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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선5기 3년! 구정의 품격]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민선5기 3년! 구정의 품격]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한 아주머니가 제 손을 잡아 보더니 머슴 손처럼 깔깔하다더군요. 늘 현장 중심 구정을 펼쳤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아 자랑스러웠습니다.” 34년을 영등포에서만 살고 있는 조길형 구청장이 언제나 가슴에 품었던 바람은 더불어 사는 삶이다. 민선 5기 단체장을 지낸 최근 3년도 그랬다. 가장 보람찼던 일을 묻자 아쉬움도 있다며 여성, 장애인, 노년층 이야기를 꺼냈다. 구는 지난해 9월부터 여성의 능력을 키우고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다양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여성복지센터를 꾸리고 있다. 요즘 성황리에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더 일찍 도입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구는 발달 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꿈더하기지원센터도 설치해 자립을 위한 직업 교육과 함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발달 장애인 5명을 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는 한편 자원순환센터에 자활 보호 작업장을 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 구청장은 지난주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센터가 좁은 게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되도록 빨리 개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버 세대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독거노인이 다른 독거노인을 돕는 ‘함께 살이 사업’과 노년층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는 ‘노인상담사 케어링 사업’은 다른 도시에까지 소문이 났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가 제2의 인생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시니어행복발전센터를 전국 최초로 만들기도 했다. 조 구청장이 더불어 사는 삶에 신경 쓰는 까닭은 그가 걸어온 길에서 찾을 수 있다. 중학교를 마치고 상경해 산전수전을 겪으면서도 봉사하며 함께 사는 게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단다. 스스로 구정의 머슴이라 칭하며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사이 영등포는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분리돼 나간 자치구에 뒤처지는 모양새라 안타깝다. 불리한 점이 많다. 준공업 지역이 전체 면적의 32%나 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최대다. 과거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했던 지역이 토지 용도 제한 등으로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바뀐 것이다. 조 구청장은 “아직까지 풀지 못하는 숙제”라고 뼈아파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KTX 영등포역 정차, 영등포교도소 명칭 변경, 신안산선 도림사거리역 신설 등 지역 숙원 사업을 차근차근 해결해 왔다. 공약 31개 가운데 23개는 이미 매듭지었다. 나머지 8개도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영등포는 제2의 고향입니다. 애정과 추억이 남다르죠. 제 이웃인 주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언제나 현장을 누비며 답을 찾겠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레인보우 김재경, 로이킴 사심 드러내 “내가 찜해놨다”

    레인보우 김재경, 로이킴 사심 드러내 “내가 찜해놨다”

    가수 김재경이 로이킴에 대한 사심을 드러냈다. 1일 방송되는 MBC에브리원 ‘무한걸스’의 ‘부당거래 1부’에서는 산전수전을 겪은 파란만장 조직 무걸파와 신흥세력 레인보우의 무지개파 사이에 펼쳐지는 대결이 공개된다. 최근 녹화에서 두 조직은 본격적인 대결을 펼치기 전 원효대교 다리 밑에서 만나 신경전을 벌이며 상대 조직을 제압하기 위한 기싸움을 벌였다. 신봉선은 레인보우 정윤혜와 로이킴이 사촌 사이라는 정보를 미리 파악한 후 정윤혜에게 “로이킴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면 특별히 봐 주겠다”라고 유혹했다. 이를 들은 정윤혜는 순순히 휴대폰을 꺼내며 무한걸스 꼬임에 넘어가는 듯 했으나 그 순간 레인보우 리더 김재경이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김재경은 “로이킴은 내가 먼저 찜해놨다”고 단호하게 저지하며 로이킴에 대한 사심을 고백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김재경 로이킴한테 사심있었네”, “김재경 로이킴 사심, 본방사수해야겠다”, “김재경 로이킴 사심, 로이킴이 이상형인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헤드윅? 애드윅!

    헤드윅? 애드윅!

    “많이 와주셨네요. 그것도 특별한 ‘불금’에.”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 노란 배꼽티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며 첫 곡 ‘티어 미 다운’을 부른 배우 손승원(23)은 이어 관객들을 향해 ‘썰’을 풀기 시작했다. 객석에서는 웃음소리와 함께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런데 나 처음 공연하는 사람처럼 떨려. 박수 크게 쳐줄래요?” 관객들은 순간 ‘빵 터졌다’. 첫 등장 때보다도 큰 박수와 환호가 울려 퍼졌다. 손승원은 뮤지컬 ‘헤드윅’이 지난 2005년 초연된 이래 최연소 헤드윅이다. ‘쓰릴미’ ‘트레이스 유’ 등으로 이름을 알렸고 미소년 같은 얼굴로 ‘뮤지컬계 송중기’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아직 신인 딱지를 달고 있다. 지난 4월 캐스팅된 후 그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참신한 인물에 대한 기대감과 산전수전 다 겪은 퇴물 로커의 삶을 그가 어떻게 이해하겠느냐는 우려가 겹쳤다. 이미 대본이 필요 없는 경지에 이른 조승우나 송창의와는 다른, 대본에 충실한 헤드윅이었다. 헤드윅이 걸어온 다사다난한 삶을 대본 그대로 전달했다. 관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대신 곁에서 조잘대듯 소통하는 친근함이 있었다. 노련한 척, 관록 있는 척하지도 않았다. “나 동안이지 않아?”라고 너스레를 떠는가 하면 “어머, 나 들떴나 봐. 진정 좀 할게”라며 물을 들이켜는 등 첫 공연의 떨림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감정을 터질 듯 분출하기 시작한 건 소년 토미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후반부에 이르러서였다. 꾸밈없이 던지는 슬픈 대사와 울먹임은 앞에서 보여준 밝고 익살스러운 모습과 상반돼 더욱 애잔한 느낌이었다. 제작진은 백지 상태의 신인인 그가 원래의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고 자신한다. 그 역시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본에 충실하면서 내 나이에 맞는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지난 주말 그의 첫 공연이 끝난 뒤 그가 드러낸 헤드윅의 맨 얼굴에 놀란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연기가 세련되고 테크니컬하지는 않지만, 그가 던지는 감정들은 날것 그대로여서 더욱 아팠다”고 평가했다. 공연가에선 그를 ‘조드윅’(조승우), ‘짱드윅’(송창의)을 잇는 ‘애드윅’(애기+헤드윅)이라 애칭한다. 앳된 얼굴에 붙여진 별명이지만, 3대 헤드윅의 이름값을 해낼 것이란 기대가 담겼다. 9월 8일까지. 5만~6만 6000원. (02)1544-155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환갑에도 멜로 어울리는 배우 되고 싶죠”

    “환갑에도 멜로 어울리는 배우 되고 싶죠”

