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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獨, 초등생 때부터 노동교육

    정규 교육과정에서 노동 교육이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청소년들은 노동법의 존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올바른 노동 인식을 심어 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노동 인권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중·고교생은 전체 조사 대상 3906명 가운데 16.6%에 불과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매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예비직장인교육 설문조사에서도 노동조합이나 유급 휴가에 대한 인지도는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의 청소년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으며 일하는 기간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최저임금, 매주 1일 이상 휴일 보장, 산재보상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는 노동법을 찾아볼 수 없다. 근로계약서 작성 등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는커녕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거나 임금을 떼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방학마다 실시하는 근로감독 전체 적발 건수 가운데 근로 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행위는 지난해 2월 41.5%, 7월 50.8%, 지난 1월 39.9%를 기록했다. 같은 해 실시한 청소년유니온의 조사에서도 호텔과 웨딩홀, 연회장에서 일하는 청소년 가운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비율이 74.2%로 나타났다. 제갈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연구원장은 12일 “노동3권 등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면 자신의 불합리한 근로 조건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기를 비롯한 서울, 광주, 충남, 전북 교육청 등에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를 통해 노동 관련 교육이 일부 진행되고 있다. ‘한 시간 일하면 햄버거를 몇 개나 살 수 있을까’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교과서는 최저임금제와 노동법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의 대담에서도 교과서 속의 노동·인권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 부총리는 당시 “앞으로 개편될 교과과정에는 균형적인 노동·인권 교육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노동 교육 현실과 달리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모의 노사 관계를 연습하며 노동 의식을 교육받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세계인권선언을 필두로 노동 운동에 대한 역사, 노동권의 발전 과정을 상세히 배운다. 독일에서도 노동법에 근거한 노사 관계 등을 중학교 때부터 사회과목 교과서를 통해 배운다. 특히 직업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노조 간부나 사용자의 입장이 돼 임금 협상 등 단체 교섭을 진행하는 연습을 한다. 외국의 노동 교육을 연구해 온 박장현 평등사회노동교육원장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동자와 기업가의 시각을 모두 배우고, 단체교섭 모의 연습 등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노동 교육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 “지금도 악몽·우울증 시달리는데… 치료비는커녕 잊혀져”

    “지금도 악몽·우울증 시달리는데… 치료비는커녕 잊혀져”

    “지난 주말 강원 양양군의 휴휴암을 찾아 아이들을 위해 초를 올려주고 왔어요. 팽목항에서 만난 하륜 스님에게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빌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선체 수색을 위해 2개월간 팽목항에 머물렀던 주승석(46·강릉시) 잠수사는 6일 “학생들을 보면 당시의 시신들이 떠올라 지금도 힘들다”며 “시간이 날 때 아이들을 위로해 주러 사찰을 찾아가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면서 세월호 선체 수색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들은 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정신적인 고통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해병대 출신으로 178㎝의 키에 95㎏의 건장한 신체이지만 지난 6월 집으로 돌아온 후 두 달 넘게 악몽만 꾸고 우울증과 신경쇠약 증세를 겪었다. 보안업체에서 근무 중인 주씨는 최근 서산시의 대형 잠수 공사 현장에서 작업 제의를 받았지만 그때 장면들이 떠올라 “앞으로는 잠수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거절했다. 팽목항에서 우연히 만난 옛 친구와 동네 선배 두 사람이 단원고 학생 희생자 가족이라 더 고통스러웠다는 주씨는 “세월호 선체 수색 활동은 지금껏 제일 힘든 일이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첫날 잠수기 어선 4척을 이끌고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도연태(52·여수시) 잠수사는 “모든 것을 잊고 지내고 싶어 그동안 언론사로부터 숱하게 전화가 왔지만 다 거절했다”면서 “그때 일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고 분개했다. 도씨는 “원래 상소리를 안 하는데 군인 2명이 철수하라는 말에 욕설을 하면서 10분 동안 심한 말싸움을 했었다”면서 “일할 기회조차 주지 않아 철수해야만 했던 당시 상황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로 남아 있다”고 회고했다. 특히 일부 잠수사들은 자신의 건강까지 해쳐가면서 수색 활동을 했지만 지금까지 치료비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첫날부터 선체 수색이 종료된 지난해 11월 11일까지 활동했던 임정수(50·충남 보령군) 씨는 “정부를 믿고 동료들을 설득하면서까지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치료비조차 받지 못하는, 국가로부터 잊혀진 잠수사가 됐다”고 말했다. 임씨는 4월 말쯤 입수 15분 만에 여학생 2명과 남학생 3명이 구명조끼 끈으로 서로를 묶고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다시 선체와 연결해 한 군데에 뭉쳐 있던 모습을 보고 심한 트라우마로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었다. 현장의 다급함 때문에 5일 만에 퇴원을 하고 다시 수색에 뛰어든 임씨는 “학생들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서로 몸을 묶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임씨는 수색 종료 다음날인 11월 12일부터 12월 23일까지 잠수사를 치료했던 삼천포 서울병원에 입원했지만 450여만원의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고 나와야만 했다. 양쪽 어깨와 왼쪽 다리의 골괴사로 고통을 받고 있는 임씨는 “지난 1월 잠수사 30명과 함께 치료비 신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산재보험을 들어 준다는 확인서까지 써준 회사가 보험을 제대로 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잠수사들은 이래저래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무엇보다 “사고 1년째가 되면서 자꾸 희생자들이 떠오른다”면서 “여전히 깊은 잠을 잘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승객 성희롱에 우울증”… KTX 여승무원 산재 첫 인정

    “승객 성희롱에 우울증”… KTX 여승무원 산재 첫 인정

    승객으로부터 성희롱과 욕설에 시달리다 우울증까지 앓게 된 KTX 여승무원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감정 노동자인 KTX 승무원이 앓고 있는 우울증이 산재로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다. 근로복지공단은 KTX 승무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퇴사한 A씨(31)의 우울증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통지했다고 2일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A씨는 2006년 5월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 입사해 2012년까지 서울·용산지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2012년 ITX 청춘열차 개통 업무로 파견됐다가 2013년 1월 용산지사로 복귀했지만 근무 7년 만인 2013년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정신적인 고통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지난해 9월까지 휴직하고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해 10월 더이상 휴직이 연장되지 않아 퇴사했다. A씨는 열차가 출발하기 전 검표·안내 업무 등을 하면서 승객으로부터 반말과 폭언에 시달렸고 술에 취한 승객 등에게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 상시 모니터링 제도, 무릎 응대 서비스, 왕복 근무, 불규칙한 근무 스케줄 등 KTX 승무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A씨를 힘들게 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승객에 의한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우울증이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개별 심사 결과를 통계화하고 있지 않지만 KTX 여승무원의 우울증이 업무 연관성을 인정받아 산재 보상을 받는 첫 사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항만·선박 공공기관·자회사 통폐합

    항만·선박 공공기관·자회사 통폐합

    해양수산부 산하의 항만·선박 관련 일부 공공기관과 자회사의 통폐합이 추진된다. 농림·수산 공공기관에 산재된 교육·홍보 업무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으로 일원화된다. 회원제 골프장인 뉴서울컨트리클럽 매각도 추진된다. 2일 기획재정부와 각 부처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기능 조정 방안이 다음달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표된다. 지난 1월에 내놓은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의 후속 조치다. 앞서 기재부는 사회간접자본(SOC) 기관 32곳, 문화·예술 기관 39곳, 농림·수산 기관 14곳을 핵심 기능 중심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과 방향을 내놓지는 않았다. SOC 분야에서는 항만과 선박 관련 공공기관들이 우선 통폐합 대상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업무에 구멍이 뚫린 기관과 단체의 기능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의 자회사인 부산항보안공사, 인천항보안공사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항로표지기술협회의 기능 조정도 논의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어지럽게 난무하는 해수부 산하 항만, 선박 관련 기관들을 하나로 묶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수산 분야에서는 기관 통폐합보다 유사·중복 기능 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정원 등에 중복된 농어촌 관련 교육·홍보 업무를 농정원에 맡기기로 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한국문화진흥㈜의 ‘자금줄’인 뉴서울컨트리클럽을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문화진흥은 골프장 운영으로 해마다 50억~60억원의 문예진흥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극단 등도 통폐합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공공기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 의도대로 통폐합 및 기능 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관리직을 포함해 30~40명의 인력으로 어떻게 문화예술 융성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키우기 위한 가지치기”라고 강조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터키 ‘세계 유산’ 밑에서 거대 ‘고대 지하도시’ 발견

