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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가리왕산의 생태복원, 약속입니다/김경준 원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시론] 가리왕산의 생태복원, 약속입니다/김경준 원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이었던 가리왕산에 청와대 사회수석, 행정안전부 본부장, 산림청장, 강원도 행정부지사, 정선군수가 모여서 이번 폭우에 가리왕산이 입은 피해가 심각함을 확인하고 응급 복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말 그대로 응급적이고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경기장 시설이라 폭우나 장마와 같은 재해를 대비하는 측면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급격한 경사면을 토목공사를 통해 지반을 안정화해서 경기장의 흙이 비에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아야 그 토양 위에 식물이 살아가고 복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복원계획이 확정되지 않아서 응급 복구에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이 낭비될 수 있고 복원과 연계된 시공이 되지 않으면 지역 주민과 경기장 하단부의 숙박시설은 계속적인 재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급한 복원계획의 확정과 추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가리왕산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경기장을 조성하기 전부터 제기됐지만 마땅히 복원해야 한다고 결정한 이유는 가리왕산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라는 국가보호지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은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보호지역을 해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복원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즉 가리왕산은 복원을 전제하지 않았으면 올림픽 경기장을 건설할 수 없었던 곳입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식물의 유전자와 종(種) 또는 산림 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구역”을 말합니다. 숲은 동종과 이종, 기후와 토양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고 있고, 또한 살아 있는 생태계이기에 유전자원과 종을 보호하기 위해 숲 전체를 보호지역으로 관리하는 이유입니다. 연구자에 따르면 가리왕산에 살고 있는 식물은 577종으로 강원도 전체 식물종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보호지역 내에 희귀식물 30종, 특산식물 23종, 곤충류가 325종이 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엄청난 생태계의 보고이며 희귀식물의 자생지이기에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유입니다. 5년 전 산림청과 강원도는 올림픽 경기 후 즉시 복원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환경부는 강원도로 하여금 ‘가리왕산생태복원추진단’을 구성하고 복원계획을 수립하게 해 지난해 12월에 복원계획을 결론지었습니다. 강원도, 산림청, 환경부,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포함돼 있는 ‘가리왕산생태복원추진단’은 가리왕산을 원래 상태인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목표로 복원하며, 경기장으로 파헤쳐진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복원에 절대적 장애물인 곤돌라 등 모든 지상 구조물을 철거한다는 결정을 보았습니다. 무려 4년에 걸친 논쟁의 결과입니다.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맘 다르다’는 속담처럼 평창올림픽 전에는 간과 쓸개를 다 빼줄 것처럼 하던 강원도지사가 동계올림픽 중에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가리왕산 복원계획이 표류하기 시작했고 강원도부지사는 산림청에 “가리왕산을 2021년까지 사용하고 복원하겠으니 국비를 지원해 달라”는 몽니를 부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올해 사용할 응구복구 예산도 지난해 책정하지 않은 강원도에 응구복구 예산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강원도에 최소한의 복원예산을 책정하게 하고 국비를 요청하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정부의 온당한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경기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전 세계인과 국민에게 약속했던 ‘경기 후 즉시 복원’이라는 이행 과정을 통해 평화와 환경 등 올림픽 정신을 경기 후에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올림픽 레거시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가리왕산 생태복원계획이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를 빨리 통과해야 합니다. 또한 환경부, 산림청, 강원도에 산재해 있는 복원 기구를 가리왕산을 관리하는 산림청이 중심이 돼 통합 운영해야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복원사업이 가능합니다.
  • 조양호 부부, 대한항공 회사 경비직원을 ‘집 노예’처럼 부려

    조양호 부부, 대한항공 회사 경비직원을 ‘집 노예’처럼 부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부부가 대한항공의 회사 경비 용역 직원들에게 반려견 관리, 청소, 빨래 등을 시키며 사실상 ‘집 노예’처럼 부려왔다는 보도가 나왔다.23일 경향신문은 대한항공 경비용역업체인 유니에스 소속 직원들이 제출한 진정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진정서에서 대한항공 시설경비 용역 직원 중 5명이 조양호 회장의 서울 평창동 사택에서 근무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무 부서가 ‘항공마케팅팀 정석기업(계열사) 평창동’으로 기재돼 있다. 경향신문은 이들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며 사실상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씨가 부리는 ‘사택 노예’나 다름없었다고 전했다. 사택에서 근무했다는 직원 A씨는 “근로계약서상 휴게시간은 10시간이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면 사모님(이명희)의 꾸지람을 듣기 때문에 야간 4시간 잠자는 것 외에 휴게시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경향신문에 전했다. 그는 “경비 업무는 기본이고 반려견 관리, 조경, 사택 청소, 빨래 등의 일에 투입됐고, 2014년부터 일하면서 연차 휴가는 단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또 “사모님이 처음 해보는 업무인데도 제대로 못하면 ‘이것도 못하냐’면서 욕설과 폭언을 하고 심하면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작성한 근무일지 일부를 보면 생수 주문, 한옥 마루 칠, 자갈 치우기, 주방 후드 청소, 개 배설물 치우기, 국화 씨 받기, 창고 정리, 강아지 눈약 구입 등등 온갖 집안일이 적혀 있다. A씨는 2015년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쓰러져 왼쪽 귀의 청력을 상실했지만 산재 신청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경향신문에 전했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2주간 기존 연차를 썼고, 치료비도 내가 부담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택 경비 직원 B씨는 “사모님 반려견을 산책시키다가 반려견이 큰 개에 물려서 이를 말리다가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모님이 반려견 치료비로 100여만원을 썼는데 정작 반려견을 구하다 다친 나한테는 치료비를 한 푼도 보태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 C씨는 “사모님이 가끔 음식을 선심 쓰듯 주는데 유통기한이 1년이나 지난 경우도 있었다”면서 “사택 직원들은 ‘집 노예’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경향신문에 “사택 직원들은 근로계약서에 따라 휴식시간을 보장했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준 경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사 경비 직원을 조양호 회장 사택 관리에 투입해도 괜찮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마땅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계 전역서 ‘부글부글’… 혹시 백두산도?

    세계 전역서 ‘부글부글’… 혹시 백두산도?

