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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봄철 ‘안전 산행’ 하려면/최득영 대한적십자사 외설악산악구조대원

    [기고] 봄철 ‘안전 산행’ 하려면/최득영 대한적십자사 외설악산악구조대원

    산이 좋아 산 사나이로 일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적십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에 감동하게 되었고, 적십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산악구조 봉사활동이 벌써 5년이 되었다. 매년 이맘때면 반복되는 유사한 산악사고를 접하면서 때로는 인명구조 봉사활동에 대한 보람도 느꼈지만, 등산객들이 산행에 대한 약간의 상식만 알고 있었더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늘 가지게 된다. 유달리 시샘이 많은 봄 산에는 위험요소가 적지 않다. 떠나기 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산중에서 뜻밖의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봄은 겨울에 비해 따뜻하지만 산의 일교차나 당일 일기에 따라서는 느닷없는 눈이나 비, 겨울과 진배없는 추위와 맞닥뜨릴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해빙기에는 겨울산 같은 낙엽 밑 빙판길이나, 여름철 특징인 진창의 흙길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한 지표면은 맥없이 들떠 있어, 바위나 나무 등을 생각없이 잡았다간 쏟아지는 낙석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봄철 산행을 나설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장비, 이를테면 구급약·장갑·랜턴·비상식량 정도는 생존과 직결된 것들로 사시사철 언제나 배낭에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봄철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한 방수·방풍복과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한 보온 재킷을 배낭 아래 챙겨 넣었다면 일단 안심이다. 빙판에 대비한 아이젠도 꺼내기 쉬운 곳에 챙길 필요가 있으며,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는 요즈음에는 스패츠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보통 지팡이처럼 사용하는 스틱은 그 용도가 굉장히 다양한데, 가능하다면 한 쌍을 동시에 사용하고, 평지에서는 지표면의 상태를 확인하는 용도로, 경사면에선 지형물을 잡지 말고 스틱에 의지해 오른다면 혹시 있을 낙석을 예방·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장비의 적절한 사용법을 몸에 익히는 것 또한 필수다. 늘 하고 있지만 산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옷을 입고 벗는 방법이다. 일교차가 극심한 봄철 산행에서는 체온유지와 보온을 위해 그 중요성이 특히 강조된다. 레이어링시스템이란 거창한 말로 속옷·중간옷·겉옷을 적절히 겹쳐 입는 방법을 설명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체질에 맞게 입고,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팔만 입어도 땀이 나는 체질의 사람은 과감히 벗어야 하고, 세겹을 겹쳐 입어도 추운 사람은 더 입어야 한다. 흔히 산행 중에는 두껍게 입고 땀을 흘리며 걷다가, 쉬는 시간에는 옷을 벗어 땀을 식히는 잘못을 범하기 쉽다. 가능하면 걸을 때는 조금 춥더라도 덜 입고, 휴식시간엔 하나 더 챙겨 입어서 따뜻하게 해 주어야만 체온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다만 산행 중에 땀과 한기로 몸이 영 불편하다면 뒤처지거나 귀찮더라도 즉시 입고, 벗어 주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다. 버티다간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산을 즐기기 위해서는 몸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평소 적당한 운동으로 단련하여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가끔씩 하는 산행으로 운동을 대신하려 했다간 오히려 관절 등의 무리로 몸을 해칠 수 있다. 산행은 절벽 위의 서커스가 아니다. 포근한 봄날 넉넉하고 여유롭고 안전한 산행을 꿈꾼다면 그것이 장비가 됐든, 몸이 됐든 항상 준비하여야 한다. 아무리 등산에 자신이 있다 할지라도 완벽한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떠나라! 마지막으로 평소 짬을 내어 대한적십자사가 교육하는 응급처치법을 익혀두자.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긴요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최득영 대한적십자사 외설악산악구조대원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3) 남양주시 천마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3) 남양주시 천마산

    경기도 남양주시 천마산은 해발 812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2시간 남짓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산이지만 이곳에 자라는 봄꽃은 수도권의 어떤 산보다 대단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북한산이나 도봉산도 이보다 더 특별한 봄꽃들을 키워내지는 못한다. 천마산에는 700∼800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어 숫자로만 볼 때는 서울 근교의 여느 산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식물 가운데는 봄꽃, 그것도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봄꽃이 많다. 천마산이 인기 높은 연구대상지나 꽃산행지로 자리잡게 된 까닭이기도 한데,1960년대 여러 학자들의 연구대상지가 된 이래 근래에는 식물동호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꽃을 좋아하는 동호인들치고 이 산의 봄꽃을 관찰하지 않은 이는 이름을 내밀지 못할 정도다. 천마산은 필자에게도 의미가 큰 산이다. 대학 졸업반 때 10여 차례에 걸쳐 이 산을 오르내리며 식물을 조사해 보고서를 낸 적이 있는데, 내 식물공부가 이 산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인연으로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봄마다 한두번씩은 꼭 찾아가고 있다. 천마산의 봄꽃은 3월10일 경이면 피기 시작한다. 계곡에 잔설이 남아 있을 시기지만 앉은부채, 너도바람꽃 같은 부지런한 봄꽃들이 새봄을 힘차게 연다. 이들이 열을 내어 주변의 눈을 둥그렇게 녹이면서 꽃을 피운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앉은부채는 잎보다 꽃을 먼저 피워 올리는 식물로 중부지방의 산 속에서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풀꽃으로 꼽힌다. 수십 개의 암꽃들과 수꽃들이 함께 붙어 있는 꽃송이를 불염포라고 불리는 꽃싸개가 감싸고 있다. 불염포의 색깔은 갈색 계열이 보통이지만 이곳에서는 노란 불염포를 가진 개체도 발견된다. 이것을 노랑앉은부채라고 구분하는 이들도 있다. 너도바람꽃은 지리산부터 북부지방에 이르기까지 높은 산 습기가 많은 계곡 가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같은 곳에 복수초와 함께 자라는 경우도 있는데, 복수초보다 1주일 이상 빨리 꽃망울을 터뜨린다. 천마산 중턱 이상의 골짜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앉은부채와 너도바람꽃이 피고 난 후에는 수많은 봄꽃이 앞을 다투어 피어 한동안 봄꽃잔치를 벌인다. 생강나무, 복수초, 산괭이눈, 올괴불나무,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점현호색, 무늬족도릭, 미치광이풀, 금괭이눈, 산자고, 얼레지, 큰개별꽃, 금붓꽃, 큰괭이밥, 피나물, 중의무릇, 애기괭이눈,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 매화말발도리 등 이름을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하찮은 식물이 없다. 모두가 사람의 간섭이 덜한 산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토종식물들이기 때문이다. 점현호색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다른 현호색 종류들에 비해서 꽃이 크고, 잎에 하얀 점들이 있으므로 구분할 수 있다. 점현호색이라는 이름을 지어 세상에 널리 알린 식물학자가 이 식물을 처음 만난 곳이 바로 천마산이었다. 천마산은 점현호색의 고향인 셈이다. 만주바람꽃은 천마산과 이웃한 백봉에서 1970년대에 처음 발견되었다. 만주에서 기록된 이래 이때까지는 남한에는 생육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식물이고 꽃이 일찍 피기 때문에 당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것인데, 지금은 강원 덕항산, 경남 와룡산, 전남 백양사, 충남 광덕산 등 전국에서 드문드문 발견된다. 금괭이눈은 한때 천마괭이눈이라고도 불리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이 필 때 꽃을 받치고 있는 꽃싸개잎이 샛노랗게 변해 마치 커다란 꽃 한 송이가 줄기 끝에 달린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꽃가루받이가 끝난 후에는 꽃싸개잎 색깔이 다시 녹색으로 변해 흥미를 더한다. 천마산에는 산괭이눈, 애기괭이눈 같은 금괭이눈의 형제 식물들도 자라고 있다. 무늬족도리는 강원도와 경기도의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잎에 얼룩무늬가 있고, 꽃이 작은 특징으로 구분된다. 천마산에서는 중턱 이상의 모래질흙이나 바위 겉에서 살고 있지만 숫자가 많지는 않다. 서울 근교의 한적한 산이던 천마산은 평내, 오남리 등의 주변지역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빌딩에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주변 인구증가에 따라 산을 찾은 사람들이 갑자기 늘었기 때문에 귀한 봄꽃들의 훼손속도가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 천마산은 자연공원법에 의해 지정된 군립공원으로서 관리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천마산의 봄꽃을 보전하기 위한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관심이 절실하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길섶에서] 춘망사(春望詞)/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봄의 미망일까. 하늘이 닫혔다. 며칠 동안 뿌옇다. 빗발이 날리는가 싶더니 사라졌다. 나뭇가지는 아직도 거칠다. 자세히보니, 초록을 내밀 태세다. 누군가가 야외로 나가 보라고 했다. 봄기운을 맡으라 했다. 아지랑이 피던 시골길이 생각난다. 머리를 땅에 대면 아지랑이는 물이고, 산이었다. 세상이 흔들렸다. 메마른 남천(南川)엔 안개 구름이 흘렀다. 가슴엔 꿈이 피어올랐다. 시골서 우편물이 왔다. 초등학교 동기생들이 산행을 하잔다. 객지 신세를 핑계대며 외면했지만, 친구들은 변함없이 부른다. 친구는 자연의 봄을 즐기자는데, 나는 아직도 삶의 봄을 꿈꾸며 헤맨다. 안부전화를 하는 친구들의 푸른 웃음을 떠올린다. 봄의 안부를 얼마나 더 주고받을 수 있을까. 메마른 나의 삶, 나의 생각은 언제쯤 푸근해질까. 시인은 “마음은 늘 비포장이었다.”고 했다. 울퉁불퉁한 마음을 언제 다스릴 수 있을까. 시골 친구들이 그립다.‘바람에 꽃들은 나날이 시드는데/아름다운 기약은 아득하기만 하네’중국 당대(唐代)의 시인 설도의 춘망사(春望詞)’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전북 남원시 주천면 고촌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전북 남원시 주천면 고촌마을

