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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작전권 쥔 나토 “3개월 내 결판”

    프랑스, 미국, 영국 등 일부 서방국가가 주도해 온 대리비아 군사작전의 작전권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 이양됐다. 리비아 군사 개입 명분을 놓고 안팎으로 시달려 온 미국은 부담을 덜게 됐지만 군사작전의 장기화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등 나토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나토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NAC)는 27일(현지시간) 리비아 군사작전에 대한 전면적인 작전지휘권 인수에 합의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카다피 정권의 공격으로 위협받는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최고 사령관에게 이 결정을 즉시 발효해 작전 시행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완전한 작전권 이양에는 며칠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AP통신이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군의 공군력이 상실된 만큼 나토의 작전은 사실상 지상 공격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인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나토는 이미 실행 중인 비행금지구역 설정 및 운용, 리비아로의 무기 반입 감시뿐만 아니라 지상 목표물 타격 작전 지휘권도 행사하게 된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반군 지원 작전은 나토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외교관들이 강조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독일과 터키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를 꺾고 우여곡절 끝에 나토가 작전권을 넘겨받음에 따라 짐을 내려놓은 미국은 ‘외교전’에 집중할 계획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유엔 특별대사를 파견할 예정이라면서 “카다피 측에 진정으로 국제사회 고립과 국제형사재판소행을 원하는지 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나토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이번에 합의된 계획안에는 작전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했다. 하지만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펜타곤 사람들은 그보다는 훨씬 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계획안에도 필요할 경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은 민간인 보호 임무다. 즉 지상 목표물 타격을 어떻게 정당화할지가 관건이다. 유럽안보연구소의 대니얼 코헨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수도 트리폴리에서의 민간인 사상 위험은 나토 위원회에서 정당한 목표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면서 “누가 누구인지, 언제 민간인을 보호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 난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토는 아프가니스탄 작전에서도 민간인 살상 문제로 종종 곤란한 입장에 놓인 바 있다. 나토의 컨트롤타워 부재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 지휘 체계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비롯해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의 고위급 대표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주도하도록 돼 있다. 이미 불협화음을 보인 바 있는 터키와 프랑스의 경우처럼 위원회 참여국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는 점이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나길회·정서린기자 kkirina@seoul.co.kr
  • [WHO&WHAT] 독재자의 만찬

