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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원구, 새터민 지원 ‘SOS’

    노원구, 새터민 지원 ‘SOS’

    노원구가 몰려드는 ‘새터민(북한 이탈주민)’으로 고민에 빠졌다. 새터민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 추진이 빈약한 살림살이(재정자립도 28.8%)로 사실상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통일부, 보건복지가족부에 새터민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건의했다. 노원구는 2일 정부와 서울시에 새터민의 지역편중 개선과 새터민의 고용촉진을 위한 지원 건의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노근 구청장은 “새터민의 조기 정착과 자립을 위해 직업 교육과 취업 알선 등을 펼치고 있지만 재원 부족으로 고민”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자치구별 새터민 거주 현황을 보면 노원구는 1006명으로 양천구(1042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특히 영구 임대아파트와 소형아파트가 밀집한 데다 상계뉴타운, 노원마을, 중계동 일대 개발 등으로 SH공사의 임대주택 거주 대상자인 새터민의 유입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2004년(140명)을 기준으로 해마다 100명 이상의 새터민이 노원구에 둥지를 틀고 있다. ●1006명 유입… 주택지원 등 큰 부담 구는 연초에 이들을 위해 8개 분야 20개 사업을 선정해 ‘토털 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교육과 직업 훈련, 고용 촉진, 의료, 문화, 인식 개선, 종교단체 결연 등 지원 대책이 총망라됐다. 안정적 거주를 위해 직업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정보화 교육과 한글·외국어 강좌, 취업 상담, 직업 훈련 등이 마련됐다. 특히 당현천 복원 등 20개의 구청사업 현장에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자체 능력만으로 모두 해소하기엔 벅차다는 주장이다. 우선 재정 악화를 꼽는다.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자가 전국 자치구 가운데 1위인 데다 새터민마저 몰리면서 복지비의 지출이 과다하다는 것이다. 구 재정자립도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스물 네번째다. 또 새터민의 집단화로 지역 주민들과의 빈번한 마찰도 부담스럽다. 이들의 재사회화 교육과 주택 문제도 골칫거리다. 구 관계자는 “2개월간의 하나원 교육만으로 남한사회의 적응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구는 정부에 ‘새터민 집단 자치구에 특별보조금 교부’를 요청했다. 가중되는 복지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또 새터민의 거주지도 SH공사의 공공임대주택에서 탈피해 주공아파트나 민간 소형아파트, 국민임대아파트, 다가구 주택 등에도 입주시킬 것을 건의했다. ●자치구별 분산배치 등 요구 서울시에는 양천·노원·강서구 등 특정 자치구에 새터민을 집중시킬 것이 아니라 재정 자립도가 높은 자치구에도 분산 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재사회화 교육과 관련, 새터민의 교육 단위를 6개월 이상으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또 의무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새터민에겐 기초생활수급 삭감 등의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주민자치과 최낙조 주임은 “심한 북한 사투리 때문에 의사소통이 중국 동포보다 더 어렵다.”면서 “한국어 능력시험을 도입해 언어와 문화 이질감을 우선 해소시켜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박재범칼럼] 백일 잔혹사

    [박재범칼럼] 백일 잔혹사

    참으로 혹독한 시절이다.5일 뒤면 이명박 정부가 시련으로 점철된 출범 백일을 맞는다.20여일 전부터 서울 청계천에서 학생들이 ‘미 쇠고기에 뿔났다.’며 촛불시위를 연일 갖고 있다. 이 시위는 점차 전국으로 번질 조짐이다.‘탄핵’이라는 정치구호가 벌써 터져나오고 있다.‘아마추어 학생’자리에 ‘프로’들이 끼어드는 흔적도 있다. 시위대들이 밤새 경찰과 승강이 중이다. 노조 등도 기름값이 올라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슬슬 몸을 추스르는 기색이다. 심지어 미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마저 기름을 부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해 쇠고기 협상을 끝맺음하려다 이 지경이 됐는데,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새정부 인사들은 손에 흙이라도 묻을까 몸 사리는 구태의연한 모습들이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입맛이 쓸 것 같다. 인터넷에서 ‘노간지’로 불리며 인기를 모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권위주의 체제가 종식된 이후인 지난 15년을 돌아보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검증’은 시대의 켜가 쌓일수록 시점이 빨라지고, 철저해지고 있다.1993년 취임 초 90%의 지지율을 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우루과이라운드 쌀 협상 실패론으로 9개월여만에 사과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다음해 초중반쯤 측근비리 등으로 사과했다. 취임 1년을 전후해 모두 리더십이 실추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는 좀 앞당겨졌다. 둘은 대외개방으로, 둘은 비리로 곤경에 처했다. 새정부에 대한 민심이 급변하는 것은 국정운영 환경이 달라진 탓으로 보인다. 과거 정치인에 국한된 목소리가 국민으로부터 굉장히 급하고 편하게 쏟아져 나온다. 열린사회로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인터넷 모바일이 발달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편으론 민심의 감정선만 잘 건드리면 언제든 새로운 ‘한판승부’를 기대해 볼 만해졌다. 그러나 세상은 한가지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것은 아닌 법. 최근 ‘뇌송송 구멍탁’말고 색다른 신호가 나왔다.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의 국회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일이다.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표결에서 비한나라당 표 9개가 이탈해 가결정족수 146표에서 6표가 미달했다.9표에 담긴 뜻은? 이 메시지를 읽어내야 새 정부의 국정운영이 조금 매끄러워질 것 같다. 한때 70%에 이르던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하면서 등장한 길거리 시위와 장관 해임안 부결. 두가지 현상을 보면서 하나는 여론이 성말라지고 있다는 인상과, 또 하나는 갓 출범한 대통령의 역량을 조금 더 지켜보려는 인내심이 아직은 남아 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백일은 갖가지 병 등으로 신생아가 죽는 일이 많은 옛날,‘아기가 살 수 있겠구나.’하고 확신할 수 있는 시기다. 그래서 선조들은 백일을 중시했다. 정부도 백일치레 중이다. 미국 언론이 새정부 취임 6개월을 지지율 조사조차 않는 허니문 기간으로 둔 것은 경험적 지혜의 소산이다. 미처 뿌리내리기 전에 파헤치다간 오히려 뜻과 달리 국민에게 손해가 됨을 알아차린 것이다.“뭔가 달라질 줄 알고 시켜줬더니 그게 그거네.”라고 ‘배반감’을 뭉게구름처럼 피워 올리기에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기 교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jaebum@seoul.co.kr
  • 물가 2배 오를 때 경유값 10배 ‘껑충’

    물가 2배 오를 때 경유값 10배 ‘껑충’

    치솟는 기름값과 사교육비 부담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힘들다. 기름값 때문에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국제유가 예측을 잘못해 2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엉터리로 추진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뿐 아니다.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서민들의 허리는 더 휘고 있다. 소득 상·하위간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5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경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05년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달 149로 조사됐다.1990년 16.5보다 803% 급등,9배가 됐다. 휘발유는 같은 기간 26.4에서 118.4로 348.5% 뛰어 4.5배로 올랐다. 5월 품목별 물가지수가 발표되지 않았으나 5월 중 기름값이 10% 정도 더 오른 점을 감안하면 현재 경유와 휘발유 가격은 1990년과 비교해 10배와 5배로 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51.7에서 108.8로 110.4% 올랐다. 기름값이 다른 품목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자 경유를 쓰는 화물차 운전자와 영세자영업자 등은 경유값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 2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휘발유와 경유,LPG의 가격 비율을 100대85대50에 맞춰 세금을 조정했다. 특히 휘발유 값의 절반에 불과하던 경유는 두 차례나 세금을 인상하면서 휘발유 가격의 8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정부 예측은 세제개편을 끝낸 지난해 7월부터 빗나가기 시작해 결국 경유 값은 휘발유 값을 앞질렀다. 정부는 잘못 올린 세금을 내려달라는 요구에 “국제유가 상승세를 감안할 때 세금인하는 효과가 없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교육비 지출 1년새 16% 급증 도시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1년 사이 16%나 급증했다. 월평균 사교육비는 16만 5000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 학부모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1·4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도시가구의 ‘학원 및 개인교습비’ 지출은 월평균 16만 4657원으로 지난해 1·4분기 14만 2319원보다 15.7% 늘었다. 통계청이 사교육비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3년 1·4분기의 10만 8128원 이후 가장 높다. 또 5년 만에 사교육비는 52.3% 급등, 같은 기간 소득 증가율 31.8%와 소비지출 증가율 28.6%를 크게 웃돌았다. 사교육비 증가율은 지난해 2·4분기 10.2%,3·4분기 11.9%,4·4분기 10.7%에 이어 4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1·4분기 기준으로 사교육비가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5.5% ▲2004년 5.9% ▲2005년 5.7% ▲2006년 6.4% ▲2007년 6.0% ▲2008년 6.6% 등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소득이 낮은 하위 20% 가구도 소득은 월평균 7% 느는 데 그쳤으나 학원과 개인교습비가 90%를 차지하는 보충교육비는 16.4%나 급증했다. 하위 20%의 사교육비는 월평균 5만 4878원으로 상위 20%의 32만 9389원과 비교해 상·하위 20%의 사교육비 격차는 6배에 이른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커지는 광우병 논란] [단독]金여사 블로그도 넷심에 점령

