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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비 월 31만원…사상 최고

    교육비 월 31만원…사상 최고

    우리나라 가정의 소비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살림살이는 팍팍해져도 교육비 부담은 더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4분기 전국 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 220만 6000원 가운데 교육비는 31만원으로 14.1%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 가구의 가계수지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분기 기준으로 교육비 지출 비중은 2003년 12.7%,2004년 13.8%에서 2005년 13.3%로 낮아졌지만, 올해 다시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교육비 지출이 빠르게 늘면서 교육비 지출 증가 속도가 전체 소비지출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 가구의 올해 1분기 월 평균 전체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교육비는 9.9%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학원·개인교습 등 사교육비(13만 5000원)의 지출이 15.9% 늘었다. 한편 전체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3.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4%보다 줄었다. 하지만 10대 지출품목 가운데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식료품 가운데 외식비가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7%로 같은 기간 2003년의 10.4% 이후 가장 낮았다. 주거(3.0%)와 교통·통신(15.6%)에 대한 지출 비중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0.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문화생활, 취미, 외모 등과 관련된 소비는 늘었다. 의류·신발(5.0%) 교양오락(4.7%), 담배·이미용품·이미용서비스·잡비 등을 포함한 기타 소비지출(18.3%)의 비중은 1년 전보다 0.2∼0.3%포인트 높아졌다. 광열·수도(6.9%)에 대한 지출 비중도 0.1%포인트 증가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시론] ‘정치 좌절’ 투표로 극복을/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시론] ‘정치 좌절’ 투표로 극복을/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선택의 시간이 돌아왔다.4년마다 하는 선택이지만, 한 번이라도 흡족한 적이 있었던가? 과연 선택 받은 자의 잘못인가, 선택한 자의 문제인가? 그릇된 선택을 하고, 혹은 선택조차도 하지 않은 채 마냥 선택 받은 자의 잘못만을 탓할 순 없을 것이다. 마치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마구잡이 ‘찍기’로 답안을 작성을 하고서 시험성적이 잘 나오기를 기대하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는 ‘개혁’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하늘과 같은 국민적 소망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 패거리 정치, 부정부패와 같은 구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동안에는 여야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가운데 누가 더 부패하였는가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국민들의 눈에는 오십보백보일 것이다. 국제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2005년 공공부문 투명성 지수에서 한국은 40위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싱가포르와 일본은 물론이고 타이완과 말레이시아에 비해서도 낮게 평가되었다. 한국의 부패지수는 우리 국민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000달러 수준의 국가와 비슷하다고 한다. 월드컵 4강과 한류문화의 위세에서 얻었던 우리의 자존심이 한없이 무너지는 대목이다. 왜 우리는 유독 정치에서는 이토록 좌절하여야 하는가? 우리 사회의 개혁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그 개혁을 실천해 나갈 성실한 일꾼을 뽑지 못한 데 있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올바른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은 정치개혁의 첫걸음이다. 이번에 선출하는 대표자들은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지역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무려 5000건에 달하는 인허가권을 행사한다고 한다. 우리가 꼬박꼬박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일지도 이들이 결정하게 된다. 특히 이번 지방의회부터는 의원 유급제가 전면 실시된다. 우리의 세금으로 지급하는 세비를 받는 대표자를 허투로 뽑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지역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에 우리는 얼마나 책임을 다하였는가? 지방선거 투표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1995년 1회 지방의회 동시선거의 투표율이 68.4%였던 것이 1998년에는 52.7%로, 그리고 2002년에는 다시 48.8%로 낮아졌다. 특히 20대의 투표율은 고작 31.2%에 그쳤다. 물론 유권자 입장에서 낮은 투표율에 대한 충분한 변명은 있다. 이제까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찍을 만한 후보자가 없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정치적 냉소주의와 정치에 대한 불신이 낮은 투표율의 주된 원인이다. 그렇다고 투표불참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이는 후진 정치를 재생산하는 악순환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동안 투표권 행사에는 신중하였는가? 지연, 혈연, 학연과 같은 연고주의가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투표할 때는 그 같은 구습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는가. 매번 외치는 정책선거와 이번에 새로 시작된 매니페스토 운동의 성공여부는 결국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구체적 성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대표자를 제대로 선출하지 못한다면 사실 개혁 논의는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개혁을 위한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서야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또다시 4년 후를 기약할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대표를 뽑아야 할 것이다. 모두가 입버릇처럼 외치고 있는 참여민주주의와 풀뿌리민주주의의 첫 출발은 올바른 대표자 선출에 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결혼전 빚으로 살림 압류됐어요

    Q고등학교 졸업하고 건설회사 경리로 다니면서 출입하던 은행 창구 언니의 권유로 신용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한도 내에서 절제 있게 썼는데, 차츰 과소비도 했고 살림이 기울면서 생활비도 해서 빚이 3000만원 이상 되었습니다. 연체상태에서 가슴 졸이다가 결혼을 하였습니다. 가난한 처지라 집이나 신혼살림 모두 신랑이 마련하였습니다. 그런데, 채권자인 모 카드회사에서 냉장고, 텔레비전 등에 압류를 실시하였고 곧 경매를 한다고 합니다. - (김미화·29) - A민법은 혼인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존중과 양성의 평등을 추구합니다. 따라서 부부의 일방이 혼인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하되(민법 제830조 제1항),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합니다(같은 조 제2항). 따라서 미화 씨가 설명한 대로 카드회사에서 압류한 냉장고 따위를 신랑이 취득한 것이라면, 카드회사의 압류는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물건에 한한 것입니다. 구제방법은 민사집행법 제48조에 의하여 제3자이의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잠정적으로 같은 법 제46조에 의하여 압류에 이어서 진행하는 강제집행의 정지를 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입증입니다. 부부가 가정을 형성하면서 마련하는 살림은 신부가 마련하는 관습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또 동산에 대하여는 통상 표찰을 붙이지 않기에 누구의 ‘명의’로 취득한다는 것이 이례적입니다. 따라서 신혼살림에 대하여는 이것이 부부의 공유라는 추정이 강하게 미치고, 이것을 뒤집기 위하여는 예를 들어 “이것은 김미화의 신랑 이 아무개의 것이다.”라는 이름표가 잘 볼 수 있게 붙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통상 신랑의 카드로 구입하였다든가 하는 사정은 부부공유의 추정을 없애기에 충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김미화씨의 신랑이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강제집행상 특칙이 있습니다. 지분을 압류하는 것이지만 이와 같은 부부공유재산의 경우에는 물건 그 자체 즉 그 전부를 압류할 수 있게 하고(민사집행법 제190조), 다만, 채무자가 아닌 배우자는 이와 같이 자기 지분까지 포함된 물건의 매각대가에 대하여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매각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221조 제1항, 제218조). 한편 부부공유추정 동산으로 압류된 물건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배우자가 매각기일에 출석하여 우선매수할 것을 신고할 수 있는데(민사집행법 제206조 제1항), 그것은 최고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우선매수하겠다는 것이고 이와 같은 신고가 있을 때에는 최고가매수신고가 있어도 배우자에게 매각을 허가하여야 합니다(민사집행법 제140조). 따라서 매각이 되더라도 김미화씨의 신랑은 최소한 경매 참여자 중에서 최고 가격을 부르는 사람과 같은 값을 제시하는 한 살림살이를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경락 받아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또 그 매수가격 중 반은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즉 경매비용이 10, 최고 매수신고가격이 400이라면, 신랑은 200을 지급하여 살림을 지킬 수 있고 그 다음부터는 전체가 신랑의 것으로 간주되므로 더 이상은 압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채권자의 몫은 경매 비용을 제외한 190이 남겠지요. 다만, 이와 같은 계산에 의하면 채권을 추심하는 입장에서는 배우자 우선매수신고가 미리 들어오는 경우에는 채권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최고가매수신고금액을 높이는 전략적 행동을 하는 수도 있습니다. ●김관기 변호사가 담당하는 ‘채무상담실’의 상담신청은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5·3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24時] (3) 서울시장-우리당 강금실

    [5·3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24時] (3) 서울시장-우리당 강금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이른바 ‘쪽방촌’을 찾은 강금실 후보는 거의 말이 없었다.‘전통’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는 인사동 뒤편 후미진 곳, 한 평 남짓한 비좁은 방에서 고달픈 몸을 누이고 사는 서민들과 눈 맞추는 일도 어려워하는 듯했다. 팍팍한 서울생활에 밀리고 밀리다 하나둘 이곳에 정착한 이들만 684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부분 독거세대다. 강 후보가 사진기자들에게 “제발 플래시 터뜨리지 말아달라.”며 양해를 구하더니 2년 전부터 이곳에 산다는 인모(58·여)씨의 집을 찾았다. 이내 무릎을 꿇더니 인씨의 손을 잡고 한참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가슴이 막막했다.”고 했다. 인씨는 강 후보에게 느닷없이 연락 끊긴 딸 자식 얘기를 꺼냈다. 그러더니 “나라에서 주는 35만 8000원이 조금만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대답 대신 라면 박스와 쌀 봉지며, 돈 생기면 땔감과 양식부터 사두어야 안심하는 ‘없는 사람’들의 살림살이 앞에 한참 동안 서 있는 강 후보. 인씨는 다시 집을 찾은 기자에게 “조그만 여자가 눈이 맑아. 정이 많은 것 같애. 나도 모르게 속얘기가 나오더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왼쪽 팔다리가 불편한 인모(79) 할아버지는 강 후보의 손에 캔 커피를 쥐어주었다. 한 달 26만원을 받는 한 일용직 노동자가 “그나마 20만원이 한 달 방세”라며 넋두리할 때는 굵은 눈물마저 보였다. 원래 쪽방촌 방문 일정은 40분으로 잡았었다. 모두 3가구를 돌아보는 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오후에 방송사 정당연설 프로그램 녹화에, 토론 준비도 해야 하는데 강 후보 일행은 자리를 뜨지 않는 강 후보를 겨우 일으켜세웠다. 된장찌개에 날달걀로 비빈 점심밥을 한술 뜨더니 강 후보는 “서울시장은 소홀히 했던 일과 사람부터 챙겨야 한다. 참여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들은 확대했지만 그 뒤론 방치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자리를 만드는 일, 고용 안정을 위한 재교육을 강조했다.“어려운 분들이 도움을 구하러 시청에 가도 담당 과가 분리돼 있어 접수조차 불편하다. 단일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그의 정치 입문을 두고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말이 돈 적이 있다.‘정체성과 포용, 통합·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하던 다짐은 지난 한 달을 거치며 어떻게 변했을까. 강 후보는 “선거란 가장 예민한 정치”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러나 “바꾸지 않겠다. 다만 기존 정치판의 언어로 나를 해석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선 “왈가왈부하기 싫다.”고 말했다. 늦은 저녁, 그의 든든한 지원자를 자청하는 시민위원회 모임에 따라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는 정책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참석한 40여명의 시민위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하더니 60대의 할아버지 한 분과 마지막 악수를 나눴다. 강 후보는 치마 정장 차림이었다. 한쪽 다리를 들더니 할아버지 뒤쪽으로 힘겹게 돌아 나갔다.‘악마와 계약’했지만 ‘정체성과 원칙으로 구원받겠다.’던 강 후보의 약속이 떠올랐다. 11일 강 후보 캠프를 다시 찾았더니 KTX 여승무원들은 점거 농성을 계속 중이다. 지난 7일 서울 신문로에서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근처로 사무실을 옮긴 뒤 강 후보측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캠프 관계자들은 여승무원과의 만남을 주저해 왔다. 강 후보는 그러나 이날 결단을 내렸다. 점심시간 여승무원들이 있는 방에 불쑥 들어가더니 “처음엔 나도 어려운 상황이라 당신들이 여기 있는 게 속상했다. 하지만 오죽하면 여기까지 와 이러겠는가 하는 맘이 들어 찾아왔다.”며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해결점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며 조카뻘 되는 승무원들을 달랬다.10여분쯤 지났을까,“차라리 자원봉사를 하면서 나를 도와주는 게 어떻겠냐.”고 강 후보가 운을 떼자 웃음소리가 넘치기도 했다. 한 여승무원은 “여러 군데서 농성했지만 해결되지 않아 선대위 사무실을 점거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강 후보는 “정부와 철도공사가 해결할 문제지만 긍정적인 결말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불상사가 없어야 한다.”고 설득했다.20여분간의 면담은 박수로 마무리됐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유학가서 임도 보고 박사도 되고