    터키 ‘세계 유산’ 밑에서 거대 ‘고대 지하도시’ 발견

    터키에 있는 세계유산 카파도키아에서 세계 최대로 추정되는 고대 지하도시가 발견됐다. 위치는 이 지역 중심 도시인 네브쉐히르. 언덕에 세워진 성 지하에서 뒤얽힌 터널과 방이 발견됐다. 아직 발굴된 것은 일부이지만 그 규모와 구조는 역대 가장 거대한 지하도시인 데린쿠유를 상회 할 것으로 보인다. 터키 중앙에 위치한 카파도키아는 요정의 굴뚝이라고 불리는 기암과 동굴 교회는 물론 수많은 지하도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산재가 퇴적해 부드러운 암석이나 응회암을 깎아내고 만든 지하도시는 250여개로 침입자를 피하는 은신처였다고 한다. 이번 최대 지하도시의 발견 계기는 시 주택건설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2013년 네브쉐히르의 성을 둘러싸듯이 서 있던 낡은 주택을 철거하고 있던 작업원들이 지하 입구를 발견한 것이다. 그 속에는 터널과 방이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었다. 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한 뒤 고고학자와 지구물리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조사가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주거 공간과 조리장, 와인 양조장, 예배당, 계단 등으로 이뤄진 다층 구조의 지하도시가 발견됐다. 맷돌과 돌 십자가, 도자기 등의 유물을 통해 비잔틴 시대부터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놓일 때까지 이 도시가 실제로 사용됐던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지하도시는 데린쿠유와 마찬가지로 통풍구와 수로 등 인프라를 갖춘 거대한 거주 공간이었다. 카파도키아의 사람들은 위험이 닥치자 가축과 생필품을 가지고 이 지하도시로 피신한 뒤 둥근 돌문으로 입구를 막아 위협이 떠날 때까지 버틴 것으로 추정된다. 네브쉐히르대 지구물리학자들은 물리탐사(비저항법이나 지진파 단층)를 이용해 약 4㎢에 달하는 땅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33번의 측정 결과에서 지하도시의 규모는 46만 ㎡에 가깝다는 예측이 나왔다. 지하 통로의 깊이는 추정치로 최대 113m, 도시 규모는 데린쿠유보다 30% 정도 큰 것으로 보인다. 조사 책임자인 고고학자 무랏 귤야즈 박사는 “정확한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도시의 장소와 방어 체제, 수로의 존재를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산 윤버 네브쉐히르 시장 역시 “이번 발견은 카파도키아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귀중한 재산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기뻐하고 있다. 윤버 시장은 공동주택 건설을 교외로 변경하고 지상에는 호텔과 미술관, 지하에는 산책로와 박물관을 두는 등 “세계 최대의 고대도시 테마파크”를 건설할 방침이다. 그는 “지하도시의 교회를 복원하려고도 생각하고 있다. 모두 흥분을 억누를 수 없다”고 말했다.   발굴팀은 계속 터널의 잔해를 제거하면서 깊은 지하로 조사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응회암은 부드럽고 무너지기 쉬우므로 작업에는 위험이 수반하지만 무랏 귤야즈의 기대는 부풀어 오른다. 그는 “네브쉐히르 성 아래 펼쳐지는 지하도시의 전모가 드러나게 되면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월호 배·보상금 학생 8억 2000만원·교사 11억 4000만원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피해 배상금 규모가 1년 만에 정해졌다. 희생자(실종자 포함)의 85.9%를 차지하는 단원고 학생(250명)들은 1인당 평균 4억 2581만원, 단원고 교사(11명)는 평균 7억 6390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정부는 국민성금을 포함한 위로지원금과 학교가 단체로 가입한 여행자 보험금 등을 합치면 단원고 학생 한 명당 받게 될 총 수령액이 약 8억 2000만원, 단원고 교사는 약 11억 4000만원, 일반인 희생자는 4억 5000만~9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적인 보험금까지 합쳐 공개한 데 대해 수령액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1일 제1차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를 열고 세월호 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지급기준을 의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29일 시행된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의 후속 조치다. 희생자는 예상수입 상실분(일실수익)과 장례비(500만원), 위자료, 개인휴대품(일괄 20만원), 지연손해금(956만~4399만원) 등으로 구성되며 생존자는 일실수익과 치료비, 향후 치료비, 위자료 등을 배상금으로 받는다. 위자료는 세월호의 특수성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교통·산재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에 따라 심의위원회에서 1억원으로 결정됐다. 희생자 단원고 학생 1인당 평균 일실수익은 3억 109만원, 단원고 교사는 6억 1970만원으로 책정됐다. 월수입 350만원의 43세 일반 성인남성은 3억 3891만원, 43세 가정주부인 성인여성은 2억 9884억원, 60세 무소득자 성인은 1억 6600만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모금기관이 조성한 1288억원의 국민성금 등도 위로지원금(잠정 3억원)으로 추가 지급될 예정이다.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이르면 5월 말부터 배·보상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옥외광고매체검색/구매플랫폼 ‘엠스테이션’ 외부 전격 공개

    옥외광고매체검색/구매플랫폼 ‘엠스테이션’ 외부 전격 공개

    옥외광고전문기업 애드믹스엠홀딩스㈜가 직원들 및 몇몇 제휴사에게만 공유했던 옥외광고매체 검색/구매플랫폼 ‘엠스테이션’의 외부 공개를 최종 결정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번해 초 '엘리베이터영상광고 공동구매'에 연이은 파격행보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엠스테이션의 외부 공개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광고주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그 동안 광고주가 옥외광고 진행을 위해서는 관련 업체를 통해 대행형태로 진행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엠스테이션이 공개로 직접적인 광고 진행이 가능하게 됐다. 애드믹스엠홀딩스 김경태대표는 “옥외광고매체의 온라인판매에 대해 업계의 부정적인 의견이 다소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올해 초 온라인 영상광고 공동구매의 성공적인 론칭으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며 “더구나 엠스테이션의 경우 이미 내부적으로 그 효용성이 충분히 입증된 시스템이기에 훨씬 수월하게 옥외광고업계 내 안착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존 엠스테이션을 이용해본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엠스테이션은 내 위치를 중심으로 흔히 보이는 버스쉘터나 엘리베이터매체부터 스토리비전이나 스마트디지월 등 각종 지하철매체까지 지역별로 산재돼 있는 OOH매체를 상세한 정보와 함께 안내해주기 때문에 이용자가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OOH광고매체를 찾는데 최적화된 광고검색플랫폼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엠스테이션은 광고대행사, 광고주 등 업계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다. 광고주와 직접 상담을 하는 광고대행사는 더욱 다양한 매체를 광고주에게 안내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일선 현장에서 신속한 응대가 가능하다. 또한 광고주는 홍보 대상에 가장 적합한 매체를 찾아 100% 오픈된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광고진행을 할 수 있다. 특히 지역상권을 기반으로 하는 소상공인 광고주의 사업 홍보에 매우 유익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엠스테이션의 이용과정은 '내 위치 / 반경설정 → 검색 및 결과확인 → 광고매체선택 → 영상제작신청 → 비용결제'로 진행된다. 특이점은 광고매체마다 상이한 운영정책을 시스템에 모두 반영해 이용자가 일 광고노출횟수 등 광고 진행타입설정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할인산출까지 완벽하게 적용했다는 점이다. 또한 광고매체 주변 정보 및 광고 부킹현황과 게첨현황도 파악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불어 버스쉘터 광고처럼 등급이 혼합된 패키지상품구매도 온라인에서 선택/청약/부킹이 바로 가능하도록 이용하기 쉬운 별도시스템을 구축했다. 광고영상 및 광고콘텐츠는 애드믹스엠 자체 영상제작실에서 제작하고 있으며 접수와 동시에 제작이 진행된다. 제작실에서는 광고콘텐츠 제작을 신청한 광고주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광고의도 및 제작 콘셉트 등을 사전 상의 후 제작에 들어간다. 김 대표는 “엠스테이션 외부 일반 공개는 내부적으로 굉장히 많은 진통을 겪어왔던 안건이었다. 하지만 엠스테이션이 업계종사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그를 통해 옥외광고의 투명성 확보와 신뢰도 고취 등 업계 발전에 이바지하는 바가 있다면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 향상 시켜나가겠다. 또한 제휴 OOH매체 확대는 물론 비콘 등 옥외광고의 모바일 접목도 시도하겠다”고 전했다. 엠스테이션 관련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mstation.co.kr) 또는 문의전화(1644-3359)를 통해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할랄식품’ 준비 없이 분위기만 띄워… 수출국 곳곳서 암초

