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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값싼 셰일가스 한국경제엔 부담”

    “값싼 셰일가스 한국경제엔 부담”

    천연가스보다 30%가량 저렴한 셰일가스의 개발로 세계적 에너지 혁명이 도래하고 있지만 국내 산업계에는 별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셰일가스 개발로 국제 가스가격이 대폭 낮아지더라도 한국 경제는 ▲제조업 생산기반 약화 ▲화학·철강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 ▲국내 가스시장의 독점구조 ▲채굴 기술 부족에 따른 해외 셰일가스 확보 어려움 등으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셰일가스는 천연가스보다 20~30% 저렴하며 채굴가능 매장량은 59년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가스 생산지가 중동과 러시아 중심인 데 반해 셰일가스는 중국(19.3%), 미국·캐나다(18.9%)에 집중돼 있어 에너지 공급시장에 새로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생산비용이 낮은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쏠림현상이 커지고 있다”면서 “제조업 생산거점으로서 한국의 위상은 약화될 수 있으며 우리 기업들도 셰일가스 생산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생산기지가 셰일가스 보유국으로 이전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지금부터라도 셰일가스 확보를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 공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광구를 개척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글로벌 증시 ‘훈풍’ 부는데 北·엔저에 한국만 ‘찬바람’

    글로벌 증시 ‘훈풍’ 부는데 北·엔저에 한국만 ‘찬바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뉴욕 증시의 훈풍이 8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5년여 만에 1만 4000선을 회복한 도쿄 증시도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이날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105.45포인트(0.74%) 상승한 1만 4285.69로 마감했다. 도쿄 증시는 전날 2008년 6월 이후 4년 11개월 만에 1만 4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국 주식시장도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0.48% 상승한 2246.30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앞서 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87.31포인트(0.58%) 오른 1만 5056.20으로 거래를 마쳐 사상 처음으로 1만 5000선을 넘었다. 반면 엔화가치 급락과 북한 리스크 등의 악재를 맞은 한국 주식시장은 이날 코스피가 1956.45로 마감, 4개월여 만에 4% 가까이 떨어졌다. 한편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50원 가까이 하락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외환 당국이 구두 경고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9원 내린 1086.5원에 마감됐으며, 원·엔 환율도 100엔당 1096.5원을 기록해 4년 8개월 만에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 수준까지 진행된 상태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서울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시론] 새 정부 금융산업의 비전/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시론] 새 정부 금융산업의 비전/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제를 보고 금융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규제는 보이나 비전이 안 보인다거나 가계부채 해결과 서민금융 활성화 과제가 제시되었으나 정작 금융산업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큰 그림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한국 경제가 현재의 부진을 털고 선진화하는 데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믿음에서, 그리고 이명박(MB) 정부 5년간 한국금융의 퇴보를 경험한 터에 금융인들은 새 정부 들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증권화라는 금융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퍼져나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초래했고 이것이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양적완화를 통해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재정절벽 등의 악재로 아직은 출구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이 진행되면서 환율이 급등했고 이것이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다. 정부가 선물환 규제 강화, 은행세 도입 등으로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왔지만 이들 조치는 위험관리 차원의 방어적인 것이다. 한국 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혁신과 위험 부담을 살리는 방향으로 과잉규제 완화, 시스템 리스크 대비 및 소비자 보호의 강화 등이 필요해 보인다. 현 시점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비전은 무엇일까? 한국 경제의 당면과제인 성장동력 부족 극복 및 지속성장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것을 금융산업의 목표라고 한다면, 이러한 목표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 자생력을 지닌 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금융산업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금융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그간 한국에서 금융 산업이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경제성장에 부수되어 성장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은행들의 관계금융 효과에 대한 연구도 크게 고무적이지 않다. 관계금융을 은행과 기업 간 금융거래를 둘러싸고 형성되는 관계 및 관련 서비스로 정의할 때, 이는 은행이 기업에 제공한 금융중개 서비스 내용이 부실하여 그 가치가 기업고객이 부담한 비용에 미치지 못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부실한 금융중개 기능의 일차적 책임은 과잉규제에 있어 보인다. 그간 금융당국이 금융기관 경영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한 까닭에 중개서비스 창출과 위험관리 능력 배양 등에 소홀했다. 물론 낙하산 인사도 한몫 단단히 했다. 최고경영층이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상황에서 실력 배양을 통한 후계자 양성이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조직에 업무성과 제고나 위험관리보다 줄서기에 신경 쓰는 문화가 자라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은 다양한 의견을 지닌 거래자들 간 자유로운 거래를 통하여 발전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 만약 정부가 개입한다면, 무엇보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쏠림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누구도 정부 정책보다 더 권위 있는 정보와 리더십을 갖지 못하였기에 자신의 정보에 우선하여 그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결국 시스템 리스크가 창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 위험관리나 상품개발 노력은 뒷전으로 밀려나 위험이 확대되어 이것이 다시금 정부 개입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투자은행(IB)이 자라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정부는 스스로의 역할을 금융산업 내 금융기관들 간 경쟁체제 마련, 쏠림현상의 예방 및 그 밖의 시스템 리스크 감독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금융산업의 금융중개 기능이 활짝 피고 경쟁력이 살아나 미션을 달성함으로써 금융산업이 비전을 성취하기를 기대해 본다.
  • 인수위 개선안 언급으로 논란… ‘우체국 예금’ 어떻길래

    인수위 개선안 언급으로 논란… ‘우체국 예금’ 어떻길래

    우체국 예금이 논란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21일 박근혜 정부의 14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우체국 예금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하면서다. 인수위는 우체국으로의 예금 쏠림 등 공정경쟁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이로 인해 우체국 예금의 장점이 오히려 부각되면서 돈이 더 쏠리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의 ‘네 탓’ 공방도 치열하다. 24일 금융위원회와 우정사업본부(우본)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체국 예금은 60조 2660억원(잔액 기준)이다. 은행권 원화예금 수신액(990조 2731억원)의 6.1% 수준이다. 우체국 예금은 2010년 49조 2460억원, 2011년 56조 5600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최고 5000만원(이자 포함)까지만 원리금을 보장해 주는 은행 예금과 달리 우체국 예금은 금액에 관계없이 전액 보장해 준다.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에서 국가가 지급 책임을 지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예금 일부를 까먹은 고령층 자산가를 중심으로 뭉칫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특히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실버우대연금예금이 50대 이상 은퇴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금리는 은행권과 비슷하거나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스마트폰 전용 상품인 ‘우체국 스마트 퍼즐 적금’은 3년 만기 금리가 최고 연 4.9%다. 다음달 출시될 재형저축 금리가 4% 초반대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에는 체크카드까지 출시, 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인수위가 우체국 예금을 콕 찍어 언급한 것을 두고 “은행권의 로비”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본은 대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예금받은 돈 전부를 주식,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에 투자한다. 대신 증권거래세나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도 내지 않는다. 은행과 달리 돈을 굴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없는 셈이다. 우체국 예·적금이 은행보다 고금리를 줄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불공정 환경 때문이라는 게 은행권의 볼멘소리다. 이에 대해 우본 관계자는 “자금 쏠림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시장상황과 자금운용 현황을 고려해 금리를 조정한다”며 “예금보험료와 법인세는 안 내지만 이익금 일부를 (일반회계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반회계 편입분은 2011년 700억원, 2012년 634억원 등이다. 일종의 법인세라는 게 우본의 주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우본의 특수성 등 좀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본의 다른 한 축인 우편 사업은 2년 연속 적자다. 배달물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도서 산간 지역의 배달망을 폐쇄할 수는 없다. 금융사업의 흑자로 수지를 맞추고 있는 셈이다. 우체국은 전국에 2769개 금융망을 갖고 있다. 지점 네트워크가 약한 산업은행이 우체국과 업무 제휴를 한 것은 이 같은 까닭에서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는 “국민들의 금융기관 접근 편의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체국보험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라 금융위의 관리감독 아래에 놓였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정부조직개편 입체 분석] (7·끝)쟁점 진단·대안 모색 전문가 좌담

