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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태어나는 도봉 둘레길... 21.3km ‘순환 산책로’ 내년 완성

    다시 태어나는 도봉 둘레길... 21.3km ‘순환 산책로’ 내년 완성

    서울 도봉구가 도봉산부터 중랑천과 초안산, 쌍문근린공원, 서울아레나를 통과해 서울 둘레길까지 연결하는 21.3km 규모의 순환 산책로를 만든다고 14일 발표했다. 도봉구는 자연환경과 생태는 그대로 남겨두면서 주요 길목마다 체험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전 구간에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다. 이 사업은 도봉구 민선8기 공약사업인 ‘도봉 둘레길 2.0’의 일환이다. 도봉구는 도봉 둘레길을 서울둘레길 2.0과 연계해 기존의 도봉산에만 국한된 둘레길을 탈피하고 대형공원 및 중랑천을 잇는 둘레길로 재편하는 사업을 2022년부터 추진해 왔다. 가장 먼저 완성된 구간은 지난 4월 공사를 마친 중랑천 제방길 데크로드 1단계 구간이다. 도봉구는 2년여간의 공사를 통해 노원교~창도초등학교의 약 1.7km구간을 맨발길인 굵은 모래(마사토)길로 만들었다. 이 가운데 도봉서원아파트 104동부터 116동까지 약 600m 구간은 황톳길이다. 최근 맨발걷기 열풍에 힘입어 구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봉구는 앞서 방학동 발바닥공원과 초안산 세대공감 공원, 들꽃향기원 일대의 맨발 산책길을 조성했다. ‘창골축구장 황톳길’, ‘초안산 근린공원 황톳길’, ‘테마가 있는 맨발숲길’ 등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도봉구는 현재 중랑천 데크로드 2단계 공사와 수변 테라스 카페 조성을 추진 중이다. 또 초안산과 쌍문공원에 무장애숲길을 조성한다. 둘레길 곳곳에는 체험공간 확대 설치한다. 도봉구는 지난달 도봉산자락 아래 무수골 일대에 산림치유 공간인 ‘무수골 녹색복지센터’와 ‘명상의 숲’을 완성했다. 연면적 827㎡에 지상1층, 2개 동에 건강측정실, 편백체험실, 향기치유실, 차 명상실 등이 마련된 녹색복지센터는 이번 달 시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다음 달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녹색복지센터와 함께 연산군묘 주변에 조성돼있는 ‘한글역사문화마당’,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서울 창포원 재조성사업’과 ‘중랑천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등이 완료되면 도봉 둘레길의 체험시설이 보다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푸른 숲이 주는 치유의 기능은 마음건강이 중요시되는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내년 도봉 둘레길 2.0이 최종 완성되면 도봉산 둘레길부터 향후 창동에 들어서는 2만석 규모의 K팝 전문 공연장인 서울아레나까지 도보로 연결돼 도봉구민뿐 아니라 서울시민이 함께 건강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산림문화시설의 끝판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문성호 서울시의원, 오세훈 시장 강북횡단선 재도전 의지 확인…유지경성 강조

    문성호 서울시의원, 오세훈 시장 강북횡단선 재도전 의지 확인…유지경성 강조

    서울시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낮다는 평가를 받은 강북횡단선 사업 재추진 계획을 밝혔다. 문성호 서울시의원(서대문구2·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서울특별시의회 제324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윤종장 도시교통실장, 김승원 균형발전본부장을 대상으로 강북횡단선 재추진을 촉구하는 시정질문을 진행했다. 강북횡단선은 지난 5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강북횡단선은 목동에서 홍제를 지나 정릉, 청량리까지 북한산을 따라 이어져 서울시 강북 동-서를 잇는 노선이다. 강북횡단선은 교통취약지역을 지나는 경전철 노선으로 서울시 내 균형발전을 달성한다는 대승적 의미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노선 형태로 서울의 강북생활권 동쪽에서 서쪽 지역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이동 편이성을 높이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는 북한산자락을 지나는 강북횡단선 특성상 주거밀집지역을 상대적으로 많이 지나지 않아 수익성이 낮고, 산자락을 잇는 공사비용은 높아 경제성이 낮다는 결론이다. 문 의원은 교통취약지역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는 강북횡단선 경전철 설립이 오히려 다른 시·도와 비교해 ‘서울이니까 경제성 없으면 안 된다’라는 단순 잣대로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3월 서울연구원에서 경기도 및 인천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한 ‘예타조사 개선을 위한 수도권 균발지수 개발’ 연구 결과에 주목했다. 현재 기재부 예타조사 지표는 정책성 항목과 경제성 항목으로 구성된다. 2019년 예타조사 지표 변경 이전에 존재했던 ‘균형발전 항목’을 살리는 차원에서 현 정책성 항목에 지역 내 균형발전 평가내용을 넣고, 현재 경제성 70%, 정책성 30%의 평가 비중으로 5대5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재부를 어떻게 설득해 국가 SOC 사업 대상자 선정에 있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서울시의 현 상황을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문 의원은 서울시의 개별적인 노력보다는 연구를 수도권 합동으로 추진했던 것처럼 서울시를 포함한 경기도, 인천광역시와 함께 예타 지표 개선안 합의안 도출, 공동으로 기재부를 설득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강북횡단선의 조속한 재추진을 위해 노선 재조정을 진행하고, 경제성 항목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외국인 등 관광객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등산’ 콘텐츠를 활용, 관광객의 북한산 접근 수요를 평가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서울시 균형발전본부는 기재부에 예타 지표 개선방안을 제안하기 전 경기도, 인천시와 긴밀히 협의할 것을 약속했다. 서울시 도시교통실은 강북횡단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수요를 늘릴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재추진에 성공할 수 있도록 대안 노선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북횡단선 예타 불발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문 의원의 지속적인 노력에 감사함을 전했다. 오 시장은 강북횡단선 재추진을 위한 대안 노선을 조속히 마련하는 한편, 가장 문제가 되는 경제성 점수 올리기 위해 구간별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국가사업인 GTX 사업으로 인해 경전철 사업축소 우려와 관련 변함없는 의지를 확인하는 문 의원의 질의에 오 시장은 “경전철 사업은 서울 곳곳을 잇는 중요한 사업으로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라고 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 무학봉~남산 5.14㎞ 숲길… 계단·턱 없어 누구나 걸어요

    무학봉~남산 5.14㎞ 숲길… 계단·턱 없어 누구나 걸어요

    서울 중구 신당동 무학봉에서 남산까지 숲길로 산책할 수 있는 ‘남산자락숲길’(이하 숲길)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와 빌딩을 지나야 도착했던 남산이 이제는 중구에 사는 누구나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숲’이 됐다. 지난 4월 개통된 5.14㎞의 숲길은 구의 동쪽 끝인 무학봉에서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거쳐 남산까지 모두 연결된다. 인근 주민이라면 누구나 차편을 이용하지 않고 숲길을 걸어서 남산에 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계단과 턱이 없어 유모차나 휠체어, 임산부와 노약자도 쉽게 거닐 수 있다. 구는 올해 말까지 버티고개 생태육교에서 남산까지 마지막 구간을 완공할 예정이다. 중구 관계자는 “한때 남산의 일부였던 무학봉,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모두 연결해 남산 자락의 원형을 친환경적인 보행 공간으로 복원했다”며 “구의 동쪽 신당동부터 서쪽 중림동까지 숲길, 남산둘레길, 서울로7017을 연결해 보행녹지축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월 새로 개통한 대현산배수지공원 모노레일, 남산타워와 북악산·북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맨발로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맨발 황톳길, 벚나무가 아름답게 피는 매봉산 중구 유아숲체험원까지 들를 수 있다. 숲길 개통을 기념해 걷기 행사도 이달 네 차례 열린다. 금호산 맨발공원 광장에 모여 함께 걷는 프로그램으로 오는 8일, 15일, 22일, 29일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중구 걷기 앱의 건강마일리지도 모을 수 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숲길에 온 주민들께서 ‘중구가 숲세권이 됐다’며 매우 좋아하는 모습에 기뻤다”며 “세계 속의 첨단 도시가 될 수 있는 중구에는 남산도 있다는 자부심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어 “중구에 사는 누구나 남산의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금천은 거대한 정원, 풀꽃향 솔솔~