    “한태상이란 인물에서 송승헌이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눈빛이나 대사, 말투 같은 것에서 제가 갖고 있는 버릇들을 하지 않으려 했죠.”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송승헌(37)은 ‘나를 내려놨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인간성의 극과 극을 오가는 한태상을 연기하는 것은 그동안 ‘꽃미남’이라고만 인식돼 왔던 그에게 변신이나 마찬가지였다. 한태상은 조직 세계에서 산전수전 겪은 사업가지만 서른이 넘어서야 첫사랑에 빠진다. 사랑하는 여인 미도(신세경)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노력하지만 미도가 자신의 친동생과도 같은 재희(연우진)를 사랑하자 갈등하게 된다. 여자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몰랐던 순진한 태상은 그런 미도와 재희에게 살기마저 느낀다. 지난주 서울 강남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그는 “순간순간 광기 어린 눈빛을 보여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제 방에서 재희의 셔츠를 발견하고 찢어버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재희가 아예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게 잘 표현됐는지는 모르겠네요”라며 웃었다. 한태상의 순애보 덕에 송승헌의 인기는 높아졌지만 본의 아니게 신세경은 ‘양다리녀’라는 악플 세례를 받았다. 그 역시 촬영 내내 어린 후배가 마음에 걸렸다. “고맙게도 저에게 동정표를 보내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대신 신세경씨가 걱정됐는데, ‘욕 먹어도 된다. 걱정 말라’고 얘기해 줘서 고맙고 대견하더라고요.” 1995년 모델로 데뷔해 1997년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으로 청춘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어느덧 중견 배우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했다. “아직도 엊그제 데뷔한 것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빨리 가요. 제가 재희 역할을 맡아야 할 것 같은데 재희와 대비되는 ‘아저씨’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 어느덧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고민도 부쩍 늘었다. “나이를 먹는 것 자체는 걱정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멋있게 나이를 먹은 배우가 돼야 한다는 부담이 크죠.” 그는 닮고 싶은 배우로 리처드 기어와 조지 클루니, 안성기를 꼽았다. “환갑이 돼도 멜로를 할 수 있는 중후한 배우, 후배들이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를 물으니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동엽이형과 ‘남자셋 여자셋’ 시즌2를 찍으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 주인공들이 교수나 조교가 되는 거죠. 하하, 정말이에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프로야구] 한화의 死월… 참 잔인한 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란 T S 엘리어트의 시구를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프로야구 한화에 4월은 잔인하기만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한화는 유독 4월에 약한 모습이었다. 지난해에는 5승12패로 최하위, 2011년에는 6승11패1무로 최하위, 2010년엔 9승18패로 7위였다. 5월에 반짝 반등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또다시 주저앉는 양상이 되풀이됐다. 2007년 이후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최근 4시즌 중 세 차례 꼴찌란 수모를 불러온 이유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한화는 지난 9일까지 개막 후 8연패에 허덕였다. 팀 개막 최다 연패(2008년 5연패) 기록은 이미 넘어섰다. 조금만 더 가면 김응용 감독의 역대 최다 연패(2004년 삼성 사령탑 시절 10연패) 기록은 물론 프로 통산 역대 개막 후 최다 연패(2003년 롯데 12연패) 기록도 갈아치울 판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 감독이라고 이런 상황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김 감독은 지난 7일 대전 넥센전부터 경기 전 인터뷰도 사양했다. “연패를 끊을 때까지 인터뷰를 생략하겠다”고 구단 관계자에게 전했다. 김 감독을 대신해 더그아웃에 나선 김성한 수석코치는 지난 9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감독님이 보실까 봐 (호텔에 비치된) 신문을 치워버렸다. 1면에 한화의 연패 소식이 도배가 됐더라. 한화 때문에 프로야구 흥행이 안 된다고 하는데 감독님께서 충격을 받으실까 봐 감췄다”며 침통해했다.  치명적인 건 허약한 마운드. 투수진은 지난 9일까지 69와3분의2이닝 동안 무려 61점(58자책점)을 헌납했다. 팀 평균자책점은 7.49로, 여덟 번째 롯데(3.38)의 곱절을 훌쩍 넘고, 두 번째 NC(5.02)와의 격차도 상당하다. 외국인 선발 원투 펀치 바티스타와 이브랜드는 모두 2경기에 나와 1패씩 떠안으며 각각 평균자책점 4.76과 5.11을 기록했다. 류현진(LA다저스)이 떠난 자리를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선발진의 다른 축을 이루는 김혁민(2패)과 유창식(2패) 역시 평균자책점이 각각 5.68과 18.00으로 헤매고 있다.  선발진이 중심을 못 잡으니 불펜에도 영향이 미친다. 5선발 윤근영은 이미 불펜으로 옮겼다. 올 시즌 마무리로 낙점받은 안승민이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송창식이 그나마 제몫을 다하고 있다. 부상으로 시즌 초 자리를 비운 베테랑 박정진이 돌아올 때까지 버텨줘야 하는데 이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23일 TV 하이라이트]

    ■스카우트(KBS1 밤 7시 30분) 강원도 청정 자연 속에서 휴식과 레포츠를 즐기는 복합 테마파크형 종합 리조트 ‘웰리힐리파크’. 겨울 레포츠가 꽃피는 곳이다. 새하얀 설원이 펼쳐지는 이곳에서 100% 고객 만족에 도전할 인재를 스카우트를 통해 선발한다. 리조트 운영팀에 들어갈, 오로지 실력 하나로 꿈의 기업에 입사할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오감만족 세상은 맛있다(KBS2 밤 8시 20분) 하와이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을 보려면 참치 경매장으로 가라. 경매장의 최고급 참치로 만드는 포키는 특별한 날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그리고 탤런트 김빈우에게 산전수전 낚시 임무가 주어진다. 바닷속 산호초와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꼭꼭 숨어 있는 하와이의 진미들을 찾아간다. ■다큐멘터리 생존 2부(MBC 밤 8시 50분) 영하 40도의 추위가 계속 되고 눈보라가 수시로 찾아오는 알래스카의 겨울. 이 추위를 뚫고 이누피아트들은 사냥에 나선다. 영하의 추위에서 달리다 보면 어느새 눈썹에는 고드름이 맺히고 얼굴은 동상을 입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총까지 얼어버린 상황. 이들은 무사히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짝(SBS 밤 11시 15분) 남자 2호는 11년 만에 첫눈에 반한 여자 5호를 만났다. 하지만, 술 때문에 여자 5호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12살 아들을 키우는 여자 5호가 술 때문에 이혼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자 5호 옆에 남자 2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자 2호만큼이나 여자 5호와 잘해보고 싶은 남자 6호와 그녀를 처음부터 눈여겨보는 남자 7호도 있다. ■세상을 바꾼 리더(EBS 밤 9시 30분) 일본의 기업가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영을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종합예술로 여겼다. 그는 회사를 키우려면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인재중심 경영마인드로 나섰다. 그는 경기불황으로 회사가 위기에 있을 때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갔는데…. ■HD 다큐월드(OBS 오후 6시 10분) 점점 고갈되어 가는 석유. 이 심각성에 대응하고자 노력하는 중국의 자전거 대여점을 찾았다. 또한, 세계 최대 정유회사 토탈의 회장을 만나 대안을 고민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름 찌꺼기를 재활용하는 환경운동가를 만나며, 석유 채굴 때문에 무자비하게 파괴되는 캐나다의 침엽수림도 찾아가 본다.
  • 먹, 그 빛깔의 태생은 같은데 하나는 태평양 건너온 듯 하나는 시간을 되돌린 듯

    먹, 그 빛깔의 태생은 같은데 하나는 태평양 건너온 듯 하나는 시간을 되돌린 듯

    최첨단 철학에서 가져오는 개념작업, 거의 독립영화 수준으로 작업하는 영상작업, 건설공사장 수준의 거대 설치작업, 이런 것들 사이에서 묻혀 버린 장르가 있다. 수묵이다. 그런 수묵의 앞날을 뚫어 보려는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재밌게도 뚫어 보려는 건 같은데, 그 방식은 정반대다. 흥미롭다. 일단 전시제목부터 그렇다. 장재록(34) 작가의 전시명은 ‘가속의 상징’(Memento of Momentum)이다. 김범석(49) 작가의 전시명은 ‘산전수전’이다. ●張, 정교하고 실험적인 붓놀림… 벤츠·철골 구조물 등 현대 기계문명 그려 그리는 대상도 완전히 다르다. 장재록은 최첨단 기계를 다룬다. 벤츠, 아우디 같은 외제 고급 승용차를 그렸다. 최근에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다리의 골조 구조를 아래에서 올려다본 장면을 그렸다. 김범석은 8년째 파묻혀 작업하고 있는 경기도 여주 주변 풍경을 담았다. 웅장하고 멋진 풍경은 아니다. 꼭 여주가 아니어도 될 법한, 산 있고 물 있는 그런 풍경이다. 그리는 방식도 대조적이다. 장재록은 정교하게 접근한다. 종이를 덧붙인 면천 위에다 작업하는데 먹물의 농담을 조절해 그린다. 밑그림 단계에서부터 최소 5단계 이상, 보통 6~7단계 정도 먹물의 맑고 어두운 정도를 그려둔다. 그에 맞춰 가장 진한 색을 칠하고, 물을 타서 연하게 한 뒤 다음 단계의 색을 칠하고, 이 과정을 반복해서 완성한다. 반대로 김범석은 아주 자유로운, 어떻게 보자면 제 멋대로 그리는 쪽에 가깝다. 종이를 세운 뒤 그 위에다 바로 붓질을 하는데 작품마다 먹물이 줄줄 흘러내린 자국이 역력하다. 붓질 역시 정교하게 계산을 해서 움직였다기보다 그냥 척척 가져다 찍었다고 하는 쪽에 가깝다. 두껍게 겹치다 보니 먹을 머금을 대로 머금은 종이는 딱딱하게 두껍다. 그래서 전시장 풍경도 다르다. 장재록의 전시장은 깔끔하고 세련됐다. 압도적이고 눈길을 끄는 작품이 몇점 나열되어 있고, 최근에 새롭게 시도한 설치작품도 있다. 전시장 전면에는 지금 작업 중인 재규어 작업도 있다. 정교한 작업을 자랑하려는 듯, 밑그림과 먹물도 갖춰놨다. 전시 기간 동안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니, 운 좋으면 작가의 작업 광경을 확인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범석의 전시장은 화이트큐브가 무색할 지경이다. 붓놀림을 익히기 위한 엄청난 예비작업량을 자랑하려는 듯, 1층 전시실엔 작가의 작업들이 빨래처럼 촘촘히 널려 있다. 2층에도 200호짜리 대형작업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을 뿐 아니라 작가의 자유분방한 작업태도를 보여주려는 듯, 작업실에서 종이를 대놓는 큰 나무판자까지 떼어다 작품과 함께 걸어뒀다. 간이작업실 같다. ●金, 거칠면서도 자유분방한 붓놀림… 자연 그대로의 멋·전통 산수풍경화 고집 반응도 다르다. 장재록은 초창기에는 자신의 작품이 논란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첫 전시를 열었을 때 선생님은 물론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는 걸 나중에서야 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먹물로 어떻게 저런 걸 그리느냐는 말이 나왔던 모양이다. 김범석은 거꾸로 미련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수묵의 시대가 끝나가는 마당에 웬 전통 수묵 풍경화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고집스레 전통만 고집했다. 어떤 작품들에는 조개껍질 가루인 호분, 아교처럼 아주 기본적인 재료만 사용한 것도 있다. 아예 작품에서 흙냄새를 풍겨 보겠다는 각오에서다. 어느 쪽이 좋으냐는 취향의 문제겠지만, 오랜만에 접하는 대형 수묵전시라 반갑다. 장재록의 전시는 29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 (02)725-1020. 김범석의 전시는 12월 16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1관. (02)737-765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평생 꿈 대통령표창… 하늘서 보나요”