    [정부조직개편 입체 분석] (7·끝)쟁점 진단·대안 모색 전문가 좌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4일부터 본격적인 국회 심의 절차를 밟는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와 행정부처의 역할과 규모에 대한 첨예한 논쟁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각 부처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및 확장을 위해 치열한 물밑 로비전에 착수, 치열한 논리싸움과 여론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신문은 3일 정부조직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을 찾는 좌담회를 가졌다.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실무적으로 이끌었던 정남준 전 행정안전부 차관과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등 전문가들은 책임총리제 확립을 위해서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 해임건의권의 실질적 행사는 물론 장관의 진퇴에 총리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조직개편안은 경제부총리 부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등이 기본적인 내용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정 전 차관 정부 조직개편의 정답은 없다. 결국 시대 상황과 국민 요구에 맞춰 필요에 따라 5년마다 부처 개편이 논의되는 것이다. 당초 공약보다 이번 개편안은 조정 폭이 줄어든 것 같다. 위헌 소지는 있지만, 경제부총리 부활은 경제를 총괄하는 책임장관으로서 의미가 있다. 민감한 경제 이슈가 대통령에게 바로 전가되는 문제도 차단될 수 있을 것이다. -강 교수 과거 정부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접근했다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때 ‘공동체주의’를 많이 말했다.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이 모두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공동체주의에 맞는지 봐야 하는데, 아직 전문성을 기초로 한 기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또 융합 개념도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빠져 있다. 정부가 기능주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누군가는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역할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기능을 정책 대상과 목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분류하고 선도가 아닌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서 총장 ‘견제와 균형’을 너무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다극적 ‘컨트롤타워’ 중심의 불균형, 쏠림현상, 비효율 등도 우려된다. 인수위가 짧은 활동기간 조직개편을 서두르다 보니 배경 설명이나 문제점 극복의 필요성, 대안의 타당성 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보수 정부인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맞는 방향인가. -정 전 차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논란은 의미가 없다. 공직생활을 통해 보면 정부 규모는 사인과 코사인 곡선처럼 반복된다. 정부의 규모보다 운영이 중요하다. 조직개편은 정치·사회·문화 등이 모두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이번 개편은 경제학자들이 주도하다 보니 경제논리에 쏠린 측면이 있다. 자연과학자와 경제학자는 1 더하기 1은 2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보면 0이 되기도 하고, 5도 되고, 10도 된다. 이런 논리도 스며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최근 경제위기라든지 외부 여건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 전 차관 경제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마인드’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처 설계와 국정운영은 다르다. 국정운영은 종합적인 시각이 중요하다. -서 총장 부처 수가 늘어난다고 꼭 ‘큰 정부’는 아니다. 그래도 정부 전체 수준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반영구적 지출 행위인 인력 증원과 직급 상향 조정은 피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 ‘규제’ ‘정부개입’이 많아질 개연성이 큰데, 그만큼 ‘큰 정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강 교수 정부의 규모를 갖고 논의할 게 아니라,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지’와 ‘그 역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가 중요하다. 조직개편 초기에는 모두들 관심을 갖고 시끄럽다가 이후에는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다. 이제부터 무엇을 하고, 어떻게 인사를 하고, 인사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 정책의 효과가 1년 뒤에 오는 게 맞는지, 10년 뒤에 오는 게 맞는지에 대한 판단도 보통 정치 논리로 가다 보니 흐지부지되는데 이를 참을성 있게 보면서 유연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선인이 부처 이기주의 타파를 강조했다. 이번 조직개편이 부처 간 이기주의 타파와 융합행정 구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마련됐다고 보나. 아울러 책임총리제에 대해 제안할 것이 있다면 말해 달라. -강 교수 그렇게는 잘 안 돼 있다. 현재 부처가 기능주의로 구분돼 있는데, 각 부처가 존재 이유를 내세우면 부처 이기주의를 막을 방법이 없다. 각 부처에서 다른 부처와 업무를 잘 조정했는지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만들면 부처 이기주의를 없앨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이런 매뉴얼이 있었는데, 현 정부에서 없어졌다. -정 전차관 대통령제에서 컨트롤타워는 결국 청와대다. 책임총리제를 한다고 해도 부처에서 (총리가) 영이 안 설 수 있다. 총리실 인력으로 한계도 있다. 예컨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장관이 청와대 수석으로 가는 역행 현상이 생겼다. 수석이 차관급이어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리니 각 부 장관을 조정할 수 있다. ‘국무조정실’이 말은 참 좋지만 어려울 것이다. 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 해임건의권을 실제로 행사하느냐에 책임총리제는 좌우될 것이다. 총리가 장관의 진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각료들이 느끼면 총리에게 꼼짝 못한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미래과학창조부(미래부)의 성공 조건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강 교수 미래부는 선도가 아닌 지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연구개발(R&D), 정보통신사업 등을 정부가 100% 주도할 수 없다. 지원하는 조직으로만 남는다면 ‘공룡부처’라는 의혹도 희석할 수 있다. 더불어 미래부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갈 때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할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필요하다. -정 전 차관 정부의 역할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부처가 생기면 간섭과 규제를 한다. 미래부가 신설되고 간섭하기 시작하면 과학기술계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겠는가. 연구 현장에는 없으면서, 위만 바라보는 ‘과학기술 귀족’만 만들 수 있다. 또 재정지원에서 배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예상을 배분할 때 과거처럼 ‘돈잔치’ ‘나눠먹기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서 총장 단기적·가시적 효과 창출에 대한 강박증을 경계해야 한다. 협력조정, 연계체계 구축에 특별히 힘써야 한다. →외교와 통상 분리 여부도 논란이 첨예하다. -정 전 차관 외교는 본질이 아니라 수단이다. 지원업무라는 의미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산업통상형 시스템을 갖고 있다. 외교통상형은 캐나다 정도다. 외교부는 전체 국익을 위해서 한반도 평화, 외교역량 강화 등에 집중하고 각 부처의 지원업무를 해주면 된다. IMF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재정경제원처럼 힘이 한곳에 쏠리면 문제가 생긴다. -강 교수 외교와 통상이 함께 있으면, 통상이 ‘종’(縱)으로 가는 것이 문제였다. 통상을 지식경제부로 보낸다고 하니 자기 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를 어디에 설치할지도 논란이다. -서 총장 지역갈등을 잠재우고, 해양과 국토, 수산과 농림, 물류 업무 연계성, 행정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세종시로 가는 게 맞다. -강 교수 부산에 설치하면 분점을 세종과 서울에도 둬야 할지 모른다. →국회 논의가 시작됐다. 혼선·혼란을 피하고 잘 마무리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정 전 차관 각자의 ‘생사’를 건 로비가 치열할 것이다. 관련 단체를 동원해 국회의원에게 압력도 행사할 것이다. 역대 조직개편 관련 공청회를 열어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정말 공익의 관점에서 판단해야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면 안 된다. -서 총장 정부교체기에 특히 많이 등장하는 이해관계자들의 기관 신설이나 인력증원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 기존의 법제, 행정절차, 인력, 예산으로도 할 수 있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객관적인 조사연구 자료를 공개하면서 공론화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공익을 위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공직사회의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마지막으로 공직사회가 안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정 전 차관 김영삼 정부 이래 새 정부 출범과 조직개편이 몇 차례 반복되며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학습효과가 생겼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권 교체 시 ‘점령군’ 행세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다. 특정 부처나 지자체장 등 공직 경력을 거친 대통령이 취임하면 그 기관 출신들이 인사 담당 부서에 포진해 점령군처럼 위화감을 조성한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공직자는 국민이 선택한 새로운 정부를 위해 일한다. 껴안아 주기를 바란다. 전직 관료로서 하고 싶은 말이었다. 사회 오일만 정치부 차장 정리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기고] 원자력산업 진흥·발전 일원화돼야/이레나 이화여대 교수

