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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ul In]

    도봉구(구청장 최선길)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오는 25일∼10월10일까지 ‘행복·건강한 가정 만들기’ 프로그램의 참가자를 선착순 모집한다.10월21일 60세 이상 노인을 위한 ‘신바람 웃음 건강체조 교실’을 연다. 또 가족상담실에서는 결혼, 이혼, 상속 등 가정법률상담과 고부문제, 자녀, 부부문제를 상담해 준다. 도봉건강가정지원센터 2289-1536. 금천구(구청장 한인수) 한인수 구청장은 18일 오후 7시 찾아가는 문화공연의 일환으로 삼성산자락에 자리한 전통사찰 호압사 앞마당에서 열린 산사 음악회에 참석했다. 이날 산사음악회에는 인기가수 해바라기, 김태곤과 판소리 가수 등의 공연이 진행됐다. 한 구청장은 “산사 음악회가 가을정취도 만끽하고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과 890-2410. 성동구(구청장 이호조) 19일 오후 2시부터 ‘북한과 통일관련 퀴즈대회’를 연다.TV골든벨 형식으로 진행되며 지역 11개 중학교 22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한다.1차 예선에서는 OX 퀴즈로 본선 진출자 50명을 뽑는다. 문제 푸는 중간에 행운권 추점을 실시, 문화상품권과 자전거 등의 푸짐한 상품을 나눠 준다. 대상은 민주평통 성동구협의회 회장상 장학증서 50만원이 수여되며 우수상 장려상에게는 각 30만원,2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자치행정과 2286-5136.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 16일부터 신설동분회 경로당 외 115곳의 노인시설 등에 가스 안전타이머를 부착했다. 타이머는 지정해 둔 시간이 지나면 밸브가 자동으로 잠겨 화재사고를 예방하는 장치다. 관내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는 노인여가시설에 안전타이머를 설치, 가스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가정복지과 2127-4232.
  •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충주호 재발견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충주호 재발견

    충북 충주와 제천, 단양 등에 걸쳐 있는 충주호는 국내 두 번째로 큰 인공호수다. 저수용량 27억 5000만㎥. 가늠조차 어려운 크기다. 이처럼 거대한 호수를 즐기기 위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자동차 드라이브다. 충주호 조성 당시 기대됐던 ‘충주호 물길 100리 르네상스’는 빛바랜 느낌이 없지 않지만,‘한국 최고의 호안(湖岸)’이라 평가받는 드라이브 길은 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90리 남짓한 비포장길을 새로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소수의 여행자들만 찾던 그 길이 알려지면서 그간 꼭꼭 숨겨져 있던 충주호의 비경들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흙길 곳곳에서 만나는 고즈넉한 시골마을과 문화유적들은 풍경의 덤. 이제 얼마 뒤면 호수는 가을옷으로 갈아입을 게다. 충주호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며 자동차 한가득 가을의 정취를 담아오는 것도 좋겠다. ●비포장길에서 만난 그림 같은 호수 충주호는 도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펼쳐 보인다. 충주댐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돌면 비포장길을 따라 오밀조밀하고 섬세한 여성적인 풍경을, 오른쪽으로 돌면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우람하고 선 굵은 남성적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우선 왼쪽길. 충주 시내에서 목행대교를 건넌 뒤 용교삼거리를 끼고 우회전하면 532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동량면 하천리를 거쳐 제천시 금성면까지 이어진 길이다. 쉬 보기 어려운 충주호의 풍경들과 만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단, 이 길의 대부분은 비포장이란 점을 잊지 말 것. 자동차의 ‘안위’가 염려돼 그림 같은 호수 풍경을 기꺼이 포기하겠다면 하천리 하천대교쯤에서 돌아 나오시라. 동량초등학교를 지나 하천리 방향으로 가다 보면 빨간 사과들의 유혹에 절로 차가 멈춰진다. 장선마을이다. 충주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생산한다는 곳. 사과가 탐스럽게 열려 있는 나무마다 아래에 은박 코팅 비닐을 깔아 놓았다. 햇빛을 반사시켜 속속들이 붉어지라는 뜻에서다. 박선예(53) 충주시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충주호의 물안개가 밤사이 사과 표면을 차갑게 식힌 뒤 해가 뜨면서 온도가 오르는 현상이 반복돼 당도가 높아진다.”고 하니, 호수는 세세한 곳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넉넉함을 나눠 주는 모양이다. 하천리 하천대교에 이르면 비로소 남한강의 장중한 물줄기와 마주하게 된다. 호수 위로 쏟아져 내린 햇살을 받아 은빛 물비늘들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충주호는 이처럼 물이 가득 찼을 때와 갈수기 풍경이 사뭇 다르다. 호수 아래의 온갖 것들이 드러나 다소 황량한 풍경을 그려내는 갈수기에 비해 물이 가득 찬 요즘은 풍만하고 여성스런 곡선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사람들이 충주호를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안을 가진 곳이라고 치켜세우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게다. ‘하늘 향한 희망의 안테나’ 솟대들이 늘어선 솟대마을을 지나면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제천시 금성면까지 대략 37㎞ 거리. 비포장이라고는 하나 승용차가 다니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흙길에 들어서면 리아스식 호안을 따라 마을 가장자리까지 마중나온 호수의 푸른 물과 만난다. 골자리마다 수상 좌대가 들어차 있고, 숲과 물이 어우러지며 그림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호수와 나란히 달리는 길이 아니라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 나무 저 나무 꾸밈없이 섞여 있는 에움길을 몇 굽이 돌면 제천시 오산리다. 낚시터로 많이 알려진 곳. 이곳을 먼저 찾은 이들은 낚시인들이었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모두의 것일 터다. 밤송이들이 폭죽처럼 터지는 밤나무 아래로 파란 하늘을 가득 담은 호수가 ‘명경지수란 이런 것’이라며 말을 건네는 듯하다. 호수에 얼굴을 비추며 나르시시즘 놀이를 즐겨 본다. 하늘도 호수도, 나도 모두 한 곳으로 갈무리되는 느낌이다. 부산리, 사오리 등을 줄줄이 지나고 나면 황석리다. 이곳부터 방우리에 이르는 구간에서 호수는 절정의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다. 박선예 해설사의 ‘강추’ 구간이기도 하다. 물에 잠기기 전에는 봉우리였을 산자락들이 다도해의 섬처럼 두둥실 떠 있고, 멀리 뒤로는 소백산맥의 준봉들이 주름살같이 마루금을 좁히고 있다. 이런 길이라면 풍찬노숙도 마다 않고 찾을 만하다. ●내륙의 바다를 만끽하다 이번엔 오른쪽길. 충주댐에서 36번국도를 따라 마즈막재를 지나 단양의 장회나루까지 이어져 있다.‘내륙의 바다’로 일컬어지는 충주호의 장대함과 선 굵은 암릉들에서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겨 나오는 코스다. 장회나루 가기 전 제천시 수산면에서 청풍방면 82번 지방도로로 내려서는 게 좋다. 청풍대교에서 직진해 597번 도로를 타고 제천시 금성면으로 향할 수도 있고, 우회전해 능강 등을 거쳐 장회리 인근에서 36번국도와 다시 만날 수도 있다. 익히 알려진 충주호의 정통 드라이브 코스가 바로 옥순대교를 건너 능강까지 이어진 597번 지방도로다. 기왕 나선 길, 장회나루까지는 가야 한다. 예사롭지 않은 바위산들이 호수 주변으로 이어져 있어 충주호 최고의 선상 유람 코스로 꼽힌다. 장회나루에서 단양으로 향하는 장회재 구간도 빼놓을 수 없다.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이 길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올려놓았다. ●전 세계 무술고수들을 만난다 ‘무술로 세계가 하나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충주세계무술축제(www.martialarts.or.kr)가 한국을 비롯해 28개국의 무술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다음달 2∼8일 충주 유엔평화공원 터에서 개최된다. 사바테(프랑스), 펜칵실라트(인도네시아), 아르니스(필리핀), 크라슈(우즈베키스탄), 불가리안캠포(불가리아) 등 각국의 대표 무술이 총집합하는 진귀한 축제다. 대회 참가 무술인들로부터 여러 나라의 전통무술을 배우는 체험도 할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글·사진 충주·제천·단양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043)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충주 나들목→충주호. 충주시 관광과 850-6723. ▶잘 곳 온천을 겸해 수안보에서 하루를 묵어도 좋겠다. 수안보상록호텔은 일요일 투숙객에 한해 숙박+식사 2회(조·석식)+온천사우나 이용권(2인 기준 2회) 등을 8만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845-3500. ▶맛집 가금면 중앙탑 인근 중앙탑오리집은 담백하고 연한 오리탕(3만 5000원)을 2대째 가업으로 잇고 있는 집.857-5292. 전통 꿩요리의 진수는 대장군식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846-1757. ▶둘러볼 곳 충주시는 매주 일요일 문화유적투어를 운영한다. 중앙탑, 탄금대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참가비는 없고,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11월 말까지.850-7468. 호암지 인근 택견전수관은 전통무예 택견의 모든 것을 담아둔 곳.847-7044. 와인 애호가라면 박달재와 충주댐 사이에 있는 묵은지·와인터널을 놓쳐선 안 된다.851-3630.
  • 예향 광주, 미술에 취하다

    예향 광주, 미술에 취하다

    광주는 지금 미술잔치로 온도시가 통째로 들떠 있다. 지난 5일 개막한 제7회 광주비엔날레는 11월9일까지 긴 전시 여정에 들어갔다. 참여작가는 세계 36개국 127명.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대면한다는 건 짜릿한 즐거움이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도 잠시. 막상 작품들의 홍수에 맞닥뜨리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해진다. 비엔날레 관람 경험이 없는 이들에겐 감상포인트를 찍기가 버거운 게 사실이다. 꼼꼼히 뜯어보기로 한다면야 하루해가 짧다. 하지만 바쁜 세상. 미리 개괄적인 정보를 갖고 핵심만 콕콕 찍어보는 순발력을 발휘하면 당일치기 관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요 행사장을 중심으로 관람지도를 그려본다. # 비엔날레 전시관 중외공원에 있는 메인 전시공간.1층 전시장 초입에서부터 눈이 즐겁다. 박제동물들을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놓은 설치작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힘 숀펠트의 ‘네 명의 음악가’. 고전동화 ‘브레멘의 네 명의 음악가’를 비틀어 재현한 것으로, 의사소통 과정에서 빚어지는 오해와 착각을 은유했다. 내용을 알고보면 흥미 두 배인 볼거리. 전시장을 돌기 전에 알아둘 기본정보가 있다. 올해 비엔날레는 특정 주제 없이 최근 해외에서 열린 주요 기획전들의 일부를 옮겨놓았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일관된 주제의식 아래 작품을 둘러볼 수 없어 감상이 산만한 것이 흠이다. 기획자(오쿠이 엔위저 총감독)의 취향에 따라 세계 여러 곳의 기획전들을 모자이크해 놓은 탓에 난해한 현대작품들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세계 화단을 주도하는 대형 작가들의 이름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거꾸로, 수십개 기획전의 묘미를 한자리에서 압축해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최고 스타급인 독일 작가 한스 하케의 작품은 꼭 챙겨볼 것. 물결치는 거대한 흰 천이 전시장을 압도하는 ‘넓고 흰 물결’, 닳아빠진 소파를 동원해 빈부문제를 환기시키는 ‘빈국에서 부국으로의 이동’은 전시장의 꽃이다. # 거장을 만나는 광주시립미술관 메인 전시관 뒤편의 시립미술관에는 대형 작가가 버티고 있다. 건물을 잘라 조각과 행위예술을 넘나드는 ‘아나키텍처’란 장르를 개척한 미국 출신의 세계적 거장 고든 마타-클락의 작품이 와 있다. 지난해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회고전 일부를 옮겨왔다. 주택을 절반으로 자른 화제작 ‘둘로 쪼개기’를 비롯해 회화, 영화, 사진, 작가의 메모장 등이 두루 소개된다. # 대인시장,“미술은 살아 있다∼” “미술은 살아 꿈틀대는 생물”이라고 웅변하는 ‘복덕방 프로젝트’(기획 박성현 큐레이터)가 한창이다. 퇴락한 재래시장 곳곳의 빈 점포들이 생기와 기발함으로 중무장한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붉은 비닐포대에 바늘과 실로 사람 형상을 수놓은 마문호의 ‘열망:천 개 만 개 꽃을 피우다’, 버려진 홍어 생식기를 탁본 석고작업해 소외계층들의 현주소를 은유한 박문종의 ‘1코 2애 3날개 4속살’ 등이 그들. 시장사람들의 왁자한 일상언어들과 버무려진 미술현장의 묘미가 기대 이상이다. # 한숨 돌리며 찾는 의재미술관 메인 전시관, 시립미술관, 대인시장까지 밀도 있게 돌고 나서 쉬엄쉬엄 완상하면 좋겠다. 성(性)관음증의 인간욕망을 적나라하게 투사한 일본작가 고헤이 요시유키의 사진이 특히 흥미롭다. 작품에 대한 큰 기대를 갖지는 말 것. 의재 허백련의 유작들 사이사이에 출품작들이 끼여 있어 다소 산만하다. 하지만 비엔날레 관람을 차분히 마무리하기엔 더없이 맞춤한 공간이다. 걸어 내려오는 무등산자락의 초가을 공기가 달다. 광주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충북 황간 ‘한천 8경’ 백미 월류봉

