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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유일 ‘바다에서 수영하는 코끼리’ 은퇴 준비

    긴 코로 물을 뿌리고 먹는 코끼리의 모습은 익숙한 광경이나 바다에서 헤엄치는 코끼리가 있다면... 인도 뱅갈만 해브락 섬에 특이한 코끼리가 있다. 한 외신이 ‘세계에서 유일한 바다에서 헤엄치는 코끼리’라고 표현한 아시아 코끼리 ‘라잔’ 이다. 무려 61년이나 산 코끼리 라잔은 바다를 헤엄치거나 정글 안을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원래 라잔의 일은 목재를 섬에서 섬으로 헤엄쳐 옮기는 것. 그러나 삼림 벌채가 금지되면서 현재는 카메라 작가들의 모델이 되어주고 그 돈으로 약 6,500만원의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이 빚은 코끼리가 자유의 댓가로 주인인 나즈룰(59)이 빚진 것. 현재는 빚을 거의 갚아 이젠 편안한 여생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 코끼리의 수명이 60-70년 정도이기 때문에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것. 이 사진을 촬영한 주디 맥도널드는 “코끼리가 바다에서 수영하는 장면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며 “라잘 자신이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 나즈룰은 “라잘은 자신이 수영하고 싶을 때만 헤엄친다. 이제 라잘의 수명이 다 돼서 은퇴의 시기가 왔다.” 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초안산 골프장 부지 생태공원 된다

    집단 민원과 소송 탓에 수년간 흉물로 남았던 서울 초안산공원 내 골프연습장 부지가 생태 공원으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도봉구 창1동 산157 일대 초안산공원 내 골프연습장 계획 부지 1만 7851㎡와 인근 배나무밭 1만 213㎡에 대한 토지 보상을 마치고, 다음 달 공사를 시작해 연말까지 생태 체험 위주의 지역 거점 공원을 조성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지역은 1997년 골프연습장으로 사업 시행 인가가 난 이후 주민들의 건립 반대와 함께 사업 시행자와 도봉구청 사이의 행정심판, 대법원까지 가는 행정소송 등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008년 골프연습장 사업 시행자 승소로 공사가 시작됐으나 주민들의 저지와 사업 시행자의 강행으로 인해 3년여 동안 녹지가 훼손되고 지반이 노출된 채 방치돼 왔다. 시는 사업 시행자를 설득해 부지 매입에 합의했고, 2009년부터 시비 150억원을 들여 보상을 마무리했다. 시는 이곳에 암석원과 생태계류장, 다목적 잔디광장, 주민 참여형 텃밭공원, 전망대 등을 조성하고 배나무밭에는 자연 학습과 생태 교육을 할 수 있는 체험 공간, 억새원, 휴게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시는 앞으로 초안산공원과 인접한 지역의 보상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산책로를 연결해 전체 8만 2000㎡ 규모의 지역 거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토지 보상비 부족으로 골프연습장 등 민간 수익 사업을 유도했던 1990년대 행정의 문제점을 10여년 지난 이제서야 해결하게 됐다.”며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지역별 맞춤형 공원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홍수아 산책 굴욕… “모자도 안 썼는데 아무도 못 알아봐”

    홍수아 산책 굴욕… “모자도 안 썼는데 아무도 못 알아봐”

    홍수아 산책 굴욕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배우 홍수아가 18일 산책 굴욕 사실을 털어놓으며 애완견과 산책 중인 사진 세 장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공개해 눈길을 끈 것. 홍수아는 “오랜만에 산책. 봄바람 살랑살랑 따뜻한 날씨. 나보다 더 신난 아기들”이라는 글로 행복한 산책 길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모자를 안 써도 아무도 날 몰라본다”며 귀여운 투정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홍수아는 레깅스에 운동화로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흰색 셔츠형 드레스로 여성스러움도 놓치지 않았다. 홍수아 산책 굴욕 사실을 접한 팬들은 “너무 예뻐서 못알아 본 것 아닐까”, “편안한 차림인데도 너무 아름답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수아는 현재 MBC 일일연속극 ‘남자를 믿었네’에서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한 인물 하정민 역을 맡아 출연하고 있다. 사진 = 홍수아 미니홈피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온라인뉴스부
  • “고향 베트남에 계신 할머니 생각에…”

    “고향 베트남에 계신 할머니 생각에…”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고향 할머니 생각으로 눈물이 멈출 줄 몰랐어요.” 지난 15일 오전 10시 성동구 홍익동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낯선 이국 땅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17명이 치매·중풍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안마를 해드리거나 휠체어를 밀며 산책을 시켜드리는 등 정성스레 보살폈다. 뇌졸중(중풍)을 앓는 분들에게는 서툰 한국어로 동화책을 읽어드리기도 했다. 인근 성동구 외국인근로자센터 청년회인 ‘아시안프렌드십’ 회원들은 지난달부터 이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시안프렌드십은 베트남과 파키스탄 등 10개국 30여명이 참여한 소모임으로 매월 첫째·셋째 일요일마다 센터에 모여 외국인근로자 인권과 처우문제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사회적 약자로 도움을 받던 이들이 봉사에 나선 것은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을 나누자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특히 한 베트남 출신이 인터넷 카페에 ‘모국에 둔 할머니 생각’이라는 봉사활동 소감을 올리면서 불이 붙었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마호메드(31·파키스탄)는 “제가 받은 사랑을 더 버겁게 살아간 분들과 함께 나누며 보낸 하루여서 무척 보람 있었다.”며 “언제까지 한국에서 일할지 모르지만 봉사활동엔 빠지지 않고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동구는 2001년 전국 최초로 외국인근로자센터 설치 및 관련 조례를 제정했으며, 이주아동을 위한 ‘지구촌학교’와 한국어·컴퓨터 교실, 이주여성을 위한 직업 상담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눈여겨볼만한 아파트] ‘춘천 아이파크’ 493가구 이달 말 공급

    현대산업개발은 이달 말 춘천지역의 첫 번째 아이파크인 ‘춘천 아이파크’를 공급할 예정이다. 강원 춘천시 동면 장학리 880일대에 지어질 춘천 아이파크는 지하 1층~지상 15층 총 7개동 493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84~119㎡인 중형으로 구성됐다. 봉의산과 구봉산 조망이 가능하고 소양강과 동면저수지가 인접한 입지적 장점을 살린 춘천 아이파크는 4계절 내내 이용 가능한 온실형 휴게공간과 산책로 주변에 미니 수목원 등이 조성되며, 단지 내에 헬스 및 스크린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피트니스센터도 설치된다. 단지는 남향 위주로 배치했다. 단지 인근 동면인터체인지(IC)를 통해 서울~춘천고속도로 진입이 쉽고, 경춘선 복선전철을 이용하면 서울까지 1시간대에 출·퇴근할 수 있다. 춘천의 명문교인 춘천여고가 2012년 단지 인근으로 이전 예정이며, 만천초교·강원중고·춘천기계공고, 한림대·한림성심대·강원대·춘천교대 등이 가까이 있다. 견본주택은 춘천 시내 공지천 사거리 인근에 오는 27일 문 열 예정이다. 1577-6470.
  • [Weekly Health Issue] 만성피로 해소 이렇게…하루 7시간은 숙면을 제철음식 챙겨 먹어야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수면 부족·과음 등으로 신체리듬이 깨지면 피로감을 느끼는데, 이런 증상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곧 해소된다. 이와 달리 만성피로는 잘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피로감이 1개월 이상 계속되면 지속성, 6개월 이상 계속되면 만성으로 구분한다. 이런 만성피로 예방에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기본이다. 최근 영국 워릭대학의 프란시스코 카푸치오 박사는 “하루 적정 수면시간은 7시간이며, 수면시간이 6시간에 못 미치면 심장병과 뇌졸중에 의한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햇빛을 쬐며 산책을 하거나 간단한 식후 산보, 어깨나 허리·등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도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감을 덜어준다. 식생활에서는 무엇보다 제철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봄에는 인체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비타민 소모량이 늘기 때문에 냉이, 달래 등 비타민이 많은 봄나물을 충분히 먹어주는 게 좋다. 비타민A가 많은 냉이는 피로감 회복을 돕고, 달래는 숙면에 도움을 준다. 미역·다시마 등 미네랄이 풍부한 해조류도 피로회복에 좋다. 커피 등 카페인 음료 대신 전통차를 권한다. 구기자차에는 피로회복에 좋은 비타민과 필수 아미노산이 많고, 매실차에 들어있는 구연산은 피로물질인 젖산 배출을 도와 준다. 과음과 흡연, 인스턴트 식품이나 탄산음료는 가능한 한 피하도록 한다. 최세희 원장은 “일반인들이 피로를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아 방치하기 쉽다.”면서 “피로감이 계속되면 자신의 건강상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눈여겨볼만한 아파트] ‘강서 힐스테이트’ 850여가구 일반공급