    광우병 우려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네티즌 시위’가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를 폐쇄시킨 데 이어 소망교회와 부인 김윤옥 여사의 블로그까지 번지며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일 이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허용한 이 대통령에 대한 신도들의 비난·항의 글이 잇따라 올랐다. 신도 박모씨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한 교회의 장로님으로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쇠고기 수입)결정으로 나라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그 핏값에 대한 보상이 될까?”라고 비판했다. 김모씨는 “딸 유아세례 받는데, 미국소 수입 때문에 가슴만 답답하다. 밝게 웃는 아이가 10년 뒤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생각하니…대통령이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한 건지 잘 결정해 주길 기도한다.”고 썼다. 다른 교회 신자 신모씨는 “광우병 미국소 수입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공포에 떠는지 대통령은 알고나 있나?”라면서 “마냥 앉아 당할 수 없어 소망교회 사이트에 글을 올린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김모씨는 “대통령의 실수(?)를 인정하고 소망교회에서부터 앞장서서 본을 보여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여사의 블로그인 ‘가회동 이야기’ 안부게시판에도 ‘쇠고기 불똥’이 튀었다. ‘은별’이라는 국민은 “남편 좀 말려 주시죠? 그게 진정한 현모양처입니다.”라면서 “광우병 국민이 10년 후에 한 사람이라도 나타나면 대국민 사기죄·살인죄로 숨겨놓은 재산 탁탁 털어내고 사형 받으실 자신이 있으신 이 대통령님 아닌가요?”라고 비꼬았다. ‘마광’이라는 국민은 “오히려 미국 국민들을 위하는 것 같다.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라고 비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양반의 ‘자리 짜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양반의 ‘자리 짜기’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를 보면 아내는 물레로 실을 뽑고 있다. 무명을 짜기 위해서다. 무명을 짜는 것은 여러 목적이 있다. 조선 후기 양반이 아닌 상민은 16세부터 60세까지는 군역을 지고, 직접 군대에 가는 대신 군포를 바쳐야 한다. 백성들에게서 군포를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했던지, 죽은 사람에게 군포를 물리는 백골징포니 젖먹이 어린아이도 군포를 내라는 황구첨정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성의 남편은 양반이니, 아마 군포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오른쪽 아랫부분의 자리를 짜는 남자다. 자리와 돗자리는 같다고 해도 그만이지만, 굳이 구별하면 할 수도 있다. 돗자리와 자리의 재료가 왕골이거나 골풀이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돗자리는 베를 짜듯 날줄을 미리 걸어두고 바디를 움직여 짠다. 자리는 고드랫돌에 날줄을 감아두고 왕골 가닥을 더하고 고드랫돌을 앞뒤로 옮겨가며 짠다.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와 김득신의 그림 ‘병아리 훔치기’는 모두 고드랫돌이 보이니, 돗자리가 아닌 자리 짜기인 것이다. ●조선 후기로 오며 경제적 기반 잃은 양반 속출 각설하고, 자리를 짜는 사람은 사방관을 쓰고 있다. 사방관은 양반이 아니면 쓰지 못한다. 그런데 양반이 웬일로 노동을 하고 있는가. 양반 노릇을 하자면, 한문을 읽고 쓸 줄 알고, 좋은 풍경을 만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면 한시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성리학을 이해해야 하고 ‘소학’을 익혀 점잖은 말과 행동이 몸에 배어야 한다. 여기에 봉제사(조상의 제사를 지냄), 접빈객(손님 접대)을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모든 양반다움을 실천하려면, 토지와 노비 소유라는 경제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토지와 노비가 없으면, 자연히 양반 행세를 할 수가 없다. 한데 조선 후기로 오면서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양반이 속출하였다. 대부분의 양반은 육체적 노동을 기피하였지만, 이 그림에서 보듯 일하는 양반도 있다. 당연히 이 자리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자리를 짜는 데 생계가 달려 있을 것이다. 양반이 자리를 짜는 그림은 김득신의 ‘병아리 훔치기’에서도 볼 수 있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자, 마루에서 자리를 짜고 있던 남자가 담뱃대를 휘두르며 마당으로 뛰어나오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마당에 자빠져 있는 것은 이 사내가 짜고 있던 자리다. 사내의 오른손 아래에 있는 검은 물건은 바로 사내가 쓰고 있던 사방관이다. 역시 양반으로서 자리를 짜고 있었던 것이다. ●이원익이 귀양살이 하며 짠 자리 영의정 되자 보물로 생각이 트인 양반들은 자리를 짜는 것을 천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원익은 훌륭한 재상으로 알려진 분이다. 광해군 때 영의정으로 있다가 인목대비를 폐하자는 이이첨 일파에 대해 반대하다가 쫓겨났다. 심심하니 할 일이 없다. 이원익은 정치가이지 학자가 아니다. 이미 벼슬이 오를 대로 올랐고, 책도 읽을 만큼 읽었다. 귀양살이는 한편으로는 오랜만의 휴가다. 이 휴가에 무엇을 하겠는가.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자리를 짜기 시작한다. 노동이라고는 해 보지 않은 사람이었으니, 솜씨랄 것도 없다. 한심한 작품이 나왔으나, 손수 노동한 결과물이라 소중하기 짝이 없다. 아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기 시작했다. 받기는 했지만, 그 한심한 물건을 즐거이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한데,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이원익이 다시 재상이 되자, 그가 짰던 한심한 물건은 영의정이 짠 자리가 되어 보물처럼 여겨졌다는 것이 아닌가. 자리도 누가 짜는가에 따라 이렇게 보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어떤 분에게 듣고 과연 그랬을까 했는데, 장현광의 문집 ‘여헌집’에서 “완평(完平, 이원익)은 여주 호장(戶長)의 집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자리를 짜고 있다.”는 기록을 보고 허언이 아님을 알았다. 이런저런 기록을 보면 양반들이 생활고에 몰리면 더러 자리를 짜기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문인인 김낙행은 공부를 많이 한 분인데,‘직석설(織席說)’이란 글 한 편을 남기고 있다. 번역하자면,‘자리 짜기의 이로움’ 정도의 뜻이 된다. 어느 날 김낙행의 아내는 남편이 그저 밥만 축내고 하는 일이 없다면서 형제간을 돌며 왕골을 얻어와 자리를 짜란다. 이웃 영감까지 불러 짜는 방법까지 전수시킨다. 아내의 말을 이기는 남편은 드문 법. 내키지 않았지만 해 본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갈수록 손이 익고 재미가 난다. 이런저런 고민을 아주 잊고, 밥을 먹거나 소피를 보거나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가 아니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자리 짜기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는 드디어 자리 짜기의 찬미자가 되어 자신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자리를 짜겠노라 선언한다. 급기야 자리 짜기의 여섯 가지 이로움을 설파한다. 첫째, 자리 짜기란 노동을 하기 때문에 공밥을 먹지 않는다. 둘째, 집 밖으로 공연히 나들이하는 일이 줄어든다. 셋째, 무더운 여름날 졸음을 잊을 수 있다. 넷째 공연한 근심거리에 마음을 쓰지 않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섯째, 잘 짠 자리는 늙으신 어머니께 올려 어머니를 편히 모실 수 있고, 좀 거칠게 된 것은 자신과 아내, 아이들이 깔기도 하고, 또 어린 계집종에게 주어 흙바닥에서 자는 것을 면하게 한다. 여섯째,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자신처럼 살림살이가 딱한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리로 인한 깨달음인데, 아주 괜찮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다시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로 돌아가자. 자리를 짜고 있는 남자 위쪽에 아이가 글을 읽고 있다. 큰 책을 펴 놓고 작은 막대기로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고 있다. 이제 막 글자 공부에 들어간 꼬맹이인 것이다. 서당에서 혹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을 소리 내어 다시 읽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이가 아랫도리를 벗고 있다. 아마 가난 때문일 것이다. 자리 짜는 아버지, 아랫도리를 벗은 아이라. 이 그림처럼 조선후기 양반사회의 분화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그림은 없다. 가난한 양반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짜게 되었다. 하지만 양반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사방관을 쓰고 있다. 벌거벗은 아들의 독서는 아직 양반의 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해방 이후 한국 사람들의 무서울 정도로 집요했던 교육열은 양반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자리를 짜던 아버지, 길쌈을 하던 어머니의 열망에서 혹시 나온 것은 아닌가. ●정조 때 자리 짜던 장인들 열에 여덟·아홉은 유랑민으로 지금 세상은 자리 또는 돗자리라는 것을 쓸 기회가 많지 않지만, 조선시대에 자리는 생활필수품이었다. 지금은 맨바닥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집에서도 소파에 앉아서 지낸다. 또 결혼식 등의 의식이 있어도 모두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조선시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모두 바닥에 앉아 생활하고, 의식이 있어도 모두 바닥에서 한다. 앞서 김낙행의 글에서도 보았지만, 노비의 경우 흙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이 예사였으니, 자리가 생활필수품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리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역시 국가와 왕실이었다. 고려와 조선은 장흥고란 관청을 두고 국용(國用)·왕실용 자리를 관장했다. 관장한다는 것은, 지방에 공물로 배정한 자리를 받아들여 보관하고 사용할 때 내어주고 하는 것이다. 지방에서 장흥고에 바치는 자리의 양은 얼마나 되었을까? ‘세종실록’ 7년 8월 22일조에 의하면,1년에 5148장을 바치고 1년에 소용되는 것은 2216장이라고 하였다. 자리는 모든 지방에서 다 바치는 것이 아니었다. 주로 경상도 안동 일대, 즉 순흥·예천·영천(榮川)·영천(永川)·풍기·의성·용궁 일대가 자리의 주 생산지였다. 여기서 매년 2월,8월에 장흥고와 상의원에 자리를 바쳤던 것이다. 장흥고가 일반 자리를 받는 곳이라면, 상의원은 꽃무늬를 넣은 매우 고급스러운 자리, 예컨대 용문석이나 만화석 등을 거두는 곳이었다. 그런데 안동 일대에서 자리를 짜서 바치면 장흥고나 상의원에서 퇴짜를 놓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자리를 짜는 석장(席匠)들이 땅을 팔고 집을 팔아 열에 여덟, 아홉이 유랑민이 되었다고 한다(‘정조실록’ 5년 12월28일조). 돗자리에도 이렇게 슬픈 역사가 어려 있다. 한데 요즘은 중국산 수입 자리 때문에 자리 짜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하니, 더 딱한 일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고유가시대 경제성 재발견 소형차 슝~슝~

