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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책이 두렵다…일산호수공원 ‘유리섬유’의 공습

    산책이 두렵다…일산호수공원 ‘유리섬유’의 공습

    바람에 호흡기 위협 물질 FRP 날려 심할 땐 두통·결막염·피부홍반 등 유발 고양시 “전체 리모델링 방안 검토 중”하루 수만명이 조깅과 산책을 위해 찾는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 호흡기 등에 치명적인 유리섬유가 날아다녀 주의해야 한다. 호수공원에 들어선 인공폭포와 인공암이 부식되고 노후화되면서 유리섬유 가루가 나오기 때문이다.서울신문이 24일 일산호수공원을 점검한 결과 이미 오래전부터 인조암으로 만든 시설물 곳곳이 파손돼 어른 주먹이 들어갈 만큼 구멍이 뚫리거나 손바닥이 들어갈 만큼 틈이 벌어지면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995년 일산호수공원을 만들면서 법원공무원연수원 뒤편 호숫가에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인조암을 이용해 인공폭포 및 암벽지대를 조성했다. 인조암은 예전에 FRP 재질로 만들었다. 문제는 FRP가 오랫동안 자외선에 노출되면 부식되고 노후화되면 쉽게 부서진다. 경관을 꾸미기 위해 만든 시설물이 오히려 시민들의 호흡기·눈·피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FRP는 유리섬유와 불포화 폴리에틸렌수지, 경화제, 안료, 파라핀왁스 등으로 만들어진다. FRP 가루는 심할 경우 현기증, 두통, 메스꺼움, 의식불명, 피부홍반, 결막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한 뒤 불에 태우면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이 발생한다.보건학 박사인 안종주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은 “20년 전 인천 고잔동에서 유리섬유와 관련해 큰 논란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면서 “사람들의 호흡기·피부·눈 등에 나쁜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공원 내 시설은 신속한 보수나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도 “부유 상태의 유리섬유 입자가 피부·점막 등에 직접 접촉해 각종 자극 증상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 등에서는 FRP의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상은 FRP 재질로 만든 10년 이상 된 인공폭포와 인공암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산 송도해수욕장 인공폭포, 충북 청주 운천공원 인공폭포, 경남 진주 석류공원 인공폭포 등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 지자체들은 관련 시설물을 전면 교체했다. 업계에서는 “FRP로 만든 인조암은 내구성 및 안정성이 약해 2년에 한 번씩은 도색해야 한다”면서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수명이 짧아지고 유리섬유가 겉으로 드러나는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고양시 관계자는 “일산호수공원이 개장한 지 25년이 다 되고 있어 전체적인 리모델링 방안이 수립되고 있다”면서 “인공폭포와 인공암벽 지대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아이유와 네 명의 감독이 선보이는 色다른 이야기…‘페르소나’ 예고편

    아이유와 네 명의 감독이 선보이는 色다른 이야기…‘페르소나’ 예고편

    이지은(아이유)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 예고편이 공개됐다. ‘페르소나’는 임필성, 이경미, 전고운, 김종관 4명의 감독이 이지은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총 4개의 단편 영화 묶음이다. 페르소나란 사전적으로는 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한다. 영화 ‘페르소나’에서는 네 명의 감독이 배우 이지은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해석했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테니스 시합이 한창인 코트 위 아빠의 여자친구를 상대로 질투에 사로잡힌 소녀,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매력적인 여자, 친구의 복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씩씩한 여고생, 낭만적인 밤거리에서 아련한 이야기를 속삭이는 옛 연인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페르소나’에 등장하는 네 편의 작품은 오로지 이지은 한 사람에게 받은 영감을 기반으로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네 감독의 개성이 덧대어져 그녀를 전혀 다른 네 명의 인물로 완성했다. 이경미 감독의 ‘러브 세트’는 테니스 코트 위 두 여자의 불꽃 튀는 승부를 담은 작품이다. 아빠의 애인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딸 이지은과 호락호락하지 않은 아빠의 애인 배두나가 호흡을 맞췄다.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임필성 감독의 작품으로 모든 걸 바칠 만큼 매혹적인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유분방한 여자 이지은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녀 때문에 애태우는 박해수의 모습이 담겼다.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는 키스마크 때문에 아빠한테 머리카락이 잘린 채 집에 갇힌 친구를 구출하는 엉뚱 발랄한 여고생 이지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체육복 차림의 이지은은 친구를 위해 친구 아빠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씩씩한 여고생으로 변신했다.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는 이별한 연인과의 슬프고 아름다운 밤 산책을 다룬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이지은은 한 남자의 꿈에 나타난 옛 연인을 연기했다. ‘페르소나’는 ‘월간 윤종신’으로 창의적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는 문화 기획자 윤종신과 제작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첫 영화다. 한 명의 페르소나와 네 명의 감독이 그린 영화 ‘페르소나’는 4월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영상부 seoultv@seoul.co.kr
  • 건강한 심장 가지려면 빨래개기, 정원가꾸기 해라

    건강한 심장 가지려면 빨래개기, 정원가꾸기 해라

    기계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몸도 오래 쓰면 이곳 저곳이 고장나고 삐그덕거리게 된다. 기계처럼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은 쉽지 않다. 또 어떤 운동을 해야할지도 고민이다. 그런데 미국 연구진이 공원 산책이나 정원이나 화분 가꾸기, 빨래개기 같이 가벼운 신체활동만으로도 심장질환의 위험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UC샌디에고) 의대, 샌디에고주립대 공중보건대학원,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대 세계보건대, 앨라바마대 보건대, 스탠포드대 의대,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하버드대 의대, 카이저 퍼머넌트 워싱턴 보건연구소, 뉴욕주립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정원 가꾸기, 공원 산책, 빨래개기 같은 가벼운 신체활동이 63세 이상 노년층 여성의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상당부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습게 보이지만 이런 가벼운 신체활동만으로도 뇌졸중이나 심부전 같은 심혈관 질환은 22%, 관상동맥 이상이나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위험은 최대 42%가량 줄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국립보건원(NIH) 부설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에서 지원한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 3월 15일자에 실렸다. 심장질환은 미국 여성들의 주요 사망원인이고 나이든 여성들에게 심혈관질환은 치명적이라는 통계결과가 있다. 실제로 60~79세 미국 여성들 68% 정도는 심장관련 질환을 앓고 있다. 또 이런 저런 심장질환을 하나 이상 갖고 있는 미국 성인 8560만명 중 절반이 상이 60세 이상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인종과 민족별로 다양하게 미국에 거주하는 63~97세의 여성 5861명을 선정한 뒤 5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심지어 잠자는 시간의 움직임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피트니스 트래커’를 허리 부분에 착용하도록 하고 관찰했다. 그 결과 가벼운 움직임이라도 자주 할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인종과 민족에 관련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난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안드레아 라크록스 UC샌디에고 의대교수는 “기존에도 노년층 여성에게 치명적인 심혈관질환과 신체활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대부분 설문조사 형태였고 옷을 개거나 우편물을 찾으러 나가거나 하는 일상적 행동은 신체활동으로 간주하지 않아 신체활동과 심혈관질환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보기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라크록스 교수는 “활동량이 많아질수록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은 낮아진다”라며 “이번 연구는 나이든 여성들에게는 모든 움직임이 심혈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연구를 지원한 NHLBI 심혈관연구부 부장 데이빗 고프 박사는 “심장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앉거나 누워있는 것보다는 가능한 가벼운 신체활동이라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번 연구결과는 연방정부가 발표한 신체건강가이드라인과도 일치한다”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나이든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홍제천 산책로 50년 만에 이어진다

    홍제천 산책로 50년 만에 이어진다

    지난 50년 동안 단절됐던 홍제천 산책로가 연결된다. 서울 서대문구는 오는 23일 홍제천의 유일한 산책로 단절 구간이었던 유진상가(통일로 484) 하부 약 500m 구간에 대한 개통식과 걷기행사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로써 약 11㎞에 달하는 홍제천 산책로 구간이 온전히 이어지게 됐다.이번 개통에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유진상가와 통일로가 하천을 덮어 보행로가 끊긴 일대는 지난 10여년 동안 지역 개발 추진과 중단이 반복되면서 연결 사업에도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2017년 2월 문 구청장이 ‘지역개발 사업’과 ‘단절구간 개통 사업’을 분리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지난해 4월에는 국비와 시비 21억원을 확보했다. 이번 개통구간은 유진상가를 떠받치는 기둥이 약 300m 구간에 50m 간격으로 배열돼 있는 독특한 구조다. 지난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서울시의 ‘서울은 미술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대문구는 향후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대문구는 하부구조물 양쪽에 위치한 하수시설에서 발생하는 악취 해소 위해 ‘완전밀폐식 악취차단기술’을 적용했다. 또 여름 장마철 등 폭우가 쏟아질 때 사전 진·출입 통제를 위해 수위감지기와 차단시설을, 안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감시카메라와 비상벨을 각각 설치했다. 이밖에도 복개구간 중앙에 진출입 계단을 만들어 필요할 경우 빠르게 지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계단 위치를 유진상가 중앙 부분 및 인왕시장 입구에 가깝게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1969~1970년에 지어진 유진상가는 당시 북한군에 대비해 전차 폭을 고려한 기둥 간격과 폭격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콘크리트 구조로 설계되는 등 복합 상가와 군사시설로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건축물이다. 문 구청장은 “냉전시대 아픔을 지닌 건축물로 인해 지난 50년 동안 단절됐던 홍제천을 온전히 연결하는 것은 평화로 가는 시대 흐름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오빠들 뮤비 속 그 장소로… 방탄 순례단

