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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시사랑과 함께-월척 樂漁 웰빙 樂漁] 청양군 무한천 용당보 수초낚시

    [낚시사랑과 함께-월척 樂漁 웰빙 樂漁] 청양군 무한천 용당보 수초낚시

    청양군 무한천 용당보 수초낚시 오후로 접어드는 시간. 바람없는 햇살은 봄날처럼 따사롭기만 하다. 모처럼 아내(49)와 동행하여 충청남도 청양군 화성면에 위치한 무한천수로 용당윗보로 수초낚시 길을 나섰다. 용당윗보는 보령시와 청양군의 경계를 이루는 차령산맥 서쪽에서 발원, 청양군 화성면과 홍성군 장곡면을 거쳐 예당저수지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예산시를 지나 삽교천에 이르는 총길이 53㎞에 달하는 무한천 상류다. 일상에 밀려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 때, 가끔 짧은 낚시를 즐기기 위해 찾던 곳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마릿수는 떨어지지만 씨알좋은 당찬 돌붕어를 몇차례 만나기도 했다. 추위때문인지 물가 가장자리는 살얼음을 만들어 놓았고, 물색 또한 맑기만 하다. 그러나 수초 속을 공략하는 수초낚시를 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수로의 흐르는 물을 가두어 놓은 곳이 보인다. 이런 곳은 갈대나 부들 그리고 줄이 잘 발달되어 있기 마련이고, 수온이 조금 상승하는 시간대면 붕어의 입질을 어렵지 않게 받아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햇볕이 가장 좋은 오후시간이어서 그런지 수초가의 살얼음은 사라지고 있었다. 아내와 수초대 한 대씩을 들고 포인트로 다가가 살얼음이 녹아 없어진 부들속에 지렁이 미끼를 바늘에 달아 넣어 보았다. 보의 특성상 중앙부쪽으로는 물흐름이 있고, 수초대 형성도 안 되는 곳이 많다. 수심이 깊고 수온 상승 또한 어렵다. 자연적으로 물흐름이 없거나 적은 가장자리 쪽으로 수초형성이 잘되어 있으며, 수심 또한 낮아 수온 상승효과가 좋다. 물흐름이 있고 수심이 너무 깊은 곳은 피하여야 한다. 비교적 수온 상승 효과가 좋은 햇볕이 잘드는 수초속 낮은 수심이 최고의 포인트다. 수초중에도 열발생이 가장 많은 부들속이 대체적으로 좋다. 부들속이라도 물색이 탁하면 대가 서있는 곳, 즉 부들대가 꺾여져 어느 정도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 좋다. 수온이 낮거나 물색이 맑으면 부들대가 꺾여져 물속으로 가라앉은 부들잎 속의 빽빽한 곳이 좋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2시로 가고 있었다. 부들속에 세워놓은 찌를 바라보던 아내는 부드러운 햇살이 비춰주고 있었지만 가느다란 바람에 추위를 느끼는지 자동차에서 파커와 겨울모자를 꺼내와 완전 무장을 하며 “입질이 없지?” 하고 조금은 실망하는 기색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봐. 수온이 오르면 입질이 있을거야.” 수년간 아내와 함께한 낚시지만, 이럴 때는 미안한 마음이 살며시 찾아 오곤 한다. 잠시후 아내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리 깊지 않은 수초 속인데도 낚싯대를 세우지 못하고 쩔쩔 매고 있었다. 턱걸이 월척쯤 될 만한 붕어의 모습이 보인다. 아내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 나고 있었다. 여섯치와 일곱치 등 모두 4마리 붕어모습을 더 보며 짧은 오후 낚시지만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겨울을 보내며 해빙된 수로에서 즐기는 수초낚시는 짧은시간 낚시로 매력적이다. 얼음이 녹아든 수로나 자그마한 실개천가 수초 속에서 당찬 붕어의 손맛은 물론, 가족과 함께 이른 봄을 만나 보는 즐거움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글 김원기낚시사랑 취재팀 편집부장 studozoom@naver.com (무한천 용당보 가는길) 서해안 고속도로 당진나들목을 나와 예산과 예당저수지를 지나 광시면 소재지에서 보령 방향으로 약 10㎞ 직진하면 우측으로 약수휴게소가 나온다. 그곳에서 다리를 건너면 용당보이다. ■ 얼음낚시는 빙질이 약화되어 출조시 주의가 필요하다. 붕어물낚시는 영호남권과 충청권에서 부분적으로 시작됐다. 지금이 마릿수는 적지만 대물을 만날 수 있는 호기. 바다낚시는 고성·통영권에서 학꽁치와 볼락 등이 호황을 보이고 있다. 감성돔은 전체적으로 낱마리 조황이지만 대물 손맛을 볼 수 있는 시기다. 자세한 조황은 낚시사랑(fishnet.co.kr)참조. 지역별 출조기상도 #민물 수도권-오산 황구지천과 평택 백봉수로 대박조황. 강화 망월수로도 호조황. 충청권-아산지역은 빙질약화로 얼음낚시 전면금지. 온양 곡교천 7∼8치급 마릿수 조황. 영남권-합천호 밤낚시에 5∼10수. 호남권-해남 문내수로 월척 다수 배출. 고흥호 상류수로 5∼7치급 마릿수조황. #바다 강원권-거진항에서 이면수 호조황. 영남권-욕지도에서 감성돔 씨알 손맛. 고성, 통영 등은 학꽁치, 볼락 호조황. 부산권 선상낚시에서 열기 마릿수 조과. 호남권-여수일대 갯바위에서 감성돔 낱마리로 다소 부진.
  • 선자령·오대산 겨울 끝자락…

    선자령·오대산 겨울 끝자락…

    신(神)들의 정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눈가루 내려앉은 나뭇가지마다 영롱한 다이아몬드처럼 피어난 설화(雪花).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맞닿아 금방이라도 파란색으로 변할 것만 같은 눈부신 설원(雪原). 단순함과 여백의 미를 한껏 드러낸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겨울산을 떠도는 매 한마리는 화룡점정. 계절은 입춘을 지나 봄을 향해 가는데, 선자령(대관령 능선) 등 강원도 산간지역엔 아직도 겨울이 한창이다. 지난 7일 내린 폭설로 다시 절정을 맞고 있는 느낌이다. 회색빛 건물들 속에 갇혀 지내는 도시인들에게 순백의 설산(雪山)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 흰눈에 쌓인 채, 오는 봄을 마다하고 있는 강원 산간지역을 둘러보았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1 선자령 눈꽃 트레킹 한발짝 내디딜 때마다 뽀드득∼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눈알갱이. 적막한 설산속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더없이 정겹다.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간간이 내뱉는 소리는 추임새로 손색이 없다. 하늘에서 선녀가 가족까지 데리고 내려와 노닐고 갔다는 선자령.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르는 대관령의 능선상에 있는 봉우리다. 겨울철 대표적인 눈꽃 트레킹 코스로 많이 알려져 있다. 등산로가 완만해 초보자나 가족단위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선자령 정상은 해발 1157m로 무척 높은 편이다. 하지만 등산을 시작하는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40m이기 때문에, 실제 표고차는 317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도상거리는 약 6㎞가량.4시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하다. 산행코스는 대관령 북부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양떼목장을 지나 대관령 기상관측소 방향으로 30여분 정도 걷다보면 왼쪽에 이정표와 함께 선자령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오르는 편이 수월하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사성황당을 지나 산불감시탑까지 약 1.5㎞의 오르막코스가 다소 힘겨운 구간. 입에서 헉헉대는 소리와 함께 단내가 풍겨나온다. 머리에선 술·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절규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까지 별별 생각들이 떠오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산불감시탑 능선에 오르니 발아래로 눈덮인 대관령이 펼쳐져 있다. 그야말로 일망무제다. 더 멀리는 강릉시내와 동해의 쪽빛바다. 해무(海霧)가 낀 탓인지 다소 검푸레했지만, 가슴이 탁 트일만큼 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광이다. 능선 왼쪽으로는 삼양 대관령목장의 구릉지가 마치 여인의 가슴처럼 옹긋봉긋 솟아있다. 아늑(?)했던 숲길은 여기가 끝. 이곳부터 선자령 정상까지 평지처럼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지지만, 바람은 상상을 불허할 만큼 거세다. 관목이 드문드문 서있는 초원지대를 지날 때, 갑자기 광풍이 몰아닥친다. 휘잉∼하는 소리가 마치 내 땅에 왜들어왔느냐는 호통처럼 들린다. 얼마나 차고 세찬지, 살갗이 칼로 베이는 듯한 느낌이다. 고개를 숙인 채 한시간 남짓 걷다보니 어느새 산자령 정상. 살얼음이 언 물로 목을 축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깨를 맞댄 채 끝없이 펼쳐진 백두대간의 험산준령들. 한눈에 담기에 벅차다. 남쪽의 발왕산, 서쪽의 계방산, 서북쪽의 오대산, 그리고 북쪽의 황병산이 눈부신 파란 하늘아래 펼쳐져 있다. 선자령 산행의 백미라 할만하다. 하산길에 즐기는 눈썰매 타기는 산행의 또다른 재미. 강릉 초막골 방향 하산로에는 바람에 몰린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다 경사가 완만해 눈썰매에 적합한 코스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나이도 잊은 채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등산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마대자루를 준비한 사람도 있지만 그냥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대부분이다. 준비물 : 아이젠과 스패츠 착용은 필수다. 장갑과 방한모도 마찬가지. 모자의 경우 털로 짠 것보다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 진 것이 좋다. 바라클라바(안면가리개)나 목도리, 고글 등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옷은 가벼운 것을 여러벌 준비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입는 것이 좋다. 스틱은 특히 하산할 때 도움이 된다. 기타 보온병이나 비상약, 그리고 초콜릿 등 비상식량도 지참해야 한다. 찾아가는 길 : 선자령 산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산악회를 따라 관광버스 등을 타고가는 것이 편하다. 서울 상봉터미널(02-435-2122∼8)이나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강릉행 버스를 타고 횡계까지 간 다음, 대관령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횡계에서 대관령까지 택시요금은 3000원정도. 강릉까지 가서 대관령휴게소행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하루 3차례 운행된다.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북부휴게소까지 가면 된다. 자세한 현지상황 문의는 대관령휴게소 매점(033-335-2049). #2 오대산 상원사 - 고즈넉한 겨울 산사 영동고속도로 소사휴게소를 나서면서 펼쳐진 눈부신 은빛 세계는 진부IC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거리는 무려 60여㎞. 속사 등의 시골마을을 지날 때는 눈속에 파묻인 농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기도 한다. 진부읍내를 벗어나 천천히 차를 몰아가기를 10분 남짓. 눈덮인 시골길 너머로 오대산의 준봉들이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형형색색의 화려했던 가을단풍을 벗고 온통 흰색차림이다. 청량산이 오대산의 또다른 이름이라던가. 월정사입구에 들어서자 가슴에 와닿는 청량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매표소 직원의 으르딱딱대는 말투 때문에 상했던 기분은 어느샌가 날아가 버렸다. 일주문에서 월정사 경내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은 겨울엔 눈꽃터널로 유명하다. 비록 며칠째 계속된 바람 때문에 기대했던 만큼 화려한 눈꽃터널을 볼 수는 없었지만 숲이 주는 청량감은 아쉬움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9㎞정도 떨어져 있다.‘부운종일행(浮雲終日行)’-뜬구름이 흘러 가듯 그렇게 산길을 걷는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새끼손가락만한 고드름을 만들어 놓았다. 하나를 따서 먹어 보았다. 오도독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얼음조각들이 제법 갈증을 없애준다. 한시간 정도 걸었을까. 눈속에 파묻힌 고색창연한 사찰이 나온다. 바로 월정사의 말사인 상원사.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과 국보 제221호 목조문수동자좌상이 보존된 유서깊은 사찰이다. 부처의 정골사리가 봉안된 상원사 적멸보궁은 전국의 5대 적멸보궁 중 하나. 천천히 경내를 둘러본다. 병풍처럼 둘러싼 오대산 자락에 등을 기댄 채,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선원에서 동안거 중인 스님들만 눈에 띌 뿐, 적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따금 들려오는 풍경소리는 적막감을 더해준다. 주지인 나우(懶牛)스님께 가르침을 청했다.“산은 우리의 마지막 보배지요. 요즘엔 점점 산에 대한 경외감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일부 등산객들이 벌이는 무분별한 환경파괴행위를 꾸짖는 말이다. 산삼동호회나 산나물동호회 등의 회원들이 와서 산을 헤집어 놓고 가면, 복구되는 데 몇년이 걸릴지 모를 만큼 피해가 크단다. “탐내는 감정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알기 위해 스스로가 조금만 노력하면 그런 마음이 사그라집니다. 많은 생명들이 함께 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작설차를 따라주는 나우스님의 표정 어디에서도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는 다소 아쉬움이 묻어 있는 듯하다. 한때 유행했던 ‘웰빙’선식으로 점심공양을 마친 다음, 천천히 산을 내려온다. 수려한 풍경을 담아 눈이 즐거웠고, 단아한 음식은 입을 즐겁게 했다. 이에 더해 주지스님의 가르침마저 머리에 담았으니 이런 호사로운 산행이 따로 없다. “헛된 생각을 버리면 지혜가 깃들게 됩니다.”주지스님의 가르침이 하산길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찾아가는 길 : 승용차의 경우, 영동고속도로 진부IC~국도 6호선~446번 지방도로 순으로 진행하면 된다. 주차요금 4000원을 내면 상원사앞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진부터미널에서 상원사까지 하루 6회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문의 상원사 (033)332-6666. 평창운수 (033)335-6963. # 가볼 만한 곳 양떼목장-대관령 북부휴게소에서 도보로 5분거리. 넓게 펼쳐진 눈덮인 구릉들이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양들에게 건초주기와 추억의 비료포대 눈썰매 타기 등이 주요 놀거리. 입장료에 양들에게 줄 건초꾸러미 요금이 포함돼 있다. 입장료는 성인 2500원, 학생 2000원,5세이하는 무료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의 (033)335-1966. 빙등대축제(etoobee.com)-올해로 3회째인 빙등대축제는 횡계리 대관령 종고 별도부지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기간은 오는 28일까지. 얼음터널 체험, 대형 얼음미로 등 체험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빙등관에는 얼음속에 등을 넣어 제작한 각양각색의 빙등이 전시되어 있다. 화려한 오색 미끄럼틀도 설치돼 있다. 매일 오후 3시와 7시에는 평양예술단이 공연을 펼친다. 입장료는 성인 1만 5000원, 청소년(18세미만)1만 4000원, 어린이(4세∼13세 미만)1만 3000원. 주변식당이나 행사장 입구에 비치된 행사안내 리플렛을 가져가면 50% 할인된다. 삼성, 롯데,BC 등의 신용카드와 KTF,TTL 등 통신회사 카드도 50%할인된다. 운영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저녁 8까지다. 어린이 단체의 경우엔 오전 11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문의 (033)336-1187. 승용차는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횡계시내 방향으로 3㎞정도 진행하면 왼쪽편에 행사장이 보인다. 시외버스는 동서울과 상봉터미널에서 강릉행 버스를 타서 횡계에서 내리면 된다. 횡계터미널(033-335-5289)에서 도보로 10분거리.
  •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태광그룹-故 이임용 창업주家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태광그룹-故 이임용 창업주家