    금천은 거대한 정원, 풀꽃향 솔솔~

    “매일 출근길과 퇴근길, 금천구청역 앞에서 푸른 나무와 꽃이 선사하는 자연의 인사를 느껴 보세요.” 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은 지난 1일 지하철 금천구청역 1번 출구 앞 광장에서 주민 20여명과 함께 1호 매력정원 가꾸기에 구슬땀을 흘렸다. 금천구청역을 오가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구민을 위해 꾸며진 ‘배웅과 마중 정원’에는 사시사철 변하는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수국, 휴케라 등 다양한 꽃과 상록수를 심었다. 유 구청장은 “사계절 자연과 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매력정원에서 누구나 잠시 휴식하며 식물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매력정원은 오는 16일 뚝섬한강공원에서 개막하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주민들이 일상에서 정원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됐다. 1호 매력정원을 시작으로 독산3동 다목적광장에 ‘안개 정원’, 독산2동 마을공원에 ‘포근한 정원’, 호암산자락 도시농업공원에 ‘오미원정원’, 금천구청 청사 내에 ‘먹거리 정원’ 등 5개 매력정원이 문을 연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서울에서의 정원의 삶’을 주제로 일상에서 가꾸는 정원 문화를 소개하는 만큼 금천구 역시 주민과 함께하는 정원 가꾸기에 나선다. 구는 이날 시흥1동주민 자치회, 독산1동 금하마을 협의체 등과 함께 ‘마을 정원 가꾸기 추진단 발대식’도 열었다. 매력정원 조성에 참여하고 싶은 주민은 금천구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호암산과 안양천이 위치한 금천구는 일상의 힐링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정원을 가꿔 왔다. 안양천을 따라 조성된 ‘금천한내장미원’은 봄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꽃이 피고 지는 사계 장미를 감상할 수 있다. 금천구 관계자는 “서해안고속도로 고가 밑에 위치해 한낮에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은은하게 퍼지는 장미향을 맡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시흥계곡에 조성 중인 오미원은 수국원, 물어귀숲, 도시농업체험장, 장미원, 치유의 숲이 어우러진 오색 테마 정원이다. 2020년부터 5년째 진행된 오미원 조성 공사는 오는 9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금천구 관계자는 “축구장 2.7배의 넓은 공간의 오미원은 꽃멍, 물멍, 풀멍, 향기멍, 숲멍을 할 수 있는 서남권 대표 정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맛집이라는 단어에 가려진 씁쓸함에 대하여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맛집이라는 단어에 가려진 씁쓸함에 대하여

    음식에 관해 글을 쓰면서 동시에 외식업에도 발을 담그고 있지만 ‘맛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극도로 꺼리는 편이다. 맛집이란 단어가 품고 있는 아이러니함과 폭력성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자 맛집공화국이다. 일상에서 ‘맛집’이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어딘가로 나갈 때면 반드시 맛집을 검색하고, 맛집을 추천받고, 맛집에 가고 싶어 한다. 맛집이라는 말은 음식이 맛이 있는 집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어째서 나타나게 된 것이냐에 대해선 딱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맛집이란 말은 대체 언제부터 사용하게 된 것일까. 맛집의 탄생은 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연관이 있다. 전쟁 후 경제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1980년대가 되면서 1가구 1승용차 시대, 전국을 구석구석 누비며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른바 ‘마이카’ 시대가 열렸다. 타이어 소비 진작을 위해 자동차로 찾아갈 만한 식당을 소개한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의 탄생처럼 이 시기를 기점으로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맛집이란 단어였다. 그동안 아는 사람만 알던 전국의 숨겨진 맛집을 발굴해 소개하는 글과 방송이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맛집 바람이 불었다. 감각을 자극하는 맛집 콘텐츠는 인쇄매체나 방송매체 가릴 것 없이 대중의 이목을 끄는 필승의 아이템이었다. 아무리 깊고 깊은 산자락에 있다 해도 맛집이라고 소개되면 전국 각지에서 온 손님들로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체 얼마나 맛이 있으면 수시간을 기다리며 줄을 설까 하며 사람들은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대기열에 기꺼이 동참했다. 맛집 콘텐츠가 영향력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권력구조가 생겼다. 그때는 지금처럼 손가락 몇 번 까딱이면 누구나 손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다. 신문과 잡지를 비롯한 인쇄매체와 방송을 통해서만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때였다. 정보를 제공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명확히 구분됐다. 음식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소문난 맛집을 다니며 식도락의 즐거움을 얻거나 취향을 공고히 다졌고, 대중은 전문가와 미디어가 소개하는 곳을 믿고 찾아가기 시작했다. 식당 입장에선 미디어에 맛집으로 소개된다는 건 곧 막대한 수익이 뒤따름을 의미한다. 소위 ‘대박’을 치기 위해 미디어와 전문가가 권력이 돼 기획된 맛집이 만들어지거나 맛집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기묘한 상황도 벌어졌다. 소셜미디어(SNS)가 등장하기도 전의 일이다. 더이상 정보가 특정 계층의 독점이 아닌 공유의 시대가 열렸지만 권력구조는 그대로다. 이제는 전국을 다니며 누구보다 많이 먹어 본 전문가 대신 새롭게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면서 맛집 마케팅은 보다 더 과열되고 있다. 모두가 맛을 쫓고 소비하지만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맛집은 대체 누구의 기준으로 어떻게 정해진 것인가란 질문이다.생각해 봐야 할 건 TV나 SNS에 나오는 인플루언서나 전문가가 먹은 음식과 내가 지금 먹은 음식이 완벽하게 동일한 것일까란 점이다. 사람들은 식당에서 만들어 내는 음식의 맛이 공장에서 찍어 낸 기성제품처럼 일관될 거라 기대하지만 맛을 늘 일관되게 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똑같은 식재료와 똑같은 레시피를 주고 열 명이 음식을 만들면 열 가지 다른 맛의 음식이 나온다. 재료의 상태나 만드는 사람의 숙련도 컨디션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식당 입장에선 갑자기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손님이 많아져도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하루에 100인분을 만들다가 같은 인력으로 200인분을 만들어야 하면 음식의 질이나 완성도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너무 손님이 많아져 바빠지면 서비스도 불친절해지고 맛도 불안정해진다. 준비 없이 너무 알려지는 것도 재앙에 가까운 일일 수 있다. 결국 맛은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우리가 맛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같은 음식을 놓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맛의 음식을 맛보고 이야기하는 것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경험의 폭이 다르고 그것이 결국 기호를 결정하고 취향을 만들어 낸다. 소위 자칭 ‘전문가’의 맛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그의 경험과 기억에서 비롯된 하나의 의견일 뿐 절대적인 지표로 여겨선 곤란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마침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구가 곧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가는데 소위 ‘찐 로컬 맛집’을 알려 달라는 메시지였다.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렇게 답을 했다. “어디든 맛있게 먹고 나왔으면 그게 맛집이야.”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
  • 금천구, 마을 곳곳에 ‘매력정원’ 5곳 조성

    금천구, 마을 곳곳에 ‘매력정원’ 5곳 조성

    서울 금천구는 일상 속 어디서나 정원을 만나볼 수 있도록 이달 중 관내 5곳에 다양한 형태의 ‘매력정원’을 구민들과 함께 조성한다고 3일 밝혔다.구는 금천구청역 앞 광장에 ‘배웅과 마중 정원’, 독산3동 다목적광장에 ‘안개 정원’, 독산2동 마을공원에 ‘포근한 정원’, 호암산자락 도시농업공원에 ‘오미원 정원’, 금천구청 청사 내에 ‘먹거리 정원’ 등 5개소에 각기 다른 주제를 담은 ‘매력정원’을 순차적으로 만든다. 금천구 관계자는 “오는 16일 개막을 앞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해 구민들이 일상 가까이에서 매력적인 정원을 접하고 정원문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구는 지난 1일 구청역 광장에서 시흥1동 주민자치회, 독산1동 금하마을 협의체 등 주민 50여명과 함께 ‘마을정원 가꾸기 추진단 발대식’을 개최하고 ‘금천구 매력정원 1호’를 만들었다. 1호 ‘매력정원’은 금천구청역을 오가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구민을 위해 ‘출근길 배웅’과 ‘퇴근길 마중’을 주제로 꾸며졌다. ‘매력정원’ 조성에는 관내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금천구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정원도시 서울’의 대표 축제로, 5월 16일부터 10월 8일까지 뚝섬한강공원에서 ‘서울에서의 정원의 삶(Seoul, Green Vibe)’라는 주제와 ‘색색가지 한강(Colorful Hangang)’이라는 부제로 펼쳐진다. 국제공모를 통한 작가정원부터 학생, 시민, 기업, 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조성한 정원을 관람할 수 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구민과 함께 사시사철 자연과 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매력정원’을 조성해 식물을 즐기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남산’ 입주민 282세대 환영회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남산’ 입주민 282세대 환영회

    서울 중구 필동주민센터가 오는 27일 ‘힐스테이트 남산’ 입주민을 대상으로 ‘어서와 필동, 환영해 힐스’ 행사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입주민환영회는 10시 40분 식전 버스킹을 시작으로 오전 11시부터 아파트 내 북카페와 야외공간에서 80분 동안 진행된다. 야외음악회, 중구 홍보부스 운영, 구청장과의 대화, 남산 일대 개발계획 강의, 경품 추첨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반가운 새 이웃을 위해 필경회(필동경제인연합회), 필동 새마을금고, 갤러리 아람, CJ인재원, 카페 몽트, 필동 통장협의회, 현대건설, 라비두스에서 후원품과 기념품을 풍성하게 제공한다. 올해 1월 준공된 힐스테이트남산에는 282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중구 관계자는 “중구의 인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적다”며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중구에 모처럼 젊은 세대가 유입돼 반가운 마음에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입 주민 환영회는 서울에서 흔치 않은 행사다. 중구는 지난해 2월 세운지구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의 입주민 1600세대를 대상으로 환영회를 열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중구 관계자는 “남산자락의 살기 좋은 필동에 이사 오신 주민분들을 열렬히 환영한다”면서 “‘중구에 이사 오길 잘했다’ 생각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새 주민들을 모시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살면서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중구의 문을 두드리시길 바란다”고 했다.
  • 비운의 소년군주 단종…짙게 배어있는 한과 눈물

