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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동(冬)장군/황수정 논설위원

    밥상의 김장김치 한 포기에도 겨울이 익는다. 풋내로 뻗대던 모양새가 직수굿해졌다. 비린 젓국에 알맞게 삭아지는 때. 집집에서 김치는 온실의 화초 대접이다. 속성 발효시킬 것, 시간을 두어 익힐 것이 마음대로다. 냉장 기계의 버튼 하나로 시시해진 일이다. 겨울 김치를 익히는 일은 시시하지 않았다. 시골 우리 집에서는 마당 귀퉁이 감나무 밑에 김장독이 묻혔다. 찬바람 나면 독 자리부터 팠다. 젓국의 농도로 앞뒤 먹을 순서를 정해 묻으면 그날로 ‘관계자 외’ 금지 구역. 무른 공기에 군둥내가 김칫독째 잡치지나 않을까, 푹한 날에는 뚜껑을 열지도 않았다. 한낮까지 짜글짜글 살얼음이 버티는 날. 떠들린 배추 포기에 손도장이 찍히도록 꼭꼭 눌러 군물을 단속했다. 겨울의 맛은 찬 맛이다. 칼바람에 단련돼 짱짱했던 동치미 국물은 지금 어디에도 없는 맛. 온 신경줄 홀쳐매던 죽비의 맛. 따뜻해진 겨울은 우리 오감마저 온실에 묶는다. 고드름 녹아 낙숫물 소리, 얼음장 갈라지는 소리, 눈 다발에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 보고 듣지 못해 말할 수 없어지는 겨울의 이야기. 모처럼 동장군이 오셨다. 버선발로 맞아도 모자랄 그분이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큐” 사인 떨어지자, 400명의 눈빛이 번뜩였다

    “큐” 사인 떨어지자, 400명의 눈빛이 번뜩였다

     “오늘 심사 볼 안무입니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 11일 오후 12시 50분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 제1연습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앙상블 오디션 현장. 한파보다 더 매서운 ‘배우 선발’의 살얼음판을 통과하려는 남녀 응시자들의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심사 시작을 알리는 정도영 안무가의 저음이 연습실을 가득 메운 긴장감을 뚫고 퍼져나갔다. 연습실 곳곳에 대기하고 있던 응시자들이 안무가 곁으로 모여들었다. “원, 투, 쓰리, 포~.” 안무가가 팔다리를 들어 올리고 턴을 하며 심사를 볼 안무를 시연했다. 극 중 ‘해적’ 장면의 안무였다. 50초 정도의 짧은 안무였지만 그 시간을 채우는 동작들은 복잡하고 어려웠다. ‘심사 당일 저 동작들을 현장에서 처음 보고 어떻게 그대로 무대에서 재연할 수 있나.’ 안무가의 춤 동작을 보고 든 첫 느낌이었다.  안무가의 구령과 동작에 맞춰 60여명의 응시자들이 그의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했다. 뒷줄에 서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오며 같은 동작을 되풀이했다. 여러 번 반복되자 응시자들의 동작이 통일을 이뤄나갔다. 반복 연습을 한 지 30분이 지나자 이곳저곳에서 거친 숨이 뿜어져 나왔다. 체력소모가 컸기 때문이다. “열을 바꿔서 한 번만 더 해볼게요. 이제 마지막이에요.” 안무가의 ‘마지막’이라는 말이 응시자들에게 다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몬테크리스토’ 국내 초연 때부터 연출을 맡았던 로버트 요한슨이 응시자들 앞에 섰다. “이번 오디션에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해적을 찾고 있습니다. 굉장히 거친 사람도 있고 섹시한 사람도 있고 해적 캐릭터는 다양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자기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캐릭터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정근용 제작감독, 권은아 협력연출, 홍현표 무술감독, 원미솔 음악감독 등 심사위원들이 자리에 앉았다. “갈게요. 음악 주세요.” 권 협력연출의 ‘큐 사인’으로 심사가 시작됐다. 남자부터 5명씩 한 조가 돼 무대에 올랐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동작을 잊고 한숨을 내쉬거나 당황하는 응시자들도 눈에 띄었다. 조별 오디션 이후 개인기, 검술 연기, 노래 등의 심사가 이어졌다. 오디션 서류 접수는 지난달 14~31일 진행했다. 1800명이 지원해 400명이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오디션은 지난 8일 시작됐다. 이날을 포함해 12일까지 세 차례 진행된다. 몬테크리스토, 메르세데스 등 남녀 주·조연 18명, 앙상블 19명을 뽑는다. 현장에서 만난 연출가 요한슨은 심사의 첫째 기준으로 “노래를 잘하는 게 우선”이라고 못박았다.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갔는데 배우가 노래를 못하면 그 실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예요. 지난 8일 첫 오디션에서 노래를 기준으로 응시자들 중 100명 정도를 추렸어요. 딱 세 음절만 들어보면 당락이 결정됩니다. 그동안 수천명을 심사하다 보니까 심사와 관련한 제6의 감각이 발달한 것 같아요.” 그는 주역 몬테크리스토와 관련해선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고 관객들을 몰입케 하는 로맨틱한 면도 있어야 한다. 노래는 기본이고 청년에서 노년까지의 몬테크리스토를 보여줘야 하기에 연기력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응시자 안상은(27)씨는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어서 많이 긴장되고 설렜다. 다른 오디션과 달리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돼 개개인이 가진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13년 오디션에 통과했던 이정선(36)씨는 “3년 전보다 안무가 훨씬 디테일해지고 정교해졌다. 첫 오디션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동작 하나하나에 몸속의 모든 기운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몬테크리스토’는 프랑스의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1845년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원작으로,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에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성적인 음악이 더해진 작품이다. 친구들의 음모로 14년간 투옥됐다가 극적으로 탈옥한 몬테크리스토의 복수와 용서, 사랑 등을 담고 있다. 2010년 국내 첫 공연 이후 2013년까지 매년 흥행에 성공했다. 오는 11월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3년 만에 재공연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위기 때마다 부각되는 일본의 존재/이종락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위기 때마다 부각되는 일본의 존재/이종락 산업부장

    병신년 새해부터 온 나라가 난리다. 새해 벽두 중국 증시가 폭락하는 등 한국의 최대 해외투자 대상국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북한이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가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중국 리스크와 북핵 문제로 우리 정치와 경제는 잠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될 만큼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중국이 위기에 흔들리고, 북한이 준동할 때마다 존재가 부각되는 이웃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뒤로 우리에겐 짜증 나는 이웃이 됐다. 20년 장기 불황의 그늘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 간 유대도 느슨하게 만들었다. 7일 코트라에 따르면 2015년까지 한국이 전 세계에 투자한 금액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1.8%다. 국가별 순위로는 13위에 해당한다. 한국의 대일 투자는 2007년 5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1년 2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기까지 4년 연속 감소했다. 한·일 관계의 절정기였던 2012년(6억 5000만 달러)과 2013년(6억 9000만 달러)에 회복하는가 싶더니 양국 관계가 틀어진 2014년(4억 2000만 달러)부터 다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대일 투자가 감소한 것은 리먼 쇼크로 시작된 전 세계 금융위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 엔화로 자산이 몰리면서 급격하게 엔고 현상이 진행된 탓이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락해 예전처럼 활발한 대일 투자를 하기가 버거웠던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격화된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골도 투자 감소의 원인이 됐다. 2014년 이후 정치·외교 현안들이 얽히면서 우리에게 일본의 가치는 평가절하돼 있는 상태다. 이는 5만여개의 국내 기업(현지법인)이 진출해 있고, 2002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위 투자 대상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비교된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위기를 맞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위협할 때 우리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인접국은 어느 나라일까. 일본밖에 없다. 일본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우리와 공유하는 이웃 나라다.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구축해 갈 동반자로서 양국 간 다양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실제 한국과 일본은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통해 직접적 동맹국은 아니지만 사실상 동맹국인 관계로 맺어져 있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미·일 안보협정을 서둘러 맺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3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중국의 용틀임에 가려져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노베이션 허브’다. 글로벌 톱 기업들이 다수 있고, 그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독창적인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널려 있다. 출자나 합작회사 설립 등을 통한 기업 간 연계를 통해 한국 제조업은 일본의 기술력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 일본 기업은 한국 기업의 세계시장 판매 능력을 활용할 수 있어 양국 간 협력의 시너지 효과가 높다. 한·일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발전해 왔다. 중국의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북한의 불장난이 거듭될수록 양국 국민이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jrlee@seoul.co.kr
  • 새해부터 증시 ‘스톱’… 길 잃은 중국경제