    현대건설은 이달 말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화곡3지구를 재건축한 ‘강서 힐스테이트’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21층 37개동 전용 59~144㎡형 총 2603가구 규모다. 이중 850여 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이 걸어서 2분 거리에 있고, 화곡역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에 내발산, 우장초등학교가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며 입주는 2014년 5월 예정이다.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수상한 친환경 시설물인 ‘자연에너지 놀이터’와 ‘친환경 생태 자전거 보관대’ 등도 설치된다. 자연에너지 놀이터는 단지 내 어린이들이 직접 친환경 에너지를 경험해볼 수 있는 교육적인 놀이공간이다. 태양광 뮤직 파고라는 사람이 접근할 경우 센서가 작동해 조명이 켜지고 온라인으로 음악이 제공되는 최첨단 시스템이다. 에코놀러지 자전거 보관대는 단순한 자전거 보관대를 자연과 첨단기술을 융합한 미래 지향적인 친환경 시설물로 격상시켰다. 아트&컬처가든, 자전거 하이킹 및 산책이 가능한 ‘화곡 둘레길’도 선보일 예정이다. 1577-7755.
  • 식민지 조선의 강요된 ‘명랑화 운동’

    대략 2년 전쯤의 일이다. 소래섭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는 1930년대 작가인 박태원과 김기림의 작품 속에 ‘명랑’(明朗)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 교수는 이후 일제강점기 신문과 잡지를 탐색해 ‘명랑’의 문화사적 의미 변화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명랑’의 끝자락에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암울한 현실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유쾌하고 활발하다.’는 뜻의 평범한 단어 하나에 놀라운 역사적 역설이 숨겨져 있었던 것. ‘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명랑이란 단어에 주목해 우울한 근대를 읽어낸다. 총독부와 근대 자본주의가 강요한 명랑의 홍수 속에서 1930년대는 웃음이 넘쳐난 시대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대다수 지식인과 예술가, 학생, 노동자들은 우울에 젖어갔다. 저자는 일제가 당시 조선에선 잘 쓰이지 않던 ‘명랑’이란 단어를 의도적으로 앞세우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총독부가 벌인 ‘대경성 명랑화 프로젝트’가 단적인 예다. 경성이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보건 위생과 치안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자, 총독부는 이를 바로잡겠다며 도시 명랑화 정책을 펴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체제에 저항하는 세력을 억압하고 체제순응형 인간을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경성에 ‘명랑’이란 감정이 이식되기 시작했다. 학교는 ‘언행일치의 명랑한 인격’을 양성하라는 지침에 따라 ‘모범 인간’ 양성에 나섰고, 주류 언론들은 퇴폐적이고 저속한 유행가 대신 명랑한 유행가를 현상 공모하기도 했다. 산책 즐기는 남자를 부축해주는 ‘스틱 걸’과 당구장에서 손님과 함께 게임을 하는 ‘빌리어드 걸’, 주유소의 ‘가솔린 걸’ 등 화려한 용모와 미소로 명랑을 꽃피우는 온갖 ‘걸’들이 출현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러한 ‘강요된 명랑’의 잔재는 ‘명랑화 운동’이나 ‘사회 명랑화 캠페인’ 등을 통해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저자는 1990년대 이후 ‘명랑화’라는 말은 자취를 감췄지만 자신의 감정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순응만을 강요하는 명랑화는 ‘행복화’나 ‘쿨’ 등의 레토릭으로 대체된 채 여전히 살아있다고 꼬집는다. 88만원 세대의 ‘쿨’ 또한 1930년대 ‘명랑 가면’의 21세기 버전에 불과하다는 것. 저자는 만화 명랑소녀 캔디를 통해 ‘외로워도 슬퍼도’식 명랑화로부터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진정한 명랑이란 자신의 진실한 감정과 대면하고 슬픔까지 껴안을 수 있을 때만 찾아오는 것이니, 바늘로 허벅지 찔러가며 쿨한 척 애쓰지 말고 자기 감정의 주인이 되라.”고 말이다. 1만 3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경기 안성 호밀밭·복거마을

    경기 안성 호밀밭·복거마을

    들녘이 하루가 다르게 연둣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멀지 않은 거리에 근사한 봄 풍경이 펼쳐지는 곳을 찾는다면 경기도 안성이 좋은 대안이 됩니다. 특히 신록의 계절 5월에는 일부러라도 안성의 호밀밭을 찾을 만합니다. 도시에서는 쉬 보기 어려운 너른 초록의 대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안성에는 이 밖에도 의외의 볼거리들이 많습니다. 먹거리 또한 ‘안성맞춤’이어서 근교 여행지로 제격입니다. 초록의 바다가 일렁인다. 호밀밭이다. 보리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초록이 짙고 키도 훤칠하게 크다. 봄바람은 먼저 언덕 위 미루나무를 흔들고, 뒤이어 호밀밭을 훑고 지나간다. 그때면 호밀밭은 일렁이는 파도와 영락없이 닮았다. 시인 이수영이 ‘풀’에서 읊조렸듯 ‘바람보다 빨리 눕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까닭이다. 호밀밭은 농협중앙회에서 운영하는 안성목장의 일부다. 올 9월께 농촌체험시설인 ‘안성팜랜드’로 공식 개장할 예정이다. 안성목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세워진 ‘한독 시범농장’이 모태다. 당시 서독의 낙농시설에 감탄한 박 대통령은 목장 건설에 힘썼고, 마침내 1969년 서독에서 차관과 낙농기술자들을 들여와 본격적인 낙농사업을 벌였다. # 30만평 너른 춤판 이달 말이면 사료로 사라져 이용하 안성팜랜드 과장에 따르면 128만 9000㎡(약 39만평) 목장 가운데 호밀밭은 30만평쯤 된다. 호밀은 대체로 사료, 혹은 자운영처럼 지력(地力)을 높이기 위한 천연 비료 등의 목적으로 쓰인다. 안성목장 호밀밭도 비슷하다. 5월 말, 늦어도 6월 초면 호밀을 수확해 가루로 만든 뒤 가축들의 사료로 쓴다. 이처럼 너른 풀밭과 마주할 기회도 5월 말이면 사라진다는 얘기다. 게다가 ‘안성팜랜드’가 공식 오픈한 이후에는 입장료를 받을 예정이라니, 무시로 드나들던 시골의 정취 또한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인 셈이다. ‘호밀밭 파수꾼’은 대여섯 그루의 키 큰 미루나무들이 맡고 있다. 호밀밭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선 미루나무는 사진가들은 물론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만점의 피사체다. 호밀밭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보리밭과 비슷하다. 다만 호밀은 어른 가슴 높이까지 웃자라 잔바람에도 쉬 일렁인다. 호밀밭에 서면 청량하다. 크고 작은 초록빛 파도가 벌이는 싱그러운 춤판을 보자니 머리가 절로 상쾌해진다. 호밀이 베어진 자리엔 옥수수를 심는다. 한여름엔 드넓은 옥수수밭이 또 다른 볼거리가 될 터다. # 호랑이 담배피는 마을… 항아리 2500개 장관… 푸른 하늘과 맞닿은 목장 한편엔 승마 체험장도 마련돼 있다. 도심에서는 쉬 보기 어려운 암갈색 말들이 뛰논다. 건장한 말들을 보고만 있어도 약동하는 봄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승마센터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승마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승마는 1만원(10분), 가족체험승마는 7만원(1시간, 3인 기준), 숙련자용 승마이용권은 5만원(50분)이다. 쿠폰 회원제도 운영하고 있다. 평일 기준 13장에 40만원(장당 50분, 주말은 50만원)이다. 금광면 신양복리 ‘복거마을’은 벽화와 조형물로 예쁘게 꾸민 ‘예술 마을’이다. 수령 400년을 헤아리는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120여가구, 300여명의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호랑이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마을 전체를 호랑이 컨셉트로 꾸몄기 때문. 마을 뒷산이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형세라 ‘복호리’라 불린 옛 지명에서 착안했다. 지붕 위로 호랑이가 걸어다니고, 담벼락엔 호랑이가 담배 피우는 모습도 그려 넣었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50여점이다. 쇠로 만든 ‘호랑이를 기다리며’를 비롯해 ‘옥상 위의 호랑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등이 마을을 찾은 이방인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걸어준다. 마을회관 입구의 흙으로 만든 ‘마을지도’를 본 뒤 꼼꼼하게 둘러보길. 꼭 담장벽화나 조형물이 아니더라도 아담하고 소박한 마을의 정취를 한껏 엿볼 수 있다. 인근의 금광저수지도 돌아볼 만하다. 서일농원은 ‘장독대’로 유명하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장류를 연구하고 생산·판매하는 곳이다. 2500여개의 항아리가 줄지어 늘어서 장관을 펼친다. 볕이 잘 드는 장독대 입구엔 금줄이 매어 있다. ‘장독대는 마음을 정갈하게 해야 하는 신성한 곳이므로 출입을 금한다’는 경구도 적어 뒀다. 장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만큼 재료에 쏟는 관심도 각별하다. 메주는 국산콩으로 만들고, 소금도 전남 영광의 광백사 천일염을 간수가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3년 동안 기다렸다가 사용한다. 물 또한 농원 안의 150m 암반을 뚫고 솟아오르는 청정수를 사용한다. 식당 겸 매점인 ‘솔리’에서 된장찌개, 청국장 정식 등을 맛볼 수 있다. 서일농원 안에 곧게 뻗은 소나무들은 전북 임실군의 수몰지구에서 가져온 것으로, 물에 잠길 운명에 처한 것들을 옮겨 심었다. 자그마한 연못 주변에는 황톳길이 조성돼 있어 산책을 즐기기 좋다. 글 사진 안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안성나들목을 나와 안성 방향 38번 국도로 갈아탄다. 직진하다 평택충주고속도로 고가 교차지점 아래 레드페이스 의류점을 끼고 우회전, 302번 지방도를 타고 곧장 가면 농협 안성목장교육원이다. 여기서 좌회전한 뒤 첫 번째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면 안성목장 호밀밭이다. 653-2033. 서일농원(673-3171)이나 호랑이마을(671-3022) 등을 먼저 둘러보려면 중부고속도로 일죽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낫다. ▲맛집 안일옥(675-2486)은 80년 전통의 곰탕집이다. 곰탕 7000원, 한성맞춤우탕 1만 8000원. 고삼묵집(672-7026)은 아직도 아궁이에 불을 때 묵을 쑨다. 도토리묵밥 6000원. ▲주변 관광지 안성맞춤박물관은 안성유기 등 안성의 문화유산을 엿볼 수 있는 테마박물관이다. 관람료 500원. 676-4352~3. 안성은 조선 말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가 이끄는 남사당패의 본거지가 있던 곳. 올해부터는 남사당놀이 상설공연이 새로 지어진 남사당공연장에서 매주 토·일요일 열린다. 678-2518. 태평무전수관(676-0141)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무료 전통춤 공연이 펼쳐진다. 영화 ‘섬’(2000년) 촬영지인 고삼저수지도 둘러볼 만하다. 고삼면사무소 678-3981.
  • 나는 영국 시골에서 귀족처럼 쉰다

