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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한국경제 ‘맏이’의 역할

    요즘과 달리 자식이 많았던 우리 부모 세대는 가난한 살림에도 자식 농사에 정성을 다했다.그 시절 모든 자식을 골고루 대학교육시키기가 어려워 맏이의 대학 학비를 대기 위해 동생들이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다.잠시 동생들이 고생하더라도 맏이가 대학 공부만 마치면 성공해 동생들을 돌볼 것이라고 기대했다.이런 기대에 부응하여 도회지에 기반을 마련한 맏이는 시골의 동생이 도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하지만 성공한 맏이가 궁핍한 집안을 돌보지 않아 주변의 비난을 받은 경우도 많았다.이런 일이 벌어지면,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되고,성공한 맏이도 주변의 비난과 견제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안타깝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원이라고는 풍부한 인력이 전부였던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하면서 모든 분야를 골고루 발전시키기 어려웠고,또 선진국 대기업이 가진 규모의 거대함에 맞서기 위해 우선적으로 대기업 육성을 시도했다.경제개발 초기에 각광을 받았던 신발,봉제,가발등 경공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성격상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어 육성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하지만 요즘 잘 나가는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의 경우는 훨씬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했다.산업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민간기업이 외국기업과의 경쟁력을 독자적으로 갖추기는 어려웠으므로,우리나라 전체 차원에서의 지원이 퍼부어졌다.해외차관이나 정책금융을 통한 자금 지원,세금 우대,공장입지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집중되고,국내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동원되었다.또한 우리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소비자들은 해외 수출품에 비하여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은 높은 내수용 국산 제품들을 불평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대기업들을 지원했다. 현재의 대다수 대기업들은 우리 경제의 맏이로서 국민적 지원을 받아 성장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지난 20여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로 대기업들은 점차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비록 재벌 형성이나 과잉투자와 같은 부작용이 있었지만,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작용도 많이 해소되었고 대기업들은 마침내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세계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제품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다른 한편으로는 불협화음도 들리고 있다.이 정도까지 성장한 대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맏이로서 누렸던 혜택의 과실을 나누어야 한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특히 대기업의 임직원은 돈잔치를 하면서도 자재,부품,장비를 납품하는 하청업체의 단가를 쥐어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이는 대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는 물론이고,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튼튼한 하청업체의 존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관건이기 때문이다.또한 자신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도,벤처기업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연구개발한 결과물을 원가절감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고급의 기술과 품질은 장기적인 관계에서 구축된 신뢰가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벤처기업 육성 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벤처기업을 위해 대기업의 역할이 크게 요청된다.대기업은 자금력,수요,해외 마케팅 능력 등 벤처기업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많은 대기업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협력을 통한 상생보다는 월등한 협상력을 이용하여 원가절감이나 신상품 개발,위험 전가를 추구하는 수단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한 형이 자기자신의 이익보다 잠재력 있는 동생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도덕적으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동생들의 성공은 우애로운 형의 능력을 배가시켜 장기적으로 보다 큰 성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강 대 석 충남대 교수 경영학
  • [대한포럼] 오리쌀과 마늘소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지난주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 어젠다(DDA) 협상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리가 반대해온 농산물에 대한 관세와 정부 보조금의 대폭 인하에 합의했다.우리나라가 개방예외 항목으로 주장해온 쌀 등 특별 품목은 합의에서 제외됐다.EU는 향후 협상에서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그동안 미국의 밀어붙이기식 시장개방 요구에 반기를 들어 왔던 EU가 미국측에 가세함으로써 한국은 향후 협상에서 마지막 우군을 잃게 됐다.이제 한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해외에서는 농산물 시장개방이 점점 피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하다.정부는 개방에 대한 정책적 대비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농업이 어디에서 활로를 찾아야 할까.무엇보다 농민들 스스로 변하지 않고서는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정부가 보호막이 돼줄 수 있는시대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주 필자는 농림부 업무심사평가위원회의 현장점검 활동에 참가해 경북 5개군의 8군데 농가를 방문했다.쌀·과수·특산물·한우 등을 새로운 농법으로 생산하는 농가와,도시민들에게 농촌체험을 제공하는 그린 투어를 추진하는 농가들이었다.그 곳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싹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북 의성군 단북면 이연리와 효제리 일대의 농가들은 지난해부터 기존 방식과는 판이한 ‘오리 농법’으로 쌀농사를 짓고 있다.이 곳에선 모내기가 끝난 지 15일쯤 지난 논에 생후 2주일 된 새끼 청둥오리를 집어 넣어 벼이삭이 패는 8월말까지 논에 놓아 기른다.오리들은 물갈퀴가 달린 발로 논바닥을 힘차게 헤집고 다니며 김을 매고,넓적한 주둥이로는 진공청소기처럼 벼잎에 붙은 해충의 알이나 성충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오리들이 잡초와 벌레,해충들을 잡아먹고 내놓는 배설물은 천연 유기질 비료가 된다.잡초와 병해충 제거에 사용되는 농약과,생장을 촉진하기 위한 화학비료의 역할을 오리가 모두 훌륭하게 해낸다고 한다. 이 곳 작목반원들은 이같은 친환경 유기농법을 도입함으로써 농약 없이 농사를 짓고 있으며,화학비료 사용량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지난해 시범재배에서 생산된 ‘신제품’을 ‘오리쌀’이라는 브랜드로 인터넷을 통해 시판했다.시판 결과는 일반 쌀의 거의 두배 값인 10㎏당 4만원을 받아 고소득을 실현했다.올해부터는 생산량을 크게 늘려갈 계획이다. 의성군내 30명의 축산농가들이 참여한 ‘마늘소 작목회’도 자신만의 독특한 사육 방식으로 친환경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고 있다.이 지역은 전국 최대의 마늘 주산지.작목회원들은 지역 특산품이자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의성마늘을 소에게 먹여 키우는 방식으로 고가의 ‘마늘소’를 생산한다.보통 사료 25㎏ 한포대당 한통 분량(0.05%)의 마늘을 배합해 만든 사료를 출하전 6개월부터 소에게 먹인다.마늘소는 1등급 판정 비율이 높고 가격도 일반 소보다 20%정도 높게 형성된다고 한다.작목회는 건국대 동물자원연구센터에 마늘소의 과학적인 사육프로그램 개발과 품질 관리 및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용역을 의뢰해두고 있다. 농업이 목전에 닥친 시장개방의 거센 파도를 헤쳐나가려면 지식산업화하는 길밖에 없다.지역적 특성에 맞는 특수한 농법에다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마케팅 기법을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그런 관점에서 농업도 벤처산업이 돼야 한다.이를 통해 또 다른 ‘오리쌀’과 ‘마늘소’들을 개발해내야 한다.그러자면 이제는 농민도 벤처농업인 소리를 들어야 한다. 염 주 영 논설위원 yeomjs@
  • 기고 / 정부는 국정 조정기능 강화해야

