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산행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주권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베니스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조민기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무주택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588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49) 충남 홍성 용봉산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49) 충남 홍성 용봉산

    용봉산은 만만해서 좋다. ‘용의 형상에 봉황의 머리를 얹어 놓은 형국’이란 이름의 용봉산(龍鳳山)이 만약 강원도에 있었다면 설악산 수준이겠지만, 충남 내포 지방에 솟아난 덕분에 낮고 친근한 산이 됐다. 용봉산은 내포의 수호신 가야산(678m)과 고찰 수덕사를 품은 덕숭산(495m)의 그늘에 가려져 그다지 알려진 산이 아니었다. 밑에서 보면 밋밋하기 그지없어 산행 욕구가 발동하지 않지만, 일단 올라가면 설악산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기암괴석이 빼어난 산이다. 옹골찬 암릉길이면서도 위험하지 않아 아이들을 데려 가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바위미 빼어난 충남의 소금강 용봉산 산행은 용봉초등학교와 용봉사 들머리 코스가 대표적이지만, 몇 년 전부터 용봉사 입구 왼쪽에 자리 잡은 용봉산 청소년수련원에서 오르는 코스가 개발됐다. 이 길을 따르면 최영 장군 활터 부근에서 빼어난 바위미를 즐길 수 있고, 용봉사로 내려오면 원점 회귀가 가능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청소년수련원을 들머리로 용봉산 암릉을 즐기고 용봉사로 내려오는 길은 약 4㎞. 넉넉하게 3시간쯤 걸린다. 홍성읍에서 609번 지방도를 타고 10분쯤 올라가면 용봉산이라 씌여진 거대한 돌비석을 만난다. 이곳이 용봉사 입구다. 널찍한 주차장 옆 시멘트 도로를 따라 200m쯤 올라가면 용봉산 청소년수련원이다. 수련원 건물과 간판이 커서 주차장에서 쉽게 눈에 띈다. 차를 가져왔으면 수련원의 널따란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등산로는 수련원 뒷길을 따르는데, 용봉산 자연휴양림 영역이다. 등산로는 핸드볼 골대 옆 화장실 앞에서 시작된다. 솔숲을 따라 100m쯤 오르면 휴양림에서 세운 나무의자가 많이 보이고 길이 갈린다. 왼쪽은 최영 장군 활터를 거쳐 정상, 오른쪽은 노적봉을 경유해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호연지기 솟아나는 최영 장군 활터 왼쪽 길로 15분쯤 오르면 서서히 암릉이 보이기 시작하고 멀리 악귀봉과 병풍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좀 더 오르면 봉우리마다 온통 바위들로 뒤덮여 있는데, 마치 고슴도치 몸통에 돋아난 가시 같다. “허어 참! 바위 좋네!” 절로 감탄을 흘리며 제법 가파른 비탈을 오르면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최영 장군 활터다. 그가 정말로 이곳에서 활을 쏘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용봉산 동쪽 노은리에서 태어난 최영 장군이 이곳에서 호연지기를 길렀음은 짐작할 수 있겠다. 활터를 지나면 삼거리를 만나는데 이곳이 주릉이다. 정상은 왼쪽으로 50m 정도 떨어져 있다. 불룩한 바위가 있는 정상은 조망이 좋지 않아 산꾼들에게 인기가 없다.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 악귀봉으로 향하는 주릉을 탄다. 이곳에서 악귀봉까지가 용봉산의 제1경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암릉길이다. 삼거리에서 노적봉까지는 불과 300m에 불과하지만 빼어난 주변 풍경이 발목을 잡아 걸음이 더딜 수 밖에 없다. 노적봉의 바위 지대를 우회하면 대왕봉. 이곳은 마치 축소한 울산바위처럼 아름다운 바위가 지천이다. 대왕봉 북쪽으로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길쭉하고 딱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인상적인 바위가 눈에 띄는데, 그곳이 악귀봉이다. 악귀봉 너머로 용봉저수지와 수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잘 보인다. 그러고 보니 지나쳐온 봉우리들의 이름들이 참 재밌다. ●병풍바위를 두른 소박한 용봉사 악귀봉 정상은 오를 수 없고 오른쪽으로 우회하게 된다.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정자를 만나면서 암릉 지대가 끝나고 부드러운 능선이 20분쯤 이어진다. 이어지는 병풍바위 입구 삼거리. 여기서 계속 능선을 타면 예산 수암산으로 이어지고, 용봉사로 내려가려면 오른쪽 병풍바위로 가야 한다. 다시 시작되는 암릉을 10분쯤 가면 널찍한 암반이 일품인 병풍바위다. 앞쪽으로 드넓은 내포 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병풍바위에서 충분히 쉬었으면 이제 하산이다. 험한 길을 조금만 내려오면 용봉사에 닿는다. 용봉사는 병풍바위를 배경으로 앉은 모습이 단아하면서도 힘이 있다. 조선 후기까지 근처 수덕사에 견줄 만한 큰 절이었다고 하지만, 절터에 조상묘를 쓰려는 세도가의 횡포 때문에 지금 자리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용봉사의 보물인 영산회괘불탱(보물 제1262호)을 구경하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늘어선 진입로를 콧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다 부처님과 딱 눈이 마주쳤다. 일주문 직전의 작은 암벽에 새겨진 잘 생긴 부처님(용봉사마애불)은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건넨다. ●가는 길과 맛집 승용차는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으로 나와 29번 국도~홍성~용봉사 입구로 간다. 서울에서 2시간20분쯤 걸린다. 서울에서 홍성행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06:40, 08:30, 10:00, 11:40, 13:20, 14:40, 16:00, 17:10, 19:00에 있다. 기차는 용산역(장항선)→홍성역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매일 17회(05:30~20:55), 홍성터미널에서 용봉사 입구로 가는 시내버스는 매일 20분 간격(07:30~20:40)으로 운행한다. 산행을 마치고 근처 덕산면 온천지구의 세심천온천호텔(041-338-9000), 홍성 읍내의 홍성온천(041-633-6666)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홍성은 한우가 유명해 여러 식당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읍내에서 20분쯤 걸리는 남당항에 가면 겨울철 별미인 새조개를 맛볼 수 있다. 글 사진 mtswamp@naver.com
  • 멧돼지들의 습격

    멧돼지들의 습격

    요즘 전국은 야생 멧돼지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차치하고, 이제는 도심 아파트 단지나 고궁, 고속도로에까지 내려와 사람과 대치하는 소동을 벌인다. 해마다 피해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야생 멧돼지로 인해 55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개체수 조절을 위해 수렵허가 구역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농가·도심… 장소불문 출현 야생 멧돼지는 서식지에서 천적이 사라지면서 개체수가 늘어나 생태계 질서마저 뒤바꿔 놓았다. 나무의 밑동을 파헤쳐 고사시키고 숲을 헤집어 놔 경관을 훼손하는 등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지난달 28일 국립공원인 강원 오대산 산행에 나섰다. 비로봉 정상에서 발밑으로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자태는 장관이었다. 땀을 식히고 비로봉에서 능선을 타고 반대편 상왕봉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능선 좌우측이 파헤쳐져 마치 화전민이 개간한 것처럼 보였다. 물어보니 야생 멧돼지떼가 뒤집어 놓은 흔적이란다. 농작물이라면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됐다. 야생 멧돼지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양주 감악산 자락에서 회사원 김모씨가 멧돼지의 습격을 받았다. 이 야생 멧돼지는 김씨의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물어뜯고 달아났다. 지난 9월에도 서울 암사동에서 밤길을 걷던 정모씨가 멧돼지에 들이 받혔다. 뇌출혈과 골절상을 입은 정씨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지금도 한쪽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이처럼 올 들어서만 서울과 경기도 도심지역에 야생 멧돼지가 출현한 것은 모두 9차례. 주택가, 호프집, 편의점, 수영장, 학교 등에 나타나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멧돼지에 의해 사망한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5월 충북 영동에서는 야생 멧돼지에 물려 노인이 숨졌다. ●피해액 알려진 것의 10배 수준 농촌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환경부에서 매년 공식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야생 멧돼지로 인한 농가 피해액은 연간 55억 7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농민이 피해신고를 한 것이고,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10배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피해신고를 해도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신고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야생 멧돼지들이 도심까지 내려오는 것은 개체수가 늘어 먹잇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도심에 나타나는 멧돼지는 시기적으로는 10월이 가장 많고 대부분 수컷인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에 대비해 암컷과 함께 생활할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끼리 전쟁을 치른다. 싸움에서 패한 수컷은 쫓겨 다니다 도심으로 흘러든다는 것이다. 멧돼지는 잡식성으로 많이 먹고, 새끼도 많이 낳는다. 매년 6마리 정도 새끼를 낳고 서식지에서 천적도 없어 무한 번식이 가능해졌다. 이대로 방치하면 도심지역에 자주 출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적정 개체수를 유지시키는 정책마련이 절실해졌다. 현재 환경부는 개체수 조절을 위해 수렵과 유해조수구제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해조수구제는 봄부터 가을까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을 잡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하지만 유해조수구제는 개체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겨울철 수렵기간을 정해 멧돼지 사냥을 허용하고 있지만, 국토의 15% 정도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수렵은 동물이 번식하기 전인 겨울철에 솎아내야 번식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수렵인들은 겨울철에 사냥허가 지역을 동시에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냥을 즐긴다는 송대호(48·서울 구로구)씨는 “번식기가 지난 뒤의 유해조수구제는 개체수를 줄이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면서 “겨울철 수렵허가지역을 한정할 게 아니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현재 뾰족한 대안없어 국립환경과학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농작물 피해예방을 위한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당 1.1마리 정도가 적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평균밀도는 4.1마리에 이른다. 특히 경기도 북부지역(포천·양주·의정부 등)의 서식밀도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가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 22개 지역을 조사한 결과, 포천 불무산과 양주 감악산은 서식밀도가 100ha당 각각 19.8마리나 됐다. 전국 멧돼지 개체수는 26만 7000마리로 추정된다. 지난해 환경부는 수렵허가 지역(16곳)에서 1만 1000마리를 잡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포획된 것은 3600여마리에 불과하다. 올해에는 수렵 허가지역을 21곳으로 확대하고 잡을 수 있는 개체수도 2만마리로 늘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수렵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2002년까지 수렵허가를 전국적으로 허용했는데 씨가 마른다는 지적에 따라 시·군 수렵장으로 한정한 것”이라며 “수렵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해결대책이 없는 셈이다. 한편 환경부는 11월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를 수렵허가 기간으로 정하고 지정된 구역에서만 야생 멧돼지 사냥을 허용하고 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도시와 산] (36) 담양 산성산

