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산재
    2025-12-2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929
  • 사외 감사 선출 때 총수 일가 의결권 ‘3%씩’ 인정

    더불어민주당이 8일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 상법의 핵심 쟁점인 ‘3%룰’을 일부 완화해 단독 의결했다. 공정거래법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재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부안보다 후퇴한 안을 처리한 셈이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에서 다른 이사들과 달리 감사위원은 분리해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다만 사내이사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쳐 3%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사외이사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제각각 3%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사내·사외 감사위원 모두에게 ‘합산 3% 제한’ 룰을 적용하려던 정부안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도 신설됐다. 소송 제기 자격은 상장회사의 경우 지분 0.5% 이상 주주에게 주는 것으로 정부안(0.01%)보다 문턱을 높였다. 비상장회사는 정부안대로 지분 1%가 기준이다. 정무위원회에서는 꼼수가 난무했다. 안건조정위에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원안을 의결해 놓고 전체회의에서는 전속고발권을 되살리기로 했다. 야당 몫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안건조정위에서 폐지를 주장하자 들어주는 척하다가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뜻대로 수정안을 처리하는 꼼수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법)은 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활동 기한을 2년에서 1년 6개월로 줄이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다만 보고서 작성 기한 3개월을 별도로 두고, 조사위 활동 내역을 6개월마다 국회에 의무 보고하도록 하고 활동 기한 내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환경노동위원회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특수근로종사자(특고)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특고 3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 개정안)을 의결한 데 이어 차수를 넘겨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심사를 마쳤다. 법안소위는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생산 주요 시설에서의 쟁의행위 금지’ 조항도 심사에서 뺐다. 전날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5·18역사왜곡처벌법은 처벌 수위를 징역 5년으로 낮추기로 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김영준 경기도의원, 광명·시흥테크노밸리 내 수용임차기업 대책위원회와 정담회

    김영준 경기도의원, 광명·시흥테크노밸리 내 수용임차기업 대책위원회와 정담회

    경기도의회 광명상담소에서는 지난 7일 김영준 도의원(광명1·전 경기도 테크노밸리특위 위원장)이 광명·시흥테크노밸리지구 내 수용임차기업 대책위원회(위원장 최명환)와 광명·시흥테크노밸리 지구에 수용되는 임차기업 이주와 관련하여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책위에서는 광명·시흥테크노밸리가 광명시흥 공공주택 전면취소에 따른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개발제한구역 내 무질서하게 산재된 중소규모 공장, 제조업소의 이전정비의 필요에 따라 조성되는 산업단지임을 설명하며 ▲강제수용지역 내 기업들의 가 이주단지 조성 ▲강제수용지역 내 기업의 산업단지 입주우선 분양권 ▲강제수용 기업의 산업단지 입주 사전승인 및 영업보상과 생활대책용지를 요구했다. 현재 광명·시흥테크노밸리 수용지역은 지속적인 개발제한구역으로 재산권 제한을 받아 사유지의 용도변경에 제한을 받아왔고, 공공주택사업 취소로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었으나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지속적인 사유권 행사를 제한 받아 제조장이나 공장등록증 취득이 어려웠다고 호소하며, 부득이하게 재배사나 축사등 무허가 건물에서 영업을 계속 해온 기업들의 지원방안도 요청했다. 면담을 마친 김영준 도의원은 “가이주단지 조성은 산단심의가 완료된 상태여서 실질적으로 어렵고, 입주우선 분양권도 법적인 부분이므로 현행법으로는 곤란하나 임차기업들의 향후 진로선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단입주 사전승인은 관계기관과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월호부터 김용균까지… 올 마지막 국회를 향한 외침

    세월호부터 김용균까지… 올 마지막 국회를 향한 외침

    오는 9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사회적참사법 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낙태죄 개정안 등 정치권의 주요 관심에서 다소 벗어난 아젠다들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3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0일로 활동을 종료하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 위원회(사참위)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사회적참사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유가족을 만나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9일 민주당 단독으로 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참위 기한을 연장하면서 수사권을 부여하고, 사참위가 활동하는 기간 동안 공소시효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참위는 지난 2017년 사회적참사법이 통과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사건도 세월호 사건과 함께 진상규명 활동을 해왔다.‘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도 지난 7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28일 째 파업중인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스물 다섯의 청년 김용균 씨가 2인 1조로 일하는 안전 수칙을 지키지 못한 채 혼자서 일하다 숨진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후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은 이뤄지지 않았고, 그 사이 유사한 죽음이 또다시 반복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들을 위험한 환경에 내모는 기업을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법이다. 단체는 “한 해 2000명이 넘게 일터에서 죽어가는 국가적 재난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정기국회 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 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책임은 국회의원 정족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대표에게 있다”고 했다.김용균2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김용균을 비롯한 청년노동자와 산재유가족을 기록한 ‘꽃이지네 눈물같이’라는 기획전시가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매일 11시부터 16시까지 서울 마포구 ‘인권중심 사람’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문화연대 신유아가 기획하고, 정혜윤 CBS PD가 글을 쓰고, 정택용 이희훈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었다.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고용노동부 서울청 안에서 이재갑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정부 노조법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반하는 개악안”이라면서 △특수고용노동자나 해고된 조합원의 노조 활동 보장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정한 규약에 따른 노조 임원과 간부 활동 보장을 위한 국회의원의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한편, ‘160만인의 선언 : 낙태죄폐지전국대학생공동행동’이 지난 6일부터 7일까지는 서울 강남 일대, 오는 11일까지는 여의도 국회 주위를 도는 “낙태죄폐지버스” 운행한다. 이들은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낙태죄 개정안이 아닌 형법 상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단체는 “여성들에게 법의 테두리 밖에서 위험한 시술을 받으라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으며, 여성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악법인 ‘주수제한 낙태 허용 정부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 및 입법을 막기 위해 전국의 20여개의 대학생 페미니즘 동아리와 연대단체가 ‘낙태죄폐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정의당,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농성

    정의당,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농성

    정의당이 7일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개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72시간 비상행동 농성 기자회견’에서 김종철(앞줄 맨 왼쪽)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관계자들과 건설노동자 김일두씨의 부인 박소영씨,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씨 등이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정의당,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농성

    정의당,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농성

    정의당이 7일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개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72시간 비상행동 농성 기자회견’에서 김종철(앞줄 맨 왼쪽)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관계자들과 건설노동자 김일두씨의 부인 박소영씨,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씨 등이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특고 노동자 숨통 트인다…생활안정자금 융자 대상 확대

