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살림살이
    2026-03-16
    검색기록 지우기
  • 불안감
    2026-03-16
    검색기록 지우기
  • 재건축
    2026-03-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52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1)草衣 선사의 꿈(下)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1)草衣 선사의 꿈(下)

    초의의 동다문화(東茶文化)는 한국문화론의 한 원류다.사람이 만든 음식 중에 차보다 더 고결하고 완전한 것은 없다.일반적으로 음식은 주된 재료와 양념으로 부르는 부재료가 합쳐져서 만들어진다.그러나 차는 찻잎 그 자체만으로서 완전한 음식이 된다.하나이면서 모두가 되는 귀한 물건이다.하나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차다.차의 이같은 특성 때문에 일찍이 종교 의식용으로 쓰여졌다.불교 수행자들은 차가 지닌 약리적 효능과 함께 하나이면서 모든 것을 지녔다는 상징성을 받들어 차와 함께 하는 고유의 의식을 만들고 전해왔다. 초의가 차를 이용하여 술로 찌든 조선 후기 사회의 폐습을 타파하기 위한 나름의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데는,초의 개인의 비범한 능력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인들과 깊은 교류를 통한 깨달음도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정약용,김정희,홍현주로 대표되는 스승이자 동무들과의 만남은 초의에게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적극적인 동력이 되었다.초의는 부처의 깨달음이 집약된 화엄사상의 실체를 현실세계에서 구현하고자 했다.즉 ‘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 있고,그 관계는 평등하다.’는 존재 상호간의 상생성,연기성,평등성을 차와 차살림을 통하여 실천했다. ●당대 지식인과 폭넓은 교류 모든 것들의 관계를 결정지은 인물이 정약용이었다.초의는 정약용의 실학 사상과 홍현주의 시론(詩論)이나 문장론을 매개로 조선 문인들과 정약용 사이에 오고 간 불꽃 튀는 시론 문답,김정희와의 절절한 교우관계에서 한 지성인이 겪어내는 시대적 고뇌를 곁에서 지켜보았다.누구도 혼자 사는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달았다. 그 때 정약용이 말하기를,‘차를 알고 마시는 민족은 흥하지만,차를 모르고 마시지 않는 민족은 망한다.’는 천둥번개같은 외침이 있었다.음식에 관한 폐습을 혁신시키지 못하면 개인이든 민족이든 끝내 불행해지고 만다는 큰 깨달음에서 얻어진 빛나는 사리였다.여전히 문제는 술에 취해 사는 사회였고,그 사회의 지도자들이 넋을 처박고 사는 술이라는 음식이었고,그 음식에 대한 뒤틀린 습관이었다.중국과 일본은 차문화의 뿌리가 깊고 탄탄한데다 술만큼 차를 숭상했다.그리하여 그들은 역사 속에서 늘 강자였고,지배자로 군림했다. 정약용이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강진에 유배 중일 때였다.정약용은 정치사상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같은 천주교인인 이승훈,이가환과 함께 채제공(蔡濟恭,1720∼1799)의 계자(系子)가 되었다.조선 후기의 대표적 정치가인 채제공은 불교와 천주교를 원칙적으로는 배격하되 그 장점만은 잘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매우 특이한 정치철학을 실천한 인물이었다.정약용이 처음으로 전라도 지역 암행어사로 나갈 때 그를 추천했던 채제공은 엉뚱하게도 천주교 교인인 정약용에게 한 승려를 만나보도록 권유했다.지리산에서 수행중인 연담(蓮潭) 유일(有一)이라는 승려였다.조선의 유생들로부터는 극단적으로 배척받는 불교와 천주교지만 두 종교가 지닌 민중교화력을 인정하는 채제공으로서는 정약용과 유일을 만나게 해줌으로써 유생들로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논리와 실천방안이 마련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였다. ●‘목탁대신 칼’ 호국불교의 시대 두 사람은 만났다.뒷날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된 이후 정약용에게 차를 가르쳐 준 혜장(惠藏,1772∼1811)이 유일(有一)의 제자였고,초의는 유일선사의 법통을 전수받은 제자였으며,초의와 정약용 또한 스승과 제자 사이였다.아마도 이들의 인간관계에서 우러난 시대정신이 초의의 동다문화를 탄생시키는데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특히 초의가 승려로서 확립한 다선일미사상(茶禪一味思想)은 그 뿌리가 깊고 매우 현실적이다.민중의 존재와 삶을 이해하고 돕는 것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이른바 보살정신은 조선시대에 들어와 매우 처절한 실천력을 요구했다.즉 유생들에 의한 불교 배척과 승려 탄압 정책으로 불교의 명맥이 위기에 처했을 때 탁월한 수행자가 등장하여 위기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보살정신을 실천했다. 조선 중기 명종 때의 보우(普愚)는 질식당하기 직전의 불교를 자신의 목숨과 바꾸어 사실상 조선 불교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보우는 불교 회생을 위해 승과(僧科)를 부활시켜 인재양성의 터전을 닦아 놓고 유생들의 손에 죽임당했다.그가 부활시킨 승과에 합격하여 새로운 인물로 등장한 사람이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였다.두 분은 목탁 대신 칼과 창을 쥐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도탄에서 허덕이는 조선민중을 구하면서 손에 피를 묻힌 불멸의 보살들이었다.살생하지 말라는 지엄한 계율을 위배하면서 동족의 생명을 지키고 구원해 낸 행위에서 우리는 다선일미(茶禪一味) 정신의 궁극을 읽어낼 수 있다.이 때의 차(茶)는 곧 중생을 상징하며,선(禪)은 곧 부처의 마음이니,조선불교를 호국불교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초의의 동다문화는 이같은 역사적 뿌리 위에서 새롭게 피어난 중생구원론이기도 하다.즉 사회 지도자의 품성을 올바로 키우고,민족의식을 드높여 키우기 위해 초의가 꾼 또 다른 꿈은 중생들의 살림살이 걱정이었다. ●장 제조법 전파등 중생구제 힘써 1830년을 지나면서 조선사회는 붕괴되어 갔다.모든 세계 인류가 변하고 있는데 조선의 양반사대부들만 중국의 그늘에 스스로 갇혀서 변화를 극력 반대했다.부패와 타락이 주된 흐름이었다.가난한 민중들은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면서 두려움과 배고픔에 시달렸다.끝없는 불안에 지친 민중들은 살림살이의 핵심이 되는 장 담그는 일조차 할 수 없었다.가난할수록 장이 있어야만 가난을 견딜 수 있었다.이 시기에 초의가 장 담그는 법을 보다 정확하게 정리하여 가르친 일이나 단방약을 개발하여 세속에 널리 퍼뜨린 것은 초의의 중생 사랑 그 자체였다.단방약은 민중들의 질병을 완화시켜 주기 위한 조치였다.사회 경제적 토대가 붕괴되고 신분질서가 해체되는 혼란 속에서 민중들의 질병은 더욱 심했다.병이 나도 치료할 길이 없었다.가난 때문에 약을 구할 수도 없었다.그 때 초의는 한 두 가지 약초나 조선 산천에 흔하게 자라는 풀잎이나 뿌리 혹은 열매로 간단하게 약을 만들어 먹는 법을 개발하여 널리 퍼뜨렸다.원래 조선의 사찰에는 이같은 단방약에 관한 처방이 여러 가지로 전해져 왔다.승려들 스스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억불정책의 결과였다. 승려들의 질병과 세속인의 질병은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초의의 생각이었다.그렇게 개발한 단방약은 매우 빠르게 조선 전역으로 파급되어 많은 민중들의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주었다.이같은 생각과 실천의 결과들이 한데 모여서 나온 것이 동다문화였다.언제까지 중국만 바라보고 살 수 없으며,그래서도 안된다고 믿었다.지치고 좌절한 민중들이 희망을 품게하는 일,공자 맹자의 가르침을 외우고 쓰는 일보다 내 나라에서 자라는 곡식과 풀잎을 잘 알고 가꾸어 배불리 먹고 이웃과 나누는 것이 더 급한 것임을 실천하기 위하여 살았던 초의였다.초의의 동다(東茶)는 그렇게 만들어졌다.지금 이 나라 강산에는 차문화가 흥청거린다.東茶를 말하는 이들 대부분이 아직도 중국 차문화를 선전하고 있다.더 늦기 전에 참회해야 한다.정약용 선생께서 하신 말씀을 다시 새겨보면서 부끄러워해야 하느니.
  • [꼬불꼬불 뒷골목] 강동구 성내동 장신구 부품거리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효녀 ‘가내 부업’의 신화를 기억하십니까? 부녀자들이 봉제 인형에 눈 하나 붙이고 치마 하나 입히는 데 50전,1원 받으며 수출역군 역할을 해내던 때가 있었다.1980년대 중반만 해도 아랫집,윗집없이 서민들 사이에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게 가내 부업이다.국민소득 2만달러 운운하지만,지금도 ‘애들 반찬 값이나 벌자.’며 가내 부업을 하는 여성이 적잖다. 서울 강동구 성내1∼2동 뒷골목엔 액세서리 부품 업소가 130여곳 몰려 있다.이웃 주택가는 물론 고덕·명일동 일대에 이르기까지 줄잡아 2만여명의 여성이 이들 업소를 통해 부업으로 살림살이에 보태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이 여기선 옳다. 이 뒷길에는 넥타이 핀에서부터 여성 필수품인 머리핀,목걸이 등 액세서리란 액세서리 부품은 몽땅 다룬다. 1만여종에 이른다는 취급품목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게 바로 체인(Chain)이다.액세서리 중에서도 대표적인 목걸이,넥타이핀 등 고리가 들어간 물품에 흔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손에 얼른 잡히지도 않을 만큼 자그마한 고리들이 사람 손을 거쳐 길게 이어지면 목걸이 끈,짧게 하면 넥타이핀 줄이 되는 것이다.국내에서 유일한 액세서리 특화단지인 데도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모조품을 전문으로 하는 탓이다. 업계 연합체인 서울강동장신구조합 최병실(49) 전무이사는 “간단히 말해 이틀 쓰고 버릴 것들”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내세우는 ‘무기’로 쓰는 우리네 여성들은 보통 이미테이션(모조품)을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수출 주무대인 중남미·유럽인들은 다르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만든 부품들은 서울 남대문시장 등으로 보내져 완성품이 되고,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뻗어나가 지구촌 구석구석 ‘액세서리 마니아’들의 몸을 화려하게 치장하게 된다.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루는 현장에 근면정신이 살아 숨쉰다. 성내2동 편모(33·여)씨는 “팀장으로 불리는 알선업자로부터 액세서리 부품을 받아 부업을 해온 지 3년째”라면서 “취업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다섯살배기 딸을 맡기는 비용 등을 따지면 제법 괜찮은 벌이가 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이러한 부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한달 내내 매달릴 경우 1인당 70여만원.대개 가정생활 짬짬이 틈을 내 하기 때문에 20만∼30만원 안팎이다.‘○개 들이 봉지 일까지’ 하는 식으로 일을 맡는다.목걸이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을 한 예로 들어보자.민물새우의 눈 크기만한 모조 다이아몬드 부품을 꽃받침 모양의 구리판에 한개 접착하는 데 4∼5초 정도 걸린다.똑같은 시간이라도 받는 돈은 한 건에 2원에서 많으면 20원.이처럼 10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숙련도 차이에서 생긴다. 일을 알선받는 시민은 업소나 오퍼상 한 곳당 10∼20명,많게는 80∼100명에 이른다.평균 20명으로 잡아도 업소 130개에 오퍼상 800여곳을 합치면 2만명 가까이 된다. S상사 대표 W씨는 “부업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임금은 96년에 비해 거의 달라진 게 없다.”면서 “그 당시 개당 1원 80전∼1원 90전하던 게 2원 단위로 바뀌었으니 부품 하나 붙이는 경우 10∼20전 오른 것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10년 전이나 마찬가지의 인건비를 치르는 탓에 ‘살판 났을’ 듯한 액세서리 특화단지는 지금 내리막길 산업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였다.4∼5년 전부터 중국 등 인건비가 싼 나라에 시장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장신구조합 최 이사는 “앞으로 4∼5년 뒤면 사실상 붕괴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면서 “다른 산업과 연계,이탈리아 ‘구찌’나 프랑스 ‘샤넬’ 등과 같은 식으로 브랜드화하는 등 저물량-고단가 전략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경공업 부문까지 저임금국에 ‘포위’ 당한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송한수기자 onekor@˝
  • 청와대 “경제개혁 지금이 적기”