    유학가서 임도 보고 박사도 되고

    오동영(吳東英)·김찬숙(金讚淑) 두 부부박사는 정부의 해외과학자 초청「케이스」에 의해 68년 1월 귀국했다. 서독에 있을 때 보다는 수입이 적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으냐고 조용히 웃는다. 사실 부부박사는 적지 않지만 함께 외국에서 공부하고 외국에서 결혼해서 함께 돌아온 부부박사는 그리흔하지가 않을 것 같다. 이들은 그 흔하지 않은 젊은 박사들인 것이다. 남편은 농약합성의 이박(理博) 아내는 치아의 교정(橋正)박사 부인 김찬숙(金讚淑·33)씨는 치아의 교정(橋正)전문의인 치의학(齒醫學)박사다. 부군 오동영(吳東英·35)씨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의 농약합성 연구실장인 이학(理學)박사다. 함께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공부했다. 지금은 정부가 마련해 준 과학기술연구소 「아파트」에 몸담고 있다. 부군 오동영박사는 화학자다. 귀국과 함께 현재의 직책을 맡았다. 농업국가에 꼭 필요한 농약의 연구에 전념하는 귀중한 젊은 두뇌다. 한편 부인 김찬숙박사의 전공은 더 독특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사람치아의 교정 전문의사는 金박사 단 한 사람뿐이다. 치과의사이기는 하지만 치아가 아파서 진통제 등으로도 참다 참다못해 겁반 체념 반으로 환자들이 찾아 드는 그런 무서운 칫과의사는 아닌 것이다. 성한 치아를 더 곱게 꾸며주고 병을 예방해 주는 교정전문의. 말하자면 「치아의 미용수술」 전문의사다. 여자의 직업으로서는 격에 맞는 전공이 아닐 수 없다. 부군이 농업한국과 과학한국의 큰 기둥이 되는 과정에 있다. 부인은 아름다움을 그 섬세한 손으로 「창조」해 내려는 미의 사신이다. 한국서 유일한 박사님인 아내는 곧 병원차릴예정 안과 밖에서 아내와 남편-그들의 조건에 맞는 분업을 맡은 이상적인 맞벌이 「인텔리」부부다. 맞벌이라고 말해도 상관없는 것은 부인 金박사가 기왕에 배운 학문을 썩히기 아까와 오는 10월1일 서울 충무로1가에 치아교정전문의원을 개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독에서 칫과교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따고 긴 연구와 실습과정과 시험을 거쳐 외국 사람도 부러워하는 독일정부 발행 칫과교정전문의사의 자격증을 얻은 여의사의 출현은 이 부부의 보람을 위해서도 또 치아환자가 많은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치아교정이란 우리에게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분야다. 흔히 칫과라고 하면 치아를 뽑는 치료, 금니 해넣는 치료, 충치를 덮는 치료등으로 알고 있다. 교정칫과는 이렇게 되기 이전의 예방의학분야에 속한다. 간단희 말하면 아래 위의 턱이 잘못 자리잡은 주걱턱, 무우턱, 옥니, 이빨이 뻗어 웃을때 잇몸이 흉하게 많이 드러나는 것, 덧니가 많이 나타나는 것, 이빨 주위에서 피가 나는 것, 잇몸이 내려않는 풍치, 이가 고르지 못해 씹는데 장해가 있는 것등을 예방 혹은 교정해서 그 기능을 살려 주는 치의학이다. 아이낳고 살림하며 공부 즐겁고 바빴던 유학시절 그 효과는 간단히 말해서 치아를 보기 좋게 배열시켜 미용에 자신을 갖게 하고 음식을 수월하게 씹게 해 준다. 예방을 시켜 주기 때문에 金박사의 치료를 받는 사람은 이가 아파 뺨이 퉁퉁 붓는 고통을 모르고 지낼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부부박사는 두 사람이 합쳐서 양수겹장이 된다. 부군이 농약합성연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식량의 증산에 기여한다. 그러면 부인이 치아교정술로 그것을 더 잘 씹게 만들어준다. 식량생산과 음식저작(咀嚼), 소화의 일관작업을 맡고 있는 격이다. 부인은 서독에서 공부할 때는 고생도 많았다고 말한다. 양쪽의 집안이 모두 그렇게 구차한 살림은 아니었다. 이따금 학비를 보내왔다. 또 장학금도 탔다. 그렇지만 어디 자기나라 자기 집에서 학교에 다니는 생활과 꼭 같을수가 있겠느냐는 이야기. 이런 두 부부가 생긴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서울에 있을 때 이미 알고 지냈다. 吳박사는 경기고교를 졸업하고 57년에 유학길을 떠났다. 부인 金박사는 경기여고와 서울치대를 졸업하고 60년 10월 처음으로 서독「뮌서터」대학에 들어 갔다가 「걸혼하려고」 吳박사가 적을 둔 「괴팅겐」 대학으로 옮겼다. 그리고 도독(渡獨)한지 꼭 6개월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하려고 「괴팅겐」 대학으로 옮겼다는 그 말에 부인은 먼저 떠난 사람을 뒤쫓아 갔다는 뜻을 은연히 비치기도 했다. 공부와 살림살이에 아이키우기까지 도맡아야 했던 부인쪽이 더 고된 생활을 보냈다고 하지만 그들은 즐거운 부부였다고도 말한다. 부인이 회고담을 털어 놓는다. 방학때면 유럽 관광여행 유명한곳 모두 다녔지요 『「괴팅겐」지방은 나무숲이 우거진 것으로 알려져 있읍니다. 저는 쉬는 날이면 밀린 집안 일을 처리 하는데 바빴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번 쯤은 「하이킹」을 즐길 수가 있었읍니다. 저녁이면 저희들은 곧잘 「괴팅겐」시내의 「하인홀츠」공원을 산책하기도 했읍니다. 방학때면 공산권을 빼놓고 「유럽」의 자유 제국을 관광여행하기도 했읍니다. 서부 「유럽」 대륙의 수도엔 우리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읍니다. 「로렐라이」의 전설이 깃든 「라인」강의 언덕에서 감상에 젖어보기도 했고 「다뉴브」강가에서 「슈베르트」의 영혼을 더듬어 보기도 했읍니다.』 잊기어려운 유학생활의 기억이 쌓인 청춘을 보낸 듯하다. 민들레의 씨앗이 봄바람에 날려가듯 동지나해와 인도양을 넘은 「유럽」 대륙에 뚝 떨어져 서로 도우며 의지하며 공부한 한국의 이 두 부부에게는 남달리 농도 짙은 추억이 젊은 시절을 수놓고 있을 것이다. 결혼 8년6개월 사이에 자녀 넷을 보았다. 이 중 7세가 되는 장녀 순화(舜華)양을 머리로 하는 셋은 독일에서 낳아 키웠다. 나머지 한 명은 약 2주일 전에 순산했다. 공부하면서 아이 셋을 키운 학생부부이기도한 것이다. 아마 金박사가 개업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치아가 보기 흉하게 생긴 사람은 사라질것 같다. 그 말이 걸작이다. 『김포공항에 내리자 곧 다른사람의 이빨을 보았어요. 이빨들을 보기 좋게 가지런히 교정시켜 주고 싶은 사람들이 어떻게나 많은지요. 특히 어느 모로나 빈틈없는 여대생들의 이빨이 멋대로 돼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어릴 때 미리 고쳐주지 못한 어머니들을 나무라고 싶어집니다. 이빨의 아름다움, 이빨의 건강은 얼굴미용과 섭취를 위해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아니겠어요?』 [ 선데이서울 69년 9/14 제2권 37호 통권 제51호 ]
  • 儒林(594)-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0)

    儒林(594)-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0)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30) 율곡의 답안지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저 연기도 아니고 안개도 아니면서 뭉게뭉게 보기 좋게 일어나 곱게 피어올랐다가 깨끗이 흩어진다면 홀로 지극히 환한 기운을 얻어 성왕(聖王)의 상서가 되는 것이니, 그것이 곧 상서로운 구름(慶雲)인 것입니다. 참으로 백성의 재물을 넉넉하게 해주지 못하고 노여움을 푸는 덕이 없으면 이것에 이르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찌 물과 흙의 가벼운 밝은 기운이 한갓 백의창구(白衣蒼狗)가 되는 것에 견주겠습니까.” “백의창구라.” 숨을 죽이고 답안지를 읽어 내리던 정사룡은 이 부분에 이르러서 입맛을 다시며 다시 한번 자신의 무릎을 내려쳤다. ‘백의창구’는 ‘백운창구(白雲蒼狗)’라고도 불리는 고사성어로, 직역하면 ‘흰 구름이 한순간에 푸른 개로 변한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세상의 일이 급변하는 것을 비유하는 문장으로 당나라의 시인 두보(杜甫:712~770)가 친구인 시인 왕계우(王季友)를 위해 쓴 시 ‘가탄(可嘆)’에 나오는 구절에서 유래한 성어인 것이다. 두보의 벗 왕계우는 가난하였지만 학문을 열심히 하고 타고난 성품과 행실이 매우 바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부인이 어려운 살림살이를 참지 못하고 이혼하고 떠나버리자 집안 사정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왕계우를 매우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왕계우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두보는 품성이 단정한 왕계우가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것을 분하게 여기어 탄식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짓는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흰옷 같은데(天上浮雲似白衣) 잠시 푸른 개 모양으로 바뀌었네(斯須改幻爲蒼狗) 세상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은데(古往今來共一時) 인생만사에 일어나지 않는 일이 있겠는가(人生萬事無不有)” 두보의 시에 나오는 ‘백운창구’란 고사성어를 적재적소에 인용하는 답안지의 내용을 본 순간 정사룡은 다시 모골이 송연하여 중얼거렸다. “천재다. 이는 하늘이 주신 재능이다.” “어떻습니까, 대감어른.” 정사룡이 연방 신음소리를 내며 중얼거리자 옆자리에서 다른 답안지를 관별하고 있는 양응정이 넌지시 물었다. “군계일학이 아니겠나이까.” “일학(一鶴)이 아니라 국사(國士)일세.” 국사는 원래 ‘국사무쌍(國士無雙)’이란 말에서 나온 것으로 ‘나라 안에 둘도 없는 선비’를 가리키고 있는 내용이었다. 일찍이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였던 한신을 가리키던 대명사로 정사룡은 감히 그 성어를 빌려 답안지를 작성한 율곡을 ‘마땅히 온 나라가 섬겨야 할 높은 선비’로까지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 [사설] 한나라당 공천장사 두 의원뿐인가

    한나라당 김덕룡·박성범 의원이 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공천장사 의혹은 많은 국민들을 경악케 한다. 한나라당이 이례적으로 공개한 두 의원의 구체적인 비리 의혹 내용은 입에 담기 부끄러울 정도다. 왜 우리 정치권이 국민들의 혐오대상에서 못 벗어나는지 쉬이 느끼게 한다. 검은 돈으로 공천권을 따내려는 선거철 부패정치의 망령이 예외없이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냈다고 본다. 그러나 공천장사 의혹이 어찌 두 의원뿐이겠는가. 다른 몇몇 한나라당 의원이 측근 수뢰 등으로 검·경의 조사를 받고 있듯이 이번에 터진 공천장사 의혹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무엇보다 구정 평가가 좋은 현역 구청장들의 잇단 공천 탈락과 무소속 출마선언은 이같은 공천잡음의 결과물을 예고했다 할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천이 곧 당선’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특정지역에선 공천비리가 횡행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돈 보따리로 공천권을 사서 당선된 사람이라면 내 고장 살림살이보다는 쓴 돈 이상을 뽑아내는 데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겠는가 말이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선관위의 엄정한 조사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한나라당이 당 개혁을 내걸고 도입한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권의 시·도당 위임 역시 실패한 정치실험으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해당지역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들이 공천과정에 일일이 개입, 거의 사천(私薦) 수준으로 전락한 탓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두 의원의 검찰 고발로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안이한 발상을 접고 진정한 공천개혁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시·도당 위임에 따른 과도기적 문제라는 인식을 과감히 버리고 5·31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공천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기초단위의 선거 모두 정당 공천을 받게 돼 있는 선거법을 광역단위에만 공천을 허용하는 쪽으로 재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한승원 토굴살이] 꽃들의 거래

    [한승원 토굴살이] 꽃들의 거래

    마르케스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에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자식에게 돼지꼬리가 달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읽으면서 나는 신의 저주로 말미암은 퇴화를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상피(相避)라는 말이 있다.‘가까운 친척 남녀 사이에 저지른 성적 교접’을 뜻한다. 원래는 ‘서로 성관계를 피하는 사이’를 뜻한 말이었다. 그것은 부모 자식 사이, 오누이의 사이, 삼촌과 조카의 사이, 사촌이나 5촌 사이처럼 서로 당연히 성관계를 피해야 하는 사이를 말하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서 오누이의 사이에, 혹은 삼촌과 조카의 사이, 사촌이나 오촌 사이에 간음 사건이 일어나면 ‘그 집안에 피 붙었다네.’ 혹은 ‘상피가 났다네.’하고 말하곤 했다. 어떤 통계를 보니, 여성 남성 모두 철들기 이전에 상피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성관계(혹은 성폭력)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우리 선인들은 남녀칠세부동석을 강조했던 것일까. 조선조 유학자들은 본관이 같은 자들 사이의 혼례를 절대로 금했다. 왜 근친상간을 금한 것이었을까. 단순히 윤리 도덕 때문일까. 그것에 대한 해답을 프랑스의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내놓았다. 브라질 원시 부족사회로 들어가 연구한 결과 ‘거래’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 딸은 저쪽 집에 주고 저쪽의 딸을 데려온다. 세상의 모든 거래는 권력과 권력 사이의 화해의 수단이기도 하다. 사실은, 우주 자체가 거래를 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거래를 한다. 인연을 따라 생성 소멸한다는 원리도 거래 그것에 다름 아니다. 글로벌 세상 속에서의 우리 살림살이를 들여다 보자. 어디에 거래 아닌 것이 있는가. 당연히 꽃들도 거래를 한다. 꿀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하여 꽃들은 꿀과 향기를 준비한다. 벌과 나비는 꿀을 빨아가는 대신 꽃가루를 묻혀 갖고 가 다른 꽃 암술에 전달해 준다. 여기에는 확고한 철칙이 있다. 꿀벌은 꿀을 채취해 가되 절대로 꽃잎이나 암술이나 수술 그 어느 것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것. 모든 꽃들은 자기 꽃들끼리의 미묘한 거래 법칙이 또 하나 있다. 그 미묘한 거래를 위하여 암술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드높은 문턱 하나를 마련해 놓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꽃의 수술로부터 떨어지는 꽃가루가 흘러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근친상간을 방지하기 위한 턱인 것이다. 말하자면 다른 꽃의 수술을 꿀벌이나 나비를 통해 받을 뿐, 자기의 수술에서 떨어지는 꽃가루를 받지 않겠다는 절제인 것이다. 진돗개의 순수혈통을 보존하려고 근친 교배를 시키면, 짖을 줄도 모르는 천치 바보들이 50∼60%쯤 태어나는데 그들은 다 도태시켜야 한다. 사람의 경우도 근친상간으로 인해 태어난 자식들은 백치들이 많다. 예로부터 결혼은 한사코 멀고 먼 곳에 사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논리대로 한다면 국제결혼을 하면 강하고 우수한 인재가 태어날 터이다. 같은 종 가운데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혼혈종이다. 동식물의 강한 우성의 새 품종을 만들어내는 교배사들은 새로운 틔기 만들기에 골몰한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감나무의 암꽃이 다른 나무의 수술에서 꽃가루를 받지 못하고, 자기 수술의 가루를 받아 열매를 맺고, 또 그 열매에서 태어난 감나무가 그와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곤 하면 ‘고욤’처럼 작은 열매를 맺는 감나무로 퇴행하게 된다. 우주는 거래를 통해 혼혈 종을 만들어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 의지가 우주를 새로운 모양새로 바꾸곤 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혼혈아로 태어나 미국에 가서 크게 성공한 청년을 알고 있다. 순수 혈통만을 지키려 하는 것은 억지이고 자폐이다. 문화도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왕래하면서 부단히 섞이어 왔다. 틔기 문화가 강하다. 더욱 강한 틔기 문화를 창출하려면 먼저 우리 순수 문화의 혈통이 보존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순수문화와 외래문화 사이의 2대 3대 4대의 더욱 강한 틔기문화들이 창출될 수 있다.
  • [서울광장] 양극화 논쟁을 보는 눈/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양극화 논쟁을 보는 눈/우득정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이어 청와대가 국정브리핑을 통해 양극화 시리즈를 쏟아내면서 양극화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쟁점을 양극화 문제로 몰고갈 태세다. 국정브리핑은 1탄 ‘기적과 절망, 두개의 대한민국’에서 9탄 ‘시장맹신주의와 성장지상주의를 극복하자’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양극화는 과거 개발독재시대가 추구한 ‘압축성장’의 그늘이라고 진단한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카지노 경제’ 논리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약자의 목을 죄고 있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양극화의 혜택을 누려온 보수층은 대척점에서 신음하고 있는 빈곤층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힐난한다. 참여정부의 잘못된 배분정책으로 성장잠재력이 위축되고 빈곤층은 도리어 늘었다는 보수층의 공세에 대한 ‘의도된’ 역공인 셈이다. 여권은 대립과 갈등의 ‘비정한 사회’에서 상생과 협력의 ‘따뜻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양극화의 실상을 ‘폭로’하고 있다. 하지만 우선 양극화는 단어 자체가 지극히 계급이념적이고 전투적이다. 야권과 보수층이 논리에 앞서 조건반사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다. 그리고 글로벌경제에 편입된 한국을 따로 떼어내어 양극화의 수혜계층과 피해계층으로 이분화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한국이라는 외딴섬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제로섬 게임이 아닌 것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지적했듯이 양극화 심화의 직접적인 이유인 경쟁 격화는 효율적인 자본주의로 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라는 거대한 ‘블랙홀’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잃은 산업과 기술은 낙오자 대열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낙오자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 민간부문은 경쟁력을 북돋우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보호와 훈련을 통해 재활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양극화를 사전적으로 제어하겠다고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면 규제로 이어져 경쟁력 약화와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귀결된다.100m선상에서 함께 손잡고 출발해 동시에 골인하려다가는 공멸하게 되는 것이다. 국정브리핑의 지적처럼 보수층이 양극화 문제를 외면해온 탓에 현재로서는 여권의 공세가 먹혀드는 듯하다. 보수층은 선거를 앞두고 특정계층 공격을 통한 세(勢)결집 의도라며 반발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양극화의 심화는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 탓’(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이라거나 ‘성장이 분배를 개선한다’는 고답적인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최근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표를 들먹이며 ‘경기도 신통찮은데 양극화 타령만 하느냐.’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권이나 보수층은 공격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수비하기에 바쁘니 분통이 터질 노릇일 것이다. 사실 과거 같으면 야당이나 보수층은 “참여정부 3년 동안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습니까?”라고 빈정대기만 해도 절로 불만세력을 규합할 수 있었다. 상대적 박탈감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는 얘기다. 지난달 말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양극화 대토론회에 이어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여권과는 전혀 다른 분석과 처방을 내놓았다. 어차피 양극화 문제가 공론의 장으로 옮겨온 이상 접점이 모아질 때까지 치열한 논쟁이 지속됐으면 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동네 취업강좌 활짝 열렸다

