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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스닷컴, 전세계 ‘전망 좋은 호텔’ 엄선

    호텔스닷컴, 전세계 ‘전망 좋은 호텔’ 엄선

    “‘좋은 호텔’의 기준은?” 뛰어난 시설과 서비스, 지리적 접근성, 합리적 요금 등 다양한 요건이 있지만 처음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은 여행자의 경험을 좌우한다.호텔스닷컴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전 세계 전망 좋기로 소문난 호텔들을 추천한다고 19일 밝혔다.◆ 싱가폴,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지난 6월 공식 오픈과 동시에 아부다비 ‘에미레이트 팰러스 호텔’을 재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텔(호텔스닷컴 1박 예약가 약 316,648원)에 등극한 싱가폴 ‘마리나 베이 샌즈’는 실외 수영장과 실내 운하, 카지노, 영화관, 박물관 등 초호화 부대시설을 자랑한다. 세 개의 호텔 타워 꼭대기를 잇는 보트 모양의 플랫폼은 ‘스카이 파크(SkyPark)’란 이름이 붙을 정도다. 스카이파크는 이름 그대로 상공에서밖에 볼 수 없는 광활한 뷰를 선사한다. 또한 150미터 길이(올림픽수영장의 세 배)의 세계 최대 실외 수영장이 있어 싱가폴 마천루와 수평면이 만나는 아찔함 속에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태국, ‘포시즌 골든 트라이앵글(Four Seasons Golden Triangle)’ 태국의 ‘포시즌 골든 트라이앵글’에서는 태국과 미얀마를 흐르는 루악(Ruak)강, 라오스산, 또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이 만나는 황금 삼각지대(Golden Triangle)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이국적인 대나무 숲과 코끼리 떼가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페루, ‘마추픽추 생추어리 롯지(Machu Picchu Sanctuary Lodge)’ 페루의 마추픽추는 ‘나이 든 봉우리’라는 뜻으로 산자락에서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마추픽추 요새 입구에 위치한 유일한 숙소 ‘마추픽추 생추어리 롯지’는 잉카문명의 영고성쇠를 가장 가까이서 살필 수 있다. 특히 절벽과 봉우리로 둘러싸인 우르밤바 계곡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아침식사가 최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룸 위드 어 뷰(Room with a View)’ 시리즈호텔스닷컴은 최근 남태평양 피지, 하와이의 코스트라인, 홍콩의 스카이라인 등 전경을 소개하고 해당 지역의 특가 세일 프로모션을 알리는 ‘룸 위드 어 뷰(Room with a View)’ 시리즈 광고를 선보이면서 전망 좋은 호텔 알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양성호 호텔스닷컴 한국·일본지역 마케팅 총괄이사는 “세계 곳곳에는 국내 여행자들에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호텔들이 존재한다.”며 “앞으로 ‘전망 좋은 호텔’ 알리기에 힘쓰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캠페인 및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한편 호텔스닷컴은 8월 4일까지 전 세계 인기 여행지의 호텔 상품을 특가에 제공하는 여름세일을 진행하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지역의 호텔을 한정 시간 동안 특별 할인가에 제공하는 단기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하 테마별 경관을 자랑하는 호텔 (호텔스닷컴 제공)▶ 세계 거대 유적을 감상하기에 좋은 호텔· 타지마할을 감상할 수 있는 인도-오베로이 아마르빌라스, 아그라 (Oberoi Amarvillas, Agra)· 만리장성을 감상할 수 있는 중국 - 커뮨 바이 더 그레이트 월 (Commune By The Great Wall)▶ 설계부터 ‘뷰(View)’를 생각한 호텔· 399개 호텔 전 객실의 한 면을 전면 창으로 설계해 홍콩 시내와 빅토리아 항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홍콩-포시즌 (Four Seasons) · 모든 객실의 서쪽 벽을 터서 울창한 열대림과 화산, 카리브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한 세인트루시아-라데라 리조트 (Ladera Resort)▶ 대자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호텔· 대서양과 울창한 산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트웰브 어파즐 호텔 앤드 스파 (Twelve Apostles Hotel & Spa)· 영화 ‘반지의 제왕’ 간달프 역의 배우 이안 맥켈런이 극찬했을 정도로 훌륭한 산세와 아름다운 호수, 협곡이 절경인 뉴질랜드 글레노키-블랭킷 베이 롯지 (Blanket Bay Lodge)▶ “푸른 바다가 있다면 어디든 좋다!” 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호텔· 호주 산호해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호주 헤밀튼섬-콸리아 (Qualia)· 유럽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말피 해변을 감상할 수 있는 이탈리아-일 산 피에트로 디 포지타노 (Il San Pietro di Positano)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
  • 홋카이도, 雪國의 여름은…

    홋카이도, 雪國의 여름은…

    홋카이도(北海道)에 대한 당신의 기억은 무엇입니까. 혹시 눈 축제, 설국(雪國) 등 겨울 이미지만으로 점철돼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맘때 홋카이도와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여름, 일본 북방의 섬 홋카이도의 광대한 들판에 서면, 이제껏 가졌던 홋카이도에 대한 관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그 자리에 자작나무 우거진 너른 벌판과 그 위를 가득 메운 감자꽃, 그리고 청량한 공기가 대신 들어찹니다. 만지면 묻어날 것 같은 잉크빛 하늘은 별책 부록이지요. 당신이라면 홋카이도와 어떻게 호흡을 맞추겠습니까. 거미줄처럼 구석구석 잘 연결된 철도와 속살까지 훑을 수 있는 렌터카를 가장 앞줄에 세우지 않을까요. 그렇게 홋카이도의 여름과 만나고 왔습니다. 기차 타고, 자동차 타고 북방의 섬 곳곳을 살폈습니다. 화산과 산중 호수, 그리고 자작나무 늘어선 길과 한창 피기 시작하는 야생화들은 더없이 친근한 길동무가 되어 주었습니다. ●대자연이 스스럼없이 다가오다 홋카이도에서 오래된 신사(神社)나 정원을 가진 고택 등 일본 특유의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토착민인 아이누족이 살던 땅에 불과 130년쯤 전부터 본토의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름철 홋카이도의 가장 큰 미덕은 ‘청량함’이다. 전 지구적인 환경 변화의 영향인 듯, 일부 지역은 간혹 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할 때도 있다. 예전에 견줘 비 오는 날도 다소 늘었다. 하지만, 대체로 20도 중반을 넘지 않는다. 습도 또한 낮아 그늘에만 들어가면 서늘하다. 한여름, 본토의 일본인들이 홋카이도를 최고의 휴가지로 꼽는 이유다. 이국적이면서도 시원한 여행지와 만나고 싶다면 중부 산악지대를 우선 고려하시라. 삿포로(札幌)에 이은 홋카이도 제2의 도시 아사히카와(旭川)에서 차로 1시간20분쯤 달리면 다이세쓰산(大雪山) 국립공원에 닿는다. 일본 내 국립공원 중 가장 너른 면적을 자랑하는 곳으로, 해발 2000m급 연봉들이 늘어서 있다. 최고봉은 해발 2291m의 아사히다케(旭岳). ‘홋카이도의 지붕’이라 불린다. 산 아래 1100m까지는 차로, 1600m까지는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다만 로프웨이에 오르기 전 기상 상황을 확인하는 게 좋다. 악천후로 운행을 멈추는 경우가 드물게 있기 때문. 로프웨이에서 내리면 ‘냉랭한’ 공기가 이방인을 맞는다. 시원함을 넘어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다. 산자락 여기저기 지난 겨울에 내린 눈이 쌓여 있다. 전망대 왼편 등산로를 따라 돌면 메오토이케(夫婦池), 즉 부부 연못이라 불리는 두 개의 작은 연못과 만난다. 하트 모양의 가가미이케(鏡池)는 아내, 절구를 닮은 스리바치이케(鉢池)는 남편이란다. 검푸른 물을 담고 있는 연못은 절반 넘어 잔설로 덮였고, 주변엔 어김없이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 있다. 아사히다케가 투영되는 모습이 절경인 스가타미노이케(姿見の池)에 서면 거대한 활화산이 위압적인 자태로 다가선다. 산 허리께 몇개의 분화구에서 비릿한 유황 냄새와 함께 흰 김이 ‘쉬익~’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온다. 눈과 활화산, 그리고 야생화. 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외려 그 덕에 풍경만큼은 더없이 이국적이다. 등산로를 천천히 돌아 보는데 한 시간 남짓 소요된다. ●초목들, 빛깔로 말을 걸다 요즘 홋카이도를 찾는 일본인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는 여행지가 ‘가든 가도’(Garden 佳道)다. 독일 ‘로맨틱 가도’의 홋카이도 버전이다. 비에이(美瑛), 후라노(富良野), 오비히로(帶廣) 등 아름다운 정원과 수목원을 품고 있는 7개 지역을 연결한다. 총 길이는 250㎞ 남짓. 가든 가도를 따라 아름다운 풍경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운전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사실 외국에서 운전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일본은 운전석과 차량 운행 방향이 우리와 반대 아닌가. 하지만 가든 가도 같은 한적한 길을 달리는 것 쯤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내비게이션이나 표지판이 잘 돼있고, 교통량도 많지 않아 생경함은 금방 즐거움으로 바뀐다. 가든 가도가 지나는 도시 후라노(富良野)에는 라벤더로 유명세를 얻은 도미타농장(팜도미타)이 있다. 야트막한 구릉을 따라 라벤더꽃이 피어 있는 사진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곳. 홋카이도 관광안내책자라면 어디건 빠짐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사진 한 장때문에 홋카이도의 여름 이미지가 결정돼 버린 아쉬움도 적지 않다. 요즘엔 그야말로 ‘사진처럼’ 라벤더와 양귀비 등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도카치(十勝)의 마나베 정원은 반드시 들러야 할 곳. 4대(代)에 걸쳐 1800 종의 초목들을 키워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저마다 빛깔을 낸다는 것. 특히 ‘콜로라도 푸르너스’는 마치 눈이 내린 듯 잎끝이 흰빛을 띠는데, 정원 곳곳에 도열해 있는 모습이 여간 빼어나지 않다. 원래 미국 로키산맥 일대에서 자라던 나무로, 1700년대 독일로 넘어가 품종 개량을 거친 뒤 잎끝이 흰색으로 변했단다. ‘천년의 숲’도 둘러볼 만하다. ‘1000년의 숲까지 앞으로 990년’ 남았다는 뜻의 수목원이다. 목재 확보등을 위해 인위적으로 심은 침엽수를 도태시키고, 대신 도카치 지방 특유의 활엽수 숲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정원 앞 잔디밭에서 숲 정상까지 다녀오는 2시간짜리 세그웨이 체험도 시도해 볼 것. ●감성의 고향 오타루 기억나시는가. 일본 영화 ‘러브 레터’(1999)의 여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애절한 목소리로 외치던 ‘오겡키 데스카?’말이다. 영화 내용은 정확히 몰라도, 이 문장만큼은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하다. ‘러브 레터’ 촬영지가 바로 홋카이도 서부 해안도시 오타루(小樽)다. 사실 빼어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홋카이도를 찾는 일본인들은 거개가 이곳을 들러 간다고 한다.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배우 ‘욘사마’를 찾아 춘천으로, 남이섬으로 향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지금은 삿포로에 자리를 내줬지만, 오타루는 2차대전 전까지만 해도 홋카이도 제일의 도시였다. 그 영화의 흔적은 낡은 건물로 남아 그 시절을 웅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볼거리는 오타루 운하다. 길이 1300m, 폭 40m의 물길을 따라 늘어선 옛 건물들은 레스토랑, 갤러리 등으로 변신해 고풍스런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운하 산책로에는 메이지시대의 가스등을 재현한 가로등이 늘어서 있다. 운하 위쪽 길로는 수만개의 오르골이 전시된 오르골당, 캐나다 밴쿠버에서 기증한 증기 시계, 유리 공예품점 등 볼거리들이 밀집돼 있다. ●여행수첩 ▲대한항공이 인천에서 홋카이도 신치토세(新千歲) 공항까지 매일 운항한다. 하코다테(函館)는 화·목·일요일 각 1편. 아시아나항공은 1일부터 매주 목·일요일 전세기를 투입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19일부터는 월·금요일, 25일~8월26일은 매일 전세기 1편을 띄운다. ▲일본 전문여행사 에나프투어(www.enaftour.com)는 일본 JR와 함께 자유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항공권과 철도 티켓, 렌터카 대여, 호텔 숙박 등을 일정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개인여행자들에게 부담스러운 렌터카 대여 등을 대행해줘 편리하다. 세그웨이, 승마, 낚시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안내, 예약해준다. 3박4일 기준 렌터카 1일, 왕복기차표 포함 1인 93만 9000원. (02)337-3088. ▲삿포로에서는 라멘집들이 즐비한 ‘라멘 요코초(라멘 거리)’를 꼭 방문할 것. 삿포로 번화가인 스즈키노에 있다. 오타루는 초밥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 초밥거리가 별도로 조성돼 있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모은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장거리 이동은 JR철도를 이용하는 게 낫다. ‘JR 무제한 이용 패스’가 3일 1만 5000엔(약 21만원), 5일은 1만 9500엔이다. ▲국내산 전기제품을 쓰려면 11자형 플러그를 준비해야 한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차다. 얇은 방풍 재킷 하나쯤 가져가는 게 좋다. ▲휘발유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 1ℓ에 130~140엔 가량. 글 사진 홋카이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길섶에서]고라니/이춘규 논설위원