    요사이 우리나라가 직면한 당면과제로 북한 핵문제,정치사회 갈등과 경제불황을 들 수 있다.다행히도 북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대화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또 다른 과제인 정치사회 갈등과 경제불황은 지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우리사회의 역량을 결집해서 나아가도 쉽지 않은 냉엄한 국제질서와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현재 우리 나라는 발전동력을 상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마침 노무현 대통령도 정부가 국가 방향 주도의 힘을 상실했다고 지난 1일 국정토론회에서 언급했다.정부의 자율권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이다. 한국은 1960∼70년대 및 80년대를 거치면서 정부 주도의 자기중심적 압축성장을 이뤘다.여기서 자기중심적 발전이란 자국 실정에 상관없이 구미 산업화 과정을 그냥 답습하는 근대화론이나,저발전이 악순환한다는 종속이론에서 주장하는 발전모델과는 다른 발전모델로서,이미 19세기 말 독일과 그 뒤 일본이 이 발전전략으로 후발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었다.즉 자국에 알맞은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보호무역을 적절히 활용했고 정부가 주도했다.바로 우리나라도 우리에 맞는 전략산업을 키웠고,수출주도의 경제정책으로 세계시장에 공격적으로 편입되면서도 저발전 종속되지 않고 고도성장을 달성했다.그러나 이같은 정부 주도의 자기중심적 발전의 문제점은 개발독재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즉 권위주의적 정부가 국정을 독점적으로 주도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경제의 진정한 발전은 자유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발전과 병행한다는 기본원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일방적 정부 주도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새로운 패러다임도 등장했다.정부·시장 및 시민사회가 3각축을 형성하여 국가사회를 이끄는 것이다. 이러한 수평적 협력틀 속에서 발전을 모색해야 되는 것이다.민주화하고 좀더 개방·투명화한 자기중심적 발전을 ‘신자기중심적 발전’이라 얘기할 수 있다. ‘신자기중심적 발전’의 시대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정을주도하지 않고 조정 기능을 강화하면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대화와 양보,타협을 통해 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국민적 합의와 참여를 이룰 수 있다. 국가 발전 방향의 의제들이 정부나 시장,시민사회에서 나오게 되는데 정부는 조정을 통해 바른 국정 수행에 임할 수 있다.이 조정기능이야말로 정부의 자율권에 해당된다. 정부가 국정 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될 것이다.즉 정부는 중도 실용주의의 입장에서 조정과 통합을 이뤄야 한다.지금 우리사회에는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오늘날 선진 현대국가는 중도노선을 지향한다.한쪽에만 치우칠 수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선진사회에서 보수는 중도 우를,진보는 중도 좌를 지향한다.중도 안에서의 차이일 뿐이다.즉 중도의 이념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고 포괄적이다. 또 중도노선은 실용주의와 잘 어울린다.대북한 및 대미 정책에 실용주의적 접근이 요구되고 경제·사회 현안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인기에 연연하지 말고,대화와 타협을 지향하면서도 법과원칙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국가 발전방향의 한 의제로 얘기들 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목표를 이루고 분열과 대립을 넘어서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정 조정기능을 강화하여 민주정부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김 우 준 연세대 교수 동서문제연구원
  • [녹색공간] 만들어가는 건강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1997년 현재 73세에 이른다.1960년에 55세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8년을 더 살게 된 것이다.어떤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수명은 1840년 이후 매년 3개월씩 증가해 왔으며,이런 추세대로라면 모든 사람이 100세까지 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자료를 분석해 보면,평균수명의 증가현상은 주로 영아사망률의 극적인 감소와 폐결핵 등 감염성 질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 그 주요 원인이 있었다고 한다.영아사망률이 감소했다는 것은,출생이라는 사건이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그다지 위험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는 걸 의미하는데,많은 사람들은 그 공을 현대의학의 발달로 돌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렇다면 현대의학의 중심지이며 국민총생산의 14%라는 막대한 비용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미국의 유아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하지만 UNICEF가 1996년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미국의 유아사망률은 산업화된 서구 국가 중 25위라는 치욕적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폐결핵 등 감염성 질병에 의한 사망이 크게 줄어든 원인에 대한 분석에서도 현대의학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19세기 중반부터 1960년대까지의 주요 원인별 사망률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폐결핵과 백일해,홍역 등 감염성 질병에 의한 사망은,항생제가 발명되고 백신이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극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회의학자들은 평균수명이 연장된 것은 질병의 원인균을 발견하고 그것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를 발명한 의학자의 덕이라기 보다는,주거환경을 개선하며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정치가와,모성보건에 관해 헌신적으로 교육한 간호사나 교사의 덕으로 돌리고 있다.그렇다고 현대의학이 우리의 건강에 기여한 바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이제 우리는 더 이상 피부에 난 종기 때문에 죽지도 않고,당뇨병 환자라도 인슐린을 투여하기만 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신부전 환자라도 정기적으로 투석치료를 받거나 신장이식수술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도있다. 문제는,이와 같은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구매하기만 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막연한 정서가 만연해 있다는 데 있다.매스미디어는 연일 무병장수 시대를 말하고,의료산업은 이렇게 만들어진 상징을 이용해 각종 건강상품을 생산하며,대중은 무비판적으로 그것을 소비한다.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의학상의 주요 발견은 대부분 임상적으로 별 효용이 없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언론은 당장이라도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것처럼 호들갑이고 산업체는 발 빠르게 그것을 상품화하며,기대를 키운 환자는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는 일선의 의사에게 실망한다. 하지만 성형수술의 횟수가 아름다움의 척도가 아니듯이 의료서비스의 소비 정도가 건강의 기준일 수는 없다.건강은 나 혼자의 재산이 아니라 내 가족과 직장,그리고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야할 가치이고 과정이어야 한다.그렇다면 우리의 보건의료정책도,기왕에 생산된 의료서비스를 분배하고 소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건강을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바뀌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강 신 익 인제대 의대 교수 의철학
  • 저출산시대 /키우기 힘들고 능력도 달리고… “아이 안낳을래요”

    아이 키우는 어머니들 가운데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을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아이를 제대로 키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이 시대 젊은 부부들이 이 말에 동의한 것일까,최근 국내 출산율이 세계 최하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여성 1인이 평생 낳은 자녀의 숫자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이 1.17로 현재의 인구수준을 유지하는 대치출산율 2.1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는 인구문제로 고민해온 유럽의 평균 1.45보다 낮다.더욱이 저출산국가의 인구전환은 약 100∼150년간에 걸쳐 완만하게 이뤄졌으나 우리는 30년만의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에 앞으로 가속이 더 붙을 것임을 경고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아이 키우기가 날로 더 힘들어지는 현실이 우리 사회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인구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20∼30대는 왜 아기 낳는 일을 주저하는가.저출산의 원인을 알아봤다. ●아이는 귀여워,하지만… “아빠 사랑해?” 사무실에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전화로 3살 난 아들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한영규(36)씨는 요즘 아이가 주는 행복에 푹 빠졌다.그래서 둘째 계획을 물어봤더니 깜짝 놀라듯 말했다.“하나로 충분합니다.너무 예쁘지만 아이 키우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에요.아파트에서 자라는 탓인지 감기가 잦고,또 열은 얼마나 자주 오르는지….우리 부부에게는 아비와 어미의 역할만 있을 뿐 사랑으로 맺어진 두 남녀의 관계는 이제 완전히 없어진 것 같아요.” 퇴근 후 지친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다는 자상한 남편 한씨의 이야기는 핵가족시대 보편적인 육아의 어려움을 담고있다.그러나 어쩌면 이는 약과일지 모른다.주부가 직장을 갖는 경우,그 어려움은 몇 배가 되기 때문이다. 5살과 4살 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는 염혜숙(32)씨는 서슴지 않고 자신을 만성우울증환자라고 했다.“아무 의욕이 없어요.예상치 않은 야근이라도 걸리면 아이 맡아주시는 아주머니댁에 들러 곤히 자고있는 아이들을 깨워서 데려와야 합니다.겨울에도 땀이 흐를 정도로 힘들어서 그런 밤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요.왜 하필 남편은 꼭 그런 날에는 더 늦는지.몸이 힘들어서 짜증이 나고 부부싸움이 벌어지지요.왜 사는가 싶을 때가 많아요.결혼을 좀 늦게 할 걸 그랬다고 후회할 때도 있어요.친구들은 아직 미혼도 많은데….” ‘아이는 예쁘지만 너무 힘겹다.’는 젊은 부모들의 말은 지난 세대에게는 ‘엄살’로 비난받기 딱 좋다.“겨우 한둘 키우면서….”그러나 대가족에서 아이 키우던 때와 지금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대책없이 낳을 순 없잖아요 젊은 부부들은 단지 ‘육아노동’을 피하기 위해 아이 낳기를 꺼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돌 전부터 시작되는 ‘교육’이라 불리는 ‘경쟁’은 부모들에게 보통 월수입의 30∼40%를 쏟아붓게 한다.또 큰 돈이 들어가는 해외연수와 조기유학 등 돈을 필요로 하는 교육환경으로 인해 부모들은 ‘능력이 돼야 아이를 낳겠다.’는 인식을 자연스레 갖게 됐다. 결혼 4년째 김석호(32)씨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쳤다.“정말 결혼하면 당연히,아무 생각없이 아이를 낳아야 하나요? 집장만도 해야 하고,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친가나 처가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결국 남의 손에 맡겨서 목돈들여 키워야 하는데 대책없이 아이만 낳을 수 없지요.조금 더 있다 안정되면 낳을 겁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김창규박사는 “결혼 후 출산계획을 미루는 사례가 날로 늘고 있다.3∼5년이 지나서 아이를 갖는 부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예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다.‘Double Income,No Kids’의 약어로 딩크(DINK)족이라 불리는 젊은 부부들은 아이없이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과 아내 단 둘이 생활하는 가족형태를 유지하고 있다.이는 통계로도 잡혀,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부부만으로 이뤄진 가족이 85년 7.8%에서 점차 증가해 2000년에는 14.8%나 되고 있다. ‘딩크카페’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억(33)씨는 결혼 5년째.물론 아이가 없고 앞으로도 출산계획은 잡혀있지 않다.“한창 자신의 인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에 아이를 낳아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현재의 생활에 만족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도 “아기를 싫어하거나 이기적으로 즐기기위해 그런 것은 아니다.”며 “선진 외국처럼 육아를 개인적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힘을 덜어준다면 나도 아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아이를 낳지 않기로 약속한 뒤 결혼해 4년째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고연희(32)씨는 “주위 사람들이 아기 키우는 행복감을 이야기할 때면 ‘더 늦기 전에 낳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교육비 부담 등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사건,사고가 너무 많아 아이키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엄두를 못 내겠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김경숙(38·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아이를 하나만 낳은 것을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초등학교 4학년 딸애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100만원에 육박한다.우리는 그리 많이 하는 편도 아니고,해외연수나 조기유학 등 남들처럼 뒷받침도 제대로 못하면서 둘째까지 있었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교육비 시장규모가 무려 7조원을 넘어섰다.대부분의 부모들은 소득의 30∼40%를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현실을 거스를 자신은 없다.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에서 뒤처지는 아이로 키우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말도 나온다. ●결혼,꼭 해야 할까? 미혼여성들은 “언제 결혼하냐?”는 주위의 성화가 괴롭다고들 한다.그러나 실제로 그 성화가 괴로워서 결혼을 서두른다는 미혼여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적령기’란 개념은 이미 미혼여성들 사이에선 없어졌고 결혼연령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초혼연령이 1990년 남자 27.9세,여자 24.9세였던데 비해 2000년에는 29.3세, 26.5세로 남녀 모두 높아졌다. 결혼이란 사회제도에 대해 ‘필수’아닌 ‘선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64세 이하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태도연구’에 따르면 ‘결혼,안해도 된다.’는 부정적인 응답이 43.8%나 됐으며,특히 30,40대 중반여성이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또한 한국여성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여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취업을 희망하고 있으며 대부분(83.0%)이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평생 일하겠다.”고 답했다. 29세의 직장인 최선정씨는 “3∼4년 후 결혼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또 아이문제는 “요즘엔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아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내 주변의 친구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이다.”고 말했다. 출산율 저하의 직접적 요인은 결혼연령 상승과 미혼율 증대,기혼여성의 소자녀관 정착뿐 아니라 산업화와 도시화,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자녀양육부담의 증대 등이라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됐다.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는 아직도 출산정책에 명백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허남주기자 hhj@
  • [열린세상] 475세대가 386세대에게