    [도시와 산] (36) 담양 산성산

    전남 담양군 금성면 산성산(山城山·603m)은 추풍령에서 소백산맥과 갈라져 나온 노령산맥의 한 자락이다. 노령산맥은 전남에 이르러 두 갈래로 나뉘는데 남쪽으로는 산성산을 비롯, 추월산·병풍산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백암산·입암산·불갑산 등 서해 쪽으로 뻗어나간다. 산성산은 담양과 전북 순창의 경계를 이루며 강천산·회문산 등과 맞닿아 있다. 산성산은 그 이름처럼 옛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성의 총 길이는 7.3㎞에 이른다. 산성의 이름이 ‘금성산성’이라서 외지 사람들에게는 ‘금성산’으로 더 잘 알려졌다. 이 산을 에두르고 있는 금성산성은 삼국시대 때부터 축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적 제353호로 지정된 이 산성은 고려 우왕 6년(1380년) 왜구 침입에 대비해 개축됐다는 기록이 ‘고려사절요’에 처음 등장한다. 임진왜란 이후 장성의 입암산성, 무주의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으로 불린다. ●전란의 보루, 금성산성 조선조 중기에는 성내에 130여가구가 살았으며, 이웃한 담양·순창 등지에서 거둬들인 군량미가 1만 2000~2만여석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호남지역의 군사 요충지로 자리 잡으면서 숱한 전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정유재란 때는 왜군과의 공방전으로 남문 앞 ‘이천골(二千骨)’이란 협곡에 아군과 적군의 시체 2000여구가 쌓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골짜기는 ‘골 곡(谷)자’ 대신 ‘뼈 골(骨)자’를 쓴다. 1894년 갑오 농민전쟁 당시 동학군이 이곳을 한때 점령했다. 녹두장군 전봉준(1855~1895)은 금성산성과 북쪽으로 이웃한 순창군 쌍치면 피노마을에서 체포되기 이전까지 이곳에서 전투를 지휘하기도 했다. 농민전쟁 당시 성내의 민가와 관아·대장청 등 모든 시설이 일본군과 관군에 의해 완전히 소실되고 그 흔적만 남아 있다. 한국전쟁 때는 미처 북으로 후퇴하지 못한 빨치산의 은거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산성산이 이처럼 전투의 거점으로 자리한 것은 봉우리와 협곡으로 이뤄진 산세 때문이다. 금성산성은 외곽이 30m가 넘는 수직 바위로 둘러싸여 전략적 요충지로 손색이 없는 지형이다. 주변에는 성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높은 산이 없어 천연적인 요새를 형성하고 있다. 항아리형 분지로서, 전체 면적은 120여만㎡(36만여평)이다. 외성의 둘레는 6486m, 내성은 859m이다. 이곳에는 외성·내성·옹성·성문·망대 등을 비롯해 관아·사찰·민가·우물터 등이 남아 있다. 외적의 침입 등으로부터 장기 농성(城)과 방어가 쉬운 입지 조건을 갖췄다. 담양문화원 고재종(53) 사무국장은 “금성산성은 예부터 이 고을을 외적으로부터 지켜낸 역사적 현장”이라며 “선조의 피땀이 배어 있는 이곳 일대를 ‘호국 안보’의 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성에 오르면 비길 데 없는 풍광 산성산은 광주광역시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 담양읍으로부터는 북쪽으로 6㎞쯤 떨어져 있다. 도시민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산행을 즐길 수 있을 만큼 가깝고 코스도 쉽다. 그래서 주말이면 가벼운 복장 차림의 등산객들로 늘 붐빈다. 금성면 원율리 담양온천지구에서 가파른 산길을 따라 2㎞쯤 오르면 외남문(보국문)이 우뚝 솟아 있다. 외남문에서 좌우에 있는 봉우리를 따라 정상 일대 분지를 감싸는 포곡형 산성이다. 외남문은 정면 3칸, 측면 1칸 규모의 우진각 지붕(전통 한옥의 한 형태로 4개의 추녀마루가 동마루에 몰려 붙은 지붕)을 얹은 누각이다. 이곳으로부터 50m쯤 더 오르면 내남문(충용문)이 나타난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형태를 띤다. 성문 오른쪽은 전란 등으로 죽어간 민초들의 원혼이 잠든 이천골이 아스라이 내려다 보인다. 담양평야가 한눈에 들어오고, 지리산과 무등산도 지척이다. 왼쪽으론 담양호가 초겨울 반짝 햇살에 수정처럼 빛을 발한다. 드넓은 호수 뒤로는 추월산이 서남쪽으로 줄기를 뻗어가면서 ‘죽향’ 담양골을 감싸 안는다. 산성산과 담양호를 사이에 둔 추월산(秋月山)은 가을밤 보름달이 산꼭대기에 걸려 좀체 기울어지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늦가을 산성산과 추월산의 단풍 그림자가 담양호에 드리워지면서 원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절경을 연출한다. 등산코스는 남문~동문~북문~서문으로 이어지는 성 전체를 둘러보더라도 4시간쯤이면 족하다. 산성은 남문~시루봉~동문~운대봉~북문~서문~철마봉~노적봉~남문이 일주 코스다. 노약자를 동반할 경우 남문∼보국사터∼서문∼철마봉∼남문에 이르는 1시간 남짓한 구간을 걷는 것도 좋다. 산성에서 만난 이성숙(45·전북 정읍시)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금성산성을 처음 접하고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며 “등산 거리도 짧고 많은 역사 유적과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호수, 들판 등이 너무 멋있다.”고 말했다. 남문에서 담양호 쪽으로 이어지는 계곡에 위치한 서문은 옹성(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쌓은 겹성)으로 축성됐다. 평석으로 쌓은 옹성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유적이기도 하다. 담양에 오면 조선조 시가문화권을 놓치면 안 된다. 담양읍에서 남면 광주호 쪽으로 이어진 국도변에 한국가사문학관이 있다. 주변엔 소쇄원, 환벽당, 식영정, 송강정 등 조선조 가사문학 유적지가 산재한다. 읍내에는 한국대나무박물관도 있다. 담양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금성산성 복원 어디까지 1994년 착수… 내년까지 100억 투입 성곽 7㎞ 달해… 장기사업으로 추진 금성산성의 발견과 복원은 전남 담양의 향토문화연구회 이해섭(80) 회장의 노력이 컸다. 그는 20여년 전 마을 어른들로부터 “산성산 정상에 성곽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답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산성산은 지금처럼 등산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상에 접근하려면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치며 바위절벽을 기어올라야만 했다. 어렵게 도착한 산성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곳곳에 우물터와 절터 등이 있고, 맷돌 등 가재도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는 담양산악회를 만들고 회원들과 공동 답사에 나섰다. 1년에 수차례 가파른 꼭대기를 오르는 등 현장을 샅샅이 뒤졌다. 산성의 내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사학자를 찾아다녔다. 인근 장성의 입암산성과 진주산성 등도 둘러봤다. 등산객과 산악회 등을 상대로 산성산의 존재를 알리는 유인물도 만들어 나눠줬다. 그는 관련 자료와 성에 얽힌 역사적 사실들을 찾아내 담양군에 복원을 건의했다. 또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2000년 초에 ‘금성산성’이란 책자도 발간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전남도와 담양군 등은 1994년부터 성곽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까지 100여억원을 들여 성문과 문루 등을 복원한다. 현재까지 복원된 시설물은 외남문·내남문·서문·동문 등 주요 관문이다. 군은 7㎞가 넘는 성곽 전체를 복원하기엔 예산이 너무 많이 들고 작업도 어려워 장기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담양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스토리텔링 로드 열풍] 역사 한 걸음 문화 두 걸음

    [스토리텔링 로드 열풍] 역사 한 걸음 문화 두 걸음

    인간이 어떻게 하면 오래 살 수 있을까. 새는 끊임없이 날갯짓을 하고, 네발 달린 동물은 열심히 뛰어다니고,두발 달린 인간은 부지런히 걸어야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한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요즘들어 길과 인간이 부쩍 소통·교감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로드, 그곳엔 이야기와 생태, 나름대로의 테마가 있어 생기롭다. 향토색 짙은 역사와 문화의 향기도 담뿍 깔려 있다. 하여 지자체별로 이러한 ‘길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저 깊은 곳에 자리잡았던 퇴계의 상상길도 새삼 다가오고 백의종군길 등 이름도 다양하고 흥미롭다. 자, 세상 살면서 간이 안 맞거들랑 그 곳으로 한번 떠나봄이 어떨지. ‘오늘도 걷는다마는~’ 주말을 맞아 전국의 ‘스토리텔링 로드’를 잠시 감상해보자. 시청 주변 산자락 13㎞ ‘사색·만남의 숲’ ●경기 시흥 늠내 숲길 “시흥판 올레길인 ‘늠내 숲길’을 아십니까.” 시흥 늠내 숲길이 지난 10월10일 개장된 이래 시민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말이면 1000여명이 찾아 이 길의 진가를 만끽하면서 ‘제주도 올레길’ 못지 않다고 강조한다. 늠내 숲길은 시청 주변 산자락을 이어 만든 길로서 그리 높진 않지만 아름다움을 지닌 산봉우리들을 넘나들며 이어진다. 시흥시청을 출발해 군자봉~진덕사~선사유적공원을 거쳐 시청으로 되돌아오는 13㎞ 코스로 한바퀴 도는 데 5~6시간이 걸린다. ‘늠내’는 고구려 때 시흥의 지명으로 ‘뻗어가는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시흥이 건강한 생명도시이고, 아름다운 자연의 향내가 묻어나는 도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늠내 숲길은 군자봉 ‘사색의 숲’과 가래골 약수터 인근 ‘만남의 숲’, 수압봉과 가래울마을 사이 ‘잣나무 숲’ 등 숲을 테마로 한 아기자기한 코스가 이어지고 6곳의 쉼터가 마련됐다. 늠내길 제2코스인 ‘갯골길’도 지난달 30일 개장됐다. 시흥시청~해토미~갯골생태공원~섬산~갈대밭~시흥시청을 잇는 16.9㎞ 코스로 갯골 생태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산소·자전거길 3000리… 단종 유배 체험도 ●강원 산소길 “싱그러운 강원도 산소를 팝니다.” 전국 최고의 청정 삼림자원을 간직한 강원도가 ‘산소길과 자전거길 강원 30 00리’를 조성한다. 동해안과 생태계가 잘 보존된 비무장지대(DMZ), 백두대간, 북한강, 남한강 등 5개의 주요 축을 기준으로 조성된다. 도보 전용인 산소길(총 연장 475㎞)은 도심 인근을 중심으로 70개 코스가 만들어진다. 자전거길(총 연장 1226㎞)은 DMZ와 동해안, 백두대간을 따라 조성된다. 올해부터 겨울올림픽 유치 목표를 세운 2018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된다. 산소길은 산림이 울창해 산소가 풍부한 5개 권역을 중심으로 원시림 길을 탐사해 조성된다. 걷기에 부담 없고 접근성이 쉬운 산책로, 폐철로, 옛길, 숲길, 해안, 하천길 등 소규모 노선을 집중 발굴한다. ‘스토리텔링 로드’를 위해 역사 등에 얽힌 이야기뿐 아니라 자연생태에 관한 이야기까지 발굴해 접목시킨다. 단종 유배 체험 길, 치유의 숲 길, 장뇌삼 캐기 길 등 다양한 이야기와 테마길로 조성된다. ‘신(新)관동팔경’을 테마로 한 동해안 길은 청간정과 낙산사, 경포대, 소금강, 죽서루 등을 연계하고 ‘평화생태’를 주제로 한 DMZ 길은 한탄강, 쉬리마을, 파로호, 두타연, 대암 용늪 등을 이어 만든다. 1226㎞에 이르는 자전거길에도 테마를 설정해 동~서를 잇는 DMZ 길(평화체험), 북한강 길(호수문화체험), 남한강 길(생태하천체험) 등 3개 축과 동해안 길(해안관광), 백두대간 길(생태체험) 등 남~북 2개 축으로 조성된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안동 퇴계 오솔길… 김천엔 직지문화 모티길 ●경북 명품 3길 경북에는 걸으면서 아름다움과 예스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명품 길’ 3곳이 있다. 안동의 퇴계 오솔길과 봉화 청량산길, 김천 직지 문화 모티길이 바로 그 곳이다.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퇴계 오솔길 전망대~고산정까지 3㎞ 구간에 나 있는 퇴계 오솔길은 말 그대로 그 옛날 퇴계가 걸었던 길이다. 환경부가 2006년 생태 탐방로 20선에 선정한 길이기도 하다. 오솔길은 내내 낙동강과 절벽, 은빛 모래사장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얼굴에 덤빌 듯 와 닿는 안동·봉화의 청량산이 위풍당당함을 자랑한다. 퇴계는 이 길을 두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연간 관광객 1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봉화 청량산길은 안동 고산정~봉화 농경문화전시관까지다. 8㎞ 남짓. 낙동강을 따라 봉화 청량산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옛날 영남의 시인묵객들이 저마다 일생에 한번쯤은 다녀가는 꿈의 순례 코스였다. 구간에는 천년고찰 청량사와 학이 날아들었다는 학소대, 청량산박물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낙동강이 수려한 청량산 12봉우리를 휘감아 도는 등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김천 직지 문화 모티길은 천년고찰 직지사와 연결되는 코스로 대항면 향천리 직지초교~직지문화공원까지 10㎞ 구간이다. 걸어서 3시간 가량 걸린다. ‘모티’란 ‘모퉁이’의 경상도 사투리다. 황악산 자락의 모티길은 호젓하면서도 꼬불꼬불해 길손들에게 걷는 재미를 더한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동서남북 종주루트·과거 보러가는 길 발굴 ●충북 휴먼녹색길 충북도가 추진중에 있거나 계획중인 휴먼녹색길 사업은 총 세 가지다. 도는 우선 올해말까지 3000만원을 들여 ‘한남금북정맥 걷는 길’ 개척사업을 벌인다. ‘한남금북정맥’이란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속리산 천왕봉에서 서북으로 뻗어 충북 북부내륙을 동서로 가르며 경기도 안성 칠장산에 이르는 산줄기를 말한다. 정맥은 산맥과 같은 의미다. 한남금북정맥길 사업은 다시 말해 한강과 금강수계를 따라 등산을 하거나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는 사업이다. 구간은 청주 상당산성~염티재(보은)~속리산 천왕봉~이티봉(청원)~칠보산·보광산(괴산)~만뢰산(진천)으로 193km에 달한다. 도는 속리산 , 대청호 등 관광명소와 이 길을 연계해 산과 호수, 댐을 연결하는 테마코스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12월에 탐사가 끝나면 안내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도는 또 6000만원을 들여 2010년 12월까지 ‘충북도계 종주 걷는 길’ 찾아 잇기 사업을 전개한다. 총 거리는 970km. 이미 청주~청원~진천~음성~충주~제천 구간은 탐사를 마쳤고, 현재 옥천~보은~영동~단양을 잇는 길을 개척하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충북연맹 회원들이 탐사단을 구성, 도계를 따라 이동하며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신 루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은 옛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가기 위해 걸었던 길’을 찾아 테마코스로 발굴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경북 문경~괴산·충주·음성~경기 여주·이천을 잇는 구간으로 총 길이는 120km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활엽수·침엽수 지나 정상엔 주상절리대 장관 ●전남 무등산 옛길 올들어 복원된 ‘무등산 옛길’이 생태탐방과 휴식을 아우르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 길은 광주 동구 산수동~원효사~서석대(무등산 정상부근)에 이르는 11.9㎞ 코스 이다. 지금의 신작로가 생기기 이전부터 시내에서 무등산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요즘 주말과 휴일이면 옛길을 따라 겨울산행을 즐기는 인파가 300 0~4000여명에 이른다. 최근 개방된 무등산 옛길이 ‘명품’이란 입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인들도 몰려들고 있다. 도심에서부터 걸어서 해발 1000m 이상 고지까지 오를 수 있는 코스이다. 또 정상에는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된 서석대와 입석대를 직접 감상할 수도 있다. 서석대와 입석대는 우리나라 내륙의 최대 주상절리대로 외지 탐방객들도 자주 찾는다. 주말마다 산행을 한다는 박현석(47·회사원)씨는 “이 코스를 걷다 보면 관목 활엽수와 소나무·잣나무 등 침엽수대가 차례로 나타나 사계절 풍광이 독특하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 5월 동구 산수동~원효사지구 사이 옛길 제1구간(7.75㎞)을 친환경적으로 복원,개방했다. 이어 지난 10월 원효사~서석대 제2구간(4.2㎞)를 복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충무공 묵었던 집·쉼터 정비해 호국의 길로 ●경남 백의종군로 경남도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직을 박탈당한 뒤 백의종군을 하며 걸었던 경남도내 백의종군로 구간을 복원 조성하는 사업을 지난 4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애국정신과 혼이 담겨 있는 역사길을 복원해 호국 정신을 기르는 교육현장 및 관광명소를 만들기 위해서다. 합천·산청·진주·하동을 잇는 이충무공 백의종군로 복원 사업은 5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내년 12월까지 마무리 한다. 161.5㎞의 탐방로를 정비하고 난중일기에 나오는 내용 등을 적은 안내판 102개를 설치한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길을 걷다 묵었던 합천의 이어해 집과 산청 이사재 집, 진주 손경례 집, 하동 이희만 집 등의 유숙지와 쉼터도 복원·수리한다. 복원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역사적 고증과 전문가 자문 등을 여러차례 거쳤다. 경남도는 백의종군로를 독일의 철학자의 길, 홍콩 침사추이 산책로에 있는 영화거리, 제주도 올레길, 서울 인사동의 골동품 거리 등에 맞먹는 세계적인 유명 길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백의 종군로를 관광명소로 널리 알리기 위해 청소년과 일반인 등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변산 앞바다·모악산·백제 숨결 도보 ●전북 예향천리 마실길 전북도내에서는 시·군 마다 앞다투어 도보여행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10개 시·군이 11개 길 417㎞를 조성할 예정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는 지역 마다 개발되고 있는 도보길의 상품성을 높이고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 길의 명칭을 ‘예향천리 마실길’로 통일했다. 변산 마실길은 부안군 변산면 일대 변산 앞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다. 새만금전시관~변산해수욕장~고사포 송림~하섬 앞~격포 해수욕장~닭이봉을 연결하는 18㎞로 경관이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한다. 전주시, 김제시, 완주군에 걸쳐 있는 ‘모악산 마실길’도 접근성이 좋고 볼거리, 먹거리 등이 풍성해 걷기 동호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길은 완주군 구이면 도립미술관과 금산사~금구향교 등을 돌아오는 56㎞의 트레킹 코스다. 완주 위봉산성길은 위봉폭포~위봉사~위봉마을~위봉산성~태조암-오도제~오성저수지~오성마을을 연결하는 산성길 6㎞이다. 역사유적과 오염되지 않은 산촌마을, 아름다운 경관이 유명하다. 백제의 숨결 익산 둘레길은 함라면 소재지~칠목재임도~자생녹차 군락지~입점리 고분 전시관~숭림사를 잇는 12㎞로 백제문화유적을 두로 살펴 보며 느릿 느릿 걷는 맛이 도보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는 평이다. 고창군은 고인돌과 질마재를 따라 걷는 100리길을 내놓았고 남원시는 소리꾼이 들려주는 동편제 판소리길 59.9㎞를 개발했다. 군산시는 나포면~임피면 축산리~나포면 옥포리~동산로 지선을 연결하는 망해산 둘레길을 내놓았다. 흙길로 진화하는 국내 생태탐방로 대명사 ●제주 올레길 생태 탐방로의 대명사격인 제주 올레길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해외 관광객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여행객들에게 도보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기존 시멘트 포장도로를 흙길로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흙길 복원 시범사업의 첫 대상은 올레꾼들의 발길이 잦은 제주올레 제7코스 구간인 속골천~법환 포구 진입로 구간이다. 또 제주 올레 제3코스 신천 바다목장 진입로와 제6코스 보목 하수처리장 진입로, 제8코스 예래 갯깍 진입로 등도 흙길로 복원키로 했다. 제주도는 또 바닷가 올레길 외에 한라산 중산간에 도보 생태 탐방로 2개 구간을 내년에 시범 개통시켜 탐방객들을 맞이한다. 제주도는 사단법인 지역희망디자인센터 부설 세계유산연구소가 환경부의 ‘국가 생태문화 탐방로’ 인증을 목표로 설계한 ‘곶자왈 숲길’과 ‘오름길’ 2개 구간에 모두 3억원을 들여 편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생명의 곶자왈 숲길’은 절물휴양림 후문∼큰지그리오름∼교래자연휴양림∼늡서리오름∼교래리∼대천이오름∼우진제비오름∼선흘2리∼거문오름 방문객센터∼용암길∼알밤오름∼동백동산∼선흘1리∼북촌 ‘너분숭이 기념관’을 연결하는 구간이다.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 또는 지형을 말한다. ‘평화의 오름길’은 거문오름 방문객 센터∼송당목장∼아부오름∼동거미오름∼손지오름∼용눈이오름∼은월봉∼말미오름이 연결됐으며 총연장 24.5㎞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경남 합천 가야산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경남 합천 가야산

