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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시 ‘무성의 사과’에 피해자들 분노

    옥시 ‘무성의 사과’에 피해자들 분노

    옥시 한국 법인(RB코리아)이 20일 대전 유성구 아드리아호텔에서 ‘제1회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사과의 장’을 마련하고 정부가 1, 2등급 판정을 내린 피해자를 초청했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역대 옥시 임원 중 처음으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는 자리였지만 무성의한 사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일 옥시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에서 한 단계도 나아가지 못한 사과안을 옥시가 반복해 읽었기 때문이다. 오는 7월까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정부가 1, 2등급 판정을 내린 피해자 위주로 보상하고 총 100억원의 보상기금을 마련한다는 게 옥시가 밝힌 사과안의 주요 내용이다. 간담회 직후 서현정 옥시 홍보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 가족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지속적으로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사프달 대표는 취재진을 피해 뒷문으로 입장했다가 뒷문으로 퇴장해 빈축을 샀지만 결국 호텔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너무 늦은 사과에 죄송하며 1, 2등급 피해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그간 치료비와 앞으로의 보상 방안 등에 대해 얘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담회 뒤 피해자들은 “괜히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가습기 살균제 유가족 연대 최승운 대표는 “옥시 측이 배상 절차를 제시할 줄 알았는데 피해자 의견을 먼저 듣겠다고 했다”면서 “어떻게 피해자에게 배상안과 금액을 먼저 제시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옥시에 자신의 피해 사례를 다시 얘기하는 과정도 힘들고 주변 피해 상황을 반복해서 듣는 과정도 너무 힘들어 시간이 갈수록 피해자들이 격해졌다”며 이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유성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덴마크 업체도 거짓말… ‘세퓨’ 독성물질 대량 수출

    제품 사용 피해자 27명 중 14명 사망… 옥시 前 대표 23일 피의자 신분 소환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 제품보다도 4배가 더 강한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원료 물질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당초 알려진 40ℓ 이하로 소량 수입된 것이 아니라 700㎏ 가까이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0일 세퓨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가 독성 원료인 PGH를 덴마크 제조사인 케톡스에서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이 수입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구속한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오모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2009년 9월 PGH 128㎏을 수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2009년 12월 106㎏, 2010년 8월 450㎏ 등 모두 684㎏의 PGH가 국내에 들어온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PGH 생산 업체인 케톡스사 전 대표인 담 고르는 최근 덴마크 현지에서 만난 국내 환경단체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PGH를 수출한 적이 없으며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첨부해 40ℓ 이하의 소량 샘플만 보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화학물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었던 오씨는 2010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6개월 동안 PGH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1대3 비율로 섞어 제품을 제조했다. 검찰은 PGH를 주성분으로 사용한 세퓨 제품의 피해자를 27명(사망자 14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23일에는 존 리(48·현 구글코리아 사장) 전 옥시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사태의 책임이 있는 옥시 최고경영자 출신 외국인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신현우(68·구속)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를 상대로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이를 무시하고 판매를 강행했는지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靑 “즉각 개정”, 거부권엔 신중… 野 “국회가 통법부냐” 반발

    국회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시작된 여의도 정치권에 예기치 못한 변수로 등장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국회 상임위가 법률안 이외 중요 안건 심사 혹은 현안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청문회를 상시 개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청와대는 20일 ‘개정 필요’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거부권 행사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입법부가 개별 현안들을 국회로 끌고 들어와 정쟁으로 비화할 경우 행정부의 기능이 마비된다’는 게 주요한 반대 이유다. 그러나 섣부른 거부권 행사는 앞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논란으로 굳어진 여야 협치가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 새누리당도 ‘즉각 개정’ 목소리를 높이며 동조했지만,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가 계파 갈등을 수습해야 하는 국면에서 내우외환을 맞게 돼 곤혹스러운 처지다. 정 원내대표로선 당내외 양면 압박 속에 대야 협상의 첫 고비를 맞게 됐다. 국회 사무처는 개정안을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정부로 송부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송일 기준으로 15일 이내 개정안을 공포하거나 국회 재의를 요구하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야가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만큼 위험부담이 높다. 상임위 구성이 난항을 겪거나 20대 원 구성 자체가 지연될 소지가 있다. 국회 결정사항을 뒤집은 데 따른 여론의 역풍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만큼 박 대통령이 개정안을 일단 공포한 뒤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새 개정안을 내고 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가) 현안만 생기면 장관들을 불러 놓고 종일 정쟁을 한다”면서 “국회가 가장 기본으로 해야 할 법안 심사는 못하게 되는데 의장이 독단적으로 법안을 상정해 처리했다”며 정 의장을 정면 겨냥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태, 어버이연합 불법자금 지원 의혹 등이 국회 청문회로 사사건건 이어지면, 국정운영 마비 사태로까지 번질 것이라는 논리다. 반면 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의 사과 요구에 대해 “의장에게는 의장의 권위가 있다. 국회의 권위가 의장의 권위”라며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의장은 아무것도 못한다고 한다면 ‘꼭두각시’”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청와대와 여당의 개정론에 대해 “국회를 통법부로 보는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청문회를 상시화한다고 해서 이를 남발하거나 악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또다시 의회의 결정사항에 대해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재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입법부를 통법부로 만들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은 정 의장이 국회 개혁 차원에서 추진했고 운영위·법제사법위 합의로 통과됐다”며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근본적으로 국회를 무시하고 총선 민의를 또 한 번 짓밟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피해자에게 들으려고 모셨다” 옥시 무성의한 사과에 피해자들 허탈