    우리 국민은 매우 우수하다.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성장을 일궈냈고,분단상황하에서도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밟아가고 있다.그러나 그렇게 우수한 국민이 요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근면과 성실이라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던 기본적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려웠던 시절 우리 부모는 굶어가면서 자녀를 교육시켰고,그 자녀들이 자라 산업화의 역군이 되었으며,그들은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를 무역 강대국으로 성장시켰다.그들 세대의 성공 배후에는 근면과 성실이라는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었다.저임금 하에서도 일자리에 만족하며 열심히 일하고 일했다.그래서 그들은 일 중독자가 되었다. 475세대는 무역의 역군으로서 전 세계가 좁다 하고 날아다니면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가를 직접 체험했던 세대이기도 하다.그들은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독재정권이 내세운 소위 ‘한국식 민주주의’가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용감히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475세대는 양김시대를 살았다.군부독재에 항거하던 양김씨의 민주적 저항에 밑거름이 되었던 세대이다.그 양김을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던가.부마사태,광주민주화항쟁,6·10항쟁 등을 회고하면서 한국의 민주화가 얼마나 어렵게 쟁취되었는가를 실감한 세대이기도 하다.휴가나 휴식,레저,스포츠와 같은 용어는 그들에게는 낯선 것이었다.생산에만 미쳐 있었던 475세대는 인생을 일하는 장소로만 여겼다.인적자원 이외에 가진 것이 별로 없는 한국 사회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386후배들에게 바로 그러한 정신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386세대는 선배세대들이 가꾸어 온 근면과 성실이라는 가치관을 낙후된 것으로 치부하고,역사를 다시 쓰고자 하는 것 같다.과거 역사는 일단 나쁜 것으로 폄하하고 그들의 생각만이 옳은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475세대는 386세대의 ‘튀는 발언과 행동’,‘높은 자신감’,‘부족한 경륜’ 등을 묵묵히 지켜보며,그들이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역사관이 우리 사회를 분열과 퇴락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의 집권과정에서 386세대가 주역이었다면 그들은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386세대의 가치관과 행태가 과연 국민통합을 위해 순기능을 하고 있는가? 386세대의 부정적 역사관이 475 이전 세대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475 이전 세대들은 과연 무능하고 나쁜 사람들이었는가? 386세대는 과거와 단절된 채 도대체 어디로 가려하고 있는가? 386세대는 진정 우리 역사에 대해 긍지를 가질 수 없는가? 선배들을 존중하고 후배들을 아끼는 협력과 배려의 정신은 정녕 이 땅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닐까? 선배들의 장점은 이어가고 단점은 개선해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386세대의 역사관과 가치관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으면 좋겠다.우리의 것을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긍정적인 역사관이 국민에게 긍지를 주고,선배세대와 후배세대들을 무리 없이 연결하여 우리 국민을 통합으로 이끌어 가길 기대한다.이를 위해서는 협력과 화합,그리고 배려의 정신이 386세대 정신이 되어야 한다.또한 선배들이 근면과 성실의 정신으로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면,오늘날 386세대는 사회 전면에 결코 나설 수 없었다는 역사적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길 바란다.그래야만 선배세대들의 심리적 지지와 후원을 받을 수 있다. 국민통합은 국가에너지를 결집하게 되고 그 에너지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386세대가 국민통합의 주체가 되어 국가발전을 위해 순기능을 담당하기를 진정 기대한다. 이 남 영 숙명여대교수 정치외교학
  • [녹색공간] 경제주의 독선 생태주의로 풀어야

    오늘의 세계를 지배하는 이념은 경제주의다.시장과 돈의 논리로 모든 것을 잰다.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고 한다.정부도,교육도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까지 말한다.경제 타산이 맞고 효율성이 더 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경제만 잘 되면 만사가 형통한다고 믿는다.정권의 지지도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경제 형편이 나빠지면 당장 정권을 바꾸고자 한다.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기업인의 처벌 수위도 조절한다.경제 논리의 힘을 견제하고 통제할 장사란 없다.경제의 값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오늘의 의식 세계를 송두리째 삼켜버리고 있는 경제주의다.동서가 따로 없고 남북이 따로 없다.이 시대의 새로운 지배 이데올로기이다. 경제주의의 밑바탕에는 ‘경제 인간’이 있다.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이다.인간의 본성 자체가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 동물이라는 것이다.자기 이익을 좇아 행동하는 것은 타고난 본성이며 이익을 챙기기 위해 서로 다투며 경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경제인간’은 매우 억세다.이익을 둘러싸고 한 줄로 선다.서로 먼저 가지려고 뜀박질한다.광란한 이리떼처럼 서로 발길질도 한다.경쟁에서 이기는 강자가 되어야 한다.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사회에 반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공동체의 선도 짓밟는다.사회 약자는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지 않으며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아래로 밀려난다.자연 생태계는 약탈의 대상이다.겸허와 절제는 따돌림받는 삶의 태도다. 경제주의에 도전하는 광야의 목소리가 있다.생태주의이다.기승을 부리며 오늘의 세계를 다스리고 있는 의식 세계와 삶의 방식이 과연 온당하며 유일한 것인가? 생태주의는 깊은 물음을 던진다. 산업화와 성장주의에 앞장서서 달음박질해온 우리의 삶은 삭막하다.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그 몸통 안에는 지친 영혼이 도사리고 있다.발전의 깃발을 치켜들고 어떤 의심도 없이 ‘잘 살아보자’며 목청 높이 구호를 내지르고 있는 동안 삶의 깊은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다.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우리가 함께 오르던 산을 허물고 함께 발을 담그던 냇물을 막아버렸다.노을지던 바다를 잘라내 없애고 조개 잡던 갯벌을 뭉개버리기도 하였다.이웃한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사는 재미와 아름다움이 경제의 이해 타산 앞에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이웃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어울려 서로 도우며 사는 ‘보살핌의 뜻’을 잃어버리고,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삶의 멋스러움’도 잃어버렸다.물질의 부만 획득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어온 경제주의의 독선에 갇혀 그 너머 삶의 넓은 지평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남을 제치고 나만이라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탐욕에 사로잡혀 모두가 질긴 이기주의자로 변질했다. 삶의 터전이란 각각 떨어져 서로 싸우는 경쟁의 전쟁터가 아니다.그 터는 모든 것이 뗄 수 없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공동체이다.생태주의는 ‘생태 인간’을 전제한다.강자와 약자가 한데 어울리고 누구도 탈락시키지 않고 서로 돌보는 기쁨을 함께 나눈다.사회 약자를 공동체가 함께 돌보고 보살피는 삶의 참 맛,인간 본성의 깊은 차원을 귀히 여긴다. 생태주의는내동댕이친 공동체의 미덕을 되살리고자 한다. 박 영 신 연세대 명예교수 녹색연합 상임대표
  • 강원용목사등 원로 10인 새 정치주체 촉구 선언

    강원용 평화포럼 이사장,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김병상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고문,이돈명 변호사 등 각계 원로 10명은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새 정치주체 결집’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이들은 “한반도 평화와 국민통합,정치개혁을 위한 새로운 주체세력이 결집돼야 한다.”면서 “민주화운동의 주역들과 산업화시대의 양심적 주역들의 뜻을 합쳐 국민들에게 희망의 시대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로들은 최근의 노조 파업과 경제 위기 등을 거론하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무원칙하고 미숙한 대응으로 혼란을 부채질하고,소수정권이라는 처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준비 안된 모습만 드러낸 노무현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잘 하는 것은 밀어주고 견제할 것은 잘 견제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면 한나라당 탈당자건 민주당 신주류건 상관없다.”고도 했다. 이는 민주당 신주류를 비롯한 노 대통령의 지원세력이 아니라 이부영·이우재·김부겸·김영춘·안영근 의원 등 한나라당탈당파와 이철·박계동 전 의원,민주당 탈당파 등이 ‘개혁 신당’의 주축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전광삼기자 hisam@
  • [열린세상] 아르헨에서 배울 것