    가야산(1430m)은 숨어 있다. 늘 팔만대장경을 간직한 법보사찰 해인사의 자자한 명성 뒤를 따른다. 지리산에서 덕유산으로 이어진 웅장한 백두대간 능선에서도 한 발짝 떨어져 있다. 고구려·백제·신라가 자웅을 겨루던 삼국시대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했던 가야국처럼 말이다. 하지만 가야산의 수려한 자태는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다. 사진작가들이 덕유산에서 찍은 일출 사진 속의 태양은 소머리 같은 가야산 상왕봉(우두봉)에서 떠올랐고, 해인사가 아무리 넓다 해도 그 뒤로 수려한 암봉들이 바늘처럼 돋아났다. 가야산은 화려하다. 1000m를 훌쩍 넘는 높이에서 무수한 바위가 꽃처럼 피어나고 불꽃처럼 일어난다. 칠불봉에서 상왕봉(가운데)을 바라보는 산꾼. 가야산 정상 일대는 멀리서 보면 소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두봉으로도 불린다. 옛사람들은 숨어 있는 가야산의 진가를 알고 있었다. ‘산형은 천하의 으뜸이고, 지덕은 해동 제일이다.’라는 기록이 있고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바위 봉우리가 줄줄이 이어져 마치 불꽃이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듯하여 지극히 높고 수려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감록’에서는 도읍지의 기운이 한양을 거쳐 계룡산으로 옮겨가고, 종국에는 가야산으로 들어온다고 예언하기도 했다. 가야산 산길은 해인사를 들머리로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성주군 백운동을 들머리로 암릉 구간을 오르며 만물상의 바위미를 즐긴 뒤, 칠불봉과 상왕봉을 비교 감상하고 해인사로 내려오는 것이 최상의 코스다. 거리는 약 9㎞, 4시간30분쯤 걸린다. 가야산 동쪽의 백운동 지구는 가야산성, 옛 금당사(金塘寺)의 여러 암자터 등 문화유산과 만물상을 비롯한 수려한 암봉들이 어우러진 유서 깊은 지역이다. 백운동 버스정류장에서 탐방안내소까지는 불꽃같이 타오르는 바위 봉우리들이 잘 보이는 구간이다. 안내소를 지나면 야영장이 나오고 이곳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산형은 천하 으뜸, 지덕은 해동 제일 햇볕 잘 드는 호젓한 계곡을 20분쯤 가면 백운암지이고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20분쯤 더 오르면 서성재에 도착한다. 서성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상아덤(서장대)을 만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출입통제 구역이다. 상아덤은 가야국의 신화가 전해 내려오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아득한 옛날, 가야산에는 성스러운 기품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정견모주(正見母主)’란 여신이 살고 있었다. 정견모주는 가야산 자락에 사는 백성들이 가장 우러르는 신이었다. 여신은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닦아주려 마음먹고 큰 뜻을 이룰 힘을 얻기 위해 밤낮으로 하늘에 소원을 빌었다. 그 정성을 가상히 여긴 하늘신 ‘이비하’는 어느 늦은 봄날 오색구름 수레를 타고, ‘여신의 바위’란 뜻의 상아덤에 내려앉았다. 천신과 산신은 성스러운 땅 가야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옥동자 둘을 낳았다. 형은 아버지인 천신을 닮아 얼굴이 해와 같이 둥그스름하고 불그레했고, 아우는 어머니 여신을 닮아 얼굴이 갸름하고 흰 편이었다. 그래서 형은 뇌질주일(惱窒朱日), 아우는 뇌질청예(惱窒靑裔)라 했다. 형은 대가야의 첫 임금 ‘이진아시왕’이 됐고, 동생은 금관가야국의 ‘수로왕’이 됐다. 이 기록은 최치원의 ‘석순응전’과 ‘동국여지승람’에 전해 오고 있다. ●가야국 신화와 기상으로 솟구치다 서성재에서 칠불봉으로 오르는 길이 가야산의 핵심 구간이다. 급경사 바위지대가 많지만 위험 구간에는 철계단이 잘 놓여 있다. 험난함에 비례해 만물상의 멋진 조망이 드러난다. 마지막 철계단과 가파른 로프 구간을 돌파하면 대망의 칠불봉 삼거리에 올라붙는다. 여기서는 먼저 칠불봉에 들렀다가 상왕봉으로 가는 것이 순서다. 성주군에 속한 칠불봉의 높이는 1433m로 합천군의 상왕봉보다 3m가량 더 높다. 그래서 성주 사람들은 가야산 정상을 칠불봉으로 바꾸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칠불봉은 상왕봉과 불과 200m 거리에 있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상왕봉과 동성재 암릉은 빼어나게 아름답다. 그래서 상왕봉과 칠불봉을 비교 감상하며 어느 곳에 더 후한 점수를 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산꾼들에게는 큰 즐거움이 됐다. 칠불봉에서 암봉들을 우회해 안부에 내려서면 거대한 바위 덩어리인 상왕봉의 우람한 모습이 드러난다. 여기서 다시 철계단을 올라야 상왕봉 정상이다. 상왕봉의 조망은 가야산의 축복이다. 왼쪽 멀리 아스라이 하늘과 맞닿은 곳에 지리산 천왕봉이 우뚝 서 있고, 엉덩이 같은 반야봉의 펑퍼짐한 모습도 선명하다. 산줄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다시 웅장한 산줄기가 이어지는데, 그곳이 덕유산이다. 지리산에서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한눈에 잡히는 것이다. 하산코스를 해인사 방향으로 잡고 가파른 길을 내려서면 투박한 돌부처가 길을 막는다. 얼굴이 닳아 거의 없어졌지만 잔잔한 미소는 입가에 남아 있다. 좋은 구경 잘했다고 감사의 절을 올리고 1시간쯤 계곡을 내려오면 해인사에 닿는다. ●가는 길과 맛집 자가용은 중부내륙고속도로 성주나들목으로 나오면 백운동 지역이 지척이다. 대중교통은 대구를 거친다. 대구서부정류장→해인사, 1일 21회(06:40~20:00) 40분 간격으로 운행. 요금 4200원. 1시간20분가량 걸린다. 백운동으로 가려면 해인사 행 버스를 타고 가야면에서 내려 택시를 이용한다. 택시요금 1만5000원. 해인사 아랫마을인 치인리의 삼일식당(055-932-7254)은 담백한 사찰 음식을 내오고, 40년 전통의 백운장식당(055-932-7393)은 산채정식과 더덕구이가 별미다. 글ㆍ사진 mtswamp@naver.com
  • [도시와 산] (35) 강화도 마니산

    [도시와 산] (35) 강화도 마니산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마니산(469m)은 산세가 아기자기하고 주변에 문화유적지가 많아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한번쯤은 가봤을 만한 산이다. 하지만 단순한 등산보다는 과학적으로 실체가 입증되지 않은 ‘기(氣)’라는 존재에 끌려 마니산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를 연구하는 사람과 풍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니산이 남한에서 가장 기가 쎈 산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정신과학학회가 전국적으로 기가 세다고 알려진 곳을 찾아 엘로드법(L-ROD:땅에서 나오는 전자에너지를 2개의 금속막대로 측정)으로 측정한 결과 마니산 정상이 65회전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이 합천 해인사 독성각 46회전, 청도 운문사 죽림현 20회전, 대구 팔공산 갓바위 16회전 순이었다. 기 연구가 이재석씨는 “기가 센 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활력이 생기고 건강해진다.”면서 “마니산은 가장 좋은 기가 나오는 우리나라 제일의 생기처”라고 말했다. 이는 단군신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니산 정상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는 참성단(塹星壇·사적 136호)이 있다. 사람들은 이곳이 가장 기가 세기 때문에 단군이 하늘과 소통하는 장소로 정했다고 믿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금도 개천절이면 제례를 올리고 전국체육대회 성화(聖火)가 채화된다. 새해 첫날에는 이곳에서 기를 받아 산뜻한 출발을 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조선 영조 때의 학자 이종휘가 지은 ‘수산집(修山集)’에는 “참성단의 높이가 5m가 넘으며 상단이 사방 2m, 하단이 지름 4.5m인 상방하원형(上方下圓形)으로 이뤄졌다.”는 기록이 있다. 또 이 책에는 “단군이 혈구(穴口)의 바다와 마니산 언덕에 성을 쌓고 단을 만들어 제천단이라 이름하였고, 고려와 조선의 임금과 제관이 찾아가 하늘에 제사 지냈다.”고 적혀 있다. 조선 인조 17년(1639)에 개수축하였고 숙종 26년(1700)에 다시 개수축하고 비(碑)를 세웠다. 강화군은 참성단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특별한 날이 아니면 개방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은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참성단을 둘러싼 펜스가 폐쇄형이 아니어서 가까이 가면 안을 볼 수 있다. 마니산 일대에는 참성단 말고도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산 정상 동북쪽 5㎞ 지점에 있는 정족산 기슭에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사적 130호)이 있고, 그 안에는 유명한 전등사가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인 381년에 아도(阿道)가 창건한 전등사는 현존하는 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이 절에는 보물 178호인 대웅전, 보물 179호인 약사전, 보물 393호인 범종 등 귀중한 유산이 즐비해 있다. 대웅전에는 중종 39년(1544) 정수사에서 개판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목판 104장이 보관돼 있다. 또 서남쪽 기슭에는 법당이 보물 161호인 정수사가 있고, 서북쪽 해안에는 장곶돈대(인천시기념물 29호)가 있다. 유중현(68) 강화향토사 연구소장은 “마니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군왕검과 관련된 유적이 있는 곳”이라며 “마니산은 강화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성지라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니산(摩尼山)의 본래 이름은 ‘마리산’이었다.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태종실록’ 등에는 마리산(摩利山) 또는 두악(頭嶽)으로 기록돼 있다. ‘마리’란 ‘머리’라는 뜻의 고어(古語)로 온 겨레, 전 국토의 머리 구실을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에 마니산으로 명명되면서 현재까지 그렇게 불리고 있다. 때문에 수년 전 강화 주민들 사이에 ‘마리산 지명 되찾기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는데 국토해양부 중앙지명위원회가 지도 변경 등 각종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개명을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 하지만 막상 마니산에 가보면 주변 음식점이나 숙박·문화시설 등은 ‘마리산’이라고 표기한 곳이 많다. 강화주민 자존심의 발로라고나 할까. 마니산은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데다 산세가 수려해 등산 목적으로도 효용성이 높다. 정상에 오르면 경기만과 영종도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코스는 대략 3가지로 분류된다. 정문 격인 상방리 매표소 방향에서 오르는 계단로·단군로, 산 뒤쪽인 정수사나 함허동천 쪽에서 오르는 코스, 선수리에서 시작되는 코스 등이다. 정수사 코스는 옆으로 바다를 조망하면서 주능선에 2㎞ 가까이 이어져 있는 바위군(群)을 타고 참성단으로 가는 재미가 일품이고, 선수리 코스는 서쪽 바닷가에서 측면 능선을 타고 오르기에 3∼4시간가량 소요돼 전문 산행코스로 분류된다. 마니산 정상에서의 일출은 동해안과 달리 산 너머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이 주변의 산과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일몰 또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골짜기마다 종교단체 즐비 마니산은 神들의 고향? 마니산이 범상치 않은 산임을 방증이나 하듯 마니산 자락에는 종교단체들이 즐비해 있다. 한얼교는 마니산 북쪽 자락에 기도원을 두고 성지로 여기며 참성단을 정기적으로 순례한다. 한얼교는 대구에 종단 본부에 해당되는 본궁(本宮)이 있으나 1980년대 말 강화군 화도면 상방리 일대 9만 9000㎡에 기도원 성격인 ‘머리궁’을 세웠다. 명칭이 마니산의 옛 이름과 상통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신정일이 1967년 창시한 한얼교는 개교 역사를 단군 성조에 두고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지향하는, 불교군(佛敎群)과 그리스도교군 사이에 있는 독창적인 민족종교다. 한얼교 관계자는 “개교조(開敎祖)인 단군과 관련된 유적이 있는 마니산을 순례하는 데 따른 불편을 없애기 위해 이곳에 기도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무속인들도 이 산을 자주 찾는다. 기(氣)가 강한 산인 만큼 신통력이 뛰어나다는 믿음 때문이다. 단군 할아버지를 신으로 모시는 무속인들이 많은 만큼 이들이 마니산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들은 등산객들의 눈에 잘 띄이지 않은 산기슭 등에서 며칠씩 기도한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단군신앙과는 거리가 먼 개신교와 천주교도 산중턱과 산밑에 각각 기도원과 성당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향토사학자 유중현씨는 “마니산이 한국인의 정신적 지주이고, 종교의 본질이 정신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종파를 떠나 마니산에 기도원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겨울에 가볼만한 온천 5선