    영국만큼 과거를 부둥켜안고 사는 나라가 있을까? 옛것을 오롯이 간직하고 살며, 그 자부심으로 오늘을 사는 영국인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보존하려는 것은 왕정 체제와 각국에서 강탈해 온 대영박물관의 유적들만은 아니다. 영국만큼 과거를 부둥켜안고 사는 나라가 있을까? 옛것을 오롯이 간직하고 살며, 그 자부심으로 오늘을 사는 영국인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보존하려는 것은 왕정 체제와 각국에서 강탈해 온 대영박물관의 유적들은 아니다. 글 사진 = 최승표 기자 / tktt@traveltimes.co.kr 영국의 중세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코츠월드(Cotswolds) 지방에서는 사람과 자연과 낡은 건물이 공존하고 있다.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어울림의 멋을 간직한 풍경은 여행자에게 안식을 준다 나는 영국 시골에서 귀족처럼 쉰다 영국만큼 과거를 부둥켜안고 사는 나라가 있을까? 옛것을 오롯이 간직하고 살며, 그 자부심으로 오늘을 사는 영국인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보존하려는 것은 왕정 체제와 각국에서 강탈해 온 대영박물관의 유적들만은 아니다. 시골 지역이야말로‘옛 영국’의 멋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들의 자부심이다. 런던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보석 같은 마을을 찾아 떠났다.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가진 코츠월드(Cotswolds) 지방에 들러 동화같은 마을을 산책했고, 도자기마을 스토크온트렌트(Stoke-on-trent)에서는 중세 귀족들처럼 고급스러운 찻잔에 애프터눈티를 즐겼다. 21세기로 돌아오기 싫었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주한영국관광청 www.visitbritain.co.kr 1 코츠월드는 영국 중부와 남부에 걸친 구릉지대이다. 푸른 초지 위에서 풀을 뜯는 양떼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 3 버튼온더워터는‘영국의 작은 베니스’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물과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을 자랑한다. 코츠월드의 수많은 마을 중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곳이다 전원에 안겨 누리는 보편적 쉼 COTSWOLDS ‘영국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영국 고유의 문화들이란 런던 같은 대도시보다는 지방의 마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영국식 정원, 영국식 휴가 문화, 영국식 아침식사, 심지어 영국식 영어발음까지. 하여 이번 여행에서는 런던을 비껴 북서쪽에 위치한 코츠월드(Cotswolds) 지방으로 향했다. 초록의 풍경 속을 거닐며 심신의 안식을 누렸고, 중세시대의 귀족처럼 500년 묵은 호텔에서 잘 먹고, 잘 쉬었다. 해리 포터를 탄생시킨 동화마을 런던을 출발해 옥스퍼드(Oxford)로 가는 기찻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어딘가 익숙하다. 완만한 구릉의 초지에는 소 떼, 양 떼가 뒹굴고 있고, 오래된 주택들에서는 장작을 때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유럽의 여느 시골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허나 옥스퍼드역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향해 가자 진한 벌꿀색의 낡은 주택들이 나타나면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코츠월드의 동쪽 관문 위트니(Witney)에 접어든 것이다. 영국 중서부와 남부, 6개 주에 걸쳐 있는 구릉지대인 코츠월드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을 품고 있다. 미국의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코츠월드를 여행하고 “영국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정교하게 꾸며진 전원 풍경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분통이 터지도록 그 사실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데 빌 브라이슨의 지적은 조금 잘못됐다. 코츠월드는 중세시대 양모 산업의 중심지로 부유층이 몰려든 후로 지금까지 부호들의 휴양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런던에 사는 도시인들에게는 코츠월드에 별채를 소유하고, 주말마다 휴식을 취하는 게 로망이라고 한다. 브라이슨은 코츠월드의 상징인 석회석 돌담벽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분통이 터진다고 한 것이리라. 군데군데 남아 있는 야트막한 돌담벽과 목가적인 전원 풍경은 제주도와 어딘가 닮아 있다. 돌담과 가옥의 구성물이 현무암이라는 사실만이 눈에 띄게 다를 뿐이다. 그래서일까? 영국 국립 걷기 코스의 일부인 ‘코츠월드웨이(Cotswolds Way)’는 지난해 제주올레와 ‘우정의 길’ 협약을 맺었다. 코츠월드웨이는 남쪽의 배스(Bath)에서 북쪽의 치핑 캠든(Chipping Campden)에 이르는 160km의 도보여행 코스로 험난한 오르막길은 없고, 느릿느릿 걸으며 풍광을 즐기고 예쁜 마을들에서 농촌 사람들의 일상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올레길과 흡사하다. 코츠월드라는 지명보다 그 풍경이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숱한 영화가 이곳을 배경으로 하는 까닭이다.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은 코츠월드 지방의 예이트(Yate) 마을에서 나고 자랐으며, 영화 장면 중 일부를 코츠월드에서 촬영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섀도우랜드> 등도 코츠월드를 배경으로 했다. 코츠월드와 인연이 깊은 유명인들도 많다. 영화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촬영이 없을 때 북부 코츠월드에 있는 자신의 집에 머문다고 한다. 찰스 왕세자도 어릴 적 이곳에서 자랐고, 폴로를 배웠다고 한다. 차를 타고 목초지가 펼쳐진 길을 달리는데 왕가의 후손처럼 보이는 소년들이 폴로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6개 주에 걸쳐 있는 코츠월드에는 약 200개의 마을이 있다. 각각의 마을들은 가옥의 형태가 조금씩 달라 고유한 매력을 가졌으니 머무를 마을을 결정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숙제가 아니다. 돌담과 가옥을 구성하는 석회석은 북쪽 지역은 진한 노란색을 띠고, 남쪽으로 갈수록 검은 빛깔이 강해진다. 코츠월드의 마을 중에서 바이버리(Bibury)는 영국에서 가장 예쁜 마을로 손꼽힌다. 콜른(Coln) 강이 잔잔히 흐르고 송어가 평화로이 헤엄을 치고 있다. 동화 속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집들은 코츠월드의 어느 마을보다 동화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바이버리는 아트 & 크래프트 운동을 주도했던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가 가장 사랑했던 마을이기도 하다. 예술마저 대량생산되던 산업혁명의 시대에 반기를 들고 수공예를 활성화시킨 예술가의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인 마을이라니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코츠월드에서 가장 대중적인 마을로는 버튼온더워터(Burton on the Water)가 꼽힌다. ‘영국의 작은 베니스’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 마을에는 청계천보다 얕은 냇물을 사이에 두고 아기자기한 앤티크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마을 곳곳에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모터 뮤지엄에는 구식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이 전시되어 있고, 버튼온더워터 마을을 9분의 1 크기로 축소시켜 놓은 모델빌리지도 흥미롭다. Gardens & Gardeners 영국식 정원은 ‘상상력’이다 코츠월드의 예쁜 마을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원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지만 각 마을마다 인간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신비한 정원을 곳곳에 품고 있다. 몸체 속에 작은 인형을 겹겹이 품고 있는 러시아 인형처럼 정원 속에는 작은 텃밭이 감춰져 있고 텃밭에 뿌리내린 각각의 식물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다. 영국은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나라 전체에 숱한 정원을 갖고 있다. 런던에 있는 하이드파크(Hyde Park)도 정원의 확장에 다름 아니다. 영국 시골 정원의 주인은 중세시대 지주들이었고, 런던 정원의 주인은 왕이었기에 권력의 크기만큼 정원의 크기가 차이가 날 뿐이다. 영국을 벗어나도 영국인들이 스쳐간 곳에는 어김없이 근사한 정원이 있게 마련이다. 미국과 영연방 제국에는 어김없이 보태닉 가든, 영국식 정원이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영국인들은 왜 이렇게 정원에 열광할까? 지금의 ‘영국식 정원’은 18세기를 거치면서 급속히 확대됐다고 한다. 당시 영국 귀족들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절대 권력과 엄격한 이념에 대항해 자유로운 정신을 정원에 표현해냈다. 그러니까 영국식 정원이란 자연의 모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속박에 대한 반동이었으며, 상상력의 표출 창구였던 것이다. 영국식 정원들은 정형화된 정원의 패턴을 과감히 거스른다. 독특한 형태의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진한 풀꽃향기를 맡으면 꿈에서나 보았던 ‘비밀의 화원’에 온 듯한 착각이 절로 든다. 코츠월드에는 영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정원들이 많다. 영국 HHA(Historic Houses Association)에서는 매년 ‘올해의 정원’을 선정하고 있는데 코츠월드 지방에 있는 정원들이 단골로 이 상을 거머쥔다. 버튼온더힐(Burton on the Hill) 마을에 있는 버튼하우스가든을 찾았다. 3월의 정원은 초록의 단색만이 그득했다. 