    ‘할랄식품’ 준비 없이 분위기만 띄워… 수출국 곳곳서 암초

    #사례 1 라면 제조업체인 A사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로부터 할랄인증을 받고 지난해까지 라면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수출했다. 그런데 올 들어 인도네시아가 자국 내 할랄인증기관인 ‘MUI’의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A사에 할랄인증 표시 삭제를 요구했다. A사는 어쩔 수 없이 교민만 상대로 라면을 팔고 있다. A사 관계자는 “KMF의 할랄인증이 인도네시아 할랄인증기관과 서로 통해야 수출이 용이해진다”면서 “그러자면 KMF의 역량과 위상 강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례2 B사는 제3국에서 할랄식품을 생산해 이슬람 국가에 수출한다. 국내에서 직접 생산해 수출하고 싶지만 할랄인증 요건인 무슬림 인력을 고용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B사 관계자는 “할랄 관련 정보가 산재해 있어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면서 “원스톱 ‘할랄 정보 공유시스템’ 구축과 이슬람국의 신뢰 획득을 위한 할랄산업단지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할랄식품’(이슬람교에서 신이 허용한 음식)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곳곳에서 난관을 만나고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성과물로 ‘할랄산업’을 급하게 내놓다 보니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중동 붐’ 카드로 홍보에만 신경을 썼지 정작 기업들이 무엇을 원하고, 국내 인프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순방에 앞서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농림축산식품부를 강하게 다그쳤다는 후문도 나돈다. 지난달 30일 농식품부 주최의 제1차 할랄분과위원회에서는 식품업계의 요구 사항이 쏟아졌다. 사단법인 할랄협회는 “할랄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무슬림에게 우선 할랄식품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할랄 표시가 된 제품의 국내 유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등 관련 규정을 고쳐 달라”고 요청했다. 농식품부는 부랴부랴 이를 수용해 1일 ‘할랄식품산업 발전대책’에 포함시켰다. 할랄식품 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할랄식품을 급작스럽게 밀다 보니 정부도 내용을 잘 몰라 자꾸 단체나 기관을 세워 놓고 ‘전시행정’만 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정작 필요한 할랄인증 비용 지원은 이달에도 깜깜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내 농산물업체들이 해외 인증 규격을 따는 데 드는 관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할랄식품도 여기에 해당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반면 할랄 관련 정부위원회와 정부센터는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슬람교에 대한 국내 인식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중관 동국대 이슬람다문화연구센터 소장은 “산업과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할랄식품에 접근하는데 이슬람 비즈니스는 종교와 굉장히 연관돼 있다”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런 우리 풍토를 잘 알기 때문에 자국의 할랄인증을 받으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할랄식품을 만들어 수출하겠다고 하면 그 자격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중앙·지방 손잡고 복지재정 3조 누수 막는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복지재정의 누수와 낭비를 차단하는 종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올해 재정 절감 규모는 3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는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정보시스템을 통한 누수 차단 ▲부적정 수급 근절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 ▲재정절감 인프라 강화를 4대 중점 과제로 지정했다. 정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을 점검해 부적격 복지 대상자를 가려내고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가 주택기금 전세대출을 중복 지원받는 사례를 찾기로 했다. 또 고용보험·산재보험·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 등의 부적정 수급도 차단할 방침이다. 중앙부처의 360개 복지사업 중 목적과 지원 내용, 대상이 중복되는 48개 사업은 통폐합하거나 운영방식을 개편하고 1만여개로 추정되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중복 사업도 정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앙 차원에서 1조 8000억원을 절감하고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조를 통해 1조 3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절감액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 전액 복지 분야에 재투입된다. 이 총리는 “국민 세금을 이렇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겠다”며 회의에 참석한 관계부처 차관들과 17개 시·도 부단체장들을 독려했다. 이어 “그동안에는 예산 확보에만 신경 썼는데 그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누수나 중복이 없는지 등 챙겨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증세 없는 복지’ 방침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이미 추진 중인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고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의 협조 여부가 불투명해 실효성 논란을 부른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산재노동자 선택진료·상급병실비 이달부터 산재보험서 지원하기로

    앞으로 산재 요양 노동자가 의사를 선택해 진료받을 때 부담하는 선택진료비와 상급 병실 차액분을 자비로 내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차액은 비급여항목에 해당해 노동자가 비용을 부담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재보험 요양급여 산정기준을 개정해 이달부터 적용한다고 31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선택진료비 추가비용 중 부담이 높은 수술, 마취, 진찰, 방사선특수영상진단(CT 및 MRI 제외) 등 주요 진료항목이 산재보험 요양급여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산재 노동자가 여유 병상이 없어 상급 병실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요양급여로 지원한다. 지금까지는 중환자실·격리실 등 집중치료실이 없어 상급 병실을 이용한 경우에만 사용료 차액을 요양급여로 지급했다. 현재 척추·손목관절 등 일부 부위에 대해서만 지원하던 MRI 촬영도 앞으로는 부위 제한 없이 의학적인 필요에 따라 검사할 수 있도록 급여 범위가 확대된다. 이 밖에도 재활의학과 의사를 포함한 전문가 4명 이상이 참여하는 재활치료팀 회의료, 외상성 뇌손상환자나 실어증환자에게 실시하는 보스톤사물이름대기 검사 등도 요양급여 지급 대상에 추가됐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터키서 세계 최대 고대 지하도시 발견