    [기고] 원자력산업 진흥·발전 일원화돼야/이레나 이화여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국가발전의 중심축을 과학기술에 두고 ‘미래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 부처는 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분산된 과학기술 관련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특히 현재 국과위가 관리하는 연간 11조원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조정권을 넘겨받게 돼 막강한 권력을 지닌 핵심부서가 될 전망이다. 대학 교수로서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떨칠 수 없다. 과학 부처 간의 물리적 결합이 밀도 있는 운집으로 빅뱅처럼 새로운 성장동력을 탄생시킬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행정 괴물이 되어 안으로부터 괴사를 일으킬 것인가. 대통령 임기 5년을 감안하면 5년 동안 부처들을 붙였다가 다시 떼어내는 행정업무만으로 허송세월을 보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과학 부처 간의 알력 싸움으로 비효율적 시스템을 경험한 과학자들은 내심 새 정부의 과학 중심 정책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발표된 조직개편 방안에서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 및 진흥 부문을 살펴보면 원자력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했다. 규제업무는 원자력 진흥업무와는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원자력 진흥업무와 R&D 업무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원자력 R&D 부문은 이원화돼 교과부는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5년마다 세워 원자력과 관련된 기초연구 부문을 지원한 반면 지경부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R&D를 담당해 왔다. 원자력 관련 연구 및 진흥업무를 따로 떼내 추진하다 보니 몇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첫째, 불필요한 부처 간 견제 및 이기주의로 인해 연구단계가 기초 부문과 산업화 부문으로 쪼개져 있어 기초원천연구가 산업기술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절된 탓에 연구성과를 실제 일자리 창출, 창업과 연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둘째, 부처 간에 중복되는 연구사업들에 투자해도 부처 간에 소통이 되지 않아 중복투자가 나타났다. 물론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 국과위가 발족됐다. 하지만 새로 조직이 개편되는 상황에서 원자력 연구개발 부문이 일원화되지 않는다면 중복투자를 방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기초연구를 산업화 기술과 접목하는 중계연구가 이뤄져야 실제 R&D에 투자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런데 기초연구는 교과부에서, 상용화가 가능한 연구는 지경부에서 지원하는 이원화된 구조에서는 기초연구를 산업화로 연결시키는 데 필요한 연구를 어느 부처에서도 지원하지 않으므로 산업발전에 꼭 필요한 기초연구 성과를 상용화에까지 연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 분야의 기초연구와 상용화 연구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을 메우고 더욱 체계적·효율적인 원자력 산업의 진흥 및 육성을 위해서는 조직개편 방안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한 부처에서 기초과학 육성과 산업화를 총괄하는 일원화된 구조가 돼야 한다. 또 원자력 산업은 아주 특수한 분야인 만큼 원자력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R&D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으로 개편될 때 분명 뒤따르는 부작용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것은 과학의 산업화 쏠림 현상이 나타나 기초과학 육성이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표면적인 성과를 낼 수 없는 기초과학은 필연적으로 자생적 자금 조달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각인시키기 위한 시스템의 보완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려울수록 기초과학에 투자하겠다’는 새 정부의 취지에 맞게 일원화되는 부처에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중요성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이번 조직개편은 이른바 ‘전략적 제휴’라는 경영 도구를 정부 부서에 적용했다. 21세기는 지식혁명의 시대, 통섭의 시대라고 불린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상상 이상으로 창발성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과학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의 저력이 꽃피지 못했다. 가수 싸이가 타임스스퀘어에서 공연하고 스마트폰이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이때, 우리는 나로호를 우주에 띄우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기본이 중심이 되는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다. 원자력은 국민이 살아가는 에너지이자 경제 성장 및 과학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박 당선인이 말한 ‘먹거리를 창출하는 과학’인 셈이다. 중요할수록 신중해져야 한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과학 발전을 위한 새로운 구조를 조율하는 이때, 인수위는 과학 각계층의 진심어린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길 바란다. 가장 지혜로운 발전의 틀이 무엇인지 모두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 새 정부에서 원자력 산업의 창의적 기술 개발을 통한 국가경쟁력의 퀀텀 점프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 [데스크 시각] 금융과 제조업의 관계/전경하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금융과 제조업의 관계/전경하 경제부 차장

    골프, 테니스, 요트, 축구의 공통점은?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결정적 힌트는 폴로다. 모두 영국에서 생긴 스포츠다. 산업혁명으로 경제대국을 이룬 영국은 당시 돈이 넘쳐났다. 이를 취한 귀족들은 다양한 스포츠를 개발했다. 그 영향은 아직도 남아 런던이 세계 금융시장의 한 축을 차지한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누리기 시작한 것은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다. 전쟁으로 황폐화된 유럽 대신 미국은 제조업이 가능했다. 금융시장의 발전은 실물경제에 기반한다. 영국이 세계적 금융 허브가 된 것은 산업혁명의 선두주자여서 가능했다. 미국은 강력한 제조업이 있었다. 지금은 낯설겠지만 우리나라는 한때 미국산 물건에 대한 광적 집착을 갖고 있었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얼핏 예외로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홍콩은 영국이 오랜 지배를 통해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키웠다. 지금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배후에 두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지만 지난해 세계은행이 세계 1위 물류 경쟁력을 가진 나라로 평가한 곳이다. 의료 허브이기도 하다.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서 가끔 경기는 안 좋다는데 나 홀로 오르는 주가를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비이성적 행동이 그들만의 문제라면 아무 상관도, 관심도 없다. 과거에는 종종 그랬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뼈아프게 겪은 바대로 이젠 금융이 실물경제를 쥐고 흔든다. 주식선물시장에서나 쓰이던, 개의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드는 ‘왝더독’이 경제 전반에도 나타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의 높은 수출 의존도와 내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업 발전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공감한다. 하지만 그 한편에 제조업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피어오른다. 제조업에 대한 막연한 홀대도 느낀다. 쏠림이 심한 우리나라 정서 탓일까. 제조업은 여전히 경제의 뼈대다. 유럽 재정위기에서 유럽의 구세주가 된 독일은 전형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스마트폰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애플의 싸움은 진행 중이지만 삼성전자가 지금의 위치를 누린 것은 제조를 아웃소싱하는 애플과 달리 제조 기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제조를 놓치 않았기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삼성의 최종 승리를 점치는 목소리가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은 미국에서 제조업이 쇠퇴하자 정보기술산업, 이어 금융업 순으로 중심산업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금융업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지면서 파국의 씨앗이 자라났다. 서비스업, 그중에서도 금융업의 발전은 실물경제 곳곳에 돈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담보서류만 보고, 남이 해 준 신용등급 평가만 갖고 대출하고 투자하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업은 아닐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공식을 넣어서 새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좋은데, 그 금융상품이 진정 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금융사 임직원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서비스업의 발전은 자신의 기본 명제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탄탄히 발을 디딘 채 이뤄낼 때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lark3@seoul.co.kr
  • 세계를 뒤흔든 문화한국 저력… 전문가 52명이 꼽은 ‘올해의 문화 예술인’

    세계를 뒤흔든 문화한국 저력… 전문가 52명이 꼽은 ‘올해의 문화 예술인’