나무를 손질 중이던 백발의 정원사는 “4월에 접어들면 거짓말처럼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필 것입니다”라고 소년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2006년에 ‘올해의 정원상’을 받은 이 정원은 18세기 영주가 살았던 곳으로 코츠월드의 정원은 단지 풀과 꽃을 구경하는 공간만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수시로 자선행사가 열리며, 사진전, 미술전도 열리고, 예식장으로도 사용된다. 다음으로 1988년 ‘올해의 정원’으로 선정된 반슬리하우스에 들렀다. 시런세스터(Cirencester)에 위치한 반슬리하우스도 화려한 정원을 가진 17세기 영주의 주택이었으나 2001년 럭셔리한 호텔로 재탄생했다. 수백년 된 건물의 내부를 모던한 분위기로 180도 변화시켰으며, 호화로운 스파까지 갖췄다. 24개 객실은 모두 다른 디자인으로 설계했으며, 독립된 별채는 동남아 풀빌라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랑한다. 투숙객들로 하여금 중세 귀족이 된 듯한 환상에 빠지도록 완벽하게 연출된 공간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2 영국인들은 정원 속에 그들의 상상력을 담는다. 중세 말, 유럽의 정세가 격변할 때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던 영국인들의 자유분방한 의식이‘영국식 정원’의 출발지점이다 3 중세 귀족들의 주택은 20세기를 거치면서 근사한 호텔로 변모했다. 반슬리하우스는 동남아 풀빌라를 무색케 하는 화려함을 갖췄다. 고풍스러운 외관에 모던한 실내는 영국이 아니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조화다 1 코츠월드는 시간마저 17세기에 멈춘 듯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2 테트버리(Tetbury)에는 7세기에 지어진 성모마리아 교회가 있다. 이 교회 또한 코츠월드산 석회석으로 지어져 벌꿀색을 띈다 3 코츠월드는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굳이 촬영을 위한 세팅이 필요 없어 보인다. 오래된 호텔에는 낡은 책들이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다 4‘ 비교적’번화한 테트버리 중심가에는 앤티크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5 봄을 기다리는 정원은 정원사들의 세심한 손길로 다듬어지고 있었다 6 코츠월드에는 작은 호수가 많고 호수에는 어김없이 백조가 있다. 호텔 이름 중‘스완(Swan)’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7 마을마다 자리한 교회의 한 켠에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비석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묘지의 분위기는 스산하기보다 정겹다 Accomodation 영국 시골 여행을 위한 최선의 선택 영국 시골 여행의 정수는 호텔에서 누릴 수 있다. 코츠월드에서 ‘호텔=잠자는 곳’이라는 등식은 절대 성립되지 않는다. 근사한 정원을 갖추고 있으며,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중세 귀족들이 누린 호사로운 문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까닭이다. 호텔 안에 정원이 있다는 느낌보다는 정원 속에 호텔이 있다는 느낌이다. 이른 아침 지저귀는 새소리에 창을 열면 비밀의 화원에서 하룻밤을 난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코츠월드의 호텔들이 가진 미덕이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호텔이 20개 전후의 객실만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4개뿐인 곳도 있다. 체인 호텔이란 찾아보기 어렵고 , 어느 호텔을 막론하고 주변의 경관을 해치는 튀는 디자인도 없다. 가격은 런던의 호텔보다 훨씬 저렴하니 오래 머물기에도 좋다. 코츠월드의 호텔들은 한결같이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17세기풍’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실제 17세기부터 시작된 호텔의 역사를 의미한다. 오래된 외관은 우리의 고택을 연상시킨다. 차이점이 있다면 뛰어난 보존정신과 현대 디자인의 요소를 적절히 수용했다는 데 있다. 위트니에 있는 올드스완(Old Swan) 호텔은 15세기 여관이 스파까지 갖춘 고급 호텔로 재탄생한 곳이다. 16개 객실은 최소한의 레노베이션으로 중세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며, 46개 객실은 외관은 그대로 두고, 실내만 모던한 분위기로 변화를 꾀했다. 낚시와 승마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고, 최근에는 스파 시설도 선보였다. 올드 스완은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영문학자 C.S 루이스가 애용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바이버리에 있는 스완 호텔은 콜른 강을 앞에 두고 너른 정원을 간직하고 있어 코츠월드 내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 객실은 단 22개뿐이다. 코츠월드에는 호텔뿐 아니라 B&B(Bed & Breakfast), 게스트하우스도 많다. 가이드에게 “미국에서는 B&B란 통상 저렴한 숙소를 일컫는데 코츠월드 같은 부호들의 휴양지에 있다는 게 어색하다”고 말하자, 콧방귀로 답을 대신했다. 그리고는 “코츠월드의 B&B는 비싼 호텔을 가지 못한 여행객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영국 농촌에서의 휴가를 누릴 수 있는 최선의 숙소 형태”라고 설명했다. 세대를 거듭하며, 정원을 다듬고, 몇 되지 않는 객실을 애정을 갖고 보존해 온 주인들의 시골 사람 인심을 체험하고 싶다면 호텔보다 B&B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호텔이든 B&B든, 예약은 서둘러야 한다는 것. 야생화가 만발하는 봄철에 코츠월드를 방문하려면 최소한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안전하다. 코츠월드관광청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다양한 숙소 정보와 유용한 여행 팁도 얻을 수 있다. www.cotswolds.com 1, 4 위트니에 위치한 올드스완 호텔은 6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레노베이션을 최소화한 객실에 머물면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2 영국 시골 여행의 미덕은 영국인들이 애써 지켜온 그들의 휴가문화를 오롯이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17세기 영주들의 주택을 개조한 고급 호텔들은 실내를 모던한 디자인으로 꾸몄다. 햇볕 드는 밝은 객실은 아늑한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 food 미식가, 대식가를 만족시킨 영국의 맛 영국에 대한 가장 ‘억울한’ 편견 중 하나는 음식에 관한 것이다. ‘피쉬 앤 칩스를 제외하고는 먹을 게 없다’거나 ‘양은 많고 짜기만 하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3~4시간씩 수다를 떨며 와인과 함께 식사를 하는 비상식적인 사람들(프랑스)과 지중해의 축복으로 연중 식재료가 풍부한 아랫동네 허풍쟁이들(이탈리아) 때문에 저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영국인들은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시골에서는 이 편견이 여지없이 깨지기 마련. 지방에서 재배한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들은 충분히 우리의 미각을 만족시켜 준다. 코츠월드에서의 아침식사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라는 고유명사를 낳았을 정도로 영국의 아침 밥상은 특별하다. 풀 브렉퍼스트라고도 불리는 영국 조식은 이름처럼 양이 많다. 호텔에 따라 뷔페식으로 알아서 가져다 먹는 방식이 있지만 주문형으로 큼직한 접시에 음식을 꽉 채워서 정성스레 가져다 주는 경우는 양이 정말 많다. 소시지, 베이컨, 블랙푸딩(순대와 비슷한), 스크램블 에그, 칠리 콩, 구운 토마토, 삶은 버섯, 감자 튀김이 기본이다. 식성에 따라 보기만 해도 질릴 수 있다. 각종 빵과 과일, 시리얼까지 곁들여지면 위장이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기자의 식성 탓일까? 어느 나라에서의 조식보다 영국식은 만족스러웠다. 단지 배만 부른 것이 아니었다. 어느 음식 하나 대충 만들어진 것이 없었다. 이에 비하면 시리얼과 빵 조각, 커피로 아침을 떼우는 콘티넨탈 조식은 요기만 면하는 수준이다. 영국에서 먹는 문화의 대표격은 ‘애프터눈 티’라 할 수 있다. 영국은 어디를 가나 호텔이나 찻집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지만 한 폭의 그림 같은 코츠월드의 절경과 함께하는 맛은 비교할 수 없다. 따뜻하게 구워낸 스콘과 함께하는 홍차 한잔은 오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특히 영국의 홍차 맛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차 때문에 전쟁까지 불사한 나라가 아니던가. 영국에서는 최근 음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맛없는 음식의 나라’라는 불명예를 떨치기 위해 국가적으로 스타 요리사를 집중 육성시켜 음식관광의 활성화를 노리고 있을 정도다. 이와 별도로 10년 전 구제역으로 나라 전체가 홍역을 앓은 뒤, ‘믿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가닉푸드(Organic Food)가 대두됐다. 코츠월드에는 유기농 을 ‘라이프 스타일’로 확장시킨 데일스포드(Daylesford)가 유명하다. 최근 한국 백화점에도 진출해 우리에게 익숙한 데일스포드는 직접 농장에서 재배한 유기농과 기른 가축을 판매하는 상점과 식당, 유기농 화장품으로 즐기는 스파 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며, 영국인들은 물론 코츠월드를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www.daylesfordorganic.com 5 영국은 오가닉 푸드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유기농을 직접 생산해 다양한 제품으로 판매하는 데일스포드는 코츠월드에서도 명소로 꼽힌다 6 영국에서의 세 끼니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은 햇살 드는 창가에 앉아 조식을 먹을 때다. 잉글리시 풀 브렉퍼스트의 진수를 코츠월드의 호텔에서 누려볼 수 있다 7 홍차 한잔과 달콤한 스낵을 즐기는 오후의 여유는 영국 여행의 백미라 할 만하다. 근사한 애프터눈 티를 위해서라면 점심과 저녁을 희생할 만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설악동 일대 31년만에 변신 꿈꾼다