    “피해자에게 들으려고 모셨다” 옥시 무성의한 사과에 피해자들 허탈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RB코리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옥시 제품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는 자리를 20일 처음으로 만들었지만, 무성의한 사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원칙적 보상 방침에서 한 단계도 나아가지 못한 사과안을 옥시가 앵무새처럼 반복했기 때문이다. 오는 7월까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정부가 1·2등급 판정을 내린 피해자 위주로 보상하고, 총 100억원의 보상기금을 마련한다는게 사과안의 내용이다.  대전 유성구 아드리아호텔에서 오후 1시부터 2시간여 동안 열린 간담회 동안 간간히 문밖으로 피해자들이 울먹이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옥시는 피해자들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이유로 피해사례를 반복 진술하게 해 또 다른 고통을 가하기도 했다.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옥시 측 인사는 다양하게 제기된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저희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1·2등급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과드리려 이번 자리를 마련했고,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 가족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지속적으로 사과드리겠다”는 말만 무한반복했다. 사프달 대표는 취재에 나선 기자들을 피해 뒷문으로 입장했다 뒷문으로 퇴장했다.  간담회 뒤 피해자들은 “괜히 왔다”며 고개를 떨궜다. 애초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단체 차원에서 옥시 간담회에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참여 인원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수십명에 불과하기도 했지만, 면담 중 흥분한 탓에 성인 피해자들은 옥시 측이 테이블마다 준비한 다과 대부분에 손도 대지 않았다.    피해자를 대표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가습기 살균제 유가족 연대 최승운(43) 대표 인터뷰를 아래 정리했다.    최 대표는 “피해자들의 기대가 컸는지, 옥시의 준비가 부족했는지”라며 연신 말끝을 흐렸다. “피해자들이 기대가 많았다. 각지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왔는데 괜한 기대였다는 확인만 했다. 지난 5년 동안처럼 (옥시가 피해자들을 외면) 옥시는 ‘이제는 다르지 않을까’란 기대를 깨트렸다. 옥시 측에서는 피해자들의 사연을 듣고, 사연에 맞는 보상 절차를 7월 안에 만들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화가 났다. 힘들게 여기까지 온 게 그런 얘기 들으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  옥시 측이 배상을 준비하고 절차를 제시할 줄 알았다. 어떻게 피해자에게 배상안과 금액을 말하라고 할 수 있나. 그래서 피해자들이 실망한 것이다. 옥시는 2~3주 안에 서울에서 이같은 만남 자리를 다시 마련하기로 했다. 그 때 좀 더 진전된 이야기가 나오기를 바란다.”    옥시는 이날 면담에 대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최 대표는 그 과정이 또다른 폭력이 됐다고 봤다.  “많은 피해자들이 7~8년 정도 고생했지만, 피해자 중에는 10년 이상 고통을 당한 분들도 계시다. 그 분들 입장에서 형식적 사과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사실 많은 피해자들이 ‘살아있는 자식은 살리자’며 잊고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옥시 측이 요청해 환경부가 피해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보고 이 자리에 나오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기대치가 높았던 것인지, 옥시가 준비되지 않았던 것인지는 개별 피해자들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기대에 많이 못미쳤다.  옥시가 경청할 수 있게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례를 다시 얘기해야 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주변 피해자 얘기를 반복해서 듣는 과정도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지고 참기 어려워했다. 그래도 옥시 측이 2~3주 안에 서울에서 미팅을 한다니까, 그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오늘 다들 집으로 가셨다.”   옥시는 이날 정부에서 인정한 1·2등급 피해자만 대상에 포함시켰고, 3·4등급 피해자에게는 면담 통보를 하지 않았다. 옥시가 밝힌 개인 보상 방침에서도 3·4등급은 배제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모인 1·2등급 피해자들은 3·4등급 보상에 대해 여러 번 물었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3·4등급 피해자에 대해서도 절차를 진행할 것인지 질문이 많았다. 옥시는 점점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정확하게 3·4등급을 지칭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3·4등급 피해자에 대해 언급하는게 아닐까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 대표의 생각과 다르게, 3·4등급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번과 같은 면담 자리를 만들 것인지 기자들이 물었을 때 옥시 측은 “오늘은 1·2등급을 우선적으로 만난 자리였고 지속적으로 미팅을 이어가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유성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비즈 in 비즈] 힘센 자들의 방조