    [WHO&WHAT] 독재자의 만찬

     ‘민주’(民主)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늘날, ‘독재’(獨裁)란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 않은 단어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멋대로 좌우하고 과장된 논리나 종교와 다를 바 없는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독재에 대한 거부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에게도 ‘독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군사정권에 맞서 밑으로부터의 민주화를 일궈냈다는 자부심,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최장수 독재체제(북한)와 마주하고 있는 현실 등 우리는 독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몰아닥친 ‘재스민 혁명’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수십년간 그래온 것처럼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이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빗나갔다.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자들과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싸움은 점점 격해지고 있고, 이젠 국제사회의 개입도 본격화됐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 주인공은 역사 속 인물들이다. 이름 자체가 공포가 되고, 금기어가 됐던 이들. 현대 정치사를 피로 물들이며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몽’ 그 자체였던 네 명의 독재자들을 만찬장에 초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재스민 혁명과 ‘독재’ 그리고 ‘민주화’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독재돼지 나폴레옹(소설 ‘동물농장’의 주인공)  식당으로 들어서는 네 사람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살아생전 서로 배신의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도 있었고, 서로 ‘사상적 동지’로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반세기의 시간도 서먹한 분위기를 가시게 하지는 못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사전에서 바로 튀어 나온 듯한 이들은 같은 자리에 마주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뜩치 않아 보였다.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셋, 군복을 입은 사람이 셋이었다. 앞에 이름표를 놓을 필요조차 없이 얼굴만으로도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뚱, 사담 후세인. 인류 또는 자기의 민족을 위해 떨쳐 일어났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국엔 자기자신의 안위와 비뚤어진 욕망으로 가득찬 이미지만 역사에 남긴 공통점을 가진 이들. 한 사람만 있어도 공포를 느끼게 할 만한 20세기 정치가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만찬 자리는 현재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었다.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각자의 전성기 시절 국내외 정치에 대해서라면 남부럽지 않을 역량을 과시했던 이들에게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는 ‘쟈스민 혁명’에 대해 묻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한테 물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만찬의 주제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독재’인데 말이다.  네 사람의 만남에 적합한 사회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민주화 전문가나 학자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이들을 통제하기엔 늘 역부족이기 마련. 결국 메이너 농장의 절대권력자 나폴레옹(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독재자 돼지)에게 어려운 역할을 부탁했다. 1945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농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나폴레옹의 능력이라면 참석자들도 특별한 불만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오웰이 묘사한 것처럼 나폴레옹은 ‘사람이 돼지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능수능란하게 만찬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얘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의 메뉴●  애피타이저 - 당신은 떳떳한가  메인 디시1 -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버렸을까  메인 디시2 - 당신은 부패했나  디저트 - 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애피타이저> 당신은 떳떳한가.   →나폴레옹 인간 세상 최고의 독재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 나야 동물 100여마리 거느리는 수준이지만, 당신들은 수백만명에서 수억명에 이르는 사람의 목숨을 한 손에 좌우했던 사람들이지 않은가. 실제로 죽이기도 많이 죽였고…. 당신들보다 훨씬 잔혹하거나 무자비한 사람도 없진 않지만, 20세기 이후 독재자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선정됐다는 점을 밝혀둔다. 우선 당신들이 지금 이 테이블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부터 묻고 싶다.   히틀러 정당성을 묻는거냐.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원해서 적합한 위치를 맡았을 뿐이다. 내가 총통이 됐을 때 4500만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그중 3800만명이 찬성했다.(히틀러는 1934년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죽은 직후 1시간 만에 대통령직과 총리직을 통합하고 최고사령관 직까지 합쳐 그 자리에 오른 다음 투표를 실시했다.) 국민들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내가 그 위치에 올랐다는 증거다. 정당성의 측면에서 과거의 왕들과는 평가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 중에서도 네로나 헤롯 같은 사람이 있었고, 나름 성군(聖君)으로 존경받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들은 왕으로 태어나 왕으로 살면서 그 권력을 조금 더 쓰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스탈린 난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했고 성공시킨 레닌이 직접 지목한 정당한 후계자다.(실제로는 레닌이 그의 위험성을 경고한 편지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스탈린이 의도적으로 막았다. 뿐만아니라 스탈린은 레닌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과 역사기록을 조작했다.) 그루지아 출신이라는, 심지어 러시아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범 러시아 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데 대해 지금까지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독재고 뭐고 간에 아예 정권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총과 칼로만 쿠데타를 일으켜서 최소 몇 년 이상 유지한 사례가 얼마나 될지 지난 100년 간을 꼽아봐라. 처음엔 그렇게 잡더라도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되는 게 정치다.   →나폴레옹 그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역사에 악인으로 이름을 남긴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듣다보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요새 연설을 통해 계속 반복하고 있는 논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 얘기는 나중에 이어가기로 하고, 최근 전 세계 최고 관심사인 ‘쟈스민 혁명’에 대해 들어봤나.   마오 내용이야 어떻든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기분이다. 지난해 12월 한 청년이 분신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 불과 석달 만에 이렇게까지 커지다니. 벌써 두 나라(튀니지·이집트)의 정권이 뒤집혔고 리비아, 시리아, 바레인도 내전이 한창이지 않은가. 난 ‘공산당’을 알리고 ‘혁명 동지’를 모으기 위해 10만여명을 이끌고 1934년 370일 동안 1만 5000㎞를 걸어야했다.(마오는 12개의 지방을 지나고 18개 산맥과 24개 강을 건넜다. 마오의 짐은 두 장의 담요와 홑이불, 외투 한 벌, 책 몇 권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도 15년 이상 지나서야 중국을 세울 수 있었다. 고작 석달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같은 세상이라면 보다 완벽한 혁명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히틀러 거기엔 100% 동감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수단이 있었으면 내가 연설을 일부러 석양무렵에 하면서 다양한 무대장치를 동원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이런 아이디어는 히틀러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능력이라는 얘기가 정설이다.) 아! 물론 난 연설 대신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겠지만 말이다.   후세인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딱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 입장에서 쟈스민인지 뭔지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아랍에는 ‘하마’라는 게 있다. 1980년대 초반에 시리아의 하마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란이 일어났는데, 정부는 마을 전체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다시피 했다.(2만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정부는 그 숫자를 본보기 삼아 일부러 널리 공포했다.) 그 이후 ‘하마’는 절대권력에 대항하는 반항에 대한 응징을 뜻했다. 아랍권에서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던 반 체제 인사들은 힘을 잃었고, 일반인들은 조용해졌다. 그게 지금까지 아랍권을 지탱해온 버팀목이었다. 왕정이든 사회주의 체제든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물론 무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영TV와 신문을 장악하고,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세뇌시켰다. 나름 치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나폴레옹 후세인 당신과 카다피가 유난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들었는데.   후세인 카다피와 나는 소위 말하는 ‘역경의 자식들’이다. 전통적인 아랍사회가 혈통과 명문을 높이 떠받드는 점이 가장 큰 타도의 목표가 됐다는 점에서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아랍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이 중요시되지만 혹시 내 아버지나 카다피의 아버지 이름을 아는가? 뭐 사실 이 만찬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기존 사회의 합의나 계급은 무시하고, 아랍의 전통적인 가치들이 권력에 장애가 된다면 과감히 지워버렸다.  <메인디시1>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외면했나.   →나폴레옹 슬슬 본격적인 식사로 들어가보자. 여러분은 다들 수십년에 걸쳐 자기 나라는 물론 주변국가, 나아가 전 세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스탈린이 말한 것처럼 독재는 총칼 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많은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위치에 오르는 게 선행돼서 가능했다. 그런데 끝까지 초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인지 통치스타일이 변하면서 서서히 독재자가 돼 가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말은 자꾸 바뀌고, 점점 잔혹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안듣게 되었는데.   스탈린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내 목표는 무조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든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내 뜻에 복종해야 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틈만 나면 배신하려 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심지어 공장 노동자들도 내 목표량에 미달했다. 충분히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5개년 경제계획을 세워 모든 농민들이 국가 소유의 조합에 가입하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 농민들은 재산을 내주는 대신 땅을 불태우고 가축을 죽였다.) 결국 나는 그들을 피로 다스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까운 사람들조차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처럼 생각됐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은 적을 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철저하게 복수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히틀러 난 독일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대부분 다 지켰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정책에는 본인의 증오 이외에 ‘독일 국민들에게 잘 통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고, 실제로 주효했다.) 솔직히 내가 세운 모든 계획 중에 딱 하나 틀린 게 있었는데, 바로 전쟁에 졌다는 것이다. 난 거창하게 세계정복 같은 공약을 내세우지 않고, 우리가 받을 수 있을 걸 받자고 얘기했을 뿐이다. (히틀러의 전쟁은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기보다는 영국과 프랑스 양강으로 구분돼 있던 유럽 내에서 독일의 정당한 위치를 인정해 달라는 권리찾기에 가까웠다.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히틀러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독일 사람들은 1933년부터 2차대전이 본격화되기 이전, 내가 제3제국을 이끌던 시기를 역사상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지지만 않았다면 난 절대로 여기 다른 ‘실패한 독재자’들과 함께 앉아있지 않을거다.   마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공통된 적이 필요했다. 사회를 뒤집어 엎으려면 당연히 원동력이 필요하고, 그 힘은 밑에서부터 나온다. 히틀러는 그것을 외부(유대인)에서 찾았고, 나와 스탈린은 노동자·농민을 앞세워 인민의 적을 만들어내는 수법을 썼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공공의 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당연히 사회적 결집력과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겠나. 