    새해부터 증시 ‘스톱’… 길 잃은 중국경제

    새해 벽두부터 중국·중동발 복합 악재에 아시아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우리 경제에 암초가 하나 더 등장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보다 6.86% 폭락한 3296.26까지 밀리면서 장중 거래가 중단됐다. 선전 성분지수도 마감시간까지 거래를 지속하지 못한 채 8.20% 떨어진 1만 1626.04로 마쳤다. 중국 증시는 이날 처음 도입된 서킷브레이커(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할 때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가 대형주 중심의 상하이선전300지수에서 두 차례나 발동되면서 모든 거래가 강제로 중단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582.73포인트(3.06%) 하락한 1만 8450.98로 장을 마쳤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223.80포인트(2.68%) 하락한 8114.26에 마감했다. 코스피도 42.55포인트(2.17%)나 빠진 1918.76에 거래를 마쳤다. 일제히 하락세로 출발한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도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현재 전 거래일보다 2~4% 폭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증시가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를 다시 맞은 것은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랭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일 발표한 12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9.7로 예상치(49.8)를 밑돈 데 이어 이날 오전에 나온 경제매체 차이신 제조업 PMI조차 48.2로 집계돼 전망치(48.9)에 못 미쳤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제조업 부문 위축이 지속되면서 경기 부진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불안한 중동 정세도 기름을 부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에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이슬람 수니-시아파 양대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은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국제 유가를 2% 이상 끌어올렸다. 외환시장도 출렁거렸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2원 오른 1187.7원에 마감했다. 중국 위안화 고시 환율은 달러당 6.5032위안으로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 당국은 “우리나라의 주가 하락 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5일 새벽 긴급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일단 이번 중국 증시 급락이 지난해 8월의 ‘블랙 먼데이’ 같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씨줄날줄] 혜경궁 홍씨와 노소영/최광숙 논설위원

    “천은(天恩)으로 세손을 보전하여 주시길 바라나이다.” 비운의 사도세자 부인 혜경궁 홍씨가 남편이 뒤주에 갇히자 시아버지인 영조에게 올린 글이다. 뒤주에 갇혀 더위와 허기 속에 남편이 죽는, 망극한 일을 겪고도 그가 가장 먼저 염려한 것은 열한 살 아들 세손의 앞날이었다. 영조는 사도세자가 죽은 지 두 달여 지난 후 홍씨의 아들을 왕위를 이을 동궁으로 책봉한다. 아들이 동궁이 됐다고 홍씨의 근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동궁 책봉은 왕이 되기 위한 첫걸음일 뿐 그 후의 갈 길은 더욱 멀고도 험했다. 세손은 ‘죄인’ 사도세자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홍씨는 남편이 죽은 뒤 처음 영조를 만난 자리에서 아들 세손을 영조가 있는 경희궁으로 데려가 가르치길 간청한다. 영조가 “네 세손을 보내고 견딜까 싶으냐”고 걱정해도 “떠나 섭섭하기는 작은 일이요, 위로 모셔 배우기는 큰일이로소이다”라며 영조의 품으로 아들을 보낸다. 아들의 운명이 영조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홍씨는 영조가 어머니를 보고 싶어 우는 어린 세손이 마음 아파 도로 데려가라고 해도 어미를 그리는 것은 사사로운 정이고, 할아버지를 받들어 정사며 나랏일을 배우는 것이 옳다고 마다한다. 홍씨는 영조의 딸이자 시누이인 화완 옹주에게도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 그는 ‘한중록’에서 화완 옹주를 무시하고 그의 행실을 비난했지만 영조의 사랑을 받는 화완 옹주를 이용해 아들이 영조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특별관리’한다. 목표는 단 하나 ‘아들의 보위’였다. 결국 홍씨는 아들을 정조로 등극시키는 데 성공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부부 간의 일은 누구도 모르고 남의 가정사이기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여성들 대부분은 노 관장이 이혼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을 보고 심정적 지지를 보내는 분위기다. 노 관장의 행보에는 어렵게 일궈 온 가정을 지키겠다는 뜻이 제일 크겠지만 아직 자녀들이 어려 기업의 후계 구도가 가시화되지 않은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조선 왕실의 여성들은 오로지 아들을 낳아 왕위에 오르게 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도세자 사후 홍씨의 삶 역시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무수한 역경과 질시, 반목을 견디며 숨 막히는 왕실에서 살얼음판을 건너듯 살아왔다. 재벌가의 여인 노 관장도 남편 최 회장이 아직 젊고 경영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해도 자녀들의 후계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누구보다 똑똑한 데다 명문가 친정을 두고 있고, 어려운 시기에 자식의 장래까지 내다보며 전략적인 행보를 한다는 점에서 혜경궁 홍씨와 노 관장은 닮아 보인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29] 석화, 세한의 추억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29] 석화, 세한의 추억

