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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新행정수도 건설이 지닌 뜻

    신 행정수도 건설이 균형 있는 국토발전의 수단으로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그동안 수도권 집중과 지역격차는 한두 가지 시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타성적 인식과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런데 갑자기 중앙정부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국가적 어젠다로 등장해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은 신 행정수도 건설에 따른 비용을 근거로 한 실현가능성 여부와 신 행정수도 건설의 파급효과에 집중되었다.회의적인 주장에 의하면 신 행정수도 건설에 경부고속전철 건설비의 2∼3배에 달하는 40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며,국회와 중앙부처 등이 모두 빠져나가면 서울과 수도권이 공동화해 부동산 값은 폭락하고 가정경제 파탄과 금융부실 등 대혼란이 온다는 것이다.반면 찬성론자들은 4조∼6조원 정도면 건설 가능하며,정부기능이 지방으로 이전되면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이 해소되고 규제시책의 부담이 없어져 계획적이고 활력 있는 동북아 경제·물류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시점에서는 찬성이나 반대보다 신 행정수도 건설 주장이 지닌 국가정책적 의미와 과제를 살펴보는 것이 향후 정책 수행의 판단과 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신 행정수도 건설이 지닌 가장 큰 상징적 의미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격차의 원인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이다.사람과 경제활동이 수도권에 집중하고 지방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이유는 고등교육,정보,취업기회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와 집적경제기반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신 행정수도 건설 주장은 수도권 집중의 근본원인을 국가적 자원배분의 통제력을 지닌 권력의 집중으로 본다.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정치,행정권력을 분산함으로써 권력집중에 의한 공간적 불균형을 막자는 것이다. 둘째,수도권 집중완화와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접근방법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그동안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해서는 공장과 대학,일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하고,대규모 건축물과 공장의 수도권내 입지를 규제하는 등 한정된 공간정책 수단에 의존해왔다.그러나 신 행정수도 건설은대증요법적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한공간정책 수단에서 벗어나 수도권 집중의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구조적 접근방법을 채택한다.수도권 집중과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공간정책적 차원으로 다룰 때는 범부처적 대응과 전략이 뒷받침되지 못했다.그러나 이제 수도권과 지역균형발전 문제는 국가적 어젠다로서 범정부적 대응이 가능하게 되었다. 셋째,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막대한 경제·사회비용과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정치적 의지의 표명이다. 마지막으로 신 행정수도 건설은 21세기 지속적 성장을 위한 국가발전전략의 전환을 의미한다.산업화시대에 국가성장과 발전은 국가의 총량적 성장에 의존해 왔으나 국경의 의미가 약화되는 세계화시대에는 고유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지닌 지역발전이 국가발전을 좌우한다.신 행정수도 건설은 고유한 잠재력과 다양한 역량을 지닌 지역발전을 촉진하는 분권형 국가발전전략의 또 다른 표현이다.수도권과 지방이 갈등구조에서 벗어나 상호 보완과 협력을 통한 상생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이같은 차원에서 보면신 행정수도의 건설은 중앙정부기관의 지방분산 차원을 넘어 21세기 지구화된 개방경제체제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국토발전전략과 틀을 제시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김용웅
  • ‘걷기의 역사’ 思惟를 따라 걸어본 적 있나요

    장 자크 루소는 ‘고백록’에서 이렇게 말했다.“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 걷기를 처음으로 신성한 이데올로기로 만든 루소에게 걷기는 곧 존재 방식이었다.홀로 산책하면서 그는 사유와 몽상에 잠긴 채 살아갈 수 있었고,자족적일 수 있었으며,자기를 배반한 것으로 여긴 세상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걷기와 사유에 대해 할 말이 많았던 또 한 명의 철학자는 쇠렌 키에르케고르다.“지금 거리 저 아래에서 풍각쟁이의 노랫소리가 들린다.멋지다.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우연하고 사소한 것들이다.”라고 한 그는 일기에서 모든 작품을 걸으면서 구상한다고 고백했다. 미국의 문화비평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레베카 솔닛이 쓴 ‘걷기의 역사’(김정아 옮김,민음사 펴냄)는 사유의 방편이자 영감의 원천인 걷기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인문교양서다.저자는 걷기와 생각하기,걷기와 문화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며 속도 위주의 현대인에게 걸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걷기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보다 오래됐다.하지만 걷기를 의도적인 문화적 행위로 본다면 그 역사는 불과 몇 세기 전 유럽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저자는 헤겔이 걸었다는 하이델베르크의 필로소펜베크,칸트가 매일 산책했던 쾨니히스베르크의 필로소펜담,키에르케고르가 언급한 바 있는 코펜하겐의 ‘철학자의 길’ 등을 따라가며 걷기와 철학의 관계를 짚어나간다. 걷는 행위는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산책이란 문화적 개념으로 발전했다.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걷기를 즐겼던 인물은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걷기는 그의 삶과 예술의 중심이었으며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자 시를 쓰는 방편이었다.그의 시는 대부분 길을 거닐며 친구나 스스로에게 큰 소리로 읊으면서 지은 것이란 얘기도 있다.워즈워스 이후 걷기는 19세기 낭만주의자들을 규정하는 징표가 됐다.그러나 18세기까지만 해도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은 야만인이나 기인 취급을 받았다. 걷기는 종종 내면의 투쟁을 상징적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이 되기도 했다.소금을 만들어 영국의 세제법을 이겨낸 간디의 ‘소금행진’이나 ‘마틴 루터 킹 암살 30주년 추모행진’,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이끈 ‘네바다 사막체험’,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반대하는 인디언 부족의 ‘영혼의 달리기 대회’,농민조직을 결성한 케사르 차베스의 탄생을 기린 ‘정의를 위한 행진’ 등에서 보듯 걷기는 다양한 문화적·사회적·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20세기 초는 걷기 클럽의 황금기였다.미국의 ‘시에라 클럽’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국가정책에 저항했고,오스트리아의 ‘자연의 친구들’은 귀족의 공유지 독점에 반대했다.그리고 중세의 방랑학자와 음유시인을 모방한 독일의 ‘소년 방랑 철새회’는 권위주의에 저항했고 포크송을 부활시켰다.정치색에 상관없이 걷기를 즐겼던 이들은 세상을 담장 없는 정원으로 만들었다.갈 곳을 잃은 사람들에게 사회적 결속감을,산업화로 인한 비인간적 흐름에 저항력을,사회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토피아적 이념을 제공했다.이렇듯 자연에 대한 열정과 맞물린 걷기는 사회적 해방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이 책은 각 도시를대표하는 작가들의 삶을 보여준다.그리고 도시의 역사와 걷기의 역사를 나란히 펼친다.19세기 영국엔 무기력한 군중이 넘쳐났다.당시의 도시 보행 문제를 철저하게 파헤친 작가가 찰스 디킨슨이다.뉴욕을 남성적인 도시로 간주하는 저자는 휘트먼,긴즈버그,오하라,보즈나로빅츠 같은 게이 시인들이 뉴욕 거리를 찬양한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본다.센트럴 파크엔 배회하는 길이 있었다.이곳은 게이들의 배회 장소로 ‘결실의 들판’이란 별명이 붙었다. 파리는 위대한 보행자들의 도시다.파리를 ‘19세기의 수도’라고 부른 발터 벤야민은 ‘만보객(漫步客)’을 학문의 주제로 삼았다.‘파리를 거니는 예민하고 고독한 남자’의 이미지를 풍기는 만보객의 특징은 여유.파리에선 거북을 데리고 산책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1920년대 말 파리에 정착한 벤야민은 자신이 좋아한 문학작품의 한 조연처럼 일생의 대부분을 떠돌며 살았다.위대한 도시의 방랑가였다. 여성의 걷기는 사회적으로 적잖은 제약을 받았다.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그 정황을 생생히 보여준다.저자는 여성이 걷기 위해 치러야 했던 숱한 희생을 보여준다. 19세기 말 영국 여성들은 밤에 부적절한 거리를 걸어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창녀로 몰려 경찰서에서 ‘의학검사’를 받았다.거부하면 감옥에 갇혔으며 검사 결과 처녀인 경우에만 풀려났다.당시 프랑스에서도 경찰은 노동계급의 여성을 임의로 체포할 수 있었다.체포된 여성들은 대부분 유죄판결을 받아 생라자르 감옥에서 혹사당하거나,매춘부로 등록해야만 풀려날 수 있었다. 현대에 들어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미국 시인 실비아 플래스는 열아홉 살 때의 일기에 “여성으로 태어난 것,그것이 나의 끔찍한 비극”이라고 적고 있다.저자는 제인 오스틴에서 버지니아 울프,실비아 플래스까지 여성 작가들이 남성작가들과 달리 협소한 주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같은 여성의 제한된 걷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오늘날 ‘걷기의 상실’을 안타까워한다.그저 러닝 머신 위에서 시시포스처럼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현대의 군상.저자는 그 무기력한 ‘박제인간’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금 걷기의 활력을 회복하자고 호소한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시론] 용산 미군기지의 공원화