    설악동 일대 31년만에 변신 꿈꾼다

    수십년 동안 ‘대한민국 관광 1번지’를 자부하던 설악산국립공원이 시대 흐름에 맞게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 자연공원법에 묶여 31년 동안 낙후지역으로 남아 있던 강원 속초시 설악동 일대가 지난 1월 10일 환경부로부터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됐기 때문이다. 새롭게 개발될 곳은 설악산국립공원 설악동집단시설지구 일대 4.83㎢다. 이 지역은 구역별로 나눠 외국인전용 게스트하우스와 산악체험 관광단지, 산악영상관, 모노레일 설치, 온천개발 등이 이뤄지게 된다. 우선 설악동 B지구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전용 게스트하우스단지와 산악체험과 쇼핑이 가능한 단지가 만들어진다. 산악체험단지에는 산악 관련 아웃렛매장과 산악교육체험시설, 산악인 만남의 장소, 산악용품 전시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C지구에는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핵심 랜드마크가 조성된다. 대규모 실내공연장과 산악체험 영상관, 학생들을 위한 에듀테인먼트장 등이다. 설악동 B, C지구 곳곳에는 온천도 개발된다. 교통체증과 환경훼손을 막기 위해 설악동 C~B~소공원을 오가는 5㎞ 길이의 모노레일도 설치된다. 대부분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개발하게 된다. 설악산에서 발원, 설악동을 지나 동해로 흐르는 쌍천은 생태하천으로 꾸며진다. 쌍천 인근에는 외국인 만남의장소, 공원, 야외공연장, 소공원쉼터, 체육공원, 숲을 이용한 산림공원, 산책로 등이 곳곳에 만들어진다. 쌍천변 개발은 공공자본으로 추진된다. 늦어도 내년 3월부터는 본격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속초시는 해제된 지역을 올 연말까지 도시구역으로 편입하기로 했다. 현재 도시기본계획 승인절차를 진행 중이고, 곧이어 건축, 신·증축 외에 다른 용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도시관리계획 승인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속초시는 설악동 현지에서 재개발 사업을 전담할 12명의 ‘설악동재개발추진단’도 발족시켰다. 설악동지역은 1978년 체계적인 관광개발을 한다는 명목으로 A지역(소공원)에 있던 상가와 여관들을 설악동 B, C지역으로 집단 이주시켰다. 당시에는 수학여행단 등 단체관광객들이 몰려 호황을 누렸지만 1990년대 들어 관광객들의 패턴이 바뀌면서 점차 쇠락했다. 그러나 증·개축은 공원관리법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엄두도 내지 못했다. 31년째 규제에 묶인 설악동B, C지역은 현재 숙박업소 68곳 가운데 절반정도가 문을 닫았고, 영업을 하는 곳도 4분의1 남짓이다. 상가 115곳도 대로변을 제외하곤 70~80%가 문을 닫았다. 그러나 속초시의 이번 재개발계획에 따라 환동해 관광허브지역으로서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전영식 설악동재개발추진단장은 “정부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악산이 새 국민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속초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을 가다

