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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제복지원 30년 전 악몽 남편 아픔 덜어주고 싶어” 그래서 아내는 투사가 됐다

    “형제복지원 30년 전 악몽 남편 아픔 덜어주고 싶어” 그래서 아내는 투사가 됐다

    “과거 형제복지원 사건을 하나하나 밝혀내지 못한 채 일부 범죄로만 기소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제라도 수사와 재판상의 과오를 바로잡는 것만이 피해 생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고경순 대검 공판송무과장)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1호 법정에서 31년 만에 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심이 열렸다.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는 이유로 지난 1989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형제복지원 원장 고 박인근씨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다시 판단을 해 보자는 취지다. 이날 법정 한편에는 이향직(49)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아내 이방울(40)씨가 있었다. 이 위원장은 중학교 1학년이던 1984년 형제복지원에 들어가 1987년 5월 폐쇄될 때까지 살았다.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생활을 하던 중 아버지에게 붙잡혀 잠시 파출소에 맡겨졌던 게 화근이었다. 경찰은 “좋은 옷과 푸짐한 음식을 주고 학교도 보내 준다”는 거짓말로 회유했지만, 실제로 그가 마주한 형제복지원은 ‘한국판 아우슈비츠’였다. 박정희 정권 때 설립된 전국 최대 부랑아 수용시설인 부산 북구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 3000여명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학대·성폭행·살인 등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7년째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이 위원장 곁에는 언제나 아내가 있다. 전국 길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할 때도, 대법원 앞에서 비상상고 심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할 때도, 피해자 모임에서도 두 사람은 늘 ‘세트’다. 서울신문은 지난 22일 경기 광주시 자택에서 “아직 형제복지원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씨를 만났다. 생존자 가족이자 활동가로서 이씨가 느낀 피해자의 고통과 남은 과제에 대해 물었다. ●결혼하고 나서 툭툭 피해 사실 털어놔 -남편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라는 사실은 언제 처음 알았는지. “결혼하고 같이 살면서 툭툭 던지듯이 형제복지원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하더라. 밥을 먹다가도 ‘내가 있었던 형제복지원에선 김치에 고춧가루가 너무 없어서 세면서 먹었다’고 하고, TV 군대 예능에서 흙벽돌이 나왔는데 ‘저 사람은 1~2장 들기도 힘들어하는 걸 10장씩 지게에 지고 날랐다’고 하고. 그때는 내가 잘 알지 못하니까 ‘당신 힘들었겠다. 고생 많았네’ 이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다 실상을 알게 된 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룬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신이 저런 데 있었던 거냐’고 막 눈물이 났다. 그때 심경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나서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2013~2014년쯤 남편이 ‘진상규명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면서 ‘서명을 받고 다닐 건데 같이 해줄 수 있냐’고 묻더라.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가족이기 때문에 형제복지원 피해를 더 잘 알았고, 그 트라우마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33년이 흘렀지만 형제복지원에서 보낸 3년은 지금까지도 피해자의 삶을 옥죈다. 매일 구타를 당했고, 또래 아이가 맞아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성폭행 피해를 입을 뻔하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배고픈 아이들은 지네와 뱀, 흙덩어리를 주워 먹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이 위원장은 옛 기억을 떠올리면 숨이 막힐 듯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했다. 이씨 역시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날 인터뷰를 앞두고도 부부는 비상약을 먹었다. 이씨는 “나도 남편도 트라우마 때문에 언제 쓰러질지 몰라서 항상 붙어 다닌다. 서로 챙겨 줘야 한다”고 했다. -활동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촛불정국 때 태극기부대가 우리에게 인분을 뿌린 일이다. 당시 남편과 가방에 서명서만 잔뜩 챙겨서 무작정 광화문에 갔는데 생각보다 시민들 반응이 좋았다. 반면에 일부 태극기부대에선 엄청 욕하고 삿대질은 기본에 인분까지 가져와서 뿌리더라. 남편은 ‘무시하자’고 하는데 상처가 컸다. 추위는 견딜 수 있었지만 그 모멸감은….” -피해자들의 노력으로 지난 5월 과거사정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최근 대법원에서 비상상고심도 열렸다. “처음에 활동을 시작할 때는 막연한 희망만 있었다. 하나하나 반응이 올 때마다 놀란다. 비상상고심도 한참 소식이 없어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는데 어느 날 직원이 와서 피켓을 찍어 가면서 ‘좋은 일 있을 거예요’ 그러더라. 그리고 얼마 안 돼 공판기일이 잡혔다는 연락이 왔다. 남편이 그만큼 열심히 해서 진전이 된 거니까 고맙다.” -비상상고심에서 특수감금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위원장) 부랑인 강제수용이 가능하다고 명시한 내무부훈령 410호 자체가 위헌이었다는 점을 이번에 대법원에서 밝혀 준다면 그걸 근거로 국가 상대 소송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소송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증거를 하나하나 찾아서 위법이 있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모든 활동을 함께하는 부부 -이 위원장 인터뷰나 페이스북 글에서 ‘아내가 모든 활동을 함께 한다’고 강조하던데. “이 사람은 항상 그런다. 대법원 방청 때도 그렇고 형제복지원 피해자 자격으로 정치인이나 변호사를 만날 때 ‘나도 가도 되나’ 싶어 머뭇거리면 늘 ‘너도 가야지. 피해자 가족도 같이 들어가서 얘기 들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이 위원장) 우리 단체 이름이 피해자협의회인데 ‘피해자’라는 단어 속에는 피해 생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 사망자 유가족, 실종자도 다 포함된다.”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도 많을 것 같다. “저번에 부산역 앞에서 서명을 받는데 노숙인들이 와서 ‘나도 여기 있었다’고 막 그러더라. 남편이 가서 보니까 얼굴들이 다 낯이 익었다고 한다. 한 분은 남편 전화번호를 받아 가기도 했다. 과거사법이 통과된 것도 모르고 계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궁금하다고 하더라.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남편한테 ‘우리는 그분들에 비하면 호텔에 사는 것’이라고 했다. 많은 피해자들이 너무 힘들게 살고 있으니까 빨리 보상받고 남은 생이라 도 편하게 살면 좋겠다.” -가정을 꾸린 생존자들이 드물다고 들었다. “혼자 사는 분들이 대다수다. 경제적 어려움과 트라우마 때문에 가정을 꾸리기 힘들다고 하더라. 남편과 나도 모아둔 것 없이 신혼살림을 시작해서 단칸방과 반지하를 전전하며 힘들게 살았다. 결혼 전에 남편도 처음에는 나를 많이 밀쳐냈다. 당신 옆에 있어 준다는데, ‘그냥 가라’고 하더라. 그래도 그때는 이 사람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피해자들의 삶은 달라진 게 없다 -어떤 점이 끌렸는지. “꾸미지 않은 순수한 모습(웃음). 그 시절엔 ‘폰팅’이라는 게 있어서 전화로만 연락을 하다가 처음 만난 날 흰 티에 청바지 입고 안경 딱 쓰고 평범한 가르마를 해서 나왔는데 느낌이 좋더라. 나도 가정사가 좋지 않아서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겉돌았는데 남편을 만나고 남편한테 기댈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바라는 건. “많은 이들은 ‘과거사법이 통과됐으니까 끝난 거 아니냐’고, ‘30년 전 얘긴데 아직도 해결 안 됐냐’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삶은 똑같다.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 사건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형제복지원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국가가 책임을 져서 남편이 아픔을 덜어내고 평범한 가족처럼 살고 싶다.” “(이 위원장) 조만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잘못된 테두리를 만든 건 국가지만 우리한테 직접적으로 다가온 가해자는 부산시니까 부산시를 상대로 먼저 싸우고 싶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反엘리트’로 번지는 나이지리아 경찰개혁 시위