    고유가시대 경제성 재발견 소형차 슝~슝~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소형차는 다 합해 5만 4883대였다. 전체 내수판매 98만 6416대의 5.6%에 불과했다.1994년 64만 4449대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소형차 연간 판매량은 2005년 10만대 밑으로 떨어진 뒤 갈수록 곤두박칠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거의 설 자리를 잃은 채 태반이 수출용 운반선에 몸을 싣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가 국내에서 소형차 마케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포니’,‘엑셀’,‘프라이드’의 신화는 재현될 수 있을 것인가. ●연간 1만대 판매도 허덕허덕 현재 국내 소형차 모델은 현대자동차 ‘클릭’과 ‘베르나’, 기아자동차 ‘프라이드’,GM대우 ‘젠트라’ 시리즈가 전부다. 지난해까지 소형차에 포함돼 있던 ‘모닝’은 경차의 배기량 기준 조정(800㏄→1000㏄)으로 그쪽으로 옮겨갔다. 내수만 놓고 보면 지난해 소형차의 판매량은 참담한 수준이다. 프라이드가 2만 5919대로 비교적 선전했을 뿐 베르나(7561대), 클릭(6101대), 젠트라(2961대)는 1만대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의 중형세단 ‘쏘나타’의 판매량은 11만 9133대나 됐다. 이런 국내 사정과 달리 수출은 탄탄하게 이어지고 있다. 젠트라는 지난해 17만 822대가 ‘시보레’(모델명 아베오),‘폰티악’(웨이브·G3),‘홀덴’(바리나) 등 다양한 GM그룹 브랜드로 세계 각지에 수출됐다. 클릭도 14만 2220대가 해외로 나가 현대차에서 아반떼(16만 9861대) 다음으로 많은 수출량을 기록했다. 베르나는 12만 9189대로 그 다음이었다. 프라이드도 11만 1074대가 수출됐다. 소형차 부문은 우리나라가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이다.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에 비해서는 품질 경쟁력이 월등하고 다른 글로벌 플레이어들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세계 굴지의 자동차 강국이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소형차의 높은 국제 경쟁력이었다. 물론 이 대목은 ‘글로벌 명차’를 지향하는 현 시점에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외환위기 기점으로 판매량 급감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의 3분의2 이상은 소형차들의 차지였다. 내수판매 50%의 벽이 깨진 것은 95년이었다. 전체 시장 114만 9409대의 49.2%인 56만 5943대가 팔리면서 처음으로 40%대로 내려앉았다. 결정적인 타격은 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찾아왔다.97년 40.7%였던 소형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이듬해 23.2%로 뚝 떨어졌다. 국가경제가 파탄난 상태에서 같은 기간 내수시장 전체가 115만 1287대에서 56만 8063대로 반토막 나기도 했지만 소형차(46만 8117대→13만 1690대)가 입은 타격은 이보다 훨씬 컸다. 여기에는 서민경제의 위축과 다양한 레저용차량(RV)의 출시 등이 이유로 꼽힌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들어지면서 소형차의 주요 구매층이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받았다. 때맞춰 대거 출시된 RV들도 소형차가 위축된 주요인이었다. 값싼 경유를 쓴다는 장점과 낮은 자동차 세금 등을 앞세워 소형차 구매층을 대거 빨아들였다. 그 이후 소형차의 내수시장 비중은 줄곧 20%선에서 정체를 거듭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20일 “외환위기의 충격이 가셨는데도 소형차의 판매비중이 회복되지 않은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중고차 시장의 활성화였다.”면서 “질 좋은 준중형 이상 중고차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소형차 신차를 장만할 돈으로 더 큰 중고차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80년대 중반∼90년대 초반 소형차를 중심으로 ‘마이카 붐’이 일었을 때 ‘엔트리카’(생애 첫 차)로 소형차를 구매했던 사람들이 차를 바꾸는 시점에 다시 소형차를 사지 않고 준중형 이상으로 차급을 높였던 것도 이유로 꼽힌다. 개인들의 소득이 늘고 사회 전체가 고령화됐다는 것, 자동차업계가 소형차보다 마진이 높은 준중형 이상 차종에 주력했다는 것 등도 소형차의 내수시장 몰락을 부채질한 이유였다. ●업계, 소형차 마케팅 강화 시동 업계는 최근 들어 소형차에 대한 국내 마케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제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7일부터 베르나와 클릭의 안전·편의장치 선택사양을 하위모델로 대폭 확대했다. 고급형에만 장착할 수 있었던 CD·MP3플레이어, 전자제어 잠김방지 브레이크(EBD-ABS) 등을 보급형 차종에서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부터 가격할인·비교시승·이벤트 등 다양한 판촉 캠페인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제네시스’(현대)와 ‘모하비’(기아)에 집중했던 마케팅 여력을 상당부분 소형차 쪽으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도 젠트라(세단)와 젠트라X(해치백)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올 초부터 20대와 여성층을 주 타깃으로 정하고 직접 찾아가는 시승행사를 진행해 왔다. 이달 초에는 840명으로 구성된 ‘젠트라X 시승단’ 발대식도 가졌다. 앞으로 자동차 레이싱에 젠트라X를 투입해 남성 수요층에 대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달 젠트라는 총 716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판매수량 자체는 많지 않아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3월(245대)에 비해서는 3배, 지난 2월(346대)에 비해서는 2배다. 대우차 관계자는 “차를 처음 구매하면 나중에 차를 바꿀 때 같은 회사 차를 사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소형차 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코 놓을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소형차 부활 가능할까 현재 구도에서 소형차는 준중형 이상과 경차 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인 상태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마티즈’,‘모닝’ 등 경차에 밀리고 차의 품격과 가치라는 측면에서는 준중형 이상 차종에 치인다. 특히 올해부터 모닝이 경차로 편입돼 각종 혜택이 늘면서 소형차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준중형 이상을 선호하는 한국적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자동차를 ‘운송수단’으로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는 ‘애장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경차인 마티즈에까지 선루프를 다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유가의 영향과 함께 기존 보유차량 외에 ‘세컨드카’로 차를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형차의 수요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차가 한 대 있는 상황에서 편하게 운송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소형차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경차가 비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소형차는 넉넉함에서 앞선다. 업계의 마케팅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도 관건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2만 8404대가 팔렸던 모닝이 올 들어서는 3월까지 불과 석달 동안 2만 6025대가 팔리는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소형차 시장도 업계의 마 케팅 전략에 따라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4·9 총선 이후] “친박연대 어느 정도 영향 지역주의 심판 시민승리”

    [4·9 총선 이후] “친박연대 어느 정도 영향 지역주의 심판 시민승리”