    보낸 가을은 항상 짧았지요. 기실은 논이며 밭에 가을겆이할 일들이 널려 가을이 긴 지, 짧은 지를 가늠할 겨를도 없이 겨울을 맞는게 농가의 일상이지만, 그래서 가쁜 숨결 고르고 나서 뒤돌아 보면 우리가 거쳐온 가을은 항상 토끼 꼬랑지처럼 짧고, 그래서 늘 아쉬웠습니다. 짧은 가을을 보내고 나면 손끝에 닿는 물에 서슬이 배어 시리게 느껴졌고, 그러다가 곧장 아린 느낌으로 다가와 겨울임을 알곤 했지요. 갯마을의 겨울은 배를 띄워 주낙질을 하거나 살얼음 진 개펄에 맨살이 드러난 다리 뿡뿡 빠져가며 김과 파래를 뜯는 게 전부였는데, 배를 띄울 일도 없고, 맨 다리로 뻘을 디딜 일도 없는 게 썰물에 드러난 갯가에 나가 석화(石花)를 따는 일이었습니다. 요즘에야 양식 기술이 좋아 이 무렵이면 시장에 실한 양식굴이 넘치지만, 예전에는 종일 석화밭에 쪼그리고 앉아 시린 갯바람 맞으며 기껏 해야 완두콩만 한 굴을 따모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따는 석화는 싱싱한 자연산이었습니다.   ●동서양이 함께 향유한 식도락의 정수 갯가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자란 석화는 누가 따로 종패를 뿌리지도 않았고, 그러니 따로 돌보는 사람이 있을 리 없지만 바윗등에 빈 틈이 없을만큼 몸통을 비집고 빼곡하게 들러붙어 가히 ‘쩍의 산’이라고 할만 했지요.(굴을 까고 난 껍데기를 쩍이라고 했다) 굴을 딸 때 쓰는 조새와 바가지 하나 챙겨 석화밭인 쩍산에 다가가면 이미 알을 따내 빈 굴껍질이 속살을 드러낸 채 하얗게 층을 이뤄 돌꽃(석화)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등껍질 실한 놈을 골라 조새로 쪼아내면 싱그럽고 상큼한 어리굴이 맨살을 드러내곤 해 보기만 해도 마음이 오졌지요. 알이 굵고 실한 지금의 양식굴과 달리 씨알이 잔 석화는 갯바람 맞으며 한나절쯤 품을 팔아야 보시기로 하나쯤 딸 수 있었습니다. 굴의 영양학적 가치를 따지는 일이 새삼스럽습니다. 서양에서도 클레오파트라나 나폴레옹이 즐겼다고 전해질 만큼 글로벌한 마니아층을 가진 탓에 이미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영양 분석이 끝난지 오래인 식품이 또한 굴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큰 줄기만 추려보자면, 클레오파트라가 왜 굴을 즐겼을까를 되짚는 게 가장 그럴 듯 하겠지요. 보통의 여성도 그렇지만 클레오파트라 정도의 절대 권력자라면 당연히 맛과 함께 건강상의 득실을 따졌을 터이니까요. 굴에는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한데, 이 단백질이 근육의 수축에 따라 생기는 주름을 예방해 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피하층 밑에서 건강한 근육이 받쳐주는 사람의 피부가 오래 탄력을 유지해 건강미를 돋보이게 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지요. 또 칼슘과 철분이 많아 골다공증이나 빈혈 예방 및 치료에 이만한 게 흔치 않고, 현대인에게 고갈되기 쉬운 비타민B군과 남성성의 핵심 성분인 게르마늄 등 미량 영양소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굴 많이 먹고 살 쪘다는 사람 못 봤지만, 굴에는 글리코겐 형태의 탄수화물도 많아 살 부담을 안 주면서도 활력의 원천을 제공합니다. 예전에 갯가 사람들이 딸내미들을 두고 ‘얼굴 검으면 고깃배 부리는 부잣집 딸이고, 얼굴 희면 가난한 집 굴어미 딸이다’고도 했다니 한번쯤 되겨볼만 한 말이지요. 이런 굴의 풍미를 가장 진하게 느끼려면 생굴을 먹는 게 으뜸입니다. 10여년 쯤 전에 터키의 이스탄불에 갔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유명한 보스포러스 해협의 해안가 음식점에서 막 깐 생굴을 접시에 얹어 내놓는 게 아니겠습니까. 가만 보니 소스랄 것도 없더군요. 우리가 즐기는 초장을 기대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내 입에 익숙한 그 맛을 아닐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올리브유에 라임오렌지 즙을 섞은 소스에다 찍어먹는 생굴의 맛은 기막힌 충격이었습니다. 라임오렌지의 시그러운 맛을 감싸는 올리브유와 상큼한 굴의 향기가 어우러져 외국 여행에서 오는 피로와 양식의 느끼함을 단번에 씻어주고도 남았던 일, 다시 생각납니다. 번거롭게 이런 조리, 저런 치장을 하지 않고도 이런 맛을 느낄 수 있다니 나폴레옹이 막 깐 굴을 즐겨 먹었다는 게 이해되고도 남는 일이지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굴은 생식이 기본이었습니다. 막 딴 굴을 무채에 버무리거나 아예 생굴을 초장 듬뿍 찍어 먹는 것인데, 그 때 느껴지는 찹찹한 금속성 풍미는 굴요리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갯가에서 조새로 굴을 딸 때도 실한 놈 하나 입에 까넣고 오물거리면 한 동안 입안에서 간간하면서도 상큼한 굴 향기가 맴돌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어리굴젓은 한국 사람만 먹는 음식이라고?” 어리굴젓은 굴음식의 또 다른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갯가에서 막 딴 어리굴(아마 씨알이 작은 새끼굴, 즉 어린굴이 어리굴로 변이하지 않았을까)을 짜지 않게 얼간해 잘 갈무리해 두면 살에 적당하게 간이 배면서 삭아드는데, 여기에 간단히 양념을 해서 더운 밥에 얹어 먹는 맛을 클레오파트라나 나폴레옹이 몰랐다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2~3년쯤 전의 일입니다. 절친한 친구가 아들 녀석이 어학연수하는 동안 잘 돌봐줘 고맙다며 미국의 하숙집 주인을 한국으로 초청했었습니다. 아들놈이 미국에 있는 동안 “나는 너의 미국 엄마”라며 정말 자기 자식처럼 돌봐준 분이랍니다. 그 녀석이 미국에서 기흉을 심하게 앓았는데, 그 분이 손수 병원엘 데리고 다니며 깔끔하게 치료를 했고, 게다가 미국의 유학생 지원프로그램을 물색해 치료비까지 거의 안 내는 수준으로 감면받게 해 줘 꼭 그 분 내외를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었답니다. 하루는 그 ‘미국 엄마’를 서울 인사동의 한정식집으로 모셔 저녁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는데, 걱정이 앞서더랍니다. 한국의 전통음식을 선보이려고 한정식집으로 장소를 정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음식이 그를 당혹스럽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김치야 그렇다 쳐도 띄운 비지찌게나 청국장, 젓갈류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일 것 같더랍니다. 그런데, 그런 우려를 이 어리굴젓이 말끔하게 씻어주었답니다. 그녀에게 소금에 절여 양념한 전통 밑반찬이라며 어리굴젓을 조심스레 권했는데, 저어한 표정으로 한 번 맛을 보더니 아예 어리굴젓 그릇을 앞으로 당겨놓고 먹으며 감탄을 연발하더라는 것이지요. 나중에는 굴젓을 따로 더 시키기까지 했다는데, 서툰 젓가락질로 곰삭은 굴젓을 찝어 밥에 얹어먹는 모습이 이채롭기까지 하더랍니다. 그 친구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말을 그날 실감했다고 하더군요. 석화를 넣고 끓인 말간 무국도 잊지 못합니다. 술 좋아한 아버지를 둔 덕분에 숱하게 새벽 갯가의 석화밭을 훑고 다닌 기억이 새로워서입니다. 아버지가 술을 드신 다음날이면 어머니는 깔축없이 새벽잠을 깨우셨습니다. 잠에 취해 징징대는 제게 어머니는 “얼른 가서 석화 조금만 따오너라”고 시키고는 “갔다 오면 고구마 달게 궈놓으마”라고 어르곤 했지요. 이른 아침 갯가에 나가 시린 바람 맞으며 굴을 따는 게 정말 싫었지만, 갯가에 다다르기도 전에 잠이 깨고 정신이 맑아지면 또한 그렇게 상큼한 일도 없었습니다. 석화야 갯가에 지천이니 그걸 찾아 헤맬 일도 없고, 그 석화밭에 쪼그리고 앉아 조새를 토닥이면 금새 무국에 넣을 석화를 한 줌 정도는 딸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따온 석화를 맑은 물에 헹군 뒤 채 썬 무와 함께 넣고 끓여낸 굴국을 후후 불어 한 사발 드신 아버지는 “어, 시원하다”며 그제서야 정신을 가다듬고는 일거리를 찾아 마당으로 나서곤 했습니다. 그 시절의 겨울 일이라는 게 짚을 추려 멍석이나 가마니를 짜거나 새끼를 꽈 농삿일 준비를 하는 거지요.   ●“밥 잘 먹는 게 보약입니다” 자라면서 줄곧 어른들로부터 “밥이 보약이다”는 말을 들었지만, 체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을 이해할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세상 일을 나이로만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살다 보니 “아, 그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할 일이 많으니 말입니다. 석화 얘기를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석화도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먹거리, 찬거리일 뿐입니다. 그걸 별스럽게 포장한다고 석화가 달라질 건 없겠지요. 생각해 보면 석화는 ‘보약이 되는 밥’의 일부입니다. 석화든 시래기든 제 철에 살이 차올라 실해진 음식을 찾아 먹는 건 우리 식생활의 기본이었습니다. 바로 그 음식 안에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온갖 영양소가 꽉 차 있으니, 항용 듣고 자란 “사람이 누울 자리는 가려도 음식은 가리면 안 된다”거나 “밥을 잘 먹으면 산삼 녹용 찾을 일 없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서야 몸으로 깨우치며 삽니다. 자신의 입맛이나 기호, 가족의 식습관을 바꾸는 일이 번거롭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그런 섭생에도 ‘도(道)’가 있고, 그런 도를 최소한이나마 지킬 수 있다면 따로 돈 들이고 고민을 더해 영양제 사먹을 일이 없을 것입니다. 석화나 굴이 식도락의 반열에 들만큼 맛있고, 또 몸에 좋은 음식인 건 틀림없으니 그걸 통해 먹는 즐거움도 느끼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않을까요. 요새야 씨알 굵은 양식 굴이 널렸고, 그런 굴을 양식이라고 굳이 자연산과 가르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양식이든 자연산이든 크게 다를 건 없을 듯 합니다. 굴이야 다른 어류처럼 인공 사료를 먹여서 키우지 않으니 그걸 양식이니 자연산이니 구별할 필요도 없고, 또 양식이라도 이미 우리 식성에 길들여져 거부감없이 친숙한 데다, 그 안에 온갖 영양소가 차고 넘치니 찬거리가 마땅찮은 겨울에 이만한 머거리가 어디 흔하겠습니까. 그 뿐이 아닙니다. 생굴을 한 알 입에 넣으면 어김없이 혀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바다의 정취는 도시생활에 지쳐 군동내 나는 우리의 삶을 일순 청량하게 바꿔 놓으니 ‘푸드 테라피’라고 할 수도 있지요. 물론 요즘의 굴이 예전의 석화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의 기억에는 당시의 일상이 짙게 배어있으니 이제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풍미를 되살릴 수는 없는 일일 테고, 그러니 지금 주어진 것에서 오래된 기억을 되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석화가 그렇습니다. jeshim@seoul.co.kr
  • [영화 多樂房] ‘이웃집에 신이 산다’