    백두대간 종주 산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지나쳤을 지리산 고기리 고촌(高村)마을은 1000고지 이상을 힘차게 달려온 고산준령이 고리봉(1304.8m)에서 급격히 해발 고도를 낮추며 처음으로 숨을 고른 땅이다. 대간 종주자들에겐 한 구간의 마지막 지점이자 다음 구간의 시작점이 되기도 하고, 서북릉 산행에 나선 이들 중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부러 하산하는 경우도 많은 터라 고리봉 아래 고촌마을은 백두대간 종주꾼이나 지리산 산꾼들에겐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구룡·선유·비폭포 인접… 찾는 발길 이어져 원래 남원군 상원천면에 속했던 고촌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때 아랫마을 내기(안터)와 합쳐지면서 두 마을의 이름을 딴 ‘고기리’가 되었고 이후 주천면에 편입되었다. 전라북도의 산중마을이지만 1680년경 영남에서 이주해온 경주 이씨, 밀양 박씨, 달성 서씨 등에 의해 크게 번창했다고 한다.1950년대 이전만 해도 130호에 달하던 면내 최대 마을이었다가 한국전쟁 때 소각돼 한 가구도 남지 않았고 주민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한두 사람씩 돌아오긴 했지만 다시 도시로 떠나는 가구가 많아 지금은 30여 집이 조금 못 된다. 빈집은 7가구쯤 되는데 거의 다 외지인에게 팔린 상태다. 주천면 마을 중 지대가 제일 높은 고촌의 주민들은 산나물, 상추, 감자, 오미자 등을 재배 혹은 채취하며, 인접한 구룡폭포 최상류 계곡과 선유폭포, 비폭포 등을 찾는 등산객은 물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민박과 식당도 겸하고 있다. 따라서 마을 풍경만 놓고 보면 해발 600여m의 높은 산지임을 쉽게 실감하기 어렵다. 고촌에서 태어나 결혼해 여태껏 살고 있는 정오분(75) 할머니 역시 마을이 불에 탔을 때 고향을 떠났다가 3년쯤 후에 돌아왔다. 그때는 돈 없는 사람만 들어와 살았던 척박한 산골이었다. 남의 논을 져먹으며 쌀 석 되로 시작한 반세기의 기억들은 말로 설명하기 곤란할 정도다. 눈이 ‘겁나게’ 많이 오는 곳이지만 성삼재, 운봉, 남원 등으로 삼거리가 뚫릴 만큼 도로 사정이 좋아 겨울에도 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일은 없다. 다만 여느 집처럼 자가용이 있는 게 아니어서 벌써 몇 번이나 119 신세를 져야 했다고. ●주말이면 산행객 100여명 묵어가 남원 시내에 거주하다 11년 전 고촌으로 들어와 현재 이장을 맡고 있는 양해거(62)씨는 마을 속사정까지 훤하게 꿰뚫고 있다. 이번 주말에도 100여 명의 산행객들이 고촌에서 묵어간다. 간혹 양 이장에게 숙박 문의전화가 오면 집집마다 번갈아 공평하게 소개해 주기도 한다. 아예 ‘반달곰 산채마을’이란 브랜드로 특성화 사업도 진행 중이다. “고랭지 상추는 인근 대도시 청과시장에서 가져가니까 가격만 정해지면 판로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괜히 왔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조용하고 공기 좋고, 부지런하면 약초며 산채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몇 년 전만 해도 외지인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와 분뇨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요즘은 성숙해진 산악문화 덕에 속상한 일이 덜하다. 쓰레기봉투를 무료 배포하면 그 봉투에 차곡차곡 담아 길가에 내놓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끔씩 양 이장이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러 다니기도 한다. 마을 위쪽엔 올해 완공 예정인 고기댐이 있다. 반대도 해봤지만 정부 사업을 농민이 이길 수는 없었다. 오히려 폭우 시 홍수를 조절하고 농수와 생활용수로 유용하게 쓰이길 바랄 뿐이다. 고기댐 앞엔 상처 입은 노거송이 있는데 한국전쟁 당시 주민들을 묶어두고 무차별 총살이 자행된 나무란다. 그렇게 생을 마감한 이들은 조금씩 잊히겠지만 아직도 탄환 자국에 시름하는 늙은 나무는 묵묵히 그때의 참상을 대변하고 있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마운틴 기자(www.emountain.co.kr) ▶가는 길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88올림픽고속도로에서 남원IC로 나온 다음 19번 국도와 60번 지방도를 타고 고기리까지 갈 수 있다. 지리산IC로 나왔다면 인월에서 24번 국도를 따라 운봉으로 온 후 역시 60번 지방도를 타고 고기리로 이동한다. 남해고속도로에서는 진주분기점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따라 함양분기점으로 들어서 88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남원과 고기리를 오가는 시내버스는 하루 8회 운행한다.
  • [길섶에서] 행복론 제2막/구본영 논설위원

    지난 주말 친구 몇명과 이른바 ‘번개 산행’에 나섰다. 잔설이 녹아 질퍽거리는 북한산 자락에서 비로소 봄을 체감했다. 이미 경칩도 지나고 춘분을 앞두고 있건만…. 절기의 변화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근황에도 무신경했음을 알게 됐다. 삼삼오오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화려해 보이는 외형적 일상의 이면에 깃든 애환까지 알게 되면서다. 대학 진학을 앞둔 자식 걱정에 여념이 없는 친구는 여럿이었다. 취직 대신 고시공부하는 아들 때문에 애태우는 친구도 있었다. 세상은 공평한 것인가. 누구나 부러워하는,‘잘 나가는’ 친구에게도 실은 말 못할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쌓아놓은 이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최소한 그만큼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것도. 그렇다면 행복도 오늘의 삶을 겸허히 긍정하는 가운데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봄의 정취와 함께 그런 예감을 덤으로 느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마라톤의 반환점처럼 정해져 있는 건 아닐 터이기에.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 전남 장성 백암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 전남 장성 백암산

