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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정 1-2구역 아파트 단지로

    신정 1-2구역 아파트 단지로

    서울 양천구 신월2동의 낡고 노후한 건물들이 친환경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됐다. 양천구는 신월·신정재정비촉진정비사업 중 처음으로 신정 1-2구역의 준공인가 처리를 완료했다고 27일 밝혔다. 2006년 사업 시행 인가를 받고 2009년 첫 삽을 뜬 신정 1-2구역에는 총 연면적 5만 5831㎡로 지하 2층, 지상 20층 6개 동에 357가구(분양 296가구, 임대 61가구)가 지어졌다. 또 입주민과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 등 친환경적 시설과 주민들을 위한 넓은 옥외공간도 마련됐다. 신정 1-2구역은 당초 지난 2월 말 준공 인가 예정이었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가 지연돼 주민 입주만 허락됐다. 이에 구는 간담회 개최 등 지속적인 주민 협의와 설득을 통해 지난 8월 이 구역의 기반시설 설치 공사를 마무리했다. 전귀권 구청장 권한대행은 “신정 1-2구역의 성공적인 준공으로 인해 넓은 도로와 공개공지 등 기반시설들이 확충돼 인근 교통체계의 개선과 주민들의 편의성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최근 경기침체로 위축돼 있던 주변의 재정비촉진사업에도 탄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시선집중] 사업 추진 때 환경영향평가 하듯 ‘인권’영향평가

    성북구에서 인권을 행정에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는 각종 시책과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인권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평가하도록 한 ‘인권영향평가’라고 할 수 있다.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인권에 적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인권영향평가의 첫 사례는 감사담당관실 전 직원을 동원해 시행한 19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별 인권영향평가였다. 투표소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참정권을 침해할 우려는 없는지 점검함으로써 투표권과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 7월에는 정릉천 산책로 조성사업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장애인복지관 관계자와 인권운동가 등 7명으로 이뤄진 ‘정릉천 산책로 조성 인권영향평가위원회’가 두 시간에 걸쳐 산책로를 설치할 예정인 1.6㎞ 구간을 직접 점검했다. 이들은 산책로를 조성할 때 보행 약자의 접근권과 이동권, 안전, 친환경적 요소, 주민참여 보장 등이 반영돼 있는지 살펴본 뒤 장애인 편의를 위해 산책로 계단을 경사로로 바꾸고 폭우 등에 따른 비상대피 시설의 기준을 장애인과 노약자, 어린이로 삼아 줄 것을 권고했다. 내년 4월 착공해 2014년 3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안암동 복합청사 신축도 인권영향평가 대상이다. 안암동 복합청사는 지하 2층, 지상 5층, 건축 총면적 2050㎡ 규모로 여기에는 동 주민센터, 자치회관 강당과 강의실, 커뮤니티센터, 북카페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성북구의 실험은 지방자치단체가 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주체로서 본연의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길섶에서] 석촌호수 정경/육철수 논설위원

    집 근처 호수공원 한편에는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있다. 종일 장기·바둑을 두거나 한담을 나누는 곳이다. 산책 후에 가끔 들러 장기 두는 모습을 구경한다. 지난 주말에도 가봤다. 웬 곱상한 꼬마가 나이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를 상대로 장기판을 벌이고 있었다. 어르신 대여섯명은 편을 갈라 훈수를 두느라 정신이 없다. 완전히 동네 장기다. 꼬마가 실수를 해서 한 수 물려 달라는데 할아버지는 못 들은 척한다. 어린 아이는 장기를 옹골지게 잘 두었다. 나이를 물어봤더니 열한 살이란다. 벌써 2년째 어르신들의 장기 파트너라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마스코트라며 다들 그 꼬마가 귀여워서 어쩔줄을 모른다. 어린 나이에 컴퓨터 게임도 하고 싶고, 또래와 어울려 공차기도 하고 싶을 텐데, 따분한 할아버지들을 위로할 생각을 하다니…. 그래, 장기 한판을 두더라도 어르신들과 어울리면 뭘 배워도 더 배우지. 노소(老少)의 정경을 지켜보는데 어디선가 초겨울 찬바람이 쌩 불어왔다. 상큼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심플 라이프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심플 라이프