    한국은 21세기에 이르러 안으로는 국민참여의 사회로 전환되고 있으며,밖으로는 이념을 초월한 평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와 참여의 시대에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 구체화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용산기지 100만평은 여의도와 비슷한 규모다.여의도가 국제화를 중심으로 한 개발이라면,용산기지는 친환경과 민족자주의 의미를 갖는 개념이어야 한다.오래 묵어서 오히려 서울의 노다지가 된 이 땅은 풍수지리학 차원에서뿐만 아니라,서울의 중심에 있기에 중요한 곳이다.예로부터 외침(外侵) 또는 외세(外勢)의 주둔지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더욱 중요한 땅이다. 이 땅을 돌려받는다면,서울의 중심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꿀 수 있음은 물론,특히 우리의 국제관계가 시혜와 종속,대립과 단절의 관계에서 호혜와 자주의 관계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해 ‘평화와 자주’를 전 세계에 천명할 수 있다. 15년 전,서울시는 용산기지를 전 국민과 서울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었다.서구사회가 200년 정도 걸렸던 도시화·산업화 과정을 서울은 전쟁 이후 거의 50년 만에 이루었다. 여기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도시문제는 환경악화,일조권·조망권 침해,무분별한 개발,교통체증 등 물리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심리적 황폐함,박탈감,왜소화 등을 심화시켰다. 최근 여가 및 스포츠에 대한 욕구의 증가도 이런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꽉 짜여진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억눌린 자신을 풀고,자연과 함께함으로써 자신을 재발견하고 다시 도시생활을 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이러한 수요는 상당하며,외국의 국제적 도시를 봐도 뉴욕의 센트럴파크,런던의 하이드파크,파리의 튈러리공원(루브르 박물관 앞)은 도시의 중심이며,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다.서울도 이런 차원의 충족되지 못한 수요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용산기지는 전 세계에 ‘평화와 자주’의 메시지를 주며,시민들에게 도시에서의 심리적 압박을 해소할 수 있고,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마당인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어느 특정집단의 이기주의나 정치적인 계산을 뒤로하고,그동안 시·공간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했던 장벽을 허물며,모든 서울시민에게 열려있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자주공원’,‘참여공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참여공원’은 조성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기능적으로는 내부적으로 시민의 여가공간을 제공하고,공원의 역사성 및 자주성을 밝혀야 할 것이다.외부적으로는 도시녹지축을 완성하는 바탕이 되어야 한다.도시교통체계를 보완하고,용산구 일원의 주변 개발 및 재개발을 촉진해 광역적인 공간구조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단순히 용산기지의 공원화뿐만이 아니라 주변 지역의 영향권을 고려한 모든 관련계획이 수반돼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참여공원’이 될 것이다. 이 소중한 땅,지난 100년간 묵혀왔던 이 땅은 현재를 사는 우리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가오는 100년 후의 후손을 위한 땅이다. 미래를 위해 국민의 합의와 참여를 모아 차근차근 가꾸어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가 왔다.용산기지의 공원화 계획은 그런 의미에서 21세기 우리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양승우
  • 대형사고로 본 우리사회/ 고도성장 ‘채찍’… 안전장치 ‘파열’