    [비즈 in 비즈] 힘센 자들의 방조

    요즘 ‘페브리즈’ 홈페이지 첫 화면엔 ‘안심하고 사용하셔도 됩니다’란 배너가 뜹니다. 배너를 클릭하면 페브리즈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7가지 항목이 나옵니다. 지난 18일까지 이 중 첫째 항목엔 “환경부에서도 페브리즈의 안전성을 입증하였습니다”란 문구가 선명했습니다. 19일엔 이 문구가 사라졌습니다. 전날 “한국피앤지(P&G)가 아직 흡입독성 실험도 해 본 적 없이 환경부를 인용해 페브리즈의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서울신문이 보도(5월 19일자 1면)하자 정부가 한국피앤지에 해당 문구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다국적기업인 이 회사의 홈페이지 관리 부서가 인도에 있는 탓에 약간의 시차가 있었지만, 기업은 정부 요청을 최대한 빠르게 수용했습니다. 이미 한 달 전에 기업의 기민한 대응 행태를 확인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인을 본격 소환조사하겠다고 밝히자마자 지난달 18일부터 롯데마트, 홈플러스, 옥시(RB코리아) 등의 사과와 피해보상 약속이 이어졌습니다. 2011년 8월 보건복지부가 원인미상 폐 손상 위험 요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하는 역학조사를 내놓아도 반응이 없던 기업들입니다. 형사 고발, 1인 시위, RB코리아의 본사가 있는 영국 런던에서의 원정 시위에도 꿈쩍 않던 기업들입니다. 결국 정부와 검찰만이 기업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 힘을 지녔다는 현실이 최근 기업들의 태도 변화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1년 8월 이후 4년 9개월 동안 이 힘센 이들이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란 희대의 화학 참사가 일상 중에 벌어진 게 경악스럽다면 그 후의 일들은 더 공포스럽습니다. 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파악한 정부가 해당 업체를 즉시 고발하지 않아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피해자들이 직접 고소에 나서야 했나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었는데도, 왜 정부는 고위험 생활화학제품을 적발한 뒤 기업에 소명할 몇 달의 시간을 내준 뒤에야 제품명을 공개하나요. 정부의 뒷북 행정이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입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피해자에게 사과 없었던 옥시 이사님

    피해자에게 사과 없었던 옥시 이사님

    독일계 재무이사 입 닫은 채 출석 사내변호사도 참고인으로 불러 면책성 주식회사 해산 여부 추궁 피해자 566명 추가… 총 1848명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자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외국인 임원이 19일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현재 구글코리아 사장인 한국계 미국인 존 리(48) 전 옥시 대표를 오는 23일 부르는 등 외국인 전·현직 임원을 잇달아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옥시의 재무 담당 이사인 독일 국적 H(49)씨와 옥시 전 사내 변호사 김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1월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이 옥시 외국인 임원을 소환한 것은 처음이다. H씨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H씨는 2010년 7월 처음 옥시 이사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옥시의 재무 업무를 총괄해 왔다. 검찰은 H씨를 상대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가 불거진 뒤 사고 대응을 위한 옥시의 지출 내역과 본사의 승인 여부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사내 변호사인 김씨를 상대로는 2011년 사태 전후 본사 차원에서 사고와 관련한 법률적 문제에 대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파악했다. 검찰은 특히 2011년 12월 ‘주식회사 옥시레킷벤키저’를 해산하고 같은 날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를 설립한 경위가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였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안전성 점검 관련 업무를 담당한 롯데마트 직원 황모씨와 미국 자체브랜드(PB) 상품 전문 컨설팅업체인 D사 팀장 조모씨를 20일 소환해 조사한다. D사는 2006년 롯데마트의 의뢰를 받고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안전성 점검을 실시했다. 또 홈플러스 법규기술관리팀 직원 김모씨와 품질관리 관련 업무를 맡았던 직원 엄모씨도 같은 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한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이날 자체 피해 접수 결과 피해자 566명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 중 사망자는 41명이다. 이에 따라 신고된 전체 피해자는 정부가 1~3차에서 받은 피해자 1282명을 합해 모두 1848명(사망자 266명)으로 늘어났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19대 국회 마지막 통과 법안들] 노동개혁·세월호법 결국 좌절

