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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연임제 개헌 제안 파장] 정국 전환·레임덕 막기 ‘일석이조’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전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꿔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자는 제안이다.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론’이다. 헌법 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고치자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특별담화는 철저한 보안 속에 예고없이 이뤄졌다. 정작 노 대통령은 지난해 2월26일 기자들과의 산행 때 “내가 개헌문제를 끄집어내 쟁점화하고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던 터다. 이후 개헌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때문에 ‘주도면밀한 계산’에 따른 작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여당이나 당내 경선경쟁에 여념이 없는 야당 모두 허를 찔린 격이다. 노 대통령은 4년 연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5년 단임제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으로 대신했다. 한마디로 ‘대통령 책임정치의 훼손’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5년 단임제 아래서는 총선, 지자체 선거로 인해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국정의 안정성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도 댔다.시기적으로는 헌법상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특별히 줄이지 않고 개헌할 수 있는 20년 만에 한 번밖에 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실제 대선이 오는 12월, 총선은 내년 4월인 만큼 국회의원 임기만 줄이면 큰 어려움이 없다는 논리다. 노 대통령은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셈할 일이 아니다. 모두에게 이익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말만 놓고 보면 야당도 환영해야 맞다. 그러나 정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한나라당은 “차기 정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정략적 의도가 없다.”는 입장과는 달리 임기말 ‘국정 주도권 장악용’,‘정국 전환용’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국을 개헌 국면으로 끌고 가면서 정계 개편의 흐름을 주도하고 레임덕을 최소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정치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노 대통령이 현실정치적 명분을 얻기 위해 개헌이라는 의제를 장악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한 재선의원은 “통합신당 논의의 발목을 잡으면서 여권을 장악하거나 최대한 신당 논의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면서 “야당 쪽의 후발주자들까지도 노린 양수겸장의 카드”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는 개헌이 이뤄질 경우, 현 대권 구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총선은 대선구도에 갇힐 게 뻔하다. 그만큼 개헌은 정치공학적으로도 복잡한 ‘셈’이 필요하다. 노 대통령이 정치개혁 분야에 괄목할 만한 ‘족적’을 남기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개헌까지의 과정은 멀고도 험하다. 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다 하더라도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현실에서는 절차상 불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현실 정치 탓에 개헌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딱히 손해볼 것은 없을 듯싶다. 앞으로 적어도 3∼4개월 동안의 뜨거울 개헌 정국, 정치의 중심에 서기 때문이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스킨십 경영’ 바쁘다 바빠!

    ‘신년 음악회→산행→경영전략 세미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연초부터 적극적인 ‘스킨십 경영’에 나서고 있다. 박 회장은 5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신년 음악회에 참석했다. 음악회에는 새로 계열사로 편입된 대우건설 등 계열사 사장단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관계자 등 임직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독주회를 감상하면서 올해 경영 화두로 내건 ‘아름다운 비상(飛上)’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 회장은 6일 신입 사원들과 경기도 광주 태화산에 오른다.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03년부터 계속돼 온 연례 행사다.7일에는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과 북한산 신년 등반에 나선다. 박 회장이 이처럼 스킨십 경영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계열사간 협력과 조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또 13∼14일 이틀간 용인의 그룹 인재개발원으로 대우건설 등 계열사 임원 260여명을 불러들여 전략 경영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정유업계 “공격경영 앞으로”

    ‘기름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이 새해가 밝기 무섭게 신발끈을 바짝 동여매고 있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주요 정유사 CEO들은 ‘현장경영 두배론’ 등을 외치며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올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CEO인 사미르 A 투바이엡 에쓰-오일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에쓰-오일 사회봉사단’ 발대식에서 “경쟁사들의 고도화설비 신·증설로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고 무겁게 입을 뗐다.투바이엡 대표는 “어려운 때일수록 나눔경영과 효율적 시스템 경영으로 경쟁력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6일에는 차장급 이상 임직원 100여명과 함께 직접 북한산에 올라 결의를 다진다.업계 1위인 SK㈜ 신헌철 사장은 해외 현장부터 챙기고 나섰다.8일 싱가포르로 날아가 ‘브라질 BM-C-8 광구’ 개발 진척 현황을 점검한다. 그룹의 해외 중추 신경으로 부상한 ‘싱가포르 법인’(SKI)도 둘러본다. 이어 인도네시아로 이동해 현지 윤활기유 공장을 방문한다. 귀국해서는 곧바로 전국 물류센터를 한바퀴 돈 뒤 임직원들과의 야간산행에 나선다.유임쪽에 무게가 실렸음을 방증이라도 하듯 강행군이다. 신 사장의 임기는 3월에 끝난다. 현대오일뱅크 서영태 사장도 이달 중순께 충남 대산공장을 찾는다. 평소 ‘현장경영 두배론’을 강조해온 서 사장은 “사장이 현장을 한번 찾으면 본부장은 두번, 그 아래 부문장과 팀장은 네번 찾아 물샐 틈 없는 관리와 점검을 하게 된다.”며 현장방문 일정을 서둘러 잡았다고 한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 연말의 ‘현장 순회’ 결과를 토대로 ‘시나리오 경영’ 구상에 돌입했다. 시나리오별로 경영계획을 수립해 ‘맷집’을 키운다는 복안이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올해는 ‘경북 방문의 해’

