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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아들이 아버지에게

    고등학교를 다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안고 살았던 고충을 당신의 말로 들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학교를 다닌다고 중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생활한 데다 당신께서 시시콜콜 늘어놓기를 싫어하신 탓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솜털 보송보송한 아들놈에게 자분자분 속내를 털어놓고 뭔가를 말한다는 게 그 시절의 분위기와 안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고민이 없는 세상을 사신 것은 아닙니다. 살아남기가 여간 팍팍한 세상이 아니어서 하루하루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몸을 움직여야 했으니 주름 골골이 감춰 둔 말이 오죽이나 많았을까만, 저는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흉중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아무런 말도 들은 적이 없는 탓입니다. 나이가 들면 성적 능력이 퇴화한다는 것은 섭리입니다. 슬하에 많은 자식을 두셨지만 아버진들 그런 몸의 변화를 못 느끼시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아주 고답적이고,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내가 요새 좀 그렇다”고 말해 마치 하늘이라도 뚫고 솟아오를 법한 권위에 손상을 입힐 일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아들이 아버지의 고충 곁으로 먼저 다가서야지요. 어차피 부자로 태어났지만 남성으로서의 고민까지 다를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하는 말입니다. 딸은 몰라도 아들이라면 결코 못할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런 배려가 아버지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일일 수도 있지요. 아쉽지만 그래 보고도 싶지만 저는 이미 그럴 기회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험한 세상을 헤쳐 오느라 성 기능 문제 같은 건 아예 생각도 못 하고 살아오신 아버지와 툇마루에 나란히 걸터앉아 이렇게 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먼저 “아버지, 요샌 일흔도 청춘이라는데 기죽지 마세요” 정도로 말문을 여는 게 좋겠지요. 그런 다음 태연자약하게 “내일 저와 병원에 한 번 가 보시지요. 엄마에겐 잠시 들를 데가 있다고 하면 될 거예요. 저랑 병원에 들렀다가 맛있는 점심이나 하고 돌아오시면 되잖아요” 이렇게라도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권하는 말입니다. jeshim@seoul.co.kr
  •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신세계백화점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신세계백화점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신세계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우수한 상품력을 가진 협력회사를 발굴하고 이들을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년 전부터 매년 패션·생활·식품 등 각 장르별 협력회사 대표 8명을 선정, 신세계 상품본부 임원 및 팀장들과 소통하기 위한 ‘신세계 동반성장협의회’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협력회사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지혜와 아이디어를 나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 실행하는 ‘창조경제 기구’라고 자평한다. 3년에 걸쳐 신규 입점 브랜드의 조기 정착을 위한 지원, 중소 협력회사 사원을 위한 비즈니스 기본 소양 교육, 중소 협력회사 육성을 위한 브랜드 마케팅과 홍보 등 다양한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다. 최신 패션 정보나 유행에 대한 교육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 중소 협력회사의 기획·마케팅·디자인 부서에서 근무하는 실무자나 매장 판매 사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해 제품 기획에 도움도 주고 있다. 지난 5월 내년 봄·여름 상품 기획에 길잡이가 될 ‘2014년 시즌 트렌드 설명회’를 열어 300명이 넘는 협력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개 오디션 형태의 신규 입점 모집 행사 ‘S-파트너를 모십니다’를 열어 중소기업의 백화점 입점 기회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첫 회에 참가했던 승마 전문 브랜드 ‘까발레리아 토스카나’가 지난 3월 강남점에 정식 입점하는 결실을 맺어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만들기도 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시론] 하늘 궁전과 땅의 학교/ 김영환 국회의원·전 과학기술부 장관

    [시론] 하늘 궁전과 땅의 학교/ 김영환 국회의원·전 과학기술부 장관

    지상 340㎞에 떠 있는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天宮), 즉 ‘하늘 궁전’에서 하는 강의와 물리학 실험을 땅의 학교에서 6000만명의 학생이 시청했다. 실시간으로 중국 전역에 생중계된 우주 강의에서 학생들과 강사는 직접 화상통신으로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수업을 마치면서 여성 우주인 강사 왕야핑(王亞平)은 ‘과학에 대한 꿈을 키워 위대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자’고 말했다. 강의를 시청한 학생들은 재미와 신비의 요소가 뒤엉켜 환호했고, 우주에 대한 꿈을 확실하게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 뉴스를 접하고 너무나 놀랍고 부러웠다. 딱딱한 과학 수업이 얼마나 생생하고 신기한 체험 학습이 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재미없는 과학 수업에 질려 있고 이공계를 기피하는 우리 청소년을 생각할 때 너무나 부럽고 부끄러웠다. 지난달 중국에서 시현된 한 편의 드라마는 참으로 놀랍고 감동적이다. 국민들에게 과학기술 강국의 위용을 과시하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일으키는 데 이처럼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중국은 연구개발(R&D)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R&D 투자는 1043억 달러로 한국(380억 달러)의 3배 수준이다. 지난 15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연평균 7.8%씩 늘어나 한국(3.3%)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했다. 1년에 3000억원의 예산이 없어 겨우 우주에 한 번 발사체를 올려놓고는 독자적인 발사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아닌가. 우리가 만약 과학기술에서 중국에 뒤떨어진다면 우리 경제는 조만간 중국에 추월당하고, 우리 상품의 경쟁력은 시장에서 빛을 잃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 경쟁력의 기초는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과학기술인을 존중하는 정부와 국민의 관심에 달려 있다. 과학기술계의 척박한 풍토 속에서 어떻게 국가발전을 이룩할 수 있겠는가. 1960년대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중국 과학계의 대부로 불리는 천쉐썬(錢學森)을 비롯한 과학자들을 “홍위병들로부터 보호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중국의 핵심권력층 대부분은 이공계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7%만이 이공계 출신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게다가 중국은 2008년부터 세계적 수준의 과학인재 2000명을 국내로 영입하는 ‘천인(千人)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이렇게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북돋울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을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자원 빈국인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공계 출신에 대한 병역특례를 대폭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원하는 사람은 모두 병역특례를 받도록 해 중소기업으로, 연구소로, 생산 현장으로 보내야 한다. 특히 과학인재 양성과 군복무를 결합하고 제대 후 벤처 창업과 신기술 개발로 연결시키는 대한민국의 ‘탈피오트’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과학기술인들의 창업과 취업을 지원하고 과학기술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점점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과학 교육을 전반적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지식 암기식 교육으로부터 체험과 실험 중심의 교육을 통해 과학에 관심과 흥미를 북돋워야 한다. 이를 위한 대학입시제도의 개선을 검토할 때이다. “과학기술 강국이 되려면 차세대 과학기술인을 키워내는 것이 관건이다. 국가와 사회가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도록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주 강의를 지켜본 중국인 교사의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하늘 궁전에서 대한민국 땅의 학교에 보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 ‘요물 발언’ 논란 성규, 알고보니 본인이 더…