    경찰개혁을 요구하는 나이지리아 시위의 사상자가 늘면서 엘리트 집권세력에 대한 개혁 요구마저 비등하고 있다. 악명 높던 특수경찰 해산 요구로 촉발된 젊은이들 시위가 구조적 빈곤에 대한 불만과 겹쳐 전국 시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모하메드 아다무 경찰청장은 24일(현지시간) “모든 경찰자원을 즉각 동원해 며칠간의 거리 폭력과 약탈을 종식시킬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대 도시 라고스 등을 중심으로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데모는 경찰 부대인 ‘강도방지특수부대’(사스)의 민간인 학살 혐의가 알려지며 규모가 불어났다. 강력범죄 단속을 위해 1992년 창설된 사스는 불심검문과 강탈, 고문, 사법 외 살인 등으로 현지 주민들 사이에 원성이 자자했다. 이에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이 11일 사스 해체를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경찰개혁 실행안 및 용의자 처벌, 체포자 석방을 요구하며 계속 시위를 벌였다. 특히 젊은이들이 주도한 시위는 권위주의 통치방식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사스 해체’(#EndSARs), ‘살인경찰 해산하라’(#ENDPOLICEBRUTALITY) 같은 해시태그를 소셜미디어에 퍼뜨리며 집권세력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21일엔 라고스에서 비무장 시위대를 향한 총격 학살까지 벌어졌지만 당국은 군경 책임은 회피하며 시위 종식만을 촉구했다. 변질된 일부 시위대 수백명은 23일 중앙 도시인 조스 근처 부쿠루에서 정부 식량창고를 약탈하기도 했다. 부하리 대통령은 이날 “시위 와중에 민간인 51명을 포함, 총 69명이 숨졌다”고 인정하면서도 “경찰 11명, 군인 7명도 폭도들에 의해 살해됐다. 진정성 있던 젊은층 시위가 오도된 것은 불행하다”며 무력개입을 부인하고 시위대를 탓했다. 1999년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인 나이지리아 시위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까지 겹친 모습이다. 인구 2억명에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이지만 빈곤율이 40%에 이르고, 젊은이들은 좋은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BBC는 전했다. 행동주의 작가인 김바 카칸디는 “전례없는 운동을 정치계급이 젊은이들의 불장난처럼 인식, 더디게 반응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5시까지 사무실을 나가세요. 명령입니다”…이건희 어록[이건희 별세]

    “5시까지 사무실을 나가세요. 명령입니다”…이건희 어록[이건희 별세]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변화와 위기를 먼저 진단해내고, 적기에 던진 촌철살인과 같은 메시지는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와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건희 회장의 어록 ▲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90년대까지는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1987년 12월 1일 취임사) ▲ “뛸 사람은 뛰어라. 바삐 걸을 사람은 걸어라. 말리지 않는다. 걷기 싫으면 놀아라. 안 내쫓는다. 그러나 남의 발목은 잡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왜 앞으로 가려는 사람을 옆으로 돌려놓는가?”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 ▲ “출근부 찍지 마라. 없애라. 집이든 어디에서든 생각만 있으면 된다. 구태여 회사에서만 할 필요 없다. 6개월 밤을 새워서 일하다가 6개월 놀아도 좋다. 논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놀아도 제대로 놀아라”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 ▲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 ▲ “과장에서 부장까지는 5시까지는 정리하고 모두 사무실을 나가세요. 이것은 명령입니다” (1993년 7·4제 실시를 지시하면서) ▲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1995년 베이징 특파원들과 간담회) ▲ “제트기가 음속(1마하)의 두 배로 날려고 하면 엔진의 힘만 두 배로 있다고 되는가. 재료공학부터 기초물리, 모든 재질과 소재가 바뀌어야 초음속으로 날 수 있다” (2002년 4월 사장단 회의) ▲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 (2002년 6월 인재 전략 사장단 워크숍) ▲ “인재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2003년 5월 사장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다” (2007년 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 ▲ “삼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기꺼이 협력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2011년 1월 신년사) ▲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회사와 나라의 손해다” (2012년 여성 승진자 오찬) ▲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2010년 3월 경영복귀) ▲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 (2013년 10월 신경영 20주년 만찬) ▲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 (2014년 1월 신년사)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김정남 독살 다룬 다큐 영화 ‘암살자들’ 12월 11일 미국서 개봉

    김정남 독살 다룬 다큐 영화 ‘암살자들’ 12월 11일 미국서 개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성가시게 할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The Assassins)’이 12월 미국에서 개봉된다고 영화 전문매체 인디 와이어가 2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감독은 존경받던 가톨릭 수녀의 죽음을 다룬 ‘키퍼스(The Keepers)’로 2017년 에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라이언 화이트.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공작원의 꾀임에 넘어가 신경작용제를 김 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의 얼굴에 발라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정에 선 두 성(性)산업 종사자들의 재판 과정을 다룬다. 물론 넷플릭스 같은 대형 배급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북한의 미움을 사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해서 그린위치 엔터테인먼트가 배급에 나선다. 2107년 2월 13일 오전 9시쯤 콸라룸푸르 공항 출국장에서 벌어진 김정남 독살 사건을 다룬 잡지 GQ의 기사를 보고 더그 복 클라크를 접촉하면서 영화 작업이 시작됐다. 화이트는 2주 뒤 말레이시아로 날아간 것을 시작으로 2년 동안 한달에 한 번은 그곳에 가서 영화를 찍었다. 베트남 국적의 연예인 지망생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가 자신들의 맨손에 치명적인 크림을 묻혀 차례로 김정남의 얼굴에 문지른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었다. 나중에 두 가지 크림은 각각 신경작용제 VX의 전구체로, 둘이 혼합되면 VX를 이루는 이원화 화학무기로 판명됐다. 김정남은 의식을 유지한 채로 고통을 호소하다가 곧 의무실에서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구급차 안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두 사람은 ‘몰래카메라’ 영상을 찍기 위해 크림을 발라야 한다는 말에 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으며 살인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게 사주를 한 사람들은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됐는데 모두 출국한 뒤였다. 재판의 관건은 두 사람이 훈련받은 살인자들이었는지, 아니면 북한 공작원들의 꼭두각시 배우였는지 규명하는 것이었다. 영화는 화질을 개선한 폐쇄회로(CC) 카메라 영상, 언론인과 변호인단 인터뷰 등으로 채워진다. 유죄가 입증되면 말레이시아 법원은 사형을 언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화이트가 맨처음 법정을 취재했을 때는 변호인단조차 재판은 해보나마나라고 여기는 분위기였지만 나중에 증거를 하나하나 모아가면서 화이트나 변호인단이나 두 여인이 무고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모두가 그들이 처형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서 우리는 처형되기 전 영화를 끝내야 한다고 생각해 편집실에서 밤을 지샜다. 처형 전날 밤에라도 개봉하면 정의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길 바라는 심정이었다. 해서 변호인단은 의뢰인들 목숨을 살려내려고 절박했다.”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북한 공작원으로 확인해준 7명 가운데 4명이 현장에서 두 여인과 접촉하는 것이 CCTV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그래픽 처리를 통해 이 암살극에 동원된 사람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간략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두 여성은 자국 정부가 개입할 때까지는 고립무원인 것처럼 보였다. 감독은 둘을 영원히 보지 못한 채 영화를 마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는데 그대로였다. 2년 동안 그는 법정의 먼발치에서 둘을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11일 갑자기 말레이시아 검찰이 공소를 취소해 시티는 풀려났고, 흐엉 역시 다음달 살인 혐의가 치상 혐의로 바뀌어 징역 3년 4개월형을 선고 받은 뒤 감경받은 데다 모범수로 지냈다며 석방돼 귀국했다. 이상한 일 투성이다. 두 사람을 사주한 리재남, 리지현, 홍송학, 오종길은 모두 달아났다. 딱 한 사람, 화학 전문가로 지목된 리정철(50)만 말레이시아 당국에 검거됐는데 일당에게 차량을 제공한 혐의만 입증됐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뒤 추방됐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누구 하나 응분의 대가를 치르지 않았고 김 위원장만 혜택을 고스란히 입었다. 영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 사건을 계기로 확실히 정권을 장악해가는 과정도 담는다. 화이트는 “형을 암살한 효과는 엄청났다. 백주 대낮에 국제공항에서 리얼리티쇼처럼 국적을 달리하며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암살자들을 지휘해 무람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 모두를 무서워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배급사를 찾는 과정도 가시밭길이었다. 몇달 전 훌루는 영화 배급 제의를 거절했다. 마그놀리아는 미국 아닌 나라들에서만 배급하겠다고 했다. 해서 대신 그린위치가 대안으로 선택받았다. “사람들이 위험한 영화라고 여겼다. 배급업자들과 언론 소유 대기업들은 소니 해킹 사건 이후 북한을 두려워했다. 전작 ‘키퍼스’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훨씬 지정학적인 범죄를 다뤄 흥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은 각오한 바였다고 했다. 그린위치는 12월 11일 하이브리드 배급을 통해 극장과 가상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하고 통상 5주쯤 걸리는 온라인 개봉을 앞당겨 애플, 판당고, 케이블, 아마존 등에 풀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화이트는 “내가 만든 영화 가운데 가장 재미가 없는 영화인데 북한 정권이 두려워 사람들이 보지 않으려 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이 최악일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달 22일 리정철이 중국에서 북한에 물자를 조달하는 활동을 하고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베이징의 한 노래방에서 그로 추정되는 남자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며 다시 눈길을 끌었다. 미국 법무부도 같은 달 11일 리와 그의 딸 리유경, 말레이시아 국적의 간치림 등 세 사람을 대북제재 위반과 금융사기,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출신의 후루카아 가쓰히사(古川勝久)는 “리씨가 해커로 보이는 인물과도 빈번히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유엔 등의) 제재를 뚫고 전개되는 ‘북한 비즈니스’의 주요 인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13명 죽었는데 택배업체들 반성도 대책도 없어” 규탄