    어린 타오를 입양한 양부모는 그녀를 지켜 주지 못했다. 전쟁을 거치면서 그녀는 량씨 집안의 가정부로 일하게 됐다. 그리고 60년 세월이 흘렀다. 량씨 집안의 후손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으며, 홍콩에는 로저만 남아 타오와 둘이 산다. 영화 제작자인 로저는 본토와 홍콩을 오가며 날마다 바쁘게 보내고, 거동이 불편한 타오는 그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다. 중풍에 걸린 타오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두 사람은 떨어져 지낸다. 바쁜 중에도 로저는 병원에 들러 타오를 보살핀다. 중풍에 폐기종까지 겹쳐 찾아온 타오는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아차린다. 실화를 영화화한 ‘심플 라이프’의 메가폰을 쥔 쉬안화(許鞍華)는 저평가된 감독이다. ‘호월적고사’를 연출해 홍콩 뉴웨이브의 기수로 떠올랐던 그녀는 이후 현실의 인물에서 의미를 구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다.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 그것이 바로 쉬안화 드라마의 특징이다. 그런 드라마의 담백한 맛은 오래 곱씹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법이다. ‘심플 라이프’는 ‘여인사십’ ‘남인사십’ 등에서 시간과 인간의 관계를 가볍지 않게 다뤄 온 쉬안화가 칠순 가까운 나이에 도달한 경지를 발견하게 하는 작품이다. 하인, 집사, 가정부는 주인이 누리는 삶의 주변부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을 영화의 소재로 다루는 건 가능하지만, 그것을 위대한 드라마로 승화시키는 건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예를 들어 저택 내에서 고용인으로 살아온 남자의 이야기인 ‘비잉 데어’나 ‘남아 있는 나날’이 성공을 거둔 데는 이유가 있다. 뛰어난 원작이 뒷받침됐다는 것, 그리고 각기 우화성과 로맨스에 큰 부분을 기댄 덕분이었다. 이와 달리 ‘심플 라이프’는 제목 그대로 단순하기 그지없는 가정부의 삶에 바탕을 둔다.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하고, 빨래를 걷고, 주인이 바깥에서 돌아오기를 창가에서 기다리는 게 그녀 삶의 전부다. 중국인과 일본인을 부모로 둔 쉬안화는 주변의 삶을 그릴 줄 안다. 그녀는 늙은 가정부의 마지막 나날을 현미경처럼 해부하는 대신 로저와 타오가 나누는 교감을 포착한다. 쉬안화의 무기는 음식과 표정이다. 타오가 준비하는 음식이 로저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심플 라이프’는 인물들이 마음을 나누는 순간마다 음식을 중심에 배치한다. 음식이 냄새로 인물에게 다가가듯이 영화는 갖가지 표정으로 관객을 주무른다. 때론 안타까움으로, 때론 함박웃음으로 인물의 곁에서 표정을 만들어 낸다. ‘심플 라이프’를 본다는 것은 쉬안화가 지은 밥 냄새를 맡고 그녀가 짓는 표정에 반응하는 것과 같다. 현대 도시는 외로운 사람들의 공간이다. ‘심플 라이프’는 노령화 사회의 문제를 넘어 도시에서 고립된 삶을 유지하는 이들의 처지에 주목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곁을 지키는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쓸쓸한 휴일을 함께 보낼 누군가도 절실한 법이다. ‘심플 라이프’는 휴일에 같이 걷던 산책길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연장했던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다. 믿고 의지할 대상이 있었기에 타오의 마지막은 덜 외로울 수 있었으며, 타오의 정성에 진심으로 보답했기에 로저는 인간적인 남자로 기억된다. ‘심플 라이프’의 엔딩은 작은 기적처럼 빛난다. 불을 밝히며 당신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당신의 보물임을 잊지 말라. 22일 개봉. 영화평론가
  •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비우티풀Biutiful>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뷰티풀Beautiful을 스페인식으로 받아 적은 것이다. 다른 유럽과는 달리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발달해 온 스페인 사람들의 직관성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역사를 관통하며 무엇이든 스페인식으로 소화해 버리는 그들의 당당함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800년 이슬람이 남긴 것 Sevilla 세비야 Cordoba코르도바 Granada그라나다 유럽에서 몇년을 살 수 있다면 그 선택은 당연히 스페인이다. 언젠가 긴 여행의 중반에서 스페인에 눌러 앉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을 정도다. 당시 스페인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한달 반 정도였지만 마드리드 이남의 도시들은 가보지도 못했었다. 어느 도시를 가도 그대로 머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회가 왔을 때, 선택은 당연히 스페인의 남쪽이었다. 세비야Sevilla, 코르도바Cordoba, 그라나다Granada. 이슬람 세력이 지배했던 800년 동안 가장 번성했던 도시들, 스페인 친구들도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했던 그 도시들이었다. 눈을 부시게 하는 것이 태양인지 파란 하늘인지 알 수 없었다. 세비야의 강에 뜬 유람선도 오후의 난반사 때문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도시의 유람선이야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풍경이지만 세비야는 내륙으로 무려 87km나 들어와 있는 과달키비르강江의 상류 도시다. 그래도 배가 다닐 수 있을 만큼 강이 깊고 넓었기 때문에 도시는 중요한 무역항으로 부를 누릴 수 있었다. 강변 산책을 하다 보면 어디서나 눈에 띄는 황금탑Torre del Oro도 13세기에 이슬람교도들이 배를 검문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시작한 기점도 이곳이었고, 콜럼부스가 머물면서 항해를 준비했던 곳도 세비야였다. 그렇게 중요한 도시를 이슬람에게서 되찾은 스페인은 그 세를 과시하고 싶었다. 1248년 모든 부와 권력을 집중해서 지은 세비야 대성당은 지금도 세계에서 3번째로 크고, 고딕양식의 성당으로는 가장 크다. 성당에 안치된 크리스토퍼 콜럼부스의 무덤은 그 어떤 왕의 무덤보다 화려하다. 에스파냐의 옛 왕국인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관의 네 모서리를 메고 있는 모습이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평생 아버지의 업적을 정리하고 연구했다는 아들 페르난도 콜럼부스의 무덤도 성당 안에 있다. 고딕양식,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을 헤아려가며 성당을 둘러보느라 지친 사람들은 오렌지 나무가 도열한 정원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 모스크의 연못이 있던 곳이었다. 아직 여력이 남은 사람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이슬람 사원의 탑을 개축한 히랄다 종탑Torre de la Giralda에 올라갔다. 땀 흘려 쟁취한 98m 높이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전경은 그만큼 달콤했다. 세비야 대성당에 비하면 코르도바의 대성당Cordoba Mezquita은 모스크의 원형에 더 가깝다. 코르도바를 수도로 삼은 이슬람 제국은 6세기에 지어진 성 빈센트 바실리카를 허물고 그 자리에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모스크 ‘메스키다’를 세웠다. 4,000여 개의 기둥이 시야를 가리고 천장도 낮지만 사실은 세비야 대성당보다 면적이 넓다. 한번에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성당으로 용도가 바뀐 이후에도 큰 훼손 없이 사용되다가 카를로스 5세에 이르러 200개의 기둥을 뽑아내고 돔을 설치하는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정교한 아랍 문양에 푹 빠져 있다가 뒤로 돌아서면 화려한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이 펼쳐진다. 이슬람 세력의 마지막 거점은 그라나다였다. 알바이신의 언덕 위에 거대한 아랍인 주거지역이 먼저 형성되었고 1238년에 왕과 귀족들의 거주지로 아람브라Alhambra궁전이 만들어졌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도 한 아람브라궁전은 아랍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되는데 이름만 듣고 우아한 하나의 건물을 기대했다가는 낭패를 맛보게 된다. 평균 관람 시간만 무려 3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은 요새이자 수천명의 귀족들이 살았던 주거지였다. 아람브라는 사실 건축학적인 가치보다는 치수의 지혜, 높은 지대까지 물을 끌어 사용했던 아랍인들의 발달된 관개 기술이 돋보이는 장소다. 지금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궁전 곳곳의 분수와 샘, 연못은 이슬람세력이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아람브라를 찾는 관광객이 워낙 많다 보니 나스리드 궁전Nasrid Palaces은 재입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일행을 따라 종종걸음을 치다 보니 군주의 별장이자 정원인 헤네랄리페Generalife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지칠 때로 지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꽃향기가 전달되는 높이까지 계산해서 디자인했다는 그 정원에서 아름다운 알바이신을 바라보고 있자니, 언젠가 스페인에 살게 된다면 바로 저 마을을 선택하게 될 것만 같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아람브라 궁전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관개기술의 발달이다. 고지대에 세워진 요새임에도 항상 물이 풍부했다 2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하고 있던 코르도바의 거리 음악가 3 투우와 플라멩고로 유명한 세비야의 투우장 돈키호테로 살어리랏다 Toledo톨레도 Consuegra 꼰수에그라 성서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은? 답은 우기기 나름이다. <이솝우화>, <그림 형제 동화집>이 단골로 언급되고 <안네의 일기>나 <영웅문>도 유력한 후보인데다가 지인 중 한 명은 쥘 베른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페인에 오니 그 ‘정답’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1547~1616년가 지은 <돈키호테Don Quijote>로 모아지고 있었다(원제는 <재기 발랄한 향사鄕士 라만차의 돈키호테>다). 그러면 또 하나의 질문. <성서>와 <돈키호테>의 공통점은? 끝까지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돈키호테>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캐릭터 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탐독하던 ‘키호테’라는 사람이 급기야 자신을 기사라고 착각하며 볼품없는 말 로시난데, 시종 산초 판자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그의 착각 속에서 벌어지는 일.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슈렉>처럼 반전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유쾌한 풍자소설이다. 하지만 이 스토리는 사실 52장의 전편 중에서 초반에 불과하고 속편까지 출판됐다. 저자 세르반테스의 삶은 키호테의 ‘착각일지라도 행복했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레판토 해전에 참가해 부상을 입은 그는 귀국길에 해적에게 잡혀 5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하는 우여곡절 끝에 마드리드 근처의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1605년 소설 <돈키호테>를 발표했다. 작품이 전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인세 계약을 하지 않아 돈을 벌지 못했다. 후에 그는 74장 분량의 돈키호테 속편을 발표했으나 이듬해인 1616년에 기구한 생을 마쳤다. 그가 죽은 4월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인데 우연히도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같은 날 사망했다. 소설 <돈키호테>의 주 무대는 지금의 ‘카스티야라만차’ 지역이다. 도시를 이동하다 보니 우연히도 ‘루타 데 돈키호테’, 즉 ‘돈키호테의 길’이라는 테마여행코스를 지나가게 되었다. 푸른 기와를 이고 있는 하얀 회벽집들이 인상적인 작은 마을 푸에르토 라피세Puetro Lapice에는 돈키호테가 주인과 실랑이를 벌였던 여관 ‘벤타 델 키호테Venta del Quijote’가 있다. 벽에는 ‘돈키호테가 이곳에서 묵고 나서 투구와 갑옷 차림으로 만족스럽게 걸어 나왔다’라는 구절이 붙어 있었다. 돈키호테는 이곳에서 ‘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동물의 내장을 넣은 달걀부침’를 시켜 먹었다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라만차 와인을 즐긴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바닥을 깊게 판 넓은 저장고와 대형 와인통을 발견할 수 있다. 더 이상 묵어 가는 손님은 없지만 돈키호테에 대한 팬심으로 기념품을 구입하는 손님들로 마을 전체의 생업은 세르반테스에게 단단히 빚을 지고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돈키호테가 거인으로 착각해서 싸움을 벌였던 그 풍차들은 콘수에그라Consuegra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낡은 풍차일 뿐이지만 주변의 광활한 평원과 어우러져 스페인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 풍경이다. 실제로 돈키호테 소설의 배경이 된 풍차는 다른 곳에 있다고 했지만 풍차의 모양은 거기서 거기인 반면, 풍경은 콘수에그라가 최고인지라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훼손된 상태로 오래 방치된 듯한 이슬람의 콘수에그라 성은 한창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라 더 멋진 그림을 기대해도 좋다. 돈키호테가 로시난데를 타고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던 그 ‘카스티야라만차’주의 주도는 톨레도다. 우리로 말하면 경주쯤 될까, 8~15세기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던 도시다. 현대식 건물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는 아랍 군주의 거주지였던 알카사르를 정점으로 고깔 모양으로 층층이 퍼져 있고, 타호 강Rio Tajo이 그 주변을 휘감아 돌면서 천연의 요새를 만들고 있었다. 