    “평생 꿈 대통령표창… 하늘서 보나요”

    전주 덕진경찰서 수사과 강력 1팀장으로 근무했던 고(故) 이상열(58) 경위는 전주 인근 범죄자들에게 악명(?)이 높다. 그의 별명은 ‘개코’였다. 1980년 순경 공채로 경찰복을 입게 된 뒤 28년간을 강력계에서 일해 온 베테랑 형사로 한번 쫓은 범인은 웬만해선 놓치는 법이 없었다. 정년을 2년 앞두고 팀장으로 근무하면서도 그는 늘 입버릇처럼 “한 5년은 거뜬히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되뇌었다. 지난달 초 이 경위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제67회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차량 납치 및 강간 피의자 등 115명을 검거하고 형사활동평가 전북 1위를 달성하는 등 민생 치안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야근에 철야를 밥 먹듯이 하며 우직하게 강력계를 지켜 온 대가였다. 그는 뛸 듯이 기뻐하며 아내 나현애(52)씨와 딸 이지후(26)씨에게 말했다. “대통령 표창은 진짜 아무나 받는 상이 아니야. 평생 꿈이 이뤄졌어. 상을 받게 될 날이 기다려지네.” 무뚝뚝한 가장은 그렇게 가족들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추석을 보름 정도 앞둔 지난달 14일 이 경위는 갑자기 쓰러졌다. 한 달가량 이어진 특별방범 비상근무 중이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형사도 갑작스럽게 덮친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지난달 25일 전주 예수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장에 그는 없었다. 이 경위에게 수여된 대통령 표창은 아내 나씨가 대리 수상했다. 이날 경찰청 본관에서 만난 나씨와 딸 지후씨는 검은 옷을 입은 채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나씨는 “쓰러지기 전날 밤에도 오후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왔다가 새벽 5시에 출근했다.”면서 “경찰 일이 천직이라며 가정보다 일을 더 중시했던 남편이 정작 경찰서에서 과로로 쓰러진 게 마음아프다.”고 말했다. 나씨에게 남편은 영화에서처럼 늘 위험한 현장 속에 사는 사람이었다. 나씨는 “귀갓길에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끌려가 맞아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면서 “이후 구급차 소리만 들려도 남편이 혹시 다친 건 아닐까 하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곤 했다.”고 말했다. 나씨는 “10만 경찰 가족이라면 아마 다들 비슷한 심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인의 마지막 바람은 남편이 명예롭게 국립대전현충원 경찰묘역에 안장되는 것이다. 나씨는 “평생을 경찰을 위해 몸 바친 남편이 선배들과 함께 편히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최경환 의원은 누구

    최경환 의원은 누구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좌장’은 없었지만 ‘오른팔’은 있었다. 7일 박 후보 비서실장 자리에서 물러난 최경환 의원 얘기다. 3선의 최 의원은 이른바 ‘실세 비서실장’으로 통했다. 박 후보와 당의 선거 조직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공보 등 정무적인 역할은 물론 정책 조율 기능까지 담당했다. 그러나 캠프 내부에서는 최 의원에 대해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역설적이지만 최 의원의 이 같은 성실성이 박 후보의 신뢰를 얻은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된다. 2007년과 이번 당내 경선 때 캠프 총괄본부장을 연이어 맡아 실무를 진두지휘한 탓에 당 일각에서는 본선 캠프에서 최 의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박 후보는 당초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던 이학재 의원 대신 최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재임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또 최 의원은 4·11 총선 공천 당시에는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에도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2008년 18대 총선 공천을 주도한 이재오 의원에 빗댄 ’최재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최 의원이 대선을 불과 70여일 앞두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최근 불거진 ‘친박(친박근혜) 주류 2선 퇴진론’에 대한 박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캠프 안팎에서는 박 후보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온 최 의원의 ‘대체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최 의원이 조만간 물밑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홍콩경찰의 불편한 진실 ‘콜드 워’… 축제는 시작됐다

    홍콩경찰의 불편한 진실 ‘콜드 워’… 축제는 시작됐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4일 열흘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개막식에 앞서 오후 1시 30분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개막작 ‘콜드 워’가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10년여 동안 미술감독과 조감독으로 홍콩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렁록만·서니 럭 감독의 데뷔작이다. 홍콩영화로는 처음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초대됐다. ●개막작 ‘콜드 워’ 세계 첫 공개 홍콩에서 폭탄 테러와 함께 경찰 5명이 실종된다. 경찰수장 격인 경무처장은 덴마크 출장 중인 가운데 두 명의 ‘넘버 2’인 리와 라우가 서로 작전의 주도권을 쥐려고 옥신각신한다. 하지만 벽에 부딪힌다. 실종된 5명 가운데 4명의 경찰이 돌아오지만, 인질의 몸값 6000만 홍콩달러를 빼앗긴다. 내부자의 소행이 분명한 상황.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리와 행정직으로 출발한 라우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가청렴위원회까지 수사에 개입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무간도’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차가운 누아르다. 경찰과 범인, 혹은 선악의 대결에 주목하는 범죄스릴러의 문법에서 벗어나 있다. ‘콜드 워’는 홍콩경찰 내부의 역학관계와 갈등에 주목한다. 인간내면의 욕심과 양심에 관해 묻는다. 홍콩 누아르 특유의 비장한 액션보다 팽팽한 심리극에 초점을 맞췄다. ‘콜드 워’를 주목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2002년 ‘무간도’ 이후 반짝 살아난 듯하다가 활력을 잃은 홍콩 영화계에 새 희망을 던졌기 때문. ‘무간도’는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 사람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은유적으로 담아 호평을 받았다. ‘콜드 워’ 역시 누아르라는 외피로 포장했지만 ‘가장 안전한 도시’라는 홍콩 치안당국의 구호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두 감독은 반문한다. 신인의 작품인 만큼 다소 튀는 전개도 눈에 띈다. 하지만 배우의 호연은 단점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리역의 량자후이(梁家輝)는 ‘로스트 인 베이징’에 이어 또다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1990년대 아시아 대표 꽃미남 배우였던 궈푸청(郭富城)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경찰간부 라우로 나오는데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준다. 렁록만과 서니 럭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홍콩 경찰영화는 그동안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보다는 경찰 내부의 갈등, 조직의 모순을 드러내면서 관객의 몰입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궈푸청도 “관객들은 그저 신인감독으로 알겠지만 두 분 다 홍콩영화계에선 산전수전 다 겪은 분들이고, 5년여 동안 시나리오를 다듬었다는 데서 믿음이 갔다. 홍콩영화가 슬럼프였지만 감독·배우·스태프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물이 나온 만큼 전 세계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량자후이는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만큼 마켓(해외 판권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75개국 영화 304편 ‘한눈에’ 한편 오후 7시에 국민배우 안성기와 중국 배우 탕웨이의 사회로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는 이병헌, 장동건, 정우성, 장바이즈, 량자후이, 궈푸청 등 국내외 스타들이 레드카펫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허남식 영화제 조직위원장의 개막선언과 함께 ‘영화의 바다’가 열린 뒤 개막작인 ‘콜드 워’가 상영됐다. 이번 영화제에는 총 75개국 304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세계 첫 공개작품인 월드 프리미어 93편과 자국 외 첫 공개작품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9편이 포함됐다. 부산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런던올림픽 D-1] 뙤약볕 런던 날씨 흔들림 없는 활시위