    “살림이 어려울 때 몸무게를 줄일 수 있는 것이지,살림살이가 펴지면 몸무게 줄이기가 더 어려워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청와대 등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구조개혁론이다.경제가 어려울수록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하고,구조개혁에는 시기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또 미루면 과거잘못 되풀이” 청와대에서 구조개혁론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과 조윤제 경제보좌관이 제기한다.이 위원장은 19일 청와대 브리핑에 소개된 글을 통해 “경제가 어려워 개혁을 미룬다면 경제가 좋아져도 개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지금 경기가 나쁘다고 행여나 구조개혁을 뒤로 돌리면 과거 정권들이 범했던 우를 되풀이할까 걱정”이라고 구조개혁을 강조했다.그는 “개혁은 결국 경제체질을 개선하자는 것”이라면서 “머지않아 경기가 풀리고 봄이 올 것이니,조금만 참아주기를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고 인내와 동참을 당부했다.특히 재벌개혁뿐 아니라 불안한 금융시장과 노사관계에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개혁론자들은 주장해 왔다.이 위원장은 “몇몇 언론에서 누구는 성장주의자,누구는 분배주의자로 규정하고 흡사 싸움을 붙이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개혁과 보수의 편가르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나아가 “참여정부가 개혁·성장·분배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는 시각은 편협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윤제 보좌관은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견뎌왔던 도전들이 한국과 한국의 기업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왔다.”면서 “개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는 “기업 구조조정은 하나의 계속되는 과정이고,앞으로도 구조조정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노 대통령이 최근 시장개혁의 구체적인 추진일정에 재계 의견도 수렴하라고 지시한 것의 무게중심은 속도조절이 아니라 시장개혁에 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외환위기 직후 금융감독위원장을 맡아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주도해 ‘미스터 구조조정’으로 불렸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8일 “금융시장 안정과 시장 체제의 선진화를 위해 신용카드 구조조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투신과 은행 부문 구조조정도 가능한 한 빨리 추진,금융부문의 위기 징후를 조기에 인식해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시장경제 활성화가 더 시급” “환자가 다 죽어가는 마당에 체력을 회복한 다음에 수술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청와대의 구조개혁론에 일부 학자들과 재계·경제관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는 “고유가·중국쇼크 등으로 대외여건이 너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경제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지금이 구조조정을 급선무로 꼽을 시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개혁론자들은 “참여정부가 지난 1년여 동안 구조개혁을 한 게 뭐냐.”고 반문한다.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재계가 ‘지금은 구조조정의 시기가 아니다.’고 미뤄서 얻은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편성 하나마나 이 위원장은 “지금 일각에서 추경 편성 논의가 나오고 있으나,과연 그런 시기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경제연구기관들이 하반기의 경제회복을 예측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긴 겨울이 지나가려는데 난로를 구입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경기가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추경은 불씨에 기름을 끼얹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정 조기집행으로 상반기에 재정의 55%를 집행하면 하반기에는 45%만 집행하게 돼 하반기에 재정긴축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6월중 신중하게 짚어볼 방침임을 밝혔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사설] 개혁과 민생안정 조화 이루려면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직무 복귀 이후 첫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의 안정적 관리자로서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민생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또 야당과는 대화와 타협,양보와 설득을 통해 상생의 정치를 펼칠 것도 다짐했다.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반영된 인식으로 평가된다.우리는 노 대통령이 앞으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국민적 에너지를 국가 경쟁력 강화와 민생 안정에 결집해 줄 것을 당부한다. 우리는 특히 노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중심 기조를 ‘민생 안정’과 ‘개혁’으로 설정한 대목에 주목한다.노 대통령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서민들은 고유가와 국제 원자재난에 따른 물가 불안,극심한 내수 부진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청년 실업과 신용불량자,금융 불안 등도 우리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서겠다는 노 대통령의 약속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노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듯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복지 시책인 것이다. 그럼에도 경제의 또 다른 기조인 ‘개혁’의 경우 아직도 방향과 내용이 분명치 않은 것 같다.경제부총리 등은 개혁이 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재계는 시장 규제,또는 분배 우선으로 파악하고 있다.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경제정책 방향 혼선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노 대통령은 시장이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개혁의 실체가 시장 투명성과 글로벌 스탠더드 준수인지,시장 규제를 통한 분배 정의의 실현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본다. 경제가 회생하려면 일부 기업에 쌓인 돈이 투자를 통해 원활하게 순환해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선행돼야 한다.정책의 최종 목표는 서민의 살림살이를 살찌우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임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 [토요일 아침에] 자연의 상생 교훈/어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주지

