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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후지와라 다쓰야 “또 악역…에너지를 주니깐 절로 끌렸죠”

    [인터뷰] 후지와라 다쓰야 “또 악역…에너지를 주니깐 절로 끌렸죠”

    “악인에 끌려요. 에너지를 주니까.” 후지와라 다쓰야(31)의 배역은 매번 강렬했다. 국내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배틀로얄’에서 그는 반 아이들을 모두 죽이고 살아남는 고등학생 나나하라 슈야 역할이었고, ‘데스노트’에서는 이름을 적어 넣으면 사람이 죽는 데스노트를 입수해 전 세계의 범죄자를 죽이는 야가미 라이토를 연기했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퍼레이드’에서는 연쇄 폭행범 이하라 나오키 역을 맡으며 마지막까지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 29일 개봉하는 ‘짚의 방패’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연기하는 기요마루 쿠니히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악으로 일관하는 연쇄 살인범이다. 후지와라에게 손녀를 잃은 재계의 거물이 기요마루에게 100억원을 내걸면서 전 국민이 그의 목숨을 노리게 된다. 26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후지와라는 기요마루를 두고 “이해하려 해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고 점점 더 멀어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인간 쓰레기’라는 말까지 듣는 인물인데, 약간 공감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던 캐릭터라고 할까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분명히 어린 시절에 생긴 어떤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강하고 악한 인물이 된 데는 역시 감독님의 영향이 가장 컸죠.” 지난 5월 제 6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화제를 모은 ‘짚의 방패’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했다. ‘오디션’ ‘착신아리’ 등으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른 그는 호러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품마다 거친 에너지를 쏟아냈다. 지난 22일 먼저 국내 개봉한 ‘악의 교전’에서는 연쇄 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뤘다. 후지와라는 “무엇보다 미이케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점에 끌렸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짚의 방패’는 기요마루를 축으로 악과 정의의 문제를 다룬다. 1조원 넘는 자산을 보유한 재계의 거물은 기요마루를 죽이려다 실패하기만 해도 10억원을 주겠다고 공표한다. 동료와 간호사, 심지어 경찰까지 기요마루의 잠재적 살인자가 된다. 경시청의 특수 요원 메카리(오사와 다카오)와 시라이와(마쓰시마 나나코)에게 기요마루를 경시청까지 호송하라는 임무가 떨어지면서 48시간의 호송 작전이 벌어진다. 메카리와 시라이와는 악인을 죽이려 달려드는 집단적 악인들 틈에서 악인을 보호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100억원이라는 큰 현상금은 물질 만능주의에 익숙해져 있는 이 시대의 인간을 더욱 나약하게 만들 수 있겠죠. 우리 사회에서는 정의란 무엇인지 종종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타인과 살아가는 게 역시 정의가 아닐까요. 메카리는 직업에 대한 신념이 강한 캐릭터죠. 기요마루조차도 메카리를 보고 ‘대단하다’고 여기는 면이 있어요.” 후지와라는 연기에 가장 몰입했던 장면으로 메카리와 기요마루가 처음 만나는 순간을 꼽았다. 동료에게 죽을 뻔하다 살아난 기요마루가 호송 작전을 설명하는 메카리에게 “당신들이 나를 지킬 수 있겠냐”고 묻는 장면이다. 기요마루의 질문은 정의의 한계를 시험하는 말로 들린다. 영화 속 악행을 거듭하며 악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고 있는 후지와라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살인자 역이 또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네 저요!’ 할 겁니다. 물어보자마자 ‘저요, 저요!’”(웃음)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후아유(tvN 밤 11시) 시온은 형준의 예전 사진을 보던 중 형준과 함께 있는 문식을 발견한다. 시온은 문식에게 6년 전 사건의 전말을 묻고, 건우는 자신이 존경하는 문식을 믿지 못한다며 시온과 말다툼을 벌인다. 한편 성찬이 준 영화 티켓으로 시온과 건우는 얼떨결에 극장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 사이 건우는 갈수록 시온에게 상사 이상의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와타나베의 건물탐방(홈스토리 밤 11시) 일본 도쿄의 요쿠라씨 집을 찾아간다. 깃발 모양의 독특한 집이라 자칫하면 폐쇄적인 공간이 될 수 있었지만, 이웃집과의 경계를 두지 않아 탁 트인 느낌을 준다. 방과 주방 등의 배치가 독특해 복도가 마치 골목 같은 느낌을 주는 집이다. 특히 방은 독립된 공간이면서 동시에 집안 곳곳의 장소와 연결돼 있다. ■팔로잉(OCN 밤 11시) 라이언은 납치된 아이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추적해 아지트를 급습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충격적 진실 앞에 당황스러워한다. 한편 살인마 조는 변호사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시작하고, FBI의 눈을 피해 자신의 전 부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라이언이 연쇄 살인범들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 사이 경찰과 FBI는 아지트를 포위한다. ■전현지의 게임의 법칙 시즌 2(J 골프 밤 9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최초의 여자 유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미정 교수가 출연한다. 그는 원심력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유도와 한쪽으로만 회전하는 골프 스윙 사이에 닮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김미정 교수는 숏 아이언이 당겨지는 습관 등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다. ■스칸디나비아:혹독한 시련(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1시) 스칸디나비아 북부의 외딴 지역에는 나무가 없는 광대한 황무지 북극 툰드라가 있다. 이곳은 1년 중 대부분의 기온이 영하를 맴돈다. 황량하고 사람이 살기 어려운 이 땅에서는 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곳의 척박한 환경과 싸우며 온갖 역경을 이겨 내며 번성하는 커다란 생명체가 있는데…. ■윙스클럽:무한한 바다를 위한 싸움(니켈로디언 오후 1시) 트레사와 네레우스의 연락을 받고 바다로 간 윙스는 빛의 기둥을 포위한 돌연변이들과 싸운다. 마법의 돌 ‘바다의 숨결’로 무한한 바다의 셀키들을 한자리에 모은 트레사와 네레우스. 한편 윙스는 트리타누스와 아이시, 돌연변이에 맞서 싸우지만 역부족인 데다 심지어 트리타누스는 아이샤의 사이러닉스를 노리고 있다.
  • [케이블 하이라이트]

    ■후아유(tvN 밤 11시) 아버지인 명수의 영혼을 봤다는 시온의 말을 믿지 않던 건우는 결국 시온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마지막 메시지를 듣게 된다. 그렇게 시온이 영혼을 본다는 사실을 믿게 된 건우와, 자신이 유실물 센터에 지원하며 겪었던 모든 일이 알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지는 시온에게 또 다른 알 수 없는 일이 닥친다. 한편 시온은 형준의 존재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팔로잉(OCN 밤 11시) 미국에 거주하는 300명의 연쇄살인범이 하나로 뭉쳤다. 에드거 앨런 포의 가면을 쓴 거리 공연가가 문학 비평가를 불태워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라이언은 살인마 조의 추종자들이 그를 대신해 복수하기로 작정했고, 보복대상 중 한 명이 자신임을 알게 된다. 한편 동양인 소녀를 인질로 붙잡은 살인마의 추종자들은 라이언을 압박한다. ■늑대소년(캐치온 밤 11시) 요양 차 가족들과 한적한 마을로 이사한 소녀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의문의 늑대소년을 발견한다. 야생의 눈빛으로 사람 같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소년에게 왠지 마음이 쓰이는 소녀는 소년에게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들을 하나씩 가르쳐준다. 소년은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어 준 소녀에게 애틋한 감정이 싹튼다. ■J 골프 스페셜-세계를 홀린 박인비의 도전(J 골프 오후 2시 30분) 골프선수 박인비는 2013년 올 시즌에 3승을 포함한 시즌 6승을 거두며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꿰찬다. 그녀는 ‘캘린더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역사적인 대업적을 위해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을 준비한다. 프로그램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박인비의 속내와 앞으로의 각오도 들어본다. ■생존을 위한 변화(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1시) 지구상에 이런 곳은 없다. 거북이가 뱀처럼 재빠르게 공격하고 작은 개구리가 커다란 타란툴라를 보호한다. 아름답지만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아마존은 생존에 계속 적응해야 하는 생명체들을 보호해준다. 이런 아마존이 요즘 위험에 처해 있다. 서식지의 변화와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빠른 환경 변화에 동물들은 어떻게 적응할까. ■쿵푸팬더-숨은 괴물 찾기(니켈로디언 오후 8시) 마스터 핑은 가게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목격한 괴물 칠린 얘기를 하지만 오히려 손님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화가 난 핑은 숲에 가서 괴물을 잡아오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한편 억지로 같이 가게 된 포 역시 자신의 아빠를 믿지 않자 이를 보고 핑을 안쓰럽게 여긴 칠린이 포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 [케이블 하이라이트]