    “13명 죽었는데 택배업체들 반성도 대책도 없어” 규탄

    택배 노동자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잇달아 과로사하는 가운데 택배회사들은 여전히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들과 노동계가 규탄 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서울·경기본부와 전국택배연대노조, 진보당은 24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 모여 “택배회사들이 노동자 과로사에 책임을 지고 장시간 노동을 개선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진택배는 (과로사의 원인인) 심야 배송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없이 면피용 사과문만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쿠팡 역시 고인이 ‘택배기사가 아니다’라는 말로 변명할 뿐 살인적인 노동시간과 열악한 근무환경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1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CJ대한통운 노동자가 6명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2일 택배 현장에 분류 지원 인력 4000명을 투입해 작업 시간을 줄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또 어떤 희생자가 나올지 알 수 없다”며 “(다른 택배사도) 분류작업에 별도 인력을 투입하고 택배기사 전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PC방 살인사건 알지?” 알바생에 흉기 휘두른 40대, 2심서 감형

    “PC방 살인사건 알지?” 알바생에 흉기 휘두른 40대, 2심서 감형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 등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4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양진수 배정현 부장판사)는 23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유모(40·남)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10년은 1심대로 유지됐다. 유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향해 흉기를 마구 휘두르다가 아르바이트생과 다른 손님에게 제압돼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범행 전날 밤 PC방에서 요금 문제를 놓고 아르바이트생과 다투고 행패를 부리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귀가했다. 그러나 앙심을 품고 아르바이트생을 해치기로 마음 먹고 다시 PC방을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범행 과정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향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알지?”라고 말하며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김성수(31)가 2018년 10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김성수는 이 사건으로 징역 30년형을 확정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씨의 범행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10년 전부터 뇌전증을 앓아 치료를 받아왔다”며 “피해가 비교적 가볍고 항소심에 이르러 피고인이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인격모독, 해경청장 사과하라”…피격 공무원 형 반박

    “인격모독, 해경청장 사과하라”…피격 공무원 형 반박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을 맞아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55)씨는 23일 해양경찰청의 중간 수사발표에 대한 반박문을 냈다. 그는 “해경은 마치 소설을 쓰듯이 추정해 (동생을) 마치 범죄자인 것처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부분에 대해선 심각한 인격모독에 해당하며 해경청장이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해경의 판단을 ‘추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선박의 가드레일이나 갑판 등은 늘 미끄러운 상태이고, 무궁화 10호(499t급)처럼 작은 선박은 파도에 늘 출렁거림이 있다”며 “휴대전화나 담배 등 개인 소지품이 몸에서 이탈할 때 본능적으로 잡으려는 행동 등을 배제하고 모든 상황을 추정으로만 단정 지은 것은 수사의 허점”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중요 증언과 선박 상황은 배제하고, 개인의 신상 공격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수사는 인격모독과 이중 살인 행위”라며 “정신적 공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또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무능한 해경이 수사하는 것보다는 검찰에 이첩해 수사해야 한다”며 “해경은 수사받아야 할 이해 충돌의 대상인 바, 즉각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해경은 전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씨의 동생 A씨가 최근 455일 동안 591차례 도박자금을 송금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실종자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4년간 매일 용돈 주고 잘 곳까지 내준 ‘은인’ 살해한 노숙인

    4년간 매일 용돈 주고 잘 곳까지 내준 ‘은인’ 살해한 노숙인

    노숙인에게 친절을 베풀던 노인이 있었다. 자신도 넉넉지 않은 사정인데도 친인척도 아닌 노숙인에게 매일 용돈을 챙겨줬을 뿐만 아니라 잘 곳까지 종종 내준 터였다. 4년 넘게 이어진 호의를 어느새 권리로 받아들였던 걸까. 지난해 9월, 노숙인은 노인을 폭행하고 살해했다. 그는 “무시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유 없는 살인’에 가깝다고 보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4년간 매일 용돈 주며 잘 곳까지 내준 피해자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0)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피해자 B(사망 당시 68세)씨는 부산의 한 옥탑방에서 거주하며 시장에서 꽃이나 화분을 파는 가난한 노점상이었다. 그는 건물 관리인으로도 일하는 등 성실하게 삶을 꾸려갔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B씨는 자신보다 어려운 노숙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었다. A씨도 B씨의 도움을 받는 노숙인 중 1명이었다. B씨는 2015년 겨울부터 A씨에게 매일 용돈 1만원을 줬고, 가끔 그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자신이 생활하는 방을 내주기도 했다. 건물관리 일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앙심 B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베푼 호의는 A씨에게 어느새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졌다. B씨가 다른 노숙인들에게도 호의를 베푸는 것도 탐탁지 않게 느껴졌다. A씨는 B씨가 맡고 있던 건물관리인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B씨가 이를 거절하자 A씨는 분노했다. A씨는 “무시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 A씨는 B씨의 옥탑방에 자주 들르던 다른 노숙인에게 “B씨가 형님을 다시는 안 보고 싶다고 한다. 찾아오는 것도 싫다고 하더라”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노숙인은 B씨의 옥탑방에서 짐을 챙겨 떠났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다. 다른 노숙인을 떠나게 할 목적이었다. 잔혹하게 살해…증거 은폐·현장 정리까지 B씨가 돌아오자 A씨는 말다툼을 벌였고 곧 주먹과 발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선풍기 전선으로 목을 졸랐고, 흉기로 손목을 긋는 등 잔혹하게 B씨를 살해했다. B씨가 숨진 뒤에도 A씨는 곧바로 떠나지 않고 현장에서 3~4시간 동안 머물며 증거를 은폐한 뒤 도주했다. 1심, ‘무시당해 앙심 품고 살인’ 징역 15년 선고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은 양형을 결정하는 데 있어 A씨의 살해 동기를 ‘보통동기’로 봤다. 법원은 살인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으로 범행 동기도 살피는데, ▲참작동기 살인은 4~6년(가중시 5~8년) ▲보통동기 살인은 10∼16년(가중시 1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비난동기 살인은 15∼20년(가중시 18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중대범죄 결합 살인 20년 이상 또는 무기(가중시 2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 23년 이상 또는 무기(가중시 무기 이상) 등이다. 보통동기 살인에는 ‘피해자로부터 인간적 무시나 멸시를 받았다고 생각하여 앙심을 품고 살인’이 포함된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무시받았다고 생각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보통동기 살인으로 판단했다. 징역 15년은 양형 기준상 권고형 범위 내에서 선고한 것이었다. 2심 “무시당했다? 석연찮다”…징역 18년 선고 그러나 2심의 판단은 1심과 다소 달랐다. 항소심(2심) 재판부 역시 A씨의 범행이 보통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양형에서는 1심보다 엄중하게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이 사건 범행을 ‘보통동기 살인’의 기본영역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적절한 판단”이라면서도 권고형의 상한을 벗어난 징역 18년을 선고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음에도 평소 주위 상인들이나 노숙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풀어왔고, A씨 역시 B씨로부터 용돈과 잠자리를 제공받는 등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A씨는 억지 요구를 거절한 것이 불만이었다거나,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B씨의 생명을 짓밟는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살인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에서 ‘별다른 이유 없는 무작위 살인 또는 이에 준하는 경우’를 ‘비난동기 살인’으로 규정해 ‘보통동기 살인’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는 근거는 피해자가 영문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하는 억울한 결과와 그 유족들이 겪어야 하는 황망한 상황을 초래한 위법성과 책임이 더 크다는 고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A씨의 범행을 ‘비난동기 살인’에 준해 처벌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형량이 너무 과하다’는 A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람을 살리는 문학… 박경리 선생의 가르침이 내 밑거름”