    전라남도 장성군에 있는 백암산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백암산은 하나의 산봉우리가 아니라 백양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군 전체를 일컫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고찰 백양사를 품은 백양계곡을 중심으로 도집봉, 사자봉, 상왕봉, 백학봉 등이 산줄기를 이루고 있는데 이 전체를 백암산이라 한다. 백암산은 백양사에서 이름이 유래한 백양꽃의 자생지로 유명하다. 백양꽃은 잎과 꽃이 평생 만나지 못해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화의 일종으로서 이곳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한때는 세계적으로 백양사에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근래에 경주, 거제도 등지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쓰시마섬을 비롯한 일본에도 생육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늦가을에 돋아나기 시작한 잎이 겨울을 난 후 여름에 스러지면 초가을에 꽃이 핀다. 이곳에 자라는 또다른 상사화의 일종인 진노랑상사화는 환경부가 법으로 정해 보호하는 멸종위기식물이다. ●비자나무숲도 백암산의 큰 자랑거리 비자나무숲도 백암산의 큰 자랑거리다. 백양사 위쪽에 자리잡은 비자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되어 있는데,5000여그루가 빼꼭하게 들어차 있다. 이곳의 나무들은 하나같이 키가 8∼10m에 이르고, 둘레가 한 아름이 넘는 노거수들이다. 사자봉 동쪽의 운문암 일대에는 아열대성 상록활엽수인 굴거리나무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백암산과 이웃한 내장산이 생육의 북쪽 한계선이 되므로 학술적으로 중요하다. 비자나무는 산자락 마을과 백양사 부근에도 많은 개체들이 자라고 있고, 굴거리나무는 주차장이나 상가 화단에서도 심어 키우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백암산을 해마다 찾아간다. 백양꽃을 보러 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맘때 봄꽃을 맞으러 간다. 가인마을, 사자봉, 운문암, 백양사로 이어지는 국립공원 탐방로를 따라 산행을 하며 봄꽃들을 만난다. 한나절 거리의 산행도 함께 하니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풀기에도 좋다. 겨울을 지내고도 생기를 잃지 않은 백양꽃 잎들을 볼 수 있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나무 군락지를 지나서 더욱 좋다. 낯선 타향에서 잎이 축축 늘어진 채 힘겹게 겨울을 지낸 아열대성 굴거리나무의 생태를 관찰하는 것도 뜻 깊다. 산중에서 윤기 가득한 검푸른 잎을 달고 있는 야생 차나무를 만나는 기쁨도 만끽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변산바람꽃 하지만, 이른 봄 백암산 꽃산행에 나서는 진짜 이유는 변산바람꽃을 만나기 위해서다. 변산바람꽃은 눈길을 끌만한 특징이 많다. 남해안에서는 2월 하순부터 꽃을 피우므로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식물 가운데 하나이고, 세상에서 오로지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국특산식물이다. 꽃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꽃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이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크고 화려하며, 정작 꽃잎은 작고, 수술에 섞여 있어 눈길을 끌지 못한다.1990년대에 뒤늦게 우리 학자의 눈에 띄어 새로운 식물로 등록되었다. 변산바람꽃이 질 무렵, 흰털괭이눈과 보춘화가 꽃망울을 터뜨린다.3월 중순쯤이다.‘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보춘화(報春化)는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다. 그 파란 잎 사이에서 누런 꽃싸개를 뚫고 나와 푸르스름한 꽃을 피워 올린다. 처음 필 때는 꽃줄기가 짧기 때문에 가까이 있어도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등산로 가에서는 둥근털제비꽃이 수줍은 듯 꽃을 피우고 있다. 제비꽃 종류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이 가녀린 제비꽃을 발견해 ‘꽃을 일찍이도 피웠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달콤한 꽃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다. 백양사 부근의 길가에서도 아주 멋진 꽃을 만날 수 있다.‘이처럼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토종 꽃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노란 꽃을 피운 지 오래 된 복수초가 연초록 잎을 키우고 있고, 현호색 종류들도 푸른보랏빛 꽃을 뽐낸다. 꿩의바람꽃, 생강나무, 얼레지, 자주괴불주머니의 꽃봉오리들도 한껏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다. 이제 봄이 무르익기 시작한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기고] 도전정신이 창의혁신을 이룬다/김충용 종로구청장

    [기고] 도전정신이 창의혁신을 이룬다/김충용 종로구청장

    도전이란 승부의 세계에서 더 나은 수준에 승부를 거는 행위라고 국어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나는 늘 나 자신에게 도전하며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두차례 구청장을 하면서 소신껏 종로 구민을 위해 일하고 많은 보람도 느낀다. 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열정으로 구민을 대하라.”“현재에 머물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 자신은 직원들 앞에서 과연 얼마나 솔선수범을 하고 있나.’라고 자문하면 솔직히 답이 궁색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모습과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할까를 고민했다. 늘 머릿속에 맴돌던 킬리만자로가 떠올랐다. 내 나이 70세라 힘이 많이 들겠지만 더 늙기 전에 한번 등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미국인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 등장하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굶고 얼어 죽을지언정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꿈과 희망을 갖고 도전하자는 메시지를 종로 가족에게 전하고 싶었다. 나는 몇달 전 배낭 안에 태극기와 종로구청기를 소중히 챙겨 넣고 킬리만자로 등반 도전에 나섰다. 내가 킬리만자로에 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만류했다.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와 케냐 접경 지역에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해발 5895m)이다. 고령에 그렇게 높은 산을 오를 수 있느냐고 염려했지만 지인(知人) 몇몇이 뜻을 모아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산행은 6일 동안 계속됐다. 첫날 일행은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에 큰소리로 감탄사를 터뜨리고, 유쾌하게 떠들었다. 하지만 산을 오를수록 점점 침묵했다. 어둠이 내리면 캠프에서 잠을 청하고 아침에 다시 산을 올랐다. 묵묵히 땅만 보고 걷던 일행이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나는 본래 말수가 적고, 몸이 마른 편이라 생체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모양이다. 내 자신은 등반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데 주로 덩치가 크고 말을 많이 하던 분들이 하나둘씩 앰뷸런스 신세를 져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령임에도 무난히 산 허리에 오르자 외국인 등반객들도 나를 격려했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 킬리만자로의 정상에 섰는데,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왔다. 넓은 고원에는 이곳이 정상이라고 알리는 푯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 아래를 내려다보자 원시의 신비를 느끼는 감동이 밀려왔다. 몇달을 두고 꿈꾸던 일을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이 벅차게 다가왔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생각했다. 안내인은 킬리만자로를 등정한 최고령자가 72세라고 했다. 나와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5년쯤 후에 다시 와서 그 기록을 깨자는 욕심이 생겼다.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요즈음 공직사회에 불고 있는 창의와 혁신의 바람은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창의와 혁신이 바로 도전정신이 아닌가. 지금까지 하지 않던 일, 잘못되고 불편해도 그대로 진행하던 일, 관행을 앞세워 꽁무니를 빼던 일, 이런 일들을 바꾸자는 게 창의와 혁신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용기와 결단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공무원이 손가락질 받던 시대는 끝났다. 도움을 청하는 민원인에게는 고압적이던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리면 신분을 속이는 한심한 꼴을 보여서도 안 된다. 창의와 혁신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김충용 종로구청장
  • [길섶에서] 산불 친구/염주영 논설실장

    조계산 한자락을 깔고 앉은 송광사. 우린 매표소 뒤쪽 소나무 숲에서 야영을 했다. 이튿날 부랴부랴 짐을 꾸려 산행길에 올랐다. 점심 무렵 정상을 넘어 선암사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오다 그만 등산로를 놓쳤다. 진작 선암사가 나타나야 할 시간인데 이름 모를 야산을 헤매고 있었다. 산중 겨울 해는 금방 넘어간다. 체력이 소진되고 주위가 어둑어둑할 무렵 저 아래 작은 마을이 보였다. 이리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다. 발 아래 토끼굴을 발견한 것은 그때였다. 등산용 도끼를 꺼내들었다. 주위 덤불을 긁어모아 토끼굴 입구에 불을 놓았다. 얼핏 산불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욕심이 눈을 가렸다. 불은 바람처럼 번졌다. 온마을 사람들이 동원되고도 자정이 지나서야 불길을 잡았다. 소나무 수백그루가 탔다. 마을 지서에서 방화범으로 조사를 받았다. 다행히 대학생 신분이 감안돼 무죄로 방면되긴 했지만. 정월 보름마다 극성을 부리는 산불 기사를 읽다가 30년도 더 지난 옛일을 떠올려본다. 그 친구가 그립다. 염주영 논설실장
  • 문경새재 ‘꽃밭서덜’을 아시나요