    특고 노동자 숨통 트인다…생활안정자금 융자 대상 확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도 최대 2000만원의 근로복지공단 생활안정자금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근로복지공단은 7일 “특수고용직과 영세 자영업자 등 근로 취약계층 생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8일부터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른 생활안정자금 융자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저소득 근로자와 산재보험 가입 대상인 보험설계사 등 특고 종사자 13개 직종만이 생활안정자금 융자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이제는 산재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특고 종사자가 생활안정자금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1인 사업주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근로복지공단 생활안정자금 융자 지원사업은 저소득 취약계층의 결혼 자금과 의료비 등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사업이다. 1인당 최대 2000만원의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생활안정자금 융자 신청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근로복지공단 콜센터(☎ 1588-0075)나 근로복지넷 누리집(www.workdream.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김용균 죽음 벌써 2년… “노동자 비극에 아직 벌금만”

    김용균 죽음 벌써 2년… “노동자 비극에 아직 벌금만”

    어머니 김미숙씨 “비극 끊어내야 할 때”산재 책임 기업 최대 징역형 부과 요구12일까지 고인의 넋 기리는 추모주간지난 2018년 12월 10일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를 홀로 점검하다가 입사 3개월 만에 사망한 김용균씨의 2주기를 앞두고 노동계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추모위)는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년(2016년~2020년 8월) 동안 한국전력 사업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32명 중 31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면서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위한 혐의로 기소된 사업주가 벌금 약 450만원만 내는 현실은 그대로다”라고 밝혔다. 추모위는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를 고 김용균씨 추모주간으로 선포하여 고인의 넋을 기리기로 했다. 또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개인 사업주 또는 법인 대표이사 등에게 최대 징역형을 부과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는 지난달 28일 한국남동발전이 운영하는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심장선씨의 유족도 참여해 기업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하루에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11만명이 다치는 현실을 이제 끊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핵심은] 추미애-윤석열,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

    [핵심은] 추미애-윤석열,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이 극단을 치닫고 있습니다. 기어코 한쪽이 물러설 때까지 목숨 걸고 돌진하는 ‘치킨게임’의 형국입니다. 이번 주 내내 두 사람은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심의기일을 두고 다퉜습니다. 추 장관은 4일로 밀어붙였고, 윤 총장은 8일 이후로 연장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라고 중재해 결국 10일로 연기됐습니다.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엔 불복 소송전이 시작됐습니다. 윤 총장은 징계위 구성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복귀시킨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를 했고요. 오늘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 추-윤 갈등의 핵심을 짚어보겠습니다. 핵심 ① 징계위 편향됐다며 헌법소원 낸 윤석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로 윤 총장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며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로써 윤 총장은 직무에서 배제된 지 일주일 만에 대검찰청으로 출근했습니다. 돌아온 윤 총장이 꺼내든 카드는 징계위의 위헌성입니다. 검사징계법에 따라 추 장관이 징계위원 과반을 지명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됩니다. 추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법무부 차관과 추 장관이 지명한 검사 2명, 또 추 장관이 위촉한 변호사·법학 교수·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이 각 1명씩 포함됩니다. 즉, 법무부 차관을 제외하면 모든 위원의 구성을 추 장관이 정합니다. 추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윤 총장을 징계하고자 하는 의지가 뚜렷한 인사들로 채울 수 있다는 겁니다. 검사징계위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검사징계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징계위원 수를 9명으로 늘리고, 3명은 외부에서 추천하는 사람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하지만 개정된 조항은 내년 1월 21일부터 시행돼 이번 윤 총장 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윤 총장은 헌재가 위헌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징계위를 열지 못하도록 검사징계법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습니다.핵심 ② 윤석열 직무 복귀에 추미애는 항고로 맞불 윤 총장이 움직이자 추 장관도 바로 맞대응에 돌입했습니다. 4일 서울행정법원에 윤 총장을 다시 직무에 복귀시킨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즉시항고장을 냈습니다. 즉시항고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7일 이내로 상급 법원에 재심을 요구하는 절차입니다. 법무부를 대리하는 이옥형 변호사는 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검찰 운영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을 근거로 든 건 모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책임자의 직무가 정지되면 조직 내 혼란은 당연히 발생하는 문제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검찰총장 등 조직 책임자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직무 정지를 명할 수 없게 된다”며 “법원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결정으로 행정부와 법무부, 검찰의 혼란, 국민의 분열과 갈등은 더 심해질 우려에 직면했다”고 규탄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양측의 불복 대치가 실질적 효과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 ‘기 싸움’ 성격이 더 강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통상적인 절차상 헌재가 아무리 서둘러도 윤 총장 측의 헌법소원·가처분 신청 결과가 징계위가 열리는 10일 전까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윤 총장도 이를 알지만, 언젠가 위헌 결정이 나면 징계처분의 부당함을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추 장관 역시 즉시항고가 신속하게 결정될 가능성이 작고 집행정지 효력도 없지만, 여론을 환기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어 보입니다.핵심 ③ 월성 원전, 판사 사찰도 추윤 갈등의 변수 징계위까지 5일 남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영향을 미칠 변수는 산재합니다. 윤 총장은 복귀하자마자 월성 원전 수사의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습니다. 곧이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기 위해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한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 중 2명의 구속영장이 4일 발부됐습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가속이 붙으면서 이제 칼끝은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윗선으로 향할 차례입니다. 그간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강조해온 윤 총장에겐 여론이 우호적으로 변하겠죠. 한편으론 윤 총장의 징계 사유인 ‘판사 사찰’ 문건에 관한 판사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이 또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작성한 해당 문건에는 판사 37명의 출신 고교·대학과 주요 판결, 판사들에 대한 세평 등이 기재됐습니다. 문건 가운데는 한 판사와 관련해 ‘행정처 (20)16년도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검찰이 과거 사법농단 사건의 증거로 압수했던 법관 리스트를 이용해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오는 7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 문제가 테이블에 올라올 경우, 논의 결과에 따라 징계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만약 문건을 ‘판사 사찰’로 규정하면 추 장관에게 힘이 실리게 됩니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의 끝은 파국입니다. 두 사람도 이를 모를 리 없겠죠.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는 갈등에 무엇을 위한 싸움이었는지, 그 명분조차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여성계·노동계 “김진숙을 복직시켜라”

    여성계·노동계 “김진숙을 복직시켜라”