    ‘발해 멸망 관련’ 946년 대폭발 분출물량이 남한 1m 두께 덮어 솟아오른 마그마, 천지 만나면 급작스러운 대폭발 가능성도“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하였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하였다. 큰 화로에 들어앉은 듯 몹시 무덥고,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과 같이 산지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약 3.3㎝)가량 되었다.” 1702년 백두산 화산 폭발 당시 함경도 부령과 경성 일대 상황을 묘사한 조선왕조실록 숙종 28년 6월 3일 기록이다. 946년 폭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였지만 폭발지역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던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일부터 용암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미국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으로 인한 인근 지역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대표적 활화산인 킬라우에아 화산은 1983년 이후 간헐적으로 분출됐으며 지난 4월 중순 미국 지질조사국에서는 지하 마그마가 활성화되고 있어 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이미 경고하기도 했다. 하와이 화산 폭발이 시작된 직후인 11일에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므라피 화산이 갑자기 폭발해 상공 5500m까지 화산재를 뿜어내고 인근 공항이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일본 가고시마현 신모에다케 화산이 폭발해 화산재가 쏟아져 내리고 용암이 분출되기도 했다. 최근 잇따른 화산 폭발로 인해 백두산의 재폭발 가능성에 대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대형급 폭발로 ‘발해’의 멸망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946년 백두산 대폭발은 폼페이를 멸망하게 만든 베수비오 화산과 비슷한 형태를 보였다. 뜨거운 불기둥이 치솟고 화산 돌과 재가 지상 30㎞ 이상까지 올라갔다가 일본과 중국 본토까지 날아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쏟아진 화산 분출물량은 학자들에 따라 추정량이 다르지만 대략 50~100㎦ 정도로 남한 전체를 1m 정도 두께로 덮을 정도였다고 한다. 화산분화지수(VEI)로 백두산 분화를 추정한다면 7 정도에 해당한다. 화산 폭발력을 표시하는 VEI는 0~8까지 수치로 매겨지며 1이 늘어날 때마다 분출량은 10배씩 늘어난다. 2010년 유럽 전역 항공시스템을 마비시킨 아이슬란드 화산의 VEI는 4로 백두산 화산은 이보다 1000배 이상의 폭발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 2016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북한 평양지진국,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946년 백두산 화산 대폭발 당시 ‘황’의 양은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탐보라 화산은 7만 1000여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지구 전체 온도를 수년 동안 1도가량 낮춘 역대 최대 규모의 화산폭발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숲과 마을을 불태우고 많은 양의 화산재를 비롯한 잔해들이 광범위한 지역을 덮치면서 열(熱)폭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이번 하와이 화산 폭발처럼 용암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거나 화산 분출과 함께 나온 산성가스가 주변 담수에 녹아 물속에 사는 생물체를 절멸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와 함께 화산 폭발은 주변 섬이나 해저 지각을 변동시켜 엄청난 지진해일(쓰나미)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이번에 터진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은 판의 경계가 지나가는 ‘불의 고리’가 아닌 태평양판 중심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산 활동이 활발한데 이는 ‘제3의 대륙이동설’로 불리는 플룸 구조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하와이 화산은 하부 맨틀과 핵 부근에서 만들어진 거대하고 뜨거운 플룸이라는 물질이 상승해 지각의 약한 부분을 뚫고 분출되는 대표적인 ‘열점’(hotspot) 화산이다. 전문가들은 백두산은 하와이와 달리 열점 화산이 아니며 암석 구성 성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형태가 아니라 폭발하는 형태로 터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백두산 꼭대기에는 화산이 폭발한 뒤 화구가 무너져 내린 공간인 칼데라에 물이 차 있는 ’천지’라는 호수로 이뤄져 있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자극받아 마그마가 솟아오르다가 천지의 물과 만날 경우 급작스러운 대폭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화산 전문가들은 “백두산은 언제든 분화할 가능성이 높고 동북아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언제 어떤 형태로 분화할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남북을 비롯한 중국 쪽 과학자들의 협력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하와이 용암 튀어… 첫 중상자 발생