    ‘어서 오이∼소’ 경상북도는 새해 1일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 전국 해맞이 관광객 30여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2007 경북 방문의 해’ 개막을 알리는 선포식을 열었다. 이에 따라 특색있는 관광상품으로 국내는 물론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일본, 중국 등 동남아와 미주 등 각국 관광객 유치에 들어갔다. 관광상품으로는 우선 ’경북의 밤’이 마련됐다. 지역의 주요 관광자원과 달빛 등을 연계한 ▲달빛 신라역사기행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 사랑여행 ▲경주 안압지 야간공연 ▲산사음악회 ▲동해안 달맞이 야간산행 ▲수학여행단 야간 달빛 공연 등이 있다. 또 달빛기행·눈꽃·복사꽃·송이·산나물·대게 축제의 현장으로 가는 ‘기차여행’,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다시 가는 수학여행’, 경북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의 본관을 찾아보는 ‘뿌리 찾기’ 등이 선보인다. 이와 함께 봄·여름·가을·겨울 등 4계절 테마관광 52개 상품을 테스트하는 시범 관광단을 매주 1회씩 운영하기로 했다. 1월에는 과메기·대게 등 각종 겨울축제에 참가하고,2∼11월 매월 2·4번째 주말엔 농어촌 체험마을을 방문한다. 또 23개 시·군 주간을 1주일씩 개최, 도내 전역에서 방문의 해의 열기가 연중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사업도 다채롭게 펼친다. 오는 4월28일 경주종합운동장에서는 ‘한류가수 콘서트’가 열리고 5월에는 가수 ‘비’를 초청한 ‘월드투어 라스트 콘서트’를 추진된다. 가을에는 ‘앙드레 김·한류스타 패션쇼’가 마련된다. 이를 통해 71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4100여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3100명의 고용 유발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은 경주의 신라문화, 북부권의 유교문화, 고령·성주의 가야문화 등 우리 민족의 3대 역사문화권의 중심지로 천혜의 관광자원을 자랑한다.”면서 “이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최대한 홍보해 방문의 해에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경북 관광산업을 도약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문득, 멈춰 서서 이야기 하다- monologue Quartet/김정용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병원복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등장, 잠시 휠체어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네 사람: (동시에)저기……. 짧은 암전. 명일: 그녀를 처음 본 건 두정: 치악산이었습니다. 신흥: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신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신흥: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명일: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해질무렵이었는데, 지금도 기억나요. 두정: 그날 따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신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명일: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남들이 뭐라하건 전 그때 운명을 느꼈습니다. 두정: 이렇게 될 운명이라 그랬던 걸까요? 신흥: 앞이 깜깜하더군요 신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 모습만 보이는 거 있잖아요. 신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것부터 수습해야 할지, 그때만 생각하면……. 두정: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날 일은. 명일: 그날이 제 생애에서 가장 큰 기적이 일어난 날입니다. 신내: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그래도 용기를 내야겠죠? 신흥: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어떻게 마누라 얼굴을 봐야 할지, 술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술은 입에도 못 대고……. 두정: 술요?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산행하는 날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내려와서 마시면 모를까. 명일: 시간 되시면 저랑 술 한 잔 하실래요? 명일 주변이 밝아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명일: 이 말이, 제가 그녀에게 처음 건넨 말이었어요,‘술 한 잔 하실래요?’ 참 바보 같았죠, 머릿속에 별별 말이 다 떠돌았는데, 막상 나온 말이 그거였어요, 말을 해놓고 아차 싶었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런데 그녀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한잔만요?’(미소) 그렇게 시작 했어요. 우리들. 정말 행복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정도로,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좋은 일만 계속 생기면 왠지 불안해지고 그러는 거. 육상 경기복 차림의 신내 등장. 얕은 숨으로 몸을 푼다. 명일: 하지만 그런 불안도 그녀의 미소 앞에선 힘을 잃고 말았죠.(신내 환하게 미소 짓는다.) 우린 언제나 함께였어요, 몸이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마음만은 늘 붙어 있었죠. 신내: 그만해, 더는 못 들어주겠다. 그래서 대학 떨어지면 누구 탓하려고? 아빠가 그러시더라고요. 많이 놀랐어요, 원래 말씀을 거침없이 하시는 편이시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리라곤 생각지 못했거든요, 제가 원하는 일에 반대 한번 안 하셨던 분인데, 아빠도 제가 고3이 되는 게 스트레스가 되셨나봐요, 사실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육상하면서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들으실 생각조차 안 하세요 명일: 그런 우리를 하늘이 시샘했는지 신내: 그만해 명일: 불안함을 현실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신내: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어요. 명일: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신내: 낼 모레가 마지막 시합이에요. 오빠가 와 줄까요?(호루라기 소리) 예, 가요! 암튼 쉬는 꼴을 못 본다니까.(급하게 달려 나간다.) 명일: 다 제 잘못이에요, 급하게 달려 나가는 연수를 잡았어야 했는데, 연수가 제 눈앞에서 붕 떠오르더니 바닥으로 나뒹굴었어요, 아주 잠깐 사이였는데……,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그렇게 몇 바퀴를 굴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더군요. 명일: 수술실 앞에서 내내 기도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두정: 멀리서 누군가 절 부르는 것 같은 소리에 눈을 떴는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하얀 천장, 그보다 더 하얀 형광등뿐이었죠,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명일: 잠깐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저 세수좀 하고 올게요. 죄송합니다.(나간다.) 두정: 이제 에베레스트는커녕 문턱하나 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을 하니 죽고 싶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설령 잘못 되더라도 열심히 재활하면 될 거라고 말했지만, 제 몸은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저는 걷지 못할 겁니다. 이제 에베레스트는 제게 있어 그림엽서 속에서만 존재하는 산일 뿐입니다. 신흥: (통화하며 등장)아니라니까 그러네, 왜 내 말을 못 믿어, 다 잘 될 테니까 너무 걱정마……,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깟 일로 안 무너져……, 여보 나 믿지? 그래 내가 알아서 잘할게, 그리고 내 전화 말고는 다른 전화는 절대 받지마……, 알아, 알아 당분간 친정에 가 있어, 애들은……, 그래, 너무 걱정마.(끊는다.) 두정: 너무 걱정마, 모두들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라도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인간이란 동물은 원래, 남의 불행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한 법이니까요. 이렇게 되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관대함이란 게 무관심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요,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시죠? 그것도 다 여러분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입니다.(사이)저도 며칠 전까진 여러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상상도 못하고 있었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절망이란 놈은 순식간에 저를 이곳에 앉혀 놓고는 두 다리를 옭아맸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신흥: “너무 걱정 마”,“걱정하지 마세요.” 도대체 이 말을 몇 사람에게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붙잡고 걱정 말라고 당부하는 꿈을 꿀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웃긴 건, 그 어느 누구도 저에게 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저인데도 말이죠. 가해자 취급만 당했어요, 물론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저 잘못 했어요,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딱 까놓고 말해서, 저만 좋자고 프로젝트 진행시킨 겁니까! 다 같이 잘되자고 한 일인데, 일이 틀어지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로 돌변하더군요, 같이 진행한 동료들까지도 말이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두정: 다 필요 없습니다. 신흥: 다 필요 없어요. 신내: (등장)꽃이 필요할 거예요, 그쵸? 신흥: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두정: 전……, 이곳에서 탈출할 생각입니다. 신흥: (약병을 꺼낸다)저만 없어지면 됩니다. 두정: 제가 없어지면 모두들 걱정하는 척하다가 금세 잊어버릴 겁니다. 다리병신 하나쯤 없어졌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신내: 아니야, 그건 아니야.(두정 나간다.) 여자가 먼저 꽃을 주는 건 좀 그렇겠죠? 신흥: (병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이게 왜 이래. 신내: 어떡하지? 신흥: 어떡하지? 신내: 오빠가 와주긴 할까요? 신흥: 깨버릴까? 신내: 용기내서 말하긴 했는데 대답을 못 들었거든요 신흥: 용기가 깨질 때 유리 파편이 섞이면 먹기 힘들 텐데.(열심히 뚜껑을 돌린다.) 신내: 다시 한 번 말해 볼까요? 이상한 애로 보이면 어쩌죠?(사이) 안 되겠어요. 신흥: 안 되겠어. 수건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신내: 무슨 수를 써야지……. 명일, 나가는 신흥과 교차되며 들어온다. 신내: 아하! 다시 말하기는 그러니까, 편지가 좋겠어요. 그렇죠? 좋은 생각이죠? 마지막 시합에 오빠가 와주면 더 힘내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쓰는 거예요. 역시 솔직한 게 좋겠죠? 그래, 그래야겠어요. 명일: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신내: 편지 명일: 편지 얘기는 아직 안 하지 않았나요? 신내: 우선 펜하고 종이가 필요하겠죠? 명일: 적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그냥 듣기만 하시면 안 될까요?(신내,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신내, 나간다.) 그럼 얘기가 나왔으니 편지 얘기를 할게요.(잠시 머뭇거리다) 사귀기로 한 날부터,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연애편지를 쓴 건 아니고요, 일기 쓰듯이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나 써서 메일로 보냈어요. 하루도 빼먹지 않았어요, 단 하루도.(웃음)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어느날 술을 잔뜩 마셔서 떡이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차 싶은 거예요, 하루도 빼먹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거든요, 늦었지만 변명이라도 해볼 양으로 부랴부랴 컴퓨터 앞에 앉았죠, 그리고 메일을 쓰려고 로그인을 했는데 수신 확인 창이 뜨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글쎄 제가 전날 밤에 메일을 보냈더라고요, 무슨 말을 썼는지 궁금해서 메일을 열어 봤는데(피식거린다.) 그게,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고 그런 거 있잖아요.fhufhㅈ뎌???ㄷew 이런 거 (웃는다.) 더 웃긴 건, 제목이 뭐였는지 아세요? fhi롤fwqo어ㅈㅇ……. 명일, 말을 잊지 못하고 정신없이 웃는다. 무대 뒤에서 두정과 신흥의 절규가 들려온다. 명일: (무안해 하며)죄송합니다. 신흥, 두정 서로 반대편에서 등장 신흥, 두정: 이럴 순 없어 두정: 병원 정문도 못가서 잡혀버리다니. 신흥: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신흥, 두정: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내가 아무리 이런 꼴이 됐어도 두정: 병원문턱 하나 신흥: 병뚜껑 하나 신흥, 두정: 내 맘대로 두정: 넘지, 신흥: 열지-못하다니, 왜 하필 이런 일이 나한테 닥친 거야, 왜 하필이면 나냐구, 내가 뭘 잘못했게! 내가 바라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명일: 다시 시작하죠. 두정: 그만하자, 그만해,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내 꼴만 더 우스워지지. 두정, 신흥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신흥: (병을 내밀며) 저……, 이것 좀. 명일: 네? 두정: 뭘 봐! 휠체어 탄 사람 처음 봐! 명일: 네. 신흥: 죄송합니다. 이것 좀 열어 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병을 건넨다.) 두정: 씨발.(술병을 꺼내 마개를 따려한다.) 이건 왜 이렇게 안 열려 신흥: 잘 안 열리죠?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명일: 무리라뇨, 전 괜찮아요.(사이) 알겠습니다. 내일 오면 되는 거죠? 같은 시간에 두정: (술병을 집어던진다) 젠장, 젠장, 젠장! 신흥: 그렇게 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사이) 안 열리면 할 수 없죠 뭐(병을 받는다) 감사합니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아련한 음악 다시 흐른다. 명일, 천천히 무대를 돌고. 신흥 뚜껑을 열기 위해 애쓰며 퇴장, 두정 지친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퇴장, 신내 편지를 들고 등장, 음악이 끝나면 명일과 신내 각자 자리를 잡는다. 신내: 편지 다 썼어요, 들어 볼래요?(편지를 꺼내 읽는다.) 오빠 명일: 연수야, 야! 신연수 신내: 잘 지내고 계세요? 명일: 난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거야? 신내: 전 무지무지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며칠 전에 오빠에게 했던 말 기억나세요? 명일: 기억난다. 너랑 여기 자주 왔었는데, 신내: 죄송해요, 갑작스럽게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도망쳐 버려서, 놀라셨죠? 명일: 아니야. 네가 미안할 건 없어, 붙잡아 주지 못한 내가 미안하지. 신내: 그래서 말인데요. 오빠가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제 얘기를 못 들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편지를 써요. 저, 내일모레 있을 시, 도 대항 육상 대회에 시 대표로 나가게 됐어요, 아마도 제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요, 아빠가 육상을 못하게 하시거든요. 마지막 경기를 오빠가 꼭 보러 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힘이 불끈 불끈 날거 같아요 어쩌면 한국 신기록을 세울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아빠도 더는 반대 못하시겠죠.-제발 그렇게 됐으면-, 자라나는 한국 육상 꿈나무의 앞길을 열어 주세요, 네 오빠! 우리가 대기하는 곳이 3번 게이트 쪽이거든요, 그쪽 스탠드 앞쪽에 계시면 제가 오빠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꼭 와주셔야 해요, 오빠가 오지 않으면 저는 실망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꼴찌를 할지도 몰라요, 꼭 와야해요, 꼭 꼭 꼭. 명일: 가고 싶어, 그곳에…….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들려온다, 신내 재빨리 편지를 감춘다. 명일: 저 소리 들려? 우는 소리가 괴상하니까 분명 생긴 것도 이상한 새일 거라고, 확인해 보고 싶다고 몇 시간이나 헤매고 다녔었잖아. 결국 확인도 못해보고…….(목이 멘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호루라기를 불며 걸어서 등장. 두정: (버럭)지금 뭐하는 거야! 정신이 있어 없어!(신내 얼른 뛰어 나간다.) 그런 정신 상태로 뭘 하겠다는 거야, 응!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냐? 정말 실망이다. 네놈만은 꽤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너 같은 녀석은 에베레스트를 입에 담을 자격도 없어! 명일: 미안, 그때 널 잡았어야만 했는데. 두정: 에베레스트는 고결한 자에게만 허락된 곳이다, 약해 빠지고 결점투성이인 인간에게는 절대로 그 하얀 살결을 허락하지 않아! 명일: 그렇지 않아, 다 내 탓이야. 두정: 그깟 집안일 때문에 술에 절어 사는 게 부끄럽지도 않냐? 네가 말했던 꿈이라는 게 고작 이런 거였어? (사이) 그래, 나 이해 못한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 같지? 얼빠진 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어떤 인간인 줄 알아? 바로 너 같이 환경 탓, 상황 탓 하는 것들이야.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뚫고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야. 별것도 아닌 일에 주저앉아 버리는 너 같은 놈은 필요없어!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무슨 염치로 훈련장에 나타난 거야, 나타나길. 다른 팀원들이 너 보면 사기 떨어지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꺼져라, 그리고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명일: 제발 나타나줘,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내 앞에 나타나줘. 암전. 빛 속에 홀로 있는 신흥 신흥: (반쯤 줄어든 약병을 들고 허탈하게 웃으며)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겨우겨우 열어가지고 스무알을 넘게 먹었는데……, 뭐? 고통 없이 갈 수 있다고? 나쁜 새끼들.(꺽꺽댄다.) 이딴 걸 20만원씩이나 주고 산 내가 미친놈이지.(전화 벨이 울린다, 병을 내려놓고 전화를 확인하고는 배터리를 빼버린다.) 미안해 여보. 날 용서하지 마.(사이) 한심하죠? 저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습니다. 하기야 태어날 때부터 한심한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다보니까,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한심해지는 거지.(사이) 돌아가신 저희 아부지께서 술만 드시면 어린 저를 붙잡고 늘상 하시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두정: (빛 속에서 등장) 너 같은 놈은 필요 없어.(사라진다) 신흥: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알겠더군요,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아부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넌 어른이 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악한 동물이 바로 어른이란 동물이다.” 백번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사이) 그나저나 이제 어떡해야 하죠? 수습할 수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빌어먹을 죽지도 못하고, 어떡해야 하죠? 신내: (빛 속에서 등장) 그럴 땐 초콜릿을 먹으면 돼요, 그것도 아주 진한 다크 초콜릿, 아무리 우울해도 한두 조각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한두 번 혼난 것도 아니고 뭐. 괜찮아요. 초콜릿 하나면 땡이에요.(사라진다.) 신흥: 그 생각도 안해본 건 아닙니다. 근데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예? 그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제가 아픈건 딱 질색이라. 명일: (목소리) 연수야, 연수야 신흥: 쉿! 지금 누가 제 이름 부르지 않았나요? 설마 놈들이 여기까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제발 좀 도와주세요, 잡히기라도 하는 날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명일: (목소리)아! 꿈이었구나. 신흥: 윽!(배를 움켜쥔다.) 아 배야, 갑자기 왜 이러지? 뭐 먹은 것도 없는데. 화장실, 화장실……, 크 아퍼, 먹은 거라곤 이것뿐인데,(무언가 떠올라.) 약! 이 약! 개새끼들.(배를 부여잡고 달려 나간다.) 빛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약병. 빛이 점점 번져 공간을 환하게 만든다. 밝아지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신내. 신내: 이 시간이면 항상 이곳을 지나가는데 (두정 등장) 어! 태령 오빠! 두정: (신내의 맞은편에 앉는다.) 왜 불러낸 거야? 신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드릴 게 있어요. 두정: 뭔데 신내: (편지를 건네며) 이거 두정: (받으며) 이게 뭔데? 신내: 나중에 읽어 보세요(얼굴이 붉어진다.) 두정: (읽은 후) 각서……, 야! 지금 너 장난하냐? 신내: 아니에요, 안 빨개요 두정: 이딴 종이 쪼가리를 어떻게 믿어? 신흥 한손에 휴지를 들고 등장, 처절한 소리를 지르며 부리나케 테이블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신내: 전엔 죄송했어요, 제 말만 하고 멋대로 가버려서. 두정: 죄송하다면 다야? 신내: 예, 그치만 오래 기다리진 않았어요. 두정: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신내: 오빠. 두정: 이제 날 그렇게 부르지 마. 더 이상 난 네 대장이 아니다 신내: 호, 혹시……, 여, 여자친구……, 있으세요. 두정: (단호하게) 없어, 추호도. 난 한번 결정한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꾸지 않아. 마음 같아서는 널 죽도록 패주고 싶지만 옛정이 있어 참는다. 신내: 다행이다. 제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고요. 두정: 더 할 말 없으면 나 간다. 훈련중이었거든, 네놈이 그렇게 하찮게 여겼던 그 훈련 말이다. 신내: 그러세요, 예, 가보세요, 편지 꼭 읽어 보시고요, 두정: 두 번 다시 널 만나는 일이 없길 바란다.(각서를 구겨 테이블에 던진다.) 신내: 저도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신내 꾸벅 인사하고는 떠나는 오빠(두정)의 뒷모습을 눈으로 는다. 두정 나간다. 신내는 오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뜬다. 신흥 허겁지겁 등장, 숨을 곳을 찾는다. 급하게 숨을 곳을 찾고는 몸을 숨긴다. 신흥: (숨을 몰아쉬며) 하필이면 화장실에서 마주칠 건 뭐야, 그나마 나오는 길에 마주쳤기에 망정이지 들어가는 길에 마주치기라도 했어봐. 아유아유 죽겠네.(두정이 버렸던 병을 발견) 뭐야? 새거잖아.(너무나 쉽게 병을 열고는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시 뚜껑을 닫아 제자리에 놓는다.) 햐 시원하다.(허탈하게 웃으며) 안좋은 일만 생기는 것 만은 아니구나.(제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제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아부지 말처럼 어른이 돼버려서 이렇게 된 걸까요? 가장 더럽고……, 후후후.(사이) 네? 어른이 되기 전에요? 글쎄요, 어른이 되기 전이라……. 그러고 보니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그땐 뭐, 다들 그렇겠지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랬는데, 샐러리맨 따위가 될 거라고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 때의 저한테 미안한 생각까지 드네요,(사이) 그럼요, 뭐였냐면요……, 막상 말하려니까 쑥스럽네요, 웃지 마세요, 가수예요, 가수 (웃음) 웃기죠? 가수를 꿈꾸던 청년 도망자 되다! (웃음 소리속에 점점 슬픔이 담긴다.) 명일: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 꿈이었어, 꿈. 연수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연수야.(컴퓨터를 켠다, 윈도 시작음악) 언제까지 너한테 편지를 쓸 수 있을까? 언제 와서 이 편지 읽어 줄래,(창 뜨는 소리, 몹시 놀란다.) 어, 어! 신흥: 아, 아! (배를 움켜쥐고) 또야? (뛰어 나간다.) 명일: (흥분) 틀림없어요. 그녀가 읽은 거예요. 그녀가 읽은 거라고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메일을 읽어요, 안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게 아니었던 거예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짧은 사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신흥: (등장) 지독한 놈들, 왜 화장실 앞에서 죽치고 있는 거야, 아, 미치겠네.(반대쪽으로 달려 나간다.) 명일: 봤죠, 네 봤어요, 근데 제가 본건 사고 나서 실려 가는 것까지였어요, 죽은 연수를 본 건 아니잖아요. 장례식요? 어……, 그건……, 아 그래그래, 필요했던 거예요 장례식이, 연수는 큰 사고를 당했어요, 죽지는 않았겠지만 몸이 성치는 않을 거예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영화나 소설 보면 죽은 걸로 하고 숨어서 지내는 거, 그래 그거야, 그거.(짧은 사이) 비약요? 그건 선생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다시는 여기 오지 않겠어요, 연수가 살아있어요! 제 우울증 따위는 한방에 끝났다고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수를 데려가지 않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요 살아 있기만 하다면요, 신흥: (퀭한 얼굴로 등장) 살았다……. 두정: (목소리) 야! 야! 신흥: (소리 나는 쪽을 보며) 젠장! (도망친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낮은 목소리로) 거기 서! 뭐 나한테 속이는 거 있지? 틀림없어,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 뭐야? 사실대로 말해봐. 뭐야 대체? 명일: 예? 두정: 뭐라고 했어 지금? 다시 한 번 말해봐. 명일: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들으시겠어요, 지금은 연수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짧은 사이) 선생님! 왜 자꾸 그러세요? 선생님은 연수가 살아 있는 게 싫으세요? 비밀 번호를 아는 사람은 연수밖에 없어요, 그런 건 철저한 애였어요, 수신확인이 됐다는 건 연수가 열어 봤단 소리예요. 다른 가능성은 없어요. 두정: 그래 알았어, 너희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거 이해한다. 알았어, 알았어,(짧은 침묵) 잘 가라, 참 그리고 앞으론 문병 같은 거 오지마라, 훈련에만 전념해, 나 들어간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연수를 찾아봐야겠어요.(나간다.) 두정: (가다 멈춰서) 개자식들! 신흥: (온 몸엔 상처, 옷은 쥐어뜯겨 엉망인 채로 등장) 개새끼들! 두정: 의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내가 이렇게 된지 얼마나 됐다고……, 그 자식을 끌어들여? 신흥: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이렇게 패냐 두정: 씨발, 씨발 씨발,(거친 웃음) 신흥: 아, 진짜 아프다, 돈 몇 푼에 아주 사람을 죽이려고 환장을 했구먼, 도망치지 않았으면 골로 갈 뻔했네.(어이없다는 듯이 웃다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씨발 새끼들, 아부지, 여보, 나 아퍼.(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두정: 그만해, 그만해!(울먹인다.) 두정과 신흥의 울음소리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신내 허겁지겁 들어온다. 신내: 뭐하는 거예요 대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얼른 일어나요 (두정, 신흥 울음을 그친다.) 자 초콜릿 (두정과 신흥 앞에다 놓는다.) 이거 먹으면 힘나거든요, 씹어 먹지 말고 천천히 녹여 먹어요.(사이) 자 가요, 가서 멋지게 1등하고 돌아오면 되잖아요. 그럼 분명 코치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얼른 일어나세요. 시간 다 됐어요. 우리 몸도 풀겸, 경기장까지 뛰어 가요! 오케이.(나간다.) 두정, 신흥 꾸역꾸역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신흥은 두정의 자리로, 두정은 신흥의 자리로 간다. 둘은 동시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초콜릿을 발견하고 집어든다. 신흥: 아깐 음료수 이번엔 초콜릿? 두정, 신흥: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초콜릿을 본다.) 뭐야? 둘,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는다. 마법같은 음악 잠깐. 알 수 없는 미소가 둘의 얼굴에 감돈다. 두정, 신흥: 그래, 힘내자, 신흥: 약을 스무 알씩이나 먹고, 그렇게 맞았는데도 안 죽었는대. 두정: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던 거야, 발버둥 쳐 봤자지. 두정, 신흥: 뭔가 길이 있을 거야. 두정: 그렇지? 신흥: 그렇지. 둘, 서로 반대편으로 퇴장, 신내 다른 곳으로 들어온다. 신내: 자! 우리 파이팅하는 거예요! 코치님도 병원에서 틀림없이 우릴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몸을 풀며 두리번거린다.) 아직 안 왔어요, 조금 있으면 시작인데 설마 안 오는 건 아니겠죠? (관중석으로 손을 흔들며 웃는다.) 엄마, 아빠 여기, 여기.(사이) 차가 막히나?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그래, 그래. 오빤 틀림없이 올 거야. 자! 힘내자 연신내. 멋지게 달려서 일등 하는거야, 알았지? (더욱 열심히 몸을 푼다.) 명일 등장. 신내: 어! 오빠! (명일에게) 여기에요, 여기.(환하게 웃으며 인사) 오빠가 왔어요, 오빠가 왔다고요. 좋았어, 아자아자! 명일: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친구들은 모를 테고,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하나? 그래, 일단 아이피 추적부터 해보자, 좋았어, 아자아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소리: 여자 800미터 예선전 참가자들은 본부석 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오빠 쪽을 향해) 꼭 일등 할게요! (나간다.) 두정 등장, 휠체어를 세우고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 재활운동을 시작한다. 각자의 일에 열심인 두 사람. 명일: 안 되네,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두정: 헛 둘, 헛 둘. 한참을 하다 지친 둘. 명일: 아, 모르겠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야? 두정: (숨을 몰아쉬며) 두고 봐 꼭 해내고 말 테니까. 기다려라 에베레스트, 내 네놈을 꼭 밟아주고 말 테다. 소리: 딩동댕동.601호 특실 환자분 면회객이 와 있습니다. 속히 병실로 돌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명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어디서 공사하나?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집중을. 두정: 면회? 누구지? (휠체어에 오른 후 퇴장.) 명일: 도저히 안되겠다. 누구 컴퓨터 잘하는 사람 없나? 아 그렇지! (휴대전화를 꺼내 건다.) 여보세요? 문정이냐? 응, 나 명일인데·…….(통화하며 나간다.) 나가는 명일과 교차하며 신내 등장. 긴장을 풀기 위해 몸을 턴다. 소리: 여자 800미터 세번째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선수들은 입장해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앞으로 나와 몸을 푼 다음 놓여 있는 병을 들고 마시고는 (두정이 버렸던 병) 출발선에 선다. 소리: 차렷, 준비. 소리2: 거기 서 개새끼야! 소리: (총소리) 탕 출발과 동시에 터지는 응원과 환호성 속에서. 슬로 모션으로 출발하는 신내.“안 서면 죽어!” 소리를 등지고 신흥 슬로로 뛰면서 등장. 신내와 신흥 같은 방향으로 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두 사람. 신흥이 점점 신내를 따라잡아 이윽고 나란히 뛰게 된다. 신흥이 신내를 앞서가려는 찰나. 신흥의 발이 꼬여 중심을 잃고, 그런 신흥에 걸려, 비명을 지르고 넘어지는 신내. 신흥은 얼른 추스르고 멀리 달아난다. 엎어진 채 그대로 있는 신내에게 빛이 모아진다. 빛은 점점 작아진다. 암전. 다시 서서히 밝아지면 신내의 자리에 서서 홀로 빛을 받고 있는 신흥 신흥: 하하하, 꼴좋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내가 한번은 잡혀도 두 번은 안 잡힌다! 이래 봬도 왕년에 한달리기 한 사람이야 왜 그러셔.(사이) 그나저나 이제 뭘 어떡해야 하지? 집에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길거리에서 전전긍긍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약만 안 샀더라도 좀 더 나았을 텐데 (뒤적거려 지갑을 꺼낸다.) 육 만원. 육 만원이라, 이걸 갖고 뭐해……, 인생 허무하다, 나이 서른여덟에 가족 버리고 수중에 딸랑 육 만원 들고서 고민하는 꼴이라니……, 아니다, 아니다. 돈 한푼 없는 것 보다 낫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육 만원으로 새출발하는 거야! 까짓 인생 대역전이 별거야, 나라고 뭐 육 만원의 신화 만들지 말라는 법 있어? (절규한다.) 젠장, 근데 뭘 하냐구! 세 개의 빛이 동시에 들어온다. 빛 속에 나란히 있는 명일, 신내, 두정, 신흥. 명일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고, 신내, 입 주변이 피에로처럼 초콜릿이 범벅인 채로 무지막지 멍하게 앉아 있다. 두정은 한 곳을 응시한 채 얼어있다. 지하철 환승 멜로디가 경쾌하게 울린다. 소리: 이번 역은 전동차를 갈아타실 수 있는 환승역입니다. 다른 전동차를 이용하실 손님께서는 빠뜨리신 물건이 없나 잘 살펴보시고 다른 열차로 갈아타시길 바랍니다. 넷. 각자의 자리를 떠나 각기 다른 사람이 있던 자리로 이동한다. 두정과 신흥 쪽의 빛이 어두워진다. 명일: 틀림없다니까요, 증거요? 몇 번이나 말씀드려야 돼요, 제가 보낸 메일이 수신 확인이 되어 있었다고요, 왜 그게 증거가 안 되는 건데요, 비밀번호는 연수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니까요.(사이) 그러니까 한번만 조사해달라는 거예요, 저기요, 무슨 얘긴 줄 알겠는데요, 사망신고가 됐다고 해서 꼭 죽었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사이) 말이면 답니까! 제가 미친놈으로 보입니까? 당신들 시민의 요청을 거절하는거 그거 직무 유기야 알아? 민중의 지팡이라며? 친절봉사라며! 이따위로 일할 거야! (사이) 제발요,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조사해 주세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 살리는 셈치고 아니, 정말로 죽은 사람 살릴 수 있는 일이니까 한번만 도와주세요? 네? 한번만요. 신내: 안 돼! 안 돼! 아무리 초콜릿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흐느낀다.) 마지막 시합이었는데, 다시는 달릴 수 없는데……, 오빠가 보고 있었어,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끝이야, 전부 끝장나버렸어. 명일: 이대로 끝낼 순 없어. 신내: 코치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입원하실 정도로 열심이셨는데. 명일: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신내: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모두들 나한테 손가락질할 거야, 부모님도 친구들도 오빠도 모두들 한심하게 생각할 거야. 내가 전부 망쳐버린 거야. 어떡해. 멀리서 신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한 손에 낡은 기타를 들고 등장하는 신흥 미친 듯 웃으며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신흥: 하하하, 이거야 이거! (기타를 튜닝하며 흥얼댄다.) “나는야 돈 한푼 없이 기는 도망자라네 하지만 나에겐 낡은 기타와 노래가 있어 둥기둥가.”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육 만원으로 어떻게 새 삶을 시작할까 고민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더군요, 이럴 때 의지할 마땅한 친구도 없는 내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갈 곳은 없고 배는 고프고, 그러고 있자니 일단 배라도 채우고 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눈에 띄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오뎅을 집어 들었습니다. 터진 입술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웃음) 오백원짜리 오뎅이 그렇게 맛있는 거예요, 사실 길거리에 서서 쩝쩝거리며 먹는 사람들을 보면 손가락질 했었는데……, 아! 이래서들 먹는 거구나, 이해가 되더라고요. 막 세 개째 꼬치를 집어드는데 낯익은 노래가 들려왔어요, 포장마차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였어요, 렛잇비였는데, 너무 유명해서 촌스럽게까지 느껴졌던 그 노래가 전혀 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길거리 오뎅과 렛잇비, 저한테는 그냥 그저그런 뻔한 것들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뭐 암튼, 오뎅을 질겅거리며 노래를 들었어요. 렛잇비가 그대로 두라는 뜻이라면서요? 어렸을 때는 왜 그대로 두라는 건지 이해를 못했었는데, 그 순간에 아! 그런 거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그래서 그길로 곧장 중고 악기상으로 달려가 이놈을 장만했습니다. 지금 제 수중에 있는 거라곤 이 녀석과 단돈 삼천원이 전부입니다. 기타와 삼천원이라 뭔가 고독하기도 하고 낭만적이지 않나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20년 만에 만들 노래의 제목.“기타와 삼천 원” 하하하, 놀라셨죠? 저도 놀랐습니다 이런 완벽한 제목을 만들어 내다니, 제목부터 뭔가 확 필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명일: 뭐라고요?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 신흥: 기타와 삼천원 명일: 설마……. 신내, 신흥 쪽을 바라보다 ‘흑’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 뛰쳐나간다. 신흥: (신내가 나간 방향에 대고) 놀라시긴……, 노래가 완성되면 여러분은 지금보다 열배는 더 놀라실 겁니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사이) 흥신소요?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일 때문에 찾는 겁니다. 그러니까 서둘러 이사를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는 거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흥: 일단은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만들었던 노래로 시작할 겁니다. 장소는 뭐, 찾아봐야죠, 설마 서울 하늘아래 제가 노래할 만한 곳이 없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가숩니다. 불행한 샐러리맨이 아니라 어릴적 꿈을 이룬 멋진 사람이 된 거죠. 하하하. 자! 그럼 저를 기다리는 무대를 찾으러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흥, 큰 소리로 웃으며 퇴장, 명일 쪽지와 주소들을 확인하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두정: (놀람을 감추며) 웬일이냐? 명일: 여기가 16-28번지 맞죠? 두정: 용케도 올 생각을 했구나. 명일: (떨리는 목소리로) 연수네 집 맞죠? 두정: 다 알고 온 거 아니야? 그런 건 왜 물어. 명일: 저는 연수 남자친구 명일이라고 합니다. 두정: 팀을 맡게 됐다고, 축하한다. 명일: 힘드시겠지만 저도 어렵게 마음먹고 온 것이니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두정: 너하고 할 얘기 없으니까 그만 가봐. 명일: 그 심정 이해합니다. 하지만……. 두정: 사실대로 말하지, 네 얼굴 두번 다시 안 봤으면 좋겠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 오늘 이후 찾아뵙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두정: 꼴 좋다고 웃고 싶겠지, 웃고 싶으면 웃어. 명일: 연수……, 연수 살아있죠? 네? 두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명일: 사실대로 얘기해 주십시오. 사고 이후에도 매일같이 연수에게 메일을 보냈었는데 며칠전 그 메일이 모두 수신 확인이 됐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 하실 때 도망치듯 떠났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두정: 상상력이 풍부하구먼. 그따위 소리는 집어치워, 보시다시피 난 글러먹었어. 명일: 그렇다면 제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연수 찾는 걸 포기하지 못합니다. 두정: 내가 그런 소리를 했던가? 그래 그런 말을 했겠지……,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상황 탓, 환경 탓 하는 게 아니야, 현실이 그렇다는 거지. 네 놈이 그런 말을 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더 이상 널 마주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조심해서 가라.(나가려 한다.) 명일: 거짓말……, 거짓말이죠? 그럴 리 없어, 저를 포기하게 하려고 하는 얘기죠? 그렇죠? 두정: (멈춰서서 혼잣말로) 고결한 자만이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다·……, 고결한 자라…….(쓴웃음) 에베레스트.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나간다.) 명일: (절망적으로) 잘 알겠습니다, 폐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나가려다 멈춰서서) 연수야……, 너 정말 없는 거야? 명일이 나가자마자, 박수 소리와 함께 현란한 조명이 무대를 훑는다. 무대 중앙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글라스를 쓴 신흥이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서 있다. 신흥: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에 들려드릴 곡은 지금의 저를 있게한 바로 그 노래입니다.20년 전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가수의 꿈을 가득 품고 며칠 밤을 새우며 코피를 쏟아가면서 만든 노래입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좋은 노래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해간다는 얘기가 있죠, 그게 바로 이 곡을 두고 한 얘기란 걸 요즘 들어 새삼 느끼게 됩니다. 자 그럼 눈을 감고 제 목소리에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은 “빌어먹을 인생.” 신흥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단조롭고 유치한 느낌의 멜로디. 신흥: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뭔지 몰라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산다는 건 무엇일까 각각의 빛을 받으며 세 사람 나타난다. 약통을 들고 있는 명일, 휠체어 위의 두정, 경기 중에 쓰러져 있는 신내. 신흥: 그것이 뭔지 몰라도 신내: 이건 아니야, 명일, 두정: 이건 아니야 신흥: 목적도 모른 채 공부를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순위가 매겨지고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모두: 이건 아니야. 간주. 두정 굳은 표정으로 한곳만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명일: 전부 제 착각이었습니다. 여동생이 혹시나 하고 비밀번호를 쳤는데 열렸대요, 계정을 없앤다고 그러더군요, 그렇다고 앞으로는 메일 보내지 말라고……, 근데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아세요? ‘엠, 와이, 유, 엔, 지, 아이, 엘’이었대요. 명일, 제 이름이었어요.(허탈하게 웃는다.) 연수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갈게.(약병을 바라본다.) 신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어떡하지, 일어날 수가 없어, 오빠, 엄마, 아빠, 코치님……. 일어나 달려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모두들 저만 바라보고 있겠죠, 고개를 들 수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 신흥: 이른 아침, 아니 그건 해도 안 뜬 새벽이야. 흔들어 깨우며 하시는 말씀, 얼른 일어나, 얼른 일어나. 늦은 밤에, 아니 그건 달도 지는 새벽이야 지친 나에게 하시는 말씀, 공부 하다 자, 공부 하다 자, 조금만 더 자고 싶어요 제발. 잠도 못 자가며 난 무얼 하는 걸까.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간주. 명일 결심한 듯 약을 꺼내 털어 넣는다. 신내는 여전히 그대로 엎드린 채다. 등이 들썩거린다. 두정, 휠체어에 브레이크를 걸고 수건을 감은 숟가락을 꺼내 입에 문다. 명일 쓰러진다. 두정, 있는 힘껏 일어나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온힘을 다해 일어나려 한다. 신흥: 귓가에 맴도는 어머니 말씀.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일어나,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신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일어나려고 애쓰는 두정 신흥: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명일 갑자기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간다. 명일: 아 배야! 눈물을 흘리며 일어난 신내, 이를 앙다물고 슬로로 뛰기 시작한다, 두정 간신히 몸을 지탱해 휠체어에 오른다. 신흥을 제외한 나머지 빛이 사라진다. 신흥: 인생이란 그런 거야 이유는 없어, 모두들 다 그렇게 살아 일어나, 일어나. 얼른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가 빌어먹을! 일어나, 어서 일어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기쁨에 차 인사를 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는다.) 여, 여보……. 무대 밝아진다. 신흥 머뭇거리는 사이 신내 천천히 등장한다. 신내: 오빠 신흥: 여, 여보 신내: 어쩐 일이세요? 신흥: 당신이 어떻게 여길……. 신내: 잘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할말 있었는데. 신흥: 그러니까……, 그게 신내: 아무 말 마세요, 부탁이에요, 제가 얘기할 테니 듣기만 하세요. 신흥: 미안해, 정말 미안해. 신내: 사실 저 오빠 좋아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아니에요. 신흥: 그게 무슨 소리야? 신내: 말 그대로예요, 이젠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신흥: 여보, 그러지 마, 제발, 응? 내가 잘못했어, 내가 죽일 놈이야. 신내: 고마워요, 진작 얘기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저 꼴찌해서 이런 거 아니에요. 정말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어 버려서 그런 거예요. 신흥: 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죽는다는 소리는 말아줘, 부탁이야. 신내: 그러지 마세요, 오빠답지 않아요. 신흥: 난 이미 끝난 놈이지만, 당신하고 우리 창신이 수진이는 아니잖아. 남편, 아버지 잘못 만난 죄밖에 없잖아, 여보, 그러니까 그런 소리 두번 다시 하지마. 신내: 괜찮아요? (사이) 저요? 보세요 전 아무렇지 않아요. 신흥: 많이 생각해 봤는데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신내: 그래요, 그렇게 해요. 신흥: 이혼하면 놈들도 더는 못 괴롭힐 거야, 자리잡히는 대로 연락할게,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생활비랑 애들 교육비는 최대한 노력해 볼게. 어떻게든 아빠 노릇은 하도록 할게. 미안해 여보. 신내: 그럼 저 이만 가볼게요, 오빠도 조심해서 가세요. 안녕……, 안녕.(자리를 옮긴다.) 신흥: 놈들이 위치추적을 해서 전화기 못쓰니까, 내가 연락할게. 신내: 오빠도 제가 좋대요, 우습죠? 기껏 마음 정리했는데 고백을 받다니……, 조금만 빨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괜찮아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렇지도…….(사이) 저 끝까지 달렸어요,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목소리를 따라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이후엔 아무 생각도 안나요, 어떻게 결승점을 통과 했는지, 어떻게 집으로 돌아 왔는지……. 정신이 들고 보니까 제 방에 덩그러니 앉아 초콜릿을 잔뜩 쌓아놓고 먹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거울을 봤는데 눈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 있고, 입 주변은 초콜릿이 번져서 피에로처럼 되어 있더라고요, 순간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깔깔대고 웃어버렸어요, 한참을 그렇게 웃고 있는데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눈을 감고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들어 봤어요, 자세히 들어 보니까 제 목소리더라고요,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 보면 처음엔 자기 목소린 줄 모르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거였어요, 조금 익숙해지니까 알겠더라고요, 제 목소리인지. 신흥: 그랬어? 그거 다행이네. 알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하자고.(사이) 내 걱정은 하지마, 당신하고 애들이 힘들지 나야 뭐……. 그만 가봐, 수일내로 전화할게, 조심해서 들어가고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든다.) 여보! (사이) 아, 아니야. 애들한테 안부 전해줘.(사이. 혼잣말로) 잘 살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평소에 안해 버릇해서 힘드네. 신내: 근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는 이미 끝나버렸는데, 레이스를 마치라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신흥: 자! 이젠 나의 무대를 찾아가 볼까,(기타에게) 가자 로시난테, 갈 길이 멀다. 서두르지 않으면 날이 저문다고.(나간다.) 신내: 800미터 경기는 트랙을 2바퀴 도는 거예요, 작전도 중요하긴 하지만 페이스 조절과 순간의 판단력이 그 어떤 종목보다 중요해요, 처음부터 너무 빨리 달려도 안 되고 페이스 조절한다고 천천히 출발해도 안 되죠, 작전대로 달리다가도 상황에 따라 작전을 포기하고 감으로 스퍼트하는 경우도 많고요. 생각해 봤어요, 나는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달려온 것보다 달려야 할 트랙이 더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알람이네요. 저 이제 그만 가봐야 해요,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나간다.) 텅 빈 무대. 멀리서 전동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로 들려온다. 소리는 멈추지 않고 무대를 가로지른 후 점점 멀어져 간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빈 휠체어를 끌고 등장한다. 휠체어를 세우고 한두 걸음 떨어져 선다. 두정: (휠체어에 대고) 너한테는 안 된 일이지만, 위로해 주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다. 잔인하게 들려도 할 수 없어. 다 네 잘못이야, 한 번 더 점검했어야지, 한 번 더 살폈어야지. 그 정신 상태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면 너 때문에 동료들 모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어, 너 이렇게 된 거,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목숨과 다리를 바꿨다고 생각해, 어찌 보면 이렇게 된 거 너한테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닌 인생 선배로서 하는 얘기니까 귀담아 듣는 게 좋아, 휠체어 생활도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괜히 재활한다고 힘 낭비하지 말고 그 다리에 적응하는 편이 나을 거다. 나같이 바른 말을 하는 선배를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라고. 이제 가봐야겠다, 돌아가서 합숙 준비를 해야 하거든, 들어가서 한 숨 자는 게 어때? (휠체어를 밀고 나간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두정이 나간 반대편에서 피골이 상접한 명일이 다리 힘이 풀린 채로 등장 명일: 이렇게, 이렇게 죽는 건가……. 정말 특이한 약이야. 고통스럽냐고 물었을 때 왜 그런 웃음을 지었는지 이해가 돼.(힘없는 웃음) 왜 죽으려고 했는지, 죽기로 결심한 내가 원망스러워지다니……, 아픈 배를 감싸고 변기 위에 앉아 있자니 살려달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러다 알게 됐어요, 연수를 잃었을 때보다 변기 위에서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웃음이 나왔어요, 눈물은 줄줄 흐르고 웃음은 멈추지 않고, 아래도 멈추지 않고 (힘없는 웃음) 제가 연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는데, 배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아픈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요?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명일: 저 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까요? (고개를 숙인다.) 서로 다른 곳에서 나오는 신흥, 신내, 휠체어 탄 두정. 각자 자리를 잡고 선다. 네 사람: 요 며칠 정말 힘들었어요. 세상에서 버려져, 혼자 어딘가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 세상의 모든 불행이 한꺼번에 나한테 달려든 것 같은 느낌,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진흙 구덩이에 빠진 것 같았죠. 두정, 신흥: 왜 하필 나야? 명일, 신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네 사람: 속으로 원망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 봤습니다. 근데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당연한 얘기죠, 고민하고 소리 질러서 일이 해결 된다면 이 세상에 힘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신흥: (큰 목소리로) 가수가 되기로요! 두정, 명일: (바로 이어) 받아들이기로요 신내: (이어서) 다시 달리기로요. 네 사람: 많이 겁나고 솔직히 자신 없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일어나야죠, 신흥: (노래한다)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네 사람: 변하는 건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두정: 저, 결국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휠체어를 뒤로 돌리자 자동차 번호판 모양의 판에 ‘에베레스트’라고 쓰여 있다.) 썰렁했나요? 지하철이 들어온다고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지하철이 다가오는 소리, 멈추는 소리, 문 여는 소리. 모두 한발씩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다시.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힘찬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기타를 정성껏 보듬으며 어디론가 간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한다. 네 사람: (동시에) 저기……. 암전. 어둠 속에서 신흥의 목소리 신흥: (목소리) 드디어 완성했습니다.‘빌어먹을 인생’을 이을 평생의 역작.‘기타와 삼천원’ 조명을 받으며 멋지게 등장한 신흥. 노래한다. 신흥: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가수를 꿈꾸는 소년이 살았다네 매일 밤 꿈속에서 노래하던 소년은 매일이 너무나 행복했다네 그러나 어느 샌가 소년은 노래하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서울 하늘 아래 어딘가 가수를 꿈꿨던 남자가 살고 있다네 꿈을 잊은 채로 살아가던 남자는 하루가 너무나 힘들었다네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노래하던 꿈을 떠올렸다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아, 가진 건 사랑스런 기타와 단 돈 삼천 원뿐이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네, 아, 가진 걸 모두 잃어 남은 것 하나 없어 불행하지만 나에겐 기타와 삼천원 있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세상에 내 것이 하나 없어도, 노래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있어 너무 행복하다네. 너무 행복하다네. 박수 소리에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하던 신흥, 키스를 날리며 퇴장한다. 무대 한쪽에서 연수, 차분한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태령,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약장수,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연수가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약장수, 태령,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세사람. 연수: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건 약장수: 종로 5가입니다. 태령: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연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약장수: 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고객이죠. 혹시 필요하신가요? 태령: 네, 그녀를 사랑했거든요. 연수: 사랑했어요, 그래서 많이 미안했고요, 혼자 남겨두고 떠나서 약장수: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태령: 그녀는 떠났지만 전 아직 그녀를 떠나보내지 않았습니다. 연수: 이제 떠날 거예요, 명일씨를 놓아주려고요, 마음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거예요. 약장수: 그 약을 먹게 되면 죽을 각오로 살게 되죠, 태령: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우선은 열심히 달리는 신내를 뒤에서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하고요 연수: 뒤에서 지켜본다는 거 그리 쉽지 많은 않더라고요, 많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약장수: 그것이 문제죠, 부작용이 너무 심해요, 설사가 장난 아니거든요,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요, 하하하. 세 사람 모두 정지. 두정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무대 중앙에 휠체어를 놓고 나간다. 휠체어 홀로 빛을 받는다. 휠체어: 전 에베레스틉니다. 제 주인님이 붙여준 이름이에요, 전 어디를 가나 주인님과 함께 하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나 할까요.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주인님이 제게 이름을 붙여주고 난 뒤로 가끔이긴 하지만 웃는 모습을 보이시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제 이름이 좋습니다.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휠체어: 지하철이 왔네요, 못다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죠, 저는 지금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거든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암전. ■ 등장인물 명일(25세, 대학생) 신내(18세, 고등학생, 육상부) 두정(32세, 산악인) 신흥(38세, 샐러리맨)
  • 올해는 ‘경북 방문의 해’