    태광그룹은 겉의 화려함보다 내실을 추구한다. 재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사옥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서울 중구 장충동 옛 동북고등학교 교사(校舍)를 30년여년 동안 그룹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타 재벌과 달리 초고층 호화 사옥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재계 서열 30위권이면 서울 광화문 한복판이나 강남에 번듯한 빌딩을 사옥으로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룹 관계자는 “6층짜리 학교 건물이지만 아직 쓸 만하다.”고 말한다. 겉보다 속을 중시하는 태광의 사풍이 여실히 읽혀진다. 이같은 경영철학은 국내 재벌 가운데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그룹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이는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회장 때부터 관통하는 ‘내실경영’이 면면히 이어진 결과다. ●대쪽 같은 선대 회장의 결혼과 창업, 그리고 성장 창업주인 고 이 회장은 지난 1921년 경북 영일군에서 중농이었던 부친 이우식씨와 모친 정막랑씨 사이의 3남1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이 창업주는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간조(簡井)실업학교를 졸업한다. 그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 등으로 일본의 정세가 혼란스러워지자 이듬 해인 42년 귀국길에 오른다. 이후 부친의 권유로 당시 22세 청년이던 그는 동네에 사는 이선애씨와 혼례를 올렸다. 신부 이씨는 이 창업주의 부친과 친분이 두터웠던 한동네 유지인 이송산씨의 맏딸이다. 민주당 총재를 지낸 이기택씨와 ‘창업 동지’ 이기화(태광그룹 회장까지 지냄)씨는 이씨의 남동생이다. 이기화씨는 부산고·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한 뒤 이 창업주와 오늘의 태광그룹을 일궜다. 이 창업주는 야당 거물이던 이기택씨와 처남매부지간이란 이유로 군사정권 시절 여러차례 세무조사를 받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처남이 유명한 정치인이었던 게 이 창업주에게는 결코 득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는 “기업은 절대 정치와 연결돼선 안 된다.”며 사업 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찍히면 죽던 서슬퍼런 군사정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정경 분리를 평생의 신조로 삼았기 때문이다. 베테랑 세무조사 요원들을 투입, 몇 날 며칠을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 기업사에 전례없는 일이다. 이씨와 중매 결혼한 이 창업주는 공직(면사무소) 생활을 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그러던 그에게 결정적인 전환점이 찾아왔다. 바로 6·25전쟁이다. 1951년 공직을 접은 이 창업주는 전쟁 이듬해인 1954년 부산 문현동에 모직 공장을 차리고 태광산업사를 설립한다. 이 회사가 바로 태광그룹의 모체다. 이후 1961년 전 삼호그룹 조봉구 회장과 동업을 시작했으나 동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창업주는 조 회장과 결별한 뒤 부산 가야동에 새로운 공장을 신설하며 태광산업사를 주식회사로 출범시킨다. 초기 태광은 이 창업주와 이선애씨가 함께 일궈냈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이선애씨가 부산에서 소규모 직물공장에 손을 댔고 기업이 커지면서 이 창업주는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기업경영에 합류했다. 이후 태광은 섬유를 기반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박정희 정권이 경제 개발과 수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아크릴을 생산하던 태광은 눈부신 호황을 누렸다. 당시 아크릴은 양모 대체품으로 수요가 많았고 경쟁업체가 적어 태광의 고속 질주를 견인했다. 이 창업주는 스판덱스·나일론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했다. 섬유 호황기인 1970년대까지 내놓은 제품마다 시장의 돌풍을 일으켜 국내 최대의 섬유업체로 성장했다. 태광은 이 시기에 동양합섬, 고려상호신용금고, 흥국생명, 대한화섬, 천일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 나갔다. 화섬·석유화학에 금융이 붙으면서 태광은 본격적인 성장과 함께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도약기를 맞은 셈이다. ●휴일에도 은행 이자는 큰다 태광그룹은 은행돈을 거의 안 쓰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타계한 이 창업주의 근검절약과 소탈함은 재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타계하기 전까지 이 창업주가 살던 서울 장충동 2층 양옥집은 지금도 부인 이선애(78)씨가 지키고 있다. 이 집에는 30∼40년 된 옛 가구들이 그대로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 정주영 회장에 버금갈 정도로 검소했다.”고 이 창업주를 회고한다. 그는 해외이든 국내이든 출장길에는 새로 지은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법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십년 동안 단골로 다닌 낡은 호텔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점심도 설렁탕 한 그릇으로 후다닥 끝낼 정도로 무척 소탈했다. 이 창업주는 “은행돈을 빌리면 토·일요일 등 은행이 쉬는 동안에도 이자는 불어난다.”며 무차입 경영을 추구했다. 돈을 빌려 문어발식으로 확장하지도 않았다. 번 만큼 투자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매출 규모 1조 3000억원인 모기업 태광산업의 부채 비율이 거의 제로인 것도 이같은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절약 경영과 남의 돈을 빌려 쓰지 않고 수익만큼 투자하는 실속경영은 그룹을 더욱 튼튼하고 알차게 만들었다. 인수한 부실기업도 얼마 지나지 않아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창업주는 또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지 않고 공채 출신을 키워 경영진으로 기용했다.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은 그의 처남 이기화씨는 이 창업주의 사후 태광그룹 회장에까지 올랐다. 또 공채 출신인 류석기·강석명·최운형씨 등이 중용됐다. 그의 이런 원칙적이고 대쪽 같은 성품은 자녀들의 혼사로도 이어진다. ●화려한 혼맥…‘연애결혼은 없다´ 이 창업주는 생전에 모두 6명의 자녀를 뒀다. 그러나 그는 자녀들의 연애결혼을 절대 허용치 않았다. 그는 평소 사대부가의 유교적인 면을 강조해와 전통 관습을 무척 중시했다. 재벌가의 혼사가 연애결혼보다 중매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3남3녀를 하나같이 중매결혼시켰다는 것은 가풍을 짐작케 한다. 이 창업주는 집안 어른이나 친지들이 지체 있는 가문의 훌륭한 배우자를 찾아내 중매를 넣어 혼사를 성사시키는 방식으로 자녀들의 혼사를 치러왔다. 이처럼 중매 일변도로 자녀 혼사를 치른 것은 중매야말로 좋은 가문의 좋은 배우자를 폭넓게 고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태광그룹 2세들의 혼맥은 서민의 가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울 정도로 격이 높고 화려하다. 태광의 사돈가가 사람들은 당시에 내로라 하는 정·관·재계의 유력 인사다. 하지만 이 창업주는 자녀들 혼사로 정·관·재계의 거물들과 사돈이 되었지만 이들을 경영에 끌어들이는 법은 결코 없었다. 지금도 모기업인 태광산업의 사장은 태광 신입사원 출신인 이화동(62)씨다. 이 창업주는 이선애씨와의 사이에 식진(사망)·영진(사망)·호진(44) 3형제와 경훈(52)·재훈(50)·봉훈(48) 세 자매를 뒀다. 이 창업주의 개혼(開婚)인 식진씨의 혼사는 비교적 평범한 집안과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로는 모두 유력 인사와 사돈을 맺는다. 이 창업주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태광산업 영업과장으로 있던 장남 식진씨를 1975년 개인사업을 하던 진재홍씨의 맏딸 임순(54)씨와 결혼시켰다. 식진씨는 태광산업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식진씨의 장인 진씨는 면방업체인 경방에서 일하다 독립했다.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공대 동창회장을 맡기도 했다. 식진씨 부부는 정아·성아·원준 등 1남2녀를 뒀다. 장녀 정아(31)씨는 결혼했다. 연세대 상대를 나온 차남 영진씨는 어머니 이선애씨 친구의 중매로 장상준(전 동국제강 회장)가의 4남2녀 중 막내딸인 옥빈(54)씨와 1976년 결혼했다. 태광산업에 입사한 뒤 계열사인 대우파일, 흥국생명, 고려상호신용금고 등에서 중역으로 활동했다. 이들 사이에는 성준·성은 남매가 있다. 현재 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호진씨의 부인 신유나(42)씨는 롯데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71·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씨의 맏딸이다. 호진씨는 대원고·서울대 경제학과(81학번)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 경영학석사(MBA), 뉴욕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슬하에 현준·현나 남매가 있다. 이 창업주의 세 딸은 모두 재원으로 꼽힌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세자매 모두 이화여대 선후배이라는 점이다. 이는 유교적 관습을 중시하는 이 창업주의 독특한 자녀 교육관이 스며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태광의 혼맥은 이대 출신의 세 딸을 출가시키면서 보다 화려하게 뻗어 나간다. 장녀 경훈씨는 진주의 대지주이자 LG그룹의 창업 멤버인 허만정가의 막내 며느리가 됐다. 경훈씨의 남편은 유통전문기업 GS리테일 대표인 허승조(56)씨다. 이들의 결혼은 경훈씨 친척 할머니의 중매로 이루어졌다. 이임용가에서 허만정가로 이어가면 조홍제-송인상-신덕균가와 만난다. 이연두-박치현-김준성-김우중가와도 연결된다. 경훈씨는 남편 허승조씨와의 사이에 지안·민경 자매를 두고 있다. 이 창업주는 차녀 재훈씨를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장남 원용(56)씨와 결혼시켰다. 원용씨는 현재 경희대 의대 교수로 있다. 이 창업주는 재훈씨를 양택식가로 출가시키면서 정·관계 유력인사와 연결된다. 양택식가를 통해 홍진기-노신영-정주영가로 연이 닿는다. 김한수-김복동가로도 이어진다. 특히 이 창업주는 이 결혼을 통해 업계의 라이벌인 한일합섬의 창업주 김한수가와 한 다리 건너 사돈이 된다. 재훈씨 부부는 서윤·서정·서인·혁준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 3녀 봉훈씨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광호가의 외아들 태원(49·한국베링거인겔하임 회장)씨와 결혼했다. 이들 사이에는 동우·상우·정우 3형제가 있다. ●뉴미디어·금융으로 21세기를 준비 태광은 1996년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그 해 11월 창업주인 이 전 회장이 75세를 일기로 타계하면서 3남 호진씨가 경영 전면에 부상한다. 호진씨는 이 창업주가 그룹의 후계자로 일찍 점찍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태광산업 사장에 이어 2004년 태광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호진 회장은 섬유가 주력인 태광의 업종에 메스를 댄다. 추진력에 관한 한 부친 못지않은 ‘신형 엔진’ 이 회장은 ‘조용한 기업’ 태광에 거센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변화의 추동 세력은 MSO로 표현되는 종합유선방송과 금융 등 두 갈래다. 이 회장은 미래 태광의 신성장 동력이 여기에 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이는 섬유와 화학 중심에서 뉴미디어와 정보기술(IT), 금융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디어 기업으로의 급성장이다. 이 회장은 케이블TV 회사인 ‘태광 티브로드’를 세웠다. 티브로드는 태광, 미래, 통신 등의 앞글자 ‘T’와 브로드 캐스팅, 브로드 밴드의 ‘브로드’를 합성해 지은 이름이다. 티브로드는 지역 케이블TV 20개를 거느리고 있다. 가입자 300만명, 시장 점유율 24∼25%로 명실상부한 국내 1위다. 아직까지는 많은 수익을 내고 있진 못하지만 뉴미디어는 태광의 미래를 밝혀줄 한 축임에 틀림없다. 이 회장이 2003년 이후부터 미디어 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다. 뉴미디어는 진헌진 티브로드 사장과 이상윤 안양방송 및 수원방송 사장이 이끌고 있다. 진 사장은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이 회장의 대학교 동창이다. 2002년 이 회장이 직접 스카우트했을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다. 금융 쪽도 더욱 살을 붙여야겠다는 게 이 회장의 전략이다. 현재 흥국생명, 고려상호저축은행, 태광투자신탁운용으로는 아무래도 무게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화재와 예가람상호저축은행, 피데스증권 등의 인수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쌍용화재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태광산업은 쌍용화재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했다.‘흥국생명+쌍용화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의 근거는 생명보험·손해보험 상품의 교차 판매다. 태광은 쌍용화재 인수 열기가 식기가 무섭게 피데스증권 인수에 나섰다. 피데스증권은 현재 주식거래 업무만 하는 중소형 증권사지만 태광은 이 회사를 인수해 종합 증권사로 변신시킬 계획이다. 예가람상호저축은행은 서울·경남에 기반을 둔 저축은행이다. 이들 기업의 인수작업이 순조롭게 매듭지어지면 태광그룹은 생보, 손보, 증권, 투신운용, 저축은행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금융 쪽은 류석기 흥국생명 부회장과 김성태 흥국생명 사장의 투톱 체제다. 김 사장은 씨티은행 출신으로 LG증권 사장을 지냈다. 태광산업 출신인 오용일 흥국생명 전무도 눈여겨 볼 전문 경영인이다. 이호진호(號)의 태광은 대변신을 꿈꾼다. 현재의 청사진이 조만간 구체화되면 태광그룹은 화섬 석유화학, 금융, 미디어, 레저(태광관광개발), 육영재단(일주학술문화재단, 일주학원)으로 새 틀을 짜게 된다. ykchoi@seoul.co.kr ■ 정도·신의는 기업의 생명 ‘정도’와 ‘신의’.50여년 전 부산의 한 작은 시장에서 출발해 오늘의 태광그룹을 일군 창업주 고 이임용 회장이 금과옥조처럼 여긴 명제다. 이를 지키지 않는 거래처와는 두번 다시 거래를 이어가지 않았을 정도다. 정도와 신의를 기업의 목숨이자 기업의 자격이라고 늘 강조했던 이 전 회장은 한눈 팔지 않고 기업 경영에만 충실했던 기업인이다. 태광은 이 전 회장의 타계 10주년을 맞아 그의 기업·국가관 등을 조명하기 위한 자서전 출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어록 정리에 신경쓰는 눈치다. 그의 어록에서는 경영관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난 1973년 단 닷새 만에 흥국생명을 인수한 이 전 회장은 첫 임원회의에서 “보험회사의 재산은 보험가입자의 재산”이라며 “흥국생명의 돈을 태광에서 가져다 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약속은 지켜졌다. 이 전 회장은 ‘오래된 만남’을 중시했다. 태광의 주거래 은행은 조흥은행. 양자의 관계는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오직 하나의 은행만을 고집한 이 전 회장은 1975년 대한화섬 인수 후 많은 임원들이 복수은행 거래를 건의했지만 “새 친구 열 명을 사귀기 위해 헌 친구 한 명을 안 버린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용은 이임용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자신의 입으로 말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으며 계약서는 단지 둘 사이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정리해 놓은 종이에 불과했다. 타계 몇해 전 신입사원 특강에서 신용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닷새 만에 서는 장에 못가는 사람이 장에 가는 친구에게 무엇 무엇을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한다. 부탁을 받은 사람은 혹 자기 물건 사는 것은 잊어버리더라도 결코 친구의 부탁을 잊어서는 안된다. 만일 그 물건이 제수용품이었다면 남의 집 제사를 망치는 격이 돼 옛날 말로는 사람 같지 않은 꼴이 된다. 그래서 약속은 무서운 것이고 지켜야 하는 것이다.” ykchoi@seoul.co.kr ■ 베일에 싸인 오너一家 재계에서 태광그룹만큼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오너 일가’도 없다. 창업주인 이임용 전 회장은 물론 후계자인 이호진 현 회장 역시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취재를 위해 이 회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불가하다.’는 단호한 한마디였다. 오너 일가가 이처럼 몸을 꽁꽁 숨기는 데에는 격동기를 헤쳐온 태광그룹의 기업사와 유교적 관습이 맞물려 있다. 태광에 있어 정치는 짐이었다. 창업주인 이 전 회장은 야당의 거목인 처남(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을 두면서 박정희·전두환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군사정권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사찰을 받았다. 고속성장을 질주한 태광이었지만 그럴수록 기업경영만큼은 살얼음판을 걷듯이 할 수밖에 없었다. 한눈 팔면 죽는다는 것을 절감한 이 전 회장은 정치는 물론이고 언론에도 자연히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유교적 관습을 중시하는 이 전 회장의 짙은 보수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태광 일가의 여성들에게서 쉽게 발견된다. 태광가(家)의 여성들에게서는 다른 재벌가와 달리 우먼파워를 찾아볼 수 없다. 여성으로서 적합한 문화계나 학술계에는 진출해 있을 법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도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의 세 딸도 그렇고 며느리도 마찬가지다.3형제 못지않게 똑똑한 것으로 알려진 세 딸 중 남녀공학 대학을 나온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큰딸 경훈과 둘째 재훈, 막내딸 봉훈씨 모두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이들 모두 다른 대학은 생각지도 못한 게 아닐까. 경훈·봉훈씨는 남편이 재계의 실력자들이지만 외부활동 대신 살림을 하고 있다. 태광가의 며느리들도 전혀 노출돼 있지 않다. 삼성·현대가 등 재벌들의 며느리들이 문화·재계의 저명인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40대 중반인 이 회장도 전경련 활동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외부 노출을 기피하고 있다. 선친 스타일을 빼닮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래서 ‘은둔의 경영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현장에 매우 충실한 CEO다. 캐주얼 차림으로 불쑥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놀라게 한다. 이 회장은 기업경영 못지않게 예술에 조예가 깊다.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사옥도 사실상 이 회장 작품이다. 바닥재부터 인테리어, 사무실 소품 등에 이르기까지 이 회장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CEO가 안됐으면 예술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ykchoi@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최용규 차장 이기철·강충식·주현진·류길상·김경두·서재희 기자
  • [씨줄날줄] 풍자만화/육철수 논설위원