    ■실전! 근접 전투 CQB(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0시) 냉전은 끝났지만 세계는 테러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근접 전투(CQB)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도시전과 근접 전투에 특화된 기술과 무기를 활용, 근접전에서 적을 물리치기 위해 군대와 경찰이 실전에서 활용하는 CQB의 3요소인 기습, 속도, 과감한 공격에 대해 알아본다. ■아이칼리(니켈로디언 밤 9시) 소년원에 복역 중이던 샘의 친구 데이나가 출소한다. 출소 기념으로 파티를 기획하고, 빈집에서 닥치는 대로 물건을 때려 부수는 박살 파티를 연다. 파티의 실상을 모르는 칼리는 샘도 없이 그 파티에 가고, 파티의 폭력적인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한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샘이 파티에 나타나 위험에 처한 칼리를 구해낸다. ■한니발(AXN 밤 9시) 애비게일이 깨어나면서 홉스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애비게일의 치료를 맞게 된 알라나는 애비게일을 홉스와 공범으로 보는 세상의 시선과 크로포드 국장의 의심으로부터 애비게일을 보호하려 애쓴다. 다정한 아빠가 순식간에 살인마로 돌변했다는 사실에 매일 악몽에 시달리던 애비게일은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문화갤러리 예감(국회방송 밤 8시 30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극으로 만든 연출가 성재준의 야심작,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여행 판타지 뮤지컬 ‘뮤직박스’를 소개한다. 또한 할리우드의 두 거장 감독 조지 루커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두 감독 사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파헤쳐본다. ■필 스펙터(스크린 밤 11시) 필 스펙터는 1960~70년 미국 음악계를 이끌던 인물 중 한명인 미국 음반 제작자다. 그는 전설적인 영국 그룹 비틀즈의 ‘렛잇비’를 비롯해 펑키록을 세상에 알린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미국 밴드 레이먼즈 등의 음반을 제작한 인물이다. 하지만 수많은 영광을 뒤로하고 스펙터는 2003년 여배우 라나 클락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날아라 호빵맨 극장판-호빵맨과 숲 속의 보물(애니맥스 오후 5시 30분) 숲에서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킨탄은 할아버지가 잼 아저씨한테 전해 달라고 한 숲의 보물을 전달하기 위해 세균맨, 짤랑이, 해골맨과 함께 길을 떠난다. 세균맨과 짤랑이는 보물을 빼앗으려고 계속 킨탄을 방해하지만 천하장사 킨탄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잼 아저씨의 빵 공장에 도착한다.
  • [케이블 하이라이트]

    ■크리미널 마인드 2(FOX 밤 12시) 10대 소녀를 감금한 살인마가 나타나고, 범인은 조각난 단서를 남기며 FBI 범죄 행동 분석반을 조정한다. 기디언은 각자에게 주어진 단서에 초점을 두지 말고, 다른 사건을 수사하듯 피해자 유형부터 프로파일링할 것을 팀원들에게 지시한다. 리드는 이 단서를 바탕으로 살인마가 말한 책이 무엇인지 밝혀내는데…. ■낚시왕 강바다(FTV 채널 밤 9시 15분) 서울 생활에 익숙한 강바다는 미니 자동차 트랙 하나 없는 시골 촌구석으로 이사 가기를 싫어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이사를 하게 된다. 한편 시골의 모든 것이 불만이었던 강바다는 물을 긷기 위해 찾아간 개울물에서 무언가 두려운 존재를 감지하고 두려워하지만, 그곳에서 미라클 짐을 만나 루어낚시를 처음으로 알게 된다. ■후아유(tvN 밤 11시) 은색 가방을 찾으러 온 남자. 가방을 건네주려던 시온은 심한 한기를 느끼고, 그 순간 떨고 있는 여자의 영혼과 마주하게 된다. 황급히 가방을 찾아 도망가듯 사라지는 남자를 보며 수상함을 느낀 건우. 그리고 여자의 영혼을 보며 의문을 품은 시온. 둘은 가방을 들고 사라진 남자를 쫓기 시작하고, 은색 가방을 둘러싼 두 번째 영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상한 쇼(SBS MTV 오후 5시) 디저트가 점점 보편화되는 추세인 요즘, 그 종류도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그렇다면 20대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과연 무엇일까. 가로수길에서 20대 여성에게 물었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지고 행복해지는 디저트. 폭로와 트집이 난무하는 수상한 식구들과 함께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아지게 하는 디저트의 세계로 초대한다. ■나치 비밀보고서(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0시) 히틀러의 엑스레이 사진, 건강검진 결과 등 진료 기록과 함께 발견된 그의 코카인 사용 기록을 찾는다. 1936년부터 그의 주치의였던 테오도르 모렐 박사는 히틀러의 곁에서 수상쩍은 진료를 하며 매일 최대 8가지 약을 처방해 줬는데, 그중에는 독성이 강한 스트리크닌도 포함돼 있었다. 과연 모렐 박사는 히틀러를 독살하려고 했던 것일까. ■포켓몬스터DP 3기(애니맥스 오후 3시) 지우와 친구들은 다음 포켓몬 콘테스트가 열리는 으름 마을로 향하는 배를 탄다. 배 안에서 팽도리와 피카츄가 놀고 있던 중 지우 일행이 잠시 눈을 뗀 사이에 배 안에 숨어 있던 로켓단에게 납치된다. 그런데 갑자기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로켓단은 피카츄와 팽도리를 놓쳐버린다. 한편 피카츄와 팽도리는 어느 무인도에 도착한다.
  • [케이블 하이라이트]

    ■후아유(tvN 밤 11시) 의문의 사건 발생 6년 후. 긴 시간의 뇌사 상태에서 눈을 뜬 시온은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특수수사과에서 유실물 센터로 옮겨 경찰로 복귀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형사과에서 온 차건우를 만난다. 유실물 센터에서 일을 하던 어느 날, 단오름이라는 영혼과 조우하게 된 시온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혼란스럽게 느껴지는데…. ■시카고 파이어(FOX 밤 10시) 화재 신고를 받고 교도소로 출동한 소방관들은 교도소가 정전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다. 죄수들은 긴급 상황을 틈타 교도관들을 위협하며 인질극을 벌이고, 허먼은 인질로 잡힌 상황에서 아내 신디의 출산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한편 도슨을 마주한 밀스는 케이시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정리했느냐고 묻는다. ■수상한 쇼(SBS MTV 오후 5시) 누구나 한 번쯤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불쾌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련한 시간, 강남역 개표구 앞에서 지하철 훈남에게 물었다. 지하철 진상녀 베스트 5.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비주얼 훈훈한 남자들의 솔직담백한 대답들을 들어 본다. 한편 KTX 기차역에서 이루어진 유쾌, 상쾌한 토크로 수상한 쇼의 두 번째 이야기를 함께한다. ■두 남자의 캠핑쿡(올리브 밤 9시) 캠핑과 동떨어져 보이는 서울 한복판 빌딩 옥상에서 소주가 들어가 더욱 맛있는 캠핑 요리를 소개한다. 국물 맛이 끝내주는 일본식 전골과 새콤달콤한 우메보시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 목살구이, 그리고 무더운 여름 몸보신을 책임지는 장어구이 레시피를 소개한다. 그리고 두 남자의 캠핑장을 찾아온 특별 손님을 맞이한다. ■이웃사람(캐치온 채널 밤 11시) 202호 소녀의 죽음. 열흘 간격으로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 범인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강산맨션의 이웃사람들은 공포에 떤다. 그러던 중 이웃사람들은 수십만원대의 수도세, 사건 발생일마다 배달시키는 피자, 시신이 담긴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사 간 102호 남자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살인마 또한 이웃사람들을 눈치채기 시작하는데…. ■날아라 호빵맨3(애니맥스 오후 5시) 마을에 아기 외계인이 갑자기 나타난다. 아기 외계인과 말이 통하지 않아 고민하던 중 베이비맨이 나타나 통역을 해준다. 아기 외계인은 우주선이 고장 나고 연료가 다 떨어져 불시착한 것이다. 세균맨은 연료를 구해주면 뭐든지 주겠다는 아기 외계인의 말을 듣고 아기 외계인을 납치한다. 한편 짤랑이는 카드를 써서 참새로 변신하려 한다.
  • [케이블 하이라이트]