    비운의 소년군주 단종…짙게 배어있는 한과 눈물

    비운의 왕. 조선 6대 임금인 단종(端宗·1441~1457년)에 붙는 수식어다. 1456년 음력 6월 22일 만 16세의 단종은 한양을 떠나야 했다.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은 조카의 왕위를 빼앗는 것도 모자라 강원 영월로 유배를 보냈다. 어린 나이의 단종에게는 멀고 먼 유배길이었다. 한강나루에서 남한강 뱃길을 따라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에 닿았다. 창덕궁 돈화문을 나선 지 7일 만이다. 단종은 한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월 땅에서 승하했다. 숙부에 왕위 빼앗기고 멀고 먼 유배길 단종은 조선 왕 중에서 가장 탄탄한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 단종은 외아들이었다. 왕이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유학의 나라인 조선은 적장자 상속을 중시했다. 단종의 아버지이자 세종의 아들인 문종도 외아들이었다. 조선 역사상 적장자와 적장손이 2대에 걸쳐 왕위를 계승한 최초 사례다. 그러나 단종은 태어날 때부터 불행했다.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는 단종을 낳고 하루 만에 산후 후유증으로 숨을 거뒀고, 할머니 소헌왕후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 단종을 보호해줄 만한 왕실의 어른이 전무했다. 1452년 문종의 뒤를 이어 12살 나이로 왕위에 올랐으나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 운명을 맞았다. 1453년 계유정난(癸酉靖難)이 발발한다. 수양대군은 쿠데타를 일으켜 김종서, 황보인, 정분 등을 암살하고 권력을 쥔다. 1456년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김문기 등 단종의 복위를 꾀한 사육신(死六臣)을 처형하고, 이듬해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해 유배를 보냈다.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은 강과 산으로 막혀 고립됐다. 소나무 아래 앉아 가족을 그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단종의 유일한 벗이 되어준 이 소나무는 단종의 오열하는 소리를 들은 나무라는 뜻에서 관음송(觀音松)으로 불린다. 단종은 청령포가 홍수로 물에 잠겨 영월 관아의 객사인 관풍헌으로 거소를 옮겼다. 1457년 11월 16일 이곳에서 단종은 사약을 받고 17세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세조의 명으로 단종에게 내려진 사약을 영월에 가져온 의금부도사 왕방연은 괴롭고 허망한 심정을 시조로 남겼다. ‘천만 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단종은 1698년(숙종 24년)에 이르러 왕으로 복위됐다. 묘호는 단종으로 추증하고, 능호는 장릉으로 명명된다.청령포·관풍헌·장릉…처연하고 애석 단종 이야기와 흔적은 영월 곳곳에 남아 있다. 영월읍내로 들어서기 전 만날 수 있는 청령포에는 단종이 머물렀던 옛터임을 알리기 위해 영조 때 세운 단묘재본부시유지비(端廟在本府時遺址碑), 일반의 출입을 금지한 금표비, 복원한 어소(御所)가 남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청령포에 들어가는 유일한 이동로는 뱃길이다. 읍내 한가운데 위치한 관풍헌은 조선시대에 건립한 영월객사의 동헌이다. 단종의 묘소인 장릉은 읍내에서 북측으로 약 2㎞ 떨어진 산자락에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 40기 가운데 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다. 장릉에는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 조사, 군노, 여인 268인의 위패를 봉안한 장판옥과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홍도의 충절을 기리는 비각인 정려각도 있다. 단종이 즐겨 먹은 어수리 나물밥은 영월 별미로 주민들 밥상에 자주 오른다. 단종이 어수리 나물을 처음 맛본 뒤 “정순왕후의 분향이 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어수리는 피를 맑게 하는 식물로 당뇨, 변비, 기침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蔘)의 일종으로 중풍과 통증 치료를 위한 약재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하고, 각종 염증 완화에 좋은 건강식품이다. 주민들이 단종의 고혼과 충신들의 넋을 기리는 단종문화제도 매년 열린다. 1967년 단종제로 시작해 1990년 단종문화제로 이름 바꿨다. 영월을 대표하는 축제 중 하나다. 57회째를 맞는 올해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장릉, 동강 둔치, 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개최된다. 첫날인 26일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개막식이 진행된다. 개막식은 단종을 주제로 한 개막 퍼포먼스, 가수 공연, 드론 라이트쇼, 불꽃놀이 등으로 꾸며진다. 둘째 날인 27일에는 단종 국장 재현과 ‘울려라! 깨비역사퀴즈쇼’, ‘단이탐험대, 깨비마블’ 등이 이어진다.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강원도 무형문화재인 칡줄행렬과 칡줄다리기가 펼쳐진다. 영월군은 지난 3~9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단종문화제 홍보전 in 서울’을 열며 축제 분위기 띄우고 있다.
  • 우면산자락 ‘성뒤마을’, 1600가구 대단지로 재탄생

    우면산자락 ‘성뒤마을’, 1600가구 대단지로 재탄생

    1960~1970년대 강남 개발로 생긴 이주민이 정착하며 형성된 서울 서초구 우면산 도시자연공원 자락 ‘성뒤마을’이 고품격 주거단지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지난 28일 제2차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 변경’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곳은 수십년에 걸친 난개발로 경관 훼손, 화재·산사태 등 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지난 2017년 9월 지구지정 및 2019년 1월 지구계획 승인 시 사업부지 내 공동주택은 용적률 160%, 최고 7층 이하로 결정됐다. 하지만 위원회는 효율적 토지 활용 및 우면산 경관, 주변개발지 현황 등을 고려해 용도지역 상향 없이 용적률 200%, 평균 15층 이하로 조건부 변경 결정했다. 공급되는 세대수는 당초 813가구에서 1600가구로 늘었다. 추가로 공급된 787가구는 무주택 시민의 주거 안정 및 주거복지 자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공공주택단지 900가구(임대 590가구, 분양 310가구), 민간주택단지(매각) 700가구다. 특히 SH공사가 공급하는 A1블럭은 행복주택, 장기전세, 공공분양 주택을 ‘소셜믹스’로 공급하고 임대주택 공급 평형을 당초 30․36㎡에서 31~59㎡로 확대한다. 자재고급화 등 고품질 및 다양한 유형을 공급해 시민의 주거선택 기회를 확대했다. 시는 이번 지구계획변경 승인 이후 설계공모를 통해 건축설계를 완료해 2025년엔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할 계획이다. 2028년엔 시민들이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성뒤마을은 훼손된 자연환경을 회복하고 주거기능을 함께하는 ‘정원도시’를 구현할 것”이라며 “그동안 닫혀있었던 마을의 ‘열린 네트워크 단지’로 재탄생시켜 창의·혁신적인 디자인을 갖춘 ‘백년주택’으로 거듭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 “남산 고도 제한 완화 다음은?…건축사와 함께 새집 스케치”

    “남산 고도 제한 완화 다음은?…건축사와 함께 새집 스케치”

    “남산자락에 있는 우리 집, 고도 제한이 완화되면 어떻게 높여 지을 수 있을까?” 남산 고도제한 완화를 앞두고 중구가 전문가가 내 집 설계를 사전 검토해주는 ‘남산 드 데생’를 꺼내 들었다. 남산 고도지구 내에 거주하는 주민이 신규건축을 할 때 설계안을 제공해주는 사업으로, 지자체에서는 최초 시도다.김길성 중구청장은 지난 14일 중구건축사회와 ‘남산 드 데생’ 추진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중구건축사회는 남산 고도지구 내 토지 등 소유자에게 완화되는 높이 기준에 맞춰 건물을 신축할 경우를 가정해 배치도, 평면도, 단면도 등을 기획설계 수준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설계 결과를 토대로 신규건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며 소요 예산, 건축 기간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구는 다음 달까지 서비스 제공 대상 선정 기준 등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5월 중 신청자를 모집해 이르면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설계비는 건당 100만원이다. 중구 관계자는 “건축사들의 재능기부로 개별적으로 설계를 의뢰할 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초기 설계에 건축사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며 “비용의 반은 중구가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좀 더 정교한 설계가 가능하도록 구는 향후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남산 고도지구 완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다. 현재 남산 고도지구 재정비는 최종 결정·고시만을 남겨둔 상태다. 김현정 중구건축사회 회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중구건축사회가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 매우 뜻깊고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협약식에서 “중구건축사회의 재능기부에 감사드린다”며 “중구가 스케치해주는 새 집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며 고도제한 완화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시고 새로운 꿈도 설계하시기 바란다”라고 했다.
  • 20년간 담아낸 북한산의 기백과 청정함…김문영 기획전