    런던에서 올림픽 사상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하는 태극궁사들이 25일 실제 경기가 치러질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 섰다. 경기장 내 연습장에서 활을 쏴오다 이날 딱 30분간 실전 사대에 올랐다. 올림픽이 열릴 공식 경기장에서 활을 쏘는 건 이날이 처음이다. 군부대, 야구장 등을 누비며 산전수전 다 겪은 한국양궁팀은 늘 그랬듯 침착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강렬한 햇볕 아래였지만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선수 모두가 아이패드로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의 전경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 온 덕분인 지 ‘적응’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지난해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 출전해 경기장이 익숙한 임동현(청주시청), 오진혁(현대제철), 기보배(광주시청)는 더욱 늠름했다. ●내일 대진 결정 랭킹라운드 장영술 총감독은 “수시로 경기장을 (동영상으로) 봐 왔기 때문에 낯설지 않다. 다만 작년과 달리 경기장 양쪽으로 5400석 규모의 관중석이 생겼다.”고 했다. 말대로라면 미묘하게 바뀌는 바람의 흐름이나 관중들의 소음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 감독은 “선수 스스로가 극복할 부분이다. 양궁은 어차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자부 백웅기 감독은 “날씨든 바람이든 워낙 전천후 훈련을 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여유를 보였다. 한국 전체 선수단의 포문도 이 ‘신궁’들이 연다. 양궁대표팀은 27일 오후 5시부터 72발씩(사거리 70m) 쏘아 개인전-단체전 대진을 결정하는 랭킹라운드를 치른다. 축구가 전날 뉴캐슬에서 멕시코와 조별리그를 시작하지만 런던의 중심부에서는 양궁이 처음이다. 랭킹라운드에서 개인전 64강을 추리는데 1위와 64위, 2위와 63위가 토너먼트(세트제)로 붙는 방식이다. 선수들 성적을 합산해 단체전 16강 대진도 추린다. 자신감을 갖고 무난한 단판전을 치르기 위해선 상위권에 랭크되는 게 유리하다. ●임동현·엘리슨 최고 라이벌전 기대 임동현·오진혁·김법민(배재대)이 나서는 남자부는 최초의 개인전 금메달을 향해, 기보배·이성진(전북도청)·최현주(창원시청)가 출전하는 여자부는 4년 전 중국에 내줬던 개인전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뜨겁다. 결전을 앞두고 이날 국제양궁연맹(FITA)은 “런던에서 올림픽 양궁 사상 최고의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불을 댕겼다. 최고의 라이벌전으로는 임동현과 세계랭킹 1위 브래디 엘리슨(미국)이 맞붙을 남자 개인전 토너먼트를 꼽았다. ‘양궁 황제’로 불리는 임동현은 아테네·베이징올림픽에 거푸 나섰지만 아직 개인전 금메달은 없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씨줄날줄] 총리 해임안/곽태헌 논설위원

    1948년의 제헌헌법은 정치세력 간의 타협의 결과로 미국식 대통령제의 기본요소인 대통령과 부통령제 외에, 영국식 의원내각제의 근간인 국무총리제까지 두면서 변형된 정치형태를 출현시켰다. 1960년의 4·19혁명에 따라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한 뒤 그해 6월 의원내각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이 이뤄졌다. 이때의 국무총리는 명실상부한 제1인자였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정변에 따라 대통령제로 환원됐다. 의원내각제의 수명은 1년 남짓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 뒤에도 개헌은 몇 차례 이뤄졌지만, 대통령제는 변함이 없다. 현행 헌법도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처럼 대통령의 궐위 시에 대비하여 부통령제를 두는 것이 순리일 수 있지만, 부통령제 대신 국무총리제를 두고 있다.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의 의전 서열 1위는 당연히 실권도 있는 대통령이다. 행정·입법·사법부의 3권 분립에 따라 보통 국무총리의 의전서열은 국회의장(2위), 대법원장(3위), 헌법재판소장(4위)에 뒤지는 5위이지만, 행정부의 2인자로서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제1순위의 직무대행권을 갖고 있다(헌법 71조). 국무총리는 행정부의 2인자이지만, 정치상황에 따라 ‘동네북’ 신세도 된다. 야당은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압박의 수단으로 국무총리를 겨냥한다. 야당이 들고 나오는 무기는 국무총리 해임안이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국무총리를 해임할 수 있다. 명분이 있든 없든, 야당 의석이 과반을 넘는다면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지만 19대 국회 의석 분포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민주통합당은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밀실 추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황식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지난 17일 제출했고, 본회의에서의 표결을 요구했다. 해임안이 통과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다분히 정치적인 액션이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20일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전격 직권상정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151명)를 채우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민주통합당의 요구대로 표결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의석 분포상 폐기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직권상정이었다.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6선(選)의 강창희 국회의장답다. 앞으로 민주통합당에 불리한 안건에 대한 직권상정 가능성도 활짝 열려 있으니, 민주통합당은 자신들의 ‘꼼수’에 따른 부메랑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영화리뷰] ‘시작은 키스!’

    [영화리뷰] ‘시작은 키스!’

    신혼의 단꿈에서 깨기도 전에 남편 프랑소와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다. 어디를 가도 그의 흔적뿐. 그가 쓰던 칫솔과 애프터셰이브, 노트북까지 비닐봉지에 담아 버려 본다. 홀로 남은 나탈리에게는 불면의 밤이 이어진다. 남편의 죽음을 잊으려고 나탈리는 미친 듯이 일에 매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가 난다. 부하 직원 마르퀴스에게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해버린 것. 처음엔 실수로 넘기려 한다. 마르퀴스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머리숱이 적고 못생긴 데다 후줄근한 옷차림에 몸매도 꽝이다. 동료 중 그의 이름을 아는 이가 드물 만큼 존재감도 희미하다. 그런데 웬걸. 볼수록 묘한 매력이 있다.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 스웨덴 남자답지 않은 유머감각까지. 사랑을 빼면 모든 것을 다 가진 그녀와 한 번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남자의 로맨스는 그렇게 시작한다. ‘시작은 키스!’(14일 개봉)는 프랑스에서 70만부 이상 팔린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프랑스 문단의 우디 앨런으로 통하는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동생 스테판과 공동연출을 맡았다. 스테판 역시 데뷔작이다. 다만 1990년대 후반부터 장뤼크 고다르(사랑의 찬가), 프랑소와 오종(크리미널 러버), 우디 앨런(미드나잇 인 파리), 마이크 뉴웰(해리포터와 불의 잔), 마틴 켐벨(카지노로얄) 감독 작품에서 캐스팅 디렉터로 일했다. 이 영화의 매력은 기존 로맨틱코미디의 남녀 간 권력관계(?)를 전복시킨 데서 비롯된다. 예쁘고 현명한 데다 직장에서도 잘나가는 무결점 여성이 볼품없는 외국인과 연애를 한다는 게 늘 있는 일은 아니다. 영화 속 나탈리의 지인들은 “왜 저런 사람과 사귀느냐.”고 끊임없이 되묻는다. 물론 할리우드 톱스타 여배우와 런던의 외곽 작은 서점주인의 로맨스를 그린 ‘노팅힐’(1999)도 있었다. 그래도 ‘노팅힐’의 남자주인공은 휴 그랜트였다. 비현실적인 설정일 법도 한데, 공감을 끌어내는 건 전적으로 두 배우의 공이다. ‘아멜리에’(2001)로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임을 입증한 오드리 토투가 아니라면 말 한마디 섞어 본 적 없는 동료와 대뜸 키스부터 한다는 설정이 황당무계할 게다. 토투의 연기가 딱 기대치만큼이었다면 마르퀴스 역의 프랑소아 다미앙은 한국 관객에게 의외의 발견이다.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 같은 평범한 외모지만, 의외로 익살맞고 귀여운 매력을 지닌 마르퀴스 역에 다른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을 터. 캐스팅 디렉터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스테판의 선구안이 빛나는 대목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정선민 “내 농구인생은 120점… 영원히 당당할 것”

    정선민 “내 농구인생은 120점… 영원히 당당할 것”