    [영화 多樂房] ‘이웃집에 신이 산다’

    신은 존재한다. 그것도 벨기에 브뤼셀에. 인간 세상과 분리된 아파트에 주거한다. 서재에 틀어박혀 컴퓨터로 세상을 관리한다. 인간을 골탕 먹이기 위한 온갖 법칙을 만들어내고 재난, 불행의 씨앗을 뿌리고는 즐거워한다. 심술쟁이다. 오래전 집을 나간-사실은 집에 숨어 지내는- J.C라는 아들 말고 열 살짜리 딸 애아가 있다. 자신과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아버지를, 애아는 ‘망나니’라고 부른다. 어느 날 애아는 세상으로의 가출을 결심하고는 복수 차원에서 아버지가 꽁꽁 숨겨둔 비밀을 폭로한다. 모든 인간들에게 각자의 남은 수명을 문자로 전송해버린 것. 세상은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진다. 인간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런데 전쟁과 범죄가 사라지는 희한한 일도 생긴다. 신은 불같이 화를 내며 외친다. “인간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 나한테 꼼짝 못해. 그래서 매일이 살얼음판 위고. 그런데 죽는 날을 알면 누가 고생을 해? 다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지!” 신은 새로운 사도 6명-인간 세상의 소수자인-을 만나 새로운 신약성서를 쓰려고 하는 딸을 붙잡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나간다. 이들에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24일 개봉한 코미디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토토의 천국’(1991), ‘제8요일’(1996)로 유명한 자코 반도르말 감독의 작품이다. ‘미스터 노바디’(2009) 이후 6년 만의 신작. 연극, 오페라 연출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유명 뮤지컬 ‘키스 앤 크라이’를 만들기도 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복음서 등의 제목을 패러디하는 식으로 독특하게 진행된다. 곳곳에 위트가 깔려 있지만 경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초현실적인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특정 종교를 믿는 관객들은 상당히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는 영화. 가톨릭 신자라는 자코 반도르말 감독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으며, 또 충격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단지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제2의 다코타 패닝’ 필로 그로인이 애아 역을 맡아 성인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올해 시체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대표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를 만나볼 수 있는 점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원래 제목이 ‘완전 새로운 신약’(The Brand New Testament)이다. 115분. 청소년관람불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막내린 美 제로금리 시대] ‘화약고’ 기업부채

    [막내린 美 제로금리 시대] ‘화약고’ 기업부채

    “가계빚은 아니할 말로 집이라는 담보라도 있지요. 기업빚은 (가계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이렇다 할 담보도 없습니다. 구조조정을 정말 서둘러야 합니다.” 요즘 매일같이 살얼음판을 딛는 심정으로 국제 금융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의 얘기다. 경제관료 출신인 김 원장은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면 일각이 여삼추라는 초조함에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미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중국 경기는 둔화세가 뚜렷해 더 큰 폭풍우가 몰려오기 전에 방어벽을 단단히 쌓아 둬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주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에 역대 최고 등급인 Aa2를 부여하면서도 구조 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언제든 강등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한계기업)의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295개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15.2%다. 이 가운데 73.9%(2435개)는 2005년부터 2013년 사이에도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적이 있는 ‘좀비기업’이다. 금리가 오르면 한계기업의 채권은 부실채권으로 전락해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자금 지원과 수출 업무를 맡고 있는 특수은행의 부실채권(석 달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은 2010년 4조 6944억원에서 지난해 7조 5269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금융권은 특히 대기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여신 규모나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 볼 때 중소기업에 비해 그 후폭풍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기업부채연구센터장은 “최근 기업부채의 문제는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특히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대기업 부채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점”이라며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저금리에 의존했던 한계기업들을 중심으로 부실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최근 4조 2000억원대의 자금 지원이 결정된 대우조선해양 사태처럼 대규모 부채를 지닌 기업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하면 주요 은행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 구조 개선 담당자는 “대기업은 대출 채권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두 군데만 걸려도 은행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는다”면서 “건설이나 조선 쪽에 물려 있는 은행들은 초긴장 상태”라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이달 중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을 가려낼 방침이다. 지난 7월 정기 평가를 통해 이미 35곳을 선정한 데 이어 철강·석유화학·건설·해운 등 4대 취약 업종을 중점으로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은 지난달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 대상(C등급) 70곳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상(D등급) 105곳을 추려냈다. 조선·운수·철강 등 중후장대형 산업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등 국내 산업 지형이 바뀌는 데 따라 정부 주도의 단기적 처방보다는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보기술(IT)이나 전자 등 자본집중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어 정부의 수혈식 정책금융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입김을 줄이고 자본시장에서의 인수·합병(M&A)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기업금융팀장은 주주총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팀장은 “현재 워크아웃의 신청 주체는 기업인데 대개 기업 소유주와 경영자가 동일한 국내 기업의 특성상 기업의 부실이 겉으로 드러날 때까지 숨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주들이 기업 경영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제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프로농구] 삼성 5연승 신바람