    ‘한진중공업 선각공사부 사번 23733 김진숙’.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노동자 김진숙(60)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정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2011년에는 동료들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타워크레인에 올랐고, 2019년에는 다른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위해 투병 중인 몸으로 부산에서 대구까지 걸었던 그다. 이제는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해 노동계와 여성계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금속노조는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측은 김 지도위원의 복직이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해고무효 확인 등 소송에서 패소한 김 지도위원에게 해고기간에 따른 임금·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금속노조 법률원은 “회사가 해고 등 고용관계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노사간 합의로 근로자가 복직한 사례가 많다”면서 “이 경우 업무상 배임이 문제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1981년 첫 여성 용접공으로 한진중공업(당시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한 김 지도위원은 1986년 산재 환자 불이익 처우 등을 지적하고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간 뒤 해고됐다. 1987년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민주화 이후 법률에 의해 꾸려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위원회)는 뒤늦게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위원회는 2009년과 지난 9월 두 차례에 거쳐 한진중공업에 복직을 권고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김 지도위원은 회사와 협상 과정에서 본인이 걸림돌이 될까 늘 조심스러워했고, 이 때문에 복직이 더 미뤄졌다”며 “저희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무거운 마음이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7일부터 서울에서 복직을 촉구하는 농성을 할 계획이다. 여성계는 김 지도위원의 복직은 “지난한 성차별의 역사와 결별하고 성평등 정의를 세우는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지난 2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10개 여성단체와 개인 3700여명이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성명에서 이들은 “여성노동자 김진숙이 최후의, 최장기 해고노동자일 수 있는 것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성차별적 노동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지금도 조용히 사라져가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김진숙의 현실이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김진숙의 복직은 성별이나 부양가족 유무와 상관 없이 누구나 독립적 생활자로서 안정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성평등 세상의 시작”이라며 “여성노동운동가 김진숙의 복직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지도위원이 지난 6월부터 마지막 복직 투쟁을 하던 중 암이 재발했다. 결국 지난 10월 민주노총 지도위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도 받지 못한 채, 지난달 30일 재수술을 받았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놓인 한진중공업 작업복 한 벌은 그의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우주를 보다] 中 창어 5호가 포착한 장엄한 달의 파노라마 풍경

    [우주를 보다] 中 창어 5호가 포착한 장엄한 달의 파노라마 풍경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5호 착륙선이 잡은 장엄한 달 풍경 파노라마가 처음으로 지구로 전송됐다. 달 샘플 귀환 임무를 띤 창어 5호는 지난 1일 달의 폭풍의 바다에 안착하자마자 즉시 과학적인 임무 수행에 돌입했다. 2일 발표된 월면 파노라마 이미지는 크레이터들이 산재한 월면에 내려진 착륙선의 다리 근처에 흩어진 돌들을 보여주고 있다. 월면의 흙먼지와 암석들이 착륙선의 다리에 받은 충격으로 흩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의 가장자리 멀리 지평선과 구릉들이 둘러져 있다. 창어 5호 착륙선의 파노라마 카메라는 회전 플랫폼에 장착된 두 대의 카메라로 구성되는데, 착륙지점인 룀케르 산 화산 지역 일대의 지형을 매핑하기 위한 장비들이다. 지상기지 요원들은 카메라가 보내온 정보를 분석하여 착륙선의 샘플 채취를 지원한다. 룀케르 산은 폭풍의 바다 북부에 있는 커다란 융기 언덕으로, 언덕의 지름은 70㎞나 된다. 최고 높이는 주변 평원보다 약 1100m 높이까지 올라간다. 룀케르 산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비교적 최근인 12억 년 전에 형성된 신선한 암석을 품고 있다. 이번 중국의 창어 5호 미션은 달의 신선한 암석 샘플을 수집해 지구로 귀환하는 역사적인 23일 간의 우주 대장정으로, 1976년 구소련의 루나 24 탐사선이 달 물질 170g을 채취해 귀환한 이래 첫 번째 달 임무이다.창어 5호 착륙선은 앞으로 이틀 동안 드릴 장치로 땅속 2m 깊이까지 파헤쳐 2㎏의 달 흙과 암석 표본을 수집한 후 샘플을 상승 운반체로 옮긴 다음 달 궤도로 발사하여 서비스 모듈과 그것에 부착된 지구 반환 캡슐에 달의 물질을 적재한다. 서비스 모듈은 지구로 귀환하여 오는 16~17일 양일 간에 예정된 터치 다운 직전에 네이멍구 초원에 캡슐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총중량 8.2t의 창어 5호는 지난달 24일 오전 4시 30분(이하 현지시간) 하이난성 원창 우주발사장에서 창정(長征) 5호에 실린 채 발사됐다. 지난해 1월 인류 최초로 창어 4호 탐사선을 달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한 중국은 올해 7월 자국 최초의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를 쏘아 올린 데 이어 2년 사이 세 번째 우주 탐사 계획에 나선 셈이다. 중국은 현재 달에 3기의 창어 착륙선을 가지고 있다. 창어 3호는 2013년 12월 비의 바다에 착륙했으며, 창어 4호는 2019년 1월 달 뒷면에 착륙했다. 세 우주선 모두 착륙 위치에서 멋진 파노라마 사진을 전송해왔다. 창어 3호와 창어 4호는 착륙선-로버 듀오를 내려놓았고, 창어 4호의 탐사 로버는 착륙선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작동하고있다. 창어 3호 탐사선은 31개월 만에 운명을 다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사냥하는 남성, 열매 따는 여성’, 그런 세상은 없었다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사냥하는 남성, 열매 따는 여성’, 그런 세상은 없었다

    1976년 탄자니아의 라에톨리에서 비가 내려 질척질척해진 화산재 위를 걸어간 고인류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이 라에톨리의 발자국 화석은 360만년 전에 인류의 먼 조상이 이미 우리처럼 직립보행을 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사실 라에톨리 발자국을 남긴 고인류의 나이와 성별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산 폭발을 피해 부지런히 길을 걷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들을 묘사한 복원도 중 대표적인 것은 키가 큰 남자가 어깨를 쭉 펴고 마치 “오빠만 믿어”라는 자세로 여자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있고, 작고 왜소한 여자는 불안한 눈빛과 “오빠만 믿어요”라는 애틋한 표정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장면으로 묘사된 그림이다. 마치 수백만 년 전부터 남자는 여자를 보호하는 당당한 존재, 여자는 당연히 남자에게 보호받았던 미약한 존재로 묘사해 여성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는 괴기하기 짝이 없는 복원도다. 인류 진화 초기 단계부터 고정적인 남녀관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물론 최근에는 3명의 고인류가 서로의 역할을 다하면서 꿋꿋하게 화산재를 피해 걸어가는 모습으로 복원된 그림들도 등장했다. 얼마 전 페루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에서 발견된 여성 사냥꾼의 유골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인류의 진화에서 주역은 남자였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며 남자는 수렵, 여자는 채집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굳건히 사로잡혀 있었던 많은 남자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다. 연구에 따르면 사냥용 석기들과 함께 발견된 유골이 당연히 신분 높은 남성 사냥꾼의 유골이라고 생각했지만, 치아를 분석해 보니 생전에 고기를 많이 먹은 전형적인 사냥꾼의 형태를 보이는 여자였다고 한다. 이 여성 사냥꾼의 발견은 남녀 역할론, 즉 ‘사냥하는 남성과 열매를 따는 여성’이라는 고인류학계의 뿌리 깊은 정설을 되돌아보는 새로운 증거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류 역사는 도구를 만들고 사냥을 하는 멋진 남자들만이 만든 게 아니다. 그 무대에는 용맹하고 날렵한 여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구 위의 반은 남자고 지구 위의 반은 여자다. 방송인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뒤 ‘비혼(非婚) 출산’이 논란거리다.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은 출산이란 무엇이고, 누구에게 그 결정권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비혼 여성의 인공출산은 아직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격려를 보내고 있다. 비혼 출산을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인정받고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생각보다 많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렇게 조금씩 세상은 변하고 있다. ‘오빠만 믿으라’고 외치던 남자들에게는 매우 아쉽겠지만 ‘누나를 믿을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 예술인도 10일부터 고용보험 적용된다