    18대 총선 최고의 주인공은 단연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라고 할 만하다. 한나라당이 공천만 하면 당선한다는 등식이 맞아떨어져온 경남 사천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이방호 사무총장을 물리치고 재선을 일궈냈다. 대선 직후 여권 프리미엄이 여전한 데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당(分黨) 이후 치러진 선거인 걸 감안하면 강 의원에겐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곳이었다.10일 당선 첫 행보로 경기도 성남 모란공원을 찾은 강 의원을 만났다. ▶재선이다. 당선 소감이 남다를 텐데.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아무 걱정말라.’며 치켜주던 시민들이 많아 민심만큼 승기가 치솟았다. ▶선거운동을 자평하면. -지역주의에 편승한 못된 병폐를 엄중하게 심판한 사천 시민의 승리다. 혼신을 다한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다. ▶친박연대 등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의 이방호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 도움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사천에 박 전 대표를 좋아하는 시민들이 많고,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도 맞다. 비록 정파는 다르지만, 부지깽이만 꽂아도 당선되고 당선된 뒤에도 권력 투쟁을 일삼는 병폐를 없애는 데, 다른 세력도 함께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 아니냐. ▶승리의 결정적인 원동력은. -친박연대의 지원이 승리의 본류는 아니다. 친박연대가 공식활동을 한 것은 이방호 후보 사퇴촉구 기자회견밖에 없었다.30% 포인트 차의 격차를 뒤집은 건 한 눈 팔지 않고 서민을 대변해온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과 이번엔 선거농사를 제대로 해 풍년농사로 지어 보자는 민심이 합쳐진 것이다. ▶사천이 민노당의 지지가 높은 곳인데. -사천에서 민노당은 23.3%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 전체 득표율 5.7%보다 4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민노당이 사천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사천에서 농민은 전체 17%에 불과하다.50대 이상 농민층에선 민노당 지지율이 가장 낮다. 농민을 제외한 노동자 서민들의 지지가 높았음을 보여준 선거다. ▶선거운동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상대가 워낙 거물이고, 지역 인사 대부분이 한나라당 소속이라 유권자들이 대놓고 강 의원을 지지한다고 말 못 하는 걸 지켜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 ▶재선 의원으로서 각오가 남다를 텐데. -발등에 떨어진 식량위기를 해결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따뜻하게 하는 데 주력하겠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세력이 완패했다. -캄캄한 밤일수록 불을 켜고 싶은 심정이 더 커지는 것처럼, 집권 여당의 독주가 빨라질수록 진보세력의 결집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2) 조선후기 춘화 세 폭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2) 조선후기 춘화 세 폭

    혜원 신윤복의 유명한 그림 ‘사시장춘’이다. 먼저 그림을 살펴보자. 왼쪽에 배치한 나무는 좁고 길며 검은 가지가 무성하기 짝이 없다. 그 무성한 가지들은 장지문을 가리고 있다. 장지문 앞 좁은 마루에 단정히 놓인 것은 신발 두 켤레다. 왼쪽의 검은 가죽신은 남자의 것이고, 오른쪽의 붉은 가죽신은 여자의 것이다. 오른쪽에는 댕기머리를 드리운 어린 계집종이 쟁반에 술 한 병과 술잔 둘을 들고 방 앞으로 가고 있다. 계집종이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낮은 목소리로 “아씨 술 대령했습니다.”라고 말할 것이고, 안에서는 “마루에 놓고 가거라.”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시장춘-계곡과 숲은 음모와 성기 상징 이 그림은 그냥 보아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림의 오른쪽 상단을 보자. 주름진 계곡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계곡 위에 약간 검은 색으로 다시 숲을 배치하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왜 난데없는 계곡인가. 물론 그림이야 상상이 자유로운 예술장르다. 피카소의 그림이 존재하는 사물을 그린 것이라 생각하는 태도는 사실 곤란하다. 살바도르 달리처럼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다. 하지만 화폭 속의 모든 것들은 나름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 눈치 빠른 독자는 이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미 짐작했을 것이다. 왼쪽의 빽빽하고 검은 나뭇가지는, 말하기 무엇하지만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바, 애써 말하자면 그것은 남자의 음모다. 그렇다면 오른쪽의 계곡과 계곡 위의 숲은? 당연히 여성의 성기다. 좁은 마루 위에 놓인 남자와 여자의 신발은 장지문 건너 남녀가 이제 막 사랑의 행위에 들어가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집종이 가져오는 것은 술이고, 두 사람은 술잔에 그 사랑의 묘약을 부어 마신 뒤 환희에 빠질 것이다. 성적 환희는 봄이다. 그래서 장지문 옆의 기둥에 ‘사시장춘(四時長春)’ 곧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늘 봄이라고 써놓았다. 아니 그런가. 이 그림은 신윤복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춘화첩의 맨 첫 장이다. 이제까지 말한 남자, 여자의 이런저런 접촉은 최후에는 필연적으로 성관계로 이어진다. 앞서 춘화를 보는 여자 둘을 그린 그림을 설명하면서 말한 바 있지만, 춘화는 조선후기, 특히 18세기 후반부터 조선사회에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지금 남아 있는 춘화는 조선후기의 성 풍속을 아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이 책에 실린 인간의 성적 행위와 관련된 풍부한 도판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아무리 정밀한 언어적 묘사도 한 장의 그림만 못하다.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알려진 춘화로서 볼 만한 것은 역시 신윤복과 김홍도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것이다. ●달빛 아래서-자유분방한 개방된 성 그려 이제 김홍도 작으로 알려진 춘화를 하나 더 보자. 그의 작품 ‘달빛 아래서’다. 감상자의 시선은 당연히 그림 왼쪽에 쏠리겠지만 오른쪽을 먼저 보자. 버드나무가 연녹색 잎을 무성하게 드리우며 그림 중앙 하단에서 사선을 그리며 오른쪽 상단으로 뻗어 있다. 그리고 보름달이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 있다. 초록색 풀밭에 남자와 여자는 자리를 깔고 사랑을 나누고 있다. 좁고 어두운 방안이 아니다. 버드나무에 걸린 만월이 흰 빛을 무한히 쏟아내어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숲 속의 사위가 훤하다. 숲속의 풀밭 위에서 이루어지는 성행위라니…. 놀랄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사랑은 원래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성은 인간 남녀의 교섭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자연과 인간의 교섭이기도 한 것이다. 현대는 성적으로 개방된 시대라 하지만, 그 개방은 ‘음침한’ 개방이다. 성은 어두운 밀실에서 이루어질 뿐이다. 자기만의 공간을 소유하지 못한 남녀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호텔과 모텔, 여관을 찾는다. 돈을 지불함으로써 겨우 얻어낸 밀폐된 공간에서야 비로소 안심을 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반면 김홍도의 그림은 인간이 문명의 이름으로 팽개친 자연 속에서의 성을 그려내고 있다. 이런 야외에서의 성관계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야외에서 남녀가 성관계를 갖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송세림(1479∼?)의 ‘어면순’에 실린 이야기 한 토막을 들어보자. 관서 지방에 비지촌(非指村)이 있다. 옛날 어떤 사람이 누에 치는 계절에 뽕을 찾아다니다가 한 부잣집에 몰래 들어갔더니, 뽕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몰래 나무 아래로 들어갔더니, 길게 자란 삼이 빽빽하였고, 그 나무 주위는 평탄하여 사람이 왕래한 흔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그곳이 아이들이 와서 노는 곳이겠지 하고, 나무에 올라가 숨어서 뽕잎을 따는 데 열중하였다. 한참 뒤 사내 하나가 바깥에서 헐레벌떡 오더니 곧장 뽕나무 그늘로 들어왔다. 그 사내는 우두커니 서 있다 왔다 갔다 하다가 서너 차례 휘파람을 불고는 숨을 지키며 누구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윽고 나이 스물 쯤 된 아리따운 미녀가 술 한 병에 안주 찬합을 들고 발소리를 죽이며 그 사내놈이 있는 곳으로 잰 걸음으로 다가왔다. 사내는 술을 마시기도 전에 먼저 미녀와 그 일을 시작하고 한 바탕 즐거움을 누렸다.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만, 너무 야하기에 여기서 더 언급할 것은 못된다. 어쨌든 위의 이야기에서 보듯 남자와 여자는 은밀히 만나 뽕나무 아래 삼밭에서 관계를 갖는다. 이뿐이 아니다. 민요에도, 사설시조에도 있다. 전남지방에 전하는 도령타령을 보자. 대명천지 밝은 날에 어느 누가 보아줄까 들어나 가세, 들어나 가세, 삼밭으로 들어나 가세 적은 삼대는 쓰러지고 굵은 삼대 춤을 춘다 삼은 높이 자란다. 숨기에 안성맞춤이다. 삼밭에서 남녀가 일을 벌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삼밭에서의 사랑을 증언하는 사설시조가 1728년에 편집된 ‘청구영언’에도 실려 있으니, 대개 조선시대 삼밭과 같은 야외에서 남녀의 성행위가 예사로 여겨졌던 것이다. 어디 작품을 읽어보자. 이르랴 보자, 이르랴 보자, 내 아니 이르랴 네 남진(남편)더러 거짓 것으로 물 긷는 체하고 통일랑 나리와(내려서) 우물 전에 놓고 또아리 벗어 통조지에 걸고 건넌집 작은 김서방을 눈개야 불러내어 두 손목 마주 덤석 쥐고 수군수군 말하다가 삼밭으로 들어가서 무슨 일 하던지 잔 삼은 쓰러지고 굵은 삼대 끝만 남아 우우 하더라 하고 내 아니 이르랴 네 남진더러 저 아이 입이 보드러워 거짓말 마라 우리는 마을 지섬이라 실삼 조금 캐더니라 모르는 말이 더러 있지만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 그냥 덮어두자. 이 작품의 내용인즉 이렇다. 어떤 여자가, 친구가 물 길러 가는 체하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김서방을 불러내어 삼밭으로 들어가서 일을 벌인 것을 알고 네 남편에게 일러주겠다고 하자, 그 여자는 그런 말은 네가 지어낸 것이고, 사실은 삼을 조금 캐러 들어간 것일 뿐이라고 대답한다. 누가 옳은 것인지 그 시비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 나는 오직 이 작품에서 자연이 인간의 성적 공간이 되고 있다는 데 흥미를 느낄 뿐이다. ●추억-노년의 성적 욕망 강하게 표현 그림 하나를 더 보자. 김홍도의 것으로 알려진 ‘추억’이라는 작품이다. 초가집이다. 방안에 살림살이라고는 거의 없다. 남자와 여자 둘이 앉아 옷을 벗고 중요한 일을 하기 직전이다. 남자는 머리가 다 벗겨지고 흰 수염이 듬성듬성하다. 여자는 머리를 올리고 옷을 제대로 차려 입었지만,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 보다시피 둘 다 노인인 것이다. 노인이 된다 한들 성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강렬해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노인의 성을 배제하고 노인의 성을 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성적 욕망은 더러운 것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지배와 폭력, 강요로 나타나지 않는 한 성적 욕망의 존재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전근대 사회에서 그려진 이 그림이야말로 바로 그런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수출주도 6%대 성장 한계에