    오월의 대지는 초록의 바다다.저 먼 우주에서 날아온 자연의 거대한 대해다.쏜살같이 불처럼 와락 대지에 달려들어 이산 저산 불을 놓는다.차를 따고 덖는 계절은 강산이 북을 치고 이땅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계절인 것이다.사필귀정이라는 어구가 떠오르는 날이었다.온 국민을 혼란 속에 들이밀었던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대법원에 의해 기각이 된 날이기 때문이다.마치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간 뒤 그 물세례를 흠뻑 뒤집어 쓴 뒤의 허탈함이 가슴 한편에 차곡차곡 피어난다. 물은 어느 심산 한편에서 조용히 샘솟는다.그리고 골짜기를 따라 냇물을 이루고 강물을 이루고 바다로 나아간다.한방울의 물이 서로 만나 화해하고 상생해 큰 물줄기를 이루는 것이다.그 물들은 서로 다른 성격과 서로 다른 마음을 갖고 있지만 빠른 시간 내에 상생을 한다.자연은 그런 가르침을 우리에게 늘 가져다 준다.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나라의 혼란이 총선이란 큰 산맥을 넘어 대법원이란 야트막한 분지에서 연착륙한 것이다.그 어느때보다 지혜로운 살림살이를 우리 국민들은 보여줬다.총선에서의 ‘민심’,그리고 탄핵반대를 외치며 보여주었던 저 광화문 10만의 물결.역사의 기록 어느 한편을 찾아봐도 이런 경우는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교에서는 상생의 미덕을 가르친다.나의 살림살이가 바로 다른 사람의 살림살이와 연결되어 있고 그 살림살이를 나눔으로 인해 삶은 공고해진다는 것이다. 역사적 삶은 공동체적인 삶을 통해 상생으로 나아간다.그 상생의 가르침을 전해주기 위해 8년째 차 공동체를 꾸려보고 있다.순박한 시골청년들.그러나 그들의 가슴 속에는 대지에 대한 믿음이 가득하다.8년전 어느날 밤 7명의 청년들이 일지암을 찾아왔다.그들의 가슴속에는 무엇인가 형언할 수 없는 답답함이 서려있었다.차를 배우러 왔다는 그들의 가슴 속을 가만히 들여다봤다.무너지고 망가진 우리네 농촌현실이 그들의 가슴속에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그들에게 무얼 전해주어야 할까.이 시대의 농민으로서,이 시대의 음식물을 책임지는 대지의 동반자로서 자신감을 전해주고 싶었다.그들에게 차 공동체를 제안했다.그러나 그들은 이땅 농촌의 현실이 사무치게 답답했음인지 쉽게 답을 주지 않았다.일주일에 한번 시간을 쪼개 일지암을 찾아오는 그들을 차근차근 설득했다.그들은 마침내 결심을 굳히고 차공동체를 함께 열기로 했다.첫 근거지를 해남 두륜산을 배경으로 하고 땅끝의 바다가 정원인 곳에 땅을 구입했다.그리고 돌과 나무만 무성하게 자란 그곳으로 삽과 곡괭이를 들이밀었다.2000평,3000평,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지났다.5년이 지난 후 그 밭에서 첫 차를 따서 차를 만들었다.첫 차를 만들던 날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3만평이 넘는 거대한 차밭을 일궜다.그들은 자신의 살림살이를 좀 부족한 동료들에게 나누고 그 나눔을 통해 공동체의 소중한 의미를 깨달았다.그들은 자연과의 상생도 꿈꾼다.유기농에 모든 것을 손으로 하는 그들의 차 상표는 ‘손덖음 첫물차’다.이름 그대로 손으로 덖어낸 첫 차라는 뜻이다. 그들과 함께 지내는 다신제는 큰 의미를 지닌다. 다신제는 하늘과 땅 그리고 자연에 감사를 드리는 것이다.그들이 때 지난 제의식처럼 보이는 다신제를 지내는 것은 그들의 삶이 단순히 인간의 삶이 아니라 우주의 큰 흐름속에 존재하는 생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들이 지내는 다신제의 제물은 그들이 손수 만든 첫물차다.맑고 청아한 샘물을 길어와 화로에 따스운 물을 끓이고,순백색의 주전자에 물을 따르고,그 첫잔을 우주의 생명들에게 전하는 것이다.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기원한다.“우주의 생명있는 모든 것들에게 첫 마음을 담은 첫 차를 올리나이다.모두 오셔셔 흠향하십시오.” 어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주지˝
  • [사설] 장성비리 수사, 軍개혁 출발점으로

    군대가 너무 썩었다.신일순 대장의 구속으로 끝날 것 같더니 또 다른 대장의 억대 뇌물 비리가 터져 나왔다.검찰도 예비역 장성 3명의 예산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를 조사중이라고 한다.비리 장성들이 인사에 개입해 뭉칫돈을 받은 것도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부대 예산과 복지기금까지 횡령했다니 놀라울 뿐이다.사병들은 몸바쳐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사이 장성들은 국민의 혈세를 빼돌려 자신들의 배를 채웠다는데 우리는 분노한다. 군은 올해 정부 재정의 16.1%인 19조 1288억원의 예산을 쓰는 거대 조직이다.그런데도 예산 집행이 투명하지 않다.특히 일선부대의 경우 돈을 어떻게 조달해 어디에 쓰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군이 국민과 감독당국의 눈에서 벗어난 폐쇄적이고 특수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장성들이 공금 유용을 관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점이다.관행이기 때문에 죄가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검찰과 군검찰은 공금 유용의 불법성을 밝혀 장성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관행으로 여기며 공금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장성들도 비리 조사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물론이다.군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관행을 고쳐 죄의식 없이 불법을 저지르는 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다. 장성들의 비리가 드러난 것을 계기로 군은 개혁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군 개혁의 출발점이요 촉발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정부는 강도높은 군 개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객관적인 인사제도를 마련해 돈이 오가는 밀실 인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을 촉구한다.시급한 것은 군 예산을 감독하는 시스템의 확립이다.부대의 살림살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 [사설] 田 감사원장의 ‘쓴소리’ 새겨야

    전윤철 감사원장이 이념 논쟁에 골몰하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전 원장은 지난달 30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해묵은 이데올로기 논쟁에 빠진 정치권을 질타하면서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뒷받침해야 정당의 지속성을 얻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전 원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국민들로서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중도 진보’이고,한나라당은 ‘개혁적 중도 보수’를 표방한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정체성보다는 구체적인 정책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치권이 소모적인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앞장서 줄 것을 요구한다.정치권 스스로도 총선 직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확인된 민심은 경제 살리기’라고 하지 않았던가.그런 의미에서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내수 부진과 투자 위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관련 장관들을 불러 신용불량자 문제와 경기 양극화,계층간 갈등,규제 완화 등을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또 어떻게 하면 기업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부의 대책을 따져보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그것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사항이다. 경제단체장들이 정동영 당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지적했듯이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기업이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살찌우는 것이 정당의 첫번째 덕목이다.이러한 노력들이 계속될 때 정당의 이념과 정체성도 국민 사이에 뿌리내릴 수 있다.국민소득 1만달러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고치고 바꿔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정치권이 정신차려야 할 이유다.˝
  • [마당] 이미지와 감성정치/유성호 한국교원대 문학평론가 교수