도시로 들어가기 전 멈춰선 전망 포인트에서 한참이나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풍경에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고딕성당이라고 불리는 톨레도 대성당도 포함되어 있었다. 스페인을 점령한 이슬람 세력은 종교를 강요하거나 문화를 파괴하지 않았기 때문에 톨레도는 ‘스페인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릴 만큼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유적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고 성당은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귀중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 출신이지만 스페인에서 주로 활동했던 엘 그레코의 작품은 물론 고야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으며 화려한 제단 장식이나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성체현시대는 이미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새로운 스페인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갱신되는 흥분이 모험에 나선 돈키호테의 마음이었을까. 끝없는 메세타이베리아 반도 중앙부의 대고원를 원 없이 달리고 싶은 충동이 더 깊어지기 전에 라만차를 떠나야 했다. 타호 강으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 도시 톨레도 ▶travie info 벤타 델 키호테 세르반테스가 이용했던 여관으로 소설 <돈키호테>의 무대가 됐다. 소품과 인테리어 등으로 당시 분위기를 재현했고, 직접 만드는 와인과 돈키호테 관련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2층은 객실이었지만 지금은 투숙객을 받지 않는다. 주소 EI Molino, 4 Puetro Lapice(Autovia de Andalucia) 문의 926-57-6110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바), 오후 1시∼오후 5시, 오후 8시∼밤 12시(레스토랑) 찾아가기 마드리드 남부 버스 정류장 Estacion de Autobus Sur 역(지하철 Mendez Alvaro 역)에서 Jaen 방면으로 가는 버스 이용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Puetro Lapice에서 하차. 버스 시간 문의 91-530-4800 1, 5 돈키호테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관 ‘벤다 델 키호테’의 오래된 나무 대문과 와인저장고가 있는 바bar 2 푸에르토 라피세 마을에서는 다양한 돈키호테 기념품을 구입 할 수 있다 3 톨레도 대성당의 성모상 4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소 모양의 대형 간판들을 종종 스쳐 지나간다 6 돈키호테가 괴물로 착각하고 결투를 벌였던 꼰수에그라의 풍차들 고야의 빛과 그림자 Madrid마드리드 Zaragoza 사라고사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허락된 시간은 단 한 시간. 마치 단거리 경주에 나서듯 신발끈을 동여매고 속사포로 설명을 난사하는 가이드 수피아씨를 따라다녀야 했다. 그곳의 수많은 보물 중에서 나를 사로잡은 그림은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년의 <개The dog>였다. 고야의 다른 그림과는 다른 화풍으로 의혹을 사기도 했던 이 그림에는 모래 언덕 위로 목만 빼꼼이 내놓은 휑한 눈의 개 한 마리가 등장한다. 마치 노년의 고야 그 자신처럼 말이다. 최후의 고전주의 작가이자 최초의 현대작가로 불리우는 그의 예술적 전이는 프랑스 군인들이 스페인 민군을 총살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 <1808년 5월3일The Third of May 1808>에서 시작된다. 초상화를 잘 그려서 왕실 화가로 이름을 날린 고야는 이 작품을 계기로 민중 화가로 추앙받게 된다. 하지만 노년에 고야의 삶은 암울했다. 마흔 중반에 청각을 상실했으며 노후에 마드리드 근처의 집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고야가 자신의 집에 그린 벽화들은 마치 귀신을 본 듯 공포에 질린 표정의 검은 군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블랙 페인팅’이라고 불리는 그림들이다. 그중에서도 <자기 아들을 먹어 치우고 있는 새턴Saturn devouring his Child>은 끔찍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후기 작품 중 가장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 고야의 고향이 바로 사라고사다. 사라고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시내에 들어가자마자 돌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태풍이라도 왔나 싶을 만큼 퍼붓던 비는 10분 후 거짓말처럼 개이더니 하늘이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고야의 삶처럼 빛과 어둠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그런 날씨였다. 사라고사에 있는 고야의 생가, 사라고사 뮤지엄, 이베르카 카몬 아즈나르 뮤지엄Ibercaja Camon Aznar Museum에서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거대한 바로크 스타일의 필라르 대성당Basilica del Pilar에 있는 레지나 마티럼Regina Martyrum돔의 천장화 역시 고야의 작품이다. 이 성당에는 기도를 이루어 준다는 옥으로 된 성모상이 있는데, 그 앞에서 깊은 슬픔에 잠긴 한 노부부를 만났다. 그 처연한 표정은 사연 모르는 이방인들까지 숙연하게 만들 만큼 날카로운 슬픔을 담고 있었다. 그 감정이 지금 내 방에 걸려 있는 고야의 <개>를 볼 때마다 오버랩되곤 한다. 사라고사의 랜드마크이자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가톨릭 순례지 중 하나인 필라르 대성당. 고야가 그린 천장화를 볼 수 있다 가우디에게 영감을 준 산 Montserrat 몬세라트 Barcelona 바르셀로나 누군가 볼 때마다 시루떡이 연상된다고 했던 몬세라트Tot Montserrat는 톱니바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바위산이다. 4,000만년 전에 융기된 해발 1,200m 산의 모습은 한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바위투성이 산의 정상부에 베네딕트수도원이 만들어진 이유는 이곳이 유서깊은 기도장소였기 때문이다. 1,000년 전부터 시작된 순례의 행렬은 12세기에 만들어진 검은 성모상 ‘라 모레네타’가 발견되면서 더욱 길어져서 지금까지도 끊어질 줄 모른다. 두어 시간 거리인 바르셀로나에 살았던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 Cornet, 1852~1926년도 틈만 나면 모세라트를 찾아왔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몬세라트에 와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아예 바르셀로나의 중심에 몬세라트를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바로 바르셀로나의 명물 사그라다 파밀리아가족대성당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다. 스페인 교회 건축 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폴라 델 빌라르Francisco de Paula del Villar에 의해 시작되었다가 1년 반 후에 안토니 가우디의 손에 넘겨진다. 그후 43년 동안 가우디는 역사에 길이 남을 독창적인 성당을 완성하기 위해 일생을 쏟아 부었다.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성당 내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마치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로 뻗어 올라간 듯한 모습의 기하학적인 기둥들이다. 직선이 아니라 자연물의 형상, 그 곡선만을 사용한 가우디 원칙들이 반영된 결과다. 라 페드레라La Pedrera, 구엘 공원Pavellons Guell 등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에서 그 고집스러운 독창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기업체의 도움 없이 오로지 신자들의 헌금으로만 세우기 원했기에 재정 문제는 언제나 발목을 잡았다. 결국 그는 완공을 보지 못하고 사고로 죽고 말았지만 성당은 아직도 그의 청사진에 따라 무려 130년 동안 여전히 ‘공사 중’이다. 전체 공정 중 절반 정도가 완성되었을 뿐이라지만 몇년 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내부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 지난 2010년 7월에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모시고 축성식을 가졌다. 15년내에 완공하는 것이 바르셀로나 시의 계획이다. 1 가우디는 직선을 배제하고 자연물의 형상과 곡선만을 사용했다.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있는 구엘 공원 2 몬세라트 산에서 내려온 기운이 한데 모여 정점을 이룬다는 성당 안뜰 3 가우디는 몬세라트의 기괴한 모습에서 착안해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디자인했다 취재협조 에미레이트항공 www.emirates.com 페가수스 코리아 02-733-3441 ▶travie info 1 아람브라 안에 있는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 2 스페인식 애저 바비큐 요리 ‘코치닐요’ 몬세라트Tot Montserrat 몬세라트로 올라가는 꼬불꼬불 산악도로의 전면 도로는 10km, 후면도로는 13km다. 주말에는 주차장이 만원이 경우가 많으므로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훨씬 빠른 방법. 수도원에는 뮤지엄, 레스토랑과 기념품점 그리고 호텔까지 있다. 베네딕트 수도원은 에스꼴라니아라는 소년합창단Cor de I’Escolania으로도 유명한데 미사 시간을 맞춰서 가면 합창을 들을 수 있다. 문의 (0034)93-877-77-77 www.montserratvisita.com Travel to Spain 항공편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면 두바이를 경유해서 포르투갈의 리스본이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지로 여행할 수 있다. 인천-두바이 구간을 운행하는 에어버스 A380 기종은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최첨단, 초대형 기종. 인천-두바이 구간은 9시간 30분, 두바이-마드리드 구간은 8시간, 두바이-바르셀로나 구간은 7시간 가량 걸린다. 문의 02-2022-8400 www.emirates.com 두바이 시티투어 두바이에서 스톱오버를 신청해서 두바이 시티 투어(42달러), 사막 투어(99달러) 등을 경험하는 것도 색다른 여행이 된다. 에미레이트항공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정보와 스톱오버 안내책자를 다운받을 수 있다. 투어 문의 아라비안 어드벤처 +971-4-303 4888 aadops@emirates.com 스페인 일주상품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는 ‘스페인·포르투갈+바르셀로나 일주 10일’ 여행패키지 상품이 10월부터 10개 여행사 연합으로 시판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출발하는 이 상품은 11월 말까지 239만원의 특가로 한진관광, 투어2000, 레드캡투어, 투어몰, 자유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하나투어, 온라인투어, 롯데관광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야디네스 알베르토Jardines alberto 그라나다의 유서 깊은 카르멘(정원과 채소밭이 있는 별장식 하우스)을 개조한 레스토랑으로 야외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기 좋은 곳이다. 커피 한잔과 함께 피오노노Pionono라는 그라나다의 전통 디저트도 별미다. 아람브라 궁전의 아름다운 정원 헤네랄리페 입구 쪽에 위치해 있다. 3가지 코스에 와인이 곁들여 나오는 세트메뉴는 30~45유로. 주소 Paseo de la Sabika nº 1, 18009 Granada 문의 (0034) 958-221-661 www.jardinesalberto.es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Parador de Granada 그라나다의 아람브라 궁전 안에 있는 성프란치스코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로 스페인 국영 호텔 중 최고로 알려져 있다. 그라나다 수복 후 세워진 수도원 건물의 고풍스러운 멋과 특별한 위치 때문에 여행자들이 꿈꾸는 숙소지만 객실이 40여 개밖에 되지 않아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아람브라와 그라나다의 야경을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주소 Real de la Alhambra, s/n, 18009 Granada, Spain 문의 (0034) 958-22-1440 www.parador.es 팔라시오스Palacios 5kg 정도의 크기으로 자란 새끼 돼지로 만드는 애저 바비큐 요리 코치닐요Cochinillo를 먹을 수 있는 곳.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다. 팔라시오스는 레스토랑뿐 아니라 호스텔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싱글 요금은 30~45유로, 더블룸은 50~80유로 사이다. 주정강화와인인 셰리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계란 노른자를 이용한 디저트인 플란Flan도 맛볼 수 있다. 주소 C/Navarro Ledesma, 4 45001 Toledo 문의 (0034) 925-28-0083 www.hostalpalacios.net 안달루 라 토레 데 오로Andalu la Torre de Oro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에 있는 투우 테마의 바Bar. 가게 안에는 스타 투우사들의 사진과 희생된 소의 머리 박제 그리고 스페인 생햄인 하몬이 같이 걸려 있어서 묘한 느낌을 준다. 주소 Er 26 de la Plaza Mayor Calle del Arcode Triunfo, 28012 Madrid 영업시간 오전 10시∼새벽 2시 문의 (0034) 913-66-5016 La Torre del Oro 타블라오 엘 팔라시오 안달루스Tablao El Palacio Andaluz 세비야 최고의 플라멩고 디너쇼를 감상할 수 있는 곳. 공연은 하루 두 차례, 매일 저녁 7시와 7시30분에 시작되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며 와인이 곁들여진 코스 정찬이나 타파스를 선택할 수 있다. 오페라 카르멘의 일부 장면도 플라멩고로 선보인다. 문의 (0034) 954-534-720 www.elpalacioandaluz.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낡은 길에서 만난 강릉의 겨울