    “사람을 살리는 문학… 박경리 선생의 가르침이 내 밑거름”

    “박경리 선생님이 입버릇처럼 큰 작품 쓰라는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분량이 많은 작품으로만 생각했는데 ‘문신’을 쓰면서 인간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치열하게 다루는 작품으로 해석하게 됐습니다.” 22일 온라인으로 만난 노(老)작가가 말했다. 제10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윤흥길 작가다. 고 박경리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하는 세계적인 소설가에 시상하는 문학상에서 그는 제1회 고 최인훈 작가가 수상한 이래 9년 만에 뽑힌 한국인 작가다. 1971년 윤 작가가 ‘현대문학’에 발표한 단편 ‘황혼의 집’을 보고 거듭 칭찬한 이가 박경리 선생이다. 선생의 영향을 받아 쓴 작품이 수상작 중 하나인 장편소설 ‘문신’이다. 내년 봄 총 5권으로 완간되는 ‘문신’은 황국신민화 정책과 강제 징용이 한창이던 일제강점기 천석꾼 가족의 엇갈린 신념과 욕망을 그려 낸 작품이다. 작가가 ‘문신’을 쓰며 거듭 되새긴 것은 선생의 가르침인 ‘활인의 문학’이다. ‘너는 사람 죽이는 살인(殺人)의 문학을 하지 말고, 사람 살리는 활인(活人)의 문학을 하라’는 말이었다. “작중 인물을 맘대로 죽이고 살리는 소설을 쓰지 말라는 뜻으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살리는 문학이라는 것을.” ‘활인’의 요소로 ‘해학’을 꼽은 작가는 “해학으로써 악인의 성선(性善) 가능성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만의 해학은 ‘문신’에 구성진 남도가락과 함께 담뿍 담겨 있다. 심혈관 질환으로 습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그는 후배 문인들에게 체력을 기를 것을 특히 당부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후배에겐 “절대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하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 다소 어리둥절한 조언에 부연이 달리니 문호의 철학이 보인다. “집필 공간을 확보해야 좋은 작품을 많이 쓸 수 있어요. 낮 시간은 수많은 인류가 잘게 쪼개 쓰기 때문에 자기 몫이 작아요. 소수의 사람만이 활용하는 밤엔 집중이 굉장히 잘되거든요.” 모니터 너머로 작가는 신신당부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똑같이 나눔’ 이해 못하는 아이… 어른들에게 보내는 SOS 신호

    ‘똑같이 나눔’ 이해 못하는 아이… 어른들에게 보내는 SOS 신호

    ‘케이크 삼등분해 보라’ 문제 못푸는 소년원 아이들인지 능력 떨어져… 세상이 뒤틀려 보일 가능성도남의 말 듣거나 상황 파악 어려워 인간관계도 엉망 아이큐 70~84 ‘경계선 지능’ 학생 내버려 둬선 안돼 “자, 여기에 케이크가 있어요. 3명에게 똑같이 나눠 주려면 어떻게 잘라야 할까요?” 소년원의 한 소년은 위에서부터 두 줄을 그었고, 다른 소년은 반으로 가른 다음 나머지를 반으로 또 갈랐다. 똑같은 크기와 모양을 만들 거라는 예상을 벗어난 답. 아동정신과 의사 미야구치 코지는 이들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일본 오사카 공립 병원에서 일하던 그는 아동 상담과 치료뿐 아니라 살인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 감정도 맡았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병원을 나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의료 소년원으로 향했다. 그들을 관찰하면서 쓴 게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동그란 케이크를 삼등분해 보라’는 식의 간단한 문제를 냈는데, 대부분 풀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들의 인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탓이다. 예컨대 다소 복잡한 도형으로 심리 상태를 확인하는 레이복합도형검사를 시켜 보니, 다들 뒤틀린 그림을 그렸다. 이들에겐 세상 전체가 뒤틀려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였다. 보는 힘이 약하면 듣는 힘도 약하다. 남이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하거나 알아듣더라도 왜곡할 수 있다. 보고 듣는 기초적인 인지 기능이 부족하니 학교 수업도 제대로 따라갈 수 없다. 덧셈, 뺄셈은 물론이거니와 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도 못한다. 짧은 문장조차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남의 이야기를 알아듣거나 주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인간관계 역시 원만하지 않다. 일본에서는 현재 아이큐가 70 미만일 때 ‘지적 장애’라고 한다. 전체 인구의 2% 수준이다. 70~84는 ‘경계선 지능’으로 부르는데, 전체의 14%쯤이다. 일곱 명 가운데 한 명 정도로, 주로 초등학교 2학년 전후에 이런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지적 장애는 아니라서 일반 학생과 같은 교육을 받는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머리가 나쁜 아이’이자,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 괴팍한 아이’로 보이기도 한다. 칭찬을 해서 자존감을 높인다거나 야단을 쳐서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저자는 이들이 결국 학교와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나중엔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런 아이들이 우리에게 ‘SOS’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가 외면하는 것 아니냐고도 지적한다. 학습적인 면뿐 아니라 신체적·사회적인 면의 3가지 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인지 기능을 향상하는 훈련을 하루 5분이라도 매일 꾸준히 시키는 등 방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코로나19로 학생들의 등교가 미뤄지자 일각에서 학력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사회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더 커졌다.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최종 목표”라는 저자의 주장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케이크를 3등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내버려두는 교육이 아닌, 보듬고 함께 가는 교육을 고민할 때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단독] 20분간 1억 빼가는데… 노인이 믿을 건 ‘그놈 목소리’뿐이었다