    동네 취업강좌 활짝 열렸다

    “우리집에 해뜰 날이 올까.” 봄날이 성큼 다가왔지만 빠듯한 살림살이만큼은 예외다. 자녀 교육비, 생활비, 은행 대출 이자, 각종 세금…. 도무지 햇빛이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에는 동네마다 숨어 있는 취업 강좌에 눈을 돌려보자. 주민자치센터, 구민회관, 여성발전센터(서울시 지원), 여성인력개발센터(여성가족부 지원) 등에서 기술을 가르쳐주고, 해당 직종에 일자리를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교육비가 사설 학원에 비해 절반 이상 저렴해 ‘알뜰파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집안에 틀어박혀 신세한탄만 하지 말고 두 주먹을 쥐고 문을 두드리자. 문은 두드리는 사람에게 항상 열려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미아 6·7동 사랑의 도배교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몸만 건강하다면요.” 지난 3일 강북구 미아 6·7동의 주민자치센터.‘사랑의 도배교실’에 주민 10여명이 모여들었다.60대 노인부터 20대 여성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도배 강사 김경숙(57)씨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루 12만원 소득 우선 김씨는 도배의 장점으로 ‘고정 소득’을 꼽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사갈 때마다 새로 도배를 하잖아요. 봄·가을 이사철이면 일거리가 쏟아집니다. 겨울에도 너무 추워서 풀만 얼지 않으면 일할 수 있습니다.” 도배교실은 ▲기초반(4개월) ▲자격증반(4개월)으로 나뉜다. 기초반만 끝내도 건축 현장에 곧장 투입돼 하루 4만∼5만원 벌이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강사가 소개시켜 주지만, 점차 지물포·인테리어 사무실 등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다. 기술이 숙련되면 하루 12만원까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김씨는 “아파트 신축 현장 등 건축 현장의 일거리를 맡으면 한달에 25일을 고정적으로 하고, 그날그날 다른 곳의 일을 맡아도 한달에 20일 정도는 하는 편”이라면서 “개인의 사정에 따라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 조절도 자유로운 편”이라고 소개했다.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일당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사고나면 산재처리를 받을 수 있고 ▲나중에 강의도 할 수 있으며 ▲공공기관의 공사 입찰시 3명 이상이 자격증이 있다는 조건이 있어 유리하다. ●백수 면하게 해 준 ‘고마운 도배’ 지난해 6월 도배교실을 찾은 박모(45)씨는 도배로 ‘가장의 자존심’을 세웠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업이 부도가 났고, 줄곧 실업자로 가족들에게 ‘못된 아빠’였었지요. 구청 자활후견기관에서 한달에 70만원을 받으면서 집수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도배가 같은 시간을 하면서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마침 도배교실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보자마자 수강 신청을 했다. 차근차근 배워 지난해 11월 자격증까지 땄고, 자활후견기관의 일자리에 비해 2∼3배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도배는 건강하게 땀흘려 삶의 밑천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인데도 육체 노동을 경시하는 풍조 속에서 도배를 하다 그만두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면서 “도배로 돈벌어 자식들을 다 키워냈다는 ‘제자’들의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고 흐뭇해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사랑의 도배교실에는 그동안 200여명이 다녀갔다. 특히 20여명은 국가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기본 과정은 매주 월·수요일 오후 2∼5시, 국가자격증반은 화·목요일 오후 2∼3시에 열린다. 문의 (02)980-0857.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불광3동 미용 기술반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 불광3동주민자치센터는 ‘미용실’을 방불케 했다. 수강생 박현숙(35)씨는 가발의 머리카락을 몇가닥씩 롤에 감아 힘을 줬다. 일시적으로 머리카락을 곱슬거리게 하는 ‘롤 파마’를 하기 위해서다. 박씨의 옆 자리 강금숙(35)씨는 로션을 가발에 여러 차례 바른 뒤 빗으로 웨이브를 주고 있었다. 3개월 남짓 교육을 받았지만, 손놀림은 전문가 수준이다. ●“미용실, 평생직장 삼을래요” 이들은 다음달 치러질 ‘이·미용사 시험’을 앞두고 각자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고 있는 중이다. 미용사 자격증 시험 내용은 롤파마, 커트, 신부화장, 퍼머넌트 파마, 웨이브 등으로 복잡하다. 그런데도 이들이 자격증을 따려는 이유는 뭘까. 유승미(32)씨는 미용실을 운영하는 시어머니의 ‘가업’을 잇기 위해 배우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 머리를 땋아주거나 묶어주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당장 창업하기는 어렵지만 시어머니 미용실에서 열심히 훈련받아 어엿한 헤어디자이너가 될 겁니다. 미용실은 한 번 차려놓으면 ‘평생 직장’이잖아요.” 전업주부인 박현숙(35)씨 역시 비슷한 이유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집에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특히 요즘은 맞벌이를 하는 추세여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배우기로 했습니다.” 이들 외에도 ‘미용실에 가도 내가 원하는 머리 모양이 안 나와서 답답한 나머지 직접 배워본다.’거나,‘주변 사람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면서 대화도 나누고 머리 깎는 비용도 아끼겠다.’는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시간도 절약, 비용도 절약 미용 기술을 배우는 사연이야 어찌됐든 수강생들은 자치센터 강좌에 대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3개월 기초반을 기준으로 시중 미용학원의 경우 90만원 이상은 들지만, 이곳에서는 절반에도 못미친다. 가발·미용도구 등 재료비 40만원은 시중 학원이나 자치센터나 비슷하지만 수강료에서 차이가 난다. 시중 학원의 수강료는 50만원이지만, 주민자치센터의 수강료는 3만원이다. 또 동네에 있는 주민자치센터의 특성 때문에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격증을 따면 ‘연구반’ 과정에서 실습을 통해 경험을 더 쌓은 뒤 실전에 나가게 된다. 대부분 창업이 아닌 취업을 선택하며, 미용실 보조(스태프·중상) 등을 거쳐 헤어 디자이너가 된다. 보조가 되면 월 60만∼90만원을 번다. 조혜숙(55) 강사는 “오랜 불황 탓에 미용실이 예전만큼은 못하겠지만 자라나는 머리카락은 자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용업은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직종”이라면서 “경기(景氣)보다도 본인이 유행에 맞춰 미용 기술을 어느 정도 연마해 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공·사단체 프로그램 한눈에 ‘여성발전센터·여성인력개발센터·구민회관·주민자치센터….’ 여성 교육기관들이 너무 많아 헷갈릴 수도 있다. 재단법인 서울여성이 운영하는 ‘서울여성교육포털(www.swedu.or.kr)’에 들어가면 각종 여성 교육 프로그램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사설 단체에서 마련한 강좌까지 검색된다. 포털은 특히 여성발전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좋은 프로그램을 선정하기도 한다. 이달의 프로그램 가운데 ‘포토샵-초보자 탈출하기(중부발전센터)’는 홈페이지를 색다르게 꾸미거나 쇼핑몰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병원코디네이터 자격증반(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은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부터 병원비 수납·진료계획·병원홍보 등 병원 운영의 기초를 가르쳐준다.‘비즈공예 강사반(북부여성발전센터)’에서는 구슬을 이용해 액세서리를 만드는 법을 배워 각 주민자치센터 강사, 초등생 특기적성 교육 강사 등으로 나설 기회를 마련해 준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5·끝) 에필로그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5·끝) 에필로그