    문경새재 ‘꽃밭서덜’을 아시나요

    경북 문경의 옛 지명은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는 문희(聞喜)다. 영남의 관문격인 고을인 탓에 항상 한양쪽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던 데서 유래된 지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 조령천을 따라 뚫린 새재(조령·鳥嶺)는 문경에서 한양으로 향하던 유일한 길이었다. 과거길에 올랐던 수많은 선비들이 장원급제의 소망을 안고 걸었던 길이자 고향에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희망의 길이기도 했다. 선비들뿐이랴. 보부상 등 민초들도 이런저런 소망을 품고 새재를 넘나들었을 터. 길모퉁이 돌부리 하나에도 그들의 소망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최근 한반도대운하의 낙동강 구간 관문이 문경시 마성면 일대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땅값이 상승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의 희망도 생겼으니, 과연 지명대로 된 것일까. 계절은 우수를 지나, 긴 겨울의 끝이자 새봄의 시작인 정월대보름까지 와있다. 이번 주말엔 문경새재 트레킹 길을 자박자박 걸으며 소망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길에 돌을 세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꽃밭서덜과 장원급제를 빌었던 책바위가 동행한다. # 새도 구름도 쉬어 가는 곳…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조령산 마루를 넘는 가장 높고 험했던 고개다. 조선 태종 때 이후 근 500여년간 한양과 영남을 잇는 제1의 대로이기도 했다. 추풍령이나 죽령 등의 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비들은 유독 문경새재를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죽령길은 너무 멀었고, 추풍령길은 과거시험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남의 선비들조차 멀고 먼 이 길을 휘휘 돌아갔다고 하니, 새재는 곧 소망의 길이란 믿음이 조선 팔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모양이다. 문경새재의 총길이는 6.5㎞. 흙길이어서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제1관문 주흘관에서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령관에 이르기까지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넓어 겨울철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맞춤하다. 새재가 소망이 이루어지는 길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꽃밭서덜’(서덜은 ‘너덜’의 사투리)과 ‘책바위’다. 먼저 꽃밭서덜을 찾아나섰다. 새재가 시작되는 제1관문 주흘관을 지나 1.2㎞ 정도 오르면 조령원터가 나온다. 거대한 자연석으로 돌담을 쌓은 조선시대 국영 여관이다. 원터에서 주막과 팔왕폭포, 조곡폭포 등을 줄줄이 지나면 제2관문 조곡관에 닿는다. 꽃밭서덜로 들어서는 길목이다. 이곳에서 조령산을 버리고 주흘산 등반로로 갈아탔다. 꽃밭서덜까지는 40분 거리. 양지바른 새재길과 달리 등산로 대부분이 음지여서 군데군데 눈길이 이어졌다. 험하지는 않은 편. 얼음 아래로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가 상쾌하기 그지없다. # 뭇사람들 소망이 차곡차곡 쌓인 ‘꽃밭서덜´ 오르기 시작한 지 30분쯤 지나자 조곡계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곡 양옆으로 드문드문 쌓여 있는 돌탑이 꽃밭서덜에 가까워졌다고 전하는 듯하다. 몇 개의 돌탑을 지나 급경사를 오르자 잔뜩 눈을 이고 선 돌탑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단한 규모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날 때마다 정성스레 돌을 쌓고 소원을 빌었을까. 등산로 오른편 50여m 위쪽에서부터 쌓아 내려온 돌탑은 길을 벗어나 계곡까지 이어져 있다. 들쑥날쑥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 인위적으로 조성하지 않았으니 조형미가 빼어나다고는 볼 수 없지만, 하나하나 공들여 쌓았을 사람들의 진정성이 오롯이 느껴졌다. 누가 언제부터 이곳에 돌탑을 쌓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근대사 이전에 형성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경새재박물관 안태현 학예사는 “10여년 전 지역명에 관한 조사를 하던 중 70∼80대 노인들에게서 예전부터 꽃밭서덜이란 이름이 있었다고 확인했다.”며 “근대사 훨씬 이전부터 형성됐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정했다. 주변이 너덜지대(암석들이 절편모양으로 조각난 지역)여서 쌓기 좋은 돌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게다. 수십년 된 물박달나무가 진달래 등 야생화와 어우러지면서 ‘꽃밭서덜’이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돌탑 사이사이 소복하게 쌓인 새하얀 눈이 운치를 더해 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눈덮인 조령산 모습도 일품. # 장원급제길에 묵묵히 자리잡은 ‘책바위´ 다시 조곡관으로 내려와 솔숲 뒤편의 조곡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제3관문 조령관으로 향했다. 조곡관에서 600m쯤 오르면 도로변에 자연석을 깎아 새겨놓은 문경새재민요비를 만난다. 이곳을 지나 이진터 장원급제길에 오르면 마지막 관문인 조령관이다.‘책바위’는 3관문 500m 아래 장원급제길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쯤에서 책바위에 얽힌 옛이야기 한 자락. 옛날 새재 인근에 살던 부자가 천신만고 끝에 아들 하나를 얻었다. 귀한 아들이 까닭없이 시름시름 앓게 되자 부자는 용한 도사를 찾아가 물었다.‘담장을 헐어 책바위 뒤에 쌓아 놓고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하라.’는 도사의 말을 들은 아들은 집의 돌담을 헐어 3년 동안 책바위까지 날랐다. 돌을 지고 나르느라 많은 운동을 한 덕에 절로 몸이 튼튼해졌고, 공부를 열심히 해 장원급제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새재를 넘어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하나둘 찾아와 장원급제의 소원을 빌었고, 오늘날에도 해마다 입시철이면 학부모 등 하루 평균 400명 정도가 이곳을 찾아 합격을 기원한다. 돌을 책처럼 쌓아놓은 책바위는 지름 2m, 높이 2m 크기의 돌탑이다. 전설을 토대로 10년 전쯤 조성됐다. 뒤편 장대 위에 기러기 모양의 새를 나무로 깎아 만든 20여점의 솟대는 희망과 경사를 상징한다. 내친걸음 새재약수터까지는 가봐야 한다. 책바위에서 5분 거리. 조령관 좌측 길가에 자리 잡은 약수터는 ‘한국의 명수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예전엔 한양길을 재촉하던 선비와 길손들의 갈증을 풀어줬던 약수다. 한 바가지 퍼 마시니 산행으로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4월부터 매주 보름달이 뜨는 주말이면 ‘문경새재 달빛사랑 걷기대회’가 열린다. 쏟아지는 달빛 속에 자박자박 걸음을 옮기다 보면 희망이 절로 샘솟을 듯하다. 글 사진 문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나들목→문경새재. ▶맛집 새재할매집(571-5600)은 40년 가까이 새재를 지킨 맛집이다. 더덕정식, 약돌돼지석쇠구이 등이 주메뉴.1만원. 소문난식당(572-2255)은 묵조밥 잘하기로 소문났다. 도토리묵조밥 6000원, 청포묵조밥 8000원. ▶머물 곳 문경관광호텔 571-8001 문경새재파크 571-6069 문경새재관광호텔 553-8000 ▶유용한 전화번호 문경시 문화관광과 550-6394 문경새재관리사무소 571-0709 문경새재박물관 550-6423 문경시문화원 553-2571.
  • 정월대보름 명소 5선