    대구지하철 참사는 방화범이 저지른 것이지만 그 대처과정에서 보여준 미숙함은 과거 숱하게 빚어진 우리 사회의 대형사고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안전무시의 성장위주 사회가 또한번 총체적 안전 불감증을 드러낸 것이다.서울대 사회학과 장경섭 교수가 한국을 ‘복합위험사회’로 규정하고 그 해결책과 함께 안전 확보에 따른 딜레마를 진단해봤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는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확률적 가능성이 현실화된 사건이다.방화범 문제는 접어두더라도,객차의 의자·바닥·천장을 온통 가연재로 설치한 일,화재가 났을때 승객 대피를 오히려 차단하는 지하철 역사,화재 경보를 무시한 상황통제실,화재 이후 기관사와 상황통제실이 함께 보여준 무대책 등이 겹쳐 일어났다.화재 경고를 무시한 또다른 열차의 진입과 실질적 승객 감금 행위,상황통제실의 계속된 무대책과 기관사 도주 유도 등도 가세했다.이 가운데 한가지만 막았어도 200여명이 극도로 비참하게 목숨을 잃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런 비(非)상식적인 일들이한꺼번에 터진 것을 그저 대구 시민들만의 불운으로 돌릴 수는 없다.한국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비상식의 확률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대구지하철 화재뿐 아니라 그동안 끊임없이 발생한 대·소형 안전사고들에 의해 입증되었다.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대구·서울지하철 공사장의 폭발사고 등 초대형 구조물 사고가 잇따랐으며 교통사고율,산업재해율 등 일상적 안전사고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가 있다.일전에 인천 씨랜드 화재참사로 어린 자녀를 잃은 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어 메달을 반납하고 외국으로 이주하기까지 했다. 이런 갖가지 위험요소로 시민의 안전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위협받게 되자,서구의 ‘위험사회’(risk society) 논의가 한국 지식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서구에서도 두 세기를 넘는 지속적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얻은 물질적 풍요의 이면엔 사고와 재난의 일상화라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 나타났다.서구인들은 원자력 관련 사고에서 유전자조작 식품까지 발전의 결과로 치러야 할 엄청난 비용에 직면해 있다.사고와 재난들이 더이상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일정한 확률로 발생하는 ‘일상성’의 한 부분이라는 지적이 위험사회론이다. 초고속산업화를 통해 단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발을 들인 한국은 위험사회 증후군 역시 앞당겨 경험하고 있다.그런 한편 초보적 안전관리의 미비로 후진국형 재해들도 계속된다.장마때면 하천관리가 소홀한 도시들이 수중에 잠기고,난개발로 인한 산사태로 마을들이 흙더미에 묻히는 일이 반복된다.건설만 하고 관리는 하지않는 수많은 죽음의 도로들에서 만취 기사가 과속 운행한 대형버스들이 전복,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는 일이 이어진다. 일상화된 비리와 탈법 속에서 부실시공된 건축·구조물이 붕괴되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날림 사회형’ 재해가 널려있다.무엇이든 단기간에 최대한 건설·생산하고 소비하려다 보니 갖가지가 압축적으로 경험되는 ‘폭증 사회형’ 재해도 잇따른다.이런 재해들은 한국의 독특한 발전경험과 결부된 ‘한국형’ 재해다.한국은 선진국형,후진국형,나아가 한국 특유형의 갖가지 위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위험사회’가 돼가고 있다.이 가운데 한국형 재해들이 특히 문제이다. 증사회형 위험은 한국의 근대화가 ‘외연적 경제성장’ 아래 짧은 기간 엄청난 경제·사회적 변화를 거치면서 이뤄진 때문이다.생산과정의 효율성·안전성을 개선하기 보다 노동력과 자연자원을 착취하는데 급급하다보니 재난과 오염이 급증한다.외연적 성장전략이 주효해 생산·건설·소비·교환활동이 세계에서 유례없이 급증했다.경제 활동량에 대한 안전사고의 발생확률이 일정하다면 경제활동이 늘어난 만큼 안전사고도 늘 수 밖에 없다.그런데도 안전문제 대처는 뒤로 미루고 경제성장에 따른 이윤·소득·세수 증가만 누리겠다는 일종의 ‘선(先)성장,후(後)안전’의 태도가 만연해 있다. 제·사회활동의 폭증에 따라 위험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으려면 활동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물리적 시설과 장치의 확충뿐 아니라 조직·문화적 관리역량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그러나 이 관리역량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일종의 ‘문화지체’(cultural lag)다.이는 생산라인처럼 가동시간을 늘리거나 속도를 높여서 일시에 보강될 수 있는게 아니다.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상당기간의 학습·훈련·적응이 필요하다.조직·문화적 역량이 갖춰진 상황에서도 활동이 증가하면 안전사고도 따라 늘 수밖에 없는데,역량도 갖춰지지 못한 한국사회에서는 안전사고의 더욱 심각한 폭증이 우려될 수 밖에 없다.위험폭증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급격한 산업구조 및 생활양식의 변화 자체가 위험과 재난의 폭증을 추가로 야기한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속도 효율(speed efficiency)’ 문화의 이면에는 일종의 날림사회형 위험이 급증하게 됐다.일정 수준의 국가경제 성장과 국민소득 향상,특정한 국가시설의 건설을 최단시일내에 이룩하는 것이 집권정부 업적의 증표가 되면서 속도 효율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나타났다.기업 차원에서는 폭발적 경제성장과 산업구조변화에 대응해 가급적 개별 사업들을 최단시일내에 마무리짓고 서둘러 다음 사업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기업 성장전략이 만연했다.무모한 납기 및 공사기간 단축을 최선의 경영성과로 여기는 속도 효율의 문화였다. 정부와 기업의 속도 효율에 대한 집착이 안전문제에 대한 담합적 부실을 야기했다.국가적 수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생산업체들이 산업안전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풀(full)가동되는 것을 정부는 규제는 커녕 은근히 독려했던 것이 사실이다.심지어 대형교량 등 기간시설을 앞당겨 완공하기 위해 기업들을 재촉하는 것이 정부의 관행이었다.기업들도 이를 싫지 않게 받아들였다.설사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인등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언제나 ‘산업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령 만능주의 풍토 속에서 주로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법령과 규정들은 제대로 지켜지기만 한다면 산업 및 생활 현장에서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대목도 많다.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시되거나 느슨하게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령과 규정들이 엄격하게 준수될 때 이또한 여러가지 예기치 못한 문제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업조직과 사회체계의 맹점을파악한 버스 운전사,지하철 노동자,통신회사 노동자 등은 준법투쟁이라는 상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투쟁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려 했다.그런데 준법투쟁을 통한 노동자들의 목표가 작업 안전성의 제고보다는 임금인상 등 다른 권익의 확보에 더 치중한다는 데 사회적 딜레마가 있다.결국 노사는 탈법 운행에 담합한 셈이다. ◆해결책 없나 한국인들은 선진국형,후진국형,한국특유형 재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적인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따라서 안전사고의 예방과 대처가 어느 사회에서보다 중요하다.국가의 안전보장 및 관리업무가 국정의 최우선 사안의 하나이며,시민들과 기업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함과 동시에 자체적인 안전제고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생산노동자,농민,여성,아동,노인 등 자기보호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안전사고의 피해도 집중적으로 입게 되는 이중적 불평등의 문제도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이들은 그동안의 보수적인 정치·경제질서 속에서 자신들의 권익을 보상받기는 커녕 최근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의 집중적 희생자가 되는 또다른 고난에 직면했다. 안전문제는 사회정의적 차원에서도 국가의 핵심적 공공사업의 영역인 것이다. 오염되지 않은 물과 공기를 마시고,안전하게 출퇴근·등하교를 하고 공공시설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국민복지적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보편적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국가관료,기업인,전문가,시민 개개인의 도덕적 각성과 문제의식 확립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발전이념을 재정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각종 사회적 위험 요인은 급속한 외형성장 등 물질적 팽창에 치중한 나머지 안전관리 소홀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안전복지 차원에서 경제발전의 공과를 재평가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노력을 재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최근 환경운동에서 제기한 ‘녹색 국민소득’(green GNP),‘녹색 급부’(green payments) 개념처럼 안전국민소득,안전급부 개념의 도입을 정책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경제활동에 수반되는 심리적·육체적 안전의 위협을 감안,국민소득의 변화를 재산정하는 것이 안전국민소득이다.사회의 여러부문과 집단이 수행하는 안전제고 역할을 파악,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안전급부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 굴곡많고 독특한 삶 토속적 문체에 녹여/25일 별세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세계

    문학이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난다지만 어떤 작품도 작가의 경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이런 의미에서 지난 25일 밤 타계한 소설가 이문구가 겪은 다채롭고 독특한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41년 농촌(충북 보령 관촌부락) 출생,좌익 활동하던 아버지의 전사(戰死)라는 쓴 기억을 남긴 한국 전쟁,서울서 맛본 도시빈민의 삶,그리고 작가와 문예지 편집인으로서 독재에 항거하다 받은 탄압 등.이처럼 굴곡 많은 그의 ‘고난의 연대’는 필연적으로‘이문구적 세계관’을 낳았고 이는 문학에 결정적 그림자를 드리웠다. 먼저,그의 대표작인 ‘관촌수필’ 연작(77)은 그의 성장사를 그린 것이자 정신적 고향인 농촌 공동체가 근대의 얼굴로 바뀌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관촌수필’ 연작은 내용만이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이문구의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이문구=토속어’라는 등식을 낳은 우리말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었다.또 소설가 송기숙이 “시골 밭둑의 싱싱한 수풀 같은 문체”라고 칭찬한 매력적인 문체가 빛나는 것도 이 작품.그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충청도 사투리는 물론이고 구어와 속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우리 말의 보물 창고’로 자리잡았다. 이문구의 다른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우리 동네’ 연작(81).그는 자신의 귀농 체험을 바탕으로 근대화 이후 일그러진 농촌의 얼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특히 숱한 통계자료를 동원해 농촌실상을 세밀하게 그려,리얼리즘 문학의 대계를 잇는 데 큰 몫을 했다.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농촌만이 아니라 도시로도 향했다.첫 장편 ‘장한몽’(71)을 통해 근대화·산업화·도시화의 격랑에 휩쓸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 혹은 정신적 뿌리를 잃은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되살려내고 있다.이 작품 역시 공사장을 전전하면서 체득한 밑바닥 인생의 한과 울분을 생생하게 형상화했다. 그는 또 문학이 삶과 유리될 수 없다는 원칙을 몸으로 옮긴 대표적 현실 참여 문인이었다.암울했던 70년대 ‘실천문학’편집위원(74),‘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발기인 및 실무간사로 5년 동안 활동하면서 권력의 감시를 받았고,80년엔 정치활동규제자로 수난받았다.이어 84년부터 4년 동안 실천문학사 발행인으로 활동했고 민족작가회의 창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뒤 99년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맡았다. 정치적 탄압에 대한 충격이었을까?80년대 들어선 작품활동이 뜸하다 간헐적으로 동시를 발표했다.89년 요양차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산너머 남촌’(90),역사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92) 등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했고,2000년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고인의 넓은 인품을 기리고자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문인협회,펜클럽한국본부 등 문인단체들은 장례위원회를 구성,28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문인장으로 영결식을 치르기로 했다.(02)760-2022. 이종수기자 vielee@
  • 분단 이겨낸 혼란시대의 파수꾼-故 이문구 영전에