    봄볕속에 하얀목련이 피었다. 하얀목련의 젖무덤 꽃망울속에 생명 존재의 향기가 피어난다. 너무도 신비롭고 고귀하기만 한 존재의 향기속에서 우리 삶의 온갖 애환과 연민을 맛본다. 노란병아리 솜털처럼 돋아나는 차싹속에 온 우주를 깨어나게 하는 봄향기가 묻어나고 있다. 그 설레이며 기쁜 봄속을 떠받치고 있는 차나무속에 수선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금잔옥대(金盞玉臺), 제주도 모슬포 대정에 귀양간 추사가 그 작고 초라한 우거에서 한묶음 피어난 수선화를 보고 울었다는 그 꽃이다. 제주도에서 일지암으로 시집을 온 금잔옥대가 3년 만에 그 활짝 웃는 얼굴을 내보인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자연의 질서와 환경이라는 것이. 그 생명의 위대함에 절로 눈물이 난다. 우리는 이같은 자연의 흐름에 역행해 살고 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고, 우주의 생명과 리듬을 뒤틀고 행복을 추구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속도의 포로가 되어 욕망의 포로, 즉 매달림의 포로가 되어 살아가는 삶의 끝은 허무와 허우적거림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같은 삶의 종착점에 대해 고민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연의 질서와 사회의 질서가 파괴되며 인간의 근본적인 이성이 상실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차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같은 이성의 회복에 있다.18세기 초의·추사·정약용 등 당시대의 최고 지식인들이 차를 마시며 새로운 시대 변혁의 역사를 도모했던 것처럼 차를 통해 이시대의 정신성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차의 새로운 길인 것이다. 우리 차는 이제 막 발아단계를 벗어나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각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먼저 차의 역사성 복원이다. 우리는 차에 대한 역사성의 복원에 서둘러야 한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이어오면서 우리곁에 자리했던 차문화의 복원은 매우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자료를 복원하기 위한 관련 전문가의 육성은 기본이다. 그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차학회다. 열악한 조건과 환경 그리고 인력의 어려움 속에서도 차학회는 꾸준히 세미나를 개최하며 한국차의 역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역사에서 차는 어둠속 깊은 창고에 갇혀 있었다. 먼지를 털어내고 빛을 쪼여주기 위해서는 과학적 세밀함과 학문적 규명작업이 서서히 이루어져야 한다. 인물사, 사상사, 문화사, 제다사, 그리고 육종사등 각 분야별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같은 접근은 차가 단순한 전통문화라는 당위성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서 자리잡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관련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에 여러 대학에서 차학과가 신설돼 정식학과 과목으로 강의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그런 대학들에도 관련 전문가가 없어서 애를 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사람의 전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예산이 투여되어야 한다. 향후 한국차를 위해 각 대학이나 관련단체들의 관심과 배려가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다도철학이다. 우리는 곳곳에서 다도, 이른바 차의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행다 즉 차의 행위에 국한된 것이다. 물론 그속에 차의 철학이 깃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행다속에 깃든 차의 철학적 요소들은 아직 우리에게 모호한 상징적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그같은 다도철학은 마치 차가 일상에서 편하게 마시는 것이 아닌, 번잡한 일상사를 벗어나 먼 산속에서 고고하게 마시는 고급문화로 인식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같은 인식은 일반대중들의 접근을 막을 뿐만 아니라 차를 차인들이라는 틀속에 고정시키는 폐해를 낳기도 한다. 다음은 육종의 문제다. 우리는 몇해 전 우리의 전통차는 야생차에 있다고 말하는 주장을 듣기도 했다. 현재 우리 차밭에 있는 대부분의 차들이 전통차가 아니라 일본에서 들여온 품종인 일본차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같은 주장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육종학에서 보면 모든 식물들은 여러 가지 교배를 통해 새로운 품종을 탄생시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점에서 야생차는 우리의 전통차라는 당위성은 있지만 그것이 곧 우리차의 전부라는 사실은 맞지 않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하는 것은 하나의 산업으로서 생산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이 그러하듯이 늘 우수한 품종이 탄생해 그 사회뿐만 아니라 종족들을 이끌어간다. 차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육종학을 통해 좀더 우수한 차나무가 끝없이 개발 보급되어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 타이완은 이를 위해 수없이 많은 자본과 전문가들을 투입, 새로운 육종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그같은 새로운 육종실험의 결과 획기적인 차나무 교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한사람의 차인으로서, 한사람의 차농사꾼으로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육종을 통해 탄생한 차나무는 수확뿐만 아니라 차맛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그 잠재적 시장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차가 단순한 가내수공업을 통해 몇 사람만 나누어 마시는 것이라면 이같은 관점이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는 이제 세계적으로 농업산업의 한축으로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 일본을 비롯한 차 생산국들은 산업적 측면 즉 무역적인 측면에서 세계시장을 겨냥해 장단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차의 소비량은 2003년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소비량이 40g이었으나 2004년에는 90g으로 늘어났다.2006년 현재 그 소비량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모르지만 불과 1년사이에 배로 늘어난 것을 볼때 이미 차는 우리나라에서도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한해 차 생산량은 약 3800t이다. 그러나 수입도 만만치 않다. 약 3000t가량이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대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수입하는 차는 대부분 티백시장으로 대표되고 있으며 한국 차생산자들의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로 자라나고 있다. 우리나라 차 시장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6000억원, 일본의 경우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중국은 그 규모를 환산하기 힘들 만큼 거대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차 생산을 위한 새로운 육종은 우리차 생산에 결정적인 영향를 미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들여다볼 때 차는 전남 경남지역 등지에서 농가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분야로 주목받을 만하다. 국가차원에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시장가치로 발돋움하고 있는 차에 대해 국가의 지원과 관심은 절실한 문제 중 하나다. 대체농업으로서 차는 그 무한한 가치와 생산성을 잠재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다에 있어서의 변화도 필요하다. 현재 전통차시장은 약 5%정도다. 이는 차농가들이 제다에 있어서 전통차생산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의 제다에 있어서 새로운 방향성에 눈을 떠야 하는 것이다. 최근 한 신문에 녹차샐러드가 개발되어 미식가들의 각광을 받는 것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었다. 유럽에서 개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차 샐러드는 차상품의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돼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제다에 대한 관심도 변해야 한다. 차상품의 영역이 녹차요구르트, 녹차아이스크림 등 웰빙산업과 맞물린 제다의 변화가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그것은 향후 차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논의하고 각성할 것은 차인들의 화해와 상생을 통한 차문화의 발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천개의 차 모임이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각 차인들간뿐만 아니라 차인회들간 불화와 반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같은 현실을 보며 차에 관심이 있는 일반대중들은 “차인들이 왜그래?”라는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차계의 현실이다. 차의 근본정신을 망각한 불신과 반목이 우리 차문화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현실을 타계하는 것 역시 차인들의 몫이다. 차의 근본정신은 화합과 상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화합과 상생을 통한 차인들의 결합은 한국 차문화의 발전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것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차인들은 차를 처음 대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신을 통해 이땅에 건강한 차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헌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차문화에 대한 미래는 매우 밝고 넓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도 긴 역사속에서 향기와 자취를 잃지 않고 우리곁을 지켜온 것이 바로 우리의 차였기 때문이다. <일지암 암주> ■ 연재를 끝내며 차이야기를 쓰는 동안 여러 사람으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차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써달라는 주문과 격려였다. 사실 그동안 다인들은 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차에 관심이 있거나 입문을 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차에 대해 더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가까이 할 만한 이야깃거리들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연재는 그런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사회에서 차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써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지만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대체농업산업으로써 각 분야에 응용되고 접목되고 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문화적인 가치와 내용을 동반해야 한다. 오늘의 한국차를 이끌었던 선배다인들은 각 분야에 일가를 이룬 분들이었다. 의재 허백련, 효당 최범술, 응송스님, 금당 최규용선생, 창선 한웅빈선생, 명원 김미희, 예용해, 청남 오제봉, 토우 김종희, 청사 안광석선생 등은 차가 한국문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매개체였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웠다. 그분들은 차를 알게 하고 차의 효용성과 그 정신성에 주목했다. 우리에게 잃어버린 차의 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선배다인들이 뿌린 씨앗은 지금 이땅에 발아를 하고 있다. 우리의 삶 이곳 저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아직 그같은 확대와 팽창을 담아낼 콘텐츠를 갖고있지 못하다. 차의 묘목, 차의 제다, 차의 문화성, 차의 사상성과 철학성 등 전분야에서 우리는 이제 막 그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차인들에게 나침반도 지도도 없다. 누군가 앞장을 서서 그같은 지도를 그리고 이끌어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초의스님이 주석하며 잃어버린 한국차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일지암의 암주로서 차에 대한 사명감은 막중하기 이를데 없다. 초의스님은 차를 통해 당시대의 삶과 문화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냈다. 그리고 그속에서 우리차의 생명과 살림살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우리에게 각인시켜주었다. 그런 점에서 일지암은 우리차 역사의 한복판에서 역사성과 사회성 그리고 창조성을 발휘해야 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막 발아된 씨앗에 무슨 얼굴과 내용이 있겠는가. 아주 조심스럽게 사랑하며 그 씨앗이 잘자라서 아름다운 얼굴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소를 듬뿍듬뿍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차에 대한 최소한의 심평기준을 세우기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차품평대회, 반도의 끝머리 해남에서 지역차생산공동체인 남천다회와 함께 가꾸는 다원, 그리고 차 잡지에 연재하고 있는 차의 현대사 이야기들, 한발짝 더 나아가 국제규모의 문화대전에 손과 발을 내미는 것은 초의스님과 선배다인들의 다맥과 정신사를 이어가는 초석이 되기 위함이다. 이른 새벽 일지암 유천의 수곽소리에 잠을 깨어 한잔의 맑은 청수를 초의스님 영정에 올리는 다례의식에는 우리차의 정신성과 합리성을 통해 이땅의 다인들뿐만 아니라 중생들의 아픈 삶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배어있다. 수없이 들려오는 소리들, 그리고 그속에 들어있는 아픈 생채기들이 이땅의 차인들속에 깊이 배어있다. 그같은 아픔속에서도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나가는 것은 이시대를 살아가는 한사람의 승려로서, 다인으로서 차의 성지 일지암을 지키는 지킴이로서 할 수 있는 작은 소명의식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할 수만 있다면 이땅의 중생들 곁으로 차가 다가갈 수 있도록 기꺼운 마음으로 헌신하리라.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4) 한국의 다도철학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4) 한국의 다도철학

    해가 길어졌다. 꽃피는 3월 버들가지에도 봄이 오고 새들이 맑은소리로 미친듯이 여기저기서 울어댄다. 차밭의 묵은 풀들을 정리하는 일에 흥이 돋는다. 해가 뉘엿뉘엿 산봉우리를 돌아 집으로 돌아간다. 푸르디 푸른 봄 하늘은 마치 뜬구름이 사라진 허공처럼 무량한 넓이를 보여준다. 삶이란, 차인의 길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삶과 차, 삶과 차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차의 길이라는 것이 새삼 세월속에서 묻어난다. 서산 청허 스님은 그같은 차인의 삶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금생의 한길로 다닌 지 벌써 몇 년이며/현기를 헤아리는가 후도생(後道生)아/산 밖에서 인간 세상의 변화를 알지 못하고/베갯머리가에서 시냇물 소리를 듣네/꽃 밟고 돌아오는 길 봄 구름이 습하고/계수나무로 차 달이는데 저녁노을이 맑다/숲의 학과 야생 고라니가 서로 믿으니 이미 후덕한데/붉은 문에 하필 수놓은 옷이 빛나겠는가” 참으로 소박한 차의 살림살이가 묻어난다. 저녁노을을 벗삼아 계수나무로 달여먹는 차는 얼마나 풍요롭고 또 풍요롭겠는가. 사람들은 이같은 차의 미학을 음풍농월의 단절적인 삶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한폭의 수묵화 같은 차의 살림살이는 단지 삶의 멋을 부리기 위한 겉치장이 아니다. 관념과 현실을 투과한 깨달음의 삶속에서 펼쳐지는 우주적인 삶은 곧 현실일 수 있으며 충만한 내면의 동화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차를 접하며 가장 많이 듣는 것은 바로 ‘다도(茶道)’라는 말이다. 조금 풀어서 해석한다면 차의 길 즉 차의 정신성과 물신성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는 말이라고 본다.‘다도’는 크게 2가지 뜻을 지닌다. 먼저 차를 다루고 끓이고 마시는 바른 방법이다. 이같은 것은 무척 현상적인 것으로 차를 다루고 끓여내는 모든 행위를 원만자적하게 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하나는 위에서 지적했듯이 정신성의 획득이다. 차 즉 다법을 통해 얻어지는 내면의 깨달음이다. 옛 성인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모든 것은 하나의 길로 통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차의 내외적인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진리의 당체를 얻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성인 초의 스님이 처음으로 ‘다도’라는 말을 언급했다. 초의 스님은 “다도를 설명하기 위해서 동다송을 썼다. 조주풍의 다도가 없어져버려 알지 못하므로 다신전을 쓴다.”고 말씀했다. 초의 스님은 또 김명희에게 “수체(水體)와 다신(茶神)이 열리어 정기가 들어오니 곧 대도를 이루게 된다.”고 했다. 초의 스님은 올바른 다법 안에는 차의 물신성과 정신성을 동시에 투과해야 한다는 다도론을 넌지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도철학을 도대체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 것인가. 다도철학이란 차를 다루고 끓이고 마시는 일에서 자연과 인간의 삶을 깨닫게 되는 진리나 이념의 총체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도철학은 단순한 차를 벗어나 당시대를 함께 관통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사상과 연관을 가지며 그것은 다도사상 다도정신 다인정신 다도관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갖는 것이다. 우리의 다도사상은 ‘정(正)’과 ‘중(中)’으로 요약할 수 있다.‘정’과 ‘중’은 불·유·선 등 우리선조들의 정신적 사상사적 철학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보편적인 개념이다.‘정’과 ‘중’의 개념을 고전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먼저 유가에서는 ‘정’을 통한 ‘중’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정’은 무사(無邪)이며 본래의 ‘성(性)’이자 진리이다. 이에 반해 ‘중’은 중용이고 화(和)이다. 이것을 불교에서 보면 ‘정’은 팔정도며,‘중’은 ‘중도’다. 이것을 도가적으로 본다면 ‘정’은 심재와 전일이며,‘중’은 망형일 수 있다. 정과 중은 다사(茶事)와 행다례의 원리가 된다. 포법에 있어서 ‘정’은 정갈한 차, 깨끗한 차를 알맞은 분량으로 열을 제대로 익혀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을 뜻한다.‘중’은 이러한 중요한 요소들이 서로 어울려 본래의 모습으로 탄생하게 하는 역동적인 관계를 ‘기’와 시간으로 잘 다스려 조화롭게 그 내용을 얻는 것이다. 행다례에서 ‘정’은 올바른 자세이며 ‘중’은 온화한 부드러움이다. 찻자리에서 ‘정’은 차를 접대하는 팽주인 주인과, 손님의 기본 예의범절이며,‘중’은 깍듯하고 예의범절을 지키나 조금은 여유가 있는 상대적인 예절을 뜻한다. 한발짝 더 나아간다면 찻자리부터 차를 우려내는 것까지 주인의 빈틈없는 세밀한 정성이 ‘정’이 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접대받는 손님이 주인과 하나가 되어 온화하고 편안한 마음이 되는 것이 ‘중’에 해당된다. ‘정’과 ‘중’은 또한 차실 등 찻자리를 꾸밀 때 기준이 되는 중요한 미의식이기도 하다. 먼저 다실이다. 다실에 있어서 ‘정’은 자연과 일체가 되어 있는, 아니면 현대인들의 삶속에 녹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라야 한다.‘중’은 편안하게 손님을 맞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차 핵심인 다완을 만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최고의 ‘다완’으로 불리는 ‘이도다완’은 먼저 다구를 쓰는 사람이 쓰기에 편하고 개성이 있게 만들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을 닮은 것처럼 넓고 담백한 의연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다완에서 ‘정’은 자연을 닮은 담백함이요,‘중’은 다구가 쓰기에 편하나 개성이 있다는 점이다. 다도에서 ‘정’과 ‘중’은 한발짝 더 나아가 차인의 사회 문화, 윤리적인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것은 어쩌면 현대 차인들의 삶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차인의 사회 문화적인 삶속에서 ‘정’은 자신의 실체를 거짓없이 있는 대로 꿰뚫어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만큼 내적 성찰이 이루어졌으며 그에 맞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안분자족’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자신이 지닌 능력의 최상과 최하가 어디에 있음을 알고 삶을 열심히 영위해갈 수 있는 성실한 노력이다. 차인의 삶속에서 ‘중’은 부족한 자신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인 ‘자비’다. 차에는 또한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영위할 수 있는 실천적인 철학이 숨겨져 있다. 먼저 차는 사회적 구조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해준다. 분노도 탐욕도 모두 생각에서 나온다. 꾸준한 음다생활을 통해 가벼운 살림살이로 급진전하고 있는 자신의 살림살이를 깊고 넓게 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성하는 삶이 매우 중요하다.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그릇된 점을 깨달아가는 것을 공부라고 했다. 또한 옛 다인인 목은 이색은 자신의 차실에 가만히 정좌해 하루생활을 반성하는 차생활을 하며 탐욕에 물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차는 또 현대인들의 가장 큰 적이라고 부르는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다. 옛 차인들은 차의 고유한 기능중 한가운데에 근심을 없애는 것을 들었다. 음다는 신체의 오관을 즐겁게 해준다. 코로는 향기를 맡고 혀로는 맛을 보고, 눈으로는 찻물과 차싹과 다구를 보며, 손으로는 따스한 찻잔의 촉감을 느끼고, 귀로는 찻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 지금은 그같은 호사를 누릴 수 없지만 땔나무를 사용했던 옛 차인들은 찻물 끓는 소리를 유난히 사랑했다. 찻물 끓는 소리를 소나무에 스치는 바람, 비오는 소리, 봄 강물소리 등 천지만물을 그대로 보듬어안는 자연의 소리로 들으며 사랑했다. 뿐만 아니다. 물은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물을 대하는 인간은 가장 편안하게 그것을 흡수한다. 그같은 물의 친연성은 정신적 신체적 긴장을 이완함으로써 뇌파를 쉽게 안정시켜 일상생활의 안정화를 가져다준다. 우리 주변에 중요한 일을 앞두거나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꼭 차를 먹는 습관을 지닌 다인들이 많다는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차생활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정신건강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음다생활은 또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간 대화의 통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현대인들의 주요한 삶의 문화적 터전은 가상공간에 있는 가상현실이다. 가상의 공간은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보다는 지극히 개별화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비인간화의 길을 걷게 하는 ‘쿨 컬처’ 즉 차가운 문화로 상징된다. 차는 이같은 차가운 문화를 훈훈한 문화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한다. 차를 함께 마시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본원적인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차를 끓여 마시는 과정에서 굳었던 감정들은 서서히 풀릴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조건마저 형성되기 때문이다. 차는 가족과 가족, 조직과 조직, 더 나아가 인간과 신이 영혼을 나눌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차는 또 인간과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예의를 갖출 수 있는 기본자세를 만든다. 음다생활은 인내심과 질서를 갖춘 예의바른 행동에서 시작하고 끝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차는 젊을 때뿐만 아니라 중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신체를 가꿀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물의 진리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게 되는 우주적인 눈을 갖추게 한다는 점에서 삶의 실천철학으로서도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대흥사 제11대 종사인 함월 해원선사는 차가 가진 삶의 실천철학을 이렇게 시로 노래하고 있다. “갑술년 봄 온갖 꽃 감상하는데/청암스님은 회를 돕느라 사무가 번다하네/편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어 걱정스럽더니/다행히 직접 만나니 즐거움이 끝이 없네/쌍계의 물 가득하니 선차(仙茶)로 족하고/칠불의 바람 불어와 손님의 흥을 더하네/멀리 낙동강 향해 돌아가야 하나니/헤어짐에 이르러 뜻이 어떠한가 묻지 마라.” <일지암 암주> ■ 中·日의 다도철학 중국에서 다도란 말에 대한 기록은 8세기말 당나라 사람 봉연이 썼다. 봉연은 그의 글에서 “이로부터 다도가 크게 성행했다.”고 적고 있다. 그 후 ‘다록’을 썼던 장원이 그의 저서에서 “차를 정성들여 만들고 건조하게 저장하며 깨끗하게 우리면 다도를 다한 것이다.”고 차를 다루는 법에 대한 다도를 적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다도정신의 근원은 육우가 쓴 ‘다경’에서부터 비롯됐다. 육우는 다도의 근원을 ‘검덕’으로 보고 그것을 숭상해야 한다고 했다. 북송의 휘종황제는 ‘대관다론’에서 “청(淸)·화(和)·정(靜)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중국의 다도정신은 ‘검(儉)·청·화·정’으로 집약된다.‘검’은 검소,‘청’은 청렴결백,‘화’는 화목,‘정’은 고요한 경지를 의미한다. 근대의 차인인 장만방은 “중국의 다덕은 염(廉)·미(美)·화(和)·경(敬)이다. 염은 맑은 차를 마심으로써 청렴하고 근검하게 하며, 미는 명품차에서 아름다운 맛과 향기를 음미하며 우정을 서로 나누고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수 있다. 화는 다례를 중시하는 덕을 지녀 화합하고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경은 남을 존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다른 사람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정갈한 다기와 좋은 물을 쓴다는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의 다도철학은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투철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차’는 곧 ‘도’요 정신이며 삶으로까지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다도는 철학적 의미가 매우 깊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다도철학은 앞서 살펴봤지만 ‘와비’정신이 그 핵심이다. 와비는 원래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허전함’‘은자의 생활철학’등에서 보여지듯 인간의 삶속에 근원적으로 투영된, 완전한 탐욕을 벗어난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한다. ‘달님도 구름 사이가 아니라면 싫습니다.’고 했던 센리휴의 말은 이같은 와비정신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와비사상은 또 다구를 평가하는 기준에서도 볼 수 있다. 와비차에 어울리는 차그릇들은 완전한 상태의 차그릇에 손질을 가해 불완전하고 불균형적인 ‘초(草)’의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센리휴는 다실에 놓인 멀쩡한 꽃병 귀를 한쪽만 망치로 떼어냈다고 한다. 이같은 와비정신은 다회에서 내놓은 식사에서도 드러난다. 밥 한 그릇에 반찬 두세 가지, 가벼운 술 등 간단하고 소박한 식사가 기본이었다. 일본의 다도는 센리휴의 사규(四規)로 압축된다. ‘화·경·청·적’이 그것이다.‘화’란 찻자리에 참석한 사람들과 주인이 하나가 되는 것이고, 경은 주인과 손님 모두가 각기 불성을 지닌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청’은 물질적 정신적인 욕심을 떨쳐낸 맑은 마음을 통해 자유롭게 되는 것이며,‘적’은 공간적 고요함과 그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열반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 위에서 살폈듯 중국과 일본 등도 차에 대한 형식과 내용을 벗어나 국가와 개인의 삶의 철학으로서 ‘차’의 길을 가꾸어왔음을 알 수 있다.
  • 지자체 의원급여 ‘눈치작전’ 극심