    정월대보름 명소 5선

    정월대보름(21일)이 코앞이다. 세숫대야만 한 보름달을 보며 이런저런 소망을 비는 날. 보름달이야 아파트 꼭대기로도 떠오르고, 호두·밤 등 부럼은 동네 할인점에서도 살 수 있지만, 마음이야 어디 그런가. 누구나 특별한 장소에서 월궁항아와 교감하는 각별한 시간을 갖길 바랄 게다. 교교한 달빛 아래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달맞이 명소들을 모았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1. 수원 화성: 화성내 달맞이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는 방화수류정을 꼽을 수 있다. 꽃을 좇고 버드나무를 따라가는 정자라는 뜻. 방화수류정 앞 ‘용지대월(龍池待月)’ 용연에는 여러 개의 달이 뜬다. 하늘에 뜬 달이 용연과 술잔에 비치고, 다시 그 달들이 연인의 눈동자에 뜨는 것. 화성사업소 031)228-3064. 2. 양평 농다치고개:경기도 양평에서 가평군 설악면으로 넘어가는 고갯길로 서울 근교에서는 보기 드문 산간도로다. 총연장 25㎞에 이르는 동안 용문산과 유명산, 중미산 등 경기도내 유명산들을 끼고 달린다. 고개 정상에서 한강을 굽어보는 경치가 그만이려니와 중첩된 마루금 너머로 떠오르는 달의 모습이 몽환적이다. 양평군청 031)773-5101. 3. 서산 간월암(看月庵):이름 그대로 달 보는 절집이다. 충남 지역에서는 달맞이 명소로 첫손 꼽힌다. 날물에서 들물로 접어드는 밤이면 간월암은 달빛이 흐르는 고적한 섬이 된다.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바다 위에 떠 있는 두 개의 달이 밤바다를 비추는 광경이 숨막힐 듯 아름답다. 간월암 종무소 041)664-6624. 4. 영덕 풍력발전단지:매년 봄 달맞이와 해맞이를 결합한 ‘동해안 달맞이 영덕 야간산행’이 열리는 곳이다.24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 위로 쏟아져 내린 은색의 달빛이 이국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동해에 떠 있는 수십 척의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도 볼거리다. 영덕군청 054)730-6114. 5. 부산 달맞이고개:달맞이고개 해월정에서 바라보는 월출이 대한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등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명소다. 해운대구청에서 올해부터 달빛을 맞는 월광욕, 이른바 문탠(moon tan)을 즐길 수 있는 ‘문탠로드’로 개발하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운대구청 051)749-4000. # 산도 타고 달도 따고 적요한 산자락에서 대보름달을 맞이하는 것도 각별할 듯하다. 한국등산연합회 최광식 이사가 추천하는 권역별 대보름 달맞이 산행지다. 1. 축령산(879m·경기 남양주) 청평댐에 잠시 머문 북한강 위로 떠오른 보름달이 장관이다. 전지라골 휴양림 주차장에서 2시간 정도면 넉넉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주금산, 운악산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서쪽으로 서울 남산 타워의 불빛이 반겨 준다. 031)592-0681. 2. 가지산(1240m·울산 울주) 신불산, 영취산 등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산들 중 가장 높다. 낮게 깔린 이내를 뚫고 하늘로 치솟는 새빨간 보름달이 마치 일출을 보는 듯하다. 요즘은 고로쇠 수액이 한창 출하되는 시기. 052)258-8830. 3. 강천산(584m·전북 순창) 높이가 낮은데도 수많은 기암괴석과 폭포들이 어우러져 수려한 계곡미를 뽐내는 곳이다. 호남의 소금강이라고도 불린다.3시간30분 정도 평탄한 산행코스가 이어져 달빛을 흠뻑 받으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063)650-1533. 4. 서대산(904m·충남 금산) 노령산맥의 정수이자 충남의 최고봉. 정상 조금 못미처 정자에서 보는 보름달의 정취가 그만이다. 대전광역시의 화려한 야경도 볼 만하다. 041)750-2225.
  • ‘3색 테마’ 평창의 재발견

    ‘3색 테마’ 평창의 재발견

    ‘하늘아래 첫 눈꽃동네´로 불리는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는 겨울이면 어김없이 몇차례 대설주의보가 내려진다. 덕분에 횡계리 등 대관령 주변 지역은 한번 눈이 쌓이면, 겨우내 아름다운 설경을 펼쳐보인다. 소나 양을 기르는 목초지 등 부드러운 선을 그리는 구릉지가 유난히 많아 곱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겨울 풍경이다. 거기에 눈밭 사이사이 삐죽 솟아오른 낙엽송이 이국적인 정취를 더한다. 흰 눈을 이고 선 황태덕장은 또다른 볼거리. 들판을 메우다시피한 덕장에서 누릇누릇 익어가는 황태들이 자못 장관이다. # ‘바람의 마을´ 의야지 싱싱한 겨울풍경이 한창인 그 곳에 ‘바람 마을´ 의야지 농촌 체험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의야지(義野地)는 ‘의로운 사람들이 모여사는 땅´이란 뜻. 해발 750∼800m 고지에 위치해 바람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사철 다양한 농촌 체험활동이 이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때는 역시 겨울철. 특히 마을 청년회에서 주관하고 있는 대관령 스노파크는 요즘 인기 상종가다. 스노래프팅, 튜브썰매, 봅슬레이 썰매 등 눈 위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거의 모두 즐길 수 있다.200m 높이의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스노 봅슬레이 썰매는 그중 최고 인기 종목. 트럭 뒤에 매달린 바나나 보트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스릴만점의 놀이다. 치즈 만들기, 딸기잼 만들기 등 간단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치즈 만들기의 경우 우리나라 가정에서 해오던 전통방식으로 진행된다. 양떼 먹이주기 체험은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스노파크 입장료 어른 8000원, 어린이 6000원. 스노 튜브 봅슬레이 등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마다 별도의 요금(2000∼4000원)을 내야한다. 치즈만들기 등 체험은 1팀(4∼8인) 4만원.windvil.com,033)336-9812∼3. # 발왕산으로의 게으른 겨울산행 사람마다 취향이야 다르겠지만, 대부분 화사한 눈꽃의 자태를 탐미할 수 있는 겨울 등산을 산행의 으뜸으로 꼽는다. 겨울산행지로 많이 알려진 발왕산(1458m)은 평창군 진부면과 도암면, 강릉시 왕산면 등의 경계를 이루는 평창의 진산. 산세가 완만해 겨울철 설원의 정취를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정규코스로 오르면 3시간은 족히 걸리지만, 곤돌라를 타면 20분 안쪽에 정상 바로 아래에 닿는다. 용평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를 타고 발왕산 정상으로 향했다. 힘찬 강원의 산들이 동서남북으로 거침없이 내달린다. 수월하게 오른 탓에 정복의 쾌감이야 덜하지만, 일망무제의 장쾌함만은 여전하다. 발왕산에서는 아기자기한 눈꽃보다 산들의 파노라마에 주목해야 한다. 내로라하는 백두대간의 마루금들이 주름접힌 채 다가서는 장면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광이 아니다. 멀리 북서쪽으로 선자령과 대관령 풍력발전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대관령 능선 오른쪽으로 펼쳐진 강릉 앞바다는 맑은 날씨가 선사해 준 보너스. 발왕산 정상은 곤돌라에서 내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쯤 더 올라가야 한다. 정상 남동쪽 산자락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며 주르륵 늘어서 있다. 의연하게 산정을 지키는 모습에서 발왕산의 자랑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주목 군락 뒤로는 ‘산너머 산´을 이룬 백두대간이 이어졌다. 시계가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정선땅에 솟아 오른 산봉우리의 스키 슬로프가 보일 지경이다. 용평리조트 관광곤돌라 어른(왕복) 1만 2000원, 어린이 8000원.330-7421. # 누렇게 익어가는 황태 눈 이불을 뒤집어 쓴 황태덕장과 어우러진 산골 마을의 정취는 한 폭의 풍경화다. 용평스키장 입구 횡계마을 일대와 읍내에서 대관령 옛길로 향하는 길목의 덕장마다 명태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북풍한설 속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황태 특유의 누런 빛깔로 익어가는 중이다. 대관령 지역은 남한에서 최초로 황태덕장이 형성된 곳이다. 고도가 높고 기온 차가 심한 데다 바람도 많아 황태 건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직후 함경도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자신들의 고향과 기후여건이 비슷한 대관령에 덕장을 세워 황태를 생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 대관령이나 인제 용대리 등의 황태덕장에 거는 명태는 대부분 오호츠크해 등에서 잡아온 원양태들이다. 우리 근해에서 명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연안태는 ‘금태(金太)´라 불릴 만큼 보기 어려운 생선이 됐기 때문이다. 진부령 넘어 고성군 거진항 일대에서 21∼24일 제10회 고성 명태축제가 열린다.‘금태´와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www.myeongtae.com,682-8008. 글 사진 평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횡계나들목→우회전→횡계 읍내 로터리→좌회전→의야지마을(서울에서 약 3시간 소요). ▶주변 볼거리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삼양 대관령목장의 이국적인 풍경을 빼놓을 수 없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해 바다 풍경도 일품. 오대산 월정사 입구의 눈쌓인 전나무 숲길도 겨울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맛집 남경식당은 꿩만두와 메밀막국수 등으로 소문난 집. 깍두기와 김치 등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꿩만두와 메밀막국수 모두 5000원을 받는다.335-5891. 오징어와 삼겹살이 조화를 이룬 오삼불고기도 대관령의 별미. 횡계로터리 주변 납작식당(335-5477)이 잘한다.1인분 8000원.
  • 관악산 케이블카?

    관악산 케이블카?