    ‘악어의 눈물’이란 말이 있다.나일 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난 후 눈물을 흘린다는 이집트 전설에서 비롯된 말이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도 여러 번 인용하고 있는 이 말은 위선자의 거짓 모습을 비유할 때 흔히 사용된다. 특히 선거에 이긴 정치인이 패배한 정적(政敵) 앞에서 가슴 아픈 표정을 지을 때 많이 쓰인다.실제로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데,이는 눈물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악어의 눈물’은 감동이나 참회의 순간에 솟구치는 진실한 눈물이 아니라,전략적이고 계산적인 속내에서 나오는 건조한 물질일 뿐이다. 지난주에 막을 내린 제17대 총선에서 각 정당의 지도자들은 ‘눈물’과 ‘읍소(泣訴)’를 통해 감성과 이미지 중심의 선거운동을 했다.이를 두고 상대방에서는 ‘악어의 눈물’이니까 속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일급 경계령을 내렸다.이러한 감성과 이미지의 정치는 당사를 천막이나 공판장으로 옮겨 부패와의 절연을 상징적으로 보인다든가,삼보일배 장면이나 회초리 맞는 방송 광고를 통해 그동안 민의를 등진 것에 대해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다든가,단식이나 전격 사퇴 등을 통해 실언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든가 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따지고 보면 모두 선거의 핵심 장치인 정책과 비전 제시보다는 유권자의 감성과 이미지에 호소하는 것들이었다. 이같은 감성과 이미지 중심의 정치 혹은 선거 문화를 향해 이 나라 주류 언론들은 한결같이 강력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정책과 인물을 통한 승부가 아니라,감성과 이미지 정치로 선거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논지였다. 대중의 합리적 선택을 가로막고 집단적 최면을 부추기는 ‘눈물’과 ‘읍소’의 포즈에 대한 이러한 경계와 비판은 그 자체로 매우 정당한 것이다.특히 미디어 선거가 본격적으로 뿌리내린 이번 선거에서 이 같은 이미지 메이킹의 범람은 진정한 대의 민주주의의 정착에 일정한 역기능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이같은 감성과 이미지 중심의 선거문화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확산시킨 것 또한 언론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언론의 확연한 이중성을 발견한다.우리 주류 언론은 ‘탄풍’ ‘박풍’ ‘노풍’ ‘추풍’ 등 온갖 조어(造語)를 만들어가면서 선거 유세 현장의 감성적 이미지 확산과 상징 조작에 공을 들였고,한편으로 각 정당더러는 이미지 정치를 삼가라고 권고하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감성이나 이미지가 합리성과 반드시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감성과 이성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인간의 판단 행위를 상보적으로 규율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미지를 완전히 거세한 순수 객관의 실체는 정치문화에 존재하지 않는다.정책정당임을 자임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조차도 지난 대선에서 “여러분 행복하십니까.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감성적 언어로 진보정치를 친숙하게 체험하도록 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감성 속에 담긴 내용일 것이다.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진정한 참회가 없는,정치적 계산만 있는,지역주의의 부활을 호소하는,때늦은 ‘악어의 눈물’만은 철저하게 외면했다.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얻은 또 하나의 성과이다. 유성호 한국교원대 문학평론가 교수 ˝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야무진 꿈

    사는 일에 지쳤을 때 훌쩍 떠나는 데가 있다.훌쩍이란 말을 쓸 정도로 가깝지도 않고 교통편도 좋지 않은 네팔이란 나라를 그렇게 친근하게 느끼는 것은 아마 그곳 사람들의 선하고 편안한 표정과 내 따위가 감히 정복할 엄두를 낼 수 없는 장엄한 히말라야의 은빛 연봉 때문일 것이다. 그곳에서의 트레킹은 운동 삼아 하는 걷기하고도 등산하고도 다르다.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여서 2000m가 넘는 고지까지도 개간을 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직립(直立)에 가깝게 경사가 급한 산지를 개간했기 때문에 우리의 다랑이논보다도 폭이 협소하여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도에 그려 넣은 등고선처럼 보인다.농지가 있으니까 농가도 있지만 몇 호 안 되는 마을도 옆으로가 아니라 상하로 발달되어 있다.트레킹 코스는 그런 농지와 마을을 거치게 돼있다.가파르지만 않다면 논밭에서 자라는 작물이나 심심할 만하면 나타나는 마을이 우리의 옛날 농촌의 나그네 길과 다를 것이 없다.어디까지 도달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없기 때문에 무리해서 걷지 않아도 되는 것도 내 성미에 맞는다.안나푸르나를 향해 온종일 걸어도 다음날 아침에 바라보면 그 아름다운 봉우리는 내가 가까이 간 만큼 물러나 있다.정상 언저리에서 눈보라가 이는 것까지 앞산처럼 지척으로 보이지만 내 생전에 거기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왜 모르겠는가.경사가 급하기도 하려니와 위대한 것을 감히 내 발로 밟아 보려는 욕심이 없기 때문에 저절로 쉬엄쉬엄 걷게 되고 그러다 보니 거치게 되는 마을의 이 집 저 집을 마을이라도 온 듯 기웃대도 그만이다.봉당 비슷한 부엌의 단순 소박한 살림살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도 어릴 적의 우리 시골의 농가와 다르지 않다.그러나 영양실조의 씻지 못한 어린이가 흙바닥에서 뒹구는 걸 보면 생존을 오직 가파르고 척박한 산지에 짓는 농사에 의지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절감하게 된다. 금년에 그 땅을 다시 밟았을 때였다.새벽녘에 그 고지 마을에서도 학교 가는 아이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가슴이 울렁대는 감동을 맛보았다.산뜻한 교복과 다 자란 키로 봐서 초등학생은 아니었다.남학생도 있었지만 여학생도 있었다.여학생의 깨끗한 운동화와 흰 목 양말과 건강한 종아리가 눈부셨다.그 나라에도 물론 도시에는 학교도 있고,스쿨버스까지 다니고 있는 걸 보았지만 두 다리 외의 교통수단이 없는 고지의 농촌에서 그런 대처의 학교까지 가려면 젊은 건각으로도 두세 시간은 보통이라고 한다. 남존여비가 더 많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후진국에서 아들도 아닌 딸을 저 정도로 가꾸어 학교에 보내려면 본인의 각오도 비상해야겠지만 그 어머니의 노고는 도대체 얼마만한 것일까.그건 엄마들이 딸에게도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생생한 증거였다.나는 엄마들이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한 집안의 이익과 노후대책을 바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것인데 비해 딸에게는 이 세상을 바꾸기를 바라는 더 원대한 꿈을 건다고 믿고 있다.내 어머니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딸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면서 귀 따갑게 하신 말씀이 ‘너는 나 같은 세상 살지 말아라.’였기 때문이다.그게 바로 세상을 바꾸라는 비원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나라에서도 어머니들이 딸에게도 꿈을 가지고 교육시키기 시작한 이래 남성의 독무대로 돼있던 각계각층의 전문직 분야에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되었다.이번 국회가 종전의 국회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도 의원의 연령이 대폭 젊어졌다는 것과 여성의원의 증가라고 한다.걱정도 팔자인 노파심인지는 모르지만 경험 없는 젊은 초선의원의 대거진출이 썩은 정치판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으리라는 기대보다는 오만불손하고 객기 넘치는 말잔치나 구경하게 되면 어쩌나 미리 넌더리부터 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번드르르한 말잔치의 시초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상생과 화해의 정치를 하겠다는 승자의 변이 솔깃하게 들린 것은 무슨 까닭일까.아마도 각 당에 고루 분포된 여성의원들 때문이었을 것이다.상생과 화해의 정치의 실현성을 아직은 극소수인 여성의원에게 건다면 꿈도 야무지다 하겠으나 정말이지 간곡한 마음으로 빈다.여성의원들이여,국회를,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걸로 돼 있는 그 고약한 정치판을 한번 확 바꿔보라고.˝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야무진 꿈