    하와이 용암 튀어… 첫 중상자 발생

    용암 탈출로 덮어 주민 한때 고립 치명적 연무 유독가스 피해 우려 지난 3일부터 화산재와 용암을 내뿜고 있는 미국 하와이주 하와이섬(빅아일랜드) 동쪽 끝의 킬라우에아 화산 인근 지역에서 첫 중상자가 나왔다. 그동안 화산재로 주민들이 호흡 곤란, 가려움증 등의 고통을 겪은 적은 있지만 용암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은 처음이다.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노니 팜스 로드에 있는 주민 한 명이 자택 3층 발코니에 서 있다가 용암이 튀면서 날아간 암석 조각(라바 스패터)을 정강이에 맞아 다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와이카운티 재닛 스나이더 시장실 대변인은 “라바 스패터는 암석을 녹인 발사체 같은 형태로 사람을 위협한다. 작은 조각에라도 맞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냉장고 무게만한 용암 조각이 날아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와이 민방위국은 킬라우에아 화산 용암이 흐르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폐쇄하고 인근 지역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서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와 주변 균열 등 22곳에서 용암이 분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옥 4채가 전소되거나 완파되고 36채가 부서졌다. 화산 폭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주민들의 주 탈출로인 137번 고속도로도 용암이 흘러들어 주민 수십명이 고립돼 있다가 주 방위군과 재난 당국이 동원한 헬기로 구출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특히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은 ‘레이즈’(laze·화산과 연무의 합성어)를 발생시켜 큰 피해가 우려된다. 레이즈는 섭씨 1200도에 이르는 용암이 바닷물에 부딪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뿜어내는 연무를 말한다. 레이즈에는 염화수소 또는 염산 성분이 포함돼 폐와 눈, 피부에 직접 노출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하와이 화산관측소(HVO)가 경고했다. 현재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는 주민 2000명 이상이 대피한 상태다. 화산재 가스 기둥은 여전히 상공 3㎞ 가까이 치솟고 있으며, 유독성 이산화황 가스를 내뿜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화산 폭발로 인한 경보단계를 적색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反기업 인문학/박민영 지음/인물과사상사/356쪽/1만 7000원2011년 3월 애플의 아이패드2 발표회장. 스티브 잡스는 무대 위 스크린에 교차로 표지판 영상을 띄웠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에는 ‘인문학’과 ‘기술’이라 적혀 있었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사람들은 그동안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면서 “애플은 언제나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가 명실상부 ‘융합형 인재’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이후 ‘융합’ 하면 인문학과 기술공학을 떠올렸다. 노동을 착취하고 조세를 회피하는가 하면, 시장 독과점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비판은 슬그머니 가려졌다.한국에 10여년 전부터 ‘인문학’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인문학 열풍이라며 각종 책과 강연이 쏟아진다. 대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인문학적 인재를 뽑겠다며 아우성이다. 그러나 정작 인문학의 출발점인 대학가에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든가 ‘인구론’(인문계 졸업자 구십 퍼센트는 논다) 같은 신조어가 씁쓸한 현실을 대변한다.문화평론가 박민영은 신작 ‘반기업 인문학’에서 이런 현상의 중심에 ‘기업 인문학’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기업 인문학은 ‘기업의 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는 인문학’을 가리킨다.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인 정통 인문학과 달리, 기업 인문학은 생존과 출세, 성공과 경제적 이익과 같은 목적을 향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본질은 ‘전복적인 도전’이고 인문학적 사고는 ‘반성, 회의, 비판’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사회 전반에 물질주의나 과학기술 중심주의, 경쟁체제 등에 대한 반대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인문학 열풍의 실체는 기업 인문학 열풍이고, 이 기업 인문학이 교묘하고 영악한 논리로 주류적 사고에 영합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대학과 진보 인문학자, 그리고 기업 등에 날 선 칼을 겨눈다.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학가에 인문사회과학은 이미 밀려났다. 정부에서도 이공계열을 키우고 인문계열은 축소하라며 대학에 뭉칫돈을 쥐여 준다. 인문학자는 비정규직 강사 자리조차 구하기 어렵다. 진보 지식인이 인문학을 매개로 기업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지적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시대의 스승’으로 불리는 신영복 교수가 2008년 성공회대 인문학습원 원장으로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것에 관해 날 선 비판을 날린다. 당시 강좌에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김태구 넥솔(전 대우자동차) 회장, 이병남 LG 인화원 원장이 강의를 들었다. 강의는 진보 학자인 진중권, 강헌, 유홍준 등이 나섰다. 이 밖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호기 교수,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가 회당 5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강연료를 받으며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한 사례도 꼬집었다. 고액 강연이 좌파 지식인의 몸값을 올리고, 언론은 기업문화를 칭찬했다. 이처럼 인문학이 자본가와 진보 인문학자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지만 어떤 변화를 불렀는지 생각해 보라는 저자의 비판은 곱씹어 볼 만하다.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친 삼성은 정작 노조를 탄압하고,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 산재 처리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이 미래’라던 두산도 20대 신입사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오히려 ‘반인문학적’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는 ‘빅 히스토리’ 역시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빅 히스토리에 관심을 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융합학문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거대 역사를 다룬 빅 히스토리가 민족, 국민, 계급, 성 구별을 하지 않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별도 하지 않도록 하면서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들을 은폐하는 효과를 부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명 인문학자들을 거론하며 시원하게 비판하는 저자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더라도, 정작 인문학이 어떻게 이를 이겨낼지에 관해서는 대안이 없어 아쉽다. 싸구려 강사들이 짜깁기한 얄팍한 인문학을 들고 나와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기웃거리는 꼬락서니도 보기 싫지만, 정통 인문학이 반드시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분출…9천m 가스기둥 치솟아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분출…9천m 가스기둥 치솟아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이 17일 새벽(현지시간) 폭발을 일으키며 무려 9천m에 달하는 가스 기둥이 치솟았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폭발이 일어난 시각은 이날 새벽 4시 17분. 하와이주 하와이섬(빅 아일랜드) 동단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은 지난 3일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뒤 2주간 지속적으로 용암과 화산재를 분출해왔다. CNN·CBS 등 미국 방송들은 짙은 회색빛의 화산재를 동반한 가스 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은 뒤 화산재가 반경 수㎞에 걸쳐 비처럼 쏟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질학자들이 우려했던, 거대 암석덩어리가 탄도미사일처럼 떨어지는 재앙적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화산학자 미셸 쿰브스는 CBS 방송에 출연해 “오늘 새벽에 일어난 분출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는 가장 컸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그랬다. 대기에 큰 기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근 포호아 지역 주민인 토비 헤이즐은 “새벽에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몇 차례 들렸다. 빨리 대피해야 하나 싶어서 대피소를 알아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해발 1250m의 킬라에우에 화산의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주변에는 균열이 10여 군데 발견됐다. USGC의 지질물리학자 마이크 폴런드는 AP통신에 “화산 폭발과 함께 화산재가 주변 마을에 떨어졌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폴런드는 “폭발이 불과 몇분밖에 진행되지 않아 분화구에서 분출한 화산재 더미가 예상보다 많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분화구 반경 2∼3㎞ 안쪽 지점에서는 콩알 크기만한 암석 파편이 떨어진 것으로 관측됐다. 하와이주 재난당국은 분화구가 있는 하와이 화산국립공원과 인근 레일라니 에스테이츠, 푸나 지역 등의 주민과 관광객 대부분이 대피해 있는 상태여서 이번 분출이 인명 피해를 야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하와이 화산관측소는 앞서 킬라우에아 화산이 큰 폭발을 일으키면 냉장고 크기만한 암석덩어리가 반경 수㎞까지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관측소는 마그마의 흐름이 특정 지점에서 멈출 경우 강력한 에너지를 동반한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1924년 화산 폭발 당시 2주 넘게 이어진 대폭발로 암석덩어리들이 상공으로 치솟은 뒤 떨어졌던 사레를 들었다. 앞서 전날 오전 8시 30분쯤에는 킬라우에아 화산 정상부에서 진원이 매우 얕은 규모 4.4 지진이 발생했다. 이어 15분 간격으로 규모 3.9, 3.5, 3.7의 약한 여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재난당국은 하와이 볼케이노 하이웨이로 불리는 11번 고속도로 하와이 화산국립공원 입구 쪽에 균열이 생겼다고 밝혔다. 화산학자 쿰브스는 현지신문인 호놀룰루 스타어드버타이저에 “정상부 땅 밑에 있는 마그마가 아래로 흘러 내려가면서 생긴 수축 작용에 의해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흘러내린 마그마는 약 40㎞ 떨어진 동쪽 균열을 통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와이주 방위군은 킬라우에아 화산 인근 푸나 지역에서 주민 약 1000명을 추가로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위군은 비상사태 발생 시 CH-47, UH-60 헬기를 동원해 주민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연방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하와이섬에는 1200여 명의 방위군 병력이 투입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왜놈들에게 우리 불교를 넘길 수는 없소이다! - 조계사(曹溪寺)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왜놈들에게 우리 불교를 넘길 수는 없소이다! - 조계사(曹溪寺)