난 1950년대 중반에 무조건 억누르기만 했던 스탈린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다. 지식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금방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마오는 헝가리에서 검열 완화 이후 폭동이 일어난 것을 보고 ‘모든 의견’을 허용하는 대신 ‘공산당의 입지를 굳히는 의견’만을 허용했다.) 고작 6주간 ‘백화제방·백가쟁명’(쌍백) 정책을 펼쳤는데 불온성을 이유로 잡아들인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   →나폴레옹 뭐 결국엔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주장했고, 국민들이 그에 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압적인 독재자들로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인 것들 같은데. 국민들이 언제 돌아서는 것을 느꼈나.   스탈린 독재에 대한 대중의 영합은 독재권력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 힘들어지면 힘을 잃기 시작한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가장 중요했던 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권이 제시하는 조건이나 삶의 질에 만족하면 그 권력을 지지하지만 그게 안 되면 외면하는 게 국민들의 속성이다. 내 영향력이 다소간 줄어든 것도 ‘산업화’라는 당면과제가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영향력이 떨어지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총과 칼이나 숙청, 강제노동 등을 동원하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스탈린은 꾸준한 생산력 증대를 원했고, 만족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무력을 사용했다.) 이런 것이 독재자와 왕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독재자에게 불리한 점이다. 독재자는 국민들이 실망하면 이를 되돌리기가 군주보다 훨씬 힘들다. 엘리자베스1세 말기에 영국 국민의 생활수준은 역사상 최저였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은 기억하지 않는다.   히틀러 이번 아랍혁명이 ‘빵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들었다. 식량값 폭등 같은 단편적인 시각에서 볼 수는 없는 문제다. 원래 독재자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조금이라고 가까이 가고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오늘’은 별 의미가 없다. 독재자가 “5년 후에 우리가 이 정도 수준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면 반드시 거기에 가 있어야 한다. (히틀러가 뚜렷하게 정책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표방하는 제3제국이 명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가 찾아오는 거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독재정권들이 망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금씩 나아지는 건 왕정 아래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정권을 잡으려는 독재자들은 국민들에게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소리친다. 결국 삶에 찌들어 있는 대중의 지지를 받아 순식간에 정권을 장악할 수 있지만, 결코 그들이 약속한 삶은 만들어낼 수 없다.   후세인 아랍권의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구조적으로 ‘복지독재’라는 희한한 형태가 있어 국민들이 모두 돌아서는 시기를 간단히 전망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왕권독재 국가에서는 독재의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은데, 국민들의 삶은 다른 나라보다 풍요롭다. 일자리도 주고 의식주 걱정도 없다. 대학도 보내준다. (아랍의 왕조 체제에서는 가진 자의 수가 극히 제한돼 있고, 이들은 인자한 독재자의 모습을 띤다. 이들은 국부를 독점하는 만큼 그것을 나눠주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그럼 이 상황을 뒤집어서 민주화가 되고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 가진 자의 수가 늘어나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민주화라는 것은 결국 허상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난 가진 자의 입장에 설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만 한다. 결국 ‘기회’라는 게 어느 순간 현재 생활에 대한 불만을 뛰어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메인디시2>당신은 부패했나.   →나폴레옹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영국의 역사학자 로드 액튼 경이 말했다. 독재와 관련된 경구 중 가장 유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독재자는 부패하기 때문에 망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부패가 독재의 종착점인가.   히틀러 진정한 목표가 있는 독재자는 부패할 시간이 없다. 난 채식주의자에 담배조차 피우지 않는다. 가끔 맥주를 마시기는 하지만, 내 뒤를 아무리 캐봐라. 내가 부정적인 일에 연루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할 거다. 심지어 난 평생 두 여자(의붓여동생의 딸인 겔리 라우발, 최후를 같이 했던 에바 브라운)만을 사랑했고, 한명이 죽은 후에야 다른 사람을 만났다. 만약에 지금 세상처럼 청문회가 있다면 난 무조건 100% 무사 통과다. 오로지 위대한 제3제국을 세우겠다는 목표 이외에 개인적인 욕심 따위는 없었다. 제3제국이 부패해서 망했다고 말할 수 있나. 난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스탈린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사람들이 나를 ‘금욕주의자’라고 부를 정도로 난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딸 스베틀라나가 나중에 쓴 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내 가족들조차도 화려한 옷이나 식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스탈린은 부인을 잃은 후 스베틀라나를 사실상 ‘어린 퍼스트레이디’로 대접했고, 자식 중 유일하게 애정을 쏟았다.) 오로지 대업을 완수하는 것만이 내가 평생을 생각했던 유일한 관심사였다. (얄타 회담에서 스탈린을 만난 윈스턴 처칠의 부관들은 스탈린에 대해 “지금까지 만나본 중 가장 철두철미하고 명석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나폴레옹 최근 아랍권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이나 아들, 측근들이 부패한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후세인 당신도 자식 간수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후세인 독재자는 외로운 존재다. 누군가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았으면, 언젠가 자신도 똑같은 일을 당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결국에 믿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 그런데 가족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각자 욕심을 부리게 마련이고, 절대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용서 받는다. (후세인의 큰아들 우다이는 공식 행사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싸움을 벌이는 등 난폭했다. 정신박약아라는 설도 있다.)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 카다피 모두 가족이 문제였고 자식한테 권좌를 물려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결국 ‘부패’의 진정한 원인은 독재자의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독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1인 중심적인 체제에서 찾아야 한다.   마오 아무리 독재라도 권력은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도 갖추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적으로 대놓고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게 부패한 거다. 난 솔직히 주지육림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기구를 갖고 있었고 그걸 이용해서 모든 것을 움직였다. (그의 문화혁명을 앞장서서 주도했던 홍위병은 결국 스스로 부패하고 갈라져 사라져갔다.) 간단히 말해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목표를 갖고 조직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지 개인이 가진 것을 오로지 지키려는 목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그건 독재자 중에서도 가장 저질이라고 생각한다. 카다피나 북한의 김일성, 저기 앉아있는 후세인이 대표적인 인간들이다.  <디저트>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나폴레옹 곧 무너질 것 같았던 카다피가 계속 버티고 있다. 심지어 쟈스민 혁명이 곧 사그라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쟈스민 혁명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히틀러 국민을 장악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연설을 통해 국민을 사로잡았다면 카다피한테는 TV로 보여지는 강력한 모습과 반미 감정몰이가 결정적인 힘을 줬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 결국엔 모든 것이 정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왜 저렇게 폐쇄정책을 고집하겠나. 밖에서 국민들이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 바깥세상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지금까지 주장해 온 모든 것들이 허사가 된다. 결국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럴듯한 꼬임이나 세뇌만으로 할 수 있던 독재의 시대가 끝났다. 결국 총과 칼을 통한 억압만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번에 혁명이 실패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나중에 또다시 내란이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번 떨쳐 일어났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가는 법이다.   마오 그래도 중국은 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리비아가 여러 개의 부족이라서 마지막 한 고비를 넘을 원동력이 부족한 것처럼 중국 역시 민족이 다양하고 워낙 지역도 넓기 때문에 하나로 모으는 추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은 아직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들이 뭔가를 추가적으로 기대할 여지가 남았다는 얘기다. 특히 연안지역만 개방해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조금씩 열어가면서 개방과 통제라는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북한 같은 경우에는 특정지역만 열고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에 경제적 몰락을 극복하기 위해 체제붕괴를 피하기 힘들다.   후세인 내가 보기엔 미국이 얼마나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군사적, 외교적으로 영향력이 절대적이니 말이다. 여기 있는 네 사람 모두 미국과는 좋은 감정이 아니겠지만, 내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솔직히 대량 살상무기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달아서 억지로 쫓아낸 것 아니냐. 이번에도 이집트에는 개입 안하고, 리비아에만 개입하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이라니…. 결국 다른 나라의 민주화를 자기 입맛대로 골라서 이용하겠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민주화니 어쩌니 떠들지만 실제로 국제사회를 독재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나폴레옹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철저하게 자기자신의 논리로 무장한 당신들에게 물어보나 마나겠지만, 당신들은 정말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스탈린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리던 평양 시민들을 기억하나. 그 원조가 바로 나다. 내 시신을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수백명이 깔려 죽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방부처리된 시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조문객의 일부가 바리케이드에 부딪히거나 밟혀서 목숨을 잃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마오 내가 죽은 후 숱한 변화 속에서도 난 중국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다. 톈안먼 광장에 걸려있는 내 초상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오가 죽은 1976년 그의 문화혁명으로 쌓인 불만이 폭발한 톈안먼 사건이 일어났다. 1981년 그의 후계자 덩샤오핑은 마오의 문화혁명을 ‘내란’으로 규정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김한지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책임연구원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장대익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 ICC “카다피정권 기소 100% 확신”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국제공조가 활발한 가운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반정부 시위를 유혈진압한 카다피 정권이 반드시 국제법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ICC 수석검사는 이날 이집트 카이로 방문 중 “ICC 조사 결과 카다피 정권 인사들이 반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ICC는 지난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부로 리비아 반정부 시위 초기 트리폴리와 벵가지 등에서 보안군이 자행한 민간인 상대 무차별 발포사건 6~7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각국 경찰 등과 공조해 공격 명령을 내린 주체와 동조자를 파악하려고 증거자료를 모아왔으며, 조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상당한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레노 오캄포 검사는 “리비아 민간인 살상 증거를 가진 언론인들이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카다피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카다피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를 좇아갈 것”이라고 에둘러 답변했다고 AFP가 전했다. ICC는 오는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조사 내용을 보고하게 된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꺼진 휴대전화도 도청… 베이징 감청인원 10만명”