    겨울에 가볼만한 온천 5선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 했다. 머리는 차게, 발은 덥게 하라는 건강법. 이 건강원리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노천온천이다. 눈앞에 바다와 산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때마침 눈이라도 내려 준다면 일상의 스트레스쯤은 저만치 달아나고 말 게다. 한국관광공사는 ‘눈 맞으며 즐기는 온천여행’이라는 주제로 12월에 가 볼 만한 여행지 5곳을 선정했다. 경북 울진 덕구온천과 충북 충주 수안보 온천 등 널리 알려진 온천 명소에 강원 강릉의 해저심층온천 등 최근 이름을 얻고 있는 온천들을 더했다. ① 경북 울진 덕구온천 국내유일 자연용출수 피로 싹~ 이런 상상을 해 본 적 있으신지. 울창한 원시림 속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향긋한 솔향으로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것. 경북 울진 응봉산(999m) 자락의 덕구온천 노천탕은 그런 ‘로망’을 가능하게 한다. 응봉산 중턱 500m쯤에 있는 덕구온천 원탕은 온천공을 따로 뚫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용출수가 지표면으로 솟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 칼륨·칼슘·라듐 등의 성분이 함유된 약알칼리성 온천수가 하루 4000t씩 솟아난다. 노천탕은 계곡 상류의 원탕을 산 아래에 재현한 것이다. 원탕에서 솟아난 온천수는 4㎞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노천탕에 공급된다. 41.8℃의 온천수는 데우거나 식힐 필요가 없어 그대로 사용한다. 덕구온천에서 원탕까지 이어진 덕구계곡에는 겨울에도 계곡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계곡 곳곳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프랑스 노르망디교 등 세계 유명 다리들을 축소한 12개의 다리가 설치돼 있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선녀탕, 용소폭포 등 덕구계곡의 절경과 만날 수 있다. 원탕에서 솟구치는 온천수는 음용이 가능하다. 원탕 아래에는 족탕을 조성해 산행의 피로를 풀도록 했다. 왕복 2시간쯤 소요된다. 주중(일요일~목요일) 어른 1만원(주말 1만 5000원), 어린이 7000원(주말 1만 1000원). 성수기인 12월19일부터는 어른 2만 5000원, 어린이 2만원. 울진 온천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계절별미가 대게. 12월이면 울진에서 대게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금어기는 10월에 끝났지만 대게 다리마다 포실하게 살이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잡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울울창창한 금강송과 만날 수 있는 소광리와 7번국도를 따라 펼쳐진 죽변, 후포 등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은 잊지 말고 찾아봐야 할 풍경의 보물들이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789-6541, 호텔덕구온천 782-0677(지역번호 054). ② 충북 충주 수안보온천 수안보전경·월악산 경치는 덤 수안보온천은 일제강점기 때인 1929년부터 온천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온천의 터줏대감이다. 각종 무기물과 광물질이 고루 녹아 있는 약알칼리성 온천수의 수온은 53℃가량. 음용도 가능하다. 충주시에서 온천수를 관리해 수질을 믿을 수 있고 모든 온천들이 똑같은 물을 공급받아 ‘원탕’이 따로 없다. 탕에서 보는 풍경 좋기로는 수안보파크호텔 노천탕이 첫손 꼽힌다. 규모가 작긴 해도 수안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위로는 월악산 봉우리의 경치까지 감상할 수 있다. 노천탕 한편에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어 온천과 함께 삼림욕을 하는 기분도 든다. 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 수안보파크호텔 846-2331,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 846-3605(지역번호 043). ③ 강원 강릉 금진온천 동해권 건강 아이콘으로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동해안 관광벨트의 새 건강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 강원도 강릉의 금진온천이다. 일출명소인 정동진 아래 자리잡은 금진온천은 해안 단구지역 1100m 고생대 암반층에 갇혀 있던 해수를 온천수로 사용한다. 따라서 깊은 곳의 바닷물을 걸러 마시는 해양심층수와는 생성과정과 성분이 전혀 다르다. 용출 온도는 33.7℃. 칼슘·마그네슘 등 필수 미네랄뿐 아니라 셀레늄과 바나듐 등 희귀 미네랄이 온천수에 녹아 있다. 미세한 황토 입자가 녹아 있는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파란 바다를 보노라면 일상의 시름은 어느새 남의 일이 되고 만다. 금진항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진 바닷길 헌화로는 강릉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헌화로 왼쪽에는 기암절벽이, 오른쪽에는 바다가 펼쳐져 드라이브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아들 낳기를 원한다면 헌화로 중간쯤에 있는 합궁골을 반드시 들를 것. 어른 1만 5000원, 어린이 7500원. 금진온천 (033)534-7397. ④ 충남 예산 덕산스파캐슬 물놀이 테마파크 가족여행지로 좋아요 덕산 스파캐슬은 온천이라기보다 물놀이 테마파크의 색채가 짙은 곳이다.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유럽식 수치료 시설이라는 바데풀을 성인들만 이용하도록 한 것이 특징. 대부분 물놀이 시설에 들어선 바데풀이 ‘수치료’ 목적보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데 반해, 이곳 천천향의 바데풀은 19세 이상만 입장시켜 차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바데풀에는 모두 11가지 26종의 수압마사지 시설이 들어서 있다. 한바퀴 돌며 고루 이용하다 보면 1~2시간은 훌쩍 지난다. 온천욕 뒤엔 수덕사, 추사(김정희) 고택 등 유명 관광지를 둘러봐도 좋겠다. 한때 이응로 화백이 머물렀다는 수덕사 입구의 수덕여관도 둘러볼 만하다. 겨울에도 좀처럼 물이 얼지 않는 예당저수지도 빼놓지 말아야 할 풍경의 보고. 예산군청 339-7114, 덕산스파캐슬 330-8000(지역번호 041). ⑤ 전남 담양리조트 온천욕 즐긴 후 댓잎차 한잔 어때요 전남 담양은 대나무와 하얀 눈이 어우러진 겨울풍경이 아름다운 곳. 가족들과 온천욕을 즐긴 뒤 댓잎차 한잔 곁들이며 피로를 풀기 딱 좋다. 온천시설로는 금성산성 입구의 담양리조트가 많이 알려져 있다. 담양 온천수의 자랑은 스트론튬.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담양군청 관계자는 “전국 평균치에 견줘 3배가량 많다.”고 전했다. 온천욕과 더불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댓잎차를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는 참살이 여행이 될 듯.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 담양은 정자의 고장이기도 하다. 한국 정자문화의 진수로 꼽히는 소쇄원과 식영정·환벽당·송강정·면앙정 등 노송과 어우러진 정자를 산책하는 것도 훌륭한 테마여행이 된다. 창평면 소재지인 삼천리도 둘러볼 만한 곳. 한옥과 돌담이 잘 보존돼 있다. 담양군청 문화관광과 (061)380-3151.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게임의 바다’에 빠진 부산…지스타 2009 개막

    ‘게임의 바다’에 빠진 부산…지스타 2009 개막

    부산이 게임 바다로 항해를 시작했다.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2009’가 26일 개막해 부산 해운대 벡스코 전시장 일대가 들썩이고 있는 것.참가 업체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다양한 신작 게임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여 마치 신작 게임 각축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개막과 동시에 엔씨소프트 전시관 앞에는 차기 주력작 ‘블레이드앤소울’의 미공개 영상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로 긴 행렬을 이뤘다.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전시관 전체를 게임에 등장하는 전투순양함(배틀크루저) 모습으로 꾸미고 ‘스타크래프트2’ 체험 행사를 진행해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전시관 중앙에 300인치 초대형 LED 화면을 설치하고 미공개 차기작 3종의 신규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 박정호씨는 “평소 관심을 가졌던 게임의 모습을 실제로 보기 위해 전주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려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지스타’ 참가 업체 수는 국내 102개, 해외 96개 등 총 198개로 지난해 17개국 162개 업체보다 늘었다.한편 이날 개막식은 짙은 안개로 주요 인사들의 부산행이 차질이 생겨 10시에서 11시로 한시간 늦게 진행됐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현장을 직접 방문해 각 업체들의 전시장을 둘러보고 게임을 체험했다.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은 “지스타는 세계 3대 게임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며 “예상 관람객수가 20만명 이상인 만큼 성공적인 게임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해운대(부산)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47) 소백산 연화봉~국망봉 능선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47) 소백산 연화봉~국망봉 능선