    “만일 이 건물을 신축하자면 최소한도 100만원은 초과치 아니하면 안 되겠다고 하니 얼마나 훌륭한 집인가.” <한용운, 불교유신 제17호. 1938> 서울의 한 복판, 떡하니 자리 잡은 사찰이다. 그럴 만도 한 이유가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55에 위치한 조계사(曹溪寺)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본사(本寺) 및 직할 교구 본산(本産)이자 우리나라 전역에 산재한 사찰들의 얼굴이다. 말 그대로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공간인 셈이다. 얼핏 보아도 수천 년의 세월의 흐름이 묻어날 것 같고, 그리하여야만 할 듯 한 이 절집의 역사는 기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20세기 초 이후, 우리의 역사가 거쳐 왔던 파란만장한 이야기 속에도 조계사의 흔적은 짙게 남아 있다. 만해 한용운(1879-1944)과 독립을 염원하였던 수많은 승려들의 피눈물이 서린, 민족의 염원으로 만든 사찰, 조계사(曹溪寺)로 가 보자. 조계사의 창건 역사는 각황사(覺皇寺)라는 절에서 시작된다. 각황사는 한양의 중부 박동(薄洞), 즉 지금의 조계사 터 옆에 1910년에 들어선다. 이전까지만 해도 조선은 공식적으로는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을 취하고 있었기에 천민 계급이었던 승려들의 도성 출입은 표면적으로는 금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제국이 들어서면서 승려들의 도성 입성 금지는 해제되었고 이에 더 나아가 한양 도성 내에 절까지 세울 수 있게 되자 대한제국의 황실에 감사한다는 의미를 담는다는 의미로 ‘각황(覺皇)’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일화도 전해져 내려온다. 어찌 되었던 순조롭게만 진행될 듯 하였던 조선의 불교 정책은 일제 강점으로 다시금 원점으로 되돌려 진다. 이후 1932년 일본 총독부는 안중근 의사에 의해 사살당한 초대 조선 내각총리대신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추모하기 위한 사찰인 박문사(博文寺)를 현재의 서울 중구 장충단 공원 동쪽에 짓는다. 그리고 총독부는 조선 불교를 장악하기 위해 ‘일본불교 진흥 및 일본인과 조선인의 굳은 정신적 결합을 위해’ 전국에 산재한 사찰 중 30본사를 선정, 인가함으로써 조선총독부 직할체제인 30본말사제를 시행한다. 이를 대항하기 위해서 1935년, 만해 한용운을 포함하여 해인사 주지 회광, 마곡사 주지 만공이 주축이 된 '31본산주지회의'가 열리게 되고 이 자리에서 서울의 중심에 있던 각황사 교당 개축을 결의한다. 1937년 정읍에 있던 증산도 계열의 종교였던 보천교(普天敎)의 본당이었던 십일전(十一殿) 건물을 현재의 자리로 이전 개축하여 드디어 1938년 10월 25일 총본산 대웅전 건물의 준공 봉불식이 거행된다. 이 때 절의 명칭은 현재의 조계사가 아니라 삼각산에 있던 태고사(太古寺)를 이전하는 형식을 취하였기에 태고사로 불렸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954년 11월 5일, 비구 스님들이 태고사에 들어오면서 조계종의 이름을 따서 조계사라고 간판을 고치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조계사(曹溪寺)는 비록 짧은 사찰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일제에 항거하고 한국 불교의 원형을 되돌려 놓으려던 일제 강점기의 수많은 애국 승려들의 불심(佛心)이 담긴 곳이다. 조계사에 들러 종교를 뛰어 넘은 선조들의 민족혼을 다시금 느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조계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한국 불교 조계종의 총본산으로 항일 정신이 서리어 있는 곳이다. 2. 누구와 함께? - 가족들과 천천히 나들이 삼아서. 3. 가는 방법은? - 지하철이 가장 편하다. 1호선 : 종각역 2번 출구로 나와서 70m 쯤 걷다가 횡단보도를 건넌 후 100m쯤에 위치. 3호선 : 안국역 6번 출구로 나와서 50m쯤 걷다가 동덕 갤러리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후 좌측으로 50m쯤에 위치. 4. 감탄하는 점은? - 포교당 수준의 작은 사찰을 가득 메운 엄청난 숫자의 불자들의 모습. 말 그대로 대한민국 조계종의 본당다운 웅성거림이 있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이미 유명할대로 유명한 절집. 정치적 이슈와 연결되어 사회면에 많이 등장한 사찰. 6. 꼭 봐야할 전각은? - 대웅전 본당, 회화나무, 불교박물관 7. 관람 예상 소요시간은? - 여유를 가지고 돌아본다면 30분 남짓. 8. 홈페이지 주소는? - www.jogyesa.kr/user/jogye/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덕수궁, 경복궁, 창경궁, 종묘, 운현궁, 청와대, 창덕궁, 삼청동 거리, 인사동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조계사의 역사는 한국 불교의 역사만큼 복잡하다. 그러나 종교를 뛰어넘어 만해 한용운님의 염원대로 일제에 항거한 항일 정신이 깃들어져 있는 사찰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하와이섬 화산재 3.6㎞까지 치솟아… 공기 오염 주의보

    하와이섬 화산재 3.6㎞까지 치솟아… 공기 오염 주의보

    미국 하와이섬 동단 킬라우에아 화산의 폭발로 15일(현지시간) 시커먼 연기와 함께 화산재가 높이 3.6㎞까지 치솟고 있다. 화산재는 서남쪽으로 움직이면서 분화구와 29㎞ 떨어진 곳까지 퇴적물을 남겨 이 지역에 공기 오염 관련 주의보가 내려졌다. 칼레우에아 AFP 연합뉴스
  • [월드피플+] 두다리 없는 69세 노인, 43년 도전 끝에 에베레스트 정복

    [월드피플+] 두다리 없는 69세 노인, 43년 도전 끝에 에베레스트 정복

    두 다리를 잃은 69세 노인이 43년간 5번 도전한 끝에 마침내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우뚝 섰다. 14일 오전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달한 샤보위(夏伯渝, 69) 씨의 사연을 펑파이신문(澎湃新闻)이 전했다. 그는 중국 최초의 산악대원으로 1975년 5월 처음 에베레스트에 도전했다. 당시 그는 침낭이 없는 동료에게 자신의 침낭을 내어주고, 영하 30도 이하의 설원에서 밤을 보냈다. 이튿날 그의 두 다리에는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각한 동상으로 피부가 괴사하여 결국 두 다리를 절단했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에게 외국 전문가는 의족을 권유했고, 그는 의족을 끼운 채 날마다 혹독한 훈련에 돌입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1주일의 3일은 베이징 향산(香山, 해발557m)을 등정했고, 나머지 3일은 도보 훈련을 했다. 그러나 고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96년 그는 림프암 선고를 받았다. 여러 번의 수술과 치료를 거쳐 퇴원했지만, 그는 훈련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1년 이탈리아 암벽 등반 세계 장애인 선수권 단체 대회에서 속도 및 난이도 항목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그에게 이것은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한 출발점에 불과했다. 이윽고 2014년 두 다리를 잃은 지 39년 만에 그는 에베레스트산에 재도전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지만, 당시 네팔에는 사상 최악의 산재해가 발생해 네팔 정부는 그해의 모든 등정 계획을 취소했다. 1년 뒤인 2015년, 그는 다시 한번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 8.1규모의 네팔지진으로 눈사태가 발생했고, 또다시 에베레스트 정복의 꿈은 좌절되었다. 2016년 그는 또 다시 도전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불과 94m 남겨둔 시점, 한시간 가량 뒤면 일생의 소원이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작스레 폭풍설이 불어 닥쳤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힘 앞에서 그는 결국 ‘하산’을 결정했다. 폭풍설을 뚫고 나갈 경우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그는 “그래도 살아야 기회가 온다”고 자신을 위로하며 산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돌아온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올해 2월, 그는 5번째 도전을 결심했다. 당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이건 극복하지 않는다면 ‘진전’은 영원히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에베레스트 정복이 일생의 꿈이기 때문이다”라고 다짐했다. 마침내 14일 오전 10시 40분, 그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43년 동안 두 다리를 잃는 고통을 감내하고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집념에 마침내 자연도 ‘승리’라는 이름으로 화답한 듯하다. 사진=펑파이신문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단독] 230만 특수고용 상당수 자영업자 아닌 ‘노동자’