    2012년은 한국 문화의 저력이 세계를 뒤흔든 해로 기록될 만하다. ‘충무로의 이단아’ 김기덕(52) 감독은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칸과 베를린 등 3대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그랑프리를 받은 건 처음이다. 가수 싸이(35)는 ‘강남스타일’로 K팝의 역사를 고쳐 썼다. 지난 7월 15일 발표 이후 5개월여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억건을 돌파했다. 2005년 유튜브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다. 종전 기록은 아이돌 가수 저스틴 비버가 기록한 8억 1415만뷰였다. 또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를 했다. 이 역시 한국 가수로는 처음이다. 서울신문은 문학·영화·공연·방송·가요·클래식·미술 등 각계 전문가 52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문화예술인’을 설문조사했다. 한 해 동안 두드러진 족적을 남겼거나 사회·문화의 흐름을 돌려놓는 데 역할을 했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2~3명씩 추천받았다. 총 58명이 후보 명단에 올랐다. 복수로 추천을 받은 인물은 13명이었다. 한 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아 달라는 질문에는 ‘(K팝을 포함) 한류’(12명)란 응답이 많았고, ‘힐링’(10명)이 뒤를 이었다. ●30명이 김기덕 감독 추천 설문조사 전에는 싸이의 독주를 예상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예상을 깨고 올해의 문화예술인으로 꼽혔다. 52명 가운데 30명이 김 감독을 추천할 만큼 쏠림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서울신문의 같은 조사에서 신경숙 작가가 9명의 지지를 얻어 1위를 했던 것을 떠올리면 그가 얼마나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 짐작할 만하다. 베니스영화제 수상이 결정적이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 이후 청계천과 구로공단 노동자로 살았고, 정규 영화교육은커녕 연출부 경력도 없는 남다른 이력에 1996년 ‘악어’로 데뷔한 이후 자본과 타협하지 않고 일관된 주제 의식을 고수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상용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첫 3대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뚝심으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밀어붙인 점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감독은 “지배 이데올로기만을 재생산하는 영상이 일상을 지배하는 오늘 전복적 테마로 우리 삶을 환기시켰다.”고 평가했다. 비(非)영화계 인사로부터도 고른 지지를 얻었다. 김기봉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은 “모성과 용서라는 인간 근원 감정과 문제에 대해 서양의 문화 코드를 한국적 방식으로 해석해 냄으로써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피에타’를 통해 거대 자본에 장악당한 한국영화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대중문화 세계 반열에 북미와 유럽, 아시아의 대중음악 시장을 뒤흔든 싸이는 29명의 추천을 받았다. 싸이의 정규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은 올해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 만한 노래임이 틀림없다. 웃기고 친근한 말춤에 섹시 코드를 버무린 B급 정서의 뮤직비디오는 팝시장 변방 출신에 외국어(한국어) 노래의 핸디캡을 딛고 유튜브를 통해 수용자와 직접 소통했다. 지금껏 SM과 YG, JYP 등 대형 기획사가 키워 낸 아이돌 중심으로 성장한 K팝 한류에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 또한 의미가 있다. 송한샘 쇼노트 이사는 “한국 대중문화를 세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K팝을 세계인의 대화 소재로 만든 것은 확실하다. 나머진 한국 음악계의 몫이다. 혹시라도 ‘강남스타일’ 후속타가 없다고 그에게 돌을 던지진 말자.”고 말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으로 세계적인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변방의 솔로 뮤지션이 세계 음악시장을 뒤흔든 쾌거”라고 평가했다. “대중음악이 미소년이나 예쁜 걸그룹만 있는 게 아니라 즐거운 콘텐츠가 있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걸 알게 해 줬다. 또 우리가 기마민족이란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이원철 서울시향 경영본부장)는 재치 있는 언급도 있었다. ●3위는 이병헌, 양현석, 공지영 한국영화 1억명의 밑거름이 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주인공 이병헌(42)은 3명의 추천을 받았다. ‘지아이조2’와 ‘레드2’ 등 내년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잇따라 출연한 점도 한몫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43) 대표와 공지영(49) 작가도 각각 3명에게 선택을 받았다. 양 대표는 기존 대형 기획사와 어울리지 않는 B급 정서의 싸이에게 둥지를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공 작가는 작품 활동과 더불어 사회참여적 문화예술인이란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만화가 윤태호, 소설가 정영문,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찬욱 감독, 발레리나 김지영,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혜민 스님이 나란히 2명에게 추천을 받았다. 문화예술계를 관통한 키워드로는 ‘한류’와 ‘힐링’이 가장 눈에 띄었다. ‘K팝’(3명)이란 답을 포함한 ‘한류’(12명)가 근소한 차로 ‘힐링’(10명)보다 많았다. ‘한류’를 꼽은 이들은 대부분 싸이와 연관지어 설명했다.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아시아에 국한된 한류가 세계로 확장됐다. 또 드라마나 아이돌 중심의 K팝도 싸이를 계기로 다양해졌다. 영화, 음식, 스타일 등 문화 전반으로 한류가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복고·정치영화 열풍도 꼽아 음악과 방송, 광고, 미술 등 문화예술 전 분야로 퍼진 힐링 열풍을 꼽은 이들도 많았다.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극심한 불안과 고통을 겪으면서 힐링을 찾는 흐름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MB 정부 5년 동안 유행한 키워드는 ‘자기치유’가 유일하다. 끝 모를 서민경제 침체에 지친 이들은 오로지 트위터리안이 던져 주는 한 줄 어록의 공감 에세이에서 심리적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의 최대 현안인 예술인복지법(4명)과 영화와 음악에서 비롯돼 대중문화·산업 전반으로 확산된 1990년대 복고열풍(3명)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융복합, 한국영화 1억명 시대, ‘남영동 1985’ ‘26년’ 등 정치영화 붐, ‘강남스타일’을 꼽은 이들도 2명씩 있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설문에 응해 주신 분(52명·가나다순)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고영탁(KBS 드라마국장) ▲김기봉(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김영수(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김용연(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부사장) ▲김윤수(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김은양(한국학 중앙연구원 전문위원) ▲김의석(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노혜령(CJ E&M 상무) ▲류태형(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박명성(신시뮤지컬 대표) ▲박병성(더 뮤지컬 편집장) ▲박상혁(SBS 강심장 PD) ▲박세원(서울대 음대 교수) ▲백성종(마을공동체 문화연구소 대표) ▲백현순(한국무용연구회 부이사장) ▲성기숙(한예종 교수) ▲손진책(국립극단 예술감독) ▲송한샘(쇼노트 이사) ▲신동호(시인) ▲신춘수(오디뮤지컬 대표) ▲심재명(명필름 대표) ▲윤석진(충남대 국문과 교수) ▲윤호진(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이원철(서울시향 경영본부장) ▲이상무(롯데시네마·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장) ▲이상용(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용관(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은선(소설가) ▲이주헌(미술평론가·서울미술관장) ▲이창주(빈체로 대표) ▲임성순(소설가) ▲장동석(출판평론가) ▲장승헌(MCT 대표) ▲장인주(무용평론가) ▲장일범(음악평론가) ▲전찬일(영화평론가)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정선규(앙상블시나위 대표) ▲정재왈(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정준모(미술평론가) ▲정지영(영화감독) ▲정태원(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주원규(소설가) ▲최용배(청어람 대표) ▲최열(미술평론가) ▲최현(문화창작집단 날 대표) ▲표미선(표화랑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황혜숙(창비 인문사회출판부 팀장)
  • [문화마당] 2012 대중문화계를 돌아보며/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2012 대중문화계를 돌아보며/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2012년 대중문화계를 돌아본다. 가요계는 뮤지션 싸이가 월드스타로 입지를 굳히며 불황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마련했다. 영화계 역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오면서 올 한해 1억 관객이 한국 영화 상영관을 찾았다. 김기덕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복고 열풍을 지핀 방송계는 1990년대의 오밀조밀한 정서로 대중과의 소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지난 늦여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의 음악 시장을 강타했다. 영국 차트를 비롯해 세계 40여개 국가의 음원 다운로드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강남스타일은 빌보드차트 7주 연속 2위로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각인됐다. 유튜브 올해의 영상 1위에 등극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공개 6개월 만에 10억 클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싸이는 이제 세계적 뮤지션 반열에 올랐다. 해방 이후 우리 가요사에 전무후무한 결과를 아로새겼다. 싸이의 이러한 선전을 두고 ‘한류 K팝이다, 아니다’라며 갑론을박하고 있다. 그간 아이돌 그룹이 K팝 한류를 이끌어 왔고, 새로운 스타일의 솔로 뮤지션이 세계 음악 시장을 강타하자 이러한 이견이 불거졌다. 광의의 개념으로 보자면 싸이는 K팝을 통해 한류를 지속 성장시킨 뮤지션임에 틀림없다. 국내 가요계는 여전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지속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창작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 음악기획사를 제외하면 투자한 만큼의 음원 수익이 회수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원은 쏟아지고 음원 주기가 그만큼 짧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한 환경 속에 음원 분배 비율은 제작사를 더욱 궁핍하게 하고 있다. 공연계도 대중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뮤지션 이문세와 김동률은 전국 투어공연 매진을 기록하며 티켓파워를 과시했다. 음악적 진정성과 공연완성도를 위한 장인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사실은 결국 관객이 예리하게 판단한다는 진리를 방증한다. 방송계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기집권과 복고 열풍으로 이어졌다. 낮은 시청률에 허덕이던 케이블채널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지상파 방송을 위협했고, 드라마 역시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 아이돌 그룹에 열광했던 ‘빠순이 문화’를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추억을 되새김질시켰다. 당시 가슴을 관통했던 주옥 같은 가요를 대거 등장시키면서 세월을 견디는 노래의 힘도 선보였다. 영화계는 명암이 확연히 갈렸다. 1000만 관객의 영화 ‘도둑들’ ‘광해’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올해 한국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1억명을 넘었다는 집계도 놀라운 소식이다. 반면, 한국 영화의 독과점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한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는 입구는 있고 출구는 없다.”고 지적했다. 독립영화를 위해 단 하나의 상영관이라도 열어달라는 하소연을 세계적인 거장이 입에 담는 현실을 목격했다. 영화는 문화상품이라기보다 이제 유통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품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경제 민주화에 이어 영화도 민주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국가가 문화적 철학이 없으니 시장 논리만 갖다 붙인다는 지적은 새삼스럽지 않다. 영화산업이 개인 자본의 논리에 잠식당한다면 끔찍한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관객 쏠림 현상으로 이어졌다. 한국영화를 본 1억 관객 중 상위 20편에 8000만명이 몰렸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상영한 한국 영화가 100여편이었으니 80여편이 2000만명의 관객을 나눠 가진 것이다. 1억 관객을 자축하는 동안 그 이면의 아픔도 들여다보는 발전적 영화계를 기대한다. 올해 대중문화계는 외형적으로 풍년이었다.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산재했으나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문화가 돈벌이 수단으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문화적 풍요는 하루아침에 거둘 수 있는 씨앗이 아니다. 장기적인 혜안을 두고 걸어가야 한다.
  • 종편 ‘시청률 0%대’ 굴욕… 킬러 콘텐츠 없었다