    ■더 레이븐(캐치온 밤 11시) 천재 추리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그대로 모방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베테랑 살인전문 수사관 필즈는 포와 함께 살인범을 찾아 나선다. 그러던 중 살인마는 포의 연인 에밀리를 납치하고 그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자신이 주는 단서를 인용한 소설을 내일 아침 신문에 실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포의 소설 속 시체들을 단서로 도심 곳곳에 숨겨 둔다. ■그림형제 2(CGV 밤 11시) 형사 닉과 행크는 핼러윈에 일어난 아동 연쇄납치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이번 아동 납치 사건이 그림가의 책에 나오는 ‘우는 여인’이라는 전래동화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편 동화 속 괴물 베즌만을 골라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가 나타나고 닉은 이 증오 살인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계절의 식탁(올리브 밤 9시) 갓 수확을 마쳐 한여름, 절정을 이루는 우리 밀의 참맛을 소개한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밀 만두와 투박하지만 깊은 향을 가진 밀 칼국수부터 서양 요리와 우리 밀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는 다양한 밀 파스타와 햄버거, 그리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빵 레시피까지. 우리 밀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벼락 맞은 문방구(투니버스 밤 8시) 천둥초등학교에 서클활동이 있는 날 5학년 1반 교실에 야외활동반 5인방이 모였다. 얼짱소녀 다빈, 브레인 소년 승찬, 괴력소녀 인서, 소심한 한열이, 그리고 천둥초 최고의 개구쟁이 한별이까지. 야외에서 휴지를 줍는 봉사활동을 하던 아이들은 군것질을 하기 위해 학교 앞 슈퍼로 향한다. 그때 벼락이 문방구의 지붕을 강타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2(FOX 밤 11시) 오로라 덕분에 헨리를 만나 코라를 막을 방법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불타는 방 안에서 헨리를 만나던 중, 뮬란이 깨워서 일어난 오로라는 좀비를 피해 도망치다가 납치되고 만다. 한편 코라는 메리 마거릿과 엠마에게 오로라와 나침반을 교환하자고 제안하는 중 갑자기 나타난 후크가 오로라를 풀어 준다. ■네모바지 스폰지밥(니켈로디언 오후 5시) 뚱이와 스폰지밥이 부는 비눗방울 때문에 다람이네 연구소에 물이 차고, 다람이는 산소부족으로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이에 스폰지밥은 거대한 방울을 이용해서 육지의 산소를 다시 끌어들여 다람이를 구한다. 한편 목숨을 건진 다람이는 문제의 발단이 비눗방울이란 걸 알게 되고, 스폰지밥과 뚱이에게 비눗방울 금지 명령을 내린다.
  • [주말 영화]

    ■가케무샤(EBS 토요일 밤 11시) 16세기 중엽 일본의 전국시대. ‘가이의 호랑이’라 불리던 다케다 신겐은 견고하고 신중한 전략을 바탕으로 무적의 기마대를 앞세워 당대의 무장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덴쇼 원년 1573년, 50대에 접어든 신겐은 첫 상경전을 시도한다. 그는 오다 노부나가와 동맹을 맺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노다성을 궤멸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데 성공하지만, 어이없이 저격을 당해 치명상을 입는다. 죽음을 예견한 신겐은 자신의 죽음을 적어도 3년간은 비밀로 하고, 그 기간에 영토 방비에만 힘쓰고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그의 유언을 지키고자 측근들은 신겐의 가케무샤, 즉 ‘그림자 무사’를 내세우기로 한다. 좀도둑 출신의 사형수였던 가케무샤는 자신이 신겐의 대역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신겐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접한 후 신겐의 풍모는 물론 위엄까지 드러낼 정도로 변모한다. ■케빈 코스트너의 미스터 브룩스(OBS 일요일 밤 10시 15분)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둔 성공한 사업가 미스터 브룩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엄지 지문 외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예술적인 살인으로 유명한 연쇄살인마 섬 프린트다. 어느 날, 미스터 브룩스가 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 살인현장이 이웃에 사는 사진작가에게 목격되고 살인현장을 포착한 사진작가 스미스는 미스터 브룩스를 협박한다. 스미스가 살인현장을 목격했다는 단서를 발견한 강력계 베테랑 여형사 앳우드는 스미스를 미끼로 미스터 브룩스의 존재를 추적해 오고, 앳우드 형사와 미스터 브룩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게임이 시작된다. ■독립영화관-굿바이 홈런(KBS1 토요일 밤 1시 5분) 고교야구 경기장에는 프로구단 입단의 문턱 앞에 선 선수들의 사활을 건 승부와 관중석 사이에 앉아 있는 학부모, 몇몇 동료의 열띤 응원소리가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어느덧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인 이곳에서, 인생을 건 승부를 펼치는 선수들이 있다. 거듭된 패배 속에서 만년 꼴찌 타이틀을 거머쥔 원주고등학교 야구부. 한편 자조 섞인 푸념만 내뱉는 선수들의 의지를 고양시켜야 하는 감독과 코치 또한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렇게 좌절감과 패배의식에 휩싸인 원주고 야구부는 기적 같은 끝내기 홈런을 꿈꾸며 마지막 시합에 도전하는데….
  • [포토] ‘용인살인사건’ 심모군 차량에서 내리자 주민들 “살인마”

    [포토] ‘용인살인사건’ 심모군 차량에서 내리자 주민들 “살인마”

    세상을 들썩이게 한 ‘용인 살인사건’의 피의자 심모(19)군에 대한 현장검증이 12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모텔에서 실시됐다. 이날 현장검증이 실시된 모텔 일대에는 1시간 전부터 200여명의 주민과 취재진이 몰렸으며 피의자 심모 군이 경찰 호송차에서 내리자 비난과 욕설이 거세게 이어졌다. 지난 8일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 훼손 및 유기한 ‘용인살인사건’의 피의자 심모 군(19) 은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포토] 용인 엽기살인사건 현장검증… 주민들 일제히 “살인마” 비난

    [포토] 용인 엽기살인사건 현장검증… 주민들 일제히 “살인마” 비난

    세상을 들썩이게 한 ‘용인 살인사건’의 피의자 심모(19)군에 대한 현장검증이 12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모텔에서 실시됐다. 이날 현장검증이 실시된 모텔 일대에는 1시간 전부터 200여명의 주민과 취재진이 몰렸으며 피의자 심모 군이 경찰 호송차에서 내리자 비난과 욕설이 거세게 이어졌다. 지난 8일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 훼손 및 유기한 ‘용인살인사건’의 피의자 심모 군(19) 은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최광숙의 시시콜콜] 촌철살인도 살인이다

    [최광숙의 시시콜콜] 촌철살인도 살인이다

    최근 소설가 고(故) 박완서의 신간 ‘그리움을 위하여’를 읽었다. 작가가 2011년 세상을 떠나기 전 썼던 단편소설을 엮은 책이다. 선생의 맏딸 호원숙씨는 ‘작가의 말을 대신하여’라는 서문에서 “어머니의 단편 하나하나는 그 시대의 촌철살인(寸鐵殺人)이었다”고 썼다. 그러나 정작 작가는 말로 정곡을 찌른다는 촌철살인마저 경계한 것 같다. 작가가 돌아가시기 전 딸과 나눈 대화가 그렇다. 평소 작가는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말수가 적었지만 한마디 말을 던지면 그게 촌철살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작가는 딸에게 “촌철살인도 살인이잖니? 하면 안 되는 건데…”라고 하셨단다. 평생 언어 조탁(彫琢)을 업으로 했던 노작가도 이렇듯 말을 조심했건만 요즘 세상은 너무나 말을 쉽게 많이 한다. TV에선 연예인들이 쉴새없이 수다를 떨고, 정치권은 현란하지만 실속 없는 말싸움으로 국민들을 피곤하게 한다. 보통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 것도 모자라 휴대전화를 부여잡고 통화하고,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문자를 보낸다. 이런 말들 가운데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따스함이 깃든 말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언어의 살인’도 난무한다. 이런 현상은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생기면서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남들과 소통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도구가 아닐까 여겨질 정도다. SNS는 자칫,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최근 축구선수 기성용 케이스다. 20대의 치기어린 말로 여기기에는 과하다 싶을 글들을 SNS에 올렸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결국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여야 했다. 우리 속담에 ‘세 치 혓바닥이 몸을 베는 칼’이라는 말이 있다. 혀는 그 길이가 세 치(약 10㎝)에 지나지 않지만, 이 혀를 잘못 놀려서 큰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 때 책 ‘태평어람’(太平御覽)에도 ‘병(病)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禍)는 입에서 나온다’고 적혀 있다. 이렇듯 입에서 내뱉어진 말들은 자칫 분란과 화(禍)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최근 53만 팔로어를 두고 힐링 전법사로 활동해 온 혜민스님이 트위터에 “너무 많은 말을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당분간 묵언(默言) 수행을 하며 부족한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한 것도 ‘말의 무서움’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해 초 세계 커뮤니케이션 데이를 맞아 교황 베네딕트 16세는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소통)으로 소란해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침묵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말은 많이 할 때보다 절제할 때 더 빛나는 법이다. 침묵은 또 다른 언어임을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다.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희대의 살인마 라미레즈 사망