    [단독] 230만 특수고용 상당수 자영업자 아닌 ‘노동자’

    4대 보험 가입도 극히 드물어정부, 사회보험·노동삼권 추진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등 현재 특수고용노동자(특고노동자)는 위장자영업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0만명으로 추산되는 특고노동자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도급·위탁계약 등을 맺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왔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아 노동시간 규제, 휴가·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으며, 4대 보험 가운데 산재보험만 일부 직종(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9개 직종)이 가입할 수 있다. 또 노조 설립이나 단체교섭 요구, 쟁의행위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상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14일 한국노동연구원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근로 실태 파악 및 법적 보호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택배기사·퀵서비스기사·화물기사·레미콘기사·덤프트럭기사·대리운전기사·보험설계사 등 7개 직종의 특고노동자는 91만 3435명으로 추산된다. 직종별로 차이를 보이지만 특고노동자들은 계약을 맺은 업체에 종속돼 있는 경우가 많았고, 경제적인 부분도 노동자성이 인정될 정도로 높은 종속성을 보였다. 직종별 노동자성을 판단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 조사(1000명 대상)를 살펴보면, 1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동자가 10명 중 7명(66.3%)으로 나타났다. 임금을 협의해 결정하는 경우는 14.8%에 그쳤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75.6%였다. 또 사측이 제시하는 업무를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66.7%는 ‘거절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대법원 판례는 사용자가 업무의 내용, 근무 장소와 시간 등을 결정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지휘·감독을 하는지, 취업규칙 등이 적용되는지, 노무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 유무와 정도 등을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근무 장소와 시간을 사측이 결정한다’는 응답이 62.4%에 달했고, ‘업무 과정에서 본사·지점장 등의 지시 및 감독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20.0%에 그쳤다. 반면 고용보험(3.4%), 국민연금(직장가입·6.6%), 건강보험(직장가입·7.7%)에 가입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보고서는 “특고노동자들은 자발적 보호 수단이 미약한 상태에서 계약관계에서 다양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위장자영업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노동자 성격이 강해 자영업자로만 볼 수 없는 중간 영역의 노무제공자에 대해서는 유사노동자 개념을 도입해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등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모든 특고노동자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해 노동 삼권을 부여하고 스스로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고용부는 이번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특고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 및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초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한만큼 앞으로 직종별로 사회보험이나 노동기본권, 근로조건 등을 면밀히 조사해 향후 특고노동자 대책 마련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화산폭발로 사라진 폼페이서 석고상처럼 죽은 말 발견

    화산폭발로 사라진 폼페이서 석고상처럼 죽은 말 발견

    기원 후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려했던 한 고대 도시가 최후를 맞았다. 바로 문학작품으로 혹은 영화의 소재로 간혹 등장하는 이탈리아 나폴리만의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다. 폼페이는 고대 로마의 상류층이 주로 머물던 휴양지로, 지난 1549년 수로공사중 우연히 유적이 발견됐으며 지금도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등 현지언론은 품페이에서 사람과 동물의 유골, 가구 등의 인공물이 발굴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발굴된 유골은 40-55세의 남자로 추정되며, 동물은 말, 당나귀, 노새 등 다양하다. 이중 언론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말이다. 화산 폭발 후 옆으로 쓰러져 죽은 이 말이 화산재 등의 영향으로 마치 석고상같은 작품이 되버렸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발굴이 도굴꾼 덕이었다는 점. 도굴꾼들이 폼페이 대저택 등에 묻혀있을 값비싼 유물을 훔치기 위해 긴 터널을 팠는데 이 과정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번 발굴 작업을 총괄한 마시모 오산나 이탈리아 폼페이고고문화유산관리국장은 "이 말은 군사 퍼레이드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형체는 말 모양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 뼈와 살점은 부패해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암포라(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에 쓰던 양 손잡이가 있고 목이 좁은 큰 항아리) 등 여러 유물도 함께 발굴됐다"면서 "폼페이는 지금도 무궁무진한 역사 자료를 계속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씨줄날줄]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최광숙 논설위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을 배달해 주는 사람의 신분은? 대법원은 어제 “배달대행업 노동자는 음식배달원이 아니라 택배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3년 한 고교생이 스마트폰 음식배달앱 업체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하자 근로복지공단이 이 고교생의 사고가 업무상 재해라며 산재보상을 했다. 그러자 이 학생을 고용한 배달대행 업체가 반발하면서 소송이 벌어졌다.똑같이 음식을 배달하는 노동자라도 음식점에 직접 고용된 음식배달원이면 근로자로 인정돼 각종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만 앱업체에서 일하는 택배원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산재보상 등 일부만 적용받는다. 스마트폰 앱, SNS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업무 요청을 받아 일을 하는 이들은 ‘플랫폼 노동자’라고 한다. 음식배달앱과 대리운전서비스앱과 같은 곳에서 대리운전, 배달대행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5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감을 제공하는 업체와 고용 계약을 맺은 노동자가 아니기에 캐디 등과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와 비슷해 ‘디지털 특고’로 불린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며 일한다고 해 ‘디지털 노마드’라고도 한다. 매킨지 컨설팅사는 이들을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자’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직장에 매이지 않으니 원하는 시간에 일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으로 안정되지 못한 삶을 살 수 있다. 애매한 법적 신분 때문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법의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영국에서 우버 기사들이 자신들을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한 우버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버 기사들이 최저임금 및 유급 휴일 등 근로자의 기본권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영국 사법부는 기사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자 우버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우버의 기사는 자영업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우버는 탑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할 뿐이다”라는 우버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기업들이 정규직보다 필요에 따라 계약직, 임시직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기그경제’(Gig Economy)와 맞물리면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뒤늦게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선 이유다. 비정규직보다 더 신분이 열악한 이들의 법적 권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때다. bori@seoul.co.kr
  • 미 당국 “하와이 화산, 수주 내 재폭발 가능성”

    미 당국 “하와이 화산, 수주 내 재폭발 가능성”