    경기 파주시 야산자락에 있는 지인의 주말농장에 갔다. 고추, 상추, 고구마, 쑥갓, 오이 등이 자라고 있었다. 일하다 보니 고구마 줄기 상당수가 통째로 잘려나가 안타까웠다.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 “고라니가 먹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일주일 뒤 지인이 밭에 가니 장마로 물이 불어난 수로에 고라니 새끼가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 커다란 쥐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고라니새끼였단다. 구해주려 하자 새끼는 비명을 지르고 어미는 새끼를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 근처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고 한다. 새끼의 털을 말려주고, 기념사진도 찍고, “고구마 먹지 말아줘.”라고 다독인 뒤 놓아주자 고라니가족은 평온을 되찾았다. 심성 고운 인간을 만난 운좋은 고라니들. 고라니, 맷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깊은 산에서 서식밀도가 높아지자 자꾸 민가 근처로 내려와 인간과 충돌한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충돌은 갈수록 심해질 것 같다.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외진 주말농장 고라니가족의 그 후가 걱정된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그곳에선 무엇을 하든 캔버스가 된다

    그곳에선 무엇을 하든 캔버스가 된다

    경북 경주를 소개하면서 유명 관광지 이외의 곳을 여행 목적지로 권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따릅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우리 역사와 만날 수 있는, 내 나라 안에서 첫손 꼽히는 관광지 중 하나가 경주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무게에 더해 빼어난 아름다움까지 갖춘 유적들을 둘러보기에도 하루 해가 짧은데, 다른 곳까지 찾을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차로 한 시간만 나가면 검푸른 동해바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요. 마음은 급해지고 발걸음은 그만큼 빨라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권해 봅니다. 낮 동안은 경주의 역사와 함께하고, 해거름이거나 이른 시간에 트레킹 삼아 잠시 이곳을 둘러보라고요. 장담컨대 손해볼 일 전혀 없습니다.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막연히 그냥 걸어도 좋겠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그곳은 배경이 되고, 캔버스가 되고, 한적한 산책길이 되니까요. 경주 암곡동 대단위목장입니다. 이름 참 촌스럽죠? 그런데 풍경만큼은 이름과 정말 다릅니다. 산자락 여기저기를 잇는 구릉 위로 너른 호밀밭이 끝간 데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산 정상에 초록의 바다가 펼쳐져 있는 듯합니다. 간간이 핀 야생화들은 운치를 더해주는 데 모자람이 없습니다. ●초록의 바다를 유영하다 호밀밭은 낯설다. 장년층이라면 어린 시절 몰래 밀밭에 들어가 덜 여문 밀을 불에 구워 먹던, 이른바 ‘밀 서리’의 기억은 있겠으나, 호밀밭에 관한 기억은 쉬 떠오르지 않는다. 기껏해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1951)을 읽은 기억쯤 있을까. 아무래도 우리가 즐겨 먹는 곡물이 아닌 탓일 게다. 밀은 밀이되, 앞에 오랑캐 호(胡)자를 붙인 것도 그런 까닭으로 보면 맞을 듯하다. 예전과 달리 요즘엔 호밀밭이 느는 추세다. 얼핏 보리밭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호밀밭인 경우가 적지 않다. 호밀은 자체로 농산물이 되기보다 주로 소의 먹이, 혹은 자운영처럼 지력(地力)을 높이기 위한 천연 비료 등의 목적으로 쓰인다. 호밀밭 조성 여부야 어찌됐건, 보기 드문 풍광을 펼쳐내는 건 분명하다. 대단위목장을 찾아 가는 길은 벚나무 터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문단지 안에 조성된 것보다 한결 굵어 보이는 벚나무들이 깊은 음영을 만들고 있다. 초봄 벚꽃으로 즐거움을 준 나무들이 이젠 시원한 그늘로 또 한번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셈이다. 암곡동 무장사지 주차장에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2.5㎞가량 오르면 대단위목장이 시작된다. 현지인들에겐 예전 이름인 ‘도투락목장’이 더 친숙하다. 철제 대문을 지나 관목 사이로 난 소로가 끝나면, 왼쪽으로 호밀밭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호밀밭 가운데는 소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서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를 통해 ‘전지현 소나무’로 인기를 얻었던 강원 정선 새비재의 소나무와 비슷한 자태다. 이 때문에 대단위목장을 찾았던 이들은 이곳을 가장 인상적인 장소로 꼽곤 한다. 정말 너른 호밀밭은 여기서 야트막한 고갯길을 지나야 나온다. 고갯마루 아래 산사면 이쪽저쪽이 온통 호밀밭이다. 대단위목장을 임대 운영하고 있는 김승태씨는 총 면적이 약 1300만㎡에 달한다고 했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건축면적 5만 9747㎡) 220개가량의 면적이 호밀밭인 셈이다. 그 너른 공간을 차지한 호밀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파도처럼 일렁인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초록빛 바다다. ●TV 드라마, 영화 등 단골 촬영지 막간에 질문 하나. 찔레꽃은 어떤 빛깔을 하고 있을까. 트로트 가요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을 떠올린다면, 가차없이 ‘땡~’이다. 찔레꽃은 미색이다. 대단위목장을 둘러보는 동안 자주 눈에 띄었던 꽃이기도 하다. 늘 곁에서 보던 꽃도 이런 범상치 않은 장소에서는 마치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희귀 야생화처럼 보인다. 호밀밭 사이로 작은 길들이 성긴 그물처럼 이어져 있다. 김씨에 따르면 목장 내 소로의 전체 길이는 ‘10리’(4㎞)를 넘어선다. ‘발병’ 나기 딱 좋은 거리다. 어른 가슴 언저리까지 웃자란 호밀밭 사잇길을 걷다 보면,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듯한 느낌 마저 든다. 이 너른 호밀밭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TV 드라마 ‘선덕여왕’ 등이 촬영됐다. 최근엔 KBS 전쟁드라마 ‘전우’의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다. 대부분 장쾌한 스케일의 전투신을 찍은 것이 공통점. 목장 내 폐건물 곳곳에 ‘US ARMY’ 등의 글귀가 적혀 있는 것도 영화 촬영 때문이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가을엔 농염한 붉은 수수밭으로 볼을 간질일 정도의 바람이라도 불면 호밀이 서로 부대끼며 사르락, 사르락 소리를 낸다. 어디선가 들었던, 친숙한 소리다. 어머니 밥 지을 때 쌀 씻던 조리 소리와 닮았다. 어머니 손 안에서 빙빙 도는 조리에 쌀들이 부딪치며 내던, 바로 그 소리다. 호밀밭 사이를 거닐 때 유난히 포근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일 터다. 하지만 이 호밀밭의 절반가량은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이다. 대단위목장의 소유주인 한 건설회사에서 이곳에 골프장을 조성할 예정이기 때문. 원래 지난해 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대체로 7월이 가기 전에 호밀은 모두 베어진다. 그 자리에 다른 농작물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단위목장 측은 호밀이 사라진 자리에 수수를 심을 예정이라고 했다. 여름 내내 초록 바다를 이루다 가을에는 붉게 익은 수수로 또 한번 장관을 이룰 터다. 붉은 수수밭이라. 어딘가 여름보다 뜨거운, 농염한 장면이 연상되지 않는가. 글 사진 경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찾아가는 길이 다소 복잡하다. 경주 보문단지 대형 물레방아를 기점 삼아 200m쯤 지나면 삼거리다. 여기서 암곡 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3.5㎞ 직진하면 암곡면, 다시 1.5㎞ 더 가면 무장사지 주차장이다. 트레킹을 원할 경우 이곳에 주차한다. 차로 돌아볼 경우 선덕여왕 촬영지 입간판을 보고 좌회전한 뒤 첫 번째 갈라지는 길에서 오른쪽 용문사 방향, 두 번째 갈라지는 길에서는 사슴목장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대단위목장 정문까지는 2.5㎞가량 된다. 대단위목장 정문 경비초소 직원은 오후 5시에 퇴근한다. 그 이후엔 정문 왼쪽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호밀밭에 닿을 수 있다. 경상북도관광협회 745-0750. →맛집 경주에 가서 반드시 맛봐야 할 것이 황남빵과 찰보리빵이다. 황남빵은 1939년 처음 선보인 이후 3대에 걸쳐 부드럽고 고풍스러운 맛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도 손저울을 사용하고 팥소를 넣은 둥글납작한 반죽덩어리 위에 빗살무늬 도장을 찍어 멋을 낸다. 749-7000. 황남빵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명물이 찰보리빵이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 777-0070.
  • 저 보랏빛 군무… 그 달콤한 유혹