    낡은 길에서 만난 강릉의 겨울

    “너무 빨리 달리면 경치만 놓치는 것이 아니다. 어디로, 왜 가는지도 놓치게 된다.” 중앙고속도로 안동휴게소의 한 액자에 담긴 글입니다. 빨리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고속도로에서 듣는 역설입니다. 요즘 힐링이 유행이지요.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치유하자’(Heal the World)고 노래한 이후 가장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 가장 자주 듣는 단어가 된 듯합니다. 힐링에 왕도가 있을라고요. 일상을 구속했던 빠름을 버리고 느린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게 첫 단추 아닐까요. 그래서 이번엔 낡은 길을 택해 강원도 강릉으로 향합니다. 초록빛 생명력을 잃고 을씨년스럽게 변한 안반데기(강릉 왕산면 대기리의 고랭지 재배단지)를 자박자박 걸어 보고 건장한 사내들이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신작로’ 뒤편의 황태덕장에도 기웃대 봅니다.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을 구불구불, 느릿느릿 오가는 맛도 각별합니다. 그 길에서 만난 자작나무의 수피는 참 화사했지요. 그리고 마주한 강릉 바다. 그 시리도록 파란 바다 앞에 서면 저절로 색안경을 벗게 됩니다. 맨눈으로 세상을 볼 시간도 많지 않은데 선글라스를 끼고 보기엔 세상의 빛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일 겁니다. 낡은 길을 택하면 종종 뜻밖의 풍경과 마주하는 행운도 생긴다. 한때 강릉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던 영동고속도로가 그 예다. 요즘은 그 지위를 새로 난 고속도로에 내주고 지방도로 ‘경강로’로 내려앉았다. 이름은 바뀌었으되 대관령을 구불구불 내려가는 모양새는 그대로다. 예전에 견줘 오가는 차량도 확 줄었으니 그야말로 적막한 시골 산길이다. 굳이 서둘러 강릉에 도착할 이유가 없다면 이번 여행길엔 옛 영동고속도로를 택하는 건 어떨지. ●넉넉한 풍경을 선사하다 영동고속도로 횡계나들목을 나와 용평리조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목적지는 ‘안반데기’(안반덕)다. ‘안반(案盤)덕’의 사투리가 정식 이름으로 굳어진 특이한 이력을 가진 마을이다. ‘안반’은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오목하고 넓은 통나무 받침판, ‘덕’은 고원의 평평한 땅을 뜻하니 우묵한 고지대에 터를 잡은 마을이란 의미다. 안반데기는 1100m 산자락에 독수리처럼 날개를 펼쳤다. 대표 아이콘은 배추밭. 한여름 출하 시기엔 마을 북쪽 고루포기산에서부터 남쪽 옥녀봉에 이르는 198만㎡(약 60만평) 산자락이 배추로 가득 찬다. 태백의 매봉산 풍력단지에 견줄 만한 풍경이다. 그 덕에 ‘구름 위의 땅’이란 예쁜 별명까지 얻었다. 초겨울 안반데기 풍경은 을씨년스럽다. 배추가 출하돼 푸른 빛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엔 황톳빛만 남았다. 그늘진 자리엔 채 녹지 않은 첫눈의 흔적이 어지럽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다. 생동감은 자취를 감췄으나 대신 적막감을 얻었다. 안반데기에서 횡계 읍내를 되짚어 나와 옛 영동고속도로로 향하는 길. 양편에 대관령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소나무 한두 그루 서 있는 야트막한 산들은 죄다 누런 겨울옷으로 갈아입었다. 거친 외모의 사내들이 한겨울 장사를 위해 황태덕장을 손보는 모습에선 겨울 정취가 물씬 풍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자작나무 숲이다. 초겨울 파란 하늘과 백색의 수피가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 옛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대관령 넘어가는 길은 강원도 굽이길의 진수다. 어찌나 지대가 험한지 대굴대굴 굴러간다 해서 ‘대굴령’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 길에서 맞는 풍경이 장쾌하다. 강릉 시가지가 아련하고 그 너머로 동해가 넓고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오래 묵은 길이라야 선사할 수 있는 빼어난 풍광이다. 대관령 표지석이 있는 옛 대관령 하행휴게소 주변, 그리고 대관령 옛길과 옛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반정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강릉 초입에서 옛 영동고속도로는 7번 국도와 만난다. 우리나라의 등줄기를 잇는 7번 국도 주변에 기막힌 풍경들이 널려 있다는 건 이제 상식에 속한다. 언제 가서 어떻게 풍경을 즐길 것인지가 다를 뿐이다. 그 가운데 겨울이면 유난히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곳이 정동진이다. 사계절 많은 이들이 즐겨 찾지만 한 해가 마무리되는 연말이면 더욱 분주해진다. 정동진의 상징과도 같은 해돋이 풍경과 만나기 위해서다. ●시리도록 파란 정동진의 바다 온 나라가 도보길 천지인데 강릉이라고 없을까. 낭만가도, 해파랑길, 바우길 등 이름만 달리한 여러 길이 강릉 해안을 지난다. 그 가운데 정동진을 출발해 옥계시장에서 끝나는 멋진 길이 있다고 했다. 한 사설 단체가 강릉의 산과 바다를 묶어 만든 ‘바우길’이다. 정동진~옥계 구간은 그중 ‘바우길 9코스’에 해당한다. 9코스는 ‘헌화로 산책길’이라 불린다. 정동진역을 출발해 모래시계공원→기마봉 초입 소방파출소→곰두리연수원 입구→심곡항→금진항→한국여성수련원→동해고속도로 옥계나들목→옥계시장 순으로 간다. 거리는 14㎞. 6~7시간 정도 소요된다. 들머리는 정동진 해변이다. 명불허전의 해돋이 풍경과 마주한 관광객들로 이른 아침부터 해변 전체가 부산하다. 모래시계공원과 해양파출소 등을 줄줄이 지나면 기마봉 등산로가 있는 소방파출소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제법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전신주나 나무 등 도보꾼들의 시선이 머물 만한 곳에 바우길 고유의 표지판이 붙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산길은 심곡항에서 끝난다. 심곡항은 조용하고 작은 포구다. 고개 너머 번잡한 정동진에 견줘 믿기지 않을 만큼 소박하다. 마을 끝자락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노송이 사방을 감싼 틈새로 동해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초겨울에 걸맞은 잉크빛 바다다. 만지면 묻어날 것 같은 파란색에서 차다 못해 시린 결기마저 느껴진다. ●꽃을 사랑하는 여인·꽃을 꺾는 사내 심곡항에서부터 헌화로 산책길의 진수 ‘헌화로’가 시작된다. 심곡항과 금진항을 왕복 2차선으로 잇는 도로다. 거리는 2㎞ 남짓. 한쪽은 기암절벽, 다른 한쪽은 파란 바다와 접해 있다. 바다와 워낙 가까워 파도가 거센 날이면 진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길 이름의 모티브는 신라 성덕왕 때 지어진 향가 ‘헌화가’(獻花歌)다. 내용이야 익히 알려져 있다. 신라시대, 경국지색의 용모를 가진 수로 부인이 강릉 태수를 제수받은 남편 순정공과 함께 ‘7번 국도’를 따라 부임지로 향하던 길이었다. 수로 부인이 해안가 천길단애에 핀 철쭉꽃을 보며 누군가 저 꽃을 꺾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했다. 마침 암소를 몰고 지나던 한 노인이 선뜻 나섰고 그가 꽃을 꺾어 바치며 부른 노래가 헌화가다. 길 이름은 바로 이 옛이야기에서 따왔다. 인접한 삼척시 해안 절벽에도 같은 전설이 전해져 온다. 오래전부터 수로 부인 공원을 조성하는 등 공을 들였던 삼척시로서는 당혹스러울 법도 하다. 금진항에서 옥계시장까지의 구간에도 절경이 늘어서 있다. 다만 덜 알려졌을 뿐이다. 특히 금진항은 해거름에 찾는 게 좋다. 포구 앞바다를 빨갛게 물들이는 해넘이 풍경이 정말 빼어나다. 글 사진 강릉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안반데기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횡계에서 도암댐을 거쳐 오르는 방법과 옛 영동고속도로 끝자락, 그러니까 강릉 초입에서 닭목령 등을 되짚어 오르는 방법이 있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횡계나들목을 나와 용평리조트 쪽으로 방향을 잡은 뒤 리조트 입구 삼거리에서 도암댐 방면으로 직진한다. 도암댐에 못 미쳐 왼쪽 고갯길로 가면 된다. 아스팔트 길이라 일반 승용차로도 거뜬히 올라갈 수 있다. 옛 영동고속도로는 횡계 읍내를 빠져나오자마자 양떼목장 방향으로 우회전해 곧장 간다. 길 왼쪽으로 자작나무 군락지가 펼쳐진다. 정동진은 456번 ‘경강로’ 끝자락에서 35번 국도, 강릉시청 앞에서 7번 국도로 갈아탄 뒤 염전해변 방향으로 간다. 염전해변부터 정동진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하슬라 아트월드, 등명락가사 등이 늘어서 있다. 강릉터미널에서 정동진까지는 오전·오후 각 4회, 모두 8회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강릉 시내 신영극장 앞에서도 정동진행 버스가 있다. 종합관광안내소 640-4414, 4531. ▶맛집: 강릉엔 유난히 커피 전문점이 많다. 전국의 이름난 바리스타들이 강릉으로 이주하면서 생긴 독특한 지역 문화다. 영진해변에 커피 전문점이 밀집돼 있는데 특히 ‘카페 보헤미안’은 재일 교포 출신의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드립 커피로 이름났다. 662-5365. 월·화·수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요즘 제철 먹거리는 도루묵이다. 이른 아침 금진항 등 포구 주변 밥집을 찾으면 어디서든 싱싱한 도루묵찌개와 구이를 맛볼 수 있다. ▶잘 곳: 여럿이 동행한다면 경포대에 최근 문을 연 라카이샌드파인 리조트가 좋겠다. 지난 7월 문을 열어 깔끔하고 쾌적하다. 1644-3001. 금진항 주변에선 일출펜션마을이 깨끗하다. 산자락에 터를 잡아 전망도 좋다.
  • France & Italy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살을 유영하다 ①프랑스 리옹, 안시,샤모니