    길고 긴 그림자를 무거운 짐처럼 짊어지고 한 시대의 앞장을 헤쳐왔던 거인 이문구가 어디로 갔는가.한 시대가 그 시대로써 떠맡아야 하는 장엄한 역사행보는 계속 앞길을 가야만 하는 중인데 이 세상이 텅 비어버렸다. 님의 그림자를 먼 발치에서 따르던 자들은 눈 앞이 캄캄한데 저 푸른 산 빛을 깨치고 차마 떨치고 나선 청산을 소리쳐 부른다.오늘을 주저앉히고 슬픔의 힘을 옮겨서 거대서사의 문학인을 우러르는데,그는 갔어도 그가 남긴 문학의 수풀이 울창하구나. 1941년 충남 보령의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 한 생명이 문학으로 추구해보고자 했던 문구(文求)의 가시밭길.1972년 5월 이문구와 내가 전국 방랑의 길에 나섰을 때였는데,경북 선산·구미를 거쳐 안동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내가 그에게 물었다.“‘관촌수필’이 엄청난 소설인데 어째서 수필이냐”고. ‘관촌수필’은 ‘멸문지화’라는 전통시대의 표현법에 해당될 그 자신의 가문사를 어떻게 하든 복원시켜야겠다는 1차적인 창작동기에 의해 쓰여진 ‘수필’이었지만 그의 문학적인 각오는 대단했었다.분단이 남긴 고통과 절망,산업화 시대의 모순과 갈등이 그의 고향 농촌을 거대 서사공간의 입체화면으로 비추어내고 있었다. 1974년 11월18일 발족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 전신)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문인들이 가두시위를 벌여 탄생시킨 것이었는데,이문구가 ‘관산추정(關山芻丁)’이었다.고향을 지키는 산인 관산,바로 그러한 관산을 지키고 있는 사람.그는 문학동네의 온갖 뒤치다꺼리와 설거지마저 자진해서 떠맡아야 하는 ‘한국문학의 상머슴꾼’ 노릇에 일차적으로 충실하였지만 이로부터 그는 ‘진보’를 보수(保守)하고,‘보수’를 진보(進步)시키는 참으로 힘든 역할 쪽으로 나아갔다. 혼란과 고통의 시대의 파수꾼이었던 이문구는 한 세상 속에서 두 세계를 떠받치고 있었다.풍요로운 민족생활양식의 정통 상속자로서 그는 농민문학의 체통을 새롭게 세운 민족문학인이었고,산업시대 사회생산양식의 엄청난 문화변동에 맞닥뜨린 그는 반독재민주화의 시대정신을 자신의 문학실천으로 구현시켜 나갔던 근대문학인이었다.민족과 근대의 두 문학을 그는 하나의 이문구문학으로 우뚝 세워놓았던 것이니,벅찬 것이었기 망정이로되 그것이 실로 얼마나 영광된 문학위업이었던 것인가.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라는 벅찬 제목의 소설집을 만년에 남기고 그는 우리 곁을 떠나 현대문학의 청산이 되었다.그는 분단을 이겨냈고 독재를 극복해냈다.지나가는 이들이 어찌 이 숲 앞에서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박태순(소설가)
  • 노무현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오늘 저는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으로,저는 대한민국의 새 정부를 운영할 영광스러운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국민 여러분께 뜨거운 감사를 올리면서,이 벅찬 소명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완수해 나갈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대통령 여러분,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이 자리를 빌려,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빌면서,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게,재난관리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획기적으로 개선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역사는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습니다.열강의 틈에 놓인 한반도에서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반만년 동안 민족의 자존과 독자적 문화를 지켜왔습니다.해방 이후에는 분단과 전쟁과 가난을 딛고,반세기만에 세계열두 번째의 경제 강국을 건설했습니다. 우리는 농경시대에서 산업화를 거쳐 지식정보화 시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습니다.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시 세계사적 전환점에 직면했습니다.도약이냐 후퇴냐,평화냐 긴장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세계의 안보 상황이 불안합니다.이라크 정세가 긴박합니다.특히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이럴수록 우리는 평화를 지키고 더욱 굳건히 뿌리내리게 해야 합니다. 대외 경제 환경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선진국들은 끝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뻗어가고 있습니다.후발국들은 무섭게 추격해 옵니다.우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발전 전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내부에도 국가의 명운을 결정지을 많은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습니다.이들 과제는 국민 여러분의 지혜와 결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도전을 극복해야 합니다.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우리 국민이 힘을 합치면,못할 것이 없습니다.그런 저력으로 우리는 외환 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벗어났습니다.지난해에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했습니다.대통령선거의 모든 과정을 통해 참여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의 미래는 한반도에 갇혀 있을 수 없습니다.우리 앞에는 동북아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근대 이후 세계의 변방에 머물던 동북아가,이제 세계 경제의 새로운 활력으로 떠올랐습니다.21세기는 동북아 시대가 될 것이라는 세계 석학들의 예측이 착착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동북아의 경제규모는 세계의 5분의1을 차지합니다.한·중·일 3국에만 유럽연합의 네 배가 넘는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우리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한반도는 중국과 일본,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이런 지정학적 위치가 지난날에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었습니다.그러나 오늘날에는 오히려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21세기 동북아 시대의 중심적 역할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급 두뇌와 창의력,세계 일류의 정보화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인천공항,부산항,광양항과 고속철도 등 하늘과 바다와 땅의 물류기반도 구비해 가고 있습니다.21세기 동북아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 나갈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한반도는 동북아의 물류와 금융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동북아 시대는 경제에서 출발합니다.동북아에 ‘번영의 공동체’를 이룩하고 이를 통해 세계의 번영에 기여해야 합니다.그리고 언젠가는 ‘평화의 공동체’로 발전해야 합니다.지금의 유럽연합과 같은 평화와 공생의 질서가 동북아에도 구축되게 하는 것이 저의 오랜 꿈입니다.그렇게 되어야 동북아 시대는 완성됩니다.그런 날이 가까워지도록 저는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굳게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정한 동북아 시대를 열자면 먼저 한반도에 평화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합니다.한반도가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대로 남은 것은 20세기의 불행한 유산입니다. 그런 한반도가 21세기에는 세계를 향해 평화를 발신하는 평화지대로 바뀌어야 합니다.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동북아의 평화로운 관문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부산에서 파리행 기차표를사서 평양,신의주,중국,몽골,러시아를 거쳐 유럽의 한복판에 도착하는 날을 앞당겨야 합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성과는 괄목할 만합니다.남북한 사이에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일상적인 일처럼 빈번해졌습니다.하늘과 바다와 땅의 길이 모두 열렸습니다.그러나 정책의 추진과정에서는 더욱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습니다.저는 그동안의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면서,정책의 추진방식은 개선해 나가고자 합니다. 저는 한반도 평화증진과 공동번영을 목표로 하는 ‘평화번영정책’을,몇가지 원칙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첫째,모든 현안은 대화를 통해 풀도록 하겠습니다. 둘째,상호신뢰를 우선하고 호혜주의를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셋째,남북 당사자 원칙에 기초해 원활한 국제협력을 추구하겠습니다. 넷째,대내외적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참여를 확대하며 초당적 협력을 얻겠습니다.국민과 함께하는 ‘평화번영정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북한의 핵 개발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북한은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해야 합니다.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한다면,국제사회는 북한이 원하는 많은 것을 제공할 것입니다.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할 것인지,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을 약속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아울러 저는 북한 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서는 안 됩니다.북한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되도록 우리는 미국,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입니다.중국,러시아,유럽연합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올해는 한·미동맹 50주년입니다.한미·동맹은 우리의 안전보장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우리 국민은 이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우리는 한·미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호혜평등의 관계로 더욱 성숙시켜 나갈 것입니다.전통우방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동북아 시대를 열고,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면,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합니다.힘과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그러자면 개혁과 통합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합니다.개혁은 성장의 동력이고,통합은 도약의 디딤돌입니다. 정부는 개혁과 통합을 바탕으로,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 나갈 것입니다.이러한 목표로 가기 위해 저는 ‘원칙과 신뢰’,‘공정과 투명’,‘대화와 타협’,‘분권과 자율’을 새 정부 국정운영의 좌표로 삼고자 합니다. 우리는 각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합니다.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제반 요인들은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시장과 제도를 세계기준에 맞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혁해,기업하기 좋은 나라,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고자 합니다. 정치부터 바뀌어야 합니다.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인 정치가 구현되어야 합니다. 당리당략보다 국리민복을 우선하는 정치풍토가 조성되어야 합니다.대결과 갈등이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합니다.저부터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습니다. 과학기술을 부단히 혁신해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이루겠습니다.지식정보화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신산업을 육성하고자 합니다.문화를 함양하고 문화산업의 발전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이러한 국가목표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교육도 혁신되어야 합니다.우리 아이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소질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도,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부정부패를 없애야 합니다.이를 위한 구조적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겠습니다.특히 사회지도층의 뼈를 깎는 성찰을 요망합니다. 앙 집권과 수도권 집중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중앙과 지방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야 합니다.지방은 자신의 미래를 자율적으로 설계하고,중앙은 이를 도와야 합니다.저는 비상한 결의로 이를 추진해 나갈것입니다. 국민통합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지역구도를 완화하기 위해 새정부는 지역탕평 인사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소득격차를 비롯한 계층간 격차를 좁히기 위해 교육과 세제 등의 개선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노사화합과 협력의 문화를 이루도록 노사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약자를 비롯한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이를 위해 복지정책을 내실화하고자 합니다.모든 종류의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 나가겠습니다.양성평등사회를 지향해 나가겠습니다.개방화 시대를 맞아 농어업과 농어민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고령사회의 도래에 대한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게 해드려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변방의 역사를 살아왔습니다.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의존의 역사를 강요받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21세기 동북아 시대의 중심국가로 웅비할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 왔습니다.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 나가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도전을 극복한 저력이 있습니다.위기마저도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있습니다.그런 지혜와 저력으로 오늘 우리에게 닥친 도전을 극복합시다.오늘 우리가 선조들을 기리는 것처럼,먼 훗날 후손들이 오늘의 우리를 자랑스러운 조상으로 기억하게 합시다. 우리는 마음만 합치면 기적을 이루어 내는 국민입니다.우리 모두 마음을 모읍시다.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새 역사를 만드는 이 위대한 도정에 모두 동참합시다. 항상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2003년 2월25일 대통령 노무현
  • [기고] 위험의 사전예방