    [19대 국회 마지막 통과 법안들] 노동개혁·세월호법 결국 좌절

    김현숙 靑수석 브리핑서 ‘눈물’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통과 못해 내년 사법시험 1차 못치를 수도 19대 국회가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만든 여야의 쟁점 법안들이 19일 사실상 모두 휴지통에 버려졌다. 그동안 진통 속에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던 노력들마저 모두 허사가 돼버렸다. 폐기 법안 대다수가 20대 국회에서 재발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하며 처리를 당부했던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신신당부한 규제프리존 특별법 역시 처리가 무산됐다. 그러자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노동개혁 입법 논의가 여야의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 갇혀 제자리걸음만 하다 상임위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될 운명”이라면서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노동개혁법을 통과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수석은 울컥하며 눈물을 흘렸다. 야당이 처리를 요구한 법안들도 대거 폐기 처분되는 운명을 맞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소비자집단소송법과 사법시험을 존치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은 여야 법사위원 간 설전 끝에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사법시험 1차 시험이 치러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차 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2, 3차 시험을 치른 뒤 최종 50명을 선발하고 나면 사법시험은 완전히 폐지된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 재발의돼 국회를 통과하면 폐지가 유예될 수도 있다. 15대 국회 이후 매 국회마다 발의와 폐기가 반복돼 온 사형제도 폐지법안은 이번에도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단골 폐기 법안’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가 평생 대통령경호실로부터 경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희호법’(대통령 등 경호법 개정안)도 무산됐다. 야당이 요구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안을 담은 세월호특별법 개정안과 여당이 요구한 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의 대학 정원외 입학을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법은 모두 처리가 좌절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상시 청문회’ 국회법 개정안 통과

    ‘상시 청문회’ 국회법 개정안 통과

    靑 “국정 발목” 與 “합의상정 어긋나” 신해철법 등 135개 안건 처리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가능해져 여야가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표면적으로는 ‘여야 합의 상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이면에서는 개정안에 담긴 ‘상시 청문회’ 허용에 반발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회법 개정안을 재적의원 222명 중 찬성 117명, 반대 79명, 기권 26명으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주요 안건 심사나 현안 조사를 위해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 수 있으나 법안이나 국정감사·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논란이 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청문회 실시가 가능해지는 등 사실상 대상에 제약이 사라지는 것이다. 앞서 개정안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당시인 지난해 7월 운영위를 통과했지만 원유철 원내대표 체제 등장 이후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면서 ‘본회의 계류 법안’으로 묶여 있다가 이번에 전격 처리됐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여야 합의’ 없이 개정안을 상정했다고 불만을 제기했지만 흐지부지됐고, 표결에서도 유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과 함께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 직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 법안”이라면서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이) 복당을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 6월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상으로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번에도 재현될지 주목된다. 여야는 또 이날 본회의에서 의료사고로 피해를 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과 주사기를 재사용한 부도덕한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의료법 등 모두 135개 안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 온 노동개혁 관련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주요 경제 법안은 제외됐다. 야당이 요구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소비자 집단소송법, ‘사법시험 존치법’(변호사시험법), 세월호특별법 등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들 법안은 여야 간 이견으로 19대 국회 종료(5월 29일)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다만 여야의 ‘주력 법안’이라는 점에서 20대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다시 밟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야의 이견이 크다는 점에서 또다시 정쟁의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4년간 발의된 1만 7822개 법안 중 43.1%인 7683건만 처리됐다. 나머지 1만 139개 법안은 폐기된다. 발의 법안과 폐기 법안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19대 국회에서는 몸싸움이 난무했던 18대 ‘동물 국회’의 추태는 사라졌지만 여야가 국회선진화법 시행에 걸맞은 정치력을 보여 주지 못하면서 ‘식물 국회’로 전락한 탓이 크다. 한편 여야 3당은 20대 국회 개원일(6월 7일)을 20일 남겨둔 이날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본격적인 원 구성 협상에 돌입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포토] 굳은 표정으로 검찰 출석한 옥시 현직 외국인 임원

    [서울포토] 굳은 표정으로 검찰 출석한 옥시 현직 외국인 임원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19일 오후 울리히 호스트바흐 전 옥시 재무이사가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에 출두 하고 있다.안주영기자jya@seoul.co.kr
  • [서울포토] ‘가습기 살균제’ 옥시 현직 외국인 임원 첫 검찰 출석

    [서울포토] ‘가습기 살균제’ 옥시 현직 외국인 임원 첫 검찰 출석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19일 오후 울리히 호스트바흐 전 옥시 재무이사가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에 출두 하고 있다.안주영 기자jya@seoul.co.kr
  •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신해철법 처리…세월호 특별법 무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신해철법 처리…세월호 특별법 무산