    미국 휴양지 하와이섬을 공포에 떨게한 킬라우에아 화산이 수주 안에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을 미 지질조사국(USGS)이 9일(현지시간) 내놨다.AP통신과 하와이 현지언론에 따르면 USGS 소속 지질학자들은 최근 화산 활동의 추이로 볼 때 화산이 폭발적으로 용암을 분출할 수 있으며, 바위와 화산재를 상당히 먼 거리까지 날려 보낼 만큼의 강력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고 관측했다. 하와이 섬 동단에 있는 해발 1천250m의 킬라우에아 화산은 지난주 사흘 새 일어난 규모 5.0과 규모 6.9의 강진 이후 모두 14군데 분화구 균열에서 용암을 분출했다. 용암의 온도는 섭씨 1200도로 웬만한 구조물을 녹여버릴 정도의 고온이다. 용암이 상공으로 치솟는 현상인 용암분천의 높이는 최고 70m를 기록했다. USGS는 킬라우에아 화산이 다시 폭발해 암석덩이를 분출할 때 몇 ㎞ 거리까지 날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킬라우에아 화산은 정상부의 암석이 대부분 생성된 지 채 1000년이 지나지 않았을 정도로 젊은 화산이며 세계에서 가장 활동이 활발한 활화산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주 분출된 용암으로 화산에서 가까운 레일라니 에스테이츠의 주택 26채를 비롯해 건물 36개 동이 전소하거나 파손됐다. 주택가로 연결된 도로 곳곳에서도 균열이 발생해 이산화황을 머금은 증기가 분출됐으며, 용암이 도로에 주차된 차량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장면도 목격됐다.현재는 14곳의 크고 작은 균열에서 용암 활동이 대부분 멈춘 상태다. 현지 재난 당국인 하와이 카운티 민방위국은 그러나 약 2000 명의 화산 주변 주민들에게 내린 대피령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재민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지사는 미 연방 비상관리국(FEMA)에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킬라우에아 화산 일대를 제외한 하와이 제도 다른 지역에는 관광객 유치에 지장이 없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화산 폭발은 불의 요괴 때문이야!”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화산 폭발은 불의 요괴 때문이야!”

    지난 3월에는 일본 규슈 지역의 화산이 들끓더니 요즘은 하와이 섬의 화산이 폭발해 많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 화산 폭발이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붉게 터져 나오는 용암과 거칠게 쏟아지는 화산재, 치솟아 오르는 검은 연기는 보는 사람들까지 겁나게 한다. 그러니 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두려움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듯 환경이 열악하다고 해서 쉽게 그곳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상 대대로 그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왔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메마른 사막에서도,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높은 고원에서도, 농사를 아예 지을 수 없는 초원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한반도의 북부에도 백두산이 있다. 심심치 않게 화산 활동에 대한 보고가 나오고,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보도 역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보인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뿐 아니라 만주족에게도 성스러운 산이다. 천신의 후손인 아이신기오로 부쿠리용숀이 백두산에서 태어나 강물을 따라 내려와 만주족의 시조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주족이 거주하던 지역에서 백두산만 폭발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북쪽으로 400여㎞ 지점에 있는 우다롄츠(五大連池)의 화산도 청나라 때인 18세기 초에 마지막으로 폭발했다. 용암이 쏟아져 내리면서 강물을 막아 다섯 개의 호수가 형성됐고, 그 다섯 개의 호수가 서로 이어진 것처럼 보여 그런 이름이 생겼다. 용암이 순차적으로 굳은 모양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현무암의 바다가 펼쳐진 그곳은 지금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지질공원’ 중의 하나가 돼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이렇게 분포돼 있는 화산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폭발’의 기억을 각인시켰다. 만주족과 같은 민족 계통이면서 이 일대에 거주했던 시보족의 신화에는 그 기억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아득한 옛날 시보족 마을의 남자들이 사냥을 하러 나갔다. 그런데 남자들이 모두 나간 사이 불의 요괴가 마을을 덮쳤다. 마을에는 ‘시리마마’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와 늙은 아버지만 남아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뜨거운 불의 요괴가 덮치는 바람에 마을엔 가뭄이 들었고, 모두가 지쳐 죽기 직전에 이르렀다. 시리마마는 용감한 소녀였기에 마을의 아이들을 구할 방법을 찾아 길을 떠났다. 그때 하얀 수염 할아버지가 나타나 정보를 주었고, 소녀는 천상으로 올라가 차가운 옥 허리띠를 구해 왔다. 차가운 옥은 불의 요괴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으니 시리마마는 그 허리띠를 차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요괴와 싸워 마침내 승리했다. 북방 수렵 민족에게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은 남성들만의 일은 아니었다. 만주족 신화에도 말 타고 활 쏘는 여신들이 자주 등장하니 시보족의 시리마마가 불의 요괴를 물리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후 시리마마는 아이들의 수호 여신이 됐고, 나아가 시보족의 시조 여신이 됐다. 그런데 이처럼 불의 요괴를 물리친 용감한 젊은이의 이야기는 만주 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인근의 내몽골 훌룬보이르(후룬베얼) 초원에도 전해진다. 불의 요괴가 초원을 휩쓸 때 훌룬과 보이르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연인이 불의 요괴에 대항해 싸우다가 힘이 모자라 자신을 호수로 변하게 하여 그 물로 불의 요괴를 물리쳤다고 한다. 지금도 훌룬보이르 초원의 중심 도시인 하이라얼에 가면 활을 당겨 요괴를 물리치는 훌룬과 보이르의 상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불의 요괴와 맞서 자신을 희생하며 자신들의 땅을 지킨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우다롄츠와 훌룬보이르 초원이 있다고, 그 땅에서 지금도 살아가는 후손들은 조상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산재노동자 직업훈련기관…취업 성공 인센티브 지급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 장해인이 직업훈련을 통해 재취업하는 것을 활성화하기 위해 직업훈련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다고 7일 밝혔다. 공단은 지금까지 장해 14등급 중 경증을 제외한 장해 12급 이상의 산재 장해인에 대해 똑같은 직업훈련 비용을 지원했다. 그러나 훈련 기관의 참여율이 낮아 훈련 선발 인원이 매년 감소했다. 2015년 2294명이었지만, 지난해 1694명으로 26.2% 줄었다. 이에 공단은 8일부터 내년 말까지 취업 성공 여부를 포함한 성과평가를 거쳐 직업훈련기관에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중증장해인의 훈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훈련생의 장해 등급에 따라 훈련 비용을 가산 지급한다. 1~3급 가산율은 50%, 4~7급 40%, 8~9급 20%다. 취업 성공 인센티브는 1~3급 70만원, 4~7급 50만원, 8~9급 40만원, 10~12급 30만원이다. 인정 기준은 훈련 기관에서 취업을 알선한 구인처에 취업하는 경우다. 일용근로자는 근무 개시일로부터 한 달 단위로 월 10일 이상 근무한 경우에 한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유해물질 노출 임신근로자 미숙아 출산하면 산재 적용”

