서는 로버트 할리-샘 해밍턴-구잘 투르수노바-조쉬 캐럿-안젤리나 다닐로바-조나단 토나가 출연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글로벌 토크로 웃음 폭탄을 선사할 예정이다. 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로버트 할리는 아들 하재익에게 SNS를 차단 당한 사연을 밝혀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로버트 할리는 “내가 SNS에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며 태그를 한 적이 있다”며 지난 사건을 떠올리고는 “그 후에 아들이 내 SNS를 차단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전현무는 “잘 생긴 아들을 이용해서 팔로워 수를 늘리려고 한 것이 아니냐”고 차단 당한 이유를 추측하자, 로버트 할리는 “그런 건 아니었다”면서도 머쓱한 미소를 보여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로버트 할리는 “아들이 대학을 6년째 다니고 있다”며 아들의 비밀을 폭로하며 복수전에 돌입했는데 그는 “아들이 26살인데 아직도 2학년이다”라고 폭풍 디스를 펼치며 아들 저격수로 등극해 웃음을 폭발시켰다. 로버트 할리는 아들 하재익에 이어 샘 해밍턴의 저격수로도 나서 눈길을 끌었다. 로버트 할리는 샘 해밍턴에게 “윌리엄과 벤틀리의 나이대가 제일 귀엽다. 조금만 더 크면 부모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며 예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샘 해밍턴은 “경험담이냐”고 반격해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한편 이날 로버트 할리는 누구도 말릴 수 없는 토크 의지를 불태웠다는 후문이다. 이에 로버트 할리의 맹활약이 돋보일 ‘해피투게더4’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KBS 2TV ‘해투4’는 오늘(28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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