    국회는 19일 오전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비롯해 130여건의 안건을 처리한다. 특히 이른바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과 전월세 전환율 인하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장기요양기관의 재무·회계를 의무화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전북의 최대 현안으로 꼽혀 야당에서 처리를 강력 주장해온 탄소소재 융복합기술 개발 및 기반 조성 지원에 관한 법과, 구직급여 수급기간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포함되도록 한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 유원지에 관광시설을 포함하는 특례조항을 담은 제주특별법 일부개정안 등도 있다. 그러나 여당이 강조했더 규제프리존법과 노동개혁 4법, 서비스산업 발전법과 야당이 강조한 세월호특별법과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사법시험 존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방안으로 제시된 소비자 집단소송제 법안 등은 여야의 이견으로 19대 국회 처리가 무산되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생활용품 유해성 검사 속도 더 내라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믿고 써도 되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으니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런 가운데 환경부는 그제 생활용품 7개 제품에 사용금지 물질이 들었다며 시장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즐겨 써 온 생활용품들에 독성이 있었다니 아찔할 뿐이다. 신발무균정이라는 탈취제품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인 PHMG가 검출됐다. 옥시 파동이 터진 게 언제인데, 문제의 유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어떻게 시중에 버젓이 유통될 수 있었는지 황당하다. 게다가 PHMG는 산업통상자원부가 3년 전 탈취제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필코스캠이란 업체가 만든 에어컨 살균 탈취제에 든 TCE도 10년 전 환경부가 취급 금지한 유해 물질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불안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정부 당국만 믿고 있다가는 어떤 낭패를 볼지 모른다는 인식이 심각하다. 최근에는 탈취제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페브리즈가 안전성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한 환경부의 대응 태도에는 문제가 많다. 유해 물질이 미량 들었다고 인정할 뿐 사용 여부에 대한 지침이 없다. 앞으로 독성실험을 하겠으니 사용 적합성은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이다. 터진 구멍만 메우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로는 국민 공포증을 잠재울 수 없다. 환경부는 지난 1월에 퇴출 제품 7개의 유해성을 이미 확인했다. 적발하고도 넉 달이나 알리지 않았다니 소비자들은 분통이 터진다. 시판 제품에 든 화학물질 4만여개 중 정부가 관리하는 것은 530종뿐이다. 이마저도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라 제조사는 일부 유해 물질 성분만 표시하면 된다. 기업 규제를 줄여 주는 것도 좋지만 국민 안전이 뒷전이라면 시급히 손볼 제도다. 생활화학제품을 전수조사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이런 사정을 알고 보면 알맹이가 없는 얘기다. 제조사가 성분을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유해성 여부를 속시원히 가릴 방법이 없다. 인력과 예산을 긴급히 늘려서라도 시중 제품들의 유해성 검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시판 제품이 8000개가 넘는데 한 해 고작 300여개를 조사하겠다는 환경부의 발상은 너무 안이하다. 조사와 결과 공개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판매량이 많은 인기 제품들을 우선 검사하고, 퇴출 제품만 밝힐 게 아니라 검사를 마친 안전한 상품의 이름도 공개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도와야 한다. 책임 있는 소비자 보호 행정을 하겠다면 그래야 한다.
  • ‘살균제 피해’ 키우고…감추고… 檢, 옥시 외국인 前대표 부른다

    ‘옥시 보고서’ 쓴 서울대 교수 月 400만원 석달간 자문 계약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외국인 전·현직 임원을 19일부터 불러 조사한다.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 준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57) 교수는 석 달간 1200만원을 받기로 옥시 측과 계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9일부터 옥시 외국인 전·현직 임원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소환 대상은 영국 레킷벤키저가 2001년 3월 옥시를 인수한 이후 대표를 지냈거나 마케팅·재무 부문에서 일한 외국인 임원들이다. 현재 국내에 있는 외국인 임원을 먼저 부르고 외국에 머물고 있는 임원들도 연이어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옥시의 재무 담당 이사인 H씨와 살균제 판매의 법적 문제를 전담한 옥시 전 사내 변호사 김모씨를 19일 참고인 신분으로 부른다. 옥시 전 대표로는 한국계 미국인 존 리(48) 현 구글코리아 대표가 우선 소환될 예정이다. 리 전 대표는 신현우(68·구속)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다. 그가 대표를 맡았던 시기에 살균제 판매가 가장 많이 이뤄졌다. 검찰은 리 전 대표에 이어 2년간 경영을 책임지며 증거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인도 출신 거라브 제인(47) 전 대표도 소환할 방침이다. 그는 현재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006년부터는 외국인 대표 등을 조사하지 않고는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그러나 외국인 임원 소환과 영국 본사에 대한 수사는 다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검찰은 옥시가 제품 개발 전 가습기 살균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생활화학제품 제조업체 E사 대표 노모(55)씨로부터 “흡입 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듣고도 무시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또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 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조 교수가 2011년 10월쯤 옥시와 ‘자문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시점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 독성 실험이 진행되기 직전이다. 제인 전 대표 명의로 작성돼 이메일로 전달된 계약서 내용에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에 무해함을 밝히고, 폐질환과의 연관성을 확인한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을 비판해 달라’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자문 대가로 옥시가 조 교수에게 3개월간 다달이 4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연구 결과를 왜곡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던 조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계약서의 존재를 시인했다. 조 교수는 이날 구속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재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살생물제·스프레이형 제품들 특히 주의해야