    저 보랏빛 군무… 그 달콤한 유혹

    “어느 총각 꼬시려고, 꿀단지 열 개 스무 개 향긋한 그 내음 여기 저기 퍼뜨려 벌 나비 모두 불러 잔치 또 잔치 이른 봄 꽃 피어 잠시 꿈꾸다 여름이면 말라 죽는 夏枯草 (하고초) 신세” 시인 이종원이 지은 시 ‘꿀풀’의 한 대목입니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한번쯤 맛보았을 꿀풀에 관한 헌사지요. 들로, 산으로 노닐다 꽃잎 따서 입에 물면 다디단 꿀물이 나오던, 바로 그 꽃입니다. 지금 경남 함양 하고초마을에는 꿀풀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습니다. 마을 뒷산의 다랑논마다 벼 대신 꿀풀들이 가득 차 보랏빛 융단이라도 깔아 놓은 듯합니다. 도깨비 방망이를 닮아 생김새는 어쭙잖은 것이 꽃 빛깔은 어찌 그리 고운지요.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보랏빛의 유혹이 제법 마음을 흔듭니다. 그뿐인가요. 함양은 ‘정자의 고향’이라 할 만큼 정자가 많습니다. ‘선비문화 탐방로’라 해서 함양의 대표적인 정자를 둘러볼 수 있는 트래킹 코스도 만들어 뒀습니다. ‘보라색 꿀단지’ 꿀풀로 눈을 즐겁게 하고, 화림동 계곡의 정자에 누워 달게 오수를 즐긴다면 금상(錦上)에 꽃을 꽂는 격이겠습니다. ●다랑논 가득 펼쳐진 보랏빛 향연 ‘주변 사람들을 배불리는 못 먹여도 배를 곯게 하지는 않는 산’이 지리산이라 했다. 벼농사를 짓건, 밭을 일구건, 지리산에 기댄 마을마다 요족하지는 않아도 ‘이밥에 고깃국’쯤은 먹고 산다는 뜻일 터다. ‘하고초마을’로 알려진 함양군 백전면 양천마을도 그 중 하나. 2003년 재배하기 시작한 꿀풀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부터 제법 쏠쏠한 수익을 내는 마을이 됐다. 예전이라면 특용작물 수준에 머물렀을 꿀풀이 요즘엔 관광자원으로 효자 노릇하는 셈이다 꿀풀은 꽃이 지는 여름이면 누렇게 말라 죽는다 해서 하고초(夏枯草)라고도 불린다. 마을 이름도 거기서 유래됐다. 꿀풀은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다. 밀원식물(蜜源植物)인 덕에 꽃은 꿀을 얻는 데 쓰고, 대궁은 말려 진액을 뽑거나 약재로 내다 판다. 요즘처럼 ‘하고초 축제’를 벌일 때면 꽃잎을 따 부침개, 산채비빔밥 등을 만드는 식재료로 쓴다. 하고초마을도 예전엔 다랑논에 벼농사를 짓던 평범한 마을이었다. 대부분 천수답이었던 논은 비가 오지 않으면 흉작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하늘만 바라보고 살던 주민들은 2003년 다랑논에 벼 대신 하고초를 심었다. 꽃이 필 무렵 축제도 벌였다. 하고초축제가 입소문을 타면서 주민 39명의 생활도 변했다. 지난해 이 산골마을에서 하고초로만 벌어들인 수입은 3억원 남짓. 정진상 전 작목반장은 “벼농사를 지을 때보다 3배가 늘었다.”고 했다. 하고초축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열리고 있다. 예년같으면 벌써 꽃이 지기 시작했을 터. 그러나 올해 유독 심했던 불순한 일기 탓에 이제 겨우 만개하고 있다. 하고초마을 초입부터 보랏빛 군무(群舞)가 시작된다. 꿀벌들이 붕붕대며 바삐 날아 다닌다. 꿀풀이 1년에 한 번 베푸는 ‘화분(花粉)의 성찬’에 빠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화려한 장미며 수수한 감자꽃 등도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을 언덕엔 400년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거대한 가지를 뻗어 마을 주민과 여행자들에게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당산목이다.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자면 스치는 바람이 청량함을 넘어 차가운 느낌마저 든다. 여기에 마을 주민들의 인심이 듬뿍 얹혀진 부침개와 하고초 꽃잎이 동동 떠다니는 농주 한 잔 곁들이면 여행의 피로쯤은 어느새 남의 일이 되고 만다. 이것저것 주문해도 만원을 넘지 않으니, 가격마저 참 착하다. ●24일까지 흥겨운 하고초축제 속으로 야트막한 마을 뒷산을 넘으면 꿀풀들의 향연은 절정에 달한다. 꿀풀 재배지역만 약 11만㎡(3만 3000평). 산자락 골골마다 다랑논이 빼곡한데, 개화가 늦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온통 보랏빛 일색이다. 화분을 먹은 벌들이 만드는 하고초꿀은 2.4㎏짜리 4000되 남짓. 올해는 5000되가 목표다. 하고초가 만들어내는 풍경 포인트는 대략 세 곳으로 압축된다. ‘아들 낳는 옹달샘’ 바로 위 고갯마루가 첫 번째, 여기서 고갯마루를 한 굽이 더 넘어 만나는 산길이 두 번째, 그리고 원두막이 세워진 마을 끝자락이 세 번째다. 하고초와 더불어 천천히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하고초축제는 24일까지 이어진다. 메기잡기 체험, 감자삶굿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특히 감자삶굿은 방문객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 불에 달궈진 돌 위에 감자를 얹고 삶는 동안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다. 감자를 찌면서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간간이 물을 넣는데, 이때마다 ‘뻥뻥’ 소리가 터지는 희한한 장면이 연출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찐감자의 맛. 박종회 이장은 “감자를 삶는 과정이 다소 복잡하긴 해도 감자의 맛만큼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웠다. 감자삶굿은 주말에만 펼쳐진다. ●홍조 띤 얼굴은 화림동 계곡물로 식히고 ‘좌 안동, 우 함양’이라 했다. 내 나라 안에 대표적인 양반 고을이 두 곳 있는데, 나라님 보시기에 왼편은 안동, 오른편은 함양이란 뜻이다. 쉽게 말해 대쪽 같은, 혹은 꼬장꼬장한 양반들이 많이 살았던 고을이란 얘기다. 그 기질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변강쇠와 옹녀’ 설화의 주무대이면서도, 드러내놓고 관광상품화하지 못한다니 말이다. ‘남녀상열지사’에 대한 것을 함양 관광의 앞줄에 내세우기 낯뜨겁다는 뜻일 터.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심청전 등 고전이나 구전 설화의 주무대가 어디냐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에 견줘 참 이례적이다. 변강쇠와 옹녀가 세인의 눈을 피해 정착한 곳은 함양군 마천면과 휴천면의 경계인 오도재 부근이었다고 전해진다. 오도재 정상 아래 지리산조망공원에는 변강쇠와 옹녀를 주제로 테마공원도 만들어 뒀다. 어린 자녀와 함께 가면 살짝 얼굴을 붉힐 수도 있겠다. 변강쇠와 옹녀의 설화와 만난 뒤엔 함양 선비 문화의 진수를 둘러보는 게 순서다. ‘새끈한’ 이야기에 얼굴이 화끈거린다면 시원한 화림동 계곡물로 식힐 일이다. 함양은 ‘정자의 고향’답게 80여개에 달하는 정자와 누각이 군 내 경승지마다 빼곡히 차 있다. 특히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돌아가며 만든 안의면 화림동 계곡에 가장 아름다운 정자들이 밀집해 있다. 함양군은 거연정, 군자정 등 빼어난 자태의 정자를 둘러 볼 수 있는 ‘선비문화 탐방로’를 최근 일반에 개방했다. 황암사에서 출발해 남천정과 동호정 등을 지나 봉전교에서 끝난다. 길이는 5.8㎞. 계곡 트래킹을 겸하고 싶다면 농월정터에서 출발하는 것도 좋겠다. 짬짬이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며 걷는 맛이 각별하다. 원래 코스는 농월정터를 포함한 6.2㎞였으나, 약 400m 구간의 트래킹로가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글 함양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자가용으로 출발할 경우 경부(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함양 분기점→88고속도로→함양 나들목 순으로 간다. 고속버스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1회 운행. 첫차는 오전 8시20분. 어른 1만 6600원, 중고생 1만 3300원, 어린이 8300원. →주변 관광지 : 함양 주민들이 보물처럼 여기는 곳이 상림(上林)이다. 언제 가도 시원한 나무 그늘과 맑은 공기를 내준다. 최근 하림(下林)도 복원공사를 끝냈다. 아직은 빈약한 수준. 하지만 함양토속어류생태관 등 관람시설을 조성해 자녀들과 함께 둘러볼 만 하다. 지리산 칠선계곡 자락의 서암정사는 사찰 전체가 조각공원처럼 꾸며진 석굴법당이다.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960-5163. →잘 곳 : 산간마을에서 휴식을 원한다면 송전산촌생태마을휴양소(www.songjunri.com)가 좋겠다. 형제간 우애를 깨지 않기 위해 주웠던 황금을 다시 버렸다는 고려말 이억년·조년 형제의 전설이 서린 엄천강 주변에 있다. 6만~10만원. 식사는 직접 해결하거나, 휴양소에 딸린 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정식 6000원, 토종 흑돼지 바비큐 1만원. 963-7949. 읍내에서는 하야트 모텔이 깨끗하다. 3만원. 962-9696. →맛집 : 옥연가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찾아 유명해진 집. 연잎으로 만든 백연밥상 등이 일품이다. 963-0107. 늘봄가든은 오곡밥 잘 짓기로 입소문 났다. 963-7722. 두 곳 모두 상림 인근에 있다.
  • 김연아 나무 아시나요?