    “당연히 소백산이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선 하나 꼽아달라는 질문에 곧바로 튀어나온 대답이다. 소백산(1439.5m)은 이름에 소(小)자가 들어가는 바람에 왠지 작고 만만한 산으로 느껴지지만, 품이 넓고 큰 산이다. 특히 1300~1400m 높이의 연화봉~비로봉~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아고산(亞高山) 지대로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여인의 몸처럼 부드러운 초원에는 봄·여름·가을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고,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쌓여 환상적인 설경을 연출한다. ●신령스러운 산에 백(白)자를 넣어 소백산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소(小)가 아니라 백(白)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밝음(白)’을 숭상했기에 신령스러운 산에 백(白)자를 넣었다. 백두대간의 시원 백두산을 비롯해 함백산·태백산·소백산 등이 그렇다. 여기서 백(白)은 밝음의 뜻만이 아니라 ‘높음’ ‘거룩함’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소백산의 산세는 부드럽고 온화해 사람들이 살기 좋았다. 조선후기 유행했던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풍기·춘양·영월·태백 등 많은 십승지가 유독 소백과 태백의 양백지간에 걸쳐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백산의 핵심은 천상의 화원을 이루는 연화봉~비로봉~국망봉 능선이다. 이곳을 계절과 산행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해 산행 코스를 잡는 것이 현명하다. 늦가을에 적당한 코스는 풍기의 희방사를 들머리로 연화봉과 비로봉을 거쳐 비로사로 내려오는 길이다. 거리는 약 11㎞, 5시간쯤 걸린다. 희방사 들머리는 소백산 등산로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시작해야만 연화봉에서 시작하는 초원 능선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죽령에서 시작해도 연화봉에 닿지만, 포장도로가 깔려 걷는 맛이 좋지 않다. 주차장에서 희방사까지는 호젓한 길이 이어진다. 절 입구에는 수직암벽을 타고 내려오는 희방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그 모습을 서거정(1420~1488)은 ‘하늘이 내려준 꿈에서 노니는 듯한 풍경’이라 평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멋있었나 보다. ●여인의 몸처럼 부드러운 천상의 길 폭포를 지나면 아담한 희방사가 나온다.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두운대사가 호랑이가 물어온 경주 호장의 딸을 살려주고, 그에 대한 보은으로 시주받아 창건한 사찰이라 한다. 그래서 절 이름도 은혜를 갚게 되어 기쁘다는 뜻의 희(喜)에 두운조사의 참선방이란 것을 상징하는 방(方)을 붙여 희방사가 되었다. 희방사를 나오면 본격적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피나무가 유독 많은 가파른 비탈을 30분쯤 오르면 희방 깔딱재에 올라선다.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활엽수들은 낙엽을 떨어뜨리고 눈부신 알몸으로 빛난다. 멀리 소백산 천문대를 바라보며 1시간 가량 오르면 연화봉에 닿는다. 나무 데크로 말끔하게 꾸민 연화봉 전망대에 서면 제1연화봉~비로봉~국망봉으로 이어진 초원 능선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어느 능선이 이곳처럼 부드러울까. 반대편으로는 소백산 천문대 너머로 월악산 영봉이 엄지손가락처럼 튀어나왔다. 전망대 앞에는 빨간 우체통이 서 있다. 다음번에는 편지와 우표를 준비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리라. 부드러운 초원 능선을 바라보면서 글을 쓰면 멋진 문장이 술술 나올 것 같다. ●남사고가 말에서 내려 절을 한 까닭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는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여러 봉우리를 넘는데, 나무들이 드물어 조망이 좋다. 능선의 초지는 연둣빛에서 초록빛으로 바뀌었다가 이제 황금빛으로 넘실거린다. 곧 포근한 눈송이들에 덮여 겨울을 날 것이다. 제1연화봉에서 봉우리 두 개를 더 넘으면 천동계곡이 갈리는 삼거리다. 여기서 비로봉을 바라보면 드넓은 품 안에 주목들이 가득하다. 주목 군락지를 지나면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눈부시게 맑은 빛이 쏟아져 내린다. 소백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도인 남사고(1509~1571)다. 남사고는 십승지지를 체계화한 인물로 종6품 벼슬인 천문교수를 지내며 역학·풍수·천문에 능통했고, 조정의 동서분당(東西分黨)과 임진왜란 등을 예언했다고 한다. 십승지란 난세에 몸을 보전할 땅, 복을 듬뿍 주는 길지(吉地)를 말한다. 남사고는 십승지 중에서 가장 먼저 풍기 금계동을 꼽았다. 풍기가 십승지의 첫머리를 장식한 이유는 다름 아닌 소백산 때문이다. 말을 타고 풍기 언저리를 지나던 남사고가 갑자기 말에서 내려 넙죽 절을 하고 “저것은 사람을 살리는 산이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남사고가 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백산의 맑고 부드러운 초원 능선은 아니었을까. 하산은 비로봉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른다. 초반 가파른 비탈을 내려서면 전체적으로 완만한 길이다. 비로사까지 1시간 10분쯤 걸리고, 다시 30분 더 가면 삼가리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산행을 마치니, 내 안의 각지고 까칠한 생채기들이 소백산의 부드러움에 둥그렇게 구부러진 느낌이다. 글 사진 mtswamp@naver.com ●가는 길과 맛집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주 혹은 풍기행 버스를 탄다. 영주행은 06:15~20:45 30분 간격. 풍기행은 07:30, 08:50, 11:10, 13:30, 15:40, 17:00에 있다. 영주에서 풍기 경유 희방사 입구행 버스는 06:15, 06:55, 07:50, 08:20, 09:20, 10:30, 11:50, 13:30, 14:30, 15:00, 16:30, 17:00, 18:30에 있다. 삼가리에서 풍기 경유 영주행 막차는 18:00다. 풍기는 인삼과 한우가 유명한 고장이다. 풍기인삼한우(054-635-9285)식당은 식육점을 같이 운영하면서 신선한 한우 생고기를 공급한다. 국물이 일품인 인삼갈비탕도 별미다.
  •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이유있는 부산행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이유있는 부산행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09’ 행사장에 등장한다.24일 CJ인터넷에 따르면 추신수는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행사장에서 오는 28일 팬사인회와 ‘마구마구’ 시연회를 실시한다.CJ인터넷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행사는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팬사인회를 진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후 3시부터 추신수 선수와 함께 하는 ‘마구마구 홈런 레이스’가 진행된다.이중 ‘마구마구 홈런 레이스’는 추첨을 통해 선발된 넷마블과 방문객들이 추신수와 함께 ‘마구마구’ 홈런 레이스 모드로 시합을 펼친다.CJ인터넷은 추신수와 함께 ‘추신수 홈런 적립 기금(총 500만원)’의 전달식도 진행한다.이 기금은 추신수 선수가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에서 홈런을 칠 때마다 CJ인터넷이 일정 금액을 정립한 것으로 올해 한 해 동안 총 500만원이 모였다.추신수는 ‘홈런 적립 기금’ 전액을 유소년야구 발전 협회에 기부할 계획이다.권영식 CJ인터넷 퍼블리싱사업본부 상무는 “야구와 게임을 아끼고 사랑하는 G스타 2009 방문객들을 위해 이번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높이고 있는 추신수 선수처럼 대한민국 대표 게임회사이자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인 CJ인터넷 역시 한국 야구의 발전은 물론 게임산업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사진 제공 = CJ인터넷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도시와 산] (34) 구미 금오산

    [도시와 산] (34) 구미 금오산

    우리나라 최대 내륙산업도시 경북 구미시에는 제법 산다운 산이 많다. 1970년 6월 국내 최초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금오산(烏山·976m), 선산과 인동지역의 주산인 비봉산과 천생산, 신라 불교 최초의 전래지 도리사를 품은 냉산이 있다. 이 가운데 으뜸은 금오산이다. 영남8경 또는 경북8경이라 불리며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기암괴석과 잘 발달한 계곡이 산세와 조화를 이뤄 가히 일품이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연간 250만명이 찾고 있다. 금오산은 수려한 경관만큼이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삼족오(三足烏)와 숭산(嵩山), 임금을 예언한 산이라는 범상치 않은 지명 유래 등이 깃들어 있다. 고려 말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신이자 영남 사림의 원류 야은 길재(1353~1419) 선생이 학문에 정진하며 후학을 길러낸 곳이기도 하다. 남동쪽 기슭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어 유명세를 더한다. 금오산은 태백과 소백준령을 거침없이 내달린 백두대간이 구미 땅에서 기백이 충연한 곳이다. 서쪽으로는 김천의 남면과 동남으로는 칠곡의 북삼에 걸쳐 있다. ‘금오’란 이름은 신라에 불교를 가장 먼저 전한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어느 날 이곳을 지나던 중 저녁노을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금까마귀는 예로부터 태양 속에 사는 세 발 달린 상상의 새, 바로 삼족오를 뜻한다. 그래서 구미 시민들은 금오산을 태양의 정기를 받은 명산으로 여기며 소중히 여긴다. ●고려 말 충신 길재의 고향이자 수도처 금오산은 남숭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고려 때 산의 아름다움과 수백개의 절이 들어선 고귀함으로 중국의 오악(五嶽) 중 으뜸인 숭산에 버금간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금오산 자락에는 중국 명나라의 건국 시조 주원장이 태어난 전설도 있다. 땡땡이 떠돌이 중 출신인 주원장의 출생지를 확인할 길 없지만 아무튼 금오산의 ‘유명세’가 낳은 전설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조선 초 풍수지리의 대가인 무학대사는 금오산의 형국을 보고 ‘임금이 날 산’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금오산 남동쪽 기슭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라는 시조로 고려 왕조 망국의 한을 노래했던 야은은 조선 왕조를 오롯이 거부하고 고향 금오산 기슭에서 은거하며 여생을 보냈다. 중국 은나라 말 ‘백이·숙제’가 새로 건국된 주나라 무왕을 섬기지 않고 수양산에 은거해 고사리를 캐 먹으며 은나라에 대한 충절을 지킨 것에 비견된다. 야은은 금오산의 도선굴과 대혈사 등지에서 오로지 학문에 매진했으며, 훗날 김숙자, 김종직, 정여창, 김굉필, 조광조로 이어지는 영남학파 사림을 배출했다. 금오산에는 그의 학문과 충절을 기리기 위한 정자가 세워져 있다. 바로 산 입구에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제52호인 채미정(採薇亭)이다. 이 정자는 야은이 그토록 거부했던 조선왕조 영조 44년(1768년)에 선산 일대의 선비들에 의해 세워졌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50년쯤 뒤였으며, 명칭은 중국의 ‘백이·숙제’가 고사리를 캐던 이야기에서 따 왔다. 금오산 아래 오태동에는 야은의 묘소와 추모비가 있다. 금오산관리사무소 조풍연(57)씨는 “채미정은 건립 이후 20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풍우에 퇴락한 것을 1970년대 중반 중수해 길손들로 하여금 야은의 정신을 더듬어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산행의 묘미, 전설의 현장 만끽 금오산은 접근이 쉽다. 경부고속도로와 근접해 전국 어디서나 당일 코스로 등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바위산이라 등산로의 높낮이 차가 심해 등산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겐 고생스러운 거친 산이다. 그런 만큼 남성적인 힘과 기백이 서려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산 정상 등산로는 네 갈래로 나뉜다. 산불조심 기간(11월~5월15일)엔 공원관리사무소~케이블카~금오산성~대혜폭포~정상~약사암~법성사를 되돌아오는 1개 코스만 개방된다. 주 등산로인 이 코스는 왕복 6.7㎞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옛 매표소에서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금오산성 외성을 만난다.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성으로, 조선시대에 4차례에 걸쳐 새로 쌓은 성이다. 영조 때에는 총 병력이 3500여명에 이르렀다고 전해질 만큼 국방의 요충지로 이름 높았다. 산성을 지나면 신라 고승이자 우리나라 풍수지리설의 창시자인 도선선사가 득도했다는 천연동굴인 도선굴이 나온다. 금오산의 빼어난 산세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굴을 돌아 나오면 해발 400m 지점에 높이 28m의 거대한 대혜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그 아래로는 대혜골의 경치에 반한 선녀들이 목욕을 즐겼다는 선녀탕이 눈에 들어온다. 금오산 등산은 대혜폭포부터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만하던 지형이 갑자기 급경사로 바뀌기 때문. 등산로 가운데 가장 힘들고 숨이 차다는 악명높은 ‘할딱고개’를 넘어야 비로소 정상에 선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구미 시가지와 낙동강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가슴까지 탁 트이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구미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금오산 100배 즐기기 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 특산식물 770종 등 희귀 동식물 보고 경북 구미 금오산은 우리나라 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다. 1977년 9월5일 구미 금오산에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게 국민운동으로 승화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리의 강산을 더 아름답고 쓸모 있게 가꾸어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자연을 내 몸 같이 아끼고 보호하는 정신이 바로 국토를 지키고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이며 곧 애국심”이라고 역설했다. 구미 시민들은 박 대통령이 금오산을 다녀간 일주일 후 전국 최초로 금오산에서 ‘애산(愛山), 자연보호 범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를 계기로 자연보호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1978년 10월5일에는 자연보호헌장이 선포됐다. 금오산 입구 대혜교 아래쪽에는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자연보호헌장비가 건립됐고, 대혜교 위쪽에는 자연보호운동발상지 표석(높이 2.5m, 폭 4.5m)이 설치됐다. 구미 시민들은 이후 200여개의 크고 작은 자연보호회를 결성, 지금까지 매 주말이면 금오산에서 자연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금오산은 희귀 동식물의 보고가 됐다. 산비장이·죽대 등 한국 특산 식물 770종을 비롯해 포유류 25종, 곤충류 360종, 조류 67종, 양서·파충류 및 담조류 각 100여종 등 모두 수천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금오산 자락에는 1983년 설립된 경북도 자연환경연수원이 환경 파수꾼들을 양성해 내고 있다. 지금까지 교사와 공무원, 주민 등 40여만명의 자연보호 지도위원과 자연관찰 지도사를 배출했다. 이 중 3700여명으로 1996년 구성된 자연사랑연합회는 중앙 및 21개 지방 조직을 두고 왕성한 자연사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미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46) 전북 완주 대둔산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46) 전북 완주 대둔산

    산 좋아하는 사람치고 ‘산그리메’란 말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산그리메는 주로 아침 햇빛 속에 산이 중첩되어 아스라이 펼쳐지는 모습을 말한다. 마치 수묵화처럼 능선의 오묘한 선과 농담, 때론 안개와 구름 등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풍경을 이른다. 그런데 이 단어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송수권의 ‘산문에 기대어’란 시의 ‘누이야 가을 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하는 구절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그리메는 그림자의 옛말. 그러나 산꾼들은 산이 첩첩 펼쳐지는 모습으로 상상한 듯하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산그리메는 지리산과 덕유산처럼 큰 산이 아니면 보기 어렵지만, 늦가을에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대둔산(878.9m)이다. 전북 완주, 충남 논산과 금산에 걸쳐 있는 대둔산은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렸다. 신라의 원효대사는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고도 했다. 기암단애가 절경을 이루는 대둔산의 강건한 기상은 권율장군이 1000명의 군사로 왜군 1만명을 격퇴시킨 이치(지금의 배티재)전투의 밑거름이 되었다. 대둔산 제1경은 암봉들과 어울린 오색 단풍이 꼽히지만, 그보다 더 멋진 장면은 구름바다 위에 떠오른 산그리메다. 대둔산 일대에는 지형적으로 안개와 구름이 끼기 쉽고 특히 늦가을 기온차가 클 때 자주 일어난다. 대둔산의 핵심적 아름다움을 두루 꿰는 산행의 ‘고전’은 완주 산북리에서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칠성봉 전망대를 거쳐 용문골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대둔산 길은 거칠지만 산 중턱까지 케이블카가 놓여져 있어 남녀노소 쉽게 찾을 수 있다. 거리는 약 2.5㎞로 천천히 둘러보면 2시간30분쯤 걸린다. ●케이블카 이용하면 정상까지 40분 대전에서 탄 버스가 안갯속을 헤엄쳐 배티재를 넘자 스멀스멀 연기가 풀리면서 대둔산이 나타났다. 영락 없이 신기루 속에 솟아난 마법의 성이다. 주차장에서 식당 거리를 지나면 케이블카 정류장. 안개가 낀 날이면 되도록 아침 일찍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타는 게 좋다. 아래 세상은 안개에 잠겨 깨어날 줄 모르지만, 산 위에서 보면 구름바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는 정상인 마천대를 바라보며 올라가는데, 시나브로 고도를 올리는 것이 마치 나무들을 부드럽게 밟고 올라가는 느낌이다. 무심코 반대편을 돌아보다가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래 세상은 온통 구름바다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정류장 2층의 정자에 올라가 조망을 굽어본다. 빽빽한 구름바다 위로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역광 속에서 산그리메가 물결친다. 정자에서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면 구름다리라 불리는 금강현수교. 1985년 길이 50m, 높이 80m로 세워졌다. 이전에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출렁다리였다고 한다. ●구름다리 금강현수교에 서면 아찔 암봉과 암봉 사이에 걸려 중간쯤에서 내려다보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다리를 건너면 수직의 철계단인 삼선계단이 이어진다. 이 계단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폭으로 암벽등반의 짜릿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중간에 멈춰 뒤돌아보면 지나온 구름다리와 산북리가 수직으로 내려다보이고 멀리는 온통 구름바다다. 마치 신선의 세계에서 인간 세상을 굽어보는 느낌. 푹신푹신한 구름 침대에 드러누워 긴 잠을 자고 싶다. “뭐해요. 빨리 정상에 가봐요. 반대편까지 훤히 잘 보여.” 풍경에 넋이 나가 굼뜬 필자에게 중년 남자가 내려오며 핀잔을 준다. 그제야 화들짝 정신이 들어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15분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자 능선 삼거리에 올라붙고 이어 마천대 정상에 다다른다. 비로소 반대편을 비롯해 시원한 조망이 드러난다. 북쪽으로 계룡산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지고, 동쪽으로 서대산이 풍경의 중심을 잡아준다. 특히 남쪽으로 산그리메의 전형적인 풍경이 나타나는데, 구름바다 위로 크고 작은 능선들이 물결치고 멀리 웅장한 덕유산 줄기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아~ 가슴 속으로 밀려오는 감동의 물결! 대둔산의 정상인 마천대(摩天臺)는 원효 대사가 ‘하늘과 맞닿은 곳’이라는 뜻으로 이름지었다. 높이는 900m가 안 되지만 체감 높이는 이름만큼 하늘에 닿아 있다. 마천대 한 켠에 무려 높이 10m의 개척탑이 우뚝 서 있다. 주변과 영 어울리지 않는 풍경. 다른 산처럼 작은 정상 비석을 세웠으면 좋았을 것을. 정상에서 용문골 삼거리까지는 순한 능선길이다. 제아무리 험한 바위들이 직립했더라도 부드러운 능선이 있는 법이다. 용문골 하산로는 험한 돌길이다. 중간 중간 쉬며 서두르지 않는 것이 안전산행의 지름길이다. 400m쯤 내려와 삼거리에서 용문굴을 지나면 칠성봉전망대다. 웅장한 일곱 개의 석봉이 이어진 칠성봉의 모습은 설악산 울산바위를 떠오르게 한다. 다시 삼거리에서 장군봉을 우회하는 길을 따르면 케이블카 정류장에 닿고, 산행도 마무리된다. ●가는 길과 맛집 대전과 금산에서 대둔산행 버스가 다닌다. 대전 서부터미널에서 대둔산행 버스는 07:45 13:20 17:30, 대전 동부터미널에서 10:35. 금산터미널에서는 08:30 11:10 12:30 13:10 15:40 16:40에 있다. 대둔산 버스터미널 (063)262-1260. 금산의 별미는 어죽과 추어탕, 인삼튀김이다. 저곡리의 저곡식당(041-752-7350)은 인삼어죽으로 유명한 곳. 비린내가 전혀 없고 인삼을 넣어 뒷맛이 쌉쌀하다. 인삼어죽 5000원. 금산터미널 근처의 한양식당(041-754-6464)은 추어탕을 잘한다. 글ㆍ사진 mtswamp@naver.com
  • “당신의 소설이 내 詩가 되었다”