    희대의 연쇄살인마 리처드 라미레즈가 림프종 합병증으로 53세 나이에 숨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은 198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샌프란시스코주 일대에서 여성과 노인을 상대로 살인, 강간 등 흉악 범죄를 저질러 사형선고를 받은 라미레즈가 수감 중 림프종을 앓다가 자연사했다고 보도했다. 라미레즈는 1984년부터 살인 13건, 성폭행 11건, 강도 14건, 살인미수 5건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 밤마다 창문을 통해 남의 집에 들어가 남성을 총으로 사살하고, 여성은 강간 후 살해해 ‘나이트 스토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또 그는 범행 뒤 시신이나 범행 장소에 악마 숭배를 상징하는 펜타그램을 그리고, 잔인한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전두환 어떻게 사나 보자” 5·18 단체 사저 진입 시도

    “전두환 어떻게 사나 보자” 5·18 단체 사저 진입 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 환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뒤 전 전 대통령의 사저에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광주진보연대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5·18 역사 왜곡저지 대책위원회 소속 등 시민 15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환수하라”고 촉구했다. 문경식 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어떻게 이 땅에 노동자와 농민,서민이 바로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나는 농민이다. 바쁜 시기임에도 역사를 바로 세우고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문 상임대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끝까지 추궁해서 부정축재한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면서 “전두환은 이 땅, 이 나라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는 사람이 어떻게 해외 골프여행을 다니겠나.”면서 “추징금 2000만원이 넘으면 아예 출국도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해외 골프여행을 외교관 여권으로 다녀올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전 전 대통령의)추징금 시효를 연장하는 일에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 후 “전두환이 어떻게 사는지 보자”며 전 전 대통령 사저에 진입을 시도했지만 미리 출동한 경찰 30개 중대 180여명에게 가로막혔다. 이들은 “경찰은 살인마를 보호하지 마라”, “얼굴 한 번 보자”고 외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항의를 대신했다. 또 전 전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5·18 학살 주범 전두환의 부패재산을 환수하라’는 문구가 적힌 패널에 불을 붙이고 발로 밟기도 했다. 김은규 광주진보연대 사무처장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이 곳까지 온 것”이라면서 “국회에서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되는 등 5·18 정신이 바로서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책위는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서 ‘5·18 역사 왜곡 규탄 집회’를 열고 “종편 방송의 도를 넘는 5·18 민주화운동 왜곡·폄훼는 국기문란 행위”라면서 “시청 거부를 비롯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 세종로 채널A와 TV조선 건물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영등포구 국가보훈처로 자리를 옮겨 보훈처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은 것에 항의하며 박승춘 처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보훈처가 왜 소모적인 논란을 부추기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최근 일련의 역사왜곡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는 등 보훈처는 자신의 직무를 망각한 채 방조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면서 박 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밀양 송전탑/박현갑 논설위원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죽은 남편의 고향에서 피아노 교습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신애(전도연)는 외아들을 유괴로 잃고 눈물로 지새운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신앙으로 이겨내고 범인도 용서하려고 꽃을 들고 교도소를 찾는다. 하지만 살인마는 이미 하나님한테 용서를 받았다며 웃는다. 그녀는 “내가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를 할 수 있느냐.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느냐”고 외친다. 신이 가해자와 한패라는 배신감에 절규하는 그녀를 종찬(송강호)은 말없이 지지하며 위로한다. 영화 ‘밀양’의 줄거리다. 2007년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밀양의 여인’ 전도연은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밀양을 세계에 알렸다. 밀양은 연극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올해로 13회째가 되는 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는 국내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로 자리잡았다. 남편의 외도, 자식의 죽음까지 감내해야 했던 어머니의 삶을 다룬 연극 ‘어머니’를 연기한 연극인 손숙도 밀양 여인이다. 밀양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랑이다. 밀양 부사의 딸 아랑이 어느 날 밤, 달 구경을 나갔다가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자에게 저항하다 흉기에 찔려 죽는다. 아버지는 딸이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우다 달아난 것으로 생각하고 자리를 물러난다. 그런데 이후 밀양에서는 신임 기관장이 부임 첫날 밤이면 의문의 시체로 발견돼 관료들이 임관을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이상사(李上舍)라는 기관장은 부임 첫날 밤에 나타난 아랑의 원혼에게서 억울한 사연을 듣고 범인을 찾아내 처형하고 아랑의 주검을 수습해 위로한다. 이후로는 원혼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여인의 지조와 정절의 표상인 아랑낭자 설화의 줄거리다. 정선·진도 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의 하나로 꼽히는 밀양아리랑도 이 아랑설화에서 비롯됐다. ‘빽빽할 밀(密), 볕 양(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밀양은 여름이면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5월 밀양은 이미 뜨거운 ‘전쟁터’다. 송전탑을 세우려는 한전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의 갈등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마을 입구와 논, 밭, 뒷산을 가로지를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려고 할머니들은 상의를 벗어젖혔다. 알몸 시위다. 이를 막아야 할 권력의 방패들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도, 손주뻘인 경찰도 모두 피해자다. 아랑의 원혼을 이상사가 풀어주듯, 종찬이 신애를 묵묵히 바라보며 구원해 주듯, 지금 밀양에는 소통이라는 은밀한 햇살이 필요하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무대에서 만난 하루키

    무대에서 만난 하루키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최근 한 공개 인터뷰에서 “간신히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게 되면서 내놓은 작품이 ‘해변의 카프카’(2002)”라고 했다. 어린이의 끝이자 어른의 시작점, 가장 순수할 수도 또 가장 쉽게 ‘훼손’될 수도 있는 15살 소년의 여정을 그린 ‘해변의 카프카’에서 하루키는 자신의 키워드인 상처와 성장, 존재의 이유를 풀어냈다. 미국 극작가이자 연출가 프랭크 갈라티는 2008년 ‘해변의 카프카’를 연극으로 만들어 시카고 스테판울프 극장에서 초연했다. 지난해 일본 공연에서는 칸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2004)을 수상한 배우 야기라 유야(23)가 주연으로 열연해 호평을 받았다. 국내 초연에는 한국 연극계의 거장인 임영웅(77) 극단 산울림 대표가 예술감독을, 김미혜(65)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아버지에게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을 암시하는 예언을 듣고 자란 소년 다무라 카프카(이호협), 사고로 기억을 잃고 고양이와 대화하는 능력을 갖게 된 노인 나카타(이남희)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흘러간다. 카프카는 아버지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나카타는 고양이 살인마 조니 워커를 죽인 뒤 기묘한 힘에 이끌려 다카마쓰시로 향한다. 이 여정에서 코무라 기념 도서관의 신비로운 관장 사에키(강지원), 몸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정체성을 가진 오시마(김준호), 알로하 셔츠를 입은 트럭 운전사 호시노(윤정섭), 백발의 배불뚝이 호객꾼 커넬 샌더스(이인철)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펼친다. 극은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카프카와 나카타, 또 카프카와 사에키 등 관계의 퍼즐이다. 꿈과 현실, 환상과 실제를 오가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옳고 그름, 사랑, 상실, 치유 등 대사 하나하나에는 깊은 성찰을 녹였다. 다만 연극은 두 가지 고민을 안고 있을 듯하다. 원작을 잘 모르고 접한다면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환상적이고 흥미로운 원작을 보면서 자신만의 상상을 갖고 있었다면 그것을 현실화한 무대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할 수도 있겠다. 커다란 나무에 책꽂이를 달아놓은 듯한 배경과 잔뜩 찌푸린 하늘 같은 중간막, 이동무대를 활용해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무대가 돋보인다. 6월 16일까지. 3만~6만원. (02)764-100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새 정부 국정목표 ‘국민행복 여는 새시대’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취임식에서 ‘국민행복을 여는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목표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취임사 준비위원회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대신 1997년 정치에 입문하고서 16년 동안 메시지 업무를 담당해 온 정호성 보좌관이 중심이 돼 일부 전략기획통 인사들과 함께 취임사 초안을 만들고 있다. 취임사에서는 국민의 행복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겠다고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이명박 대통령은 ‘선진화 원년’이라는 국정 목표를 취임사에서 밝혔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17일 “박 당선인은 대선 때부터 국정운영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행복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안보’와 ‘경제’도 양대 화두로 제시될 예정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15일 취임준비위 회의에서 “경제나 안보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취임식을 시작으로 또 한 번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희망과 용기를 국민께 드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다시 두드러진 한반도 안보 위기를 해결하는 ‘안보 대통령’을 자임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겠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통령 취임식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사들이 초청됐다. 경기도 여주에 사는 하대경(73)씨를 비롯해 윤행자 한독간호협회장, 황춘자 재독대한간호사회장, 파독광부단체인 재독한인글뤽하우프 고창원 회장 등 파독 광부·간호사 40명이 초청받았다. 연쇄살인마 유영철에게 어머니와 부인, 4대 독자인 아들을 잃은 고정원(72)씨도 초청됐다. 2003년 10월 유영철은 고씨의 집에 들어가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다. 하지만 고씨는 재판부에 유영철을 용서한다며 “사형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의 후예인 한국계 도예가 심수관(87)씨도 초청받았다. 또 오스트리아에서 퓨전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비엔나 요리 여왕’으로 불리는 김소희(48) 요리사도 자리를 함께한다. 김씨는 지난해 한 케이블TV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잘난 사람이라는 생각 버리고 소신은 지켜야”