    터키서 세계 최대 고대 지하도시 발견

    터키에 있는 세계유산 카파도키아에서 세계 최대로 추정되는 고대 지하도시가 발견됐다. 위치는 이 지역 중심 도시인 네브쉐히르. 언덕에 세워진 성 지하에서 뒤얽힌 터널과 방이 발견됐다. 아직 발굴된 것은 일부이지만 그 규모와 구조는 역대 가장 거대한 지하도시인 데린쿠유를 상회 할 것으로 보인다. 터키 중앙에 위치한 카파도키아는 요정의 굴뚝이라고 불리는 기암과 동굴 교회는 물론 수많은 지하도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산재가 퇴적해 부드러운 암석이나 응회암을 깎아내고 만든 지하도시는 250여개로 침입자를 피하는 은신처였다고 한다. 이번 최대 지하도시의 발견 계기는 시 주택건설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2013년 네브쉐히르의 성을 둘러싸듯이 서 있던 낡은 주택을 철거하고 있던 작업원들이 지하 입구를 발견한 것이다. 그 속에는 터널과 방이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었다. 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한 뒤 고고학자와 지구물리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조사가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주거 공간과 조리장, 와인 양조장, 예배당, 계단 등으로 이뤄진 다층 구조의 지하도시가 발견됐다. 맷돌과 돌 십자가, 도자기 등의 유물을 통해 비잔틴 시대부터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놓일 때까지 이 도시가 실제로 사용됐던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지하도시는 데린쿠유와 마찬가지로 통풍구와 수로 등 인프라를 갖춘 거대한 거주 공간이었다. 카파도키아의 사람들은 위험이 닥치자 가축과 생필품을 가지고 이 지하도시로 피신한 뒤 둥근 돌문으로 입구를 막아 위협이 떠날 때까지 버틴 것으로 추정된다. 네브쉐히르대 지구물리학자들은 물리탐사(비저항법이나 지진파 단층)를 이용해 약 4㎢에 달하는 땅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33번의 측정 결과에서 지하도시의 규모는 46만 ㎡에 가깝다는 예측이 나왔다. 지하 통로의 깊이는 추정치로 최대 113m, 도시 규모는 데린쿠유보다 30% 정도 큰 것으로 보인다. 조사 책임자인 고고학자 무랏 귤야즈 박사는 “정확한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도시의 장소와 방어 체제, 수로의 존재를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산 윤버 네브쉐히르 시장 역시 “이번 발견은 카파도키아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귀중한 재산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기뻐하고 있다. 윤버 시장은 공동주택 건설을 교외로 변경하고 지상에는 호텔과 미술관, 지하에는 산책로와 박물관을 두는 등 “세계 최대의 고대도시 테마파크”를 건설할 방침이다. 그는 “지하도시의 교회를 복원하려고도 생각하고 있다. 모두 흥분을 억누를 수 없다”고 말했다.   발굴팀은 계속 터널의 잔해를 제거하면서 깊은 지하로 조사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응회암은 부드럽고 무너지기 쉬우므로 작업에는 위험이 수반하지만 무랏 귤야즈의 기대는 부풀어 오른다. 그는 “네브쉐히르 성 아래 펼쳐지는 지하도시의 전모가 드러나게 되면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기고] 돌아오는 덕종어보/나선화 문화재청장

    [기고] 돌아오는 덕종어보/나선화 문화재청장

    과거를 기억해 현재를 돌아보는 일은 미래를 전망하는 소중한 과정이다. 과거는 무형의 이야기로 전해지기도 하지만 또렷한 형상으로 오래된 역사를 증명하기도 한다. 과거의 산물을 현재에 만져 보거나 관찰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 속에서 옛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며 선조들의 지혜와 예술적 감성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다면 가슴앓이 같은 진한 그리움만 쌓여 갈 것이다. 문화재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잃어버린 과거의 하나는 이 땅을 떠나 있는 문화유산들이다. 국외에는 16만점이 넘는 우리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유출된 문화재를 찾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풀어야 한다. 덕종어보가 돌아오기까지도 시간과 역사의 실타래를 조심스럽게 풀어 온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문화재 반환 문제를 놓고 양국 혹은 양 기관과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덕종어보는 1471년에 성종이 부친인 덕종을 ‘온문 의경왕’으로 추존하기 위해 존호를 올리면서 제작된 것이다. 이는 조선왕조 건국 이념인 유교의 효사상의 상징이기도 하다. 덕종어보는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자료를 보면 1943년까지 종묘에 보관돼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2013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외국 박물관에 있는 한국문화재 현황을 조사하던 차에 덕종어보가 미국 시애틀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왕실의 도장은 쓰임새에 따라 국새와 어보로 나누어 부른다. 국새가 중요한 나랏일에 사용된다면 어보는 왕과 왕비, 왕세자와 왕세자빈 등의 의례를 국가적으로 기념하기 위한 성격을 지닌다. 제작 목적이 다르긴 해도 국새와 어보는 한 나라의 국격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7월부터 덕종어보를 소장하고 있는 시애틀미술관 측과 직접 반환 협상에 나섰다. 우리 측은 우호적 반환을 위한 방안과 입장을 제시했으며 반환의 법적 근거 마련과 교류협력 강화를 위해 양측은 양해각서 체결에 합의했다. 2014년 11월 시애틀미술관 이사회가 반환을 승인하면서 성숙한 협상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이 같은 덕종어보 반환은 협의에 의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호적인 교류 형식을 취하는 방법이어서 불법 반출 문화재 환수에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수 있으며 앞으로의 환수 방향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된다. 물론 반환 과정에서 오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힘겨운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교류와 협력으로 설득을 이끌어 낸 성숙한 협상은 고국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국외 문화재에도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상의 얼이 배어 있는 유물들이 대한민국으로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은 국제사회와의 합법적 소통과 문화적 교류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국외 문화재 반환 작업이 문화강국의 뿌리와 문화융성의 국가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일일 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산재근로자 복귀 사업장 지원금 인상

    내년부터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를 직장에 복귀시킨 사업주에 대한 지원금이 인상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제4차 산재보험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산재 노동자에 대한 직장 복귀 및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등 직업 복귀 지원 체계가 개편된다. 우선 10년째 같은 액수인 직장복귀지원금 지원 체계가 현실화된다. 현재 산재를 입은 노동자를 직장에 복귀시킨 뒤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한 사업주에게는 장해등급별로 1∼3급은 월 60만원, 4∼9급은 월 45만원, 10∼12급은 월 30만원까지 최대 1년간 지원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최저임금과 일정한 비율로 연동시켜 직장복귀지원금을 인상하고 소규모 사업장에 지원금을 늘리는 등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둔다. 아울러 정부는 사업주가 산재 노동자의 직장 복귀를 전제로 임시 고용한 대체 인력 인건비 가운데 일부를 내년부터 지원한다. 또 노동자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산재 노동자 시험고용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고용부는 이번 계획이 시행되면 산재 노동자의 직업 복귀율이 2014년 52.5%에서 2017년에는 58.0%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5회) 아파트 주민들의 노예, 경비직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5회) 아파트 주민들의 노예, 경비직