    본래 ‘리스크(risk·위험)’란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항해 용어로 ‘암초를 뚫고 나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이후 용어가 상용화되면서 ‘부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하게 감수해야 하는 난관’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서구 사회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사회 역시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주변에 상존하는 재해와 재난이라는 위험요소를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간과해도 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년 전 재해관련 연구를 시작한 지 불과 20일 만에 발생한 부산 구포역 열차사고부터 지난해 유례없는 피해를 냈던 태풍 ‘루사’ 재해,이어 지난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을 지켜보면서 이제 재해와 재난은 경제성장을 위해 감수해야만 하는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이같은 측면에서 안전의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사고공화국’이란 오명을 씻어버려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안전관리 개선이 시급하다. 우선 사후복구 위주의 안전관리 행정을 사전예방 체제로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사전예방이 사후복구보다 10배 이상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새 정부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책임만 있고 예산과 조직이 뒷받침되지 못해 일선 공무원이 기피하고 있는 안전행정을 사전예방 위주 정책으로 전환하고,이를 위한 최소한의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지금까지 ‘관(官)’이 주도한 안전관리 행정을 국민 모두가 동참하는 범문화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도 제기된다.또 사고가 발생한 뒤 일시적으로 개선방안이 논의되다가 금방 잊혀지는 사회 분위기를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시민 모두가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사전 예방의 문화가 실생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기본적으로 정부는 안전 관련 시민운동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각종 재해와 재난을 체험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재해체험단지를 적극 조성,평상시 방재관련 연구를 위한 실험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전예방을 위해 정책과 기술개발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5조원이 넘는 국가연구개발사업비 가운데 방재 관련 연구에 투입되는 비용이 불과 0.02%에 그치는 현실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안전관리 정책과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먼나라의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전문제를 일시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으로만 여기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의 안전은 더 이상 담보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라도 철저하게 인지해야 한다.굳이 서구의 저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과 앤서니 기든스의 ‘성찰적 근대화’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우리 사회는 고도성장을 위해 부차적으로 감수해온 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도시화·산업화가 인위적 재난의 요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위험을 사전에 봉쇄하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근대화’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심 재 현
  • 이통단말기 특허·천식치료제 기술이전 정부출연硏 보유기술 잇단 산업화

    대전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하거나 매각해 우수 제품의 실용화와 수익 창출의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일 이동통신 단말기분야 특허기술 142건을 텔슨전자와 브이케이,아세텔레콤(주) 등 3개 제조업체에 권리지분 50%를 양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출연연 보유 기술의 민간이전 사례 가운데 최대 규모로 권리의 사용권만 주던 방식에서 소유권을 이전하고 40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천연 천식치료제를 한국신약에 기술 이전하기로 했다.이전료 3억원과 매출액 2%를 받는 조건으로 특허 만료일까지 권리를 제공한 ‘신이(목련 꽃봉오리) 관련 항천식제’는 기존 스테로이드제나 평활근 이완제 등과 달리 부작용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현재 아산중앙병원 등 4개 병원에서 마지막 단계인 제3상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
  • 종교권력 이대로 좋은가/‘산업화된 종교’ 정체성 혼란 심각