    “당신의 소설이 내 詩가 되었다”

    시와 소설은 문학이란 울타리 안에 한 집을 차리고 있지만, 노래와 이야기라는 본질의 차이는 생각 외로 크다. 그러나 장르 구분과는 별개로 사람의 일은 경계가 없는 모양이다. 문인들은 장르를 떠나 서로 사귀고, 서로 건네는 환담 속에서 무한한 영감을 얻는다. 문학계간지 ‘시인세계’ 겨울호가 마련한 기획특집 ‘내 시 속에 들어온 소설’은 시인과 소설가의 교류 속에서 피어난 작품들을 소개한다. 정진규, 천양희, 이건청, 김광규, 김혜순, 이재무, 문인수, 나희덕, 조용미, 박형준, 김언, 김경주, 이근화, 최금진 등 14명의 시인들은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자신의 작품들과 함께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한다. 소설가 이청준과 시인 정진규의 인연은 각별하다. 정진규의 시 ‘눈물’은 치매에 걸린 이청준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쓴 작품. 여기서 시인은 ‘아들인 자신의 이름도 까맣게 잊은 채 손님 오셨구마 우리 집엔 빈 방도 많으니께 편히 쉬었다 가시오 잉 하시더라는 것이었는데’라고 노래했다. 소설가 이청준은 이 시를 다시 자신의 소설 ‘축제’에 인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갔다. 정진규는 “소설 ‘축제’와 시 ‘눈물’이 들어가 있는 시집 ‘알詩’를 지금도 나란히 서가에 꽂아두고 있다.”고 전하기도 한다. 천양희 시인도 자신의 시 ‘산행’이 양귀자의 소설 ‘숨은 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수많은 소설들을 읽고 감동했지만, 내 속에 우물 하나 품는 것, 그것이 시의 마음으로 무장하는 것이라고 일러준 소설은 처음이었다.”고 고백한다. 시인들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 데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다. 시인 김언은 자신의 시 ‘아름다운 문장’이 일본 소설가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사요나라, 갱들이여’에서 받은 인상을 옮긴 것이라고 했고, 시인 조용미는 시 ‘종생기’가 1930년대 이상의 소설 ‘종생기’의 오마주임을 밝힌다. 한편 시인들의 마음을 가장 많이 뒤흔들어 놓은 작가는 카프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청, 김광규, 박형준 등 복수의 시인들이 카프카 소설에서 시의 영감을 얻었다고 전한다. 시 ‘정직한 시인’을 쓴 이건청 시인은 카프카의 소설 ‘굶는 광대’를 통해 “세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를 얻었다.”고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도시와 산] (33) 포천 명성산

    [도시와 산] (33) 포천 명성산

    명성산은 경기 포천 산정호수를 품에 안고 강원 철원까지 내닫는다. 해발 923m로 울음산이라고도 불린다. 산행 도중 한눈에 들어오는 호수의 전경이 넋을 놓게 한다. 봉우리가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이른 새벽이면 하얀 물안개가 인근 사찰과 폭포와 어우러져 전설처럼 피어오른다. 밤에는 호숫가 산책로에 수은등이 켜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드라마 태조 왕건으로 유명세를 치른 명성산을 주민들은 울음산이라고 부른다.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가 왕건에게 왕의 자리를 내주고 패주하며 산과 함께 울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고 금강산으로 향하다 멈춰 서 눈물을 흘렸다는 전설도 있다. 울음산을 한자로 표기해 명성산(鳴聲山)이 됐다. ●궁예가 눈물 뿌린 산 명성산은 서울에서 동북쪽으로 84㎞ 떨어져 있다. 암릉과 암벽으로 이뤄졌어도 동쪽은 경사가 완만하다. 덕분에 정상에서 바라다보이는 동편 분지에는 억새가 무성해 가을이면 억새꽃축제가 열린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12봉 능선과 북쪽으로 오성산, 동북쪽으로 대성산, 백암산, 동쪽으로 광덕산, 동남쪽으로 백운산과 국망봉을 모두 볼 수 있다. 이 산의 남서쪽 기슭에 산정호수가, 북쪽에 용화저수지가 있다. 산행은 등룡폭포 입구 매점과 식당 앞을 출발, 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밭~삼각봉~정상~산안고개~산정호수로 나오는 6시간 코스와 가든식당~비선, 등룡폭포~억새밭~삼각봉까지만 갔다가 자인사로 하산하는 3시간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등룡폭포계곡 코스는 자인사 기점 코스보다 30~40분이 더 걸린다. 책바위 암릉 코스는 자인사 기점 코스와 소요시간이 거의 같지만 산세가 가팔라 체력소모가 많은 편이다. 산정호수 인근에서 시작되는 산행은 초입부터 좌판을 벌인 막걸리와 파전에 한눈팔기 십상이다. 음식점들 뒤로는 유럽풍 펜션이 들어차 있다. 가족단위 등산객들이 주말이면 진을 친다. 음식점 골목을 벗어나면 왼쪽 비탈길을 따라 책바위로 오르는 난코스와,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오르는 직진코스로 길이 나뉜다. 억새가 무성한 팔각전망대에서 모두 만나지만 책바위 산행은 가파른 암벽이 곳곳에 있어 안전로프를 잡아야 하는 구간이 많다. 노약자나 여성 등산객들이 등반을 포기하고 뒤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산정호수를 내려다보려면 책바위를 올라야 한다. 암벽에 설치된 철계단에서 내려다보는 호수 전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책바위까지는 1시간가량이 소요되며 급경사가 많다. 팔각전망대까지는 1시간30분가량 더 가야 한다. 대부분 등산객은 책바위보다 계곡 산행을 선호한다. 경사가 완만한 데다 단풍이 선명하고 비선폭포와 등룡폭포가 장관을 연출한다. 온통 단풍과 숨겨진 폭포의 연속이다. 정상에 다다를 때까지 줄곧 계곡길로 터널을 통과하는 기분이다. 명성산의 단풍은 유난히 붉은 것으로 정평이 났다. 폭포는 물빛을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다. ‘비취’, ‘벽록’이라고 표현하는 게 이해가 간다. 평평하면서도 돌 사이로 군데군데 철다리가 놓여 운치를 더한다. 지압로도 있고 운동시설과 피크닉장이 조성됐다. 2시간쯤 오르면 명성산 동편 억새밭이다. 10월이면 절정에 이른 억새꽃이 이 일대를 하얀 솜털로 덮는다. 서리 몇번 내리면 금세 떨어지는 게 억새꽃이라고 하지만 매년 열리는 억새축제에는 8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린다. 명성산을 찾은 이들이 다 억새를 보러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억새 산행은 삼각봉까지 오른 뒤 올라간 길로 되돌아오는 코스와 자인사로 향하는 길을 택해야 하는데 자인사 등산로는 다소 힘든 편이다. 등룡폭포 상부인 안덕재는 군부대 사격훈련장이어서 일부 등산로가 폐쇄되기도 한다. 산정호수 매표소(031-531-6103)에 전화해 입산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하산이 즐거운 산정호수 급경사를 지나 하산길에 만나는 자인사는 왜소한 대웅전보다 턱없이 큰 석불이 웃음을 자아낸다.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 태조에 오른 후 자신의 시호를 따서 세운 조그만 암자다. 산불로 소실돼 충렬왕 3년(1227년)에 재건됐고, 한국전쟁 때 전소된 것을 1964년에 다시 지었다. 관세음보살상과 석탑이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았고 경내 샘물은 맛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곧이어 산정호수가 지친 등산객을 맞는다. 이름 그대로 산속의 우물이다. 주변의 높은 봉우리와 기암괴석이 호수와 조화를 이룬 수도권 최고의 호수다. 호수를 빙 둘러가는 5㎞ 산책로는 1시간정도 소요된다. 바닥이 대부분 돌길이어서 비 오는 날에도 질퍽거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산정호수 밤 경치를 보고 하룻밤을 묵은 다음 명성산과 자인사를 다녀오는 1박2일 코스가 인기다. 명성산은 서울 상봉·수유·동서울터미널에서 신철원, 동송, 운천행 버스를 이용해 운천에서 하차, 산정호수행 버스를 타면 등산로 입구까지 15분가량 소요된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억새냐 갈대냐 명성산의 고민 억새와 갈대는 구별이 쉽지 않다. 경기 포천 명성산 팔각정에서 억새밭을 보고 “갈대다.”라고 외치는 등산객이 심심찮게 있을 정도다. 생김새는 물론 꽃피고 지는 시기까지 비슷해서다. 같은 벼과의 1년생 풀이지만 다르다. 가장 쉬운 구분법은 억새는 산이나 비탈에, 갈대는 물가에 무리를 이룬다는 점이다. 갈대는 산에서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는 있다. 억새는 뿌리가 굵고 옆으로 퍼져 나가는 데 비해 갈대는 뿌리 옆에 수염 같은 잔뿌리가 많다. 억새의 열매는 익어도 반쯤 고개를 숙이지만 갈대는 벼처럼 고개를 푹 숙인다. 키도 차이가 있다. 억새는 대부분 120㎝ 내외로 갈대보다 작다. 갈대는 2m 이상 큰다. 그러나 억새도 일조량이 풍부하거나 영양 상태가 좋으면 갈대보다 더 크기도 한다. 색깔로도 구분한다. 억새는 은빛이나 흰색을 띤다. 가끔 얼룩무늬가 있는 게 있다. 억새는 억새아재비, 털개억새, 개억새, 가는잎 억새, 얼룩억새 등 종류에 따라 색깔이 다소 다르다. 갈대는 고동색이나 갈색을 띠고 있다. 구별이 쉽지 않아 억새와 갈대는 역사적으로 혼동돼 쓰이기도 한다. 전남 장성의 갈재는 갈대가 많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노령(嶺)이라고도 부르지만 실은 억새다. 억새는 종류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만 10여종 이상 서식한다. 자주억새가 많다. 흰색꽃을 피우며 잎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거치가 있어 스치면 피부가 베일 정도다. 억새는 으악새라고도 불린다. 억새꽃은 그 생김이 백발과 비슷해 쓸쓸한 정서로 와닫는다. 그래서 황혼과 잘 어울린다. 억새꽃을 가장 멋지게 감상하려면 해질 무렵 해를 마주하고 봐야 한다. 억새 명소로는 명성산과 정선 민둥산, 밀양 사자평 등이 있고 갈대는 충남 서천 한산면 신성리, 해남 고천암 갈대밭 드라이브, 충주 비내섬 등이 있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충남 홍성·보령 오서산 능선 억새풀밭