    20년간 담아낸 북한산의 기백과 청정함…김문영 기획전

    북한산의 기백과 청정함을 화폭에 담아내 온 김문영 작가의 기획전이 20~2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층 그랜드관에서 열린다. 김 작가는 20여년간 북한산을 화폭에 담아 ‘북한산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이후 수행하는 마음으로 북한산만을 그리며 산의 정신과 역사를 포착하고 표현해왔다. 김 작가는 “북한산은 어머니의 모태와 같은, 내 그림의 고향이다. 내 유년의 꿈이 서려 있고 내 장년의 결과물이 완성되는 종착점”이라고 설명했다.한국적 추상인 ‘단색화’ 일색의 국내 화단에서 김 작가는 독보적 존재다. 그는 ‘북한산과 야생화’라는 구상 쪽 화풍을 견지하면서도 푸른색을 즐겨 썼던 인상파 대가 빈센트 반 고흐, 표현주의의 거장 프란츠 마르크를 연상케 하는 색감과 표현을 화폭에 담아냈다. 대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모노톤의 흰색에 코발트블루와 프러시안블루를 입힌 과감한 붓 터치로 북한산의 전경을 단순화하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를 표현해 ‘신표현주의’를 이뤄냈다. 얇은 캔버스에 투명한 듯 맑은 흰색과 푸른빛으로 덧칠해 완성한 산자락과 하늘에선 사진이 담아내지 못하는 장엄한 아우라가 느껴진다.색채 대비를 통한 스토리텔링은 은은함과 심오한 깊이를 동시에 연출한다. 특히 순수함을 드러내는 순백색의 물감과 조용하게 치밀어 오르는 강력한 터치로 푸른 하늘을 정돈해 우주와 자연을 존중하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맞닿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또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표현했다. 1977년에 데뷔한 김 작가는 1983년 제129회 프랑스 르살롱 국제공모전(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미술관)에서 50개국 5000여점의 작품 중 3등(동상)으로 국가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수상작을 전시했다. 작가 인생 40년이 넘은 그의 작품은 청와대, 통일부, 가천대박물관, 보령제약, SK네트웍스 등 여러 곳에서 소장 중이다. 서로 그랑자이 아파트와 태안 SE클럽 등에도 전시돼 공공미술로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25년 하반기에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초청 전시가 예정돼 있다. ‘김문영 기획전’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층(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4-1)에서 3월 20일부터 25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 “폭설에도 안심” 서울 중구, 열선 32곳 설치해

    “폭설에도 안심” 서울 중구, 열선 32곳 설치해

    서울시 중구가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2곳에 도로 열선을 설치해 주민들이 폭설에도 비탈길을 안심하고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지난 한 해에만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22개의 열선을 깔았다. 중구는 남산자락에 자리해 급경사지가 많은 다산동(10곳)을 비롯해, 결빙이 자주 발생하는 곳, 교통사고 위험이 큰 곳, 낙상사고가 빈번한 곳 위주로 열선을 들여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열선은 전기를 통해 가열돼 도로의 표면을 따뜻하게 유지해줌으로써 얼음과 눈을 녹인다. 온도 센서와 연결되어 주변 온도에 따라 열을 조절할 수도 있다. 눈이 왔을 때 초기에 녹여줘 제설작업이 쉬워진다. 염화칼슘 등 화학 물질 사용을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좋다. 도로 표면이 따뜻해지면 습기를 줄여 도로의 손상도 방지할 수 있다. 여러 장점 덕분에 도로에 열선을 설치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구는 국․시비, 구비 등 총 53억 4000만원을 들여 2020년에는 4곳, 2022년에는 6곳, 2023년에는 22곳에 차례대로 설치를 진행했다. 앞으로도 구는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열선 설치가 필요한 지역에 추가로 설치해간다는 계획이다.김길성 중구청장은 “눈이 오면 어르신, 어린이 등 보행약자가 다니기 불편했던 언덕길에 열선이 깔려 올해 겨울에는 안심하고 걸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구민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곳곳에 필요한 시설을 놓아드리겠다”라고 밝혔다.
  • 바람의 언덕 지나 계곡길 따라, 첫사랑 같은 얼음꽃이 피었네

    바람의 언덕 지나 계곡길 따라, 첫사랑 같은 얼음꽃이 피었네

    눈이 오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무기력한 팔다리에 난데없이 힘이 돌기 시작한다. 마음도 조급해진다. 어느 산을 갈까. 설경은 역시 산에서 맞는 게 제격이다. 강원 평창 선자령이 퍼뜩 떠오른다. 눈 오는 선자령, 누구에게나 버킷 리스트다.날씨가 희한하다. 평창 횡계읍내에 종일 겨울비가 내렸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왔는데, 이럴 수가 있나 싶다. 다행히 읍내와 달리 선자령엔 얼음꽃이 피었다. 나무 표면에 붙어 있던 습기가 낮은 기온에 그대로 얼어버린 거다. 눈꽃과 얼음꽃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눈꽃은 나무와 숲 전체를 뒤덮는다. 그래서 화사한 풍경을 연출한다. 얼음꽃은 겉만 살짝 덮는다. 얇게 겉을 감싼 얼음 알갱이 너머로 속의 것들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래선지 어딘가 더 한기가 느껴진다.선자령은 대관령 북쪽, 백두대간 주능선에 위치한 고개다. 강원도 평창(도암면 횡계리)과 강릉(성산면 보광리)을 잇는다. 겨울철 대표적인 눈꽃 트레킹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관령 북쪽의 고개 ‘선자령’계곡 아름다워 선녀와 아이들이 목욕 선자령은 해발 1157m로 비교적 높다. 하지만 등산을 시작하는 옛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40m이기 때문에 실제 표고차는 317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거리는 편도 5㎞ 남짓. 4~5시간 정도면 왕복할 수 있다. 등산로가 완만해 ‘등린이’나 가족 단위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코스는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정확한 명칭은 ‘대관령마을휴게소’다. 현재 영동고속도로에 있는 대관령휴게소와는 다른 곳이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IC에서 빠져 국도로 이동해야 한다. 영동고속도로가 옮겨지면서 대관령 정상의 옛 휴게소는 이용객이 줄어들어 문을 닫기도 했었다. 그러다 선자령 일대가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며 사계절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발돋움하면서 대관령마을휴게소에도 다시 차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박(장기간 차박) 차량들로 몸살을 앓았지만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언제 가도 깔끔하고 주차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휴게소에서 대관령 기상관측소 방향으로 10여분 정도 걷다 보면 선자령 등산로가 나온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보통 ‘계곡길’이라 불린다. 국사성황사를 지나 통신중계기까지 이어진다. 약 1.5㎞의 오르막 코스가 다소 힘겨운 구간. 입에서 헉헉대는 소리와 함께 단내가 풍겨 나온다. 국사성황사를 거치지 않고 오른쪽 코스로 오를 수도 있다. 이쪽은 흔히 ‘능선길’이라 부른다. 다소 완만한 대신 계곡길 코스보다 500m 정도 길다. 계곡길로 접어든다. 아늑한 길이 이어진다. 잣나무, 낙엽송,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루며 아기자기한 풍경을 선사한다. 눈이 내리면 계곡 나무들에 눈꽃이 피는데, 이게 장관이다. 계곡물도 흐른다. ‘선자령’(仙子嶺)이라는 이름은 계곡이 아름다워 선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데서 유래했단다.국사성황사는 이름 그대로 대관령의 국사서낭(성황)을 모신 신당이다. 세 칸짜리 성황사와 한 칸짜리 산신당 등으로 이뤄졌다. 현재의 당우는 1944년에 중건된 것이라고 한다. 대관령 국사서낭은 대관령 산신과 함께 세계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모셔진다. 국사성황사에서 제를 지내고 그 신(神)을 강릉 단오장으로 모셔 가는 행사로부터 단오제가 시작된다. 성황사 주변 풍경이 빼어나다. 이리저리 굽고 휜 나무들 위로 서리 같은 얼음꽃이 피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기운이 깔려 있는 듯한데, 거무튀튀한 몸통에 서리꽃을 두른 나무들 탓에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는 느낌이다. 눈꽃이었더라면 화사했겠지. 하지만 이런 신묘한 분위기는 결코 풍길 수 없었을 터다. 산길은 대부분 능선 위로 이어져 있다. 장쾌한 설원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주변 풍경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왼편으로 대관령 목장의 설원이 펼쳐지고, 돌아서면 동해의 푸른 바다를 가슴속에 품을 수 있다. 능선을 타고 오르기 때문에 시야가 툭 트여 개방감이 더하다.’ 다만 단서가 있다. 맑은 날이어야 한다는 것. 이번 여정에서처럼 눈보라가 칠 때면 사실 눈에 담을 게 별로 없다. 간간이 드러나는 풍경에 만족해야 한다. 능선 위에 선 풍력발전기들의 자태가 이색적이다.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프로펠러의 진동은 위압적이면서도 어딘가 SF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풍력발전기 때문에 선자령 등산로를 ‘선자령 풍차길’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주능선은 완만한 곡선의 연속이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건 없지만 고원 특유의 평평한 산줄기가 독특한 운치를 만든다. 순백의 세상에 서면 언제나 숨이 트이는 듯하다. 시원한 공기로 폐부를 씻고, 홍진 세상을 감춘 말간 풍경으로 눈을 씻는다. 능선 왼쪽으로 목장의 설원 펼쳐져돌아서면 동해의 푸른 바다가 품으로 이제 횡계의 볼거리를 말할 차례다. 겨울이면 산 아래 횡계리 일대에 이색 풍광이 펼쳐진다. 광활한 황태덕장이 그것이다. 수없이 많은 황태가 매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익어 가고 있다.평창의 겨울 풍경을 말할 때 도암호 가는 길을 빼놓을 순 없다. 도암호는 평창과 강릉이 경계를 이루는 계곡에 도암댐을 세우면서 조성된 인공호다. 호수 자체야 내세울 게 별로 없다. 한데 물길과 나란한 진입로에서 만나는 풍경만큼은 참 일품이다. 농가와 주변 산자락, 그리고 흰 눈 뒤집어쓴 계곡이 어우러져 소담한 겨울 풍경을 그려 내고 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뒤섞인 계곡 사이로는 물 반 얼음 반의 계류가 흐른다. 계곡 오른쪽은 발왕산이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중첩된 산자락들이 제법 옹골찬 풍경을 선사한다. 이쯤 되면 초대형 걸개그림이라 해도 믿겠다. 도암호 위는 강릉의 안반데기다. 겨울철엔 눈이 쌓여 올라갈 엄두를 못 내지만 다른 계절엔 명자깨나 날리는 여행지다. 대관령 주변에 눈꽃 마을, 의야지 마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름난 마을이 많다. 눈썰매장 등의 놀이시설은 대부분 갖췄고 저마다 색다른 콘텐츠도 마련해 뒀다. 진부면 오대천 일대에선 송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송어맨손잡기와 낚시, 썰매 등 겨울 놀이, 먹거리 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낚시는 얼음판에 20㎝ 안팎의 구멍을 뚫어 송어를 낚는 얼음낚시와 실내낚시로 나뉜다. 어린이나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송어를 잡을 수 있다. 먹거리터에선 잡은 송어를 회와 구이로 요리해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탕수육과 매운탕 등 15가지 송어 요리를 맛보며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눈광장과 얼음광장엔 겨울 레포츠가 즐비하다. 눈광장에선 눈썰매, 스노 래프팅, 수륙양용차 아르고를 탈 수 있다. 얼음광장에서는 전통 썰매, 스케이트, 얼음 자전거, 범퍼카, 얼음 카트 등 놀이를 즐길 수 있다. 19일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 개막되면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평창 현지에서 눈을 만났다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찾아야 하는 곳이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다. ‘한정판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눈 그치고 반나절만 지나면 전나무숲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앙상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제아무리 폭설을 뒤집어썼다 해도 그렇다. 행여 바람이라도 불면 눈 떨어지는 시간은 더 짧아진다. 그러니 수도권 등 먼거리의 여행자들이 기를 써도 소담한 설경과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전나무 숲길은 일주문에서 금강문까지 이어진다. 채 1㎞가 못 되는 거리에 반듯하게 솟은 전나무가 빽빽하다. 숲에서 가장 나이 든 나무는 수령 370년 정도다. 대개는 수령 80년 안팎의 젊은 나무들이다. 숲은 오백 살 먹은 전나무 아홉 그루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들의 씨가 퍼져 지금의 숲을 이뤘다는 것. ‘천년의 숲’이라 불리는 이유다. ●여행수첩 횡계 쪽에 맛집이 많다. 납작식당은 오삼(오징어·삼겹살)불고기를 잘한다. 남경식당은 꿩만두와 메밀막국수로 소문난 집. 대관령한우타운과 평창한우마을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처럼… 인생은 오래 견디며 살 만한 것” [임형주의 임의 동행]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풀꽃처럼… 인생은 오래 견디며 살 만한 것” [임형주의 임의 동행]