    [프로농구] 삼성 5연승 신바람

    삼성이 5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공동 3위로 올라섰다. 삼성은 20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전자랜드와의 홈경기에서 95-79로 값진 승리를 거뒀다. 시즌 첫 5연승을 내달린 삼성은 19승 13패로 KGC인삼공사와 함께 공동 3위로 도약했다. 2위 오리온과는 불과 2경기 차.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20득점 9리바운드로 펄펄 날았고 임동섭(16점), 문태영(16점), 김준일(16점)은 고른 활약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전자랜드도 최근 트레이드로 재영입한 리카르도 포웰이 22점 8어시스트로 활약했지만 삼성의 기세를 막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전반전까지 전자랜드와 시소게임을 벌이던 삼성은 3쿼터부터 승기를 잡았다. 삼성의 에릭 와이즈는 1~2점 차의 살얼음판 공방이 이어지던 3쿼터 막판 골밑슛을 성공시킨 뒤 추가 자유투까지 얻어내 귀중한 3점을 가져왔다. 임동섭이 6초를 남기고 시원한 3점슛을 터뜨리면서 삼성은 72-66으로 더 달아났다. 삼성은 4쿼터 초반 김준일이 연달아 4점을 올리고 라틀리프가 2점슛을 성공시키며 78-66으로 점수 차를 크게 벌렸다. 전자랜드도 3점슛을 잇따라 시도하며 추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삼성은 문태영의 3점포로 종료 3분 24초를 남기고 89-75로 추격권에서 벗어났다. 한편 kt는 이날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66-92로 대패하며 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KCC는 36점을 쏟아부은 안드레 에밋의 활약에 힘입어 SK를 73-72로 누르고 홈 8연승을 질주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야스쿠니 보복”… 韓총영사관에 ‘배설물’ 투척

    “야스쿠니 보복”… 韓총영사관에 ‘배설물’ 투척

    일본 야스쿠니 신사 폭발음 사건 용의자로 한국인이 체포된 가운데 요코하마 한국총영사관에 배설물을 넣은 상자 투척 사건이 발생해 양국 외교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외교 당국은 사건 자체보다도 여파와 모방 사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이후 조금씩 풀려가고 있던 양국 관계가 이번 두 사건으로 서로 국민 감정을 자극하며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3일 요코하마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이 상자는 접이 우산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겉면에 ‘야스쿠니 폭파에 대한 보복’이라는 문구가 혐한 단체인 ‘재일(在日)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 명의로 적혀 있었다. 건조 상태의 배설물이 사람의 것인지 동물의 것인지는 확인 중이다. 일본 경찰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입수해 분석에 착수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총영사관 CCTV에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의 모습이 찍혔다”며 “뒷모습과 점퍼를 입은 옷차림, 가방 정도가 식별 가능한 영상”이라고 말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는 “개선 흐름을 타던 한·일 관계에 악영향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대다수의 양측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을 기대하지만 악순환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내 혐한 세력과 극단적인 국수주의 세력들이 이를 빌미로 혐한 시위와 반한 감정을 선동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두 나라 누리꾼들에 의한 ‘확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주에는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결정들이 예정돼 있어, 외교 당국은 살얼음판을 걷듯 긴장하고 있다. 양국 역사 갈등의 첨예한 핵심 쟁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15일로 예정돼 있다. 조기 해결 여부를 가르는 최대 고비로, 이번 회의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위안부 문제는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 또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예정된 일본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49)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1심 선고는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 내 혐한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 일본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한국과 일본이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결정적인 계기도 한국 검찰의 가토 지국장에 대한 기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연평도 포격 5주년 날… 판문점은 해빙무드, 서해는 살얼음판

    연평도 포격 5주년 날… 판문점은 해빙무드, 서해는 살얼음판

    북한이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5주년을 앞두고 우리 군이 북한 수역을 목표로 해상사격을 강행하면 응징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남북한이 8·25 합의를 바탕으로 오는 26일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준비하는 등 관계 개선 분위기로 접어들었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서북도서 지역은 여전히 ‘한반도의 화약고’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 대변인은 22일 담화를 통해 “남조선 호전광들이 5년 전 연평도 불바다의 교훈을 망각하고 또다시 우리 측 수역을 향해 도발적 해상사격을 감행하려 획책하고 있다”면서 “8·25 합의가 진실로 소중하다면 그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병대가 매년 연평도 포격 도발일에 맞춰 NLL 이남에서 실시해 온 정례적 사격훈련에 대해 트집을 잡는 것”이라며 “23일 훈련은 중단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북한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에도 NLL 이남 해역으로 경비정을 침투시키는 등 끊임없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군 당국은 지난 5년간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고자 지속적으로 서북도서의 전력을 증강해 왔다. 2011년 6월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해 연평도, 백령도 등에 해병대 병력 1200여명을 추가 배치했다. 이로써 서북도서 지역 주둔 병력도 5000여명으로 늘었다. 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유일한 대응 수단으로 6문밖에 없던 K9 자주포를 3배 이상 늘렸다. 이 밖에 130㎜ 다연장 로켓포인 ‘구룡’도 고정 배치했다. 2013년에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에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사거리 20㎞의 스파이크 미사일은 북한군이 해안포를 숨겨둔 갱도 속으로 파고들어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북한군도 2013년 서해 최전방 부대를 중심으로 포신이 길고 사거리가 65㎞가 넘는 240㎜ 방사포(다연장로켓)를 추가 배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백령도 맞은편 고암포에는 해군기지를 건설해 특수부대 병력을 수송할 공기부양정 60~70척을 수용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올해 들어 서북도서 인근 NLL 북방의 갈도와 아리도에 포병 진지와 관측시설을 신축해 왔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 지뢰 사건이나 포격 도발을 일으켰듯 도서 지역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과감한 도발을 일으켰다”면서 “군의 타격 능력은 강화됐지만 북한도 반격 능력을 강화해 승리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생명의 窓] 11월의 가을 편지/이재무 시인