    [단독] 20분간 1억 빼가는데… 노인이 믿을 건 ‘그놈 목소리’뿐이었다

    매년 7만명 넘는 피해자가 6000억원 이상을 뜯기는 보이스피싱은 좀처럼 줄지 않는 금융사기다. 주요 표적은 고령층이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노인을 상대로 투박한 수법을 쓰지만 생각보다 쉽게 걸려든다. 노인들은 왜 속을까. 서울신문은 노인 피해자의 심리를 역추적하고자 55건의 보이스피싱 범죄 판결문을 두고 프로파일링(범행 패턴 등을 분석해 범인과 피해자 심리를 알아보는 수사 기법)을 진행했다. 지난해 진주 아파트 살인·방화사건 피의자 안인득을 담당했던 방원우 경남경찰청 소속 범죄심리분석관, 보이스피싱범만 200여명 붙잡은 신동석 서울 서초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장의 도움으로 노인의 마음을 들여다봤다.“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하면서 제 이름과 딸 이름을 대더군요. 저와 딸 아이가 범죄에 연루됐다고 하니 겁이 났고, 순간 머리가 얼어버렸습니다.” 지난해 2월 보이스피싱으로 1억원을 날린 양모(65·여)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공포감이 온몸을 짓누른 1시간”이라고 했다. 양씨의 비극은 ‘[웹 발신]카드 이용 금액 400,000원’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곧장 발신자에게 전화했다. 카드사 직원이라고 속인 범인은 금감원 직원, 강남경찰서 수사관 등이 전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신분을 사칭한 일당이 차례로 전화 걸어와 “범죄조직에 명의를 빌려줘 생긴 일”이라며 본인정보 확인 차원에서 ‘핌비유’라는 앱을 깔라고 지시했다. 양씨는 “앱을 설치하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자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고, 신고 전화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약 20분간 계좌의 돈이 모두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양씨 같은 노인들의 공통 심리를 악용한다. ▲늘그막에 목돈을 날리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 ▲공공기관이 도와줄 것이라는 막연한 신뢰 ▲체면의식 ▲젊을 때 같지 않은 문제해결 능력과 의존성 ▲의지 대상의 부재 등이다.●‘나를 믿고 따르라’는 범인의 유혹… 뻔한 거짓말에 속다 범행의 첫 단계는 피해자가 범인을 믿게 만드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2018~2020년 노인 대상 보이스피싱 범죄 판결문 55건을 분석해보니 금감원·경찰·검찰·농협·우체국 등 기관을 사칭한 범행(89%)이 가장 많았다. 방 분석관은 “신상 정보가 유출됐을 것으로 의심하지 않은 노인들은 상대방이 툭툭 던지는 개인정보에 ‘이 사람이 나를 알고 있구나’라고 속단하게 된다”며 “점점 의심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노인의 믿음을 얻으면 범인들은 뻔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속인다. “명의가 도용돼 통장이 범죄에 사용됐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당신 통장의 돈이 위험하다”는 등의 거짓말에 적지 않은 노인이 속는다. 신 과장은 “고령 피해자 가운데 보이스피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며 “범인들은 당황하는 노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지금 전화를 끊으면 당신을 도와줄 수 없다’며 겁박한다”고 설명했다. 방 분석관은 “살면서 경찰이나 검찰의 전화를 받아 본 노인은 매우 적다”며 “경험의 부재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절망과 공포에 사로잡힌 노인이 의지할 곳은 전화기 속 ‘그놈 목소리’밖에 없다. 그렇게 인질이 된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노인들에게 “모든 통장의 돈을 인출해 집 안에 보관하라”고 지시한다. 노인들이 범인들의 요구에 응하게 되는 건 스스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범인들이 피해 고령자에 현금을 두라고 한 장소는 ‘냉장고’, ‘세탁기’, ‘김치냉장고’, ‘TV 장식장’, ‘현관문 뒤’ 등 집안 구석구석이었다. 집 내부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을 안심시키려는 수법이다. 하지만 판결문 분석 결과 경찰 조사 등을 핑계로 노인을 밖으로 유인하고서 집으로 침입해 숨겨둔 돈을 훔친 범행이 전체 사건의 59%나 됐다.●“어이없는 수법에 당했다고 치부해선 안돼” 노인들이 보이스피싱에 쉽게 노출되는 건 특유의 휴대전화 이용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앱 하나만 깔아도 보이스피싱 의심 번호를 가릴 수 있어 받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노인들은 모르는 번호도 쉽게 받는다. 또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 다른 정보통신(IT) 기기로도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젊은 세대와 달리 노인 중에는 휴대전화가 가족, 지인과 연결해주는 유일한 창구인 이들이 많다. 범인이 해킹앱을 설치해 휴대전화 기능을 망가뜨리면 노인은 고립되고, 홀로 상황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보이스피싱범들이 ‘절대 전화 끊지 마세요’라고 반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 분석관은 “문제해결 능력 저하로 의존성이 높아지지만, 자식이나 주변인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노년기의 심리적 특성은 금융범죄 피해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일반적인 관점으로만 판단해 ‘어이없는 수법에 당했다’고 치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기꾼의 손에 평생 모은 노후자금을 날린 노인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2018년부터 올 6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의 피해액(1조 289억원) 가운데 돌려받지 못한 돈은 전체의 70%(7176억원)에 달한다. 지난 4월 보이스피싱으로 8000만원을 날린 최모(69)씨는 “한동안 휴대전화를 아예 쳐다보지 못했다”며 “지금도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를 받지 않는다. ‘내가 바보라서 당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모든 사람들이 저를 손가락질하는 것 같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ikik@seoul.co.kr ■ 특별취재팀유대근·홍인기·나상현·윤연정 기자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금융사가 고령 고객에게 고금리 등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행위,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험·은행·증권사 등의 불완전 판매, 보이스피싱·유사수신 등 범죄, 유사투자자문사의 위법한 투자 자문 행위 등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고령층을 기만하는 각종 행위를 경험하셨거나 직간접적으로 목격하셨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70시간 ‘살인적인 격무’… 그는 끝내 퇴근하지 못했다

    70시간 ‘살인적인 격무’… 그는 끝내 퇴근하지 못했다

    과로에 시달리던 또 한 명의 택배 노동자가 지난 21일 눈을 감았다. 올 들어 13번째, 이번 달에만 4번째다. CJ대한통운 물류센터와 허브·서브터미널을 오가는 간선차량을 운전하던 노동자 A(39)씨는 숨지기 전 8일 동안 제대로 퇴근하지 못하고 하루 평균 21시간을 일터에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 50분쯤 CJ대한통운 경기 곤지암허브터미널 주차장 간이휴게실에서 쉬던 중 쓰러졌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1시간 뒤인 21일 오전 1시쯤 숨을 거뒀다. 대책위와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사망 직전까지 충분히 쉬지 못하고 살인적인 노동을 견뎌야 했다. 지난 12일 오후 4시에 출근한 A씨는 70시간 뒤인 15일 오후 2시에야 퇴근했다. 불과 2시간 후 다시 출근해 45시간 뒤인 17일 오후 1시에 집에 돌아갔다. A씨는 일요일인 18일 오후 2시에 출근해 22시간 일한 다음 19일 정오에 퇴근했다. 집에서 고작 5시간을 쉰 A씨는 같은 날 오후 5시 다시 터미널에 나왔고 숨지기 직전까지 31시간째 퇴근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대책위는 “고인은 주로 야간에 근무하며 배차명령이 떨어지면 쉬다가도 바로 출근해 운행해야 했다”면서 “물량 증가로 평소보다 근무시간이 50% 늘었다”고 밝혔다. 고인이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지만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고된 노동이라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숨진 A씨는 산업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CJ파주허브터미널과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대형 트럭으로 택배 물품을 운반했지만 협력업체와 개별 위·수탁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최근 일주일간 고인의 하루 평균 운행 시간은 4시간 정도로, 연속 근무를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고인은 평소 심장 비대증으로 치료를 받아 상대적으로 운행시간이 적은 근거리 노선에 배정됐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숨진 일용직 노동자 장덕준(27)씨는 숨지기 전 3개월 동안 무리한 야간근무를 계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날 대책위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를 방문해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앞서 쿠팡은 “고인은 지난 3개월 동안 평균 근무시간이 주 44시간이었고 분류 작업과 상관없는 비닐과 박스 등을 공급하는 지원 업무를 맡았다”며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지난 7월 이후 근무일지에 따르면 고인은 주 5~6일 야간근무를 했다”면서 “이를 주간근무로 환산하면 주 60시간 이상 근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고인이 근무하던 7층 작업장은 업무 강도가 높아 전임자들이 6개월을 버티지 못했고, 휴일도 불규칙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의 고시에 따르면 야간근무는 주간근무의 30%를 더해 업무시간을 계산한다. 교대근무나 불규칙한 휴일 등은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장씨의 아버지는 “아들은 집품(피커)과 입고부터 출고까지 지원하는 고된 업무를 맡아 하루에 5만보를 걸었다”면서 “2년 후 무기계약직 전환에 희망을 걸었지만 결국 남은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하태경 “해경의 북한 피격 공무원 월북 추정은 희생자 명예살인”(종합)