    ‘어서 오이∼소’ 경상북도는 새해 1일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 전국 해맞이 관광객 30여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2007 경북 방문의 해’ 개막을 알리는 선포식을 열었다. 이에 따라 특색있는 관광상품으로 국내는 물론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일본, 중국 등 동남아와 미주 등 각국 관광객 유치에 들어갔다. 관광상품으로는 우선 ’경북의 밤’이 마련됐다. 지역의 주요 관광자원과 달빛 등을 연계한 ▲달빛 신라역사기행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 사랑여행 ▲경주 안압지 야간공연 ▲산사음악회 ▲동해안 달맞이 야간산행 ▲수학여행단 야간 달빛 공연 등이 있다. 또 달빛기행·눈꽃·복사꽃·송이·산나물·대게 축제의 현장으로 가는 ‘기차여행’,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다시 가는 수학여행’, 경북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의 본관을 찾아보는 ‘뿌리 찾기’ 등이 선보인다. 이와 함께 봄·여름·가을·겨울 등 4계절 테마관광 52개 상품을 테스트하는 시범 관광단을 매주 1회씩 운영하기로 했다. 1월에는 과메기·대게 등 각종 겨울축제에 참가하고,2∼11월 매월 2·4번째 주말엔 농어촌 체험마을을 방문한다. 또 23개 시·군 주간을 1주일씩 개최, 도내 전역에서 방문의 해의 열기가 연중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사업도 다채롭게 펼친다. 오는 4월28일 경주종합운동장에서는 ‘한류가수 콘서트’가 열리고 5월에는 가수 ‘비’를 초청한 ‘월드투어 라스트 콘서트’를 추진된다. 가을에는 ‘앙드레 김·한류스타 패션쇼’가 마련된다. 이를 통해 71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4100여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3100명의 고용 유발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은 경주의 신라문화, 북부권의 유교문화, 고령·성주의 가야문화 등 우리 민족의 3대 역사문화권의 중심지로 천혜의 관광자원을 자랑한다.”면서 “이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최대한 홍보해 방문의 해에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경북 관광산업을 도약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국립공원 샛길 240개 구간 전면통제