    오빠들 뮤비 속 그 장소로… 방탄 순례단

    방탄소년단(BTS)은 단순한 인기 아이돌 그룹을 넘어서 어느덧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됐다. 그들이 음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전 세계에 산재한 팬들에게 위안을 주고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아이돌’을 통해 한복과 탈춤 등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기도 했던 방탄소년단은 그간 뮤직비디오 등 촬영지로 국내의 숨겨진 장소를 발굴해 오기도 했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촬영지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사진 한 장, 영상 한 컷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국내외 팬들의 ‘성지순례’가 이어진 것은 당연하다. 방탄소년단의 흔적이 스민 대표적인 촬영지를 돌아봤다. 지도에서 양주, 강릉, 제천, 청주, 부안 등 다섯 곳을 선으로 이어 보니 숫자 7 모양이 나온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크게 틀고 이 ‘BTS 로드’를 따라 여행길에 올랐다.●‘봄날’ 뮤비 첫 장면 그대로… 양주 일영역 ‘봄날’ 뮤직비디오 첫 장면의 눈이 내리는 간이역. 뷔가 플랫폼 아래로 내려오더니 몸을 웅크려 철길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멀리서 봄을 싣고 달려올 기차를 기다리는 듯하다. ‘BTS 로드’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근교의 일영역이었다. ‘아미’라면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촬영장소로 가장 먼저 떠올릴 곳이다. 경기 양주 장흥면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교외선상에 놓인 기차역으로 벽제역과 장흥역 사이에 있다. 1961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가 2004년 여객열차의 운행이 중지됐다. 이름 없는 수많은 간이역 중 하나였지만 2017년 방탄소년단 ‘봄날’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사시사철 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일영역에 도착하자 안쪽에서 휴대전화로 재생한 듯한 ‘봄날’ 음악과 함께 밝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친구 세 명이 다양한 포즈를 지으며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타타’(뷔가 만든 캐릭터) 인형과 ‘아미밤’ 덕분에 한눈에도 팬임을 알 수 있었다. 3년 전부터 방탄소년단 팬이 된 서은지(34)씨는 “뮤직비디오를 감명 깊게 봐서 오게 됐다. 팬들에게는 뜻깊은 장소”라며 웃었다. 팬이 아니라도 작은 간이역의 소박한 분위기를 느끼며 예쁜 사진 한 장 남기기에 손색없는 곳이다.일영역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장흥조각공원을 함께 둘러봐도 좋다. 형형색색 개성을 뽐내는 40여점의 조각들 사이로 쉬엄쉬엄 걷기 좋은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공원 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는 제4회 뉴드로잉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다. 화가 장욱진의 예술정신을 재해석한 신진작가 80명의 작품 155점을 1층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2층 상설전에서는 독창적인 조형세계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장욱진 삶과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다. ●‘유 네버 워크 얼론’ 커버 속 버스정류장 재현… 주문진해변 ‘봄날’의 여운을 마저 느끼기 위해 다음 목적지 강원 강릉으로 이동한다. 서울양양고속도로로 한참을 달리다 양양에서 남쪽으로 꺾어진다.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조금 더 달리다 도착한 곳은 주문진해변이다. 1.5㎞ 해변이 길게 이어진 이곳은 강릉 최북단 해변이다. 주문리와 향호리에 걸쳐 있어 북쪽 일부를 향호해변으로 따로 부르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은 타이틀곡 ‘봄날’이 들어 있는 ‘유 네버 워크 얼론’ 앨범 재킷 촬영을 이곳에서 진행했다. 해변 주차장 근처에 ‘BTS 앨범재킷 촬영장소’라는 안내만이 큼직하게 서 있다. 강릉시는 지난해 해수욕장 개장에 앞서 방탄소년단 앨범 사진 속 버스정류장을 설치했다. 국내외에서 찾아온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애써 찾아온 해변에 파도치는 바다와 백사장만 있었다면 괜스레 허무했겠지만, 똑같이 재현된 포토존 앞에 서자 사진 속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맑은 바다에 높게 일렁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거닐다 주문진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산시장 입구에 이르자 여유로운 해변과 대비되는 활기가 끼쳐온다. 대로변 양옆으로 늘어선 건어물 가게에서는 상인들이 쥐포, 황태채 등을 권하며 손님들을 부른다. 멸치, 홍합, 조갯살부터 큼직한 가오리까지 다양한 생선과 해산물이 바싹 말라 있다. 안쪽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서자 현대화되지 않은 진짜 전통시장이다. 복어, 오징어, 대게, 전복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수산물이 싱싱하다.●강릉까지 왔는데… 오죽헌·공방마을·카페거리는 들러야 강릉 시내 쪽으로 이동해 강릉의 역사를 대표하는 오죽헌에 들렀다. 5000원권 지폐의 인물 율곡 이이와 5만원권을 장식하는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태어난 집으로 조선 중종 때 건축됐다. 사랑채 툇마루 기둥에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기 새겨져 있다. 몽룡실이라고 이름 붙은 별당 건물의 방 한 칸은 신사임당이 이이를 낳은 곳이다. 신사임당 영정이 모셔져 있다. 너른 마당에는 율곡송, 율곡매, 사임당 배롱나무 등이 수호목 역할을 하며 수백년간 자리를 지키는 등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오죽헌 옆 율곡기념관에서는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오죽헌에서 나와 바로 앞 예술창작인촌(공방마을)을 둘러본다.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파는 가게와 예쁜 카페들이 모인 곳인다. 가게 수는 많지 않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지만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여행객의 발걸음을 잡는다. 언제부턴가 ‘커피의 도시’로 불리게 된 강릉에는 곳곳에 커피향 가득한 멋진 카페가 많다. 골목골목에서 나만의 ‘인생 카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영 포에버’ 속 질주 장면 배경 모산비행장 아쉬운 발걸음으로 강릉을 뒤로하고 충북 제천으로 떠난다. 방탄소년단이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려 한다. 방탄소년단이 최근까지 이어온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직전 ‘윙스’ 이야기가 양주 일영역과 강릉 주문진해변 등에 걸쳐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그보다 앞선 ‘화양연화’ 시리즈의 무대들을 둘러볼 차례다.제천 모산비행장은 제천 시가지 북쪽 끝에 자리 잡은 면적 18만여㎡의 시설로 육군 5019부대가 관리한다. 동서 정방향으로 뻗은 활주로는 약 1.1㎞ 길이로 곧게 뻗어 있다. 군사시설로 건설됐고 전투기가 뜨고 내렸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관제탑 없이 활주로 부지만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쉬어갈 수 있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쓰이고 있다. 비행장 한 편에 인공구조물 설치 금지, 폐기물·쓰레기통 무단 방치를 금지하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 안내판이 서 있을 뿐이다. 다만 군사시설이라 내비게이션에서 ‘모산비행장’으로는 검색되지 않고 위성지도에는 논밭으로만 표시된다. ‘의림지동주민센터’로 검색해서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활주로에 들어서자 ‘에필로그 : 영 포에버’ 뮤직비디오를 통해 익숙한 풍광이 펼쳐진다. 꿈을 가두는 철조망 미로를 헤치고 빠져나온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이곳에서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라고 노래하며 힘차게 질주했다. 넓은 비행장 하늘 한복판에는 마침 뮤직비디오에서처럼 수백 마리의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닌다. 서쪽으로 저무는 저녁 해는 키의 세 배가 넘는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청춘의 상처를 보듬는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이 머리에 스치며 어딘가 애달픈 정취를 자아낸다. 시민들은 한가로운 오후 한때를 보낸다. 동네 어르신들이 조금 빠른 걸음으로 활주로 주변을 돌며 운동하고, 개를 끌고 산책 나온 사람들도 보인다.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머금고 활주로를 내달린다. 아빠는 어린 아들의 손에 드론 조종기를 쥐어 준다.●3분 거리 의림지·의림지파크랜드 들러 보기 모산비행장에서 차로 3분이면 닿을 거리에 제천 대표 관광명소인 의림지가 있다. 걸어서도 20여분이면 갈 수 있다. 의림지는 둘레 18㎞, 수심 8~13m의 저수지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로 통한다. 신라 진흥왕 때 우륵이 개울물을 막아 둑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오리들이 잔물결을 내며 조용히 떠다니는 의림지 맞은편에서 방탄소년단의 ‘아이 니드 유’ 등 신나는 노래들이 시끌벅적하게 들려온다. 의림지파크랜드 바이킹에서 나오는 소리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두 팔을 하늘로 쭉 뻗어 만세를 부르고 즐거운 비명을 연신 내지른다. 1998년 개장한 놀이공원은 허름한 외관으로 마치 시곗바늘이 그 시절에 그대로 멈춰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범퍼카, 회전목마, 디스코팡팡 등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행복한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낫 투데이’ 청주연초제조창 복합단지로 탈바꿈 청주로 발걸음을 옮긴다. 평택제천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차례로 갈아타고 2시간쯤 달려 옛 청주연초제조창에 다다른다. ‘유 네버 워크 얼론’ 수록곡 ‘낫 투데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주차장과 건물 옥상이 이곳 연초제조창이다. 다만 낡은 옛 건물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비즈니스 복합단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한창 공사 중이다. 방탄소년단의 흔적을 직접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바로 옆에 지난해 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헛걸음은 아니다.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1946년 경성 전매국 청주연초공장으로 개설된 뒤 58년간 담배를 생산했다. 이후 14년간 방치되다 공장 일부가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연면적 1만 9855㎡, 지상 5층 규모로 건립된 미술관은 수장공간 10개, 보존과학공간 15개를 구비하고 있다. 이곳의 독특한 점은 기존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관하는 역할만 했던 수장고를 일부 개방해 관람객들이 수장된 상태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미술관들이 대개 백화점에 가지런히 전시된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이곳은 대형 창고형 매장에서 쇼핑하듯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5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개관특별전 ‘별 헤는 날: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열리고 있다. 국내 유명작가 15명의 작품 23점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15분짜리 싱글채널 비디오 ‘정상에 선 사나이’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등정한 산악인 고상돈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당시엔 전문 산악인이라는 직업이 없었기 때문에 고상돈은 이곳 연초제조창에서 일하며 등산활동을 이어 갔다. 영상은 일제의 담배 전매제도 도입, 국내 첫 양담배 생산, 직지심경 등 여러 이야기를 거미줄처럼 엮어낸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네 번째 분관인 청주관은 현재 기획전시실을 포함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 도보로 20분가량 떨어진 수암골에서는 보다 소박한 미술 이야기가 이어진다. 청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동네 골목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방문객이 늘었다.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제인’ 등 여러 드라마의 주요 무대로 각광받았고 특색 있는 카페들이 하나둘 들어섰다.●‘세이브 미’ 뮤비 배경 포토존 마련된 새만금홍보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전북 부안 새만금홍보관이다. 방탄소년단의 현란한 칼군무가 원테이크 기법으로 그려져 강한 인상을 남기는 ‘세이브 미’ 뮤직비디오가 새만금에서 촬영됐다. 홍보관 마당에는 이곳을 찾아오는 팬들을 위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포토존 뒤편 울타리에는 멤버들의 이름과 ‘방탄 보라해’ 등 메시지가 빼곡히 적힌 리본이 줄줄이 매달려 있어 이미 많은 팬들이 다녀갔음을 알려 준다.부안에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부안영상테마파크에 들러 봐도 좋겠다. 수많은 영화, 드라마가 촬영됐는데 최근작으로는 ‘물괴’, ‘왕이 된 남자’, ‘백일의 낭군님’ 등이 있다. 4만 6000여㎡ 넓은 부지에는 경복궁·창덕궁 등 왕궁부터 기와촌, 평민촌, 공예촌, 저잣거리, 방목장 등 다양한 장소가 조성돼 있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조선시대 한양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글 사진 양주·강릉·제천·청주·부안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양천 새달 ‘반려동물 행동교정 교육’