    신록이 한껏 짙어가며 생명의 약동을 흠뻑 느끼게 해주는 5월. 화려한 봄의 한켠에선 지나온 한평생을 되돌아보며 다가올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말기 암 환자들이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살가운 손길 속에서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는 곳이다. 이 곳에선 독한 항암제나 생명을 연장하는 산소호흡기도 찾아 볼 수 없다. 링거 주사줄을 매단 환자도 눈에 거의 띄지 않는다. 박명희 수간호사가 병실을 안내해 줬다. 환자들은 한결같이 앙상하고 기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선 머지않아 찾아올 죽음의 그림자도, 가족과의 이별의 슬픔도 읽기 어렵다. 결코 말해선 안 될 것 같았던 ‘죽음’이란 단어를 그들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내가 갖고 있던 죽음의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김홍근(60)씨는 유방암 말기인 아내의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지난해 말 이곳을 찾았다. 병동에 처음 오던 날,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기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병동 식구들의 세심한 보살핌과 통증치료로 심신의 안정을 찾아 갔다. “통증이 줄어든 뒤부터 아내가 간간이 웃습니다.” 김씨 부부는 하루가 일년처럼 소중하고 애틋하다. 남은 시간이 짧은 만큼 지내온 삶을 되돌아보며 아름다운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간호사는 “환자 못지않게 외롭고 지쳐있는 가족들에게 따뜻한 말과 편안함을 주려고 노력한다.”면서 “상처받은 이들이 위안을 얻고 힘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병동을 활기차게 움직이는 원동력은 자원봉사자다. 의료진의 처치를 빼고는 대부분 자원봉사자의 몫. 마사지, 배식, 목욕돕기 등 일상 활동은 물론 말기암 환자의 말벗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완화의료센터에서 3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한우(59)씨는 “영원한 곳으로 가는 길목인 이곳은 시간과 계절을 초월했다.”면서 “환자와 가족이 슬픔과 회한을 털어버리고 화해하고 사랑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씨는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생에 대한 욕심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삶 전체가 하나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인생의 마지막 5분이 남았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스피스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완화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립암센터 최진영 연구원은 “완화의료를 받는 환자들은 입원 1주일 만에 통증이 25%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완화의료를 할 수 있는 병상은 전국에 43곳, 720여 개. 한해 7만여 명의 말기 암 환자를 돌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박진노 이사는 “완화의료 병동을 운영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 수요만큼 병상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죽음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고대구로병원의 최윤선 완화의료센터장은 “품위 있는 인생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편안한 임종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은 물론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병실 밖을 나서니 싱그러운 신록 사이로 철쭉이 분홍의 향연을 펼친다. 아내를 휠체어에 태워 꽃길을 산책하던 김홍근씨는 “지금 생이 마지막이 아니며 더 아름다운 다음 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다.”고 아내의 손을 꼭 쥐었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서울서 춘천까지 자전거길 뚫린다

    춘천과 서울 잠실 한강둔치를 잇는 자전거길이 뚫린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이 구간에 ‘자전거 산책로’(Bikeway & Eco-Trail)를 조성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강원권에 속한 에코트레일은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팔당댐~가평~강촌~춘천시 서면을 잇는 코스로 복선전철이 개통된 경춘선을 따라 조성될 예정이다. 팔당댐~서울 구간은 행정자치부와 국토해양부 관할이다. 원주국토관리청은 가평~서면 구간 32㎞를 맡아 늦어도 오는 9월 개통할 계획이다. 이 구간이 개통되면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여행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즐길 수 있는 에코 트레일 열차 운행으로 지역경기에도 도움될 전망이다. 이 밖에 산천어축제가 열리고 있는 화천 일대에는 산소길 100리 자전거 순환 연결로가 들어선다. 횡성한우 축제가 열리는 섬강 호저면 일대 5㎞와 원주 섬강 간현 인근에도 24㎞의 자전거 도로가 개설될 예정이다.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경제블로그] ‘지진대피훈련’ 과천청사에선…

    [경제블로그] ‘지진대피훈련’ 과천청사에선…

    4일 오전 11시 지진대피훈련을 알리는 사이렌이 과천종합청사 1동 내에 울렸다. 하지만 대피를 하는 공무원들의 발걸음은 편안했다.건물에서 지진대피장소까지는 불과 20여m였지만 건물 바로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약 3m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에 바빴다. 11시 15분에 해산 사이렌이 울리기까지 대피를 하는 행렬이 간헐적으로 계속됐다. 지진이 일어났다면 대피 인원 중 절반은 족히 사망할 정도였다. 고위 공무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부처의 고위 공무원들은 임원 회의를 중단하고 재빨리 정해진 대피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다른 부처의 고위 공무원은 해산 3분 전인 11시 12분에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외부 전화가 길어져서 그랬다는 것이 그가 말한 이유였다. 엘리베이터가 멈췄으니 상대적으로 고층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대피하기가 더 힘들 법도 하지만 그렇다고 지진이 피해가는 것은 아니다. 대피훈련 자체도 문제였다. 지진이 발생한 경우 대피를 못하고 내부에 남아 있는 이들의 대응요령이나 전산망 등 핵심시설에 대한 대비훈련은 없었다. 지진 시 대피 반경도 정확하지 않았다. 단지 일하던 공무원들만 건물 밖으로 나가면 그만인 ‘산책용(?)’ 훈련이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지진도 안 나는 나라에서 대피훈련 자체가 무의미한데 훈련으로 바쁜 사람들 업무만 못 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형식적인 훈련은 오히려 실제 지진 때 ‘양치기 소년’의 효과만 나타나게 한다고도 지적했다. 필요 없는 대피훈련을 한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 볼 대목이다. 이날 과천종합청사의 지진대피훈련은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그냥 공무원들 일이나 하게 두시라.’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산막이길이 효자유~” 괴산군 즐거운 비명

    “산막이길이 효자유~” 괴산군 즐거운 비명

    “충북 사람들은 주말에 산막이옛길 방문을 피해 주세요.”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에 위치한 ‘산막이옛길’이 주말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이 없어서 걱정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하면 괴산군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괴산군이 도민과 군민들에게 산막이옛길 방문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서울 등 멀리서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29일 괴산군에 따르면 괴산호 주변을 따라 조성된 산막이옛길은 뛰어난 풍광이 알려지면서 주말과 휴일에 수천명씩 다녀가고 있다. 하루 6000여명까지 온 적도 있다. 괴산군이 13억원을 투입해 2009년 10월에 조성한 산막이옛길은 흔적처럼 남아 있는 옛길에 덧그림을 그리듯 복원한 산책로로, 환경훼손을 최소화함으로써 자연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요즘은 산막이옛길 주변에 진달래와 벚꽃 등이 활짝 피었고, 괴산호에 유람선과 황포돛배까지 운항되면서 관광객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산막이옛길이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으니 홍보를 하던 군 입장에선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그러나 사람이 한꺼번에 많이 몰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주차장 부족. 군이 산막이옛길 입구에 마련한 주차장은 고작 230대만 세울 수 있다. 수천명이 타고 오는 차량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주말이면 칠성면 소재지부터 산막이옛길에 이르는 5㎞의 비좁은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길 양쪽에 차량을 주차하는 데다, 일대를 지나가는 차량들까지 뒤엉켜 주말마다 큰 혼잡이 되풀이되고 있다. 괴산군이 주말에 공무원 7명을 배치해 주차 지도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주차장을 늘려 달라는 민원이 군에 쇄도하는 등 관광객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칠성면 주민들은 방문객 차량들이 도로를 점거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난리다. 괴산군은 사유지를 매입해 주차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상황이 너무 급하다 보니 우선 군민과 도민들에게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주말을 피해 평일에 산막이옛길을 찾아 달라는 것이다. 군은 읍·면을 찾아다니며 군민들에게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있고,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도민들에게 주말 방문 자제를 호소할 예정이다. 괴산군 담당 이진우씨는 “주말 방문객을 최대 500명 정도로 잡았는데 평일에도 수백명이 찾을 정도로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면서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확충될 때까지만 ‘오지 말라’는 이색 홍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괴산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슈퍼제방 10㎞에 가로수길… 벌써 관광객들 ‘발길’

    슈퍼제방 10㎞에 가로수길… 벌써 관광객들 ‘발길’