    수출주도 6%대 성장 한계에

    경제성장률 5%,1인당 국민소득 사상 처음으로 2만 달러 돌파. 한국은행이 21일 내놓은 지난해 우리 경제 성적표다.2006년 5.1% 성장률을 감안하면 연속 2년 5%대 성장을 이뤘다.‘4%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게 됐다. 올해 6%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새 정부는 그래서 고민이다. 지난해 경제 성적표가 좋았기 때문에 올해 6%까지 끌어 올리는 것은 훨씬 어렵다. 게다가 고물가, 고유가, 세계경제 불안 등 경제환경도 어렵다. 따라서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지난해보다 개선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는 1년으로 끝나고 다시 1만 달러 시대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1000원대의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수출을 활성화하지만 역으로 달러화로 표시되는 1인당 국민소득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로 복귀 가능성 지난해 성장은 역시 수출이 주도했다. 재화수출 성장률은 원화 강세의 악조건을 뚫고 전년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한은은 “수출 호조는 또한 제조업이 6.5%의 높은 성장을 하도록 이끌고, 이에 따라 설비투자도 7.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1분기에도 수출 증가율이 20%에 이른다.”면서 “올해도 수출 증가가 제조업의 설비투자로 이어지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수출환경에 우호적이긴 하지만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 미국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최고가 경신 등의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다. ●내수활성화로 실질 GNI 높여야 여전히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실질 GNI성장률은 고민거리다.2006년 2.6% 증가율에 비해 3.9%는 개선된 상태지만, 서민들 살림살이가 팍팍하게 느껴진다. 수출 증가에 따른 이익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만큼, 내수 활성화를 통해 실질GNI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소비가 지난해 2006년에 이어 4.5% 성장했다. 국민총생산(GDP)에서 내수의 성장기여율이 73.1%로 전년도 79.4%에서 6.3%포인트 줄었다. 여기에 올해 물가불안 등으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춘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그러나 “지난해 국민총소득이 늘어나 앞으로 민간이 지출할 수 있는 소득수준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올해는 민간소비가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현무암으로 빚어낸 제주 금릉 석물원을 가다

    현무암으로 빚어낸 제주 금릉 석물원을 가다

    그를 보면 ‘작은 거인’이란 표현이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명장(名匠) 장공익(78)옹.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오로지 현무암 조각에만 천착해 살아왔다.1m53㎝의 단신임에도 다루기 까다로운 거대한 현무암들을 공깃돌 다루듯 조탁해 6m가 넘는 돌조각으로 변모시킨다. 2000년 금릉석물원을 연 이후 전시용으로 만든 돌조각들이 1만여점.20대 후반부터 기념품 등 상업용으로 제작한 돌하르방까지 포함하면 10만여점을 상회한다. 1993년 뒤늦게나마 세상은 그에게 ‘석공예 명장’이라는 칭호를 선사했다. 한 장인의 삶과 그가 속했던 제주의 시대상이 오롯이 담겨 있는 곳, 서귀포시 한림읍 금릉석물원을 다녀왔다. # 현무암으로 빚어낸 제주의 해학 제주공항에서 1132번 일주도로를 타고 한림 방향으로 가다보면 바다가 아름다운 마을 금릉리에 닿는다. 에머랄드빛 바다 위에 비양도가 그림처럼 떠있고, 수평선을 따라 고깃배와 갈매기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금릉석물원은 이 바닷가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금릉석물원을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정신은 제주인의 삶에 대한 풍자와 회고다. 제주의 상징 돌하르방은 물론,‘돗통시’(제주 전통 화장실)등 사라져가는 옛문화, 그리고 ‘설문대 할망(사진 (3))’ 등의 신화와 조우할 수 있다. 투박하고 익살스러운 작품마다 질박한 삶을 살아 온 제주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촉촉하게 배어있음은 물론이다. 석물원 초입의 정여굴과 미륵불 등에서 종교적인 색채도 느껴지지만, 한 발짝 더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기다린다. 옷 벗는 여인을 훔쳐보는 남정네 모습(사진 (2))이 인상적인 앙작쉬내집을 지나면 백록, 청장 등 제주의 전설적인 다섯 동물을 형상화한 야생오축, 돗통시에서 큰일(?)치르는 아낙네(사진 (1)) 등과 만난다. 하나같이 기발하고 정겹다. 공원 중간쯤의 ‘조롱굴’에서부터 장옹의 해학과 익살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조롱굴은 사람 한 명 정도가 들어갈 만한 조그만 동굴. 예전 제주 사람들은 수많은 조롱굴을 통해 마을과 마을을 오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 손에 여의주를 들고 풍만한 젖가슴과 둔부를 드러낸 채 남정네를 유혹하는 조롱굴 입구의 조각품은 진국태라는 서생과 사람으로 변신한 여우의 전설을 희화화한 것. 이웃집 처녀와 질펀하게 희롱하는 유생 녀석을 지나면 곧바로 ‘헛깨비 골목’이다. 제주의 전설에 등장하는 갖가지 도깨비들을 모아놓은 미로다. 미로 끝자락의 ‘코부재’란 작품은 코에 남성의 생식기가 달려 있다.‘아무리 급해도 서두르지 말라.’는 교훈을 담았단다. 석물원 끝자락의 ‘동심의 고향’은 ‘4·3사건’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장옹의 고향 ‘한산왓마을’(한림읍 상대리)을 재현했다. 임신한 처녀가 ‘동네북’을 메고 가는 작품은 제주판 ‘주홍글씨’. 이 밖에도 바람을 피운 간부(姦夫)를 벌주는 동네사람들, 말똥을 그릇에 받는 아낙네 등 해학과 재기가 번득이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 돌하르방 조각의 살아있는 역사 장옹은 제주도 돌하르방 제작의 살아 있는 역사로 통한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돌하르방 공예품을 처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려니와,60명이 넘는 제자들이 그를 사사했다. 그가 만든 돌하르방을 선물로 받아간 국내외 국빈들도 적지 않다. 캐나다 밴쿠버나 미국 샌타로사, 중국 산둥성의 리이저우 등 도시에는 지금도 장옹이 제작한 대형 돌하르방이 서있다. 그가 처음 돌하르방 제작에 손을 댄 것은 27살되던 해였다. 한국전쟁 중 입대한 해병대에서 5년만에 제대한 그에게 가족들의 생계문제는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할망하고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애가 팡팡 쏟아지는 거여. 그때부터 호구지책으로 돌하르방을 만들기 시작했지.” 살림살이는 조금씩 나아졌지만, 애써 만든 돌하르방들이 팔려 나갈 때면 “부잣집에 아들을 놔두고 돌아서는 듯한 느낌”에 아파해야 했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교통사고로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고, 위암 판정을 받아 위를 잘라내기도 했다. 장옹의 가족사 또한 가시밭길로 점철돼 있다. 그의 어머니는 12명의 자식을 낳았지만,10명이 10세를 전후해 세상을 등졌다. 마지막 남은 누이마저 38세 나이로 장옹의 곁을 떠났다. 고난은 게서 멈추질 않았다.‘눕기만 하면 생겼다.’던 자신의 자식 열 명 중 다섯 명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것. 그 신산했던 삶의 편린들이 금릉석물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넓지 않은 공원이지만, 주마간산처럼 지나다 보면 참맛을 느끼기 어렵다. 자분자분 걸음을 옮겨가며 여유있게 살펴보시라. 해학적이되 천박하지 않고, 호색(好色)적이되 농염하지 않은 석물(石物)들과 만날 수 있다.(064)796-2174,3360. 글 사진 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변산공동체학교-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윤구병, 김미선 지음