    시사풍자만화에는 좋든 싫든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게 마련이다. 작가에게 촌철살인의 창의력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미디어 기능이 강한 신문만화·만평의 경우 더욱 그렇다. 풍자의 대상인 현상이나 인물의 정곡을 찌르고, 때론 대상 인물의 속을 벅벅 긁어 놓아야 제맛이 난다. 물론 풍자 대상이나 표현에 성역시되는 부분도 있게 마련이어서 어디까지를 영역에 넣을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수 있겠다. 그런 연유로 만화가의 필화사건은 동서고금에서 숱하게 일어났다. 주로 당대의 권력자를 건드렸다가 생긴 일이다. 시사만화의 도입 초기인 18세기, 화가이자 만화가로 활약한 고야는 자신이 그린 만화로 인해 스페인 군주 페르난도 7세의 미움을 사서 프랑스로 도망가는 신세가 됐다.19세기 프랑스에서 신문삽화가로 활약한 오노레 도미에는 루이 필립왕을 서양배(꼭지 쪽은 가늘고 밑 쪽은 넓은) 모양으로 그려 신문에 실었다가 6개월 금고형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고바우 영감’으로 유명한 김성환 화백이 1950년대 ‘경무대 변소동’(경무대에서는 변소청소하는 사람도 위세가 당당함을 빗댄 풍자만화)을 그렸다가 수난을 겪었다. 불과 십수년전 군사정부시절까지 필화사건은 다반사였고 화백들은 걸핏하면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유럽에서는 지금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평 때문에 난리가 났다. 지난해 9월 덴마크의 어느 신문이 마호메트의 터번에 시한폭탄을 그려넣어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냥 뒀으면 일이 잘 풀렸을 텐데, 지난 1월 노르웨이 신문에 이어 최근엔 유럽 7개국 12개 매체가 게재하는 바람에 ‘문명충돌’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마호메트의 형상이나 조각조차 금기시하는데, 형상에다 조롱까지 해놨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벌써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해당국 대사소환과 대사관 폐쇄, 상품불매운동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외교공관 공격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유럽 국가들의 주장대로 신문이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되겠으나, 이번 일은 아무래도 도를 넘어선 것 같다. 가뜩이나 테러문제로 세계가 살얼음 위를 걷는 판국에, 풍자만화로 한바탕 웃으려다 세계 평화가 깨지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정치권 영호남 장벽 뛰어넘기