    갑자기 집단 이기주의 행동이 증가하고 있다.광화문에선 잊을 만하면 군중 집회가 열린다.언어도 격해진다.넉넉한 광화문이 아니라 촛불·기도·저주와 같은 정념의 공간이 되어간다.은행원들은 일시적이지만 일부 전산망을 마비시키고 철도 노조,택시·버스 노조 그리고 금속 노조도 조만간 파업할 것이라고 한다.재계는 돈을 빼서 다른 곳으로 투자처를 옮기겠다고 위협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높아만 간다.지식인 집단도 분열되긴 마찬가지이다.입장이 다르면 말을 건네지 않는다.상대를 설득시키는 토론이 사라진 지 오래이다.끼리끼리 모여 험담하고 소주잔만 들이켠다.당연히 언론사의 분석도 각이 서 있다.모두가 모두에 대해 불만인,그야말로 홉스적인 상황이다. 게임 이론을 빌리자면 ‘겁쟁이 게임’에 가깝다.행위자 모두가 공세 전략을 쓰기 때문에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기차가 앞에서 달려오는데 아무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패배자,즉 겁쟁이가 되기 싫은 까닭이다.결과는 공멸이다.국제 경제는 불황 국면으로 빠져 들고,국내 경기는 가라앉고있지만 사람들은 모두 자기 앞만 바라본다. 이제 한국에도 ‘남미의 시간’이 도래했는가? 아르헨티나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이 나라는 20세기 초만 해도 선진국의 문턱에 섰다.국민 소득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웃돌았다.하지만 1930년 공황과 더불어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문제는 그 다음이었다.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에 맞춰 국내 경제를 수술했어야 했다.하지만 농·축산물을 수출하는 지주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다.수입 대체 산업화에 사사건건 반발했고,‘농업 입국’만이 살 길이라 외쳤다.그들은 불합리한 토지 구조에도,대중의 빈곤에 눈곱만큼 관심이 없었다.곧 이어 1940년대 대중들의 복수가 시작되었다.노동자들은 페론이란 인물을 통해 한풀이 정치를 펼쳤다. 아르헨티나 사회는 두 개로 쪼개졌다.‘두 개의 아르헨티나’는 계층적 양극화만을 지칭하지 않는다.하나의 국민을 구성하는 심리적,감정적 유대가 깨어져 두 개의 의미 구조로 분열된 것을 의미한다.한쪽에선 페론을 ‘나라를 망칠 놈’,에비타를 ‘푸타’(창녀) 에비타라고 소곤거렸다.하지만 대중들은 페론 대령을 국가의 영웅,에비타를 ‘산타’(성녀) 에비타로 추앙했다.지식인들도 양분됐다.한쪽은 농·축산물 수출 의존 체제에 모든 역사적 책임을 돌렸고,다른 한쪽은 노동자 및 페로니즘에 책임을 전가했다. 그때 형성된 ‘원한의 체계’는 아직도 작동한다.이런 균열 구조가 정착이 되면 누구도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기업인들은 결코 모험적으로 투자를 하고 기술을 개발하려고 하지 않았다.그들은 관료들을 적당히 구워 삶아 렌트나 챙기는 ‘지대 추구 행위’만을 반복했다.노조도 기업인들의 부도덕성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일단 두들겨 깨고 나서야 협상하는 겁쟁이 게임을 반복했다.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에 정부가 비우호적으로 나오면 군부에 손짓을 하기도 했다.정치적 부패는 극에 달했다. 군정이든 민정이든 정부는 이기적 집단들에 의해 정복당한 식민지에 불과했다.경제 정책은 지난 60년 동안 표류를 거듭했다.‘스톱·고 사이클’은 반복됐고 자원 배분은 왜곡됐으며,국부는 줄어만갔다.내리막길은 끝이 없었다.모든 것을 개방하고,민영화하고,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한 지난 20년 간의 실험도 상처를 악화시키기만 했다. 아르헨티나병은 경제적 포퓰리즘이 아니다.60년 동안 지속돼온 겁쟁이 게임의 누적이다.한국에도 남미화가 시작되고 있다면,겁쟁이 게임을 시작한 지금이 원년이 될 것이다.정부는 국리 민복이란 하나뿐인 코드를 ‘코드 맞추기’란 이름으로 쪼개서는 안 된다.단호한 태도로 이익 집단의 정치를 해체해야 한다.여론 주도층도 각을 세우기보다는 중도적 입장에서 국론을 모으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세계의 시간은 우리 사정을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성 형 세종현구소 초빙연구원
  • 오피니언 중계석/한국정치의 진보와 보수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그러나 보수와 진보가 무엇이며,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소장 김세균)는 지난 20일 호암교수회관에서 학계와 정치권의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한국정치의 보수와 진보’를 주제로 제1회 한국정치포럼을 열어 보·혁 공존 방안을 논의했다.그 중 한국외국어대 김용민교수의 ‘한국 정치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무엇인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인가?’라는 주제발표를 요약한다. 보수 일변도의 사회에서 수동적·소극적·순응적 정치적 삶을 살아온 한국사람에게 참여정부라는 기치를 내세운 진보적 정권의 등장은 변화에 대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심어놓고 있다.현재의 보수와 진보의 세싸움에서 국민적 정서가 진보성향으로 옮겨가고 새롭게 발전된 시스템이 작동된다면,그 갈등은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한 기폭제였다고 후대 학자들이 기록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 지형은 보수적이다.이는 멀리는 유교적 전통,지정학적 위치 등에서찾아볼 수 있겠지만 가까이는 광복 이후 미군정의 연장선상에서 형성된 이승만의 보수 지배체제와 한국전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는 이분법에 의해 흔히 규정되어 왔다.반통일·사대주의·친미·반북을 추구하면 보수이고,통일·민족자주·반미·친북을 추구하면 진보였다.정치철학적으로 보수주의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한국의 보수세력이 신봉하는 보수주의는 냉전반공주의 외에는 다른 철학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성격 규정이 어렵지 않다.진보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쟁이 있지만 진보 정당의 활성화를 통해 노동자와 민중에게 역사적 헤게모니를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관점이 진보세력의 방향을 잘 나타내고 있다.바람직한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다리에 의지하고 우뚝 서야 한다.보수라는 외다리에 의지하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태롭게 보이기조차 한다. 노무현 정권이 등장한 배경에는 강력한 변화를 바라는 서민,청년,노동자,대학생 등의 정치적 지지층이 있다.하지만 이들은 보수화 경향에 반발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지,진보에 대한 뚜렷한 개념이나 이성적 판단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의 감성과 이미지 정치의 덕을 많이 보았지만 이성의 정치의 장에서 국민들의 변화의 열망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만일 진보세력이 호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다면,한국정치에서 더 이상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될 위험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보수·진보 논쟁에서 간과하기 쉬운 집단이 이데올기 스펙트럼상에 중간에 위치한 자유주의 세력이다.보수세력은 냉전반공주의에 따라 자유주의 세력을 진보세력으로 여기고,진보세력은 마르크스의 논리에 따라 자유주의 세력을 보수주의로 몰아붙인다.그러나 자유주의자는 나름대로 차별성을 유지해왔다.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평등,인권을 불가침의 권리로 보고 그것을 존중하는 이념이다.시장지상주의를 내세우는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의 본질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민주화 이전의 한국사회가 추구했던 것은 자유주의와 결합된 민주주의였다. 보수주의가 한국정치에 부정적인 영향을미친 것만은 아니다.시민사회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고,노동자 계급을 탄압하고,분배를 왜곡시키기는 했으나 근대화,산업화,민주화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반공주의에 기초한 보수주의는 비판적 성찰을 거쳐 합리적 보수주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진보정치는 합리적 보수세력,자유주의 세력,진보세력이 이성의 정치의 장에 참여하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때 발전이 가능하다.보수주의와 자유주의가 친화력이 있고,자유주의와 진보주의가 친화력이 있다면,자유주의를 중심으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는 양립할 수 있다.노무현 정부 아래서,진보세력이 급진적인 정책을 추구하면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세력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진보세력은 우선 자유주의 세력을 껴안을 수 있는 노선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보수세력도 극우 편향의 감정적 태도를 버리고 자유주의와의 연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문화연대등 ‘청계천 탐험대’ 동행기 / ‘개발시대’ 고단한 서민들 삶의 둥지 ‘복원’이란 또다른 개발로 역사속으로 청계천의 추억