    ‘변산공동체학교-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윤구병, 김미선 지음

    학교 하면 으레 떠올리는 그림이 있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모여든 아이들이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수업을 듣다가 오후 늦게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곳. 하지만 전북 부안군 변산공동체학교 아이들은 다르다. 오전에는 학과 공부를 듣지만, 오후에는 텃밭 가꾸기, 천연 염색하기, 발효 식품 만들기, 그릇 빚기 등 일상에 필요한 살림살이를 익혀나간다. ‘변산공동체학교-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윤구병, 김미선 지음, 보리 펴냄)은 1996년 농사꾼이 되고 싶어 충북대 교수직(철학과)을 버리고 변산에서 공동체를 꾸린 윤구병씨가 10여년 전부터 실험해온 대안학교 ‘변산공동체학교’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공동저자 김미선씨와 함께 쓴 이 책에는 ‘교육의 궁극 목표는 스스로 앞가림하는 힘, 함께 어울려 사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는 윤씨의 교육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변산공동체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무엇보다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중학교·고등학교 등 해당과정을 끝낸 뒤 검정고시를 볼 각오를 해야한다. 또한 수업료나 후원금을 받는 다른 대안학교와 달리 구성원들이 농사일을 직접 도우며 교육을 받는 만큼 학생들이 수업료를 내지도 교사가 후원금을 받지도 않는다. 윤씨는 1부 ‘왜 대안 교육인가’에서 요즘 교육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공부’란 명목 아래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대안교육은 한가한 실험이 아니라 인류사회의 운명이 걸려 있는 문제”라며 어른들 손에 빼앗긴 시간, 경쟁하느라 잃어버린 동무들을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2부 ‘놀다 죽자!’는 김미선 씨가 만난 변산공동체학교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변산공동체학교를 거쳐간 아이들은 스무명 남짓. 김씨는 현재 학교를 다니거나 졸업을 하고 떠난 이들 학생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 등 변산공동체학교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까지 찾아가 인터뷰했다. 자식 넷을 모두 변산공동체학교에 보낸 박형진씨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부모 노릇은 뭐든 잘하는 ‘만능 선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같이 해보자.’라고 말할 줄 아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학교의 부모들은 자신의 삶으로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을 지향한다. 이처럼 변산공동체학교의 교육은 산과 들, 갯벌과 바다, 그리고 부모가 함께 교사가 돼 자연스럽게 가르침을 안겨주는 교육이다. 마지막 부록 ‘마주이야기’는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황윤옥씨가 윤씨와 나눈 방담의 기록. 이들의 진솔한 대화는 현대의 제도권 학교가 놓치고 있는 ‘삶터가 곧 일터이자 배움터’라는 꿈을 변산공동체학교가 어떻게 키워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1만 1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미국인 살림살이 더 팍팍해 졌다

    미국인 살림살이 더 팍팍해 졌다

    미국인들이 한해 사이에 가난해졌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에 따른 집값 하락과 빚 증가, 물가 인상으로 미국인의 순자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말을 인용해 “미국인들의 순 가계자산이 2007년 4분기에 연간 기준으로 3.6%,5330억달러(약 510조원)가 줄었다.”면서 “이는 200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FRB에 따르면 주택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주택부문 순자산 가치가 1764억달러나 줄어들었다. 또한 집주인의 지분비율도 세 분기째 50%를 밑도는 47.9%로,FRB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주인의 지분비율이 50%가 안 된다는 것은 집의 자산가치에서 소유자의 지분보다 빚이 더 많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집을 팔면 남는 게 없는 ‘깡통주택’이란 뜻이다. 미국의 주택경기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엔 주택압류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대출 연체 비율도 22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주택대출 가운데 압류비율이 0.83%로 두 분기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택압류 절차에 들어간 체납자는 9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보다 71%나 늘어난 것이다. 주택압류 증가는 매물 재고로 이어지면서 주택가격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주택압류 증가를 부르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주택을 포기하는 국민이 늘면서 모기지 연체비율도 5.82%에 달해 85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주택 경기가 아직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재고 순환 지표를 보면 하반기는 돼야 바닥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더 가난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해양부 와 없애노… 부산 홀대 아이가”

    “해양부 와 없애노… 부산 홀대 아이가”

    “해양수산부는 와 없애노…. 작은 정부도 좋지만 3면이 바단데 부산을 푸대접하는 거 아이가.”(50대 자갈치시장 상인) “대통령이 경제를 확 살린다 안심니껴, 기다려 봅시더.”(40대 택시기사) “기대할 꺼 없어예. 총선이 낼모렌데 뽄때를 보여조야지예.”(회사원) ●실망·우려 우세한 편 ‘실용’을 표방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여일이 지난 7일, 부산 민심의 공통분모는 실망과 우려가 우세했다. 비꼬는 이가 많은 것도 한 축이었다. 경상도란 지역 특성상 ‘보수’가 강하지만 특유의 ‘야성’도 만만찮은 지역 특성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사수를 원했던 해양수산부가 국토해양부로 통폐합되면서 17대 대선 때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줬던 부산 시민들의 말 속엔 배신감이 묻어 있었다. 일각에선 “4·9 총선 때 보자.”는 말을 툭하면 한다. “명색이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은 껍데기뿐 아이가.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제, 기업은 자꾸 빠져나가제. 덩달아 먹고 살게 없으니까 사람들도 자꾸 외지로 나간다 아이가.” “그놈이 그놈이제. 기대가 컸는데 장관 내정자들 꼬라지(모습) 보니까 틀려묵었다 아이요.”. 부산역 지하철에서 만난 김모(73) 할아버지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서인지 말투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주위 사람들은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해양부의 폐지 불만도 ‘소주 한잔’에 얼큰하게 취하면 나오는 단골 메뉴다.‘참여정부가 부산과 밀접했지만 얻은 게 없다.’는 소외감이 바닥에 깔려 있다.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다는 회사원 김모(48)씨는 “떡은 주지 못할망정 매(해양부 폐지)를 때린다.”면서 “이번 4·9 총선 때 야당을 찍겠다.”며 내놓고 말했다.“당 이름(자유선진당)은 모르지만 ‘이회창당’ 찍을끼다.”라는 이도 제법 있다. 하지만 성미가 급해 흥분을 잘하는 지역인의 특성상 한 달여 남은 총선에서 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표로 연결 여부는 미지수 부산시도 이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해양부 폐지로 현안 사업인 부산 신항 개발, 북항 재개발, 항만배후 연결도로 조성 등 국가적 대형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전국 380개 해양수산 관련 단체로 구성된 ‘해양부 해체 저지 범국민연대’는 지난달 22일 “4월 총선 한나라당 표 안 주기 운동, 신정부 해양수산 행정정책 감시 및 평가 강화’ 등을 거론했다. 가라앉은 민심은 일상에서도 여실히 느껴졌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건어물가게 주인 윤재웅(52)씨는 “제발 서민들 주름살 좀 펴게 해조야 할거 아이것소.”라며 볼멘소리를 했다.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도 “별로 큰 기대 안합니더. 쪼매만이라도 경제가 낫게 해조야지예.”라며 부쩍 안 좋아진 경제사정을 대변했다. 택시 기사도 “5년 전만 해도 택시 승차율이 70∼80%였는데 요즘에는 50%를 밑돌고 있어 사납금 맞추기도 힘들다.”며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지역 정치권도 곤혹 곤혹스럽기는 지역 정치권도 마찬가지다.‘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박인호 대표는 “해양부 설치에 앞장섰던 일부 지역 국회의원이 해양부 폐지에 앞장섰다.”며 “이들을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물러난 부산지역 가신 대부분은 본업으로 되돌아가지만 일부는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차성수 전 시민사회수석과 전재수 전 제2부속실장은 이번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출신인 박재율 민원·제도개선비서관은 총선 출마를 포기했으며, 이정호 전 시민사회수석은 부경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보수층이 두껍기 때문이다. 한 야당의 부산시당 홍보팀장은 다가올 총선과 관련,“해양부 폐지가 민심으로 나타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우리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서도 일본과 교역을 한다는 M통상 대표 김진헌(48·동구 초량동)씨는 “뜸이 들어야 밥이 익듯이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시각을 달리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靑,격식대신 소탈하게