    ◆기독자교수협 학술대회 ‘한국의 종교권력 이대로 좋은가’ 종교와 권력.얼핏보면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한국의 종교는 이미 권력화됐고,사회개혁의 역작용 세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비단 대사회적인 권력행사뿐만 아니라 종교 내부적으로도 권력화의 양상은 두드러져 흔히 ‘종교의 위기’로까지 지적된다.이같은 상황에서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가 15일 이화여대 컨벤션홀에서 ‘종교권력과 사회개혁’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발제를 통해 한국종교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짚어본다. ●사회적 역사적 관점에서(이형모 시민의 신문 대표) 이제 종교조직들은 사회의 경제주체들과 다투는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종교활동의 공익성,성직자의 청빈성이 붕괴되고 있으며,종교의 산업화로 인해 종교조직 자체의 기본적 정체성이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우리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정신적 가치의 문제는 본원적으로 종교의 영역이다.그러나 자본주의의 핵심가치들이 종교에 침투하고 수용되어 새로운 종교문화를 만들었다.노골적인 기복주의와물신주의,그리고 자본주의적 계급지배 방식이 종교조직의 새로운 풍속도가 되었다.인간구원을 추구하는 종교의 본질을 황금만능주의와 권력추구의 우상에게 팔아 넘긴 종교는 이미 썩어버린 샘물이다.썩은 샘물을 맑게 하는 개혁운동,지금은 종교개혁을 시작할 때이다. ●기독교 입장에서(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는 크게 보아 정치 종교적인 체제옹호와 정치 비판적인 반체제 운동으로 내적 갈등을 심각하게 겪어 왔다.여기에 반공주의가 가세되면서 보수·진보의 갈등이 이념의 차원으로까지 첨예화되어 왔고,기독교는 여기에 첨병역할을 해오기도 했었다.부정적 의미의 ‘정치종교’적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진보와 보수의 생산적 논쟁과 대결은 필요하며 보수와 진보의 협력적 대결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본다.‘열린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협력적 대결의 틀로 짜면 좋을 것이다.한국교회가 조세혜택의 수혜자는 아니다.하지만 자발적 결단에 따른 십일조나 감사헌금의 형태로 조세혜택에 버금가는 경제적 힘을 축적하고 있음은 부인할수 없다.교회 재정능력으로 보아 세계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한국기독교가 국내는 물론 세계의 빈곤한 형제자매들에게 베푸는 봉사의 폭과 깊이가 너무도 미약하다.일반 평신도의 헌금액수가 세금정산에 포함되고 교회의 각종 사업과 활동이 ‘비영리 사업체’의 범주에 들어 세제상 이득을 보지만 교역자 사례비만 세상 돈이 아니고 ‘하나님의 거룩한 돈’이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현대판 바리새주의와 다름없다.분명히 개혁의 대상이다.경제계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의식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적 내실과 삶의 질 향상에 진력하고 있는데 비하여 한국교회의 신앙생활의 내실화와 건실한 생활신앙을 위한 노력은 너무도 미약하다. ●불교적 관점에서(진월 동국대 교수) 이승만 정권아래서 왜색불교 청산의 미명아래 진행된 이른바 ‘정화개혁’을 둘러싼 비구·대처승간 세력다툼,그리고 그치지 않는 종단내부의 갈등,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 등은 모두 한국불교의 권력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양상이다.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늘상 “나는하나의 출가한 독신 수행중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한다.우리 불교계가 귀담아들어야할 대목이다.태국과 미얀마 스리랑카 등 전통 불교국가에서 최고위 스님들은 국왕과 대통령,총리의 존경과 귀의를 받고 국정을 자문지도하고 있다.이들은 교단 내부의 추대로 최고지도자가 된 스님들로,국가권력과 대중들의 공경을 받는다.이들이 국가적 지도력을 발휘하고 사회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향락산업 퇴폐로 달리는 사회] 4. 향락 부추기는 사회구조

    향락가 주변에는 온갖 범죄가 독버섯처럼 자란다. 매매춘과 마약거래·인신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카드깡’을 비롯한 탈세 범죄가 일상화돼 있다.조직폭력배는 향락가에 기생하며 자금을 마련한다.지난해 12월 경찰의 ‘조직폭력배 소탕작전’에서 검거된 3300명 가운데 34.8%인 1148명이 유흥업소 주변 조직폭력배였다. 향락은 주택가까지 번져 밤이 되면 시민들이 대문 밖으로 나서기를 꺼려할 정도다. ●생활 속에 파고드는 매춘유혹 회사원 이모(32)씨는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서 앳된 소녀에게서 가로 6㎝,세로 8㎝ 크기의 수첩형 광고물을 건네받았다.표지를 넘기자 전라의 여성이 묘한 포즈를 취한 사진이 붙어 있었고,‘진한 7일’,‘1일데이트·주말여행·애인·결혼까지’ 등 자극적인 문구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이씨는 일본에나 있을 듯한 이런 매춘 권유가 한국에서,그것도 대낮에 있는 것을 보곤 몹시 놀랐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주택가에 출장마사지 전단을 배포,매춘을 알선한 박모(30)씨를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객 중에는 대학교수나 회사 간부,대학원생 등도 포함됐다. 출장마사지 윤락업주들은 별도의 사무실을 차리지 않고 ‘점조직’으로 활동하며,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만들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등 교묘한 수법을 사용한다. ●세금도둑 향락산업 ‘청량리 588’의 한 업주는 “화대를 현금으로 내면 6만원,신용카드로 내면 7만 8000원”이라면서 “차액은 ‘카드깡’ 업자의 수입”이라고 말했다.카드깡 업자는 대부분 유령 가맹점을 차려놓고 과세를 피한다. 단란주점 등에서 술값을 카드로 결제할 때 매출전표에 술집과 다른 주소지가 찍혀 나오는 것은 모두 소득원을 분산시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행위로 보면 된다. 유흥업소 매출액의 10%는 부가가치세로,종업원 봉사료(팁)의 5%는 원천세로 징수되지만,접대부 고용을 숨기고 현금결제를 고집하기 때문에 세금은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국세청 관계자는 “유흥가의 탈세가 교묘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힘들고,세금추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살인으로 치닫는 향락풍토 무분별한 향락 풍토는 살인과 강도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호스트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김모(21)씨 등 3명은 ‘고객’인 유흥업소 여종업원 이모(23)씨를 목졸라 숨지게 한 뒤 금품 5000여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로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고급 승용차 할부금에 시달리던 이들은 이씨가 명품 옷으로 치장하고 ‘팁’을 넉넉하게 줘 돈이 많을 것으로 보고 범행을 모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사채업자 최모(38)씨가 다른 업자들과 청량리 윤락가 주변 3억여원 규모의 사채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다 흉기에 찔려 숨졌다.숨진 최씨는 청량리 윤락가 폭력조직의 행동대장 출신으로 일대에서는 ‘큰손’으로 통했다. 이창구 박지연기자 window2@kdaily.com ◆건설업자의 접대비 증언 “술과 여자가 없으면 되는 일이 없습니다.” 10일 서울 서초동의 중견 건설업체 H건설 사장 김모(42)씨는 기자와 만나 “건물 하나를 지으려 해도 계약 전·후 관련자들에게 최소 6,7차례 룸살롱 접대를 하며,수천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리 정보를 캐내기 위해 부동산업자,건축사무소,시청 관계자,은행 등을 돌아다니며 접대를 해야 한다.”면서 “계약이 성사되면 정보를 준 쪽에 일명 ‘오찌(소개비)’ 명목으로 또다시 접대를 해야 한다.”고 했다.계약 자체도 룸살롱 안에서 해야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씨는 “공사비가 100억원이면 접대비가 10억원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부실공사가 되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강남구 삼성동의 A인터넷 벤처업체 홍보담당 과장 이모(33)씨는 100만원 이하의 접대는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결제한다고 폭로했다. 사장이 소액 접대는 개인카드를 사용,소모품비나 회식비 명목으로 돌리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이씨는 “다른 벤처기업도 이같은 편법을 사용해 장부상으로는 법적 접대비 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치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선 이후 회사측이 정치권·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기 위해 지난달에만 수천만원의 접대비를 썼다고 증언했다.이씨는 “강남 룸살롱에서 1000여만원을 한번에 지불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일부 경영진은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쓴 뒤 회사 접대비로 처리해 사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세청과 조세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1년 24만 352개 기업의 접대비 지출액은 3조 9635억 400만원이었다.거품경제기였던 97년의 3조 4988억 2500만원보다 오히려 13% 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영표 유영규기자 tomcat@kdaily.com ◆향락 키우는 인터넷 ‘인터넷이 향락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인터넷을 통해 왜곡된 신종 향락 행태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회사원 김모(30)씨는 8일 오후 6시 퇴근하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했다.김씨가 방문한 곳은 컴퓨터에 장착된 화상카메라를 통해 상대의 얼굴을 보며 채팅할 수 있는 S사이트.말만 잘 통하면 서로 알몸을 보여주기도 한다. ‘로그인’한 김씨는 ‘생생남’이란 아이디로 ‘화끈방,캠녀만’이란 제목의 대화방을 만들었다.잠시 후 ‘섹시녀’란 여성이 쪽지를 보내왔다.채팅방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주문이다.김씨는 ‘비번 9818’이란 답장을 보냈고 이때부터 둘만의 은밀한 ‘만남’이 시작됐다. 같은 시각 이모(19·고교 3년)군은 김씨와 ‘섹시녀’의 ‘낯뜨거운 대화와 노출’을 엿보고 있었다.이용료가 1500원인 ‘엿보기 아이템’을 구입한 이군에겐 ‘벗고 노는 은밀한 대화방’ 어느 곳에나 투명인간처럼 들락날락할 권한이 1시간 동안 부여됐다. 중소기업 부장인 김모(44)씨는 한달 전 인터넷 화상채팅을 즐기다 만난 ‘캐서린’과 밀회를 즐기고 있다.아내의 의심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한 달에 2000원을 이용료로 내고 한 인터넷사이트의 ‘가상전화번호’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사용 중인 휴대전화의 번호와는 별개로 가상의 번호를 하나 더 받은 김씨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은밀한 전화통화를 즐길 수 있다.밀회가 지겨워지면 김씨는 즉시 번호를 바꿀 생각이다. 경찰은 “하루 수만명이 인터넷 화상채팅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음란이용자를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첨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익명으로 향락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황장석기자 surono@kdaily.com ◆향락산업 부추기는 사회 “향락 범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전국에서 발생하는 ‘향락형 범죄’를 담당하는 경찰청 방범국 관계자는 10일 “윤락,원조교제,시간외영업,무허가영업,호객행위,변태영업,갈취,인신매매 등 죄목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모른 체 눈감는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이 ‘잠재적 향락 범법자’로 몰리는 원인은 향락을 부추기는 사회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밀실 문화의 ‘젖줄’인 기업 접대비는 5조원에 이른다. 또 한국은행과 관련 업계 등은 은행권이 지난해 소규모 개인사업자(SOHO)에게 대출한 금액 52조원 가운데 60%에 가까운 30조원대가 현금순환이 빠른 향락업소에 집중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매매춘을 금지하는 법규는 형법,윤락행위방지법,공중위생법,식품위생법,미성년자보호법 등 10여개에 이르지만 효율적이고 일관성있는 단속을 하지 않아 대부분의 법 규정이 사장돼 있다.적발된 사람은 그저 운이 나빴다고 말한다.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윤락행위방지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람은 1만 591명,유해업소로 단속된 업소는 8만 1384개로 집계됐다.그러나 서울 ‘미아리 텍사스’에서만 하루 평균 3000여건의 윤락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풍속대상으로 지정된 업소가 60만여개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박 겉핥기식’ 단속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성 산업의 수요자인 남성의 의식변화와 남성 중심의 사회풍토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스러기선교회 강명순 원장은 “가정과 사회에서 위축된 남성이 매춘을 통해 가부장적 권위를 회복하려는 망상에 빠져 있다.”면서 “성적으로 군림하면 마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하는 것으로 착각해 성매매에 집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성을 사는 남성보다는 윤락 여성에게 단속이 집중되고,적발된 여성이 대부분 ‘벌금형’을 받게 돼 이를 상쇄하기 위해 윤락에 더욱 집착하는 역효과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청소년 문화단체인 ‘하자센터’ 김찬호 박사는 “향락문화가 번창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불투명한 사회구조 때문”이라면서 “공정한 룰이 없는 파행적 산업화가 이뤄지다보니 음성적 접대문화가 만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면서 “사회인식의 변화와 불합리한 법 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개발원 황장임 책임연구원은 “상대방에게 대가를 바랄 때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것이 향락 제공”이라면서 “향락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가 혁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구 박지연기자 window2@
  • 허탈 ‘로또’ 800억 신기루 산산조각