    떠나는 순간까지 정선민(38·KB국민은행)은 ‘바스켓퀸’ 다웠다. 농구인생을 정리해달라고 하자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창대하다.”고 했고, 스스로 점수를 매겨보라는 요청엔 “120점이다. 농구장을 떠나도 영원히 당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후회 없고 대단했던 농구인생이었다. 여자농구의 ‘살아 있는 전설’ 정선민이 정든 코트를 떠났다. 30일 서울 등촌동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정규리그 MVP·득점왕 일곱 차례나 마산여고를 졸업한 정선민은 1993년 SK를 시작으로 신세계·국민은행·신한은행 등을 거치며 아홉 번이나 우승했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프로통산 415경기를 뛰며 8140점, 3142리바운드, 1777도움을 기록했다. 프로리그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을 모두 일곱 차례나 꿰찼다. 선수로서 마지막 해인 2011~12시즌에는 KB국민은행을 6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기도 했다. 200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하기도 했다. ●16년 동안 태극마크 달고 펄펄 태극마크를 달고도 펄펄 날았다. 무려 16년 동안 국가대표를 지냈다. 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시작으로 1999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2000시드니올림픽 4강, 2002세계선수권대회 4강, 2007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등 화려한 성취의 중심에는 늘 정선민이 있었다. 그는 “코트에서 열정을 다한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정말 굉장한 기록을 세웠고 영광의 순간도 많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제2의 정선민’을 꼽아달라는 질문엔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를 닮은 선수가 없었으면 좋겠다. 영원히 나의 캐릭터가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나는 산전수전 다 겪었다. 좋은 말만큼 나쁜 말도 많이 들었다. 농구를 잘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도 했다. 엄청난 자부심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나의 캐릭터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뛰어난 농구센스와 득점력, 승부욕, 근성 등 정선민은 특정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맹위를 떨쳤다. 현재 코트를 누비는 선수 중 대체자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 정선민은 “농구장에서 안 보이는 자체로 아쉽고, 코트에 있을 때가 가장 멋졌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웃었다. 웃으며 당당하게 떠나겠다는 다짐과 달리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인 정선민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진로를 모색할 예정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정선민은 ▲1974년 10월 12일생 ▲184㎝ 79㎏ ▲마산산호초-마산여중-마산여고-부천대 ▲신세계(1998여름리그~2003겨울리그)-국민은행(2004겨울리그~2006여름리그)-신한은행(2007겨울리그~2010-2011시즌)-국민은행(2011-2012시즌) ▲정규리그 MVP 7회 수상 ▲득점왕 7회 수상 ▲2007~2008시즌 챔피언결정전 MVP ▲2001여름리그 MVP·득점·리바운드 등 5관왕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 [영화프리뷰] ‘디스 민즈 워’

    [영화프리뷰] ‘디스 민즈 워’

    ‘미션임파서블’의 이선 헌트와 ‘007’의 제임스 본드는 영화 속 비밀요원의 대명사다. 헌트는 진중한 팀의 리더(혹은 남편)이자 순수함을 간직한 캐릭터. 반면 본능에 충실한 본드는 ‘작업’에 능숙하지만 여자를 믿지는 못한다. 대조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첩보원 캐릭터를 한 영화에 등장시키는 대신 한 여자 때문에 둘이 치고받고 싸우게 한다면? 제작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윌 스미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영화 ‘디스 민즈 워’는 이렇게 시작됐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에 근무하는 영국 출신 요원 터크(톰 하디)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돌싱’이다. 온라인 연애 정보 사이트를 통해 로렌(리스 위더스푼)을 만난 순간 사랑에 빠진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터크의 직장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인 프랭클린(크리스 파인)도 비디오 대여점에서 로렌과 마주친다. 습관적으로 작업을 걸던 ‘선수’ 프랭클린은 로렌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든다. 다음 날 두 친구는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걸 알게 된다. 처음엔 둘 다 선의의 경쟁을 다짐한다. 하지만 ‘양다리’를 걸치는 데 죄책감을 느낀 로렌이 일주일 후 결론을 내기로 한 것을 알게 되면서 경쟁이 아닌 전쟁을 시작한다. ‘디스 민즈 워’는 전형적인 팝콘 무비다. ‘미녀삼총사’(2000), ‘미녀삼총사 2-맥시멈 스피드’(2003)로 코미디에 입문하고,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2009)으로 액션을 섭렵한 맥지 감독은 97분 동안 로맨틱 코미디와 액션을 솜씨 좋게 버무려낸다. 브래드 피트·앤젤리나 졸리의 ‘미스터&미세스 스미스’(2005), 톰 크루즈·캐머런 디아스의 ‘나잇 앤 데이’(2010), 애슈천 커처·케서린 헤이글의 ‘킬러스’(2010) 등 한발 앞서 이종교배를 시도한 영화보다 재미는 한 수 위다. 한 여인을 둘러싼 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 대결 구도로 몰면서 관객을 두 사내 중 한 명 혹은 로렌에게 감정이입 하게 만든 덕분이다. 물론 감정이입이 되려면 배우의 매력이 우선일 터. 산전수전 다 겪은 위더스푼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스럽다. 딱 제 몫을 한 셈. 정작 제작진의 선구안이 빛난 대목은 하디의 캐스팅이다. ‘인셉션’(2010) ‘워리어’(201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2)에 이어 올해 최고 기대작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배트맨의 맞수 베인 역을 거머쥐는 등 할리우드의 ‘대세남’이다. 다만 그가 맡은 역들은 그늘이 드리워졌거나 상처를 품은 남성적 캐릭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하디는 이 작품에서 거친 남성미 속에 숨겨진 귀여운 매력을 한껏 뽐낸다. 출세작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에서부터 ‘날라리’ 이미지가 강했던 파인도 맞춤옷처럼 딱 떨어지는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했다. 평단과 관객 반응이 극과 극을 달린 점은 흥미롭다.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영화의 신선도를 24%로 평가했다. 이쯤 되면 최악이다. 그런데 일반 회원(관객) 중 별 5개 만점에 3개 반 이상을 매긴 비율은 72%였다. 29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80개국 1만명 집결… ‘녹색성장’ 선도 국가브랜드 가치 높일 것”

    “180개국 1만명 집결… ‘녹색성장’ 선도 국가브랜드 가치 높일 것”

    오는 9월 제주에서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린다. WCC는 자연보전 분야 최대 민관단체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자연보전과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4년마다 개최하는 국제회의로 ‘환경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생물다양성 보전, 녹색경제,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증진을 위한 생태계 관리, 자연혜택의 공정한 분배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행사가 개최되기까지는 6개월 정도 시간이 남았다. 이홍구 WCC 조직위원장을 만나 준비 상황과 회의 주최국이 얻게 되는 부수적인 효과는 무엇인지 등을 들어봤다. WCC 조직위원회는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 6개 부처 파견 공무원들을 주축으로 구성돼 있다. 26일 서울 종로2가 종로타워 사무실에서 이홍구 조직위원장을 만났다. 조직위원회 사무처 직원은 “올해 77세인 이 위원장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일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넘친다.”고 귀띔하며 집무실로 안내했다. 이 위원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게 될 제주 국제회의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산전수전 겪어낸 정치 원로답게 차분하면서도 때론 강한 어조로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 일답. →WCC의 성격과 논의 주제는 무엇인지. -환경과 관련해 가장 오랜 역사와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세계자연보전연맹 주관으로 열리는 회의다.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리게 될 이번 총회에는 세계 180여개국 환경전문가와 비정부기구(NGO), 국가기관 등에서 1만여명이 참석한다. 제주 총회의 주제는 ‘자연의 회복력’이다. 아울러 현재 지구촌이 직면한 최대의 위기를 5가지 핵심 주제로 나눠 이에 대한 기술·정보·지식과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총회 개최로 얻게 될 부수적 효과는. -국제적으로 ‘세계 자연보전 정책방향을 논의하는 장’인 만큼 환경외교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국가 브랜드 가치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선도국으로서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논의하는 각종 회의에서 우월적 지위도 확보하게 된다. 대내적으로는 국내 녹색산업의 질적·양적 발전과 함께 환경보전에 대한 국민적 동참과 공감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1만여명의 방문자가 열흘간 머물게 되므로 경제적인 효과도 크다. 국내 생태계의 아름다움과 녹색 정책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제주를 비롯해 국내 곳곳의 아름다운 생태자연을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한국 관광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의 우수 자연보전 정책으로 무엇을 소개할 것인지. -생태보전의 보고인 비무장지대(DMZ)의 평화로운 이용 방안과 글로벌 동반성장 주제로 녹색성장, 한국 서남해안 갯벌의 보전, 황사피해 절감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 등을 총회에서 논의할 것이다. IUCN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퇴치를 위해 노력해 왔는데, 한국의 녹색성장 전략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적 경험과 제도적 발전, 기술개발 등 성공적 사례들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또한 21세기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인류복지, 녹색성장, 21세기형 자연보전의 정책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제주선언문’도 총회에서 채택하게 된다. 선언문은 국제적인 환경협약·협상 등에서 중요한 지침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총회를 앞두고 중앙정부(환경부)와 지자체(제주도)의 역할 분담은. -환경부는 총괄기관으로서 총회 전반에 관한 관리·감독, 세계자연보전연맹 등과의 국제협력 강화, 범정부적인 지원, 총회 이후의 이행수단 확보 등의 역할을 맡는다. 중앙정부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비영리재단법인으로 조직위원회를 설립했다. 총회의 실무적인 준비와 종합적인 행사계획, 홍보 등 전반적인 업무를 조직위 사무처가 담당하고 있다. 조직위는 정부·국회·민간 분야 등 약 4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총회에 참가하는 제주도는 교통·숙박 인프라 구축 등 대회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마련하고, 도내 홍보와 부대행사를 주관한다. 총회 관련 회의장과 숙박시설 등 현장 준비에 적극 협조하고, 도민들의 친절 서비스와 세계 7대경관으로 선정된 제주도를 세계에 알리는 각종 프로그램도 독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북한도 회의에 참석하는지. -회원국이기 때문에 회의를 주관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초청장을 보내 참석을 독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참석 여부에 대한 답변이 없다. 북한이 회의에 참석하면 DMZ 공동 이용방안 등에 대한 논의와 꼬여 있는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회의 개막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섣불리 속단하긴 이르지만 참석한다면 대환영이다.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북아에서 WCC가 열리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제주도에서 열리지만 대단히 중요한 국가적 행사다. 전 세계인의 환경축제가 되고, 지구 환경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올해는 ‘리우 환경회의’가 개최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자 포스트 교토 체제가 수립돼야 하는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제주 WCC는 6월에 열리는 ‘리우+20 정상회의’와 이후 포스트 교토 체제 수립에 대한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국가 간 협약에서부터 해당국 정부의 정책까지 기초가 되는 중요한 회의인 만큼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이홍구 위원장 ▲1934년생 ▲서울대 법대 중퇴, 미국 에모리대학 철학박사, 예일대학 정치학박사 ▲1988~1990년 국토통일원 장관 ▲1994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1994~1995년 국무총리 ▲1996~1998년 신한국당 대표 ▲1998~2000년 주미국대사 ▲2000년~ 서울국제포럼 이사장
  • South Africa-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①People in South Africa