    “계약 기간은 아무 소용 없어요. 6개월 단위로 (계약)했건 1년 단위로 했건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얘기에요. 당장 오늘 해고될 수도 있어요. 자르는 건 ‘갑(甲)’의 마음이니까요.” 2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남구 A아파트 경비원 김광호(66·가명)씨는 인터뷰 내내 주위를 살폈다. 근무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혹시라도 입주민 눈에 띌까 봐 노심초사했다. 김씨에게 ‘갑’은 좁게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비용역회사, 넓게는 용역회사와 계약한 입주자대표회의다. 아파트 경비원 3년차인 김씨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경비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그는 2002년 회사를 덜컥 관뒀다. 당시 뜨거웠던 부동산 경기를 틈타 건설시행사를 차려 개인사업을 시작한 것. 그러나 소규모 업체였던 탓에 금융기관에서 돈을 끌어오기란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시장도 갈수록 위축됐고, 김씨는 결국 2012년 회사문을 닫았다. 사업 실패에 따른 10억원 상당의 빚이 그의 숨통을 죄어 왔다. 당장 돈벌이가 필요했다. 하지만 60세를 넘긴 탓에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아파트 경비원은 생존을 위해 김씨가 잡아야 했던 지푸라기였다. 김씨는 주말 구분 없이 격일로 일한다. 오전 6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 30분까지 24시간 꼬박 일하고 나면 다음날 비번인 식이다. 순찰과 방범 등 경비 업무 외에도 택배 보관, 청소, 주차 관리와 각종 주민 민원 업무까지 처리해야 한다. “경비원이 안 해도 되는 일이란 것은 없어요. 주민들이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야지. ‘머슴’이나 다름없다니까.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도 경비원 책임, 입주 세대에 누수 문제가 생겨도, 복도 천장에 설치된 전구가 나가도 (주민들이) 다 경비원 책임으로 돌린다니까….” 경비직 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일하다 보면 감기 걸려서 아플 수도 있잖아요. 몸이 불편해서 지나가는 이웃한테 인사 못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면 바로 민원 들어옵니다. 경비원 불친절하다고. 그러면 (용역)회사에서 바로 시말서 쓰라고 해요. 사유서도 아닌 시말서를. 다쳐도 산재보험 처리는 안 해 주죠. 회사에서 ‘산재 쓸 거면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김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아파트는 올해 경비원 휴식시간을 하루 7시간으로 1시간 더 늘렸다. 고생하는 경비원을 위한 진정한 배려에서였을까. 하지만 김씨는 “어차피 하루에 15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준다고 해도 못 쉬는 건 마찬가지”라면서 “올해부터 최저임금(시간당 5580원) 100% 적용으로 경비원 월급이 오를 처지가 되니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00% 적용된다면 월급이 약 140만원(심야수당 포함)에서 170만원 정도로 오를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경비원 월급 인상에 따라 가구당 1만원가량 관리비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는 ‘무급’으로 처리되는 휴식시간을 늘렸다. 결국 월급은 지난해보다 약 1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휴식시간은 늘었지만 정작 경비원들이 쉴 공간은 따로 없다. 3.3㎡(1평) 크기의 경비초소가 전부다. 그 안에 의자, 책상, 폐쇄회로(CC)TV 모니터 등이 있어 다리 쭉 뻗기도 힘들다. 변기까지 설치돼 있다 보니 초소 안은 악취가 진동했다. 여름철 근무 환경이 얼마나 열악할지는 불 보듯 훤했다. 게다가 입주민들의 요구는 쉬는 시간에도 그칠 줄 모른다. “휴식시간에 어디 가지도 못해요. 잠깐이라도 초소를 비우면 ‘왜 근무 시간에 자리를 비우냐’고 항의가 들어와요. 주차 문제 생기면 나가 봐야 하고, 누가 강아지 잃어버렸다 하면 또 나가 봐야 하고… 쉴 때도 일종의 ‘대기 근무’ 상태인 거지 뭐.” 김씨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방법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씨는 “처음부터 경비원에게 인권 따위는 없었던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지난해 강남구 압구정동 S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 이후 불안정한 고용환경과 일부 입주민들의 상습적인 인격모독에 시달리는 경비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그 후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민들 대다수는 우리를 ‘돈’으로만 봐요. ‘내 관리비로 월급 주는데 휴식시간이 무슨 소용이 있고, 뭐가 불만이냐’는 식인거죠. 경비원 잘하려면 참고 또 참아야 된다니까.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줘야 할 수 있어요. 나도 내년까지만 할 겁니다. 미련 없어요 이제….” 하지만 인터뷰가 끝난 뒤 김씨는 “기자 양반! 아파트 이름 꼭 빼 줘요”라고 신신당부하는 등 신원노출을 극도로 경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용어 클릭] ■심야수당(야간근로수당) 야간근로(당일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 사이의 근로)에 대해 일정 비율(50%)만큼 임금을 가산해 지급하는 수당. ‘시급(올해 최저임금은 5580원)×야간근로시간(무급휴식시간 제외)×월 야간근로일수×50%’에 해당하는 액수를 받게 된다.
  • 1000년 전 ‘아기 미라’ 발견… “신께 바치는 제물일수도”

    1000년 전 ‘아기 미라’ 발견… “신께 바치는 제물일수도”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한 프레 잉카 시대 아기 미라가 발견됐다. 최근 페루의 유명 고고학자 기예르모 쿡 연구팀은 리마 외곽 무덤가에서 40구 이상의 미라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잉카문명은 15세기 부터 16세기 초까지 지금의 페루·볼리비아를 지배한 고대 제국으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이번에 발굴된 아기 미라 등은 잉카 제국이 등장하기 전인 지금으로 부터 1000년 전 프레 잉카(pre-Inca) 시대 살았던 것이다. 기예르모 박사는 "어른과 어린이들이 묻힌 26개의 무덤을 조사하던 중 많은 미라들을 발견했다" 면서 "미라가 별다른 손상없이 양호하게 보존돼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미라가 자주 발견돼 고고학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창고나 마찬가지다. 지난 60년 간 현지와 서구 연구팀이 유적지를 중심으로 조사에 나서 단 10% 밖에 발굴하지 못했으나 무려 2000구의 미라가 쏟아져 나올 정도. 특히 어린이 미라의 경우 신에게 바치는 인신 공양의 제물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수많은 미라들이 길게는 1000년 이상이나 완벽하게 보존되는 이유는 잉카제국의 문명 수준과 더불어 화산재등 자연 환경 덕이다. 기예르모 박사는 "매일매일 추가로 미라가 발굴될 만큼 얼마나 더 많이 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면서 "연구가 끝나는대로 지역 박물관으로 옮겨져 일반에 전시될 예정" 이라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1000년 전 프레 잉카시대 ‘아기 미라’ 발견

    1000년 전 프레 잉카시대 ‘아기 미라’ 발견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한 프레 잉카 시대 아기 미라가 발견됐다. 최근 페루의 유명 고고학자 기예르모 쿡 연구팀은 리마 외곽 무덤가에서 40구 이상의 미라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잉카문명은 15세기 부터 16세기 초까지 지금의 페루·볼리비아를 지배한 고대 제국으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이번에 발굴된 아기 미라 등은 잉카 제국이 등장하기 전인 지금으로 부터 1000년 전 프레 잉카(pre-Inca) 시대 살았던 것이다. 기예르모 박사는 "어른과 어린이들이 묻힌 26개의 무덤을 조사하던 중 많은 미라들을 발견했다" 면서 "미라가 별다른 손상없이 양호하게 보존돼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미라가 자주 발견돼 고고학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창고나 마찬가지다. 지난 60년 간 현지와 서구 연구팀이 유적지를 중심으로 조사에 나서 단 10% 밖에 발굴하지 못했으나 무려 2000구의 미라가 쏟아져 나올 정도. 특히 어린이 미라의 경우 신에게 바치는 인신 공양의 제물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수많은 미라들이 길게는 1000년 이상이나 완벽하게 보존되는 이유는 잉카제국의 문명 수준과 더불어 화산재등 자연 환경 덕이다. 기예르모 박사는 "매일매일 추가로 미라가 발굴될 만큼 얼마나 더 많이 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면서 "연구가 끝나는대로 지역 박물관으로 옮겨져 일반에 전시될 예정" 이라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생명의 窓] 내 생에 불을 지르는 방화범/이재무 시인