    서울 양천구가 ‘반려동물 행동교정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무료다. 구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과 키우지 않는 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소하고, 올바른 반려동물 양육·복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했다”고 전했다. 다음달 1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총 5주간, 오전반(오전 10시 30분~낮 12시)·오후반(오후 2시~3시 30분)으로 나뉘어 신정1동 애견카페 ‘우리 동네 멍멍이 아지트’에서 진행된다. 앉아·이리와·기다려 배우기, 반려견 수첩 만들기, 산책연습, 일대일 문제행동상담 등 이론과 실습 교육을 병행한다. 반당 10명씩, 총 20명 선착순 모집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출산을 강요하지 마세요. 우린 충분히 행복합니다”

    “출산을 강요하지 마세요. 우린 충분히 행복합니다”

    결혼하면 당연한 듯 아이를 낳던 때가 있었다. 1960년대엔 급속한 인구증가를 경제발전의 저해요소라고 보면서 오히려 자녀를 3명으로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다가 197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자’더니, 1980년대엔 ‘둘도 많다’고 했다.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출산에 목매는 형국이다. 지난해 초혼인 신혼부부 110만 3000쌍 가운데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부부는 37.5%(41만 4000쌍)로 집계됐다. 2017년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1.9% 포인트 줄어든 35만 7800명. 합계출산율은 1명이 채 안 되는 0.98명(2018년 기준)이다. 이것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고령화사회를 부른다고 비판한다. 결국 화살은 ‘출산하지 않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출산은 선택, 육아는 함께] 기획은 어쩌면 그들에 대한 해명일 수도 있다. 무자녀 부부들은 왜 출산을 포기할까. 더불어 한국 사회가 출산을 ‘강요’할 수 있는 사회일까. ● 세상이 저희 부부의 출산만 기다리는 건가요 지난해 결혼한 김영민(가명·32)씨 부부는 반려견 체리와 함께 산다. 부부가 체리를 데리고 산책하던 어느 밤이었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체리를 빤히 바라봤다. 할머니는 다가와 “부부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핀잔했다. 반려견한테 애정을 다 쏟아서 아기는 안 낳게 된다는 논리였다. 한번은 택시기사에게 ‘빨리 아이 낳으라’는 충고도 들었다. 마흔 다 되어 낳으면 자식이 대학 갈 무렵 환갑이라는 거다. 나이 들면 뒷바라지하기 힘드니 젊을 때 낳으라는 이야기였다. 결혼한 지 일 년도 안 됐는데 환갑을 걱정하다니. 게다가 가족도 친구도 아닌 낯선 이들까지 출산을 종용하는 게 당혹스럽다.영민씨 부부는 현재 출산을 유보한 상태다. 경제적 부담이 한몫했다. 신혼부부라 주택 마련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빠듯하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압니다. 사실 부모님께 받은 만큼 아이에게 해줄 자신도 없어요.” 현실적으로는 매달 들어갈 교육비가 벌써부터 영민씨를 망설이게 한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들어간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월평균 29만 1000원으로 나타났다. 태어날 아이가 행복할지도 의문이다. 영민씨는 이른바 ‘88만원 세대’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나들고, 취업에 성공해도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시대를 경험했다. 자신이 거쳐온 입시경쟁과 취업경쟁 속에 아이를 밀어 넣을 상상을 하니 아득하다. 영민씨는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기 전에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 아이를 낳으면 잘 키울 것 같다지만…출산은 ‘선택’ 가족상담사 임혜민(33)씨는 직업상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통 아이의 심리적 문제로 찾아오지만, 부모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음악치료를 전공한 혜민씨는 아이들과 노래를 듣거나 악기를 연주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속내를 꺼낸다. 부모들은 임씨에게 “선생님은 아이 낳으면 잘 키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이를 ‘좋아하는 것’과 ‘키우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봤다. 결혼한 지 4년째인 혜민씨와 남편 심재관(40)씨는 자신들의 삶에 집중하기로 했다.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요가와 수영을 배운다. 혜민씨가 피아노를 치면 재관씨는 베이스기타를 들어 합주한다. 주말이면 근교로 나가서 캠핑도 즐긴다. 모두 아이가 없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요즘 비혼도 많고, 무자녀 부부도 많습니다. 하나의 룰(4인 가족)만 고집할 필요가 있나요.”(재관씨) “삼대가 한집에 살던 시절에는 엄마가 바쁘면 삼촌과 이모가 돌보고, 그마저 안 되면 첫째가 막내를 봐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이를 낳아도 돌볼 사람이 없으면 키울 수가 없어요. 부모에게 맡기라는 것도 이기적인 거죠.”(혜민씨) 하지만 사회는 오히려 이들의 선택을 ‘이기적’이라고 한다. 저출산의 원인을 비혼주의자와 무자녀 부부에게 돌리는 탓이다. 혜민씨는 최근 면접에서 겪은 일을 털어놨다. “아이가 없어서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했더니, 면접관이 ‘아이가 국력인데 국가 경쟁력에 보탬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하시더군요.” 아이는 있어도 없어도, 면접 상황이 불편해지기 일쑤다. 특히 기업이 출산과 육아 문제로 여성을 기피하는 실태는 여전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임신·출산·육아휴직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중소 사업장 노동자(30~44세)의 68.6%가 ‘출산휴가나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때 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출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 공백이나 인건비 부담 때문에 출산하는 여성을 마뜩잖게 본다는 얘기다. ● 근원을 찾을 수 없는 인식…‘아이가 없으면 불행하다’ 윤정희(가명·46)씨와 김은호(가명·51)씨는 1996년 결혼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녀가 없다. 노력을 해도 생기지 않은 경우다. 정희씨는 결혼 초 병원에 다니며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난임 치료는 고된 과정이었다.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회사도 그만뒀다. 배란을 체크하고,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아이가 생기기를 기다렸다. 정희씨를 가장 괴롭게 만든 건 불안감이었다. 이대로 아이가 안 생기면 어떡하지, 노후는 어떻게 준비할까. 집에만 있으니 온갖 잡념이 밀려왔다. 반면 은호씨는 무덤덤했다. ‘없으면 말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 무심함에 정희씨는 오히려 안심됐다. “남편이 간절히 바랐다면 더 힘들었을 거예요. 일 년이 지나도 임신이 안 되자 결국 둘이서만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두 사람은 자녀 대신 시간과 여유를 얻었다. 부부는 자주 해외여행을 떠난다. 양가 부모를 모시고 열흘간 터키에 머무르면서 효도도 했다. 정희씨는 “아이가 있다면 교육에 도움 되는 곳으로 가지, 맥주 마시러 중국 칭다오에 가는 일은 못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부부는 끊임없이 불편한 상황에 빠진다. “왜 아이를 안 갖느냐”는 물음이 수시로 달려들었다. 정희씨가 “저는 불임이에요”라고 말하면 상대가 되레 당황했다. 아이가 없으면 불행할 거란 편견도 정희씨 부부를 ‘비정상 가족’으로 만든다.● 낳으면 끝일까. ‘울타리가 없는 아이들’의 세상은 어쩌고 윤현준(가명·50)씨는 아내 박수연(가명·48)씨를 ‘짝지’라고 불렀다. ‘아내’나 ‘와이프’보다 훨씬 동반자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2007년부터 함께 살았지만, 혼인신고는 최근에야 했다. 현준씨는 대학에서 강의하느라, 박씨는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덧 12년이 흘렀다. 자녀 계획은 엄두도 못 냈다. 둘 다 직업적 성취가 우선이었다. “대학에서 만나는 청춘들이 참 싱그럽습니다. 아이를 낳았다면 저렇겠지라는 생각도 하고요. 한때는 아이를 많이 낳아서 축구팀을 만드는 상상도 했는데, 짝지를 만나고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새벽에 집을 나서 밤늦게 돌아오는 아내에게 육아 부담까지 지울 순 없으니까요.” 두 사람이 무자녀 부부를 택한 결정적 계기는 ‘세월호 참사’다. 세월호 희생자 중 현준씨 지인의 아이가 있었다. 덩치 좋던 사람이 며칠 만에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현준씨는 “인간의 고통을 쥐어짜는 소리가 무엇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면서 “아이를 낳으려면 그 아이의 생존과 인권을 보호할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너무 무책임하다”고 성토했다. 누군가는 둘의 삶이 소중해서, 또 누군가는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을 유보하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낳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출산을 통과 의례로 인식한다. 혜민씨 어머니는 한번은 ‘사람의 도리’라며 설득했다고 했다. 아이를 낳아서 가족을 이루는 건 마땅한 도리라는 뜻이다. 임씨는 “엄마로서 한 명을 잘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상담사로서 수많은 가정이 안정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도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래서 부부는 출산을 ‘선택’의 문제라고 봤다. 혜민씨는 “지금은 무자녀 부부의 삶을 선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땐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람의 가치관은 살아가면서 언제든 변하는 법이다. 재관씨는 “우리 부부가 자녀가 있는 다른 부부들의 삶을 존중하는 것처럼 그들도 무자녀 부부의 선택을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인터뷰한 이들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도 짚었다. 현준씨는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수연씨도 “저출산 대책이 쏟아지지만, 정작 미혼모나 보육원 아이들에 대한 정책은 보완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낳는 데만 집착할 게 아니라 ‘울타리가 없는 아이들’을 돕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출산은 선택, 육아는 함께] 기획① “출산을 강요하지 마세요. 우린 충분히 행복합니다”② 나도 육아휴직 쓰고, 칼퇴하고 싶은데…아빠들의 고민③ “저출산이 ‘문제’라니···국가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요?”
  • ‘大田’ 노잼 도시? 상상 이상~ 꿀잼 도시!

    ‘大田’ 노잼 도시? 상상 이상~ 꿀잼 도시!