    정치권 영호남 장벽 뛰어넘기

    오는 5월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지역주의의 벽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호남과 열린우리당의 영남은 아직도 높은 문턱으로,‘다가가기 어려운 지역’으로 남아 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영남의 민심이나 한나라당에 대한 호남의 민심은 여전히 냉랭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영남 출신, 한나라당의 호남 출신 의원·당직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영·호남의 민심과 지역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과 대책을 들어봤다. ■ 한나라의 호남 다가서기 “한나라당에 대한 호남 민심은 여전히 싸늘했다. 특히 ‘광주 항쟁’을 겪은 이들의 시선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다만 호남인들이 쏟아낸 꾸지람 속에서 새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형오 인재영입위원장도 “호남에는 쓴소리 듣기 위해 간 것”이라고 전제,“호남인들이 믿어줄 때까지 반성하고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1월 폐쇄했던 호남지역 시·도당을 조만간 복원, 오는 5월31일 지방선거에서 참신한 인재들을 앞세워 본격적인 호남 파고들기에 나설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호남지역 인사들에 대한 비례대표 배정을 확대하고, 당 차원의 서남해안 개발계획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 대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싸늘한 호남 민심 올 들어 광주와 전주에서 각각 열린 두차례의 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호남인들이 한나라당을 외면한 원인에 대해 “1980년 5·18 광주항쟁을 계기로 호남인들은 과거 민정당이나 이를 이어받은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없는,‘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게 됐다.”고 분석했다. 광주대 류한호 언론홍보대학원장도 “박근혜 대표의 호남 방문도 중요하지만 5·18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전제되지 않고는 호남인들의 마음을 끌어안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형배 참여자치21 대표는 “박 대표가 망월동에 아무리 여러번 와도 소용이 없다.”면서 “정책을 통해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지속적 대화와 화해 노력이 관건 호남 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질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엔 희망적인 내용도 있었다. 전남 곡성 출신으로 23년간 당 사무처에 몸 담아온 이정현 부대변인은 “호남지역에서는 내로라하는 학자·언론인·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나서준 것만 해도 예전 같으면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 고창 출신인 진영 의원(서울 용산)은 “워낙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갈등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풀어질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인재 영입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인재들이 당당하게 찾아올 수 있는 정당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특히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호남의 정치적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적에 대한 재평가부터 해야 한다.”며 “햇볕정책의 성과를 폄하하거나 ‘X-파일’ 공개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행태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도 “그동안 호남에 공들인 것은 없으면서 표 안 나온다고 투덜거리기만 했던 게 사실 아니냐.”며 “당 대표의 호남 방문이나 인재 영입을 위한 토론회 등도 중요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수시로 호남을 찾고, 진정으로 호남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의 구야권 원로인 이중재 전 의원의 아들 이종구 의원은 “선거철에 정치·정략적 목적으로 호남을 찾아가는 것은 감정의 골만 깊게 할 뿐”이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호남 출신 인재를 1명 이상 보좌진으로 영입하거나 ‘1의원 1지역구 갖기운동’ 등을 통한 정책·예산 지원 등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역대 영호남 선거 결과는 “당선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한나라당)씨라도 싹 틔우자는 것이죠.”(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하는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배지 달기는 어렵고, 당원들도 정권 재창출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열린우리당 정병원 경북도당위원장) 5월 지방선거에 대한 영·호남 지역 전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영남=한나라당, 호남=열린우리당+민주당’이라는 구도가 굳어지다시피 한 까닭에 당에 따라 출마 예정자들조차 기대를 걸지 못하는 판국이다. 유일한 희망은 사실상 중선거구제로 개정된 기초의회 선거다. 1995년 시작돼 2002년 3회째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당선 현황을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한나라당과 그 전신인 민자당은 호남에서 단 한 명의 광역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영남에서도 초대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출마한 문희갑 후보가 대구시장에 당선된 것을 빼면 한나라당과 민자당 후보가 휩쓸었다. 총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15대 총선에서 당시 신한국당 강현욱 후보가 전북에서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호남에서 당선된 한나라당측 후보는 없다. 영남의 경우 15대 때에는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들이 모두 졌고 17대에 와서야 68석 가운데 4석을 열린우리당 쪽에서 가져갔다. 그나마 현재 일말의 희망이나마 갖고 있는 쪽은 열린우리당이다. 지난해 4·30 재·보궐선거 당시 경북 영천에서 ‘48.7% 대 51.3%’의 득표율로 아쉽게 패배한 데 이어 지난 10·26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아성으로 불려온 대구 동을에서 이강철 후보가 44%의 득표율로 52%를 얻은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와 살얼음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영남의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변화 조짐에 대해 비관적이다. 영천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 공천과정의 잡음 등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본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우리당의 영남 끌어안기 열린우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윤원호 의원은 24일 “우리당이 PK(부산·경남)에서는 숨이라도 조금 쉬면서 살지만,TK(대구·경북)에서는 아예 숨도 못 쉬지 않느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을 향한 영남 민심이 어떠냐는 질문에 나온 이 답은 ‘한나라당 텃밭’인 이곳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여권의 현 주소를 대변하는 것이다. 전국 정당을 표방하며 2003년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영남권은 이처럼 여전히 ‘섬’이다.10∼20%대 초반인 당 지지율은 영남에만 가면 아예 반토막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조경태(부산 사하을)·최철국(경남 김해을) 두 국회의원이 현직에 있고,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김두관 전 경남 남해군수 등 지역 거물이 건재한 PK에서도 민심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PK·TK의 참담한 지역정서 최근 부산에 다녀온 여권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곳에서는 ‘열린우리당=호남 정당’이라고 보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도, 애정도 없는 것 같다.”면서 “영남 출신이 당에서 소외받고 있는데 영남이 당에 관심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가뜩이나 보수적이고 깐깐한 TK정서는 더욱 여당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편이다. 김태일 대구시당위원장은 “당원도, 일반 시민도 전당대회엔 큰 관심이 없다.”고 잘라말했다.5월 말 지자체 선거에 대해선 “중선거구제가 도입돼 한 지역구에서 3명 이상 뽑는 곳에서나 한 명씩 당선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인데 그것도 어려워진 것이 (한나라당이)2명짜리 선거구로 모두 쪼개버리지 않았느냐.”고 읍소할 정도다. 정병원 경북도당위원장도 “현실은 굉장히 비관적”이라고 한몫 거들었다. 또 “이 지역은 원래 (우리당으로)국회의원 배지 달기도 어려워 사실상 이번 지자체 선거보다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다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전대에 출마한 김영춘 의원도 최근 경북도당에 다녀온 경험을 들어 “5월 말 지자체 선거 때 이 지역이 다시 한 번 한나라당 일색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더라.”고 전했다. 경북 상주 출신의 김부겸 의원은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경북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출마했지만, 크게 힘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이번 전대에 출마한 영남권 4인방은 “지도부 입성만이 영남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혁규 의원의 김종률 대변인은 “전국정당을 표방하고 있다면 당연히 영남 출신이 지도부에 진출해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도 “영남 출신 4명 중 적어도 2명은 이번 지도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지역 정서”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26 재선거에 대구 동을에 출마해 44%의 ‘기록적인’ 득표율을 얻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지역의 덕망 있는 인사를 많이 발굴, 발탁해서 영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철국 경남도당위원장은 “오랫동안 한나라당 텃밭이었지만, 그래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식으로 역발상 홍보 전략을 써야 한다.”면서 “지자체 선거 출마 희망자를 대상으로 정치 아카데미를 4차례 개최했고,30∼40쪽짜리 포켓용 홍보책자를 만들어 대통령의 댓글정치나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오해를 푸는 자료를 배포했더니 호응도가 높다.”고 밝혔다. 박지연 황장석기자 anne02@seoul.co.kr
  • [나길회기자의 세상속으로] 안성남사당 외줄타기 체험 2박3일