    ‘요물 발언’ 논란 성규, 알고보니 본인이 더…

    케이블 채널 tnN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에 출연하고 있는 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성규가 다른 출연자인 방송인 박은지에게 “요물”이라는 말을 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성규의 프로그램 속 말과 행동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더 지니어스는 13명의 출연자가 매주 2차례의 게임을 통해 1명씩 탈락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때는 카리스마가 뛰어난 방송인 김구라, 머리회전이 빠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드라마 ‘올인’의 실제 모델로 뛰어난 게임 감각을 자랑하는 차민수 카지노인터내셔널 회장 등이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막바지로 접어든 현재 이 세 사람은 모두 탈락한 상황. 성규는 방송인 김경란, 가수 이상민,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함께 생존자 명단에 들어가 있다. 성규는 첫 방송부터 게임 룰조차 잘 모르겠다며 다른 경쟁상대들의 견제를 빠져나갔다. 성규는 자신을 이용해 살아남으려는 김구라 등에 의해 첫 회부터 우승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규는 영민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31일 방송된 6회에서는 메인 게임인 ‘도둑 잡기’에서 도둑을 맡아 모든 출연자들을 장악했다. 14일 방송된 8회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부정행위와 연합을 통해 탈락 위기에 놓인 박은지가 살아남게 하는데 큰 몫을 했다. 특히 성규는 거의 모든 출연자들로부터 애정과 불신을 동시에 받으면서도 적절한 야합과 배신으로 살아남기를 반복했다. 성규가 다른 출연자에게 ‘요물’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더욱 아이러니하고 눈길을 끄는 이유는 예측불허의 행동으로 게임의 룰을 쥐고 흔드는 그의 캐릭터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봉춤·각선미춤…속살의 유혹, 뮤지션의 진짜 속살은 어디에

    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가요기획사의 본부장 A씨는 최근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걸그룹의 선정적인 춤 동작에 도무지 눈을 둘 곳이 없었던 것. 인기 걸그룹을 키워낸 A씨는 “대낮에 청소년과 가족들이 함께 보는 시간대에 TV에 봉춤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군무를 앞세운 K팝은 분명 미국 팝과는 특징이 다른데 자극적으로만 흐르는 경향이 아쉽다”고 말했다. 요즘 가요계는 말 그대로 ‘섹시 전쟁’이다. 날씨가 일찍 더워진 탓도 있지만 ‘충격’ 요법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더 크다. 여성의 섹시함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수가 음악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퍼포먼스에만 전력을 쏟는 것은 분명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다. 요새 가요를 듣다 보면 온통 남자를 유혹하지 못해 안달난 여자들뿐이다. 걸그룹 달샤벳은 최근 내놓은 신곡 ‘내 다리를 봐’에서 ‘진도 언제 나갈 거니/ 취해도 집에 가고/ 너 남자 맞니/ 말로만 섹시해 하지마’라는 노골적인 가사로 SBS에서 심의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마릴린 먼로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며 치마를 벗고 다리를 노출시키는 야릇한 춤동작을 곁들였다. ‘벌써 헤어지긴 싫어요/ 날 좀 더 알고 싶나요/ 그러면 들어와서 차 마실래요?/ 아침이 올 때까지 부탁할게요’ 걸그룹 헬로비너스의 ’차 마실래?‘의 가사도 만만치 않다. 귀여운 안무로 야한 분위기를 중화시키려 했지만 이 그룹의 막내 멤버는 만 18세다. 짧은 치마를 입고 한밤중에 남자를 유혹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다. 걸그룹들이 너도 나도 섹시 경쟁에 나선 이유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걸그룹은 보이 그룹에 비해 팬덤이 취약하고 이미지에 기대 뜬 경우가 많아 좀더 세고 자극적인 콘셉트를 찾다가 벌어진 광경이다. 인지도가 낮거나 이미지가 뚜렷하게 각인되지 않은 후발 주자들의 경쟁은 더욱 심하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한번 더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물론 이 같은 전략이 맞아떨어진 사례도 가끔 있다. 걸그룹 걸스데이는 최근 ‘기대해’라는 곡에서 멜빵을 좌우로 내리면서 벗는 ‘멜빵춤’으로 섹시 그룹으로 이미지를 전환했다. 오디션 출신 신인 가수 김예림도 속살이 비치는 속옷을 집중적으로 비추는 티저 뮤직비디오로 선정성 논란을 일으킨 와중에 신곡 ‘올라이트’가 각종 음원차트 순위 1, 2위를 다투며 단박에 떴다.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걸그룹 애프터스쿨은 봉춤을 들고 나왔다. 소속사 측은 애써 ‘폴 아트’라는 단어로 포장하지만 성인 나이트클럽에 등장하는 봉춤이 청소년들이 보는 가요 프로그램에 등장한 데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방송사의 수수방관도 문제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선정적인 카메라 앵글도 문제”라면서 “미국처럼 지상파와 케이블 등 채널별, 시간대별로 노출 수위나 출연자에 차별성을 두는 등 시청층에 맞춘 방송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어떤 강력한 퍼포먼스도 ‘노래’ 위에 있을 수는 없다. 숱한 아이돌 가수를 제치고 상반기 음반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가수 조용필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후배 가수들이 퍼포먼스의 비중을 끌어내리고 화음과 멜로디 등 음악적 기본을 지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롱런하는 ‘진짜 가수’를 꿈꾸는 가수와 제작자라면 ‘가왕’의 충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erin@seoul.co.kr
  • ‘그날들’ 흥행으로 본 창작뮤지컬의 명암

    ‘그날들’ 흥행으로 본 창작뮤지컬의 명암

    지난 9일 서울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에서는 유준상과 지창욱 등 배우들이 난데없이 웃통을 벗고 기왓장을 격파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창작뮤지컬 ‘그날들’(제작비 40억원)이 2개월간 흥행가도를 달리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하자 배우들이 공약을 이행한 것. 작품성 있는 창작뮤지컬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극장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뮤지컬로, 게다가 초연으로 이 같은 흥행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날들’ 외에도 ‘살짜기 옵서예’,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굵직한 창작뮤지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창작뮤지컬의 ‘반격’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뒤에서는 투자자를 찾지 못하거나 대관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살아남기 위해 드라마나 영화 등 검증된 소재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 여전하다. 올 상반기 창작뮤지컬 중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그날들’이다. ‘서른 즈음에’,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고 김광석의 명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유준상, 오만석 등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유료 객석점유율 80%를 달성했다. 제7회 더 뮤지컬 어워드에서 3관왕에 오르는 등 평단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지난 1~3월 충무아트홀 초연 당시 유료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한 뒤 5월 대학로에 진출했다. 한국전쟁 당시의 무인도를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 6명을 내세워 2030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1966년 초연돼 대한민국 1호 뮤지컬이 된 ‘살짜기 옵서예’는 지난 1월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창작뮤지컬의 메뉴는 점점 더 풍성해지고 있다. ‘김종욱 찾기’, ‘해를 품은 달’ 등은 ‘원 소스 멀티 유스’ 작품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그날들’과 ‘광화문 연가’는 각각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과 작곡가 이영훈의 노래를 기반으로 부모세대에게는 향수를, 자녀세대에게는 신선한 감동을 준다. ‘날아라 박씨’, ‘살짜기 옵서예’와 같이 고전소설을 기반으로 하거나 ‘글루미 데이’ ‘아리랑-경성26년’ 등 역사 속 이야기를 무대에 구현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트레이스유’는 록 콘서트와 드라마의 결합,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반주나 소품, 무대장치 등 모든 것을 배우들의 움직임과 아카펠라로 구현하는 특이한 형식으로 주목받는다. 그런 가운데 ‘사랑은 비를 타고’가 18년째 공연되는 등 장수 창작뮤지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영화 ‘써니’, ‘마당을 나온 암탉’,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리메이크한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류 뮤지컬의 열풍에도 창작뮤지컬들이 가세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7년 ‘사랑은 비를 타고’를 시작으로 ‘빨래’, ‘광화문 연가’ 등 한국 창작뮤지컬들이 연이어 공연되고 있다. ‘김종욱 찾기’는 6월 중국에서 공연돼 처음으로 만리장성을 넘는 한국 창작뮤지컬로 기록됐다. 아이돌 스타를 내세우지 않아도 한국적 색채와 스토리의 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창작뮤지컬 제작자들은 마냥 웃지만은 못하고 있다. 창작뮤지컬의 연이은 흥행은 반갑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연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조한성 스토리피 대표는 “문화 소비가 위축되면서 관객들은 창작뮤지컬보다는 검증된 라이선스 뮤지컬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소극장 공연은 그나마 활발해졌지만 대극장 공연은 극히 일부에 그치는 등 여전히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완성된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엎어지는’ 사례도 적잖다. 지난 13일 개막할 예정이던 ‘왕의 남자’는 투자가 원활하지 못해 대관이 취소됐고 결국 올 가을로 미뤄졌다. 앞서 ‘그날들’은 공연장 시공사와 건물주의 이권다툼 탓에 공연이 무산될 뻔했고, ‘완득이’도 제작사의 사정으로 시즌2 개막이 연기됐다. ‘그날들’, ‘해품달’ 등을 제작한 손상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투자와 극장 대관, 배우 섭외 등의 제작환경은 라이선스 뮤지컬에 비해 여전히 열악하다”면서 “때문에 제작자들도 흥행한 영화나 드라마 등 검증된 작품을 찾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공무원 법학과’ ‘철학 상담학과’ 학과 개명·통폐합 하는 상아탑