    하태경 “해경의 북한 피격 공무원 월북 추정은 희생자 명예살인”(종합)

    하태경, 해경의 월북 추정은 명예살인이자 황당무계 하태경 의원은 22일 북한 피격 공무원이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월북했을 것’이란 해경의 수사 발표에 대해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대통령은 희생자 아들에게 명예회복을 약속했는데, 해경은 명예살인을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의사 소견서 한장 없이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월북했을 것’이란 황당무계한 추정까지 내놓았다”고 이는 ‘명예살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경이 사망 공무원의 월북을 증명할 수 있는 직접 증거는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대신 도박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잠재적 월북자라는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또 해경은 사망 공무원이 이동휀다를 타고 간 것처럼 보인다고 했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로 21일 밤 어업지도선에 탑승해서 본 결과 이동휀다는 없어진 게 있으면 바로 확인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조 실패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성찰은 내팽개친 채, 희생자 명예살인에만 몰두하는 해경은 대한민국 경찰이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하 의원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47)씨의 위령제 등을 위해 유족인 형 이래진(55)씨와 함께 연평도를 방문했으며 A씨의 실족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사망 공무원 탑승 어업지도선서 실종 당시 현황 확인 이들은 A씨의 실종 한 달을 맞아 전날 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 무궁화15호 위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실종 당시 상황을 확인한 뒤 이날 인천항으로 돌아왔다. 무궁화15호는 A씨가 실종될 당시 타고 있었던 어업지도선이다. 유족 대표인 이씨는 “월북을 부유물이나 구명조끼를 입고 했다는데 고속단정이 배에 두 척이나 있다”며 “왜 멍청하게 힘들게 30시간을 헤엄쳐가겠나? 간단하게 고속단정 내리면 20~30분만에 편하게 간다. 그 다음에 배에다가 신분증도 놔뒀다”면서 동생의 월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바다는 변화무쌍해서 가드레일이나 선적 바닥이 상당히 미끄러워 조금만 잘못해도 실족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우리가 입증도 하고 확인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해수부 피격 공무원은 밤 12~새벽 4시에 당직 근무를 서고, 그 사이사이에 배 전체 순찰과 안전점검을 돈다”면서 “당직 근무서는 것과 동일한 당시 체험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12시에 당직 근무 서는 장소인 함교(브릿지)에서 쭉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당직근무자들 모두 슬리퍼가 아닌 안전화를 신고 있었으며, 희생자의 안전화가 없어졌는데도 슬리퍼가 남아있어 월북이라는 건 날조된 괴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에서 사라진 부유물은 없었으며 희생자가 잡고 있었던 부유물은 바다 위에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격당한 공무원이 승선했던 무궁화10호에서는 배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유물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배 밖에는 어망들을 연결할 때 쓰는 스티로폼으로 된 부이와 같은 부유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유족, “월북하려면 배에 있는 고속단정 이용가능…왜 30시간 헤엄치나” 하 의원은 “바다에서 눈으로도 확인했다”면서 “부이와 같은 부유물이 있을 수 있고 또 통나무같은 것들이 떠내려올 때도 있다”면서 부유물은 월북이 아니라 오히려 실족의 증거라고 부연했다. 그는 계획월북의 증거로 해경이 제시했던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도, 야간에 갑판 순찰하러 나올 때 파도가 세거나 바람이 세서 흔들리면 구명조끼를 입고 나오는 경우도 있어 월북의 증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선원들과 연평도 어민도 많이 만났는데 다들 하는 이야기가 ‘박태환, 조오련도 구명조끼 하나 입고 바닷물 뛰어들어서 월북하는 거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밤 12시 이후의 바다는 캄캄하고 얼음처럼 차가워서 그 물에서 20~30시간 걸릴지도 모르는 그 먼 여정을 위해서 뛰어내린다는 건 정상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북한과의 통신망이 한 번도 단절된 적이 없고, 어업지도선에서 북한 목소리가 여러 번 들려오는 것을 들었다며 우리 측이 북한에 의사전달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깜깜한 어두운 추운 바다에 기획된 월북을 시도했다고 이야기한 그 모든 근거들이 괴담”이라며 “괴담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내고 억울하게 죽은 분을 대한민국 정부가 명예살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해경이 피격 공무원 수사를 계속하는 것은 유족이 국민보호 의무를 게을리한 해경과 소송을 벌일 것이기 때문에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앞으로 해경에 인체모형을 이용한 표류예측 실험 결과와 무궁화10호에 저장된 해류분석정보, 부당통신대응통신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할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조주빈에 살인 의뢰’ 사회복무요원, 반성없이 “한국 뜰 것”

    ‘조주빈에 살인 의뢰’ 사회복무요원, 반성없이 “한국 뜰 것”

    검찰, 사회복무요원 강씨에 징역 15년 구형 ‘박사방’ 주범 조주빈(25)에 대해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한 가운데 조주빈에게 살인을 의뢰하고 피해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 강모(24)씨가 끝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이현우) 심리로 열린 조주빈 등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강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총 17회에 걸쳐 학창시절 담임교사 A씨를 협박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았던 강씨는 구청 근무 당시 A씨와 가족들의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한 뒤 조주빈에게 A씨의 딸을 살해해달라며 정보를 전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A씨와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조주빈에게 박사방 피해자 등에 대한 신상정보를 알려주는 등 성 착취물 제작·유포를 도운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A씨 협박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3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재판장은 “이런 반성문은 안 내는 게 낫겠다. 이게 무슨…”이라며 “나(강씨)는 고통받으면 그만이지만 범죄와 무관한 자신의 가족과 지인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등의 내용인데 원하는 바가 반성하는 태도를 재판부에 알려주려는 것이면 좀 더 생각하고 쓰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강씨는 이날 최후변론에서도 “저는 이 나라를 떠나서 다시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기 위해 총력 다할 것”이라며 “독재와 착취, 기만이 만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조주빈과 강씨 등 공범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26일 열린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윤흥길 “‘큰 작품’ 쓰라는 박경리 선생 말씀, 이제야 이해”

    윤흥길 “‘큰 작품’ 쓰라는 박경리 선생 말씀, 이제야 이해”