    ‘노잼 도시!’ 대전 안팎에서 대전을 ‘재미없는 도시’라고 말한다. 관광자원이 부족한 게 아니라 홍보 부족 등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이 적잖다. 대전세종연구원은 지난해 9월 대전 관광 이미지에 대한 평가 연구보고서에서 2017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장 많이 노출된 단어가 지역의 유명 빵집 ‘성심당’이라고 분석했다. 한밭수목원, 유성, 장태산휴양림이 뒤를 이었다. 외지에 가게를 내지 않아 성심당 빵을 맛보려면 대전까지 와야 해 외지인이 ‘빵투어’를 온다는 소문까지 있지만 관광지들을 제치고 앞서 있는 것은 분명 의외다. ●2021년까지 ‘방문의 해’… 지속적 사업 이 보고서를 작성한 윤설민(39) 연구위원은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전 관광의 문제는 자원 부족 문제가 아니라 대규모 투자 및 관광지 연계 시내 교통망 등 부족이 원인이다”며 “올해 시가 ‘대전 방문의 해’로 정하고 대대적으로 사업과 홍보에 나선 것은 적절하고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대전은 올해 시 출범 70주년, 광역시 30주년을 맞았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을 방문의 해로 정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벌여 대전 관광의 초석을 놓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2022년 ‘대전 여행 1000만 시대’를 연다는 것이다. 대전은 1993년 ‘대전엑스포’가 개최된 뒤 대규모 행사가 없었고, 관광객도 줄었다. 2017년 대전을 찾은 여행객은 329만명으로 전국 8개 특별시·광역시 중 5위에 그쳤다.●문화예술·과학·힐링·재미 등 4대 인프라 구축 시는 ‘대전 방문의 해’ 컨셉트로 문화예술, 과학, 힐링, 재미를 내세웠다. 새로운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 우선 대청호 주변 대덕구 이현동 두메마을을 ‘할로윈 마을’로 만들어 오는 10월 핼러윈 페스티벌을 연다. 마을에는 호박 터널도 만들어진다. 대청댐과 가까운 이곳에는 대청호오백리길이 닦여져 있고 억새가 수북한 생태공원이 있어 가을 정취까지 만끽할 수 있다. 내년 4월부터는 국내 최대 도시 정원인 둔산신도시 한밭수목원에서 ‘디지털 정글’이 연출된다. 홀로그램 영상으로 사자와 코끼리 등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연출한다. 한밭수목원 옆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그의 예술혼을 한껏 되살린다. 이응노거리가 조성되고 그의 작품이 설치된다. 이응노(1904~1989)는 충남 홍성 출신이지만 초창기 대전에서 활동했고, 프랑스 화단을 풍미한 세계적 거장이다. 대전역에서 가까운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에서 다음달부터 매주 토요일 밤 EDM(먹고 춤추고 음악 듣고)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인근에는 중앙시장과 성심당도 있다.●224개 성씨 유래비 ‘뿌리공원’ 등 이색지 인기 대전의 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이응노미술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과 관사촌, 숙종 때 우암 송시열이 강학하려고 지은 동구 가양동 남간정사, 효종 때 송준길의 별당으로 보물 209호인 동춘당(대덕구 송촌동), 중구 중촌동 대전형무소 등 문화재가 널려 있다. 일제강점기 때 건립된 옛 충남도청은 영화 ‘변호인’, 드라마 ‘미스티’ 등을 찍은 촬영의 명소이다. 독특한 장소도 꽤 있다. 중구 침산동 보문산 자락에 있는 뿌리공원은 전국 유일의 효와 성씨(姓氏) 테마공원이다. 전국 244개 문중의 성씨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부지 12만 5000㎡가 공원처럼 꾸며져 주말이면 3500여명이 찾는다. 대덕구와 동구에 걸쳐 대청호가 보이는 계족산 황톳길도 이색적이다. 길이가 14.5㎞에 이른다. 지역 소주업체를 인수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옛 선양소주) 회장이 2006년 산길에 황토를 깔아 만들었다. 보문산 자락에 다양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수족관을 갖춘 아쿠아리움이 있고, 동물원과 꽃동산과 놀이시설을 갖춘 오월드도 흥미롭다. 이곳 동물원은 지난해 9월 퓨마 사살 사건으로 논란을 낳았지만 충청권은 물론 호남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6개 정부출연硏 연구성과 오픈랩 운영 대전은 또 첨단 과학과 순수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도시다. 대덕연구단지 중심의 대덕특구가 있어 ‘과학도시’로 불린다. 시는 항공우주연구원 등 6개 정부출연 연구소의 연구성과를 전시하는 오픈랩을 조성한다. 국내 최고 과학 대학인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연계해 과학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정부출연 연구소 26개 등이 있는 이곳으로 초중고 학생 수학여행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충청권의 식수원인 대청호는 생태 여행 코스다. 예술가와 대청호오백리길을 산책하며 자연을 감상하고 얘기를 나눈다. 도자기 굽기 등 체험도 한다. ●성심당·칼국수 인기… 보문 체류형 단지 눈길 맛집도 널리 알린다. ‘전국구’인 성심당 말고도 대전은 칼국수로 유명하다. 10월에 칼국수축제까지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중구 대흥동 스마일칼국수집에서 지역 경제인들과 점심을 먹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대전이 왜 칼국수로 유명하냐’고 묻자 허태정 대전시장은 “한국전쟁 직후 대전역에 전국에 보낼 원조 밀 보관소가 있었고 제분공장이 많았다”고 답했다. 대전시는 방문의 해 범시민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허 시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대전 홍보의 첨병으로 나선다. 시민과 전문가, 지역 기관 등이 홍보단으로 활동한다. 이미 부산, 광주, 인천 등을 돌며 “대전으로 관광 오세요”를 외치고 있다. 다음달부터 주당 한 차례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무궁화호 ‘대전방문열차’를 운행한다. 시는 대전 출신 종합격투기대회 UFC 김동현 선수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들은 유투브와 SNS 등을 통해 대전의 맛집, 관광지 등을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시는 이 기간 관광 인프라도 적극 건설한다. 보문산 체류형 여행단지 조성이 눈에 띈다. 전망대에서 오월드까지 3.4㎞에 곤돌라를 설치하고 오월드 인근에 중부권 최대 워터파크와 500실짜리 유스호스텔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전망대 부지에 높이 170m 타워도 세운다. 올해 짚라인, 번지점프 등을 즐길 수 있는 4곳을 시내에 만들고 내년까지 모두 10곳으로 늘릴 계획도 있다. 이제창 관광정책팀장은 “소소하지만 관광객에게 추억이 될 수 있는 역동적인 체험시설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엑스포과학공원 내 첨단 과학관을 활용해 300명 이상이 즐길 수 있는 이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만들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체험센터도 조성한다. 한선희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기존 테마형 시티투어 버스를 매일 운행하는 것으로 확대하고 주말에 뿌리공원 등 남부권, 한밭수목원 등 북부권, 대청호권 등 3개 코스의 순환형 시티투어를 추가해 관광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25억 쏟아붓고도 먼지만 ‘풀풀’ 애물단지 된 경북 신도시 둘레길

    25억 쏟아붓고도 먼지만 ‘풀풀’ 애물단지 된 경북 신도시 둘레길

    홍보도 미미…주민들도 존재 몰라 道 “활성화 쉽지 않아”사실상 방치‘혈세’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경북도청 신도시 둘레길’이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다. 19일 경북도에 따르면 2017년까지 25억 7500만원(국비 및 도비 각 50%)을 들여 도청 신도시 둘레길을 조성했다. 안동시 풍산·풍천면과 예천군 호명·지보면을 아우르는 총연장 84.8㎞ 7개 코스로 나뉜다. 코스별 7~22.5㎞에 이른다. 도청 신도시 주변 지역의 자연경관·생태, 옛길, 오솔길, 마을길 등과 연계한 게 특징이라고 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주변엔 안내 간판 및 이정표, 의자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도는 애초 둘레길이 신도시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여가활동과 건강생활, 지역문화, 자연생태 탐방 등 다양한 테마의 코스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객 유치를 유도하고 신도시 주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전국적인 명소로 기대했다. 하지만 관광객은 거의 없다. 주민 산책로 구실에 그친 것이다. 홍보 부족으로 대부분의 신도시 주민도 둘레길이 있는지조차 몰라 전시 행정의 처참한 결과라는 지적을 받는다. 신도시 주민 김모(58)씨는 “행정당국도 홍보에 힘을 들이지 않고 주민들의 눈길을 전혀 끌지 못하고 있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도가 둘레길 활성화에 사실상 손을 놓은 채 방치하다시피 함으로써 애물단지라는 눈총을 받는 실정이다. 서철현 대구대 6차산업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둘레길 조성 사업으로 화를 자초한 것 같다”면서 “이왕에 주민 혈세로 이뤄진 대규모 예산을 들여 둘레길을 만든 이상 사장시키지 말고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걷기 대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신도시 둘레길 조성에만 급급했던 면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활성화 방안을 찾아 보겠지만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봄을 보다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봄을 보다