    종편 ‘시청률 0%대’ 굴욕… 킬러 콘텐츠 없었다

    “분위기가 너무 달랐어요. ‘본지’에서 밀려난 신문사 출신 간부들이 내려와 터를 잡으니 방송에 대한 이해는 애초부터 불가능했지요. 의사결정도 상명하복식입니다. 사사건건 충돌이 일었고, 파견 나온 본지 기자들은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채널이 팔린다는 얘기에 타사에서 이직한 기자들은 좌불안석이지요.”(종합편성채널로 이직한 한 일간지 기자) 지난 1일 출범 1년을 맞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JTBC, 채널A, TV조선, MBN 등 종편 4사의 평균 시청률은 0.548%로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 재방송의 비율도 4사 평균 50%를 넘기며 콘텐츠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디어렙 가입 유예 등 각종 특혜 논란을 무릅쓰고 출범한 4개 종편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키우고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을 완화해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지난해 종편 출범 당시 많은 전문가는 공정성과 공익성에 기반을 둔 균형 보도와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요구했다. 종편들도 사업 승인 신청 당시 여론 다양성 확대와 고품격 콘텐츠의 제작을 공언했다. 그러나 무리하게 밀어붙인 종편들은 1년 만에 ‘실패한 방송’으로 낙인찍혔다. 우선 방송 첫 주부터 재탕 영화와 해외 다큐멘터리를 쏟아내며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종편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파성과 과도한 간접광고(PPL)의 노출 등 상업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다수의 프로그램이 ‘0%대’의 시청률로 조기 종영됐다. 지상파 콘텐츠와의 차별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와 비슷한 광고단가를 요구하는 등 시장의 왜곡을 가져오며 방송 생태계를 교란시켰다. ●외주제작사 피해속출… 방송시장 교란 출범 초기 종편들의 승부처는 드라마였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채널 이미지를 확고히 한 SBS의 사례를 일제히 따라 한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나 시트콤 시청률은 참담했다. 지상파 방송보다 평균 20~40%의 출연료를 더 주고 드라마를 찍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드러냈다. 정우성이 회당 9000만~1억원 안팎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JTBC의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의 평균 시청률은 1.906%, 채시라가 회당 4500만 안팎의 출연료를 받은 JTBC의 60부작 ‘인수대비’는 1.849%로 평균 시청률이 ‘1%대’에 그쳤다. 심지어 100억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TV조선의 드라마 ‘한반도’도 시청률 ‘0%대’에 그쳐 24부작을 18부작으로 줄이며 조기 종영됐다. 최불암·유호정이 주연을 맡은 채널 A의 ‘천상의 화원-곰배령’과 MBN의 뮤지컬 드라마 ‘왓츠 업’, 시트콤 ‘갈수록 기세등등’, ‘뱀파이어 아이돌’ 등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종영됐다. 톱스타와 유명 작가를 내세운 드라마가 잇따라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자 종편은 당황했다. 상금 100만 달러를 내건 JTBC의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 ‘메이드 인 유’ 등 예능 프로그램도 주목받지 못했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지상파와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 제작에 실패한 종편 4사는 순손실액이 총 1000억원에 이른 올 6월부터 급격히 위축됐다. 불규칙한 편성으로 외주 프로그램 공급을 갑자기 중단하고, 제작비를 일방적으로 삭감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피해를 호소하는 외주제작사들도 속출했고, 도산한 외주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종편이 방송 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이처럼 결과는 참담했다. 종편 개국으로 늘어난 방송 종사자는 모두 1300여명으로 취업 유발 효과가 2만 1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도 한참 빗나갔다. 정연우(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적자경영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시청률을 회복해야 하고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시청률은 지상파의 10분의1에 불과한데, 광고 단가를 광고주와 직접 거래해 효과 이상으로 받았다. 미디어렙 가입을 2년 유예받은 것은 특혜”라고 평가했다. ●선거방송심의위서 22건 제재받아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에서 한계를 절감한 종편들은 제작비용이 저렴한 시사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렸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들고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쏟아낸 것이다. 현재 종편 4사 가운데 정규 드라마를 편성한 곳은 JTBC가 유일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민주통합당 김윤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종편 출범 이후 6개월간 오락 프로그램 비중은 TV조선이 45.1%에서 33%, 채널A가 49.2%에서 36.9%, MBN이 31.9%에서 18.3%로 크게 줄었다. JTBC만 오락의 비중을 39.9%에서 42.2%로 늘렸지만 4사 중 최대 적자액인 825억원을 기록했다. TV조선은 ‘시사토크 판’과 뉴스를 합해 밤 10시대 ‘뉴스쇼 판’을 신설하고 전후로 교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채널A도 ‘박종진의 쾌도난마’와 ‘먹거리 X파일’ 등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주력하고 있다. MBN의 ‘황금알’이나 JTBC의 ‘닥터의 승부’, TV조선의 ‘닥터콘서트’와 ‘속사정’ 등 전문가와 연예인 패널이 출연한 비슷한 포맷의 정보와 오락을 주는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줄을 잇고 있다. ●“특권적 혜택받으려는 의식 버려야”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쏠림현상은 편성의 불균형도 문제지만 모기업인 보수 신문의 논조를 여과없이 방송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대선을 앞두고 몇몇 보수 진영의 인사들이 종편 4사를 돌아가며 출연해 일방적으로 한쪽 정파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있다. 한 종편 시청자는 “마치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자신들만의 리그를 보는 듯 원색적이고 ‘생식기만 여성’과 같은 노골적인 표현이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방송에 나온다.”고 불평했다. 종편 4사는 지난 1년간 총선이나 대선과 관련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22건의 제재를 받았다. 종편은 언론 윤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선정적인 보도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TV조선과 채널A, JTBC는 지난달 26일 ‘안철수 후보 사퇴’에 항의하는 20대 남성의 투신 소동을 생중계하거나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재연 장면에서 실제 여자 어린이를 출연시켜 물의를 빚었다. 2일 방통심의위원회에 따르면 편파성과 선정성, 상업성 등의 이유로 TV조선 20건, MBN 19건, 채널 A 17건, JTBC 16건 등 총 72건의 제재를 받았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이 시청률에 초점을 맞춰 진짜 상업주의 방송으로 가면 오히려 정치적 편파성이 희석되리라 내심 기대했는데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동일 기업이 신문과 방송을 함께 소유한 가운데 차별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결국 대안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향후 종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야권 일각에선 정권이 바뀌면 강제적인 채널 폐지를 입법화하자는 움직임마저 포착된다. 하지만 왜곡됐더라도 종편을 강제적으로 없애려 한다면 저항을 낳을 것이란 의견이 강하다. 박태순 미디어로드 연구소장은 “종편이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색깔을 떠나 자기 역할을 다하도록 위치를 정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특권적 혜택을 가지려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언론정보학회장도 “종편 4사는 보도기능을 포기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JTBC는 드라마나 오락에 집중하고, MBN은 예전의 경제전문 방송으로 돌아가는 게 현실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7) 부산 임시수도기념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7) 부산 임시수도기념로