    충북 황간 ‘한천 8경’ 백미 월류봉

    인적 드물어 괴괴한 계곡,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며 쏟아낸 교교한 달빛으로 가득찬다. 추석을 앞둔 보름달이라서인지 여간 크고 휘황하지 않다. 계곡 아래로는 ‘차가운 물’이란 뜻의 한천(寒泉)이 달빛을 받아 더욱 차가운 빛을 발하며 휘돌아 간다.‘보름밤이면 달님도 머물고 간다.’는 충북 황간의 월류봉(月留峰) 밤풍경이다. 충북 내륙의 대표적인 오지. 깨끗한 계곡수와 빼어난 자태의 산을 찾는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은근히 잦은 곳이다. 혹시 달빛과 함께 하는 늦여름 휴가를 계획하는 당신이라면 황간에 주목하시라. 잘 뚫린 고속도로 덕에 수도권에서 두 시간 반이면 닿는다. “선뜻!뜨인 눈에 하나 차는 영창 달이 이제 밀물처럼 밀려오다. 미욱한 잠과 베개를 벗어나 부르는 이 없이 불려나가다. 한밤에 홀로 보는 나의 마당은 호수같이 둥그시 차고 넘치노나. 쪼그리고 앉은 한 옆에 흰돌도 이마가 유달리 함초롬 고와라./하략” ●뽀얀 물안개와 정자가 운치 더 해 황간 인근의 옥천에서 나고 자란 시인 정지용이 쓴 시 ‘달’의 한 구절이다. 월류봉 초입에 세워진 ‘달’ 안내판을 곁에 두고 산봉우리 위로 떠오른 만월을 보자니 시구절 자자구구가 선연히 가슴에 맺힌다. 월류봉은 영동의 명산인 민주지산에서 내달린 산자락이 황간면 원촌리에서 한천과 만나 불끈 솟아 오른 봉우리다.‘명품’이라 불러도 좋을 멋들어진 형태의 봉우리들이 어깨를 맞닿은 채 능선을 이루고 있다. 황간의 자랑인 ‘한천8경’은 이 월류봉을 비롯한 산줄기들이 품고 있는 여러 비경들을 이르는 말에 다름아니다. 월류봉이 한천과 몸을 섞는 끝자락에는 서수(瑞獸)의 뿔처럼 기암 하나가 솟아 있다. 그 위에 단청 곱게 칠한 정자가 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한천8경의 백미는 단연 월류봉이다. 말 그대로 ‘달이 머무는 봉우리’. 월류봉을 타고 오른 달이 서편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월류봉 주위에 시립해 있는 사군봉 능선을 따라 흐르듯 사라진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비를 뿌려대던 먹장 구름이 사라지며 맑게 갠 밤하늘. 월류봉 절벽을 타고 오르던 보름달이 봉우리 사이에 그야말로 ‘휘영청’ 걸려 있다 때마침 차가운 한천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부딪히며 몽실몽실 안개를 피워 올린다. 구름을 닮은 안개는 때론 월류봉을 가득 품었다가, 또 때론 산 중턱을 어루만지며 흘러 가기도 하는데, 보름달과 어우러져 선계(仙界)가 따로 없을 풍광을 펼쳐 낸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킹콩’이 포효하던 안개섬을,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할 만한 풍경이다. 혹시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원권 지폐 속 ‘일월오봉도’가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달빛에 홀린 월광병 환자를 루너티큐(lunatique)라 했던가. 함께 가자는 듯, 달이 손짓해 부르는 것만 같다. 월광병 환자가 될망정, 부디 이 밤 더디 새시라. ●미루나무와 모래밭, 징검다리가 있는 풍경 월류봉 아래를 흐르는 한천은 물이 차다해서 붙은 이름이다.“물한계곡 등 깊은 계곡을 돌아 나온 물이 도무지 덥혀질 틈이 없어 여느 계곡수에 비해 차다.”는 것이 고형청(66) 영동군청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냉천(冷泉)이라고도 불리는데, 지금은 사라진 한천8경의 하나인 냉천정도 거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실제 들어가 보면 얼음장처럼 차지는 않다. 그저 시원하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모래밭과 미루나무가 있는 풍경과 마주한다. 어릴 적 마을 앞 개천에서 흔히 보았던 낯익은 풍경이다. 모래밭을 가로질러 산자락을 20m쯤 오르면 정자에 닿는다. 이 곳에서 바라 보는 풍광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월류봉은 맞은편에서 보면 암릉들로 이뤄진 악산이지만, 뒤편에 보면 산세가 유순한 토산이다. 지레 겁먹고 등산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우천리를 들머리 삼아 월류봉을 거쳐 원촌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4시간 정도 걸린다. 월류봉 정상에서는 한반도를 빼닮은 원촌리 마을을 볼 수 있다. 월류봉에서 국도를 빠져 나오면 경북 상주시와 이웃한 석천계곡과 만난다. 계곡길은 500년된 배롱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기 시작한 반야사까지 이어져 있다. 절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 보면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다. 물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가 더없이 청신하다. 천길단애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문수전도 빼놓지 말아야 할 감상 포인트.200여개의 계단을 올라 문수전에서 바라 보는 계곡의 자태가 빼어나다. ●포도밭에서 열리는 국악축제 충북 영동군은 주곡리, 심천리 등 포도 명산지들을 아우르고 있는 국내 포도 생산 1번지.‘국악·포도·와인과 함께 하는 한여름의 축제’란 주제로 22∼26일 영동군 일대에서 신명나는 축제가 열린다. 난계(蘭溪) 박연의 국악 얼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난계국악축제는 올해로 41회째다. 세쌍둥이 국악그룹 아이에스(IS), 한스밴드, 김수철, 심수봉, 윈디시티, 노브레인, 숙명가야금연주단, 서울시립예술단 등 36개 팀 300여명이 출연한다. 국악기 제작 체험, 궁도대회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영동포도축제도 같은 기간에 열린다. 나만의 와인만들기, 포도밟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영동군민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토종 와인업체 와인코리아는 축제를 기념해 ‘국악와인’ 1만병을 한정 생산한다.“참나무(오크)통에 담긴 채 CD를 통해 국악연주를 들으며 익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축제 기간 중 병당 3만원에 판매할 예정. 와인제조 공장과 와인을 숙성시키는 와인터널 등을 둘러보는 ‘와이너리 투어’, 와인족욕 체험 등도 즐길 수 있다. 글 사진 황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043)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황간나들목→삼거리 우회전(추풍령, 김천 방향)→황간 소재지 전 마산삼거리 좌회전→원촌교→월류봉. 영동군청 문화공보과 740-3201. 와인코리아 744-3211∼5. ▶맛 집 30여년 전부터 한천에서 잡아 올린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내는 한천가든은 민물매운탕과 복요리가 유명하다.742-5056. 백두산식당은 생선국수가 별미인 집.742-4364. ▶잘 곳 월류봉 앞에 월류봉(742-8652)과 달이 머무는 집(742-4347) 등 민박집이 있다. ▶주변 볼거리 ▲물한계곡은 황간에서 579번 지방도로를 타고 상촌 쪽으로 가다 만나는 골 깊고 물 맑은 경승지. 기암괴석과 폭포가 연이어 펼쳐진다. ▲노근리는 6·25전쟁 당시 미군이 250여명의 양민을 학살한 통한의 현장. 황간 나들목에서 영동 방면으로 2㎞ 거리에 있다. 콘크리트 교각에 아직도 총탄 자국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밖에 민주지산, 천태산, 옥계폭포,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 영화 ‘집으로’ 촬영지 등도 둘러볼 만하다.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지리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지리산

    지리산은 남한의 어느 산보다 덩치가 크다. 한반도 산줄기의 근간을 이루는 백두대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산군에는 남한 내륙의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을 비롯하여, 제석봉(1806m), 촛대봉(1704m), 명신봉(1652m), 칠선봉(1576m), 토끼봉(1534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 등 1500m가 넘는 산봉우리들이 장장 45㎞에 이르는 주릉을 형성하며 솟아 있다. 높은 봉우리들이 연이어진 고산능선에서 흘러내리는 유장한 계곡들 또한 남한의 다른 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경관을 연출한다. ●식물 1500여종 서식… 학명 ‘지리산´ 꽃 즐비 지리산은 산세가 웅장한 만큼 그곳에 살고 있는 식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산자락을 포함해서 지리산에는 대략 1500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남한에서 한라산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이며,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 800m급 산에 700∼800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에 비하면 2배쯤 많은 숫자다. 이처럼 풍부한 지리산 식물들 가운데는 북방계 식물 또는 고산식물로 분류할 수 있는 구름병아리난초, 금강애기나리, 기생꽃, 너도바람꽃, 땃두릅나무, 만병초, 산오이풀, 자주솜대, 참바위취, 회목나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지리산 능선을 대표할 만한 식물들로 다른 산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곳 지리산이 분포의 남방한계선에 해당하므로 더욱 의미가 크다. 북방계 식물들이 지리산 높은 곳에 자라고 있는 것은 빙하기때 남쪽으로 내려왔던 북쪽 식물들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고산지역에만 살아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거나 채집되어 우리말 이름에 ‘지리’ 또는 ‘지리산’이 붙은 식물들도 있다. 지리강활, 지리고들빼기, 지리괴불나무, 지리대극, 지리대사초, 지리말발도리, 지리바꽃, 지리사초, 지리실청사초, 지리오리방풀, 지리터리풀, 지리산고사리, 지리산괴불나무, 지리산김의털, 지리산바위떡풀, 지리산숲고사리, 지리산싸리, 지리산오갈피, 지리산하늘말나리 등이 그것이다. 또한, 학명(學名)에 지리산을 뜻하는 말이 붙은 것도 여럿 있다. 한국특산식물인 누른종덩굴의 학명에는 ‘지이산엔시스(chiisanensis)’가 붙어 있는데, 이것은 ‘지리산의’ 또는 ‘지리산에 자라는’이라는 뜻이다. 우리말 이름이나 학명에 지리산을 뜻하는 말이 붙지 않았지만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된 노각나무와 모데미풀 같은 식물들도 있다. ●가시오갈피나무·깽깽이풀 등 보호식물 지정 지리산 식물들 가운데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도 많다. 특산속(屬)에 속하는 모데미풀은 물론이고, 구상나무, 금마타리, 노랑매미꽃, 누른종덩굴, 산앵도나무, 세모부추, 세뿔투구꽃, 지리고들빼기, 히어리 등의 특산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멸종위기식물들도 있는데,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한 가시오갈피나무, 깽깽이풀, 기생꽃, 세뿔투구꽃, 자주솜대, 천마, 히어리 등이 자라고 있다. 지리산에 이처럼 다양한 식물이 살 수 있는 것은, 너른 산세에 걸맞게 독특한 조건을 갖춘 식물생육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생육지는 고산능선으로서 해발 1500m 이상의 지역에 길게 형성된 능선에 특별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주릉 곳곳에 발달한 바위봉우리나 초원에는 귀한 식물이 많다. 이들은 특수한 곳에만 적응해 살아가는 식물들로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이다. 지리산을 찾는 사람이나 관리하는 사람 모두 능선과 정상부의 보호에 힘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리산 곳곳에 발달한 습지도 지리산의 독특한 식물생육지 가운데 하나다.90년대 중반에 대원사 북서쪽 왕등재 부근의 해발 1000m 지역에서 발견된 왕능재늪이 대표적인 습지다. 이 습지는 길이 200여m, 폭 80여m로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은 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곳에는 감자개발나물, 닭의난초, 동의나물, 방울새난, 세모부추, 숫잔대, 애기부들 등 고산지역의 습원에 오랜 세월 적응해 살아온 습지식물들이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어 학술적 가치도 크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24) 전북 진안군 운장산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24) 전북 진안군 운장산