    “박경리 선생님이 입버릇처럼 큰 작품 쓰라는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분량이 많은 작품으로만 생각했는데 ‘문신’을 쓰면서 인간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치열하게 다루는 작품으로 해석하게 됐습니다.” 22일 온라인으로 만난 노(老)작가가 말했다. 제10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윤흥길 작가다. 고 박경리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하는 세계적인 소설가에 시상하는 문학상에서 그는 제1회 고 최인훈 작가가 수상한 이래 9년 만에 뽑힌 한국인 작가다. 1971년 윤 작가가 ‘현대문학’에 발표한 단편 ‘황혼의 집’을 보고 거듭 칭찬한 이가 박경리 선생이다. 선생의 영향을 받아 쓴 작품이 수상작 중 하나인 장편소설 ‘문신’이다. 내년 봄 총 5권으로 완간되는 ‘문신’은 황국신민화 정책과 강제 징용이 한창이던 일제강점기 천석꾼 가족의 엇갈린 신념과 욕망을 그려 낸 작품이다. 작가가 ‘문신’을 쓰며 거듭 되새긴 것은 선생의 가르침인 ‘활인의 문학’이다. ‘너는 사람 죽이는 살인(殺人)의 문학을 하지 말고, 사람 살리는 활인(活人)의 문학을 하라’는 말이었다. “작중 인물을 맘대로 죽이고 살리는 소설을 쓰지 말라는 뜻으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살리는 문학이라는 것을.” ‘활인’의 요소로 ‘해학’을 꼽은 작가는 “해학으로써 악인의 성선(性善) 가능성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만의 해학은 ‘문신’에 구성진 남도가락과 함께 담뿍 담겨 있다. 심혈관 질환으로 습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그는 후배 문인들에게 체력을 기를 것을 특히 당부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후배에겐 “절대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하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 다소 어리둥절한 조언에 부연이 달리니 문호의 철학이 보인다. “집필 공간을 확보해야 좋은 작품을 많이 쓸 수 있어요. 낮 시간은 수많은 인류가 잘게 쪼개 쓰기 때문에 자기 몫이 작아요. 소수의 사람만이 활용하는 밤엔 집중이 굉장히 잘되거든요.” 모니터 너머로 작가는 신신당부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7개월 딸 방치살해 부부 파기환송…판례 변경에 형량 높아질 듯

    7개월 딸 방치살해 부부 파기환송…판례 변경에 형량 높아질 듯

    1심에서 소년법에 따라 상·하한을 정한 형(부정기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성인이 된 경우, 장기형과 단기형의 중간형을 기준으로 양형을 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항소가 없으면 1심의 하한형 이상을 선고할 수 없다고 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2일 살인,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22)와 B씨(19·여) 부부에게 각 징역 10년,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이지, 어떠한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부정기형이 선고된 경우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장기형과 단기형의 중앙인 중간형을 기준으로 삼는 게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항소심은 피고인만 항소한 상태에서 B씨가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단기형인 7년을 초과 선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며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할 기준은 장기 15년과 단기 7년의 중간인 징역 11년이 되어야 한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26일부터 31일까지 인천 부평구 자택에서 생후 7개월 C양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1심 재판 당시 미성년자였던 B씨는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성년이 됐지만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소년법에 따른 장기·단기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2심 법원은 2심에 와서 성인이 된 피고인에게 소년법을 적용해 기간을 특정하지 않는 ‘부정기형’을 선고해서는 안되고,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1심이 선고한 단기형을 초과해서 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였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공범인 A씨도 징역 20년에서 10년으로 감형됐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연평도 방문 하태경 “북 피격 공무원 월북 근거 모두 괴담”

    연평도 방문 하태경 “북 피격 공무원 월북 근거 모두 괴담”

    유족 “왜 멍청하게 힘들게 30시간을 헤엄쳐가겠나?고속단정 내리면 20~30분만에 편하게 간다” 월북 일축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47)씨의 위령제 등을 위해 연평도를 방문했던 유족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A씨의 실족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22일 주장했다. A(47)씨 형 이래진(55)씨와 하 의원은 이날 인천시 중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한 뒤 브리핑을 열었다. 이들은 A씨의 실종 한 달을 맞아 전날 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 무궁화15호 위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실종 당시 상황을 확인한 뒤 이날 인천항으로 돌아왔다. 무궁화15호는 A씨가 실종될 당시 타고 있었던 어업지도선이다. 유족 대표인 이씨는 “월북을 부유물이나 구명조끼를 입고 했다는데 고속단정이 배에 두 척이나 있다”며 “왜 멍청하게 힘들게 30시간을 헤엄쳐가겠나? 간단하게 고속단정 내리면 20~30분만에 편하게 간다. 그 다음에 배에다가 신분증도 놔뒀다”면서 동생의 월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바다는 변화무쌍해서 가드레일이나 선적 바닥이 상당히 미끄러워 조금만 잘못해도 실족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우리가 입증도 하고 확인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해수부 피격 공무원은 밤 12~새벽 4시에 당직 근무를 서고, 그 사이사이에 배 전체 순찰과 안전점검을 돈다”면서 “당직 근무서는 것과 동일한 당시 체험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12시에 당직 근무 서는 장소인 함교(브릿지)에서 쭉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당직근무자들 모두 슬리퍼가 아닌 안전화를 신고 있었으며, 희생자의 안전화가 없어졌는데도 슬리퍼가 남아있어 월북이라는 건 날조된 괴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에서 사라진 부유물은 없었으며 희생자가 잡고 있었던 부유물은 바다 위에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격당한 공무원이 승선했던 무궁화10호에서는 배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유물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배 밖에는 어망들을 연결할 때 쓰는 스티로폼으로 된 부이와 같은 부유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바다에서 눈으로도 확인했다”면서 “부이와 같은 부유물이 있을 수 있고 또 통나무같은 것들이 떠내려올 때도 있다”면서 부유물은 월북이 아니라 오히려 실족의 증거라고 부연했다. 하태경 “깜깜한 어두운 추운 바다서 기획 월북 시도는 괴담”“괴담으로 억울하게 죽은 분을 대한민국 정부가 명예살인” 그는 계획월북의 증거로 해경이 제시했던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도, 야간에 갑판 순찰하러 나올 때 파도가 세거나 바람이 세서 흔들리면 구명조끼를 입고 나오는 경우도 있어 월북의 증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선원들과 연평도 어민도 많이 만났는데 다들 하는 이야기가 ‘박태환, 조오련도 구명조끼 하나 입고 바닷물 뛰어들어서 월북하는 거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밤 12시 이후의 바다는 캄캄하고 얼음처럼 차가워서 그 물에서 20~30시간 걸릴지도 모르는 그 먼 여정을 위해서 뛰어내린다는 건 정상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북한과의 통신망이 한 번도 단절된 적이 없고, 어업지도선에서 북한 목소리가 여러 번 들려오는 것을 들었다며 우리 측이 북한에 의사전달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깜깜한 어두운 추운 바다에 기획된 월북을 시도했다고 이야기한 그 모든 근거들이 괴담”이라며 “괴담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내고 억울하게 죽은 분을 대한민국 정부가 명예살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해경이 피격 공무원 수사를 계속하는 것은 유족이 국민보호 의무를 게을리한 해경과 소송을 벌일 것이기 때문에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앞으로 해경에 인체모형을 이용한 표류예측 실험 결과와 무궁화10호에 저장된 해류분석정보, 부당통신대응통신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할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아내 살해’ 김포시의회 의장 징역 7년 확정…‘상해치사’ 적용

    ‘아내 살해’ 김포시의회 의장 징역 7년 확정…‘상해치사’ 적용

    “아내 살해할 의도로 보기 어렵다” 살인 혐의 제외아내를 골프채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아내를 살해할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만 인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유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유씨는 지난해 5월 15일 김포시 자택에서 술에 취해 아내를 골프채와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범행 뒤 119구조대에 “아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신고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아내의 불륜을 2차례 용서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했지만, 다시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1심은 유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건장한 체격의 유 전 의장이 피해자를 세게 때리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범행에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유씨가 아내를 살해하겠다는 의도를 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술을 마신 아내가 자해하는 것을 말리려다가 몸싸움이 시작됐다는 유씨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범행 도구로 지목된 골프채와 관련해서는 검시 결과를 토대로 유씨가 헤드 부분을 잡고 막대기 부분으로 아내의 하체를 가격한 것으로 판단했다. 헤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내를 살해할 목적으로 골프채를 사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유씨에게 살인 혐의를 인정해야 한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재난의 불평등으로 사회적 고립… 1대1 지원 통해 비극 막아야”