    부산시 서구의 임시수도기념로는 부민사거리에서 임시수도기념관까지 500m 남짓한 짧은 오르막길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1000여일간 대한민국의 임시수도로 자유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이자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된 길이다. 전쟁의 상처를 입은 나라와 피란민의 생살을 감싸 안은 부산의 저력은 문재인, 안철수 두 명의 대선 후보를 동시에 배출한 데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임시수도기념로 초입에서는 ‘말표 신발’ 광고가 붙은 전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전차는 현재 국내에 3대만 남아 있는 근대전차 가운데 하나다. 한국전쟁 복구 과정 중에 미국 신시내티에서 만들어져 애틀랜타에서 운행되던 전차 93대가 무상원조로 도입됐다. 1967년까지 부산 시내에서 운행되다 현재는 동아대학교에서 등록문화재 494호로 보관하고 있다. 나머지 두 대의 근대전차는 서울 신문로 역사박물관과 와룡동 국립서울과학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 두 대는 일본 전차다. 임시수도기념로의 전차는 국내 유일의 미국식 전차다. 임시수도기념로의 전차 내부는 현재의 지하철 의자 모양이 아니라 2명씩 앉을 수 있는 24개의 의자가 있는 형태다. 전차를 보관하고 있는 동아대박물관은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란 체험활동 등을 통해 전차 탑승권을 나눠 주고 전차에 탑승할 기회도 제공한다. 부산시는 버려진 철길 등을 재활용, 전차 운행을 복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전쟁 중 부산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청사, 국회, 법원 등 국가의 모든 기능과 학교 등이 통째로 옮겨졌다. 임시수도기념관은 전쟁 전에는 경남지사의 관사로 사용되다 전쟁 중에는 이 전 대통령의 관저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도지사의 관사로 사용되다 1984년 임시수도기념관으로 개관했다. 임시수도기념관은 외부는 붉은 벽돌, 내부는 목조로 꾸며진 아름다운 근대 건물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사람들과 잘 보존된 근대 건축물을 감상하려는 건축학도 등이 전국에서 많이 찾는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의 기념품이 있는 곳은 강원 고성군 화진포 별장과 제주도 서귀포 별장 그리고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살았던 서울 이화장이 있다. 전시품 중 이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물품 규모가 이화장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임시수도기념관은 한국전쟁 당시 수도 부산에 대한 부산 시민의 자긍심이 담겨 있는 곳이다. 기념관 1층 서재에는 이 전 대통령의 밀랍인형이 있다. 또 화장실, 목욕탕, 이 전 대통령의 친필 연설 원고, 직접 입었던 옷 등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전 대통령은 임시수도 관저에서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살면서 국정을 수행하고 국빈들을 맞이했다. 1층에는 응접실과 서재, 거실, 식당, 부엌 등이 재현되어 있다. 2층에는 이 전 대통령이 전방부대와 훈련소를 시찰하면서 입었던 군용 방한복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코트가 전시되어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잘 조성된 기념관과 훼손된 대통령의 동상이 대변한다. 지난해 3월 기념관 앞 계단에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졌으나 3개월 만에 붉은색 페인트로 뒤덮이는 테러를 당했다. 아직 범인은 찾지 못했고, 동상의 수리도 끝내지 못해 동상이 세워졌던 자리만 남아 있다. 임시수도기념관뿐 아니라 길 자체도 지난해 2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테마거리로 조성되었다. 임시수도기념관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입던 옷 그대로 보퉁이만 꾸려 피란을 나선 가족과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의 동상이 설치되었다. 인근 골목에는 흔히 ‘뽑기’라고 부르는 설탕과자를 연탄불 위에서 만드는 소년의 동상도 있다. 벽에는 피란민들의 생생한 생활상이 담긴 벽화가 그려져 있어 전쟁 세대에게는 임시수도기념로 자체가 생생한 추억의 현장이다. 기념관 바로 옆에 있었던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의 관사도 2002년 임시수도기념관으로 확장 개편됐다. 옛 검사장 관사는 좀 더 생동감 있는 전시공간이다. 전국에서 물밀듯이 밀려들었던 피란민의 판잣집과 피란열차, 전쟁 당시 임시교사의 일기, 문화수도이기도 했던 부산의 다방 ‘밀다원’, 장준하 선생이 만든 잡지 ‘사상계’ 등이 그대로 살아 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기장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신경복의 일기에는 당시의 생활상이 재미나게 담겨 있다. 임시교사였던 신경복은 전쟁이 일어나자 전쟁터로 끌려갈 것을 걱정하다 결국 학교에서 기르던 토끼를 동료 교사들과 잡아 먹고 위생병으로 전장에 참여한다. 임시수도기념로 입구의 전차 옆에는 한국전쟁 때 정부청사로 사용됐던 동아대박물관이 있다. 동아대박물관은 전쟁이 끝나고 부산지방검찰청과 법원으로 사용되다 2009년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동아대박물관은 ‘문화재 속의 문화재’란 개념으로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외형은 99% 보존하고 내부는 완전히 다시 지었다. 건물 안에 건물을 지은 것으로 문화재 보존의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동아대박물관이 성공적으로 개장하면서 전북도청이나 서울역사박물관도 외부는 보존하고 내부는 되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제주도와 부산 가운데 부산이 임시수도로 결정된 것은 단순히 국토의 남단 끄트머리에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항구 도시이자 일본강점기 이후 자체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어 임시수도가 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는 부산이라는 확고부동한 위상은 수도권 쏠림 현상과 함께 인천이 부상하면서 퇴색했다. 하지만 부산은 영화의 도시이자 해양도시로 새로운 위상을 찾아가고 있다. 계속 변화하면서 도시의 생명력을 찾아가는 저력의 근원은 모든 것이 파괴됐던 이 나라의 발전 기초를 제공했다는 임시수도 부산시민의 자부심이다. 글 사진 부산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8회에는 대구 종로길을 소개합니다.
  • [시론] 저금리시대에 살아남는 법/정병욱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저금리시대에 살아남는 법/정병욱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현재 저금리·저성장 기조는 경기순환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경제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따라서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등의 경제위기는 단기간에 회복된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저성장 기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는 잠재성장률 및 실질금리를 하락시켜 저금리·저성장 기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근본 요인이기도 하다. 저금리·저성장은 은행, 비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 금융산업 각 업권의 건전성에 큰 위협으로 작용한다. 은행 부문은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줄고, 저성장으로 인한 부실자산이 늘 수 있다. 비은행 부문에서는 장기불황에 민감한 가계대출과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부실 증가가 우려된다. 보험 부문은 자산운용 수익률이 악화되는 한편 역마진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투자 부문은 저금리 기조 하에서 발생하는 안전자산의 낮은 수익성이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성장 기조로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늘고 투자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투자자금이 자본시장을 이탈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 및 운용사의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는 기존의 자산운용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장기불황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보수적 자산운용을 원한다. 그러나 저금리로 인해 국공채, 예금 등에 대한 투자는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수익률조차 얻기가 어렵다. 또 위험에 대한 보상이 반영돼 높은 수익을 주던 주식, 채권 등도 과거 성장경제에서 보여주었던 수익성을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폐해로 인식되어 왔던 단기투자, 몰빵투자, 쏠림투자를 지양하고 시장상황에 따른 합리적 수준의 기대수익과 위험을 목표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고채, 예금 등의 안전자산 및 채권,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 대상에다 대체투자상품, 실물자산 등 투자대상을 다양화해 자산운용의 절대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과도한 부채는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것이라 이를 해소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레버리지(차입)에 의존한 투기적 자산의 운용 및 형성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앞으로 각 경제주체의 자산운용 관련 의사결정은 저금리·저성장이라는 새 패러다임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 금융업권별 건전성을 유지하고 금융소비자의 새 수요를 반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이들 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맞춰 각 업권의 리스크를 계속 감시하고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시장환경 변화에 맞는 투자상품 및 영업모델 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 보완 및 관련 법 개정 등 제도적 지원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보험 부문은 자산운용상 비율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대상 확대 및 환헤지 규정 완화를 통한 신흥시장국가로의 투자 확대 등이 규제 완화를 통해 확보되면 업계의 먹거리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투자 부문에서 사모펀드의 설정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 진입요건 완화 등의 규제 완화는 투자 선택의 폭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주요 고려 사항이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금융소비자, 기업, 금융업계가 장외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수단을 활용해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기존 성장경제 틀의 관성들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저금리·저성장 기조라는 새 패러다임에 적합한 금융당국, 각 금융업권, 금융소비자들의 적응과 협력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변화에 상응하는 금융업권의 상품 및 영업모델 개발, 투자자의 변화된 자산운용 방식, 금융당국의 앞서가는 금융정책 및 건전성 감독이 선순환될 수 있는 장이 빨리 마련될 때 우리 경제는 재도약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시론] 겨울철 전력대란 막을 수 있다/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겨울철 전력대란 막을 수 있다/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여름, 무더위로 전력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넘겼다. 하지만 다가올 겨울이 더 걱정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철보다 겨울철 전기소비량이 더 많고 전력 피크도 더 높다. 발전소 1기 건설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코앞에 닥친 전력 부족은 공장과 사무실, 상가, 가정에서 최대한 절약하고 정부가 비상대책을 제대로 운용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을 믿고 이번 겨울철 전력대란도 무사히 넘기기를 기원할 뿐이다. 겨울철 전력대란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이 매년 되풀이되는 일회성 행사로 인식된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언제부터인지 겨울철 전력대란은 찬 바람이 불면 가을맞이 정기세일처럼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전력 부족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겨울철 전력대란의 원인을 짚어보고, 궁극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고온다습한 여름 기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겨울철 전력 수요가 여름철보다 더 높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냉방은 전기로 할 수밖에 없지만 난방을 전기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에서는 동절기 난방연료나 산업체의 열원(熱源)이 유류에서 전기로 바뀌고 있다.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 에너지 가격정책, 즉 유류세제와 전기요금 문제가 숨어 있다. 그동안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유류세제는 가능한 한 높게, 물가안정과 산업체 지원을 위해 전기요금은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펴왔다. 고유가로 발전연료비가 대폭 상승했음에도 전기요금은 지난 몇 년간 계속 원가 이하로 억제해 왔다. 일부 산업용 전기요금이나 밤 시간대 전기요금은 수십년간 원가 이하로 운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가 진행되자 전기요금이 유류가격보다 훨씬 더 저렴해졌고, 난방연료나 산업용 열원이 유류 대신 값싼 전기로 몰리는 ‘전력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계절 중 가장 낮았던 겨울철 전력 수요가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다른 계절을 압도하고, 최근 동절기 전력대란이 발생하게 된 이유다. 전기요금보다 유류가격이 불리해진 것은 고유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기를 난방연료나 산업용 열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전기가 모든 에너지 중에서 가장 값비싼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모든 에너지원에서 전기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기쏠림 현상이 수요자 개인 차원에서는 합리적이고 경제적 선택일 수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전기로 난방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손실뿐 아니라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 등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즉, 발전과정에서 60% 이상의 열을 낭비하면서 화석연료를 전기로 바꾼다. 이렇게 만든 전기를 다시 열로 바꾸어 사용하면 결과적으로 연료가 2배 이상 소요되고 온실가스도 그만큼 더 배출된다. 매년 찬 바람이 부는 시기가 되면 겨울철 전기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일부에서는 걱정을 넘어 겨울철 전력대란이 발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간만 지나면 끝이다. 관심도 우려도 사라진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겨울철 전기 수요 억제를 위해 전기요금 등 에너지가격정책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목소리도 없다. 겨울철 전력대란도 문제지만, 이를 다루는 사회분위기 역시 문제라고 보는 이유다. 겨울철 전기대란에 대해 ‘요란한 호들갑’으로 사전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가격정책에 대한 ‘답답한 침묵’을 깨는 것이 아닐까?
  • 멜로에서 역사물까지… 만화원작 드라마가 대세