    경기도가 과천 관악산 정상을 올라갈 수 있도록 관광용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장애인이나 노인 등 노약자들에게 산행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관악산(해발 629m) 정상까지 관광용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관악산에는 현재 KBS가 1991년 설치한 송신소 케이블카(최대 수용능력 1t)가 과천시 중앙동 시청 뒤편 관악산 입구에서 연주암 좌측 정상까지 2015m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현재 케이블카는 주로 방송 관련 인력이나 물품 등을 수송하고 있지만 도는 삭도와 지주대 등을 보강하면 최대 수용능력을 3t까지 확대할 수 있어 산림훼손이나 거액의 예산투입 없이도 관광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관광용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관광객이 급증, 환경훼손을 우려한 시민ㆍ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케이블카 소유주인 KBS측과 협의에 나서는 한편 과천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도 케이블카 도입문제에 대해 논의를 벌일 방침이다. 앞서 과천시는 지난 2003년 KBS 방송용 케이블카에 대한 시설 보강 등을 통해 관광용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논의작업을 벌였으나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도는 관악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힐 경우 제3도립공원으로 지정될 예정인 안양·군포의 수리산(해발 489m)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관악산을 관광자원화해 노약자나 장애인 등을 포함해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기존 방송용 케이블카를 관광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鄭, 孫 잡았지만

    鄭, 孫 잡았지만

    “당의 화합·쇄신·자기 희생을 위해 도와 달라.”(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 “무슨 역할이든 뒤에서 돕겠다. 문지기라도 하겠다.”(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통합신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5일 손을 맞잡았다. 둘은 대선 참패 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당내 최대 뇌관이던 ‘손-정 갈등’은 ‘봉합모드’로 돌입했다. 정 전 장관은 3일 ‘제 3지대 창당설’을 부인한데 이어 이날 손 대표와의 회동으로 그간의 갈등설을 일축했다.‘호남물갈이’와 ‘탈당 후 창당’으로 맞섰던 둘은 일단 한발씩 물러섰다.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총선을 앞둔 손 대표는 당의 내분이 부담스러웠고, 정 전 장관은 명분이 모자랐다. 그래서 갈등은 ‘해결’이 아니라 ‘봉합’이다. 통합신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공천을 둘러싼 양쪽의 이해관계는 여전하지 않으냐. 다시 한번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은 이날 ‘반성’과 ‘쇄신’을 한 목소리로 거론했다.‘당 화합’도 함께 강조했다. 손 대표는 “자기 반성과 자기 희생을 위해 아직도 한참 가야 한다. 단호한 야당을 위한 자기 희생의 시기다.”고 쇄신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기득권을 버리고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면 국민도 고릴라 여당에 맞선 야당의 존재를 인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뼈 있는 말’도 주고 받으며 은근한 신경전도 벌였다. 손 대표는 정 전 장관의 대규모 산행을 화재에 올렸다. 그는 “산행은 잘 다녀 왔느냐.”고 물었고 정 전 장관은 “산에 갔더니 얼음장 밑에는 벌써 시냇물이 졸졸 흐르더라.”고 답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아직은 참 겨울 안에 있어야 한다. 자기 반성과 자기 희생의 모습을 보이려면 한참을 가야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 거취와 관련한 대화도 오갔다. 손 대표는 농반진반으로 “신당동으로 이사하니 중구에 출마하냐고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버리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어떠한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서겠다. 문지기라도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최근 돌고 있는 서울 동반 출마설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손 대표는 거주지인 중구, 정 전 장관은 종로 또는 거주지인 서대문을 지역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총선 관련, 거취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을 것으로 안다. 앞으로 역할론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처녀부부의 죽어도 좋아

    처녀부부의 죽어도 좋아

    시집도 안간 19살 양장점 아가씨와 21살 처녀운전사가 눈이 맞아 살림을 차리고 처녀부부가 되었다. 부모의 반대를 물리치기위해 타관으로 줄행랑까지 놓았던 처녀부부-. 끝내 못이루고만 애절한(?) 사랑의 사연인즉-. 충북(忠北) 보은(報恩)군 내속리면에 사는 처녀운전사 권(權)영옥양(21·가명)은 총각아닌 19살 처녀. 김(金)계순양(가명·대전(大田)시 S양장점 근무)과 눈이 맞아 살림을 차렸다. 권양은 보은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다 중퇴, 2종 운전면허와 대전 체신청이 준 구내교환원자격증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전영1-2xxx」 「코로나·택시」의 「스페어」운전사로 취직된 권양은 김양의 집에서 5백m쯤 떨어진 박(朴)모(42)씨 집에 하숙을 정했다. 일당 1천원의 「스페어」운전사지만 손님들은 권양을 『날씬한 아가씨운전사』라고 부르며 이따금 유혹의 손길을 뻗어왔다. 그러나 권양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좋아』였던 모양. 「스커트」와 「오버」를 맞추기위해 우연히 대전시내 S양장점에 들른 것이 권양의 가슴속에 숨어있던 동성애본능에 불을 지른 계기. 권양의 몸을 잰 아가씨가 바로 김양. 김양은 대전서 D상업여고를 졸업, 주산3급의 자격까지 가지고 있는 실력파였다. 김양은 권양의 몸매를 재면서 야릇한 흥분을 느꼈고, 권양은 김양의 손길이 몸에 닿을때마다 감전이 된 듯한 감촉을 느꼈다. 첫눈에 정들어버린(?) 두처녀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기 시작했다. 권양의 옷은 으례 김양이 고르고 맞추고, 두처녀는 일과가 끝나면 서로 어울려 극장구경, 다방엘 다녔다. 마침내 두 처녀는 뜨거운 사랑을 이루기 위해 지난 2월부터 권양의 하숙집에서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나이가 2살 위고 직업이 운전사인 권양이 남편, 김양이 아내가 되었다. 아내인 김양이 빨래·밥짓기등을 보살피는 대신 권양은 벌어오는 돈을 몽땅 김양에게 맡기는 가장다운 역을 맡았다. 양장점에 취직한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고 따로 살게되자 김양의 어머니 정(鄭)모여인(54)은 어렴풋이 이들의 관계를 짐작하기 시작했다. 이따끔 만나보면 김양의 몸은 군데군데 시퍼런 멍이 들어있기 일쑤. 더욱이 처녀로서 있을 수 없는 부위에 「키스」자국이 남아 있기도 했다. 안되겠다고 생각한 정여인은 김양의 형부에게 연락, 이 두 처녀부부를 갈라놓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처녀부부의 뜨거운 사랑은 이런 타의의 별거로 식어지지 않았다. 두 처녀는 몰래 부산행 밤열차를 타고 사랑의 줄행랑을 놓았다. 여관생활 1주일만에 가지고 갔던 돈은 바닥이 났다. 남은 돈은 1백50원 뿐. 하는 수 없이 두 처녀는 다시 대구(大邱)행 기차에 무임승차했다. 가까스로 대구역을 빠져 나왔으나 갈 곳이 막막, 달성공원을 헤매다가 통금위반으로 걸려 경찰서 보호실로 끌려왔다. 여기서 두 처녀의 가출은 들통이 나고 가족들에게 연락되어 다시 헤어져야만 했다. 훈방하는 경찰서장 앞에서 『죽어도 못헤어지겠다』며 울부짓던 처녀부부. 과연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좋았던 것일까. <대구(大邱)=배기찬(裵基燦)기자>[선데이서울 71년 5월 30일호 제4권 21호 통권 제 138호]
  • 눈물흘린 정동영… 다시 孫 잡나

    눈물흘린 정동영… 다시 孫 잡나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3일 자신의 지지조직 ‘정통들’ 회원 400여명과 함께 충북 보은군 속리산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는 정 전 장관측의 세 과시보다는 손학규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고릴라 같은 여당이 출연하면 짓밟히는 것은 약자의 권리와 이익이며, 여기에 맞서 균형을 맞출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선명 야당의 길을 건설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총선 출마를 포함해서 설을 지나면서 생각해서 입장을 정하겠다.”며 “손 대표와는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만나게 될 것이며, 국민들로부터 야당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데 통합신당 안에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측근 일각에서 거론되던 탈당 후 독자세력화를 뜻하는 이른바 ‘제3지대 신당론’을 접고 당내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측근들은 정 전 장관이 전날 손 대표와 전화통화하면서 선명하고 강한 야당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4일 손 대표와 만날 예정이어서 이른바 ‘孫-鄭 갈등설’은 급속히 봉합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 전 장관은 민주당과의 통합과 관련해 “절차적인 문제나 작은 이해관계를 떨쳐내고 반드시 설 전에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이날 산행에 앞서 연설 도중 지지자들이 ‘정동영’을 연호하자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선 패배 이후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장고(長考)를 거듭하면서 마음고생이 컸음을 시사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앉아서 당할순 없다” DY계 집단행동