    지자체 의원급여 ‘눈치작전’ 극심

    기초의원 급여 책정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지자체 살림살이를 감안하면 낮게 잡고 싶지만 의원들의 눈치가 보이고, 높게 책정하자니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올해부터 기초의원 유급화가 결정됐지만 3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급여수준을 결정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물론 급여수준이 결정되면 소급해 적용된다. 의원들은 목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지자체들은 ‘총대 메는 것’을 극도로 꺼려 한다. 먼저 급여수준을 결정할 경우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지자체가 먼저 급여수준을 결정하기 만을 고대하고 있다. 먼저 결정한 지자체의 급여수준을 ‘기준’ 삼아 따라가면 핑곗거리가 되고, 이 경우 안팎의 비난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도 급여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몇 차례 회의를 하는 등 논의를 하고 있지만 결론은 내지 못하고 있다. 오는 4월 시의회가 열릴 예정인 만큼 그 때까지는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다른 지자체나 기초지자체가 서울시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게 책정하면 시민들은 물론 다른 지자체의 비난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낮게 책정하면 ‘시의회 경시’라며 의회의 반발을 살 수도 있어 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들이 내부적으로 급여수준을 정해놓고도 다른 지자체의 눈치를 보느라 발표를 꺼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여수준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의 입장은 엇갈린다. 한때 광역의회는 부단체장 수준의 급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서울시 등 광역자치단체는 고참과장과 국장 사이의 선에서 급여수준을 정하는 것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급여 역시 정기적으로 인상을 하는 만큼 초기부터 너무 많게 잡으면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 광역 7000만원·기초 5000만원 안팎 될듯 양측의 간극이 이처럼 커지자 각종 공청회나 의정비 심의위에서 제시된 안이 광역의 경우 고참 국장급 급여수준이다. 서울시는 대략 6000만∼7000만원선이다. 부시장급의 경우 8000만원선이다. 구의회의 경우 국장급(서기관)은 5000만원선이다. 따라서 서울의 경우 광역은 7000만원 안팎, 기초의원은 5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도권이나 지방의 경우 재정여건이 서로 다른 만큼 재정자립도에 따라 급여수준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 급여수준이 서로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33)민간신앙과 차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33)민간신앙과 차

    새벽예불을 끝내고 툇마루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던 흰장갑과 밀짚모자를 눌러쓴다. 싱그러운 햇차를 준비하기 위해 겨울을 이겨낸 차밭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삽과 괭이를 들고 차밭을 정리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젊은 노동력이 떠나버린 시골에서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다행히도 일지암 차밭은 그리 크지 않아 혼자의 운력으로 가능하다. 차밭에는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와 이곳저곳 씨앗을 뿌려놓고 북상을 준비하고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냉이 등 봄나물들은 고단한 운력의 또다른 수확물 중 하나다. 아지랑이 바람결에 매화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앙상하니 가시만 돋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토실토실 맺혀 있던 새빨간 꽃망울들이 순서도 없이 중간중간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천리향인가 바람을 타고 햇살을 이고 산하대지에 골고루 그 향기를 뿌리며 봄이 지나가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온우주가 자궁이란 말이 실감난다. 차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차는 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차 살림살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차의 형식은 있고 그 정신적 내용은 빠진 빈 알맹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초의스님을 비롯한 옛 차인들이 차를 도라고 했던 것은 바로 일상에서 완전한 삶의 행위로 간단없이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씩 차인들의 찻자리에 초대받으면 금방 알수 있다. 여기저기 제자리에 있지 않은 차도구들, 정결하게 준비되지 않은 청수들…. 그 찻자리는 청향보다 수다스러움과 번잡함이 넘쳐난다. 마음속에서 작은 실망들이 저절로 우러난다. 우선 찻자리는 상큼하고 청량해야 한다. 찻상과 차도구들을 깨끗이 씻어내고 먼저 찻자리까지 정리해야 한다. 그러면 일단 그 찻자리는 청량함과 신선함이 넘쳐난다. 그런 다음 물을 준비하고 물을 끓이고 차를 마시고 난 뒤의 뒤처리까지가 마치 물흐르듯 빈틈 없고 완만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차의 도인 것이다. 그같은 차의 살림살이는 바로 일상의 삶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옛 차인들은 바로 차의 일상을 살림살이와 함께 여여하게 가꾼 것이다. 우리의 차는 매우 그 역사가 깊다. 그리고 그 차의 역사 역시 일반 민중들의 삶속에 깊이 투영되어 함께 해왔다는 점이 간과되어 왔다. 차는 역사속에서 민중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면면히 이어져 왔다. 차가 일반 민중들의 음료로서 애용되었다는 것은 지금의 찻집같은 곳이 고려시대에도 존재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고려시대 찻집의 이름은 ‘다점’이었다.‘다점’에는 누구나 다 드나들 수 있었다. 조선시대까지 차는 일반민중들이 애용하는 음료 중 하나였다. 그것을 입증하는 민요사료들이 많이 남아 있다. “문수동에 문수동자/화개동천 차객들아/쌍계사의 대중들아/이 차 한잔 들으소서”라는 민요를 보면 화개동천에는 많은 차인들이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의 화개동천은 전통적인 차 주산지로서, 차가 일상에서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다른 민요를 살펴보자.“여보소 작설한잔 하는 재미 들어보소. 우리 사람은 서로 인연 따른 재미로 사네.”라든가,“작설 한잔 마시면서 내 간장을 달래보세.”“엄살많은 시애비는 작설 올려 효도하고”“동지섣달 긴긴 밤에 작설 없어 못살겠네.”라는 등의 민요에서 살펴지듯 작설차는 일상의 적요로운 삶을 달래는 친근한 민중음료였다. 또하나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그 민요속에 차가 가지는 정신적인 측면이 깊이 박혀 있다는 점이다. 잠 안오는 긴긴 동지섣달에 차를 마시는 것이며, 구박하는 시애비의 마음을 달래는 것 등 차에는 사람의 고단한 마음을 달래는 정신적인 측면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민요도 있다.“에헤야 대헤야 우리 인생 작설로 풀어보세”를 볼 때 차는 지친 우리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는 역할을 했다. 차는 우선 약용으로 쓰였다. 차를 생산하거나 차가 재배되는 곳의 민중들은 차를 찧어 발효시켜 메주처럼 처마밑에 차를 매달아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엽전이나 수레바퀴모양의 이른바 ‘떡차’로 불리는 처마 밑 차는 두통약 뱃병약 소화제 해독제 등 만병통치약으로 널리 쓰였다. 구급상비약이었던 ‘떡차’는 차를 마시건 마시지 않는 사람이건 긴 실줄같은 끈을 사용해 처마밑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반민중들이 애용했던 차는 대부분 발효차인 ‘떡차’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일반민중들은 당시 차를 따로 보관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실 수 있는 다구들도 태부족하거나 아예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반민중들은 차를 쉽게 마실 수 있기 위해서 평소 부뚜막에서 물을 끓이듯 마실 수 있는 차를 애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차를 마시고 싶을 때 처마밑에 걸어둔 차를 한조각 빼어다가 구리솥이나 돌솥 가마솥같은 곳에 넣어 끓여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전되는 차 민요를 통해 일반 선비들에게는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었음도 알 수 있다. “님은 님은 품에 자고/새는 새는 나무에 자고/우리님은 어디 잘고/새 혀 닮은 작설 잎은/선비품에 잠을 자네.”라며 차가 공부를 하는 선비의 곁을 지키는 도우미 같다는 것을 담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된 또다른 민요도 있다. 성스럽고 신령스러운 차약을 먹고 장원급제를 간절히 비는 민요가 그것이다. “둥개 둥개 두둥개야/금자동아 은자동아/천리 금천 내새끼야/영축산록 차약일새/좀티 없이 자라나서/한양가서 장원급제/이 낭자의 소원일세/비나이다 비나이다/부처님전에 비나이다.” 차가 공부를 잘해 장원급제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를 지니고 차를 마시며 공부를 하면 틀림없이 장원할 수 있다는 간절한 염원을 차에 담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차는 또 일반민중들에게 기복을 염원하는 매개처였다. 차는 그런 점에서 민중들에게 가장 중요한 제물이었다. 신령스럽고 고귀한 차를 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믿고 그 차를 올리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산이나 용신제에도 차는 쓰였다. 옛사람들은 바다 연못 등 물속에 깃들어 있는 용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속에서 죽어간 고혼들을 위해 수륙재를 지낼 때나 또는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용왕에게 수륙재를 지냈다. 그와 관련해 불교의 (범음집)에는 감로다를 올리며 소원을 비는 다게가 있다. “이제 감로다를 가지고/용왕님들께 올리나니/간절한 마음 살피시어/부디 받아주소서” 이와 관련해 (범음집)에는 “용궁에 가득차 있는 설산의 향유(차)가 있어, 용신이 그 차를 좋아한다.”고 적혀 있다. 용왕에게 올린 차는 바다나 못에 뿌렸다. 차는 또 농사의 풍작과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가신’(家神)에게 비는 고사에도 쓰였다. 제주도에서는 정월이나 2월 중에 고사를 지낼 때 제물로 밥 떡 쌀 식혜 다완 무명을 올렸다. 여기서 다완은 차를 담는 그릇이고 그릇에 담긴 것은 차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무녀의 고사 축원문에는 ‘찻잎을 찐 시루를 큰 다완에 담아 젯상에 올렸다’는 말이 나온다. 또한 무속인들은 대부분 고사를 지낼 때 차를 큰 사발에 담아올린다는 축원문이 다수 전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사는 집안에 행운이 오고 액운을 아달라고 비는 것으로, 차는 척사의 중요한 제물로 이용되었음을 알수 있다. 고려 조선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던 솜의 원료인 잠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도 다례를 했다. 세종때 (사시찬요)에는 “잠신제사는 음력 1월15일에 지내는데 누에 칠 여인이 제주가 되어 향과 음식과 떡을 갖추며 술을 쓰지 않고 차를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삼신 산신 토속신에게도 헌다를 했다. 여기에서 삼신은 환인이나 단군 또는 산신 마을을 지키는 토속신이기도 하다. 민중들은 마을을 수호하는 이들에게 차를 달여 올리고 번영과 행복을 기원하는 소원을 빌었다. “이슬감로로 다린 햇차를/삼신단위에 올려놓고서/금산 산신님 남해용왕님/나라세우신 태조님이요/두손 모아서 빌어 옵니다/이내 한소원 들어주소서” 일반민중들은 단군뿐만 아니라 마을을 수호하는 수호신들이 차를 매우 좋아한다고 믿고 제물로 올렸던 것이다. 이같은 것을 볼 때 차는 민중들의 삶과 신앙속에 오랫동안 하나의 삶으로 존재해왔다고 보여진다.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용으로, 긴긴밤 마음의 시름을 달래는 친구로, 또한 나쁜 액운을 막아주는 척사로, 그리고 긴급한 구급상비약으로 쓰여진 것이다. 차는 그런 점에서 우리민족의 삶과 함께 해온 전통음료로서 새롭게 각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지암 암주 ■ 민중들의 음료 ‘차’ 구전민요에도 담겨 차가 일반민중들의 속에 삶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내려온 고유한 음료였다는 것은 채록된 구전민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지배계층은 각종 역사서나 개인의 시문집을 통해 차생활을 즐겼다는 역사적 기록을 볼 수 있으나 그같은 기록을 가질 수 없었던 일반민중들은 삶의 노래인 민요로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몇가지 차 민요를 소개해본다. “백운계곡 봄 안개에/물소리가 높아지네/고로쇠는 물오르고/보조스님 좋아했던/선동골에 작설나무/백설덮인 양지쪽에/나풀 나풀 돋은 새싹/한잎 두잎 따서 모아/두강 작설 그 맛내려/조심 조심 손질하여/봉지 단지 담아두고/삼짓날에 제비올때/순천장에 옥항아리/깍지말고 사왔어서/옥용골에 이슬받고/도선국사 파둔 샘물/개 안짖고 닭 안울때/옥항아리 물을길어/옥탕관에 물을 끓여/백운차를 달이어서/천년예언 도선국사/이 차 한잔 올리옵세/백운산에 산신님네/백운사의 보조스님/고로쇠물 풍풍솟게/두손 모아 비옵니다.” 이 민요에서는 첫물차를 정성스럽게 딴 후 약으로 쓰이는 고뢰쇠물을 많이 얻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고 있다. 차를 따고 물을 뜬 후 정성스럽게 달여 올리는 간절한 염원이 보인다. 다음은 김수로왕과 왕후 허황옥에게 햇차를 올리는 민요다. “다전리에 봄이오면/삼월이라 삼짖날에/다전리에 햇차 따서/만장산샘에 물을 길어/어방산에 솔갈비로/밥물솟에 끓인 물에/제사장님 다한 정성/김해그릇 큰 사발로/천겁만겁 우려내어/장군차로 올릴까요/바이 바이 차림니더/나라 세운 수로왕님/십왕자의 허왕후님/가락국가 세운 은혜/이 차 한잔 올립니더/합장하고 비옵니다/김해사람 복받으소/잘못한 일 점제하소.” 다전리에 햇차를 딴 후 만장산의 샘물을 길러 고마움을 축원하는 씨족들의 마음이 간절하다. 이 제문은 김해김씨 씨족의 제사때 불리는 제문겸 민요다. 이 민요는 김해가 차를 생산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다완을 생산하는 중요한 곳임을 알리고 있다. 이밖에도 자식의 점지를 기원하는 내용, 차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고단한 삶을 노래한 내용들 등 차에 관련된 민요가 내려오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차는 일반민중들의 삶속에 상서러운 제물로 소원과 발복을 비는 축원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그 차는 또한 민중들의 삶을 수탈하기도 한 이중적인 모순을 지녔다. 국가의 어용 차를 생산하던 민중들은 극심한 고통을 이겨낼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같은 어려움을 김종직은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같은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직접 차밭을 만들기도 한 것이다. 긴긴 역사속에서 우리민중들의 삶과 같이 해왔던 차는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의 삶속에 다가오고 있다. 차 인구 700만시대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들의 삶과 걸맞은 새로운 차의 문화양식이 정립되어야 한다.
  • 조모·부모·부인·딸을 죽인 살인마가 된 까닭?