    “꺼진 휴대전화도 도청… 베이징 감청인원 10만명”

    중국에서 ‘미인계’를 이용한 정보전은 심심치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첩보 당국이 미인계를 적극 활용한다. 지난달 초 타이완을 뒤흔든 ‘장성 간첩’ 사건도 배후에는 중국이 파놓은 미인계가 있었다. 타이완 현역 육군소장이었던 뤄셴저(賢哲·51)는 태국주재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하던 2002~2005년 호주 여권을 가진 30대 미모의 화교 여성을 만나 밀회를 즐겼고, 복귀 후에도 이 여성과 함께 미국 등을 여행하며 관계를 유지했다. 타이완 정보 당국 조사에 따르면 뤄셴저는 이 여성과 그 후 알게 된 중국 군 장성에게 타이완 군사기밀 등을 넘기며 한 건에 최대 100만 달러까지 받았다. 꼬투리를 잡아 ‘협박’하며 정보를 빼내거나 미운털이 박힌 외교관, 외신기자들을 강제 추방하는 방법도 즐겨 쓴다. 미인계와 더불어 중국 당국이 첩보 수집에 적극 활용하는 수법은 도·감청이다. 지난달 말 외국 공관이 몰려 있는 중국 베이징 산리툰(三里屯) 부근의 일식집에서 만난 아시아 지역 모 국가 외교관은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전화 배터리부터 뺐다. 전원을 꺼도 휴대전화 배터리가 켜져 있으면 가까운 곳에서 도청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는 “중국의 일부 휴대전화는 배터리가 끼워져 있는 한 전원이 완전히 꺼지지 않고, 휴대전화가 일종의 도청기 역할을 하면서 대화를 가까운 곳에서 엿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연히 자리를 함께한 식당 주인도 “일본 등 많은 국가 외교관들이 식당에 들어오면 배터리부터 빼놓는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국가보밀(保密)국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첩보와 관련된 부서는 대부분 은닉돼 있다. 베이징에만 도청 관련 인원이 최소 10만여명에 이른다는 확인하기 힘든 소문도 있다. 중국 말고도 ‘정보전쟁’에서 미인계를 활용하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흔히 벌어진다.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국 정보기관도 미녀 스파이를 동원, 고급정보 빼내기에 열을 올린다. ‘첩보대국’인 러시아는 미국 등 경쟁국의 비밀 정보를 끌어모으려고 여성 요원들을 줄곧 이용해 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해 미국에서 추방당한 안나 차프만(29)이다. 그는 러시아 대외첩보부(SVR) 소속의 비밀 정보요원으로 미국 뉴욕 등지를 활동무대 삼아 상류층 남성을 유혹해 고급 정보를 수집하다 지난해 미 당국에 적발됐다. 영국 정계도 러시아 미녀 스파이에 홀려 지난해 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러시아 출신 여성 카티아 자툴리베테르(26)가 하원 국방특별위원회 소속 마이크 핸콕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영국 군사기밀을 빼돌렸던 것. 자툴리베테르는 여성편력이 복잡한 핸콕 의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간첩행위가 발각된 지난해 12월 본국으로 추방당했다. 영국 또한 2001년 러시아 잠수함 기술을 빼내려고 해외정보국(MI6) 소속 여성 정보원을 동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정보기관에도 미인계는 첩보전에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다. 여성 요원들은 특히 전략지인 중동지역에서 크게 활약했다. 미 정부는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미인계를 써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각종 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에는 보수성향의 논객 로버트 노박이 부시 정부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 조작을 비판한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리대사를 비난하다가 그의 아내 발레리 플레임(48)이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라고 폭로했다. 금발의 미인인 플레임은 ‘리크게이트’로 불린 이 사건 이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리나라도 북한 측 여성 첩보원에 당해 정보를 빼앗겼던 악몽을 겪었다. 조선족을 가장해 국내로 입국했던 여간첩 원정화는 2005~2006년 군 장교들과 사귀며 군사기밀과 탈북자 정보 등을 빼냈다가 적발됐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유대근기자 stinger@seoul.co.kr
  • 스텔스기 장기적으로 도입 필요 美F35·F15SE - 러T50 물망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연초 방위사업청 업무보고 때 “FX 3차 사업을 앞당기라.”고 지시한 이후 스텔스기 생산업체들이 앞다퉈 물밑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또 스텔스기의 도입 필요성, 도입 기종 등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FX 3차 사업과 관련한 의문점, 방향성 등을 짚어 봤다. Q:한국 공군에도 스텔스기가 필요한가. A:그렇다 vs 그렇지 않다. 장기적으론 도입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이 스텔스기인 ‘젠(殲)20’을 시험 비행한 데 이어 일본 역시 F35 도입과 함께 2016년까지 자체적으로 ‘신신’(心神·ATDX)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등 동북아 안보 정세가 스텔스기 도입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도 꼽힌다. 그러나 단기적인 측면에선 찬반양론이 만만찮다. 동맹인 미군의 막강한 공군 전력까지 감안하면 대북 공군 전력이 우위에 있다는 반대론과 함께 이는 지상군 위주의 사고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Q:도입 시기는. A:미정이다. 조만간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추진계획과 군 작전요구성능(ROC) 등이 결정되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6~7월쯤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Q:거론되는 스텔스 기종은. A: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보잉의 F15사일런트이글(SE), 러시아 수호이사가 개발한 T50 ‘PAK FA’ 정도다. Q:F35의 특징은. A: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랩터의 보급형 스텔스 전투기다. F22에 버금가는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다. 기체에 장착된 광학추적장비(EOTS)가 조종사 헬멧에 부착된 시현기(HMD)와 연동한다. 그러나 개발비용이 급상승해 대당 가격이 13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미사일 등을 탑재할 경우 스텔스 기능이 저하된다. Q:F15SE의 특징은. A:가장 빨리, 가장 멀리, 가장 많은 무기를 실을 수 있는 스텔스기다. 기존의 F15슬램이글의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해 개발비용과 구매가를 낮춰 대당 1000억원대로 예상된다. 은밀한 기습이나 공중전이 필요할 때는 무기를 내장해 스텔스기 기능을 하고, 그러지 않을 때는 무기를 외장해 막강한 화력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레이더 반사면적(RCS) 비율이 스텔스기로 개발된 F35에 비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인트루이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도움 주신 분들 그레그 렉스턴 보잉코리아 부사장, 김학균 록히드마틴 한국홍보담당 부사장, 공군·방위사업청 관계자들.
  • [리비아 내전] 벼랑 끝 카다피 화학무기 꺼낼까?