    ‘공무원 법학과’ ‘철학 상담학과’ 학과 개명·통폐합 하는 상아탑

    #사례1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는 학생 100여명이 본관 2층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 중앙대는 지난 13일 교무위원회를 열어 비교민속학과 가족복지학, 아동복지학, 청소년학의 전공을 폐지하는 학문 단위·정원 재조정안을 확정했고 해당 학과 학생들이 이에 반발한 것이다. 정태영(22) 비교민속학과 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학과를 없앤다지만 다른 학과 증원을 위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했다. #사례2 배재대(대전 캠퍼스) 법학과 백정웅(45) 학과장은 내년 신입생부터 적용될 학과 개편안 때문에 분주하다. 법학과가 내년부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공무원 법학과’로 학과명이 바뀌기 때문이다. 기존 법학과보다 규모가 줄어든 학년당 60명 정원이지만 법학뿐 아니라 국어, 한국사를 비롯한 7·9급 공무원 시험 과목을 가르치고 재학생 절반 이상의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 학과장은 “취업률을 높이고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둔 대학들이 학과 통폐합과 학과명 변경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학 경쟁력 향상과 부실대학 퇴출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학문의 전당인 ‘상아탑’에서 구성원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기업 논리에 따라 효율성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대학들의 공통점은 비인기 학과와 학생 충원율이 낮은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이다. 중앙대의 경우 서울캠퍼스와 분교인 안성캠퍼스를 통합하기로 함에 따라 서울캠퍼스의 학생 수가 대폭 늘어난다. 현재 학년당 정원 355명에 이르는 서울캠퍼스의 경영학과는 내년부터 신입생 454명을 뽑는다. 중앙대 관계자는 16일 “전공 선택자가 2~5명밖에 안 되는 소수 학과는 사회적 수요가 없어 독립된 전공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사립대 입장에서 모든 학문을 다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비인기학과의 구조조정과 학과명 변경은 지방 사립대일수록 심하다. 배재대와 경남대의 경우 철학과를 폐지하고 한남대는 철학과를 30명 정원의 ‘철학상담학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남대 관계자는 “철학 전공자보다 상담치료 전공자가 취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심리학 전공 교수들을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의 구조조정이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상아탑의 본질을 망각한 근시안적 행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철학자를 꿈꾸며 지난해 경남대 철학과에 입학한 윤태우(20)씨는 “학교가 재학생에게 졸업을 시켜 준다고 약속했지만 내년부터 학과 폐지에 따라 강의 개설이 줄어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졸업을 앞둔 중앙대 재학생은 “정원이 늘어난 경영학과 학생들은 ‘콩나물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고 수업의 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수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학들이) 오늘의 인기 직종이 내일의 비인기 직종이 될 수 있다는 급변하는 현실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한 교육당국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대학의 내실화보다 지역 불균형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순광(경북대 사회학과) 전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수요자 중심의 교육만을 강조하면서 대학의 기업화가 촉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지역별로 어떻게 정원을 줄일 것인지에 대한 장기계획 없이 취업률 중심으로 밑에서부터 자르는 방식으로는 학벌주의 사회에서 지방 대학들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꼬집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울광장] 공직사회도 고통분담 동참해야/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공직사회도 고통분담 동참해야/오승호 논설위원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듬해인 지난 1998년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 홍보실에 인원 감축 지침이 내려왔다. 직원 64명을 절반인 32명으로 줄이라는 내용이었다. 홍보실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들은 퇴사하거나 다른 부서로 옮겼다. 홍보실 외에 구매부, 자재부 등 지원업무 부서들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다. 당시 홍보실 출신의 한 지인은 “그때 세상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1999년부터 2000년 벤처붐이 불었을 때, 이 회사 출신들이 벤처기업을 많이 창업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인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했다. 연말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해 인력 유출을 막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 기업들은 상여금 삭감, 중복사업 통폐합을 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위기의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도 조직 혁신 등을 부단히 하지 않으면 단기간 내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공직 사회는 어떤가. 부실 덩어리 공기업들도 성과급 파티를 벌인다. 임금 모럴해저드의 극치다. 공무원들은 민간에 이래라저래라 간섭만 한다. 노사정 일자리 협약의 시행이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노사의 비용과 고통 분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임금 삭감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현재 민간 기업의 정년은 평균 57세이지만, 퇴사하는 나이는 평균 53세다. 정년퇴직으로 직장을 떠나는 비율은 10% 정도다. 이런 관행이 이어지면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도 10명 중 9명은 56세에는 회사를 나가야 한다. 공무원들은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었다. 정년 연장의 혜택을 확실히 누릴 이들은 공무원 또는 공기업 직원들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갑(甲)들이다. 공무원들은 경제가 어려워도 여간해서는 봉급이 깎이지 않는다. 2011년에는 5.1%, 지난해에는 3.5%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다. 올해엔 2.8% 인상됐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1%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는데, 공무원 봉급은 3년 연속 물가 상승률 이상의 인상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미국 공무원들은 연방예산자동삭감(시퀘스터)으로 무급 휴가를 가고 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S&P는 며칠 전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시퀘스터로 정부 지출을 줄인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발생 1년 전인 1996년에는 경제 주체별로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을 벌였다. 일본 엔저(低) 현상의 장기화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가계의 절약운동, 정부 조직의 생산성 높이기 등을 추진했다. 비록 이듬해 외환위기가 발생했지만, 경제 주체들의 허리띠 졸라 매기는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다. 1998년에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교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하기도 했다. 청년층이나 중장년층의 일자리 만들기는 박근혜 정부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퇴직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요직 장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비리도 공무원이나 공기업 출신들이 원전부품인증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원전 마피아’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2009년에는 공직사회가 고통 분담을 선도해 주목을 받았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일자리 나누기를 합의한 노·사·민·정 대타협을 한 뒤였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급여의 일정 비율을 반납해 소외계층 지원과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섰다. 중앙 부처들도 동참했다. 일본도 동일본대지진 복구 재원 마련을 위해 2011년 공무원 월급을 삭감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 세비도 줄였다. 노사정 협약이 지난달 체결됐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노사정이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대기업 사주나 노조의 양보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공직사회도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osh@seoul.co.kr
  • 2000개 전신주… 아이티 밝힌 전력 CEO