    방향제, 탈취제, 살충제 등 화학물질이 들어간 생활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은 화학제품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 유통 중인 화학물질 4만 5000개에 대해 안전성 검증을 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왔다. ●국내 유통 4만5000개 안전 검증 필요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는 18일 “세균이나 벌레 등 생물체를 죽이는 화학제품은 어떤 식으로든 인체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소독, 방충, 방부 등 살생물제는 특히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산화수소를 묽게 해서 피부에 바르면 소독용 약이 되지만 압축해 증기로 만든 후 흡입하면 사망할 수 있다”며 “피부에 안전하다고 해서 폐나 눈 등 다른 장기에도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까다로운 안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프레이 짧은 시간 뿌리고 꼭 환기 특히 살충제, 방향제 등 스프레이형 제품은 작은 입자로 공기 중에 뿌려질 때 폐로 흡입될 수 있다. 환경컨설팅사 EHR&C의 이종현 환경보건안전연구소장은 “스프레이 원액에는 방부제가 많이 들어 있어서 폐로 흡입되면 특히 위험하다”며 “불가피하게 스프레이를 쓴다면 짧은 시간 내에 뿌린 뒤 반드시 환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디퓨저(방향기)도 방, 사무실 등 밀폐된 공간에서 온종일 노출되면서 흡입할 수 있기 때문에 화학물질이나 방부제가 들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퓨저도 화학물질·방부제 확인을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물티슈나 샴푸 등에도 널리 쓰인다. 피부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흡입 때는 위험하다. 코팅프라이팬에는 환경호르몬 일종인 과불화화합물(PFCs)이 들어 있어 코팅이 벗겨진 경우에는 사용을 중지하는 게 좋다. 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모든 화학물질에는 기본적으로 독성이 있고, 용량에 따라 안전성에 차이가 날 뿐”이라며 “세탁, 청소를 할 때 세제를 쓴다면 용량을 최소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화학물질 환경부, 제품은 산업부 따로… 유해성 검증 ‘구멍’

    화학물질 환경부, 제품은 산업부 따로… 유해성 검증 ‘구멍’

    가습기살균제 사고는 유명무실한 화학물질 관리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 없이 물질의 용도를 바꾼 기업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화학물질은 환경부에서, 화학물질로 만든 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각각 관리하다 보니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관련 법률 간 허점도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서로 다른 부처가 물질 따로, 제품 따로 관리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1991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제정되면서 국내에서 처음 제조되거나 수입되는 신규화학물질은 해당 업체가 자비로 관련 검사기관에서 유해성 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했지만 법 시행 이전에 국내에 유통된 기존화학물질 3만 6000종에 대해서는 정부가 예산으로 유해성 심사를 대신키로 했다. 법 시행 이전 유통된 화학물질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은 당초 카펫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항균제로 신고해 환경부가 유해물질로 지정하지 않았다. 또 산업부는 공산품인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성분 분석 등 확인에 소홀했다. 사회적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나선 기관은 없었다. 불안감은 여전하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제품 수거가 이뤄지고 정부부처 합동으로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 종합대책이 나오자 환경부는 이듬해인 2012년 9월 PHMG와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유독물로 지정·고시했다. 그러나 국가기술표준원은 한 달 뒤인 2012년 10월 PHMG가 함유된 신발용 스프레이 탈취제에 국가통합인증(KC) 마크를 부여했다. 당시에는 스프레이 제품에 대해 PHMG 등의 사용을 금지하진 않았지만 사회 혼란과 국민 불안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환경독성보건학회는 18일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이 별도 관리되면서 용도 변경으로 노출경로가 달라져도 이에 맞는 독성을 심사할 수 없는 법·제도가 미비하다”면서 “특히 위해성이 높은 살생물질 사용 제품은 사전허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세종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지카도 화학용품도 겁나… 천연 모기약 직접 만들어”

    “지카도 화학용품도 겁나… 천연 모기약 직접 만들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얘기를 듣다 보니 모기약 하나 사다 쓰기도 겁이 나요. 지카 바이러스도 무섭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 쓰는 방법을 배우려고 왔죠.” 18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선동주민센터 ‘천연·비누 만들기’ 수업에서 안모(51·여)씨는 “비누나 모기약 등을 만들어 쓰는 것이 불편하긴 하지만, 화학제품에 노출돼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낫다”며 “편리해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해온 화학제품들에 대해 정부가 좀 더 관리를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심이 확산되면서 세제나 모기약, 탈취제 등을 천연재료로 직접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친환경 교실’이 붐비고 있다. 이는 역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과 두려움이 반영된 것이다. 이날 수업에서 이복동(58) 대원대 뷰티스타일리스트과 교수는 천연 모기약을 만드는 과정을 시연했다. 모기가 싫어하는 풀인 시트로넬라에서 추출한 오일과 향을 내는 라벤더 오일, 피부 진정효과가 있는 티트리 오일, 무수 에탄올, 정제수 5개를 비율에 맞게 섞었다. 그는 “하루쯤 숙성시킨 뒤 쓰면 되는데 방부제가 안 들었으니 꼭 냉장보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선동주민센터 관계자는 “가습기 사태 이후로 천연제품 만들기 수업을 듣고 싶다는 전화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분기별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현재 1개 운영되고 있는 클래스를 다음 분기부터는 2개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가 있는 집들은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가 한층 더 크다. 직장인 이모(42·여)씨는 “세탁기 세제를 예전의 10분의1로 줄였고,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성분이 있다고 알려진 물티슈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며 “탈취제 등도 다 갖다 버리고 대신에 커피 찌꺼기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모든 학교에 급식시설이나 수영장 등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재점검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분기마다 학부모들을 초청해 급식 재료를 공개하는데 설거지나 아이들 이불을 빨 때 쓰는 세제 종류와 양 등도 물어보더라”며 “여름을 대비해 천연 모기약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의 화학제품 판매 코너에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급격히 줄었다. 옥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이마트의 표백제와 탈취제 등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9%와 26%가 줄었다. 일반 세제의 매출도 2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천연 제품의 인기로 지난달 15일부터 1개월간 G마켓의 베이킹소다 및 식초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와 69% 증가했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국가가 모든 화학약품의 독성을 다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가정에서 화학제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하나라도…” 법안 통과 마지막 호소, 1만여건 처리 안 돼 ‘공허한 메아리’