    [생명의 窓] 내 생에 불을 지르는 방화범/이재무 시인

    초록과 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 동안의 파업을 끝낸 나무와 풀들이 녹색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땅의 지붕을 열고 연초록들이 앳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제 곧 햇살의 부리가 ‘봄의 줄탁’처럼, 이 나무 저 나무의 수피를 쪼아댈 때마다 부화하는 새끼들같이 꽃들이 가지 밖으로 환하게 얼굴 내밀어 허공을 향해 아장아장 걸음을 옮길 것이다. 그리하여 봄밤은 새로이 태어난 생명들의 지저귀는 소리로 붐빌 것이다. 냇가에 돌이 놓이게 될 때 흐르는 물이 물러났다 잽싸게 몰려들듯이 한 가지에서 이파리와 꽃이 필 때 공중의 산재한 공기들은 빠르게 흩어졌다 몰려들 것이다. 봄철의 공중에는 자주 주름이 생겼다 펴지곤 할 것이다. 나는 갓 탄생한 초록과 꽃을 불로 바라볼 것이다. 들판에 번지는 초록 불, 이 산 저 산에 피어오르는 꽃불. 봄은 무르익어서 초록 하양 빨강 노랑 등 색색의 불들이 연기도 냄새도 없이 타올라 온 산야를 색의 제국으로 물들일 것이다. 여기에 봄비라도 다녀가면 기름을 부은 듯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오르리라. 초록 융단이 펼쳐지고 꽃불이 장엄하게 타오르니 상춘객들 가슴이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까닭 없이 들뜨는 마음을 달래려 사립을 나서는 이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 산 저 산 그 누가 있어/저토록 눈부시도록 환한 불꽃 피어놓았나/온 산 불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다/한 오라기 연기도 없이/매캐한 내음도 없이/순연한 빛깔로 타오르는/봄의 산이여 장엄하구나/순수여, 정염이여, 마침내 무념무상이여,- 졸시, ‘방화범’, 부분. 화창한 봄날 풋풋하고 싱싱한, 공장에서 출하한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탄력의 햇살이 눈이 부신 날은 까닭 없이 탈주 욕망으로 몸이 뜨거워진다. 확실히 봄은 위험한, 스프링의 계절이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몸속에 스프링을 지니고 있다. 만발하는 꽃들도 줄기와 가지 속의 샘물이 피운 것이다. 갓 태어난 스프링이 뿜어내는 탄력은 얼마나 눈이 부신가. 내게도 누르는 힘이 크면 클수록 되받아 솟구쳐 오르는 쾌감으로 무거운 세상을 경쾌하게 들어 올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영원한 반동을 사는 스프링은 없다. 언젠가는 탄력의 숨을 놓아야 한다. 이순을 코앞에 둔 나이에 이르니 반동과 탄력을 잃어가는 스프링에 대해 스스로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에 반비례하여 탈주 욕망이 커지는 것은 고사 직전의 소나무가 열매를 많이 맺는 것처럼 본능적인 차원에서 생각하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은 나를 꼬드긴다. 어깨에 둘러멘 가방을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고 한다. 도화지처럼 푸르고 하얗고 높은 하늘이 나를 충동질한다. 하지만 아무리 봄이 나를 충동질하고 부채질해도 이러한 내적 자아의 일탈 욕망이 찍어 누르는, 일상적 자아의 힘을 이겨내기는 어렵다. 곧 진압되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고 만다. 나는 평생 탈주를 꿈꾸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올봄에는 신이 자연의 타자기를 두들겨 지어낸 시문이나 실컷 탐독하여야겠다. 신의 신작들. 산과 들의 지면을 가득 채운, 갓 태어난 순록의 문장들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뜻으로 다가오리라. ‘존재자들(자연 사물들)을 통해 존재(신)를 구현하는 것이 시’라고 말한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처럼 그것들(자연 사물들)은 신의 문자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사월에는 시골 오일장에나 한번 들러야겠다. 노점 좌판 수북하게 쏟아져 나온 연초록 장정의 신간들이나 실컷 읽어보고 싶다.
  • 살랑살랑 봄바람 머무니 울긋불긋 달아 올랐네~

    살랑살랑 봄바람 머무니 울긋불긋 달아 올랐네~

    섬진강은 대한민국 ‘꽃전선’의 북상 경로다. 남해를 휘휘 돌아온 봄바람이 발 디딘 자리마다 매화와 산수유, 벚꽃, 배꽃 등이 줄지어 핀다. 전남 광양과 구례, 경남 하동 등 해마다 울긋불긋 꽃 대궐을 차리는 곳들이 섬진강 자락에 몰려 있는 건 이런 이유다. 올해 산수유와 매화는 다소 늦다. 21일 이후에나 볼만하고, 이달 하순께 절정에 이를 듯하다. 먹거리도 덩달아 풍성해진다. 참게들이 소상하고, 재첩잡이가 기지개를 켠다. 벚굴(강굴)이 제 몸피를 한껏 키우는 것도 이맘때다. 눈이 즐겁고 입은 행복하니, 영화 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싶다. 섬진강에 봄 소식을 알려주는 꽃은 산수유다. 봄의 전령 자리를 두고 매화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며 핀다. 산수유 감상 1번지로 꼽히는 구례에서도 가장 이름난 곳은 산동면 상위마을이다. 만복대 자락에서 흘러내린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이 산수유와 어우러져 풍경화를 그려낸다. 마을 안쪽의 오래된 돌담길과 어우러진 풍경도 빼어나다. 이웃한 반곡마을은 계류와 어우러진 정취가 일품이다. 산수유 마을 전경을 보려면 상위마을 위쪽의 팔각정이나 산수유 사랑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한적한 꽃동네를 찾는다면 계천리 현천마을이 제격이다. 마을 입구 연못에 산수유꽃이 반영되는 풍경이 백미다. 계척마을은 산수유 시목지(始木地)가 있는 마을이다. 현천마을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남원 쪽으로 5분 남짓 떨어져 있다. 화엄사 각황전 옆의 홍매화도 놓칠 수 없다. 조선 숙종 때 각황전을 중건한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심었다고 전해진다. 색이 검붉어 ‘흑매’라고도 불린다. 국보 35호인 4사자 삼층석탑 주변에는 동백꽃이 만개했다. 베풂의 정신을 실천한 99칸짜리 운조루, 구례 최고의 전망대 사성암 등도 잊지 말고 돌아보자. 구례를 지난 섬진강은 하동을 지나 바다 냄새를 맡으면서 한껏 그 폭을 넓힌다.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이쯤부터 재첩이 익어간다. 재첩은 민물에서 자라고 바닷물에 맛이 든다. 기수역 위쪽에도 재첩은 있지만 어민들의 손길이 이르지는 않는다. 하동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가 야생 차밭이다. 꼭 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始培地)로 알려진 화개면 일대에 야생차 재배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주변에 처음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머지않아 차 애호가들의 ‘로망’ 우전차(곡우 전에 따는 차)가 나온다. 첫 수확한 찻잎을 덖을 때면 손 데는 줄 모르고 향기에 환장한다던 바로 그 차다. 남도 먹거리로 배를 채웠다 해도 차 한 잔 들어갈 여유는 그래서 남겨 둬야 한다. 쌍계사 인근에 차 시배지 비석이 있다. 화개골 끝자락엔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전설이 얽힌 칠불사가 있다. 한번 불을 때면 온기가 49일이나 간다는 신비의 온돌 아자방(亞字房)도 만날 수 있다. 화개장터를 지나 차로 십분 쯤 하동 방면으로 내려가면 평사리 최 참판댁이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기와집으로, TV드라마 ‘토지’ 세트장이었던 초가 20여 채와 더불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사랑채 대청마루에 올라 앉으면 평사리 너른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담장 주변엔 영춘화(迎春花)와 매화, 산수유가 흐드러질 채비를 마쳤다. 최 참판댁에서 섬진교를 건너면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이다. 봄철 매화 꽃놀이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홍매는 벌써 빠알갛게 익었고, 청매는 이제 막 꽃망울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지구 온난화에 꽃들이 일찍 핀다고 호들갑이지만, 정작 자연의 시계는 더디거나 이르지 않게 꽃소식을 전하고 있다. 광양 끝자락의 망덕포구는 섬진강의 끝이자 남해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맘때면 한적했던 포구가 외지인들의 발걸음으로 들썩대기 시작한다. 벚굴 때문이다. 이른바 벚꽃 필 무렵 맛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녀석으로, 크기가 건장한 남도 사내의 손바닥에 견줄 정도다. 보통 15∼30㎝, 큰 놈은 40㎝까지 자란다. ‘강굴’이라고도 불리는 벚굴은 남해와 만나는 섬진강 하구에서 자생한다. 하동 쪽에서는 고전면 전도리의 신방, 선소, 전도마을, 광양 쪽에서는 망덕포구 일대가 주산지다. 제철은 2월부터 4월까지다. 5월 초까지도 먹는데, 그 이후는 독성이 생기기 시작해 채취를 하지 않는다. 망덕포구에선 정병욱(전 서울대 국문과 교수) 가옥을 찾아야 한다. 윤동주 시인의 친필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발견된 고택이다. 2007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안내판은 “윤 시인이 일본 유학을 떠나면서 건네준 육필 원고를 연희전문 후배 정병욱이 마루 밑에 숨겨 두었던 집”이라 적고 있다. 글 사진 구례·하동·광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구례·광양 061, 하동 055)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호남고속도로 익산분기점에서 익산~포항간 고속도로를 탄 뒤 완주분기점에서 다시 완주~순천간 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구례나들목으로 나와 19번 국도를 따라 산수유와 만난 뒤 하동, 광양 순으로 돌아본다. 광양 망덕포구를 먼저 가겠다면 순천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진월나들목으로, 하동 끝자락인 남해대교에서부터 되짚어 오겠다면 하동나들목으로 각각 나온다. 남해대교 주변에 신노량항, 남해 충렬사 등 볼거리가 많다. 하동 최참판댁은 입장료가 어른 1000원이다. →맛집:구례 사람들은 이맘때 참게를 ‘영등게’라 부른다. 음력 2월 영등철에 잡히는 참게를 이르는 말이다. 다리마다 살이 꽉 찬 참게는 주로 탕으로 먹는다. 섬진강 참게에 겨우내 말린 시래기 넣고, 된장 풀어 끓여낸다. 구례읍내에서 곡성으로 가는 섬진강변에 맛집들이 늘어서 있다. 지리산회관 (782-3124), 노고단식당(782-2171), 노고단산장(782-1877) 등이 그중 유명한 참게탕집들이다. 구례읍내 영실봉(782-2833)은 갈치조림만 40년 넘게 해 온 집이다. 구례터미널 인근의 동아식당(782-5474)은 가오리찜과 족발탕이 유명하다. 하동에선 아무래도 재첩 잘하는 집을 찾게 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쪽으로 올라가다 만나는 청송회식당(883-2485)과 혜성식당(883-2140)은 이십년 넘는 라이벌 맛집이다. 1990년대 화개장터에 이어 현 위치로 이사 온 뒤에도 대문을 마주한 채 영업을 하고 있다. 부흥재첩식당(884-3903)과 하옹촌(883-8261), 부두횟집(883-8288), 금양가든(884-1580) 등도 이름난 재첩 맛집들이다. 한국 3대 차 생산지로 꼽히는 화개 지역은 찻잎 파는 가게만 많고 정작 찻집은 보기 쉽지 않다. 산유화(884-5262)와 다우찻집(883-0765) 등이 정갈하다. 광양에선 벚굴(강굴)이 제철 음식이다. 주로 2~4월을 제철로 치는데, 망덕포구 일대 식당 십여 곳에서 구이와 찜 등을 낸다. 이름이 조금 알려지면서 가격은 많이 뛰었다. 광양읍사무소 뒤편 금목서(761-3300)는 등심과 생고기, 달달한 불고기 등으로 이름난 집. 반찬을 ‘남도 한정식 급’으로 가득 차려낸다. 도선국사마을 아래 옴서감서(762-9186)는 피리(피라미)탕을 잘한다. 예약해야 한다. 시내식당(763-0360), 대중식당(762-5670) 등도 광양불고기로 이름난 집들이다. →잘 곳:구례 쪽에선 지리산 화엄사 초입의 한화리조트, 산동면 산수유마을 맞은편의 지리산온천호텔(783-8100) 등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묵어가기 좋은 숙소다. 마산면의 전통 한옥 쌍산재(www.ssangsanje.com)도 이름난 한옥 스테이다. 하동 화개면의 쉬어가는 누각(884-0151∼2)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굿 스테이’ 숙박업소이다. 건물 앞쪽으로 섬진강 상류의 계곡물이 흐르고, 맞은편 산자락에는 야생차밭이 펼쳐져 있다. 수류화개(882-7706)는 한옥 펜션이다. 화개장터에서 5분 거리다. 광양읍내 필레모 호텔(761-8700)은 깔끔해서 가족단위 투숙객들이 묵기 좋다.
  • ‘技풍’ 당당 ‘技세’ 등등