    새해에는 국립공원 관리가 엄격해지고 탐방객을 위한 서비스도 개선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공원 훼손을 막기 위해 샛길 240개 구간을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백두대간 종주 산행을 위해 통제 구간이나 샛길을 출입하는 행위, 불법 산행에 따른 취사, 야영, 야간산행 등을 집중 단속한다.지정된 탐방로는 지리산 27곳, 계룡산 14곳, 설악산 15곳, 속리산 12곳, 내장산 15곳, 가야산 8곳, 덕유산 11곳, 오대산 5곳, 주왕산 7곳, 북한산 74곳, 치악산 7곳, 월악산 12곳 등이다. 자연휴식년제 시행 지역을 다시 분류해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을 지정한다. 보호 필요성이 있는 야생동물·식물 서식지, 습지·계곡 등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통제하고 위반하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특별보호구는 16개 국립공원 54개 지역에서 면적 단위로 시행된다. 탐방객이 많은 149곳에는 탐방 안내와 순찰, 단속, 구조활동 등을 강화한다. 입구부터 능선, 정상 부근까지 직원들을 집중 배치해 현장 중심의 탐방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탐방객 서비스도 강화된다.2007년 말까지 대피소 등 시설 이용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하고 현금영수증을 발행해 주기로 했다. 북한산 정릉 주차장 등 9개소와 지리산 장터목 대피소 등 8개소는 현재 신용카드 결제 및 현금 영수증 발행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민간에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 시설물은 2008년까지 직영으로 바꾸거나 신용카드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매표소는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탐방객들의 휴식장소로 전환된다. 한편 공단은 새해 첫날 전국 국립공원 해맞이 명소 48곳에서 녹차와 커피, 떡, 장갑·볼펜·스카프·등산용 컵·돼지저금통 등 기념품을 나눠주는 ‘첫 손님맞이’행사를 연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북 무주 덕유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북 무주 덕유산

    덕유(德裕), 덕이 넉넉하다는 말이다. 넉넉한 덕은 넓은 품으로 산을 빚었다. 덕유산은 그 이름처럼 전북 ‘무진장’이라 불리는 무주, 진안, 장수와 경남의 첩첩산중 거창과 함양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덕유산은 남한 산줄기들의 중심에 놓여 탁월한 조망을 보여준다. 특히 남쪽과 동쪽이 좋은데, 그래서인지 향적봉 대피소에는 사시사철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한제일의 일출뿐 아니라 산정에서 지는 석양도 덕유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덕유산에 올라 산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떤가. 향적봉(1614m)을 정점으로 한 원점회귀 산행은 구천동의 계곡미와 덕유산 최고봉에서 빼어난 조망을 볼 수 있어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구천동 계곡은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 나제통문부터 시작하지만 산행은 삼공리 매표소에서 시작해야 한다. 구천동 33경 중 절반은 건너뛰게 되는 셈. 그래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산행으로는 손색이 없다. 예전 계곡길은 운치 있는 오솔길이었지만 이제는 넓은 비포장도로가 되어버렸다. 길은 인월담·사자암·금포탄 등의 명소를 지나게 된다. 겨울이어서 소와 담은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어우러진 풍경은 심신을 포근하게 정화시킨다. 백련사까지는 6㎞로 1시간 30분이면 닿는다. 백련사는 그 명성에 비해 볼거리가 많은 절은 아니다. 절 입구에 오수자굴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이는데 그곳으로 하산하게 된다. 향적봉 가는 길은 대웅전 오른쪽으로 나 있다. 헐벗은 상수리나무들에 연초록 겨우살이가 잔뜩 붙어 겨울을 나는 모습이 보이는 길이다. 백련사계단(白蓮寺戒壇)이라고 씌어있는 우람한 부도를 지나면서는 아이젠이 필요하다. 응달이 많아 길이 얼어 붙었기 때문이다. 이제 2.5㎞를 비지땀 흘리며 올라서면 향적봉에 도착한다. 산행을 계속할 것이라면 중봉에서 오수자굴 쪽으로 내려가자. 중복은 역동적인 덕유 주릉과 무룡산 왼쪽 허공에 친 지리 능선이 장관이다. 여기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백암봉에서 지봉으로 흘러가는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며 하산한다. 뒤돌아보면 주목으로 가득찬 향적봉을 볼 수 있다. 오수자굴까지는 1.4㎞로 40분이 걸린다. 겨울 오수자굴 안은 각양각색의 얼음기둥 전시장이다. 굴 안 낙숫물이 얼어붙으며 얼음종유석을 만들기 때문이다. 오수자굴에서 백련사까지는 호젓한 길이 이어진다. 길은 눈으로 덮여 있고 길섶에는 푸른 산죽들이 도열해 있다. 계곡은 태초의 시간처럼 고요하다. 굴에서 백련사까지는 2.8㎞,50분이 걸린다. # 여행 정보 무주 읍내에 금강식당(063-322-0979)은 어죽이 유명하다. 얼큰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아 산행 중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좋다. 구천동과 무주리조트 입구에는 숙박업소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향적봉대피소(063-322-1614)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운치 있다. 산 너머로 지는 석양을 보며 한해를 마무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단, 보온의류는 꼼꼼히 준비하길. 글 이영준 사진 남영호(월간 MOUNTAIN 기자)
  • 곡성 기차마을로의 초대