    “잘난 사람이라는 생각 버리고 소신은 지켜야”

    “법관은 잘난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세요. 겸손한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법관과 검사는 고위직에 있는 만큼 작은 실수에도 큰 질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낙마 여론으로 사법부 위기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65) 국무총리가 후배 법관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2013 소통과 리더십’ 행사에서다. 김 총리는 ‘막말 판사’, ‘기교 사법’ 등 사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후배들을 질타했다. 그는 “판사들이 어떻게 판결을 하길래 기교 사법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 증거와 이론을 갖다 대는 행태는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재판 당사자를 존중하는 언행과 경어 사용, 판결 이유에 대한 친절한 해석 등도 주문했다. 김 총리는 이날 이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김 총리는 “최근 고위 법관들의 청문회를 보면 과거의 판결문도 하나하나 전부 분석해 성향을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쪽저쪽에서 서로 다른 평가들을 내리니 법관들에게는 힘든 시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려워도 소신을 잃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법관도 사람인지라 사회적 압박에 의해, 또는 향후 자신의 판결이 시빗거리가 될 것을 두려워해 소신이 흔들릴까 가장 걱정된다”면서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법관으로서 당당하고 용기 있는 자세로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 행사는 법원 구성원과 시민들이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하고, 올해 소통업무 추진 계획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 마련됐다. 김 총리 외에 성낙송 서울중앙지법원장 권한대행, 노태악 형사수석부장판사, 이정향 영화감독, 시민사법위원회 위원 등이 함께했다. 지난해에도 법원의 소통 관련 행사에 참석했던 이 감독은 ‘수원 살인마’ 오원춘 판결, 중곡동 주부살해 사건 판결 등을 예로 들며 국민 법감정과 괴리된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노태악 부장판사는 “법관들도 국민과의 소통을 본연의 공적 임무로 인식하고 시민들의 ‘선한 이웃’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1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 이집트의 영조(靈鳥) 피닉스는 수명이 다하면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태양의 신전으로 날아가 스스로 불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피닉스는, 이윽고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이 영조는 불사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보르헤스는 불 속에서 파괴되며 재생하는 이 영원한 순환을 묘사한 적이 있다. ‘원형의 폐허들’의 주인공은 ‘불의 신전’에서 한 소년을 만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소년의 폐동맥과 심장, 뼈대, 눈꺼풀, 셀 수 없이 많은 머리카락 등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생생하게 떠올렸다. 정교한 상상 속에서, 소년은 마침내 실체가 되어 현신했다. 그런데 이 창조자는 소년이 언젠가 자신이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라 걱정했다. 불의 신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결국 불이 될 것이다. 환영은 불에 탈 리가 없으므로, 언젠가 소년은 불에 닿았을 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고민으로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노심초사하다가 불타는 신전으로 뛰어들었다. 이 기나긴 고민을 끝내줄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러나 불타는 폐허 안에서, 그는 자신이 불에 타지 않음을, 그러니까 자신도 누군가의 환영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소년 또한 먼 훗날 환영을 만들 것이다. 이 과정은 영원히 반복 되리라…. 피닉스와 보르헤스의 환영은 모두 반복을 통해 영원을 성취한다. 그것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직선이 아니라, 영구히 되돌아오는 원환이다. 그러니까 끝이 무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반복이다. 끝에 도달했을 때, 모든 것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끝과 무한(無限). 최근 소설쓰기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일련의 메타픽션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는 참으로 이렇다. 한유주는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베끼고 또 베낀다”(한유주, ‘농담’,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30쪽)고 말한다. 이때 새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된다. 대홍수가 인간의 문명을 송두리째 박살낸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창작의 가능성은 이 세상과 함께 종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한유주는 끈질기게 자신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한유주는 자기 글쓰기의 한 조건으로 ‘이야기의 끝’을 상정하고 있다. 이미 “이야기는 오래전에 모두 매진되” (한유주, ‘죽음의 푸가’, “달로”, 문학과지성사, 2006, 48쪽)어서 그 어떤 처녀작도 새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제훈은 끝없는 이야기의 모델을 보여준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충만한 자유를 제공한다. ‘괴물을 위한 변명’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는 흡혈귀 전설을, ‘셜록 홈스의 숨겨진 사건’에서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솜씨 있게 패러디했던 그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 에도가와 란포, 오스카 와일드, 스티븐 킹, 로베르트 비네 등을 종횡무진 누빈다. 기성의 작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최제훈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유주에게 제약이었던 것이 그에게는 기회요,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최제훈은 바로 이러한 조건 아래서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82쪽)를 상상했다. 2 플롯 없는 소설들 왜 차라리 ‘소설의 끝’이 아니라 ‘이야기의 끝’인가.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에서 진실로 끝나버린 것은 바로 플롯이다. 바꿔 말해 시작과 끝을 유기적으로 형성하는 서사가 부재하고 있다. 한유주의 소설에서 내용이 짐작 가능한 이야기는 드물게 출현한다. 한유주의 소설은 대부분 그녀의 의식을 (불)투명하게 묘사하는 데 진력할 뿐이다.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그 진위는 참으로 모호하다. ‘흑백사진사’에서 ‘아이’는 유괴당한 지 일주일 만에 목이 졸려 살해됐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소설의 화자는 납치된 지 나흘 째 되는 날 풀려났고 중학생이 되어 사건을 회상하고 있다. 이 의도적인 교란은 화자의 모든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때 이야기는 진술들의 나열일 뿐이지 통일되고 연속적인 흐름을 형성하지 못한다. 심지어 한유주의 소설에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사건(event)도 없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사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유주는 어떤 행위를 묘사하거나 진술한 다음, 곧바로 그것을 부정한다. 누군가 담배를 피웠는데 “연기는 나지” 않고 “재는 떨어지지”(한유주, ‘재의 수요일’,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208쪽) 않는다는 식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소설 속의 내용이 사실 허구(虛構)라는 점을 계속해서 인식시킨다. 이것은 부정문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허구0’에서 한유주 본인으로 짐작되는 화자는 현재진행형 시제의 문장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 행동, 계획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허구0’이라는 제목은 이 모든 진술들이, 그러니까 가장 투명하게 작가의 머릿속을 베껴낸 이 문장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암시한다. ‘불가능한 동화’ 역시 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부정문, 혹은 명명(命名)을 통해 이루어졌던 일들이 이제 소설의 형식 자체를 통해 실천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우선 앞에서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소녀의 테러리즘을 다룬다. 이 소녀는 반 급우들의 일기에 “나도 죽여보고 싶다”, “바늘 끝은 뾰족하다”, “불은 뜨겁다” 따위의 문장들을 몰래 적어 넣었다. 선생님은 이 테러의 진의를 알 수 없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을 내지만, 이것이 왜 나쁜 행동인지는 좀처럼 설명할 수 없다. 이 교실에는 “없어진 것도, 사라진 것도 없”으므로. 그저 “의미도 불분명하고 출처도 없는 문장들이 있을 뿐”이므로(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문학과 사회” 2011년 겨울호, 165쪽) 이것은 타인의 문장에 가해진 목적이 불분명한 테러인 것이다. ‘불가능한 동화’는 이렇듯 모호한 폭력을 가한 소녀를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발아시킨다. 이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소녀의 정체는 미스터리이다. 그녀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없다. 한편 소녀는 미아라는 급우가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소녀는 미아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이제 우리는 미스터리의 해결(소녀는 누구인가)과 서스펜스의 지속(소녀는 잡힐 것인가)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유주는 어느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수업 도중 강의실 뒤편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크게 놀란다. 그 아이는 바로 ‘소녀’. 자기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을 끔찍한 모습으로 창조했는지 따져 묻는다. 이제 한유주는 앞선 이야기가 모두 허구였음을 고백하고, 허구란 대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유주 소설의 시그니처와 같은 부정문은 형식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녀는 말한 다음, 바로 부정한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제시한 다음 그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노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마치 만다라와 같은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모래를 뿌려 만들어지는 이 신성한 그림은, 완성과 동시에 물에 씻겨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유주가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회의 때문에 생겨났다. 그녀는 언어가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좀처럼 갖지 못한다. 이는 사전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K에게’에서 사전은 “모두 다섯 권이었지만, 첫 번째 사전부터 마지막 사전까지 합친 두께가 손바닥 한 뼘을 넘지 않”는 “무성의한 생일 선물”에 불과하다. 그것은 “조야한 방식으로 선별된 하나의 작은 세계”를 펼쳐 놓고, “수수께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낼 뿐 아무런 해답도 내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한유주는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은 틀린 것”이라고 진술한다(한유주, ‘K에게’,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72~73쪽). 사전이 결코 세계를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는 현실을 투명하게 재현할 수 없다. 플라톤이 말한 바와 같이 문학은 세계를 열등하게 모사한 것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문학에서 삶과 현실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유주는 자신의 글이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을 것이”(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19쪽)라고 선언한다. 언어는 그런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어는,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유주의 해답은 바로 메타픽션이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언어는 결코 현실을 적절히 재현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언어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에게 ‘이야기의 끝’이란 단순히 모든 이야기가 이미 쓰였다는 인식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가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때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도대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의심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한유주 소설의 특징은 좀처럼 요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오이디푸스왕’을 오이디푸스에게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라이오스왕의 죽음, 이오카스테와의 결혼, 모호하면서도 분명한 신탁…. 하지만 한유주의 소설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수고롭게 그러한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녀 소설의 특징은 하나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요약할 수 없다는 것은, 최제훈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최제훈이 한유주처럼 사건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최제훈의 소설에서 사건은 너무 많이 일어난다. 다만 그것들은 좀처럼 결말을 향해 회수되지 않는다.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장편소설’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은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네 편의 소설이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 나오는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의 인물들은 뒤의 세 작품 안에서 조금씩 설정과 역할을 달리하여 변주된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의 연우와 ‘π’의 M은 동일인물로 보인다. 연우와 M은 모두 번역가인데, 자기가 번역을 맡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꾼 일이 있다. 비중이 거의 없는 인물을 슬그머니 죽은 것으로 오역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우가 스페인어 번역가인 데 반하여 M은 일본어 소설을 번역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죽음을 맞는다. 연우가 눈이 오는 산장에 고립되어 수수께끼의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면, M은 소설을 쓰다가 탈진해 쓰러졌다.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는 탐욕스러운 셰헤라자드에게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58쪽). 한 편의 장편소설에서 인물이 복수(複數)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사실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소설은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고 어떠한 인간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죽음은 삶의 의미를 확정하는 사건이다. 