    오는 10일부터 예술인도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가 된다. 지난해보다 소득이 20% 이상 감소해 이직(퇴직)하게 되면 구직급여를 받는 게 가능해진다. ‘전 국민 고용보험’의 첫 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예술인은 문화예술 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예술 활동 증명을 받은 사람 외에도 신진예술인, 경력단절예술인이 포함된다.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으로 얻은 월평균 소득이 50만원 미만이면 고용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 생업이 아닌 취미로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다. 둘 이상의 소액 계약을 체결해 월평균 합산 소득이 50만원 이상일 경우 예술인이 신청하면 고용보험이 적용될 수 있다. 보험료율은 예술인의 보수액 기준 0.8%로, 임금 근로자와 동일하다. 예술인과 계약을 맺은 사업주에게도 같은 보험료율이 적용된다. 예술인이 구직급여를 받으려면 이직 전 24개월 중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한다. 노동자는 보험료 납부 기간이 이직 전 18개월 중 6개월 이상이어야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예술인도 노동자처럼 자발적으로 이직하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으나, 예술인의 특성을 고려해 소득 감소로 이직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경우는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직일 직전 3개월간 문화예술 용역 관련 계약으로 얻은 소득이 전년도 같은 기간 소득보다 20% 이상 감소해야 한다. 즉 1년간 100만원을 벌다가 이직 전 3개월간 80만원을 벌면 구직급여 지급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4.19혁명 관련 단체와 면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4.19혁명 관련 단체와 면담

    서울특별시의회 김인호 의장(더불어민주당, 동대문3)은 지난 30일 4.19혁명회 박종구 회장, 헌정회 유경현 회장 등 4.19혁명 관련 단체 대표 8명과 면담을 가지고, 4.19혁명 기념탑 건립에 대한 단체의 요구사항을 청취하고 향후 실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4.19혁명 관련 단체 측은 “4.19혁명 60주년을 기념하여 서울 광화문 청계천에 기념탑을 건립함으로써 당시의 뜨거웠던 민주정신을 계승하고 보존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국 곳곳에 산재한 기념탑들도 모두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당시 혁명의 중심지이자 목적지였던 광화문에 제대로 된 기념물을 설치하고, 수도 서울이 민주주의의 상징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단순히 기념탑만 건립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설을 함께 갖춤으로써,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명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은 “4.19혁명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었던 뿌리 중 하나로, 60년 전 희생을 기리고 후손에 전하기 위해 기념사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면서 “프랑스 파리 혁명기념탑처럼 서울 중심에 4.19혁명 기념탑을 건립하고자 하는 유공자와 유가족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장은 “4.19혁명 기념탑 같은 현충시설 건립은 서울시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국가보훈처와 함께 논의하고 추진하면 더욱 좋을 사안으로 보인다”면서 “국가보훈처, 서울시, 중구 등 국가기관과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사업이 될 수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타당성 조사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철승 한국입법학회 16대 회장 취임

    정철승 한국입법학회 16대 회장 취임

    한국입법학회 제16대 회장에 정철승(50·사법연수원 31기) 더 펌 대표변호사가 30일 취임했다. 임기는 1일부터 2023년 2월 말까지다. 정 신임 회장은 지식재산권·산업재해 분야 전문변호사로 친일재산 환수소송 등의 활동을 했다. 한국입법학회 감사, 법조윤리협의회 위원, 국가보훈위원회 위원, 산재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위원 등도 역임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본입찰 끝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현대重 vs 유진기업 3세 대결 주목

    본입찰 끝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현대重 vs 유진기업 3세 대결 주목

    최근 본입찰이 마무리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이 현대중공업과 유진기업의 맞대결로 정해진 가운데 인수전을 주도하는 두 회사 오너 3세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본입찰에 참여한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유진기업에선 유경선 회장의 장남 유석훈 상무가 각각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둘은 모두 1982년생으로 서울 청운중과 연세대를 함께 다닌 동기생이다. 현대중공업은 인수전 초기부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국내 2위 건설기계 회사인 현대건설기계를 거느리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뚜렷해서다. 두산그룹 재무구조 개편을 지휘하는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재무적투자자(FI)로 버텨 주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유진기업의 기존 행보를 볼 때 현대중공업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유진기업은 1954년 제과사업(대흥제과)을 모태로 현재는 레미콘, 건자재유통, 건설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창업주 유재필 명예회장에 이어 현재 회사를 이끄는 유경선 회장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승부사로 통한다. 2006년에는 대우건설 인수엔 실패했지만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을, 2007년에는 로젠택배와 하이마트를 인수하며 사세를 키운 주인공이다. 특히 하이마트 인수 당시에는 1조 9000억원 이상의 거액을 베팅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하이마트와 로젠택배는 다시 매각했지만 2016년 레미콘 회사인 동양과 2017년 현대저축은행(현 유진저축은행)을 다시 인수한 바 있다. 이번 인수전도 유 회장의 의지로 뛰어든 가운데 유 상무가 아버지를 도와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상무는 유진자산운용, 커니코리아(옛 AT커니) 등을 거쳐 2014년 유진기업 부장으로 입사했다. 2015년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뒤 승계를 위한 수업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유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진기업도 사업다각화와 글로벌시장 진출 등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다만 유진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842억원 수준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8000억~1조원)를 맞추려면 재무적투자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나쁜 노동에 사회적 공감 늘리고 기업익 감소 이끌어야”