    사는 일에 지쳤을 때 훌쩍 떠나는 데가 있다.훌쩍이란 말을 쓸 정도로 가깝지도 않고 교통편도 좋지 않은 네팔이란 나라를 그렇게 친근하게 느끼는 것은 아마 그곳 사람들의 선하고 편안한 표정과 내 따위가 감히 정복할 엄두를 낼 수 없는 장엄한 히말라야의 은빛 연봉 때문일 것이다. 그곳에서의 트레킹은 운동 삼아 하는 걷기하고도 등산하고도 다르다.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여서 2000m가 넘는 고지까지도 개간을 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직립(直立)에 가깝게 경사가 급한 산지를 개간했기 때문에 우리의 다랑이논보다도 폭이 협소하여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도에 그려 넣은 등고선처럼 보인다.농지가 있으니까 농가도 있지만 몇 호 안 되는 마을도 옆으로가 아니라 상하로 발달되어 있다.트레킹 코스는 그런 농지와 마을을 거치게 돼있다.가파르지만 않다면 논밭에서 자라는 작물이나 심심할 만하면 나타나는 마을이 우리의 옛날 농촌의 나그네 길과 다를 것이 없다.어디까지 도달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없기 때문에 무리해서 걷지 않아도 되는 것도 내 성미에 맞는다.안나푸르나를 향해 온종일 걸어도 다음날 아침에 바라보면 그 아름다운 봉우리는 내가 가까이 간 만큼 물러나 있다.정상 언저리에서 눈보라가 이는 것까지 앞산처럼 지척으로 보이지만 내 생전에 거기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왜 모르겠는가.경사가 급하기도 하려니와 위대한 것을 감히 내 발로 밟아 보려는 욕심이 없기 때문에 저절로 쉬엄쉬엄 걷게 되고 그러다 보니 거치게 되는 마을의 이 집 저 집을 마을이라도 온 듯 기웃대도 그만이다.봉당 비슷한 부엌의 단순 소박한 살림살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도 어릴 적의 우리 시골의 농가와 다르지 않다.그러나 영양실조의 씻지 못한 어린이가 흙바닥에서 뒹구는 걸 보면 생존을 오직 가파르고 척박한 산지에 짓는 농사에 의지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절감하게 된다. 금년에 그 땅을 다시 밟았을 때였다.새벽녘에 그 고지 마을에서도 학교 가는 아이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가슴이 울렁대는 감동을 맛보았다.산뜻한 교복과 다 자란 키로 봐서 초등학생은 아니었다.남학생도 있었지만 여학생도 있었다.여학생의 깨끗한 운동화와 흰 목 양말과 건강한 종아리가 눈부셨다.그 나라에도 물론 도시에는 학교도 있고,스쿨버스까지 다니고 있는 걸 보았지만 두 다리 외의 교통수단이 없는 고지의 농촌에서 그런 대처의 학교까지 가려면 젊은 건각으로도 두세 시간은 보통이라고 한다. 남존여비가 더 많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후진국에서 아들도 아닌 딸을 저 정도로 가꾸어 학교에 보내려면 본인의 각오도 비상해야겠지만 그 어머니의 노고는 도대체 얼마만한 것일까.그건 엄마들이 딸에게도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생생한 증거였다.나는 엄마들이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한 집안의 이익과 노후대책을 바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것인데 비해 딸에게는 이 세상을 바꾸기를 바라는 더 원대한 꿈을 건다고 믿고 있다.내 어머니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딸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면서 귀 따갑게 하신 말씀이 ‘너는 나 같은 세상 살지 말아라.’였기 때문이다.그게 바로 세상을 바꾸라는 비원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나라에서도 어머니들이 딸에게도 꿈을 가지고 교육시키기 시작한 이래 남성의 독무대로 돼있던 각계각층의 전문직 분야에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되었다.이번 국회가 종전의 국회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도 의원의 연령이 대폭 젊어졌다는 것과 여성의원의 증가라고 한다.걱정도 팔자인 노파심인지는 모르지만 경험 없는 젊은 초선의원의 대거진출이 썩은 정치판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으리라는 기대보다는 오만불손하고 객기 넘치는 말잔치나 구경하게 되면 어쩌나 미리 넌더리부터 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번드르르한 말잔치의 시초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상생과 화해의 정치를 하겠다는 승자의 변이 솔깃하게 들린 것은 무슨 까닭일까.아마도 각 당에 고루 분포된 여성의원들 때문이었을 것이다.상생과 화해의 정치의 실현성을 아직은 극소수인 여성의원에게 건다면 꿈도 야무지다 하겠으나 정말이지 간곡한 마음으로 빈다.여성의원들이여,국회를,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걸로 돼 있는 그 고약한 정치판을 한번 확 바꿔보라고.
  • [술따라 맛따라] 충주 ‘청명주’

    조선시대 과거시험이 다가오면 전국 방방곡곡의 선비들이 충주에 모여들었다고 한다.‘청명주(淸明酒)를 마시면 과거에 붙는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었다. 아마 24절기중 하나인 청명에 술이 나오니 이를 마시고 맑고 밝은 기운을 받으면 시험을 잘 치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다. 또 충주에서 청명주를 한 잔 마시면 문경새재 마루턱에 가서 비로소 취기가 가신다는 일화도 있다.과거에 급제한 선비는 기쁜 마음에,낙방한 이는 울적한 마음에 또 한번 청명주를 마시고 문경새재를 넘었던 듯싶다. 청명주가 청명일에 마시기 위한 술이었는지,아니면 청명일에 담근 술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조선후기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 수록한 청명주 주조법에 ‘…봄철 청명때에 찹쌀 두 말을 깨끗이 씻어서‘라며 청명때 담근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청명주는 그 이름에 걸맞게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애용하던 명주였던 것 같다.이익은 ‘나는 평생 청명주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고 ‘양계처사에게 배우고 혹시 잊어버릴까 두려워서 기록해 둔다.”고 그의 저서(성호사설)에 청명주 주조법까지 수록해두었던 것이다. 청명주를 최초로 빚은 시기나 인물에 대한 기록은 확실치 않다.그러나 충주시 가금면 창동리에 여러대 살아온 김해 김씨 집안에선 조선조 이전 선조대부터 고유한 비방에 의해 청명주를 빚어 가용주로 전승해왔다. 충북도 무형문화재 2호로 지정돼 있는 청명주 기능 보유자인 김영기(83)씨가 그의 조모와 숙모에 이어 청명주의 계보를 이어왔으나,최근엔 노환으로 청명주 전수보조자인 아들 영섭(30)씨가 ‘중원 청명주’란 이름으로 술을 빚고 있다. “누대로 구전돼온 청명주 비방을 100여년 전 할아버님이 책자에 기록해 두셨어요.지금도 가끔씩 들여다보는 ‘鄕戰錄’(향전록)이란 소책잡니다.술 주조법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에 대한 민간요법 등 집안 살림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향전록은 한글과 한문을 혼용해 수록했다.붓으로 촘촘히 써내려간 글씨와 수시로 들여다보느라 반들반들 윤이 날 정도로 손때가 묻은 책장에서 빈틈없는 살림살이를 꾸려온 후손들의 체취가 느껴진다. 청명주는 찹쌀,그리고 재래종 통밀을 빻아 띄운 누룩으로 제조한 순곡주다.밑술을 담글 때 약간의 밀가루도 들어간다.저온에서 100일간 발효,숙성을 거치는데 알코올 도수는 17도로 약주로선 높은 편.색깔은 진한 감색을 띠며 감칠맛이 뛰어나다. “무거운 듯하지만 깊고 은근한 맛이 청명주의 특징입니다.가볍고 경쾌한 맛을 선호하는 젊은 층보다는 진한 맛을 좋아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찾으시는 편입니다.” 김씨는 “우리의 민속주가 깔끔하고 가벼운 일본식 청주 맛을 자꾸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판매가 다소 어렵더라도 청명주는 가능한 한 우리 고유의 맛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청명주를 사려면 우체국 주문판매를 이용해야 한다.또 충주와 청주의 일부 할인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으며,중원당(043-842-5005)에 직접 주문해도 된다.700㎖ 1만 1000원,360㎖ 5000원. 글 충주 임창용기자 sdragon@ ■ 따라 빚으세요 -술 재료:찹쌀,누룩,밀가루 ① 찹쌀 3되를 깨끗이 씻어 하룻밤 불렸다가 곱게 간다. ② 물 3되를 쌀가루에 붓고 풀어서 솥의 끓는 물 6되에 붓고 고루 저어 준 다음,한소끔 끓여 퍼서 술독에 담아 둔다. ③누룩가루 2되 1홉과 밀가루 3되를 술독에 담아 넣고 큰 막대로 오랫동안 저어준다 ④ 술독을 싸매둔다.(밑술 완성) ⑤ 찹쌀 3말을 깨끗이 씻어 불렸다가,건져서 물기가 빠지면 시루에 고두밥을 짓는다. ⑥ 밑술을 체에 밭쳐서 걸러내는데,맑은 술은 따로 받아 두고,약주를 떠내고 남은 주박은 물을 치지 말고 주물러 짜서 막걸리를 걸러 놓는다. ⑦ 술 빚을 독에 고두밥 한 바가지,주물러 짠 막걸리 한 바가지를 떠 넣는다. ⑧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계속하여 술을 안치고,막걸리가 다 떨어지면 맑은 술을 들어 붓고 주걱으로 고루 저어 준다. ⑨ 고두밥 남은 것을 모두 붓고 맨 나중에 걸러 둔 술을 맨 위에 붓고 주걱으로 대여섯 번 내리 쑤셔 고르게 골라 준다. ⑩ 술독은 이불을 싸매 주고 2∼3월은 30일,삼월에는 21일 만에 술을 뜬다.˝
  • 장밋빛 전망… 체감은 “글쎄”