    오는 9월 준공을 앞두고 24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경기 여주군 양촌리 이포보 건설현장은 초입부터 거대한 공사 규모가 눈을 압도했다. 수십대의 덤프트럭이 높게 쌓인 흙을 쉴 새 없이 퍼 나르고 있지만, 공사현장 곳곳에 산더미 같은 흙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공사 이전의 이포보 모습을 알지 못하는 외지인들이라면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할 만한 공사라고 여겼을 것이다. ●한강구간 중 저류지 조성 유일 근처에서 40여년을 살고 있다는 주민 최용천(42)씨는 “여주에서는 처음 진행되는 대규모 개발”이라면서 “지금 주민들은 9월에 새롭게 바뀌게 될 모습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찬승(50·대신면 천서리)씨는 “공사 인부도 많지만 요즘에는 이곳을 일부러 찾은 외지인들도 많이 늘었다.”면서 “처음에는 음식점 손님이 자꾸 줄어서 걱정했는데 이제는 무슨 관광명소처럼 외지인들이 찾아와 이만저만 다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해 8월 환경운동연합 소속 3명이 4대강 공사 중단을 촉구하면서 이포보 교각에 올라가 40일 넘게 ‘고공시위’를 했던 곳이다. 당시 시위는 낙동강 함안보까지 이어졌으며, 장기적인 갈등으로 환경단체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이포보의 움직임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전국적인 갈등으로 확산됐었다. 하지만 이제 이포보 공사만으로 여주군에만 2000억원대의 골재 판매수익이 돌아갔다. 준설공사 덕분에 남한강의 강바닥이 낮아져 강 한가운데 쌓여 있던 모래톱은 사라지고 강물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다. 이제 얼마 후에는 사람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가족 피크닉장이나 체육시설, 푸른 가로수길 등 친수구역이 완공된다. 한강 사업구간 중 유일하게 저류지를 조성했다. 전국의 나머지 15개 보와 달리 곡선형의 모양은 부드러우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느낌이며, 보 아래 원형으로 위치한 수중광장은 낮은 수심을 유지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알맞게 보였다. 환경단체가 농성을 하던 수문의 기둥도 대부분 완공되었다. ●한쪽엔 못 치운 쓰레기 더미 쌓여 폭이 20m에 달해 ‘슈퍼 제방’이라고 불리는 제방에는 길이 10㎞가 넘는 가로수길이 조성됐다. 단위지구별로 개화시기가 다른 산수유, 이팝나무, 왕벚나무, 은행나무, 삼나무가 심어져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산수유와 왕벚나무에서는 이미 꽃이 피었다. 봄에는 눈처럼 피는 벚꽃을, 가을에는 단풍이 물든 은행나무길을 즐길 수 있으며, 약 2㎞의 메타세콰이아길도 벌써부터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이곳에 식재된 나무들 대부분은 공사현장 인근에서 그대로 버려질 위기에 있던 나무들을 옮겨 심어 재활용한 것이다. 제방 아래에서는 저류지 공사가 한창이다. 원래 모래가 퇴적된 강바닥을 파내 홍수에 대비하기 위한 공간. 한때 공사 현장은 강바닥을 일제히 파내면서 함께 휩쓸려 나온 폐어망이나 비닐 등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그때 환경운동가들의 반대가 가장 심했다. 다만 아직도 다 치우지 못한 쓰레기더미가 남아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현재는 바닥에서 퍼낸 모래들이 쌓여 있지만 정비가 완료되고 나면 골프장 54홀 규모인 약 200만㎡에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저류지가 조성된다. 이포보 저류지는 7m 깊이로 홍수기 때 1620만㎥의 물을 일시적으로 가둬 10~12㎝의 하천 수위를 낮춰 주는 역할을 한다. 겨우 몇㎝의 수위 조절만으로도 홍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게 현장 소장의 설명이다. 저류지 안에는 저류 기능에 지장이 없는 생태습지와 잔디광장, 미로공원, 야외공연장 등 다양한 테마시설을 설치해 지역축제와 문화행사장으로 쓸 수 있다. 이포보에서 여주군 쪽으로 조금 더 가면 한강8경 중 제3경으로 꼽히는 당남지구가 나온다. 수변지역 인근에 작지만 울창한 숲을 조성한 것이다. 지난 5일 식목일 행사를 위해 이곳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도 당남지구를 보며 “천지가 개벽한 것 같다.”고 말했던 곳이다. 이곳은 주민들의 산책로로 개방될 예정이다. 차량은 처음부터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포보를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아직 보완할 부분도 있다. 이포보의 변화가 정부의 4대강 살기기 사업 전반에 대해 제2의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려면 아직 더 고치고 다듬을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토리노의 말’

    내레이터가 니체에 관한 유명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토리노의 말’은 시작한다. 1889년 1월 3일. 산책에 나선 니체는 마부의 채찍질에도 꿈쩍 않는 말을 보았다. 성큼 다가선 니체는 말의 목에 팔을 두르고 울었다 한다. 알다시피 니체는 그날 이후 식물인간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런데 ‘토리노의 말’은 니체의 삶이나 일화를 더 소개하는 대신 여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말에게 시선을 돌린다. ‘토리노의 말’은 마부와 딸, 그리고 노쇠한 말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헝가리 출신 벨라 타르 감독은 ‘진짜 사람들의 진짜 삶’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아침 일찍 일어난 딸은 불을 지피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우물에 가 물을 긷는다. 돌아와선 한쪽 팔이 불편한 아버지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식사를 준비한다. 끼니라고 해 봐야 감자뿐이다. 폭풍이 불고 말의 상태가 좋지 않자 마부는 며칠 동안 일을 쉬게 된다. 그 와중에도 부녀는 말을 돌보고 외양간을 치우는 걸 소홀히 하지 않는다. 소소한 집안일을 처리한 다음 남는 시간에는 두 사람 다 창 밖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그러다 밤이 와 세상이 어둠에 싸이면 잠자리에 든다. 며칠째 계속되는 불길한 바람은 황무지에 떨어져 사는 부녀를 더욱 고립시킨다. 부녀가 보내는 엿새를 146분의 상영시간에 담은 ‘토리노의 말’은 놀랍게도 단 서른 개의 숏으로 구성됐다. 초 단위로 숏을 맞추는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은 지레 겁을 먹을 법하다. 5분 내외의 롱테이크와 무에 가까운 서사,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단순한 구조는 ‘토리노의 말’을 특징짓는다. 그러나 타르는 형식을 위한 형식을 구사하는 감독이 아니다.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감독으로서 형식과 주제의 일체를 부단히 추구해 온 그는 ‘토리노의 말’에 이르러 필생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소설가 조르주 심농을 기억해보자(심농은 타르의 전작 ‘런던에서 온 사나이’의 원작가다). 심농은 독자들의 머릿속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띠게 마련인 추상적인 단어는 쓰지 않으려 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항상 물질적인 단어만을 쓰려고 해 왔다.”고 말했다. 타르가 예술에 접근하는 방식도 심농의 그것과 비슷하다. 상징과 비유를 혐오하는 타르는 가장 단순한 양식으로 ‘영원 회귀’하는 삶을 표현했다. 겉보기에 마부와 딸의 삶은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타르의 입장에선 그것이야말로 적나라한 진실이다. 거짓 희망과 구원으로 관객을 유혹할 마음이 그에겐 없다. 올해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토리노의 말’은 빅토르 시외스트룀, 칼 데오도르 드레이어, 로베르 브레송, 페드로 코스타 같은 거장의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작이다. 영화가 끝날 즈음, 당신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적 대답을 보게 될 것임을 확언한다. 타르는 ‘토리노의 말’이 자신의 은퇴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리노의 말’은 한 감독이 남길 수 있는 위대한 고별사로서 부족함이 없다. 국내 개봉에 앞서 전주국제영화제(28~5월 6일)에서 상영될 예정인데, 올해 최고의 영화를 미리 보고 싶은 사람은 예매를 서두를 일이다. 영화평론가
  • ‘이발사’ 윤영배 여백과 여운의 음악

    ‘이발사’ 윤영배 여백과 여운의 음악

    199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한국 가요사에 작지만,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루시드폴(본명 조윤석)과 말로(정수월), 이승환, 이한철, 이규호를 배출한 것. 그리고 또 한 명. 동아리 후배 이한철과 팀을 꾸려 나왔던 ‘이발사’ 윤영배(43)가 주인공이다. 윤영배는 그 후 싱어송라이터 창작집단인 하나음악과 연을 맺었다. 장필순과 불독맨션의 앨범 등에 참여하면서 독특한 노래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래 전부터 솔로 앨범을 기대하게 했지만 은둔자의 삶을 살았다. 영화 ‘산책’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 참여하다가 돌연 여행길에 올라 네덜란드의 명문 음악원인 암스테르담 콘서바토리움에 입학했다. 하지만 곧 자퇴를 했다. 2년여의 네덜란드 생활을 끝낸 뒤 제주도에 내려가 밭을 갈았다. 오랜 침묵을 지키던 그가 데뷔 17년 만에 첫 앨범 ‘바람의 소리’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키 큰 나무’와 ‘이발사’ ‘바람의 소리’ 등 5곡을 어쿠스틱 기타의 사운드 위에 사려 깊은 목소리로 얹었다. 양념은 모두 뺐다. 여백과 여운이 느껴진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20일 밤 12시 35분에 싱어송라이터 ‘이발사’ 윤영배의 공연을 방송한다. 스페이스 공감 무대 또한 윤영배의 앨범처럼 비워낸 듯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바람의 소리로만 채운다. 고(故) 김광석의 해맑은 웃음과 예전 안치환의 담백함이 윤영배에게서 오롯이 묻어난다. 공연에는 윤영배의 20년 지기이자 동료인 가수 이한철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의 별명 ‘이발사’는 웬델 베리의 장편소설 ‘포트윌리엄의 이발사’에서 따왔다. 작은 강변마을 포트윌리엄의 간판도 없는 조그만 이발소에서 동네 사람들 곁에 공기처럼 스며든 이발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윤영배는 “이런 삶이 진정한 삶 아니겠느냐.”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찰싹~’ 개 뺨 때리는 아기물개 순간포착