    France & Italy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살을 유영하다 ①프랑스 리옹, 안시,샤모니

    France & Italy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살을 유영하다 파스텔톤 건물들, 벽돌 깔린 좁다란 골목길, 1년 내내 보수 공사 중인 중세 성당. 유럽의 흔한 마을 풍경이다. 허나 그 안에 깃들여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삶의 결은 가지각색이니, 그 틈 속을 유영하며 각 도시의 매력을 탐닉하는 것이 유럽 여행의 매력일 터. 프랑스의 론알프스, 이탈리아의 파르마와 친퀘테레에서 먹고 마시고 풍경을 만끽하는 여행을 즐겼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France Lyon리옹 프랑스의 풍요로운 식탁을 엿보다 프랑스 동남부 론알프스Rhone Alpes 지역을 여행한다면 파리가 아닌 리옹Lyon을 기점으로 잡는 게 좋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산동네로 가기에 앞서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에서 파리 못지않은 문화유산과 세련미를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파리에서 리옹까지 TGV를 타고 온 2시간 기차길이 피곤치 않았던 이유도 미식의 나라에서도 으뜸간다는 미식의 도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리옹 파르디외Part Dieu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수백년의 역사를 겹겹이 머금고 있는 역사지구로 향했다. 먼저 가파른 산턱을 오르는 푸니쿨라 열차를 타고 해발 281m 높이의 푸르비에르 언덕으로 향했다. 비잔틴 양식의 탑이 견고히 버티고 있는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대성당은 여느 유럽의 성당이 그러하듯 내부공사가 한창이었다. 성당의 오른쪽에는 론강과 손강이 사이좋게 흐르는 도심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맑은 날이면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까지 보인다고 한다. 언덕 비탈길 중턱에는 4세기 로마극장의 뼈대가 남아 있다. 과거 로마의 식민도시였으며 갈리아 지방의 수도로 명성을 떨친 리옹의 옛 흔적으로 중세시대를 거치며 파괴됐던 극장은 20세기 들어 원형을 복원해 축제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평지에 이르자 수세기 동안 상업도시로 번성했던 리옹의 면면을 볼 수 있는 역사지구 골목길이 나타났다. 기뇰 인형극이나 리옹이 낳은 스타 생떽쥐베리와 뤼미에르 형제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것을 포기하고 리옹의 미식을 즐기기 위해 벨르꾸르 광장Place Bellecour 쪽으로 들어섰다. 좁다란 골목은 찬란한 햇볕을 맞으며 리옹의 가정식, 부숑Bouchon을 즐기는 사람들로 복작거렸다. 기뇰 인형으로 실내를 꾸민 한 식당에서 한국에서도 친근한 재료로 만든 푸짐한 음식들을 즐겼다. 채소와 계란 반숙, 햄이 어우러진 리옹식 샐러드, 와인과 치즈로 버무린 소곱창, 매콤한 해산물 찜, 소발바닥 무침, 피스타치오가 곁들여진 소시지, 여기에 하우스와인까지. 프랑스 음식은 너무 창의적이어서 도전하기 힘들다는 이방인의 편견은 리옹에서 보기 좋게 무너졌다. 1 리옹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대표적인 미식 도시다. 가정식 레스토랑을 일컬어 부숑Bouchoun이라 한다 2 푸르비에르 언덕에서 내려다본 리옹의 도심 풍경. 리옹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기뇰Guignol 끈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극으로 리옹 곳곳에서 인형을 볼 수 있고, 라 메종 드 기뇰La Maison de Guignol 등에서는 인형극을 무료로 관람할 수도 있다. 부숑Bouchon 리옹의 전통 가정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채소와 소시지, 오리, 돼지고기 등 현지에서 생산된 재료를 활용하며 다소 기름진 것이 특징이다. 리옹관광청 웹사이트에서 부숑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다. www.en.lyon-france.com ●France Annecy안시 산과 호수가 껴안은정겨운 마을 안시Annecy는 2018년 동계올림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신 도시다. 그러나 고작 겨울스포츠의 도시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도시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서정적인 도시로 꼽는 안시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안시호수와 알프스 산맥이 조화를 이룬 호젓한 풍경에 더해 중세 건축물과 고요한 운하까지 있어 느긋한 휴식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스키 브랜드 살로몬Salomon,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Millet, 주방기구 테팔Tefal 등이 안시에서 시작됐다 하니 어딘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국경 없는 자본 세계에서 우리는 이런 식의 소통에 익숙해져 있다). 안시에 도착한 것은 태양이 호수 반대편 산봉우리를 붉게 색칠하고, 상점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잠들기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호텔 잠자리가 아닌 ‘잠자리Libellelue’라는 뜻을 지닌 디너크루즈에 탑승하기 위해 항구로 갔다. 안시성을 뒤로하고, 호수 위를 유유히 흐르며 낭만적인 음악과 함께 정찬을 즐기는 크루즈였다. 달콤한 프랑스식 와인 칵테일 키르Kir부터 애피타이저로 나온 달팽이 요리, 대구살과 튀김이 곁들여진 메인코스, 여기에 프랑스 시골동네여서 더 어울리는 흘러간 미국 팝송을 들으며 달빛이 흐르는 호수의 정취를 만끽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구시가지 산책길에 나섰다. 마침 매주 세 번씩 서는 장이 펼쳐졌고, 집에서 만든 소시지와 치즈, 신선한 야채를 가지고 나온 상인들과 장바구니를 들고 모인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아침의 선선한 공기에 싱싱한 야채, 과일 냄새, 짭쪼름한 치즈 냄새에 사람 사는 냄새까지 더해진 풍경은 정겹고 따뜻했다. 안시에는 대형 슈퍼마켓도, 유명한 체인 빵집도 없다. 그저 농부들과 상인들이 애정과 자존심을 담아 길러내고 만들어낸 사람 냄새 나는 먹거리와 생활용품들이 또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북적이는 시장통을 벗어나 안시의 상징 ‘팔레드릴Palais de l’isle’로 향했다. 호수 위에 반영된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이 건물은 12세기 성주의 집이었다가 이후 행정관청, 감옥 등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진 실내에 들어가 보니 약 10도 정도 기울어진 침상이 있었다. 불과 지난 세기까지 프랑스인들은 심장이 발과 같은 높이에 있으면 죽을까 봐 이렇게 잠을 청했다고 한다. 자는 순간까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습속은 어디 간들 닮아 있는 것이다. 안시를 둘러본 여행자들은 구시가지 건물들과 산과 호수로 어우러진 도시의 풍경이 스위스나 이탈리아의 소도시를 닮았다고 말하곤 한다. 15세기부터 프랑스 혁명때까지 약 3세기 동안 사보이가Saboy家에서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의 광대한 영토를 다스렸으니 당연하다. 3 운하 위에 비친 팔레드릴의 모습이 신비감을 일으킨다 4 이른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는 안시호수 주변의 평화로운 풍경 5, 6 안시에서는 수시로 시내 중심가에 재래시장이 펼쳐진다. 신선한 야채, 가정에서 만든 치즈, 소시지 등을 구입할 수 있다 ▶travie info 사보이Savoy 11세기를 전후해 지금의 프랑스 남동부, 이탈리아 북부, 스위스 제네바 등을 통치했던 왕가. 알프스 이남 지역에서 맹위를 떨쳤다. 디너 크루즈 안시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품위 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메뉴 종류에 따라 50유로(메인 요리+디저트 혹은 애피타이저)부터 82유로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www.annecy-croisieres.com ●France Charmonix샤모니 산을 동경하는 이들의 궁극의 성지 스쳐가기엔 아까운 도시 리옹과 안시를 거쳐 유럽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이 있는 산악마을 샤모니Charmonix로 향하는 길, 기차 속에서 설렘과 기대감은 더욱 높아져 갔다. 샤모니로 가는 관문, 생제르베 레 벵Saint Gervais les Bains 역에서 널찍한 창으로 알프스의 장관을 볼 수 있는 지역열차로 갈아탔다. 자전거를 타거나 혹은 몸체만한 등산배낭을 멘, 혹은 암벽등반용 로프를 어깨에 짊어진 여행자들이 하나둘 기차에 올라타자 유럽의 지붕으로 향하는 흥분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마치 메카로 몰려가는 비장한 무슬림의 틈에 끼인 이교도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샤모니몽블랑역에 도착하자마자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나는 ‘그저 산이 있기에 오른다는’ 산꾼은 아니기에 몽블랑(4,810m)에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 ‘에귀 뒤 미디Aguille du midi’에 올라가 눈앞에 펼쳐지는 겹겹의 봉우리를 볼 요량이었다. 50명을 빽빽히 채운 케이블카는 순식간에 3,842m 정상으로 치달았다. 전망대에는 어린이부터 휠체어를 탄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 다국적 관광객들이 탄성을 내지르며, 알프스 봉우리와 그 위를 개미떼처럼 오르고 있는 산악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스위스 쪽의 알프스와 캐나다 로키산맥을 올랐던 경험을 떠올리며 몽블랑을 비교해 보니 풍경 그 자체보다도 빙하 위를 걷는 산꾼들이 많다는 것이 달라 보였다. 정상에 오르니 이 ‘성스러운 산’을 그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휙 보고 내려가기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 왔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핀란드 헬싱키에서 왔다는 30대로 보이는 등산객에게 물었다. “몽블랑은 어떻게 오게 됐지?” “평소에 등산을 좋아했고 몽블랑을 오랫동안 동경해 오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왔지.” “그럼 이제 돌아가는 길인가?” “아니 오늘까지 4주째인데, 일주일 더 있을 계획이야. 몽블랑은 지독한 매력을 가진 산이거든.” 부럽기 그지없는 답이 돌아온다. 나름 ‘아웃도어맨’을 자처하는 나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탓에 아쉬움을 무릅쓰고 샤모니 마을로 돌아왔다. 4주 휴가는 없었지만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몽블랑에서 불어오는 공기를 쬐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샤모니에서 빙하 트레킹, 패러글라이딩, 스키와 같은 거친 아웃도어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즐길 만한 ‘소프트한’ 아웃도어도 많다. 샤모니 마을을 순회하는 꼬마열차를 타고 관광을 즐기거나 루지,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는 샤모니 레저파크도 있다. 물론 국내 테마파크나 디즈니랜드 수준을 생각하면 실망할 것이다. 유럽 최고봉 몽블랑을 바라보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누린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게 좋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샤모니 몽블랑은 산악 여행자들의 성지다. 다른 여느 알프스 산보다 등산가들이 많은 것은 최고봉 몽블랑이 있기 때문이다 2 한여름에도 설산이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의 샤모니 마을 3 샤모니 몽블랑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가파른 능선을 타고 몽블랑 꼭대기까지 올라 볼 수도 있다 ▶travie info 아귀 뒤 미디Aguille du midi 케이블카 샤모니에서 아귀 뒤 미디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는 성인 기준 왕복 31.40유로다. 이외에도 해발 1,913m의 몽땅베르Montenvers로 가는 산악열차, 생제르베Saint Gervais에서 출발해 해발 2,372m의 에이글Nid d’Aigle로 향하는 열차, 길이 20km에 달하는 빙하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까지 가는 기차도 있다. www.chamonix.com 취재협조 레일유럽 www.raileurope.co.kr, 시크아울렛 www.chicoutletshopping.com/ko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미주통신] 고양이 물어 죽인 82세 개주인에게 3년 징역