    전북 진안의 운장산(1126m)은 금남정맥에 솟은 산봉우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이다. 운장산을 품고 있는 금남정맥은 금강 남쪽을 따라 흐르는 산줄기로서 주화산에서 호남정맥과 갈라진 후 대둔산, 계룡산을 거쳐 부여 백마강 기슭의 부소산 조룡대까지 이어지는 127㎞의 산줄기다. 금남정맥 최고봉이니 전망이 좋기로도 유명한데, 정상 일대에서는 북으로 계룡산, 동으로 덕유산, 남으로 마이산과 멀리 지리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자락에는 기암과 수림이 어우러져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하는 운일암 반일암이 자리잡고 있다. ●금남정맥서 가장 높아… 알록달록 꽃산행 8시간 운장산 정상부에는 높이가 비슷비슷한 3개의 봉우리가 수백m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서 있다. 가운데 솟은 중앙봉이 가장 높아서 정상으로 치지만, 주변의 동봉과 서봉도 고도가 고작 2∼3m씩 낮을 뿐이다. 경관은 서봉이 가장 빼어나다. 서봉은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들이 쉴 만한 곳도 더 많으며, 전망도 뛰어나다. 더욱이 연석산을 지나온 금남정맥이 서봉을 거쳐 활목재, 피암목재로 이어지므로, 정상부의 봉우리들 가운데 유일하게 금남정맥이 바로 지나는 산봉이기도 하다. 꽃을 보러 가는 꽃산행은 진안군 주천면의 내처사동에서 출발해 활목재, 서봉, 정상, 동봉을 거쳐 내처사동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하면 좋다. 등산하는 시간만 5시간 정도이니 꽃을 보며 걸으면 8시간쯤을 잡아야 한다. 이맘때쯤 운장산 산자락에서는 누리장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흰빛과 붉은빛이 섞여 있는 꽃빛깔이 특이하고, 암술과 수술이 꽃통 밖으로 길게 나온 꽃 모양도 이색적이다. 잎을 비롯한 전체에 누런 털이 많이 돋아 있는데, 만지면 누린내가 난다. 등산로 옆의 양지바른 곳에서는 복분자딸기가 익어간다. 하얀 분을 칠한 듯한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 있다. 열매는 처음에 붉은빛을 띠지만 완전히 익으면 까만색이 되는데 한 알을 따서 입에 넣어보면 맛이 좋다. 숲 가장자리에서는 참나리가 화려한 꽃을 자랑하고 있다. 사위질빵, 쥐방울덩굴처럼 덤불숲을 타고 올라가 자라는 덩굴식물들도 있다. 사위질빵은 흰 꽃을 무더기로 피워 멀리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녹색꽃 쥐방울덩굴 찾아보는 묘미 쥐방울덩굴은 열매와 꽃을 함께 달고 있는데, 꽃빛깔이 노란빛을 띤 녹색이어서 발견하기 어렵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꽃이지만 모양은 매우 특이하다. 꽃받침이 대롱 모양으로 길게 발달되어 있어 다른 꽃들과는 아주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열매가 익어서 벌어지면 거꾸로 매달린 낙하산 모양으로 되는 것도 재미있다. 꼬리명주나비라는 예쁜 나비가 이 식물의 잎 뒷면에 알을 낳고, 부화한 애벌레는 잎을 먹고 자란다. 마을을 벗어나 숲 속으로 들면 낙엽활엽수들이 진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졸참나무, 신갈나무, 당단풍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서울 근교에서는 볼 수 없는 감태나무와 노각나무가 눈에 띈다. 노각나무는 줄기에 흰색 얼룩무늬가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감태나무에는 둥근 열매가 달려 있는데 같은 녹나무과에 속하는 생강나무의 열매와 비슷하게 생겼다. 숲 밑에서는 자주색 꽃을 피운 참꿩의다리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뻐꾹나리를 찾을 수 있다. 뻐꾹나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중부 이남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휘어져서 옆으로 벌어진 수술과 암술의 모습이 독특하다. 꽃이 아름다워 원예적인 가치가 높은 식물이다. ●숲 그늘엔 뻐꾹나리가 ‘손짓´ 정상부에는 난쟁이바위솔, 닭의장풀, 바위채송화, 원추리, 자주꿩의다리 등이 피어 있다. 바위지대에 쌓인 흙에 식생이 조금 발달한 곳들이 보이는데, 여기에서 귀한 돌부추를 발견할 수 있다. 등산로 옆에서 흰 꽃을 피운 백운기름나물은 기름나물에 비해 잎이 더욱 가늘게 갈라진 한국특산식물이다. 바위가 더 많이 발달한 서봉 일대에 귀한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는데, 개쑥부쟁이, 용담, 구절초 같은 가을꽃들도 꽃 피울 채비를 하고 있다. 정상 일대에서 발견되는 돌부추는 최근에 한국특산종으로 기록된 식물이다. 진한 자줏빛 꽃을 피우는 참산부추나 산부추에 비해 꽃빛깔이 연한 분홍색이다. 이웃한 마이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신종으로 발표되었으며, 운장산에서는 서봉 등 바위가 발달한 곳에 몇몇 개체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으나 사람발길에 밟혀서 훼손될 위험성이 높다. 높은 산에 귀한 여름꽃이 피는 시기다. 강렬한 햇살을 받아 더욱 화려하게 피어나는 여름꽃들이, 무더위를 이겨내며 산정에 오른 이들에게 고운 자태로 다가선다. 뻐꾹나리 돌부추 원추리가 기다리는 운장산으로 달려가고 싶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쏟아지는 물폭탄 뼛속까지 ‘덜덜덜’

    쏟아지는 물폭탄 뼛속까지 ‘덜덜덜’

    폭염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끈적거리는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 버릴 비책을 찾는다면 폭포가 좋은 대안이 된다. 폭포수에 몸을 맡기면 더위쯤은 어느새 남의 일이 되고 만다. 내 나라 안에 폭포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물을 맞을 수 있는 폭포는 흔하지 않다. 이름난 대형 폭포들은 대부분 폭포수가 수면으로 직접 떨어지거나 깊은 물 웅덩이를 안고 있기 때문에 출입할 수가 없다. 전국의 유명 물맞이 폭포들을 모았다. 혹서와 짜증, 불쾌지수 불가침 지역들이다. ●물맞이 폭포 1번지 수락폭포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던 예전엔 어떻게 무더위를 이겨냈을까. 선조들은 절기에 맞춰 폭포에서 물맞이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단옷날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에 목욕을 하면 무병하다 하여 ‘단오물맞이’를 했고, 칠월칠석에도 ‘칠석물맞이’라 해서 산간계곡의 폭포를 찾아 목욕을 하는 물맞이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자락의 수락폭포는 ‘물맞이 폭포 1번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낙수 지점의 공간이 넉넉해 어른 10명 정도가 동시에 물을 맞을 수 있는 것이 자랑거리. 폭포와 이어지는 계곡 또한 크고 넓어서 많은 관광객을 품을 수 있다. 주차장에서 계곡길을 따라 100m 정도 올라가자 우렁찬 파열음이 들린다. 물 떨어지는 소리다. 옆으로 입술이 파래진 채 아래턱을 덜덜 떨며 지나는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나같이 팔로 몸을 꼭 감싸안은 모습이다. 물맞이가 더위를 피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구례군청 박미연(35) 문화관광해설사는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낙수의 안마 효과를 보기 위해 수락폭포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신경통이나 관절염, 특히 산후통이 있는 여성들이 물맞이를 즐긴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온 이상훈(43)씨도 “처음엔 물줄기가 따가웠지만,5분 정도 지나자 통증이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씻겨나가는 듯했다.”며 말을 보탰다. 많은 사람들이 쉼없이 폭포 아래를 오가며 20여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로 ‘자연 마사지’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폭포 밑이 사람으로 넘쳐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래 머물 수 없기 때문에 자리가 쉽게 나는 편이다. 찬물을 뒤집어쓴 다음, 폭포 아래 발을 담근 채 시원한 수박 한쪽을 먹는다. 무더위가 끼어들 틈이 없는 풍경이다. 수락폭포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 진다. 폭포 원줄기가 떨어지는 곳은 남녀가 함께 물을 맞는 ‘혼탕’이다.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 워낙 물살이 세 모자와 옷을 갖춰 입어도 2분 이상 버티기 어렵다. 원줄기 왼쪽은 별도 물줄기로 만든 ‘여탕’이다. 물에 젖은 몸의 실루엣을 보이기 부끄러워하는 여인들이 주로 찾는다. 약 30m 윗쪽은 남자들을 위한 공간. 여성들의 시선을 피해 좀 더 ‘과감한’ 모습으로 물맞이를 즐긴다. 폭포 아래쪽으로 갈수록 계곡수가 완만하게 흐르며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맞춤한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박 해설사에 따르면 차로 15∼20분가량 떨어진 지리산 온천랜드와 수락폭포를 번갈아 이용하며 냉·온탕을 오가는 관광객들도 많다고 한다. 폭포에서 물맞이를 하려면 머리에 뒤집어쓸 수건이나 모자, 두툼한 비닐봉투를 반드시 가져가는 게 좋다. 주의할 점 한 가지. 폭포수를 맞을 때 윗도리는 바지 바깥으로 빼놓는 게 좋겠다. 세찬 물살에 속옷이 드러나는 낭패를 피하려면 말이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255. ▶가는 길: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함양 분기점→88고속도로 광주방면→남원 나들목→19번국도 구례방면→밤재터널→산동→수락폭포 ▶맛집:산동면 탑정리 은행나무집(781-6006)은 염소고기 수육(3만 3000∼5만 5000원)을 잘하기로 소문난 집 ▶주변 볼거리:산자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사성암과 조선시대 양반 가옥인 운조루, 지리산 화엄사 등이 대표 볼거리. 어린이와 함께라면 농업기술센터를 찾아도 좋겠다. 장수풍뎅이 애벌레 분양, 봉숭아 꽃물들이기(23일까지) 등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780-2551. /ci0000 ●청도 8경 낙대폭포 청도의 진산, 남산 중턱에 있는 높이 30여m의 폭포다. 기암괴석과 울울창창한 숲이 어우러진 가운데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와 깊은 계곡에서 밀려오는 바람이 한기를 느끼게 할 정도. 청도군청 문화관광과 (054)370-2372.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신대구∼부산간고속도로→청도 나들목→우회전→청도군청→남산 등산로→낙대폭포 ▶맛집:청도는 추어탕이 유명한 곳. 청도추어탕(371-5510), 역전추어탕(371-2011) 등이 잘한다. ▶주변 볼거리:▲화양읍 송금리 와인터널은 내부온도가 항상 13∼15℃내외를 유지해 여름철 피서지로 제격인 곳. 현재 감와인 숙성저장고와 와인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입장은 무료. 간단한 와인 시음도 할 수 있다.▲운문면 운문사는 ‘청도의 눈’으로 불리는 명찰. 대웅보전 등 7점의 문화재와 천연기념물 180호인 처진소나무 등이 있다.▲화양읍 유등리 유등연지는 8월 중순까지 연꽃이 절정을 이룬다./ci0000 ●남녀의 애절한 사랑 깃든 만연폭포 예로부터 한여름이면 신경통 환자들이 제집 드나들듯 했다는 유명한 물맞이 폭포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만석이와 연순이가 폭포 아래로 함께 떨어졌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높이는 10여m. 수량이 많아 소리만 들어도 더위가 가실 만큼 물소리가 우렁차다. 화순군청 문화관광과 (061)370-1227. ▶가는 길:호남고속도로→동광주 나들목→지원 나들목→광주광역시→너릿재터널→화순읍→아파트단지 사거리→만연폭포 방향 좌회전→큰재→수만리→만연폭포 ▶맛집:달맞이 흑두부는 검정콩으로 빚은 흑두부에 돼지고기를 얹은 보쌈이 맛있는 집.372-8465. 영벽정 식당은 메기매운탕으로 소문났다.372-1210. ▶주변 볼거리:▲중국 양쯔강 적벽에 비유되는 ‘화순적벽’은 동복호로 흘러드는 창랑천을 따라 늘어선 노루목적벽, 물염적벽 등을 합쳐 부르는 말.▲운주사는 천불천탑(千佛千塔)으로 유명한 절집이다./ci0000 ●바다와 마주한 제주 소정방폭포 서귀포시 소정방폭포는 돈내코계곡의 원앙폭포와 더불어 제주도의 대표적인 물맞이폭포로 꼽힌다. 물맞이와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높이는 7m쯤 된다. 특히 물마사지가 신경통에 곧잘 듣는다는 입소문을 탄 이후 여름철만 되면 ‘아줌마 부대’가 대거 찾는다. ▶가는 길:정방폭포 주차장→파라다이스 호텔 옆 오솔길→소정방폭포 ▶맛집:보목리 보목항은 제주도민들이 즐겨찾는 자리돔 생산지. 자리돔 물회 등을 파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주변 볼거리:▲쇠소깍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깊은 소를 이루고 있는 곳.▲천지연폭포와 인근 삼매봉 등은 야경과 함께 산책을 즐기기 좋다./ci0000 ●찬바람 나오는 얼음골도 있어요 바위틈에서 차가운 바람이 품어져 나와 더위를 식혀주는 ‘천연 에어컨’ 풍혈도 무더위를 피하기 딱 좋은 곳. 경남 밀양시 산내면 천황산 자락의 얼음골이 대표적이다. 한여름에도 찬바람 때문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얼음이 얼기도 한다. 이 밖에 경북 의성군 춘산면 빙계계곡의 빙혈, 충북 제천시 수산면 수레골 동굴, 경북 청송 얼음골 등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얼음굴이다. 전북 진안군 성수면 좌포리 풍혈냉천과 강원 정선군 북평면 북평5리 한골, 경기 연천군 연천읍 동막리 풍혈 등은 여름 내내 찬바람이 불어나오는 곳이다. 글 사진 구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세계 최고 갤러리에 연이은 개인전 준비 전광영씨