    “몇 푼의 돈에 눈이 멀어 살인을 저지른 자에게는 마땅히 사형이라는 중벌로 다스려야 한다.” 중국 대륙에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 안되는 보험금을 노려 자신의 가족 4명을 살해해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희대의 패륜아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중국 베이징(北京) 다싱(大興)현에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한 농민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할머니와 부모,부인,딸 등 자신의 가족 4명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그 악랄한 패륜 행위로 사형을 선고받아 처형됐다고 북경오락신보(北京娛樂信報)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희대의 패륜아는 회사 차량을 모는 운전기사 추이지궈(崔繼國·28).결혼해 다섯살난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그는 정부와 짜고 몇 푼의 보험금을 노려 자신의 피붙이 4명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희대의 패륜질을 서슴지 않았다. 패륜 사건은 지난 2004년 초여름 추이가 정부인 류나(劉娜·여·23)를 만나면서 비롯됐다.회사차 운전사인 그가 자주 드나들던 회사 인근 주유소 직원인 류를 보고 한 눈에 반해 정분이 난 것이다. ‘한 순간에 홀린 듯 사랑에 빠진’ 이들 두 사람은 만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곧바로 동거에 들어갔다.그 당시 추이에게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예쁜 다섯살짜리 딸이 집에 있었는 데도…. 천박한 사랑에 눈이 멀어진 이들 불륜 남녀가 나락을 떨어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막상 동거생활에 들어갔으나 살림살이는 너무나 옹색했다.추이가 두집 살림을 하다보니 이들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생활비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던중 그해 8월 추이는 우연히 TV방송 법률 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도 있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을 보게 됐다.이때 보험금 살해로 한탕을 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당시 보험사에 근무하던 동창을 찾아가 보험금에 대해 완전히 마스터했다.특히 류가 추이를 수혜자로 하는 보험을 들자,그는 그녀가 부인보다 몇 백배 낫다고 감동을 받았다. 그후 추이는 보험금 살인사건에 저지르기 앞서 부인과 부모 등의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들어 ‘보험금을 노린 살인’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 신새벽.저승사자 추이는 정부 류나 등과 함께 본가로 몰래 들어갔다.손에는 살인도구와 기름을 휴대하고서…. 집에 도착한 추이는 한치의 오차나 흐트러짐도 없이 부인과 할머니,부모,딸 등을 차례로 목을 조르고 입과 코를 틀어막아 살해했다. 추이의 잔인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살인의 증거를 완전히 인멸하기 위해 현장에 기름을 붓고 시체를 불태우는 등 완전 범죄까지 노렸다. 그러나 좁혀오는 공안의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잡힌 이들 두사람은 지난해 6월29일 베이징시 중급법원에서 고의 살인죄와 방화죄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지 8개월여만인 이달초 함께 저승길을 동행했다. 온라인뉴스부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2)선비들의 차 문화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2)선비들의 차 문화

    살랑거리는 바람에 온기가 실려 있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깨어나는 햇살이 마치 솜털구름처럼 포근하다. 흐르는 물은 굳게 닫혔던 문을 활짝 열어젖히듯 포효하며 콸콸 흐른다. 어디선가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묵은 장작을 켜켜이 쌓아놓은 뒷간인가, 엊그제 하얀 명주수건으로 곱게 닦아놓은 차솥에서인가, 아니면 자우홍련사 작은 연못에서인가, 그렇다. 살아 있는 것들이 환희롭게 깨어나는 소리다. 바람과 햇볕과 물을 어미의 자궁으로 삼아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행복이다. 존재하는 것 역시 기쁨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존재로도 고귀한 것이고 축복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온 우주와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은 소중한 존재다. 자신을 바라보고 사랑하고 존귀하게 여겨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사랑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다. 굳었던 대지의 가슴에 불을 놓고 북으로 북으로 향하는 바람처럼, 그 어느 곳 하나 빠트리지 않고 골고루 내리쬐는 햇살처럼 자신을 환희롭게 행복하게 바라봐야 한다. 차의 살림살이 역시 마찬가지다. 간장종지보다 더 작은 찻그릇 속에서 우리는 온 우주를 담아내는 자신의 살림살이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같은 살림살이를 살아온 분들이 바로 한 잔의 차에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의 큰 도를 담아온 선비들이다. 이른바 군자다도이다. 선비다도의 핵심은 바로 수신과 수양의 길이다. 이색의 시 한구절은 그같은 선비다도의 핵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은 병에 샘물을 길어/깨어진 노구솥에 노아차를 달이네/귓바퀴가 갑자기 밝아지고/코로는 차향을 맡네/별안간 눈에 가린 편견이 없어지니/밖으로 보이는 데는 티끌이 없구나/혀로 맛본 후 목으로 내려가니/살과 뼈가 똑발라 비뚤어짐이 없도다/마음은 한 뙈기 좁은 밭/밝고 깨끗하니 생각에 그릇됨이 없네/어느 겨를에 천하 다스리는 일에 생각이 미치겠는가/군자는 마땅히 집안을 바르게 해야 하리.” 선비들의 차 생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다. 차를 끓이기 위해 손수 물을 뜨고 귀한 노아차를 달여 먹으며 밝고 깨끗하고 그릇됨이 없는 삶을 생각하는 선비들의 차 문화는 수신과 제가, 치국의 근본을 담아내는 또하나의 문화적 그릇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유학을 공부한 선비의 개념은 지식인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알고 출발해야 한다. 유교문화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 속에 깃든 고리타분하고 현상유지적인 것이 아닌, 학식과 인품을 갖춘 지식인을 선비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비는 당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식인 그룹이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선비문화가 들어온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때로 알려져 있다. 백제·신라도 건국 초기에 선진적인 사상과 문화 중 하나였던 유교를 받아들였다. 그런 점에서 선비문화는 우리 문화의 삶과 철학을 지탱해온 기둥 중 하나였다. 선비들의 차문화가 절정을 이뤘던 때는 고려 300년간 쯤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선비문화의 발판이 된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무신란이다. 무신란을 지켜본 선비들은 도성을 떠나 산과 물이 좋은 곳을 찾아 은거하며 차 생활을 즐기게 된다. 무신란은 고려시대 선비 차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왕실과 귀족이 중심이 되어 이끌었던 화려한 차문화는 쇠퇴하게 되고 은거에 들어간 선비들을 중심으로한 차문화가 급속하게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변화는 음다 풍속에서부터 시작됐다. 귀한 단차를 갈아 말차를 마시던 음다 풍속에서 만들기 쉬운 잎차를 즐기게 된다. 그에 따라 다구도 변화를 했다. 유차를 담는 고급 찻그릇인 ‘다구’보다 맑은 탕차도 겸해서 담을 수 있는 ‘다완’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지배그룹으로부터의 소외는 물적 토대로부터의 소외로 이어졌고 당시 수입해 공유했던 값비싼 단차를 맛볼 수 없었다. 은거에 들어간 선비들은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제조하고 구할 수 있는 아차(芽茶) 즉, 잎차를 선호하게 되었던 것이다. 잎차의 선호는 그에 따라 다구의 변화도 함께 가져왔던 것으로 보여진다. 고려시대 차인들은 좋은 찻자리에 초대받는 것을 가장 큰 영광으로 생각했다.‘다석(茶席)’‘다연(茶筵)’‘명석(茗席)’‘명연(茗筵)’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찻자리는 초대장을 미리 받아야 했으며 손님의 자격에 따라 앉는 자리도 달라졌다. 당시 찻자리의 손님 자격으로는 ‘청덕과 영명, 즉 명예를 갖춘 사람’이라고 불렀다. 뿐만 아니라 유교적 규범에 따라 다례에도 철저하게 규범과 절도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찻자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 것은 바로 ‘다담(茶談)’이었다.‘다담’이란 차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로 당시 사상적·철학적·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지식 기량과 수양 깊이를 나눠보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런 점에서 당시 찻자리는 자격과 규범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선비다도를 대표한 차인은 이색이다. 성균관 대사성·대제학 등을 지낸 이색은 차를 전문적으로 구해오는 ‘가동(家童)’과, 전다하는 전문 노비가 있었을 정도로 차의 명인이었다. 차의 불꽃을 잘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차를 끓이는 법을 공부하며 연구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색은 ‘다종(茶鐘)’‘화자’(꽃무늬 오지찻잔),‘노아’‘영아’‘다탑’(차마시는 평상)등 차 용어도 만들어 전파시켰다. 이색은 육우의 ‘다경´ 속 시들을 섭렵하며 차 문화 공부도 했다. 이색의 차생활은 당시 고려시대 선비차인들의 보편적인 차생활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좋은 찻자리에 초대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차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했으며 그에 따른 지식적 기반도 축적되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선비들의 차생활은 훗날 조선시대를 건국하는 이념적·물적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역사적 아이러니다. 선비들은 차의 청덕(淸德) 정신을 매우 애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차 나무를 사람을 맑게 하는 청인수(淸人樹)라고 불렀을 뿐만 아니라 헌공하는 차를 청공이라 부를 정도로 차의 청덕을 중요시했다. 차의 청덕은 검소하고 청빈한 생활을 지향했던 선비들의 삶의 문화와 잘 부합되었다. 서거정은 그같은 삶을 실천한 대표적인 선비다인이다. 대사헌을 두번이나 역임하고 육조판서를 두루 지낸후 6대에 걸쳐 임금을 모시며 45년간 공직에 머문 서거정은 지붕에 구멍이 난 초가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선비 다인 중 차끓이는 일과 차 맛내기에 달인으로 불리는 서거정은 70편이 넘는 다시를 남길 정도로 깊은 차생활을 영위했다. 청빈한 공직자의 초상으로 불리는 청백한 삶을 산 서거정은 “비와 바람은 이미 지붕을 뚫었고/시와 글씨는 부질없이 집에 가득하네/조용히 가는 글씨를 쓰고/한가롭게 게 눈차를 끓인다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비와 바람을 피할 수도 없는 구멍뚫린 초가집에 살며 다리 부러진 쇠솥과 금 간 찻잔을 쓰며 청빈한 삶을 산 서거정 모습은 자신의 삶에 충실했을 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행복과 차생활이 어디에 있음을 일깨운다. 참으로 멋스럽고 멋스러운 삶속에 자신의 삶을 최고로 극대화시킨 차인 서거정의 삶은 아련한 아픔과 경탄스러움을 던져준다. 선비 다인들의 검박한 차살림살이는 ‘다실’에서 볼 수 있다. 작고 소박한 초가집을 지어 그것을 ‘소실’‘소재’‘소려’‘소루’라 부르기도 했으며 기와가 아닌 억새나 짚을 엮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초당’‘모옥’‘모암’‘초암’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다인인 허균의 ‘누실명’은 이같은 선비들의 차살림살이를 잘 말해준다. 작은 다실에서 청빈하게 사는 것을 최고의 이상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여긴 허균은 “사방은 아홉자 크기의 단칸방으로서, 책을 갖춰두고 차 마시고 향 피우며 지내는데, 남들은 누추하다고 하나 심신은 편안하다. 누추하다고 함은 몸과 이름이 썩어버림을 말하니 군자를 지향하는 내가 사는 방은 누추하지 않다.”고 적고 있다. 허균처럼 대부분의 선비다인들은 차에 그 어떤 부와 명리보다도 더 높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선비차 문화의 핵심은 바로 청빈의 덕을 통해 개인과 가족, 국가의 경영을 영위하는 지혜를 쌓는 데 있었다. 자연과 벗삼으며 버림을 통해 세상을 얻는 미학을 터득한 선비들의 차 생활은 진정한 차의 살림살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오늘 우리들에게 잘 일깨우고 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다인인 자하 신위는 “많은 여인을 거느리고 밥 먹는 것은 아무리 즐거워도 색·향·미가 뛰어난 차보다 못하다. 좋은 차는 좋은 사람과 같아 자신에게 웃음을 준다.”고 적고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끼니는 굶주림을 겨우 면할 뿐인데. 차를 병처럼 좋아하는 것이 부끄럽다.” 차는 좋은 삶의 양식과 같아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살찌게 한다. 그리고 그런 삶을 부끄럽게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한 혜안을 준다. 차가 우리삶에 있어서 우주처럼 넓고 광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지암 암주 ■ 조선시대 법정의 다례의식 우리 차문화사에 있어서 차례는 단순한 생활양식이 아니라, 철학적 깊이를 지닌 채 발전해왔다. 죄와 법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왕과 신하들이, 또한 사헌부에서 사형 등 중형을 지닌 죄인들의 죄를 판결하거나 사면할 때 차를 통해 엄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고려시대에 왕과 신하들은 죄인을 사형시키느냐 아니면 섬에 유배를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 함께 다례의식을 행했다. 그당시 실제로 행했던 다례의를 살펴보자. 다례가 시작되기 전 왕이 내전의 남쪽 행랑에 앉고 신하들이 재배한 후 제자리를 잡는다. 다례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차를 담당하는 다방참상원이 각종 다구들과 차를 보관하는 별채에서 차를 들고 들어온다. 칠품원의 관직을 가진 내시가 뚜껑을 연다. 집례가 전의 앞기둥 밖으로 올라와서 왕과 마주보고 절 한후 차를 권하고 놓은 뒷전 아래로 내려온다. 다음은 문무고관대작들에게 차를 올린다. 원방의 8품 이하 벼슬아치가 다례를 담당한다. 집례가 다시 전에 올라가 엎드려 차를 내어갈 것을 청한다. 붉은 붓과 먹을 든 주대원(임금의 물음에 대답하는 관원)이 들어와 “단필로 참형을 결정하시되 유인도에 들어갈 자를 제외하소서.”라고 아뢴다. 형이 결정된 후 왕과 문무 고관대작들에게 차를 권하고 신하들은 다시 재배를 한다. 다례가 끝난후 신하들은 왕이 술과 과일을 하사한다는 분부를 전달받고 차례로 나간다. 다례의에서 형을 결정하기 전 왕과 신하들은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탁한 말차를 마셨으며, 중형 결정 후에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탕차(湯茶)를 마셨다. 고려시대에는 또 죄를 사면해주는 ‘사면다례’도 행해졌다. 고려 때 왕은 중요한 죄인을 사면할 때 죄를 사면하는 공식 의례를 행했다. 이때 의례에 동참하는 행렬에 행로와 휴대용 화로를 든 군인인 다담군사 4명이 함께한 것을 볼 때 중요한 사면의식 때도 차례는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행해졌던 사헌부의 다시(茶時)도 차를 단순한 행다를 넘어선 문화철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거정은 ‘사헌부 제좌청중신기´에 “부의 청에서는 두 가지 일을 하였다. 그 하나는 다시이며 또 하나는 제좌이다. 다시란 다례의 뜻을 취한 것이다. 고려와 조선 초기에 대관은 다만 임금에게 간언하는 책임만 맡았고, 관청의 일반적인 일은 다스리지 않아서 하루에 한번 모여 차 마시는 자리를 베풀고 헤어졌다.”고 적고있다. 사헌부 감찰을 엮임했던 정극인도 “대관들이 다 모이지 않아서 임금을 뵐 때가 되지 않았으면 잠시 물러나 있기를 청하여 아뢰고 차를 점다하여 시장기를 메웠다. 그러므로 감찰은 다시라는 두 글자를 들고 들어가서 임금께 아뢰었다.”고 말한 것을 볼때 차를 마시는 일이 지금처럼 단순한 휴식이 아닌, 하나의 업무차원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태종실록´에서는 각 관청에서 사헌부의 검사를 청할 때 전날 다시에 통보하라고 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에서도 간단한 업무를 처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약용은 ‘흠흠심서´에서 “감찰이 다시라는 패를 가지고 앞에서 인도하고 가면 비록 대관을 만나더라도 말에서 내리지 않는다.”고 적고있다. 이는 다시가 간단한 업무뿐만 아니라 매우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시대 초기까지 다시는 모든 관아에서 철저하게 행해졌다. 그러나 조선후기에 이르러서 다시의 본뜻이 상실되어갈 뿐만 아니라 행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우리민족은 매우 신중한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매우 중요한 죄의 결정을 신중하게 하기 위해 차를 마시며 지나온 판결을 되짚는 것은 올바름을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를 되짚는 신중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차는 올바름을 뜻할 뿐만 아니라 엄정하고 평등한 정신을 내재하고 있다. 우리민족은 차를 단순한 음료의 도구를 벗어나 인간의 근원적인 평등성을 추구하는 삶의 철학으로 승화시켜낸 위대한 족적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차는 민족공동체의 건강한 삶을 운용하는 삶의 뿌리로서 각인되고 있다.
  • 봄맞이 집안정리 노하우