    [생명의 窓] 11월의 가을 편지/이재무 시인

    십일월을 사랑하리/곡물이 떠난 전답과 배추가 떠난 텃밭과/과일이 떠난 과수원은 불쑥 불쑥 늙어 가리/산은 쇄골을 드러내고 강물은 여위어 가리/마당가 지푸라기가 얼고 새벽 들판 살얼음에/ 별이 반짝이고 문득 추억처럼/첫눈이 찾아와 눈시울을 적시리/죄가 투명하게 비치고/ 영혼이 맑아지는 십일월을 나는 사랑하리 - 졸시, ‘십일월’, 전문 달빛 화면에 자판을 두들겨 대던 귀뚜라미도 탈고했는지 울음 그친 지 오래고, 그토록 빼곡하게 들어찼던 가을이 하나둘 산하를 빠져나가는 십일월은 이래저래 오는 것보다 가는 것들이 더 자주 눈에 밟혀 괜스레 마음 스산해지는 달입니다. 그늘이 고여 어두워지는 골짜기에서 갓 태어난 바람은 자신이 지난 자리에 소소하게 족적을 남깁니다. 맑고 시린 물이 산과 하늘을 품어 쉴 새 없이 흘러가는 계곡에 와서 나는 문장 연습을 하다 돌아오고는 합니다. 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입니다. 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낀 십일월엔 난방도 안 들어오고 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 일 년 중 삼월과 함께 가장 춥게 밤을 보내야 하는 달입니다. 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허드레 행사나 치르게 되는 달입니다. 괄호 같은, 부록 같은, 본문의 각주 같은 달입니다. 산과 강에 깊게 쇄골이 드러나는 달입니다. 저녁 땅거미 혹은 어스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달입니다. 물속 돌처럼 공기가 단단해지는 저녁 공원 벤치에 앉아 뿌리 근처로 내려앉는 이파리들을 긁어모아 부어오른 발등을 덮어 봅니다. 바람결에 위태롭게 그네를 타던 홍자색 열매 하나가 자진하듯 가지를 떠나 보도블록 틈새로 얼굴을 뭉개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생산이 없기는 나 또한 마찬가지여서 한여름 밤 수은등에 몰려든 날벌레들의 날갯짓처럼 붕, 붕, 붕 시간의 낭비로 분주했을 뿐 진리에 닿지 않는 날들뿐이었습니다. 소용에 닿지 않는 무위의 나날들이 나를 더욱 지치게 하고 우울감에 젖게 합니다. 죄가 투명해지고 나는 마른 손으로 까칠해진 얼굴을 몇 번이고 버릇처럼 쓸어 봅니다. 단풍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녀들은 목 놓아 울려고 길고 긴 초록의 터널을 무심하게 걸어왔습니다. 붉은 추억으로 남은 여자들이 어깨 들썩이며 신명나게 울음의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눈치코치 보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고이 쟁여 온 울음의 꾸러미들을 꾸역꾸역 꺼내 놓은 뒤 명태처럼 잘 마른 몸들을 또 한기 속으로 밀어 넣을 것입니다. 한 보름 그렇게 가을을 활활 울고 나면 닦아 놓은 놋주발인 양 하늘도 황홀하게 윤이 날 것입니다. 십일월은 억새꽃의 달이기도 합니다. 맑고 푸르고 높고 밝은 하늘을 푹 적셔서 숯불 다리미가 다녀간 광목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능선 일대에 한 획, 한 획 능란하게 일필휘지하는 수만 자루의 붓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지랑이 어지러운 이른 봄부터 서리 내리는 늦가을까지 울퉁불퉁 맨발로 걸어온 한해살이를 그렇게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쓰고 나면 바람이 와서 지우고 쓰고 나면 또 바람이 와서 지우고 있습니다. 공중을 나는, 눈 밝은 새들이 따라 읽다가 때마침 마려운 똥으로 억새꽃들이 써 대는 문장에 쉼표와 마침표를 찍기도 합니다. 만 권의 책을 읽고도 시끄러운 사람의 생애를 도리질 치며 거듭 부인하는 하늘 아래 가장 두꺼운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온으로 몸이 추워지는 십일월 나는 영혼의 방에 주황빛 불을 켜 두겠습니다.
  • 쟁점 눈감고 본회의만 ‘시한폭탄 국회’

    여야가 12일 본회의를 열기로 우여곡절 끝에 합의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여파로 지난 3일 ‘원포인트’ 본회의와 5일 본회의 등이 줄줄이 무산됐던 상황에서 꽉 막힌 국회 일정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그러나 쟁점 현안을 놓고선 여야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전면적인 정상화로 보기는 어렵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1일 회동을 갖고 본회의 개최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여야 모두 개운해하지 않았고, 표정은 어두웠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개최 합의에 불만족스러운 듯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협상장을 떠났다. 본회의에는 37개 무쟁점 법안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간(11월 15일) 연장안, 국토교통위원장 선출안 등 의사 일정상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하는 41개 안건만 상정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알맹이 없는 요식 행위에 불과한 본회의가 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그나마 유통시장 주변에 대형마트 입점을 금지하는 규제를 5년 연장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이날 법제사법위를 통과하고 본회의로 부의된 것은 성과로 인식된다. 국회 파행의 시한폭탄은 아직 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새누리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경제활성화 관련법, 노동 개혁 법안 등을 조속히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야당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반대로 새정치연합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국비로 지출하고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중 누리과정 예산은 새해 예산안 심사의 ‘뇌관’으로 인식되고 있어, 여야 지도부가 조속히 매듭짓지 못한다면 국회는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누리과정이든 전·월세든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된다”면서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 재정이 얼마인지 확인한 뒤 부족분을 어떻게 충당할지를 봐야 하고, 전·월세 문제는 용역을 준 연구보고서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 나서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로 보내면 하루 종일 그것만 붙들고 있어야 한다”며 “원내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맞섰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건강식품 이상 신고 많으면 국민이 조사 요청할 수 있게”

    “건강식품 이상 신고 많으면 국민이 조사 요청할 수 있게”

    가짜 백수오 파동, 세계보건기구(WHO)의 햄·소시지 발암물질 규정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건의 중심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있다. 먹을거리와 의약품 등 일상을 책임지는 탓에 모든 정책 행보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지방식약청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란 식약처의 기치를 거듭 강조했다. 김 처장은 프로포폴(수면마취 유도제)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향정신성의약품도 임시 마약류로 지정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생산부터 유통, 폐기까지 전 단계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온라인 마약 거래를 막을 대책은 무엇인가. -청소년은 호기심에 마약류에 접근했다가 끊지 못하고 나중에는 불법적인 범죄조직과 연계되기도 해 매우 취약하다. 온라인상에서 마약이 불법 유통되지 않도록 상시 모니터링을 하는 한편 교육부 등과 협력해 마약류 오·남용 예방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허브 마약’ 등 신종 마약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신종 마약류가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임시 마약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기존 마약류와 화학구조가 비슷하면 임시 마약류로 지정해 기존 마약과 동일하게 점검하고 처벌한다.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도 제조부터 유통·사용 단계까지 추적 관리할 예정이다.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는 향정신성의약품도 마약류로 임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해외 체류 국민은 마약류에 더 취약한데. -내년부터 유엔이나 WHO에 마약주재관을 파견한다. 중국, 미국 등 마약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국가의 대사관 등에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받고도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 -이전에는 해썹 인증을 재평가하는 제도가 없었다. 해썹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중요한 위생기준을 한 번이라도 어기면 인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으며 3년마다 해썹 업체를 재인증하는 유효기관 갱신제도를 추진할 예정이다. →건강기능식품 부실 관리 문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식약처는 백수오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로베이스에서 건강기능식품 관리체계 전면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일정 수 이상의 소비자가 동일한 이상 사례를 신고하면 해당 제품에 대한 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소비자 행정조사 요청제’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산 수산물과 관련해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며 일본이 한국을 WTO에 제소했고, 현재 패널이 설치되고 있다. 우선 2013년 9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특별조치의 정당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 한다. 또 한국 정부가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서 손을 놓지 않고 있고, 조치 사항을 재검토해 왔다는 점도 설명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한국의 패소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끝까지 가 봐야 안다. →WHO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햄·소시지는 먹어선 안 되나. -햄과 소시지 등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바른 메시지를 줘야 한다. WHO 발표에 대한 다른 나라의 반응을 살펴보고 우리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 실태도 조사하겠다. 전문가와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그다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조만간 WHO에서 햄·소시지 등이 어떻게 암을 유발한다는 더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줄 것이다. →유럽처럼 한국도 유전자변형식품(GMO) 원료의 이력을 추적하면 완전표시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GMO완전표시제를 도입한다 해도 표시한 뒤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우선 식용유처럼 완제품에 GMO의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은 식품은 GMO임을 표시하기가 어렵다. 표시가 제대로 됐는지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유럽은 농산물을 자급자족해 원재료 이력 추적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농산물을 수입하는 국가여서 한계가 있다. →앞으로 중점을 두고 추진할 일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나무젓가락이나 식당에서 사용하는 물수건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들을 관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한·중·일, ‘구동존이’로 협력의 길 모색해야

