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가닥
정부가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기업 정책의 근간인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올해 끝나는 데 따른 결과다. 다만 폐지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내년과 2008년을 놓고 부처간 조율중이다. 16일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재경부, 공정위, 산업자원부 등 관련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총제 폐지 여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재경부는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폐지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자부는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는 출총제를 폐지하되 소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출총제는 지배주주가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실제 지분율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소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인 만큼 폐지할 경우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의 지배력 집중 문제는 금융기관의 여신제도와 사외이사제 등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유일하고 대기업의 투자에 방해가 되는 출총제는 폐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공정위도 오는 7월1일부터 관련부처, 재계, 시민단체 등과 함께 이른바 ‘시장경제선진화 태스크 포스(TF)’를 구성, 출총제 폐지와 대안 등을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출총제 개편방안이나 폐지 일정 등은 확정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대한상의 기업인 특강에서 “출총제가 기업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말해 출총제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출총제 폐지를 공론화했고 재경부와 산자부도 이미 폐지를 기정사실화했다. 출총제는 자산 6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타기업 출자한도를 순자산 25%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1987년에 도입됐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기업사냥에 나서는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로 1998년 2월 폐지됐다가 순환출자로 대기업 집단의 내부지분율이 50%를 넘어서자 2001년 재도입했다. 이후 2003년 시장개혁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3년 뒤 시장상황을 평가해 출총제를 포함한 대기업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발표했었다. 일본은 출총제와 비슷한 ‘대규모 회사의 주식보유 총액제한제도’를 2002년 11월 폐지하면서 시장집중과 소유집중에 대한 규제를 혼합, 사업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기업집단 설립이나 전환을 금지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한편 올해 출총제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SK,LG, 롯데,GS, 한화, 두산, 금호아시아나, 동부, 현대,CJ, 대림, 하이트맥주 등 14개로 지난해보다 3개가 늘어났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