    김연아 나무 아시나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닯은 나무가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15일 충주시에 따르면 수안보면의 월악산자락에 위치한 천년고찰 미륵사지에서 하늘재로 가는 길 약 1.7㎞ 지점에 위치한 이 나무는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에서 선보인 ‘비엘만 스핀’ 자세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의 S라인 허리, 길게 쭉 뻗은 다리와 팔까지도 닮았다. 비엘만 스핀은 김연아 선수가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에서 매번 시도하는 것으로, 머리 뒤로 한쪽 다리를 잡은 뒤 몸으로 방울 모양을 만들며 다른 한쪽다리로 도는 고난도 기술이다. 비엘만 스핀은 그 모양으로 인해 ‘턴-테이블 위의 튤립’이라고도 불린다. 이 동작은 자세의 특성상 허리와 등, 다리가 매우 유연해야 가능하다. 이 나무의 높이는 12m 정도며 수령은 120여년으로 추정된다. 충주시는 이 나무를 찾는 탐방객이 늘 것으로 보고 국립공원 월악산관리사무소와 협조해 명물로 보호해 나갈 계획이다. 충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2010 남아공월드컵 D-14] 골 결정력을 높여라

    [2010 남아공월드컵 D-14] 골 결정력을 높여라

    지난 1월22일 스페인의 말라가시립경기장. 스페인 전지훈련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은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전·후반 무려 20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간신히 1-0으로 이겼다. 김재성(포항)의 골을 제외하면 대부분 헛발질이었다. 골문 안을 겨냥한 유효슈팅은 11개. ‘킬샷’은 절반을 조금 넘을 뿐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열린 덴마크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허정무 감독 취임 이후 가장 적은 6개의 슈팅을 날렸다. 득점 없이 비긴 이 경기에서 유효슈팅은 달랑 2개뿐이었다. 축구에서 골은 팀 전력을 농축시킨 지표나 다름없다. 그런데 한국축구가 고전할 때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한마디는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공격을 마무리할 ‘해결사’가 없었다. 지난 10차례 평가전을 보면 한국은 비교적 약한 상대인 홍콩 등을 상대로 했을 때 제법 높은 골 결정력을 보였다. 그러나 덴마크 등 상대적으로 강한 팀을 만나면 한국은 쪼그라들었다. 특히 유럽팀을 상대로 한 평가전에서는 유효슈팅 비율이 모두 55%를 넘지 못했다. 대표팀이 남아공월드컵 본선 준비의 마지막 경유지인 오스트리아에서 막판 담금질에 들어갔다. 허정무 감독에게 열흘 동안의 가장 큰 과제는 23명의 최종엔트리를 확정하는 것. 이 가운데 골 결정력 문제를 최전방에서 해결할 투톱 공격수의 조합을 찾는 것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조영증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은 “한국축구가 그동안 시달렸던 골 결정력 부족은 지난 10차례의 평가전 수치에서 어느 정도 향상된 것을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월드컵 개막을 열흘 남짓 남겨둔 지금 그 수치를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알려진 대로 허 감독은 박주영(AS모나코)을 비롯해 이근호(주빌로 이와타)와 염기훈(수원), 지난 두 차례 평가전에서 이름을 제대로 알린 이승렬(FC서울)까지 ‘킬러 예비명단’을 작성해 놨다. 오스트리아로 떠나기 전 24일 도쿄에서 가진 일본과의 평가전 후반에 ‘4-2-3-1’의 포메이션도 선보였다. 골을 위한 ‘플랜 B’였다. 허정무호는 이제 장소를 옮겨 알프스 산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다. 본격적인 전술훈련을 시작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공격수를 포함한 전 선수들의 ‘내기 슈팅’도 조만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나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에도 전지훈련지에서의 마지막 훈련은 골 결정력 높이기에 중점을 뒀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알프스 즐거운 비명

    유럽의 준령 알프스산맥이 북적인다. ‘월드컵 특수’ 때문이다. 남아공월드컵은 아직 2주 남짓이나 남았지만 이미 오스트리아는 대회 막이 올려진 듯 떠들썩하다. 우선, 32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10개 나라가 오스트리아 알프스에서 남아공 입성을 준비한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일본과의 원정 평가전을 마친 뒤 25일부터 티롤 부근 노이슈티프트에 터를 잡고 열흘간의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가운데 잉글랜드와 스페인, 네덜란드, 카메룬, 온두라스, 뉴질랜드,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등이 오스트리아행을 완료했거나 눈앞에 두고 있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북한 대표팀도 지난 10일부터 스위스에서 훈련하다 24일 오스트리아로 건너와 도른비른에 캠프를 차리고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 새달 1일 남아공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오스트리아에서 훈련을 계속한다. 이 밖에 26일 새벽 열린 그리스-북한전 등 주요 ‘스파링’ 9경기가 오스트리아 곳곳에서 벌어졌거나 예정이 잡혀 있다. 새달 3일까지 ‘월드컵 리허설’은 계속된다. 각국의 ‘오스트리아 러시’는 남아공의 특수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다. 오스트리아는 국토의 3분의2가 동알프스 산지다. 10곳의 경기장 가운데 7곳이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열리는 남아공월드컵에 적응하기 위한 훌륭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고지대 경기에 모두 전전긍긍하며 적응을 꾀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오스트리아뿐이 아니다. 스위스도 있다. 역시 알프스산맥에 면한 나라다. 일본은 24일 출정식을 겸한 한·일전에서 참패한 뒤 26일 캠프를 차린 산악지대 사스페로 떠난다. 해발은 1760m. 10~20m에 불과한 사이타마에서 훈련하다 갑자기 고지로 이동하는 것이어서 초반 선수들의 생리적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고지 적응은 확실히 하겠다는 계산이다. 한국의 조별리그 첫 상대인 그리스도 지난 21일 훈련 캠프를 온천 휴양도시인 바트라가츠에 차렸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와의 국경지대이자 세계 3대 스키장 가운데 하나인 티뉴에, 이탈리아는 토리노 북부 세스트리에레에 캠프를 차렸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모두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잡은 고지대들이다. 해발은 각각 1500m와 1981m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빨치산의 흔적, 대 서사시로 노래

    빨치산의 흔적, 대 서사시로 노래

    헝가리 출신 철학자이자 문예이론가인 루카치는 ‘소설의 이론’에서 소설을 ‘근대의 서사시’로 정의했다. 이는 역사적 사건이나 영웅담을 운율에 실어 표현하는 서사시가 근대 이후에는 소설에 그 자리를 내주고, 더 이상 창작될 수 없는 ‘죽은 장르’가 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루카치의 주장과 달리 서사시, 또는 그 형식을 빌린 작품들은 여전히 창작되고 있다. 서사시는 서정시가 흉내내기 힘든 역사성과 현실성을 효과적으로 확보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굵직한 역사를 다룬 장시들은 대부분 서사시의 형식을 띤다. 1920년대 김동환의 ‘국경의 밤’, 1960년대 신동엽의 ‘금강’ 등이 그런 예다. 한국 현대 서사시 목록에 또 한 권의 시집이 추가됐다. 원로 시인 송수권(70)의 신작 ‘달궁 아리랑’(종려나무 펴냄)은 서사시의 형식을 빌려 지리산 빨치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화제작이다. ‘서시’에서 ‘달궁 아리랑’ 연작 27편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700장 분량의 긴 호흡 속에서 빨치산의 투쟁과 몰락, 그리고 민초들의 상처를 노래한다. 6·25전쟁 전후 남한에서 암약한 북한 게릴라를 뜻하는 빨치산은 이미 여러 소설과 영화로 작품화됐다. 소설 이병주의 ‘지리산’, 조정래의 ‘태백산맥’, 영화 ‘남부군’ 등이 모두 빨치산을 다룬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를 서사시의 형태로 다룬 것은 ‘달궁 아리랑’ 이전에는 없었다. 작품의 배경은 ‘달궁 마을’. 전북 남원군 산내면 지리산 자락에 실제 있는 마을이다. 6·25전쟁 때 빨치산 토벌작전으로 피비린내를 풍긴 곳으로, ‘산자락을 따라 돌며 줄초상에 줄제사, 한날한시에 통곡이 일어나는’ 마을이다. 시인은 작품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지리산 골짜기에 있는 마을을 여러 번 방문했다. 서사를 이끌어 가는 화자는 시인으로 설정된 ‘나’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 속 다양한 인물들의 구구한 사연을 전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여순반란사건의 피해자인 ‘피아골 뱀노인’, 전쟁 중 실종된 ‘노고 할미’, 그리고 그의 손자 ‘윤판이’, 밤손님(빨치산)들이 딸을 보쌈해 간 ‘보쌈집 에미’ 등 지리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여러 민초들이다. 이들은 작품 곳곳에서 ‘워디 / 고것들이- 사람의 종재새끼여! 난리도 그런 지긋지긋한 / 난리가 또 있을랍디여! 워디, 우리 쌍것들이사 /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디, / 그저 조상 대물로 산 속에 산 죄밖에 없는디, 고렇게도 / 불싸지르고 무참히 죽일랍디여!’처럼 화자를 제쳐두고 직접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인물들은 좌·우 이데올로기와는 전혀 무관한, 또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지렁이의 삶’을 대변한다. 그저 산과 들에서 땅을 파서 먹고 살던 이들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에 휘말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얻는다. 작품은 여전히 상처를 품고 사는 실존인물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빨치산이란 비극의 전모를 제시한다. 작품은 이야기와 노래가 적절히 어우러지는 판소리 가락을 바탕으로 한다. 거기다 시인 스스로도 “내 시의 골격을 이루는 요체”라고 하는 자연스러운 남도 사투리가 섞인다. 또 함경도 사투리까지 능수능란하게 사용해 작품의 토속성과 현장감을 오롯이 살려낸다. “다릿심이 짱짱했을 때부터 지리산에 대해 무엇인가 쓰고 싶었다.”는 시인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에야 이를 썼다. ‘달궁 아리랑’이 좌우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시집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더디 온 복사꽃 진분홍 아우성