    나태주(78) 시인을 만나러 가는 길은 가을과 겨울의 교차점이었다. 낮에는 따뜻한 볕이 기분 좋게 들었는데, 인터뷰가 끝나고 저녁이 한참 지났을 때는 찬 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시인의 대표작에서 이름을 딴 ‘나태주 풀꽃문학관’은 충남 공주 구도심, 낮은 산자락 아래에 놓여 있다. 백제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 있는 구도심을 가로지르는 제민천 주변에 고풍스러운 상점들이 자리했다. 겉은 예스러운데 실내에는 세련된 인테리어에 주문용 키오스크도 설치돼 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달까. 시인의 시를 떠올린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감각은 손주뻘인 젊은 세대의 감성에도 가닿는다. 간결하고도 가슴 울리는 그의 작품에 모두 열광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풀꽃’) 풀꽃문학관 안 온돌방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뜨끈한 차를 마시는 시인의 모습은 마냥 귀여워 보인다. 다른 표현을 쓰고 싶지만 그저 이런 생각뿐. 대체 시인은 어떻게 저리 간단하면서도 애정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시를 썼을까.시인은 2002년 초등학교 교장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교장이었지만 ‘특기적성교육’을 맡아 목요일마다 아이들과 두 시간씩 수업하면서 책을 읽고 노래도 하고 글도 지었다. “어느 날 학교 정원에서 풀꽃 그림을 그려 보라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빨리, 너무 쉽게 그리는 거예요. 그 풀꽃은 실제 풀꽃과 전혀 닮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종이를 주면서 다시 그려 보라면서 이런 말을 했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워’라고. 복사지를 들고 돌아서서 가는 아이들 뒷모습이 너무나도 예뻐서 그걸 보고 또 말했어요. ‘그래, 너희들도 그렇단다’라고. 교장실로 돌아와 문장을 다듬어 쓴 것이 ‘풀꽃’이었죠.” 그는 “내가 초등학교 선생을 하지 않았다면 쓰지 못할 시이고, 내 앞에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있었다면 쓰지 못했을 시였다”고 했다. 세상이 정한 옳고 그름을 벗어난 아이들이 있어 ‘국민시’가 나왔다. 시인 역시 세상이 정한 기준 속에서 숱한 고민과 열등감을 가졌다고 했다. 교사가 되자는 생각에 공주사범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어떻게 살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때 나름 얻어 낸 답은 ‘시인이 되자’, 그리고 ‘나처럼 살자’였다고 한다. 그런 삶의 자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디에 있든 어떻게 살든 내 삶의 목표는 ‘시인’이었고 ‘나처럼’이었습니다. 43년 교직에 있을 때도 그랬어요. 교직은 생계를 위한 일이었고, 시인은 하고 싶은 일이었어요. 그러니까 두 손에 하나씩 삶의 과제를 들고 살았던 거예요. 성공이란 건 몰라도 충실히 하고자 노력했어요. 그런 삶 속에서 내가 가진 생각은 ‘인생은 직렬이 아니고 병렬이다’라는 것,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교직에 몸담으며 아이들과 자연으로부터 아름다운 시(詩)타래를 뽑아낸 시인을 보니 행복감마저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요즘의 교권이 떠올라 물었더니 그는 “전쟁터에 젊은 병사들만 남겨 놓고 빠져나온 노병인 듯한 미안함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의 절절한 상황과 삶을 내려놓은 일이 전해졌을 때 그들을 위한 시를 썼다며 ‘교사들을 위하여’(사진② 오른쪽)를 낭독해 줬다. “매우 어렵고 심각한 상황이에요. 답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도 교직은 아름답고 고귀하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앞으로는 조금씩 좋아질 거라는 말, 포기하지 말고 절망하지 말고 모두 노력해서 선순환의 세상을 맞이하자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아름다운 풍경화 같은 시를 쓰는 그도 “날마다 삶이 고달프고 쓰라리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 반대의 삶을 희망하고 추구한다. 내 시들은 그런 반대의 노력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댔다. “1970년대의 실연, 1990년대 교직에서의 좌천, 2007년의 병고…. 그런 시련을 겪으면서 전환점이 있었고 새로운 인생과 시의 계기를 얻었습니다. 말하자면 나의 시는 고난의 결과물, 씨앗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나의 삶이 무난했고 행복했고 나의 사랑이 잘 이뤄졌고 만족스러웠다면 나는 결코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며 밝은 시, 아름다운 시, 사랑의 시를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의 시는 내 인생의 반대 상황으로의 표현과 노력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러고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문구를 들려줬다. ‘신은 항상 인간의 등 뒤에 있다. 더러는 인간을 세게 밀어서 넘어뜨리기도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말고 일어나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신의 뜻을 알 때가 온다. 그러므로 인생은 쉽게 포기할 것이 아니고 오래 견디며 살 만한 것이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면서 등단한 시인은 52년간 시집, 시화집, 산문집, 동화집 등 100권이 훌쩍 넘는 책을 냈다. 2010년부터 7년간 공주문화원장을 지냈고, 2020~2022년에는 한국시인협회장을 맡았다. 2014년부터는 풀꽃문학관을 운영하면서 풀꽃 문학상 등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그간의 저서를 엮은 전집을 준비하는 중이고, 그동안 만난 사람들의 기억이 녹아 있는 사진집도 출간 작업을 하고 있다. 강연을 하러 오가는 차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려 올라탄 기차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작(詩作)을 한다. 왕성한 활동의 원동력이 궁금해 물었더니 그의 시처럼 간결하지만 선명한 답이 돌아왔다. “젊어서는 날마다 최선을 다하며 살았고, 중년에는 날마다 이 세상 첫날처럼 하루를 맞고 날마다 이 세상 마지막 날처럼 하루를 정리하면서 살았어요. 노년에는 날마다 욕 안 얻어먹고 밥 안 얻어먹고 살자 했죠. ‘날마다 새날, 날마다 새사람으로 살기’가 변함없는 삶의 목표였어요.” 여기에 주변의 많은 이가 그를 굳건하게 지탱해 줬다고 했다. 어려서는 외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 조금 더 자라서는 친구 몇 사람, 시인이 돼서는 좋아하고 존경하는 시인들, 결혼한 뒤에는 아내와 딸, 이제 ‘늙은 시인’이 돼서는 내 시를 읽고 함께해 주는 독자들까지.그는 박목월 시인과 김남조 시인 이야기를 꺼냈다. 박목월 시인은 그가 등단할 당시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맡았던 분이고 그 인연을 이어 가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 주기도 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남조 시인을 그는 ‘시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내게 많은 영향과 보살핌을 주신 분”이라며 “세상을 살면서 영감으로 통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내게는 딱 한 분 김남조 선생이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장 3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끝낸 뒤 그는 방 한쪽에 놓인 풍금을 향해 걸어갔다. 그 시절 초등학교 교실에 있던 작은 나무 풍금 앞에 앉아 ‘고향의 봄’, ‘엄마야 누나야’ 등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직접 풀꽃문학관 곳곳을 보여 주더니 작은 선물이라며 귀여운 양말과 핸드크림을 건넸다. 먼 길 왔으니 꼭 저녁 식사를 하고 가야 한다며 어느 소박한 만두전골 집에 데려갔다. 만두를 접시에 떠 주는 온정 가득한 모습에 겨울 칼바람도 거뜬히 이겨 낼 뜨거운 감동이 번졌다. 시인의 미소는 할아버지의 따스한 품과도 같았다. 험하고 거친 세상살이 때로는 울며불며 속상하다는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 때, 상처받은 마음 다 알고 있다는 듯 우리를 위무하는 그 작품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공주의 남자’ 나태주 시인의 시는 ‘사람’을 향해 있었다.교사들을 위하여 - 나태주 43년 교직에 머물다 물러난 사람으로 교직에 있는 젊은 교사들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 마치 전쟁터에 젊은 동지들만 남겨 놓고 저 혼자만 빠져나온 듯한 마음 왜 아니리 그대들 머무는 그곳이 바로 생명의 전쟁터 사랑의 전쟁터 인간의 전쟁터 그대들 물러서면 안 된다 그대들마저 지면 안 된다 그대들이 마지막 보루다 그대들 견디어 낼 때 이 세상에 인간의 꽃이 피어나고 평화와 사랑도 피어날 것이다. 2023.7.17.
  • 김태수 서울시의원, ‘2023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우수의원 수상