    청계천 일대에는 복원의 청사진과 생존의 절박함이 뒤엉켜 있었다. 문화연대와 도시건축네트워크,미술가그룹인 플라잉시티 등 민간인 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된 ‘청계천 탐험대’가 18일 오후 청계천 일대 실사작업에 나섰다.1주일 동안 현장을 둘러본 뒤 영세사업자와 노점상 등 서민들의 생계대책과 광교,수표교 등 주변 문화유산의 원형 복원 방안 등을 마련,서울시에 전달할 계획이다. ●수십년 세월의 뒤안길 일정 첫날인 이날 오후 청계천 골목을 누비며 생생한 현장을 기록,점검한 탐험대를 기자가 동행 취재했다.햇볕도 비켜가는 5평 남짓한 주물공장의 낡은 벽에는 수십년된 세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흑백사진처럼 빛바랜 상가에서는 허탈감이 새어 나왔다.가업을 물려받아 30년째 주물공장을 운영하는 박순철(61)씨는 “청계천 골목은 원재료인 금속을 납품하는 곳,그 재료로 상품을 만드는 곳,완제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곳이 혼연일체가 되어 살아온 일터”라면서 “공사가 시작되면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 청계천 일대 1000여개의 노점상과 3만여곳의 저소득 영세사업장에도 불안감이 감돌기는 마찬가지다.종전 ‘아세아극장’ 건물 건너편 골목 안으로 50여m쯤 들어가 보니 ‘태창금속’이라는 작은 가게가 나왔다.20년째 이곳에서 일해온 고선기(42) 부장은 “동판과 코일 등 각종 금속재료를 가공해 파는 일을 한다.”면서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한 기술을 익히면서 자랑스럽게 살아온 곳이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사라지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서글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수만개 점포 100만명 ‘입’먹여살려 하루 10시간씩 일하면서 100만원 남짓한 돈을 받는 ‘청계천 서민’들은 땀방울과 기름냄새로 꿈을 엮으면서 소중한 터전을 지켜 왔다. 청계대로변에서 만난 ‘대원공구’ 원명학(53) 사장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원 사장은 “가게가 길가에 있어 공사가 시작되면 정말 큰 일”이라면서 “공사로 도로가 막히면 차가 못 들어와 거래선도 끊어지게 된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그는 “수만개 점포에 딸린 식구와 일꾼만 해도 줄잡아 50만명이고,이곳에서 물건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100만명의 삶이 청계천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면서 “이들의 삶이 위협받지 않도록 충분한 생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안일한 대책에 한숨 상인들은 서울시가 송파구 장지동에 수십만평 규모의 이전 상가를 세운다고 하지만 벌써부터 ‘저질공구상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현지에 내걸렸다며 안일한 행정을 꼬집었다. ‘탐험대’에 사진동호회원으로 참여한 이호철(27)씨는 “아버지가 근처에서 인쇄소를 했기 때문에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이곳에 오면 북적북적 사람 사는 모습에 힘이 났는데 문화와 삶의 공간을 없앤다고 하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개발독재시대인 지난 1960년대 돈벌이와 일터를 찾아 상경한 젊은이들이 꾸역꾸역 몰려든 청계천은 한국 산업화의 명암이 교차되는 곳.이들의 애환은 초고속 성장의 그늘에 묻힌 채 청계천 한 구석에 서려 있다.판자촌에서 옷을 기워 가며 가내공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서민의 소중한 터전이 ‘복원’이라는 또다른 개발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번 작업을 기획한 문화연대 류제홍(37)씨는 “서울시는 ‘생태복원 신화’에만 집착하고 있어 이곳에 녹아든 서민의 삶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고가를 철거하고 복개도로를 뜯어내 물이 흐르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발상에 앞서 서민 문화부터 올곧게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혜영 박지연기자 koohy@
  • 책꽂이

    ●소설의 숲에서 문학을 생각한다(박상준 지음,소명출판 펴냄) 문학평론가이자 연구자인 저자의 다양한 글모음집.논문·현장비평을 비롯해 문학에 대한 생각을 모은 에세이,영화·발레에 대한 감상문 등을 실었다.1만 1000원. ●저,쉼표들(이종암 지음,문학과경계사 펴냄) 경북 포항에서 교사로 활동하는 시인의 두번째 작품집.평론가 유성호는 “여행 형식을 빌려 가족사와 보편적 삶의 이치를 결합시켰다.”고 평한다.6000원. ●서른 살의 박봉씨(성선경 지음,문학과경계사 펴냄) 경남 마산 무학여고에 재직중인 저자의 세번째 시집.연작 형식의 표제시 등을 통해 산업화 이후 몰락해 가는 농촌의 풍경과,도시로 이주한 이들의 초라한 일상을 노래한다.6000원. ●지중해의 영감(장 그르니에 지음,함유선 옮김,한길헤르메스 펴냄) 프랑스의 대표적 소설가·철학자인 저자의 에세이.그는 “인간을 새롭게 부활시킬 수 있는 지중해 사람들의 지혜를 통해 인본주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1만 2000원. ●유령사냥꾼(안광 지음,문학수첩 펴냄) 어느 젊은이가 자살한뒤 유령이 되어 현실을 지배한다는 가상 내용.영혼을 팔아 소원을 이루려는 현대판 파우스트의 모습을 통해 종말적 현실을 폭로.8000원. ●서울특별시(김종은 지음,민음사 펴냄) 고속도로 휴게소 털기를 공모하는 네명의 70년대생을 통해 현대 젊은이들과,서울로 대변되는 대도시의 풍속도를 그렸다.‘오늘의 작가상’수상작.8000원. ●둥근,어머니의 두레밥상 외(정일근 외 지음,문학사상사 펴냄) 제18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수상작인 표제시를 비롯해 수상자가 고른 12편의 시,정끝별 시인 등 소월시문학상 후보에 오른 시인들의 추천 우수작도 실었다.7000원. ●어린 날의 초상(김주영 지음,개미 펴냄) 90년 푸른숲 출판사에서 출간했다가 절판된 것을 재출간.성에 눈을 뜨는 시기와,고향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담았다.저자의 자전적 성장소설.8500원.
  • 오피니언 중계석/ 대구 무엇이 문제이고 해법인가

    홍덕률 대구대 교수는 대구가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가장 심각하게 집적되어 있는 비극의 도시라고 주장한다.그가 생각하는 대구는 ‘껍데기 선진국의 위험도시’에 불과하다.그래서 “대구는 각성하라.”고 외친다.그러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대구에는 희망이 있고,대구 시민이 떠안아야 하는 역사적 소명이 있다.”고 말한다.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표출되는 곳에서 해법이 찾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홍 교수의 ‘대구,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해법인가’에는 대구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 없을 통렬한 비판이 담겨있다.계간 ‘문학과 경계’ 여름호에 실려있는 그의 글을 요약한다. 192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는 250만 대구 시민에게 던진 절규였다.절규를 또다시 외면한다면 대구는 한 줌의 희망조차도 가질 수 없는 도시로 전락할 것이다.무엇을 어떻게 각성하고 어떻게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첫째는 대구의 동맥경화증이다.가장 심한 부위는 정치권이다.대구 정치권에서는 혈액순환도 신진대사도 안 된다.중앙정치에서는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대구정치에서는 없었다.늘 일당독재였다.정치적 지향과 이념이 다른 정당들간의 경쟁과 교체가 없었다.정당 내 혁신도 있을 리 없다. 둘째는 동종교배의 후진적 관계구조다.지역 국회의원만 한나라당 소속인 것이 아니라,지방자치단체장도 그들을 견제할 지방의원도 온통 한나라당이다.정치·행정분야만이 아니다.지역의 유력 언론이나 대학,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견제와 비판이 없다.건강한 문제 제기는 늘 허공에서 맴돈다. 셋째는 ‘수구병’이다.대구의 지배집단은 이념적으로 매우 수구적이다.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공유해 온 산업화 이데올로기와 냉전의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다.기존 질서에 대한 맹목적 집착,변화에 대한 저항,현실 안주 등이 대구의 지배집단이 앓고 있는 증상들이다. 대구의 정치,행정,경제,언론,대학에 포진하고 있는 지배집단은 이념적으로만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학연의 고리와 연고주의도 심각하다.예컨대 학교 선후배,고향 선후배,그리고 같은 가문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하고 서로봐준다. 연고주의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대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다른 많은 병들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먼저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토론은 없고 집단 내의 끈끈한 정과 소인배식 의리만 판친다.존경받는 어른을 찾기 힘든 것도 연고주의와 무관치 않다. 연고주의는 지역사회 전체의 활력을 죽게 만든다.잘 나가는 연고집단은 활력이 넘치지만,잘 나가지 않는 연고집단은 불만과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공적 조직은 분열되고 힘을 잃는다. 토론과 어른과 활력이 없는 3무(無)의 도시,공(公)은 없고 사(私)만 판치는 도시,술집의 작은 방은 꽉꽉차지만 토론회나 공청회는 늘 썰렁한 도시,지시나 훈계는 넘쳐나지만 정작 토론은 없는 창백한 도시,한 다리만 건너면 두루두루 닿는 연(緣)이 부담스러워 공식적 비판마저 말라버린 도시,이것이 연고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대구의 부끄러운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대구의 문제는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대구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이 가장 중층적으로 집적된 도시일 뿐이다.‘대구병’의 진단과 처방을 국가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첫번째 처방은 대구 정치권의 전면적 혁신이다.일당 독재구조,수구이념 일색인 정치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청산되어야 한다.둘째는 지방정부,셋째는 지역 언론,넷째는 지역 대학의 혁신이다.다섯째는 시민의식의 혁신이다.언론과 대학의 혁신은 궁극적으로 지역시민의식의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민의식의 혁신은 다시 지역 정치권과 지방행정의 혁신을 강제해 내는 힘으로 작용해야 한다.파괴적인 지역감정의 늪에서 벗어나 열린 애향심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대구가 국가권력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중앙주의도 이제는 벗어던져야 한다. 정리 서동철기자 dcsuh@
  • 기고 / 신행정수도 ‘千年도읍지’ 돼야