    더디 온 복사꽃 진분홍 아우성

    고속도로를 버리고 국도를 따라 여행하다 보면 뜻밖의 곳에서 풍경의 보고(寶庫)와 만날 때가 있습니다. 늘 평이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곳인데도 시점의 차이로 인해 전혀 새로운 풍광과 마주하게 되는 거지요. 이럴 땐 정말 횡재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34번 국도가 그렇습니다. 도시에서 잃어버린 봄을 34번 국도 변에서 찾은 듯합니다. 벚꽃은 여전히 만개해 있고, 산자락 따라 진달래와 개나리도 흐드러집니다. 34번 국도의 끝, 경북 영덕에는 복사꽃의 진분홍 아우성이 한창입니다. 벌과 나비를 희롱하는 하얀 배꽃도 빼놓을 수 없고요. 예년 같으면 순차적으로 피고 졌을 꽃들입니다. 그러나 더디 찾아온 봄은 여러 꽃을 동시에 피웠습니다. 그 덕에 우리 눈도 유례 없는 호사를 누립니다. 틀에서 벗어난 계절의 순환이 염려되는 마음 없지 않으나, ‘일반 국도’ 34호선의 풍경이 아주 ‘특별’해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애절한 사부가(思夫歌)는 꽃잎 되어 날리고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을 나와 안동으로 방향을 잡으면 곧바로 34번 국도다. 충남 당진과 경북 영덕을 잇는 304.7㎞ 길이의 도로. 어디라 할 것 없이 수려한 풍경과 나란히 달릴 수 있으나, 이맘때라면 경북 안동에서 영덕에 이르는 구간이 가장 빼어나다. 안동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안동댐 아래 월영교(月映橋)다. 달빛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뜻의 다리. 길이 387m, 너비 3.6m로 국내에서는 가장 긴 목책 인도교다. 최근 만개한 벚꽃과 어우러져 절정의 풍광을 뽐내고 있다. 손상락(52)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사는 월영교가 미투리를 형상화해 지어졌다고 했다. 보통의 미투리가 삼이나 모시 등 가늘게 꼰 줄로 만드는 것에 견줘, 월영교의 모티프가 된 미투리는 한 여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삼줄기와 함께 만들었다는 것. “그 미투리에는 1998년 안동시 정상동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이응태(1556~1586)와 ‘원이 엄마’로 알려진 부인의 애절한 사랑이 담겨 있지요. ‘원이 엄마’는 병마에 시달리던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 한올 한올을 꿰 미투리를 만듭니다. 어서 일어나 미투리를 신고 돌아다니라는 뜻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부인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이응태는 미투리를 한 번도 신어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맙니다.” ‘원이 엄마’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절절하게 담긴 한글 편지를 미투리와 함께 남편의 품에 넣어줬고, 412년이 흐른 뒤 한 양반가의 묘를 이장하던 중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2003년,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월영교가 세워진다. 현지 주민들은 밤이면 늘 두 개의 달이 월영교 위로 뜬다고 했다. 하늘에 뜬 달과 물 위에 비친 달이다. 둘은 밤이 이슥하도록 서로를 보듬다, 새벽녘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질 터다. 정하동 안동지방법원 앞에도 ‘원이 엄마’를 형상화한 ‘아가페상’이 서 있다. ●진분홍빛으로 물든 영덕 월영교를 지나 낙동강 상류에서 만나는 벚꽃 군락도 아름답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지났던 이 길에 저런 자태가 숨겨져 있었던가. 신록으로 물들어 가는 임하호 주변 풍경도 쉬이 발걸음을 뗄 수 없을 만큼 빼어나다. 하지만 영덕으로 향하는 길은 무엇보다 복사꽃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김종제(50) 시인이 시 ‘34번 국도’를 통해 ‘34번 국도에 복사꽃 아닌 배경 없다.’고 썼듯, 이맘때 복사꽃을 빼고 34번 국도를 말할 수는 없다. 복사꽃처럼 스펙트럼이 다양한 꽃도 드물다. 무릉도원(武陵桃源), 도원경(桃源境) 등 이상향을 상징하는 꽃으로 떠받들어지다가도, 이내 도화살 혹은 도화기를 상징하는 천박한 꽃으로 전락하고 만다. 여염집 마당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은 것도 복사꽃의 화사한 빛깔과 은은한 향기에 취해 과년한 딸이나 새색시의 춘정(春情)이 살아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 기운을 더해가는 복사꽃이 바람에 날릴 때면 같은 빛깔의 다른 꽃들보다 더 정신을 혼몽하게 만든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덕 초입, 오십천 즈음에 이르면 수박 냄새가 나는 듯하다. 복사꽃 필 무렵 황금빛 테를 두른 오십천 은어가 고향을 찾아 바다에서 민물로 오르기 때문이다. 1급수 여울에서 물이끼만 먹고 자라는 은어의 속살에서는 수박향이 난다고 했다. 한여름, 피서 삼아 영덕을 다시 찾는다면 포실해진 녀석의 살점부터 맛볼 일이다. 오십천부터 영덕까지는 온통 복사꽃 세상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영향으로 2003년에 비해 절반 넘게 복숭아밭이 줄긴 했으나, 여전히 영덕의 봄은 진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특히 지품면 삼화1리는 영덕을 대표하는 복사꽃 마을이다. 마을 이정표를 지나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복숭아밭이 펼쳐진다. 삼화1리 마을에서 내려와 달산면 옥계계곡으로 이어지는 지방도 69호선에서도 복사꽃들의 축제는 이어진다. 영덕군은 새달 26일 등 매달 보름이 가까운 토요일에 ‘동해안 달맞이 야간산행’ 행사를 벌인다. 풍력발전단지를 출발해 해맞이 공원, 창포리 물양장 등 7.7㎞를 돌아 온다. 강구항부터 영해면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진 ‘블루로드’를 걷는 것도 좋겠다. 총길이는 50㎞. 강구항에서 출발해 해맞이공원까지 이어지는 A구간(17.5㎞), 창포말등대부터 해안 절경을 따라 축산항에 이르는 B코스(15㎞), 죽도산에서 시작해 고래불해수욕장에서 끝나는 C코스(17.5㎞) 등 세 구간으로 이루어졌다. 영덕군 문화관광과 이영근 담당은 “특히 4월에 블루로드를 찾는다면 지품면과 달산면 일대 복사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글 안동·영덕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서안동나들목→34번 국도 안동방향→안동→영덕. 안동시 관광안내소 851-6397.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730-6396. →맛집 영덕의 대표 먹거리는 단연 대게. 5월 말까지는 속이 꽉 찬 대게를 맛볼 수 있다. 강구항 인근에 대게종가(733-4147) 등 대게 전문점들이 몰려 있다. 1만원짜리부터 18만원짜리 ‘박달대게’까지 다양하다. 오십천 인근 화림산 가든(733-1077)은 은어요리로 입소문 난 집. 안동에서는 헛제삿밥을 맛봐야 한다. 안동댐 월영교 앞 ‘맛 50년 헛제사밥’이 많이 알려져 있다. 821-2944. 안동찜닭 전문점은 안동 구시장 주변에 몰려 있다. →잘 곳 안동에서는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농암종택과 오천군자마을, 수애당, 지례예술촌 등에서 고택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동관광정보센터(tour.andong.go.kr) 856-3013. 영덕군은 풍력발전단지 내에 캡슐하우스 단지를 조성했다. 5월 시범운영 뒤 6월부터 일반인의 신청을 받는다. 삼사해상공원의 동해해상호텔(733-2222), 삼사파크모텔(733-3001) 등이 비교적 깨끗하다.
  • [名士의 귀향별곡]안동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

    [名士의 귀향별곡]안동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

    퇴계 이황 선생이 노년에 후진들을 양성하며 수학했던 청량산과 도산서원이 있는 경북 안동 도산면 서부리. 안동댐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자리 잡은 한옥이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다.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근간인 유학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는 한국학의 본산지다. 국학원의 수장이 ‘국민의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김병일(65) 원장이다. 고향은 이웃한 상주다. 그는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무보수 봉사직들이다. 30여년간 경제 관료로 일하면서 우리나라의 ‘물질(살림살이)’을 책임졌던 사람이 이제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선비수련원 이사장 겸직 27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생들에게 특강을 마치고 돌아온 김 원장을 만났다. 첫 인상은 듣던 대로 영락없는 선비형 신사였다. 안동에서 인생 2모작을 한 배경을 묻자 그는 “2008년 1월 다리를 다쳐 집에서 쉬고 있는데 도산서원 선비수련원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나를 이사장으로 선임, 통보해 왔어요. 처음엔 내 뜻과 무관해 극구 고사했어요. 하지만 유림들의 삼고초려(三顧草廬)로 결국 뜻을 접을 수밖에…. 아직도 내 마음대로 못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자존심 세고 꼬장꼬장하기로 유명한 경북 유림 대표 10여명으로 구성된 선비수련원 이사회가 현대인의 올바른 선비상으로 그를 선정, 중책을 맡긴 것. 김 원장의 귀향 아닌 귀향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선비문화원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선비정신 전도사로 나섰다. 2009년 7월에는 한국국학진흥원 이사회가 그를 제5대 원장으로 추대했다. 역시 자신의 뜻과는 무관했다. 막중한 책무를 진 그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왕성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200여차례 공무원 및 공기업 등의 수련원생 1만 2000여명을 대상으로 ‘현대사회 엘리트와 선비정신’을 특강했다. 이들이 밤늦게까지 벌이는 분임 토의에도 직접 참석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선비정신을 강조한다. “영국은 신사도 정신, 미국은 개척자 정신, 일본은 사무라이 정신으로 선진국이 됐어요. 하지만 우리는 국민 정신이 없어요. 이제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남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선비정신을 갖고 실천해야 돼요.” 김 원장은 주요 문중과 향사 등도 일일이 찾고 있다. 수첩에는 방문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고문서와 고서, 목판, 현판 등 민간이 보유한 각종 국학 자료의 수집과 보관 등 국학진흥원의 역할을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서다. ●경북도 문중·향사 일일이 방문 김 원장은 “문중 등을 방문할 때 국학 자료를 기탁해 줄 것을 절대 요청하지 않는다. 문중들이 자진 기탁할 경우 깍듯이 감사의 표시를 한다.”고 했다. 그는 2006년까지 자신이 그동안 애지중지 소장하던 1430여권의 장서를 상주대(현 경북대 상주캠퍼스) 중앙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김 원장의 노력은 문중들의 유물 기증으로 이어졌다. 국학원장 취임 이후 지난해 말까지 5개월간 기탁 건수는 모두 9448건에 이른다. 이전 7개월간 5557건의 2배에 가까운 실적이다. 글 사진 안동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약 력 << ▲경북 상주 출신(1945년) ▲서울 중앙고, 서울대 사학과 졸업 ▲재정경제원 국민생활국장(94~95년) ▲통계청장(97~98) ▲기획예산위원회 사무처장(98~99) ▲조달청장(99~2000년) ▲기획예산처 차관(2000~02년) ▲기획예산처 장관(04~05년) ▲삼성고른기회재단 이사(06~현재) ▲황조·청조 근정훈장
  • [25일 TV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 3일(KBS2 오후 10시35분)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높은 산’이라 해서 붙여진 한라산은 유네스코가 2007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산자락이 바다까지 이어진 것 같기도 하고 바닷속에서 우뚝 솟은 것 같기도 한 한라산. 백록담부터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360개의 오름이 드넓게 펼쳐진 세상. 그 모든 것을 넉넉하게 품고 있는 곳, 한라산을 만난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고인쇄에서 근대인쇄로의 전환을 갖게 한 ‘신식연활자 주조기’를 통해 우리의 인쇄문화와 기술의 맥을 되짚어 본다. 의금부의 계모임을 기록한 계회도는 지금의 기념사진과 같은 것으로, 모임에 참여한 사람의 수만큼 그려서 나눠 가졌던 그림과 참가자의 명단이 담겨 있다. 당시 의금부 계모임의 생생한 모습을 유추해 본다. ●출발 드림팀 시즌2(KBS2 오전 10시40분) 드림팀 멤버들의 친형제들과 친형제 못지않은 우애를 나누고 있는 가장 절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팀을 이뤄 열띤 대결을 펼친다. 데니안은 모델 겸 벤처 사업가 친구를, 은혁과 준호는 고등학교 동창을, 상추와 천명훈은 친형을, 정석원은 액션 스쿨에서 만나 동고동락했던 친구를 각각 초대한다. ●즐겨찾기 영화일주(OBS 오전 10시50분) 이른바 ‘엄마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 ‘친정엄마’의 모든 것이 공개된다. 영화는 전국 5만명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에서 호평을 얻어 외국영화 ‘타이탄’의 독주를 막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엄마 역의 배우 김해숙과 암 선고를 받은 딸 역의 박진희 연기가 심장을 울리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45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탈리나 외딴 섬 바닷가에서 발생한 한 여인의 익사사건 비밀을 파헤친다. 2001년 9월11일 3000명 이상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9·11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공포에 휩싸인다. 그리고 9월 말, 미국은 또 다른 테러의 공포에 시달려야만 했다. 초정밀 테러 무기, 그 정체는 무엇일까. ●이웃집 웬수(SBS 오후 8시50분) 집을 나가라는 선옥의 말을 들은 하영은 가방을 싸들고 기훈의 집으로 찾아간다. 황당한 영실은 하영의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자신도 찬성할 수 없다며 당장 돌아가라고 말한다. 성재를 찾아간 인수는 기훈의 사람됨을 묻는다. 인수는 기훈이 보증수표 같은 사람이라는 성재의 말을 듣고는 안심한다. ●공부의 왕도(EBS 오후 5시50분) 정신없이 새 학기를 지내다 보니 어느새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 한두 과목이 아닌 내신 시험공부, 벼락치기만으로는 성적을 유지할 수 없었다. 자신만의 내신관리 비법으로 3년 내내 내신 1등급을 놓치지 않았던 서울대 경영학부 1학년 임효섭군. 내신 1등급을 만드는 공식, 임군만의 그 특별한 공식을 증명해 본다.
  • 노르웨이 보물상자 ‘피오르’