    광대는 단 한순간도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다. 거방진 재담, 자지러지는 쇠가락과 감아도는 상모놀이, 그리고 하늘을 희롱하는 줄타기로 한판 제대로 놀면 그뿐이다. 이것이 광대가 세상을 보듬는 방식이다. 밟는 자에게 강하고 함께 즐기는 자에 약한 진정한 호인 또한 광대다. 몸은 땅에 속해 있되 영혼은 하늘에 맡긴 광대는 비단 줄꾼만은 아닐 것이다. 목숨은 아깝지 않되 사무치는 외로움은 화려한 흥으로 가리고 울음은 바람소리에 묻어 보낸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관객을 사로잡은 것은 장생(감우성 분)의 카리스마도 공길(이준기 분)의 녹아나는 눈빛도 아니다. 양반은 물론 같은 천민에게도 무시당한, 밑바닥 삶을 산 남사당패가 보여준 질깃한 생존력이었다. ●신명을 위해 산다 남사당의 이런 매력을 오롯이 지닌 곳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남사당의 최초 발생지로 꼽히는 안성의 시립남사당을 찾아갔다.‘왕의 남자’의 숨은 주역이자 남사당의 정신과 전통을 잇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풍물을 위주로 공연하는 다른 곳과 달리 풍물, 버나(접시돌리기), 땅재주 놀이, 어름, 덧뵈기(탈놀이), 덜미(인형극) 등 여섯마당을 다 전수하고 있다. 억눌린 한을 분출하기 위해 사회 부조리를 꼬집었던 남사당패의 정신은 물려받되 내용과 형식을 현대판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전통을 변질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영화가 흥행하니 남사당을 좀더 알릴 수 있어 좋죠. 그래도 변한 건 없습니다. 공연이 있는 곳에서 신명나게 놀기 위해 준비할 뿐입니다.”이들과 함께한 2박3일간 연습실에는 밤낮 없이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죽을 판과 살 판 사이 쇠든 장구든 어느 한 가지에 몰입하는 이들은 그저 ‘아름다운 광대’다. 하지만 외줄의 아찔함을 흥으로 바꾸는 줄꾼의 유혹이 무엇보다 강렬했다. “정초부터 사고라도 나면 우리 남사당패는 어떡합니까.”낮은 연습용 줄에서 이틀을 연습했다. 발바닥의 가장 여린 부분으로 줄을 디뎌야 하기에 악소리 내며 고꾸라지길 수천번.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도 걸어갈 수 없었다. 그런 다음에 공연용 줄에 올라가겠다고 하자 ‘스승님’ 권원태(39)씨가 말렸다.30년 경력의 그도 낮은 줄을 1년 넘게 타고서야 높은 줄에 올랐다고 하니 반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슬아슬하지만 걸을 만하니 설사 떨어져도 다치는 것은 면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그렇게 높이 3m의 줄에 올라섰다.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험해 ‘어름’이라고 불리는 줄타기를 두고 혹자는 이렇게도 말한다.‘죽을 판 살 판’. 대단한 어름사니(줄타는 사람)도 언제 떨어져 죽을지 모른다는 의미다. 죽음과 삶의 암수 한몸인 외줄 위에서 자유, 우월감 같은 거창한 느낌을 기대했던 오만함은 지웠다. 그저 겸손해졌다. ●걸립패에서 월급쟁이까지 남사당패는 무리를 지어 전국을 떠돌며 공연을 하고 돈과 곡식을 얻는 일종의 걸립패였다. 안성남사당의 꼭두쇠(놀이패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인 이원보(77)옹은 “안성맞춤이라는 말도 있듯이 예전에 이곳에는 없는 물건이 없을 만큼 큰 장이 열렸다.”면서 “자연스럽게 전국에서 가장 큰 놀이판이 열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안성이 남사당의 근거지가 됐다.”며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유랑예인 집단 중에서도 남자들로만 이뤄져 남사당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지만 1863년에는 바우덕이라는 인물이 여성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사당의 꼭두쇠가 됐다. 바우덕이가 이끄는 사당패는 경복궁 중건에 동원돼 사기가 떨어진 사람들에게 신명의 힘을 불어넣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대중 스타로 기록된 이들은 천민으로 벼슬까지 받았지만 일제시대를 거치며 그 맥이 끊길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지난 1982년 안성의 풍물인들이 남사당 보존회를 구성해 길을 모색하게 됐고 2002년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이 만들어졌다. 전통은 잇지만 사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엄격한 오디션을 거친 성인들인 단원들은 반공무원으로서 아침 10시에 출근하는 월급쟁이다. 물론 여자단원도 있다. 어깨너머로 배우던 방식도 체계적인 교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떠돌이 광대’다. 상쇠 성광우(32)씨는 “우리끼리는 서로를 광대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엄연한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인생과 줄타기의 교집합 줄 위에서는 발이 곧 눈이다. 시선은 줄 끝에 두고 발로 줄을 살펴야 한다. 바로 앞의 줄을 봤다가는 어김없이 떨어지고 만다.‘눈앞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는 인생의 평범한 진리가 몸으로 다가온다. 겁이 났다. 아니, 겁없이 올라간 줄 위에서 조선시대 뜨내기 광대의 삶에서 이 시대의 어린 전승자들의 얼굴까지 모두 떠올랐다.‘수제자로 삼아달라.’며 능청을 떨었던 모습은 간데 없고 시간은 전혀 줄에 오른 적이 없던 때로 뒷걸음질쳤다. 줄 끝에 겨우 서서 펼쳐 든 부채는 천근만근. 한발 내밀어 더듬어본 줄은 어느새 가는 실로 변해 있었다. 저 아래 사람들의 얼굴이 흐릿해지고 시간의 속도가 달라졌다. 그렇게 줄 위는 딴세상이었다. 잡념도 독이다. 줄을 건너야 한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면 단 한걸음도 옮기지 못하고 떨어진다.7년째 줄을 타는 박지나(18)양이 의젓해 보였다. 줄 위에서 인생을 일찍 알았을까. 그도 더 어렸을 땐 마냥 재미있었던 줄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다. 마침내…. 발바닥이 열갈래로 찢어질 듯한 고통은 긴장으로 덮고 줄 끝을 향해 걷기를 시도했다.“내가 줄 위에 섰다∼.”마음 속으로 외쳤다. 그런 외침도 잠시,5m쯤 되는 줄의 끝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한걸음, 두걸음…. 몇걸음을 줄 위에서 걸었다. 몇천번 떨어진 끝에 얻은 천금같은 성과다. 끝내 반대편에 닿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가닥 줄위에 선 것만 해도 스스로 대견했다. 줄 아래로 떨어지고서도 마음은 줄 위에 남아 걸쭉한 재담을 늘어놓았다.“어허, 한판 제대로 놀았네 그려.” kkirina@seoul.co.kr ■ ‘왕의 남자’ 줄타기 대역 권원태씨 영화 ‘왕의 남자’를 보고 장생의 줄타기 실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줄 위에서 왕을 조롱하며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는 장면은 눈을 의심케 한다. 그래픽 기술의 승리가 아니다. 이 명장면은 지난 2004년 세계줄타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권원태(39)씨의 대역으로 탄생했다. 아테네 올림픽 때 해변에 줄을 치고 전세계인을 놀라게 해 이미 유명세를 치른 그다. 대대로 예능에 종사해온 집안에서 태어나 10살에 줄에 처음 올랐다. 오랜 경력 덕분일까. 그의 줄타기에는 긴장감과 편안함이 공존한다. 이런 그도 처음 높은 줄에 섰을 때는 ‘겁난다.’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공연하는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개 4미터 가까운 높이에서 줄을 탄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어름사니이지만 20대 때에는 공연 도중 떨어져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졌다. 다른 길을 찾을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지만 역시 줄타는 것이 천직이었다. “다시 태어나면 줄은 안 탈 겁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어떻게 다시 줄 위에 오르겠습니까.”하지만 이틀간 기진맥진해가면서 줄의 매력을 조금 맛보고 나니 달리 해석된다. 줄타기 배우는 과정만 잊을 수 있다면 그가 또다시 줄에 오를 것이라고 말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길섶에서] 똥개 ‘쭁’/심재억 사회부 차장

    그의 이름은 ‘쭁’이었습니다.‘쭁’인지 ‘쫑’인지는 모르지만, 호적에 올릴 일 없는 똥개인데 아무렴 어떻습니까. 누른 털색에 귀가 꼿꼿해 똥개 치고는 틀도 당당했습니다. 쥐구멍을 파헤쳐서 들쥐를 잡아내는가 하면 눈 쌓인 산을 누비며 토끼몰이도 곧잘 했습니다. 게다가 주인까지 잘 따르니 명견이 따로 없었지요. 한 날, 방안에서 찢어지는 듯한 쭁의 비명을 들었습니다.‘혹시나’ 싶어 온 몸의 터럭이 곤두섰습니다. 쫓아나가니 텃밭 샛길을 가로질러 저수지 쪽으로 미친 듯 뛰어가는 개는 쭁이 틀림없었습니다. 살얼음이 뜬 저수지로 몸을 날린 쭁은 물 가운데서 한참을 허우적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꺾었습니다. 쭁의 사인은 음독이었습니다. 밥에 버무린 쥐약을 먹고 탈이 난 것입니다. 개의 해라는 병술년 벽두에 그 쭁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찌 좀 해달라는 듯 자꾸 핏발 선 눈을 맞추려 드는 그에게 어린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란 동동 발을 구르며 울먹이는 것뿐이었고, 그 후 다시는 ‘내 것’이라고 이름붙여 개를 키우지 않았습니다. 그 축생의 수난이 내 탓이었다는 죄의식이 너무 컸던 까닭입니다. 심재억 사회부 차장 jeshim@seoul.co.kr
  • 구의원들은 지금…살얼음판 걷는다

    구의원들은 지금…살얼음판 걷는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의원들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졌다. 연말 정기 의회 일정이 끝난 뒤 휴식기에 들어가던 과거와 달리 구의원들은 여느때 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 지방선거부터 도입된 중대선거구제로 선거구 통합과 구의원 감소, 정당공천제 등으로 인해 ‘한솥밥’을 먹어온 같은 당 구의원들과도 한 선거구에서 치열한 표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방의원 유급제가 실시되면서 지방선거가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구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복수공천땐 같은 당 동지가 적으로 이번 선거부터 서울시 구의원 선거구가 513개에서 162개로 통합돼 3인 선출 선거구가 42곳,2인 선출 선거구가 120곳에 이르는 등 1개의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같은당 의원이 출마할 수 있다. 한 선거구에서 같은 당 의원들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복수공천이 될 경우 당락의 주요 변수는 후보간 기호 배정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선거구에서 같은 당의원 2명이 동반 당선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경쟁관계로 바뀐 셈이다. 한 구의회 의원은 “1개 선거구에 하나의 당기호 아래 가나다순의 기호를 받게 될 경우 앞 순번의 기호를 받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때문에 다른 당 출마자보다 오히려 같은 당 출마자가 더 껄끄러운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또 서울시 구의원 총 정수도 현행 513명에서 419명(지역구 366명, 비례대표의원 53명)으로 94명이나 줄어들게 된다. 기존 구의원 중 상당수가 선거에서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 ●지역구 물밑 관리 불가피 그러나 같은당 구의원들과 경쟁을 치러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내놓고 지역구 관리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지난 4년 동안 함께 활동하며 누구보다 친숙하게 지냈던 인근 지역의 같은 당 동료 의원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상당수가 물밑 지역구 관리에 나서거나 공식활동인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일단 자신의 지역구 관리에 진력하고 있다. 꼼꼼한 준비와 충실한 자료, 자기 홍보와 이미지 관리에 힘을 쏟는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부터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구의원들이 당에서 주관하는 폭설피해 지역 돕기 등 각종 모임과 집회에도 적극 참여하는 현상이 나타 있다. 당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유급화… 경쟁률 부채질 경쟁을 촉발하는 또다른 변수는 지방의원 유급화이다. 지방의원들은 그 동안 명예직으로 의정활동비, 여비, 회기수당을 합쳐 구의원의 경우 연 2120만원가량을 받아왔다. 그러나 유급화 도입으로 월급이 2~3배 이상 늘어난다. 일선 구의회 관계자는 “구의원 연봉이 6000만원을 웃돌아 주변에 발이 넓은 사람들에게는 ‘구의원에 출마하라.’는 농담을 건넬 정도”라면서 “선거구 통합과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인근 지역 동료 의원들과도 소원하게 지낼 정도로 구의원들 사이에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길섶에서] 겨울향수/염주영 수석논설위원

    구정을 넘기면 마을 어른들은 새해 농사채비로 분주하다. 밭에 나가 거름도 내고 밭둑의 마른 풀에 불을 놓는다. 들판 곳곳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래도 아직은 귓불을 때리는 칼바람이 여전하다. 이때쯤 시골 초등학교 꼬맹이들은 아래채의 토담방에 장작불을 지피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방바닥은 설설 끓어 단 1분도 궁둥이를 대지 못한다. 그래도 궁둥이를 들썩이며 동그랗게 둘러앉아 아궁이에서 갓 구워낸 고구마로 배를 채운다. 살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국물맛은 청량음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절로 신이 난다. 이날만큼은 마을 어른들도 꼬맹이들의 쥐불놀이를 묵인한다. 빈 깡통에 구멍을 뚫고 줄을 매달아 송진이 듬뿍 밴 관솔 잔가지를 불붙여 돌려댄다. 하늘엔 동그란 보름달이 내리 비치고 동네 어귀엔 아이들의 불깡통이 활활 타오른다. 쥐불놀이 마력에 흠뻑 빠진 우리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올 겨울엔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요즘엔 날씨조차 인심이 박해서인지 삼한사온도 없어졌나 보다. 도심의 겨울밤, 아파트 베란다에서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을 바라보며 겨울향수에 젖어본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안목 넓혔지만 한계 절감”

    “안목 넓혔지만 한계 절감”

    ‘부처간 국장급 교류제’에 따라 다른 부처로 파견된 국장급 공무원들이 조만간 원 소속 부처로 복귀한다.1년 이상 근무자는 1월 중,1년 미만도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시행되는 7월 이전에는 복귀할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중앙부처에는 부처교류 형태로 22명, 직위공모로 10명 등 모두 32명이 다른 부처에서 일하고 있다. 파견 국장급이 복귀하는 것은 2004년 1월 도입된 부처간 교류제도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도입되면 직위공모 등으로 부처 구분 없이 임명할 수 있는 만큼 현재의 교류제도는 무의미해진다. 이달 안에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하는 국장급은 당분간 보직이 없는 ‘인공위성’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장관 인사청문회와 후속 개각으로 전 부처에 ‘인사 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각 부처도 인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적인 부처가 기획예산처. 부처간 교류로 2명, 직위공모로 4명 등 모두 6명이 다른 기관에 파견돼 있다. 한꺼번에 복귀하면 ‘자리다툼’을 넘어 ‘자리전쟁’이 불가피하다. 교류근무를 경험한 국장급의 상당수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어려움도 컸다고 털어놓았다. 청와대나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때는 “좋은 제도”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건설교통부 수자원기획관으로 파견된 전병성 국장은 “시야를 넓히고 국가정책을 포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건교부와 환경부처럼 개발과 보전이 맞서는 부처에서 원 소속 부처의 의견을 들어주지 못해 ‘배신’ 등의 말이 들려올 때 업무의 한계가 있음을 실감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돌아오면 두고 보자.’거나 원 소속 부처 시각에서의 업무처리를 바라는 일 등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부 노동보험심의관에서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으로 파견된 신영철 국장은 “구성원들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오는 소외감이 매우 크다.”면서 “하지만 파견된 기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기 위해 분발하는 기회가 되고, 각 부처의 정책비교로 안목이 넓어진 점 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업무협조를 위해서는 직원과 유대관계가 필요한데 타 부처 출신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행정자치부에서 근무한 뒤 기획예산처로 복귀한 배국환 재정정책기획관은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행자부에 기획예산처가 일하는 방식을 전파할 수 있었고, 잘 모르던 지방업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획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주요 보직을 타 부처에서 차지하다 보니 내부에서 불만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부처 교류 당시 약속받았던 ‘인사상 우대’는 거의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국장은 “2년 동안 다른 부처에서 근무하다 돌아와 적응기간이 필요한 점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손해를 본 느낌”이라면서 “인사상 혜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파견 국장은 “중앙부처 국장은 전문성의 측면에서 정점이 있는 위치인데 다른 부처에서 근무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져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면서 “무엇보다 인사상 혜택은커녕 자칫 천덕꾸러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파견 국장도 “원 소속 부처와 옮긴 부처의 이해가 엇갈린 사안을 처리한 뒤 친정에서 ‘누르라고 보냈더니 그거 하나 못 막냐.’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쪽 저쪽에서 칭찬을 못 받는 것은 물론, 원 소속 부처에서도 괘씸죄에 걸려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상 조덕현기자 jsr@seoul.co.kr
  • 소비회복 ‘저축률의 함정’