    충남 홍성·보령 오서산 능선 억새풀밭

    가을은 청춘(靑春)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온 뒤 어렵사리 찾아오는 것이 가을이다. 풍성함과 여유로움으로 그렇게 오래 머물 줄만 알았던 가을은, 야속하게도 어느날 훌쩍 찬 바람과 함께 떠난다. 가을이 그러하듯 청춘 또한 그러지 않나. 어느날 문득 눈뜨면 서른 살이 돼 있기를 바라는 불안과 격정의 청춘들은 지금도 가슴 속 들끓음을 애써 다스리고 있다. 쇠붙이와 온갖 불안, 두려움 따위를 녹이는 용광로의 뜨거움은 자칫 내일의 희망과 약속까지 녹여버리곤 한다. 소중하게 다스려야 할 짧은 청춘이다. 아직 20대의 언저리에 있다면, 혹은, 40대건, 50대건 심장 한편에서 청춘의 격동이 여전히 느껴진다면 마음껏 이를 누리고 발산해야 한다. 미국의 시인 새무얼 울먼이 노래하지 않았던가. ‘믿음만큼 젊고, 의심만큼 늙는다. 자신감만큼 젊고, 두려움만큼 늙는다. 희망만큼 젊고, 실망만큼 늙는다.’고. 쓸쓸히 고개 숙인 채 터벅거리고 사라지는 가을의 뒷모습에 경의를 보내며 배웅하는 것은 가을을 한껏 누린 자들의 몫이다. 가버린, 혹은 가고 있는 청춘의 뒷모습이 그러하듯 말이다. 비록 강원도 산간 지역이긴 했지만 이달 초 무섭게 몰아친 눈발을 보며 사람들은 일제히 겨울을 떠올렸다. 그리고 가을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음을 새삼스레 절감했다. 허둥거리는 와중에 떠나가는 가을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음도 함께 절감했다. 충남 홍성군과 보령시 경계 즈음에 걸쳐 있는 오서산 능선의 억새풀 벌판도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오서산 정상과 오서정 정자를 잇는 능선 사이에 피어났던 억새풀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바람에 몸을 맡겨놓으며 흔들거리고 있었다. 불과 2~3주 전 단풍 못지않게 화려함을 자랑하던, 풍성하고 눈부신 은빛의 향연은 사라졌지만 이들은 뿌리, 줄기, 풀꽃 순서로 점점 땅의 색을 닮아가며 갈색으로 바뀌었다. 일년 단위로 돌아가는 시간의 반복과, 그럼에도 한결 같은 공간의 동일함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우주적 순환의 상징이 된다. 바람에 몸을 맡겨 수런거리고 있는 오서산의 억새풀이 그러하다. 이곳까지 다다르는 등산로에 떨어진 낙엽들은 한때는 울긋불긋한 노란색, 붉은색을 자랑했겠건만 바스라지고, 또 바스라지다가 이제는 검은 부엽토로 바뀌어 푸근한 흙길이 됐다. 등산화의 두꺼운 밑창을 뚫고 전해지는 푹신함은 거추장스러운 신발, 양말을 벗어던지고픈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남당리 ‘끝물 대하’ 꼭 맛보세요 오서산은 오서산자연휴양림에서 올라도 좋다. 아니면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에서 주능선을 타고 오른 뒤 억새 벌판을 지나 정암사 상담마을로 내려와도 좋고, 거꾸로 길을 밟아도 좋다. 정상이 790m 정도니 어디에서 올라도 2시간 안쪽이면 가을의 뒷모습을 누리기에 충분하다. 오서산을 내려와 차로 30~40분 남짓이면 대하로 유명한 남당리에 닿는다. 이달 초까지 대하축제니, 전어축제니 하며 흥청거리던 서해의 포구에는 스산함마저 든다. 이곳 역시 가을의 뒤안길에서 갈무리를 준비 중이다. 축제가 끝난 휑한 광장에서는 이곳저곳 횟집의 아낙들이 불러대는 소리만이 메아리친다. 대하도 뒤안길에 들어섰다.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녀석들이다. 가격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2만 9000원어치 1㎏이면 50마리가 훌쩍 넘는다. 2~3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썰물의 갯벌 바로 곁에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뽑기’를 파는 노인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서천 갈대밭 둘러보고 지친 몸은 온천에서 풀고 시인 황지우는 컴컴한 영화관에 울리는 애국가 화면을 보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썼다. 시인은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가는 흰 새떼들을 보며 시대의 모짐과 신산함, 계절의 쓸쓸함을 읊조렸다. 황지우 심상의 레플리카는 충남 서천군 금강 하구에 있는 신성리 갈대밭에서도 가능하다. 이곳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2~3주 전의 갈대만큼은 아니지만 키높이로 남아 있는 갈대숲 사이에 서면 뉘엿뉘엿 넘어가는 주황색, 보라색 석양 위로 깃을 치고 날아오르는 철새떼를 만날 수 있다. 산책로 데크를 따라 숲길을 누비다보면 늦가을의 비감은 더욱 커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우스스’거리는 갈대숲을 보노라면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보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갈대’ 중)고 노래한 시인 신경림이 문득 떠오른다. 역시 가을여행의 맛은 인생의 비의(秘意)를 찾는 데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지친 몸과 마음에 주는 위로의 선물로는 온천이 좋다. 오서산에서 40분간, 서천에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보령시 덕산온천지구는 덕산스파캐슬 등 곳곳이 온천이다. 산행의 피로도, 가을의 우수도 잠시 잊을 수 있다. 가족, 연인과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덕산온천지구 근처 덕숭산에 있는 수덕사도 있다. 가을의 고즈넉함이 참 좋지만 장삿속이 심하다. 주차료, 입장료를 2000원씩 따로따로 받는다. 오서산을 보지않았다면 충분히 둘러볼 곳이지만, 오서산과 신성리 갈대밭까지 봤다면 굳이 들를 필요는 없겠다. ●여행 팁 ▲가는 길 오서산까지라면 서해안고속도로 타고 보령나들목 또는 광천나들목으로 진입하면 된다. 가장 좋은 코스는 오전에 오서산을 등산한 뒤 해질녘 즈음해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천나들목까지 내려가 신성리 갈대밭의 철새 군무를 본 뒤 다시 길을 되밟아 덕산온천지구로 이동, 뜨끈하게 몸을 푸는 것이 이상적이다. ▲먹을 거리 서해가 가깝다. 지금 가면 대하를 맛볼 수 있고, 새조개가 슬슬 잡히고 있다. 또 봄철처럼 알박이는 아니지만 탱탱한 쭈꾸미(1㎏ 2만원)도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갯것이 별로면, 해미나들목까지 올라가 보자.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읍성뚝배기(041-688-2101)는 소머리곰탕과 소머리수육으로 이름난 집이다. 잡냄새도 없는데다 야들야들한 육질이 최고의 맛을 보장한다. 2~3명이 먹기 충분한 수육 큰 게 3만원이니 가격도 적당하다. 그날 판매분이 동나면 문을 닫는 ‘진짜 맛집만의 공통분모’도 빼놓지 않은 곳이다. 글 사진 홍성·보령·서천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45) 고창 선운산 도솔계곡~천마봉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45) 고창 선운산 도솔계곡~천마봉

    선운산(336m)은 거대한 배다. 능선의 배맨바위가 일러주듯, 예전에는 인천강을 따라 선운사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다. 이 배의 선장은 도솔천의 미륵불이며 중생들과 함께 불도를 닦으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미륵불은 도솔암 바위에 새겨져 있지만, 때가 되면 돌을 깨뜨리고 나와 부처의 바다로 중생을 인도할 것이다. 선운산은 낮지만 품이 깊고 둥글둥글한 바위들이 어울려 풍광이 빼어나다. 봄 동백, 초가을 꽃무릇, 가을 단풍, 겨울 설경 등 변화무쌍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불교의 미륵신앙이 결합해 독특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도솔계곡의 단풍 어디서 다시 보랴 선운산은 선운사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일찍이 미당 서정주가 ‘선운산 동구’에서 시든 동백의 안타까운 몸짓을 막걸리집 여자에게 절묘하게 투영시켰고, 최영미 시인은 ‘선운사에서’란 시에서 “꽃은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라며 이별의 아픔을 애틋한 감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게다가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하는 송창식의 감미로운 노래는 선운사 동백꽃을 널리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선운사는 동백꽃 피는 봄철보다 가을철 풍광이 한 수 높은 곳이다. 특히 선운사 담벼락을 따라 이어진 도솔계곡에 반영된 오묘한 단풍 빛깔은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진풍경을 연출한다. 도솔계곡을 따라 도솔암 마애불을 찍고 낙조대와 천마봉을 거쳐 도솔암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전설과 역사가 어우러진 선운산 최고의 산행길이다. 주차장에서 천마봉까지 약 4.7㎞, 2시간쯤 걸린다. 주차장에서 진입로를 따르면 ‘도솔산 선운사’라고 써진 일주문에 닿는다. 도솔산(兜山)은 선운산의 옛 이름으로 미륵불이 사는 정토를 말한다. 선운사는 호남 미륵신앙의 중심 도량이었다. 선운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멋진 말이지만, 도솔이란 이름을 알아야 선운산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오른쪽에 자리한 부도 밭의 백파선사 비석을 구경하는 것이 순서다. 비석은 2006년 선운사 박물관으로 옮겼기에 모조 비석으로 만족해야 한다. 비석 뒷면에는 ‘가난하여 송곳을 꽂을 땅도 없었으나 그 기운은 수미산을 덮을 만하도다….’는 추사의 붓글씨가 새겨져 있다. 다시 길을 나서면 단풍나무 고목들이 가로수처럼 버티고 있다. 세월의 무게만큼 기괴하게 몸을 뒤튼 단풍 고목은 경이롭다. 길은 도솔계곡과 절의 담장 사이로 이어지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충만하다. 계곡의 단풍나무들은 유독 붉은 빛을 내뿜고 계곡물에 비춰 일렁거리는 그림자는 오묘하기 그지없다. 가히 내장사 108그루 단풍나무 터널이 부럽지 않다. 황홀한 길은 절의 사천왕문 앞인 극락교까지 이어진다. 극락교 위에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진을 치고 앉아 떠나는 가을을 붙잡느라 안간힘을 쓴다. 선운사를 둘러보고 다시 계곡을 따르면 왼쪽으로 널찍한 차밭이 펼쳐지고 길은 젖먹이처럼 산의 속살을 파고든다. 도솔암까지는 거의 평지에 가까워 옆 사람과 나란히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기에 좋다. 진흥왕이 말년에 왕위를 버리고 수행했다는 진흥굴과 600년쯤 묵은 소나무 장사송(長沙松·천연기념물 제354호)을 지나면 도솔암이다. 이곳의 명물은 크기가 15m에 이르는 거대한 미륵상 마애불이다. 미륵불은 석가모니 이후에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를 말한다. ●도솔암 마애불 배꼽에 숨겨진 비결 불상의 배꼽에는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선사가 봉해놓은 신비스러운 비결이 하나 숨겨져 있는데, 그것이 세상에 출현하는 날에는 한양이 망한다는 흥미로운 전설이 내려온다. 또한 그곳에는 그 비결과 함께 벼락살을 동봉해 놓았기 때문에 누구든지 그 비결을 꺼내려고 손을 대면 벼락을 맞아 죽는다고 했다. 실제로 전라감사 이서구가 그것을 꺼내다가 벼락이 쳐 도로 봉해 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세상 사람들은 미륵불의 전설을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 하지만 비결은 1893년 가을 동학접주 손화중에 의해 꺼내지고, 다음 해에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전라도를 휩쓸게 된다. 비결의 개봉이 세상을 개벽하려는 농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데 일조했던 것이다. 마애불을 지나 용문굴을 통과하면 낙조대가 나오는데, 드라마 대장금의 최상궁이 자살했던 바위라는 팻말이 서 있다. 낙조대에 서니 과연 아스라이 서해가 펼쳐진다. 낙조대에서 천마봉은 지척이다. 천마봉에서 내려다본 마애불과 도솔암, 그리고 도솔계곡의 울긋불긋한 풍경은 선운산의 제1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험상궂었던 마애불이 장난감처럼 작고 귀엽게 보이고, 그 머리 위에는 내원궁이란 작은 암자가 자리 잡고 있다. 즉, 내원궁은 도솔천의 천상세계를 상징하고 마애불은 미륵하생의 지상낙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산은 도솔암으로 직접 내려서는 길을 따른다. 나무계단을 따라 줄곧 마애불을 바라보며 내려오면 다시 도솔암이다. 이제 느긋하게 선운사로 가는 길, 도솔계곡에 가을이 깊었다. 글 사진 mtswamp@naver.com ●가는 길과 맛집 자가용은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나들목으로 나오는 것이 가장 가깝다. 서울에서 고창행 버스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07:00~19:00까지 약 40분 간격. 고창에서 선운사행 버스는 06:20~20:15까지 약 20분 간격으로 있다. 선운산에서는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이 빠지면 섭섭하다. 풍천은 바닷물이 밀려들어 오면서 바람을 몰고 올라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선운사 입구에 연기식당(063-562-1537)과 명가식당(561-5389)이 유명하다. 장어구이 1인분 18000원. 선운산 관리사무소 063-563-3450.
  • 아차·용마산 8개 등산코스 새단장

    아차·용마산 8개 등산코스 새단장

    요즘 등산로에는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고 막바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등산객들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케이블카와 팔각정, 능선마다 만원이다. 가을이 다 가기 전 붉게 흐드러진 산을 마음에 담으려는 발길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광진구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도 시민들이 가까운 산에서 ‘저무는 가을’을 즐길 수 있도록 아차산과 용마산의 전면적인 단장을 마쳤다. ●하루평균 1만4000명 등산객 찾아 광진구는 아차산, 용마산에 대표적 등산로 8곳을 선정해 목재 데크로드와 나무벤치, 조망데크를 설치했다고 11일 밝혔다. 남한에서 고구려 유적·유물이 가장 많은 아차산과 주택가와 가까운 용마산은 우선 접근성이 뛰어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하루평균 1만 4000여명의 등산객이 찾는 도심속 명소다. 광진구는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10억여원을 들여 해맞이길, 광개토대왕길, 팔각정길 등 총 8개 등산로를 새단장했다. 오래된 나무에서 뻗어 나온 굵은 뿌리들이 흙길 바닥에 드러나 미끄러질 위험이 있는 등산로에는 목재데크로 계단을 만들었다. 또 계단 옆길에 꽃나무와 초화류를 심어, 안전은 물론 경관까지 고려했다. 등산로 중간 중간엔 등산객이 가쁜 숨을 고르며 쉬어갈 수 있도록 나무벤치와 평상도 마련했다. 또 아차산 능선부에는 서울의 아름다운 전경을 안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조망 데크도 설치했다. 아차산과 달리 경사가 조금 급하고 암반지역이 많은 용마산에는 폭우로 인한 토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원주목(껍질을 벗긴 나무)을 묻었다. ●주말생태교실 등 프로그램 운영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약 3.3㎞ 코스의 아차산 정상길엔 ‘광개토대왕길’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아단성(아차산성 추정)을 함락했다는 역사기록을 되새겨 ‘고구려의 고장’으로서 자긍심을 키우고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주민공모를 통해 접수된 30건의 명칭 중 선정됐다. 광진구는 또 오랜 세월 아름답고 기품 있는 모습으로 아차산과 용마산 등산로를 지켜온 소나무 3그루를 ‘명품소나무’로 선정했다. 아차산 명품소나무 1·2호는 광개토대왕길 해맞이 광장을 지나 아차산 2보루로 가는 길에 자리한다. 용마산 명품소나무 1호는 용마산 정상길 중 용마산 팔각정과 용마산 3보루 사이에 있다. 최학열 공원녹지과장은 “산행을 하며 만나는 수많은 소나무들 중에서 명품소나무를 찾아내고, 또 멋스러움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산객들이 산행 중에 즐길 수 있도록 아차산생태공원에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주말생태교실’을 비롯해 ‘가족생태공예교실’ ‘새야!새야’ ‘습지원탐험’ 등 10여개의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된다. 정송학 구청장은 “산은 계절마다 그리고 여러 갈래의 길마다 각자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면서 “올 가을에는 단풍으로 예쁘게 물든 아차산과 용마산을 찾아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받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도시와 산] (32) 강원도 화천 용화산