    세계 최고 갤러리에 연이은 개인전 준비 전광영씨

    일일이 한지로 감싼 스티로폼 조각을 이어 붙여 독특한 조형감각을 구사해 온 중진 작가. 눈밝은 미술팬이라면 이쯤해서 대번 떠오를 이름, 전광영(64)이다. 그런 그가 요즘 큰 일을 하나 냈다. 아니, 하나가 아니고 줄줄이다. 뉴욕 로버트 밀러 갤러리(9∼10월), 미국 코네티컷 얼드리치 현대미술관(12월∼내년 5월),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내년 2∼3월). 웬만한 작가들에겐 평생 작품 한 점 걸어 보는 게 소원일 해외 저명 갤러리들의 전시가 줄서 있다. 로버트 밀러 갤러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 루이스 부르주아, 쿠사마 야요이 등 세계적 작가들이 작품을 걸었던 공간. 얼드리치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안젤름 키퍼, 솔 르윗, 줄리안 오피 등의 거장들이 거쳐갔다. 휘트니·구겐하임 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생존작가들의 작품만 걸기로도 유명하다. ●웬만한 작가들은 평생 한 점 걸어보기 힘들어 경기도 용인의 한적한 산자락에서 7년째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는 요즘 시쳇말로 ‘업’돼 있다. 그럴 만도 하다. 해외 초대전들은 후원자 하나 없이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챙긴 소득이다. 그런데, 전시 초대를 받은 기쁨도 잠시. 최근엔 그 넓은 전시공간을 뭘로 메우나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도쿄 도심에 자리한 모리미술관 전시는 특히나 그렇다.“한개 층을 다 쓰기로 돼 있다.”는 그는 “검게 병든 현대인의 심장을 은유한 입체작품을 일단 내보낼 작정이며, 나머지는 좀더 고민해 봐야 한다.”며 웃어 보였다. 육십줄을 훌쩍 넘어선 나이. 작가는 “도박하는 심정으로 작품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홍익대 미대와 미국 필라델피아 대학원을 졸업했으나, 그는 한참 동안 무명작가였다. 한약 봉지에 착안한 지금의 작품 시리즈를 시작한 것은 1995년. 그해 미국 아트페어에서 주목받으면서 해외무대에서 먼저 ‘떴다’. 한지를 주요 오브제로 삼는 기본 틀거리는 유지하되 작품의 포인트에 빨강, 파랑 등 강렬한 색채를 동원하는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한다.“뉴욕 화랑가엔 ‘5분 스타’란 말이 있는데, 창의적 정신 없이는 5분 이상 시선을 끌지 못한다는 뜻”이라는 작가는 “로버트 밀러 갤러리에 새 작품 ‘블루’(사진 아래)를 내놓기로 모험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미국 메이저 화랑들은 전시 오프닝 다음날 곧바로 다음 전시 얘길 꺼냅니다. 그렇지 않고 다음에 전화하겠노라 얼버무리면 10년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죠. 이번 ‘블루’ 작품은 그래서 도박하는 심정으로 내놓는 겁니다.” ●“죽도록 작품만 하겠다” 또 다른 미술실험 대표적 중진 작가로서 그는 최근 한국 미술시장 전반에 대한 문제도 솔직담백하게 짚었다.“최근엔 화랑이고 언론이고 할 것없이 모두들 중국작가 해바라기들을 하고 있어요.‘블루칩’이다 뭐다 아트페어에서 많이 파는 작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역량있는 작가, 좋은 작품을 발굴하는 미술시장의 혜안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러면서 세계적 스타작가로 부상한 중국작가 장 샤오강을 예로 들었다.1996년 시카고 아트페어에 자신과 함께 작품을 냈는데, 그때만 해도 아무도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 그런 그는 중국 정부의 체계적 전시지원, 언론의 후원 등으로 국제스타로 착착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청년작가보다 더 푸른 의지를 드러냈다.“목숨걸고 뛰겠다.”“죽도록 작품만 하겠다.”는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하며 “다음 전시를 위해 한창 또 다른 미술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Let’s Go]바다·산·계곡의 조화 전북 부안 변산반도

    [Let’s Go]바다·산·계곡의 조화 전북 부안 변산반도

    삼면이 바다고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인 내 나라에서 멋진 바다와 계곡이 어디 한 둘일까마는, 바다와 산과 계곡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은 그리 흔치 않다. 전북의 변산반도는 그것을 가능케 해준다. 산과 바다가 만나 만들어 내는 풍경이 빼어나다고 해서 산해절승으로 이름을 떨친 반도의 땅. 발 딛는 곳마다 느낌이 다른 바다와 계곡에 여름이 빼곡히 들어찬 변산은 여름의 천국이라 불러도 좋을 곳이다. # 새만금 방조제 갑문 초당 1만 5000t 쏟아내는 장쾌한 물흐름 ‘서해가 아름다운 이유는 변산이 있기 때문’이란 말이 있을 만큼 변산반도의 해안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호미질 한 번에 온갖 생명들을 볼 수 있는 곰소만 등 풍요로운 갯벌과 고사포·격포·변산 등 고운 모래로 명자깨나 날리는 해수욕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해안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변산의 볼거리를 말할 때 새만금 방조제를 맨 앞줄에 세워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언제 가도 많은 수의 관광버스들이 새만금 전시관 앞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를 단순한 여행지로 소개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긴 했으나, 여전히 ‘뜨거운 감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방조제가 바다 한가운데를 가르고 섰듯, 수많은 이들의 서로 다른 의견이 아직까지도 극명하게 갈려 있는 현장 아니던가. 새만금 전시관에서 4.5㎞ 남짓 곧게 뻗은 길을 달리면 가력 배수갑문에 닿는다. 신시 배수갑문과 더불어 방조제 안팎으로 물의 소통을 제어하는 곳이다. 바다를 가르고 있는 갑문은 내해와 외해 쪽에 각각 8짝, 모두 16짝이 설치돼 있다. 방조제와 주변의 구조물들은 거대함을 숭배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경외감을 느낄 만큼 장대하다. 양윤식 새만금 전시관장에 따르면 110억원짜리 갑문 1짝의 길이는 30m, 높이는 15m로 5층짜리 아파트 한 동의 크기와 맞먹는다. 무게는 484t.80㎏ 쌀 6000만 포대를 쌓은 것과 같다. 마침 썰물 때여서 안쪽의 바닷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그 모습이 여간 장관이 아니다. 한 짝의 갑문 아래로 초당 1만 5000t의 물이 초속 6∼7m로 빠르게 흘러 내려간다. 장쾌한 물의 흐름을 보고 있자면 몸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시현상도 일어난다. 갇혀 있던 바닷물은 대해와 몸을 섞는 순간 거대한 파도로 돌변하며 또 한 번 볼거리를 만든다. 가력 배수갑문에서 고군산군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신시도까지는 9.9㎞. 비포장길을 터덜거리며 가다 만난 신시도의 자태가 어딘가 어색하다. 산의 한쪽 단면이 절개된 때문이다. 한국농촌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방조제 공사에 사용된 토사 등 자재의 60∼70% 정도가 잘려진 신시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자신을 찾아 오는 길을 만드는 데 아낌없이 제 몸을 제공한 셈이다. 신시 배수갑문엔 20짝의 배수갑문이 조성돼 있다. 아직은 갑문이 열려 바닷물이 들고 나는 상황. 하지만 간척지를 휘돌아 가는 138㎞ 4차선 방수제가 완공되는 2015년경이면 갑문은 홍수 등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영원히 닫히게 된다. 현재 가력 배수갑문 앞까지는 출입이 가능하다. 나머지 구간은 내년 3월쯤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 내변산에서 변산의 속살을 탐하다 새만금과 채석강 등 해안지역이 외변산이라면, 직소폭포와 월명암 등의 산악지역은 내변산으로 분류된다. 내변산은 여러 개의 작은 산이 어깨를 맞대며 변산의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곳. 그 안에 많은 폭포와 맑은 계곡이 숨쉬고 있다. 그 중 최상류 신선샘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직소폭포와 분옥담, 선녀탕 등의 절경을 이루며 흘러가는 봉래구곡은 여름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다. 봉래구곡으로 가는 길은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된다. 완만한 경사의 탐방로를 따라 20분 남짓 걷다 보면 계곡을 휘감아 도는 아담한 저수지, 직소보와 만난다. 우람한 내변산의 암릉들과 잔잔한 물이 어우러지며 산상 호수를 이루고 있다. 봉래구곡의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물막이(보)를 만들면서 형성된 인공호수다. 인근에 부안댐이 조성되면서 상수원으로서의 역할이 사라졌으니 풍취에 걸맞은 이름을 지어줄 법도 한데, 여전히 기능성만 강조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직소보의 정경이 마음 속에서 채 떠나기 전, 봉래구곡은 산자락에 감춰 두었던 아름다움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직소보에서 10분 남짓 올라가면 분옥담과 선녀탕이 나온다. 그리 세지 않은 물줄기들이 예쁜 소와 담을 이루며 넘실대고 있다. 여기서 직소폭포까지는 지척이다. 된비알을 오르느라 숨이 턱에 찰 때쯤 목재데크로 만들어진 직소폭포 전망대와 만난다. 멀리 30m 가까운 수직단애에서 쏟아지는 직소폭포도 장관이려니와, 그 아래 주르륵 늘어선 분옥담과 선녀탕 등이 풍경의 유희를 더하고 있다. 이처럼 봉래구곡은 거센 물줄기가 펼쳐내는 역동적인 아름다움과 소와 담, 그리고 호수 등에 담긴 잔잔한 풍경이 공존하는 곳이다. 직소폭포란 하나의 폭포를 이르는 말이 아니라, 그 물줄기가 만들어낸 봉래구곡의 모든 풍경을 통틀어 표현한 것이라 하니, 이 전망대를 놓쳐서는 안될 일이다. 전망대 위쪽에 직소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다. 물에 젖은 바위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데, 대단히 미끄러우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글 사진 부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063)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부안나들목→변산, 혹은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태인나들목→30번 국도→변산.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580-4224. 내변산 탐방지원센터 584-7807. 새만금 전시관 584-6822. ▶잘 곳:국내 리조트 업계의 명가 대명리조트와 용평리조트가 나란히 서해안에 콘도리조트를 오픈했다.대명리조트는 전북 부안 변산반도 내 격포해수욕장에 국내 8번째 리조트를 개관했다. 변산반도 최고의 볼거리로 꼽히는 채석강과 적벽강을 좌우로 거느리고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 지하 3층, 지상 8층 규모로 410실의 콘도미니엄과 94실의 호텔로 구성돼 있다.35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아쿠아 월드에는 파도 풀을 비롯, 슬라이드 등 다양한 물놀이 시설이 마련돼 있다.daemyungresort.com,1588-4888. 용평리조트는 충남 보령 무창포해수욕장 앞에 비체팰리스(yongpyong.co.kr)를 개관했다. 전 객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문을 나서면 바로 해수욕장으로 연결된다는 것도 장점. 지상 13층에 236개의 객실을 갖췄다.3층까지는 수영장, 스파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맛집:‘젓갈정식’은 꼭 맛보자.9가지 젓갈의 향연에 밥 한 그릇쯤 금세 사라진다. 곰소염전 맞은편 곰소쉼터가 소문난 집.584-8007.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0)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0)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