    “나쁜 노동에 사회적 공감 늘리고 기업익 감소 이끌어야”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의 비극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매일 3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지는 참담한 현실은 반세기 전 청년 전태일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외침을 이 시대의 울림으로 환기시킨다. 코로나19라는 재난적 상황에 가려진 야간노동자의 노동은 고단하고 불안하다. 올 들어 알려진 택배노동자 죽음만 16명. 서울신문이 지난 12일부터 연재해 온 ‘당신이 잠든 사이, 달빛노동 리포트’를 통해 들춰 본 우리의 야간노동 양상은 노동자를 갈아 넣는 ‘나쁜 노동’이다. 마지막 회에서는 야간노동의 법적·제도적 사각지대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지난 12일 서울신문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에는 김영선 노동시간연구센터 연구위원, 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 집행위원장, 최은희 을지대 간호학과 교수(가나다순)가 참석했다. 안동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이 좌담 진행을 맡았다.-야간노동의 법적 정의와 법규가 미비하다. 박 교수 “국내법에서 야간노동과 관련한 규정은 제한적이다. 근로기준법의 조항 3개가 전부다. 제56조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57조 보상 휴가제, 70조 야간근로와 휴일근로 제한인데, 각각 야간 추가수당으로 주간 임금의 50%를 지급하도록 하고 이를 휴가 제공으로 대체하는 내용, 그리고 18세 미만 미성년자와 임산부의 야간노동을 제한하는 내용이 끝이다. 우리 사회가 야간노동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 “현재 많은 나라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만 좇아도 야간노동에 대한 유의미한 기준이 확립될 수 있다. ILO의 171호 ‘야간근로 협약´에는 야간노동자들이 무료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권리, 건강 악화 시 주간근무로의 대체 및 임금수준 유지 보장, 임산부의 특별 보호 조치까지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결사의 자유, 강제 노동 금지, 아동 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 4개 분야에 걸친 8개 ‘ILO 핵심협약’조차도 현 정부 들어 비준이 난망하다. ILO의 야간노동 협약부터 비준하고 이에 근거해 우리의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임금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근로기준법을 탈피해 특수고용노동자 등 모든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야간노동에 대한 법적 정비를 개선해야 한다.” 최 교수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야간노동의 기준은 6개월간 월평균 4회 이상 밤 12시~오전 5시에 일하거나 6개월간 오후 10시~오전 6시에 월평균 60시간 이상의 노동을 말한다. 그런데 이 60시간을 하루 8시간 기준으로 나누면 7.5일이다. 이게 맞는 기준인지 잘 모르겠다. 미국은 일상적 사회 생활이 가능한 시간 외에는 모두 야간노동으로 판정한다. 우리의 일상 시간과 대비해 야간노동을 언제로 판정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야간노동이 일상화된 노동 형태의 경향이 짙어진다. 박 교수 “젊은 사람들은 야간노동을 하다 건강이 나빠지면 조용히 그만둔다. 야간노동은 어찌 보면 미래의 노동력을 아주 빠른 속도로 갉아먹는 형태다. 기업에서는 노동자가 그만두면 새로운 노동자로 대체한다. 야간노동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노동자 개인과 사회가 부담할 뿐, 기업은 부담하지 않는다.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위험성을 고지한다. 하지만 야간노동은 위험성 고지가 없다. 소비자 자신도 생각해보면 노동자인데, 새벽 배송이 생기면서 노동자가 자신의 편익을 위해 다른 노동자의 건강과 시간의 결핍을 강요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진 위원장 “지난달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숨진 장덕준(27)씨는 태권도 유단자에 키 190㎝의 건장한 청년이었다. 작년부터 1년 4개월을 주당 40시간씩 야간 고정으로 일했다. 이런 청년도 야간노동으로 죽음에 이르렀는데, 산재 심사 때 야간 근무시간을 주간에 비해 30% 할증해서 계산해도 주 52시간밖에 되지 않아 산재 인증이 어렵다고 한다. 이건 문제가 많다. 누가 봐도 야간노동에 의한 과로사가 명백한데 기계적 근무시간 대입으로 보면 산재 심사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거다.” 김 위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수면 부족이 심각한 나라다. 야간노동의 심화는 수면 부족을 증대하고 사회 전체의 우울증과 정신질환 유병률을 높인다.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흐르고 있지만 사회적 경각심이 크지 않다. 단기적인 편익과 이윤의 측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는 야간노동 보수 규정은 문제가 없나. 김 위원 “24시간 굴러가는 사회경제 시스템 자체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이다. 야간 가산임금 1.5배 기준도 야간의 높은 노동 강도에 대한 노동계 반발을 무마시키는 역사 속에서 형성됐다. 현행 노동환경에서 안전 보장이나 휴식 조치, 보상 휴가제 등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1.5배 가산임금은 크지 않다. 야간 서비스에 대한 수익이 폭증하고 있는 기업으로선 싼값의 비용이다.” 진 위원장 “택배업계가 굴러가려면 물류센터에서 누군가는 야간에 화물 대분류를 먼저 해야 한다. 통상의 1.5배 야간수당이 노동자들을 야간 노동시장으로 유인한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유지하는 비용이다. 코로나 재난으로 인해 배송 물량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2배 이상 인상해야 한다. 사업주들이 야간노동을 시킬수록 이윤이 안 되는 구조가 되어야 하고, 야간노동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나쁜 노동’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도 커져야 한다.” 박 교수 “1.5배라는 수치의 양면성을 보자. 야간노동에 대한 보상적 성격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야간노동에 대한 규제적 성격도 있다. 애초의 규제 의도와 달리 지금은 야간노동 자체가 저임금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1.5배 수당이라는 추가 임금을 주기만 하면 된다. 야간노동을 하도록 유인하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기업의 투입 비용 부담은 수익에 비해 크지 않은 반면 위험 비용은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김 위원 “이 현상은 우리나라만 그렇다. 노동권이 강한 프랑스 등 유럽은 이미 야간노동을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한다. 반생태적 노동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사고와 질환 등 산재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데도 야간노동을 문제시하지 않으려고 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내고 의제화하지 않으면 야간노동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진 위원장 “택배노동자는 낮 12시에 까대기(택 배 분류)를 시작해 오후 5~6시에 첫 배송을 나선다. 이 시스템에서는 화물을 제시간에 다 소화하려면 새벽 3,4시까지 배송할 수밖에 없다. 택배노동자는 갑자기 아파도 용차(용달화물차)를 구해 업무를 메워야 한다. 내가 화물 1건당 700원을 받는데 용차비는 건당 2000원이다. 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아프면 쉴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 통계로는 야간노동자의 규모나 재해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최 교수 “관련 연구를 위해 찾아봐도 국가통계에서 야간노동과 관련된 조사 자료는 매우 부족하거나 없다. 데이터를 새로 만들고 축적하지 않는 이상 야간노동과 업무상 질병 간의 상관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 그나마 국민건강영양조사나 근로환경조사에서 야간노동에 대한 질문 항목이 있지만 이마저도 야간노동의 유무만 확인하는 정도다. 개별 노동시간의 데이터가 부족하다. 2012년 야간노동을 하는 간호사들의 건강 문제를 조사했지만 상당수의 유산과 불임에 대한 업무상 증명이 어려웠다.” -야간노동에 대한 정책·제도적 보완점은. 최 교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와 공동으로 야간노동의 사회적 손실비용을 분석<서울신문 11월 12일자 4면>하면서 의문도 있었다. 야간 시간에만 일하는 고정근무뿐 아니라 주야간을 교대로 일하는 노동자의 실태도 같이 살펴봐야 할 이유다. 개별 노동자들의 노동 형태에 따른 조사로 바뀌어 다. 현재는 야간노동 후 직접적으로 연관된 질환은 특수건강진단으로 확인하지만 야간노동이 매개가 된 주간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 진 위원장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보험과 관련해 이중 차별을 받는다. 일반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산재보험료를 100% 내주지만 특고직은 하청업체와 노동자 본인이 각각 50%씩 분담한다. 원청 업체는 한 푼도 부담하지 않는다.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가 1만 8000명인데 대리점주만 2000명이다. 기사 9명씩 데리고 있는 점주들은 1인당 2만 2000원씩 하는 20만원의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쓰라고 한다. 산재 심사에서 야간 근무시간을 주간보다 30% 할증하고 있지만, 임금은 50% 더 주는데 시간은 왜 30%만 가산하는지도 의문이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스마트폰 카메라로 QR 코드를 스캔하면 동영상 기사가 포함된 ‘달빛노동 리포트’ 인터랙티브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 SK그룹, 서린사옥 다시 산다