    2000개 전신주… 아이티 밝힌 전력 CEO

    카리브해 심장부에 자리한 도미니카공화국. 이 낯선 땅에서 연간 9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력 사업을 책임지는 한국인이 있다. 중남미 최대 전력업체 ESD의 최상민 사장이다. 8일 오후 7시 1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글로벌 성공시대’는 제97회 ‘아이티를 밝히는 전력 사업가, 최상민’ 편에서 최 사장의 성공기를 조명한다.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도미니카에 해외 기업들이 진입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기득권에 밀려 제대로 살아남기 어렵다. 이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최 사장은 자신만의 기회를 만들어 냈다. 발전기 세일즈맨에서 8년 만에 중남미 최대 전력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 그는 발로 뛰며 불을 밝히는 CEO다. 4년째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의 전력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ESD. 아이티에만 5개의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ESD의 최 사장은 이 지역 전력 사업의 일등공신으로 불린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의 국경을 숱하게 넘나들며 직접 발전소 시설을 점검한다. 낙후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데도 힘쓴다. 이 지역에 그가 세운 전신주는 무려 2000여개에 이른다. 거액을 들여 소형 전기 공사 차량을 도미니카에 처음 들여온 것도 최 사장이었다. 그는 최근 도미니카 전력청에서 발주한 배전망 개선 공사를 따내며 다시 한 번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의 인생은 ‘전화위복’이었다. 최 사장이 처음 시작한 사업은 시멘트로 나무 모형을 만드는 인주목 사업이었다. 1년 만에 5만 달러를 벌며 첫 사업치고는 짭짤한 수입을 올렸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 후 도미니카 코트라 무역관에서 무보수 직원으로 일하며 소형 발전기를 판매했다. 야광봉에서부터 카드 단말기, 건축 자재 수입, PC방 사업까지 잡다한 일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찾아 파헤치고 재기에 노력해 지금의 ESD를 일궈냈다. “실패는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기회”라고 말하는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최 사장의 기업 철학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사업을 한다는 것. 직원 자녀들의 학자금 보조와 휴가비, 식대보조 등 ESD는 세심한 복지 정책을 통해 직원들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도미니카의 작은 마을 네 곳에 학교를 세우고 운영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무료의료봉사를 통해 가난한 주민들에게 의료 혜택도 제공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KISTEP 창조경제포럼] “창조경제는 개인 창의성이 중심… 농업·제조업에도 적용 가능”[동영상]