    멜로에서 역사물까지… 만화원작 드라마가 대세

    ‘하얀거탑’, ‘꽃보다 남자’, ‘대물’, ‘풀하우스’, ‘궁’….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인기 드라마의 원작은 다름 아닌 만화. 가벼운 멜로부터 역사의 비극을 담은 대작까지 드라마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작품들은 일정한 시청자층을 확보하면서 요즘 방송가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최근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닥터진’은 일본 만화가 무라카미 모토가의 만화 원작을 한국 현실에 맞게 바꿨다. 대한민국 최고의 외과의사가 시공을 초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흥선대원군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원작인 ‘타임슬립 닥터진’은 일본 개항기를 배경으로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무사 사카모토 료마를 돕는 이야기다. 대형기획사인 SM의 자회사인 SM C&C가 제작한 SBS의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일본에서 무려 1700만부의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린 같은 이름의 만화가 원작이다. 높은 인기 덕분에 일본에서는 무려 두 차례나 드라마로 제작됐다. KBS의 ‘각시탈’은 지금의 40대가 유년기에 즐겨봤던 허영만씨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한국형 슈퍼히어로를 등장시켜 관심을 끌고 있다. 만화의 드라마화는 멜로 일색이던 국내 드라마 장르에 다양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상상력에 기반한 무궁무진한 소재로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등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던 색다른 드라마를 만들게 했다. 만화원작 드라마는 일본에서 1990년대에 봇물을 이뤘다. 국내에선 2000년대에 시작됐다. 일본 드라마가 만화의 대사까지 그대로 옮겨놓아 유치하기조차 하지만 국내에선 일정 부분 각색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국내에선 2008년 ‘꽃보다 남자’가 이같은 흐름을 이끌었다. 대상은 주로 학원물이다. 다만 SBS의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원작과 달리 전반적인 극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본만화의 드라마화 배경에는 투자 대비 수익이 보장된다는 경제논리가 작용한다. 한 방송인은 “인기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할 경우 이미 국내에 형성된 탄탄한 팬층을 시청자로 확보할 수 있다.”면서 “각색을 거쳐 ‘한국화’한 다음 일본, 중국 등에 다시 수출하기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방송사 입장에선 위험부담이 많이 줄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정서적 동질감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제작 흐름은 제작비가 한정된 케이블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에서 두드러진다.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만화 원작에 매달리다 보면 드라마 작가의 부족과 빈약한 아이디어라는 제작풍토를 쉽게 걷어내지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만화 의존 현상이 고착하면 국내 드라마의 콘텐츠 창작집단은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만화로의 쏠림 현상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안방극장에 부는 ‘일류’(日流)에 대한 위기의식은 자동차·전자 산업이 흥하고도 핵심부품은 여전히 일제를 써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무엇보다 일본 만화에 의존한 채 한국 작가를 양성하지 않는다면 ‘한류’ 드라마의 활성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에 따르면 2006년부터 한국 드라마는 중국 시장에서 조금씩 비중이 줄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등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지만, 가깝고 큰 중국시장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한편, 국내 만화 육성 차원에서 만화원작에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정덕현씨는 “최근 웹툰이 활성화돼 국내 만화의 저변이 넓어졌고, 드라마 원작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면서 “일본만화에 대한 과도한 콘텐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만화를 육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자영업자 은행돈 빌리기 어려워진다

    자영업자 은행돈 빌리기 어려워진다

    음식점, 숙박업, 도소매업 등의 자영업을 할 때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퇴직자들이 무분별하게 자영업에 진출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동향 및 서민금융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이후 자영업자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는 올 들어 5월까지 15만 9000여명이 증가한 584만 6000여명이다. 자영업자의 증가에 따라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165조원(5월 현재)에 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과밀 업종으로의 진입을 최소화하고, 한계 자영업자의 전직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은행 창구 지도 등을 통해 자영업 대출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취약계층의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비과세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을 17년 만에 부활하기로 했다. 아울러 집값이 떨어져 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 원금의 일부 상환을 걱정하는 대출자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원금의 일부를 갚는 방식 가운데 대출자가 유리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취약계층의 금융 지원 규모가 당초 3조원에서 1조원 늘어난 총 4조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채권 보전에 문제가 없으면 금융기관의 일부 상환 요구 등을 자제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가계부채의 상승이 자영업자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제도 지원뿐 아니라 직접적인 금융 혜택도 늘린다. 정부는 햇살론과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지원 규모를 1조원가량 늘리기로 했다. 서민 전용의 저금리 대출상품인 햇살론의 경우 연간 공급목표를 당초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들이 창구에서 판매하는 서민전용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도 연간 공급목표를 1조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렸다. 연체 기록이 있는 사람도 은행들의 자체 평가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미소금융도 연간 공급목표가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확대된다. 29세로 묶인 대출연령 제한도 폐지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소액대출 지원도 연간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저금리 전환대출) 지원도 65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정부의 잇단 가계부채 대책이 반쪽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서종호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가계부채와 관련된 금융 부문 대책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어서 효과에 한계가 있다.”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을 늘릴 수 있는 경기 부양과 가계의 소비구조 변화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수도권 비대화에 맞불”… 남부권, 연대 강화

    수도권이 서울, 인천, 경기 등에서 충청, 강원지역까지 확대되면서 남부권이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남부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 광주, 전남·북, 부산, 경남, 울산이 광역경제권별로 합종연횡에 나선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지난 3일 양 시장이 교차 방문해 달빛동맹 강화를 역설하는 특강을 하고 공동발전을 위한 어젠다를 정해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강운태 광주시장이 경남도청에서 특강을 했다. 강 시장은 호남과 영남의 남남 상생연대를 통해 남부권 경제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역설했다. 영·호남 시·도지사들은 최근 경남 사천시청에서 협력회의를 갖고 남해안 선벨트사업 활성화 등 영·호남 8개 시·도의 공동 현안 14건을 중앙에 건의키로 했다. 지난 1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경남 거제에서 연 정책세미나에서도 남부경제권육성에 대한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김정호 교수는 “수도권이 비대화되면서 중부권 경제로의 쏠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철 지역발전위원장은 “중부 경제권은 마켓 메커니즘에 의해 성장을 거듭하지만 1800만 영·호남의 남부경제권은 지속적인 인구유출과 산업위축 경향을 보이는 만큼 남부경제권에 대한 육성정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조환익 바깥세상] 거품이 터지지 않으려면