    신행정수도건설기획단의 발족으로 행정수도 건설업무가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금년내 법률·제도 검토,후보지 선정기준과 절차 마련,기본구상 등을 마치게 된다.이어 이전예정지 지정 및 기본계획을 완료하고 5년내에 행정수도 건설사업을 착수한다는 추진일정 계획이 제시되었다.신행정수도 건설의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사회적 기대와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 집중해소와 지역균형 발전 촉진이 계기가 됐으나 행정기능 이전의 상징적 의미와 역할을 감안할 때 공간정책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정치와 행정분야의 중추기능의 지방이전은 단순히 정부기관과 시설의 입지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정치·행정권력의 공간적·사회적 관계구조를 변화시키고,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신행정수도 건설이 최근에는 정부기관 이전과 도시개발 차원에서만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정부기능을 이전하면 수도권의 집중해소와 지역균형발전 효과는 얼마나있을지,정부기능을 행정도시 한 곳에 모을 것인지 아니면 여러 지역으로 분산배치할 것인지,그리고 도시개발의 형태는 신도시가 좋은지 등등 지극히 기능적인 방법론에 대해 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행정수도 건설의 국가적 목표와 이념을 정립하고,향후 추진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일이다.신행정수도의 건설은 어떠한 국가적 목적과 이념을 지니고 있는가. 첫째,신행정수도 건설은 산업화과정에서 고착된 일극중심의 왜곡된 국토공간구조를 개방과 자율시대에 맞는 다중심의 국토구조로 바꾸는 것이다.그동안 수도는 정치와 행정권력은 물론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중추기능 집결지였다.그러나 새로운 행정수도는 국가적 중추기능을 독점하기보다는 다른 지역과 기능을 분담하고,모든 지역이 개성적 경쟁력을 가지는 도시가 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신행정수도는 중앙정치 및 행정권력 지배체제를 벗어나 사회적 자율과 창의를 중시하는 분권적 평등사회의 실현을 지향한다.정치·행정권력이 우월적 지위를 지닌 중심부를 포기하고 주변부로 이전하는 것은 중앙과 지방간 지시와 통제의 수직적 관계를 청산하고 수평적 협력과 조화에 치중할 것임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신행정수도의 건설은 낡은 정치 및 행정시스템을 청산하고,미래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 정치·행정시스템을 도입할 때만이 인정된다.그렇지 못할 경우 새로운 도시의 공간적 형상과 건축적 조형은 또 하나의 값비싼 장식물로 전락하게 된다.도시건설을 위해 입지를 선정하고 개발사업을 착수하는 일도 중요하다.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도시가 수용할 정치·행정시스템의 미래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일이다.신행정수도의 건설이 도시개발에만 머무른다면 모처럼의 정치적 결단과 국가적 노력이 기념비적 토목사업만을 후손에게 남겨주는 결과로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이 국가정책적 목표와 철학적 이념에 대한 국가적인 합의기반을 구축함으로써,수도권 집중해소 및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현안과제의 일시적 해결수단이 아니라 장래국가발전을 위해 초석을 쌓는 역사적 과업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용웅 국토연구원 부원장
  • 지구촌 지하수면 한해 3m씩 저하 / UNEP, 전세계 ‘水亂’경고

    전세계 20억인구가 사용하는 지하수가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어 지구촌 물부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유엔환경계획(UNEP)이 5일(현지시간) 경고했다. UNEP가 이날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한 지하수 개발로 전세계 지하수면이 한 해 약 3m씩 낮아지고 있다.인구 증가,산업화와 집약농업 발달이 물사용 증가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특히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의 개발도상국가에서 지하수가 “놀랄 만한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들 정부에 지하수 개발·사용 자제를 비롯, 수자원 보존을 위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물부족 위기는 유엔이 2015년까지 빈곤층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보고서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생활터전을 잃는 농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UNEP의 클라우스 퇴퍼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전세계 약 20억명과 농업의 40%가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번 보고서가 소중한 지하수 낭비로 초래될 결과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
  • [LOOK 아시아]4부 21세기 변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0년 ‘우리가 10년 뒤에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이 회장 말처럼 우리의 성장동력이었던 조선 철강 섬유 등 전통산업이 첨단산업에 밀려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고부가가치산업 창출이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과연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치열한 국제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이런 점에서 최근 정·재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제조업·서비스업의 산업구조 개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산업의 세계적 위상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세계적 위상은 그리 낮지 않다.2001년 기준으로 조선 세계 2위,반도체 3위,섬유·석유화학 4위,자동차 5위,철강 6위 등이다.그러나 고가첨단제품은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고,저가범용 제품은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학습과 모방에 의한 따라잡기전략(catch-up)을 선도전략(front-runner)으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제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 최근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등이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산업을 정했다.스마트홈(홈네트워크 등),디지털가전(차세대 디지털TV 등),Post-PC(텔레메틱스 등),비메모리반도체(인텔리전트SOC),전자부품소재(유기EL등),바이오(바이오신 소재),BIT융합기술(바이오칩 등),항공우주(다목적헬기 등) 등이다.이들 성장 동력산업으로 2012년까지 생산 3665억달러,수출 188억달러,75만 7000명의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손욱 원장은 “2010년 산업 4강,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 한국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국가혁신시스템을 일류화해야 한다.”면서 “특히 융합·복합의 시대에는 모든 산업이 성장산업이기 때문에 성장동력을 어떻게 육성하는가 하는 국가혁신시스템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를 위해 ‘산·학·연 R&D 클러스터’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선진국의 모델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호 무역연구소 무역전략팀장은 “우리나라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54%에서 2010년에는 3.26%로 높아지는 등 세계속의한국 위상은 수출 여부에 달려 있다.”며 “수출을 주도할 세계일류 상품의 개발과 함께 새로운 수출동력을 창출할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산업 육성이 관건 서비스산업은 2001년 GDP의 54%,고용의 62%를 차지할 만큼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1990년대 이후 고용창출은 서비스산업이 거의 주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정부는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그러나 체계적인 분석이 뒤따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2001년 서비스산업 분야별 TF팀을 구성해 세제·금융·물류·유통·사업서비스·기술계학원·SI·관광·문화·엔터테인먼트·스포츠·디자인 등 11개 분야의 경쟁력강화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지난해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에 대비해 중점분야를 선정했고,디자인·직업훈련·산재보험·종자·종묘·해운·환경·SI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법률·교육·의료·문화 등 사회문화 분야는 주무부처별로 협의를 거쳐 추진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싱가포르나 일본처럼 국가경쟁력확보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재점검을 해봐야 한다.”면서 “특히 외국인투자자를 위해 각종 규제 철폐및 완화조치를 취하고,서비스업을 제조업과 차별화하는 정책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병철 기자 bcjoo@ ■싱가포르·일본 국가전략 우리나라의 경쟁상대인 싱가포르와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21세기 국가생존전략 등을 짜는 등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 지난 2월 2018년까지의 향후 15년간 국가전략을 담은 보고서(싱가포르 국가비전 2018)를 발표했다.‘지역허브국가’‘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제조업 육성정책으로 전기,화학,생의학,교통 등을 4대 중점 육성 분야로 정했다.전기는 광산업,나노테크의 R&D(연구 개발) 및 역량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교통은 바다와 항공의 연계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항만하역서비스를 특화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서비스분야는 기존의 강점을 집중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무역은 국제무역허브로,물류는 선도적인 국제통합 물류허브로,IT는 디지털허브로,금융은 금융센터 육성 등으로 구체화시켰다.특히 서비스인력의 전문교육을 강화하고,취업 이후 재교육 과정을 적극 도입키로 했다.관광산업의 경우 국제호텔경영학교를 설립해 석사학위과정을 신설했다. ●일본 정부가 아닌 경제단체인 경단련이 국가전략비전을 제시했다.80년대 일본의 힘을 상징하던 ‘Made In Japan’에서 탈피해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세계의 힘을 활용하여 일본이 창출하는 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한 ‘Made By Japan’이 핵심이다. 동아시아 유대강화로 글로벌경쟁에 도전한다는 차원에서 ‘5가지 자유’와 ‘2가지 협력’을 전략으로 삼았다. ‘5가지 자유’는 동아시아 자유경제권내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상품·서비스·사람·자금·정보 등 5개 생산요소의 이동을 자유화하는 것이다. 주병철기자@ ■상품·서비스무역 균형성장 ‘복합무역’새 가능성 제시 현오석 무협 무역연구소장 지금 세계 경제환경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은어느 국가도 예외없이 경제전쟁이라는 전장(戰場)으로 내몰고 있다.이와 함께 중국경제의 급격한 부상은 세계경제에 또 하나의 새로운 충격을 가하며 우리나라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 산업의 살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우리의 수출시장은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지난해 미국과 일본시장에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0.8%,18.3%에 이르렀던데 비해 우리는 각각 3.1%,4.6% 수준에 머물렀다.또한 중국은 이제 첨단산업 분야에 있어서도 무서운 기세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중국을 비롯한 개도국들과의 기술격차가 점차 소멸된다는 것은 치열한 경쟁의 무대에서 곧 도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우리 수출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수출단가의 지속적인 하락을 들 수 있다.이 결과 지난 2월의 교역조건은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다.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상품을 고부가가치화하려는 노력을 상대적으로 게을리한 결과 단순 저가제품의 물량 중심 수출구조를낳은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수출구조에서 벗어나는 한 차원 높은 무역전략을 모색해야만 한다.이러한 의미에서 복합무역이야말로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다. 복합무역이란 상품무역과 서비스무역이 균형을 이루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과거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단순 가공하여 재수출하는 식의 전략과는 차원을 달리한다.이미 세계 경제의 흐름은 지식집약·소프트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선진국일수록 서비스 산업이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전세계적으로 서비스 무역의 비중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과거에 비해 서비스 수출 규모가 크게 증가하기는 했으나 만년 적자국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지난해 우리나라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는 74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결국 우리가 상품무역으로 힘들게 벌어들인 외화가 서비스 무역으로 인해 안타깝게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휴대전화는 한 대당 가격의 5∼10%가 로열티로 해외에 나가고 디지털TV의 경우에는 대당 20∼25달러가 해외에 지불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물류,관광,금융,교육 등의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 복합무역을 실현함으로써 우리 무역의 폭을 넓혀나가야만 한다.이미 동북아 경제중심의 실현은 신정부의 핵심과제로 채택되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무엇보다 우리는 물류와 관광의 동북아 중심지가 되기 위한 천혜의 지정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부산항·광양항과 인천공항을 활용해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물동량을 흡수하면서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발돋움해 나가야 한다.항만에서 컨테이너를 환적하는 것만으로도 컨테이너 1개당 200달러의 소득이 생긴다.또한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매력적인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중국과 일본 등 인근의 잠재 관광수요를 우리의 관광수입으로 현실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이와 더불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서의 역할도 추구해 나가야 한다.즉,동북아 경제중심 전략에 있어 복합무역은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단순히 서비스 수출의 증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품 고도화를 더욱 촉진해 상품무역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물류산업의 발전은 수출산업의 물류비 절감을 가져올 것이고 관광산업의 발전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제고된다면 이는 곧 수출증대로 이어질 것이다.물론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꾀하면서 동시에 정보기술(IT),나노기술(NT),생명공학(BT) 등의 차세대 유망산업 분야에서의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육성에도 적극 투자해 제조업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나가야 한다.이렇듯 전통산업과 IT산업의 접목을 통해 제조업을 고도화해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동시에 서비스 산업의 개발을 통해 복합무역을 실현해 갈 때 우리산업의 새로운 활로는 열릴 것이다.
  • [대한포럼] 1000억 달러의 행방