    [KISTEP 창조경제포럼] “창조경제는 개인 창의성이 중심… 농업·제조업에도 적용 가능”[동영상]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존 호킨스 호킨스어소시에이츠 대표는 30일 서울신문과 서울스피커스뷰로의 후원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진행된 제4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창조경제포럼’을 앞두고 대치동 이비스앰배서더호텔에서 한 시간가량 대담을 나눴다. 두 사람은 창조경제가 개인과 국가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산업인 만큼 한국적 창조경제의 모델 개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대담의 주요 내용. 김광두(이하 김)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화두로 삼으면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 했다. 당신의 저서 ‘창조경제’는 나에게도 많은 영감을 줬다.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을 텐데. 존 호킨스(이하 호킨스) 원래 쓰려던 책은 컴퓨터·정보·네트워킹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자료를 모으다 보니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데이터나 정보를 이용하면서 상상력과 창의성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봤다. 그래서 창조경제라는 제목을 붙였다. 김 한국은 경제의 변혁기를 맞고 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창조경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호킨스 개인에게 중점을 두는 것이다. 개인의 상상력이 발휘되면, 이를 통해 혁신을 이룰 수 있다. 개인의 창의성을 중심에 두면 농업이나 제조업 등 전통 산업에도 창조경제를 적용할 수 있다. 흔히 경제의 변화를 농업→제조업→서비스→창조경제 등의 순서로 보지만, 창조경제를 별개로 떼어내 다른 것과 결합하면 어느 산업에서나 창의성의 적용이 가능하다. 김 책을 쓸 당시의 영국은 어땠나. 상상력을 활용한 회사들이 번성했는가. 호킨스 그런 기업들은 ‘창조벤처’ 정도에 불과한 작은 규모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회사들이 합쳐져 하나의 거대한 그룹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창조그룹’들이 다른 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는 안내자이자 선도자 역할을 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의 분야가 다른 분야를 성장시키는 견인차가 된 거다. 김 한국의 창조경제에는 난관이 많다. 기업인이나 자본가들이 창조벤처를 어떻게 수용하는가에 문제가 있다. 지적재산권 등에서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호킨스 창조적인 사람과 이를 상업화하려는 비즈니스맨의 이익은 기본적으로 대립 관계다. 이런 긴장은 수백년간 이어져 왔다. 하지만 새롭게 태어나고 활성화되는 미디어나 콘텐츠 같은 산업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비교적 쉽게 풀릴 수 있다. 김 결국 보상체계의 문제가 아니겠나. 작가와 PD, 자본가를 예로 들면 작가는 조금, PD는 그보다 많이, 자본가는 나머지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경제민주화 역시 이 같은 구조를 뛰어넘기 위한 정책들이다. 호킨스 그 선을 넘어서야 창조경제가 구현된다. 작가나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보상체계와 조직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김 창의성과 비즈니스 간의 조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메커니즘이 중요한가, 아니면 정부의 개입이 중요한가. 호킨스 영국의 경우 정부의 개입은 원칙적으로 없었다. 하지만 균형이 깨진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이례적으로 개입한 사례도 있다. 방송 콘텐츠 제공자와 망사업자 같은 경우였다. 기본은 시장 메커니즘이다. 김 분명히 힘의 불균형이 있다. 대기업은 규모가 크고 인적 자원도 풍부하고 돈도 많고 능력 있는 변호사도 있다. 반면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나 중소기업은 약하다. 돈도 없고 컨설턴트도 없다. 그래서 협상에서 대기업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힘의 균형을 통해 공정한 협상이 이루어지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지적재산권의 가치결정에도 대기업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호킨스 정부가 어떤 이유 때문에 공정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인지 원인을 파악할 필요는 있다. 문화산업만 놓고 봐도 영화, 음악, TV, 디자인 모두 각기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계약 절차, 계약 관련 상법, 회사 내규, 지적재산권 관련법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시장 내에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 김 청년 실업이 문제다. 그런데 창조경제는 구조가 바뀌는 일인 만큼 일자리 창출에 시간이 걸린다. 호킨스 지금 박 대통령의 입장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와 비슷하다. 블레어는 창조경제가 영국의 미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를 바꾸려고 했다.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개발자, 패션 디자이너 등 창조적 직업에 대해 예전 부모들은 안정적이지 않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들이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창조적 일을 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 50~60%는 돼야 창조경제가 구현된 사회다. 영국 정부의 역할은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김 창조경제 체제에서는 재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 소득 격차가 커질 수 있다. 호킨스 하지만 창조경제가 소득 불균형을 일으키는 주범은 아니다.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 자신의 상상력과 재능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창의적인 개인은 금전적 보상보다 일 자체에서 얻는 개인적 만족감이 더 크고, 그것이 동기부여가 된다. 따라서 프리랜서들이 느끼는 만족도가 높다. 큰 조직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지만 재미는 별로 없다. 김 한국의 교육 제도는 창의성을 억누르는 시스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데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호기심이 있으면 오히려 성적이 좋지 않을 수 있다. 호킨스 교육은 모든 국가의 문제다. 난 교육(가르치는 것)보다는 배움(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자기가 원하고 필요할 때 공부하는 거다. 대부분 대학 때까지는 공부를 열심히 하다 직장을 얻으면 중단한다. 하지만 배움은 항상 이어져야 한다. 평생 배워야 한다. 김 배움은 개인의 노력인가, 조직적인 체계인가. 호킨스 교육은 정부의 의무다. 하지만 배움은 개인의 의지다. 내가 주도하고, 내가 비용을 지불한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김 한국에서는 창조경제의 롤모델을 이스라엘로 본다. 호킨스 이스라엘은 특수한 상황이다. 문화, 경제, 인구, 투자구조 등 모든 면에서 특화된 모델이다. 한국의 롤모델이 이스라엘이 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은 이미 성공한 대기업이 있고, 유례 없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한국의 장점이다. 이를 창조적인 시각에서 한국적 모델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김 창조경제에서의 창업은 실패에 대한 부담이 있다. 호킨스 창조경제는 한 번 히트를 치기 위해 엄청난 실패를 겪는 것이 당연하다. 누구도 처음에 성공할 수 없다. 전통적 산업과는 다르다. 실패를 안 했다는 것은 시도를 안 했다는 것이다. 실패했다고 손가락질하거나 기회를 빼앗으면 안 된다. 김 한국은 다르다. 실패하면 기회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시스템이다. 실패하면 신용도가 떨어지고 다시 기회가 없다. 호킨스 미국은 다르다. 오히려 실패를 안 하면 투자를 받지 못한다. 투자 구조를 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투자의 90%가 빚으로 이뤄진다. 독일이나 미국 등 기업가정신이 발달한 곳은 자본금 형태로 투자가 이뤄진다. 실패하면 빚이 남지만, 자본금은 잠식되는 것으로 끝이다. 김 창조경제에서 중시하는 지적재산의 경우 한국에서는 잘 만들어진 평가시스템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보고, 이에 맞춰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호킨스 지적재산권의 가치는 사고파는 당사자 간에 결정할 문제다. 제도나 지표 등 외부 기준에 따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김 그 부분에서는 생각의 차이가 분명한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참고할 자료가 있다. 에이전시들이 특정 지적재산권에 대해 가격의 범위를 어느 정도 정해준다. 그래서 상대적 약자인 아이디어 제공자나 벤처기업과 대기업 및 자본가 간의 힘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 준다. 불균형은 불공정으로 이어진다. 벤처캐피털 역시 자본금이 아닌 빚으로 펀딩을 한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명 지표가 필요하다. 호킨스 투자를 꺼리면 결국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은 투자를 받기 위해 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벤처캐피털은 자체적으로 사업 계획과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김 그렇다면 벤처캐피털의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가. 호킨스 벤처캐피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역량을 갖춰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교육하기는 쉽지 않다. 교육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교육을 제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교육은 기존 기업들이 할 역할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한국의 대기업들은 차세대를 위해 스타트업(창업자)에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 성공한 대기업이 더 높은 위험부담을 지는 것이다. 김 한국에선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다. 난 항상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개발하는 활동에서 유연성이 확보되려면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 선택의 권리를 보장하는 거다. 한국의 경우 1960~1970년 정부가 산업화를 주도하면서 기업에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 대가로 정부 지침에 따르는 것이 요구됐다. 호킨스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가 주도해, 결국 큰 경제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잘못됐다고도 할 수 없다. 다만 기술과 개개인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시스템 대신 새로운 회사와 새로운 경제 방식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들이 많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박 대통령의 비전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그래서 경제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은 스마트카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카를 만들려면 스마트폰에 있는 무선 통신 기술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하려면 무선통신사업권을 따야만 한다. 기존 업체의 반발이 심하다. 진입장벽이 있는 거다. 이 모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법적 차원의 문제인데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정당 간 합의 도출도 쉽지 않다. 조언해 줄 부분이 있나. 호킨스 결국 모두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된다. 정리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영상 영상콘텐츠팀 ■김광두는 서강대 경제대학원 원장,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경제통이다. 현재는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 원장을 맡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경제 과외 교사로 불린다. 지난 대선에서는 창조 경제 등 새누리당 대선 공약의 산파 역할을 했다. 2010년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출범한 미래연 출신 인사들은 새 정부 들어 대거 요직에 진출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윤병세 외교부·류길재 통일부·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존 호킨스는 1945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킬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영국 건축협회학교(AA)에서 도시디자인 박사 학위를 받았다. 컨설팅 업체 BOP컨설팅의 회장을 맡아 30여개국에 자문을 했다. 현재는 런던시티대와 중국 상하이창의학교 초빙교수다. 2001년 창의적 아이디어의 경제적 가치를 대중에게 알린 ‘창조경제’를 출간, 창조경제의 원조로 불린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한국형 창조경제 역시 호킨스의 창조경제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 [향토기업 특선] 곽국민 대표이사 “중저가 마케팅 방침 지키겠다”

    [향토기업 특선] 곽국민 대표이사 “중저가 마케팅 방침 지키겠다”