    아기물개에게 뺨을 맞고 어쩔 줄 모르는 개의 순간 포착 사진이 영국 데일리 메일에 보도돼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이 만화 같은 장면은 스코틀랜드 미들로디언의 해변에서 할머니 린 모리스가 촬영한 것.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해변을 산책하다 한 여성이 해변에서 개와 공 던지기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주인이 바다로 공을 던지자 박서 종(種)인 개는 잽싸게 공을 가지러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공을 물으려는 개의 시선을 끈 것이 있었으니, 바다에 머리를 쫑긋 세우고 물위에 떠있는 아기물개. 공을 제쳐두고 아기물개에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던 개, 깜짝 놀랐다. 갑자기 아기물개가 앞발로 개의 뺨을 철썩 때린 것. 뺨을 맞은 개는 몹시 당황하더니 결국 공을 남겨두고 주인이 있는 해변으로 돌아갔다. 린 할머니의 사진에는 뺨을 맞고 어쩔 줄 모르는 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할머니는 “나는 어디를 가든지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는데, 이런 장면을 담은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7) 공주 마곡사 ‘김구 향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7) 공주 마곡사 ‘김구 향나무’

    나무를 심는 데에는 까닭이 있다. 대개는 미래의 가치를 내다보며 나무를 심는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 나무의 물리적·정신적 혜택을 얻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자라는 속성수(速成樹)도 최소한 한 세대는 넘겨야 사람의 소용에 닿을 만큼 자라게 마련이다. 열매나 목재를 쓰기 위한 실용적 이유가 아니라, 오래도록 기념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도 사람들은 나무를 심었다.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사람의 뜻을 널리 전해 달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다. 옛날에만 그랬던 건 아니다. 여전히 삶의 중요한 고비 때 사람들은 나무를 심는다. 이른바 기념식수다. ●광복 직후 마곡사에 찾아와 손수 심어 민족의 미래를 위해 평생을 바친 백범 김구 선생도 채 이루지 못한 민족의 염원을 담아 나무를 심었다. 조국 해방을 위해 이역 타향을 떠돌던 그는 일제가 물러간 뒤 고국에 돌아와 충남 공주 마곡사를 찾았다. 마곡사는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사건 후,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수감됐던 인천 감옥에서 탈옥해 숨어들었던 곳이다. 선생은 마곡사에서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승려 생활을 했다. 광복 직후 마곡사를 찾았을 때의 느낌을 선생은 ‘백범일지’에 “48년 전에 중이 되어 굴갓 쓰고 염주 걸고 바랑 지고 출입하던 길로 좌우를 살펴보며 천천히 들어가니, 의구한 산천은 나를 반겨 주는 듯하다.”라고 썼다. 하룻밤을 마곡사에서 묵은 선생은 이튿날 아침 “영원히 잊지 않는다는 기념으로 무궁화 한 그루와 향나무 한 그루를 심고 마곡사를 떠났다.”(‘백범일지’ 하권에서) 1946년의 일이다. 27년 만에 조국에 돌아온 선생은 고향인 황해도 해주 땅을 찾지 못하는 아쉬움을 안고 ‘38선 이남 지방 순회’를 시작했다. 사형수로, 장기수로 두 차례 수감되었던 인천에 이어 찾아온 곳이 바로 마곡사였다. 그만큼 마곡사는 선생에게 의미가 깊은 곳이었다. 선생은 ‘영원히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조국 해방을 위해 싸워 온 그가 ‘영원히 잊지 않는다.’고 한 그것은 민족의 무궁한 번영과 평화가 아닌 다른 무엇일 수 없다. 그가 심은 한 그루의 무궁화는 지금 찾아볼 수 없다. 수명을 다하고 스러진 게다. 그러나 향나무 한 그루는 마곡사 대광보전과 응진전 사이의 양지바른 자리에서 도담도담 자라고 있다. 향나무를 처음 심은 1946년에는 이미 서너 해를 넘긴 묘목이었을 테니, 이 향나무의 나이는 올해로 65세를 조금 넘긴 셈이다. ●백범 명상길에서 체험 프로그램까지 개발 사람의 뜻을 향기에 실어 하늘 멀리까지 전한다는 향나무에 선생은 우리 모두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민족 번영의 뜻을 담았다. 1000년을 사는 향나무라는 걸 감안하면, 아직 어린 향나무이지만 바라보는 느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과의 관계가 여전히 불편하기만 한 이즈음이어서 더 그렇다. 나이에 맞춤하게 나무는 경내의 여느 큰 나무에 비해 싱싱하다. 겨우 사람 키를 조금 넘은 2.5m 정도밖에 안 되는 아담한 크기이지만, 김구 선생의 손길을 닮아서인지 줄기는 옹골찬 기세로 뻗어 올랐다. 1m가 조금 넘는 곳까지 곧게 솟아오른 뒤, 나무는 사방으로 널찍이 가지를 펼치며 늘 푸른 잎을 돋아냈다. 70년이 채 안 되는 세월이지만, 이 어린 나무에게도 아픔이 없었던 건 아니다. 자리도 옮겼다. 선생이 처음 나무를 심은 자리는 마곡사 천왕문을 지나 큰법당으로 들어서기 위해 극락교를 건너 마주치는 범종각 맞은편이었다. “물이 많은 자리여서인지, 나무의 상태가 그리 안 좋았어요. 해마다 영양 주사를 놓으면서 보호해야 했지요. 그러다가 4년 전에 이 향나무를 더 잘 살리기 위해 좋은 자리를 골라 옮겼어요. 마침 김구 선생께서 우리 절에서 ‘원종’이라는 법명의 승려로 계실 때 머무르시던 요사채 옆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남태규(43) 종무실장의 이야기다. 나무에만 정성을 들인 건 아니지 싶다. 2009년 가을부터 주석하는 주지 원혜 스님은 특히 승려로서 혹은 민족 지도자로서의 김구 선생이 남긴 자취를 살려 내고 민족혼을 고양하기 위해 적잖은 기획 행사를 진행했다. “우리 절에서 승려이셨던 김구 선생의 정신과 혼을 되살리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죠. 이태 전 가을부터 원혜 스님께서 백범 기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셨어요.” 마곡사 주변의 산책로에 ‘백범 명상길’이라고 이름 붙여 ‘충청의 올레길’로 널리 알리는 한편 백범 선생이 삭발례를 치르던 냇가 바위 주변에 알림판과 전망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몇 가지 백범 관련 체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살아남아 ‘춘마곡 추갑사’라 했다. 공주시 동남쪽의 계룡산 갑사가 가을에 아름다운 절이라면, 북서쪽의 마곡사는 봄볕 따스할 때에 더 좋다는 표현이다. 아직 마곡사의 봄은 무르익지 않았다. 봄이 더 깊어지면 마곡사 경내에는 하얀 목련이 줄지어 꽃을 피워 올릴 것이고, 법당 주위로는 벚나무·박태기나무·철쭉 등 온갖 꽃들이 화려하게 솟아오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곡사를 품어 안은 태화산 부근의 신록은 더 싱그러워질 것이다. 우리 강산에 찾아오는 봄의 아름다움을 더 오래 더 소중하게 지켜내야 하는 건 우리 모두의 의무일 뿐 아니라 60여년 전 백범 김구 선생이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은 뜻이기도 하다. 백범, 그는 갔지만 그가 심은 향나무 한 그루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키며 당당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어린 나무 앞에 이리 오래 서서 눈을 맞추는 건 그래서 1000년 향나무를 바라보는 어떤 일보다 뜻깊을 수밖에 없다. 마침 지난 13일은 일제에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운 날이었다. 나무 앞에 서서 가만히 어제의 각오를 되새겨 본다. 글 사진 공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567. 당진~상주 고속도로 마곡사 나들목을 이용하면 빠르게 갈 수 있다. 마곡사 나들목에서 1㎞를 채 못 간 곳에 사곡교차로가 있다. 우회전해 300m 가서 좌회전한다. 유구천을 건너 7㎞ 가면 마곡사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서 1㎞ 남짓한 오솔길을 걸어가면 마곡사다. 나무는 조사전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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