    “앉아서 당할순 없다” DY계 집단행동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얼굴 왼쪽) 전 통일부 장관측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시발점은 ‘호남공천’ 갈등이다. 손학규(오른쪽) 대표는 ‘호남물갈이’를 주장했고 정 전 장관측은 “누가 누구를 쇄신하느냐.”고 반발했다. 호남은 정 전 장관의 정치적 근거지다.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다. 손 대표는 “무난한 공천은 무난한 죽음”이라고 경고했다. 정 전 장관측에서는 “앉아서 죽을 수만은 없다.“,“이참에 갈라서자.”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정 전 장관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정 전 장관은 31일 대선 당시 수행팀장이던 김상일씨의 지역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앞서 지난 27일 계보 인사들과 계룡산 산행에 나섰고,29일에는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가졌다. 오는 3일에는 지지자 1000여명과 속리산에 오른다. 대선 이후 잠행하던 모습과는 달라졌다.‘무력시위’인 셈이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손 대표 체제의 ‘정체성’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그는 “야당다운 야당의 길을 걸어가야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측근은 “현재 손 대표의 통합신당이 야당답지 못하다는 불만의 표시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정 전 장관은 ‘호남 물갈이론’과 거취에 대해 “노코멘트”라고만 짧게 답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손-정 갈등의 배경에는 차기 대선레이스와 맞물린 파워게임적 측면이 깔려 있다. 손 대표로서는 호남을 장악하지 않으면 허수아비 당 대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 전 장관도 호남의 지지기반을 호락호락 넘겨줄 수는 없다. 그는 대선 패배 이후 “내 꿈은 쉼 없이 커져갈 것”이라고 호언했다. 둘의 갈등은 당분간 증폭될 전망이다. 정 전 장관측은 결사 항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 전 장관측 박명광 최고위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말하는데 우리는 너무 억울하다. 반드시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지난 대선은 정동영 대 이명박의 게임이 아니라 노무현 대 이명박의 싸움이었다.”고도 했다. 정 전 장관의 또다른 승부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누드 브리핑] ‘꽁초 휴지통’은 중구청장 아이디어

    ‘인생칠십 고래희(古來稀)’를 맞거나 내년에 바라보는 김충용 종로구청장과 최선길 도봉구청장이 다른 젊은 구청장이 기죽을 정도로 혈기왕성한 건강미를 뽐내고 있습니다.●목소리가 너무 정정해서… 큰 목소리로 말할 때 언뜻 보면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는 김충용 종로구청장의 특징을 드러내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김 구청장은 지난 28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종로 지역의 노점거리 현장점검에 나섰습니다. 오 시장 주변에는 시민, 학생들이 몰렸지요. 오 시장은 간간이 노점에 들러 상인을 격려하고 새 디자인으로 보급될 노점모델을 많이 애용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런데 한 상인이 황송한 듯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아 네, 네∼.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김 구청장이 “이 사람아, 당신이 뭘 열심히 한다고 그래,‘시장님 이런거 좀 해 주세요.’라고 부탁을 해야지.”라고 거들었는데요. 김 구청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상인은 겸연쩍어서 더 어쩔줄 몰라 했습니다. 상인을 야단친 게 아니라 농담을 한다고 한 것인데, 큰 목소리탓에 기가 죽은 것이지요. 또 김 구청장은 오 시장에게 이런저런 건의를 했는데, 그 목소리도 어찌나 컸던지 마치 뭘 따져 묻는 듯하게 보였답니다. 주변이 시끄러우니까 평소보다 목소리를 높인 모양인데, 어쨌든 70세 고령이 무색하다는 평입니다.●‘도봉산 산신령’이 되리라 내년에 고희를 바라 보는 최선길 도봉구청장이 도봉산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산신령’을 자처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도봉산에 오른 뒤 아침 8시에 구청으로 출근을 한답니다. 벌써 4년째인데 도봉산의 구석구석 최 구청장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하네요. 관광자원화를 하려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며 직원들까지 함께 가도록 했는데요. 워낙 ‘산’에 단련된 몸이라서 젊은 직원들이 ‘헉헉’대며 쫓아가기 바쁘답니다. “청장님 조금만 쉬었다 가시지요.”라는 애절한 호소도 아랑곳하지 않고 쉼없이 정상으로 향하신대네요. 그리고 신선대에서 “봐라, 서울에서 우리 도봉구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지자체가 있는가?”라는 짧은 감탄사를 내고 바로 하산해 산행을 같이 한 직원들이 녹초가 되었답니다. 어떤 간 큰 직원이 “구청장님, 저희도 도봉산의 백분의 일만큼만 사랑해 주세요.”라고 너스레를 떨어 모두 웃었답니다.●담배 사랑이 이쯤 되면…. 애연가들의 성화로 중구가 최근 도심 곳곳에 담배꽁초 휴지통을 새로 설치했는데요. 디자인이 산뜻한 데다 꽁초를 비벼서 끌 필요가 없어 애연가들의 대환영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꽁초 휴지통의 디자인 제안자가 정동일 중구청장이라고 하네요. 정 구청장은 하루에 1갑 이상을 피우는 애연가인데요. 꽁초 휴지통 디자인은 미국 출장길에서 봤던 휴지통에서 벤치마킹을 했고, 주요 기능은 자신의 경험을 살렸다고 합니다. 꽁초만 들어갈 수 있도록 휴지통 입구를 작게 했고, 꽁초를 그냥 버리더라도 자연 연소가 가능하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하네요.시청팀
  •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봉에서 느껴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봉에서 느껴라”

    구자열 LS전선 부회장이 임원 부부들에게 이색 주문을 내 화제다.“히말라야 안나푸르나봉에 올라 뭔가 느끼고 오라.”는 주문이다. 여행경비는 물론 등산복, 등산화, 배낭 등 등산용품 일체를 회사가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첫 테이프는 재무 담당 명노현 상무 부부가 끊었다. 두 사람은 해발 3210m 지점의 푼힐 전망대까지 올랐다. 하루 10시간씩 꼬박 나흘을 강행군했다. 총 8박9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30일 귀국한 명 상무는 30일 “아내와 내리 24시간 이상을 같이 지내보기는 결혼 20년만에 처음”이라며 “산행을 통해 나마스테의 겸손을 배웠다.”고 전했다. 나마스테는 ‘그대의 신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뜻의 네팔 인사말이다. 평소 ‘가사불이’(家社不二·가정과 회사는 둘이 아니다)를 강조해온 구 부회장은 해마다 임원 부부 3쌍씩 안나푸르나에 보낼 계획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Let´s Go] 雪原, 우린 눈신 신고 누빈다