    SK그룹, 서린사옥 다시 산다

    SK그룹이 종로구 서린동 사옥을 다시 사들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이달 중순 하나대체투자운용 측에 서린빌딩에 대한 우선매수권(콜옵션)을 사용하겠단 의사를 전달했다. 우선매수권 행사 가격은 예비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이지스자산운용이 제시한 3.3㎡당 39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서린빌딩은 연면적이 8만 3801㎡로 인수가는 9900억원 정도로 계산된다. SK가 서린빌딩을 인수한 뒤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국토교통부에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예비 인가를 신청하고 이후 본인가 등을 거쳐 투자자 모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2005년 인천정유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서린빌딩을 약 4500억원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매각했다. 이후 서린빌딩을 임차해 사용해 왔다. 지하 7층, 지상 35층 규모의 SK 서린빌딩은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 E&S 등 주요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최태원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여의도와 을지로 등에 산재한 그룹 계열사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 생전에 건립을 추진했다. SK그룹 측에는 상징성이 큰 곳이다. 한편, SK그룹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함에 따라 이지스자산운용의 서린빌딩 인수는 무산됐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1500년 버텨온 ‘동방의 금자탑’… 만년 굳센 고구려 축조기술

    1500년 버텨온 ‘동방의 금자탑’… 만년 굳센 고구려 축조기술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 고구려 고분 유적1966년 1만1280기… 현재 6854기만 남아1~2세기 계장식·3세기 계단식 적석총 발전최종단계 모습 갖춘 ‘장군총’ 형식 완성北 “장수왕”… 南 “광개토왕” 묘주 이견200t 횡압 견딘 정교한 기술로 원형 유지적절한 거대함에 정교한 세부기법 백미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시는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 국내성이 있던 곳이다. 왕국의 수도는 성곽과 왕궁과 왕릉을 갖추어야 한다. 퉁고우(通溝)성이라 부르는 성곽이 바로 고구려 도성의 성곽이며, 시정부 청사 부근이 왕궁 터다. 그리고 십여기의 대형 왕릉이 산재하고, 그 최후의 완성작인 장군총이 우뚝 서 있다. ●국내성, 묘분총릉으로 남은 도성 첫 수도 졸본성은 현재 랴오닝성 환런(桓仁)현 오녀산성으로 비정한다. 고구려라는 이름은 ‘고구리’에서 왔고, ‘높은(高) 고을(구리)’이라는 뜻이다. 첫 수도의 지형이 곧 나라 이름이 됐다. 도시국가적 성격이 강했던 고대의 국(國)이란 도성을 뜻하는 한자이며, 국내(國內)란 ‘도성 안’이라는 의미의 땅 이름이다. 2대 유리왕이 서기 3년에 천도한 국내성은 20대 장수왕이 427년 평양으로 천도할 때까지 425년간 수도였다. 평양 천도 후에도 평양성, 한성(황해도 재령 비정)과 함께 고구려의 큰 중심 도시로 군사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668년 연개소문의 장남 남생은 형제 간의 권력투쟁에 밀려 국내성에 은신했고 당나라에 부역해 고구려 멸망에 앞장섰다. 이후로는 중국계 왕조의 영토가 되어 한국사의 범위에서 사라졌다.현존하는 국내성 일대의 중요한 유적은 거의 흔적만 남은 국내성과 환도산성의 성곽, 광개토왕비, 그리고 수많은 고분들이다. 고구려 고분은 1966년 조사 때 1만 1280기였는데, 1997년 통계는 6854기뿐이니 최근까지도 참담할 정도로 멸실되어 왔다. 600여년간 조성했던 고분들이 1400년 동안 파괴의 역사를 겪어 남은 것이 이 정도로, 전성기에는 최소 2만기 이상의 방대한 유적이었을 것이다. 5세기까지는 봉분을 돌로 쌓은 적석총, 그 이후는 흙으로 쌓은 봉토분으로 조성됐다. 국내성 일대에 현존하는 적석총, 즉 돌무지 무덤은 1700여기이며 추정 왕릉들은 모두 적석총이다. 무용총, 각저총 등 벽화로 이름 높은 무덤들은 돌방을 흙으로 덮은 봉토분들이다. 고고학에서 묘란 크고 작은 모든 무덤이며, 분총릉은 왕릉급 대형 무덤을 뜻한다. 그 가운데 매장자가 확실한 것은 릉, 매장자는 모르나 특징적인 유물이 출토된 것은 총, 매장자도 모르고 특징물도 없는 것은 분이라 부른다. 국내성 일대 왕릉으로 추정되는 대형 무덤은 13기 정도인데 서대묘, 칠성산211호분, 장군총, 태왕릉 등으로 다양하고 혼란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까닭이다.크고 높은 왕릉을 만들기 위해 초기에 발달한 축조법은 계장(階墻)식이다. 급경사지에 기대어 높은 돌담을 쌓고, 점차 낮은 돌담을 덧붙여 쌓는 방법이다. 완공되면 마치 아랫단부터 쌓아 올린 피라미드와 같은 모습이 된다. 국내성 일대의 계장식 적석총은 1~2세기에 조성된 마선구 626호분, 칠성산 871호분 등이다. 3세기부터는 완만한 경사지나 평탄지에 아래부터 여러 석단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계단(階段)식 적석총이 나타난다. 