    “첨단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으로 원가를 절감해 소위 말하는 ‘착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내놓게 됐습니다.” 부산의 대표적 패션전문그룹인 파크랜드의 곽국민(61) 부회장(대표이사)은 “파크랜드의 경영철학은 옷값은 옷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데도 중저가 상품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값이 싸다고 해서 절대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므로 중저가 마케팅 방침을 고수해 나가겠다”며 현재 일부 신사 정장 가격에 대한 거품이 적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곽 부회장은 “파크랜드 신사복은 철저하게 전국 500여개 매장(로드숍)에서만 판매한다”며 “모 백화점에서 입점 제의를 해왔지만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백화점에 입점하면 유통마진 등으로 옷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어서다. 자체 매장만으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곽 부회장은 “국내에서 신사복 생산공장을 갖춘 곳은 파크랜드밖에 없다”며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 바이어 등이 국내 견학 코스로 우리 생산공장을 찾아온다”고 자랑했다. 파크랜드는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그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는 변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연구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디자인실 책임자들은 평균 근무 연수가 20여년 이상 된 경력자들”이라며 “5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세계 남성 정장의 흐름과 유행을 파악해 신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10% 정도 늘어났다“는 곽 부회장은 “최근 조인성 등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발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신발공장에서 만든 미국 라이선스 스포츠 브랜드인 ‘스타터’를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곽 부회장은 “고객의 다양한 욕구와 유통환경에의 선도적 적응을 위해 대표 브랜드인 파크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 다양화와 가치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 경영인인 곽 부회장은 1987년 파크랜드에 공장장으로 입사해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사장을 거쳐 2005년 5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손짓으로 차인꾼을 불러 세운 행수란 놈은 곱상스럽게 생긴 외양과는 달리 완력이 장사였다. 오줌을 지리며 엉거주춤 다가서는 차인꾼의 상투를 한손으로 비틀어 잡고 태질을 시켜 얼살을 빼는가 하였더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다시 허릿바를 끌어올려 덜미잡이로 엎치자, 차인꾼은 제힘에 겨워 꼬꾸라져서 콧등에 흙이 묻어났다. 순식간에 사람의 혼백을 빼놓는 것이었다. 그렇게 넋을 빼놓은 다음에 그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 길이냐?” “모르겠습니다.” “이놈, 어디로 가는 줄 모르다니, 넋은 어디다 두고 다니길래 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이런 산중에서 소피보는 계집이나 간색하며 허둥지둥한단 말이냐?” “보시다시피 쇤네는 태게꾼일 뿐입지요. 원상들이 향도하는 데로 몇 날 며칠이고 입 닥치고 따라갈 뿐 신지가 어딘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 태게꾼이라 해서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신지가 어딘지 궁금하지도 않더냐?” “쇤네는 그저 원상들이 가는 대로 따라다니는 것을 천직으로 알 뿐입지요.” “혼백은 집 시렁에 얹어두고 고깃덩이만 왔다 갔다는 얘기렸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와들와들 떨고 있는 차인꾼의 뒤통수를 다시 한번 치고 나서, “이놈 봐라. 한 입으로 두말하고 있네. 방금 넋은 빼고 다닌다고 네놈 주둥이로 씨부리지 않았더냐?” “…….” 한마디 언사에 실려 있는 위엄을 듣자 하니, 산골 무지렁이 출신은 아니란 것을 단박 알아차릴 만하였다. 살년을 견디다 못해 산적으로 나선 일자무식 세궁민은 아니었다. 글줄이나 읽은 위인이란 생각이 얼른 뇌리를 스쳐갔다. “쇤네는 삯전이나 받는 담꾼일 뿐입니다요.” “이놈, 가재는 게 편이란 말을 듣지 못했느냐? 네놈이 담꾼이든 원상의 행세를 하는 놈이든 상관없이 같은 일행인 것만은 틀림없는데, 비겁하게 발뺌을 하여 그 초라한 목숨이나 구걸하자는 것이냐? 이놈 보아하니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리고 한 입으로 두말하고 있네.”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냐. 이 배은망덕한 놈.” “창졸간에 불쑥 나온 말이니 해량하십시오.” “이놈 포달 떠는 꼴이 가관이군.” 당장 목이라도 베일 기세였다. 그러나 그는 차인꾼에게 명령하여 널브러진 시신을 들쳐 업도록 하였다. 조기출을 비롯한 일행은 다만 사태를 지켜보기만 할 뿐 대꾸 한번 변변스럽게 하지 못하고 눈앞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육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시각은 어느새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몸은 물먹은 솜같이 무거웠으나, 잠은 벌써 저만치 달아나버렸다. 이틀 전에 겪었던 봉변을 소상하게 이야기한 조기출의 입에서 문득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구차하게 살아남기만 해서 뭣하겠소. 전대 털린 것은 그렇다 치고 수하에 따르던 차인꾼 한 사람 속절없이 저승으로 보내버린 주제에 어디다 비위짱 좋게 낯짝을 쳐들고 다니겠습니까. 적당들이 그런 술책으로 우리 일행의 눈을 어둡게 만들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겠습니까. 적당들 턱밑에 낯짝을 디밀고 죽여달라고 지다위 못 한 것이 여한이 되었습니다. 명줄을 놓아버린 사람이나 끌려간 사람이나 원망이 구천에 사무치겠지요. 어찌 되었거나 시생과 같이 미욱하고 무지한 밥쇠가 살아서 무엇하겠습니까.” “운세 사나웠던 탓이오. 너무 자책 마시오.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 하지 않았소.” “행수 명색이었던 시생이 행중이 화적떼에게 된불을 맞고 멸구를 당하게 되었다면 사태를 불문하고 떨치고 나서서 사태를 수습했어야 했는데, 난생처음 봉적한 일이라 할지라도 흡사 구경꾼처럼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치욕은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도감 정한조나 둘러앉은 원상들 역시 말이 없었다. 말없이 앉아 있기 진력날 즈음에 침묵하던 곽개천이 입을 열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적당들의 짜놓은 미술에 여지없이 끌려들었을 것입니다. 적당들은 고개치나 산코숭이 같은 내왕이 호젓한 곳에서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북새통을 놓으며 복물과 전대를 취탈해 왔는데, 이 화적들은 백주창탈을 예사롭게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살인까지 예사로 저지르고 말았소. 그 악행의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게 되었소. 게다가 미술을 쓴다는 사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적당들도 이젠 완력만 가지고 봇짐을 털려는 것이 아니란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내 불찰로 자책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도 그들과 맞설 수 있는 계략을 꾸며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 甲의 횡포에 목숨 끊은 乙

    ‘갑의 횡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또다시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을 견디지 못한 주류업체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살아남기 위해 판촉 행위까지 했지만 본사의 압박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이모(44)씨가 오후 2시 40분쯤 인천 부평동에 있는 자신의 대리점 술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본사의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유서까지 남겼다. 배상면주가는 전통주 제조업체로 산사춘, 민들레 대포 등을 생산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가 발견될 당시 옆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미리 피워둔 것으로 보이는 연탄 2장이 있었다. 이씨는 죽기 전 달력 4장의 뒷면에 남긴 유서에서 “10년을 본사에 충성하고 따랐는데 대리점을 운영하며 늘어난 빚을 갚으라는 협박을 견딜 수 없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남양(유업)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원(권리금)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주류 대리점업)은 개판이었다. 본사 묵인의 사기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판촉)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라고 본사의 횡포를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03년부터 대리점을 운영했으며 신제품이 출시된 2010년쯤부터 막걸리 판매를 강요받았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이 즈음 이씨는 신제품을 위한 냉동탑차 3대를 각각 2000만원에 구입했으나 제품 판매가 안 돼 적자가 쌓여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가 본사의 제품 강매에 상당히 괴로워했다는 동료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소주, 맥주, 위스키 등 주류업계의 밀어내기는 악명이 높다. 주류회사가 직접 판매에 나설 수 없고, 주류유통면허를 가진 도매상에 물건을 보낸 뒤 도매상이 소매점이나 식당에 공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실적을 합산하는 월말이 되면 도매상에 물건을 그냥 보내거나 잘 안 팔리는 술을 잘 나가는 술에 끼워 억지로 떠안기는 행위가 만연해 있다. 결국 도매상은 팔리지 않는 엄청난 물량의 술을 떠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배상면주가는 “결코 물량 밀어내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점주가 진 빚 1억 2000만원은 그동안 점주가 돈을 지불하지 않고 미리 받은 물품 대금이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대리점주는 한때 월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최근 월 1200만원으로 감소했다. 대리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전통주류 시장이 침체한 탓이다. 이 관계자는 “매출 부진에 더해 집안의 우환으로 채무 압박이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열린세상] 한미 전략동맹 추진은 글로벌 협력으로/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한미 전략동맹 추진은 글로벌 협력으로/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윤창중 전 대변인 문제로 인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반감되는 듯하여 안타깝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첫 공식 해외 방문지로 동맹국이 된 지 60년이 된 미국을 택하였고, 여기서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발전방안이 제시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존 군사안보 동맹으로부터 한반도 평화통일, 동북아 평화협력 그리고 지구촌 평화와 번영에 공동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협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1960년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자 분단국으로 미국의 원조와 보호 없이는 생존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자 강남 스타일로 대변되는 문화 선도국으로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그리고 글로벌녹색성장기구의 국제기구화 주도,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유치하면서 개도국이 본받고자 하는 모델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제안은 우리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한 파트너 리더십 발휘가 가능해졌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양국 간의 협력은 군사문제를 넘어서서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될 것이다. 이전에야 치열한 국가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군사동맹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촌에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국가들 간에 기후변화, 환경오염, 재난, 테러와 같은 글로벌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은 물론 다양한 경제, 사회, 문화적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한·미 간의 파트너 리더십을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박 대통령은 한·미 간의 협력을 한반도, 동북아, 지구촌 전체로 나누어서 언급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이 미국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좀 더 따져봤으면 좋겠다. 한반도 신뢰 구축, 동북아 평화협력 추진은 관계 당사국들 간에 협력 사업 추진을 통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있지 않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우리와 협력을 하는 경우, 자칫하면 국내의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북한·중국 등 주변국에 대한 주권 간섭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있다. 출범 후 약 1년 만에 이미 양국에 혜택을 주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명박 정부에서 출범 직후 반미 감정으로 인한 촛불 시위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과의 신뢰 구축을 위한 DMZ 평화공원 추진, 북한의 산림녹화 사업,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대응에는 미국이 내놓고 참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오는 2017년쯤 우리와 중국은 물론 북한의 참여도 예상되는 황해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지역기구로서 황해위원회 설립이 예상되는데, 미국이 직접 당사자로서 참여하면 당장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한국, 일본, 중국 간에 동북아 차원의 원자력 안전 협력체제에 대한 논의 과정에 미국을 포함시키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의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확대 발전은 양국이 전략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창조적 글로벌 협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의 산림녹화에 필요한 재원은 우리나라에 본부가 있는 녹색기후기금(GCF)에서 북한을 포함한 개도국들의 산림보호 관련 어젠다를 놓고 한·미 간에 공조함으로써 마련할 수 있다. 동북아 차원에서 테러와 원자력 안전의 문제는 워싱턴과 서울에서 열렸던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던 어젠다였다는 점에서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한 한·미 간의 공조가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지구촌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열쇠를 쥐고 있는 온실가스 다(多)배출국가인 중국, 미국, 그리고 일본이 한·미 간의 적극적인 협력의 바탕 위에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유엔 기후변화 협상을 통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동북아는 물론 지구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한·미 간의 포괄적 전략동맹을 위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기대해 본다.
  • 갑의 횡포 어디까지…배상면주가 ‘밀어내기’에 네티즌 분노