    노르웨이 보물상자 ‘피오르’

    │오슬로·플롬 손원천특파원│‘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이라 부릅니다. 깊고 장엄한 피오르와 아름다운 산간 마을, 그리고 고색창연한 도시 등 노르웨이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알짜배기 여행 코스를 일컫는 말입니다. 101년 된 471㎞ 길이의 철도, 베르겐 레일웨이를 타고 수도 오슬로에서 뮈르달과 플롬, 구드방엔, 보스를 거쳐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까지 가는 여정입니다. 가는 길에 피오르 선상 유람을 즐기거나, 산악열차를 타고 트롤(요정)이 살고 있는 험준한 산자락도 둘러 봅니다. 장소를 달리할 때마다 빼어난 풍경을 쏟아내는 보물상자 같습니다. 그러나 풍경은 달라도 노르웨이 인 어 넛셀을 관통하고 있는 정신은 하나입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지요. 그 중심에 빙하가 만든 거대한 협만(峽灣), 피오르가 있습니다. ●장엄하고도 동화 같은 풍경과의 조우 오슬로에서 베르겐 레일웨이를 따라 5시간 남짓 달려온 기차가 뮈르달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승객들을 쏟아낸다. 노르웨이 인 어 넛셀의 실질적인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곳.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플롬바나라는 산악열차로 갈아탄다. 뮈르달에서 플롬까지 6㎞ 구간을 오간다. 소요시간은 50분가량. 거대한 바위산을 따라 철길을 낸 터라 터널만도 20개에 달한다. 플롬바나를 탄 승객들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왼쪽과 오른쪽 창문을 분주히 오간다. 열차가 터널에서 빠져 나올 때마다 번갈아 가며 창문에 절경을 매달아 놓기 때문이다. 느린 속도로 아슬아슬하게 내려가던 열차는 키요스포젠 폭포 앞에서 5분 남짓 멈춰 선다. 폭포는 아직 얼어 있는 상태. 하지만 눈짐작만으로도 거대한 폭포의 위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20개의 터널 중 최장인 날리터널(1342m)에 들어서기 전 차창은 또 다른 풍경화를 내건다. 철로 위쪽 뮈르달산을 향해 21번이나 지그재그를 그리며 오르는 ‘랄라르베겐’ 도로가 그것. 거친 자연과 맞서는 노르웨이인의 의지가 오롯이 전해온다. 카르달과 베르트얌 등 그림 같은 산간마을을 줄줄이 지나면 산악열차의 종착지 플롬이다. 송네 피오르 유람선이 출발하는 곳 중 하나. 인구 400명 남짓한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피오르라 쓰고 풍경의 보물상자라 읽는다 피오르는 빙하가 만든 걸작이다. 빙하시대 노르웨이 서부 해안지역을 가득 메웠던 얼음덩어리가 내려앉으면서 깊은 골짜기를 남겼고, 그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차 만들어졌다. 캐나다와 뉴질랜드, 칠레 등에도 피오르는 있지만, 거대한 산을 덩어리째 뭉텅 썰어낸 것 같은 경이로운 풍경은 노르웨이 서부 해안에서만 볼 수 있다. 송네 피오르는 그중 제일 깊고(1309m), 가장 긴(204㎞) 피오르다. 장대한 송네 피오르를 보기 위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크루즈다. 플롬을 출발해 송네 피오르의 수많은 지류 중 하나인 아우랜드 피요르와 네뢰위 피요르를 감상한 뒤 구드방엔까지 간다. 두 피오르 모두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송네 피오르를 돌아보는 여정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짙은 코발트빛 바닷물과 양 옆의 거대한 산, 그리고 산정의 눈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 계절에 볼 수 있는 비경이다. 백야(白夜)가 가까워지면서 요즘은 14시간가량 낮이 계속된다. 오랜 시간 이런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경사가 심한 산자락에도 주민들은 유실수를 심고 양과 염소를 기른다. 오래 전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세리(稅吏)들이 세금을 걷기 위해 방문할 때 절벽을 오르는 사다리를 몰래 치워버리며 버텼다고 한다. 어렵고 곤궁한 시기를 보낸 것은 그들도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다. ●피오르의 여왕, 하당에르 현지 관광안내 책자는 ‘송네 피오르는 왕, 하당에르 피오르는 여왕’이라 적고 있다. ‘왕의 비’가 아닌 당당한 ‘여왕’이다. 송네 피오르가 거대하고 험준하다면, 하당에르 피오르는 부드럽고 목가적이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작곡한 에드바르 그리그가 음악적 영감을 얻곤 했다는 울렌스방, ‘이곳을 방문하지 않고 일생을 마칠 순 없다.’는 상찬을 받는 노르헤임순 등이 유명한 지역들. 그러나 단언컨대 울빅을 빼고 하당에르 피오르를 말할 수는 없다. 마을 초입의 산자락에서 울빅을 바라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기시감)를 경험한다. 책이나 풍경화, 혹은 달력 등에서 한번쯤 마주쳤을 풍경이다. 갈길 잃은 바닷물이 둥근 호수를 이루고, 만년설을 이고 있는 거대산 산이 교회 종탑 너머 마을을 든든하게 에워싸고 있다. 완벽한 구도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예술가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산간마을인데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호수 같은 바다 위를 흐른다. 아이들 보기 어려운 우리 농촌과는 확연히 다르다. 재잘대는 아이들 소리는 주변의 그 어떤 새소리보다 감미롭다. 산자락 대부분은 사과나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이 ‘사이다’(sider)라고 부르는 감미로운 와인이 탄생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풍경의 절반은 거울처럼 맑고 잔잔한 바다의 몫. 주변 풍광들을 고스란히 수면 위에 담아 낸다. 바람이 잦아드는 아침과 늦은 오후라면 십중팔구 마주할 수 있다. 이 장면을 놓친다면 미완성의 풍경화를 보고 온 것과 다를 바 없을 터. 5월이면 울빅은 하얀 사과꽃으로 분단장을 한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글·사진 angler@seoul.co.kr 취재협조 스칸디나비아관광청 # 여행수첩 →화폐는 크로네(NOK)를 쓴다. 1NOK는 약 200원. 유로를 받는 곳도 없진 않으나, EU 회원국이 아닌 탓에 불편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연결되는 직항편은 없다. 핀에어를 타고 핀란드 헬싱키를 거쳐 오슬로까지 간 뒤 ‘노르웨이 인 어 넛셀’을 체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플롬바나 열차와 플롬~구드방엔 간 크루즈 등을 포함해 어른 2135 NOK, 어린이(4~15세) 1080 NOK다. 이 밖에 다양한 코스가 준비돼 있다. www.fjordtours.com 참조. →물가는 말 그대로 ‘살인적’이다. 생수 한 통에 5000원, 햄버거는 2만원을 훌쩍 넘는다. 팁은 요구하지도, 주지도 않는다. →전기는 220V다. 국내 가전제품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오슬로 시내 관광을 할 경우 ‘오슬로 패스’를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트램 등 시내 교통과 33개 박물관, 식당 등에서 할인혜택을 받는다. 1~3일짜리 세 종류. 230~430 NOK. 5월1일~9월31일 시티투어도 운영된다. 어른 225, 어린이 110 NOK.
  • [씨줄날줄]명동성당/김성호 논설위원