그리고 최종 단계인 천추총, 태왕릉, 장군총에 이르러 그 형식을 완성했다. 이 세 무덤은 7~11단을 계단식으로 쌓았고, 중간 단에 돌방을 만들어 관을 안치했다. 또한 최상단 위에는 기와집을 세웠던 흔적이 있다. 계장식 적석총은 밑변 길이 40여m, 높이 5m 이상의 큰 규모였고, 장군총을 제외한 계단식은 더 커져 밑변 60여m, 높이 10m 이상이었다. 대부분 붕괴되어 돌무지 언덕과 같이 남았지만, 뛰어난 기법으로 쌓은 장군총만은 그 온전한 모습이 남아 ‘동방의 금자탑’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금자(金字)탑이란 피라미드의 한자어다.●장군총, 동방의 금자탑 ‘장군총의 묘주가 어느 왕인가?’는 뜨거운 논쟁거리다. 서쪽 1㎞에 떨어진 태왕릉이 광개토왕릉, 장군총은 장수왕릉이라는 추정이 중국과 북한의 주류 의견이다. 그러나 평양 천도 64년 후에 죽은 장수왕이 굳이 국내성에 묻힐 이유가 없다. 따라서 장군총은 광개토왕릉이고, 태왕릉은 그 아버지 고국양왕릉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태왕이란 중국의 황제에 버금가는 고구려식 존호였고, 광개토왕뿐 아니라 고국원왕, 고국양왕도 태왕이라 불렀다. 밑면의 한 변 길이 31.6m, 높이 12.4m 규모다. 모두 7단을 쌓았고, 제4~5단에 석실을 만들어 묘실을 노출시켰다. 무덤의 표면은 잘 다듬은 사각형 큰 돌들을 쌓아 마감했다. 1100여개 마감돌 중 큰 것은 길이 5.7m, 너비 1.1m의 거석이다. 정방형 석실의 천장은 5평이 넘는 거대한 판석으로 덮었다. 제7단 위에 난간 구멍과 초석들이 있어 목조 기와집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이고, 중남미 마야의 피라미드는 제단이었다. 장군총을 비롯한 계단식 적석총 정상에 제사용 건물이 있었다면, 이집트와 마야의 기능을 합친 복합형 피라미드가 되는 셈이다. 장군총 뒤에는 2개의 작은 적석총 폐허가 나란히 남아 있다. 이른바 배장묘로 장군총 묘주와 밀접한 관계인의 무덤이라 보인다. 그 옆에 좁고 긴 돌무지 면이 있는데 제사를 지내던 제대로 추정한다. 제대를 가진 적석총이 대개 11기이고, 제대는 왕릉의 필수 요소였다. 무덤 주변으로 잔자갈을 넓게 깔아 묘역을 만들었고, 그 바깥으로 돌담을 둘러 묘역을 보호했다. 완성된 고구려의 왕릉을 그려 보자. 광활한 벌판에 능장을 둘러 독립된 묘역을 조성하고 배장묘와 제대를 부설한 뒤, 그 중심에 우뚝한 적석총이 산과 같이 모습을 드러낸다. 장군총이 아직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비밀은 정교한 축조기술에 있다. 우선 지하를 깊고 넓게 판 뒤 돌들로 단단히 다져 기초층을 만들었다. 기초부 자연석의 형태에 맞추어 1층 기단석들을 깎는 그렝이 기법을 사용했다. 모든 마감석 상부 끝 모서리에 돌출된 돌턱을 만들어 윗돌이 밀려나는 걸 방지했다. 돌을 많이 쌓으면 수직압력뿐 아니라 옆으로 밀치는 횡압력이 발생한다. 이전의 거대 적석총들이 붕괴된 가장 큰 이유다. 그렝이질과 돌턱은 횡압을 견디는 견고한 장치다. 제1층 석단에는 거대한 호분석을 기대 놓았다. 한 변에 3개씩 모두 12개에 이르는 호분석은 무덤의 총체적 횡압을 견디는 버팀돌이다. 하나의 무게가 20t 정도이니 어림잡아 200여t의 횡압을 1500년 동안 버텨 온 것이다.●고구려의 미학, 거대함에서 적정함으로 장군총의 주인공으로 회자되는 광개토왕이나 장수왕은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구가한 왕들이다. 그 이전의 고구려는 잦은 외침으로 수도까지 함락당할 정도로 국력이 충분치 않았다. 왕권과 국력으로만 따진다면 훨씬 더 거대한 왕릉을 만들 수 있었지만, 장군총은 오히려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직전의 태왕릉은 한 변이 66m, 장군총은 그 절반이다. 이전의 모든 거대 적석총은 무너졌지만 4분의1 면적으로 축소된 장군총은 무너지지 않았다. 앞서 말한 정교한 기술들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규모를 축소해 돌의 총무게를 줄인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거대함 속에는 늘 붕괴의 위험이 도사리게 된다. 태왕릉에서 출토된 전돌에 이렇게 쓰여 있다. “태왕릉이 산악과 같이 안정되고 견고하길 소망합니다.” 천추총에서도 문자 전돌을 발견했다. “천추와 만년의 세월 동안 견고하기를.” 무너질 줄 알면서 왜 그리 거대하게 쌓았을까? 권력이 약하면 허장성세가 커지지만, 충분히 강해지면 안팎이 일치하는 균형을 잡게 된다. 이전의 적석총들이 지나치게 커서 축소된 것으로 보일 뿐, 장군총 역시 거대한 크기다. 오히려 적절한 거대함이라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그러면서도 정교한 세부 기법으로 충만하다. 아름다운 거인이며, 세련된 군왕이다. 장묘법은 가장 바뀌지 않는 풍습이어서 종족적·지역적 문화의 지표가 된다. 그러나 고구려의 묘제는 단순 돌무지무덤에서 출발해, 계장식 적석총으로, 그리고 거대한 계단식 적석총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장군총은 거대 형태를 추구한 적석총의 완성작이자 최후작이다. 이후의 고분들은 묘실 안을 화려하게 장식한 봉토분으로 바뀐다. 이제 무덤은 겉보기 대상물이 아니라 내세의 행복을 위해 은밀하게 준비된 실내가 된다. 허장에서 내실로, 현실에서 이상으로, 거대함에서 적정함으로. 장군총은 그 역동적 변화의 씨방이었다. 또한 고구려 문화의 풍부함과 역동성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남겨진 화석이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벌금형 넘어 사업주 형사처벌… ‘죽음의 행렬’ 멈출까