    [Let´s Go] 雪原, 우린 눈신 신고 누빈다

    모처럼 찾아온 동장군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안방에서 따뜻한 아랫목만 끼고 있자니 좀이 쑤신다. 밖으로 나가자는 가족들의 성화에 몸을 일으켜 보지만 갈 곳이 마땅찮다. 스키장을 가려니 얇은 지갑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눈썰매장은 어떨까. 무난하게 하루를 보낼 수는 있겠지만, 끝없이 펼쳐진 눈부신 설원이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이럴 때 스노슈잉(Snowshoeing)이 딱 좋은 대안이 된다. 가족은 물론 친구나 연인끼리 눈덮인 겨울 풍경을 만끽하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신종 레포츠다. 건강도 돌보고, 눈구경도 실컷 하고, 게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돌팔매질 한 번에 새 세 마리를 잡는 격이다. 스노슈잉이 막 도입되기 시작한 강원도 평창을 찾았다. # 우리의 전통 ‘눈신´ 설피와 비슷 스노슈잉은 눈 쌓인 설원에서 즐기는 등산 또는 트레킹을 이르는 말이다. 신발 위에 우리의 전통 ‘눈신’인 설피와 비슷한 스노슈즈를 덧신는 것이 일반적인 겨울산행과 다른 점. 배우기 쉬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많은 산소를 소비하는 유산소 운동이어서 운동량이 부족한 겨울철에 적합한 레포츠다. 캐나다와 미국, 유럽, 일본 등 동계 스포츠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진작부터 스키와 함께 겨울 레포츠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불과 3∼4년 전. 당시엔 일부 산악스키 애호가들이 스키를 메고 산을 오르기 위한 보조도구 정도로만 이용됐다. 그러다 평창군 그린투어사업단 박대원씨가 계방산, 운두령 등 평창 일대 눈길 트레킹에 스노슈잉을 접목시킨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한때 계방산 산악구조대원이었던 박씨는 “평창은 물론 강원도 일대엔 숲길, 계곡 등 아름다운 설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요. 자동차로 이동하며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겨울 풍경과 만날 수 있죠. 겨울엔 갈 엄두도 못 냈던 곳을 스노슈즈를 신고서라면 어렵잖게 갈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눈길을 스노슈즈를 착용한 채 걷기 때문에 일반적인 걷기와 달리기보다 운동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노슈즈의 폭만큼 발 사이를 약간 벌리고 걷는 게 요령. 오르막길에서는 직선보다 대각선으로 오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때 발은 조금 더 벌리고 보폭은 줄인다. 내리막길에서는 발뒤꿈치의 크람폰(발톱)을 주로 이용하되, 지나치게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 어떤 장비가 필요한가 스노슈즈는 눈에 빠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안된 스포츠 용품. 바인딩과 바닥(데킹), 보행시 편안한 회전을 돕는 발회전 지지대,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크람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닥 전체를 고정시키는 전통적인 설피와 달리 발의 앞부분만 바닥판에 연결시킨다. 발뒤꿈치만 따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산행 스타일과 몸무게, 적설량 등에 따라서 적정 크기도 달라진다. 가격은 일반 트레킹용 국내산이 15만원선, 수입산이 25만원선. 스노슈즈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평창군 용평면 계방산장 등에서 운영하는 스노슈잉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www.yes700.com,(033)333-4441. 눈이 신발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해 주는 스패츠, 다소 험한 지역에서 몸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스틱 등은 가져가는 게 좋다. 복장의 경우 보온이 잘되는 가벼운 소재의 옷과 모자, 장갑, 등산화 차림이면 충분하다. # 어디서 즐기나 대표적인 곳이 대관령 일대의 구릉지다. 삼양 대관령목장 주변과 고랭지채소밭 등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적설량이 풍부한 정선군 함백산 일대의 고원지대, 인제군 진동리 부근과 진부령 부근, 제주도 한라산 등도 빠질 수 없는 장소다. 이들 산간지대는 3월 말까지 눈이 녹지 않아 스노슈잉을 즐기는 데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박대원씨가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계방산 노동계곡과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터 부근 척천리, 그리고 ‘바람마을’로 불리는 횡계2리 야지마을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2∼4㎞,2시간을 넘지 않는 가족 중심의 트레킹 코스다. 당일 어른 2만 5000원, 어린이 2만원.1박2일은 1인당 6만원 선.011-494-7603. 글 사진 평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주의사항은 스노슈잉은 미끄러짐과 속도에 좌우되지 않는 유일한 레포츠다.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지만, 어떤 아웃도어 활동에도 위험은 예외가 없는 것. 다음 사항에 항상 유념해야 한다. (1) 안전하다고 확신되기 전에 얼음판 위를 걸어서는 안 된다.(2) 지형을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특히 눈 위에 새 눈이 쌓인 경우 눈사태의 위험이 있다.(3) 눈에 묻힌 철조망이나 구덩이 등 장애물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4) 초콜릿 등의 비상식량, 여분의 옷 등을 준비한다. # 가는 길 영동고속고로→속사 나들목→이승복 기념관 방면 좌회전→31번 국도→계방산장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16) 전북 남원시 산내면 팔랑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16) 전북 남원시 산내면 팔랑마을

    텐트를 흔드는 빗소리 때문에 밤새 잠을 설치고 새벽녘에야 잠시 밖으로 나선 적이 있다. 그때 본 바래봉(1165m)은 하나의 섬이었다. 천왕봉까지 이어진 경쾌한 능선 사이로 파도처럼 일렁였던 구름, 해초같이 흔들렸던 철쭉, 그리고 바다에 우뚝 선 외딴 섬인 양 안개에 젖어 있던 봉우리. 겨우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카메라를 들었을 땐 이미 모든 풍경이 쓸쓸히 떠나버린 후였다. 그날의 바래봉은 전설처럼 아득하다. 지금 그 곳 앙상한 나뭇가지엔 겨울 한철 찬바람뿐이겠지만 가지마다 붉은 꽃잎으로 화할 5월이면 팔랑마을도 등산객들의 꽃무리로 복작복작 활기를 띨 것이다. ●5월이면 꽃구경 온 등산객들로 북적 얼추 700고지. 따라서 바래봉 산행은 벌써 절반쯤 끝낸 셈이다. 정확히 팔랑마을을 출발한 산길은 바래봉에서 남쪽으로 1.5㎞ 진행한 팔랑치(1010m)로 가 닿는다. 기실 ‘바래봉 철쭉’은 팔랑치 철쭉을 말하는 것인데 바래봉 능선에서 철쭉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팔랑치 인근이기 때문이다. 팔랑마을은 그 팔랑치 아래에 있다. 걸음걸이로 치자면 약 50분 거리다. 행정구역상 전라북도 남원시이지만 경상남도 함양군이 약 6㎞, 전라남도 구례군은 약 7㎞로 삼도가 적절한 간격으로 어우러졌다. 한자로는 여덟팔(八) 사내랑(郞) 자를 쓰며, 이름 그대로 아들을 많이 낳는 마을로 통한다. 건물 수는 훨씬 더 많지만 실제 팔랑의 거주 호수는 7가구로 단출하다. 한때는 초등학교 분교가 들어설 만큼 사람이 많았는데,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으로 지리산 인근의 독가촌들을 모두 이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고사리, 꿀, 산나물, 송이 채취에 민박까지 겸한다. 남원시의 지원 하에 민박마을로 돌아선 건 20년 전쯤. 전엔 농사도 제법 일궜다지만 멧돼지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1년 내내 수고를 해도 하룻밤 습격으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그것이 또 주민들이 마을을 버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게 떠난 사람들 중 일부가 다시 팔랑으로 돌아와 정착했지만 ‘가나안농산(063-636-3553)’ 김재문(57)씨 댁은 차마 고향을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벌써 4대째 살고 있는 땅이다. 김씨는 군 생활 34개월을 제외하곤 단 한 번도 이 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다. ●고사리·꿀 채취… 민박으로 더 유명 6년 전쯤 민박집을 새로 지었지만 정작 손님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대대로 살았던 아궁이 흙집이다. 여름엔 추워서 반팔을 입고 온 이들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낼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모기도 없다. 요즘 같은 계절엔 민박이나 산나물 채취 일을 잠시 놓아 두고 여행이라도 다니면 좋을 텐데 “여기처럼 좋은 곳이 없는데 나가서 뭔 고생이오.”라며 손사래를 친다. 며칠 전쯤 바래봉 어깨 너머로 많은 눈이 내렸다. 지리산 서북릉 기슭이어서 눈이 많은 마을이다. 자고나면 30㎝씩 쌓여 있다. 김씨의 표현대로라면 “엄청나게 내리는 눈”이다. 폭설 시엔 산내면자율방범대에서 트랙터로 길을 내줘 통행이 가능하다. 할 줄 모르는 인터넷도 지난해 개통됐다. 다만 이곳 역시 유선이 들어오지 않아 비싼 값을 주고 TV 시청을 해야 한다고. 당분간 감내해야 할 산마을의 불편이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마운틴 기자(www.emountain.co.kr) ■ 가는 길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서 남원 방향으로 가다가 지리산IC로 나간다. 대구나 광주 역시 88고속도로 지리산IC로 진입하면 편하고 부산에서는 진주∼함양을 거쳐 남원시 인월면에서 뱀사골 쪽으로 들어선다. 팔랑마을은 861번 도로에서 약 2㎞ 지점으로 시멘트 포장길 가장 끝 지점이다. 버스는 남원이나 함양으로 간 다음 인월에서 뱀사골이나 달궁행을 타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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