    한국천주교의 상징이자 심장인, 서울 남산자락의 명동성당(사적 제258호). 1898년 그 자리에 세워진 뒤 몇 차례 보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1900년 이전 세워진 건물 중 가장 크고 잘 보존된 건물. 건축면적만 1412.12㎡, 연면적 2025.42㎡, 외곽길이 68.25m, 높이 23.48m의 위용이다. 가장 순수한 고딕 성당으로, 지금의 이름이 불리게 된 것은 광복 이후부터. 옛 지명을 딴 종현(鐘峴)성당의 이름이 컸고 높은 언덕에 우뚝 섰다 해서 오래도록 ‘언덕 위의 뾰족집’으로 불렸었다. 성당이 그 자리에 선 것은 인근 명례방(명동부근 수표교 옆)에 있던 최초의 신앙공동체 때문이다.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이 청나라에서 세례를 받고 귀국해 명례방서 비밀리에 세례를 베푼 것을 시작으로 천주교의 신앙집회는 번졌다. 이승훈의 영향으로 집회를 이어가던 역관 김범우는 고문으로 첫 순교자가 됐고 이후 한국천주교는 1만∼2만명의 순교자를 내기에 이른다. ‘박해의 역사’라 불리는 한국천주교사에서 뺄 수 없는 굵은 선이 명례방이요, 그 자리에 선 명동성당인 것이다. 민주화운동이 거셀 무렵 시위의 공간과 도피처로 각광받던 것도 우연은 아닐 듯싶다. 건립 터 못지않게 성당 건립엔 숱한 우여곡절이 얽혀있다. 쇄국의 조선 땅에서 천주교 전파를 막기 위한 조정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각국 천주교가 하느님을 우러른다는 앙천(仰天)의 공간으로 높은 언덕에 교회를 세우던 때이니 성당 건립은 순탄치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성당 터가 왕궁을 내려다보고 있고 임금들의 영정을 모신 영희전의 주산맥이었으니 조정의 반대와 미움이 오죽했을까. 1887년 한불수호통상조약이 비준돼 언덕을 깎는 정지작업이 시작됐고 부지 소유권 분쟁으로 기공식은 그 후 5년 뒤에야 있었다. 기공식 후 건립까지 무려 6년이 걸렸고 사상자가 속출해 공사가 숱하게 중단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픔과 희생의 점철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명동성당 본당 주변에 지상 9층과 13층짜리 빌딩 2개 동과 함께 지하 4층 규모의 주차장을 건설한다고 한다. 좁은 공간 문제 해소와 주변 정비차원에서 추진하는 대공사에 문화재 훼손의 우려가 쏟아진다. 고층 건물을 짓는 공사가 지반에 영향을 미쳐 본당을 훼손할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서울대교구는 무진동 공법 등을 통하면 새 건물 건립에 문제가 없다는 강변. 서울대교구의 형편도 이해는 하지만, 한국천주교의 심장에 이상은 없어야 할 텐데.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산수유 1번지’ 전남 구례

    ‘산수유 1번지’ 전남 구례

    꽃을 보면 눈이 즐겁고 마음이 화사해집니다. 입가에는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번집니다. 어떤 꽃인들 그렇지 않겠습니까마는, 차디찬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봄꽃의 유혹은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지요. 얼마 전 입적한 법정 스님은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이란 저서를 통해 “우리가 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은 우리들 마음에 꽃다운 요소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일이 바쁜 사람들은 한가해서 꽃구경이나 다닌다고 하겠지만, 어딘가에 꽃이 피었다고 일부러 친구와 함께 꽃구경을 떠난다는 것은 진정 꽃다운 일”이라 했습니다. “산에 살면 산을 닮고 강에 살면 강을 닮는다. 꽃을 가까이하면 꽃 같은 삶이 된다.”고도 했지요.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습니다. 특히 산수유가 그렇습니다. 매화에 내줬던 봄의 전령 자리를 올해 단단히 꿰찬 듯합니다. 섬진강 자락에 기댄 전남 구례군의 마을마다 노란 산수유가 다투어 피었습니다. 산수유 앞에 서서 고민도 털어 놓고,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눠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꽃으로부터 많은 위로와 가르침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앞마당·돌담길·논두렁 온통 꽃구름 산수유는 세 번 꽃을 틔운다. 먼저 꽃망울이 벌어지고, 20여개의 샛노란 꽃잎이 돋아난다. 이후 4∼5㎜ 크기의 꽃잎이 다시 터지면서 하얀 꽃술이 드러나 왕관 모양을 만든다. 열흘 붉은 꽃 없다지만, 산수유가 한 달 가까이 노란 꽃구름을 피워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봄물에 방게 기어 나오듯, 고샅길과 개울가 곳곳에서 조금씩 얼굴을 내밀던 산수유가 산동면 반곡마을께 이르자 노란빛 선연한 군락을 이루기 시작한다. 3월로 들어서자마자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 덕에 농가 앞마당과 돌담길, 논두렁이며 산기슭이 온통 꽃구름이다. 게다가 철없이 내린 폭설이 하얀 모자까지 덧씌우며 좀처럼 보기 힘든 빼어난 풍경을 펼쳐 놓았다. 한 관광객은 “흐미, 꽃멀미 나겄소.”라며 벌어진 입을 쉬 다물지 못했다. 반곡마을 위쪽은 국내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인 상위마을이다. 꽃망울이 눈과 꽃샘추위 때문에 잔뜩 웅크린 상태. 하지만 따뜻한 훈풍이 보듬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팝콘처럼 터질 기세다. 주민들에 따르면 아래 반곡마을과 고도차이는 크지 않지만, 기온차는 제법 커, 이처럼 피는 시기가 다르다는 것. 상위마을 위에 있는 정자 ‘산유정’에 오르면 산수유마을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만복대 자락에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흘러내린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 그리고 대숲과 산수유 군락이 어우러져 영락없는 풍경화를 그려낸다. ●마을마다 같고도 다른 풍경 박미연 구례군 문화관광해설사는 마을의 형상에 따라 산수유를 감상하는 맛이 다르다고 했다. “상위마을 산수유가 산 아래 옴팍하니 넓게 들어서 있다면, 현천마을은 제주도의 밭처럼 돌담 안에 빼곡히 들어서 있지요. 달전마을은 길게 옆으로 펼쳐져 있고요.” 계천리의 현천마을은 산수유마을 포스터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만큼 ‘사진발’을 잘 받는다. 마을 뒤 견두산은 모양새가 ‘현(玄)’자형이다. 또 마을 뒤로 옥녀봉의 옥녀가 매일 빨래를 했다는 내(川)가 흐르고 있어 현천(玄川)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마을입구의 현계정을 지나면 돌담을 두른 밭고랑마다 산수유꽃이 내려와 외지인을 반긴다. 돌담길은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며 시골정취를 한껏 뿜어낸다. 현천마을 산수유의 밑동은 나이가 300년을 넘겼지만, 꽃을 피운 가지의 나이는 60년이 채 안 된다. 1948년 여수·순천사건 때 토벌대가 산수유를 모두 베어버렸기 때문. 그러나 산수유는 다시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며 생을 이어왔다. 마을 최고의 풍경 포인트는 마을 공동작업장 오른쪽의 산자락. 개울 위 다리를 건너 10여분 올라야 한다. 산수유와 고즈넉한 산골 풍취가 어우러져 선경을 펼쳐낸다. 근동의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현천마을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남원 쪽으로 5분 남짓 가다 보면 산수유 시목지(始木地)가 있는 계척마을에 닿는다. 근거는 박약하지만, ‘산동’(山洞)이란 지명은 1000년 전 중국 산둥(山東)성의 처녀가 지리산 산골로 시집오면서 가져온 산수유 묘목을 심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계척마을의 산수유 시목(始木)의 수령도 1000년쯤 됐다는 것. ‘할머니 나무’로 불리는 산수유 시목은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지지대에 의지하고 있지만, 여느 젊은 나무 못지않게 해마다 꽃을 활짝 피운다. ‘할아버지 나무’가 있는 달전마을도 잊지 말고 둘러보시라. 고즈넉한 시골 풍경에 더해 아름드리 산수유들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오늘부터 구례 산수유 꽃축제 구례군은 18~21일 산동면 지리산온천지구 일대에서 ‘제12회 구례산수유꽃축제’를 연다. 축제추진위원회는 지난 겨울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려 꽃봉오리가 예년에 비해 훨씬 화려하고, 선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수유꽃길 소달구지·마차타기, 홍염염색 장인과 함께하는 염색체험, 산수유 대형 족욕탕, 산수유꽃길 트레킹 등 산수유와 관련된 건강체험 프로그램이 대폭 확대됐다. 상금 1000만원이 걸린 산수유꽃 디카사진 콘테스트와 전국어린이 사생대회, 산수유 건강 학술세미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곁들여진다. 디카사진 콘테스트 응모는 축제 홈페이지(www.sansuyu.go.kr)에서 받는다. 전남 영암에서 열릴 예정인 ‘2010년 F1대회’ 홍보관도 마련된다. F1대회에 출전하는 경주용 자동차, 이른바 ‘머신’(Machine)도 실제 전시될 예정이다. (061)780-2727. 글 사진 구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서울에서 자가용을 타고 갈 경우 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17번 국도(남원 방향)→춘향터널→19번 국도(구례 방향)→밤재터널→지리산온천랜드 이정표→좌회전→2㎞ 직진→상위마을 순으로 간다. 대전통영간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함양분기점→88고속도로 남원나들목→19번 국도→상위마을. 구례행 직행버스(4시간 소요)가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회 운행한다. 기차는 하루 14회. 구례구역에서 내린다. 상위마을까지는 구례공용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780-2450. →맛집:구례읍내 영실봉은 갈치조림만 40년 넘게 해 온 집이다. 1인분 8000원. 782-2833. 동아식당은 구례 주민들뿐 아니라 외지 식객들도 알음알음 찾아가는 선술집. 가오리찜과 족발탕이 유명하다. 1만원. 구례터미널 인근에 있다. 782-5474. 3·8장이 서는 날이라면 장터에서 팥칼국수 한그릇 먹어도 좋겠다. 3500원. 010-6861-0639. →잘 곳:읍내에서는 새단장한 온천각이 깔끔하다. 3만~4만원. 782-0021. 화엄사 초입의 한화리조트(1588-2299), 마산면의 전통 한옥 쌍산재(www.ssangsanje.com, 011-635-7115) 등도 ‘강추’할 만하다.
  • “추락 F-5 기체 결함 없었다”

    지난 2일 강원도 강릉기지를 이륙해 훈련하다가 추락한 F-5 전투기 2대는 기체결함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공군은 12일 공식 입장을 통해 “사고현장에서 수거한 항공기 엔진과 기체를 정밀 검토한 결과 기체에 결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추락사고의 원인은 조종사의 비행착각으로 구름 속에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산자락에 추락했거나 전투 기간 충돌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보다 높아졌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한국형 생태관광모델 10곳 발표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한국형 생태관광 모델사업 대상지역 10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대상지역은 자연의 보전가치를 비롯, 관광자원의 매력, 지역주민 참여도 등 6개 지표와 15개 세부지표에 대한 환경·관광·홍보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선정됐다. 정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생태계 보전계획, 인프라 지원, 프로그램 개발, 홍보 등 예산을 패키지로 지원해 차별화된 생태관광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생태관광 모델사업 대상지 10곳은 ▲경남 창녕군 우포늪(내륙습지) ▲전남 순천시 순천만(연안습지) ▲경기 파주시(비무장지대) ▲강원 화천군(비무장지대) ▲충남 서산시 천수만(철새도래지) ▲경북 영주시 소백산자락길(산·강) ▲전북 진안군 데미샘과 마실길(산·강) ▲강원 평창군 마하생태관광지와 백룡동굴(화석·동굴) ▲충남 태안군 신두리해안사구(해안자원) ▲제주도 거문오름과 서귀포생물권보전지역(섬) 등이다. 아울러 문화부는 ‘폐선철로의 테마 녹색관광 사업지’ 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강원 춘천(남이섬역~김유정역·23㎞)과 경기 남양주(구팔당역~운길산역·8.8㎞), 경남 김해(모정터널~낙동강교·4㎞, 장방리~좌곤리·8㎞) 등의 폐선철로와 경북 군위 화본역, 전북 군산 임피역 등 간이역이 대상이다. 문화부는 이들 사업지에 레일바이크와 관광테마열차, 철도 체험시설 등을 조성해 새로운 지역 명소로 탈바꿈시킬 방침이다. 문화부 김성일 관광레저기획관은 “기본·실시설계가 완료되는 내년 5월 이후 본격적인 조성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향후 관광수요 및 여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대상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진상 손원천기자 jsr@seoul.co.kr
  • [14일 TV 하이라이트]