    [조환익 바깥세상] 거품이 터지지 않으려면

    페이스북이 기업공개(IPO)를 하자마자 당국의 조사와 개미투자자들의 고소사태를 맞았다. 실적 전망이 정직하지 않고 거품을 담았기 때문에 주가가 공모 직후 급추락하게 되었다는 게 그 이유이다. 한때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까지 갈 것으로 보았던 이 시대의 총아 페이스북과 그 대표인 저커버그가 탐욕의 월가와 어울려서 또 하나의 도덕적 해이 사례를 만들어 낸 것처럼 몰매를 맞고 있다. 그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급속한 확산과 더불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상승곡선을 타면서 거품론을 우려하는 시각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페이스북과 같이 액티브 유저(활동성 가입자)가 8억명이나 되고 중동과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불러올 정도의 위세에 이러한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했었다. 그러나 SNS에 대한 인기, 몰입도와 SNS를 통한 광고효과 등 경제적 이익이 다를 수 있다는 기업의 평가가 확산되면서 GM이 페이스북 광고를 철회하게 되었다.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페이스북은 서둘러 기업공개를 하였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다. SNS 기업의 생명은 회원가입자의 계속적 증가와 이를 유지·확산시킬 수 있는 콘텐츠의 끊임없는 창조라고 한다. 상업적 참여를 자극할 콘텐츠 공급에서 시장의 기대를 못 쫓아갔을 것이다. 우리는 현재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의 버블 속에서 그리스 등 유럽국가에서는 유동성의 결핍이란 불균형의 세계에 살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찍어낸 달러는 단기적으로 수익성 전망이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몰려다닌다. 그러한 쏠림현상은 거품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보이면 거품을 터뜨리며 야멸차게 또 다른 거품을 향해 빠져나간다. 그것이 미국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이다. 유럽의 금융·재정위기도 다를 것이 없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한때, 금융이나 건설·서비스 분야 등에 외국자본들이 많이 몰려 경제의 착시현상을 일으킨 곳들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거품이 꺼지고 경기 끝난 텅 빈 스타디움같이 어둠만 깔려 있다. 페이스북도 결국 이를 사용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대만큼 부를 창출해 내지 못하기에 거품론에 휩쓸리는 것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도 한동안 유동성 거품이 끼면서 실수요에 비해 전세계적인 과잉투자 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현재는 가격 하락과 수요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생산성이나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분야에 막차를 타고 뛰어든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또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에너지 자원 분야와 농산물 분야의 가격도 현재는 빠른 추락세에 있다. 또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경제의 거품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도 많이 있다. 부동산 거품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중국 금융기관의 잠재적 부실 그리고 이와 연결되어 있는 빚더미의 중국 지방정부 등도 화약고로 보는 것이다. 중국의 이와 같은 외형적 팽창이 내면적 혁신과 동반되지 않을 때 중국의 지속적 성장은 지체될 수밖에 없고 또 이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계는 10여년 전 정보기술(IT)의 버블이 깨지면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은 적이 있었다. 한국도 당시 비슷한 고통을 겪었으나 발달된 IT와 인프라를 제조업에 융합시켜 국부를 창출하고 이것이 현재 한국을 무역 1조 달러의 대국으로 만든 밑거름이다. 결국 돈이 몰리면 거품이 생기고 그 거품은 꼭 꺼지게 되어 있다. 어느 분야든지 어느 정도의 거품은 불가피하지만 이 거품이 터지지 않고 잘 가라앉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기업의 전략이다. 거품에 의한 일시적 호황을 지속적인 경기상승으로 이어 나가려면 창의와 혁신에 기반을 둔 생산적인 산업과 연결시킬 때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 은행 해외진출 전략 ‘그 나물에 그 밥’

    국내 은행산업의 포화로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은행들이 판에 박힌 해외진출을 추진 중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산탄데르나 홍콩 HSBC 등 글로벌 은행들처럼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20일 국내 4대 은행인 국민·우리·신한·하나의 올해 해외진출 계획을 살펴본 결과, 공략 지역과 진출 전략이 대동소이했다.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일명 ‘동아시아 벨트’를 핵심시장으로 정하고 ▲현지법인을 세워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영업을 확대하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우선 교민을 상대로 영업기반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틈틈이 해외 은행 인수·합병(M&A) 기회를 노린다는 전략도 공통점이다. 이미 개설된 해외 점포도 특정 지역에 쏠려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국외 점포는 미국·중국·베트남에 각각 7곳이 분포해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올해 점포 쏠림현상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미국 교포은행인 새한뱅콥의 지분을 인수해 계열사인 외환은행에 경영을 맡겼다. 우리금융지주도 한 차례 실패한 미국 LA한미은행 인수에 다시 나섰다. 국민은행은 연내에 중국 베이징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베트남 하노이에도 지점을 낼 계획이다. 사실상 미국 2곳, 중국과 베트남에 각각 1곳씩 늘어나는 셈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들이 소매영업 중심이라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하고, 문화적으로 가까우며 규제 강도가 작은 동남아에 주로 진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유행처럼 남들이 나가면 따라나가고, 남들이 들어오면 우르르 들어오는 문화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끼기식 해외진출을 지양하고 글로벌 은행의 차별화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산탄데르는 소매영업을 선택해 집중했고, 미국 씨티그룹은 도매금융에 치중했다. HSBC와 호주의 매쿼리그룹은 틈새전략 차원에서 도매금융이 유리한 곳과 소매금융이 유리한 곳을 나눠 접근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닥치고 바꿔’ 바람 불지만… 본지, 총선 예비후보 1417명 분석

    ‘닥치고 바꿔’ 바람 불지만… 본지, 총선 예비후보 1417명 분석

    4·11 총선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하는 예비후보들이 보수 진영보다 진보 진영에 몰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여야 모두 ‘물갈이 공천’을 예고하고 있지만, 예비후보들의 ‘직업적 쏠림 현상’이 여전해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 예비후보 등록자 수는 지난달 13일 접수 시작 이후 이날 정오까지 모두 1454명이다. 이는 예비후보 제도가 도입된 17대 총선 후보자 수 1419명을 추월한 것이다. 공식 후보 등록이 이뤄지는 오는 3월 22일 전까지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8대 총선 당시의 2024명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비후보들은 지역 민심과 정치 구도 등에 민감하다. 때문에 예비후보들의 소속 정당 분포는 총선 결과와 일치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17대 총선 예비후보 중 열린우리당 소속이 301명(21.2%)으로 가장 많았으며, 열린우리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인 152석을 확보했다. 한나라당 소속 예비후보는 전체의 16.3%인 231명이었으며, 총선에서는 121석을 차지했다. 이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 예비후보가 747명(36.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통합민주당 436명(21.5%), 자유선진당 143명(7.1%), 민주노동당 107명(5.3%) 등의 순이었다. 선거 결과 한나라당은 153석, 통합민주당 81석, 자유선진당 18석, 민주노동당 4석 등으로 의석을 차지했다. 이번 19대 총선 예비후보들의 소속 정당은 민주통합당 564명(38.8%), 한나라당 513명(35.3%), 통합진보당 179명(12.3%), 자유선진당 28명(1.9%) 등의 순이다. 선거 승패의 분수령이 될 서울 지역 예비후보의 경우 민주통합당이 142명으로, 73명에 그친 한나라당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서울신문이 지난 19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1417명에 대한 출신 직업 등을 분석한 결과, 현직 국회의원 54명(3.8%), 정당인 597명(42.1%), 지방정치인 127명(9.0%) 등 기성 정치인이 전체의 54.9%를 차지했다. 여기에 법조인 123명(8.7%), 기업인 109명(7.7%), 언론인 26명(1.8%), 공무원 19명(1.3%) 등 이른바 ‘총선 단골 출마 그룹’의 비율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야의 대대적인 물갈이 방침을 감안할 때 다수의 ‘새 얼굴’이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직업군만 보면 과거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직업군은 25.5%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는 교육자 128명(9.0%), 시민·사회단체 인사 94명(6.6%), 농축산업·상업·광공업 종사자 38명(2.7%), 의·약사 30명(2.1%), 회사원 25명(1.8%), 문화예술인 5명(0.4%) 등이다. 예비후보 중 여성은 전체의 6.6%인 93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18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245명 중 여성 당선자 비율인 5.7%(14명)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여야가 여성 정치 신인을 대상으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기로 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잘못된 종편] “지상파 종일방송 또다른 특혜”

    한국신문협회(회장 김재호)는 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지상파TV에 대한 종일방송 허용 방침을 재고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협회는 의견서에서 “지상파TV의 종일방송 허용은 광고의 지상파방송 쏠림현상을 가속화해 신문을 비롯한 다른 매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통위가 종일방송 허용 배경으로 시청자의 선택권 보장과 편성의 다양성 구현을 들고 있지만 시청자 권익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며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TV의 종일방송 허용은 미디어 간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정책 목표를 달성한 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 지난해 지상파TV의 재방송 비율이 21.3~23.3%에 이른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금의 방송시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종일방송 허용은 매우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24시간 방송이 가능한 종편 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상파TV들이 형평성을 들어 반발하자 방통위가 종일방송을 허용해 주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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