    광풍(狂風)의 끝은 허탈이었다.대박의 환상은 단 10초 만에 깨졌다.공 6개가 투명관을 빠져나오면서 800억원의 신기루는 산산조각이 났다.60억원대의 갑부 13명이 탄생하긴 했다.그렇지만 남의 일이다.씁쓸할 뿐이다.환상에서 깨어나자 후유증만 남았다.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은 두통,불면증,금단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수십만∼수백만원어치를 산 사람들은 ‘본전’을 찾으려고 한다.이번에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한탕’이나 ‘대박’에 집착하는 대중심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나라 일꾼을 뽑는 투표나 불우이웃돕기에는 무관심하면서 복권을 사려고 몇십분 동안이나 줄을 서느냐고 나무란다.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로또에 ‘중독’돼 직장과 가정마저 팽개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한다.한 인터넷복권 위탁발행업체는 로또 복권 발행이 법적으로 정당한지 소송을 내기로 했다.때문에 로또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로또를 비판하는 노래와 로또중독 자가진단표까지 등장했다. ●허탈에 빠진 사람들 “잠도 잘오지 않고 하루종일 속이 쓰립니다.” 지난주 월급의 3분의1인 50만원어치(250게임)의 로또를 산 회사원 양형일(32)씨가 건진 돈은 불과 2만원.양씨는 “극심한 두통과 울렁거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8일 저녁 200여명과 함께 서울역 대합실의 TV를 통해 당첨번호를 맞춰보던 서석철(43)씨는 11만원어치(55게임) 가운데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큰맘 먹고 로또 2만원어치(10게임)를 구입했다는 노숙자 김모(43)씨는 “차라리 소주나 사먹을 걸 그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일부 네티즌이 인터넷 로또 관련 사이트를 통해 “짜고 친 고스톱 아니냐.”“복권사업을 투명하게 관리할 복권청을 만들라.”며 화풀이를 하는 바람에 일부 사이트는 한때 마비됐다. ●외국에서는 심심풀이용 1530년대 이탈리아가 매년 추첨으로 정치인 90명 가운데 5명을 의원으로 선출한 방식을 본떠 처음으로 당첨비율 90분의5인 로또 복권을 만들었다.1970년대 이후 전자식 온라인 복권으로 바뀐 로또는 미국·캐나다·타이완 등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한국 사회처럼 이상 과열 현상을 일으키는 곳은 드물다. 프랑스에서는 로또가 중노년층의 오락쯤으로 인식되고 있고,아시아 지역에서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복권 사재기에 나서는 나라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난에 따른 빈부격차와 박탈감,갑작스러운 재산상의 손실 등이 한탕주의를 만연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사회적 부작용 잇따라 전문가들은 로또 복권의 이상열기를 ‘일시적 과열’이 아닌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는 “소비자가 직접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이 ‘내가 직접 행운을 골라잡을 수 있다.’는 착각을 유포시키고 있다.”면서 “누적된 당첨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성적인 사람조차 로또의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국립서울병원 중독정신의학센터 이태경 박사는 “로또가 카지노와 슬롯머신처럼 베팅 액수가 점점 커지는 등 도박성을 띠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은 “수익금을 공공 목적에 사용한다지만 서민의 돈을 긁어 모아 서민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복권 제도의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세영 박지연 황장석기자 sylee@
  • “윤락여성 100만”갈수록 커지는 섹스산업,””방치땐 국가 침몰”” 우려도