    3년 5개월 만에 한·중·일 정상회담이 다음달 1일 서울에서 열린다. 한·중·일 3국 정상은 2008년 12월 첫 회의에 이어 2012년 5월까지 5차례 회의를 한 뒤 중단된 상태다. 역사와 영토 문제는 물론 헤게모니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동북아 정세는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졌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은 화해 협력이란 미래를 향해 첫발을 조심스레 내딛는 의미가 있다. 동북아의 앞날은 살얼음판이 깔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과거사 문제는 한·중·일 3국 간 협력을 가로막는 최대 현안이다. 군사 대국화를 노골화하고 있는 일본 아베 정권은 과거 식민지 지배와 아시아 침략을 미화하면서 균열과 갈등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나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일본 측 행동을 요구한 상태이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최근에도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일본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리는 이번 3국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 자체가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도 사실이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현재와 미래를 도외시할 수 없다는 흐름도 거세다. 한·일 정상회담도 이런 맥락에서 3년 5개월 만인 내달 2일에 열린다. 우리가 이번 3국 정상회담 주최국임에도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막판에 결정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지만 경색국면을 지속하는 것은 양국 모두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협력 가능한 분야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한·중·일 3국 역시 마찬가지다. 동북아 자체가 역동적인데다 경제적 협력이 절실한 분야도 부지기수다. 현재 3국의 합계 국내총생산(GDP)이 16조 달러로 전 세계 경제 총액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적 행사의 성공을 위해 상호 협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답보 상태이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의미 있는 진전을 도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제적 상호협력이 절실하면서도 역사와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갈등이 증폭되는 이른바 ‘동북아 패러독스’ 현상은 더 지속돼서는 안 된다. 주최국인 우리가 능동적인 외교력을 발휘해 기형적인 동북아의 특수성을 타파하고 3국 협력의 토대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다. 3국 정상들이 한두 번 만나 복잡한 현안을 단번에 해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남 자체가 신뢰를 조성하고 이 신뢰가 궁극적으로 동북아 안정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얽히고설킨 과거사나 외교·안보 분야의 갈등에 대해서 중장기적 과제로 설정하되 최소한의 부분부터 공조·협력 방안을 찾아 나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를 인정하고 같음을 추구한다)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 ‘줄폐간 경고음’ 문예지, 살아남기 위해 변신할까

    ‘줄폐간 경고음’ 문예지, 살아남기 위해 변신할까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작가와 독자의 소통을 담당하는 문예지(계간·격월간지)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구태의연한 편집과 내용으로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데 이어 올 들어 정부 지원마저 대폭 줄어 ‘폐간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 흐름에 맞게 대대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줄줄이 폐간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6일 한국잡지협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협회에 등록된 문예지는 158종이다. 하지만 출판 관계자들은 “전국 유통 문예지와 지역 문예지를 합하면 300종 정도의 문예지가 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문예지 중 수익을 내는 건 극소수이다. 문학·출판·학계 관계자들은 “계간지 자체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에선 편법이 판친다. 복수의 출판사 관계자는 “일부 계간지는 원고료를 주지 않거나 원고료 대신 쌀 한 포대를 주기도 한다. 원고 게재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등단 조건으로 계간지 몇백 부를 사라는 등 장사도 한다”고 털어놨다. 문예지들의 ‘줄폐간’ 징후는 40년 전통의 민음사 문예지 ‘세계의 문학’이 이번 겨울호를 끝으로 폐간될 운명을 맞으면서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문학평론가는 “‘세계의 문학’은 1970~80년대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현 문학과사회)’과 함께 한국문학을 지탱했던 3대 문예지였다”며 “‘세계의 문학’ 폐간은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삼성 야구단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이는 한국 문학시장에서 문예지 유지가 힘들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이 대폭 줄어든 것도 문예지 생존 입지를 더욱 좁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올해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 대상 문예지를 과거 40~55개에서 14개로 줄였다. 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 사업 개편과 기금 고갈 문제가 겹쳐 지원 규모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 삭감으로 25년간 장애인 문학을 대변해 온 계간 ‘솟대문학’은 100호(2015년 겨울호)를 끝으로 폐간된다. ‘솟대문학’ 방귀희 발행인 겸 편집인은 “폐간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올 들어 계간지의 50% 정도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는데 신생 문예지는 설 땅이 더더욱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지금까지 문예지는 평론가 중심의 문학담론이 주였다.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하는 작가 중심 문예지로 바뀌어야 한다. 미국은 헤밍웨이의 소설이 플레이보이지에도 실렸다고 한다. 문예지가 무겁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가볍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담는 말 그대로 잡지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출판사 대표도 “계간지는 30~40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소설, 시, 평론 등 종합 계간지의 편집 형태는 천편일률적이고 판형, 디자인마저도 예전 그대로다.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음사는 이런 쇄신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민음사 관계자는 “‘세계의 문학’이 창비, 문학동네 등 다른 출판사 계간지들과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한국 문학의 위기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르포르타주(기록문학)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식의 소설도 시도하고 에세이 등 좀더 독자지향적인 문예지를 새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도 최근 강태형 대표와 1기 편집위원들이 물러나고 염현숙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2기 편집위원 체제가 출범했다. 복수의 문학평론가는 “아직 결과물이 나온 게 없어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되지만 이들 출판사의 계간지 쇄신 움직임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설악산 첫 얼음 “체감 기온은 영하 5~6도” 살얼음 낀 모습 실제로 봤더니

    설악산 첫 얼음 “체감 기온은 영하 5~6도” 살얼음 낀 모습 실제로 봤더니

    설악산 첫 얼음 “체감 기온은 영하 5~6도” 살얼음 낀 모습 실제로 봤더니 설악산 첫 얼음 설악산에서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얼음이 관측됐다. 2일 비가 그치면서 강원도 설악산의 아침 기온은 영하 1.1도를 기록했다. 설악산의 영하 기온은 작년보다 5일 빨랐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 기온은 횡성 안흥과 홍천 서석이 각각 1.4도, 철원 3.4도, 대관령 3.7도, 평창 3.9도, 춘천 5.5도, 영월 6도, 강릉 12.2도, 속초 12.5도, 동해 14.4도 등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 아침보다 영서지역은 7∼10도, 영동지역은 2∼4도가량 떨어지는 등 초겨울 날씨를 보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설악산의 첫 얼음은 중청대피소 일원에서 관측됐다. 이날 첫 얼음이 관측된 새벽 4시께 중청대피소 기온은 영하 1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5∼6도를 나타내 초가을 날씨로는 이례적으로 추웠다고 공단 측은 설명했다. 중청대피소는 해발 1676m에 위치해 매년 첫 얼음이 관측되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10월 7일, 재작년에는 10월 15일에 각각 첫 얼음이 관측됐다. 백상흠 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소장은 “설악산에는 어제 22㎜ 정도의 비가 내린 이후 기온이 급강하했고 바람도 강하게 불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지자 등굣길 학생들은 교복 위에 외투를 입고 종종걸음을 쳤으며, 춘천 공지천 등 도심 공원에서는 대부분 시민이 두꺼운 복장 차림으로 아침운동을 즐겼다. 이날 현재 동해 중부 먼바다는 풍랑경보, 동해 중부 앞바다와 동해 남부 먼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이틀째 12개 시군에 내려진 강풍주의보는 오전 7시를 기해 해제됐다. 정장근 예보관은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 올가을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보이고 오전까지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쌀쌀하겠다”라며 “낮부터 기온이 올라 당분간 평년(16∼23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으나 내일까지는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다”라며 건강 및 시설물·농작물 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전날까지 정선 사북 64.5㎜, 평창 봉평 49.5㎜, 홍천 내면 44㎜, 횡성 안흥 39.5㎜, 화천 38.5㎜, 춘천 38㎜ 등의 단비가 내려 가을 가뭄 해갈에 다소 도움이 됐으나 여전히 역부족이다. 지난달 영서지역 평균 강수량은 27.9㎜로 평년대비(167.4㎜) 16%에 불과했으며 영동지역도 평년대비(238.4㎜) 17%(41.8㎜) 수준에 그쳤다. 춘천은 강수량이 4.8㎜로 평년의 3%에 불과해 1966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도내 78곳의 저수지의 저수율도 62.4%로 평년(82.6%)보다 20.2%p 낮다. 온라인뉴스부 iseoul
  • [사설] 北, 이산가족 상봉을 또 볼모로 삼을텐가