    ●영상앨범 산(KBS1 오전 7시)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인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의 비경과 산자락을 끼고 있는 고향 마을의 풍경, 산에서 만난 사람들의 새해 소망과 그들의 이야기를 ‘여행 생활자’ 유성용과 함께한다. 설날 아침, 아름다운 한라산과 정겨운 고향의 산 지리산, 산세가 아름다운 설악산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해를 만나본다. ●해피선데이(KBS2 오후 5시10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기획된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에 1만 8000대 1의 경쟁을 통과한 7개팀 80여명이 제주도에서 강호동, 이승기, MC몽, 김종민, 이수근과 함께한다. 택시기사, 항공대학생, 유니버설 발레단원, 여자 럭비단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함께해 ‘1박2일’ 멤버들과 팀워크를 맞춘다. ●보석 비빔밥(MBC 오후 9시50분) 카일이 절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루비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다. 루비는 홀연히 떠난 카일을 그리워하고, 카일 또한 루비와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수행에 몰두한다. 한편 우빈을 만난 영국은 필요하면 스위스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비취가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다. ●용구라환의 빅매치(SBS 오후 11시10분) 대화가 필요한 두 집단이 만나 묵은 감정을 속 시원히 해결한다. 열애설, 성형설, 가십과 루머.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가 판치는 연예계. 숨기려 하는 연예인과 그들을 파헤치려 하는 연예부 기자가 만났다. 방송 사상 최초로 연예인 20명과 연예부 기자 20명이 펼치는 토크 빅매치. 스튜디오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ABU드라마 내 친구의 숙제(EBS 오전 9시15분) 순박한 시골 소년 순우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씩씩한 친구다. 어느 날, 도시에서 전학 온 솔이가 순우의 짝꿍이 되면서 솔이에 대한 순우의 순애보는 시작된다. 숙제를 도와주기도 하고, 손톱에 봉숭아물도 들여주는 순우의 정겨운 마음씨에 새침했던 솔이는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즐겨찾기 영화일주(OBS 오전 10시50분) 설 연휴 온 가족이 함께한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영화다. ‘즐겨찾기 영화일주’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어우러져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들이 소개된다. 특히 방송에서는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과속 스캔들’의 모든 것에서부터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라이언킹’. 그리고 ‘맘마미아’ 등이 안방으로 찾아간다.
  • 화마가 할퀸지 2년… 숭례문 전통방식 복원

    화마가 할퀸지 2년… 숭례문 전통방식 복원

    부슬부슬 비가 내린 9일, 서울 한복판의 숭례문은 여전히 스산했다. 국보 1호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화마(火魔)에 무너져 내린 지 10일로 꼭 2년. 덧집으로 가려진 숭례문 복구 현장에는 그날의 고통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2층 대부분이 무너져 내린 문루(門樓·성문 위에 지은 집)에는 불탄 목재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다. 복구작업을 위해 얼마 전 기와까지 철거돼 적심, 서까래 등 부재(部材)마저 앙상한 뼈대처럼 드러나 있다. 1층 문루는 90%가량 살아 남았지만 고온으로 뒤틀린 처마 모습이 당시의 고통을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현장에 대장간 설치… 못 등 직접 주물 이 고통을 뒤로하고 숭례문이 새로운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준비작업을 끝내고 오늘부터 본격 복원공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복구현장에서 착공식을 가진 뒤 첫 작업인 문루를 해체한다. 복원공사의 핵심 키워드는 ‘전통’. 도편수인 신응수(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을 비롯해 단청·석공·기와를 책임지는 제와, 기와를 덮는 번와 등 총 6명의 장인이 참여한다. 작업방식도 옛 조상들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다. 건물을 짓는 대목 분야만 하더라도 처음 나무를 옮겨와 다듬는 과정에서부터 구조물을 조립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옛 방식대로 진행한다. 전기톱 대신 도끼나 내림톱을 쓰고, 대패·대자귀 등으로 목재를 다듬는다. 운반도 재래식 기계인 거중기를 이용한다. 공사 현장에는 대장간도 들어선다. 이곳에서 복구작업에 쓰일 못 등을 직접 주물한다. 작업복은 한복이다. 장인들은 물론 인부들도 모두 한복을 입고 일한다. ●인부들도 한복 입고 작업 2012년 말 완공 예정인 숭례문(조감도)은 1961~1963년 복원 공사 직후의 모습을 그대로 되살리는 게 목표다. 여기에 일제강점기 때 변형된 양측 성곽까지 복원한다. 동쪽으로는 남산자락으로 약 88m, 서쪽으로는 대한상공회의소 방면으로 약 16m 복원된다. 궂은 날씨에도 착공식 준비에 분주한 조상순 문화재청 숭례문복구팀 학예연구사는 “올해는 문루를 해체하고 동쪽 성곽 일부를 복원하는 데까지 공사가 진행된다.”면서 “이후 문루 조립, 기와 올리기, 단청 입히기, 현판 걸기 순으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불길에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돼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현판은 이미 수리를 마친 상태다. 이날 문화재청 주최로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숭례문 복구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숭례문 복구작업은 국민의 구멍 난 가슴을 보듬고 실추된 국가 자존심까지 살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화재 행정 공개, 시민 참여 보장, 문화유산 보존관리 옴부즈맨 도입 등을 제안했다. ‘전통 기법으로 다시 태어나는 숭례문’ 특별 전시회도 오는 21일까지 고궁박물관 로비에서 열린다. 복구공사에 참여하는 장인들의 이력과 공사에 사용될 전통 도구들, 숭례문 단청 변천사, 복원작업이 끝난 뒤의 숭례문 모형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名士의 귀향별곡]장흥 율산마을 소설가 한승원

    [名士의 귀향별곡]장흥 율산마을 소설가 한승원

    득량만이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한 산자락에 ‘해산 토굴’이란 빛바랜 목조 간판이 토굴 처마에 내걸렸다. 마당에 들어서면 득량도 너머 고흥 반도의 리아스식 해안과 섬들이 줄줄이 펼쳐진다. 전남 장흥 안양면 율산마을. 이 마을에 둥지를 튼 소설가 한승원(71)씨의 창작실이 해산 토굴이다. “서울 우이동에서 살다가 짐을 싼다고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렸습니다. 그로부터 벌써 15년이 흘렀습니다.” 한승원씨는 “당시 지인들은 ‘문학시장’이 서울인데 왜 지방으로 내려가느냐며 ‘낙향’을 반대했다.”며 “그러나 서울보다는 바닷가로 내려온 뒤 훨씬 글이 더 잘 써졌다.”고 말했다. 그가 이름붙인 ‘연꽃 바다’ 득량만은 자궁을 상징한다. 풍요와 만물의 근원이다. 그는 요즘도 늘 자궁을 내려다보며 글을 써 나간다. 그의 소설과 시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비릿한 ‘바다 냄새’는 태생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갯벌과 해풍을 버무린 듯한 향토색 짙은 작품 속 언어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금세 느낄 수 있다. “고향이 나를 키워줬으니 이제는 내가 보답해야지요.” 그는 어떻게 보답하겠느냐는 질문에 “끊임없이 작품을 쓰겠다.”고 답했다. 고희를 넘기고서도 어떻게 저런 정열이 나올까 궁금했다. 그는 ‘다산 정약용’을 들고 나왔다. 최근 펴낸 장편 소설 ‘다산’ 속에 해답이 깃들어 있다. “다산 선생은 일을 통해 깨달음(正心)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힘이 다하는 날까지 생각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수많은 저술과 육체노동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육체가 스러지는 순간까지 쓰고,또 쓰겠다.”며 “소설속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소설 ‘다산’은 그가 젊었을 때부터 천착해 온 정약용의 삶에 대한 완결편이다. 손암 정약전의 유배생활을 통해 인간의 ‘절대고독’을 얘기했던 ‘흑산도 하늘길’ ‘초의’ ‘추사’ 등도 다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것들이다. 최근엔 장편 소설 ‘억불산 이야기’를 탈고했다. 산 이름의 억(億)자는 ‘민중’을 뜻하며, 구세주인 부처가 곧바로 민중이란 얼개로 짜였다. 설을 쇠고 나서는 포구 이야기를 엮어낸다. 고향인 장흥의 크고 작은 포구와 경상남도, 서해안 포구까지를 망라한다. 포구를 중심으로 사람사는 얘기를 만들어간다. 그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작품을 통해 고향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는다. 고향 산천과 어릴적 고된 바닷일을 했던 기억들이 그의 문학의 알토란 같은 자양분이다. 그는 고교 졸업후 이곳에서 3년간 김양식과 농삿일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고향은 ‘자연’이라고 하는 프리미엄을 나에게 줬습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태어난 작가들은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쓰기 어렵습니다.” 그는 “모든 게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지방에는 고급 문화의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작가들이 각 지방으로 흩어져 작품활동을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도 아침 6시에 일어나 한시간 가량 작품을 쓴 뒤 2~3㎞쯤 떨어진 수문리 앞 해안도로를 산책한다. 아침 식사 후 10시부터 12시까지 또다시 펜을 든다. 오후엔 잠도 자고, 자료조사를 하며 뉴스와 동물의 왕국 등 TV 프로그램을 즐긴다. 군이나 다른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강연회 등에도 자주 불려 나가 ‘문학의 역할’ 등을 역설한다. 그는 “세상과 교통·교감하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문학의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차와 포도주를 마시고, 회 먹고, 글쓰는 재미로 삽니다.” 그는 끝없이 펼쳐진 남쪽 바다를 바라보며, 다산의 정심(正心) 상태에 이르기 위해 오늘도 일(글쓰기)에 매달린다. 글 사진 장흥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약 력 << ▲장흥중·고 졸업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목선, 신화, 불의 딸, 포구, 해산가는 길, 원효, 흑산도 하늘길, 다산 등 수 백편의 소설과 수필·시집 등 다수. ▲한국소설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서라벌문학상▲한국해양문학상▲미국의‘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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