    ‘무역흑자가 나면 부동산 값이 폭등한다.’ 대다수 경제학자나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아마도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나라경제의 대외적 수입과 지출인 국제수지와 국내의 부동산 가격 사이에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혹시라도 이에 관한 연구논문이 있지 않을까 싶어 관련 기관들의 자료DB를 검색해 보았으나 단 한편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이 말이 맞는 것 같다.두번의 경험이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하고 있다.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970년대 이후 30여년 동안 우리 경제가 무역흑자 기조를 유지했던 때는 딱 두번 있었다.두번 다 엄청난 부동산 값 폭등을 가져왔다.우연의 일치라고 넘기기에는 두번의 사례가 너무도 닮은꼴이다. 첫번째는 1986∼1989년 사이다.우리 국민들은 당시의 ‘3저 호황’을 잘 기억할 것이다.저유가,저금리,저달러에다 올림픽 특수까지 겹쳐 우리 경제는 보기 드문 호황을 누렸다.그 4년 동안에 35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문제는 그 다음이다.1990∼1991년 사이에 전국은 극심한 투기열풍에 휩싸였다.자고 나면 집값,땅값이 뛰고 전셋값까지 덩달아 치솟아 거리에 나앉게 된 서민들이 속출했다.정부는 당시 위헌논란을 감수해가며 토지 공개념을 도입하고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토지를 강제 매각토록 하는 등의 초법적 조치까지 동원해야 했다. 이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똑같은 경험을 되풀이하고 있다.우리 경제는 지난 1998∼2002년까지 5년 연속 총 10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그런데 공교롭게도 흑자기간이 끝나자마자 수도권과 충청지역 일대에서 그 망국병이 다시 도지고 있다.지난주 서울 강남에는 분양가가 28억원이나 되는 아파트가 등장했고,평당 3000만원이 넘는 아파트도 곧 분양될 것이라고 한다.서민들은 1년간 번 돈을 한푼도 안 쓰고 저축해도 이 아파트 한 평을 못 산다는 얘기가 된다.정부가 무려 3000명에 달하는 국세청 직원들로 투기억제 기동타격대까지 편성해 부동산 시장에 투입하는 등 열심히 뒷북을 치고 있지만 투기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망국병의 근원인 부동산 투기 열풍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필자는 앞에서 언급한 두번의 사례를 근거로 무역흑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대외무역에서 수년동안 누적된 흑자가 기업으로 흘러들지 못하고 고스란히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 투기 열풍의 에너지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마치 적도 부근에서 생긴 열대성 저기압이 점차 북상하면서 뜨거운 습기를 빨아들여 무시무시한 태풍으로 발전하는 것을 연상케 한다. 지난주에 발표된 한 통계자료는 이런 상황을 더 잘 보여주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잔액은 지난 99년말 130조원이었다.이것이 지난 4월말 현재 260조원으로 무려 130조원이나 늘어났다.어디에서 그 많은 자금이 한꺼번에 부동산 시장에 흘러갔을까.지난 5년간의 무역흑자 1000억달러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120조원.우리나라가 외국과 장사를 해서 어렵게 벌어들인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돼 집값과 땅값 폭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유난히 강하다.‘한푼 두푼 벌어 땅에 묻어두라.’는 재테크 격언에는 한국인의 이런 성향이 잘 나타나 있다.우리는 무역에서 번 돈을 기업에 끌어들여 설비확장과 기술개발 등 지속 성장을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대신 고스란히 아파트와 땅에 묻었다.정부는 1986∼1989년의 뼈아픈 실책을 경험하고도 소중한 무역자본이 투기자금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경제정책 담당자들은 두번의 흑자관리 실패 경험을 통절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염 주 영 논설위원 yeomjs@
  • “대덕밸리 R&D 중심지 조성 송도밸리는 물류·금융 허브로”백종태 대덕밸리벤처연합회 회장

    “송도IT밸리 조성사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백종태(白種泰·47) 회장은 “대덕밸리는 R&D(연구개발) 중심으로,송도밸리는 물류와 금융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대덕밸리 800여개 벤처기업을 이끄는 그는 “대덕이나 송도를 이처럼 구분하지 않고 만들면 두 곳 모두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대덕밸리만 있는 것보다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직인수위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 인천 송도를 IT(정보기술)기업과 대학 등이 있는 R&D의 허브(중심)로 만든다고 밝힌 뒤 현재 정부와 인천시가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같은 사업이 발표되자 30년간 자타가 공인해온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 대덕밸리가 “벤처 기업이 모두 송도로 몰려가 대덕은 빈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니냐.”며 크게 술렁이고 있다. ●30년 공들인 대덕밸리 무너질라 백 회장은 “송도IT밸리 조성시 그 결실이 나오기까지는 2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2020년 동북아시아의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로 이 가운데 한국이얼마 만큼 차지하느냐는 국제경쟁력이 좌우한다고 그는 덧붙였다.백 회장은 “과학기술이 경제의 중심축”이라면서 “지금은 한국이 중국의 과학기술을 4∼5년 앞선다지만 2020년까지도 그럴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결국 송도IT밸리 조성계획은 20년 이후의 결실을 위해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인천공항과 서울 등에서 가까운 점도 송도를 물류와 금융으로 한정시켜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그는 “대덕밸리는 대학,벤처기업,연구소 등 IT밸리로서 기반시설이 다갖춰져 있지만 물류와 금융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부연했다.지난 73년 대덕연구단지로 출발한 대덕밸리는 현재 KAIST(한국과학기술원),정보통신대학원대,충남대 등 대학과 18개 정부출연연구소 등 80여개 연구소,벤처기업 등이 있다.840만평의 광활한 땅에 1만 6000여명의 연구인력이 종사하며 국내 최대의 산·학·연 과학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그는 “대덕밸리는 한국과학기술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면서 “7∼8년 전부터 입주한 벤처기업들이 연구성과를산업화,2∼3년 후면 성숙기로 접어든다.”고 설명했다. 지방분권화 차원에서도 기능을 분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백 회장은 “기업·학교·연구기관 등이 수도권인 송도로 몰리면 행정수도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그는 “대덕밸리와 똑같은 기능을 가진 송도IT밸리가 조성되면 지난 30년간 30조원을 쏟아 공들인 대덕은 곧 공동화될 것”이라며 걱정했다. ●IT밸리 ‘선택과 집중' 필요 백 회장은 “정부는 경제논리 등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지만 과학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큰 만큼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현재 대덕밸리의 IT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는 세계적이라고 자랑했다.그는 미래를 ‘기술패권주의 시대’라고 진단한 뒤 “대덕밸리와 비슷한 송도IT밸리가 들어서면 이 경쟁에서 멀어진다.”고 예상했다. 백 회장은 인수위의 발표 직후인 지난 2월 초 회원 벤처기업인들과 성명을 내고 대덕과 성격이 같은 송도IT밸리 조성을 반대했다.3월에는 대전지역 과학자,교수,자치단체·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대덕밸리 동북아 R&D허브 구축단’을 구성,R&D 허브의 대덕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그는 이 구축단의 단장직까지 맡고 있다.다음달 10일 대전지역 기업인과 시민 등이 참가하는 워크숍을 열어 대덕밸리 R&D 허브의 당위성을 알릴 계획이다. 그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실리콘밸리처럼 과학기술의 역사가 길고 재원이 많은 미국은 IT밸리를 여러 군데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한 싱가포르 등은 IT산업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30년 한국과학 프로젝트 세워야” 백 회장은 “정부에서 30년 전 대덕연구단지를 구상했던 것처럼 이제는 향후 30년 과학프로젝트를 수립해야 한다.”고 정부에 충고했다.30년 전의 그것이 미국보다 한국이 IT에서 앞서는 힘이 됐다고 주장했다.휴대전화나 반도체 기술도 대덕밸리에서 많이 나왔다고 한다. 백 회장은 경북 구미 출신으로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연구원으로 17년간 재직하다 2000년 3월 대덕에서무선통신용 부품을 만드는 ㈜CIJ를 창업,운영하고 있다. 백 회장은 “이미 IT,BT(바이오기술),NT(나노기술)를 하나로 융합하는 시대가 왔다.”며 극소자 분야를 연구하는 ‘나노팹센터’도 KAIST에 유치돼 대덕밸리가 이런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과학시스템도 선택과 집중을 필요로 한다.”며 말을 맺었다. 대덕 이천열기자 sky@
  • “예술·흥행 두 토끼 잡겠다”/ 대박행진 ‘살인의 추억’ 제작 싸이더스 대표 차승재