    South Africa-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①People in South Africa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물 열흘에 가까운 남아공 여행 동안 내가 받은 선물은 바다, 초원, 도시와 동물들이라고 생각했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의 진수성찬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내게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사람들이다. 차별과 증오의 시간들을 견뎌낸 사람들의 외연은 남달랐다. 그들이 말하는 남아공의 땅, 바다, 하늘 그리고 사람들은 무척이나 다양해서 3개의 수도, 11개의 공식 언어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정연하게 담을 재주가 없었기에, 남아공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생각해 보면 남아공 여행은 ‘본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이었다.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청 www.southafrica.net 1 가든 루트는 남아공의 독특한 지형인 카루(반사막)를 통과한다.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는 낡은 선로. 쓸쓸해 보이지만 곳곳에 푸른 생명들이 살고 있다 2 부펠스드리프트 게임 롯지에서 진행된 사파리는 스와트버그 산Swartberg Mountain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에도 우리를 안내했던 레인저 하노Hanno는 동물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남아프리카공화국 면적 122만 평방미터 인구 4,800만명 공식어 영어, 아프리칸스어, 은데벨레어, 코사어, 줄루어, 페디어, 소토어, 츠와나어, 스와지어, 벤다어, 총가어 화폐 랜드Rand. 1랜드는 한화 약 150원 항공편 인천에서 출발하는 직항편은 없다.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는 남아프리카항공SA이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3시간. www.flysaa.com 날씨·시차 남아공은 우리와 계절이 반대라서 11~2월이 여름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기온 차이가 커서 여러 가지 옷을 준비해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이 늦다. People in South Africa 그레이프타이저 끝내줘요 카페 리체 종업원 살라 Sala 한낮의 처치 스퀘어Church Square는 좀 더운 편이죠. 그늘이 별로 없어서요. 우리 카페가 마치 오아시스처럼 여겨진 건 그런 이유였을 거예요. 아이고 저런, 새벽 비행기로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고요? 거기서 바로 프레토리아로 왔으니 지칠 만도 하네요. 이리 와서 그레이프타이저grapetiser를 마셔 봐요. 남아공 와인이 유명한 건 아시죠? 남아공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그레이프타이저도 포도탄산쥬스 중 최고로 꼽힌답니다. 우리 리체 카페가 처치 스퀘어에 자리를 잡은 건 아주 오래 전 일이예요. 건물 바깥에 1904년이라고 쓰여 있는 거 보이시죠? 니체는 ‘호화스럽다’는 뜻이지만 실제로 저희 카페는 클래식하고 안락해요. 저 흑백 사진에서 연륜이 느껴지지 않나요? CAFE RICHE | 주소 2 Church Square Cnr Church & Paul Kruger Streets, Pretoria 문의 012-328-3173 www.caferiche.co.za 내 초콜릿이 남아공 최고지! 초코라티에 마리타 Marita 아가씨, 커피 좋아해요? 그럼 당신은 진한 모카가 든 초콜릿이 좋겠네요. 이쪽 젠틀맨은? 이건 내가 피노타지 와인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맞춤 제작한 초콜릿이라오. 둘을 함께 먹으면 정말 환상이지. 참, 초콜릿은 절대로 ‘나중’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 아니라오.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위한 것이지! 암, 당신들은 젊으니 그 말의 의미를 더 잘 알겠지. 난 어려서부터 설탕과 초콜릿에 푹 빠져 살았지만 남아공에서는 적당한 선생님을 찾을 수 없었지. 그래서 2007년에 벨기에로 가서 초콜릿을 배웠다오. 지금은 로코코라는 숍을 오픈해서 초콜릿으로 신발도 만들고 꽃도 만들고, 못 만드는 것이 없다오. La Chocolaterie ROCOCO | 주소 Baron van Reede St. Langenhoven Rd 86, Oudtshoorn 문의 044-272-5991 www.ilovechocolate.co.za 우리는 수도가 3개예요 남아공관광청 에릭 반 질 Erick van Zyl 맞아요.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Product Specialist. 그게 남아공 관광청에서 내가 하는 일입니다. 호텔, 레스토랑, 관광지 등 남아공의 여행 인프라를 줄줄 꿰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사실 웬만한 파트너들은 이제 친구가 됐을 정도로 오랫동안 알아 온 사람들이죠. 케이프타운에 오래 살았지만 나이가 드니 조용한 도시가 좋아서 지금은 프레토리아에 살아요. 남아공에는 3개의 수도가 있는데 프레토리아Pretoria는 행정 수도. 블룸폰테인Bloemfontein은 사법 수도, 케이프타운Cape Town은 입법 수도랍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제가 선택한 식당은 카루, 캐틀 & 랜드Karoo, Cattle & Land라는 곳인데요, 스테이크를 정말 잘하죠. 반사막 지역인 ‘카루’에서 자유롭게 자란 동물들이니 얼마나 건강하겠어요. 우리 6명이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여도 1,000랜드(약 15만원)면 충분할 겁니다. 실컷 드세요. 남아공은 위험하지 않아요. 가이드 글로리아 오 Gloria O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억나세요? 그때 저는 한국에서 온 기자단 70명의 안내를 맡았으니 잊을 수가 없죠.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보람도, 재미도 있었어요.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남아공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관광측면에서는 효과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남아공의 일부 도시는 치안이 불안하긴 해요. 하지만 관광도시를 다니는 여행객들은 안전해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는 건 유럽도 마찬가지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서 가족 모두가 남아공으로 이사를 왔고 지금은 프레토리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죠. 하도 오래 살아서 남아공이 익숙하기는 한데, 그래도 한국이 그리워요.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가든 루트는 내 출근길이죠 가이드 하니키 쿠체 Hannetjie Coetzee 남편과 둘이서 가이드 일을 시작한 건 꽤 나이가 들어서였어요. 지금도 보석상 일을 병행하긴 하지만 성수기가 되면 둘 다 손님들을 싣고 여기저기 여행하기에 바쁘죠. 젊었을 때 게임 롯지에서 레인저로 일했었기 때문에 남아공의 자연 생태계에 대해 해박한 편이고, 그게 지금 일에 큰 도움이 돼요. 또 취미로 모터바이크와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아직도 이 땅을 열심히 즐기죠. 스치듯 보면 척박한 땅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도 꽃도 많고, 고래가 뛰어노는 바다의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요. 원래 치치캄마 국립공원이나 해변에서 고래를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닌데, 당신들은 좀 운이 없는 편이네요. 다음 기회엔 제가 보장하죠. 주소 PO Box 953, Knysna 6750 문의 044-382-1549 www.orbitdaytrips.co.za 엘비스는 영혼으로 노래해요! 엘비스 레스토랑의 잔과 앤 Jan & Ann du Rand 나는 카루 지역에서 태어나 십대 시절에야 처음으로 엘비스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수십년 동안 줄곧 엘비스의 팬이 되었죠. 아, 이탈리아에서 사온 주크박스를 틀어볼께요. 들리죠? 그는 영혼으로 노래를 해요. 아내도 저와 마찬가지로 엘비스를 좋아했으니 우린 천생연분인 셈이에요. 엘비스와 마릴린 먼로에 관련된 기념품, 포스터들을 모으느라 돈도 많이 썼지만 항상 즐거운 일인 걸요. 둘 중 누가 더 좋으냐고요? 어려운 질문이군요. 기분에 따라 다르거든요. 몇년 전까지 바로 옆에 있는 치치캄마 빌리지 인Tsitsikamma Village Inn을 운영했었는데, 호텔을 팔고 2010년 12월에 레스토랑을 열었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파하기 위해 매년 ‘엘비스 페스티벌 아프리카 The Elvis Festival Africa’를 개최하고 있어요. 축제 기간이 되면 ‘스톰스리버 빌리지’라는 작은 마을에 수천명이 모여서 북적이는 모습을 보셔야 하는데! 인도 사람들까지 우리 카페를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거든요. 신기한 일이죠. 2012년 행사는 9월21일부터 3일 동안이에요. 그때 다시 오지 않으려오? The Elvis | 문의 042-281-1182 www.elvisfestival.co.za 남아공 와인은 ‘뉴 와인’이 아닙니다 와인메이커 데 웨트 비종 De Wet Viljoen 어, 지금은 좀 곤란한데. 