    김태수 서울시의원, ‘2023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우수의원 수상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김태수 부위원장(국민의힘·성북구 제4선거구)은 22일 시민의정감시단에서 주최하는 ‘2023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우수의원’에 선정되어 수상했다. 시민의정감시단은 2023년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평가하기 위해 서울Watch·서울풀뿌리시민사회네트워크·문화연대에서 서울시민 130명을 공개 모집해 결성됐으며, 상임위원회와 시의원들의 활동을 매일 매일 복수의 단원들이 평가해 우수위원회 2개 및 우수의원 14명, 우수성취의원 1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김 의원은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은 하고 있으면서도, 전세사기 가해 임대인의 경우 법에 조사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을 지적하며,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는 데는 제도나 현실이 전세사기를 못 쫓아가는데 그 원인이 있는데 사후약방문식 피해자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서울시와 정부가 근본 원인을 파악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승강기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는데 서울시 예산 부서에서는 내년도 세입 축소를 이유로 승강기 안전관리 예산편성액을 전액 삭감한 부분에 대해 질타하며, 안전 관련 예산만큼 시급한 것이 없으므로 반드시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민 안전을 위해 CCTV 관제인력의 확충과 더불어 지능형 CCTV로의 조속한 전환을 주문했으며, 현재 둘레길, 한양도성길, 근교산자락길·무장애숲길, 한강길, 지천길 등의 담당 부서가 다르고 특히 지능형 CCTV 비율이 현저히 낮은데 디지털정책관에서 CCTV를 총괄 관리해 지능형 CCTV로의 전환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김 의원은 “행정사무감사는 집행기관의 행정 집행에 대한 지방의회의 행정감시 역할로서,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저를 뽑아주신 서울시민들이 저에게 부여한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번에 행정사무감사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의원을 수상하게 되어 어깨가 무거우며, 앞으로도 서울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더 정진하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 “웃으며 춤추듯 운동하니 관절통도 우울증도 훌훌”

    “웃으며 춤추듯 운동하니 관절통도 우울증도 훌훌”

    체감기온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지난 1일 경북 구미 사곡동 산자락에 자리잡은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은 금오산에서 찬 바람까지 불어와 더 추웠다. 그런데 오전 9시가 넘어가자 꽁꽁 싸맨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대한체육회 주최, 구미시체육회 주관으로 새마을운동전시관 부속동에서 매주 월·수·금요일 열리는 ‘어르신 체육활동’ 참가자들이다. 운동이 시작된 오전 9시 30분 부속동 식당은 50여명의 참가자들로 가득 들어찼다. 강사인 김인혜(40·구미시체육회) 지도자와 밝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나눈 참가자들은 곧바로 양팔 간격 10열 종대로 헤쳐 모였다. 스피커에서 가수 홍진영의 ‘산다는 건’이 첫 곡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코어 근육을 풀어 주는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처음엔 가벼운 동작이었지만 노래 후렴부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래요”가 흘러나올 땐 국군도수체조 같은 큰 동작을 반복했다. 점점 빠른 노래가 이어지고 참가자들의 동작도 커졌다. 분명 체조 동작이지만 참가자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어우러져 마치 클럽댄스 같았다. 몇몇은 동작을 못 따라가 틀리기도 했지만 밝은 웃음 속 잘하고 못하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운동 시작 30분쯤 가수 싸이의 ‘챔피언’에 맞춰 허리를 반쯤 숙이고 발을 구를 땐 참가자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3년 넘게 함께 운동하고 있는 김찬희(71)씨는 “역류성 식도염에 원인 모를 통증으로 약과 병원만 찾았는데 운동으로 모든 게 좋아졌고 친구들도 생겨 우울증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수남(69)씨는 “허리, 무릎이 안 좋아서 고생했는데 이제 아픈 곳 없이 활력을 되찾았다. 다른 운동은 어려운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해 오래 하지 못했는데 이건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즐겁게 할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김 지도자는 “맞춤형 ‘저강도 에어로빅’인데 최고령으론 78세 어르신까지 함께하신다”며 “참가자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약해진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눈, 비 ,더위, 추위에 영향받지 않고 많은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이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발간한 ‘2022년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어르신의 비중은 17%, 노인 진료비는 전년보다 8.6% 증가한 44조 1187억원으로 전체의 43.1%를 차지했다. 2025년 초고령 사회(노인 인구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의료비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에서 ‘어르신 체육활동’ 활성화에 적극 나설 때가 됐다.
  • “웃으며 춤추듯 운동하니 관절통증도 우울증도 안녕”

    “웃으며 춤추듯 운동하니 관절통증도 우울증도 안녕”

    아침 최저기온 영하 3도 체감기온은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지난 1일, 경북 구미 사곡동 산자락에 자리 잡은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은 금오산에서 찬 바람까지 불어 내려와 더 추웠다. 그러나 오전 9시가 넘어가자 꽁꽁 싸맨 여성들이 새마을운동 전시관 뒤 부속동 식당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대한체육회 주최, 구미시체육회 주관으로 매주 월·수·금요일 열리는 ‘어르신 체육활동’ 참가자들이다. 운동 시작 시각인 9시 30분이 다가오자 부속동 식당은 50여명의 참가자들로 가득 들어찼다. 프로그램 강사인 김인혜(40·구미시체육회) 지도자가 오자 모두가 밝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나눴고, 참가자들은 곧바로 양팔 간격 10열 종대로 헤쳐 모였다.강사가 휴대용 스피커로 튼 가수 홍진영의 ‘산다는건’이 첫 곡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몸통과 하체 등 코어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처음엔 가볍게 팔다리를 흔드는 동작이었지만, 노래 후렴부 마지막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래요, 힘들고 아픈 날도 많지만 산다는 건 참 좋은 거래요”가 흘러나올 땐 국군도수체조같은 큰 동작도 반복했다. 점점 템포가 빠른 노래가 이어지고, 참가자들의 팔 다리 동작도 점점 커졌다. 틀림없는 체조 동작이지만 참가자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맞춰 함께 하다 보니 흡사 클럽댄스같았다. 크고 빨라지는 동작을 못 따라가서 틀리기도 했지만, 활기차고 밝은 웃음 속에서 잘하고 못하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운동 시작 30분이 지나 가수 싸이의 ‘챔피언’에 맞춰 허리를 반쯤 숙이고 발을 구를 때는 참가자들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이 프로그램에 3년 넘게 참가하고 있는 김찬희(71) 씨는 “역류성 식도염에 원인 모를 통증으로 약과 병원만 찾았는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모든 게 좋아졌다”면서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도 생겨서 우울증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수남(69) 씨는 “허리와 무릎이 안 좋아서 고생했는데 이제 아픈 곳도 없고 활력을 되찾았다”면서 “다른 운동은 어려운 동작을 못 따라해서 오래 못 했는데, 여긴 대단한 기술 필요없이 춤추듯 즐겁게 할 수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김인혜 지도자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저강도 에어로빅’인데, 최고령으론 78세 어르신까지 함께 하신다”면서 “참가자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약해진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눈, 비 ,더위, 추위에 영향받지 않고 많은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이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고령 사회 진입 직전…노인 의료비 경감 위해 체육활동 활성화 필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0월 4일 발간한 ‘2022년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어르신의 비중은 17.0%, 노인 진료비는 전년보다 8.6% 증가한 44조 1187억원으로 전체의 43.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0%를 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의료비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에서 ‘어르신 체육활동’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
  • 부서지는 파란 바다 곁으로… 푸른 새해가 밀려온다