    “재난의 불평등으로 사회적 고립… 1대1 지원 통해 비극 막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재난의 불평등’을 언급했다. 재난 피해의 크기가 재난의 규모가 아닌 사회 구조와 빈부 격차, 부조리 등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장애인이나 취약한 분들에게 재난은 훨씬 가혹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좀더 세심해져야만 평등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이 지난 7일부터 ‘코로나 블랙-발달장애인 가족의 눈물’ 연재를 통해 4회에 걸쳐 돌아본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온몸으로 재난을 맞고 있다. 마지막 회에서는 발달장애인 정책 방향과 대안을 모색한다. 좌담에는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 재활의료 전문가인 정봉근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지석연 감각통합상담연구소장, 홍수희 광진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가나다순)이 참여했다. 안동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이 진행을 맡았다.-올 들어 발달장애인 추락사와 극단적 선택이 발생하는 원인은. 윤진철 사무처장 “코로나19로 발달장애인 가정의 사회적 배제와 고립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가족에게만 전가된 돌봄 부담이 만성으로 축적되다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전부터 발달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지속됐던 문제다.” 지석연 소장 “질병 장애가 생애 축적 스트레스를 만드는 ‘질병 소진’이란 개념을 적용하면 코로나19 이후 발달장애 자녀의 소진은 0.725점, 부모는 0.79점이 나왔다. 1에 가까울수록 자살 고위험군으로 본다. 발달장애 가족들이 긴급 상황에서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지도 몰라 막연한 상태로 삶을 놓는 것 같다. 위기 가정에 대한 응급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봉근 교수 “발달장애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은 변화가 갑자기 닥쳤을 때 탄력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적응하고 전환하는 과정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삶이 망가진 것이다.”-“나는 예비살인자입니다”라고 청와대에 청원했던 발달장애인 아버지 상태를 진단한다면. 정 교수 “내가 없으면 발달장애인 자녀가 힘들 테니 책임지고 생을 마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알린 사례다. 긴급한 관심의 호소로 정부가 답을 해야 한다.” 홍수희 센터장 “현재 발달장애인이 심각한 도전적 행동(발달장애인 본인이나 타인에게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는 행동)을 보일 때 정부의 치료나 가정 지원에 대한 지침이 없다. 부모 등 가족에 대한 심리 지원을 제공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 사무처장 “우리나라는 모든 복지가 ‘신청주의’다. 위기 상황에 처해도 본인이 서비스를 신청하고 바우처를 가지고 상담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그 정도 의지가 있으면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소진될 대로 소진된 부모에 대해서는 능동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오히려 코로나로 서비스 신청자가 줄자 예산들을 삭감하고 있다.” 지 소장 “위험 가정의 경우 전문가들이 최소 6개월 정도 모니터링했을 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었다. 장기간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감염병 위기의 장기화에 대비한 돌봄 부담을 덜 현실적 대안은. 윤 사무처장 “발달장애인 돌봄을 필수 대면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기관 중심의 집단 서비스는 감염 우려로 무너지기 쉽다. 긴급 돌봄을 진행해도 이용이 저조하다. 당장 소규모의 돌봄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홍 센터장 “현실적으로 1대1 지원이 쉽지 않지만 코로나19 상황에 한시적이라도 운용하면 부모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다. 개별 맞춤형 지원 서비스로 가려면 개인의 수요 파악이 우선 돼야 하는데 지금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인력 부족으로 볼 때 어렵다.” 정 교수 “톱다운 방식의 정부 대처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컨트롤타워에서 적절한 대처나 지시를 못 내리고 다른 곳에 집중한 사이 발달장애인 이용 시설과 서비스는 중단된 채 시간만 흘러갔다. 각 기관이 능동적으로 나서 각 가정을 모니터링하고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풀어 줬더라면 달랐을지 모른다.”-해외에서는 코로나19 유행에 발달장애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지 소장 “미국은 이미 3월부터 질병통제센터와 교육청이 발달장애 아이들마다 개별화 계획을 수립해 온라인 및 대면으로 기존에 받던 교육과 치료를 유지하도록 했다. 발달장애국은 가족에게 ‘마치 폭설이 왔다고 생각하고 대비하십시오’라며 ‘장기전이 될 테니 힘들 때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심리 안정을 위해 미리 준비하라’고 안내하고 지원했다.” 정 교수 “책임 의식도 다르다. 미국에선 서비스 제공 당사자가 능동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솔루션을 마련한다. 기관이 문을 닫으면 자택에 교구를 보내 주거나 방문해 돌봄 공백을 메운다. 우리는 경직된 방역 조치에 개별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공공서비스 제공 인력이 방역 활동에 동원되기도 했다.” 지 소장 “영국은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의 바깥 활동을 보장해 줬다. 무조건 가둬 놓지 않았다. 대만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대각선으로 앉는 방식 등으로 장애인 재활병동 운영을 지속하고 지역사회에서 1대1 대면 서비스를 이어 갔다. 우리도 재난을 통해 배울 차례다.”-우리 발달장애인의 자립 현실은 어떤가. 지 소장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은 너무 고립돼 살아간다. 장애인을 지원해 줘야 할 대상, 세금 먹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등한 구성원이 되려면 지역사회 서비스에 뚝심 있는 리더,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뒷받침해 주는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윤 사무처장 “발달장애인의 탈시설도 생각해 볼 문제다. 스웨덴은 시설폐쇄법을 시행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발달장애인들을 포용할지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했다. 우리는 이보다 시설 처리 위주로 ‘몇 년까지 몇 명을 탈시설시키겠다’는 계획만 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본인의 의사와 인권은 무시된다. 발달장애인의 원활한 사회 참여와 자립생활을 뒷받침할 전문가를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 홍 센터장 “발달장애인의 인권 증대나 권익 옹호를 위해서 주거, 안전한 일자리, 취미 생활과 유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과 서비스, 이를 돕는 코치 매니저 등 여러 여건이 융합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발달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와 배려가 각별한 시기다. 지 소장 “신체장애인에게 휠체어가 필요하듯 ‘발달장애인은 일반적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 줬으면 한다. 장애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일 뿐이다.” 정 교수 “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영화 ‘말아톤’(2005년)에서 그쳐선 안 된다. 개별 가족만이 아니라 국가적 문제라는 공통적 공감대가 국민적으로 형성돼야 한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돈 때문에”…구급차 막아선 택시기사 징역 2년(종합)

    “돈 때문에”…구급차 막아선 택시기사 징역 2년(종합)

    위급한 환자를 이송 중이던 구급차를 가로막아서 고의 사고를 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택시기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21일 특수폭행과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사기,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공갈미수 등 6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최모(3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년간 운전업에 종사하면서 고의 사고를 일으키거나 단순 접촉사고에 입·통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보험금과 합의금을 갈취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 6월 발생한 사고의 경우 피고인의 범행과 구급차 탑승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기소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양형에 참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최씨는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사설 구급차와 일부러 접촉사고를 낸 뒤 사고 처리부터 하라고 10여분간 요구했다. 구급차에는 폐암 4기 환자가 타고 있었다. 유족에 따르면 최씨가 낸 사고로 환자는 입원 기회를 놓쳐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으며 최씨는 같은 달 24일 구속됐다. 최씨는 2017년에도 용산구 이촌동 부근에서 한 사설 구급차를 고의로 들이받은 뒤 “응급환자도 없는데 사이렌을 켜고 운행했으니 50만원을 주지 않으면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또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전세버스와 법인택시, 트럭 등 여러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모두 6차례에 걸쳐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고, 이를 빌미로 총 2000여만원의 합의금과 치료비 등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환자의 유족이 최씨를 살인과 특수폭행치사 등 9가지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유족 측은 최씨의 고의적인 이송 방해로 환자가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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