    소비회복 ‘저축률의 함정’

    내수 전망을 둘러싼 논쟁이 새해 벽두부터 뜨겁다. 정부는 2006년의 민간소비 증가율을 4.5%로 전망했다. 최근의 소비 추세와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5%를 감안하면 이 정도의 증가율 달성은 무난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소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전문가들은 소비와 관련해 ‘저축률’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은 20% 안팎을 오르내렸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2%까지 곤두박질쳤다가 간신히 5%대로 올라섰다. 과연 ‘가계 저축률 5%’의 의미는 무엇일까. ●“실질소득에 비해 과소비가 우려된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2일 저축률 5%를 두가지의 의미로 해석했다. 첫째는 실질소득이 낮다는 뜻이고 둘째는 소득에 비해 소비를 많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저축할 여력이 없을 만큼 소득이 적거나 실제 소득수준보다 씀씀이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 홍익대 박원암 경제학 교수는 “저축률이 5%에 불과하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저축률이 낮다면 소비가 늘어나는 것에 당분간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소득이 늘어도 미래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저축을 하려는 성향이 소비 성향보다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2년 신용카드 남발에 따른 과소비로 가계 저축률이 2%로 급락한 뒤 가계부채 조정을 거쳐 2004년 저축률이 5.3%로 올라섰으나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가계 부채가 다시 급증할 소지가 있다.” 외국의 가계 저축률을 보면 프랑스가 11.1%, 독일 10.7%, 이탈리아 10.5%, 아일랜드 8.3%, 일본 6.3%이며 소비국가인 미국 1.4%다. 일본 게이오대학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가계 저축률은 0%에 가까울 만큼 돈을 빌려서 소비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미국 경기는 이같은 부채 문제로 올해에는 내리막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흥식 금융연구원장은 “지금은 실질소득에 비해 소비가 더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저축률과 실질소득을 살펴 보면 가계가 부채를 끌어다 쓰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섣불리 얘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신용카드 사용을 포함한 가계부채와 금융자산의 움직임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증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소득증대가 예상된다.” 2006년 경제운용방향을 제시한 재정경제부는 이와 관련,“안정적인 소비증가를 위해서는 소득증가가 관건인 것은 분명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지난해부터 개선되고 있는 가계소득이 올해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증가를 실질소득이 뒷받침해 줄 것이라는 뜻이다. 그 근거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가계소득의 74%를 차지하는 임금소득의 경우 현재의 고용과 임금상승률 추이를 감안하면 7%대의 증가세가 예상된다. 둘째,16%를 차지하는 자영업자 소득도 내수경기의 회복과 함께 소폭의 증가세로 반전된다. 셋째, 비중이 10%인 순재산소득은 시장금리 상승에 힘입어 크게 증가한다. 윤종원 재경부 종합정책과장은 “최근의 소비가 급증한 것은 오랫동안 수요를 억제해 왔던 자동차 등의 내구재 중심에서 소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현 상황을 과소비로 볼 수는 없으며 올해에는 소득증가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소비증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소득 여건에 맞게 소비가 늘어나는지 여부도 위험관리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29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60분-부모(EBS 오전 10시) 가족 간의 크고 작은 갈등 및 우리 부부가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부족한 2%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던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각 가정마다 비슷하게 안고 있는 갈등 요소를 되짚어 보고, 특별한 행복법을 가진 부부들의 노하우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함께 한다.   ●문화가 중계(SBS 밤 1시20분) 아시아 최고의 실내악 페스티벌로 부상하고 있는 뮤직 알프 페스티벌의 드림팀 멤버들이 ‘강동석과 골든 앙상블’이란 이름으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다. 다양한 실내악의 진수를 보여 주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각기 다른 악기들의 개성과 묘미의 조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후 8시30분) 미군에 자원입대하는 동포들이 늘고 있다. 경제적인 고려와 시민권 획득 등 군 생활이 주는 다양한 혜택이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군에 복무중인 동포는 4431명으로 지난해의 3602명보다 23%나 증가했다. 또 월급 외에 최고 2만 달러에 육박하는 보너스가 지급되는 육군을 선호한다는데….   ●레인보우 로망스(MBC 오후 6시50분) 보라의 흉을 보다가 보라에게 딱 걸린 민기. 그 때부터 보라의 복수극이 펼쳐진다. 한편, 소개팅 상대 남자와 심하게 싸우고 헤어지는 모습을 우연히 상미에게 들킨 희진은 상미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 후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하는 상미의 노래가 희진을 약올리는 것 같은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한겨울, 우리 밥상에서 떠나지 않았던 동치미. 겨울에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를 먹는 맛도 그만이지만, 나쁜 가스를 마시거나 소화불량일 때 먹으면 약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무동치미, 배추동치미 만드는 법을 알아보고, 동치미 국물을 이용한 냉면 등 다양한 음식도 소개한다.   ●황금사과(KBS2 오후 9시55분) 경숙은 성희에게 “바람피울 상대가 없어 이 전무랑 바람을 피우냐.”며 술잔을 두 사람 얼굴에 끼얹는다. 한편, 홍연이 선을 봤던 닥터 강의 부모와 홍연의 부모 간에 상견례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있어야 할 홍연은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도 두절상태다. 정 과장과 임 여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고….
  • 성탄주말 국내외 빅매치 “코트의 산타는 나”

    화해와 용서, 사랑과 축복이 온누리를 밝히는 크리스마스에도 승부의 세계에 쉼표는 없다. 특히 이번 성탄 주말 국내·외 프로배구·프로농구 코트에는 혹한의 날씨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라이벌 빅매치들이 잇따른다. ■ NBA…샤킬-코비 리턴매치 미국프로농구(NBA)에선 동료에서 원수로 변한 샤킬 오닐(마이애미 히트)과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가 2년 연속 크리스마스(한국시간 26일 새벽 5시) 혈투를 벌인다. 지난해 성탄 첫 대결은 98년 이후 NBA 최고 시청률(8.0%)을 기록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당시 브라이언트가 42점을 쏟아부으며 맹활약했지만,24점 11리바운드로 튼실하게 백보드를 장악한 오닐의 마이애미가 104-102로 승리. 이들은 8시즌 동안 레이커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3차례의 우승을 일궜지만, 내내 불협화음을 빚은 끝에 오닐이 지난 시즌 마이애미로 둥지를 옮기면서 불편한 동거를 마감했다. 이후 성폭행 혐의로 법정을 들락거리던 브라이언트가 “오닐도 여자 문제가 복잡하다.”며 입방정을 떤 탓에 둘은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7차전 명승부를 펼쳤던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도 또한번 자웅을 겨룬다. ■ 프로배구 V-리그…삼성-현대 10년앙숙프로배구 V-리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25일 오후 2시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리턴매치를 벌인다. 지난 21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무려 8개의 서브에이스를 꽂아 넣으며 한경기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용병 숀 루니(현대)와 부상을 털고 일어난 공격성공률 선두 이형두(삼성)의 ‘레프트 대결’이 관건. 지난 11일 시즌 첫 맞대결에서 1-3으로 패한 현대는 이번 홈경기만큼은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정상 정복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1차전에선 높이로 네트를 장악하는 이선규와 신경수가 빠져 뼈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이번에는 베스트멤버를 총동원, 승리를 낚는다는 계산이다. 용병 농사에 실패했지만 삼성의 저력은 여전하다. 최태웅의 정교한 토스워크가 믿음직하고 끈질긴 수비도 지난해 못지않다. 네트 좌우의 이형두와 장병철의 부담을 덜어줄 신진식, 김세진의 투입 시기가 변수다. ■ 여자프로농구…전주원-정선민 지존경쟁25일 열리는 안산에서 열리는 ‘천재가드’ 전주원(신한은행)과 ‘연봉퀸’ 정선민(국민은행)의 여자프로농구 시즌 첫 대결도 흥미롭다. 대표팀 주전 포인트가드와 센터로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농구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이들은 지난 여름리그 때는 2승2패로 팽팽히 맞섰지만, 플레이오프에선 2승1패로 전주원이 웃었다. 남자 프로농구의 성탄 선물은 단독선두 동부가 준비했다. 우선 0.5게임차의 살얼음판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2위 모비스와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맞붙는다. 지난 시즌 4승2패로 앞섰지만 올들어 2연패를 당해 자존심을 구긴 동부는 “시즌 첫 승”, 모비스는 “3연승”을 외친다. 25일 원주 동부-KCC전도 농구팬의 정신을 쏙 빼놓을 만한 ‘빅카드’. 두 팀은 지난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한 차례 씩 우승을 나눠 가진 숙적이다. 최병규 임일영기자 cbk91065@seoul.co.kr
  • [씨줄날줄] 백호주의/육철수 논설위원

    남태평양의 거대한 섬대륙 호주는 영국 식민지 시절 죄수들의 유형지였다. 그러나 1850년대 금광이 발견된 후, 죄수가 아닌 백인과 중국인 등이 대거 들어가 살면서 유명한 백호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처음엔 백인우월적 의식 수준이던 백호주의는 1901년 연방이 결성되면서 ‘통일이민제한법’으로 성문화된다. 이 법은 1978년 폐지되기까지 유색인종의 이민을 막고 백인을 보호한 인종차별 정책이었다. 호주는 노동력의 부족으로 백호주의를 철회한 후에도 이민수용 9원칙과 점수제에 의한 이민심사방식을 채택해 유색인종의 이민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다. 당시 유색인종이 이 나라에 가서 살려면 영어시험을 쳐야 했다. 백인들은 무시험 통과였다. 유색인종이 영어를 잘하면, 알지도 못하고 쓸데도 마땅찮은 그리스어 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행태가 이만저만 얄미운 게 아니었다. 지금 시드니에서는 백인과 레바논계가 사흘째 피가 터지도록 싸움을 벌이고 있다. 레바논계 갱단이 해안경비대원을 구타한 게 발단이었다고 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연락을 받고 몰려든 수천명의 백인들이 인종주의 구호를 외치며 날뛰는 통에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킨헤드 등 극우 인종차별주의자까지 끼어들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고 한다. 하워드 총리가 “인종이나 외모를 보고 공격하는 것은 야만적 행위”라며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지만 말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수그러들던 백호주의가 재현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인종 소요사태를 겪은 터라, 지구촌 곳곳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명의 시대라지만 인종 충돌이 시도 때도 없이 터지니 세상은 살얼음판이다. 더구나 인종간 다툼은 어린애 장난처럼 시작됐다가 종종 대규모 감정싸움, 나아가 전쟁으로 비화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도 보통일은 아닌 것 같다. 지난 100년동안 인종갈등 때문에 벌어진 분쟁과 학살로 1억 7500만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같은 기간동안 전쟁터에서 숨진 4000만명보다 몇배나 더 많다. 이렇게 많은 생명을 잃고도 정신을 못 차리니, 만델라 같은 ‘용서의 정치인´이 수백명 있다한들 무슨 소용있겠나. 생김새와 문화가 다른 사람끼리 함께 사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정말이지 어딜가나 인간이 문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사설] ‘위폐논란’ 6자회담 걸림돌 안돼야