    부서지는 파란 바다 곁으로… 푸른 새해가 밀려온다

    바다가 파래졌다. 바람이 차고 강해지는 겨울로 갈수록 빛깔은 더 짙어질 것이다. 반대로 사람 수는 줄겠지. 겨울 바다는 그래서 좋다. 삶이 나를 삐치게 할 때 그 파란 바다 앞에 나를 세워도 좋겠다. 경북 영덕의 ‘블루로드’를 걸었다. 새해는 푸른 용의 해. 파란 바다를 걸으며 푸른 새해를 준비하는 건 어떨까.블루로드는 영덕의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다. 남쪽의 남정면 대게누리공원을 출발해 강구항, 축산항을 거쳐 북쪽의 고래불해수욕장까지 4구간으로 이뤄졌다. 총길이는 약 64㎞ 정도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푸른 대게의 길’이라 불리는 B코스다. 해맞이공원을 출발해 대탄항~오보해수욕장~노물리~경정해수욕장~대게 원조 마을 입구~죽도산 블루로드 다리 등을 거쳐 축산항까지 이어진다. 안내판에 따르면 길이는 12.2㎞다. 5시간은 족히 소요되는 거리다. 다소 높낮이는 있지만 숨이 턱까지 차는 된비알은 많지 않고 대체로 평탄한 길을 따라 걷는다. 들머리인 해맞이 공원에는 독특한 형태의 등대가 서 있다. 창포말 등대다. 대게가 등대를 감싸 안은 모양새다. 영덕의 상징인 대게의 집게발이 24m 높이의 하얀 등탑을 감싸고 올라가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 등롱(등대 불빛 렌즈가 있는 부분)을 잡으려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6초에 한 번 깜빡이는 등대 불빛은 42㎞ 거리의 바다까지 불빛을 보내 준다고 한다. 잘 몰랐던 사실 하나. 영덕 블루로드 일대는 지질공원이다. 코스 중간중간 독특한 지질 현상과 마주할 수 있다. ‘지질관광’을 뜻하는 지오투어리즘도 꽤 활성화된 편이다. 공식 명칭은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이다. 경주 양남주상절리군, 울진 왕피천 등 19개의 지질 명소로 구성됐는데, 영덕 구간은 ‘화강섬록암 해안’이다. 해맞이 공원의 약속바위, ‘기 받는 바위’로 불리는 경정리 해안의 붉은 이암 등이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구분해 낼 수 있는 지질 명소다. 두 지층의 시간 간격이 무려 24억년이나 된다는 ‘부정합면’ 등의 명소도 있지만 비전문가들이 알아채기에는 사실 쉽지 않다. 해맞이 공원까지는 나무 데크 계단길이다. 산책로와 갖가지 조형물이 아기자기하다. 해맞이 공원 일대에 화강섬록암 해안이 펼쳐져 있다. 약 2억 년 전 중생대에 땅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굳어져 만들어졌다. 화강섬록암 해안에는 바닷물이 지속적으로 깎아 만든 다양한 침식 지형이 발달해 있다. 그중 하나가 ‘약속바위’다. 약속을 하듯 새끼손가락을 편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서 약속바위다.바다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포장도로가 거의 전부인 대도시와 달리 발 딛는 곳이 죄다 흙길이다. 푹신한 흙길에 발바닥이 때아닌 호강이다. 민박을 겸한 어촌인 대탄마을을 지나 모퉁이 하나를 돌면 오보해변이다. 파도가 바위와 희롱하며 만든 하얀 포말이 청량감을 안겨 준다. 블루로드는 줄곧 해안도로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지만 길을 벗어나도 팻말과 리본, 바닥 표지를 따라 바닷가로 가면 쉽게 길을 이을 수 있다. 노물리 마을을 통과하면서 해안 산자락 길이 시작된다. 얕은 오르막 내리막과 꼬불꼬불 도는 길이 이어진다. 노물리 방파제에서 석리까지는 약 2.5㎞. 특히 군 초소가 많아 해안초소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경정리 일대는 대게 원조 마을로 꼽힌다. 경정2리 마을 입구에 대게의 원조를 알리는 대게원조비와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 2015년 이 마을에서 방탄소년단(BTS)이 앨범 ‘화양연화(花樣年華)’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방파제 등 경정항 일대에서 프롤로그 장면이 촬영됐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안내판 외에 그들의 체취를 느낄 만한 흔적은 없다. 당시 촬영 소도구만이라도 남겼다면 훌륭한 관광자원 노릇을 했을 텐데,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경정리에는 해안을 따라 붉은 지층이 넓게 분포한다. 입자가 고운 이 지층을 이암이라 부른다. 붉은 이암과 밝은 사암이 어우러져 독특한 갯바위 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이 일대는 ‘기 받기 좋은 곳’이다. 풍수지리로 보면 내륙으로 뻗어 오르는 청룡과 바다로 내려온 백호가 어우러져 있다고 한다. 경정을 나서면 축산리다. 300m 남짓한 작은 축산해변이 달처럼 휘어 있다. 축산천이 바다와 만나는 기수역에는 ‘블루로드 다리’가 놓여 있다. 139m 길이에 26m 높이의 현수교다. 걸을 때마다 난간이 출렁댄다. 그 소리에 놀라 모래톱에서 졸던 갈매기들이 후드득 날아오른다. 블루로드 다리를 넘어서면 죽도산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산이 아니라 섬이었다고 한다. 축산천이 모래를 운반해 긴 사주를 만들고, 파도가 죽도 쪽으로 모래를 쌓아 돌출된 사취(둑 모양의 모래톱)를 만들었다. 이 과정이 지속되며 죽도와 육지가 연결됐고, 섬은 산이 됐다. 강과 바다가 완성한 땅인 셈이다. 이를 육계사주라 부른다. 죽도산 정상에는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정상까지 나무 데크가 깔려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산을 뒤덮은 대나무는 손가락 굵기의 소죽이다. 조선시대 화살의 재료로 쓰여 나라에서 보호했다고 한다. 죽도산 너머 축산항은 걷기 여정의 종착지다. 영덕을 대표하는 미항 중 하나로 꼽히는 곳. 대게 위판이 열리는 전국 5개 어항 중 한 곳이다. 야트막한 산들이 항구를 막아 예로부터 피항지로도 이름 높다. 블루로드 B코스 너머로도 볼거리는 많다. 영덕의 남쪽 장사 해변에는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이 있다.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됐다가 좌초한 상륙정(LST) 문산호를 복원한 기념관이다. 길이 90m, 폭 30m, 지상 5층 규모다. 해변에는 당시 상륙작전을 재현한 학도병 동상과 충혼탑이 호국영웅들의 얼을 기리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은 익숙해도 장사상륙작전은 사실 낯설다.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한 교란 작전의 하나였기 때문에 그렇다. 1950년 9월 14일 당시 영덕 장사항은 북한 점령 지역이었다. 여기에 학도병 등 10대들로 구성된 병력 772명이 투입됐다. 말이 국군이었지 실제 계급장을 단 군인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들은 사흘 치의 보급품만 받고 일주일을 버텼다. 15일 시작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적인 전개를 위한 일종의 총알받이 역할이었던 셈이다. 이들이 장렬하게 산화한 현장이 바로 장사 해변이다.옥계리는 청송과 영덕, 포항의 끝자락이 한데 만나는 곳이다. 이 옥처럼 아름다운 계곡에 침수정이 있다. 시루떡을 쌓은 듯한 절벽을 병풍처럼 두르고 너른 너럭바위를 타고 앉은 정자다. 한자로는 ‘베개 침’(枕)자와 ‘양치질할 수’(漱)자를 쓴다.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한다’는 뜻으로, 고사성어 ‘침류수석’(枕流漱石)에서 따온 이름이다. 너럭바위 위에 당당하게 선 침수정 주변으로 옥계 37경이 펼쳐져 있다.
  • 일렁일렁 붉은 물결에 마음의 짐 던져 놓게