    벌금형 넘어 사업주 형사처벌… ‘죽음의 행렬’ 멈출까

    ‘2013년 여수산업단지 대림산업 폭발 사고,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올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 용인 SLC물류센터 화재 사고….´ 우리나라에서 한 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2400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해마다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을 막겠다며 국회에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한창이다. 산안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민주당 박주민·이탄희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각각 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당론 채택을 망설이던 민주당은 지난 20일 “사실상 ‘당론’으로 볼 수 있다”며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역시 이번 주 별도 법안을 내놓기로 했다. 입법 과정에서 논의와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고, 중복·과잉 문제를 비롯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항도 있다. 산안법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의 차이점과 상호 관계, 법안을 둘러싼 논쟁을 짚어 봤다.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 범위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수의 피해자를 낸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즉 기업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도급, 위탁의 경우에도 그 형식을 불문하고 실질적인 사용자가 처벌받을 수 있도록 ‘경영책임자’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자’로 정했다.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킨 법인에 대해서도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물론 현행 산안법도 사업주의 각종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위반 사항이 드러나면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업장 안전·보건 책임을 책임자급이나 말단 관리자에게 위임해 놓는 경우가 많아 경영책임자 등은 처벌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개정 산안법은 이미 존재하는 산안법의 틀 안에서 사업주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기업 자체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대신 사업주와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부과하는 벌금의 하한액을 개인 500만원, 법인은 3000만원으로 규정해 처벌을 강화했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한 번에 3명 이상의 노동자가 숨지거나 1년 동안 3명의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최대 100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벌금을 높여도 법원이 형을 낮게 선고하면 그만이니 법원을 통하지 않고 행정처분으로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과징금’을 도입한 것이다.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두 법은 목표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에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할 포괄적인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묻는다면, 산안법은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부적인 위험 요소에 대한 안전 의무 조치를 정하고 각각의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안법만으로는 노동자의 안전 보호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우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이중 그물망을 쳐 기업의 최고책임자와 법인을 처벌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대안으로 산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지만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한 장 의원도 두 법안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지난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중대재해법에서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산안법 등에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산안법이 더 꼼꼼하고 튼튼해져야 중대재해법이 제정됐을 때 더 빈틈없이 처벌할 수 있는 구조로 두 법안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정의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사망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 사람이 다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사망 시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고, 상해 시 3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만약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지 않고 산안법 개정안만 국회를 통과한다면 노동자 사망 시 사업주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리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 의원이 발의한 산안법 개정안의 문제는 동시에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을 때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라며 “산업현장에서 동시에 3명 이상이 사망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이렇게 따지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사례가 거의 없어 실효성이 없다. 과징금을 사고의 경위에 따라 여러 액수로 구성해 1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서도 처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시설점검이나 현장감독 등 안전 직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재해를 야기한 결재권자인 공무원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규율 대상에 사업장만이 아니라 공중이용시설과 공중교통수단을 포함하고, 적용 대상도 종사자뿐 아니라 이용자로 확대했다. 기업의 위험 방지 의무 위반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 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다. 다만 이러한 규정들이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작용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 교수는 “산안법에도 징역형, 벌금형, 과태료 등이 다 있는데 징역형은 선고되는 사례가 1년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결국 이렇게 특별법을 만들어도 법원이 선고하지 않으면 달라질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이 입법 취지에 맞게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꾸준히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유사한 유형의 과실범, 안전 의무 위반범에 대한 법정형에 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검토보고서에서 “중대재해 발생이라는 사실상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일반법으로 볼 수 있는 산안법에서 처벌되지 않은 자를 특별법을 만들어 처벌 범위 내에 포함시키면서 기존 일반법의 처벌 대상자보다 더 과중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 처벌 조항 역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는 “직무유기는 범죄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 벌금형으로 3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산안법에 처벌 규정이 있어도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던 원인을 따져 봐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를 넘어 사회적 재난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법으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10만 국민청원을 통해 만들어진 법안이라는 데 대한 정치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단독] “싸우지 않으면… 우리 아들·딸들이 또 다칩니다”

    [단독] “싸우지 않으면… 우리 아들·딸들이 또 다칩니다”

    “밤까지 죽도록 노동하는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나라는 미친 것 같아요.” 산업재해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의 활동가인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과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다’는 현장마다 달려간다. 자녀의 산재 사망 후 두 사람은 모든 산재 죽음이 내 것처럼 아프다. 이 이사장은 2016년 10월 26일 드라마 제작 현장의 노동 착취 행위를 고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한빛(당시 27세) PD의 아버지다. 김 이사장은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당시 24세)씨의 어머니다. 두 활동가를 지난 18일 국회 앞 민주노총 농성장에서 만났다. 이들은 ‘다시는’의 이름으로 다른 산재 피해 가족들과 함께 노동자 건강권 확보 활동을 한다. 두 가족을 포함해 총 일곱 가족이 연대한 계기는 ‘유가족 자조 모임에서 그치지 말고 내 자식의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또 다른 산재 사망을 막아 보자’는 데 있다. 이한빛 PD와 김용균씨는 치열하게 일하다 스러진 야간노동자다. 이한빛 PD는 드라마 촬영 55일 동안 단 이틀만 쉴 수 있었다. 오전 4시 퇴근했다가 2시간 남짓 쉬고 다시 출근하는 등 ‘디졸브(오늘과 내일이 경계 없이 겹치는) 노동’을 했다. 이 활동가는 “한빛이는 촬영 기간을 단축해 제작비를 아끼려는 방송 현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죽었다”고 말했다. 김용균씨도 조도 1룩스(1m의 거리에서 표준 크기의 촛불 1개가 내는 밝기)의 어둡고 위험한 현장에서 홀로 야간 근무를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2인1조 야간 근무 원칙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지켜지지 않았다. 김 활동가는 “용균이는 안전 감수성과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기업 때문에 죽었다”며 “입사 후 한 달 반 만에 10㎏ 가까이 빠진 아들에게 ‘힘들면 관두라’고 했더니 용균이가 ‘해 볼 때까지 해 보겠다’고 말하더라”며 아들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안쓰러움을 전했다. 두 사람은 아들들의 죽음에서 절망스러운 현실을 봤다. 죽음에 책임이 있는 회사는 두 청년을 비난했다. 김용균씨가 안치된 태안의료원을 찾은 하청업체 임원은 “용균이가 일도 잘하고 착실했지만 고집이 있는 것 같다”면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고 가지 말라는 곳을 가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CJ E&M은 이한빛 PD의 근태 불량과 부적응 문제를 제기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나도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지친 노동자를 2~3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불러내 독촉하고 등 떠미는 관리자로서의 삶은 가장 경멸하는 삶이기에 더 이어 가기는 어려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시는’이 총력을 펼치는 활동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다. 노동자 사망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다. 현재의 근로기준법으로는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나 특수고용 노동자 등을 보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업 역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였지만 이한빛 PD의 죽음 후 법이 개정돼 2018년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이 활동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누구든 일하다 죽지만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더불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특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내용을 담은 게 전태일 3법”이라고 호소했다. 두 활동가는 아들들의 죽음에 덧씌워진 ‘돈 벌려고 야간 노동을 선택한 건 본인’, ‘힘들면 관두지 왜 죽냐’는 잘못된 비난이라고 했다. “우리는 어디서든 일하면서 돈 버는 현실에 살아요.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선택의 사항이 아닙니다. 과로와 위험을 감내하면서 만드는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에요. 소중한 자식들을 마구잡이로 갖다 쓰게 만들어선 안 됩니다.”(김 활동가) ‘다시는’은 더이상 새로운 피해 가족이 참여하지 않는 날을 꿈꾼다. 김 활동가는 “사람이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산재 사고들이 제대로 진상 규명이 이뤄졌는지, 책임자는 처벌됐는지 우리 사회가 끝까지 눈 뜨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기사에 담지 못한 야간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서울신문 인터랙티브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nightwork/)에서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