    곡성 기차마을로의 초대

    눈꽃 기차여행을 빼고, 겨울여행에 대해 논하지 말라!지난 17일 전국에 폭설이 내리면서 진정한 겨울이 찾아왔다. 며칠 전 친구와 함께 전라남도 곡성군의 기차마을을 다녀왔다. 설경이 너무 아름다워 이 겨울에 그 곳으로 초대한다. 서울 용산역에서 여수행 열차를 타고 곡성역에서 내렸다. 안내판을 따라 700m 정도 걸어가니 흰눈에 쌓인 기차마을이 보였다.1933년에 지어진 구 곡성역(기차마을)부터 가정역(청소년 야영장 입구)까지 약 10㎞ 구간에 전국 유일의 관광용 증기기관차를 운행하고 있다. 또한 구 곡성역 일대에 기차모형과 조형물, 그리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사용된 증기기관차 등으로 철도공원을 조성해 가족나들이에 안성맞춤의 장소로 변모해 있다. 글 사진 곡성 박준규 철도여행가 현재 운행중인 증기기관차는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운행하던 것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는 디젤 기관차. 어렸을 적 기차를 타고 다녔던 추억과 고향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외형은 미카형 증기기관차를 본뜬 듯하다.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위로 하얀 증기가 나오고, 특유의 기적을 울리기도 한다. 속도는 시속 30∼40㎞. 기관차 2량에 객차 3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 312명이 탑승할 수 있다. 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25분 정도 소요되며,20여분을 머문 다음 되돌아 간다. 운행은 하루 2∼4회. 자, 기차표도 샀으니, 출발해 볼까. 역명판과 대합실 등이 온통 나무로 만들어져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영화촬영장으로 쓰였던 각종 도구들도 잘 보존되어 있다. 기차는 정확히 오후 2시에 힘찬 기적소리를 내며 출발했다. 건널목을 지날 때, 차단기에서 주의를 알리는 ‘땡땡∼’ 하는 소리며, 빨간색의 철교 등 구 전라선 철길을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해 놓았다. 이런 원시적인 철길에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설국, 바로 옆으로는 17번 국도와 섬진강이 나란히 달리니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멋진 풍경을 정신없이 눈과 카메라에 담았다. 게다가 위의 창문이 열리니 시원하기까지 하다. 만약 입석으로 탄다면? 객실에서 서서 가도 되지만, 시원하고 상쾌한 강바람을 맞으며, 객차와 객차 사이의 통로에 앉아서 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단, 안전사고에는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열차는 완충장치가 되어 있지 않으므로 철길 이음매를 달릴 때 엉덩이가 조금은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도 기차에 대한 어렸을 적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 레일바이크도 탈 수 있어요 천천히 25분여를 달려 가정역에 도착했다. 아래로 대칭미가 뛰어난 두가현수교가 보인다. 사람만 다닐 수 있어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눈 쌓인 두가현수교를 뒤뚱뒤뚱 건너면 청소년야영장과 폐교를 손질한 녹색 농촌체험학교를 볼 수 있다. 다리 왼쪽에는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전통마을을 조성중이다. 다시 기차에 올랐다. 정차시간 20분 동안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기차 앞이 온통 눈천지로 변했다. 증기기관차를 타보았으니, 이제 철로 자전거체험을 해볼 차례. 일명 레일바이크다. 한 대에 4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1회 이용요금은 2000원. 내년엔 30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곡성 레일바이크의 거리는 약 510m. 정선 레일바이크나 문경 레일바이크에 비해 거리가 다소 짧다. 레일바이크 외에도 하늘자전거,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랜드가 설치되어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을 위해 1960년대의 증기기관차와 2004년 3월31일까지 운행되었던 추억의 통일호, 그리고 영화 ‘아이스케키(2006년 개봉)’ 세트장 등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구경도 다 했으니 이제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볼까. 철도공원 내의 기차카페나 초가에서 토속음식도 좋지만, 시간을 내 곡성읍내의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곡성역 앞 식당에서는 증기기관차 승차권을 소지한 사람에게 10% 할인혜택을 준다. 곡성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참게.23년 전 개업한 이래 남도요리명장대회에서 8번이나 상을 탄 새수궁가든(061-363-4633)은 게장으로 유명한 집. 너무 짜지도 맵지도 않은 게장맛이 신기하기만 하다. 새송이 버섯도 별미. 대표 메뉴는 6만원짜리 ‘닭잡아먹는 참게탕’. 은어조림(소)은 2만 5000원, 참게+메기탕(대)은 3만 5000원을 받는다. # 가는 길 용산, 영등포역에서 평일은 12회(새마을호 3회, 무궁화호 9회), 주말엔 총 13회 운행. 무궁화호 4시간20분 소요. 요금은 무궁화호 2만1000원, 새마을호 3만 900원(편도). # 증기기관차 인터넷(www.gstrain.co.kr)으로도 좌석예약이 가능하다. 하루 3회 운행. 어른은 왕복 5000원, 어린이는 왕복 4000원을 받는다.20명 이상 단체, 국가유공자, 청소년 등은 할인해 준다.23일∼내년 1월1일까지 50% 특별할인행사도 벌인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061)360-8850,8378. ■ “여기도 좋아요” 눈꽃 여행지 5곳 # 태백산 도립공원(강원 태백) 눈꽃여행 하면 태백산! 천제단의 장엄한 일출, 천년의 세월에도 끄떡없이 서있는 주목 등이 장관이다. 당골광장에서는 내년 1월26일∼2월4일까지 눈축제도 열린다. 충북 제천에서 태백까지 태백선 열차 차창으로 펼쳐지는 눈꽃세상도 볼 만하다. 무궁화호가 청량리역에서 태백역까지 하루 7회 운행한다.1만 5200원.4시간 소요. 태백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3번 버스를 타면 당골광장까지 갈 수 있다. 태백시 문화관광과(festival.taebaek.go.kr) 033-550-2081∼5. # 승부역(경북 봉화)과 추전역(강원 태백) 추전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한 역.‘하늘도 세 평, 마당도 세 평’으로 알려진 승부역은 오지중 오지다. 두 곳 모두 서울에서 한번에 가는 열차가 없어, 패키지 여행이 적합하다. 환상선 열차(당일)가 1월13일∼2월11일까지 매일 출발한다. 요금은 주중 성인 3만 6000원, 어린이 3만 3000원. 주말엔 성인 3만 9000원, 어린이 3만 6000원. 인터넷 예매시 2000원 할인. 경인관광여행사(www.ktx7788.co.kr)032-343-7788,080-343-7788. # 덕유산 국립공원(전북 무주) 설경 하면 빠지지 않는 곳. 무주리조트(063-322-9000)에서 곤돌라를 타고 해발 1522m의 설천봉에 가면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1614m)까지 20분 만에 오를 수 있다. 등산을 할 경우,5∼6시간 정도 소용된다. 서울역과 영등포역에서 부산·마산행 등의 열차를 타고 영동역에서 내려, 영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무주구천동행 버스(하루 9회,1시간30분 소요)를 이용하면 된다. 덕유산국립공원(www.npa.or.kr/gyu)063-322-3174. # 대관령(강원 평창) 대관령 삼양목장(033-336-0885,1234)과 양떼목장(033-335-1966)이 대표 관광지. 삼양목장은 동해가 한눈에 보이는 동해전망대,‘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영화촬영지 등 볼거리가 많은 곳. 산악오토바이(ATV)체험도 가능하다. 양떼목장은 눈덮인 드넓은 초지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다. 엉덩이 썰매 등의 놀이도 할 수 있다. 이곳 역시 경인관광여행사 등에서 운영하는 패키지 여행상품이 적합하다. # 소백산 부석사(경북 풍기) 영남의 대표절집 부석사. 무량수전 등 뛰어난 건축물들을 자랑한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치 소백산맥이 부석사를 향해 숭배하는 듯한 형상. 흰눈에 쌓인 소백산을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부석사 관광 후 풍기온천에서 목욕을 하며 여행의 피로를 달래는 것도 좋다. 청량리역에서 안동행 열차를 타고 풍기역에서 내린 다음, 부석사행 버스에 오르면 된다. 약 50분 소요. 풍기온천은 20분 정도 걸린다. 박준규의 기차여행기(www.traintrip.wo.to)와 기차여행기를 적는 사람들(cafe.daum.net/traintripwrite)참조.
  • 송구영신 소망여행

    송구영신 소망여행

    12월31일 오후 5시40분에 전라남도 소흑산도에서 모습을 감춘 2006년의 해는 새해 1월1일 오전 7시26분 경상북도 독도에서 ‘황금돼지’띠의 첫 해로 떠오른다. 매일같이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12월31일과 1월1일에 뜨고 지는 해에는 특별함이 있다. 모두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와는 달리 송구영신(送舊迎新) 여행은 희망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 수평선을 희롱하듯 해돋이-해넘이의 장관을 지켜보며 이루지 못한 소망 등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미련일랑 훌훌 털어 버리고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해 보자. 남해와 동해가 만나서 이루는 절경의 바다,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는 해동용궁사와 땅끝마을 해남을 미리 다녀왔다. 각각 해돋이와 해넘이가 장관인 곳. 이밖에 전국 주요 일출-일몰 명소를 소개한다. 해남 김문·기장 손원천기자 km@seoul.co.kr ■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꼭짓점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 해맞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송정으로 가는 길목에 아담한 언덕길이 하나 있다. 달맞이 고개라고 불리는 이 고갯길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와우산 능선을 열다섯번 돌아 넘는다고 해서 예로부터 15곡도라 불렸다. 달맞이길을 넘어 송정해수욕장∼수산전시관∼해동 용궁사∼기장군 대변항을 잇은 해안관광도로는 드라이브 코스의 백미. 이름만큼 고운 청사포 등 아름다운 풍경을 품은 해안가 마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특히 해동 용궁사는 동해와 남해가 맞닿은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수상법당. 국내 3대 관음성지 중 한 곳이다. 근동에서는 일출명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너른 바다에서 들려오는 해조음과 독경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특이한 문화재는 없지만 늘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처음 창건된 것은 고려 공민왕 때. 당시 이름은 보문사였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등을 거치며 소실된 것을 1930년 통도사의 운강화상이 중창했고,1974년 정암스님이 지금의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절 입구에 들어서자 12지신상과 함께 ‘소원 한 가지는 반드시 이뤄주는 해동 용궁사’란 팻말이 눈에 띄었다.‘운전하는 데는 조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부적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교통안전기원탑’도 서 있다.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했으니 이 참에 소원이나 빌어볼까. 교통안전까지 세심하게 기원해주는 절이니 다른 소원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게다. 교통안전기원탑을 지나면 108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 중간쯤 득남불(得男佛)과 학업성취불이 자리잡고 있다. 만지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득남불의 둥근 배는 아들 바라는 이들의 손을 타 까맣게 윤이 나는 것이 기름칠이라도 해놓은 듯하다. 이름에 걸맞게 책을 보고 있는 학업성취불도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108계단을 지나면 드디어 해동용궁사의 전경이 막힘 없이 열린다.‘바다도 좋다 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곳에 뫼단 말가.’라고 했다는 춘원 이광수의 감탄이 가슴에 와 닿는다. 대웅전 앞을 지나 계단을 몇 걸음 올라가면 해수관음대불과 만나게 된다. 꼭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바로 그 불상이다. 바다를 굽어 살피듯 용궁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촛불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경건하기 이를 데 없다. 이뤄야 할 소망이 있으니 더욱 간절해지는 모양이다. 108계단에서 해안가로 빠지는 길목에 약사여래불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 사찰에서 가장 바쁘신 분 중 하나다. 몸 아픈 이들이 병을 맡기고 가기 때문. 약사여래불을 지나면 동해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일출암이다. 지옥에 빠져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해준다는 지장보살이 이방인을 맞는다. 연말연시만 되면 구름처럼 몰려든 중생들이 밤을 도와 소망을 빈다는 곳. 희망을 품고 왔든 가슴 한편에 남아 있던 미련을 버리려 왔든, 불상 옆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온갖 시름을 거두어 가는 듯하다. 기장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해돋이 명소 ●포항시 호미곶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 위치한 호미곶은 우리나라 지도를 호랑이로 표현했을 때 꼬리에 해당하는 곳. 육당 최남선은 조선 10경 중 가장 아름다운 일출 장소로 꼽기도 했다. 청동 조형물인 ‘상생의 손’위로 떠오르는 해가 장관이다. 매년 12월31일 오후부터 새해 첫날까지 해맞이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경주 토함산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는데, 마치 산이 바다에서 밀려오는 안개를 들이마시고 토해내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토함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늘과 바다가 동시에 붉게 물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감포의 문무대왕릉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 이맘 때면 해무가 자주 껴 갈매기떼의 군무와 함께 선경을 이룬다. ●영덕 강구항 남으로 포항시, 북으로는 울진군과 맞닿아 있는 조용한 포구. 선착장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풍광을 맞는 것도 좋지만, 해 뜨는 장소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삼사해상공원에서 보는 것이 수월하다. 강구항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삼사해상공원은 인공폭포인 천지연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은 곳. ●동해 추암리 TV에 방영되는 애국가 일출 장면이 촬영된 장소. 해안 절벽과 동굴, 칼바위 등의 크고 작은 바위섬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추암이란 이곳의 촛대바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에 꽂아놓은 듯 우뚝 솟은 촛대바위 사이로 솟아오르는 해돋이는 동해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특별한 적기 없이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 특히 겨울철 설경이 비경을 이루는데, 일출과 어우러지면 선계가 따로 없는 곳이다. 산세가 험한 편은 아니지만, 해돋이를 보려면 야간산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젠 등의 장비는 필수적으로 지참해야 한다. 매년 12월31일에는 태백산 등산로 일대와 해넘이를 황지연못 등에서 해넘이 행사를 가진 다음, 새벽 3시부터 산을 올라 오전 7시에 일출을 감상하는 행사를 벌인다. ●여수 향일암 향일암은 1300여 년 전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 남해 수평선의 해돋이 모습이 장관이라는 뜻에서 향일암으로 이름지어졌다. 산길은 제법 가파른 편. 중간쯤에 암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암자 근처에선 집채 만한 바위 사이로 난 석문을 통과해야 한다. 해가 뜨면 서서히 암자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동백과 바위로 둘러싸인 절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 해넘이 명소 ●장화리(인천 강화) 서해안 3대 낙조로 꼽힌다. 동막리에서 장화리로 이어지는 강화도 남단의 해안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며 낙조를 감상하기에 그만. 석모도 남단의 민머루 해수욕장도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충남 태안) 대한민국 대표 낙조 포인트. 안면도 중간쯤 자리잡고 있다. 소나무가 자라는 할미바위 너머로 해가 진다. 모래밭도 단단해 백사장을 거닐기에도 좋다. ●솔섬(전북 부안) 전북의 대표적인 곳. 외변산 지역은 전체가 해넘이 감상포인트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쪽으로는 새만금간척지의 방조제 입구부터 남쪽의 모항 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바닷가에서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세방(전남 진도) ‘세방낙조’란 명성에 걸맞게 안면도 꽃지해수욕장과 쌍벽을 이룬다.‘세방 해안일주도로’가 일품 코스. 떨어지는 해가 가장 오래도록 머무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순천만 갈대밭(전남 순천) 칠면초보다 더 붉게 탄다는 것이 순천만 노을. 뱃길투어, 갯벌체험, 갈대산책 등을 위해서는 별량면 쪽이 편하지만, 순천만을 한눈에 굽어보려면, 순천만 최고의 낙조 포인트 해룡면 용산에 올라야 한다. ■ 땅끝마을 전남 해남 해넘이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또다시 떠오를 거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로 유명한 말이다. 원저자 마거릿 미첼은 평생동안 이 한 작품만을 남겼고 또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서사시의 마침표라는 점에서 더욱 긴 여운으로 다가온다. 지난 주말 오후, 국토의 땅끝마을에 섰을 때 저 바다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붉은 태양을 보면서 문득 이 영화의 대사가 생각났다. 사랑, 질투, 이별, 전쟁…. 그 영화 속에 나온 인물들, 자신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거부할 수 없이 다가온 소용돌이의 삶 속에 몸을 던졌다가 그렇게들 돌아갔겠지. 그때나 지금이나, 또 그곳이나 이곳이나 하늘 아래 숨쉬는 삶의 땅이기에 희로애락 인간냄새 또한 다를 바 없을 터. 한해가 저무는 12월의 끝자락이다.2006년의 태양이 한해 동안 생겨난 인간사의 온갖 미련과 잡념의 티끌들을 송두리째 안고 바다 속으로 막 자맥질을 하려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2007년의 태양, 황금돼지의 태양을 잉태하기 직전 폭풍전야의 마지막 불끈거림이었다. 토말(土末)에서의 새해맞이 진행형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해남 김문기자 km@seoul.co.kr # 울고 왔다 웃고 가는 곳 설레는 마음을 갖고 땅끝마을까지 가는 길은 조금 멀게 느껴진다. 해남읍에서 버스를 타고 50분은 족히 걸렸다. 경운기를 운전하는 노인, 파란 보리밭에서 김매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운전기사가 “해남의 농토는 강원도에서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의 2배가 넘는다.”고 했다. 또 “여기는 울고 왔다, 웃고 가는 고장”이라면서 “해남의 부자들은 대부분 외지사람”이라고 귀띔한다. 잠시 후 ‘대한민국 땅끝마을’이라고 적힌 돌탑이 보인다.‘땅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라는 엄숙함이 앞선다. 누가 국토의 땅끝이라고 했던가. 반도의 맨 앞에서 모진 비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낸 첨병이요, 태곳적부터 한줄기 빛을 오롯하게 밝히며 묵묵히 ‘처음’으로 살아왔을진대 말이다. 땅끝마을 부두만 하더라도 보길도, 진도 등 남해안의 크고 작은 섬을 연결시키는 연락선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기적을 울리며 떠나고 들어온다. # 해넘이·해돋이 축제 땅끝마을 부둣가 광장과 전망대에서는 매년 12월31일 해넘이·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올해가 11회째로 전국 각지에서 수만명이 찾는다. 특히 다도해의 절경과 일출·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조건을 지녔다. 이곳에서는 관광객 및 군민이 함께하는 콘서트, 전통놀이마당, 음식문화 잔치, 깜짝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아련하고 정이 넘치는 땅끝마을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오는 31일 자정무렵에 벌어지는 촛불의식과 달집태우기는 새해를 맞아 소망을 기원하는 하이라이트. 이어 여명의 북소리가 울려퍼지고 소망의 연날리기에 이어 장보고호에 탑승해 선상에서 해맞이를 하면서 횡간도와 노화도를 돌아보는 행사는 땅끝마을만이 간직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송호해수욕장에서 2006년 마지막 해넘이를 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아울러 사구미해수욕장, 조각공원, 달마산 미황사, 자연사해양박물관, 두륜산 대흥사, 우항리 공룡화석지 등과 인접해 있어 가족끼리 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광양 가야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광양 가야산