    태백시와 정선군의 경계를 이루며 백두대간에 솟은 금대봉(1418m)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갈라지는 삼수령 피재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피재와 금대봉 사이에는 고랭지채소밭으로 유명한 매봉산이 자리잡고 있고, 남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따라 함백산, 태백산이 연이어진다. 이 산과 북쪽의 대덕산(1307m) 능선을 경계로 하여 안쪽의 계곡일대가 1993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면적 4.2㎢인 보전지역은 태백시에 속하며, 이 안에 한강 발원지인 검용소가 자리잡고 있다. ●백두산의 나도범의귀 자생해 학계 들썩 보전지역 지정 당시에 환경부 정밀조사를 통해 가시오갈피나무, 개병풍, 한계령풀 등의 법정보호종과 개불알꽃, 골고사리, 대성쓴풀, 털댕강나무, 홀아비바람꽃 등의 희귀식물이 금대봉 일대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 밖에도 구슬댕댕이, 나도씨눈난, 날개하늘나리, 넓은잎노랑투구꽃, 두메닥나무, 산마늘, 선백미꽃, 세잎승마, 인가목조팝나무, 참여로, 큰제비고깔 등의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다. 지금까지도 금대봉의 희귀식물이 하나둘씩 새로 발견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백두산 일대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온 나도범의귀가 이곳에서 발견되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 식물이 남한에 자생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만큼 의의가 큰 일이었다. 남한에는 이곳에서만 유일하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온 대성쓴풀, 넓은잎노랑투구꽃에 이어 또 하나의 귀한 북방계식물이 발견된 것으로서, 금대봉 일대가 식물 지리분포에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는 쾌거라 할 수 있다. 개병풍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육상식물 가운데 잎이 가장 크다. 잘 자라면 지름이 1m에 이르고, 잎 아래쪽 중앙에 길이 1m 이상 되는 긴 잎자루가 달려 있으므로 잎 하나가 우산으로 써도 될 정도의 크기다. 세계적으로 만주와 한반도에만 자라는 희귀식물이고, 남한에서 5곳 정도의 자생지만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등산객 발길에 귀한 종 훼손… 대책 시급 대성쓴풀은 몽골 등 북반구의 고위도지방에 자라는 식물로서 이곳에서 발견될 때까지는 우리나라에서는 북부지방에서조차 기록된 적이 없는 희귀식물이다. 학자들은 이런 식물이 금대봉 계곡에서 자라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20여 년 전에 처음 발견되었을 때 우리말이름이 붙여졌는데, 이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립지리원이 발행한 지형도에 금대봉이라는 산이름이 없었고, 생태조사에 나선 학자들은 정선 쪽 산자락에 대성초등학교가 있다는 데서 대성산이라고 임의로 불렀다. 이 때문에 대성쓴풀을 발견한 학자도 ‘대성산에 사는 쓴풀’이라는 뜻으로 대성쓴풀이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당시에 산이름이 제대로 알려져 있었다면, 이 식물의 이름은 대성쓴풀이 아니라 금대쓴풀이 되었을 법하다. 금대봉 일대는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일차적으로 이곳에 사는 희귀식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장을 찾아가보면 위태로운 모습이 한둘이 아니어서 안타깝다. 대성쓴풀은 한해살이풀이기 때문에 번식실패가 멸종으로 이어지기 쉬운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발길에 밟히기 일쑤이고, 날개하늘나리는 남한에 분포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이곳에서 발견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생존여부가 불투명하다. 식물을 포함한 생물종 다양성이 높이 평가되어 그것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법정 보전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법정보호종을 비롯한 보전대상 식물에 대한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는 이곳에 30억원의 국비를 들여 생태학습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 4월 타당성 검토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생태탐방로, 야생식물 학습장과 증식장을 만들어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시설을 확보하여 학생들에게 현장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 소득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소한의 시설을 설치해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은 좋지만, 그에 앞서 보전해야 할 식물의 명세와 보전방안을 먼저 내놓는 게 순서일 듯싶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설계획 수립에 앞서 보전해야 할 식물이 어디에 어떻게 생육하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해야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용을 위한 시설 위주로 이번 사업을 벌인다면 희귀식물 보전에 문제가 발생할 게 분명하다. 보전지역 관리의 주체인 태백시는 길이 없던 나도범의귀 자생지에 새로 나무계단을 설치하며 이 희귀식물의 개체군을 둘로 가르고, 계단 설치 장소에 살던 개체들을 훼손한 전력이 있다. 보전을 내세워 예산을 확보한 뒤, 결과적으로 금대봉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개발행위를 하는 일을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금대봉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취지를 되새겨서 귀하디귀한 금대봉 식물들이 보전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금대봉에는 지금 여름꽃들이 피어 있다. 가는기린초, 둥근이질풀, 미역줄나무, 산수국, 솔나리, 숙은노루오줌, 여로, 하늘나리, 하늘말나리가 언제나처럼 아무 말 없이, 아무 것도 모른 채 피어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세계최고 新에너지기업 日 샤프를 가다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세계최고 新에너지기업 日 샤프를 가다

    |가메야마(일본) 박상숙특파원| 일본의 대표적 공업도시 나고야에서 기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미에현 가메야마. 예로부터 교통 요충지로 사람과 말이 쉬어가는 주막이 즐비했던 이곳은 이제 샤프의 대표적 품목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역에서 자동차로 20여분을 달려 가니 스즈카 산자락 끝에 조용한 선원처럼 자리 잡은 가메야마 공장의 웅장한 외관이 나타났다.“샤프가 자랑하는 ‘크리스털 밸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홍보 담당자 나카시마 나미가 웃으며 반긴다. 가메야마 공장의 전체 면적은 33만㎡.2004년과 2006년 차례로 제1,2공장이 들어선 이후 인근의 미에 공장(미에현)과 덴리 공장(나라현)을 잇는 LCD패널·TV 생산거점으로 자리잡았다.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제1공장의 벽면에 시선이 꽂힌다.“600장의 박막 ‘시스루(See through·투명) 태양전지’가 샤프의 인기 LCD TV(아쿠오스)의 브라운관 모양을 하고 있죠.” 나카시마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벨트 만드는 회사로 출발해 과거 샤프펜슬로 이름을 날렸던 이 회사의 현재 ‘보물’이 무엇인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상징이다. ●박막형에 사활… 사카이에 대규모 공장 가메야마 공장은 LCD 패널을 생산하는 곳이지만 태양전지 누적 생산량 2GW(기가와트=10억W)를 자랑하는 샤프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전세계에서 이미 쓰였거나, 쓰이고 있는 태양전지의 25%를 생산해왔다. 태양전지 생산 관련 주요 공장은 가쓰라기에 있지만 일절 외부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다. 샤프는 인터뷰 대상자의 신원과 얼굴 공개 금지도 사전에 당부할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 제2공장의 건물 꼭대기에 있는 ‘솔라 스팟’에 들어섰다. 창밖으로 기왓장처럼 건물 지붕 위를 빼곡히 덮고 있는 태양전지판의 눈부신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장 전체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면적은 4700㎡. 여기서 만들어지는 전력은 연간 5150로, 한 가구당 소비 전력을 4로 가정했을 때 연간 1300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천장 중간 유리창과 오른쪽 유리창에 모두 30장의 박막 시스루 태양전지가 붙어 있다. 시야를 막지 않으면서 햇빛을 차단해 실내 온도 상승을 억제한다.“장당 30W의 전력을 생산하는 동시에 냉방 전력 절감에도 기여하고 있죠.” 2000년부터 7년간 태양전지 생산 점유율 세계 1위를 고수하다 지난해 독일의 큐셀에 추월당한 샤프. 자존심 회복을 위한 길을 이 박막 태양전지에서 찾고 있다. 박막 태양전지의 장점은 실리콘 사용량을 100분의1로 줄일 수 있다는 것. 샤프사 관계자는 “최근 실적 부진은 실리콘원료의 수급 불안에 기인한 것”이라며 “기존의 결정 태양전지 대신 박막 태양전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샤프는 오사카 사카이시(市) 바닷가에 720억엔(약 7050억원)을 들여 대규모 박막 태양전지 공장을 건립 중이다. 가메야마 공장보다 4배나 넓은 120만㎡다. 현재 샤프의 연간 태양전지 생산능력은 710㎿.2010년 3월 사카이 공장을 가동시켜 연간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1GW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는 25만가구에 1년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이 관계자는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해온 기술이 있기에 가능하다.”며 “경쟁 기업 어느 곳도 사카이 규모의 태양전지 생산시설을 갖출 기술이 없다.”고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태양광 에너지는 차세대 인조 유전” “현재 태양광 에너지 비용은 당 46엔입니다. 일본의 평균 전기요금의 두 배죠.1GW를 달성하는 2010년쯤이면 지금의 소비전력 가격과 같은 당 23엔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샤프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돈 걱정 없이 지붕 위에 태양전지판이 설치될 날을 꿈꾼다. 샤프 관계자는 2040년 태양에너지가 전세계 전력의 25%까지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유럽재생에너지위원회의 예측을 제시하며 “결정 태양전지의 생산은 실리콘원료 수급 불안과 가격 폭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는 폭발적으로 급증할 전세계의 태양광 에너지 수요를 따라 잡을 수 없다. 박막 태양전지만이 해답이다.”라고 단언했다. 올해는 샤프가 태양전지 사업에 뛰어든지 50년이 되는 해. 샤프의 가타야마 미키오 대표는 최근 발간된 일본의 격월간지 재팬 스폿라이트와의 인터뷰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차세대 인조(人造) 유전’에 비유했다. 그는 20년 안에 태양광 에너지가 생산할 전력이 500TWh(테라와트=10억㎾)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100개의 태양전지 공장을 세운다면 거대 유전을 하나 만드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걸 지금 우리가 하려고 한다.” alex@seoul.co.kr
  • [6일 TV 하이라이트]

    ●영상앨범 산(KBS1 오전 7시) 캐나다 앨버타주에 위치한 캘거리 서쪽에서 로키산맥에 둘러싸여 있는 ‘카나나스키스´.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넓은 초지와 산, 풍부한 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고 아늑한 카나나스키스로 김재원 아나운서 가족과 함께 떠나본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20분) 한판 ‘태양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여름이다.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우리 피부와 눈을 보호하는 데 녹색 채소만큼 훌륭한 먹거리는 없다. 뿐만 아니라, 중년이라면 누구나 걱정하는 심혈관질환과 각종 암으로부터도 지켜준다. 녹색채소의 대표주자, 시금치와 브로콜리의 기적을 체험해 본다. ●대결!노래가 좋다(KBS2 오전 8시30분)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릴 시원한 라이브 무대가 마련된다.‘개그계의 성시경´ 문천식,‘나몰라 패밀리´의 김재우, 라이브 실력이 환상적인 정수영, 연기와 노래 솜씨가 모두 압권인 임대호, 불륜전문 배우로 통하는 민지영…. 가수 뺨치는 연예계의 숨은 노래 실력자들이 총출동해 환상의 라이브 무대를 선사한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칭얼대는 아기를 잠재우는 자장가 한 곡의 평온함. 선수들과 청중을 하나로 묶어주었던 응원소리. 상대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공통된 소통법,‘소리´. 하지만, 이 소리가 때로는 죽음을 부르는 살생도구가 되기도 하는데…. 무시무시한 ‘소리´의 두 얼굴을 들여다본다. ●굿모닝 세상은 지금(SBS 오전 7시35분) 쇠고기 사태 등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진 요즘.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에코테리안´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에코테리안 도나카 매카티. 그의 집은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졌다. 샤워벽의 유리도 모두 길에서 주워온 것들. 자신이 고안한 풍력발전장치는 집에서 필요한 전력수요를 너끈히 감당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밤 12시20분) 12년 전, 불의의 사고로 척추신경에 큰 손상을 입은 은미는 사고 이후 하반신 마비로 걸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은미가 사고를 당하고 부모님은 이혼했고, 그 후 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아오고 있다. 지금은 은미의 건강뿐 아니라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건강도 좋지 않다. ●희망풍경(EBS 오전 6시) 수원의 서호공원. 매일 오전 9시쯤 허리에 끈이 묶인 채로 산책을 하는 두 남자가 나타난다. 혼자서는 한 걸음조차 떼기 힘들어 보이는 이기독(뇌병변·지적장애 1급)씨와 그런 그의 허리에 끈을 묶어 데리고 다니는 아버지 이온엽씨. 희망을 잃지 않고 장애를 뛰어넘으려는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이 눈물겹다. ●인사이드월드(YTN 오후 5시30분)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산자락에 위치한 팡가니강은 물을 둘러싼 분쟁의 중심지다. 최근 몇 해 동안 계속된 가뭄으로 물에 목말라 있다. 또 수자원을 둘러싼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물 부족과 그로 인한 갈등상황, 팡가니 강 유역의 평화대책 등을 살펴본다.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9) 강원도 태백시 백병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9) 강원도 태백시 백병산