    봄이다. 긴 겨울이 끝나 무엇보다 먼저 텃밭을 찾았다. 3월 말이면 하지감자를 심기에 지금쯤 퇴비를 하고 자리도 잡아 주어야 한다. 우선 마늘밭에서 겨울 보온용 볏짚을 들어내고 비닐 터널도 시원하게 걷어 주었다. 몇 달 만에 시원하게 지하수를 뿌리자 이제 막 파란 잎을 드러낸 시금치, 봄동, 상추도 싱싱하게 빛을 발한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엔 아내와 함께 주변 산책도 한다. 들깨밭에는 벌써 냉이가 잔뜩 올라왔다. 이제 가평의 어느 오지는 냉이, 쑥을 시작으로 마음씨 좋은 장모님처럼 이것도 내주고 저것도 내어줄 것이다. 냉이, 전호, 돌미나리는 잔뜩 따다가 데쳐서 얼려 두고, 두릅, 엄나무 순은 장아찌로 만들고, 다래 순은 묵나물로 만들어 두면 야채가 귀한 겨울에 훌륭한 반찬거리가 돼 준다. 한반도는 봄이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 다시 찾아온 봄바람과 희망은 그 자체로 고맙고 소중하기만 하다. 그늘진 곳에는 아직 얼음이 남아 있고, 꽃샘추위도 미세먼지도 극성이지만, 잠시 고개만 돌리면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봄을 만난다. 매화, 산유수, 영춘화는 이미 서울까지 올라오고 남녘에서는 벌써 목련, 벚꽃 소식까지 들려온다. 잠시 발품을 팔아 가까운 산 북사면에 오르면 노루귀, 복수초, 변산바람꽃 등 예쁜 산·들꽃들도 눈길과 발길을 잡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봄이 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걸까? 미세먼지에 갇혀 창문도 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보라는 봄은 안 보고 구석의 꽁꽁 언 얼음만 걱정하고 있지는 않는가? 미세먼지보다 미세먼지를 향한 두려움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셜미디어에 정보의 과잉이 심하다. 한쪽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당장이라도 다 죽을 것처럼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오히려 미세먼지가 몇 년째 감소 추세이며, 심지어 미세먼지 지도가 가짜라는 뉴스까지 나온다. 미세먼지가 전 정부 탓이라는 이도, 현 정부 책임이 크다는 이도 있다. 이런 식의 마구잡이식 뉴스 양산은 비단 미세먼지뿐이 아니다. 환경이든 교육이든 부동산이든 정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아니면 남북 관계가 단계에 이를 때마다 우리는 저마다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서로 가짜뉴스라며 삿대질을 한다.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깝든 가짜뉴스를 막겠다며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격이다. 국정농단 시절을 거치면서 트라우마가 생긴 걸까? 그래서 혹시나 겨우 찾아온 한반도의 봄을 또다시 빼앗길까 두렵기부터 한 걸까? 아니면 그 세월을 겪으며 우리 자신이 정치에 중독이라도 된 걸까? 그 바람에 사람들은 불안하고 논란은 무성하고 실체는 미세먼지에 갇힌 듯 모호하기만 하다. “생각은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판단을 한다.”(Thinking is difficult, that’s why most people judge) 심리학자 칼 융의 말이다. 생각은 그만큼 많은 정보와 문맥과 이해력이 필요하다는 뜻이건만 우리는 너무 쉽게, 너무 안이하게 판단을 내리고 만다.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잘못된 판단도 공해이고 올바른 정보라 해도 섣부른 판단이라면 그 역시 공해다. 결국 우리 자신이 편견, 가짜뉴스라는 이름의 미세먼지를 만들고 그 속에 스스로 갇힌 꼴이 아닌가. 아폴로 11호의 마이크 콜린스는 지구를 떠나고 나서야 겨우 지구를 이해했다고 한다. 잠시나마 정보의 미세먼지를 떠나야 비로소 그 실체를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반도는 봄이다. 촛불의 희망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머지않아 매화도 벚꽃도 빗장을 풀고 올라가 북녘 땅을 환히 밝힐 것이다. 미세먼지와 꽃샘추위가 이따금 발목을 붙잡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봄이 또 어디 있겠는가. 판단과 근심은 판단과 근심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에게 넘기고 잠시 짬을 내어 들과 산으로 나가 보자. 꽃도 보고 나물도 캐고 봄바람을 느끼며 가볍게 산책도 해 보자. 내가 할 일이 따로 있고, 하늘이 할 일이 따로 있다. 모든 사람이 소를 키울 수는 없지 않은가.
  • 새끼를 지키기 위해…어미 다람쥐, 독수리에 반격

    새끼를 지키기 위해…어미 다람쥐, 독수리에 반격

    거대 독수리에 용감하게 맞서는 다람쥐가 포착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덩치 차이가 큰 독수리와 다람쥐의 대결은 지난 주 한 야생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담겼다. 1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미국 북동부 메인 주 링컨 지역의 한 나무에서 독수리의 공격을 받은 다람쥐가 새끼를 지키기 위해 맹렬하게 저항했다고 전했다. 몇 권의 책도 펴낸 프로 사진작가 로저 스티븐스 주니어(60)는 “그런 광경은 처음 봤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아내 줄리와 반려견 로지와 함께 노후를 보내고 있는 로저는 “이전에 너무 많은 장면을 놓쳤기 때문에 지금은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면서 “독수리를 발견한 곳은 내가 로지와 산책할 때 항상 지나는 곳”이라고 말했다.평소 보기 드문 독수리가 먹이를 찾는 듯 죽은 나무에 걸터앉아 있자 로저는 곧바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그 순간 그의 프레임 속으로 다람쥐 한 마리가 들어왔다. 로저는 “독수리가 있는 곳에 제발로 굴러들어가다니 다람쥐가 죽고 싶은건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저는 곧 다람쥐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는 어미 다람쥐라는 것을 알고 독수리와의 대결을 주시했다. 로저는 “회색 다람쥐는 독수리가 나무에 걸터앉은 상태라 발톱을 사용하지 못하고 부리를 이용해야만 하는 것을 깨달은 듯 계속해서 독수리를 향해 찍찍거리며 도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람쥐를 먹잇감으로 생각했던 독수리는 예상치 못한 다람쥐의 반격에 결국 사냥을 포기하고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로저는 “이제 나는 사람들이 ‘네가 찍은 가장 위험한 동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게 무엇이든 새끼가 있는 어미라고 대답한다”며 독수리에 맞선 어미 다람쥐에 경의를 표했다. 이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지방 소도시로 시골에 속하지만 근래 들어 독수리를 볼 기회가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네다섯 쌍의 독수리만이 마을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음 책은 대머리 독수리에 관한 내용일 것”이라며 독수리의 개체 감소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천길 올라야 만나는 신선의 땅… 천길 아래 무지개는 신선의 눈물