    북한이 위조달러를 제작·유통시켰다는 의혹과 관련, 북한·미국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예정됐던 양자 접촉도 무산됐다.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던 북핵 6자회담이 이 문제로 다시 꼬일 조짐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북한은 위조지폐 논란을 6자회담과 연계시키지 말고 의혹을 터는 게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은 북한을 설득하는 자리를 만드는 데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북·미간 갈등 소지는 지난달 제5차 6자회담에서 비롯됐다. 위폐 의혹을 이유로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단행한 사실을 북한이 쟁점화하자 모호하게 봉합한 것이 잘못이었다. 북한에 “위폐 문제는 6자회담과 별개”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했다. 애매한 성격의 북·미 협의를 갖기로 함으로써 북한에 금융제재 조기해제 수순을 기대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때문에 미국이 양자협의를 ‘위폐 근절을 위한 설명회’로 못박자 북한은 불참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미국·중국은 지금부터라도 ‘위폐발행 의혹을 해소해야 금융제재가 풀릴 것이며, 금융제재를 북핵에 기대어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미국의 융통성 없음도 지적해야겠다. 북한과 이왕 양자협의를 가지기로 했으면 재무부 당국자뿐 아니라 국무부의 대북 담당자들이 자리를 함께 해 북한의 위폐 근절 다짐을 받고, 북핵 해결에 도움을 받는 편이 나았다. 협상이 아닌, 일방적 설명의 장이라고 미리 성격규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미 행정부 안에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시 강해지는 듯해 우려스럽다. 미국은 11월분 대북 식량지원도 보류했다. 북핵 해결 과정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일이다. 원칙을 지키되 공연히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서로 삼가야 한다.
  •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벌과 멧돼지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벌과 멧돼지

    엊그저께는 마당에 있는 돌확의 물이 살얼음 져 있는 걸 보았다. 올겨울 들어 첫얼음이었다. 영하의 날씨 중에도 올해의 마지막 꽃인 노란 국화는 아직은 제철인 양 씩씩하게 피어있다. 그러나 벌은 날아오지 않는다. 봄부터 가을까지 마당에서 잉잉대던 그 많던 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얼마 전까지도 날지 못하는 벌들이 양지쪽에서 빌빌 기어 다녔었는데. 한번은 손녀딸이 데리고 온 강아지가 별안간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뒤집어진 적이 있다. 낯선 사람을 봐도 짖지도 않던 순한 강아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렇게 죽는 소리를 치는지, 뒤집어져 떨고 있는 발끝을 살펴보았더니 벌이 붙어있었다. 날지 못하고 비실비실 기어 다녀도 벌은 벌이었다. 벌에 쏘여 죽은 사람도 있단 소리를 들은지라 동물병원엘 데리고 가야 하나, 약을 발라줘야 하나,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강아지는 뒤집어진 채 벌에 쏘인 자리를 핥기 시작했다. 어찌나 열심히 그리고 맹렬히 핥는지 우리는 그냥 바라볼 수밖에는 달리 손을 쓸 엄두를 못 냈다. 이윽고 강아지는 언제 그랬더냐 싶게 멀쩡해져서 사람을 앞질러 뛰기 시작했다. 낳자마자 아파트 속에 갇혀 인공사료 먹고, 텔레비전 보고, 문화생활(?)만 하던 강아지가 어디서 그런 신통한 응급조치법을 전수받은 걸까, 생각할수록 신기해하던 내가 같은 일을 당했다. 이번엔 마당이 아니라 실내에서였다. 어쩌다 실내까지 기어든 벌을 밟은 것이다. 양말위로 물렸는데도 악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을 만큼 지독한 아픔이었다. 나에게 밟힌 게 먼저인지, 나를 쏜 게 먼저인지, 아마 동시겠지만 벌은 이미 죽은 것 같은데도 나는 그놈을 휴지로 누르고 또 눌러 잔인하게 복수를 한 다음 행동은 나도 모르게 강아지 흉내였다. 나는 내 입으로 벌에 물린 엄지발가락을 핥으려 했지만 입이 닿지 않았다. 강아지처럼 뒤집어져서 애를 써보았으나 역시 닿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요가라도 배워볼 걸, 굳어버린 몸이 한심스러웠다. 그래도 나는 강아지한테 배운 응급조치법을 단념하지 않고, 약 대신 손가락으로 내 입의 침을 묻혀다가 물린 자리의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여러 번 발라주었다. 그 후 발등이 좀 부어오르고 그 자리가 가렵다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침을 안 발랐어도 그 정도로 치유됐을 것이나 나는 아직도 강아지한테 배운 자연 치료법을 신기해하고 있다. 첫얼음을 보고 나서 앞산을 바라보니 곱게 물들었던 나무들이 그 새 많이 헐벗었다. 우리 동네를 안아주고 있는 산은 요새 멧돼지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고 해서 유명해진 아차산이다. 인가나 아파트 주차장까지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친지나 자식들로부터 염려해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지방에 사는 딸은 전화 걸 때마다 엄마 대문 잘 잠그란 소리를 잊지 않는다. 현관문은 잘 잠그지만 대문 단속은 허술한 편이어서 한번은 취한 사람이 마당으로 들어와 한동안 법석을 떤 일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취한(醉漢)은 골칫거리였지만 멧돼지가 쓱 대문을 밀고 들어올 생각을 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길가다 마주치면 지레 까무러칠지도 모르는 주제에 말이다. 만일 멧돼지를 만났을 때에는 우산을 펴들라는 대처법을 신문에서 읽은 것 같다. 시력이 나쁘니 바위로 착각할 거라나. 멧돼지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아나. 착각할 거라는 생각이야말로 인간의 착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멧돼지한테 공격당할 확률은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나 사나운 동네 개한테 물릴 확률에 비해 거의 제로에 가까우련만 사람들의 호들갑은 사뭇 요란하다. 이렇게 인간에게 집단 거주지가 들켰으니 종족을 보존하려면 멧돼지들 쪽에서 시급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그 집단에도 원로(元老) 멧돼지가 있을 것이다. 서둘러 젊은 것들, 어린 것들을 소집해서 빨리 인간이 얼마나 모진 동물인지, 총이나 마취 총으로도 부족해서 만일 멧돼지 요리법을 개발한다든지, 쓸개나 신에서 신효한 정력제가 들어있다고 떠벌이는 인간이라도 나타난다면 씨도 안 남아 날 테니, 제발 대가 안 끊기도록 자중자애하고 먹이를 이 산중에서 자급자족하자고 눈물로써 호소하길 바란다.
  • 농림부 ‘죽을맛’

    농림부가 요즘 죽을 맛이다. 쌀 협상 비준안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에다 김치파동 후유증,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여부,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등 산적한 현안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이들 쟁점 중 어느 하나도 가볍게 다룰 사항이 아닌데다 국민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다.쌀 협상을 둘러싼 ‘이면(裏面)합의’ 논란이 잠잠해질 때만 해도 한숨 돌리는 듯했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17일 쌀 협상 비준안이 농민들의 반발로 계속 늦어지는 것과 관련,“한마디로 답답한 심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23일 비준안 처리가 가능하겠느냐.”고 걱정했다.10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하고 농민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대부분 들어줬는데 더 이상 뭘 얻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치파동은 진정되는 상황이지만 자라보고 놀란 ‘농림부의 가슴’은 여전하다. 여인홍 채소특작과장은 “배추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무슨 일이 또 터질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5t 트럭당 400만원까지 올랐던 배추값이 최근 출하물량이 늘면서 300만원으로 떨어졌으나 평년 가격보다는 70%나 비싸다. 일본에서 한국산 김치를 검사한 결과 기생충 알이 나오지 않은 점에 위안을 찾으면서도 김치의 일본 수출이 줄기 시작하자 타이완과 홍콩 등지로 여파가 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9일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내부 전문가회의에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전문적인 판단에만 의존하면 수입 재개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쇠고기 수입문제를 꾸준히 거론해 온 점을 의식하고 있다.자칫 미국의 압력에 굴복, 국민건강을 볼모로 맡겼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DDA 농업협상은 우리에게 점점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김치요? 누가 뭐래도 국산이죠