    벼랑 끝에 몰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꺼내 들 최후의 카드는 무엇일까. 반정부 시위대와 미국·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대량 살상용 화학무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카다피의 유혈진압에 반기를 들고 반정부 시위대에 합류한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생화학무기를 갖고 있으며 궁지에 몰리면 주저하지 않고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카다피가 최후의 압력을 받게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서 “모든 것을 태워 버릴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다피가 보유한 화학무기는 겨자가스(머스터드 가스 또는 발포성 가스)인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지난달 27일 리비아가 9.5t의 겨자가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루한 OPCW 대변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리폴리에서 한참 떨어진 고립된 장소에 겨자가스가 보관돼 있으며 카다피 군대가 이를 경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겨자가스를 담을 미사일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핵전쟁 위험 커졌다”… 北 맹비난

    “핵전쟁 위험 커졌다”… 北 맹비난

    북한의 잇따른 협박 속에도 국지 도발과 전면전을 가정한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이 28일부터 시작됐다. 3월 10일까지 진행되는 키 리졸브 연습에는 해외증원 미군 500여명을 포함해 미군 2300명, 한국군 사단급 이상 일부 부대가 참가하며, 4월 30일까지 이어지는 독수리훈련에는 해외 미군 1만 500여명과 동원예비군을 포함한 한국군 20여만명이 참여한다. 두 훈련은 전면전 상황에 대비한 한·미연합사 작전계획인 ‘작계5027’과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에 따라 실시된다. 이번에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제20지원사령부의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부대도 참가해 북한 핵 및 미사일 등의 제거 훈련도 진행한다. 훈련에 대해 한·미연합사는 “키 리졸브 연습은 대한민국을 방어하고 모든 잠재적인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정전협정 규정에 의해 한국으로 증원되는 미군의 장비와 병력을 감시하는 중립국감독위원회의 국제참관단 10여명이 두 훈련을 참관하게 된다. 이번 훈련에 대해 북한은 전날에 이어 맹비난을 이어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대화파괴책동에 깔린 반민족적 흉계’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선 반도에서 핵전쟁 발발의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남조선 호전광들이 북남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것을 계기로 전쟁도발 소동의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군사적 대결은 용납 못할 반민족적 죄악’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도 “북침 핵 선제타격을 노린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의 총포성을 터트리는 것은 고의적인 대화파괴 책동”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자들이 미국과 함께 긴장 격화와 북침전쟁 도발의 길로 나간다면 모든 후과(결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측은 3·1절을 앞두고 반일 공동성명이나 결의문을 공동으로 발표하자는 내용의 팩스를 우리 측 정당과 종교·사회단체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팩스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5일 우리 측에 도착한 것으로 대화의 명분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이석·윤설영기자 hot@seoul.co.kr
  • 중동 민주화의 열풍 어디까지 갈까

    중동 민주화의 열풍 어디까지 갈까

    튀니지에서 시작해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에 이른 중동의 거대한 민주화 물결이 중동 지역뿐 아니라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치솟는 유가, 세계 증시의 충격에 이어 아랍 세계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뒤흔드는 역사적 국면이 형성되고 있는 것.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 이후 한층 탄력받은 중동의 민주화 열기는 이웃 리비아로 번져 내전과 대규모 유혈 참사로 이어졌다. 권력의 사유화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요구는 리비아를 넘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1일 밤 10시 방영되는 KBS 1TV ‘시사기획 10-중동 민주화 폭풍, 세계를 흔들다’에서는 중동에서 거세게 부는 민주화 열풍을 진단하고 민주화 이후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중동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는지, 제3의 오일쇼크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진단해 본다. 이집트가 무바라크 퇴진 이후 새로운 이집트 건설 준비라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면 리비아는 독재와 부패, 빈부 격차라는 이집트와 공통된 문제점 외에도 부족 간 갈등과 차별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노출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권력의 사유화를 거부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이웃 중동 나라들을 강타해 모로코, 요르단, 이란, 알제리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사기획 10 제작진은 이집트 시민혁명의 진원지인 카이로와 수에즈 운하 일대, 홍해와 지중해가 만나는 항구도시 포트사이드, 자발린 빈민가 지역과 같은 주요 현장을 밀착 취재해 중동 민주화 폭풍의 도화선에 대해 조명한다. 리비아로 옮겨 간 민주화의 폭풍은 대규모 유혈 참극 양상을 띠고 있다. 리비아 국가 원수인 카다피의 강경한 진압으로 리비아 내 사상자 수는 현재 수천명에 달한다. 탱크는 물론 전투기까지 동원해 친위대와 용병들의 무차별적인 시위대 진압을 허용했다. 잔혹한 살상으로 점철된 리비아 사태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일부 유전지대의 가동이 중단되고 리비아에 있던 외국 기업들이 속속 철수하면서 유가는 치솟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등 중동 사태의 파장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동 정책의 지각변동은 우리에게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중동에서 주요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한반도에선 오일쇼크와 경제위기론이 부각하며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핵 문제와 평화 정착 문제 등 주변 4강이 얽힌 외교 안보적 주요 사안들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지루한 평행선을 달렸다. 제작진은 이번 사태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명해 본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카다피 가족·측근 16명 해외여행 금지

    카다피 가족·측근 16명 해외여행 금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리비아 제재 결의안은 무아마르 카다피 일가와 측근의 손발을 묶고 동시에 유혈 진압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담았다. 유엔 안보리는 이례적으로 토요일 회의를 열고 10시간여의 논의 끝에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시위 진압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 1970’을 15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유엔은 지난 15일부터 지금까지 리비아에서 1000명가량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민간인 살상 ‘반인도적 범죄’ ICC 회부 안보리가 ICC에 사건을 회부한 것은 수단 다르푸르 내전 과정에서 발생한 반인도적 범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미국이 기권했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은 처음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결의안 통과에 대해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추가 유혈 사태 방지를 위해 회원국에 모든 종류의 군수품과 그 부속품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단, 방탄 조끼와 헬멧 등 보호 장비 반입은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용병 제공을 포함해 군사 및 무기 공급·유지 활동과 관련된 모든 기술적·금전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방탄조끼·헬멧 제외 모든 군수품 금수 카다피와 그의 자녀 8명, 그리고 유혈 진압 과정에 개입한 고위 관리 7명 등 16명에 대해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 카다피와 자녀 5명 등 6명의 해외자산을 동결시키는 조치가 포함됐다. 리비아의 반대파 지도자들은 이와 관련, 카다피 일가의 자산이 최대 1500억 달러(약 16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여행 금지 대상의 경우 초안에는 22명이었지만 16명으로 축소됐다고 유엔 관리들은 전했다. 만장일치로 ICC 회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진통이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ICC 회부를 결의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인도·브라질·포르투갈 등이 즉각적인 회부에 반대하면서 논의가 길어졌다. 또 초안에서 “리비아에 구호 단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인도적 도움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수단(all necessary measures)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라는 문구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군사 개입을 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종 통과된 안에는 “…을 가능하게 하고 지원하는 데(facilitate and support) 함께 협력할 것을”로 수정됐다. 즉각적인 군사 개입은 향후 과제로 남겨진 셈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은…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은…

    ‘키 리졸브’(Key Resolve) 한·미 합동군사연습은 한반도에서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한 정례 훈련이다. 키 리졸브 연습 자체는 미군 증원 전력의 원활한 전개를 위한 지휘소훈련(CPX)에 해당된다. 미 항공모함과 주한·해외 미군 2000여명, 한국군 사단급 병력 등이 참여한다. 키 리졸브를 뒷받침하는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oal Eagle)도 동시에 이뤄진다. 여기는 미군 1만여명, 동원예비군을 포함한 한국군 20여만명이 참가한다. 일반적으로 훈련 초기에는 북한의 국지도발 상황을 상정한 뒤 점차 전면전에 돌입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개전 초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 등 핵심 전력을 정밀 타격해 수도권 안전을 확보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는 게 목표다. 전면전 때 미군 증원 전력은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포함해 병력 69만여명, 함정 160여척, 항공기 2000여대 규모이다. 북한이 보유한 핵과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는 연습도 진행된다. 이 연습에는 WMD 탐지와 제거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 부대인 제20지원사령부 요원들이 참여한다. 참가 인원은 2009년 150명에서 지난해 350명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정예 특수부대가 북한 WMD 기지에 침투해 무력화하는 훈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또 지난해 8월 실시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때처럼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계획도 중점 점검할 방침이다.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국지도발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보완하고,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계획도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씨줄날줄] 용병(傭兵)/이춘규 논설위원