발터 벤야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는데, “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삶의 의미는 오로지 그들의 죽음에 의해서만 비로소 해명될 수 있다.”(발터 벤야민, 반성완 편역, ‘얘기꾼과 소설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1983, 185쪽). 많은 소설들이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적과 흑”은 줄리앙 소렐의 죽음으로 끝나며, “레미제라블”은 장 발장의 죽음으로 끝나고, “보바리 부인”은 엠마 보바리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들의 죽음이 삶과 소설의 의미를 확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최제훈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여러 겹의 삶을 살아가고, 복수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은 삶이 아니라 차라리 연극이다. 예컨대 햄릿의 죽음은 연출가의 각색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 않는가. 이러한 최제훈 소설의 특징은 그가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에 의해 촉발되었다. 바로 패스티시다. 한유주 소설이 부정문의 특징을 형식적 차원에까지 확장한 결과라면, 최제훈은 패스티시의 가능성을 극단까지 활용하여 “일곱개의 고양이 눈”을 쓴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을 인용하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서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은 연쇄 살인범의 세계를 탐구하는 ‘실버 해머’라는 인터넷 동호회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어느 겨울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회장의 초대장을 받고 산장에 모였다. 그런데 정작 ‘악마’는 나타나지 않고, 회원들은 폭설로 고립된 산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살해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판사, 사업가,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열 명의 사람이 외딴섬에 모인다. 그들은 어느 사업가에게 초대 받았다. 그런데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초대장의 주인은 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의 노랫말에 맞추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한편 ‘쥐덫’에서도 사람들은 밀실에 갇혀 있다. 이들은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폭설이 내리는 산장에 고립된 것이다.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에서 ‘붉은 방 클럽’은 ‘실버 해머’처럼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취미에 빠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때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인용하고, 수정하는 가운데 쓰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여섯번째 꿈’은,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다른 소설을 재현하는 글쓰기이다. 소설의 인물이 두 개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제훈의 소설에는 이야기만 있을 뿐 그 이야기가 재현하는 인간의 삶이 없다. 그런 것은 도무지 중요하지가 않다. 이야기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물들이 선택되는 것이다. 이때 소설에서 인간적 삶의 내용은 사라지고 주인공은 그저 한 기능으로 퇴락한다. 그러니까 “돈키호테”에서 이 우스꽝스러운 기사는 다만 “무관한 일화와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것에 통일을 주기 위해”(프레드릭 제임슨, 윤지관 옮김, “언어의 감옥”, 까치, 1977, 61쪽) 고안되었다는 식이 된다.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 재료들의 짜깁기가 되는 것이다. 3 전문가로서의 작가 그래서 패스티시의 소설은 반인간적이다. 소설 속의 인간에게 고유한 삶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스티시는 소설 바깥의 인간에게서도 존엄성을 빼앗는다. 그러니까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서 창조주의 권위를 앗아간다. ‘π’에서 M은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소설가가 아니라 번역가이다. 즉, 그는 타인의 언어를 거쳐야 비로소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 존재이다. 이는 M이 결코 글쓰기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M은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밤마다 M에게 으스스한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M이 쓰고 있는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M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헤라자드이자, M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이기도 하다. 그런데 셰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 위해서, M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는 맵시벌의 다큐멘터리에서 우의적인 방식으로 설명된다. 맵시벌은 거미의 몸에 알을 깐다. 세월이 흘러 다 자란 “유충은 쓸모없어진 거미의 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 숙주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M은 “맵시벌 다큐멘터리를 전에도 본 것 같았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44쪽). 채널을 돌려도 화면에는 계속 맵시벌만 나타났다. 여기서 M은 사실 환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그의 배역은 다름 아닌 거미인데, 이야기가 완성되자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M의 운명은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고 지칭했던 현상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바르트가 주장한 바, 근대적 글쓰기는 “수많은 문화의 온상에서 온 인용들의 짜임”(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32쪽)이다. 이때 작가는 작품의 유일하고도 온전한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마치 신이 인간을 창조하듯이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는 다만 다른 소설을 베끼는 필경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의 죽음은 단지 M의 운명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문학론은 실제 ‘π’의,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작법(作法)을 통해 실현된다. ‘π’는 그 자체로 “인용들의 짜임”이다. 우선 우리는 “천일야화‘의 이야기꾼인 셰헤라자드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영향을 감지하게 된다. ‘π’의 액자 속 주인공 하루는 어느 터널에 49일이나 갇혀 있었고, 결국 미쳐버렸다. 그는 이제 정신병원에 있다. 그리고 정신병원의 의사, 간호사, 동료 환자들을 상상 속에서 변형시키며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로베르토 비네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란시스는 박람회에서 칼리가리 박사의 상자를 보게 된다. 그 상자에는 체사레라는 몽유병 환자가 누워 있다. 체사레는 프란시스의 약혼녀인 제인의 죽음을 예언하는데, 칼리가리 박사는 이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상의 이야기는 매우 기이하다. 비현실적이며 악몽을 닮아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프란시스가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는 정신병원의 원장이며, 체사레는 병원의 직원이다. 제인은 프란시스와 마찬가지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였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이들 인물을 변주하여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대중문화 안에서 여러 번 변주된 바 있다. 최근에는 리들리 스콧의 ‘토탈 리콜’(1990)이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1997),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마틴 스코세이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에서 활용되었다. 요컨대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최제훈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작가의 역할은 사실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작가는 이제 독창적인 트릭을 고안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트릭에 의존한다. 다만 그 트릭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붉은 방’을…. 이때 최제훈은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창조자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저자가 아니다. 자기 작품의 “유일하고 동일한 목소리”(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28쪽)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의 언어와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자기 작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돈키호테가 서로 다른 우스꽝스러운 사건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인 것처럼 그는 서로 다른 이야기의 묶음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이제 소설의 인물과 작가는 모두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제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마 창조는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노동일까? 그는 문화산업의 많은 ‘크리에이터’(creator)들이 하고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불가사리’(1962)가 ‘고질라’(1956)를 참조하고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지상 최후의 사나이’(1964)를 차용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다만 진귀한 구경거리(spectacle)를 생산하고 있는 것인가? 반쯤은 옳다. 그는 창조하기보다 생산한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만한 것이다. 아마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아버린 M의 모습은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어느 현대 노동자의 비유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지 않는가. 하지만 최제훈은 뒤샹이 예술가인 만큼은 예술가이다. 레디메이드를 활용하더라도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은 자유에 맡겨진다. 아무리 풍부한 재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그것에 형식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뉴욕의 어느 배관공이 ‘샘’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정말이지 없다. 뒤샹 스스로 인정했듯이, “당신의 가능성은 나의 가능성과 같지 않은 것이다”(“Your chance is not the same as my chance.” (Calvin Tomkins, The Bride and the Bachelors: Five Masters of the Avant-Garde, Penguin, 1968, p.33)). 여기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전문가(specialist)로서의 작가이다. 무엇인가 짜깁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재료를 많이 구비해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짜깁기의 예술은 풍성해질 수 있다. 이것은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최제훈은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노동자로 볼 수 없다. 자기가 조작하는 이야기의 관습을 썩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점을 좀처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한유주는 ‘저자의 죽음’을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적 조건으로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심지어 미리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적을 때도 그것은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유주는 “모든 사물들은, 혹은 모든 사물화 된 문장들은, 일종의 자연사 박물관에 귀속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에 따르면 도서관의 어느 서가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 일종의 “전시된 죽음들”이며, “검은 플라스틱판에, 흰 글씨로 이름을” 새겨 넣은 명패가 달린 박제이다(한유주, ‘자연사 박물관’,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87쪽). 한유주는 이러한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녀가 누구를 참조하고 있는지, 도대체 누구를 ‘베끼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예컨대 ‘허구0’이라는 제목은 “픽션들”이라고 하는 보르헤스의 단편집 표제를, 그리고 “얼음의 책”이라고 하는 표제는 ‘모래의 책’이라고 하는 보르헤스 단편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허구의 영점(零點)과 허구의 복수형은 분명한 대비를 형성한다. 거기에 만들어지자마자 모두 녹아 사라지는 얼음의 책과, 영원히 모래처럼 변화하며 두 번 다시 같은 페이지를 펼칠 수 없는 모래의 책은 모두 의미가 고정되지 않거나, 아예 사라지는 책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는 주의 깊게도 단서를 남겨놓지 않았다. 이것은 한유주 스스로 어떤 작품을 베끼고 있다고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인력이거나, 척력이거나’ 세 편의 작품을 통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상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것은 오히려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와 달라지려 하는 한유주의 부단한 노력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는 연극에 대해 논문을 쓰려는 한 사내가 어느 광인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 광인은 자신이 22년 전에 살해한 여성의 옷과 구두를 몸에 걸치고 있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이 짤막한 이야기의 틈을 헤집고 억지로 자신의 언어를 밀어 넣는다. 한유주는 이 사내와 광인을 각각 트리스탄과 햄릿이라 명명하고, 그들의 조우에 복잡한 운명을 부여한다. 그런데 아마 한유주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의 흔적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두 소설의 공통점이란 시간을 물어보는 행위, 다리 위에서의 대화 등 몇몇 지점에서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으로만 나타난다. 아무리 주의 깊은 독자라도 이 정도의 단서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흔적을 알아채는 것은 훨씬 어려워진다. 주인공 하령은 대재앙이 닥쳐 대륙의 절반이 물에 잠기고, 인구의 절반이 죽어버린 세계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녀는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껴서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를 쓰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베끼려고 하는 소설은 책장에 없거나, 아니면 물에 젖어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무엇인가 베끼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189쪽). 