    갑의 횡포 어디까지…배상면주가 ‘밀어내기’에 네티즌 분노

    남양유업 사태에 이어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로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드러나자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40분쯤 인천 부평동 배상면주가 부평지역 대리점 창고에서 점장 이모(44)씨가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연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이씨가 달력 4장의 뒷면에 적은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남양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원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은 개판이었다. 본사 묵인의 사기였다”면서 “밀어내기? 많이 당했다. 살아남기 위해 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 권리금을 생각했다”고 적혀있었다. 이씨가 본사로부터 빚 독촉과 밀어내기로 매우 고통스러워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배상면주가 측은 “밀어내기나 빚 독촉은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배상면주가 블로그 등에 항의 글을 잇따라 올리며 비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갑의 횡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표한다”면서 “우리 술이 언제부터 살인 도구가 되었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 술’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자체가 모순인 것 같다. 남양유업과 함께 평생 불매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람이 먼저인 회사는 없는 건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향토기업 특선] 이상업 회장 “경기불황 돌파구 美洲진출 추진”

    [향토기업 특선] 이상업 회장 “경기불황 돌파구 美洲진출 추진”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경기불황 등 예상치 못한 악재가 많아요. 어려울수록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상업(71) 일진에너지 회장은 12일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쌓은 기술이 기업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회사를 창업한 지 23년 만에 기계장치 분야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이 회장은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없이는 살벌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려고 다양한 연구개발과 교육을 하고, 인재영입과 기업연구소 설립 등에 아낌없이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일진에너지는 현재 13개의 특허와 12개의 실용신안, 2개의 품질인증서를 획득,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일진에너지가 화공기기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출발해 원자력사업과 발전소 경상정비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우리 회사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차세대 에너지로 뜨는 셰일가스의 장치 제작 분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원자로 등 에너지사업뿐 아니라 원전과 발전소 등 국가 장치산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여파로 상당수 중소·중견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울러 그는 “회사가 울산을 기반으로 성장해 향토기업의 책무도 있다”면서 “우리 회사가 지역경제의 동반 성장과 지역의 인재를 우선 채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품질’과 ‘납기’를 생명처럼 여긴다. 그는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고객사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력은 한국형 원자로인 스마트 원자로 연구개발 사업 참여로 입증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연구개발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기업 부설연구소 설립에 이어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연구소 부지 확보에서 드러난다. 더 나아가 이 회장은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주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미주지역 대형 EPC업체(설계·구매·시공업체)에 신규 벤더로 등록하는 등 준비작업도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울산시와 지역사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일진에너지도 없었다”며 “지역사회 환원사업도 꾸준히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희귀한 ‘알비노 바다표범’ 새끼 공개

    최근 희귀한 알비노 바다표범 새끼가 일반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링컨셔 서튼-온 해안에서 발견된 이 알비노 바다표범은 생후 8개월로 흰색 몸에 붉은색 눈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귀여운 외모의 이 바다표범은 그러나 몇 달 사이 힘든 ‘과거’를 겪었다.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부모한테 버림 받은 것. 결국 굶주린 채 사경을 헤매던 바다표범은 해변까지 파도에 밀려왔지만 운좋게도 현지에서 동물 보호소를 운영중인 데니스 드류가 발견해 목숨을 건졌다. 드류는 “당시 바다표범의 몸무게가 18kg으로 거의 아사 직전이었다.” 면서 “종종 알비노 동물은 특이한 외모 때문에 부모에게 버림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몸무게가 두배로 늘었고 건강도 되찾았다.” 면서 “올해 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바다표범이 쉽게 자연에 다시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물학 박사인 스테판 모와트는 “이 알비노 바다표범은 시력에 문제가 있으며 태양 빛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면서 “특히 상위 포식자에게 쉽게 눈에 띄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 [16일 TV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창(KBS1 밤 10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무한 경쟁이다. 입시 경쟁, 취업 경쟁을 비롯해 중산층으로 살아남기 경쟁에 모두의 허리가 휜다.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도전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모두가 불행해지는 경쟁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한국 사회에 필요한 패자 부활 시스템은 어떤 것인지 모색해본다. ■초한지(KBS2 밤 12시 30분) 조고는 밀려드는 역적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대신들은 역적을 소탕하기 위해 장한을 장군으로 천거한다. 궁에서의 일들을 전해 들은 장한은 신희 공주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항우는 동군 전투에서 승리해 대장군이 되고 계포도 약속대로 이를 받아들인다. 한편, 유방은 호릉에서 대패해 돌아온다. ■PD수첩(MBC 밤 11시 20분) 최근 들어 자식 때문에 빚을 떠안는 부모가 늘고 있다. 한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융회사 부채가 있는 만 60세 이상의 가구는 2010년 25.7%에서 2011년 35%로 증가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쉼 없이 일을 해 온 대한민국의 부모들. 노후를 즐길 나이지만 자식의 빚 때문에 다시 생계 현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올해 15살인 명운이는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겨우 초등학생의 키에 걷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명운이는 선천성 정신지체와 뇌병변 장애, 다운증후군 그리고 강직성 심장질환까지 모두 4가지의 중복 장애를 앓고 있다. 4개의 희귀 질환을 앓고 있지만 명운이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완연한 봄, 이맘때 전북 서남단에 있는 고창은 온통 초록빛 보리밭으로 바뀐다. 청보리밭의 봄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러 풋풋한 향기가 가득하다. 30여만 평의 보리밭이 펼쳐져 있는 공음면 부채울 마을 구릉 밭은 부드러운 곡선을 이뤄 마치 녹색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아름답다. ■가족(OBS 밤 11시 5분) 경남 남해의 작은 섬 노도는 13가구에 18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이다. 이곳에는 어촌계장이자 반장인 이석진씨와 아내 구영자씨가 살고 있다. 23년 전 포르투갈행 원양어선에서 사고를 당한 석진씨. 이에 아내 영자씨는 남편의 고향 추도로 귀향해 병수발은 물론 아픈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 [세계 무역 8강 코리아] 현대차그룹