    김치요? 누가 뭐래도 국산이죠

    김장의 계절이 돌아왔다.17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매장에는 김장 배추를 사려는 주부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요즘 많은 주부들이 김치를 사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설문조사 결과 전체 주부의 15%만이 김치를 사먹고 85%의 주부들은 직접 김치를 담그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 최근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 5개 광역시의 주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김치를 구입하는 주부들은 대부분 ‘대형유통업체’에서 구입(67%)했고 구입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김치 맛’이라고 답했다. 최근 ‘기생충알 김치’ 파동 때문에 김치를 살 때 원산지를 확인하는 경우는 75%에 달했다. 국산김치가 수입산에 비해 3∼5배 비싸더라도 구입하겠다고 답한 주부는 62%였다. 최근의 김치파동으로 국산김치에 대해서는 제품 선호도가 높아진 반면, 수입산에 대한 불신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글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김장철이다. 올해는 여느해 보다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 유통업계가 김치 관련 행사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특히 납 김치, 기생충알 김치 등 김치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김장 재료 구입에서부터 김치를 담그기까지 소비자들을 참여시켜 유통 김치에 대한 불안해소에 진력하는 모습들이다. ●다양한 할인행사 롯데백화점 부평점은 이달 20일까지 ‘김장김치 재료 모음전’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김치파동으로 식품 위생에 민감한 주부들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버무린 김치를 판매한다. 또 배추, 무, 알타리무, 갓김치, 마늘, 생강 등의 김장재료를 산지 직송으로 들여와 상품별로 정상가 대비 20∼30%정도 싸다. 롯데마트는 영·호남을 제외한 전국 29개점에서 23일까지 ‘김장재료 모음전’을 연다. 배추 1통당 580원(점별 1일 1000통,1인당 5통 한정)의 파격가에 판매한다. 같은 기간동안 한정판매행사가 종료되면 전량을 980원에 판매한다. 또한 이 기간동안 마늘, 쪽파, 생강 등은 현 시세보다 약 50% 할인판매하고 천일염, 고춧가루는 30∼40%가량 저렴하게 판매할 예정이다. 롯데마트 야채팀 조정욱 MD(상품기획자)는 “지역마다 김장 담그는 시기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오는 20일 이후 본격적인 김장철에는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기획행사를 통해 구매하면 싼 가격에 김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젓갈 한자리에… 신세계백화점은 24일까지 대한주부클럽연합회와 함께 ‘김장젓갈 바자회’를 본점과 강남점에서 연다. 올해로 36회째를 맞는 젓갈 바자회는 김치파동으로 직접 김장을 하려는 고객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행사 기간동안 국내산 젓갈을 정상가 대비 20∼30%가량 할인 판매하며, 배추도 싼 가격에 판매한다. 대표 상품으로 음력 6월에 잡히는 새우로 담근 살이 통통한 육젓은 500g 1만 5000원에, 김장용 추젓은 500g 8000원에 판매한다. 또 멸치젓(7000원/1㎏), 황석어젓(8000원/1㎏), 까나리액젓(4900원/1㎏), 갈치속젓(9000원/1㎏) 등도 평소보다 싸게 판매한다. 특히 멍게젓, 어리굴젓 등 다양한 양념 젓갈을 비롯해 죽염고추장, 죽염 간장 등 전통 장류까지 판매해 주부들의 겨울 걱정을 한꺼번에 들어준다. 이번 바자회에서는 봉화 송이김치를 비롯해 충주 사과김치, 충청 열무김치, 전라 갓김치, 함경 동치미 등 지방의 갖가지 특화된 김치도 선보인다. ●김장비용 300만원 경품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오는 24일까지 “김장 비용을 드립니다.”라는 경품행사를 펼친다. 김장비용(4인기준) 15만원에 해당하는 김장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로 식품관에서 당일 3만원 이상 구매시 추첨을 통해 총 20명에게 3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한다. 또 식품관 외 매장에서 당일 5만원 이상 구매시 150만원 상당의 위니아 딤채(180ℓ)김치냉장고를 추첨을 통해 10명에게 증정한다. 추첨은 오는 25일에 실시한다. 이밖에도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15일부터 전남 해남산 배추(1포기)를 780원에 판매한다. 하루 500포기 한정으로 1인 5포기에 한해 구매할 수 있다. 그랜드백화점 한정석 마케팅팀장은 “올해 김장비용이 많이 증가해 가계에 어려움이 예상돼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김장비용 경품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치 냉장고도 할인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에서는 오는 30일까지 ‘김치냉장고 보상판매전’을 열고 있다. ‘삼성하우젠’ HNR-EC18W 와 SKR-EF200N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에 한해 20만원 보상 혜택을 준다. 또 ‘위니아 딤채’는 모델에 상관없이 구매고객에게 15만∼20만원의 보상판매 혜택을 제공한다. 그랜드백화점과 그랜드마트는 오는 30일까지 전점 가전매장에서 ‘김치냉장고 특별 기획전’을 열고 일부 신제품은 정상가의 10∼30%,1년차 재고상품은 최고 30∼40%까지 저렴한 가격에 할인 판매한다. 유산균 발효제어시스템이 있는 대우클라쎄 김치냉장고(FIR-N192/192ℓ) 115만원, 식품별 맞춤 온도시스템이 특징인 삼성하우젠 김치냉장고(202ℓ) 169만원, 살얼음 기능이 있는 LG김장독(184ℓ)119만원, 익힘 잔여기간 표시가 있는 위니아만도딤채(185ℓ) 85만원, 이슬 방지 기능이 있는 위니아만도딤채(160ℓ) 97만원, 에너지효율1등급인 삼성하우젠김치냉장고(180ℓ) 149만원 등이다. 그랜드백화점 송정헌 가전바이어는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김치냉장고의 매출이 작년보다 20% 정도 늘어나는 추세로 보상판매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체국쇼핑, 월마트도 가세 우체국 쇼핑(www.epost.go.kr)은 27일까지 ‘김장상품 할인 행사’를 열고 김치 및 김장재료를 최고 20%까지 할인해 준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돌산 갓김치, 깍두기 등 각 지역 특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팔도 김치는 물론, 김장 재료로 각광받는 의성 마늘, 청송 태양초 고춧가루, 광천 새우 육젓, 남해 멸치액젓 등 지역특산 원료까지 총 165종의 상품을 최고 20%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우체국쇼핑 사업팀 이주미 홍보과장은 “최근 직접 김장을 해서 먹겠다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어 팔도 특유의 김치와 지역 특산 재료를 믿고 살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주요 상품별 가격대는 의성 마늘(3㎏) 2만 1800원, 단양 다진 마늘(1㎏) 1만 3700원, 청송 태양초 고춧가루(1㎏) 1만 6200원, 광천 새우 육젓(1㎏) 2만 1600원, 남해 멸치액젓(1.8ℓ) 9100원, 배추김치(5㎏) 1만 6200원, 깍두기(5㎏) 1만 5300원, 총각김치(5㎏) 1만 7600원, 돌산 갓김치(2㎏) 1만 800원 등이다. 이밖에 월마트 코리아(walmartkorea.com)도 17일부터 23일까지 수도권 8개점(일산점, 화정점, 계양점, 인천점, 중동점, 평촌점, 구성점, 강남점)과 대전점 등 총 9개 매장에서 ‘김장준비 알뜰 상품전’을 열어 김장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맛깔나는 김치 내손으로 올해는 집에서 직접 김장을 해서 먹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최대 고민은 재료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이다. 백화점 구매담당자들이 추천하는 젓갈류 등 김장 재료 고르는 방법을 알아보자. ●배추, 무 배추 속을 일일이 살펴가며 재료를 고르는 것이 김장이 주는 또 하나의 기쁨이지만 맞벌이 부부 등 바쁜 일상에 쫓기는 소비자들은 대충 고르는 경향이 있다. 판매사원이 적극 권하는 배추라도 꼼꼼히 확인한 뒤 고르는 습관이 필요하다. 배추 껍질이 얇으면서 푸른잎이 많고 잎이 단단하게 밀착돼 겉잎을 버릴게 없는 것이 좋다. 보통 김장용으로 사용되는 배추는 중간 크기가 적당하며 들어보았을 때 속이 꽉찬 느낌이 들 정도로 묵직하고 속잎의 맛이 고소한 것이 좋다. 무 바람이 들지 않고 신선하며 윤이 나고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연하고 매운맛이 적고 단맛이 나며 무청이 싱싱한 것이 좋다. 총각무는 작고 단단하며 싱싱한 무청이 달린 것으로 뿌리 아래 부위가 약간 퍼지면서 굵어진 것이 연하고 맛이 좋다. 동치미 무 무청이 싱싱하며 모양이 매끈하고 윗부분이 파랗지 않은 재래종이 좋다. 젓갈류 김장 맛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젓갈이 들어가야 일품이다. 김장 젓갈로는 새우젓과 멸치젓, 황석어젓 등이 많이 사용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새우젓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오젓(5월에 담근 새우젓), 육젓(6월에 담근 새우젓), 추젓(가을에 담근 새우젓)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음력 6월에 담그는 육젓이 김장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살이 통통하며 허리가 굽은 듯하고 졸깃졸깃한 맛이 나며 색깔은 맑은 연분홍을 띤 것이 좋다. 추젓은 크기가 작고 껍질이 약간 두꺼운 것이 특징으로 잡티가 많이 섞인 것은 좋지 않다. 멸치젓은 경상도와 전라도산이 제일 좋다. 남해 추자도 인근에서 잡은 멸치로 담근 추자젓이 최상품으로 6∼7㎜크기에 멸치살이 붉은색을 띠며 뼈와 머리가 완전히 붙은 것이 좋다. 비린내가 나거나 색깔이 유난히 선명한 것은 충분히 삭지 않은 것이다. 몸은 토막내 배추김치소에 넣고 머리는 국물로 달여 김치젓국으로 사용하는 황석어젓은 노란 기름이 도는 것으로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물렁물렁한 느낌이 나는 것이 잘 삭은 것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금융 ‘M&A 두 매물’ 엇갈린 표정

    금융 ‘M&A 두 매물’ 엇갈린 표정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인 외환은행과 LG카드 직원들은 전통적으로 자존심이 강하다. 한국은행 외환관리부가 모태인 외환은행은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은행으로 유명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집안이 좋기로도 유명했다.LG카드 역시 과거 LG그룹이 카드시장 1위를 목표로 그룹에서 최정예 멤버를 선발해 설립한 회사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카드사태를 겪은 뒤 회사가 매물로 전락하면서 이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최근 매각을 진행할 주간사가 선정되고, 강력한 인수후보자들이 속속 떠오르는 등 매각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두 회사 직원들은 불안한 미래를 향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처럼 ‘동병상련’인 두 금융기관 직원들이 최근 사뭇 태도가 달라 관심거리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현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는 반면 LG카드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숨죽인 채 매각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6일 “외환은행 매각은 당분간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에 직원들이 여러 인수 후보들에 대해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지만,LG카드는 당장 내년 상반기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 자신의 호(好)·불호(不好)를 선뜻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할 말은 한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금융권 경쟁 환경에 중요한 변화가 생길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외환은행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외환은행 직원들은 “국민은행이 하나은행보다는 낫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이 인수 의사를 비쳤을 때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들은 “외국계 자본을 끌어들여 외상으로 매입하려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통합 후유증이 어느 정도 봉합됐고, 노조까지 통합된 데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하나은행은 정반대의 행태를 보였다.”면서 “인수시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도 국민은행이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특히 최근 노조 설문조사에서 대주주인 론스타 펀드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설문 참가자 3558명 가운데 2954명(83%)이 2년 전 론스타로 매각된 것에 대해 “특혜와 의혹투성이로 점철된 잘못된 매각이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론스타가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이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론스타를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할 말은 많지만… 반면 LG카드 직원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LG카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나 신한지주, 씨티그룹 등 여러 인수희망자들이 오르내리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매각 주간사가 JP모건으로 선정된 만큼 실제 매각은 국내 자본에 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공감대만 형성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이 대규모 신입사원을 뽑고, 상여금을 넉넉하게 지급하는 반면 LG카드는 아직 상여금을 줄 처지가 아닌 점도 두 회사 직원들의 표정을 갈라 놓는다. 더욱이 LG카드 직원들은 회사 대출로 산 우리사주 주식이 두 차례 감자(減資)를 거치는 동안 많은 빚을 지게 됐다. 올해 연말 회사측이 성과급 형태로 이 대출금을 일부 상환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LG카드는 또 올 3·4분기까지 1조 135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경쟁 카드사들보다 훨씬 조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카드와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지만 업계 1위 LG카드는 ‘수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제 LG그룹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내년 3월까지는 ‘LG카드’라는 이름을 유지해야 하는 처지도 마케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조만간 새로운 CI를 만들어야 하지만 어디로 인수될지 몰라 신중한 입장”이라면서 “‘LG카드’라는 이름으로 주력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UEFA 챔피언스리그] 맨U 예선탈락 걱정되네

    ‘신형 엔진’ 박지성(24)의 팀내 최고 평점 활약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끝없는 추락을 막지 못했다. 맨체스터는 3일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05∼06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LSOC릴(프랑스)과의 D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전반 38분 릴의 아시모비치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맨체스터는 1승2무1패를 기록, 이날 벤피카(포르투갈)를 1-0으로 꺾은 비야레알(스페인·1승3무)과 2무1패 뒤 첫 승을 거둔 릴에 밀리며 조 3위가 됐다. 당초 무난하게 조 1위로 16강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예선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빠진 셈. 박지성은 팀이 0-1로 뒤지던 후반 20분 키에른 리처드슨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열아홉 번째 챔피언스리그 출전. 한국인으로서는 종전 이영표가 갖고 있던 18회 출전 기록을 넘어섰다. 박지성은 출전하자마자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볼을 빼앗아 코너킥을 유도하며 지지부진하던 공격 라인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후반 32분에는 호나우두의 왼쪽 크로스를 루드 반 니스텔루이에게 연결하며 득점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후반 37분에는 아크 정면에서 날린 회심의 왼발 슈팅이 오른쪽 골 포스트를 살짝 비껴나가 팬들의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의 슛이 아까웠다.”고 이 장면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국 스포츠채널 ‘스카이스포츠’는 반데사르와 대런 플레처, 웨인 루니와 함께 박지성에게 팀내 최고 평점인 7점을 주며 높이 평가했다. 맨체스터는 오는 23일 예정된 조선두 비야레알과의 홈경기는 물론 다음달 8일 벤피카와의 원정경기 모두 살얼음판을 걷듯 사력을 다해 치러야 한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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