    그 지명에서부터 따뜻함이 느껴지는 전라남도 광양(光陽)은 ‘밝은 햇살’이란 뜻의 ‘희양’을 거쳐 고려 태조 23년부터 오늘날까지 ‘볕이 잘 들고 환한’ 고장으로 제 소임을 다하고 있다.3월 초순이면 다압면 일대를 새하얗게 수놓는 절정의 매화 천국, 백계산 6000여 동백림 속 옥룡사터, 뼈를 이롭게 한다는 고로쇠 수액 채취의 원조 등등 남녘의 작은 도시는 새해가 되기 전부터 이미 봄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백운산과 호남기맥에 묻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정작 광양시 중심권역에 들어선 산은 호남정맥의 핏줄로 똘똘 뭉친 가야산(497.3m)이다. 시민들에겐 쉼터를, 바윗꾼들에겐 암벽등반 장소 제공을 척척 해내는 곳으로, 정상에 서면 광양만 및 여수 산업단지 일대와 지리산 주능선 조망이 가능하다. 산악인의 탐험정신을 자극할 등산로는 아니지만 가야산에도 제법 많은 산길이 열려 있다. 정상을 기준점으로 했을 때 금광블루빌에서 3.9㎞, 적벽 코스는 1.8㎞, 동백쉼터 코스 1.2㎞, 제2주차장에서 체육공원을 거치는 길은 4.1㎞, 가야터널∼장수약수터 코스는 2.1㎞이다. 하산시간을 넉넉히 잡아도 어디서든 4시간을 넘지 않는다. 가야산 초입에서 정상까지는 상당히 가파른 편이어서 백두산이나 한라산처럼 덩치가 큰 산을 오를 때 예행연습 장소로 쓰이곤 한다. 농담처럼 “가야산까지 한 번도 안 쉬고 올라갈 체력이면 전국 어느 산이든 가능”하다는 게 광양 산꾼들의 설명. 평일인데도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데 집안일을 끝낸 주부는 물론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비가 잘 된 등산로 급경사엔 안전밧줄과 계단이 설치됐다. 제1주차장에서 적벽까지는 0.8㎞에 불과하지만 중간에 휴식이라도 취했다면 30분쯤 잡아야 한다. 철계단을 밟고 적벽에 올라서니 등 뒤에 두고 오르느라 미처 보지 못한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적벽 정상엔 1999년 캉첸중가(8586m) 등반 중 사망한 고 한도규 대원의 넋을 기린 케른이 있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이곳에서 가야산 정상은 0.6㎞이지만 일단 적벽에서 내려와 암장 일대를 우회하는 코스를 택하는 게 좋다. 가야산 정상에서 0.47㎞를 내려서면 작은 가야산인데, 그냥 밋밋한 능선에 가까워 그 이름이 다소 무안할 정도다. 이곳부터 가야터널까진 1.13㎞이고 제2주차장은 1.93㎞ 떨어져 있다. 작은 가야산을 6분쯤 내려와 오른쪽 길로 방향을 튼다. 동백쉼터로 가는 길로 시민들을 위한 체육시설과 밝은 가로등까지 세워져 있다. 식수도 구할 수 있는데 산행 전 미리 물통을 채우고, 이곳에선 가볍게 목을 축이는 정도가 좋을 듯싶다. 마지막 숲을 나서자 처음 육교를 건너 마주했던 이정표가 반갑게 손을 내민다. 이정표 왼쪽 길로 산행을 시작해 오른쪽 길로 하산한 셈.GPS 기록을 보니 이리저리 걸었던 길이 고작 3.63㎞에 불과하다. 산행 시간은 충분한 휴식을 포함, 3시간 안쪽이다. # 여행 정보 광양만에 450만평 규모로 세워진 광양제철소 견학은 평일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가능하지만 주로 단체 관람에 한하며 약 1시간 30분쯤 걸린다. 가족 단위의 개인일 경우 일요일 오전 10시에만 가능하다. 견학 희망일 기준, 최소 3일 전까지 인터넷(www.posco.co.kr)으로 예약하면 신청인의 이메일 주소로 견학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 개인의 경우 견학 시간은 40분이다. 자세한 사항은 광양제철소 홍보팀(061-790-2442)으로 문의한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MOUNTAIN 기자)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광 불갑산~모악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광 불갑산~모악산

    영광군 불갑면과 함평군 해보면 경계에 곧게 누운 불갑산(516m)∼모악산(347.8m)은 ‘사회과부도’식 산맥 개념에 의하면 ‘추풍령 부근에서 남서방향으로 뻗어 나와 전라북도 남동부의 무주·진안을 거쳐 전라남도 함평만까지 뻗었다.’는, 우리나라에서 평균 높이가 가장 낮은 노령산맥에 속한다. 최근에는 호남의 심장부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영산강을 주축으로 내장산에서부터 영광∼함평까지 이어진 이 산줄기를 ‘영산기맥’이라 하여 별도로 종주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불갑산과 모악산은 서해의 가장 끝쪽에 엎드렸지만 그 핏줄을 가만히 짚어보면 결국 영산기맥을 타고 호남정맥에 닿아, 호남정맥에서 백두대간까지 이어지니, 우리나라 내륙 산줄기 중 백두산의 자식이 아닌 산은 극히 드물다 하겠다. 대륙성기후로 한랭건조하고 겨울이면 폭설로 몸살을 앓는 전남 영광. 법성포 구수한 굴비 냄새에 밀려 걸음은 자꾸 산을 떠나 바다로, 혹은 바다를 등에 지고 산으로만 향한다. 불갑산은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의 은신처가 될 만큼 작은 체구에 비해 수림이 울창한 산이기도 하다.1949년 여름, 트럭 2대 병력이 불갑산 빨치산 토벌작전을 끝내고 귀대 길에 함평 양림마을 주민 31명을 무고하게 학살, 위령비를 건립했을 정도. 반면 불갑사(www.bulgapsa.org) 옆 동백골은 천연기념물 제112호 참식나무 자생지이자 북방한계선이 된다. 탁 트인 정상은 ‘연꽃의 열매를 닮았다’ 해서 연실봉이라 불리는데, 그 위에 서면 영광과 함평 일대, 가야 할 모악산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펼쳐진다. 모악산은 불갑산에서 약 2.5㎞ 떨어진 봉우리로, 연실봉에 비하면 전망도 높이도 보잘 것 없지만 그것은 차라리 자식에게 모든 걸 내어주고 흡족하게 돌아서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후덕하다. 영광의 불갑산이 불갑사 중심으로 다양한 등산로를 선보인다면, 서쪽으로 다소 물러선 모악산은 함평군 용천사와 용문사를 통해 오르는 길이 발달돼 있다. 두 산을 연결하는 산행은 더디 걸어도 5시간쯤 걸리며, 각 산을 하나씩 따로 떼어 하는 산행은 3시간을 넘지 않는다. 불갑사에서 출발해 정상인 연실봉으로 오르는 대중적인 코스는 6개 정도인데, 동백골과 해불암(불갑사 5대 암자 중 하나로 주변 경치가 뛰어나 예부터 호남지역 참선 도량의 4대 성지로 꼽히던 곳)을 거쳐 정상을 오가는 코스가 약 4.5㎞로 1시간30분 걸리고, 수도암에서 도솔봉을 통해 불갑사로 내려서는 코스는 3.5㎞이며 역시 1시간30분 걸린다. 불갑사에서 동백골∼구수재를 찍고 연실봉∼해불암∼불갑사로 내려서는 길은 대략 2시간 잡으면 넉넉하고,4.2㎞의 불갑사∼구수재∼도솔봉∼수도암은 3시간 잡는 것이 여유 있다. 거리를 조금 늘려 불갑사∼구수재∼연실봉∼노루목을 거쳐 불갑사로 돌아오는 길이 6㎞로 3시간 걸리고, 수도암에서 연실봉과 덫고개(덕고개)를 지나 불갑사로 하산하는 길은 6.4㎞로 3시간 걸린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다소 넉넉히 잡아야 하지만 어디를 거치든 불갑사 원점 회귀 산행은 부담이 적다. # 여행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영광읍내를 거쳐 함평 방면으로 8㎞ 진행하면 불갑면에 닿는다. 호남고속도로는 정읍IC로 들어선 다음 고창을 거쳐 영광으로 진입할 수 있고, 광주·목포·전주를 통해서도 영광 이동이 가능하다. 서울 기준 4시간이 조금 덜 걸린다. 대중교통의 경우 출발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겠지만 광주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영광읍내에는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불갑사 경내에선 보물 제830호로 지정된 대웅전 소슬 빗살문의 섬세한 조각과 색감이 제일 도드라진다. 그 외 사천왕상이 지방문화재 제159호로 지정돼 있고,1644년 중건된 만세루는 문화재자료 제166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글 사진 황소영(월간 MOUNTAIN 기자)
  • 뽀드득 뽀드득~ 銀白의 유혹