    용병(傭兵)은 품을 팔아 보수를 받는 군인. 영어의 mercenary는 ‘돈에만 움직이는’ ‘보수를 목적으로 하는’ 등의 뜻도 지녔다. 고대국가부터 존재했다. 보수가 목적이니 충성심은 부족하다. 월급을 안 주면 반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한 용병이 인터뷰를 통해서 “장난으로 지나가는 차에 총질하는 일이 잦았다.”고 증언해 논란이 일었듯이 “피에 굶주린 용병”으로 묘사된다. 고대 그리스는 스키타이와 크레타섬 출신 용병들을 고용했다. 페르시아는 그리스의 폴리스나 그 식민 도시 출신의 중무장 보병들을 용병으로 고용했다. 상업국가 카르타고는 대다수의 병력을 이베리아반도 원주민 켈트족 용병에 의존했다. 상비군 위주의 로마군도 용병을 고용했다. 하지만 제정시대 이후 평화가 계속되면서 상비군 대신 용병이 늘자 급격하게 타락하게 돼 로마 멸망의 원인이 된다. 중세유럽은 용병의 최전성기. 전쟁은 주로 용병 몫이었다. 용병끼리 짜고 분쟁을 일으켜 싸우는 척하기도 했다. 쌍방은 피해가 없었다. 보수만 타먹는 용병들이 많았다. 15세기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는 “두 용병단이 서로 칼을 두어 번 휘두르고 평원에서 쉰 뒤 보수로 함께 술을 먹었다.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 용병”이라며 징병제를 주장했을 정도였다. 동양에서는 송나라 때 용병부대가 있었다. 프랑스혁명 때 루이16세를 지키던 스위스 용병 200여명이 숨졌다. 스위스 용병은 목숨을 걸고 계약을 지켜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백년간 바티칸시티 경호·경비를 맡고 있다. 프랑스혁명 이후 용병은 약화되고 국민군으로 대체된다. 현재는 국제법상으로 용병은 불법이다. 1949년 제네바 조약에 의해 교전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잡혀도 전쟁포로로 인정되지 않는다. 사적인 용병조직은 거의 사라졌다. 그래서 블랙워터 같은 민간보안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 형태로 분쟁 지역의 전쟁에 뛰어든다. 용맹을 자랑하는 영국의 네팔 출신 구르카 용병이나 프랑스 외인부대 등은 용병에 가깝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정식 군인이다. 용병은 빈국의 국민이나 특수부대, 경찰 출신들이 많다. 돈을 벌기 위해 목숨 걸고 전장을 누빈다. 용병들은 차가운 시선을 높은 보수로 이겨낸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 정부나 군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버려진다. 요즘 악화일로의 리비아 사태에서 중부아프리카 출신 용병들이 도마에 올랐다. 시위대에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지만, 설마 살상에 무감각한 건 아니길….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오바마, 북핵·미사일 단독브리핑 받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상황에 대해 별도의 정보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일 백악관에서 조지프 디트라니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NCPC) 소장과 시드니 세일러 DNI 북한담당 부조정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DNI는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브리핑을 받는 사진을 최근 홈페이지에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저지가 주 임무인 디트라니 소장과 북한 정보만을 담당하는 세일러 부조정관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만큼 핵 및 미사일과 관련한 북한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제임스 클래퍼 DNI 국장은 지난 10일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 북한이 김정은의 후계체제 강화를 위해 추가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WMD 부재 알았다면 이라크 침공 안했을 것”

    “WMD 부재 알았다면 이라크 침공 안했을 것”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2003년 이라크전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당시 이라크가 WMD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첩보를 미국에 제공해 이라크 침공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라피드 아흐메드 알완 알-자나비(일명 커브볼)는 최근 자신이 WMD의 존재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럼즈펠드는 CNN의 일요대담프로그램에 나와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을 몰아낸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보고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었다면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냐는 질문에 “아마 침공하지 않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국 네오콘의 대표적 인물로 이라크전을 이끈 럼즈펠드가 이라크 침공의 부당성을 시인한 것이다. 그는 미국에 거짓 정보를 제공한 ‘커브볼’은 직접적으로 비난했지만, 미 정보기관에 대해서는 비판하기보다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럼즈펠드는 “정보기관은 수백명의 정보원들과 대화한다.”고 전제하고 “(정보원 가운데)일부는 정직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으며, 일부는 돈을 위해, 또 일부는 자신을 과대포장하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고, 일부는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야 할 정보기관의 책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존재로 전세계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주장에는 “(그같은 주장을) 입증할 자료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돌아다녔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韓美 확장억제委 새달말 첫 회의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한국과 미국의 확장억제정책위원회 1차 본회의가 다음달 말에 열린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확장억제정책위원회 본회의가 올해 두 차례 계획돼 있다.”면서 “다음달 말에 열리는 1차 본회의 준비를 위해 이미 1월 말 1차 실무회의를 개최했고, 이달 말 2차 실무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한·미가 연합으로 이달 28일부터 실시하는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에서도 핵과 WMD 제거를 위한 훈련이 포함된 만큼 뒤이어 열리는 회의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위원회는 지난해 10월 8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하기로 합의한 기구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이라크 WMD 첩보 거짓이었다”

    “이라크 WMD 첩보 거짓이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첩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라피드 아메드 알완 알자나비가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95년 독일로 망명한 이라크인 알자나비가 그동안 가진 몇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라크에 자유를 가져다 줄 다른 방법은 없었으며, (내가 한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자나비는 2003년 2월 5월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이 유엔 연설에서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갖고 있다고 밝혔을 때 관련 정보를 제공했던 인물로 언급됐었다. 당시 파월은 알자나비를 이라크의 생화학 무기 시설을 관리했던 화학공학 기술자로 표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알자나비의 거짓말은 2000년 시작됐다. ‘폴 박사’로 불리는 독일 정부 관계자를 만나 이라크가 WMD를 갖고 있다고 얘기했고, 이에 독일 정보기관 연방정보국(BND)이 같은 해 3월 13일 그에게 접근해 관련 내용을 캐물었다. 이후 BND 측은 알자나비의 옛 상관인 군수산업위원회의 바실 라티프 박사와 두바이에서 만나 알자나비 발언의 진위를 확인했으나 당시 라티프는 알자나비의 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에 BND는 알자나비의 발언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한동안 그와의 접촉을 끊었으나 2002년 5월 그를 다시 찾아와 협조를 요청했다. 알자나비는 당시 BND와의 접촉에 대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 뭔가를 꾸며낼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파월 장관의 유엔 연설 소식을 들은 알자나비는 정보를 다른 나라와 공유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고 BND 측에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관련 내용을 발설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90일간의 구금 생활이었다. 미국의 침공으로 시작돼 10만명 이상의 민간인 사망자를 낳은 이라크 전쟁의 주요 배경에 그의 거짓말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키 리졸브’ 훈련 美항모 참가