와인 테이스팅 중이거든요. 숙성 중인 와인을 조금씩 따라서 제대로 익어 가고 있는지 맛을 보는 일은 제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예요.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금 좀 예민한 순간이기도 하고요. 물론이죠. 매일 맛을 봅니다. 하지만 테이스팅만 하고 뱉어내기 때문에 취하지는 않는답니다. 정 그렇다면, 간단한 질문 몇 개만 받을께요. 저요? 원래 집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했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유럽 유학 시절에도 미생물학 등 와인에 필요한 것들을 공부했고, 지금은 여기 리들링스호프Neethlingshof의 와인메이커로 일하고 있어요. 최근에 남아공 와인의 빈티지는 2009년이 가장 좋았죠. 마지막 한 마디요? 남아공 와인이 새로운 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군요. 난 이만 다시 와인에게 돌아가야겠어요. 와인 루트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즐기시구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고래를 보여 드리고 싶은데요 피들 크루저 스테판Stefan 과 허니무너 한쌍 내가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세일링을 했던 나이가 8살이었어요. 저 쪽에 있는 막내아들 엘릭스가 그 나이죠. 이제 익숙해져서 곧잘 조타수 역할을 해요. 이 두 사람과도 인사하세요. 독일에서 온 수잔느Susanne와 스테펜Steffen은 허니문 여행 중이랍니다. 2주 일정으로 남아공 여행을 했는데 지금까지는 크루거 국립공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네요. 하지만 오늘 이후에는 나이즈나에서 했던 우리의 요트세일링이 가장 기억에 남게 될 겁니다. 고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최선을 다해 보죠. 카메라는 꼭 잡으셔야 해요. 지난번에 카메라를 바다에 빠뜨린 적이 있거든요. 샴페인과 샌드위치도 충분히 준비했으니 천천히 즐기십시오. Springtide Sailing Charters | 위치 가든루트 나이즈나 요금 선셋 크루즈(샴페인, 초밥 등 간식 포함) 3시간 650랜드(약 9만원), 문의 082-470-6022 www.springtide.co.za 요즘 어부들이 화났다오 어부 레슬리 데이비슨 Leslie Davidson 나는 호트 베이Hout Bay에 위치한 행버그Hangberg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산다오. 5명이 한 배를 타고 매일 새벽 5시쯤에 바다로 나가는 것이 내 일상이지. 저 앞바다에서 난류와 한류가 만나기 때문에 해산물이 잘 잡히는 편이지. 우리 마을에만 해도 1,000여 명의 어부가 살고 있는데, 풍족하진 않아도 크게 부족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정부가 한 달에 80kg으로 1인당 어획량를 제한하면서 요즘 우리가 불만이 많아. 라이센스가 없는 어부들은 다른 사람의 라이센스를 빌리는 대신 수익을 나눠야 하니까 생활이 팍팍한 거지. 그래서 밤에 몰래 바다에 나가 가재를 잡고 전복을 따서 밀거래하는 경우도 많아. 어쩌겠어.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동물은 아프리카의 보물이죠 멍키랜드 레인저 하미디 Hamidi 아프리카 하면 푸른 초원을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들을 연상하시죠. 하지만 그동안 많은 동물들이 뿔, 고기, 가죽 그리고 단순히 유희거리로 희생당했어요. 치치캄마 숲에 있는 멍키랜드Monkey Land와 버즈 오브 에덴Birds of Eden은 그런 동물들을 위한 장소예요. 이곳에 사는 유인원과 새들은 애완용이었거나 서커스에서 일하다가 쓸모가 없어져서 이곳으로 보내졌어요. 그들을 다시 우리에 가두는 대신 숲과 같은 환경을 마련해 주되 맹수나 전염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먹이를 넉넉하게 줘요. 동물들에게 절대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들의 야생성을 지켜주기 위해서예요. 제가 일하는 곳은 멍키랜드에요. 사파리에서 꼭 보아야 하는 ‘빅 파이브’ 동물이 있듯이, 멍키랜드에도 ‘빅 쓰리’가 있는데 궁금하시죠? 오시면 제가 1시간 동안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새들이 저를 알아봐요 버즈 오즈 에덴 셜린 Sharleen 새들이 ‘에덴’에 살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고 싶지만, 사실 저는 새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가 에덴인 것 같아요. 트럭에서 구출했다는 24살의 앵무새, 디즈니랜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플라밍고들까지, 사연 많은 새들이 모여 사는 곳이죠. 그들에게 허락된 에덴동산의 크기는 2.3ha, 새들이 자유롭게 비행하며 사는 동물원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죠. 새들이 멀리 가거나 다른 동물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그물망으로 만들어진 돔천장을 설치했는데 무려 8톤의 철을 사용했어요. 저는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매일 새들의 상태를 살피는데, 새들도 저를 알아본답니다. 물론 저도 그들을 다 알고 있죠. 우리는 특별히 개체수를 늘리지도 않고 비둘기들도 그냥 함께 살도록 내버려둬요. 누구나 에덴에 살 자격이 있는 거니까요. 동굴 속에서는 별별 일이 다 있어요 캉고 동굴 가이드 스티브 Steve 오츠혼Oudtshoorn에 있는 캉고 동굴은 아프리카 7대 불가사의로 꼽힐 정도로 유명한 동굴이죠. 2,000만년이나 되는 동굴의 나이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나도 이 거대한 동굴에서 20년이나 일했으니 적은 세월은 아니죠. 1780년 발견 이후 끊임없이 손님을 맞이하느라 동굴은 많이 훼손된 상태예요. 예전에는 저기 넓은 공간에서 콘서트나 결혼식도 개최했지만 지금은 모두 금지시켰어요. 소음이 종유석들을 훼손하거든요. 한 사람이 겨우 겨우 탐험할 수 있는 구간들을 통과하는 어드벤처 투어를 꼭 경험해 보세요. 하지만 몸집이 큰 분들은 참아주세요. 5~6년 전 새해 첫날, 입장 제한 체중 규정을 무시한 관람객이 단체에 섞여 몰래 동굴에 들어왔다가 좁은 틈에 끼어 버리는 바람에 더 안쪽에 있던 28명이 무려 11시간 동안 동굴 안에 갇히는 사고가 일어난 적도 있었어요. 구조작업 때문에 저도 휴가를 접고 다시 동굴로 와야 했죠. 아마 그날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Cango Caves | 투어 가든루트 오츠혼 투어 스탠더드 투어 60분, 어드벤처 투어 90분 문의 044-272-7410 www.cangocaves.co.za 차별철폐 위해 대통령에게 편지를 섰죠 거리 화가 이스마일 아크맛 Ismail Achmat 내 인터뷰를 하겠다고요? 음, 그럼 내 이야기를 아주 신중하게 듣고, 한 치의 틀림도 없이 적어 주시오. 우선 이 신문기사를 참고하고요(그는 2004년 5월15일에 발행된 남아공 일간지의 복사본을 건넸다). 나는 일찌감치 남아공의 차별철폐와 인종 간의 화해를 주장해 온 사람이오.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은 존중받아야 하지 않겠소.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마지막 국가 수장이었던 보타대통령(1916~2006년)에게 정책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편지를 썼었지. 그에게 자화상을 그려 주고 만년필을 받기도 했다오. 사람들은 그가 끝까지 아파르트헤이트를 고집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변화는 그로부터 시작된 것이지. 30살의 젊은 예술가였던 내가 영향을 미쳤던 거라고 나는 자부하오. 한번도 정규 예술교육을 받은 적 없지만 나는 4년 전에 은퇴한 후부터 케이프타운의 시그널 힐 위에서 테이블마운틴의 풍경을 그리는 거리의 화가로 살고 있소. 항상 그림에 소질이 있었으니까. 지금도 정부의 예술교육정책 등에 대해 불만이 많아서 라디오방송에 내 의견을 전달하곤 한다오. 클래식 카는 ‘맛’이 다릅니다 엔지니어 커드 Kurd 남아공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렌터카 여행을 꼭 해봐야 해요. 가든 루트, 와인 루트를 따라 달리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무는 것, 그게 자유니까요. 우리가 보유한 클래식 자동차를 이용하면 기분이 더 ‘업’되겠죠. 기름값이 1리터당 10랜드(약 1,412원) 정도니 그렇게 비싸지 않죠. 시골에 별장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고객이죠. 엔지니어인 제가 매일 아기 돌보듯 애지중지하는 자동차들이니 60년대 재규어라고 해도 염려할 필요는 없어요. 남아공 차들은 보통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지만 클래식 카 중에는 한국처럼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차량도 많으니 편리하겠죠. 가든 루트에 간다고요? 야생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항상 규정 속도를 지키고 조심하세요. Motor Classic | 주소 1 Waterloo Street Vredehoek, Cape Town 800 문의 021-461-7368 www.motoclassic.co.za 요금 등급에 따라 1일 4만~7만원선(100km 초과시 1km당 800~1,400원씩 추가됨), 운전사·가이드 고용 가능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야구도 비즈니스 오직 승리를 향한 ‘머니볼’