하령은 무엇인가 참조할 때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결말과는 다른” 페이지들을 마주하게 된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3쪽). 그래서 하령의 베끼기는 계속해서 원작과 달라진다. 이것은 굉장히 수고로운 작업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야기와 언어의 관습들을 익혀야 한다. 이미 모든 이야기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기록되었으므로, 잠깐의 방심은 ‘베끼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든 멜로디를 검토하는 작곡가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기존의 특허를 검토하는 기술자의 태도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자신의 노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한유주는 담담하게 토로하고 있는데, “언어는 진화하지 않고, 문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그저 베끼는 와중에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그것은 진화의 개념이 사라진 돌연변이와 같다. 대재앙 이후의 세계에서 호랑이는 아가미를 발달시켰다. 물에 잠긴 세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진화인가 퇴화인가” 말할 수 없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1쪽). 한유주의 소설 역시 ‘자연사 박물관’에 박제된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제시된다. 그녀의 ‘베끼기’가 박제를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문학을 ‘진보’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다만 돌연변이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그친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끝’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은 인류와 함께 절멸했다. 이 ‘끝’에서 문학은, 그리고 글쓰기는 과거의 박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창조의 엿새는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으므로. 4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이야기의 끝’이거나 ‘끝없는 이야기’이거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새로움’의 쇠퇴이다. 이제 작가는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만든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다만 기왕의 설계도를 다소 변형시키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유주와 최제훈의 작품이 새롭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타자의 언어를 베끼고 있음을 드러내지만, 그들의 작품은 전에 없이 독특하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에서도 한유주의 문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부정문을 사용하는 방식은 참으로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제훈은 기성의 관습들을 짜깁기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마치 괴물처럼 낯설다. 이것은 개인의 창조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들이 역설적인 방식으로 창조적이라는 아이러니와 무관하지 않다. 존 케이지는 문자 그대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4분33초’를 만들었으며, 앤디 워홀은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를 조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예술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새로운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파천황의 것이며 예술의 경계를 도전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움은 공허한 것이다. 마치 ‘4분33초’처럼 덧없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그 다음은? ‘4분33초’는 결코 녹음되거나 재연(再演)될 수 없다.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미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앤디 워홀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워홀의 유명한 병뚜껑, 혹은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이것이 어째서 예술인지 질문하고, 대체 예술이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새로움은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는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공허함을 다음과 같이 간파했다.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가루 신발’은 반 고흐의 신발이 가진 직접성을 전적으로 결여한 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정말이지 나는 그것이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말도 걸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프레드릭 제임슨, 강내희 옮김, ‘포스트모더니즘 ― 후기자본주의 문화논리’, 정정호·강내희 편, “포스트모더니즘론”, 문화과학사, 1989, 150쪽)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분명 새롭다. 그들은 우리에게 소설이란 무엇인지, 소설쓰기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설은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으며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19쪽)기 때문이다. 이때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모든 책무로부터 자유롭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한 형식이 된다. 즉, 자족적인 동시에 자기폐쇄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와 최제훈 소설의 공간들이 감옥을 닮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자연사 박물관은 모든 생명들이 박제되어 진열된 공간이며,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사람들은 온통 물에 잠겨버린 건물에서 고립되어 살아간다. ‘불가능한 동화’에서 선생님은 마치 취조실의 형사처럼 아이들을 겁주고 추궁한다. 최제훈을 살펴보면, M은 맵시벌의 둥지에 갇혔고, 하루는 동굴 속에 갇혔으며, 영수는 산장 안에 갇혔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액자 속의 미미는 스토커에게 납치당해 갇혔고, 액자 바깥의 ‘나’는 망막박리에 걸려 눈이 먼 채 병실에 갇혔다. 모두가 갇혀 있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메타픽션이며, 이들은 모두 알레고리 속의 인물이다. 이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은 사실 상징적인 방식으로 글쓰기 자체를 가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것은 바로 언어의 감옥이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글쓰기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타인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모든 발화가 랑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소설 역시 글쓰기의 관습이나 전통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흉내 내며 말을 배운다. 소설이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어디에 있는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은, 소설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폐쇄적인 형식이 된다는 뜻이다. 이때 언어는 자기를 가리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원한 동어반복과 다름없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며, 작가란 발언을 하는 사람(parleur)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요구하기 위해, 혹은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심지어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장 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8, 27쪽).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계를 향해 말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책무가 다만 다른 소설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되었을 때, 글쓰기는 베끼기가 된다. 이때 독서란 소설 안에 존재하는 다른 소설의 흔적을 찾는 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라는 것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 없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78쪽). 오직 언어로 이루어진 곳을 헤매는 것이 독서라면, 그것은 언어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를 유람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렇다면 언어의 감옥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지나야 그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그러니까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179쪽).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파우스트는 평생에 걸쳐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신학까지 열성을 다하여 연구”한 끝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탄식했다. 그가 마술의 세계에 몸을 맡기기로 결심했던 것은, 정통한 지식들이 세계에 대해 조금도 알려주지 않는 “부질없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31~33쪽). 그가 악마와 계약하여 처녀를 희롱하고, 신화 속의 전쟁에 뛰어들고, 바다를 메우는 개간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는 세계관을 거부하고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고 선언한 후였다. 가장 열심히 말의 세계를 믿었던 자가, 행동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아마 파우스트와 같은 모험이 필요할 것이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서재를 벗어나 시공을 뒤집는 모험에 나섰던 것처럼, 한유주와 최제훈도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라는 감옥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때 소설 역시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엄을 되찾을 것이다. ■당선소감 책은 끝없는 미로… 내 모든 단어 빚지고 있어 아직 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데 덜컥 당선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듬더듬 잘 모르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문득 어지럽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길은 앞이 명확했던 적이 없었다. 책을 한 권 읽으면, 세상은 그만큼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권의 책을 숙제로 남겼다. 그러니까 이 길은 목적지가 분명한 대로가 아니라,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미로이다. 이 미로를 열심히 헤매고 싶다.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다. 사실 나는 그들이 전해준 것을 비로소 적었을 뿐이다. 나는 모든 단어들을 빚지고 있다. 그래서 당선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수사가 아니다. 우선 나는 박광현 선생님에게 글쓰기의 모든 것을 배웠다. 내가 지키고 있는 규칙들은 전부 선생님에게 받은 것이다. 황종연 선생님은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셨다. 한만수 선생님은 어떻게 학문이 정의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셨다. 그리고 김춘식 선생님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배웠다.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책읽기의 즐거움’의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허병식 선생님, 복도훈 선생님, 서희원 선생님, 조형래 선배, 김민선, 박진솔, 임세화, 전호성, 한정현, 홍덕구 등 모두들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이들에게 동의하거나, 혹은 반박하면서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내 글을 가장 먼저, 그리고 아마도 가장 즐겁게 읽어준 경연에게 감사한다. 너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고집 센 아들의 선택을 지금까지 지지해주신 부모님께는 가장 큰 감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다. ●약력 ▲1983년생 ▲ 2002년 동국대 국문과 입학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 균형적 함의 도출 … 평론가로서의 앞날 기대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17편이었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이들 작품을 통독하고 그 가운데 최종 논의 대상으로 4편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를 정독한 후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당선작을 확정하였다. 심사기준으로는 응모 평론이 기본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잘 부각시키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에 두었으며, 글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비평적 견식을 담보할 수 있는 문장력도 면밀히 살펴보았다. 대체로 올해의 평론 응모작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성향에 있어서도 여전히 세부적 탐색과 분석에 치중하고 동시대 사회 속에서 해당 작품이 가진 의미를 구명하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평론이 단순하게 한 작품의 성과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배태하고 산출한 환경과 문학사적 친연성 등을 두루 고찰하고 있을 때 객관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터이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4편의 평론 가운데 이은이의 ‘희미해져가는 인간다움에 대하여’는 유연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이 뛰어났다. 하지만 보다 정치한 시각과 정론적 방식으로 대상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정영의 ‘비린내, 혼종의 정체성에 저항하는 존재성’은 후각적 관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규정하는 독창성이 참신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독창적 사유가 총괄적 해석력을 확보하는 데 미흡했고 비린내와 혼종성의 상관관계도, 좀 더 명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만영의 ‘유령의 서사, 열림의 정치’는 시종일관 무난하고 균형성 있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분석 대상이 된 두 작품의 저변을 보다 치열하게 드러내고 그 상관성에 대해서도 입체적 조명이 있었으면 하는 후감이 있었다. 당선작이 된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는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이 가진 문학적 함의를 비교적 정확하고 균형성 있게 도출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에 있어서도 폭넓은 공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평론가로서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분들께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다음 기회의 분발을 바라마지 않는다.
  • [영화프리뷰]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