    [세계 무역 8강 코리아] 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최대(最大) 실적’ ‘최다(最多) 판매’를 달성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 침체의 진원지인 유럽에서의 판매 성장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러시아와 브라질 공장의 성공적 가동 등에 힘입은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경기 전망이 어둡고 글로벌 경쟁 업체들의 공세가 계속되겠지만 정몽구 회장이 연초 화두로 제시한 내실 경영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매출액 84조 4697억원, 영업이익 8조 4369억원을, 기아차는 매출액 47조 2429억원, 영업이익 3조 522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매출액은 131조 712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이익은 11조 957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성장은 ▲중·대형차 판매 증가 ▲공장 가동률 증가 ▲브랜드 가치 제고에 따른 가격할인(판매 인센티브) 감소 ▲공용플랫폼 확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품질확보→중고차 가치 제고→판매 인센티브 감소→적정가격 유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정착도 한몫했다고 현대차 측은 덧붙였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3.9% 증가한 총 741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선도 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러한 외형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최근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 또한 크게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2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75억 달러(약 8조 2000억원)의 브랜드 가치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8계단 상승한 53위를 기록했다. 기아차 역시 전년 대비 50% 상승한 40억 8900만 달러(약 4조 6000억원)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브랜드 가치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5위 업체라는 외적 성장을 이룬 만큼 그에 걸맞은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무리한 양적 팽창보다는 주요 전략 차종을 중심으로 한 제값 받기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통해 질적인 성장을 달성해나간다는 전략이다. 또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그린카’ 개발에 역점을 두고,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부분과 자동차 전자부품 분야에 투자와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글로벌 3위 업체로 발돋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2013 방송계, ‘사회 공감형’ 예능이 뜬다

    2013 방송계, ‘사회 공감형’ 예능이 뜬다

    2013년 예능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1인 가구, 힐링 등 사회적인 화두를 통해 소통하는 ‘사회 공감형’ 예능이 뜨는 것.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위주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1차 변신을 시도한 뒤 사회적인 의미를 담은 예능으로 2차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의 봄철 프로그램 개편과 맞물려 사회 공감형 예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파일럿(시험판) 프로그램 중 사회적인 공감을 중요시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방송사들은 발 빠르게 정규 편성을 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KBS 2TV ‘인간의 조건’이다. 이 프로그램은 쓰레기, 자동차 없이 1주일 살아가는 체험을 통해 요즘 사회적인 화두인 친환경 생활 방식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있다. 박성호, 김준현, 허경환, 양상국, 정태호, 김준호 등 친근감 있는 ‘개그콘서트’ 출연진을 내세웠다. 출연자의 모습을 관찰하며 교훈을 얻는 형식이 아니라 ‘참여형’ 예능을 지향했다는 평가다.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방송의 미션을 실천했다는 시청자들의 경험담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시청자 박모씨는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을 보고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고 실제 생활에 적용해 봤다”고 말했다. ‘인간의 조건’은 친환경 생활 방식을 전파한 공로로 지난 18일 환경부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MBC가 22일 밤 11시 25분에 첫 방송하는 ‘나 혼자 산다’는 사회적으로 1인 가구가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나홀로 족’의 삶을 엿보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기러기 아빠인 탤런트 이성재와 김태원, 20~40대 미혼남인 노홍철, 서인국, 데프콘 등 혼자 사는 남성 6명의 생활을 관찰 카메라에 가감 없이 매주 담는다. 제작진은 국내 전체 가구의 25%가 1인 가정이라는 통계에 착안해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자신이 정말 잘 산다고 생각하는 독신,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아는 독신을 출연 대상으로 정했다. 향후 혼자 사는 여성까지 참여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박현석 PD는 “‘나 혼자 산다’가 내세우는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독신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가치”라면서 “(시청자들이) 자신의 삶을 투자해서 볼 가치가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한편 SBS에서 지난 1일부터 매주 금요일 방송되고 있는 ‘땡큐’는 올해도 한국 사회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위로와 힐링을 접목시켜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3~4명의 출연자들이 함께 모여 여행지로 떠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고민을 서로 나누면서 교감한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개인의 힐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프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관계 속의 힐링을 강조한 것. SNS의 발달 속에 점점 고립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일깨운다. 현재까지 리더인 배우 차인표를 중심으로 야구선수 박찬호, 만화가 이현세, 사진작가 김중만 등 40대 남성들의 아버지 이야기나 발레리나 강수진과 리듬체조선수 손연재가 세계 최고를 꿈꾸면서 겪었던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등 공통적인 관심사를 나눴다. 이창태 SBS 예능국장은 “‘힐링캠프’가 타자인 MC가 출연자의 힐링을 도왔다면 ‘땡큐’는 출연자가 스스로 문제를 치유하고 그 안에서 감사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방송가에서는 ‘사회 공감형’ 예능이 급부상하는 이유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식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 데다 현실적으로 공감이 가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MBC ‘우리 결혼했어요’(5.9%),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6.9%) 등의 시청률이 저조했고, 최근 KBS ‘개그콘서트’나 ‘1박 2일’이 다소 하락세로 접어든 모습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요즘 시청자들은 재미 차원의 웃음이 아닌 공감에서 오는 가치를 더욱 높이 사기 때문에 자기 계발적인 요소 없이 연예인의 신변잡기식에만 머무른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도 어렵고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개인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관심사와 욕구에 부합하는 TV 예능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커졌다. 따라서 다큐라는 형식을 가미해 시청자들이 참여할 여지를 높이고 공감지수를 높인 사회 공감형 예능이 각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자신의 얘기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소통 욕구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인간의 조건’을 연출하고 있는 신미진 PD는 “예전에 동경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했다면 요즘은 시청자들이 연예인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자기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 “출연자들이 생활인으로서 시청자를 대신해 체험하면서 고민하고 깨닫는 것을 통해 공감 지수를 높이고 프로그램이 계도성이나 의도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학교, 사회나 국가에서 느끼는 가치나 의미의 결핍을 사회의 축소판인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찾기 원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공감이나 소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창태 예능국장은 “이제 예능은 웃음을 유발하는 단계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시대를 지나 사회적인 의미와 가치를 담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예능이 사회 현상에 대한 심리적인 해석, 가치 지향성과 방향성이 담보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은 사회나 국가에서 찾을 수 없는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한 결핍을 TV를 통해 보충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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