    태백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태백시 북쪽의 삼수령 피재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산줄기가 시내를 호위하는 듯한 모습이다. 시내 중심부에서 솟아난 황지연못은 낙동강이 되어 낙동정맥과 나란히 흘러간다. 낙동정맥은 낙동강 동쪽을 따라 흐르는 산줄기로서 태백에서 시작되어 부산 다대포까지 분수령(分水嶺)을 이루며 이어진다. 낙동정맥이 피재에서 갈래친 후 힘을 모아 높이 솟궈 올린 산이 백병산(1259m)이다. 낙동정맥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태백시 통동과 삼척시 도계읍의 경계를 이루며 솟아 있다. 삼척 쪽으로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등산로가 발달되어 있지 않지만, 산 중턱에는 질 좋은 목재로 이름 높은 금강소나무가 숲을 이뤄 자라고 있다. 이 산은 삼척 오십천의 발원지이기도 한데, 산 북쪽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미인폭포를 빚은 후 도계를 거쳐 삼척으로 흘러든다. ●백병산의 원래 이름은 白山 흰 바위가 병풍을 두른 듯 서 있어서 백병산이라고 부른다는 그럴듯한 산이름 유래가 있지만, 원래 이 산은 백산(白山)으로 불렸으며 일제 강점기 이후 근대식 지형도가 제작되면서 백병산이라 표기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백병산의 남서쪽 주능선에는 촛대바위, 병풍바위, 마고할미바위 등 바위지대가 발달해 있는데 이 때문에 흰 산 또는 흰 병풍산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태백시 통동의 원통골에서 출발하여 이곳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산의 북동쪽에는 고비덕이라는 곳이 있는데, 일설에는 고사리의 일종인 고비가 많이 자라는 언덕이라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믿기 어려운데, 이 일대는 습기가 많아 여러 종류의 풀꽃들이 자라고 있기는 하지만 고비가 특별히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북방계 약재식물 군락 이뤄 장마철인 이맘때 비가 잦아든 틈새를 이용해 백병산을 둘러보면 가는기린초, 노루오줌, 딱지꽃, 물꽈리아재비, 물레나물, 산꿩의다리, 쉬땅나무, 쥐다래 열매, 하늘나리 등을 계곡에서 만날 수 있다. 까치박달, 다릅나무, 복자기 등이 들어찬 낙엽활엽수림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관중 대군락을 만날 수 있고, 원통골 위쪽에서는 정선황기와 함께 갈고리층층둥굴레도 발견된다. 갈고리층층둥굴레는 북한에만 자생하는 북방계식물로서 이곳의 것은 약재로 재배하던 것이 야생처럼 퍼진 것이다. 능선에서는 겨우살이, 딱총나무 열매, 동자꽃, 물레나물, 미역줄나무, 바위채송화, 산일엽초, 속리기린초, 여로, 조록싸리 등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꽃은 이미 졌지만 개불알꽃의 대군락을 만날 수도 있다. 정선황기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의 산자락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정선에서 발견되어 우리말이름을 얻었으며, 바닷가 가까운 산지에서 곧잘 발견되므로 해변황기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한국특산식물로 일컬어지기도 했으나, 최근의 연구에서 일본 시코쿠 지방에 자라는 것과 같은 종으로 밝혀졌다. 일본에서는 자생지에서 이미 절멸하여 없고 식물원에 키우는 것만이 남아 있는 매우 희귀한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편이기는 하지만 석회암지대에서 곧잘 발견된다. 물꽈리아재비는 물가의 습지에서 비교적 드물게 발견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높이 20㎝쯤으로서 네모가 지고 연약하다. 우리나라에는 묘향산 이남에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일본과 대만에 분포한다. 백병산에서는 원통골 위쪽의 계곡 주변에서 볼 수 있다. ●하늘 향해 꽃피우는 하늘나리 하늘나리는 지리산 이북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높이 30∼70㎝로서 우리나라에 자라는 나리종류들 가운데 키가 작은 편에 속한다. 꽃은 하늘을 향해 피며, 고산지역의 풀밭 등 생육조건이 나쁜 곳에서는 1개씩 피지만 저지대의 숲 가장자리 등 조건이 좋은 곳에서는 5개까지 피기도 한다. 큰까치수염은 큰까치수영이라고도 부르는 여러해살이풀로 이맘때부터 늦여름까지 전국의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작고 흰 꽃들이 빽빽하게 붙어서 긴 꽃차례를 이루는데, 꽃들이 한쪽으로만 붙어 있다. 꽃 하나하나도 아름답지만 꽃차례 전체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꽃에는 꽃가루와 꿀이 많아서 벌과 나비가 앉아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백병산에서는 서쪽 능선의 양지바른 임도에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장마철에 피는 꽃은 꽃가루받이가 어렵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장맛비 속에서 활동하는 벌과 나비가 없으니 충매(蟲媒)가 어렵고, 빗물에 젖은 꽃가루가 풍매(風媒)되기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먹구름 사이로 잠깐잠깐 고개를 내미는 해님 덕에 꽃들은 꽃가루받이에 성공할 수 있다. 장마철에도 쉴 새 없이 꽃은 핀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속살 드러낸 경북 봉화 청옥산

    속살 드러낸 경북 봉화 청옥산

    경북 봉화의 청옥산(1277m)은 산으로서보다는 휴양림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991년 국내 최초로 조성된 휴양림인데다,60여년 전 식재된 낙엽송 군락지 등 연륜만큼이나 우거진 초목들이 깊고 넓은 숲그늘을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트레킹 코스로서의 매력도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지난달 31일 열렸던 제1회 청옥산철쭉제를 계기로 청옥산은 꼭꼭 숨겨두었던 자신의 속살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동안 등산단체 등에 제한적으로 개방됐던 ‘타랭이골’코스를 활짝 연 것. 이제 누구라도 ‘푸른 우산’같은 숲속을 거닐며 나무들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됐다. # 소로같은 숲길…끝에는 산상 화원 백두대간에서 가지쳐 나간 산자락이 봉화군에서 불끈 치솟아 만든 산이 청옥산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산나물 ‘청옥’에서 이름을 따왔다고도 하고, 산아래 옥(玉)광산에서 푸른 옥이 많이 나 이름지어졌다고도 한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인근 청량산의 명성에 치이기도 하고, 강원도 동해의 두타산 옆 청옥산과 혼동되기도 하는 등 사람들의 시선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궁궐건축에 쓰여졌던 금강송과 60여년 전 인공조림 사업으로 조성한 낙엽송 등의 침엽수림, 그리고 신갈나무 등의 활엽수들이 어우러져 거대한 숲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공개된 곳은 타랭이골을 타고 오르는 코스로, 넛재(현지인들은 ‘늦재’라고 부른다.) 중턱에서 시작된다. 이제껏 몸을 숨겨왔던 탓에 등산로라기보다 소로(小路)를 따라 숲을 헤치며 걷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만큼 초목들이 우거져 있다. 산행 내내 동행하는 얼음장 같은 계곡수는 땀을 식히기에 충분하다. 코스를 따라 오르는 동안 번갈아가며 펼쳐지는 낙엽송과 신갈나무, 잣나무 등의 군락지들은 풍경의 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 등산로라면 흔히 있는 소위 ‘깔딱고개’가 없다는 점이다.800m가 넘는 넛재 중턱에서 산행을 시작했다고는 해도 급격한 경사구간없이 정상을 밟는다는 것은 참 독특한 경험이다. 그 덕에 노약자들도 청옥산을 에둘러 돌아가며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상을(56)영주국유림관리소 경영기획팀장은 “장애우들도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임도를 개방하는 한편, 신갈나무 군락지에서 정상까지 목재 데크를 놓아 이곳을 치유의 숲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발 1000m의 산상 정원과 신갈나무 숲 다양한 초록의 스펙트럼을 가진 숲속의 소로를 벗어나자 곧이어 산이 숨겨둔 ‘비밀의 화원’이 펼쳐졌다. 그저 ‘고산습지원’이라 불릴 뿐, 아직 변변한 이름조차 갖지 못한 곳이다. 원래 있었던 습지를 원형을 해치지 않은 범위에서 정원으로 가꾼 것. 멀리 키낮은 산들이 겹겹이 펼쳐진 산록에서 만난 화원은 뜻밖의 선물을 받은 어린이처럼 이방인을 달뜨게 했다. 비밀의 화원은 낙엽송 군락지가 왼쪽, 신갈나무 군락지가 오른쪽에 각각 시립하듯 서있는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그 안에서 ‘며느리 밥풀꽃’으로 불리는 금낭화며 은방울꽃, 범꼬리, 붓꽃 등 기화요초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 금강송 사이 펼쳐진 산들의 파노라마 이 팀장의 표현에 따르면 ‘외상 구름 없는 곳’이 청옥산이다. 구름이 있으면 으레 비가 내린다는 의미다. 한바탕 시원하게 비가 내린 후 숲은 더할 수 없이 청량한 공기를 뿜어 냈다. 신갈나무 군락지에서 청옥산휴양림 방향으로 2㎞쯤 내려가면 금강송 군락지에 닿는다. 미끈하게 빠진 미인의 종아리를 닮은 금강송 사이로 ‘졸병바위’로 불리는 조록바위, 진대봉, 월암봉 등 장쾌한 산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이곳에 금강송 후계림이 조성되고 있다. 금강송의 생육이 쇠퇴해가는 곳에 ‘후계자’를 식재해 후손들도 금강송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글·사진 봉화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영주와 태백 등에서 접근할 수 있다. 영주 방면은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5번 국도→영주→36번 국도→봉화 방향→춘양→소천면소재지→좌회전→31번 국도→넛재→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 순으로 가면 된다. 태백의 경우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38번 국도→태백→35번 국도 봉화 방면→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 순으로 간다. 봉화군청 관광진흥담당 679-6394. ▶잘 곳:청옥산자연휴양림 내 2㎞에 이르는 산책로와 물길 사이에 산림휴양관과 숲속의 집, 야영시설들이 아늑하게 들어서 있다. 입장료 300∼1000원. 주차료 1500∼3000원. 콘도형 산림문화휴양관과 산막형 숲속의 집 모두 4인실 비수기 3만 2000원, 주말과 성수기(7∼8월) 5만 5000원.5인실 비수기 4만원 성수기 7만원.huyang.go.kr,672-1051. ▶맛집:봉성면 봉성리에 봉화 토속음식인 돼지숯불구이단지가 조성돼 있다.1만4000원. 봉성면 동양리 용두식당은 송이솥밥으로 소문난 집.1인분 1만 5000∼2만원.673-3144. ▶주변 볼거리:영주 쪽에서 접근할 경우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봉화군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태백산 사고지가 있던 신라시대의 사찰 각화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열목어가 살고 있는 백천계곡도 둘러볼 만하다.
  • [김원기의 월척 樂漁]충남 청양 천장호

    하늘빛과 땅빛, 그리고 물빛이 아름다운 곳 청양. 구기자와 고추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지만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이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동쪽으로 뻗어내린 칠갑산 산자락 끝의 청양군 정산면에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호수가 있다. 청양명승 10선 중에 하나로 꼽힐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천장호다. 칠갑산 냉천골의 맑고 깨끗한 계곡수가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 1979년 담수를 시작한 천장호에는 토종붕어를 비롯해, 잉어와 산천어 등이 서식하고 있다. 매년 많은 낚시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깎아지른 듯한 산세로 인해 접근이 불편한 데다, 마땅한 포인트도 많지 않다. 해마다 모내기철이 되면 많은 양의 배수가 이루어져 물속에 숨어있던 그림같은 포인트가 속속 드러나고, 조황도 살아나기 시작한다. 담수면적의 3분의1 정도가 드러난 요즘 만수 상태에서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중류권 포인트가 많이 형성되고 있다. 하류권 포인트도 많이 드러난 상태. 덕분에 상류에서 하류까지 접근이 용이해졌고, 넓게 드러난 저수지 바닥에서 아무 불편없이 낚시할 수 있게 됐다. 또 직각의 수심보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수심을 보이는 곳이 많아져 낚싯대의 길이에 따라 다양한 수심층을 공략할 수도 있다. 천장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낚시금지 구역이었다. 그러나 대물붕어를 비롯한 자원은 많은 곳이어서 갈수기부터 장마철 오름수위 때까지 대물급 붕어들이 자주 낚이고 있다. 주 입질 시간대는 오후 4시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미끼는 곡물류 떡밥을 주로 사용한다. 블루길의 성화가 귀찮긴 해도 지렁이 미끼를 비롯한 대물용 생미끼, 캔옥수수, 메주콩 등 대물붕어 미끼를 사용하면 의외로 굵은 씨알의 붕어를 낚을 수 있어 다양한 미끼 운용능력과 도전적 공략이 필요하다. 조황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고 있어 장마철 오름수위까지 좋은 조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원기 낚시웹진조우(www.jowoo.kr)운영자 ▶가는 길 1)천안∼논산간고속도로→정안나들목→공주방향 우회전→→국도36번→청양방향 우회전→우성면소재지→정산면소재지→칠갑휴게소→천장호 2)서해안고속도로→서평택나들목→아산만→국도39번→아산시→공주방향→송악저수지→유구→신풍삼거리→청양방향 우회전→솔티터널→정산면소재지→칠갑휴게소→천장호
  • ‘물돌이’가 만든 풍요의 땅 경북 영양 삼지마을