    [여의도 블로그] “하나라도…” 법안 통과 마지막 호소, 1만여건 처리 안 돼 ‘공허한 메아리’

    “여야가 합심해서 (법안) 하나라도 처리하려고 했는데….” ●원혜영, 국회법 개정안 통과 촉구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지난 17일 김기식 의원 대표발의로 제출했던 ‘국회법 개정안’의 통과를 재차 촉구했다. 법안은 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불체포 특권 남용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원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정치혁신실천위원회에서 위원장과 간사로 활동하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원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19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심해 국회의 자정능력을 보여 줄 기회였는데 새누리당 김용태 혁신위원장이 사퇴해 이제는 시간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정능력 보여줄 시간이 없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법안 통과를 위한 정치인들의 ‘마지막 호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본회의를 하루 앞둔 18일까지 미처리된 법안은 1만 347건에 이른다. 발의된 1만 8690건 가운데 55.4%가량이 자동폐기 상황에 처했다. 1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120여건의 법안이 모두 처리돼도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대 때 법안 숙의문화 정착되길 문제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조차 방치된 상태에서 그대로 폐기된다는 점이다. 지난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논의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 구제법’(더민주 장하나 의원 대표발의) 등 4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논의는 법안이 상정된 2013년 6월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 이뤄져 여론을 의식한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원 의원이 처리를 촉구한 국회법 개정안도 2014년 12월 발의된 후 약 7개월 만에 운영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논의는 1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20대 국회에서는 마지막 호소가 잇따르기 전에 법안에 대해 숙의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정쟁만 일삼으며 시간을 보내거나 무관심으로 민생법안을 흘려보내는 일은 더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당선자 개개인도 의정평가를 의식해 ‘묻지마 발의’에 나서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케미포비아’ 키운 정부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계기로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감(케미포비아)이 확산되고 있다. 살균·항균제 등에 사용되는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에 대한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까지 속속 드러나면서 불안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환경독성포럼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해 우리나라 인구의 30%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습기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의학 교수는 환경보건학회와 환경독성보건학회가 개최한 이날 포럼에서 “지난해 전국 만 7세 아동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1명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보호자와 가족 등을 포함하면 독성물질인 살균제에 노출된 국민이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5년 1t 이상 화학물질을 등록,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시행돼 화학물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기반은 마련됐지만 살생물질은 소량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환경부는 살생물제를 전수조사하고 사전예방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비롯해 현재 사용 중인 살생물질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환경부가 관리하는 생활화학제품 중 살생물제품은 소독제·방충제·방부제 3종에 불과하다. 어떤 제품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관련 부처별 입장이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어 통합 관리체계가 갖춰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유럽과 미국처럼 생활화학제품 관리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원료물질의 유해성 평가와 안전·표시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럽에서는 살생물제를 사용량에 관계없이 등록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살균·살충제를 정부가 통합관리하고 있다. 박광식 동덕여대(약대) 교수는 “다품목 소량의 살생물제가 난립하는 시장 구조를 바꿔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만 유통시켜야 한다”면서 “독성자료의 생산과 독성기전연구 등 화학물질 사고 시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선제적 연구기반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심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채모(31·여)씨는 “가습기살균제에 쓰인 PHMG가 물티슈에도 사용돼 왔던 성분이라는 것을 안 뒤부터는 판촉 행사용으로 무료로 나눠 줬던 물티슈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영리 사단법인 에코살림 김나나 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친환경 살림 교실에 참여하고 싶다는 전화가 끊임없이 오고 있다”며 “탈취제, 항균제, 살균제, 표백제, 합성세제 등의 유해성을 설명해 주고 대체품을 만드는 내용의 강의를 해달라는 기업이나 주민단체 등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서울 강신 기자 xin@seoul.co.kr 서울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단독]“페브리즈 無害 발표 성급…DDAC 체내 축적 치명적”