    [도시와 산] (32) 강원도 화천 용화산

    강원 화천 용화산(龍華山)은 북으로는 파로호, 서로는 춘천호, 남으로는 소양호를 끼고 우뚝하다. 해발 853m의 중봉이지만 바위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위용이 예사롭지 않다. 강원도 첩첩산중에 꼭꼭 숨은 산이지만 전국 100대 명산에 포함될 만큼 자태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북한강 상류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화천읍내를 남으로 감싸안고 있는 화천의 진산이다. 산을 오르는 곳곳마다 상고(上古)시대 이전 고대 맥국(貊國) 성터와 절터 흔적이 남아 있고, 깎아지른 기암절벽마다 재미있는 구전 설화가 바람처럼 전해온다. ●춘천과 화천의 경계 갈라 용화산 정상은 춘천과 화천의 경계를 가른다. 남쪽 춘천방면을 바라보면 발 아래로 수십m의 아찔한 바위 절벽을 이루며 천혜의 요새를 이룬다. 멀리 춘천시내가 아스라이 보이고 맑은 날에는 춘천의 중심에 자리한 봉의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을 돌려 북쪽을 바라보면 화악산 등 준봉을 뒤로한 화천읍이 햇살을 받으며 오붓하게 형성돼 있다. 산세가 이렇다 보니 정상의 서쪽 사면에서 동쪽 팔부능선까지 북사면을 따라 돌을 이용한 용화산성의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띈다. 북사면 중간쯤에는 성문터로 짐작될 만한 돌들도 남아 있다. 삼국시대와 상고시대 이전 강원도의 전신으로 알려진 맥국 임금이 지금의 소양강댐 하류 춘천지역을 도읍으로 정하고,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성을 쌓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성터 주변에는 주춧돌과 석불 등의 흔적이 남아 있어 한때 융성했던 성불사, 용화암자의 모습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게 한다. 이후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이 고구려군과의 전투에서 첫 승리를 이끌어낸 비사성전투 격전지가 이곳 용화산성이었다는 주장도 역사가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화천문화원 정종성(48) 사무국장은 “용화산 인근의 간척리 볏바위에 새겨진 글자가 통일신라시대 때 것으로 추정되고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화랑들의 무리가 용화낭도였다는 점 등을 들어 사학자 일부는 용화산의 유래를 조심스레 이같이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강 상류지점 끝자락에 있어 청동기, 철기시대때는 160여가구가 모여 살 만큼 융성했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해에서 북한강 물줄기를 따라 오르다 육지가 맞닿는 지점에 있는 용화산은 신라, 고구려, 백제의 격전지였고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최근에는 화천댐의 전력 확보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치른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다. 춘천에서 407호선 지방도로를 따라 달리다 화천읍을 지척에 두고 9번 군도로 접어 들어 도로 끝 지점까지 오르면 용화산 산행 초입에 이른다. 이곳에서 산 정상까지 40분 정도면 족하지만 초입부터 깔딱하다. 오르면서 10분쯤 간격으로 쉴 수 있는 바위들이 나타나 숨고르기를 도와 준다. 쉬면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바위 사이에 자리잡은 소나무와 멀리 보이는 산들이 절경을 연출한다. 바위를 밟으며 오르는 산행 동안 발 아래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절벽이 발끝을 간지럽히고 기기묘묘한 바위들에 얽혀 전해 내려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심바위·칼바위·아들바위… 바위마다 전설 가득 효자가 산삼을 캤다고 알려진 심바위, 바위가 자리를 깐 듯이 생긴 너럭석바위, 행상 뚜껑처럼 생긴 행상바위, 앉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아들바위, 칼을 세워 놓은 것 같은 칼바위, 주전자 모양의 주전자바위, 어린이들이 앉을 수 있을 만큼 큰 장수발자국바위, 물 흐른 흔적이 남아 있는 마귀할범 오줌 싼 자리, 말등바위, 곰바위, 집바위, 논바위, 독바위 등 모양 따라 해학이 넘쳐나게 붙여 놓은 바위들에 얽힌 이야기가 끝도 없다. 특히 주전자바위에 얽힌 이야기는 흥미롭다. 바위 모양이 마치 주전자부리처럼 생긴 바위는 예부터 가뭄이 들면 개를 잡아 ‘개적심’이라고 이름 붙여진 기우제를 지내오던 곳이다. 개를 잡아 주전자 부리 모양의 바위밑에 기우제를 지내고 피를 주전자 부리에 바르면 산신령이 피를 씻어내기 위해 비를 뿌린다는 전설 같은 얘기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가뭄이 크게 들었던 어느 해 마을주민들이 전해오는 얘기 대로 기우제를 지냈고 이튿날 비가 내렸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까지 전해온다. 용화산 정상에 있는 꼭지바위에 전해오는 얘기도 재미있다. 바위의 끝(꼭지)이 춘천 쪽으로 향해 있어 이 지역의 재물이 바깥 마을로 흐른다고 여겨 마을에 살던 한 힘센 장사가 바위 꼭지를 떼어냈다는 전설이다. 함께 산행에 나섰던 춘천국유림관리소 정필원(48) 화천경영팀 직원은 “용화산 정상쯤에 펼쳐진 바위마다 전설같이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많아 금강산 만물상처럼 스토리텔링의 자원으로 활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박진서(45) 화천민속박물관장은 “북한강 상류의 물길 끝자락에서 수천년 전부터 사람들을 품고 지낸 산이다 보니 농경문화와 어우러져 구전문화가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관광자원 보고 용화산 20년전 유황온천 발견 겨울 산천어 축제 백미 용화산은 온천관광단지로 지정됐다. 아직 개발되지 않아 미래의 관광자원을 간직한 곳이다. 산 아래 등산로 입구인 삼화리 마을에서 온천이 발견된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7월 이 마을에서 유황 온천이 솟아나면서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온천을 중심으로 휴가 등 여가활동을 위한 전원형 온천관광지로 조성해 화천지역의 관광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온천지역을 중심으로 땅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며 오히려 사업진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0년 온천개발계획 승인 이후 민간투자자들의 발길은 여전히 이어지지만 사업진척은 지지부진하다. 주민들 사이에는 차라리 관광특구를 해제해 달라는 주장까지 일고 있다. 하지만 화천군이 용화산을 중심으로 온천개발까지 묶어 제대로 된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취지의 청사진은 아직 유효하다. 최근 겨울의 산천어축제와 여름의 쪽배축제, 토마토축제 등 각종 축제로 산촌마을 화천지역의 명성이 크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을 호재로 삼고 있다. 100만명 안팎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축제가 펼쳐지면서 용화산 온천관광지구도 더불어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구나 수도권에서 춘천을 거쳐 화천에 이르는 교통여건이 좋아지면서 개발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내년 말 경춘선복선전철까지 개통되면 수도권 배후 관광도시로 각광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온천개발 인근인 간동면 간척리에 스키장까지 추진되고 있어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북한강 상류의 물길을 따라 자전거, 트레킹 코스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파로호 주변인 간동면 방천리 일대에도 관광단지가 만들어지면 용화산을 중심으로 한 온천관광 개발에도 민간인들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갑철 화천군수는 “용화산 일대가 지금은 등산객만 찾는 산이지만 수년내 온천지를 포함해 화천권의 관광개발 중심지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화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올 아웃도어 특명 ‘고밀도 초경량 소재’

    올 아웃도어 특명 ‘고밀도 초경량 소재’

    ‘1g이라도 줄이고, 1℃라도 높여라.’ 올해 아웃도어 업체에 내려진 특명이다. 미세한 원사로 제작한 ‘고밀도 초경량 소재’를 사용해 무게는 최소화한 제품이 대세다. 보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거위털 등으로 누비거나 인체에서 발산하는 원적외선을 흡수, 증폭시켜 신체로 환원시키는 광전자 섬유 등을 활용한 제품도 나왔다. 프랑스 브랜드 밀레가 남프랑스 브리타뉴·페리고르 지방 오리를 포함한 물새의 가슴털만으로 만든 다운 재킷은 이런 트렌드를 십분반영한 제품이다. 공기 함유량이 많은 민들레씨 모양의 가슴털이 가벼우면서 따뜻하다. 디자인면에서는 화사한 색상을 쓰고 퀼팅처리를 통해 가벼우면서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옷이 많다. 1935년 독일 뮌헨에서 탄생한 브랜드 사레와의 재킷은 방수·방풍 기능 원단에 허리라인을 살린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이다. 화려한 색상을 사용하고, 지퍼에도 배색효과를 주는 등 스타일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전문적 기능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결합하는 등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합친 ‘하이브리드 스타일 제품’도 늘어났다. 활동성을 높여주는 스트레치 소재를 방수·방풍·보온 등의 기능을 가진 소재와 혼합해 쓰는 방식이다. K2 기윤형 디자인실장은 6일 “아웃도어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고객들이 전문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동시에 근거리 산행이나 골프 등의 활동을 위한 아이템에도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이를 만족시켜주는 제품군이 예전보다 더 확대되었다.”고 말했다. 옷뿐만 아니라 등산화·배낭 등도 가벼움을 추구한다. 물보다 비중이 낮은 러버를 사용해 물에 뜨는 초경량 등산화, 어깨 무게를 분산시키도록 설계한 커브숄더 등산 배낭 등이 관심을 끈다. 블랙야크 등산화 ‘리얼야크’는 천연 가죽과 신축성 있는 소재를 적절하게 배합한 제품이다. 히말라야에 서식하는 야크 가죽에 고어텍스와 단열재를 추가한 내피를 대고, 여성화의 경우 파이론 등 가벼운 소재로 무게감을 덜어줬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컵라면 4만여개 한라산 등반 ‘지상最高 수송작전’

    컵라면 4만여개 한라산 등반 ‘지상最高 수송작전’

     ‘한라산 라면 열차를 아십니까?’  지난 2일 첫눈이 내린 한라산에는 요즘 백록담 바로 아래 해발 1900m 정상 부근까지 대규모 라면 수송작전이 한창이다.  한라산 성판악과 어리목에서는 매일 라면을 가득 실은 라면열차가 모노레일을 따라 진달래밭(해발 1500m)과 윗세오름(해발 1900m)을 향해 떠난다. 지상 최고(最高)의 컵라면 수송작전이 한라산 겨울나기의 진풍경이다.  한라산 적설기 등반시즌을 앞두고 등반객들의 얼어붙은 몸을 녹여줄 컵라면의 정상 수송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춥고 배고파야 라면 맛의 진수를 안다고 했던가. 군대시절 라면 맛도 잊을 수 없지만 등반 애호가들은 주저없이 겨울 한라산의 컵라면 맛을 최고로 친다.  눈속을 헤치며 고된 산행을 거쳐 백록담 바로 아래서 칼바람을 맞아가며 먹는 라면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등반애호가 임재용(45·제주시 연동)씨는 “컵라면이 없는 한라산 겨울 산행은 상상할 수가 없다.”며 “겨울 등반객들은 한라산 컵라면을 ‘행복’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부는 지난달 20일부터 겨울철 라면 수송을 시작했다. 판매도 여기서 맡는다.  한라산에 폭설이 내리면 화물운반용 모노레일인 열차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라면 운송에 나선 것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10여일 일찍 눈이 내리면서 라면수송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에는 헬기까지 동원해 라면을 운반했다.  올겨울 윗세오름대피소와 진달래밭대피소가 등반객을 위해 확보해야 할 라면은 무려 1800박스 4만 3200개.  모노레일 라면열차로 라면 4만 3200개와 라면물을 끓일 석유 등 월동용품을 정상 부근까지 수송하는 데 두달 정도가 걸린다.  라면을 싣고 성판악을 출발한 라면열차는 진달래밭대피소까지 2시간10여분, 어리목에서 윗세오름대피소까지는 1시간20여분이 걸린다. 이것도 속도가 많이 빨라진 편이다. 지난해 구형 모노레일은 이곳까지 라면을 옮기는 데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지난 한해 동안 한라산 웟세오름과 진달래밭대피소에서 팔린 컵라면은 무려 8700박스 21만여개. 한라산이 전국에서 가장 큰 라면 판매점인 셈이다.  컵라면 1개의 가격은 1300원으로 운반비를 감안하면 결코 비싼 편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300t 규모의 물탱크를 설치하고 인근에서 끌어온 샘물을 석유 버너로 끓여 컵라면을 만들어 준다.  한라산에 사는 까마귀들도 컵라면의 맛을 안 지 오래다.  라면 몇가락을 던져주면 까마귀들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진다. 다른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쓰레기는 등반객이 직접 가지고 하산하는 방법으로 해결한다. 이를 위해 컵라면을 사면 쓰레기 봉투 한장씩을 준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부 어리목사무소 박승윤씨는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갔던 돈내코 등산로가 15년 만인 다음달부터 재개방될 예정이어서 라면 수요가 더 늘 전망”이라면서 “라면 수송은 힘들지만 등반객이 컵라면 하나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