    천길 올라야 만나는 신선의 땅… 천길 아래 무지개는 신선의 눈물

    저장성(浙江省)은 중국 동해안가에 위치한 곳이다. 성도(省都)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항저우. 상하이에서 3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상하이~쑤저우~항저우’로 이어지는 여행코스는 중국여행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지만 저장성은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요즘 신선거와 설두산 등이 언론과 중국여행 마니아들에 의해 소개되면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고 있다. 타이저우(台州)시 셴쥐현(仙居縣)에 있는 신선거는 중국 사람에게는 꽤 유명하다. 신선거의 원래 이름은 영안(永安)이지만 이곳을 찾은 북송의 진종 황제가 산세의 기이함과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신선거’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신선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신선이 살 만할 정도로 압도적인 풍경을 지닌 곳이다. 중국인들은 이곳에 대해 “장자제의 기이함과 화산의 험준함, 태항산의 웅장함과 황산의 수려함을 고루 갖췄다”고 표현한다. 신선거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상하이 공항에 내려 3시간 정도 이동해야 한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중국 사람들에게 3시간 거리는 옆 동네일 뿐이다. 신선거 가는 도중 왕복 6차로의 항저우 대교를 지나는데, 2003년 공사를 시작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이 다리는 총연장 35.7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다리 길이만 32km에 달하며 수심 7~12m 바다 한가운데 1428개의 교각을 세운 뒤 70m 길이의 상판 540개를 끼워 맞췄다. 졸음 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다리 위 분리대를 무지개색으로 칠한 것이 특징. 이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닝보와 상하이를 오가는 시간이 평균 6시간에 달했지만 지금은 2시간 정도로 단축됐다고 한다. 신선거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가든, 아니면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신선거를 즐기든. 어느 것을 선택하든 자유다. 하지만 걸어가려면 어느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두자. 3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만만하게 볼 코스가 아니다. 대부분의 코스가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개를 뒤로 최대한 젖혀야만 까마득한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바라보기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10분 정도만 걸어도 ‘케이블카를 탈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케이블카를 타더라도 신선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으니 등산을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면 굳이 걸어서 오르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걸어서 걷는 코스를 따르다 보면 케이블카를 타고 볼 수 있는 북관대, 하관대, 동승대, 낙수대의 절경을 놓칠 수 있다. 신선거 입구에서 케이블카 승강장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가 걸린다. 길 주위에 편백나무가 울창하다. 걷기에 딱 좋다. 심호흡을 하면 상쾌한 편백나무 향이 가슴 깊이 스민다. 걷는 동안 편백나무 위로 신선거의 삐죽삐죽 솟은 기암괴석이 눈에 들어온다. 남자의 성기와 비슷하게 생겨 ‘여자를 부끄럽게 하는 봉우리’라는 뜻의 수녀봉(羞女峰)을 지나는 중에는 아주머니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진다. 수녀봉을 지나면 일범풍순(一帆風順)이라는 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바뀐다고 해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금계보효(金鷄報曉), 선옹축복(仙翁祝福), 천마행공(天馬行空), 우후춘순(雨後春筍), 신필화천(神筆畵天)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돛단배가 됐다가 황금닭벼슬, 신선, 천마, 비온 후의 죽순, 붓모양으로 바뀌는 것이다. 10분쯤 케이블카를 타고 가서 내리면 불해범음(佛海梵音)과 화병연운(畵屛煙云)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화병연운 쪽으로 가야 북관대, 하관대가 있는 전망대로 갈 수 있다. 북관대와 하관대를 돌아보고 불해법음 지역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북관대에서 하관대를 가는 길은 아찔하다. 아찔한 절벽을 따라 허공에 붕 떠 있는 잔도(棧道)길을 따라가야 한다. 가파른 벼랑에 골격을 세우고 철근을 박고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만들었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다리가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관대의 하이라이트는 불조봉(佛祖峰)이다. 부처님의 옆 얼굴을 꼭 닮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참선에 든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불조봉을 지나 불해범음 지역으로 들어서면 거판애(鋸板崖)~소요협(逍遙峽)~동승대(東升台)~낙수대(樂壽台)~북해관(北海館) 순서로 돌아본다. 처음에 신상음간(象飮澗)이라는 커다란 바위가 나오는데 코끼리가 코를 늘여 계곡물을 마시는 것 같아 이렇게 이름 붙었다. 동쪽을 바라보는 동승대 역시 거대한 바위 덩어리. 곡식을 쌓아 놓은 창고를 닮아 천하양창(天下糧倉)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기이한 바위들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남천교에 닿는다. 120m의 출렁다리다. 천길 낭떠러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남천교 오른쪽으로 망봉대와 천마분등(天馬噴騰)이라는 두 개의 봉우리가 보인다.남천교를 건너면 관음봉이 보인다. 높이 919m를 자랑하는 이 바위는 신선거 대표 경관 중 하나다. 영락없이 부처님이 합장하는 모습이다. 이 풍경이 신선거의 하이라이트기도 하다. 남천교 앞에 자리한 거대한 바위가 신주항모(神州航母)인데, 이는 신이 타고 다니는 항공모함이라는 뜻이다. 이곳부터는 남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 된다. 케이블카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북송의 황제가 이곳에 신선이 살고 있을 거라며 ‘신선거’라는 이름을 지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신선거는 무협영화 ‘천룡팔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설두산 골짜기마다 숨은 폭포의 아름다움 신선거와 쌍벽을 이루는 여행지가 설두산(雪山)이다. 닝보(波)시 서북 9㎞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국가급풍경명승구로 지정돼 있다. 산 정상 유봉(乳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백색이어서 샘의 이름을 눈이 흘러나오는 구멍이라는 뜻의 설두(雪)라고 불렀고 이 때문에 설두산이라 불린다.설두산은 폭포로 유명하다. 모두 15개의 폭포가 숨어있다. 이 가운데 가장 높고 아름다운 폭포는 천장암(千丈岩) 폭포다. 역시 케이블카를 이용해 관람할 수 있다. 높이가 156m에 달한다. 무지개를 피워 올리는 폭포의 광경 앞에서 모두가 감탄사를 쏟아낸다. 삼은담(三潭)에도 가보자.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지 그곳에 폭포가 있다는 걸 모른다’는 의미다. 설두산 묘고봉에는 대만의 국부라 불리는 장제스의 별장 묘고대(妙高台)가 있다. ‘오묘한 경치를 자랑하는 높은 자리의 건물’이라는 뜻이다. 설두산은 예부터 곳곳에 사찰이 많았는데, 묘고대가 있던 곳도 원래 사찰이 있었지만 장제스가 1930년에 이곳을 별장으로 꾸몄다. 풍수지리에 심취했던 장제스는 이곳 묘고대 자리가 천하의 명당임을 알고 절을 없애고 개인 별장을 지었다. 장제스는 정치에서 물러나 있을 때도 이 별장에 있으면서 측근들을 통해 정치를 막후 조정했다고 한다. 묘고대 덕분인지는 몰라도 대만으로 가서 총통이 됐고 아들도 대를 이어 총통이 됐다. 묘고대는 전망을 잘 볼 수 있도록 앞쪽으로 ‘ㄷ’자 형태로 테라스를 만들어 전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실에는 장제스가 다닐 때 사용하던 가마도 전시돼 있고 그가 묘고대 주변의 명소를 다니면서 찍은 사진도 걸려 있다.설두산에서 내려와 설두사에 들른다. 설두산은 구화산, 오대산, 보타산, 아미산과 더불어 불교 5대 명산 중 하나. 미래에 올 부처인 미륵보살을 모시는 미륵성지로 이름이 높다. 설두사는 1700년 전 진(晋)나라 때 건립된 거대한 고찰로 수차례에 걸쳐 중건했다. 최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08년 저장성 성장으로 있을 때 개축했다. 설두사에는 56m의 거대한 미륵보살상이 볼거리다. 높이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500여t의 청동으로 만든 거대한 미륵불이 발아래로 세상을 굽어보고 있는데 전망대인 연꽃 좌대까지는 별도로 요금을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역사의 흔적 속을 산책하다 닝보시에는 장제스의 흔적이 또 남아 있다. 장제스 가족 일가의 주거지역인 장씨고거(氏故居)다. 장제스는 이곳에서 16세까지 살았다. 그의 아들 장징궈도 여기서 태어났다. 장제스의 아내 4명에 대한 스토리도 깃들어 있다. 중국 통일 후 마오쩌둥은 이곳 장제스 생가를 비롯해 사당 등 기타 고 건축물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특별히 지시했다. 1930~40년대 지은 풍호방, 소양방 등 건축물과 장제스의 아버지가 경영했던 소금판매상점인 염포도 아직 남아 있다. 양쯔강 하구에 자리한 저장성은 중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다. ‘절강에 풍년이 들면 천하가 그해에는 굶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저장성 동쪽 해안에 자리한 닝보는 당나라 때는 ‘명주’(明州)라 불렸던 곳으로 한반도와 가장 교류가 많았던 중국 항구 중 하나다. 당나라로 향한 거점항이었던 까닭에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항구이기도 하다. 닝보 자체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자성고진(慈城古陣)은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명청시대 시가지로, 오래된 낡은 건물과 고목들, 녹슨 대문, 좁은 도로, 울창한 가로수 아래 다닥다닥 붙어있는 오래된 집들이 이 도시의 긴 역사를 반영한다. 고을을 다스렸던 관아, 서당이었던 명륜당, 옛 공공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오르는 것만 같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여행수첩 신선거를 찾은 여행객들 대부분이 상하이로 들어간다. 항저우를 거쳐도 되지만 상하이가 항공편이 더 많다. 저장성에서는 토란을 꼭 먹어보자. 크기가 멜론만 하다. 상하이 훙차오 공항에서 3㎞ 떨어진 칠보노가(七寶老街)는 강남의 오래된 마을이다. 온갖 먹을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공예품, 골동품 등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가게도 많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화장실이 많이 달라졌다. 상하이와 닝보를 오가며 고속도로 휴게소에 자주 들렀는데, 모두가 깨끗했다. 휴게소에서 파는 다양한 음식도 먹을 만하다.
  • ‘정원 품은 미술관’으로 변신한 녹사평역...태양빛 담는 거대 캔버스 ‘눈길’

    ‘정원 품은 미술관’으로 변신한 녹사평역...태양빛 담는 거대 캔버스 ‘눈길’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이 ‘정원 품은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1년간 진행한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14일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2000년에 문을 연 녹사평역은 역 천장 정중앙에 반지름 21m의 큰 유리 돔이 있고 지하 4층까지 자연광이 내려쬐는 35m 깊이(일반 건물 지하 11층 깊이)의 아름다운 중정을 지니고 있다. 그 안을 긴 에스컬레이터가 가로질러 내려가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역사가 지닌 구조적 미학을 최대한 활용해 지하예술정원이자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당초 지하 2층에 있던 개찰구를 지하 4층으로 내려 승강장(지하 5층)을 제외한 역사 전체 공간의 품을 시민들에게 내줬다. 녹사평역이 남산과 미래에 조성될 용산공원을 잇고 이태원, 해방촌, 경리단길을 하나로 연결하는 중심이 될 것을 염두에 둔 변신인 셈이다.역사에 들어서 승강장이 있는 지하 5층까지 내려가다 보면 층층마다 역의 독특한 구조를 이용한 예술 작품과 지하 정원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 풀이 무성한 들판’이라는 역사 이름, 녹사평(綠莎坪)의 의미를 모티프로 삼은 것이다. 대형 중정 안쪽 벽면에는 얇은 메탈 커튼이 걸려 있다. 이 커튼이 천정 유리 돔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빛을 반사하면서 역사 내부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담아내는 ‘거대한 캔버스’ 역할을 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텅 비어 있던 지하 4층 원형홀에는 남산 소나무 숲길을 걷는 듯한 설치예술작품, 600여개의 식물이 자라나는 ‘식물정원’을 감상하며 숲에 들어온 듯한 치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날 개장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녹사평역은 과거 서울시청 이전 계획 아래 만들어진 최고의 지하철인데 그간 숨겨진 보물처럼 녹슬고 빛이 바래 있다가 이번 예술 프로젝트로 다시 살아나게 됐다”며 “박물관, 미술관뿐만이 아니라 일상 속 삶의 예술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하루 수백만명의 유동 인구가 오가는 지하철역을 전반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 개장과 함께 역부터 용산공원 갤러리까지 걸으며 투어를 할 수 있는 ‘녹사평 산책’ 프로그램을 이날부터 시작한다. 3월 중에는 매주 목요일 1회로, 4월부터는 목·토요일 주2회로 운영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직원 폭행’ 혐의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 투신 사망

    ‘직원 폭행’ 혐의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 투신 사망

    직원 상습 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송명빈(50) 마커그룹 대표가 13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40분쯤 경기 고양의 한 아파트에서 송 대표가 화단에 추락해 쓰러져 있는 것을 산책하던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송 대표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그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A4 용지 6장 분량의 자필 유서를 아파트 자택에서 발견했다. 유서에는 일부 억울함을 토로하는 내용과 함께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송 대표는 회사 직원 양모(34)씨를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습 폭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피소됐다. 이후 송 대표가 양씨를 폭행하는 내용의 동영상과 폭행 정황이 담긴 음성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송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송 대표가 사망하면서 경찰 수사는 사실상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송 대표는 2015년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라는 책을 집필해 국내에 인터넷상 ‘잊혀질 권리’ 개념을 널리 알린 디지털 소멸 시스템 분야 전문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클론 강원래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 웃으며 보내주세요”

    클론 강원래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 웃으며 보내주세요”