    북한이 오는 20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관련해 무산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 남북 관계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그제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극악한 대결 망동’이라고 비난한 뒤 “이산가족 상봉이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위협했다. ‘8·25 합의’ 이후 북한이 대북전단과 북한인권법을 비난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직접 거론하면서 위협을 가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조평통 담화문에 이어 어제 노동신문까지 동원해 “이성을 잃고 날뛰는 전쟁광신자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무자비한 징벌을 가할 것”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는 박 대통령이 제70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비판하고 북한이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개혁과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한 데 대한 답변이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미·중 정상들에 이어 한·미·일 3국 외교장관들도 어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혈육 상봉이란 인도적 사안을 들고 나와 국제사회와 한국을 향해 공세의 ‘불쏘시개’로 삼는 행위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통일부도 어제 “남북고위급접촉 합의사항이자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해 위태롭다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를 북한이 정치적·군사적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이산가족들과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의지 표명이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선심 쓰듯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이용했다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헌신짝처럼 버렸던 사실을 국민들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2013년 9월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무산시켜 국제적 공분을 일으킨 전례도 있다. 당시 북한이 내세운 궤변은 그제 조평통 대변인 담화와 너무도 흡사해 가슴이 철렁할 지경이다. “남측 정부가 남북 대화를 동족대결에 악용하고 있다”는 이유를 앞세웠고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이석기 내란음모 의혹사건까지 걸고넘어지면서 60년 이상 이산가족 상봉을 고대해 온 실향민들은 물론 남북 대화의 물꼬가 터지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혈육상봉이라는 인도적 사안마저 자신들의 대외전략에 악용하는 북한 당국의 행태와 그들이 늘어놓은 궤변에 공분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협력의 시금석이자 8·25 합의 이행의 첫걸음이며 남북 화해 협력으로 가는 분수령이다.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군사적으로 연계하려는 북한의 그 어떤 책동도 중단돼야 하며 이산가족 상봉은 그 어떤 이유로든지 무산시키지 말 것을 다시 한번 북한 당국에 촉구한다.
  • 北, 朴대통령 유엔연설 비난… “이산가족 상봉도 위태” 위협

    북한이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극악한 대결망동’이라고 비난하며 “이산가족 상봉이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인용해 “남조선 집권자가 밖에 나가 동족을 물고 뜯는 온갖 험담을 해대는 못된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유엔 무대에서 또다시 동족 대결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힐난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자들이 지금처럼 대결악담을 늘어놓는다면 판이 완전히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이 내외 여론의 일치한 목소리”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남조선 집권자는 유엔총회 제70차 회의에서 ‘북핵은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느니, ‘북의 추가 도발은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치고 6자회담 당사국들의 비핵화 대화 재개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라느니 하고 악담질을 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비판하고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개혁과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의 길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열린세상] 남북 음악인의 합동음악회를 꿈꾸며/이원철 코리아심포니 대표

    [열린세상] 남북 음악인의 합동음악회를 꿈꾸며/이원철 코리아심포니 대표

    제1차 세계대전 중 격전지의 한 장면이다. 치열한 전투를 끝낸 어느 날 밤 대치하던 양 진영에 휴식이 찾아든다. 지쳐 있던 양측 병사들이 긴장과 피로를 잠시 내려놓고 있던 그즈음 연합군 소속이던 스코틀랜드 종군 신부가 백파이프를 잡고 ‘아임 드리밍 오브 홈’(I’m dreaming of home)이라는 노래를 연주한다. 그 노래는 당연히 불과 100m 앞에 대치하고 있던 독일군 병사들의 귀에 흘러들어 간다. 음악 소리에 잠시 어리둥절하던 독일군 진영에서는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 순간 저격수에게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독일군의 한 장교가 참호 밖으로 몸을 드러내 ‘사일런트 나이트’(Silent Night)를 부르며 화답한다. 마치 경연과 같은 작은 음악회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서로 저격하기 위해 증오와 투쟁심에 젖어 있던 ‘적’과 ‘적’은 그날 밤 기적 같은 자기들만의 ‘휴전’의 시간을 만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의 뭉클한 장면이다. 얼마 전 DMZ 내에서 일어난 목함지뢰 사건으로 제2의 한국전쟁을 예감하는 불안이 온 사회에 퍼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영화를 떠올려 보았다. 음악이란 것이 어쩌면 사람들 마음속 깊이 잠재해 있는 평화의 염원 같은 것을 자극하는 뇌관 같은 것이 아닐까. 다행히 전쟁 일보 직전을 떠올리게 하던 남북의 전운은 긴 협상 끝에 공동합의문 발표를 통해 마무리됐다. 이산가족 재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재개와 당국자 간 대화 채널 재개통,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의 활성화 등이 주 내용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었다. 힘겨룸은 늘 불안하고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만 남겨 준다. 그래서 음악을 다시 생각해 본다. 무기의 경합은 서로 상처를 주지만, 음악을 통한 경합은 늘 서로에게 이로움으로 작용하지 않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필자의 경험을 떠올려 본다. 필자는 몇 년 전 서울시향 재직 당시 남북합동음악회를 추진한 적이 있다. 서울시향과 북의 은하수교향악단은 가까운 시일 내 남과 북이 함께 연주하자는 데 동의했다. 그 일환으로 2012년 3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의 은하수교향악단과 한국의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합동공연이 진행됐다. 당시 합동공연에서는 서울시향에 근무하는 여러 명의 해외 교포들이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측으로 함께 참여해 연주했다. 북의 교향악단은 우리의 교향악단과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악기 편성 및 연주, 운영체계 거의 모든 면에서 달랐다. 그들의 교향악단은 서양 악기인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과 개량 악기인 21현 가야금을 비롯해 옥류금, 장새납과 같은 동서양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교향악단 형태였다. 공연의 제1부는 북한 지휘자의 은하수교향악단 연주였다. 북의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가 혼성된 배합곡과 생상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등이 연주됐다. 제2부에서는 정명훈 지휘로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과 앙코르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당시 파리 살 플레엘 극장에서는 프랑스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과 각국 대사, 언론인들이 관람했는데 연주자들과 관객들의 감흥은 매우 컸다. 파리 공연이 끝난 지 벌써 3년여 세월이 흘렀다. 남북의 음악 교류는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소원해졌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남북 합동음악회가 열릴 날을 꿈꾼다. 이번 여름의 아찔한 사건을 떠올리며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는 데 남북 합동음악회 개최가 절실하다. 다만 남북이 서로 다른 체제에서 육십 년 넘게 대립한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음악을 매개로 한 남북의 만남이 정치적인 목적이나 체제 선전에 이용돼서는 안 되고, 통일을 가정해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순수 예술로 문화적·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남과 북의 문화예술인은 예술적 협동 작업을 통해 질적 교류의 폭을 더욱 넓혀야겠다. 이를 위해 통일부와 문화부를 중심으로 관은 물론 민간단체가 어우러지는, 민관 거버넌스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게 음악을 매개로 우리가 지혜롭게 접근한다면 영화에서의 짧은 평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에 기여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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