    ‘물돌이’가 만든 풍요의 땅 경북 영양 삼지마을

    전북의 ‘무진장’(무주·진안·장수)에 흔히 비유되는 경북의 오지가 이른바 ‘BYC’(봉화·영양·청송)다. 구주령과 황장재, 창수령 등 높은 산마루에 갇혀 있는 영양은 그 중 한 곳. 한국전쟁이 발발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시장에 장보러 나온 주민을 통해 그 소식을 들었다는 수비면 오무마을로 상징되는 대표적인 오지다. 시인 조지훈, 소설가 이문열 등 걸출한 문인들을 낳아 문향으로도 불리는 이곳에 삼지(三池)마을이 있다. 이제껏 삼지마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본 사람이 많지 않아 세상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비단조개를 닮은 독특한 풍광이 압권인 삼지마을을 다녀왔다. ●빼어난 조형미… 조개 뚜껑 열면 인어가 튀어 나올 듯 사물은 종종 바라보는 높낮이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곤 한다. 삼지마을이 그렇다. 평탄한 길에서 보는 일상적인 모습도 아름답지만, 공중에 뜬 새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더없이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구도의 완벽함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미술가의 정교한 작품을 보는 듯도 하다. 마을 인근 산자락에서 본 마을 풍경은 딱 비단조개의 형상이다. 뚜껑을 열면 비너스를 닮은 인어가 긴 머리 휘날리며 튀어 나올 것만 같다. 삼지들녘을 씨줄날줄로 휘돌아 간 마을길은 경계선 역할을 담당하며 주변과 완벽하게 분리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람이 거주하기 훨씬 전 삼지마을은 안동 하회마을이나 예천 회룡포 등과 같은 물돌이동이었다. 일월산에서 발원한 대천(大川·현재의 반변천)이 옥산(玉山·현재의 코끼리산)에 부딪혀 마을을 돌아나가며 그림같은 물돌이동을 만들어 놓았다. 세월이 흘러 산은 물에 길을 터줬고, 마을에는 더 이상 물이 돌지 않았다. 그 자리가 뭍이 되면서 삼지들녘이 형성된 것. 현재는 원댕이못(元塘池)과 탑밑못(塔底池), 바대못(坡大池) 등 세 연못이 남아 그 시절을 웅변하고 있다. 삼지마을이란 이름은 바로 이 세 연못에서 비롯됐다. ●낙향한 선비들이 숨어살던 곳 영양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지형을 학술적으로는 곡류단절지라고 하는데, 풍경이 수려하고 토지가 비옥해 조선시대 선비들은 이런 곳을 택해 낙향하는 경우가 흔했다. 영양의 옛 지명이 ‘선비들이 숨어살기 좋은 곳’이란 뜻의 고은(古隱)이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군지(群誌) 등에서는 이 마을에 처음 정착한 사람을 한양의 세도가 조원이라고 적고 있다. 그의 입향 이후 삼지마을은 한동안 한양 조씨 집성촌을 이루기도 했다. 조원의 후손 조임이 한양 조씨 종택인 월담헌(月潭軒)을 축조하면서 지은 ‘월담헌기’를 보면 그가 이곳 풍경에 얼마나 심취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나.“이런 경치는 백리, 이 백리를 가더라도 구하기 어려운데 이같이 가까운 곳에서 얻게 되었으니 조물주가 공교로움을 다하고 기이함을 나타내어 백년을 감추어 두었다가 오늘이 오기를 기다린 것이다.” ●삼지마을을 보는 몇가지 방법 삼지들녘은 높낮이를 달리하며 한 바퀴 돌아봐야 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영양읍내에서 삼지2리 이정표를 보고 삼지마을로 향하다 곡식 저장창고 뒤편으로 돌아가면 높다란 언덕이 나온다. 이곳이 첫 번째 전망 포인트. 모양새가 한반도 지형을 닮은 탑밑못과 정자 등 가장 수려한 삼지2리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삼지2리 마을 위쪽 여기산 중턱의 연대암이 두 번째 전망 포인트다. 일월산의 올톡볼톡한 산마루가 감싸고 있는 듯한 삼지들녘 풍광이 빼어나다. 삼지2리에서 하원리 방향으로 가다보면 원댕이못과 만난다. 이곳은 평지에서 보는 게 외려 낫다. 새벽안개가 연못을 감쌀 때면 뒤쪽의 초록 융단이 깔린 듯한 코끼리산과 어우려져 선경을 펼쳐낸다. 삼지들녘 한가운데 솟아 있는 코끼리 산에 오르면 바대못과 영양 읍내가 조망된다. 예전엔 올톡볼톡한 모양새가 옥구슬을 꿴 듯하다 해서 ‘옥산’이라 불렸다.8월이면 각 연못에서 연꽃이 펴 아름다움을 더한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군은 2010년까지 삼지마을에 삼지연꽃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연꽃을 중심으로 한 생태테마공원이다. ●많은 문인 배출한 문학의 고장 영양은 다수의 문인을 배출한 ‘문향(文香)의 고장’이다.‘승무’‘봉황수’ 등 주옥같은 시로 사랑받고 있는 조지훈, 최초의 시 전문지 ‘시원’을 창간한 오일도,‘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저자 이문열 등이 이곳 출신이다. 이들의 생가와 문학관 등을 찾아 문학기행을 떠나도 훌륭한 테마여행이 될 듯하다. 일월면 주실마을은 조지훈의 생가와 시비, 문학관 등이 있는 곳. 영양읍 감천마을에서는 오일도 시인의 어린시절을 느껴볼 수 있다. 청송과 이웃한 석보면 두들마을에서는 소설가 이문열의 문학이력을 되짚어볼 수 있다. 전통 음식과 예절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통문화프로그램들도 마련돼 있다. 글 사진 영양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서안동나들목→34번 국도→월전→31번 국도→영양→삼지2리 표지판→삼지마을. 영양군청 문화관광과 680-6067. ▶잘 곳 : 영양에서 구주령을 넘어가면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이 나온다. 국내 최고의 수질로 정평이 나있다. 지하 400m에서 용출되는 원천도 볼거리. 객실 1박과 조식(2명), 온천사우나(2명)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를 이달 말까지 주중 7만 2000원, 주말 8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787-7001. 검마산자연휴양림(682-9009)도 깨끗하다. ▶맛집 : 최초의 한글요리책과 동명인 두들마을 ‘음식디미방’에서는 책에 나오는 요리법대로 만든 한정식을 선보이고 있다.2만∼5만원. ▶주변 볼거리 : 입암면 연당리의 선바위와 남이포는 영양의 상징과 같은 곳. 남이포 뒤편의 서석지는 보길도의 부용원, 담양의 소쇄원과 더불어 한국 3대정원으로 꼽힌다. 수비면 수하계곡은 수달과 은어가 뛰논다는 울진 왕피천의 상류. 계곡 안쪽에 반딧불이 천문대가 있다. 무속인들이 ‘접신(接神)의 땅’이라 부르는 일월산은 차로도 오를 수 있다.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6) 강원도 평창 능경봉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16) 강원도 평창 능경봉

    영동과 영서를 이어주는 대관령은 백두대간에 놓인 고개다. 백두대간 산줄기를 따라 북쪽으로는 오대산 노인봉(1338m)에 이르고, 남쪽으로는 고루포기산(1238m)으로 연결된다. 능경봉(1123m)은 대관령과 고루포기산 사이에 솟은 산으로서 고루포기산과는 횡계현 고개를 사이에 두고 있다. 대관령휴게소에서 백두대간 등산로를 따라 1시간30분 남짓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능선에는 신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물푸레나무, 복자기, 피나무 같은 큰키나무들이 섞여 자란다. 능선에서 소나무를 거의 만날 수 없는 것도 이 산의 특징이다. 노린재나무, 시닥나무, 함박꽃나무, 회나무 같은 떨기나무들이 숲의 중간층을 이루어 자란다. 숲 바닥에는 감자난초, 관중, 광릉갈퀴, 노루삼, 눈빛승마, 도깨비부채, 삿갓나물, 선괭이눈, 애기앉은부채, 옥잠난초, 쥐오줌풀, 투구꽃, 큰괭이밥 등의 풀꽃들이 살고 있다. ●골짜기 습지 애기앉은부채꽃 등 희귀식물 많아 횡계현에서 횡계마을 쪽으로 내려서는 골짜기인 왕산골이나 대관령휴게소 일대에서 정상 쪽으로 이어지는 골짜기들에 귀한 식물이 많다. 휴게소 일대의 골짜기 습지에 놋젓가락나물, 애기앉은부채, 제비동자꽃 등의 희귀식물이 살고 있다. 계곡을 따라 곳곳에 습지가 형성되어 있는 왕산골에도 꽃창포, 노루오줌, 붓꽃, 산비장이, 애기원추리, 참좁쌀풀, 초롱꽃, 할미밀망 등이 자라고 있다. 능경봉 산자락이라 할 수 있는 대관령에서 횡계마을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주변에도 금꿩의다리, 단풍터리풀, 생열귀나무, 범꼬리 같은 귀한 꽃들이 많다. 도로를 정비하거나 확장할 때에 이런 중요한 식물들이 있는지조차 모른 상태에서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단풍터리풀이나 제비동자꽃은 백두산을 비롯하여 만주, 몽골, 시베리아, 캄차카 등 고위도 지방에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로서 남한에서는 이 일대를 비롯하여 강원도 몇몇 곳에서만 발견된다. 이곳에 살고 있는 생열귀나무도 남한에서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식물이다. 장미과에 속하는 떨기나무로서 높은 산에 자라는 민둥인가목에 비해서 꽃빛깔이 훨씬 진하고, 열매는 길쭉하지 않고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산 중턱 이하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바닷가에 자라는 해당화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능경봉 자락의 자생지 부근에는 심어 놓은 해당화가 근처에 있으므로 헷갈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쥐오줌풀은 길가나 숲 속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길가에 자라는 것은 보랏빛이 도는 꽃을 피우고, 숲 속에서 햇빛을 조금만 받고 자라는 것은 흰 꽃을 피운다. ●5월~6월 하순 함박꽃나무 ‘함박웃음´ 붓꽃은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 모습이 글씨를 쓰는 붓을 꼭 닮았다. 꽃잎 아래쪽에 있는 노란 줄무늬는 곤충들이 잘 앉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전국의 숲 가장자리, 풀밭 근처 등에서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자생 붓꽃속(屬) 식물 가운데 비교적 흔하다. 숲의 중간층을 이루는 노린재나무는 작은 꽃들이 여러 개 모여서 화려한 흰 꽃을 피운다. 많은 수술이 꽃잎 밖으로 나와서 꽃이 더욱 화려하게 보인다. 줄기를 태우고 나면 남는 재의 빛깔이 노란색이어서 노린재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가을에 남색으로 익는 열매도 볼 만한다. 이맘때 산 속에서 크고 탐스러운 흰 꽃을 피우는 함박꽃나무를 산목련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식물학적으로도 목련과 같은 속(屬)에 속하므로 일리가 있지만, 학술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말이름일 뿐만 아니라 큰 꽃이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는 함박꽃나무라는 이름으로 통일해 부르는 게 좋을 듯하다. 꽃이 클 뿐만 아니라 잎도 크고 시원스럽게 생겨서 관상가치가 높다. 한라산을 비롯해서 우리나라 전 지역에 자라며, 사는 곳의 해발고도에 따라서 5월 하순부터 6월 하순까지 꽃을 피운다. 북한에서는 국화로 지정하여 도시의 공원에도 많이 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건국 60주년] 갈 곳 없는 도시빈민의 역사

    도시빈민들은 지난 60년 동안 정부의 도시정책, 경제상황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다양한 주거형태로 존재해 왔다. 하지만 어디로 옮겨가든 생활환경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인간답게 살아갈 공간에 대한 권리, 즉 주거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빈곤의 악순환은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다.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우리 사회의 도시빈민들은 신석기시대 움집과 유사한 형태의 ‘토막집’에서 생계를 유지했다. 땅을 파고 들어가 위에 지붕만 얹은 ‘비만 피하는’ 형태의 집이었다. 1950년 전쟁이 발발하고 피란민들이 부산에 몰려들면서 가파른 산자락으로 판자촌이 형성됐다. 북한 정부수립 직후 월남민들이 서울 변두리에 얼기설기 판자집을 지어 올렸다. 일제의 징용에 끌려갔다 돌아온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판자집을 지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1960년대 박정희 시대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되고, 도심지역에 대한 정비를 시작하면서 판자촌 빈민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들어가 일종의 위장주거 형태인 비닐하우스를 지어 살기 시작했다. 방치상태에 놓여 있던 도시빈민에 대한 정부의 강제 수용 정책이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그 유명한 1971년 경기도 광주 대단지 사건이 발생했다. 분양지 무상불하 및 각종 세금감면을 주장했던 빈민들은 광주단지 사무소와 성남파출소를 불태우고 서울시청으로 향하다 경찰기동대에 해산됐다. 1980년대 88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의 ‘달동네’에 대한 대대적인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도시빈민들은 다른 지역의 빈민촌으로 옮겨가거나 다세대 주택의 지하나 반지하, 옥탑방 등으로 옮겼다. 당시 상황을 반영해 도시 서민의 애환을 그린 ‘서울의 달’과 같은 드라마들도 유행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수많은 노숙자를 양산했다. 그해 겨울 수십명의 노숙자들이 길거리에서 동사했고, 이를 위한 대책으로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쉼터를 열고 식사지원 등의 생계지원에 나섰다. 2000년대 서울의 도시빈민들은 서울역·용산역·영등포역·청량리역 등 인구 이동이 많은 역사 주변의 쪽방, 혹은 벌집이라고 불리는 단칸방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2008년 현재 서울에 있는 노숙자의 수만 3500여명이라고 정부는 공식 통계에서 밝히고 있다. 쪽방·고시원·사우나·만화방·PC방·기도원 등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주거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노숙자는 최소 2만에서 최대 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여전히 국가의 의료·복지체계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슬로 시티’ 신안 증도를 가다