    청와대는 25일 새 주인맞이에 분주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 짐을 필두로 하루 종일 새로운 식구들의 살림살이가 청와대 문턱을 넘나들었다. 이 대통령의 짐은 작은 트럭 한 대 분량 정도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써오던 침대와 평소 입던 옷과 이불 등이 대부분이었다는 후문이다. 침대는 이 대통령의 체형에 맞아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옮겨갔다고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애장품 1호인 회중시계도 옮겨졌다. 부친 고(故)이충우씨의 유품이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입사 후 첫 월급으로 산 카메라와 중역으로 승진한 뒤 구입한 오디오도 이삿짐 속에 소중히 들어 있었다. 이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곁에 두고 읽던 책도 청와대 관저에 꽂혔다. 이 대통령은 입주하기 전,“고압적인 분위기가 있으면 개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청와대 본관의 사각탁자를 원탁으로 바꾸라고 지시했지만 제작에 시간이 걸려 아직 바꾸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 집무실에 도착한 뒤, 사각 테이블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아직 안 바꿨네. 바꿔야지.”라고 거듭 지적했다. 아울러 청와대측은 나무 팔걸이가 있는 큰 의자를 바퀴 달린 의자로 교체하기로 했다. 한 측근은 “격식을 따지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이 한 테이블에서 회의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회의실 한 쪽에는 커피를 직접 타 먹을 수 있는 셀프커피 코너가 마련됐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마크도 권위적이라는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각종 집기나 사무기기에서 사라지게 됐다. 다만 지난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구입한 봉황 식기는 교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수저만 새로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쓰던 가구도 그대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전용 이발사로 29년간 일해온 박종구씨와 10여년간 전용 운전사였던 신용구씨가 이 대통령의 곁을 지킨다. 신씨는 3주간 경호교육을 받은 뒤 이 대통령의 전용차를 운전하기로 했다. 청와대 주방장은 조만간 교체하기로 했다. 청와대에는 이 대통령 내외만 거처하기로 했다.1남3녀 가운데 세 딸은 이미 출가했고 장남 시형씨는 둘째 누이의 논현동 자택에 머물면서 해외 유학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측 관계자는 “서울시장 퇴임 후 살았던 서울 가회동 집과 개인 사무실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도 조만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이명박대통령 오늘 취임] 새정부 성패가를 MB핵심 50인

    [이명박대통령 오늘 취임] 새정부 성패가를 MB핵심 50인

    이명박 정부가 임기 5년의 출발선에 섰다. 이 대통령을 도와 새 정부를 이끌 ‘이명박 사람들’의 윤곽도 이미 짜여졌다. 청와대·정부·한나라당과 외곽 측근 등 이 대통령의 핵심인사 50인의 손에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소영 S라인(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 출신)’에 ‘강부자(강남 부자)’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주축이 된 그들이 국가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열성을 다해 일하느냐가 이명박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靑 - 류우익 실장 국정 ‘컨트롤 타워’ 곽승준 기획등 경제살리기 중책 국무총리의 권한을 축소시킨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는 국정을 사실상 총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에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분산됐던 정책실장 기능을 아우르고 경호처까지 관장하게 됨으로써 류 실장은 명실상부한 ‘원톱 포워드’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수석 중에는 국회원직을 포기하고 대통령 보좌에 나선 박재완 정무수석과 이주호 교육과학문화 수석의 활약이 관심이다. 새 정부의 정무 기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박 수석이 얼마나 능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이 수석은 영어 공교육과 대학입시 자율화 등 민감한 사안을 떠맡고 있다. 대선 전부터 이명박 캠프의 정책을 챙긴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명박 정부의 경제노선을 책임진 김중수 경제수석 등이 ‘경제 살리기’ 과제를 어떻게 현실화시킬지도 관심이다. 한·미관계 복원과 대북 상호주의 추진이라는 무거운 짐을 한 몸에 진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의 행보에도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 언론친화 노선을 표방한 이동관 대변인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비서관 중에서는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김백준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살림살이를 맡는다. 특히 이 당선인이 각별히 신임하는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기획조정비서관이라는 자리는 이전 정부 국정상황실장에 해당하는 요직으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된다. ‘대운하 전도사’인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의 역할도 관심이다. 그의 ‘드라이브’에 따라 한반도 대운하의 명운이 좌우될 전망이다. 교수 출신인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얼마나 창의적인 대외전략 구상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MBC기자 출신의 김은혜 1부대변인과 이명박 정부의 언론친화 노선에 따라 총선 출마라는 영광의 길을 접고 궂은 일을 도맡게 된 배용수 2부대변인(춘추관장)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政 - 한승수 총리 후보자 ‘내각 지휘’ 강만수 재정등 막강 ‘경제라인’ 새 정부를 일선에서 이끌어 나갈 국무총리와 초대 각료는 공직과 민간에서 일가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인사들로 대부분 포진돼 있다. 특히 초대 각료 후보자들은 과거 정부 장·차관부터 전국경제인연합 부회장, 시민단체 대표 등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내각 지휘자’인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각 부처를 조율·조정하는 역할뿐 아니라 ‘자원외교’ 등 국익 우선의 글로벌 외교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특히 ‘자원외교’는 이 대통령이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핵심 프로젝트라고 믿고 있다. 한 후보자가 초대 총리로 낙점된 것도 외교부장관·주미대사·유엔 총회 의장·유엔 기후변화 특사 등을 거친 글로벌 외교 역량을 인정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초대 내각의 ‘경제라인’은 강만수 기획재정·이윤호 지식경제·정운천 농수산식품·정종환 국토해양 장관 후보자 등으로 구성됐다. 강 기획재정 및 정 국토해양 장관 후보자는 공직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이고, 이 지식경제장관 후보자는 민간경제연구원 출신으로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지낸 인사다. 정운천 농수산식품장관 후보자는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경제라인이 공직 출신 2인과 민간 출신 2인으로 구성된 셈이다. 이는 시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담고 있는 것이다. 외교·안보 라인은 유명환 외교·남주홍 통일·이상희 국방 장관 후보자 등으로 구성됐다. 유·이 후보자는 각각 외교부와 군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다. 외교·안보라인은 ‘안정’을 우선시했다는 평가다. 남 후보자는 학자 출신으로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비판해 온 대표적 보수논객이었다는 점에서 ‘보수 편향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각각 내정된 원세훈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과 유인촌 전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재임시절에 신임을 얻은 인사들이다. 특히 유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거리유세 사회자로 전국을 누비며 ‘이명박 전도사’로 나선 바 있다. 교육·사회 라인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김경한 법무·이영희 노동·김성이 보건복지가족·박은경 환경 장관 후보자로 구성됐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黨 - 이상득부의장·박희태의원 ‘좌장’ 이방호 사무총장 총선 총괄지휘 한나라당은 10년간의 ‘불임 정당’에서 명실상부한 집권 여당으로 위상이 격상된다. 여당으로서 당정협의회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각종 정책을 생산, 조율하게 된다. 이번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보여주듯 아직은 미숙한 여당의 모습을 벗고 야당과 함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우선 당에서는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박희태 의원이 좌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두 사람은 경선 과정부터 막후 협상과 조정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당과 이 대통령의 위기의 순간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친형인 이 부의장은 동생 이 대통령을 위해 보이지 않은 곳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도왔다.‘이명박 시대’에도 이 부의장의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이며 동생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당 분란을 책임지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최측근 이재오 의원은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리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우선 4·9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를 목표로 하는 한나라당의 총선을 총괄지휘할 이방호 사무총장의 어깨도 무겁다. 이 총장은 공천심사부터 총선에 이르기까지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며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의 위치를 확보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았다. 소장파 핵심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정두언·임태희·주호영·박형준·정종복 의원의 활약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들은 핵심 실무를 도맡으며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들은 ‘이명박 직계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外 - 최시중·이경숙·윤진식·천신일 등 아직 타이틀 없지만 든든한 지원군 이명박 정부에서 아직 타이틀을 얻지는 못했지만 주목해야 할 인사들이 있다.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 천신일 고대 교우회장,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그들이다. 최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핵심원로 모임인 ‘6인회의’에 참여한 측근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중요한 직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최 전 회장은 국가정보원장에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밖에 새 정부에서 신설될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장 기용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고 있는 천 회장은 최 전 회장과 이상득 국회부의장,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등과 원로그룹을 형성하며 이 대통령에게 조언과 자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인수위원장은 한때 초대 국무총리로 검토될 정도로 이 대통령이 비중있게 생각하는 카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靑비서관 39명 임명