    오는 28일부터 내달 10일까지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키 리졸브 및 독수리’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실시된다.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같은 국지 도발에 대비한 훈련도 함께 실시될 예정이다. 한미연합군사령부는 15일 “28일부터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 훈련을 실시하며 독수리 훈련의 일부는 4월 30일까지 계속된다.”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는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확성기를 통해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 훈련 일정 등을 북측에 통보했다. 키 리졸브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의 원활한 전개를 위해 매년 실시하는 지휘소훈련(CPX)이다. 동시에 실시되는 실기동 훈련인 독수리 훈련은 “지상 기동, 공중, 해상, 원정군 및 특전 훈련에 중점을 둔 연합 야외 기동 훈련”이라고 연합사는 설명했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해 참여하지 않은 미 항공모함이 연합 방위 능력을 철저히 점검하는 차원에서 올해 키 리졸브 연습 때 한반도에 온다.”고 밝혔다. 미 항모의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 참여는 2009년 미 3함대 소속 항공모함인 존 스테니스함(9만 6000t급)이 참가한 이후 2년 만이다. 이붕우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은 전면전 상황에 대비해 ‘작전계획 5027’에 따라 실시한다.”고 말했다. 올해 키 리졸브(2300명) 및 독수리(1만 500명) 연습에는 해외 미군과 주한 미군 1만 2800명이 참가하며, 한국 군은 동원 예비군을 포함해 20여만명이 참여한다. 이와 함께 한·미는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훈련과 북한의 국지 도발과 정권 교체 등의 급변 사태에 대비한 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키 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우리 군이 예전에는 키 리졸브 훈련 일정을 한달 전쯤 북측에 통보했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일정을 통보하지 않거나 거의 임박해 통보하는 등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며 “북한이 지난달부터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해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언론매체들은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의 북한 진입을 가상하고 한·미 양국이 이에 대비하는 두 차례의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번 한·미 합동훈련은 북한의 급변사태와 그에 따른 인민해방군의 북한 진입 등의 정세변화를 상정한 예민한 훈련이라고 비판했다. 김미경·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무바라크 퇴진땐 중동 군비경쟁 촉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 후 뒤를 이을 새 이집트 정부가 중동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msnbc 방송은 8일 미국 관리들을 인터뷰하고 정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이집트가 지난 30여년간 대량살상무기(WMD) 연구·개발을 중단 없이 해 왔으며 여기에는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군비 강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새 정부가 민심에 영합하려는 국수주의 정책으로 군비경쟁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방송은 미국이 지금껏 이집트의 군사적 야망을 묵인해온 것은 이집트가 중동에서 강력한 우방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 중 하나는 이집트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다. 이집트는 이미 이라크, 북한 등과 협력을 통해 무기 개발 등에서 상당한 능력을 입증했고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연구를 비밀리에 수행한 전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집트는 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쿠르드족 학살에 사용한 생물학 무기 개발을 도운 전력이 있으며 북한과는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 판매와 개발 협력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집트는 이스라엘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이란 핵 야망에 대해 어떤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NPT를 탈퇴할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이집트가 핵개발을 감행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미 국방부 출신의 핵 확산금지 전문가인 해군대학원의 제임스 러셀은 “이집트는 1967년 이스라엘과 전쟁 후 막대한 비용과 기술 부족으로 핵 야망을 포기했다.”면서 “핵무기 경쟁에 다시 뛰어드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하고 경제적으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글로벌 시대] 얼굴 없는 테러/아르촘 산지예프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글로벌 시대] 얼굴 없는 테러/아르촘 산지예프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서울특파원

    지난달 24일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테러범이 공항 입국장 군중 사이에서 자폭해 35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다. 이 테러행위는 곧 러시아뿐 아니라 전세계 여론을 들끓게 했으며, 테러범들이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새로운 공격 위험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에 대한 기억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시점에 또 한번의 테러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테러리스트들 측으로부터 그 어떤 협박이나 그 어떤 요구도 없었다. 그저 얼굴 없는 자살 테러범이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갔을 뿐이다. 도대체 그 테러범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근시안적인 시각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카프카스에 혐의를 두고 있다. 그곳에서는 독립전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곳에만 혐의를 둘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카프카스의 상황이 아직은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최근 몇년간 그곳 상황이 대폭 개선되었고 주민들도 평화로운 삶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를 전혀 달갑지 않게 여기는 세력이 있다. 그들은 인종이나 민족과 무관하게 불안을 확산시키고 민족 간의 분쟁을 야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국제 테러리스트들이다. 그들이 러시아에서 카프카스 민족과 다른 지역 민족들을 이간시키려 테러를 자행하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러한 민족의 숫자는 180여 민족이 넘는다고 한다. 그들은 과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이미 민족적인 뿌리를 상실한 민족들이다. 그들 가운데는 러시아, 중동, 유럽 등의 출신들도 있다. 유일하게 그들을 연합시키는 것은 그들에게 부과된 허구적인 의무를 수행한다는 것뿐이다. 실상 그들은 대중을 위협하기 위해 ‘자살폭탄’을 이용하는 교활한 전략가들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이자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뉴스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테러리스트들은 현재 자살 테러범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뿐 아니라 중동에서도 그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 수사기관의 정보에 따르면 ‘도모데도보 테러’를 획책한 그룹의 일원이 현재 파키스탄의 반군기지 한 곳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그곳인가? 그것은 테러리스트들을 양성하는 곳이 카프카스가 아닌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 산악지역의 반군기지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반군기지에서는 러시아나 아랍, 아시아 출신만 교육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인들도 교육받고 있다. 독일 내 이슬람 단체들, 특히 아헨의 이슬람 단체가 독일 청년들을 지하드에 끌어들였다는 것은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도 작년에 로스토프의 17세 대학생 표트르 주벤코는 인구세티야에서 온 한 대학생에게 포섭되어 자살 테러범이 되기 위해 카프카스로 가려다 체포되었다. 그들은 전술을 바꾸는 데서 더 나아가 목표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테러의 대상이 주로 러시아 국민에 국한됐었다. 그에 반해 ‘도모데도보 공항’ 자살 테러범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외국인을 살상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국제선 입국장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124명의 부상자가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 가운데 18명이 외국인이다. 이번 테러가 외국인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보면 국제테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 나라의 일이 아니다. 전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테러가 발생한 시간도 그냥 정한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다보스 국제경제포럼 기조연설을 며칠 앞두고 있는 시점으로 정했다. 따라서 모든 면에서 볼 때, 그런 테러행위를 통해 국제 비즈니스 공동체가 러시아 경제를 멀리하도록 하는 것이 테러리스트들이 의도했던 바라고 생각된다.
  • “中, 유사시 日주요도시 核 타격”