    뽀드득 뽀드득~ 銀白의 유혹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 소리, 아시죠? ‘뽀드득 뽀드득∼’. 눈꽃여행을 유혹하는 순수의 소리죠. 낙엽 뒹구는 모습을 본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계절은 한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눈꽃여행하면 첫손 꼽는 곳이 태백산입니다. 해발 1567m로 제법 높지만, 산세가 비교적 완만해 겨울이면 눈꽃과 설경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곳이죠. 일출광경이 장엄하기로도 유명합니다.‘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朱木)사이로 붉은 숨결을 쏟아내는 해를 보노라면, 가슴 한켠에서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북받쳐 오릅니다. 매년 1월이면 태백산 들머리인 당골광장에서 눈조각전이 열리기도 하죠. 볼거리, 놀거리가 많은 행사입니다. 눈꽃 시즌이 막 시작됐습니다. 기차여행도 할 겸, 이번주는 태백산으로 가보는 것이 어떨까요? 설경이 제법입니다. 글 사진 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태백산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곳 도시에도 눈은 내렸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도무지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다. 순결한 눈을 뒤집어 쓴 채 은빛 세계로 변해 있을 태백산. 마치 신기루처럼 눈앞에 아련하게 오버랩되더니, 급기야 조급증에 걸린 두 발은 어느새 태백시로 향하는 무궁화열차에 오르고 있다. # 절반쯤 올라야 하얀 눈세상 백두산에서 뻗어내려온 태백산맥 줄기가 금강산과 설악산, 그리고 오대산을 일으킨 다음, 마지막 용틀임하듯 솟구쳐 오르며 빚어 놓은 산이 태백산. 설악산·오대산·함백산 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영산’으로도 불린다. 경관이 빼어나지는 않아도, 최고봉인 장군봉(將軍峰·1567m)과 문수봉(文殊峰·1517m)을 중심으로 웅장한 맛이 느껴지는 산이다. 태백산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정선과 영월을 거쳐 남한강이 되어 흐르고, 남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낙동강의 원류를 이루기도 한다. 당골광장을 들머리로 하고 산행에 나섰다. 얼음이 채 얼지 않은 계곡수가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낙동강으로 향해간다.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 있는 나무들. 아마도 정기가 강한 태백산을 닮은 것일 게다. 등산로 초입부터 눈이 쌓여 있기는 하지만, 나뒹구는 나뭇잎의 등살에 순백의 제색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은 이른가. 밟아도 밟아도 눈이고, 땅이라고는 한뼘도 찾을 수 없는 설산을 기대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 내려오는 등산객들을 붙잡고 물어보아도 여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란다. 초반부터 이어진 비탈을 오르던 다리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정상 부근은 다르지 않을까. 40여분쯤 오르자 등산로의 절반쯤에 해당하는 반제에 이르렀다. 백단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합쳐지는 곳. 여기에 와서야 눈이 비로소 하얀 제빛깔을 찾기 시작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귀를 씻어주고, 나뭇가지에 피어난 눈꽃은 산을 하얗게 덧칠해 놓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날린 하얀 눈꽃잎이 얼굴에 와 부딪힌다. 단가 ‘사철가’에서 그려진 겨울산의 모습 그대로다.“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낙목한천 찬바람에/백설만 펄펄 휘날리어/은세계가 되고 보면은/월백(月白) 설백(雪白) 천지백(天地白)허니/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 엉덩이 썰매로 만든 등산로 반제를 지나서부터 길바닥이 미끄럽다. 등산객들이 엉덩이 썰매를 타며 등산로를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흰 눈에 쌓여서인가. 숲이 무성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박새와 딱새, 어치 등 산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동고비란 녀석은 등산객들이 뿌려놓은 먹이를 먹느라 이방인의 발걸음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세상 모든 일은 양면성을 가지는 법. 쉽게 배불리 먹어 겨울을 편안하게 날 수는 있겠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점차 잃어가지 않을까. 한 비탈을 더 넘자 정상 바로 아래 자리잡은 망경사(望鏡寺)에 도착했다. 해발 1470m. 천년의 유래를 자랑하는 이 사찰엔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용정(龍井).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샘이다. 샘 위에 용왕각을 짓고 용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해서 이름도 용정이다. 망경사에서 조금 더 오르면 단종의 넋을 기린 단종비각이 처연한 모습으로 서있다. 이곳부터 태백산은 또 한번 옷을 갈아 입는다. 극한의 맑음과 완벽한 무채색. 바람이 매서울수록, 눈꽃도 화려하게 피어나듯, 하얗게 영근 나무들이 시리고 부신 눈 세상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윽고 천제단에 올라섰다. 사방이 탁트인 정상. 백두대간의 고산준령들이 이곳저곳으로 거칠 것 없이 줄달음치고 있다. 머릿속에 관념으로만 머물던 ‘일망무제’가 현실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멀리 도심속에서나 보았던 검은 띠가 산과 하늘을 가르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생긴 것인지, 속세의 홍진이 모여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마치 승속을 가르는 듯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부산에서 온 박인화(52)씨는 “참 절경이라예. 그야말로 선경이 따로 없는 듯 하네예.”라며 입을 다물 줄 모른다. 뉘라서 그렇지 않을까. ■ 열차타고 눈꽃여행 떠나요 눈꽃여행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는 것이 바로 눈꽃열차. 가족이나 연인끼리 음식을 나눠먹으며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눈꽃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금년에도 한국철도공사는 여행사와 손잡고 다양한 지역으로 눈꽃여행객들을 실어나른다. ●태백산 눈꽃축제에 맞춰 출발한다. 올해는 당일 코스에 새마을호가 투입되는 것이 특징. 아침 7시10분 서울역을 출발해 태백산 눈꽃축제장을 돌아보고, 밤 10시에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코스.1월 14·15·18·21·22·25일 등 모두 6차례 운행한다.6만 3000원. 무궁화호로 출발하는 무박2일 코스는 매주 금·토요일밤 11시에 청량리역에서 출발한다.7만 5000원. 우리테마(02-733-0882). ●승부·추전역 150개가 넘는 터널을 지날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환한 세상이 아름다운 눈꽃열차여행 상품. 기차로만 갈 수 있다는 승부역, 하늘에 가장 가까운 추전역 등 아름다운 간이역들을 만날 수 있다.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서 출발한다.1월 운행예정. 지구여행사(1566-3035). ●소백산 12월30일과 1월2∼26일,2월1∼18일 오전 9시 청량리역에서 출발한다. 당일코스(5만 4000원)는 부석사,1박2일코스(13만 2000원)는 도산서원과 하회마을을 각각 들른다. 홍익여행사(02-717-1002), 청송여행사(1577-7788). ●덕유산 당일코스만 있다. 용산역에서 오전 8시25분 출발.2월27일까지 운행한다.5만 8000원. 비타민(02-736-9111). 서울역 출발 열차는 12월30일까지만 운행된다. ●정동진·대관령 1월2∼22일. 영등포와 수원역에서 출발한다. 무박2일코스.5만 4000원.KTX관광레저(02-393-3100), 수원은 비타민(02-736-9111). ●대둔산 12월30일∼내년 2월28일까지 당일일정으로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간다.5만 9000원. 지구투어(02-393-3100) ●정동진·정선 1월2∼22일까지 운행한다. 무궁화호를 타고 영등포역을 출발해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본 다음, 정선에서 레일바이트를 타는 프로그램.6만 6000원.KTX관광레저(02-393-3100).
  • 시장 공관 이전 딜레마

    서울시가 시장의 공관 이전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시장 공관을 용산구 한남동 전 한강시민공원사업소 부지로 옮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저런 문제가 걸려 있다. 혜화동 27 일대 492평의 시장 공관 가운데 276평이 조선 태조 때 건설된 서울 성곽 50m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성곽 복원작업과 함께 철거될 운명에 놓였다.유홍준 문화재청장도 지난달 25일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북한산 산행 때 서울 성곽의 조기 복원을 위해 공관을 빨리 이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시는 공관 이전 대상지로 용산구 한남동 726 일대 부지를 새 공관부지로 선정하고 대지 면적 816평에 새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으로 이전 시기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공관은 서울성곽 복원으로 어차피 이전해야 하고 외국 손님이나 투자자를 접견하기에도 좁다.”고 밝혔다. 시장의 임기 초반 공관을 신축해 입주하면 비판여론이 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시로서는 부담이다. 시 관계자는 “임기 초반부터 시장이 새 공관으로 옮겨가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성곽 복원 공사 계획이 나오는 것에 따라 공관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현 시장 관사는 1940년 일제에 의해 건립돼 법원 등에서 관사로 사용하다 1981년부터 서울시장 공관으로 쓰고 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동해안 해맞이도 볼만하죠

    강원도 동해안 곳곳에서 정해년(丁亥年) 해맞이 축제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이 한 눈에 보이는 고성군 통일전망대와 김일성 별장 등이 남아 있는 화진포 해수욕장에서는 새해 첫날 소원성취 기도행사를 비롯해 통일기원 범종타종식, 소망 풍선 날리기 등의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또 일출로 유명한 양양 낙산사와 하조대, 남애항 일대에서는 소망기원 연등달기, 범종 타종식, 해맞이 대법회 등이 개최된다. 해안에서 가까운 기차역과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한 강릉 정동진에서는 다채로운 해맞이 축제가 열리며 경포해수욕장과 강릉시청 앞 임영 대종각에서도 풍성한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동해에서 흔치 않게 기암괴석 사이로 솟아 노르는 해를 구경할 수 있어 동해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동해 추암해수욕장을 비롯해 속초 해수욕장에서도 전통무용 공연과 등을 밝힌 어선이 펼치는 선상퍼레이드, 불꽃놀이, 촛불기도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산행과 함께 시작되는 태백산 해맞이 축제는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서 소원빌기, 칠선녀 기원무 등 행사를 통해 희망찬 새해 출발을 기원할 수 있다. 태백산 해맞이 축제는 당골광장에서 등산객들과 함께 떡국 나누어 먹기, 떡치기 전통민속체험놀이 등이 마련돼 있으며, 일출이 끝난 뒤 노래자랑대회도 열린다. 이밖에 설악산 대청봉과 원주 치악산, 춘천 대룡산 등 산상 일출 명소에서도 새해 맞이 함성지르기, 소원성취 기도행사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골라서 보는 동해안 해맞이

    강원도 동해안 곳곳에서 정해년(丁亥年) 해맞이 축제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이 한 눈에 보이는 고성군 통일전망대와 김일성 별장 등이 남아 있는 화진포 해수욕장에서는 새해 첫날 소원성취 기도행사를 비롯해 통일기원 범종타종식, 소망 풍선 날리기 등의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또 일출로 유명한 양양 낙산사와 하조대, 남애항 일대에서는 소망기원 연등달기, 범종 타종식, 해맞이 대법회 등이 개최된다. 해안에서 가까운 기차역과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유명한 강릉 정동진에서는 다채로운 해맞이 축제가 열리며 경포해수욕장과 강릉시청 앞 임영 대종각에서도 풍성한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동해에서 흔치 않게 기암괴석 사이로 솟아 노르는 해를 구경할 수 있어 동해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동해 추암해수욕장을 비롯해 속초 해수욕장에서도 전통무용 공연과 등을 밝힌 어선이 펼치는 선상퍼레이드, 불꽃놀이, 촛불기도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산행과 함께 시작되는 태백산 해맞이 축제는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서 소원빌기, 칠선녀 기원무 등 행사를 통해 희망찬 새해 출발을 기원할 수 있다. 태백산 해맞이 축제는 당골광장에서 등산객들과 함께 떡국 나누어 먹기, 떡치기 전통민속체험놀이 등이 마련돼 있으며, 일출이 끝난 뒤 노래자랑대회도 열린다. 이밖에 설악산 대청봉과 원주 치악산, 춘천 대룡산 등 산상 일출 명소에서도 새해 맞이 함성지르기, 소원성취 기도행사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산이좋아 산으로] 경기 남양주 천마산

    [산이좋아 산으로] 경기 남양주 천마산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과 오남면에 걸쳐 있는 천마산(812.4m)은 1983년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교통이 편리하고 그다지 높거나 험하지 않아 하루 산행으로 부족함이 없다. 최근 마석 주변이 개발되며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예전과 같은 호젓함은 다소 덜하나,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전나무 숲 삼림욕장과 운동시설 등도 갖춰져 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인근 스타힐 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기기에도 좋다. 천마산(天摩山)이라는 이름에는 태조 이성계의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고려 말 이성계가 마석에 사냥을 왔다가 지나가는 노인에게 산 이름을 물었는데, 그는 “소인은 무식해서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성계는 혼잣말로 “이 산은 매우 높아 푸른 하늘에 홀(笏·조선시대에 관직에 있는 사람이 임금을 만날 때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이 꽂힌 것 같아 손이 석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手長三尺可摩天).”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때부터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이라는 뜻의 천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그 말처럼 남양주의 한복판에 우뚝 서 있어 웅장한 느낌을 준다. 165번 버스 기점인 호평동 라인아파트 앞 포장도로를 따라 10분 올라가면 수진사 앞에 닿는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이 앞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포장도로가 쇠사슬로 막혀 있는 지점부터 산책로를 겸한 산길이 시작된다. 매표소에서 약 5분을 올라가면 좌측으로 상명여대 생활관이 있고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계곡을 만나는 곳부터 산길이 시작된다. 계곡으로 나있는 오솔길은 가로질러 가는 길이다. 계곡을 두번 건너면 전나무 숲이 우거진 삼림욕장이 나온다. 운동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주변 주민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계속 계곡을 따라 오르면 천마의 집이 나오고 다시 임도가 시작된다. 임도를 따라 100m 올라가면 길이 끝나고 오른쪽으로 능선을 따르는 완만한 산길이 시작된다. 산행 기점에서 이곳까지는 약 40분이 걸린다. 등산로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의자가 있고 안내판 시설이 되어있다. 임도에서 약 300여m 구간은 전나무가 우거진 침엽수림이다. 정상까지는 갈림길이 없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꺽정바위부터는 간간이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하지만 굵은 로프로 안전 펜스가 설치되어 있고 한번에 디디기 힘든 바위에는 철판으로 만든 발디딤도 되어 있다. 꺽정바위를 지나 5분을 가면 넓은 공터와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서도 조망이 트여 남쪽 발아래로 스키장이 내려다 보인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500여m 거리다. 헬기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능선 하늘금은 쉼터 방면 하산로와 갈라지는 곳이다. 이 길로 내려가면 천마산 심신수련장과 관리사무소, 마치터널 쪽으로 하산할 수 있다. 천마산 정상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약 150m 더 능선을 타고 간 곳으로, 이 구간도 암릉지대로 되어 있다. 작은 안부를 지나 천마산 정상에 서면 태극기와 정상 표지석, 안내지도가 서있다. 천마산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철마산(709.5m)과 주금산(813.6m)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천마지맥이 조망되고, 맑은 날은 북한산과 도봉산도 보인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천마산과 철마산을 잇는 능선종주도 가능하지만 겨울철은 서둘러야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 호평동과 청소년심신수련장 관리사무소 방면을 들머리로 하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이다. 남양주 시민은 신분증을 제시하면 무료입장할 수 있다. # 여행 정보 1982년 한국최초로 사계절 전천후 스키장으로 개장해 최근 이름을 바꾼 스타힐리조트(www.starhillresort.com)는 서울에서 가까워 1시간이면 접근이 가능,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20만평 규모에 슬로프 5개와 리프트 7기가 운행한다. 특히 플라스틱 인조 슬로프 2곳이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스키장 외에 부대시설로 6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힐 리조텔과 식당 등을 운영하며, 여름철에는 수영장도 문을 연다. 글 이영준(월간 MOUNTAIN 기자)
  • [OUR STORY] 눈내리는 플롯폼에 서보셨나요