    당국이 우리경제에 대해 잇따라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이달 초 “경제가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힌 데 이어 8일 한국은행 박승 총재도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하지만 일반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이런 낙관적인 얘기들과 동떨어져 있다.소비심리나 소비능력 모두 개선될 조짐이 별로 없다.내수침체 속에 수출 혼자서 경제를 이끄는 기형적인 구조가 주된 이유다. ●한은 “2·4분기부터 체감경기 살아난다” 박 총재는 이날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며 2·4분기 이후 체감경기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지난해 3분기 바닥을 친 뒤 좀체 반등하지 못했던 경기가 드디어 상승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얘기다.그는 특히 “고용부진과 카드채 사태 등 민간소비를 억눌러 왔던 문제들이 서서히 해결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앞서 지난 2일 이 부총리도 “수출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올해 우리 경제는 당초 전망한 5%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장률,고용,경상수지 전망 상향조정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5.2%에서 5.5%선으로,경상수지 흑자규모는 60억달러에서 150억달러로,고용창출 규모는 37만명에서 55만명으로 끌어올렸다.▲제조업 공장가동률이 80%를 웃돌면서 설비투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수출이 기록적인 호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제유가는 안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신용대란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실제로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보다 39.5% 늘어난 214억 5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2월 산업생산도 전년동월보다 16.6% 급증하며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소비자들은 “더 나빠질 것” 그러나 국민들이 직접 느끼는 경기 및 소비전망은 정부 및 한은과 달리 밝지 않다.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 전망’에 따르면 향후 6개월 뒤의 경기,생활형편,소비지출 등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94.4로 2월 96.3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지수가 100을 밑돌면 6개월 뒤의 사정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가구가 반대의 경우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소비자기대지수는 올 1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하다 2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두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는 89.8로 2월 95.6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통계청은 “가계소득이 줄어든 가운데 저축은 늘고 부채는 감소해 소비위축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지표 착시(錯視) 경계해야”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는 “표면적인 경제지표는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것이 반드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에 이미 5%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상황에서 올해 전체 성장률도 5%대에 머물 것이라는 얘기는 앞으로 2∼4분기 경기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라고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기고] 수협위기는 어촌의 위기다/유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원관리팀장

    우리나라 수협은 수협중앙회를 정점으로 지구별조합 75개,업종별조합 21개,수산물가공조합 2개 등 총 98개 회원조합으로 구성돼 있다.어업인구 23만명 중 약 70%인 16만여명이 조합원이니,수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수산인들이 수협 조합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수협은 이념의 위기,신뢰의 위기,경영의 위기에 빠져 있다.매우 심각한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미적립된 충당금 8300여억원을 일시에 적립하면서 7000여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회원조합 중 66%인 64곳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돼 부도위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이러한 위기상황은 상부기관인 수협중앙회도 예외가 아니다. 수협중앙회의 업무는 크게 신용사업부문과 경제 및 지도사업 등 비신용사업부문으로 구분된다.신용부문의 엄청난 부실을 막기 위해 2001년 1조 1581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긴급 수혈돼 겨우 위기를 넘긴 상태다.반면 경제부문은 공적자금 투입과 연계해 1800여억원의 자본적립금 전액이 잠식돼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가 더욱 어렵게 돼버렸다. 수협 부실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기에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핀잔하는 이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대부분 일반국민들은 수협 부실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가 없을 수도 있다.하지만 조합원이나 수협과 거래하고 있는 국민들은 당장 경제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나아가서는 어촌경제 붕괴,수산업의 위기로 이어져 국가 전체적으로도 큰 영향을 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수협 부실의 일차적인 원인은 충당금의 일시 적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우리 수산업의 지속적인 침체,협동조합으로서의 본연의 기능 상실,그리고 비전문적이고 방만한 조직운영 및 경영 등 복잡하고 다양하다. 당장 급한 불은 심각한 경영부실을 막는 일이다.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자금지원 등을 통해 위기를 넘기고 나서 부실을 가져온 책임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법에 의한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여야 한다. 두번째는 수협이 협동조합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수협으로서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사업을 많이 하게 됨으로써 정작 주인인 조합원의 형편은 나빠져 왔다.반면 수협 조직은 거대해지고 부실 역시 그만큼 커져 왔다.이제 조합원을 위한 수협 본래의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야 할 때다.수협중앙회도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일본의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와 같이 회원조합의 대표기관 기능만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전환돼야 한다.또한 조합장이나 중앙회장은 완전 명예직화해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병폐를 막아야 한다. 셋째는 진정한 수산 생산자단체로 발전하기 위해 수산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은 정리해 조합의 동질성을 강화해야 한다.수산 생산업은 거의 없고 신용사업만으로 유지되는 조합은 수협으로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수협의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규모화 달성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조합원수,매출규모,자산 및 부채규모 등 외형적인 규모가 아니라 수협운동의 본질에 맞는 구성원,사업종류,사업규모를 고려하여 내실있는 규모의 수협으로 재편해야 차별화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수협은 원하든 원치 않든 단순한 수산물 생산자단체 이상의 위치에 있다.어업인들의 대표자,어촌사회의 리더,어민들의 교육 및 홍보자,정부정책의 파트너 등 수산관련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제적 논리에 근거한 큰 규모의 수협이 아닌,내실있는 조합으로 거듭날 때 국민들은 수협뿐 아니라 수산업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유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원관리팀장˝
  • 3대그룹 재무담당 물갈이 삼성·SK이어 LG도 CFO 교체