    야구도 비즈니스 오직 승리를 향한 ‘머니볼’

    미국 월스트리트 채권중개인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이 영화화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의아했다. 미 프로야구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만년 꼴찌에서 가을 야구의 단골손님으로 끌어올린 빌리 빈 단장의 야구철학을 꼼꼼하게 취재한 ‘머니볼’은 야구광에게는 바이블(성경)이나 다름없다. 단장과 감독의 힘겨루기, 단장의 전화 한 통으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거나 짐을 꾸리는 선수들, 산전수전 다 겪은 스카우트들의 맥빠진 농담 속에 진행되는 신인 드래프트의 이면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한 보따리다. 하지만 영화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경제·경영서로 분류되는 원작 자체가 스포츠 영화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 전성기를 훌쩍 지난 노장의 눈물겨운 도전(‘로키’)도 없고, 비인기 종목·비주류 인생의 감동 실화(‘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국가대표’)도 없다. ‘머니볼’에는 한 해 1억 달러 이상을 쏟아붓는 재벌구단 뉴욕 양키스에 맞서 4000만 달러 남짓한 돈으로 팀을 꾸려야 하는 영세구단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과 어딘가 부족한 선수들이 존재한다. 빈은 경기기록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하고, 평가절하된 선수들을 싼값에 모으는 저비용·고효율의 ‘머니볼 이론’을 리그에 처음 도입한 인물이다. 빈 이전의 단장들은 홈런타자와 강속구 투수, 도루왕에 혹했다. 반면 빈은 볼넷을 골라내는 선구안과 상대 투수로부터 많은 공을 던지도록 유도하는 인내심에 더 점수를 줬다. 확률적으로 득점 가능성이 크기 때문. 거들떠보지 않던 선수들을 발탁한다고 해서 빈과 선수 사이에 감동적인 관계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승리를 위한 비즈니스일 뿐. 실제로 빈은 선수들과 사적인 만남을 극도로 꺼렸고, 코치진이나 선수들과 충돌도 잦았다. ‘머니볼’을 영화로 만들 때 또 하나의 위험요인은 기승전결이 없다는 것. 421쪽짜리(번역본 기준) 원작은 야구팬에겐 흥미진진할지 모르지만, 일반 독자들이 몰입하기에는 까다롭다. 빈의 야구철학에 영감을 불어넣은 빌 제임스의 야구통계 이론은 제쳐놓더라도 출루율(혹은 장타율)과 타율, 득점과 타점, 수비 등 야구통계의 허와 실에 대한 논쟁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제작사의 전략은 영리했다. 까다롭고, 높낮이가 평탄한 이야기를 엮는데 능수능란한 아론 소킨(‘소셜 네트워크’ ‘어 퓨 굿맨’)과 스티븐 자일리언(‘쉰들러리스트’ ‘갱스 오브 뉴욕’ ‘아메리칸 갱스터’)의 탄탄한 각본을 데뷔작 ‘카포티’(2005)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베넷 밀러에게 맡겼다. 복잡한 야구통계·이론을 걷어내는 대신, 야구판의 ‘꼰대’들에 맞서 구단 운영의 룰을 바꿔놓은 혁신가 빈에게 철저하게 초점을 맞춘 것이 주효했다. 야구 룰을 모르더라도 영화에 빠져들기란 어렵지 않다. 영화는 2002년 시즌을 앞두고 절망에 빠진 오클랜드에서 시작된다. 제이슨 지암비와 자니 데이먼, 제이슨 이스링하우젠 등 투타의 핵을 부자 구단에 빼앗긴 것. 빈 단장과 예일대 출신 분석가 피터 브랜드(오클랜드에서 빈을 보좌한 실제 인물은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 폴 디포디스타다. 훗날 LA 다저스 단장을 지냈다)는 자신들의 이론에 맞춰 빠져나간 선수들을 메울 대체재를 물색한다. 사생활이 문란해서, 폼이 우스꽝스러워, 나이가 많거나 부상 탓에 버려진 선수들을 싼값에 모은 빈 단장에게 언론과 팬들은 비난을 퍼붓는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난관을 뚫고 메이저리그 사상 누구도 이루지 못한 20연승 신화를 쌓아올린다. 선수로는 실패했지만, ‘야구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릴 만큼 역사를 바꿔놓은 빈 단장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브래드 피트의 카리스마에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감이라고도 칭송했다. 브랜드 역을 맡은 요나 힐과 아트 하우 감독으로 분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역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옥에 티도 눈에 띈다. 전문가 감수를 거치지 않은 탓인지 ‘대주자’를 ‘구원주자’로 어이없게 번역했다. 북미에서는 지난 9월에 개봉해 6796만 달러를 벌었다. 제작비가 5000만 달러이니 본전은 뽑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피트의 대사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17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스톤’

    [영화프리뷰] ‘스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가석방 심사관 잭 매버리(로버트 드니로·왼쪽)는 퇴직을 코앞에 두고 마지막으로 스톤(에드워드 노턴·오른쪽)의 가석방 여부를 다룬다. 15년형을 선고받고 8년을 복역했음에도 초점 없는 눈빛과 ‘F 워드’를 쏘아대는 스톤의 언행에 매버리는 불쾌함을 드러낸다. 이쯤 되면 가석방은 물 건너간 상황. 불안함을 느낀 스톤은 아내 루세타(밀라 요보비치)에게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매버리를 구워삶도록 요구한다. 독실한 성공회교 신자인 매버리는 루세타의 접근을 단호하게 뿌리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허물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존 커랜 감독의 ‘스톤’은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희미한 것인지,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를 애써 설득하려 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데다 평생 사법기관에 근무한 매버리는 선한 쪽에 발을 딛고 있다. 하지만 젊은 시절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붙잡으려고 잠든 어린 딸을 2층 창밖으로 내던지겠다고 위협했을 만큼 충동적인 인물이다. 매버리가 도덕적으로 파멸하는 과정이 조금은 설득력 있는 까닭은 그의 폭력적인 본성을 영화 초반부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매버리와 심리전을 펼치는 스톤은 더 복잡한 인물이다. 스톤이 교도소에 들어간 건 친구가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죽이는 걸 방조했기 때문이다. 불을 질러 증거 인멸을 꾀했고, 타오르는 화염을 보면서 황홀함을 느꼈을 만큼 사이코패스다. 그랬던 스톤이 가석방 심사를 받으면서 갑자기 종교에 심취한다. 정말 믿음을 갖게 된 것인지, 매버리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인지는 불분명하다. 캐릭터에 격하게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한 노턴은 눈빛만으로 많은 걸 얘기한다. 독보적인 연기력의 두 배우가 펼치는 심리전으로 흥미를 자아내던 영화는 중반 이후 길을 잃고 헤맨다. 엉성하게 구축된 캐릭터 탓이 크다. 타락하는 매버리와 갱생하는 스톤의 캐릭터를 대조적으로 드러내는데, 작위적인 데다 변화의 진폭도 급격하다. 그나마 영화 초반 단서를 흘렸던 매버리에 비하면 스톤의 변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요보비치가 연기한 루세타란 캐릭터는 영화 중반까지 팜므파탈적 매력을 드러낼 듯하더니 어느 순간 아예 사라져 버린다. 물이 끓기도 전에 급하게 면을 넣어 억지로 불린 면 요리처럼 영화는 대책 없이 끝난다. 배우들의 중량감을 감안하면 인건비도 안 나올 법한 2200만 달러의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북미 개봉에서 벌어들인 흥행 수익은 181만 달러. 전 세계 수익을 합쳐도 947만 달러에 불과했다. 6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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