    정부가 임신근로자 가운데 업무상 유해물질에 노출돼 미숙아나 선천적인 장애아를 출산한 경우 산재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한다. 여성가족부는 고용노동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산업안전 정책을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권고안은 각 부처의 주요 정책과 법령을 양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해 개선을 권고하는 ‘특정성별영향평가’를 바탕으로 했다. 현행법상 임신노동자의 유·사산은 업무상 인과관계가 확인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 해 여성근로자의 유산이 4만여건에 달하지만 최근 5년간 유산 관련 업무상 재해 신청은 4건에 불과할 만큼 유명무실하다. 게다가 임신노동자가 업무상 유해인자에 노출돼 미숙아나 선천적인 장애, 질병이 있는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는 산재보험을 적용하지 않았다. 여가부는 이를 헌법상 모성보호 의무와 여성근로자 보호의무에 반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산재보험 제도 소관부처인 고용부에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 기준에 유·사산을 명시하도록 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트럼프·김정은, 비핵화 시한·검증방법 ‘통 큰 합의’ 이룰까

    트럼프·김정은, 비핵화 시한·검증방법 ‘통 큰 합의’ 이룰까

    ‘파격적 결단, 노련한 수싸움’을 공통적으로 겸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비핵화 담판이 5월 하순 판문점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일시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만큼 미국의 비핵화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는 양측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리비아식 속전속결형 해법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을 절충해 비핵화 시한을 도출하고 핵무기 등 사찰·검증 방법을 정하는 일이다. 또 비핵화 단계에 따라 미국이 어느 시점에 대북 경제 제재를 풀지가 북한의 가장 큰 관심사인 만큼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1. 비핵화 완료 시한 美 리비아식·北 이란식 비핵화 선호 시간끌기 막는 1~2년 절충안 거론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하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뤄질 비핵화 로드맵 협상에서 미국의 리비아식 ‘속전속결형 해법’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둘러싸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1일 북핵 외교가에 따르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비핵화 정의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협상 방식인 ‘일괄타결’은 어느 정도 타협점이 보이는 상태다. 일괄타결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이 보상으로 북한에 제공할 체제안전보장(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을 단번에 타결하는 방식이다. 남은 쟁점은 실행 단계다. 미국의 리비아식은 먼저 북한이 핵폐기를 하면 검증한 뒤 보상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방식은 단계를 나눠 비핵화와 보상을 동시에 주고받는다. 리비아식이라고 해서 아예 단계가 없지는 않지만 북한의 방식이 더 세분화된다. 하지만 미국은 2003~2008년 6자회담에서 북한이 단계를 늘리는 시간 끌기 전술을 쓰면서 핵무기 개발 시간만 벌었다고 본다. 다만 리비아는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단계였지만 북한은 핵무기 완성을 선언했고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리비아처럼 핵물질을 한번에 반출하고 단번에 검증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최근 미 정가에서 나오는 절충안은 1~2년의 비핵화 시한을 못박는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이지만, 시간 끌기는 막는 방식이다. 다만,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시한이 2년 6개월을 넘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비핵화 시한을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핵 없는 한반도’에 미국의 핵우산·핵항모 등 전략핵이 포함될지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국은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준용하자는 입장이다. 합의서는 핵무기,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등을 포기하는 내용인데 남북이 체결 당사자로 미국은 제외된다. 2. 비핵화 검증 방법 美, 미신고 핵활동도 사찰 요구할 듯 미사일·생화학무기 포함 여부 관건 5월 하순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과 함께 비핵화 검증 방법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와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에는 큰 무리 없이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검증 강도와 사찰 범위에 미사일 및 생화학무기를 포함할지 여부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1992년 모든 평화적 핵활동하에 있는 핵물질 검증을 위한 전면안전조치협정(CSA)을 맺으면서 NPT에 가입했으나 2차 북핵 위기로 2003년 탈퇴했다. CSA는 북한이 전체 핵물질을 신고하면 IAEA가 사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실제 플루토늄 신고량과 IAEA의 추정치 간에 중대한 불일치가 발견됐다. 또 그동안 40~50㎏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은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추출된 플루토늄 양은 추정이 가능하지만 고농축우라늄(HEU)은 기술적 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검증 강화를 위한 협정인 추가의정서(AP)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든 확인할 수 있도록 미신고 핵활동 등 신고 대상과 사찰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국토 주권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검증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 전역에 산재된 미사일과 발사대 등을 모두 사찰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핵물질만 해도 사찰 범위가 넓어 미국이 원하는 속전속결 비핵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영변 지역의 핵 관련 시설만 400개, 북한 전체로 2000개에 이르기 때문에 2년 내 사찰은 어려울 수 있다”며 “물론 단번에 전부 폭파시키면 되지만 해당 지역의 치유·복원이 힘들기 때문에 결국 핵물질을 해외로 반출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 대북제재 해제 시점 北 “비핵화 로드맵 맞춰 제재 완화” 美 “핵폐기 확인 후 경제원조 가능”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 제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주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천명한 경제건설 총력을 위해서는 제재 완화가 필수다. 하지만 미국은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북·미 간 어느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유엔 회원국 내 소득이 있는 북한 노동자 전원을 2년 내에 북한으로 송환하도록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2017년 12월 채택)가 풀리면 분명한 제재 완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남북 철도 연결 등 경제협력(경협)을 위한 포석들이 포함됐다. 현재 북한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대북 제재는 안보리 결의 2397호다. 달러를 벌어 오던 해외 노동자들의 강제 송환으로 돈벌이 통로가 막히고 있어서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정상국가화를 통해 트럼프타워, 맥도날드 등 미국 자금 투자까지 원할 정도”라며 “빠른 경제 제재 완화를 위해 북한이 통 큰 비핵화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은 비핵화 로드맵에 맞춰 제재 완화 로드맵을 구축하는 방안을 북·미 정상회담 석상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대북 제재뿐 아니라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도 한꺼번에 풀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에 대북 제재를 풀 마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다녀온 비행기는 180일 내에 미국에 들어오지 못한다’ 등 대통령 행정명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뜻대로 폐지할 수 있지만, 대북 제재법 등은 미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테러지원국 제재, 적성국교역국 제재, 인권탄압국 관련 제재 등이 단계적으로 완화 또는 해제되려면 결국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시내버스 출근 노동자 교통사고는 산재”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에 대해 출퇴근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모(40)씨를 출퇴근 재해로 인정하고, 유족에게 산재 유족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5일 오전 9시 28분쯤 울산 북구 아산로에서 K5 승용차가 갑작스럽게 차선을 바꾸면서 133번 시내버스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는 승용차를 피하려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담벼락을 들이받고 옆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이씨를 포함해 3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공단에 따르면 울산의 한 백화점에서 일하던 이씨는 사고 당시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 중이었다. 공단은 이씨 외에도 사망자 1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이 해당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했다. 공단은 현재 산재를 신청하지 않은 사상자들에 대해서도 향후 산재를 신청하면 신속히 인정할 방침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 발생한 사고도 산재로 인정된다. 지난 3월 기준 출퇴근 재해는 모두 1698건이 접수됐고 검토 중인 사건을 제외한 1235건 중 1135건이 산재로 승인됐다. 출근 중 사고가 68%, 퇴근 중 사고가 32%였고 교통수단별로는 도보 64%, 승용차 20%, 자전거 6%로 집계됐다. 심경우 이사장은 “이번 울산 시내버스 사고와 같이 대중교통은 물론 자가용, 도보 등 교통수단과 관계없이 노동자들이 출근 혹은 퇴근 중 사고를 당하면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文대통령 “金위원장 솔직·담백… 예의가 바르더라”