    [OUR STORY] 눈내리는 플롯폼에 서보셨나요

    7년 동안 330여 차례나 기차여행을 한 사람이 있다.1주일에 최소한 한번 이상은 기차를 타야만 가능한 숫자다. 거리로는 22만 2000여㎞. 지구를 다섯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를 국내선 기차로만 여행한 셈이다.1999년 이후 모아온 기차표가 1200여장에 달하고, 기차역 주변 음식점 명함만 600여장이다. 가슴에 KTX 1호 승객이란 ‘훈장’도 달고 있다. 이만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차여행 좀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면 이런 건 어떨까. 의자 하나만 달랑 놓인 간이역을 비롯해, 경전선과 영동선 일부를 제외한 국내의 모든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 보기도 했다. 폐선이 된 기차역을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축구를 워낙 좋아해 전북 현대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불원천리, 기차를 타고 찾아 간다. 홈구장인 전주까지는 461호 첫 열차부터 마지막 열차인 489호까지 시간대별로 모두 타보았다. 직업상(그의 현재 직업은 기차여행 가이드다) 다녀온 것을 제외하더라도, 강원도 정동진역에 내린 것만 무려 80여회에 달한다. 32세의 청년 박준규. 우리나라 기차여행의 대표선수다. 그와 함께 강원도 북부의 고원도시 태백시를 다녀왔다. 글 사진 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박준규씨와 떠난 기차여행 아침 8시. 배낭하나 멘 단출한 차림의 박준규씨와 함께 청량리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가는 무궁화 열차에 올랐다. 갑자기 추워진 바깥 날씨와는 달리 열차 안은 포근하고 안락했다. “기차를 처음 탄 것은 유치원 때였어요. 지금은 레일 바이크로 유명한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외가에 가기 위해서였죠. 초등학교 시절에는 혼자서 문경까지 다녀오곤 했어요.” 당시 기차는 그에게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가 오롯이 기차여행을 한 것은 중학교 2학년때. 진주행 통일호 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에서 내려 5박6일 동안 지리산 종주를 한 것이 그의 첫번째 기차여행이었다. 이후 기차는 그에게 따로 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는다. 왜 그렇게 기차여행이 좋은지 궁금했다.“내 집은 기차라고 할 만큼 기차여행이 편하고 즐겁기 때문이죠. 기차여행은 세상사의 축소판인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과 일들을 만나고 경험하게 되죠. 어떤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될지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도 있고요. 의자를 돌려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산과 들, 강 등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참 좋아요.” 양평역에서 단체관광에 나선 촌로 10여명을 태운 기차는 다시 강원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노인들이 열차에 오르면서 조용하던 객실 분위기가 한순간 왁자지껄해졌다.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들뜬 모습이다. 승객이 별로 없어, 맞은편 의자에 다리를 뻗은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학교 1학년 때인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차여행을 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취미가 직업이 될 만큼 빠지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학 3학년때는 기차로만 4박5일 동안 여행한 적도 있어요. 거리로는 5000㎞ 정도 됐고요. 군대를 제대한 다음 그야말로 기차여행에 굶주렸던 때였죠.‘한붓 그리기’처럼 청량리에서 출발해 강릉, 부산, 목포를 돌아 대전, 천안까지 간 다음 다시 장항, 군산을 거쳐 서울로 오는 코스였어요. 중앙선과 태백선, 경전선, 동해남부선, 호남선, 장항선 등 거의 전 노선을 한번에 돌았던 거죠.” 원주를 지난 기차는 어느덧 태백준령을 향하고 있다. 금교 신호장과 치악역 중간에 있는 ‘금대 2터널´은 루프식 터널. 일명 ‘또아리 굴´로 불린다. 경사가 급해 직선으로는 오르지 못하고, 용수철처럼 빙글빙글 돌아서 가야 한다.‘유령굴’로도 불리는 치악터널을 지날 때는 괴기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왠지모를 한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태백-영동선. 청량리역까지 오는 1640호 열차의 경우, 강릉역 등 이 구간에 있는 모든 역에서 출발해 보기도 했다.“우리나라의 원초적인 지형을 지나는 코스예요. 평균속도가 60㎞ 이하여서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죠. 이 코스의 백미는 흥전에서 나한정 구간이에요. 경사가 급하고 고도차가 400m에 달해 열차가 스위치 백으로 운행해야 하죠. 내년 하반기에는 루프식 터널로 바뀐다고 하니, 아쉽네요. 영동선은 정동진역 다음부터가 정말 좋아요. 열차가 바다와 나란히 달리죠. 안인역의 해돋이도 좋고요.” 두번째로 좋아하는 코스는 정선선.“‘느림의 미학’을 한껏 맛볼 수 있는 구간이죠. 구불구불한 조양강을 따라 증산에서 아우라지까지 1시간 정도 가는데, 역마다 펼쳐지는 시골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어요. 자그마한 간이역과 북한강의 경치가 이어지는 중앙선도 둘째가라면 서럽죠. 특히 경북 의성역에서는 반드시 자장면을 먹어봐야 해요. 맛이 정말 일품이에요. 기차에서 어떻게 자장면을 시켜 먹냐고요? 제 홈페이지(www.traintrip.wo.to)에 오시면 알려 드릴게요.” 기차가 가뿐 숨을 내쉬며 강원도 영월땅으로 접어 들었다. 옛날 큰 물난리 때 삼척에서 떠내려 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삼척산과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등 수려한 풍광이 차창 밖으로 잇달아 펼쳐졌다. 서강에서는 큰고니 4∼5마리가 물위에 뜬 채 한가로이 유영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가다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만나기도 했어요. 지금은 없지만요. 여자친구보다 기차가 훨씬 좋아요. 수학공식으로 표현하자면 ‘여친 기차’죠. 축구와 비교하자면 ‘여친 축구’쯤 될까요.”이렇게 얘기했던 그도 기차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였던 함백을 지나자 아련한 눈망울로 ‘새비재’오르는 길을 바라보았다. 새비재는 ‘그녀’와 견우가 타임캡슐을 묻은 소나무가 있는 곳. 그는 정말로 여자친구보다 기차가 좋은 걸까. ● 기차여행 고수되기 첫째: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라. 열차나 버스 등의 출발정보가 담긴 ‘월간 시각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팸플릿 등을 반드시 챙길 것. 둘째:각종 할인혜택을 꼼꼼히 챙겨라. 철도회원에 가입해 일정 포인트를 적립하면 무료여행도 가능하다.KTX의 경우 비즈니스 카드 할인(주중 30%, 주말 15%), 역방향 할인(5%), 자동발매기 할인(1%) 등을 합치면 최대 36%까지 싸게 여행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전예매 할인, 철도회원 카드 할인, 얼리 버드(early bird)할인 등 다양한 할인혜택이 있다. 셋째:장시간 여행에 필요한 것들은 반드시 챙겨라. 물 등 간단한 먹거리와 디지털 카메라, 각종 충전기 등을 가져갈 것. 밤열차는 춥기 때문에 작은 담요 등도 가져가면 좋다. 충분한 수면을 위해선 안대가 필수다. ■ ‘문화재급’ 추억의 간이역 10곳 간이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굵직한 사건들로 점철된 20세기의 역사이자, 그 시기를 살아간 세대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번듯하지는 않지만, 허술한 겉모습에서 외려 푸근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간이역의 사전적 의미는 역무원이 없고 정차만 하는 역. 철도법에서는 역원배치 간이역과 무배치 간이역 이하 등급의 철도역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국 650여개의 기차역 중 400여곳이 간이역이다. 다음은 박준규씨가 추천한 가볼 만한 간이역들이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언론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곳은 제외하고, 아직 소개가 덜 된 ‘문화재급’ 간이역으로만 선정했다. 1. 구 전라선 서도역 한 문학가의 작품이 역사(驛舍)를 살려낸 특이한 경우에 해당된다. 고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주요 배경지. 혼불문학관이 인근에 위치하면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1930년대 지어진 목조역사를 최근 대대적으로 보수해 예전모습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주변 풍경이 수려하고, 현 서도역에서 도보로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어서 접근하기도 수월하다. ▲가는 길 용산이나 영등포역→여수행 열차→남원역→75번 버스→서도역. 무궁화가 하루 10회, 새마을호는 3회 운행하고 있다. 현재 서도역에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2. 구 전라선 오수역 붉은 벽돌로 지어진 1950년대 중반의 전형적인 간이역. 지금은 기차가 새로 지은 오수역으로 다니고 있다. 주인을 구한 개 이야기로 유명한 이곳은 지역이름 또한 오수(獒樹·개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개의 무덤에 꽂아 놓은 지팡이에서 싹이나 커다란 나무가 되자, 이 나무를 오수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영화 ‘광복절특사’에서 주인공들이 탈출하기 위해 이용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가는 길 용산, 영등포역→여수행 열차→오수역. 무궁화호가 하루 9회 운행. 오수역에서 구오수역까지는 도보로 이동해도 될 만큼 가깝다. 3. 중앙선 문수역 1941년 7월1일 현재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작은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과 철길이 어우러진 풍경이 좋다.65년 된 역사도 아름답지만, 역사 옆에 있는 보선반 건물도 비슷한 세월의 깊이를 간직한 옛 건물이다.30년 전 폐역된 승문역까지 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1차선 포장도로는 트레킹하기에도 좋다. 경북 영주시에서 가까워, 부석사 등 관광후 들러볼 만하다.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문수역. 무궁화호가 하루 1회 운행. 4. 영동선 하고사리역 강원도 삼척시 골짜기에 위치한 곳으로, 하루 단 한번 열차가 선다. 상상속으로만 그리던 그림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두평 남짓한 맞이방(대합실)과 무인 간이역, 그리고 역사앞에 가지를 내린 채 서있는 수양버들이 하고사리역의 전부지만, 철도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어쩌면 철거될지도 모르는 곳이어서 더욱 더 아쉬운 곳이다.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영주역→강릉행 열차로 환승→하고사리역. 무궁화열차가 하루 1회 운행. 영주발 강릉행 열차는 아침 6시5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영주에서 1박을 해야 한다. 영주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5. 구 수인선 송도역 10년 전 운행을 중단한 협궤철도 수인선의 종착역. 어천역과 소래역 등과 함께 아직까지 남아 있는 수인선의 3대 역사 중 한 곳이다. 현재는 일반기업체의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다. 인천 도심에 있어 경관이나 운치는 다른 간이역에 비해 덜하지만, 과거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협궤 꼬마열차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동인천역→6-1번,46번 버스→송도역 삼거리. 6. 정선선 나전역 꼬마열차로 유명한 정선선의 4대 간이역 중 한 곳. 과거 석탄을 나르던 정선선이 이제는 관광객을 나르는 철길로 바뀌었고, 그 중심에 나전역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목조역사인데다, 성신여대 미대 학생들이 그린 도깨비그림이 인상적이어서 철도마니아뿐 아니라,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가는 길 청량리역→강릉행 열차→증산역 →아우라지행 통근열차로 환승→나전역. 증산과 아우라지를 오가는 통근열차는 하루 2회 운행. 청량리역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면 증산역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하는 통근열차와 연결된다. 7. 경원선 서빙고역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시내에 남은 역사 중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다.1958년에 지어졌다. 전철 서빙고역과 맞붙어 있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서빙고역 하차. 8. 동해남부선 거제역 1940년대에 지어진 일제시대 간이역. 철도역사가 플랫폼 위에 서있는 몇 안되는 역사 중 한 곳이다. 부산광역시 거제동에 섬처럼 자리잡고 있다. 동해남부선 이설 및 광역 복선전철화 작업과 함께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동해남부선 철길과 맞닿은 벽화도 볼거리다. 철도에 관한 시와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가는 길 서울역, 영등포역→포항, 울산행 열차 →경주역 하차→거제역. 무궁화 열차가 하루 3회 운행. 9. 중앙선 우보역 중앙선에는 유난히 1940년대 초반에 지어진 역사가 많이 남아 있다. 그중 경북 군위군에 위치한 우보역과 화본역이 추천할 만하다. 두 곳 모두 시골 한적한 마을을 감싸안은 모양으로, 하루 4∼5회 열차가 선다. 기차가 아니면 접근이 쉽지 않은 깊은 산 속 간이역이다. 아담한 간이역사 외에도 오래 된 화물홈의 모습과 역장의 친절함이 인상적인 곳.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안동역 하차→부전행 열차→우보역. 무궁화 열차가 하루 1회 운행. 10. 구 문경선 진남역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60년대 문경선과 가은선의 분기점이자 신호장역으로 개업한 곳이다.60년대 지어진 곳으로는 보기 드물게 목조역사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레일바이크 매표소로 쓰이고 있다. 문경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는 가은선 가은역 앞 가은농공단지, 또는 문경선 진남역을 이용하면 된다. 진남교반과 그 아래를 흐르는 영강의 경치가 일품인 곳. 여행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멋진 간이역이다. ▲가는 길 서울역→김천역 하차→영주행 열차(하루 3회 운행)→점촌역→가은, 문경행 시내버스→진남휴게소.
  • 경북도 지자체들 달빛기행 짭짤 문경·경주·영덕등 체험관광 성공

    경북도 지자체들 달빛기행 짭짤 문경·경주·영덕등 체험관광 성공

    ‘달빛기행이 돈 되네.’ 경북도내 자치단체들이 지역의 주요 관광자원과 연계, 개발한 체험관광상품인 ‘달빛기행’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관광객 유치는 물론 차별화된 지역홍보에 적잖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문경시는 30일 시내 한 예식장에서 ‘문경새재 옛길과 달빛, 그리고 사랑’이란 주제로 올해 실시한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 종합평가 보고회를 가졌다. 보고회에서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월 2회, 총 14회에 걸친 행사에 2913명의 관광객이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서울 등 수도권 관광객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직·간접적 수입도 새재도립공원 입장료 등 700여만원을 비롯해 농·특산품 판매 등 모두 1억 3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행사가 중앙·지방 언론 및 여행잡지 등에 30여회 보도되는 등 ‘관광문경’ 홍보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옛 과거길을 재현한 달빛사랑여행상품은 주먹밥 만들어 먹기, 짚신 신고 옛길 걷기, 음악공연, 주막 등 문화탐방 체험으로 구성됐다. 경주시도 지난 4월22일부터 10월28일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총 21회에 걸쳐 ‘안압지 상설공연’을 실시했다. 신라천년 만파식적, 동편제 장월중선류, 무용, 판소리, 대중가요 등을 무료 관람할 수 있는 공연에는 모두 10만여명이 몰렸다. 또 같은 시기에 월정교·최씨고택·계림·첨성대·분황사 등 경주지역 유명 관광지를 12차례에 걸쳐 돌아본 ‘달빛 신라역사기행’에도 국내외 관광객 8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로 인한 직·간접 수입은 수십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영덕군이 올 들어 11월까지 음력 보름을 전후로 일몰시간에 맞춰 모두 9회에 걸쳐 실시한 ‘동해안 달맞이 야간산행’에도 1만 8000여명이 참가,5억원 이상의 관광수입을 올렸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산이좋아 산으로] 강원 평창 오대산

    [산이좋아 산으로] 강원 평창 오대산

    # 눈이 내리면 가고 싶은 오대산 강원도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그럴 때마다 아직 설익었을 겨울산일지라도 달려가고픈 마음이 들끓곤 한다. 하지만 오대산(1563.4m)은 겨울이 농익을 때까지, 화려하고 화려한 가을의 색을 하얀 솜저고리로 갈아입을 때까지라야 제맛이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오대산(五臺山)은 말 그대로 다섯 개 봉우리가 솟은 산이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병풍이 감싸는 자리에 꽃술처럼 월정사가 있다. 오대산의 이름은 자신의 땅을 불국토(佛國土)라 믿었던 신라인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그 씨앗을 처음 이 산에 뿌린 사람이 지장율사다. 그는 문수보살이 머문다는 중국의 오대산을 찾아가 오랜 기도 끝에 신라 명주땅에 만 명의 문수보살이 산다는 계시를 받고 돌아왔다. 그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 풀로 집을 짓고 문수보살을 기다린 터가 지금의 월정사다.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며 소금강 계곡과 노인봉, 황병산 일대까지 국립공원계에 들었지만 원래 오대산은 진고개를 중심으로 서쪽 산군만을 일컫는다. 노인봉쪽은 예부터 청학산이라 불렸다. 지장의 발자국을 따라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걷는다. 하늘은 전나무 숲을 넘지 못한다. 온통 춥고 시린 산에 전나무 숲은 ‘겨울 별미’ 같다. 월정사에서 출발하는 산길은 한나절, 당일 코스 등으로 잡을 수 있는데, 모두 상원사를 경유하는 원점회귀 산행이 된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차가 다니는 널찍한 길이 이어진다. 다행히 비포장이라 걷는 데 피로하지는 않다. 매표소와 주차장은 상원사 앞에 있다. 상원사에서 조금 오르다 보면 다리 하나를 건너 서대 염불암가는 길과 적멸보궁 오르는 길로 나뉜다. 서대 염불암은 민간에서 한강 발원지로 알려져 있던 우통수가 있는 곳이지만 쉽게 찾아가기 힘든 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적멸보궁을 들르게 된다. 적멸보궁부터는 시야가 트여 병풍처럼 둘러진 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 비로봉까지는 1시간여가 걸린다. 비로봉에서 상왕봉을 거쳐 446번 지방도를 따라 내려오는 길은 원점 회귀산행으로,5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상왕봉에서 두로봉을 거쳐 공개산으로 이어지는 완전종주코스는 초심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눈이 많을 경우 상황에 따라 1박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상왕봉까지는 외길이라 길을 잃거나 위험한 것이 없다. 등산로 정비도 잘 돼 있고 오르내림도 적은 푸근한 육산이 이어진다. 상왕봉 정상에서 50여분을 가면 446번 지방도와 만나게 된다. 도로라고는 하지만 비포장 군사도로로 오가는 차는 없다. 하산은 도로를 따라 내려오게 된다.12월에는 눈이 많을지도 모르니, 오대산으로 떠나기 전에 비료푸대 챙기는 것을 잊지 말기를.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오면 상원사 입구까지 30여분이면 된다. 걸어 내려오면 1시간여가 걸린다. # 여행정보 방아다리약수는 예부터 ‘조선제일명수’로 불려왔다. 청정지역에 있어 물이 맑고, 철분 탄산이 섞여 있어 톡 쏘는 맛을 낸다. 위장병, 피부병에 좋다고 해 요양 온 사람들도 많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환자로 위장하고 들어와 몸을 피했다고도 한다.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된 것을 고 김익노씨가 주변에 전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은 수림이 울창하다. 방아다리약수로 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월정사 입구에서 산 표를 챙겨두고 보여주면 당일에 한해 그냥 들어갈 수 있다. 글 이영준 사진 남영호(월간 MOUNTAIN 기자) www.emount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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