    중국이 유사시 핵 미사일로 일본 본토의 주요 도시를 일제히 타격하는 시나리오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이는 양국 관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일본 측 대응이 주목된다. 중국의 군사전문 인터넷 포털 ‘시루왕’(西陸網)에 중국이 일본과의 군사적 충돌 시 핵 탄도 미사일로 일본의 25개 주요 도시를 선제 공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31일 군 기관지 해방군보의 내부간행물을 인용한 글이 게재됐다. 게재자는 군사 관련 정보를 주로 제공해온 블로거이다. 내부 간행물은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충돌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양측은 불가피하게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미국의 개입 여부는 확실치 않다.”면서 “따라서 일본 타격 모의연습은 미국의 개입 또는 불개입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행물은 또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중·일 간에는 군사 충돌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단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은 ▲경고성 타격 ▲제한성 타격 ▲궤멸성 타격 등 세 가지 형식의 타격을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고성 타격은 일본 해군함대 등 특정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이고, 제한성 타격은 경고성 타격에도 불구하고 충돌이 확산되면 일본 본토의 군사기지 등을 순항미사일로 타격하는 시나리오다. 중·일 양국의 민족주의가 팽창하고, 일본의 군국주의가 부활해 중국이 1840년대 이후 당했던 민족적 수난과 치욕을 설욕하겠다고 나설 경우 양국의 군사 충돌은 곧바로 핵무기를 동원한 전면전으로 번질 것이라고 간행물은 내다봤다. 미국의 개입 여부는 일본 본토 공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거리 핵 미사일로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내 25개 도시를 공격하면서 대륙 간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간행물은 일본이 완전히 궤멸되면 중국은 미국의 전면적인 핵 공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 역시 중국의 반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글이 게재되자 중국 네티즌들은 “일본이 중국의 핵 공격을 받는 상황을 기대한다.”는 민족주의적 댓글로 호응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특성상 군의 내부 간행물이 어떻게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느냐.”며 내용의 진실 여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47) ‘의학의 미래’ 방사선 치료

    [Weekly Health Issue](47) ‘의학의 미래’ 방사선 치료

    방사선이 생명을 지키는 시대가 됐다. 흔히 대량살상이 가능한 거대 무기로 떠올리게 되는 방사능과는 밀접하면서도 뚜렷하게 구별되는 방사선은 의료 분야에서 ‘미래의 대안’으로 불릴 만큼 적용 범위가 확대, 세분화되고 있다. 암을 예로 들자면 오늘날 거의 모든 암치료 분야에서 방사선의 효용에 기대지 않는 경우가 드물 정도이다. 그러나 방사선의 의료적 효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이런 방사선에 대해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금기창 교수로부터 듣는다. ●방사선이란 무엇인가. 방사선이란 방사선 원소가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선형으로, 흔히 알파·베타·감마선 등으로 구분한다. 이런 방사선은 물질에 대한 투과력이 높고, 속도가 매우 빨라 이런 특성을 의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사선의 치료 원리와 의학적으로 활용된 경과를 설명해 달라.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이래 100여년 전부터 방사선을 암 치료에 적용해 왔다. 암세포는 증식 속도는 빠르지만 회복 능력이 정상세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고(高)에너지의 방사선을 조사하면 아예 파괴되거나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게 된다. 1900년대 초 레거드는 동물 불임실험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불임을 위해 숫양의 고환에 많은 양의 방사선을 한꺼번에 조사했을 때 나타나는 피부궤양이 같은 선량을 수일에 거쳐 분할 조사했더니 나타나지 않았고, 불임 효과에도 차이가 없었던 것. 이를 통해 처음으로 방사선 분할 조사의 이점이 밝혀졌다. 이후 정상 조직의 손상 없이 암세포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하는 치료법이 개발됐고, 그 활용 범위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치료를 위한 방사선의 종류는 어떻게 구분하나. 방사선 치료는 방법에 따라 외부 방사선치료와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내부 방사선치료로 나눈다. 외부 방사선치료란 선형가속기로 만든 고에너지의 X-선이나 전자선을 환자의 체내 종양에 도달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으로, 3차원 입체조형 치료나 토모테라피, 래피드아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내부 방사선치료(근접치료)란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동위원소를 인체 조직에 직접 삽입하는 치료법으로, 주로 자궁경부암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방사선의 유효성과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질환을 소개해 달라. 암 치료에 있어 방사선이 갖는 이점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삶의 질 측면에서 그렇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방암·두경부암·방광암·하부직장암 등의 경우 외과적으로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수술치료가 많았다. 이런 치료는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수술로 인한 신체기능과 미용상의 상실을 감수해야 했고, 이 때문에 우울증을 겪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유방암의 경우 과거에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유방 전체를 들어냈지만 최근에는 미용적 측면을 고려, 종양만 도려낸 뒤 방사선 치료를 가해 유방을 보존하는 방식이 보편화됐고, 하부직장암도 직장을 전부 제거한 뒤 복부에 인공 항문을 만들었던 예전의 방법 대신 최근에는 수술 전에 방사선 및 약물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인공항문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처럼 방사선 치료술이 발달함에 따라 지금은 거의 모든 암에서, 그리고 암의 초기부터 진행기까지 다양한 병기에서 방사선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특정 암의 치료와 관련, 현재 방사선 치료가 기존 치료법의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가. 비인강암과 초기 후두암·입술암은 방사선치료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 비인강암 1∼2기는 방사선치료만으로 90%의 완치율을 얻을 수 있고, 조기 후두암 역시 방사선 단독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할 뿐 아니라 목소리까지 보존할 수 있다. 이 밖에 자궁경부암·전립선암 등도 초기부터 방사선치료가 완치 목적의 치료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방사선 치료의 한계를 짚어 달라. 방사선 치료는 조사된 부위의 암세포만 파괴하는 국소치료이기 때문에 원격전이의 경우 치료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약물치료와 같은 전신 부작용이 없고,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방사선이 들어간 국소부위에만 국한된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발성이나 원격 전이가 생길 확률이 높은 암이나 병기라면 적절하게 약물치료를 병합함으로써 방사선 치료의 한계를 얼마든지 보완·상쇄할 수 있다. ●방사선 치료로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도 짚어 달라. 방사선 치료는 총 선량, 1회 선량, 조사 범위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결정된다. 따라서 뇌종양을 치료할 때는 수개월 동안 머리가 빠지기도 하고, 안구 종양 치료 때는 백내장이, 두경부 및 식도암 치료 때는 구강건조증과 식도염이, 복부 암 치료 때는 설사 및 복통이, 폐암의 경우에는 방사선 폐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들은 방사선치료 설계과정에서 대부분 예측 가능하며, 우수한 장비와 치료 경험, 정밀한 치료설계 등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현재 의료분야에서 치료목적으로 활용되는 방사선 기기는 어떤 것들인가.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고, 종양에 고(高)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의 최신 장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세기 조절 방사선치료(IMRT)는 여러 방향에서 80∼150개의 방사선 조각을 암 조직의 모양에 맞춰 3차원 방식으로 조사해 치료하는 기기이고, 여기에 치료 때마다 영상을 찍어 암 부위를 확인한 뒤 치료하는 토모테라피, 레피드아크 등도 활용되고 있다. 방사선 수술의 일종인 감마나이프와 사이버나이프는 고선량을 한꺼번에 조사하기 때문에 적응 범위는 좁지만 치료기간이 짧아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 양성자치료는 체내 일정한 깊이에 있는 종양에 최대의 에너지를 조사할 수 있어 소아 고형암이나 뇌종양 등에서 뛰어난 치료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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