    文대통령 “金위원장 솔직·담백… 예의가 바르더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처음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솔직 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더라”라고 호평했다. 30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 위원장과의 여러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김 위원장 인상 평을 내놓았다.회의에 배석한 주영훈 경호처장은 두 정상 부부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 3층 만찬장으로 이동할 때 김 위원장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문 대통령이 먼저 타시라고 손짓을 했고, 리설주 여사가 먼저 타려고 하자 김정숙 여사가 먼저 타도록 슬그머니 손을 잡고 뒤로 잡아당겼다고 전했다.문 대통령은 스포츠 교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김 위원장이 “경평 축구보다는 농구부터 하자”고 제안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세계 최장신인 이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 해도 북이 강했는데 은퇴 후 약해졌다”며 “남한에는 키가 2m 넘는 선수가 많죠?”라고 물었다. 정상 간 핫라인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이 전화는 정말 언제든 전화를 걸면 받는 거냐”라고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것은 아니고 서로 미리 사전에 실무자끼리 약속을 잡아놓고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또 이날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김 위원장에게 남·북·러 에너지 협력 및 발전소 협력 방안이 담긴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담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신경제지도의 구체적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북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방안들이다. 원산·함흥·러시아를 연결하는 에너지·자원벨트, 수도권·평양·신의주·중국을 연결하는 교통·물류산업벨트, 비무장지대(DMZ)·통일경제특구를 연결하는 환경·관광벨트 등 3개 축이 한반도에 ‘H’자를 그린다. 현재 국제적인 경제 제재가 진행되고 있어 당장은 어렵지만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앞으로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 등을 북한에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소떼 길’의 53년생 소나무에 뿌린 ‘백두산’ 흙 뒷이야기도 공개됐다. 백두산은 화산재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북측은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만경초 풀들을 뽑아 뿌리에 묻은 흙을 일일이 털어 판문점까지 가져왔다. 문 대통령은 식수 현장에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설명한 것을 전한 뒤 “북측이 백두산에서 몇 삽 퍼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정성이 담긴 흙”이라고 말했다. 30분간의 도보다리 산책에 대해선 문 대통령은 “대화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을 돌아볼 수 없어서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며 “회담이 끝난 뒤 방송에 나온 것을 보니 내가 봐도 보기가 좋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말 조용하고 새소리가 나는 광경이 보기 좋았다”며 “비무장 지대를 잘 보존하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자산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 도중 ‘노벨평화상을 받으라’는 덕담이 담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축전이 도착하자 문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의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아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뭣이 중헌디?” 연구자의 곡성/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월요 정책마당] “뭣이 중헌디?” 연구자의 곡성/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지난 2016년 개봉해 화제가 됐던 영화 ‘곡성’에서 나왔던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는 영화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귀에 익숙할 정도로 회자됐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라는 말보다 “뭣이 중헌디?” 한마디면 말하는 사람의 의중이 확실하게 전달된다. “연구자에게 행정 부담이 과도하다”는 과학기술 현장의 목소리는 더 자조적으로 변하고 있다. 기관의 요구사항을 맞추려고 영수증에 풀칠하느라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곡성을 토한지 이미 오래다. 그들은 지금까지 계속 물어왔다. “뭣이 중헌디?” 2016년 말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 연구자들은 업무시간의 62.7%를 행정에 쓰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연구자들이 과도한 행정 부담에 짓눌려 연구에 몰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공급자 중심 연구개발(R&D) 제도와 관행’에 주목해야 한다. 단기 목표와 성과를 위한 관리감독 위주의 제도와 관행이 연구혁신을 ‘지원’하지 못하고 ‘규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제도는 시대의 요구를 담아내고 진화해야 한다. 창의와 모험, 도전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R&D 분야 규제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연구자 중심의 정부 R&D 지원 시스템 구축’이 연구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규제혁파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과 지속적인 혁신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 방안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먼저 과제 공모 단계에서부터 연구 수행, 결과에 이르기까지 정부 R&D 프로세스 전반을 개편한다. 과제 공모 기회를 확대, 정례화하고 R&D 사업정보를 조기 공개해 충실한 연구계획과 수행이 가능하도록 한다. R&D 평가를 성공 아니면 실패의 이분법적인 잣대가 아니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실패는 허용하는 ‘과정 중심의 평가’로 새 가치를 축적해야 한다. 매년 실시되는 중간평가는 폐지하고 최종 평가도 간소화해 연구자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선정 단계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더 강조된다. 정부는 우수 과제를 선정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연구자는 자율적인 환경에서 연구에 집중한다. 평가 개선과 함께 연구비를 보다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에 수반되는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전문 지원인력을 배치, 연구 외적인 행정 부담을 최소화해 나갈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은 부처별로 산재된 R&D 제도와 시스템 통합이다. 부처별 개별 규정과 R&D 사업 관리를 담당하는 전문기관의 지출 규정이 달라 연구비 집행 관련 행정업무가 과중한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부처나 사업에 상관없이 동일한 연구비 사용 기준을 적용하고 20여개로 나뉘어진 과제 관리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통합한다. 이를 통해 최신 연구동향 등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또 전문기관이 자체 규정을 만들어 연구현장에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유발하지 않도록 일원화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지난 3월 말 과학기술계 온라인 커뮤니티인 ‘브릭’(BRICㆍ생물학정보연구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 이상의 연구자가 규제혁파 방안에 대해 긍정 평가한다고 응답했다.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을 주문하는 의견도 많았다.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관계부처는 정책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발표한 내용 대부분을 올해 개정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과 부처별 행정규칙에 반영하고 법률 근거가 필요한 사항은 별도 법안을 마련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공급자 중심에서 연구자 중심으로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물론 연구 현장, 나아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이제 현장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제대로 바꾸는 혁신을 시작할 때다. 이제 국민들은 연구자들에게 대한민국 과학혁신 동력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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