    삼성과 SK에 이어 LG그룹의 CFO(최고재무책임자)도 바뀌어 국내 3대 그룹의 ‘안방마님’이 완전 물갈이됐다. LG그룹은 22일 그룹의 지주회사인 ㈜LG 재무담당이었던 조석제 부사장이 최근 계열사인 LG화학 CFO로 자리를 옮긴데 이어 사업개발팀 정도현 상무를 재경팀장으로 발탁했다. 정 상무는 83년 기획조정실에 입사한뒤 LG상사 LA지사 부장,비서실 재무팀 부장,구조조정본부 사업조정팀 등을 거쳤다.사업조정팀 근무 당시 외자유치를 통해 엘리베이터 사업과 동제련사업 관련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상무는 내년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으면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LG 자체 재무뿐만 아니라 올해 95조원을 목표로 한그룹 전체의 살림살이를 총괄하게 된다.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도 최근 인사에서 유정준 전무가 맡고 있던 CFO와 경영지원부문장 자리를 최상훈 전무(전 윤활유 사업부장)에게 맡겼다.R&I 부문장으로 옮긴 유 전무는 해외 사업 개발 등을 통해 비즈니스 경험을 쌓으면서 자연스레 CEO 수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해외투자자 등과의 우호적인 관계 수립 등을 통해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여서 이들 ‘뉴 페이스’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도 김인주 사장이 구조조정본부 차장으로 승격하면서 후임 재무팀장에 최광해 부사장을 임명했다. 김 사장은 제일모직 경리부를 시작으로 재무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통으로 98년 폐지 이후 6년 만에 부활한 구조본 차장으로 올라가면서 재무팀에서 같이 일한 최 부사장에게 자연스레 팀장 자리를 물려줬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 구축·LG카드 사태 처리,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삼성자동차 채권 및 후계구도 정립 등 그룹의 명운이 걸린 사안에 일익을 담당했던 각 그룹 CFO들이 일제히 자리를 옮김에 따라 후임 CFO들의 행보가 관심을 끌게 됐다.”고 전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儒林 속 한자이야기](11)

    유림 42에 국사(國師)가 나온다.국(國)자는 어느 특정 지역(口)에서 사람들이 긴 창(戈)을 갖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보루(一)를 쌓은 성(城)을 뜻하였는데,차츰 많은 성(城)으로 이루어진 나라를 뜻하게 되었다. 나라를 새로 세우는 것을 개국(開國)이라 하는데,우리나라 개국시기는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오는 단군신화에 따라 고조선(古朝鮮)의 건국인 기원전2333년을 기준으로 한다. 사(師)자는 정찰에 유리한 높은 곳을 뜻하는 부분(왼쪽)과 군부대를 표시하는 깃발을 본뜬 부분(오른쪽)이 합해진 글자로 본뜻은 ‘군사 또는 군대’이다.사(師)자가 이런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육군○○師團’,또는 ‘제갈량이 유비의 뜻을 받들어 중국 북방(위나라)을 수복하기 위해 군대(師)를 출동(出)시키며 왕(王·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국가를 위한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올린 글(表: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의 한 문체)인 출사표(出師表) 등이 있다. 사(師)자의 뜻은 차츰 의사(醫師),교사(敎師),은사(恩師) 등과 같이 ‘우두머리 또는 스승’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의사(醫師)는 주(周)나라 때 의료 관련 업무를 맡은 부서의 ‘우두머리’였는데,후에는 의료를 업(業)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게 되었다. 공자가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언(必有我師焉)’이라 했는데,여기서의 사(師)는 ‘스승’을 뜻한다.공자의 말은‘세 사람이 같이 가면 그 중에는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뜻으로 나보다 나은 사람과 못한 사람,즉 양쪽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누구에게 배운 경우’를 ‘누구에게 사사(事師)받았다.’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나는 ○○선생님을 사사(師事)하였다.’라고 써야 한다.사사(師事)는 ‘스승으로 섬기다.’이며,사사(事師)는 ‘스승을 섬기다.’의 뜻이기 때문이다. 국사(國師)란 임금의 스승 또는 국가나 임금의 사표(師表)가 되는 고승(高僧)에게 임금이 내리던 호칭이다. 국사(國師)는 왕사(王師) 위의 최고의 승직(僧職)으로 중국에서는 550년에 법상(法常)이,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광종(光宗)때 혜거(惠居)가 최초였다.우리나라는 혜거 사망 후 탄문(坦文)이 제2대 국사로 추대되었으며,이 제도는 조선초까지 지속됐다. 대사(大師)란 국가에서 덕이 높은 스님에게 내리는 존칭이다.고려시대 과거제 가운데 승과(僧科)를 실시하면서 법계의 하나로 처음 두어 조선초기까지 그대로 사용했으나 불교탄압 이후 승려를 부르는 통상적 명칭이 되었다.우리에게 익숙한 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는 말도 승려 호칭과 관련이 있다.조선 중기 억불(抑佛:불교를 억누름)정책 이후에 불교의 맥을 이어 나가기 위한 승려들의 노력이 이어졌다.이들은 주로 경전 공부나 교리 연구를 하던 이판승(理判僧)과,여러 잡일이나 절의 사무와 산림(山林,産林)을 맡아 함으로써 사찰이 없어지는 것을 막은 사판승(事判僧)이었다.오늘날 ‘살림살이 또는 살림을 잘한다.’ 등에서의 ‘살림’이라는 말은 산림(山林,産林)이라는 단어의 음이 변한 것으로 사판승의 역할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조선중기 억불 정책으로 승려의 신분은 매우 추락한 상황이었기에,이판승(理判僧) 또는 사판승(事判僧)이 되는 것은 낮은 신분,또는 계층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였다.그래서 이후 이판사판은 의미가 변하여 ‘막다른 궁지 또는 끝장’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박교선 교육부 연구사 ˝
  • 마사 스튜어트…사기공모등 4개혐의 유죄평결

    ‘최고로 성공한 여성 기업인에서 범법자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고 이에 관한 당국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 기업인 마사 스튜어트(62)가 6일(현지시간) 유죄평결을 받았다. 뉴욕 맨해튼 연방지법 배심은 이날 스튜어트 전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 회장의 사법 방해와 사기 공모,위증 등 4개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평결했다.형량 선고는 6월17일로 예정돼 있으며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그녀는 평결 직후 홈페이지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스튜어트 전 회장은 보유 중이던 생명공학업체인 임클론의 주식 4000여주를 2001년 12월27일 이 회사가 개발한 신약이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내다 판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법원이 내부자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주식중개인과 짜고 조사를 방해하고 허위 진술을 한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폴란드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스튜어트 전 회장은 요리와 바느질,집단장,화초 가꾸기 등 자신의 장점인 살림살이 재능과 풍부한 정보를 기업화해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자수성가형 여성 기업인이다.그녀의 TV 프로그램은 최고 인기 프로였고,스튜어트 브랜드는 쇼핑매장에서 불황을 모르는 인기 상품이었다. 자산이 10억달러가 넘는 부호인 스튜어트 전 회장이 가장 성공한 여성 기업인에서 다른 파렴치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같은 급으로 추락한 것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얻은 부당이익 4만 5000달러 때문이다. 스튜어트 전 회장의 기소와 유죄 평결에 대해 미 법률 전문가들은 아무리 유명 인사라 해도 수사당국을 속이면 부당이득의 규모와 상관없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선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반면 그녀가 성공한 여성 기업인으로 영향력이 크고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이유 등으로 필요 이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측면도 있다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
  • [플리시메이커] 박수민 예산처 재원배분개선팀장