    [영화프리뷰]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

    107년 역사를 뽐내는 월스트리트의 투자 은행에 대규모 정리해고가 시작된다. 위기 관리부서 책임자 에릭 데일(스탠리 투치) 역시 등 떠밀리듯 쫓겨나면서 “조심하게”라는 말과 함께 USB 하나를 부하직원 피터 설리반(재커리 퀸토)에게 건넨다. 그날 밤, 설리반은 호기심으로 데일의 파일을 검토하다가 놀란다. 회사의 돈줄인 주택저당증권(MBS)에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고, 부동산 가격이 25%가 하락하면 손실이 시가 총액을 넘어설 것이란 경고였다. 몇 시간 만에 존 털드(제레미 아이언스) 회장 등 수뇌부가 모여든다. 위기는 코앞에 닥쳤고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MBS의 부실을 먼저 감지했을 뿐, 어차피 시장도 알게 될 터. 털드 회장은 시장의 몰락 따윈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회사의 손실을 줄이려고만 한다. 영화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1월 3일 개봉)은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뜨린 2008년 9월 14일(미국시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모티브로 삼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으로 기록된 리먼 브러더스는 당시 자산 규모만 6390억 달러에 이르렀다. 영화는 금융 위기 하루 전 위기를 감지한 8명의 증권맨들이 보낸 24시간을 쫓아간다. 파생 상품 용어들을 몰라도 영화를 보는 데 어려움은 없다. 다만 간단히 짚고 넘어 가자면 MBS는 주택을 담보로 10년 이상의 장기 대출을 해준 저당채권 중 우량한 자산을 묶어 발행한 증권이다. MBS가 창출하는 돈의 흐름은 간단하다. 금융 기관은 주택 저당채권을 자산유동화중개회사(SPC)에 매도한다. SPC는 몇 개의 채권과 묶어 MBS를 발행해 금융기관에 되판다. 금융기관은 MBS를 이 기관 저 기관에 돌린다. 금융 회사는 수십년에 걸쳐 돌려받을 대출금을 일시에 받을 수 있다. 단, 주택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야 부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파생 금융상품이 실물경기 하락 시점에서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월스트리트는 2008년에 깨닫는다. 원작 소설을 쓰고 이 작품으로 데뷔한 J C 챈더의 각본과 연출은 발군이다. 월스트리트의 생리와 그 안에 기생하는 금융 기관 종사자의 탐욕과 위선을 발가벗긴다.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MBS의 폭탄세일을 반대하던 샘 로저스(케빈 스페이시)에게 털드 회장은 말한다. “위기는 반복되지만, 목적은 똑같다. 우리는 어쩔 수가 없다. 조절하고 멈추고 느려지게 하고 때론 슬그머니 바꾸는 것 뿐. 성공하면 돈을 벌고 잘못 짚으면 길 한쪽에 버려질 수도 있다.”고. 로저스는 대꾸한다. “납득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난 돈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영화의 결정적 장면이다. 촘촘한 각본에 어울리는 캐스팅이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케빈 스페이시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데미 무어와 스탠리 투치 등 중견 배우들과 폴 베타니, 재커리 퀸토(미드 ‘히어로즈’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사일러), 사이먼 베이커(‘멘털리스트’의 패트릭 제인)의 조합도 나쁘지 않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쌍둥이 자매 죽인 살인범과 결혼 ‘엽기女’ 논란

    숭고한 사랑인가 정신병자의 결정인가.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한 여자가 자신의 쌍둥이 자매를 죽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부모들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딸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결혼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22살 에딧 카사스(여)는 21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의 지방 산타 크루스에서 법정결혼식을 올린다. 예비신랑은 교도소에 살고 있는 남자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난리가 난 건 예비 신랑신부와 신부의 자매 사이에 얽혀 있는 사연 때문이다. 남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예비신부의 쌍둥이 자매와 사귀던 사이였다. 하지만 2010년 그는 살인마로 돌변, 애인을 죽였다. 그는 이후 경찰에 붙잡혀 공개구두재판을 받았다. 6월에는 그에게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피살된 여자의 쌍둥이 자매 에딧과 남자와 급속도로 가까워지더니 옥중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연히 부모의 반대가 심했지만 딸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가정법원에 신청을 내고 법정결혼식 날짜까지 받았다. 부모는 노발대발 펄쩍펄쩍 뛰고 있다. 부모는 “딸을 죽인 사람을 사위로 보라는 말인가.”라면서 “(범인과 결혼하겠다고 나선) 딸의 결정은 세상에 유례가 없는 어이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딧이 자신의 쌍둥이 자매를 비명에 보낸 남자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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