    최근의 국내영화 가운데 화제작은 단연 ‘살인의 추억’이다.개봉 20일째인 14일 현재 280만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몰아가고 있다.‘살인의 추억’ 덕에 지옥에서 천당으로 건너온 사람이 제작자인 싸이더스 대표 차승재(43)다. 그는 바로 직전 제작한 ‘지구를 지켜라’의 흥행 참패(전국 6만2000명)로 ‘숯 가슴’이 됐다가 효자를 만나 구름 위를 걷고 있다.극과 극을 오락가락한 그를 14일 만났다. 기획 중인 영화 ‘역도산’ 합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에 갔다가 13일 돌아왔다는 그는 소감을 묻자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우리 회사의 관객 기록을 경신했다.”면서 “무엇보다 흥행 참패로 패닉 상태에 빠졌던 직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어 좋다.”고 말을 이어 갔다. ●“오락 폭력물에 관객들 식상한듯” 직원들끼리 ‘냉탕 3주뒤 온탕 사우나’란 말을 오가게 한 ‘살인의 추억’이 뜬 배경은 무얼까.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히는 것도 아니고 화끈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관객의 기호가 바뀌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자장면 1주일 먹다 보면 비빔밥 먹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이듯,3년 전부터 가볍고 오락성이 강한 폭력물이 흥행해 왔는데 역바람이 부는 게 아닌가 싶네요.” 또 다른 인기 비결로는 배우 송강호의 연기력과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을 꼽았다.두 사람의 환상적 호흡이 흥미 위주의 영화가 갖는 연기와 연출패턴에 식상한 관객의 기대심리를 건드렸다는 것이다.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동안 마음은 편치 않았는지,“알록달록 색넣고 달콤하게 만들어 맛을 과장하는 ‘눈깔사탕’식 영화는 안 만든다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견지했지만 ‘영화로서 모양을 갖춘 작품은 경쟁력이 없는 게 아닌가.’라는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고 그가 영화에 예술성이라는 잣대만 들이댄 것은 아니다.오히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강조한다.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심리입니다.아트영화와 상업영화의 가운데에서 진정성을 갖추면서도 업계에서 ‘위치’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무사’‘봄날은 간다’‘8월의 크리스마스’‘화산고’‘플란다스의 개’‘처녀들의 저녁식사’ 등 그가 제작한 20여편의 영화 리스트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그래서 그는 흥행도 관객도 포기하지 않는 제작자로서 ‘어려운 룰의 게임’을 하고 있다.이는 후배들에게 ‘좋은 영화로 기업화·산업화에 성공한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과도 통한다. ●“영화제작자는 화랑주인과 같아” 그는 제작자의 역할을 “감독이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자본을 비롯한 제작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화가의 작품 가치를 알아야 하는 화랑 주인에 비유한다. 대학(한국외국어대 불어교육과)졸업후 5년 동안 의류업에 종사해 돈도 꽤 벌었지만 다 날린 뒤 일찌감치 영화에 눈을 떴던 친구들을 따라 영화판에 뛰어들었다.91년 ‘걸어서 하늘까지’를 제작해 능력을 인정받아 ‘신씨네’에 스카웃돼 본격 수업을 쌓다가,95년 우노필름을 세워 독립한 뒤 2000년 싸이더스로 확대 개편했다. “주위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를 먹으며 살다보니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생겼다.”고 낮춰 말하지만 그는 준비된 제작자였다.끈적하게 만났던 친구들인 ‘화산고’의 김태균 감독과 김형구 촬영감독 등에게 ‘귀동냥’을 많이 했고 경영도 배웠다.“독서가 취미”라고 말할 정도로 문화인류학·사회학·여행서 등을 탐독하며 지적 호기심을 채워온 것은 관객의 ‘눈맛’을 읽는 큰 자산이다.거기에 친화력까지 타고났다.좋은 제작자가 되려면 어떤 소양이 있어야 하는가라고 묻자 쑥스러운 듯 “말을 잘해야 먹고 삽니다.”라고 너털웃음을 흘린다. 이종수기자 vielee@
  • [편집자문위원 칼럼] 이혼·보육문제 기획 돋보여

    ‘살인의 추억’은 벌써 250만명의 관객이 본 영화라고 한다.70,8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영화,치열하게 살아낸 우리 현대사의 한 자락,아직 슬픔과 분노가 남아 있어 희망이기도 한,그리고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참으로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대한매일은 이 영화를 지난 4월8일,4월9일,4월18일,5월7일에 기사로 다루었다.4월7일엔 ‘스크린 선 살인의 추억,무대위선 날 보러와요’란 제목으로 화성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연극,영화가 공동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었고,4월9일자엔 ‘그곳은 아직도 떨고 있다’란 제목으로 유족·주민들의 심경,사건개요,수사상황을 상세하게 다뤘다. 또 이날 주목할 만한 기사가 동시에 게재되었는데,하나는 미제사건의 사회적 후유증에 대한 분석기사였고,또 하나는 영국·캐나다 등 외국에선 장기 미제사건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다룬 기사였다.이는 영화 등 예술작품들의 감성적 문제제기를 어떻게 이성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보여준 좋은 기획이었다.다만 5월7일의 ‘영화 뜰수록 멍드는 가슴’은 4월9일자 기사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지역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지역 이미지·시 승격·부동산 시세 등을 감안할 때 부담스러운 문제들이 들추어지는 것임에는 틀림없다.그러나 이런 것들이 ‘살인의 추억’이 제기한 문제의 진정성을 덮을 만한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참여정부의 출범으로 우리는 또 다른 사회적 실험을 하고 있다.혹자는 실험이라는 단어가 가진 ‘실험성’ 때문에 우리는 모르모트가 아니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시도라고 하면 어떨까.혹은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 노력으로 보면 어떨까.이런 시도들이 인사관련 정책에서 여러가지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다면 평가제·성과급제·개방형 인사 추천제 등이 그것들이다.시도·실험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타나곤 한다.지자체 합동평가에 대한 반발(4월12일자),참여정부의 호남 푸대접론(4.12,4.14,4.15),산업정책에 대한 기업의 다면평가와 부작용 우려(4.14)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그러나 긍정적 측면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당연시되던관행적 인사정책이 재평가되고,기업들의 학벌중시 채용에도 변화조짐이 일고 있다.이해집단의 반발과 새로운 제도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문제는 구분해서 다뤄줄 때 언론이 공익적 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혼·양육·보육 문제를 기획기사로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대한매일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산업화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여성의 사회적 역할 변화는 우리에게 가족이 영원불멸의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따라서 육아·청소년·노인·이혼 등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가족이라는 제도에 맡겨 놓았던 과제들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다각적으로 보여주는 이러한 기획들이 더욱 눈에 띈다. 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통계에 대한 기사는 정밀성이 요구된다.3월27일자 ‘대학생 취업 위해 1인 연 127만원 투자’라는 기사는 여론조사 보도지침을 따르지 않아 독자들에게 오해를 살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조사대상자가 4343명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조사대상·표본추출방법·조사방법 등을 반드시 밝힐 필요가 있다.여론조사결과를 기사화할 때도 기본 원칙이 있음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다. 이 상 경 현대리서치연구소 메트릭스 코퍼레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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