    기획예산처는 요즘 격변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국장급 고위간부를 전원 물갈이하면서 공직사회의 세대교체를 주도하는가 하면 올해부터 ‘사전배분제(톱다운·Top-Down)’ 예산편성 방식을 도입,정부 살림살이의 획기적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서울신문 2월25일자 8면 참조) 전자가 예산처 ‘내부 혁신’이라면 후자는 국가 재정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정혁명’이란 풀이가 뒤따른다.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도입된 서구식 예산시스템이 과반세기 만에 탈바꿈하는 것이죠.일반회사로 치면 경영의 의사결정 체계가 전면적으로 바뀌는 것과 같습니다.재정의 투명성·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톱다운 예산편성제 도입의 실무 주역인 예산처 박수민 국가재원배분개선팀장(37·서기관)은 지난해 8월 태스크포스 팀장에 임명된 뒤 7개월여를 “그야말로 뒤돌아볼 겨를 없이 보냈다.”고 회고한다.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비교적 단기간에 완성한 것은 휴일도 반납하며 ‘오직 일에 매달린’ 그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산 사전배분제는 ‘정부의 5개년 재정계획 확정→분야별·부처별 예산총액 할당→부처별 자율적 예산편성’의 절차를 거친다.지금까지의 예산편성 방식과는 반대의 경로로,중기적 관점의 재정계획 아래 사업별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는 이른바 ‘전략적 재원배분’ 방식이다. 국민의 정부 초기때 처음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진지한’ 접근은 이뤄지지 못한 채 5년여를 공회전하다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됐다. 그러기에 출발은 녹록지 않았다.사전배분제에 관한 총체적·체계적 연구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듬성듬성 단편적 지식만 알려져 ‘코끼리 다리만지기’식의 논의만 있었던 수준”이라고 말했다.“스웨덴·노르웨이 등 5개국을 4주 동안 돌며 벤치마킹했습니다.이번에 도입한 제도는 스웨덴에서 70%,네덜란드에서 30% 정도 따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물론 우리 실정도 감안했구요.” 부처별 예산총액은 국무회의에서 장관들간의 토론으로 결정된다.장관이 논리적 뒷받침과 설득력 등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림 밑천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부처가 생길 법도 하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은 합리적 예산편성으로 가는 것이지요.토론을 통한 합의 도출 등 공직사회의 문화도 대폭 달라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내년도 부처별 예산을 결정하는 다음달 국무회의의 난상토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박은호기자 unopark@˝
  • 생활물가 한달새 0.7%올라

    가계부채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원자재난과 유가급등 등에 따른 물가 오름세로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특히 비철금속,고철,콩,밀 등 국제 원자재난이 금방 수그러들 것 같지 않아 소비자물가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식료품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156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전월 대비 0.7%,지난해 동월 대비 4.2% 급등했다.품목별로는 전달에 비해 감자가 16.2% 오른 것을 비롯해 귤(12.2%),시금치(10.1%),풋고추(10.0%),파(8.7%),닭고기(5.9%),공동주택관리비(2.5%),학생복(남 2.2%,여 2.9%)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소비자물가는 1월에 비해 0.4%,지난해 같은 달보다 3.3%가 각각 올랐다. 분야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월에 비해 1.6% 오른 것을 비롯해 석유류 1.6%,집세 0.1%,공공서비스 0.6%,개인서비스 0.1%가 각각 올랐다. 생선류,채소류,과실류가 포함되는 신선 식품류는 1월보다 2.3%,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9.4%가 각각 뛰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서비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오름세를 보여왔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가격이 오르고 있는 국제 원자재 가운데 밀과 콩,석유 등은 바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으나 고철과 비철금속 등은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병철 bcjoo@˝
  • 예산편성 방식 확 바꾼다

    해마다 예산편성철이 돌아오면 서울 서초동 기획예산처 복도는 층층이 타 부처 관계자들로 북적인다.한 해 살림살이의 ‘돈줄’을 쥐고 있는 예산처를 상대로 한푼이라도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서다.실무자 선에서 설득이 어려우면 장관이나 연줄있는 국회의원 등 실력자가 동원돼 ‘뒷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그러나 이런 ‘밀고당기기’식,‘울면 젖주기’식의 예산편성 풍경은 올해부터 사라지게 된다. ●예산편성 180도 바뀐다 기획예산처는 24일 “올해부터 부처별 예산총액을 먼저 정한 뒤 각 부처가 사업별 재원규모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예산 사전배분제(톱다운·Top-Down)’를 도입,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사전배분제’는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부문별·부처별 지출한도를 설정한 뒤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개별 사업의 예산을 짜는 방식이다.예산편성 절차가 ‘선 총액결정,후 각론협의(위→아래)’로 진행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처마다 사업별 예산에 대해 예산처와 일일이 협의하고 예산처의 내부검토 기준에 따라 총액이 결정되는 ‘아래→위’의 절차를 밟았다.김병일 예산처장관은 “수십년간 내려온 예산편성 관행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예산처가 오랫동안 행사해 온 ‘독점적 권한’을 과감하게 포기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예산 과다요구(각 부처)→대폭 삭감(예산처)’이라는 비효율적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예산확보를 위해 각 부처는 무조건 ‘올려 부르는’ 것이 오랜 관행이자 불문율이었다.박인철 재정기획실장은 “그동안 부처별로 전년대비 20∼190% 수준의 예산증액을 요구하는 등 평균 30%가량 증액을 요구해 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이러다 보니 예산처와 부처간에 불협화음과 상호 불신이 뿌리깊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예산처의 담당사무관 등 한두 명이 각 부처 예산의 세부항목까지 결정하다 보니 현장감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지난달 3일 열린 장관워크숍에서는 타 부처 장관들이 현행 시스템을 강력히 성토하기도 했다. 이외에 ▲중기적 재정수요,거시적 재정전망 등을 감안하지 않은 단편적 예산편성 ▲투입 위주 재정운용방식의 비효율성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박인철 실장은 “복지·국가채무 등 분야에 대한 지출증가 압력이 커지고 있으나 현행 예산편성 방식으로는 이런 수요를 감안하지 못하는 등 합리적 재정운용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예산편성 절차는 예산처는 이달 말까지 각 부처로부터 제출받을 향후 4개년의 신규·계속사업 계획서와 향후 경기·재정수요 전망 등을 토대로 오는 2008년까지의 중기재정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근거로 4월 국무회의에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하고 내년 예산의 지출한도를 결정한다.예산한도는 ▲부문별(사회간접자본·농어촌·교육·환경 등 16개 부문) ▲부처별 ▲부처내 부문별(사회간접자본 등 55개 분야) ▲회계한도별(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등으로 나뉘어진다.각 부처는 이를 토대로 5월 말까지 세부 사업별 예산을 자율적으로 편성하게 되며,예산처는 부처별 요구예산안을 종합한 뒤 국무회의 토론 등을 거쳐 9월까지 정부예산안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박 실장은 “부처별 예산한도는 특별회계와 기금까지 포함한 통합재정적 관점에서 정해지므로 각 부처가 그동안 기금 등을 이용,칸막이식으로 재원을 확보해 온 관행도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은호기자 unopark@˝
  • 작년 근로자 실질소득 1.6% 늘어 외환위기이후 최저 수준

    지난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이 1년 전과 비교해 1%대 증가에 그쳤다.외환위기 이후 5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교육비 증가율이 실질소득 증가율의 무려 8배를 기록했다.물가는 뛰는데 경기침체 등으로 소득이 변변찮아 살림살이가 팍팍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03년 도시근로자 가구의 가계수지 동향’에 반영된 도시근로자 가구의 자화상이다.도시에 살고 있으면서 가장(家長)이 근로자인 전국 3600가구를 조사대상으로 했다. 주된 수입원인 월급은 물론,배우자의 부업소득과 이자소득 등 부대소득을 모두 합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93만 9000원으로 전년보다 5.3%(14만 7000원) 늘었다.여기서 물가상승분(3.7%)을 빼면 실질소득은 265만 5000원으로 줄어든다.1년전에 비해 1.6%,즉 고작 4만 3000원을 더 손에 쥔 셈이다.외환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1998년(-13.3%) 이후 최저치다. 통계청 정인숙 사무관은 “물가가 전년(2.7%)에 비해 많이 오른 반면 경기침체와 저금리 여파 등으로 근로소득을 제외한 사업·재산·이전소득 등 대부분의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외환위기 때만큼이나 살기가 고달프다는 월급쟁이들의 하소연이 엄살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쓸 곳’은 많아졌다.세금 등을 제외한 일반 소비지출은 월평균 193만 7000원으로 전년보다 6%(11만원) 늘었다.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비지출 증가율(2.4%)도 실질소득 증가율을 웃돈다.교육비(5.0%→11.1%),의료비(7.8%→14.4%),교통통신비(3.6%→9.3%)의 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교육비 해결이 가계부담 완화의 필수 선결과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체 도시근로자 가구를 소득기준으로 5등급으로 나눴을 때,맨상위 계층의 평균소득은 570만 2000원으로 맨하위 계층 소득(109만 3000원)의 5.2배(전년도 5.18배)를 기록했다.반면 5가구중 1가구는 소득이 소비에도 못 미치는 ‘적자 가계’로 드러났다. 안미현기자 hyun@˝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