    ‘技풍’ 당당 ‘技세’ 등등

    “옛날엔 ‘공돌이’라며 낮잡아 보는 사람도 적잖았죠. 그러나 요즘 공직사회에선 싹 달라졌습니다. 섬세한 면에서 오히려 행정직 뺨친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주변에서 칭찬이 아주 자자합니다.” 행정자치부에서 일하는 한 고위 간부는 20일 이렇게 말하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기술직들을 두고 한 얘기다. 신인사운영 3대 원칙에 걸맞게 차별 철폐와 발탁 인사 적극 활용, 소수를 배려하는 배치를 천명한 데 따른 현상이다. 먼저 장관 비서실에 시설직 사무관을 발령해 눈길을 끌고 있다. 7년차인 김민철(33·행정고시 51회) 비서가 행정부 사상 비서실 기술직 1호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이다. 흔히 기관장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을 쓰지만 김 사무관은 정종섭 장관과 일면식도 없던 사이다. ●정종섭 장관 “직렬 따지지도 묻지도 마라”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공직 첫발을 뗀 김 사무관은 앞서 주택정비과, 공공주택건설본부, 건축기획과를 거쳤다. 대학에선 건축학을 전공했다. 구만섭 비서실장은 “사안을 분석하는 데 눈에 띄게 빼어나다”며 김 사무관의 맹활약을 반겼다. 장관 일정을 관리하려면 정책들을 두루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업무엔 홍보 기능도 붙었다. 의사처럼 제대로 진단한 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순방하고 있는 정 장관은 “직렬이니 뭐니 따지지도, 묻지도 말고 괜찮은 사람이면 명단을 모두 뽑아 보라고 지시해 건진 보배”라고 맞장구를 쳤다. 비서직 채용 땐 5배수로 추천을 받아 장관 면접까지 거친다. 행자부는 앞서 국장급인 지방행정연수원 기획부장에 기술고시 20회 출신인 충남도청 남궁영(53) 기획관리실장을 깜짝 발령해 놀라게 만들었다. 남 실장은 충남도에서 농정유통과장에 이어 살림살이를 도맡는 총무과장을 지냈다. 과거엔 거의 전부를 행정직으로 채웠던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도 한경호(52·기술고시 20회) 지방분권국장을 임명해 소수 직렬 배려가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핵심 업무를 다루는 전자정부정책과장에도 기술 서기관(황규철·43·기시 31회)이 뛰고 있다. 재정정책과 총괄업무 담당엔 전공과 너무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을 법한 시설직 사무관(조형선·34·행시 52회)을 배치했다. ●행자부 5급 이상, 기술직 출신이 30% 이런 변화엔 소수 직렬에게서 쏟아지는 불만을 해소하려는 뜻도 담겼다. 늦은 승진 등 행정직들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행자부는 지난 13일 김주이(45·여·행시 39회) 공기업과장을 3급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홍보담당관실 최영선(38·5급 경력채용) 서기관은 첫 여성 온라인대변인이다. 이들을 비롯해 과장급 이상 여성 공무원 13명을 배치했다. 본부 국·과장 7명, 소속기관 6명이다. 정 장관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부터 행복해야 서비스 대상인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디에서도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소수자를 배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행자부는 지난 13일 인사에서 3급 승진 심사 결과 8명 가운데 전산직과 시설직 각 1명을 발탁했다. 4급에서도 대상자 22명 중 7명(전산직 4명과 시설·공업·방송통신직 1명씩)을 승진시켰다. 현재 5급 이상을 따지면 행정직이 498명으로 69.7%, 기술직이 217명으로 30.3%를 차지한다. 임호철(57·7급 기사보 공채) 청사기획관은 부이사관에서 2년 2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한 계단 뛰어올라 기술직으론 보기 드물게 고위 공무원단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사례다. 행자부는 다음달 단행되는 전보인사 때도 사서직 등 소수 직렬의 본부 진입을 늘릴 예정이다. 불과 2년 전인 2013년 7월만 해도 당시 안전행정부 과장급 승진 인사에서 기술직 출신을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기술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국민안전처가 인사혁신처와 함께 행자부에서 떨어져 나간 상황인데도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가뜩이나 적은 기술직렬 자리를 기존대로 행정직으로 계속 채운다면 변화를 꿈꾸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시에선 2011년 행정직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인사과장에 기술직인 구아미(당시 48세·기시 29회) 전 상수도연구원장을 임명해 처음엔 의아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생물학을 전공한 환경직 고시파이기 때문이다. 이런 파격은 막연히 존재하던 행정·기술직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칸막이를 제거함으로써 과거 행정직 위주로만 이뤄지던 인사운영 시스템에 균형감을 싣자는 취지였다. 정부 부처는 기존 이공계 출신이 담당하던 토목, 시설, 안전 등 소관 부서마저 행정직에 쏠려 차별을 더 심화시켰다는 비난을 받던 터였다. 그러나 이제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달 말 정부청사 4곳을 관리하는 방호직에서 사무관이 탄생한다는 점도 바뀐 분위기를 가늠하게 한다. 입법부인 국회사무처에선 2013년 이미 배출됐지만 행정부 방호직으론 처음이다. 정 장관 취임 이후 행자부는 ‘방호직’의 의견을 수렴해 직위 명칭을 ‘방호관’으로 바꾸고 5급 신설을 추진했다. 틀을 깬 기술직 전진 배치는 다른 부처에서도 돋보인다. 고용노동부(산하기관 제외)에선 과장급 이상 직위에 배치된 기술직 공무원이 7명이다. 모두 4급이다. 역시 행정직에 주로 해당하던 지방노동위원회 사무국장, 지방고용노동청 지청장,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산업안전과장과 산업보건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본부 기준)에선 과장 68명 가운데 10명이 기술직이다. 의사 3명, 약사 2명, 전산직 2명, 한의사 1명, 보건직 7급 출신 1명, 개방직(민간 보건) 1명이다. 2013년 말 현재 부처를 통틀어 기술직은 약 2만 3900명, 행정직은 9만 820명이다. 기술직 여성은 전체의 24.3%인 5810명에 이른다. 행정직 여성은 3만 185명이다. 정부는 차별 철폐를 위해 3급 이상 고위 간부에 대해 행정·기술직 구분을 없앴다. 부이사관 이상 직급은 1616명(여성 71명)이다. ●“승진 여전히 느려… 소수 직렬 배려 아직 부족” 행자부의 한 고위 간부는 “과거에 비춰 한층 높아진 기술직 공무원 선호도를 생각하면 다소 과장된 것인지 모르지만 도리어 절대다수라 할 행정직들 사이에 일종의 위기감과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등 뜻밖의 부대효과마저 나타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기술직 간부 공무원은 “일정직위 이상에 소수 직렬이 많이 배치된다고 하면 마치 승진도 빠른 것처럼 비치지만 그렇지 않다”며 “근무 연한과 같은 구체적인 자료를 따지면 기술직 배려라고 해 봐야 여전히 부족해 능력을 인사의 잣대로 삼는다는 대원칙엔 아무래도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세종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4회) 다단계 하도급의 늪, 대기업 하청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4회) 다단계 하도급의 늪, 대기업 하청