    2000년 최정상을 달리던 클론의 강원래. 당시 클론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그들의 인기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했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부모님 댁에 가던 중, 불법 유턴하던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고 그 사고로 그는 하반신이 마비되는 장애인이 됐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서서히 마비되어 갔다. 장애를 인정하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강씨. 아이를 갖기 위해 여러 번의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아이는 아니라고 판단한 강씨가 아내 허락없이 몰래 데려온 반려견 똘똘이. 녀석과의 동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8년간의 동행은 지난 2016년 추운 겨울 막을 내렸다. “똘똘이가 하늘나라로 막 가려는 순간에 ‘똘똘아, 똘똘아, 똘똘아’라고 수 십 번 목 놓아 외쳤던 거 같아요. 근데 정작 똘똘이는 죽는 그 순간에 저를 묘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아니, 제가 뭘 잘못이라도 했나요’라고 말하는 거 같았어요. ‘똘똘아, 너 때문에 우리가 정말 행복했어. 고맙고 사랑해. 잘 가고 또 만나자’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막연히 너무 급한 마음에 ‘똘똘이’만 외쳐 마지막 순간까지 부담을 준 거 같아 너무 미안해요” 그리고 지금도 강아지 키우는 분들 만나면 진심을 담아 꼭 이런 얘기해요. “키우던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게 될 때 될 수 있으면 즐겁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갈 수 있도록 연습해 놓으세요”라고. 똘똘이가 죽은 그 해는, 8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결혼 10년 만에 아들 선이를 가진 해이기도 했다. 8년간 함께 했던 천사를 보내고 또 다른 ‘천사’를 가족으로 맞이한 강씨의 심정은 어땠을까. “드라마나 소설에서 나올 만한 기적과도 같은 얘기죠. 그런 것을 통해 위로의 말도 많이 들었어요. 사람 참 못된 게 선이가 세상에 태어나니깐 똘똘이가 점점 잊혀 가더라고요. 똘똘이 사진과 인형, 같이 놀던 테니스공 같은 걸 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보더라도 ‘안녕, 똘똘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사할 수 있은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선이 태어나고 아내, 선이, 강원래 순으로 서열이 새로 정해지더라고요. 아내가 가끔 ‘조용히 해’ 라고 말하면 숨도 안 쉬고 잘 때도 있어요. 그래도 행복해요” 강씨는 아들 선이를 위해 새로운 반려견을 입양하려고 한다. 그것도 몸집이 제법 큰 걸로 말이다. “선이가 강아지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요. 굉장히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근데 강아지 생명이 너무 짧아요. 선이가 몇 살 정도 됐을 때 키우던 강아지가 떠나겠지 라고 생각하면 맘이 좀 그래요. 그래도 같이 있으면 선이도 배려심이 생기고 좋을 거 같아서 다시 가져볼 생각이에요” 미세먼지가 심한 지난 6일, 라디오 방송을 끝내고 집에 도착한 그를 주차장에서 만났다. 얼굴 안색도, 몸 상태도 안 좋아 보였다. 날씨가 짓궂으면 몸이 아프다고 했다. 미안한 맘이 들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강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와 열정 그리고 웃음으로 인터뷰에 응해줬다. 고맙고 감사했다. 반려견 똘똘이를 눈물로 보내고 아들, 아내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인생 2막, 짧지만 진지하고 솔직했던 그와의 만남을 정리했다.(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상대적으로 소외된 분들, 몸이 불편한 분들 특히 장애인분들이 많이 듣는 KBS3 라디오 12년째 진행하고 있고 구준엽씨와 클론으로 활동도 계속하고 있어요. 또한 장애인들도 인간이고 또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강연도 하고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Q) 반려견을 원래부터 많이 좋아하셨는지제가 태어나기 전에 형이 셰퍼드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봤으니깐 아마 저도 태어나면서부터 반려견들과 함께 지낸 거 같아요. 아버지도 반려견을 엄청 좋아하셨어요. 덩치가 큰 것들 뿐 아니라 도사견도 키우고 개들이 항상 집에 있었어요. 저도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Q) 8년 동안 함께 했던 반려견 ‘똘똘이’를 어떻게 만났는지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된 이후에 아내와 결혼을 하고 2세를 갖기 위해 시험관 아기를 시도했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자꾸 실패를 하게 되더라고요. 어느 날 아내에게 물었죠. “우리 아이는 아닌 거 같은데 강아지나 한 마리 키워볼까” 그랬더니 아내가 결사코 싫다고 했어요. 그랬는데 제가 무작정 한 마리를 데려왔죠. 그게 웰시코기 똘똘이였어요. 처음엔 털도 많이 빠지고 말도 안 들어서 힘들었는데 아내도 강아지를 좋아하고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깐 정이 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집에서 살게 된 거죠.(Q) 똘똘이는 어떤 병으로 고생했는지2008년인가 송이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오빠 똘똘이 목 주변에 있던 살들이 암 덩어리야” 저는 “어떻게 개가 암이 걸려 말도 안 돼”라며 믿지 않았죠. 하지만 사실이었죠. 살이 많이 찌긴 했는데 그게 살이 아니었던 거였죠. 의사 선생님이 힘든 과정을 택하겠느냐 아니면 좀 편한 과정을 택하겠느냐고 하시길래 어떻게 해서라도 똘똘이가 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힘든 과정을 택하게 된 거죠. (Q) 두 달 시한부 판정을 받고 어떻게 2년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는지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정성이 있어서 오래 살고 정성이 없어서 빨리 세상을 떠나고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똘똘이도 운이 좋지 않았나 싶어요. 똘똘이가 하고 싶은 거 많이 하게 해주고 먹고 싶은 거 가고 싶은 곳 많이 해준 덕에 조금은 활기를 찾게 되고 컨디션도 좋아지다 보니깐 오래 견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병 투병 중에도 두 분을 위해 활발한 모습을 보여 줄 때 마음은 어땠는지강아지의 본능인 거 같아요. 나중에 똘똘이가 정말 아플 때였어요. 보통 방 아니면 마루에서 자던 똘똘이가 어느 날 갑자기 신발장 쪽에 있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일주일 후에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때까지는 주인을 위해서 또 한 가정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한 거 같아요. 똘똘이가 나한테 와서 꼬리를 막 흔들었던 건 뭔가 기대감을 갖고 “주인님, 나도 좀 힘들어요. 내 말 좀 들어주세요” 라는 얘기를 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똘똘이를 너무 오라 가라 하면서 괴롭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너무나 힘들 때 투정부리고 남한테 막 억지로 말 걸 때가 많이 있었거든요. (Q) 집에 있는 사진들 대부분이 똘똘이 사진이다.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다면똘똘이랑 함께 찍은 사진도 없었고 방송에서 하는 거니깐 기념촬영 한 번 하자고 해서 찍었던 건데 이 사진이 우리 집에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똘똘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저 사진을 볼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찍을 땐 굉장히 재밌었지만 힘들어했죠. 계속 인상 쓰고 무서워하다가 깜짝깜짝 놀라는 게 하는 순간 찍어서 사진은 잘 나왔죠. 아직까지 저 모습 그대로 기억에 남아 있어요.(Q) 똘똘이와의 마지막 여행 계획을 세웠던 이유는똘똘이가 제일 신나게 뛰는 모습은 눈 내리는 운동장, 바닷가 해변가에서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도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고 똘똘이도 신나게 해주고 싶었죠. 똘똘이 버킷 리스트까지 만들었죠. 똘똘이 부모 만나게 해주기, 똘똘이 맛있는 거 사주기, 똘똘이가 가고 싶은 눈길, 바닷길 등 여러 목록을 만들었는데, 결국 눈길까지는 갔지만 바닷가는 못 가고 세상을 떠났죠. (Q) 똘똘이는 강원래씨 부부에게 어떤 존재였는지신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천사였던 거죠. 우리가 가장 힘들 때 와줬고, 선이를 임신해서 아내와 제가 가장 행복했을 때 우리 곁에서 떠났거든요. 똘똘이가 죽었을 때 정말 슬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천사가 우리를 위해 우리 가정에 와서 행복하게 해줬던 거 같아요. 선이한테 “똘똘이가 너보다 형이야”라고 말하면 선이도 “나중에 우리가 천국가면 똘똘이형 있겠네”라고 말해요. (Q) 혹시 안락사를 생각한 적은 없으신지똘똘이가 힘들어하더라도 우리가 곁에서 잘 보살펴 주면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안락사보다는 똘똘이가 세상을 떠나게 될 때 우리 곁에 함께 있다가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는 것을 어떤 책임감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처럼 진정한 책임감을 갖고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선이의 탄생으로 이별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는데선이는 정말로 내가 또다시 태어난 느낌이에요. 제가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부모님에 대한 효도이자, 국가에 대한 충성인 셈이죠. 인간의 본능인 거 같아요. 부모님에 대한 효도보다 아들에게 베푸는 사랑이 더 큰 거 같아요. 그래서 선이는 또 다른 천사죠. (Q) 똘똘이와의 마지막 여행지를 선이랑 다시 갔는데 심정이 어땠는지그 자리에 다시 가면 마음이 아플 줄 알았는데 선이랑 함께 가니깐 그렇지 않더라고요. 왜 있잖아요. 부모님하고 산소에 갈 때 부모님의 눈빛은 슬퍼 보이지만 저를 보시면 기분 좋아지시는 느낌. 저도 그런 마음이었어요. ‘비록 똘똘이가 하늘나라 갔지만 네가 태어나 줘서 정말 고맙다 선이야. 사랑한다’고 속으로 얘기했죠.(Q) 주병진씨 웰시코기 대중소와의 만남을 가진 계기는주병진씨가 키우는 웰시코기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똘똘이를 너무나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주병진씨 친구인 임백천씨가 방순국 제 옆 방에서 라디오 방송을 진행 하세요. 임백천씨께 주병진씨 강아지를 보고 싶다고 연락처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알려 주셨어요. 바로 전화해서 집에 놀러 가고 싶다고 하니깐 오히려 직접 오시겠다고 해서 만남이 성사된 거죠. 정말 깜짝 놀랐어요. 특히 대중소의 ‘대’는 똘똘이를 너무나 닮았더라고요. 가슴이 뭉클했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많은 스텝 분들 앞에서 힘들게 꾹 참았던 기억이 있어요. (Q) 똘똘이를 떠나서 강원래씨에게 반려동물이란아주 좀 나쁜 얘긴데, 내가 위로받기 위한 그런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건 똘똘이를 위해 뭔가를 해준 게 없단 뜻이기도 해요. 그래서 더욱 미안하고요. 처음엔 내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키웠죠. 전동휠체어 타고 함께 산책하고 똥도 치우고 했는데 점점 내 위주로 변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다시 키운다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Q) 동물학대, 유기 등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저도 솔직히 그런 적이 있었어요. 댄서시절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안무를 짤 때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말 컸어요. 가수에게는 박수치고 댄서한테는 ‘이리 와, 저리가’란 소리 들으며 천대받았다고 느꼈을 때, 집에 와서 강아지들을 막 때리고 했어요. 가끔 동물학대 영상을 보면 ‘아, 나도 저랬었는데...’ 하면서 너무 미안한 맘이 들어요. 강아지들이 화풀이 대상이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도 저에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면 예뻐해 주고.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후회스럽고 반성도 많이 하고 있어요.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그런 경험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강아지를 화풀이 대상으로 키우면 절대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있는 거 같아요. (Q)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시작하는 초보 맘들에게어떤 매뉴얼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최근에 강아지가 자신의 배설물을 먹는다며 바꿔달라고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강아지를 집어던지는 장면을 봤어요. 똘똘이도 그랬어요. 자기 배설물을 먹고 종이도 찢고. 그런 강아지들은 교육이 필요한 거 같아요. 선이도 태어나서 몸을 뒤집기 시작하고 걸을 때까지 1년이란 시간이 걸렸거든요. 마찬가지로 강아지도 생명체잖아요. 정성을 쏟고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아나간 후 천천히 가족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2015년 모교에서 ‘다시 꾸는 나의 꿈’이란 강연으로 큰 감동을 선사했다. 본인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뜻하지 않게 장애인이 될 때,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됐을 때 웃을 수 없는 건 누구에게나 당연한 거예요. 화나고 짜증나고 심지어 ‘이렇게 살 바에 죽어버리자’ 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해요. 그게 정상인 거예요. 우리 스스로가 조금 더 그런 분들을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될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괴로워하는 분들도 자기의 힘듦을 자꾸 말해야 돼요. 참 신기한 게 사람들은 누구를 도와줄 줄은 아는데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힘들어하더라고요. (Q) 늘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한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신다면오늘도 아내가 도시락 싸줘서 라디오 방송 잘했어요. 요즘 선이가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 다니는데 아내가 걸어서 직접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해요.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죠. 아내가 그만큼 더 열심히 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제가 또 더 열심히 잘해야겠죠. 우리가 힘들 때 하늘이 주신 천사 선이와 함께 하는 게 너무 행복해요. (Q)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있다면?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교통사고 이후 힘들었던 몇 가지 일들을 직접 시나리오 써서 연극으로 만들고 싶고 그 외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아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저 친구 잘 살았네’라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싶어요. 이런 말 있죠.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짜증내지 말고 ‘꿍따리 샤바라’를 외치면서 재미있게 살자고. 더 열심히 행복하게 사는 클론의 강원래가 되고 싶어요. 응원해 주세요. 글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기자 sungho@seoul.co.kr
  • ‘잊혀질 권리’ 마커그룹 송명빈, 숨진 채 발견…유서에는