    일렁일렁 붉은 물결에 마음의 짐 던져 놓게

    늦은 가을과 이른 겨울이 포개지는 시기다. 중부권 산자락의 수목들은 거의 다 가을색을 털어냈지만 경북 영천처럼 남녘의 분지엔 아직 만추가 머물고 있다. 눈으로 붉은 숲을 담고 귀로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 듣자면 역시 늦가을이 제격이다. 영천 팔공산 자락의 중암암을 다녀왔다. 대가람 은해사에 딸린 산내 암자다. 가을의 끝자락, 스산한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짐을 덜어 낼 의지처를 찾으시는가. 그렇다면 산중 암자로 향하는 호젓한 숲길 트레킹을 권한다.영천 은해사는 ‘은(銀)의 바다(海)’란 뜻의 절집이다. 은해사가 깃들인 팔공산에 안개와 구름이 끼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단풍 일렁이는 가을엔 붉은 바다가 된다. 절집 주변을 감싼 나무들이 대체로 활엽수라서 그렇다. 특히 은해사에서 산내 암자인 중암암(中巖庵) 가는 길이 멋지다. 올해 강수량이 적어선지 바싹 마른 단풍잎이 많긴 한데, 그래도 햇빛이 숲을 비추기 시작하면 곳곳의 단풍들이 붉은빛으로 일어선다. 그 자태가 퍽 장관이다. 팔공산 하면 흔히 대구에 속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대구 땅은 4분의1 정도다. 이웃한 영천과 칠곡이 대구와 비슷한 지분을 가졌고 나머지는 군위와 경산 등에 흩어져 있다. 입시철에 인기 만점인 갓바위도 사실 경산에 속했다.‘불국토’(佛國土)라 불리는 팔공산엔 크고 작은 절집들이 많다. 그중 은해사는 대구 동화사와 더불어 팔공산을 양분하는 대가람으로 꼽힌다. 은해사 일주문을 나서면 곧 금포정(禁捕町)이다. ‘동물의 살생을 금하는 구역’이란 뜻이다. 키 크고 잘생긴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숙종 38년(1712)에 조성됐다니 300년을 훌쩍 넘긴 숲이다. 여기부터 은해사 보화루까지 산책하기 좋은 흙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제법 선 굵은 바위 절벽이 이어지고 그 아래로 도랑을 흐르는 물소리가 상쾌하다. 요즈음 은해사에서 가장 멋진 공간은 주변 계곡이다. 수많은 나무들이 계곡을 향해 반쯤 누운 채 멋진 단풍을 드리우고 있다. 은해사는 백흥암, 중암암 등 산내 암자가 8곳, 말사도 50여곳에 이르는 대찰이다. 아름드리 솔숲을 지나 만나는 은해사의 웅장한 자태가 감탄할 만하지만, 늦가을 산사의 매력을 엿보고 싶다면 여기서도 서너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중암암은 은해사에서 4.8㎞ 정도 떨어져 있다. 비교적 높은 산정에 터를 잡아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중암암에 이를수록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된비알도 만난다. 다만 등산로로 쓰이는 임도가 잘 닦인 편이어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이른 아침의 산길은 청아하다. 홍진의 악다구니가 없어설까, 한 발짝 오를 때마다 마음도 한 걸음씩 내려가는 듯하다. 승용차도 오갈 수 있긴 한데, 낙엽 깔린 급커브와 급경사 구간에선 위험할 수 있다. 가급적 걷거나 사륜구동 차량을 이용하길 권한다. 산내 암자 중 하나인 백흥암까지 차를 가져가는 방법도 있다. 백흥암에서 걸어간다면 1시간 남짓 소요된다. 거리로는 중암암까지 2.3㎞다.중암암은 거대한 바위가 포개져 만든 돌구멍을 지나야 나온다. ‘구멍바위 절집’이라 불리는 이유다. 돌구멍을 지나면 곧 법당 앞마당이다. 마당이라 해야 겨우 손바닥만 하지만 그래도 암자 마루에 앉으면 주변 산들이 부복하고 안겨 오는 장쾌한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가을볕이 쏟아지는 마루는 더할 수 없이 여유로운 공간이다. 한소끔씩 불어오는 바람과 산새 소리가 어우러져 고적미를 듬뿍 안겨 준다. 중암암 대웅전의 네 기둥에는 금강경의 마지막 구절이 주련으로 걸려 있다.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일체의 현상계는 꿈이고 허깨비이고 물거품과 그림자에 불과하고 이슬이나 번개와도 같으니, 마땅히 (세상을) 이처럼 보아야 할 것”이라는 의미란다. 눈에 보이는 형상에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법당 앞엔 소원지를 매다는 줄이 있다. 그중 하나가 눈에 띈다. “주식 대박 나게 해주세요.” 주련의 의미를 알고 걸었을까. 참 얄궂다. 중암암 위로도 볼거리가 꽤 있다. 바로 위 삼층석탑과 석등은 고려시대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내판은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조성양식을 따랐다고 적고 있다. 석탑 주변은 온통 큰 바위다. 꼭 거인족이 거대한 공깃돌을 쌓아 놓은 듯하다. 바위들이 여러 겹 포개지다 보니 곳곳이 돌구멍이다. 그중 하나가 극락굴이다. 좁고 어두운 굴 틈을 세 번 지나면 소원이 이뤄진다니 부디 시도해 보시길. 신라 김유신 장군이 17세 되던 해에 이 석굴에서 수련했고, 원효대사도 화엄삼매에 들어 정진했다는 설화가 전한다. 삼층석탑 바로 옆에 있다.바윗길을 이리저리 돌아 오르면 만년송과 만난다.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소나무다. 1만년까지야 어림도 없겠지만 물 한 방울 없을 듯한 암반에 뿌리 내리고 힘차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의 수령이 수백년은 족히 넘을 듯하다. 만년송 앞은 삼인암이다. 바위에 올라서면 불붙은 듯한 팔공산 단풍을 조망할 수 있다. 삼인암 바로 아래는 중암암의 중심 법당이다. 여느 전망대와 달리 몸가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영천은 여말선초의 충신인 포은 정몽주의 고향이다. 그의 자취가 임고면 일대에 남아 있다. 임고서원은 포은을 기리기 위해 지은 서원이다. 처음 조성된 건 조선 명종 때인 1554년이다. 이후 임진왜란 등 여러 전란을 거치며 소실과 중창을 거듭하다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임고서원은 구서원과 신서원, 포은유물관, 조옹대, 용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서원 들머리엔 선죽교가 조성돼 있다. 이방원(태종)이 회유하기 위해 보낸 ‘하여가’에 완강한 거부의 뜻을 담은 ‘단심가’로 응수했다가 자객에게 살해당한 현장을 재현한 것이다. 실제 선죽교는 북한 개성에 있다. 포은의 생가는 임고서원 인근 우항리에 마련됐다.임고서원 입구의 은행나무가 볼만하다. 높이 약 20m, 수령은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다른 지역의 은행나무 노거수에 견줘 단풍 시기가 꽤 늦다. 11월 초를 지나고 중순으로 접어들 무렵에야 노랗게 물든다.이 은행나무는 본디 임고서원이 부래산에 있을 당시 심어졌다고 한다. 임진왜란(1592)으로 훼손된 임고서원을 1600년쯤 현 위치로 옮길 때 함께 옮겨 심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선조들의 보살핌 속에 살아온 나무인 셈이다. 현재는 경북도 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만추에 가볼 만한 오래된 숲 하나 덧붙이자. 화북면 자천리의 ‘오리장림’(五里長林)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1500년대부터 조성한 유서 깊은 숲이다. 숲이 5리(2㎞)에 걸쳐 길게 이어져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숲 가운데로 길이 나고, 태풍 등으로 많은 노거수들이 사라져 지금은 마을 앞 군락지 일부에서만 옛 자취를 엿볼 수 있다. 숲엔 왕버들, 굴참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이 조화롭게 모여 있다. 199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 김태수 서울시의원 “지능형 CCTV 조속히 확충해야”

    김태수 서울시의원 “지능형 CCTV 조속히 확충해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김태수 부위원장(국민의힘·성북구 제4선거구)은 지난 13일 열린 서울시 디지털정책관 행정사무감사에서 CCTV 통합관제센터 관제인력 확충 및 지능형 CCTV로의 조속한 전환을 주문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CCTV 통합관제센터의 관제요원 1인당 평균 관제해야 하는 CCTV 대수가 1027대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영상정보처리기기 통합관제센터 구축 및 운영 규정’에서 권고하고 있는 ‘관제요원 1인당 50대’ 보다 20배나 많은 숫자로 영등포구가 1인당 2199대로 가장 많고, 구로구 1610대, 은평구 1551대 순이었으며, 가장 양호한 종로구의 경우에도 1인당 CCTV 관제 대수가 492대로 행안부 권고치의 10배 가까이 됐다. 그런데도 최근 5년간 25개 자치구 CCTV 관제요원 숫자는 2019년 362명에서 2020년 361명, 2021년 370명, 2022년 364명, 2023년 368명으로 거의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정부는 올해 1월 “이태원 참사를 교훈 삼아 국가안전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라며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대책에는 모든 공공 CCTV를 2027년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능형 CCTV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총 9만 2991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이 중 지능형 CCTV는 2만 4084대로 25.9%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자치구별로 편차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어 종로구(100%), 양천구(90%), 성북구(80%) 등은 지능형 CCTV 비율이 높지만, 강북구, 노원구, 마포구 등 3개 자치구는 지능형 CCTV가 한 대도 없고, 중구도 그동안 지능형 CCTV가 없다가 지난 10월에서야 50대를 설치했다. 지난 8월 관악구 등산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등 CCTV가 없는 등산로가 문제가 된 바 있는데, 서울시 자치구에서 관리하는 서울둘레길 1~7코스의 등산로 구간 CCTV 설치 대수는 고작 104대에 불과, 지능형 CCTV가 설치된 곳은 제3코스 8대뿐이었다. 한양도성길 등산로 구간의 경우 CCTV가 190대 설치되어 있는데 지능형 CCTV는 단 한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교산자락길·무장애숲길의 경우 총 134대의 CCTV가 있는데, 이 중 지능형 CCTV는 인왕상 자락길 2대와 호암늘솔길 1대 등 3대가 전부였다. 한강길에는 CCTV가 1045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중 지능형 CCTV는 45대로 4.3%에 불과했다. 지천길 구간의 경우 CCTV가 1523대 설치되어 있는데 이 중 지능형 CCTV는 단 한대도 없었다. 김 의원은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 CCTV 관제인력의 확충과 더불어 지능형 CCTV로의 조속한 전환을 주문했으며, 현재 둘레길, 한양도성길, 근교산자락길·무장애숲길, 한강길, 지천길 등의 담당 부서가 다르고 특히 지능형 CCTV 비율이 현저히 낮은데 디지털정책관에서 CCTV를 총괄 관리해 지능형 CCTV로의 전환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서울시 디지털정책관은 부서별로 산재해 있는 CCTV 업무의 총괄적인 지휘부 역할을 할 것이며, 정부에서 목표로 한 2027년보다 1년 앞당겨 2026년까지 지능형 CCTV로의 전환을 마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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