    [미주통신] 고양이 물어 죽인 82세 개주인에게 3년 징역

    자신의 개가 고양이를 물어 죽이는 것을 방관한 82세의 노인에게 징역 3년형이 선고되었다고 미 언론들이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사는 흄 해밀턴(82)은 지난 6월 자신이 기르던 개와 산책을 하던 중 그만 개가 이웃집에 사는 고양이를 갑자기 물어 죽이고 말았다. 해밀턴은 이들을 떼어 놓으려고 했으나 불가능했고 개에게 물린 고양이는 결국 죽고 말았다. 하지만 이 과정이 고스란히 감시카메라에 녹화되어 해밀턴은 지난 7월 동물학대죄로 체포되고 말았다. 그의 변호사는 법정에서 해밀턴이 노령인 점을 참작하여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등 선처를 요청했으나 재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15일 속개된 재판에서 해밀턴은 결국 3년 징역형과 이후 2년의 보호감찰은 물론 출소 후에도 앞으로 절대로 애완동물을 소유할 수 없다는 판결까지 받고 말았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죽은 고양이 주인인 웨인 스패스는 “그 고양이는 12년 전에 우리 딸이 어렸을 때부터 키워와서 우리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며 “마침내 정의가 승리해 기쁘다.”고 말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저자와 차 한 잔] 독서 예찬론 ‘책, 인생을 사로잡다’ 펴낸 이석연 前 법제처장

    [저자와 차 한 잔] 독서 예찬론 ‘책, 인생을 사로잡다’ 펴낸 이석연 前 법제처장

    “나는 아웃사이더다. 공직자, 시민운동가, 법조인,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항상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모험과 도전 정신으로 임했지만 책속의 지혜와 함께했기에 큰 틀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지난 2010년 8월 법제처장에서 물러난 뒤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간 이석연(58) 전 법제처장. 그동안 헌법과 형법 등 딱딱한 법 관련 책들을 주로 써왔던 그가 젊은 세대에게 책읽기의 즐거움과 방법론을 나눠주는 ‘책, 인생을 사로잡다’(까만양 펴냄)를 펴냈다. 의외였다. 책을 쓴 계기와 근황 등을 듣기 위해 서울 서초동 사무실을 찾은 지난 14일 공교롭게도 특별검사가 내곡동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현직 고검 부장검사의 비리 사건을 놓고 검찰(특임검사)과 경찰의 ‘이중수사 논란’으로 시끄러워 자연스럽게 특검에 대한 생각부터 물었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정치와 거리를 뒀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정부에 있을 때 쓴소리를 해온 것으로 유명해 재차 묻자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특별검사의 한계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검찰은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를 잘했으면 특검이 왜 필요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검찰은 임명권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하고, 직무집행은 헌법에 따라서 하면 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특검이나 특임검사를 따지기 전에 시대 변화에 맞춰 전체적으로 큰 틀에서 수사구조를 다시 조명할 필요는 있다.”면서 “사회적 현안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책 이야기나 하자.”며 말꼬리를 돌렸다. 독서경영이다, 독서법이다 하는 식의 책이 봇물을 이루는 상황에서 비슷한 유형의 책을 하나 더 내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수십년 독서습관에서 나온 노하우가 오롯이 담긴 “이 책은 다르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한국이 높은 교육열과는 반비례해 ‘독서문맹국’이라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가 걱정이 돼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주위 권고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독서도 기술이라면서 유목(노마드) 독서법을 소개했다. “모든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을 필요는 없다. 요점만 파악하며 건너뛰고 겹쳐 읽고, 다시 보고, 밑줄 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면서 10가지 독서법을 풀어놓았다. “우리 사회는 혼자 떨어져 있거나 밥을 먹으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끔씩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매일 적어도 1시간씩 책을 읽으라고 권했다. 이 전 처장은 책에서 ‘사기’와 ‘파우스트’, ‘지조론’‘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진리의 말씀 법구경’, ‘손자병법’, ‘예언자’ 등 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 10권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 유성룡이 쓴 ‘징비록’은 대학생과 공무원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꼽았다. 요즘도 매일 사마천의 ‘사기’는 한 구절 또는 한 단원씩 읽고, 1주일에 책 2~3권은 읽는다고 했다. 감명깊게 읽은 책의 구절은 물론 영화 대사, 연설 등은 그때그때 ‘독서노트’ 에 14년째 써오고 있다. 대선 후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도리스 컨스 굿윈이 쓴 링컨의 포용 리더십을 다룬 ‘권력의 조건’을 들었다. 여기에 ‘징비록’과 ‘사기’도 보탰다. 그는 ‘책, 인생을 사로잡다.’는 시작이라며 앞으로 쓰고 싶은 책들이 많다고 했다. “수도이전법, 제대 군인에 가산점을 주는 법 등 그동안 위헌 결정을 받아낸 주요 공익소송들의 의미를 정리한 대담집을 구상 중이다. 또 ‘사마천, 한국사회를 말한다’라는 제목으로 사기에 나타난 인간사회 단면들을 짚어보는 책도 쓰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술술 풀어놓았다. “책 읽는 능력이 국력”이라고 확신하는 이 전 처장은 지난 5월 김을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소설가 김홍신, 영화배우 안성기, 축구감독 홍명보과 함께 출범시킨 ‘책권하는사회운동본부’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 나갈 생각이다. 김균미 문화부장 kmkim@seoul.co.kr
  • [미주통신] 허리케인 덕에 70년 만에 주인 찾은 ‘연애편지’