    ‘슬로 시티’ 신안 증도를 가다

    도시는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도시에서 속도란 성공으로 통하는 미덕이기도 하다. 그런데 슬로시티라니. 도시(city)와 느림(slow), 두 이질적인 단어가 결합됐으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러나 현재 세계 10개국 90여개의 도시가 ‘느린 마을’을 표방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의 증도 또한 그중 한 곳. # 증도 최고의 보물, 갯벌 증도를 흔히 ‘보물섬’이라 부른다.1975년 신안 앞바다에서 중국 송·원나라 때의 청자 등 유물을 싣고 가던 난파선이 발견된 이후 붙여진 별명이다. 이 보물섬이 지난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공인됐다. 슬로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의 브라 등 4개 도시가 ‘고속사회의 피난처’를 자처하면서 시작됐다. 택시 두 대, 공영버스 한 대가 대중교통 수단의 전부인 증도에서 자전거는 제법 ‘빠른 탈것’에 속한다. 면사무소에서 빌린 자전거로 섬 일주에 나서며 가장 먼저 만나는 풍경은 증동리 갯벌이다.430만㎡(130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땅. 햇살을 받아 번쩍이는 갯골 표면이 눈부시게 화사하다. 갯벌 위로 ‘짱뚱어 다리’(470m)가 놓여져 있다. 짱뚱어 다리 한 끝은 황금빛 모래 가득한 우전해수욕장이다. 검은 개펄과 모래 해변의 공존은 어디서고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우전(羽田)은 ‘새 깃털 밭’이란 뜻. 예로부터 기러기 무리가 한겨울을 지내고 간다 해서 ‘깃밭’이라고도 불렸다. 모래 해변은 퍽 길다.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곱디고운 모래가 폭 100m, 길이 4㎞ 이상 이어진다. 뒤편은 해송 숲이다. 천천히 걷기에 맞춤하다. 면사무소 옆 산자락에서 보면 송림 전체가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다. # 바다 위에 뜬 꽃, 화도 증도는 작은 크기에 비해 여기저기 볼거리를 많이 숨겨 두고 있는 섬이다. 그중 하나가 화도,‘꽃섬’이다.MBC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 해당화가 만발할 때면 섬이 마치 꽃봉오리 같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1.2㎞짜리 징검다리, 노두(露頭)를 통해 증도와 연결돼 있다. 자전거로 노두 위에 올라서자 ‘타다닥∼’하는 소리가 들린다. 장작이 불에 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뽁뽁이(비닐 포장재) 터뜨리는 소리처럼도 들린다. 느닷없는 이방인의 출현에 놀란 짱뚱어와 게들이 개펄에 몸을 숨기면서 내는 소리다. 밤이면 횃불낙지잡이가 벌어지는 화도 갯벌 앞쪽은 갈매섬이다. 모래가 깨끗해 누드해수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니, 또 하나의 ‘볼거리’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꽃섬에서 해당화와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순비기꽃으로 대신해야 했다. 해녀가 물속으로 숨는 모습과 닮았다던가. 꽃말 또한 ‘그리움’이니 섬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섬은 그리움이다. 곧 도착할 배에서 행여 뭍으로 나간 자식이, 그리던 임이 내리지나 않을까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것이 섬마을의 정서다.2011년이면 증도까지 연륙교가 연결된다. 필경 뭍으로부터 ‘빨리빨리 바이러스’가 쏟아져 들어올 터. 그때도 증도는 온전하게 느림의 미학을, 그리움의 정서를 안고 살아가게 될까. # 사당과 점집, 풍어제가 없는 섬 증도는 깨끗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섬들과는 달리 해안가 어디를 가도 그 흔한 횟집 하나 없다. 면사무소가 있는 증동리 주변에 몇 개의 식당과 여관 등이 있을 뿐이니 바닷가 어딜 가도 어지러운 간판 없는 깨끗한 풍경과 만나게 된다. 섬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이제껏 흔히 접했던 섬 풍경 중에 뭔가 빠진 것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빨강, 노랑 깃발들이 펄럭이는 사당이다. 국내 어느 섬을 가더라도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사당이 없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풍어제를 지내지 않는 섬을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증도엔 없다. 섬 주민 대부분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주민수 2200여명의 작은 섬에 교회만 11개가 세워져 있다. 교계에서는 섬 주민의 90% 정도가 교인이라는 통계도 내놓고 있다. # 느리게, 아주 느리게 걸어 보아요 전라남도와 한국관광공사는 14일 증도 일대에서 ‘제1회 슬로시티 아름다운 걷기 여행’ 행사를 벌인다. 아시아 최초로 인증된 4개 슬로시티(신안 증도, 담양 창평, 완도 청산도, 장흥 장평)를 한국의 차별화된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수도권 여행객 800명, 전남지역 여행객 200명 등 총 1000명이 참가해 갯벌 위에 떠 있는 짱뚱어다리와 우전해수욕장 백사장, 해송산림욕장 등을 걷는다. 글 사진 신안(증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철도·버스:용산역→목포역→목포시외버스터미널→지도터미널→지신개 선착장→증도.KTX 3시간20분, 새마을호 4시간50분, 무궁화호 5시간10분 소요. 목포시외버스터미널(276-0221)에서 지도 터미널까지 1∼2시간 간격 버스 운행(1시간20분 소요). 지신개 선착장까지는 군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목포에서 지신개 선착장을 직접 연결하는 직행버스가 하루 4회, 광주에서 하루 2회 운행한다. 서울에서도 하루 2회 지도까지 운행하고 있다. 금호고속 275-0582. ▲승용차:서해안고속도로→북무안나들목→현경교차로→해제-지도 방면→지도읍→사옥도→지신개선착장→증도. 지신개 선착장에서 증도를 오가는 철부선(페리호)이 하루 11회(주말 30회) 왕복운항한다.10분 남짓 소요.1인 3000원(왕복). 소형 1만 5000원(왕복, 운전자 1인 포함), 중·대형,SUV 1만 7000원. 증도 내엔 LPG충전소가 없다. 지영해운 275-7685. ▶맛집:요즘 병어가 제철이다. 면사무소 앞 고향식당(271-7533)에서 싱싱한 병어를 회와 찜으로 맛볼 수 있다.2만 5000원.7월부터는 민어가 바통을 잇는다. ▶잘곳:엘도라도리조트는 섬에서는 드물게 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췄다.260-3300. 해우촌은 한옥형 고급 민박시설.8만∼10만원을 받는다.271-4466. 일반 민박은 3만∼5만원. 증도면사무소 271-7619.
  • ‘삐비꽃’ 필 무렵 소금꽃이 활짝

    ‘삐비꽃’ 필 무렵 소금꽃이 활짝

    지난 3월28일 염(鹽)관리법 개정안이 발효되기 전까지 45년 동안 천일염(天日鹽)은 ‘식품’이 아닌 ‘광물’이었다. 천일염에 함유된 칼슘·마그네슘 등 염화나트륨 이외의 미네랄 성분들이 광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대로 식탁에 오르지 못하는 등 변변찮은 대접을 받아 온 게 사실. 이제 각종 미네랄을 듬뿍 머금고 있는 천일염은 참살이 ‘식품’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천일염은 유월에 만든 것이 으뜸. 한창 소금이 익어가는 마을, 전남 신안군 증도를 다녀왔다. #여의도 두 배 면적 염전에 60여 소금창고 장관 증도 선착장에 내려 긴 방파제를 지나자 시간이 멈춰선 듯한 아련한 풍경에 시선이 고정된다. 끝간 데 없이 길게 펼쳐진 소금창고 행렬이다. 숯검댕이를 바른 듯 검은빛 일색의 건물들이 약 3㎞에 걸쳐 60여채가 도열해 있다. 위성사진에도 선명하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건물마다 전신주를 하나씩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 여간 장관이 아니다. 소금창고 좌우로는 태평염전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단일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약 463만㎡(140만평)로 여의도의 두 배 크기다. 태평염전은 1953년 한국전쟁 후 피난민 구제와 국내 소금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조성됐다.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의 갯벌을 막아 형성된 까닭에 증도를 하나의 섬으로 이어주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옛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석조 소금창고를 개조한 소금박물관과 더불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무채색이 지배하고 있는 염전에 색채감을 더해주는 것이 ‘삐비꽃’(삘기의 사투리)이다. 이맘때면 허름한 소금창고 주변에 무시로 피어나는 꽃. 바람에 하늘거리는 하얀꽃송이들이 갯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닮았다. 삐비꽃이 만개할 무렵 염전에서는 소금꽃이 활짝 핀다. 염도가 오른 물이 증발하면서 물 위에 하얀 소금 결정을 피워 올리는데, 염부(鹽夫)들은 이를 소금꽃이라 부른다. 흔히 태양이 작열하는 한여름에 생산된 소금이 맛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지에서는 6월에 생산된 것을 최고로 친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소금이 만들어지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과 햇볕이다. 태평염전 정구술 과장은 “오뉴월 치맛자락이 살랑살랑 휘날릴 정도의 미풍이 염전 옆자락을 스치고 지나갈 때 가장 맛있게 소금이 익는다.”고 설명했다. # 바람과 햇볕, 그리고 바닷물…25일간의 사랑 소금은 저수지와 증발지, 결정지 등 세 단계를 거쳐 만들어 진다. 소요기간은 25일 정도. 먼저 염전 아래쪽 저수지에 바닷물을 받는다. 저수지에서 이물질이 걸러진 바닷물은 염도를 높이기 위해 증발지로 옮겨진다.1차 증발지를 ‘난치’,2차 증발지를 ‘누테’라고도 한다. 염도가 1∼2도 정도였던 바닷물은 증발지를 거치며 하루에 1도가량 수치를 높여가다 결정지에 공급될 때쯤 27도 언저리까지 치솟는다. 이렇게 염도는 올리고 수분은 증발시키는 과정을 염부들은 “물을 깎는다.”고 표현한다. 물을 깎아 소금이란 조각작품을 탄생시킨다는 뜻일 게다. 증발지에서 한껏 염도를 높인 소금물은 ‘자고’라 불리는 물길을 따라 ‘소금밭’, 즉 결정지로 이동한다. 아침 6시쯤 소금물이 결정지로 공급되고 난 후 3∼4시간 뒤면 소금꽃이 피기 시작한다. 하얀 소금꽃들이 ‘깡지게’ 엉켜 ‘살을 찌운’ 후에야 비로소 소금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은 소금창고로 옮겨져 1년 가까이 간수를 뺀 다음 출하된다. # 땀 한 바가지에 소금 한 바가지 요즘엔 소금물을 이동시킬 때 수차 대신 모터를 이용한다. 소금을 옮기던 대바구니 자리도 배터리를 이용한 전동 수레가 차지했다. 예전보다 수월해졌다고는 하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소금을 만드는 작업은 여전히 힘들고 고되다.‘염부의 땀 한 됫박에 소금 한 됫박’이란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게다. 염부들의 애면글면한 수고 덕에 천일염은 칼슘, 마그네슘 등 바다에 녹아 있는 미네랄을 균형 있게 품었다. 그 숫자가 무려 88종에 달한다.‘소금은 바람과 햇볕으로 잉태한 보석’이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대목이다. 하지만 천일염은 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제대로 식탁에 오를 수 없었다. 용도도 배추를 절이거나 생선을 보존하는 등으로 제한됐다. 밥상에는 순수 소금에 가깝게 만든 정제염이 주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제 식용으로 쓰이는 데 장애가 없어졌다. 소금박물관의 박미선 학예연구사는 “자연이 선물한 천일염에 비해 그 많은 미네랄들을 모두 잃어버린 채 인공적으로 나트륨과 염소만을 분리·합성시킨 염화나트륨 덩어리가 정제염”이라고 설명했다. 소금의 질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고 그것이 식생활 안전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천일염 시장규모는 1000억원 정도. 소금산업 관계자들은 5년 뒤에는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쯤이면 염부들의 옷자락에 달라붙은 ‘소금꽃’이 비로소 ‘웃음꽃’으로 변하게 될까. # 소금은 왕도 만들었다 박 연구사의 설명을 듣자니 소금의 용도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음식으로서는 물론 도자기에 광택을 내거나 의류를 염색하는 데도 곧잘 쓰였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장경각의 지반을 조성할 때는 해충을 막고 물빠짐을 돕기 위해 숯과 함께 넣기도 했고, 신기전(神機箭) 등 무기에 장착된 폭약 제조에도 필수적으로 이용됐다. 소금은 왕도 만들었다. 박 연구사에 따르면 고구려 건국 시조 주몽은 한나라의 소금통제로 부여 백성들이 어려움에 빠지자 소금을 구하러 떠난다. 많은 양의 소금을 구해온 주몽은 백성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게 됐고 이는 훗날 고구려 건국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 또 최초의 소금장수로 전해지는 고구려 왕자 을불은 왕권다툼을 피해 소금을 지고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민심도 헤아리고 경제력도 얻게 되니, 그가 바로 고구려 15대 미천왕이다. 멀리는 인도의 간디가 소금세를 신설하려는 영국 정부에 맞서 360㎞ 소금행진을 벌여 비폭력불복종 운동의 불을 지폈다.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 중 하나였던 것도 민중들에게 증오의 대상이었던 염세(소금에 부과된 세금)였다. 소금에서 파생된 단어들도 있다.‘샐러리맨’에게 지급되는 ‘샐러리’(salary)는 로마시대 병사들에게 소금으로 지급됐던 급료를 이르는 말이고,‘솔저’(soldier)는 그 급료를 받는 병사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태평염전에서는 대파질로 소금 긁어 모으기, 수차로 소금물 돌리기 등 다양한 염전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료 3000원. 이틀 전 홈페이지(www.sumdleche.com)에서 예약해야 한다. 소금박물관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화요일 오후, 수요일은 휴관. 소금박물관 뒤쪽 산자락에 태평염전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061)275-0829. 글 사진 신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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