    “원청 지시대로 안 하면 수수료를 차감당하는데, 우리가 과연 개인사업자일까요?” 11년차 인터넷 및 IPTV 설치기사인 경상현(39)씨는 LG유플러스 로고가 박힌 작업복을 입고 고객을 만난다. 하지만 그는 LG유플러스 직원은 아니다. 경씨는 2013년부터 LG유플러스의 하청업체인 Q사와 개인도급 계약을 맺고 업무지시를 받는다. 법적으로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얘기다. 통신대기업-고객서비스센터(협력업체)-개통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경씨가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 2005년. 고교 졸업과 동시에 입대를 택한 경씨가 제대할 무렵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졌다. 경씨는 “일을 고를 수 있던 상황이 아니었다”며 “백화점에 입점한 제화점 판매원으로 일할 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해 발이 퉁퉁 부었고, 전기설비 기사 일을 할 때는 밤새 일해도 월 급여가 120만원뿐이었다”고 회고했다. 20대 후반 결혼을 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헤맸다. ‘전과 비슷한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당시 인터넷 통신망업체 ‘두루넷’(SK브로드밴드 전신)의 설치기사였던 동생 제안에 솔깃했다. 경씨는 “그때만 해도 (설치기사는) 업무용 차량도 제공되고,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도 보장되는 정규직에 가까웠다”며 “기술 자체도 특별한 것이 아니어서 열심히 배우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첫 일자리는 인터넷 통신망업체 ‘파워콤’(LG유플러스 전신)의 하청 업체였다. 가가호호 경쟁적으로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리던 시절이었다. 수요가 워낙 많았고, ‘수수료’(한 건당 설치 기사가 받는 돈)도 지금(1만 7000원)의 두 배(평균 3만원)에 달했다. 물론 힘든 점도 있었다. LG가 인수하면서 설치기사들에게도 고객서비스(CS) 등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경씨는 “엔지니어는 기술만 알면 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연륜 있는 기사들이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 이때까지도 경씨는 어떤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업계 용어로 ‘건 바이 건’이라고 하는데, 기본급이 아예 없이 일을 한 건 할 때마다 돈을 받았어요.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은 당시 관행이었죠. 왜 써야 하는지도 몰랐고요.” 2009년부터 2년여간 경씨는 KT, 씨앤앰, SK브로드밴드 등의 하청업체 가운데 조건이 나은 곳을 찾아 여러 차례 옮겨 다녔지만 근무 여건은 점점 열악해졌다. 건당 수수료는 계속 줄었다. 업무용 차량이나 4대보험도 어느 순간 지원되지 않았다. 그런 것을 모두 당연시했다. 산업재해 인정은 언감생심이었다. 전봇대 위에 올라가 일하다 떨어져 골절되거나 전기에 감전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회사는 기사들이 다치면 공무상 상해 처리를 했다. 돌고 돌아 2011년 경씨는 LG유플러스 하청업체인 Q사에 정착했다. 그는 2년 전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만 해도 ‘도급’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단지 회사 형편이 어려워져 더이상 4대 보험을 내줄 수 없다는 말에 망연자실했을 뿐이다. 노동 여건은 근로자였던 때보다 훨씬 빡빡해졌다. 단체 교섭권 등 노동 3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설치기사들은 ‘소모품’이나 다름없었다. 원청은 설치기사들을 영업망으로 활용했다. 경씨는 “영업을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옥과 다름 없었다”고 했다. 영업 교육도 받았다. ‘매월 인터넷 신규 설치 5건’이라는 영업 목표를 달성 못하면 어김없이 수수료에서 5만원을 차감당했다. 간혹 사정이 있어 일요일 당직 근무를 거부하면 보복식으로 며칠간 일감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본급이 없는 건당 수수료 체계이기에 휴일을 반납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해도 월평균 수입은 250만~350만원 정도. 건강보험료, 연금, 자동차 기름값, 식대, 통신비 등 실비를 제하고 나면 4인가족을 부양하는 경씨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월 150만~250만원 정도였다. 경씨는 “아등바등 일해도 토끼 같은 자식 둘과 아내를 부양하려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고 했다. 그러던 중 경씨는 우연히 통합진보당 사무실에 인터넷을 설치하러 갔다가 민주노총 서울본부 일반 노조를 알게 됐다. 이미 씨앤앰, 티브로드 등 케이블TV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결성된 뒤였다. 희망연대노조 도움을 받아 경씨는 지난해 3월 노조를 설립했다. 지난 1년간 노조를 와해하려는 시도도 잇따랐다. 경씨는 “노조 활동 등으로 찍히고 나니 일감을 아예 안 주거나 수수료가 낮은 건만 줬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Q사의 노조 가입률은 90%가 됐다. Q사를 포함한 LG유플러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펼치는 농성투쟁은 19일로 182일째를 맞았다. 이들의 요구는 하나뿐이다. 원청인 LG유플러스가 직접교섭에 나서라는 것이다. 경씨 부모는 늘 두 아들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경기 구리 LG유플러스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동생도 노조 활동 중이기 때문. 경씨는 “늘 ‘너무 앞장서서 하지는 말라’는 부모님 말씀을 어겨 죄송스럽다”며 “마음 놓고 일만 할수 있는 봄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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