    靑비서관 39명 임명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실무진용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2일 새 정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 기획조정비서관에 박영준 전 서울시 정무국장을 임명하는 등 모두 39명의 비서관 인사를 발표했다. 이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국정운영의 핵심 실무를 맡을 청와대 비서관들은 평균 49.2세다.60대가 주축인 내각에 비해 훨씬 젊은 인사들로 채워졌다. 수석비서관 중 한 명도 없었던 호남 출신이 6명이나 포함되는 등 지역 안배도 고려했다. 절반 가까이를 부처에서 파견되는 전문 관료로 채워 전문성을 보강했다. 지역별로는 39명의 비서관 중 17명이 서울·경기 출신이다. 영남권 출신은 박 기획조정 비서관, 김강욱 민정2비서관 등 10명이다. 호남 출신은 이 당선인의 최측근인 김백준 총무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을 비롯해 6명이다. 충청 출신은 이 당선인의 가장 오래된 비서인 김희중 제1부속실장 내정자를 비롯해 5명이다. 제주 출신 인사는 천세영 교육비서관 내정자 1명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 1명,40대 17명,50대 20명,60대 1명으로 40∼50대가 주축을 이뤘다. 최고령 비서관은 청와대 살림살이를 맡은 김백준(68) 총무비서관 내정자이고, 최연소 비서관은 MBC앵커 출신의 김은혜(37)청와대 부대변인 내정자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천주교·불교는 어떻게

    종교계의 살림살이는 전통적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극비사항으로, 내부에서만 제한적으로 전해진다. 성직자의 생활비며 개별 교회, 성당, 사찰의 수입·지출내역은 물론 교단·종단의 재정상태가 철저하게 가려진채 일반인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이같은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천주교, 불교계 일각에서 살림살이 내역을 일반에 앞다투어 공개하기 시작, 종교계 안팎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천주교의 중심이랄 수 있는 서울대교구가 지난해 7월 교구 주보에 재무제표를 실은 것은 대표적 사례. 한국 천주교는 지난 1994년 주교회의에서 소득세 납부와 재정공개를 결의했으나 교구 차원의 실천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서울대교구가 ‘2006년 재무제표’를 전격 공개하고 매년 자료를 공개한다고 밝힌 것이다. 서울대교구가 공개한 재무제표는 교구 자체 집계가 아닌,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거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선교비와 직원 인건비, 건강보험료, 국민연금까지 세세한 항목이 들어있다. 특히 서울대교구의 재무제표 공개는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뜻이 담겨 다른 교구로 확산될 것으로 천주교계는 보고 있다. 불교계는 개별 사찰에서 투명성 확보 운동을 시작해 종단 차원으로 확산되는 추세.2003년 공인회계사·변호사의 회계감사를 받아 지난 5년간의 사찰재정 내역을 공개한 서울 석촌동 불광사에 이어 대형 도심사찰 봉은사가 지난해 재정상태를 전격 공개했다. 수유동 화계사도 올해부터 동참할 방침이다. 일부 도심 포교당에선 신도들의 절 운영 참여가 늘고 있으며 이미 조계사는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신도들이 예결산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조계종단은 중앙종회의 예·결산 승인을 거쳐 재정을 집행하고 감사받는 등 예·결산 내역을 공개해 왔지만 일반인들을 위해 종단에서 발행하는 ‘불교신문’에 대차대조표 등을 게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장관·靑수석 6개월·1년마다 평가”

    “장관·靑수석 6개월·1년마다 평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6일부터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이틀간 진행된 ‘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워크숍’에서 ‘끊임없는 자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과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 등이 참석한 첫날 워크숍에서 이 당선인은 40여분간 원고도 없이 격정적인 연설을 쏟아냈다. 이 당선인은 특히 “내각이나 청와대 수석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6개월이든 1년이든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앞으로 사생활이 없을 것”이라며 “수석이 퇴근하고 나서 술 한잔 먹고 그런 건 없을 것이다. 놀기 좋아하는 사람은 좀 고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당선인은 “전 국민과 공무원을 다 교육시켜 깨끗한 사람 만들려면 10년,20년 걸릴 것”이라며 “대통령이 깨끗하고 성실하게 일한다면 장관도 그런 모습을 보일 것이고, 장관이 그러면 국장도 그럴 것이다. 그게 빠르다.”고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밤이 되면 (청와대가)적막강산이라고 하는데, 나는 걱정 안 한다. 눈만 감으면 바로 잠든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나는 변화한다.”를 일성(一聲)으로 강조했다.“저는 늘 변화하고 있다. 오늘 내일, 내일 새벽 또 한 단계 변화한다. 하룻밤 자고 나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서 “70년대 사장,80년대 회장,90년대 정치인, 그리고 2000년대 서울시장 이명박의 인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지르는 과오는, 제가 늘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70년대 저를 만난 사람은 환경을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늦게 저를 만난 사람은 매우 친환경적인 사람으로 극찬한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과거의 경험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은 참 위험하다.”면서 “박정희 시대 살림살이는 지금의 경상북도 규모였지만, 지금은 세계 10위권이다. 박정희 시대는 철저하게 문이 닫혔던 시대로 내치만 잘하면 잘사는 시대였다. 그것은 참고가 될 뿐, 절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전봇대를 뽑으라고 하면 즉각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데, 영어공부를 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복잡한 얘기를 하면 당장 지지를 못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주춤하면 일이 안 된다.”고 했다. 김상연 한상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稅收 전망 정교해야 국민부담 던다

    세금은 덜 걷어도 탈이고 더 걷어도 탈이다. 세수(稅收)가 모자라면 국가재정이 흔들리고, 넘치면 국민의 조세부담이 늘었다는 증좌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에는 세수가 5000억원 부족해서 문제였다. 그러나 2006년과 2007년엔 많이 걷는 바람에 지탄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정부의 재정수입(국세+세외수입)이 전망치보다 15조 1000억원(특별회계 초과분 4000억원 포함)이나 더 걷혔다고 한다. 국세만 따지면 당초 예상보다 9.4%(14조 7000억원)를 더 걷었다는 것이다. 세수는 한 해 전에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차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세수 오차가 지난해처럼 10%에 이른다면 이는 정교하게 전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세수가 많다고 좋아할 일이 아닌 게, 불황에 그만큼 국민을 쥐어짰다는 증거이기도 해서다. 이래가지고 국민이 어떻게 정부에 살림살이를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더구나 지난해에는 세제개편에 따라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의 증가가 충분히 예상됐다. 그런데도 집계 결과는 15조원이나 빗나갔다. 이쯤되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조세정책은 무턱대고 감세를 한다거나, 증세를 한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무리한 감세는 세수 부족으로, 증세 일변도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조세당국이 정확한 세원(稅源)을 확보하고, 경제 여건을 고려해서 정책을 시행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차기 정부는 국민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세수 예측의 정확도부터 높이기 바란다.
  • 작년 국세청이 거둔 세금 161兆원

    재정경제부는 5일 지난해 국세청이 거둬들인 세금이 161조 459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2006년 징수한 국세 138조 443억원보다 23조 4000억원(17%)이나 늘었다. 종합부동산세는 81.9%나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예산을 짤 때 예상한 세수 전망치 147조 3025억원보다는 14조 1566억원(9.6%) 증가했다. 그만큼 정부의 세수 추계가 부실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한해 살림살이 계획도 치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한 정치권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법인세 등의 감세 주장에 “세수 감소 때문에 곤란하다.”고 반박한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 재경부는 “지난해 양도세 강화를 앞두고 2006년 말 부동산 거래가 급증, 양도소득세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과 세수는 국가채무 상환 등 재정건전성 강화에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세목별로는 ▲부가가치세 40조 9000억원 ▲소득세 38조 9000억원 ▲법인세 35조 4000억원 등으로 이들 3개 세금이 전체 세수의 71.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소득세의 증가폭이 7조 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법인세도 기업실적의 호전과 금리 및 법인저축성 예금 증가로 6조 1000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주세는 주류 출고의 증가에도 맥주세율이 80%에서 72%로 줄어 1000억원 감소했다.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 상승과 과표적용률이 70%에서 80%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2006년보다는 81.9%(1조 1000억원), 전망치보다는 27.8%(5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증시활황에 따라 2006년보다 37.3%(9000억원), 전망치보다 49.2%(1조 1000억원) 늘어난 증권거래세 못지않게 많이 징수한 것이다. 일반회계로 편입된 세금이 155조 4000억원, 특별회계에 쓰인 세금이 6조 1000억원이다. 한편 재경부는 지난해 세입이 216조 355억원, 세출이 196조 9047억원으로 세계 잉여금은 이월액 2조 6469억원을 뺀 16조 4839억원이라고 밝혔다. 일반회계에서 15조 3428억원, 특별회계에서 1조 1411억원의 세계잉여금이 발생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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