    [단독]“페브리즈 無害 발표 성급…DDAC 체내 축적 치명적”

    “정부 ‘안전’ 근거, 접촉 독성 기준”정부측 “폐에 축적 가능성 작아” 한국피앤지(P&G)의 탈취제 ‘페브리즈’ 성분인 ‘제4급 암모늄클로라이드’(DDAC) 성분의 흡입독성이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 보고됐다는 주장이 18일 제기됐다. 환경부가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인체 무해성 결론을 전한 지 하루 만이다. 전날 “흡입 실험 실시를 검토 중이지만(즉 조사한 바 없지만), 인체에 위해를 주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한국P&G의 발표를 동어반복한 환경부의 태도가 소비자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페브리즈 홈페이지엔 ‘환경부에서 페브리즈 안전성을 입증하였다’는 공고가 게시됐다. 사용 후 청색증 피해 주장이 제기된 ‘119가습기 살균제’의 판매사인 LG생활건강도 이날 입장자료에서 “119 살균제의 주성분은 환경부가 인체 위해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한 DDAC 계통”이라고 자신했다. 박철원 전 연세대 내분비연구소 조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DDAC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 폐 염증과 섬유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문이 이미 학계에 보고됐고, DDAC가 세포 변형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일본의 환경독성연구소 연구팀은 2010년 국제 독성학회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쥐 실험 결과 몸무게 1㎏당 폐에 인공주입된 DDAC 양에 따라 1500㎍일 때 부종, 150㎍일 때 염증이 나타났고, 15㎍일 때 가시적 증상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6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페브리즈의 유해 성분 함유 의심을 최초로 제기한 박 교수는 환경부의 “인체 무해” 인용이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DDAC가 미량(미국 정부 허용 기준치 0.33%보다 낮은 0.14%) 사용돼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에 대해 박 박사는 “1회 사용량이 유해하지 않다고 해도 독성 성분이 체내 축적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필재 국립환경과학원 위해성평가 과장은 “수용성이며 고분자 물질이 아닌 DDAC가 폐 등에 오래 잔류하며 축적될 가능성이 작다”고 재반박했다. 미국 EPA 검토 보고서를 한국 환경부가 인용한 데 대해서도 박 박사는 “미국 연구는 대부분 접촉 독성에 관한 것”이라면서 “고깃집, 차 시트 등에 듬뿍 뿌리고 향기 흡입을 유도하는 내용의 페브리즈 광고가 나오는 국내에선 흡입독성 연구 및 독성 표시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옥시, 전문가의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경고에도 ‘무시’ 정황 포착

    옥시, 전문가의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경고에도 ‘무시’ 정황 포착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살균제 개발 전 제품에 대한 유해성 경고를 받고도 무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살균성분제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직접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외 저명학자의 경고 메일 등과 더불어 옥시 주요 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죄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1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2000년 중반께 옥시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있던 최모(구속)씨는 서울 모처에서 생활화학제품 제조업체 E사 대표 노모(55)씨를 만났다. 당시는 옥시가 문제의 살균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첨가한 새로운 가습기 살균제 개발을 검토하던 때였다. 노 대표와의 만남은 옥시가 먼저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PHMG가 인체에 무해한지, 흡입 독성 검사 필요성은 없는지 자문을 받으려는 목적이었다. 옥시 측에서 여러 전문가를 제쳐놓고 가장 먼저 노 대표를 만난 이유는 노 대표가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 바이오텍 사업부장으로 있던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살균제 성분물질의 용도 특허도 10건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곰팡이 제거제의 시초인 ‘팡이제로’를 개발·출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노씨가 개발한 가습기 살균제는 해외에서 흡입독성 실험을 통해 인체 무해 용량과 농도가 수치화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함유한 제품이다. 노 대표는 당시 최씨에게 “CMIT, MIT와 달리 PHMG의 흡입독성은 국내외에서 전혀 검증된 바 없다. 자체적인 독성 실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노 대표의 얘기를 메모지에 꼼꼼하게 받아적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 의견을 당시 연구소장 김모(구속)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결국 흡입 독성 실험은 생략된 채 2000년 10월 PHMG를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됐다. 검찰은 올 2월 옥시 본사와 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최씨의 메모지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수사 과정에서 옥시 측 주요 관련자의 과실 책임을 밝히는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노 대표를 만난 사실과 당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등을 모두 시인했다. 이 메모지 한 장은 결국 제품 개발과 제조를 지휘한 옥시 최고경영자 신현우(68·구속) 전 대표의 처벌로 이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확보한 여러 물증 가운데서도 노 대표와의 면담 기록이 혐의 소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롯데마트·홈플러스의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한 용마산업 김모씨를 재소환해 조사한다. 김씨는 16일 1차 조사에서 “두 유통사가 시키는대로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홈플러스 제품개발 담당자 2명도 이날 출석한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제품 개발 및 제조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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