    [미주통신] 허리케인 덕에 70년 만에 주인 찾은 ‘연애편지’

    미국 동부 해안을 초토화한 허리케인 샌디가 뜻밖의 일을 해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저지에 사는 패트릭 체니(14)는 허리케인 샌디가 휘몰아친 다음 날 뉴저지 해안가를 부모와 함께 산책하다 우연히 편지가 담긴 종이 뭉치가 떠내려온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집으로 가져와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난로 가에서 젖은 편지를 하나씩 말리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아챘다. 이것은 70년 전인 1942~194년에 쓰인 연애편지로, 도로시 펠론이라는 여성이 자신의 약혼남인 린 팬남에게 보낸 57통의 편지였다. 패트릭은 이 연애편지를 당사자에게 다시 전해 주려고 편지에 있는 주소를 찾아갔으나 허사였으며, 생활잡지에 광고도 내어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린 팬남이 1991년에 사망한 사실을 알아내고 묘를 관리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다시 광고를 올렸다. 드디어 지난 13일 마침내 이를 본 펠론의 조카로부터 연락이 왔고 펠론은 지금 나이가 91세이며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패트릭의 어머니는 “연애편지를 읽다 보니 마치 펠론이 숙모처럼 느껴졌는데, 편지를 주인에게 되돌려 줄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즉시 편지를 펠론에게 부치겠다.”고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겨울나기 채비 山寺에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겨울나기 채비 山寺에 가다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새 차가운 바람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계절은 자연의 순리와 더불어 세월의 무상(無常)함을 정직하게 알려준다. 단풍이 낙엽으로 변해 뒹구는 이즈음, 사람들은 저마다의 월동 준비와 함께 한 해의 마무리를 시작한다. 남녘의 산사(山寺)도 겨울 채비에 분주하다. 지난 12일 경남 양산의 영축산기슭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통도사(通度寺). 경내로 향하는 길 숲에는 가을 단풍이 머물다 간 흔적들이 띄엄띄엄 남아 있다. 대웅전 추녀에 매달린 풍경이 청아한 소리로 객의 발길을 맞이한다. 사찰에 진동하는 메주콩 냄새가 구수하다. 절집 겨우살이 준비는 여염집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첫눈이 내리는 소설(小雪) 즈음에 메주를 쑤던 옛 전통 그대로다. 새벽부터 팔을 걷어붙인 스님과 신도들의 손길이 해질 무렵까지 쉴 틈이 없다. 사찰 원주(院主) 마벽 스님은 “메주 맛에 따라 그해 반찬의 밑천인 장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극 정성을 기울인다.”며 “한 해 먹을거리는 절반쯤 준비된 셈”이라며 흐뭇해했다. ●아랫목 덥힐 땔감 쌓고 구들장·아궁이 점검 한쪽에서는 아랫목을 데울 땔감인 장작을 쌓아 올리고 한동안 비워뒀던 구들장, 아궁이 정비부터 전각의 문창호지를 다시 바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교무 광우 스님과 마주 앉아 마시며 나눈 차담(茶談). “겨울나기 절 살림은 소욕지족(少欲知足) 그 자체입니다.” 자연에서 얻은 최소한의 것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겨울나기 준비를 통해 또 다른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선승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비구니 전문 교육 도량(道場)인 경북 청도의 운문사(雲門寺). 달빛 어스름한 새벽, 예불 시간을 알리는 범종(梵鐘) 소리가 경내를 휘감는다. 정성스레 아궁이에 불이 지펴지고, 스님들의 낭랑한 독경소리가 새벽의 찬바람을 가른다. 운문사 새벽 예불의 공명음에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씻어주는 청정한 울림이 담겨 있다. ●공양간엔 시래기 저장… 돌배 말려 茶 만들어 동이 트면서 펼쳐지는 절집의 빼어난 기품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아침 공양을 마친 스님들이 겨우내 먹을 배추걷이 울력에 나섰다. “울력은 승려들에게 있어 중요한 수행의 일부 입니다.” 막장갑을 끼고 괭이질을 하던 교무 은광스님의 설명이다. 구름처럼 힘을 모은다는 뜻에서 운력(雲力)이라고도 한다. 김장은 산사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이는 대표적인 ‘울력품목’이다. 스님들은 따놓은 돌배를 말려 겨우내 마실 차를 만들고, 감 따는 울력에도 한창이다. 공양간에서 시래기를 매달고 있는 승가 대학 2학년 윤상 스님. “공부하랴. 작업하랴. 힘들지 않으냐.”는 우문(愚問)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현답(賢答)을 한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내는 것으로 여승들에게는 당연히 해야 하고 즐거운 일들이었다. 월동준비를 마친 산중(山中)은 이내 ‘겨울 공부철’인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다. 무명을 걷어내고 지혜를 얻기 위한 선방(禪房)의 정진(精進)만이 남을 것이다. ‘칼바람 피하려고 나무도 옷을 벗고, 번뇌를 벗으려고 동안거 서두르네.’ 어느 시인의 시구(詩句)처럼 겨울은 어느새 산사 일주문 안으로 한걸음 성큼 들어서고 있었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길섶에서] 청계천 등 축제/박정현 논설위원

    요즘 청계천을 산책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광화문 기점에서 출발해 청계천을 따라 늘어선 등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30분이 후딱 지난다. 왕복으로 1시간 거리다.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걷기에 좋은 가을 날씨다. 흑두루미의 날갯짓 모습에 올여름 휴가 때 순천만 장면이 떠오르고, 잊고 지내던 서울 역사의 기억도 새롭다. 허물어져 듬성듬성하던 성곽쌓기 행사도 1주일을 넘기면서 많이 모아져 다행이다. ‘서울의 뿌리 선조의 생활’이 등 축제의 콘셉트인데, 광화문에서 청계천 하류로 내려가면서 어색한 모습의 등이 눈에 띈다. 스파이더맨과 슈퍼맨, 태권로봇V가 웬말인가.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물길을 가르며 서 있는 빈대떡집 광고다. 광장시장 안에 있는 꽤 알려진 빈대떡집이라는 게 동행했던 이의 설명이다. 축제 예산이 줄어들면서 업체의 협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빈대떡집치고는 상당한 협찬금을 냈다고 한다. 서울시 복지 예산이 늘면서 내년 행사비용은 더 줄어들 모양이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성북구 ‘인권’ 생각하는 예산

    예산은 단순한 숫자 나열이 아니라 ‘돈으로 표현된 정책´이다. ‘성인지 예산’이나 ‘균형인지 예산’ 등 다양한 ‘인지적 예산’ 제도가 속속 행정에 도입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성북구가 ‘인권인지 예산’을 도입해 재정정책에 이정표를 세웠다. 성북구는 내년도 세출예산을 대상으로 인권에 미치는 요인을 정밀 분석해 인권친화 구정을 실현하기 위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재정의 효율성과 인권감수성을 높인 획기적인 정책으로 평가돼 다른 행정기관에 널리 벤치마킹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권영향평가는 정책이나 사업 등이 인권개념에 의거해 기획됐는지를 가늠하는 도구로, 북유럽을 포함한 소위 인권선진국들이 앞다퉈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수립 단계부터 인권의 기본개념을 반영해 인권인지적 예산을 구현하는 사례는 드물다. 먼저 사업 담당부서에서는 행정용어의 인권침해 가능성, 사업관련 정보의 공개 여부, 주민의 참여 여부, 권리침해 때 해소 방안 등 7개 항목의 체크리스트에 맞춰 자가진단을 한다. 이어 감사담당관 인권팀이 결과에 대해 인권영향요인을 검증한다. 구에서는 이미 펼치고 있는 정책 사업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난 7월 ‘인권증진 기본조례’를 공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세출예산 단위사업, 주민이 주거지나 사업장에서 퇴거하는 사업, 조례와 규칙 제·개정, 3년주기 사업 등에 대해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투표소 인권영향평가’에 이어 7월 ‘정릉천 산책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9월에는 전국 최초로 공공사업에서의 인권영향평가를 의무화해 현재 ‘안암동 복합청사’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정선 산수화 옮긴 듯한 여기가 종로구

    정선 산수화 옮긴 듯한 여기가 종로구

    ‘서울 도심에서도 녹지확보는 가능했다.’ 도심에 위치한 종로구가 서울시 ‘공원녹지 분야 인센티브사업 평가’에서 우수구로 선정됐다고 15일 밝혔다. 구는 인왕산 조망권을 해치는 옥인시범아파트를 철거하고 인왕산 연결녹지를 조성, 조선 중기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진경산수화 속 수성동 계곡을 그림처럼 복원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자투리땅 30곳의 묵은 쓰레기 1100t을 걷어내고 조성한 도시텃밭 6700㎡는 구를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농업 지역으로 탈바꿈시켰다. 구는 ‘아이디어 텃밭전’을 열고, 상자텃밭을 주민들에게 분양해 적은 예산으로 고품격 녹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공원 유지 관리와 산사태 방지 및 산림복구, 걷고 싶은 산책로 조성 등의 사업도 아울러 추진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7월 기상청 조사에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시원한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김영종 구청장은 “이번 우수상을 발판으로 앞으로 더 푸르고 쾌적한 녹지환경을 조성해 ‘사람 중심 명품도시 종로’라는 명성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용왕산 등 순찰 사각지대 양천 23일부터 특별점검