    봄맞이 집안정리 노하우

    따뜻한 햇살은 봄의 느낌이다.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차가운 기운을 품고 있지만 산과 들, 여인의 옷에서는 봄이 느껴진다.계절이 바뀌는 길목, 긴긴 겨울을 이제 정리해야 할 때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봄을 한껏 즐기는것도 좋지만, 집안을 어지럽게 하는 겨울 소품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우선이다. 다시 꺼내들었을 때 새 것처럼 쓸 수 있도록 겨울의 옷가지와 이불은 잘 보관하자. 산뜻한 봄 옷과 소품들을 상쾌하게 정리해 보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집 공간은 한정돼 있다.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물건을 버리자니 아깝다. 특히 겨울 용품은 비싼 것들이 많아 더욱 그렇다. 어떻게 정리해야 잘 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고민한다면,‘정리 고수’ 정영희(34)씨의 노하우에 귀 기울여 보자. 정씨의 집은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25평 아파트. 부부와 딸아이(현나경·6)가 살기에 좁은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경이가 커가면서 책과 인형이 점차 많아지고 살림살이도 늘어나면서 어느새 집은 발 디딜 공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인테리어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집안 구석구석을 잘 활용해 지저분한 물건들이 보이지 않게 가리는 정리정돈과 수납이 집안 꾸미기의 최우선이 됐어요.” 정씨가 늘 염두에 두는 것은 ‘얼마나 언제 누가 어디서 쓸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좁은 집이지만 막상 쓸려면 어디에 넣어 두었는지 모르기 일쑤라 바로바로 찾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사용하는 빈도와 무게에 따라 정한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둔다. 아래 쪽에는 무거운 물건을, 위로 갈수록 가벼운 것을 둔다. 헤어용품, 화장품, 겨울옷, 청소도구 등 같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은 묶어 정리하는 것이 쉽게 찾아 쓸 수 있다. “이 원칙은 쉬운 이야기 같지만 실천하기 어렵죠. 항상 기억하고 몸에 익혀 보세요. 여기에 약간의 응용력을 발휘하면 더욱 수납의 달인이 될 수 있죠.” 우선 부부방으로 가보자. 부부방에서 가장 골칫거리는 화장대. 침실에서 가장 쉽게 지저분해질 수 있는 곳이다. 잡동사니는 필름통이나 밀폐용기에 담아 박스에 넣어 보관하면 간단하게 찾아쓸 수 있다. 서랍장에 속옷이나 양말 등은 200㎖ 우유팩을 알맞은 크기로 잘라 사용한다. 요즘은 작은 칸을 만들어놓은 플라스틱 박스가 잘 나와 있어 요긴하다. 자, 이제 아이방이다. 책과 인형이 많은 아이방은 골칫거리 중 하나다. 미니 수납함이나 미니 슬라이드 책장을 이용하면 좋다. 구석진 코너에는 철제 바구니나 선반을 배치하면 100% 공간 활용이 된다. 수납 주머니나 선반을 달아 아이 스스로 물건을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갔는데 밀폐용기가 판촉용으로 나와 있다면 이날은 횡재한 날이죠. 가격도 저렴해 구입하는데 부담도 적지만 이왕 ‘공짜’면 더욱 좋잖아요. 음식물 보관용이라고요? 얼마나 쓰임새가 많은데요.” 음식물을 보관할 요량으로 쌓아두었지만 싱크대 서랍장에 손 닿지 않은 채로 계속 방치되고 있는 밀폐용기가 있다면, 부엌 밖으로 끄집어내 생활용품 수납용으로 활용해 보라고 귀띔한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정돈된 집을 만들 수 있다. 집안에 있는 가구의 서랍을 열어보면 액세서리, 화장품, 손톱깎이 등이 서로 뒤엉켜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엉켜버리기 쉬운 목걸이, 서로 부딪혀 흠집이 날 수 있는 반지, 구슬이 떨어져 버릴 수 있는 기타 액세서리들은 종류별로 모아 소용량 밀폐용기에 담아 두는 것이 좋다. 뚜껑 앞에 이름을 적으면 꺼내 쓰기도 편하고 필요한 것을 찾느라 서랍을 뒤적이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가루가 날려 다른 물건을 더럽히곤 하는 파우더나 쓰다 남은 립스틱, 손톱깎이나 귀이개 같은 생활용품들도 용도별로 따로 구분해 밀폐용기에 별도로 넣어두면 위생적이다. 아이 학용품이나 장난감 등은 물품별로 정리해 밀폐용기에 수납한 후 커다란 박스 속에 수납하는 것이 좋다. 꺼내 쓰기도 편하고 아이가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동전, 열쇠, 휴대폰고리, 쿠폰, 클립, 이쑤시개, 면봉, 못 등 당장 둘 곳이 마땅치 않거나 잘 안 쓰지만 버리기 아쉬운 자잘한 소품들을 밀폐용기에 보관하면 서랍 안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 도움말 한국크로락스 그래드·넵스 인테리어 <사진제공:인터파크· G마켓>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1) 세시풍습과 차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1) 세시풍습과 차