    ‘잊혀질 권리’ 마커그룹 송명빈, 숨진 채 발견…유서에는

    직원 상습 폭행 혐의…경찰 “6장 분량 유서 발견”직원 상습 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마커그룹 송명빈(50) 대표가 1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4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자택 아파트에서 송 대표가 화단에 추락해 쓰러져 있는 것을 산책하던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자택에서 6장 분량의 유서를 발견했으며,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송씨가 자택인 12층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하는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송명빈 대표는 회사직원 A 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12일 고소당했고, 이후 A 씨를 폭행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경찰은 7일 상습특수폭행·특수상해·공갈·상습협박·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낀’ 백수 탁현민, 페북에 ‘구’백수 양정철·‘신’백수 임종석 사진 올려

    ‘낀’ 백수 탁현민, 페북에 ‘구’백수 양정철·‘신’백수 임종석 사진 올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12일 페이스북에 양정철(왼쪽 사진에서 왼쪽)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과 임종석(오른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함께한 사진 2장을 올렸다. “‘구(舊)’백수와 ‘신(新)’백수의 동경산책- 촬영은 백수도 아니고 백수도 아닌 것도 아닌 ‘낀’ 백수”라는 글과 사진에서 두 사람은 일본 도쿄 시내에서 나란히 웃고 있다. 구백수는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으로 정계 복귀하는 ‘원조 친문’(친문재인) 양 전 비서관을, 신백수는 지난 1월 물러난 ‘신친문’ 임 전 실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낀 백수는 청와대 의전 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그만둔 탁 위원 자신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조 친문과 신친문 간 세력 경쟁 우려를 불식하고 통합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사진이라는 해석이다. 페이스북 캡처
  • 오스트리아 목장 소 습격 주의보…관광객 강령도 제정

    오스트리아 목장 소 습격 주의보…관광객 강령도 제정

    오스트리아에서 소떼 공격으로 인명사고가 종종 발생하자 정부가 나서 관광객들이 지켜야 할 강령까지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방목지를 산책하는 관광객들이 지켜야 할 행동강령을 만들겠다”며 소떼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특히 개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행동강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달 공개될 예정이지만 관광객들이 개를 동반하는 것에 대해 규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츠 총리는 “소떼가 관광객이 데리고 온 개를 보면 송아지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돌변할 수 있다”면서 “행동강령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피해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티롤주에서 기르는 소 가운데 툭스질러탈이라는 종은 소싸움에 맞게 개량한 것으로 덩치는 보통 소보다 조금 작지만 힘이 세고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2014년 7월 개를 데리고 방목지를 산책하다가 소떼 공격으로 숨진 독일 여성에게 소 주인이 49만 유로(약 6억 2000만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남편과 아들은 농부가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농부는 목장에 경고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며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당시 이 소송은 티롤주 관광·목축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역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법원은 지난달 소 주인이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으며 경고 표지판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초지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는 등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들을 방목했던 농가들은 목초지를 완전히 울타리로 둘러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 2017년 6월에도 목초지를 산책하던 여성 2명이 소떼 공격을 받아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인근 스위스에서는 인명 사고 방지와 소들의 안전 문제 때문에 소뿔을 제거하기도 한다. 스위스에서 사육되는 소의 4분의 3은 뿔이 제거된 소들이거나 태생적으로 뿔이 없는 소들이다. 스위스에서는 지난해 11월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주도로 소뿔을 그대로 두는 농가에 보조금을 주자는 법안을 놓고 국민투표가 벌어졌으나 부결되기도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봄꽃 구경 어디로 갈까… 이달 중순부터 궁궐·조선왕릉은 ‘꽃대궐’

    봄꽃 구경 어디로 갈까… 이달 중순부터 궁궐·조선왕릉은 ‘꽃대궐’

    봄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곧 울긋불긋 ‘꽃대궐’로 변신하는 궁궐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12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올해 궁궐과 조선왕릉의 봄꽃은 평년보다 1~4일 정도 빨리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 창덕궁 후원 관람지와 창경궁 경춘전 뒤쪽 화계(花階·계단식 화단) 일원의 노란 생강나무 꽃을 시작으로 궁궐 정원과 연못 주변, 조선왕릉 산책로에 심은 봄꽃이 4월 절정을 맞이해 5월 말까지 고운 자태를 뽐낼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해설사가 추천하는 ‘궁궐과 조선왕릉 봄꽃 명소’ 6곳과 꽃이 가장 화려한 시기도 소개했다. 살구나무와 자두나무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창덕궁 성정각 일원과 창경궁 옥천교 일원은 이달 말에 가장 화려할 것으로 보인다. 경복궁 교태전 일원·융릉과 건릉 산책로·덕혜옹주 묘는 새달 초 절정에 이른다. 경복궁 교태전 주변에서는 세종이 좋아하던 앵두나무를 비롯해 옥매, 해당화, 진달래를, 덕혜옹주 묘역에서는 벚꽃을 만나볼 수 있다. 덕수궁 대한문과 석조전 일원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새달 중순 꽃이 절정에 달할 때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봄을 맞아 창덕궁 후원에서는 새달 23일부터 5월 19일까지 ‘창덕궁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행사를 진행한다. 새달 12·19·26일에는 덕수궁 석조전 분수대 앞에서 ‘덕수궁 정오 음악회’가 열린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지하철과 두류공원 사이 ‘성당 태왕아너스 메트로’ 3월중 분양

    지하철과 두류공원 사이 ‘성당 태왕아너스 메트로’ 3월중 분양

    태왕이 달서구 성당동 일원에 공급하는 ‘성당 태왕아너스 메트로’가 초역세권의 가치에 초숲세권의 가치까지 더해지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하2층~지상33층 3개동, 총 293세대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인 ‘성당 태왕아너스 메트로’는 달서구 성당동 유일한 지하철역인 1호선 서부정류장역 초역세권을 자랑한다. 이 역은 성당못역에서 최근 서부정류장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역과 가까운 아파트는 생활의 편리함은 물론 비역세권에 비해 시세 상승폭이 크고 침체기에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의 관심을 끈다. 특히 지하철역을 도보 5분 내에 이용할 수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는 지역과 시기에 관계없이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특히, 1호선 서부정류장역에 ‘성당 태왕아너스 메트로’와 인접한 북쪽 성당못 방면으로 출입구 2곳이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어서 더욱 편리한 초역세권 프리미엄을 누릴 전망이다. 현재 서부정류장역은 네거리 남쪽에만 출입구 3곳이 설치돼 있지만 최근 급격한 도시화로 이용객이 늘면서 출입구 신설을 위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대구시는 오는 4월 실시설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여름철 이상고온 등의 기후문제가 발생하면서 주거 쾌적성을 갖춘 아파트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공원을 포함한 도시숲이나 강, 호수 등은 개인이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도 커지고 차별성을 갖는 만큼 ‘숲세권’, ‘공세권’ 등으로 불리며 주택시장의 블루칩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시대를 넘어 환경이 필수가 되는 필환경시대로 전환되고 국민소득과 이에 따른 의식수준이 올라가면서 자연환경에 대한 중요도는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숲을 품은 공원은 계절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선호도가 올라가는 추세다. ‘성당 태왕아너스 메트로’는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대형공원인 두류공원이 도보거리에 위치한 초숲세권 아파트로 초역세권 입지와 함께 프리미엄 시너지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류공원은 총 165만㎡의 규모에 대구문화예술회관, 성당못, 두리봉, 이월드, 두류야구장, 수영장, 테니스장 등 다양한 문화, 스포츠,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는 대규모 공원이다. 풍부한 녹지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산책이나 가족 나들이장소로 각광받고 있으며 지역의 여러 축제도 개최된다. 한 분양전문가는 “대구도심에서 초역세권과 쾌적한 자연환경의 초숲세권 아파트는 공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 희소가치가 높다”며 “여기에 태왕아너스 브랜드가치까지 더해지고 분양 새아파트가 귀해 대기 수요자가 많은 지역인 만큼 성공분양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단지는 남부초, 성당초, 성당중, 달서구립본리도서관 등 부족함 없는 교육환경을 자랑하며 관문시장, 홈플러스, 가톨릭대병원 등 필요한 모든 것을 가까이서 편리하게 만날 수 있다. 혁신특화를 더한 84㎡ 단일구성으로 채광과 통풍이 좋은 4Bay에 팬트리, 워크인드레스룸 등 다양한 수납공간도 제공된다. ‘성당 태왕아너스 메트로’는 아파트84㎡A 222세대, 오피스텔 50㎡ 71호실 등 총 293세대 공급을 위한 모델하우스를 3월 중 오픈예정이다. 모델하우스는 달서구 장기동에 준비 중이다. 한편 태왕은 ‘성당 태왕아너스 메트로’에 이어 대구 북구 읍내동 외 12필지에 태왕의 강북지역 첫 사업인 강북 태왕아너스 더퍼스트 234세대를 공급할 계획이며 모델하우스는 4월중 개관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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