    서울 양천구는 오는 23일부터 평소 행정 점검이 쉽지 않았던 순찰 사각지대인 행정구역 접경지역 등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점검 지역은 용왕산과 지양산, 수명산, 갈산, 서서울호수공원 등 공원 5곳과 안양천 5.4㎞에 있는 양화교, 양평교, 오목교, 신정교, 오금교 등 하천과 교량 등이다. 특히 구와 행정구역이 접해있는 경기 부천시와 강서구, 구로구 접경지역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상 지역은 신월5동 남부순환로와 신정3동 신정로, 구로구 궁동과 오류동 경계구간, 신월3동과 경기 부천시 경계 등 4곳이다. 점검 내용은 공원과 안양천변에 설치된 운동시설, 산책로 등 각종 시설물, 접경지역 절개지, 경사면, 축대 등의 위험시설물 안전, 보안등과 가로등 점등 상태, 사각지대 장기간 적치된 오염물 및 쓰레기 등 환경 청결 상태 등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충효길 걸으며 건강관리를

    서울 동작구는 오는 17일 오전 9시 명품 산책길로 육성하고 있는 동작 충효길에서 ‘2012 동작구민 걷기대행진’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문충실 구청장과 시·구의원, 주민 1000여명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걷기 구간은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출발해 동작역~이수역 갈림길~정금마을 갈림길~상도출입문(현충원)~지장사입구~유공자제2묘역~현충문~현충관으로 돌아오는 4.1㎞ 코스로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구는 행사장에 건강부스 5개를 마련하고 혈당·혈압측정 등의 건강 관리와 각종 질환 검진 행사도 연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마약 없는 건강한 사회 위해 함께 걸어요

    마약 없는 건강한 사회 위해 함께 걸어요

    서울신문사는 오는 11월 17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2012 마약퇴치기원 걷기대회’를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는 날로 증대되는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경계심을 고취하고자 마련하였습니다. 마약 없는 건강하고 밝은 사회를 위한 여러분의 힘찬 발걸음을 부탁드립니다. ■ 일 시 2012년 11월 17일(토) 10:30~12:00 ■ 장 소 서울 월드컵경기장 남측광장 ■ 구 간 난지 순환길 산책로 5.8㎞(1시간 30분 소요) ■ 참 가 비 무료 ■ 모집인원 선착순 3000명 ■ 참가신청 www.seoulwalk.kr ■ 문 의 서울신문 문화사업부(02-2000-9752~5) ■ 후 원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청
  • 인천 봉재산 옛 군부지 7년 빈터서 주민 쉼터로

    군부대가 이전한 뒤 방치돼 왔던 인천 봉재산(해발 104m)의 부지가 청량산 둘레길과 연계된 공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봉재산은 인천의 S자 녹지축의 끝자락으로 인천 앞바다에 인접해 있다. 12일 인천 연수구에 따르면 동춘동 봉재산에 주둔해 있던 공군 미사일 부대(5만 4972㎡)는 인근에 송도국제도시가 들어서면서 오발사고 등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 제기로 2005년 영종도로 이전했다. 이후 군부대 땅은 지금까지 빈 땅으로 방치돼 왔다. 해당 부지는 주요 경관관리 대상인 데다, 동춘1·2구역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중앙에 있게 된다. 구는 인천발전연구원을 통해 군부대 부지 활용방안을 연구한 결과 청량산 둘레길과 억새밭 등과 연계된 자연형 근린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재산의 산줄기는 북쪽으로 청량산(173m)과 이어진다. 근린공원은 서해와 송도국제도시·인천대교 등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공원’, 둘레길과 함께 산책로로 활용하는 ‘산책공원’, 저녁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노을공원’ 등으로 나눠 조성될 예정이다. 구는 청량산 둘레길을 만들면서 봉재산에 기본적인 산책로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 데다, 주변에 억새와 해송 등이 충분히 심어져 있어 근린공원을 조성하는 데 2억∼4억원의 소규모 예산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군부대 부지가 오랫동안 빈터로 방치됐지만, 주변 도시개발사업과 발맞춰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도시계획시설 변경 절차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올해 마지막 단풍…강남 양재천에 ‘낙엽의 거리’

    강남구는 낙엽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말까지 양재천 산책로 일부 구간을 ‘낙엽의 거리’로 꾸며 운영한다. 이번에 조성된 양재천 낙엽의 거리는 총 1.8㎞로 대치중학교 앞 400m, 개원중학교 앞 700m를 비롯해 올해부터 미도아파트 앞 700m를 추가했다. 구는 단풍과 낙엽이 아름다운 양재천 제방 산책로 일부 구간의 낙엽을 쓸지 않고 자연 상태로 유지해 주민들이 양재천에서 낙엽을 밟고 거닐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 들어 처음 꾸민 미도아파트 낙엽의 거리는 은행나무가 많은 곳이고, 기존의 두 곳도 벚나무와 느티나무가 많아 낙엽과 단풍이 예쁜 곳이다. 이와 함께 양재천 영동3교와 영동5교 공연장에서는 깊어가는 가을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매주 목·금요일 저녁 중·장년층을 위한 색소폰 및 통기타 동호회의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 4번 출구,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1번 출구, 지하철 분당선 대모산입구역 2번 출구에서 내리면 가까운 낙엽의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사람냄새 나는 기사를 읽고 싶다/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옴부즈맨 칼럼] 사람냄새 나는 기사를 읽고 싶다/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시는 짧지만 여운이 길다. 소통 부재의 현대인들의 절절한 외로움이 느껴져서다. 특히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기사가 대세다. 지면의 대부분이 높은 목소리와 일방적 소통이 넘치는 때라 사람들 사이에 놓여 있는 ‘섬’처럼 담담하고 소박한 기사에 더 갈증을 느낀다. 그런 가운데 ‘섬’처럼 따뜻하고 담담하게 다가오는 기사는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과 지난 1일 끝난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기획이다. 신문(新聞)이란 새로 들을 뿐 아니라 다시 보게 하는 데서도 의미가 있다. 이들 기사는 모르진 않았지만 지나쳤던 ‘우리 주위의 사물과 현장’을 다시금 눈을 씻고 보게 해준다. 이들 기획의 매력은 발로 뛴 현장취재와 따뜻한 관점에서 우러난다. ‘카메라 산책’은 현장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사진에세이로 필자가 즐겨 보는 기획물이다. 월1회 연재되는 게 아쉬울 정도다. 맛깔스러운 글과 발로 뛴 현장사진이 담백한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 사회 한편에서 열심히 땀흘리며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의 모습에서 분발과 자극을, 그리고 때로는 정겨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지난 회엔 ‘공공의 벗, 공익근무요원-청소하고 취객 깨우고… 우리도 현역병 못지않게 빡셉니다’를 다뤘다. 빗물가리개를 걷는 작업, 취객을 깨우는 일, 노인 말벗이 돼주고 목욕을 시키는 공익요원들의 사진을 보며 이들이 일반인의 인식과는 달리 얼마나 다양한 사회복무를 현역병 못지않게 빡세게 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재인식이다.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 여러 장의 현장사진은 그 자체가 울림을 준다. 그간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산음휴양림 산림치유센터를 가다’, ‘여성예비군 훈련장을 가다’ 등등, 다양한 현장이 사진에세이에 담겼다. ‘카메라 산책’의 마니아 독자로서 한 가지 더 바람을 덧붙이자면 장소나 프로젝트보다 ‘공익’처럼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기획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산부인과 신생아 병동을 가다’, ‘발레아카데미 성인반을 가다’ 등과 같은 현장 365일, 36.5도의 따끈따끈하고 박동이 뛰는 사진에세이를 기대한다. ‘나무와 사람이야기’는 지난 1일 100회로 아쉽게도 2년 기획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단순한 나무이야기를 넘어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씨의 감성터치 글과 발로 뛴 현장취재를 통해 ‘나무’에 얽힌 스토리텔링이 이렇게 구성될 수 있구나 하고 읽을 때마다 안식과 감동을 느꼈다. 솔송나무처럼 이름조차 처음 접하는 생경한 나무는 물론 소나무, 감나무, 버들같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나무에 관한 지식, 문학작품 속의 나무들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그 못지않게 한 나무를 수년에 걸쳐 취재하고,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그후 이야기를 추적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청소년기에 한번쯤은 필독서로 읽는 셸 실버스타인의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소년에게 마지막 남은 그루터기까지 아낌없이 다 주는 나무가 바로 솔송나무란 것을 안 것도 이 코너를 통해서다. 마지막회의 ‘의령 백곡리 감나무’는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미친 존재감’만을 외치고 지향하는 현대의 인스턴트 사회에서 ‘뒤늦은 존재감’으로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는 백곡리 감나무는 그 동안의 인간관계까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인스턴트 사회에서 근성 있는 심층취재 기사를 서울신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독자로서 호사스러운 감동이었다. 차제에 제안하고픈 것은 장기기획이 끝나면 마지막회를 알리는 것에 그치기보다 취재 낙수 및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별도의 회를 마련해 다뤄줬으면 하는 것이다. 2010년 9월부터 연재를 시작했으니 어언 2년, 그간 ‘스타’가 된 나무, 운명이 바뀐 나무와 사연 등 후기가 오죽이나 풍성하고 다양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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