    우수(雨水)다. 땅이 속살부터 풀려가고 있다. 아지랑이는 먼 산등성이부터 피어오르고 대나무 광주리를 인 아낙들이 봄나물을 뜯는다. 머리에는 하늘의 뜨거운 기운을 방지하려는 듯 수건을 동여매고, 호미를 쥔 손은 개미의 발걸음처럼 부지런하다. 얼음이 녹아내린 논두렁 밭두렁에서 봄 나물을 캐는 아낙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삶의 문화적 원형을 생각하게 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민족의 삶은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오는 자연의 과학적 법칙에 따른 공동체적 문화를 형성해 왔다.입춘이 오면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우수가 오면 땅이 풀리는, 그래서 동면했던 모든 생명들이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자연의 윤회는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그속에는 도전과 응전의 격렬한 내적 운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들은 거대한 장강의 흐름처럼 언제나 완벽하게 추동해낸다. 마치 수억만 기가의 용량을 가진 슈퍼컴보다도 더 정확하게 그것들은 짜여 간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이다. 차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매달 차를 만들거나 마시는 문화적 규범을 멋스럽게 가꾸어 왔다. 지금은 차를 만드는 절기를 곡우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중국의 백차와 승설차처럼 경칩 이전에 차를 만들기도 했다. 경칩이 되면 첫 싹이 움튼다. 그 차싹을 이용해 열흘 동안 만들어 황제에게 진상하던 풍습이 중국에서는 오랫동안 성행했다.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조선시대까지 좋은 차를 얻기 위해 경칩이나 보다 이른 때 차를 만들기도 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차인이었던 매월당 김시습과 서거정은 그같은 일이 빈번했음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매월당으로부터 차를 받아 마셨던 서거정은 그 고마움을 다음과 같은 시로 답한다. “봄천둥 울지 않고 벌레는 아직 깨지 않았는데/산의 차나무는 움터서 새싹을 이루었네/경주의 눈빛 종이로 봉지를 만들고/그 위에 초서로 두서너 글자를 적어 봉하였네/봉함을 여니 하나하나 봉황의 혀/살짝 불에 쪼여 곱게 가니 옥가루가 날리네/서둘러 아이불러 다리 부러진 냄비를 씻어/눈물로 담담하게 차를 달이며 생강도 곁들이네.” 서거정은 ‘유다’나 ‘조아차’로 이름 붙여진 차의 모습을 봉황의 혀요, 옥가루라고 표현하고 있다.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이었으면 이같은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선대 차인들이 가졌던 고귀한 차의 정신이 경이로울 정도다. 우리나라 왕실에서는 대대로 매달 새롭게 생산되는 각종 과일과 채소를 조상에게 올리는 ‘천신’제를 행했다. 고려시대때 천신품목 중 하나는 ‘얼음’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2월에는 천신품목으로 생합 낙지 얼음 전복 그리고 작설차를 바쳤다고 한다. 차가 매우 성행했던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 차가 천신의 품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에 천신의 품목이었다는 것은 당시 차가 그만큼 귀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2∼3월에도 ‘유다’나 ‘조아차’ 같은 차들이 일상적으로 만들어져 진상됐음을 의미한다. 4월은 현재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차와 꽃의 계절이었다. 진달래가 피면 산으로 나가 ‘화전’을 부쳐 먹으며 차를 마셨다. 청명과 곡우 그리고 중양절의 하나인 삼월삼짇날이 있는 4월은 축복받은 차의 계절이기도 하다.4월을 차의 달로 만든 차의 명인은 신라의 대표적인 고승이자 차승이었던 충담사다. 충담사는 해마다 4월이 되면 경주 남산의 삼화령 미륵부처님께 차를 올렸다. 충담사는 세상 만물이 눈을 뜨는 달을 맞아 미륵부처님께 국가와 민족의 안녕을 기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중양절마다 부처님께 차를 올렸다. 그런 점에서 충담사는 우리 사원다례의 선구자로 볼 수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답청때 차를 마신 기록이 보인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시인이자 차인인 영수합 서씨는 삼월삼짇날 답청준비를 위한 차도구를 준비하며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여러해 동안 은근한 불로 작은 화로에 차를 끓였으니/신기하고 영묘한 공덕이 조금은 틀림없이 있을 터요/차 한 잔을 마신 뒤 거문고를 어루만지니/밝은 달님이 나와서 누군가를 부른다네/봄날 차반의 푸른잔에 옥로차를 올리노라니/오래된 벽에 그을음이 앉아 얼룩진 그림이 되었네/잔에 가득 찬 것이 어찌 술이어야 하리/답청 가는 내일은 차호를 가져가리.” 조선시대는 가부장적 권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때다. 그러나 답청날만은 여성들의 바깥 출입이 자유로웠을 뿐 아니라 남성들이 손수 여성들을 위해 노동을 해준 날이기도 하다. 답청날 남자들은 곡수연이라 해서 물이 굽이치는 계곡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사대부집 여성들은 이날 먼 곳까지 나가 물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거문고를 타며 차를 마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다신계 절목´에서는 청명과 한식때 차 모임을 시작한다고 되어 있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청명을 봄을 맞이하는 ‘영춘다회일’로 부르며 차의 명절로 지내고 있다. 입하 때는 칠가차를 마시기도 한다. 중국풍습인 칠가차는 우리가 정월 대보름때 오곡밥을 지어 여러 집이 함께 나눠 먹는 것과 비슷하다. 칠가차란 일곱 집에서 각각 잘 만들어진 차를 가져다가 한 주전자에 넣고 우려 여러 사람이 모여 즐겁게 나눠 마시는 차를 말한다. 여러 차를 한꺼번에 한 주전자에 넣고 우려내어 나눠 마시는 것은 각자 고유의 차맛을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차의 공동체적 살림살이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매우 유의미한 일이기도 하다. 사대부적 권위가 드셌던 조선시대 여인들이 가졌던 차의 미학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단오날이다. 창포물로 머리를 단정하게 감는 단오날 여인들은 규방을 빠져나와 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차회를 열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 모여 솜털이 곱살거리는 하얀 목덜미를 내밀며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여인들의 모습은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청량함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 창포 냄새에 취해 벌이는 아름다운 차회의 모습은 차도미학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중국에서도 단오날을 약차절이라고 부르며 창포차를 마시고 약차를 만들기도 한다. 신라 때부터 전해오는 유월 보름의 명절 ‘유두’는 다함께 모여 차를 마시고 차떡을 나눠 마시는 풍습이다.‘차약 먹는 유두놀음’이라는 민요는 ‘유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한다.“유월이라 유두날에/작설떡을 차려심더/화개장에 오신 장사/차약 먹는 유두놀음/벌리보세 에헤라/에헤라 상사디야.” ‘동국세시기´를 보면 유두날 떡을 먹는 것은 단오날의 풍습을 옮겨온 것이다. 작설떡은 떡차를 끓여 마시던 것을 변형해 쌀가루와 섞어 만들어 먹은 것으로 보인다. 유두때는 불길한 것을 씻기 위해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기도 하고 액을 막기 위한 술자리도 함께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유두날 역시 차와 작설떡 등의 놀이로 액을 막고 벽사의 의미를 가졌던 것 같다. 추석이나 설 명절의 차례 역시 매우 중요한 세시풍속 중 하나였다. 지금은 대부분 차례를 술로 지내지만 신라시대부터 ‘차’로 ‘차례’를 지냈다. 김수로왕과 허황후 때부터 시작된 차례는 조상들에게 햇곡식과 함께 차를 올렸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가 조상들에게 올리고 있는 ‘차례’에 차가 아닌 술이 올라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옛 차인들은 세시기별로 차를 마셨다. 차와 함께 봄에는 화전이나 진달래차, 가을에는 국화차, 겨울에는 매화차 같은 꽃차와 백로의 이슬 등 절기에 맞춰 자연의 변화를 즐겼다. 그같은 삶은 각박한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했다. 옛날이나 현재의 살림살이는 똑같다. 다만 그 환경만 조금 다를 뿐이다. 매일매일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가는 중생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각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 차인들은 그같은 삶을 차와 자연의 일체를 통해 녹여냈다. 동적인 것을 정적인 것으로 바꾸고 그 가운데서 삶의 지혜와 세상을 맑히는 정신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공동체적 삶을 자연과 함께 영위하게 해준 세시풍속은 매우 중요한 문화적 가치라고 보여진다. 외국 자본의 상혼에 물든 ‘초콜릿데이’인 밸런타인데이면 세상은 온통 초콜릿에 물든다. 얼마 전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콜릿데이에 쓰여진 용돈 규모는 한달 살림살이를 전부 투자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문화에는 우리의 정신도 우리의 삶도 내재하지 않는다. 입춘날 부적을 내걸고 단오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유두날 떡을 함께 먹으며 질펀한 놀이를 함께 즐기는 우리의 삶은 자연과 대지에 깊게 뿌리내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고단한 우리 삶의 의미와 내용을 가치있게 빛내는 것들이었다. 차인들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외형보다는 우리의 삶속에서 차의 변화를 맛깔나게 즐겼던 선대 차인들의 지혜를 본받아 이 시대에 걸맞은 차문화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그것이 웰빙시대 차 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차인들의 역할이 아닐까? 일지암 암주 ■ 茶씨앗은 아들 낳는 부적으로 이용하기도 민간신앙과 차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하나의 문화로서 그 기능과 가치를 확산해 왔다. 일반 백성들은 차를 벽사나 기복의 수단으로 신성시하고 숭배했다.‘차’라는 글자를 부적으로도 썼고, 차를 끓여 신에게 바치기도 했으며 차나무를 신성시해 ‘서초괴’(상서러운 식물중의 괴수),‘왕손초’(王孫草)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국의 노정벽이라는 다인은 심지어 다구를 보고 의관을 갖춰 절을 했을 정도로 민간에서는 차를 신성시했다. 그런 점에서 민중에게 차는 신령스러운 ‘벽사’( 邪)의 능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신이 큰 공덕을 준다고까지 믿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 ‘차’라는 글자는 나쁜 액을 물리치는 벽사의 부적으로 사용되었다. 홍만종은 그의 저서 ‘산림경제’에서 “단오날 오시(午時)에 붉은 주사로 ‘茶’를 써서 붙이면 사갈이 감히 접근하지 못한다.”고 적고 있다.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도 ‘차’자 부적에 관한 글이 나온다.‘규합총서’에는 “단오날 오시에 주사로 ‘차’자를 많이 써 붙이면 뱀과 지네가 없느니라.”고 되어 있다. 당시 민중은 단오날 한 해의 액운을 막기 위해 부적을 써붙이는 것이 하나의 문화적 풍습이었다. 또하나 재미있는 부적은 ‘신다울루’(神茶鬱壘)라는 것이다. 주로 불행이 집안의 문안에 들어오지 못하게하는 문신(門神)의 역할을 한 ‘신다울루’에는 ‘신다울루’라는 글자나 다신의 형상을 그려서 문에 붙였다고 한다. 신다울루는 형제신의 이름으로 중국 동한때 채옹이 쓴 ‘독단’에 나와 있다.‘독단’에 따르면 “바다 가운데 도삭산이 있고, 그 산위에 복숭아 나무 하나가 있다. 그 나무는 3000리 근방까지 서리어 구불구불하다. 낮은 가지의 동북쪽으로 귀신이 다니는 문이 있어 온갖 귀신이 드나든다.‘신다’와 ‘울루’두신이 이 문의 양쪽에 버티고 서서 모든 귀신을 검열한다.‘신다’와 ‘울루’신은 남을 해치는 귀신을 갈대로 꼰 새끼에 묶어 호랑이에게 먹인다.”고 적고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입춘에는 단오날에 쓸 부적으로 문에 붙이는 첩자에 ‘신다울루’넉자를 쓴다. 옛 풍속에 설날 도부(桃符:복숭아나무 부적)에 ‘신다’와 ‘울루’의 형상을 그려 문에다 걸어 흉악한 귀신을 쫓았다.”고 적고 있다. 이같은 정황을 볼 때 입춘날 ‘신다울루’라는 부적을 써 단오날 문에 붙였던 풍습이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또 부적을 태운 후 찻물과 함께 마시는 풍습도 있었다. 민중은 현세와 내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왕생정토’ 부적을 태운 후 불전에 올린 찻물에 타서 마셨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일정한 날에 서쪽을 향해 나무아미타불을 천번 외고, 또 주문을 108번 외운 후, 정토부적을 살라서 그 재를 불전에 올린 찻물인 퇴다수에 타서 마셨다. 그같은 풍습은 부처님이 마신 찻물을 먹으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인간의 염원을 잘 반영한 것이다. 차씨는 또 아들을 낳는 부적으로도 사용됐다. 차가 많이 나는 지방의 민중은 딸이 시집 갈 때 차씨와 함께 보냈다. 차씨는 상서로운 식물의 종자로 귀한 아들을 낳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점제하는 차씨’라는 민간구전요는 이같은 상황을 잘 말해 주고 있다.“영축산록 자장골에/자장율사 따라왔던/자장암의 금개구리/차씨 한 알 토해주소/우리 딸년 시집갈 때/봉채집에 넣어주어/떡판 같은 아들낳게/비나이다 비나이다/그 문중에 꽃이 되고/이 가정에 복을 주소/점제하려 비옵니다.”
  • [서울신문 탐사보도-고학력시대의 그늘] 초등학교 못보낸 부모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김모(35·여)씨는 세 딸과 두 아들의 엄마다. 액세서리를 붙이는 부업을 하며 일용노동을 하는 남편(38)과 함께 한달에 150만원 가량 벌고 있다.15평 정도의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7만원 짜리 반지하 방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기엔 언제나 살림살이가 빠듯하다.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몸을 누일 만한 방이라도 가지게 된 것은 겨우 15개월 전이다. 그전엔 집주인조차 돈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버려둔 쪽방에서 여덟 식구가 함께 살았다. 지난해 3월 폐암으로 숨을 거둔 시아버지(68) 병원비와 약값으로 나간 돈은 고스란히 현금 빚 수천만원으로 남아 있다. 그때 쓴 카드 빚 때문에 남편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경기도 이천시에 살던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잠시 티켓 다방에서 일하다 한푼도 더 벌지 못하고 선불금 800만원 역시 고스란히 빚이 되는 바람에 서울로 야반도주하기도 했다. 결국 지금은 주민등록조차 말소된 상태다. 혼인신고는커녕 아이들이 태어날 때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첫째딸 수연(가명·12)이는 2004년 3월에야 초등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 또래들보다 3년이나 늦었다. 가난해도 교육에서만큼은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겨우 입에 풀칠하는 살림에다 제때 이뤄지지 않은 출생신고 탓에 학교에 보낼 수가 없었다. 3년 동안 매일 아침 또래 아이들이 학교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수연이를 볼 때마다 김씨는 뒤에서 몰래 눈물을 훔쳐야했다. 대신 동화책과 일일 학습지 등으로 김씨가 직접 공부시켰다. 하지만 수연이는 단 한번도 학교에 보내달라고 보채지 않았다. 오히려 수연이의 이런 대견함이 김씨의 마음을 더욱 더 아프게 만들었다. 벌금을 물며 뒤늦은 출생신고를 마치고 학교측을 설득해 수연이는 또래보다 1년 늦은 4학년에 다니고 있다. 요즘 수연이의 말수가 부쩍 줄어들어 김씨는 수연이가 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지, 친구가 없진 않은지 학교에 보내면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연이뿐만 아니다. 둘째딸 수희(가명·8) 역시 원래 지난해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역시 보내지 못했다. 수희도 올해 역시 또래보다 1년 늦게 학교에 들여보내려 마음먹고 있지만 학교측이 같은 사정을 또다시 받아줄지 의문이다. 수희보다 두살 어리지만 생일이 빠른 홍수(6) 역시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할 나이다. 하지만 홍수도 한동안 초등학교 등교 꿈은 접어야 한다. 아이들 셋을 모두 학교에 보내는 게 김씨 부부에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총명함을 보여온 홍수가 누나가 보던 학습지를 스스로 풀면서 김씨에게 내밀면 학교에 보내달라고 시위하는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 “낳아준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하고싶은 공부를 시켜주지 못하는 것만큼 천추의 한으로 남는 것이 있을까요. 수연이는 첫째라 그래도 대견하게 견뎌냈지만 수희와 홍수의 상처는 어떻게 보듬어줘야 할지 막막해 한숨만 나옵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베테랑 주부의 사용 후기] “청소로봇 제법 쓸 만한데~”

    [베테랑 주부의 사용 후기] “청소로봇 제법 쓸 만한데~”

    “기존의 청소기는 코드선을 끌고 다녀야 했는데요, 이건 그럴 필요가 없어요. 너무 편리해요.” 서울 구로구 오류동 라인아파트에 사는 백공숙(43)씨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청소를 한다. 결혼 16년차인 베테랑 주부 백씨는 청소가 질릴만도 한데 너무 쉽단다. 청소로봇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예전의 청소기로 청소를 하다가 다른 방으로 옮겨 청소할 때 선이 짧아서 다른 곳에 코드를 꽂아야 하는 불편이 따랐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백씨의 청소로봇 아이클레보 예찬이다. 백씨가 거실에서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리모컨으로 시간은 30분, 청소방식을 지그재그로 설정했다. 핑크빛이 감도는 둥글납작한 아이클레보는 거실을 혼자 돌아다니며 미세한 먼저를 빨아들이며 청소를 했다. 평소 청소가 잘 안되는 소파 아래도 돌아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였다. ●리모컨으로 간편 조작 백씨는 아이클레보의 청소시간은 거실은 보통 30분, 방은 15분 정도 걸린단다. 청소방식은 지그재그·직선·나선·랜덤 등의 방식이 있다.“기기에 익숙하지 않아도 리모컨으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어요.” 로봇청소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나선형 방향 회전, 벽을 따라 직선 이동, 무작위 이동 등 이동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 놀이공원에서 흔히 보는 범퍼카처럼 범퍼가 벽이나 장애물에 닿으면 진행 방향을 바꿔 움직이듯 청소하는 것이다. 소음도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 그동안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하다가 전화를 받거나 텔레비전을 보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소로봇은 이런 면에서 아주 좋아졌다. 거실에서 청소하던 로봇이 방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문턱 때문이었다. 백씨는 “조금만 높은 장애물이 있으면 지나가지 못합니다. 그게 불편합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거실에서 현관으로 갑자기 떨어지는 일도 없다는 게 백씨의 설명이다. 로봇 바닥에 낭떠러지 인식 센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테이블이나 의자 다리 부근은 그다지 깨끗하게 청소되지 않았다. 아이클레보가 접근하지 않은 탓이다. 백씨는 “로봇의 바깥 센서 7개가 장애물을 감지하고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피해가며 청소한다.”고 말했다. 아이클레보의 일반형은 39만 9000원이고, 기능이 업그레이된 것은 54만 8000원이다. 할인매장과 전자랜드·하이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고무 범퍼·장애물 센서등 유무 살펴야 시중에는 다양한 청소로봇이 나와있다. 살 때 일반 흡입인지, 진공 흡입인지 등의 청소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센서 기능 역시 살펴봐야 할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문지방이 있거나 계단이 있는 집이면 관련 감지 장치가 있는 게 좋다. 청소할 때 장애가 될 만한 물건이 많다면 청소부 전면에 고무 범퍼를 단 제품을 구입해야 가구나 다른 살림살이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먼지통의 용량도 체크해야 한다. 일반 청소기보다 덩치가 작은 탓에 먼지통이 작을 수밖에 없지만 용량이 너무 작으면 제대로 청소 도구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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