    넘쳐나는 향락산업으로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 종사자 최소 33만명,매출액 연간 24조원’-5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매매 실태보고는 충격적이다.여성단체들은 각종 음성적인 업종까지 포함하면,전국적으로 100만∼120만명의 여성들이 윤락행위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매일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향락산업을 5차례에 걸쳐 해부한다. ●끝없이 번창하는 향락산업 유흥업소 간판이 속속 도심을 점령하고 있고,시골에서도 티켓 다방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찰이 정기적으로 단속하는 유흥업소는 전국 60만 4484곳에 이른다. 집촌형태의 윤락가만 전국적으로 35곳이나 된다.이 가운데 179개의 윤락업소가 밀집한 서울 ‘미아리 텍사스’에만 820여명의 여성이 ‘성’을 팔고 있다. ‘유흥의 메카’ 서울 강남구에는 올 1월 현재 1043개의 룸살롱과 단란주점이 밀집해 있다.강남구청에서 ‘보건증’을 공식 발급받은 여종업원만 2만 6204명에 이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반주점,단란주점,카바레,나이트클럽 등 술집이 지난 2001년 13만 1568곳이며,여기에 종사하는 종업원만 32만 7328명에 이른다. 이후 정확한 통계를 잡기 힘들 정도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향락은 망국의 지름길 전문가들은 향락산업을 이대로 방치하면 망국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탈세와 돈세탁이 난무하는 유흥업소에 지하자금과 ‘눈먼 돈’이 몰려 경제구조가 기형화되고 향락산업이 1,2차 산업 종사자들을 흡수해 산업구조의 불균형을 낳는다는 것이다.‘성실한 사람이 잘 살 수 있다.’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도 초래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은경 청소년범죄연구실장은 “향락산업은 생산재나 기술 없이 사람 장사를 통해 손쉽게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향락산업은 산업경제의 하위섹터로 발전했으며,검은 돈이 모이고 유통되는 ‘하수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남성우월주의적 가부장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의 특성상 향락산업이 여성의 인권과 자아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녀자 인신매매 등 인권유린 현상도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향락산업이 번창하면 에이즈·성병 등이 창궐하게 되고 국민부담인 사회적 의료비용이 증가한다.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 김찬호 박사는 “물질적 잉여는 넘치지만 욕망을 충족시킬 콘텐츠가 없다보니 돈이 향락산업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관치경제와 정경유착,파행적 산업화가 연줄을 만들기 위한 음성적 접대문화를 조장하고,사회적 생산력을 좀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향락산업의 번창은 심각한 윤리 문제를 야기하고,가정폭력과 성범죄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창구 이세영 박지연기자 window2@
  • [편집자문위원 칼럼] 사진 한장이 주는 감동

    여론 흐름 체계적 보도 노력 ‘이혼 그후' 기획의도 돋보여 아침에 신문을 읽는 즐거움을 빼앗는다면,참으로 난감한 일이 될 것 같다.문자 정보에 대한 오랜 습관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요즘처럼 많은 미디어가 열려 있는 세상에서 신문이란 매체는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 전통 4대 매체를 광고시장 규모의 순으로 보자면 TV,신문,라디오,잡지의 순이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경쟁이 한결 심화됐다. 문자정보를 전달하는 신문의 경쟁력 중 하나는 역시 분석이나 전문가의 의견 등 깊은 사고를 요하는 기사나 칼럼에 있지 않나 싶다.그런 점에서 대한매일이 오피니언 면을 강화하는 것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사설,사내 기명칼럼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이 만들어 내는 목소리들을 들려준다.특히 장관·도지사·시장 등의 행정가 칼럼,CEO칼럼,인터넷 스코프,독자 투고 등의 글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계층이 아닌 여러 집단의 견해들로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오피니언면만으로는 전국민의 일반화된 여론을 모두 전할 수 없다.특별기획 ‘수평사회를 만들자’에서 정치개혁 문제를 여론조사를 통해 제시한 것과 같이 국민들의 다양한 여론의 흐름을 보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대한매일 1월17일자부터 3회에 걸쳐 게재된 ‘이혼 그후’는 여러가지를 생각케 하는 기획 기사였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1990년엔 40만건의 결혼,4만 6000건의 이혼으로 한해 인구 1000명당 이혼한 부부의 비율인 조이혼율이 1.1명이었다.그러던 것이 IMF 사태 이후 1997년엔 급속히 증가하여 39만건의 결혼,9만건의 이혼으로 조이혼율이 2.0을 기록했고 2000년대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2001년엔 32만건의 결혼,13만건의 이혼으로 조이혼율이 2.8을 기록했다. 이처럼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족의 해체까지 염려되는 사회현상을 보인다.이는 청소년 문제,급격히 진행하는 노령화 사회속의 노인 문제 등 그동안 가족에게 맡겨 왔던 문제들을 사회가 복지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주는 일이기도 하다.심각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과제를 적절히 제기한 기획의도가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다만,신문이 논문이 아닐진대 어느 정도 깊이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지,문제제기라도 다양한 측면을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인쇄매체의 다른 한 경쟁력은 사진에 있다고 할 수 있다.한 장의 사진이 어떤 때는 백마디 말보다 호소력이 클 때도 있다는 점에서다.특히 목요일 레저 면에 실리는 아름답고 멋진 사진들은 일상을 떠나 자연속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교육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다.우리 사회는 특히 급격한 산업화·정보화를 겪으면서 교육을 통한 사회이동이 가능하였기에 어느 사회보다 높은 교육열을 보인다.대한매일도 이러한 현상을 지면에 반영하듯 교육면을 강화하고 있다.‘교육’면에서는 주말에 엄마·아빠의 영어동화 읽어주기를 통한 어학공부,용돈기입장을 쓰게 해서 합리적 소비를 가르치는 사례 등 을 보도하고 있다.이는 가정교육 주체인 학부모의 좋은 교육방법을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가정 교육의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돋보인 기획이라고 생각한다.앞으로도 대안을 함께 제시하는 긍정적 비평의 자세를 견지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 상 경
  • [길섶에서] 들풀

    쇠비름 명아주 질경이 씀바귀….초등학교 때 어머님이 간혹 들이나 밭에서 캐어 반찬으로 무쳐 주신 들풀들이다.그러나 고교생이 된 이후 30여년이 넘도록 먹어보지 못한 것 같다.그리곤 못 먹던 시절에 먹을 것이 없었으니까 먹었던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황대권씨의 ‘야생초 편지’를 읽고는 사람이 들풀을 멀리하게 된 것은 농사를 산업화하면서 다수확 품종만을 개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무식의 소치다.산업화 전에는 농부들이 100종에서 300종의 야생초를 채취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학원 간첩단으로 몰려 13년2개월을 복역한 황씨는 교도소에서 100여종의 야생초를 키우며 ‘토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안 먹어 본 풀이 거의 없다고 한다. ‘야생초 편지’는 땅의 주인은 온갖 식물인데,인간들이 채소를 심으며 야생초들을 내쫓아 생물은 물론 인간조차 살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외친다.시인 김지하씨가 교도소에서 생명 사상의 단초를 열었듯이,황씨 역시 교도소에서 생태 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니 경이롭다. 황진선 논설위원
  • [노무현시대의 개혁-재벌] ⑤ 재벌 功도 있다

    재벌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대기업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미친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변호론도 존재한다.특히 오너의 책임있는 의사결정과 연관기업간 시너지 효과의 배가 등 운영방식에 있어서는 재벌식 기업구조가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일각에서는 재벌을 무조건 해체하거나 붕괴토록 추진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강점과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일본의 소니,닌텐도,혼다,도요타,캐논 등은 세계시장에서 일본을 대신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업으로 꼽힌다.세계 1위 업체를 자랑하는 이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로 일본은 장기적 경기침체 상황에도 세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삼성,현대,LG 등 재벌기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 1∼3위의 메모리 반도체·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DVD·휴대전화기 제조업체로 꼽히며 10대 다국적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LG전자,삼성SDI 등도 전자레인지,에어컨,LCD 시장에서 자사제품을 세계 1위에 등극시키면서 한국의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한몫했다. 지난해 열린 제1차 한상대회에 참석했던 카자흐스탄 도스타홀딩컴퍼니 최유리 회장은 “세계 유수기업으로 꼽히는 삼성,LG 등이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면서 고려인의 위상뿐만 아니라 한국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면서 “이같은 대기업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세계 진출을 수월하게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각화 사업구조의 효율성 재벌의 다각화된 사업구조는 나름대로 경제적 효율성을 갖고 있다.각 계열사로부터 자금과 인재를 모아 신규사업에 투자하거나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기업정상화를 꾀할 수 있었다. 외국 선진기업과의 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던 때에는 이같은 재벌의 탄탄한 자본력과 기술력이 세계로 진출하는 경쟁력으로 꼽히기도 했다. 경영노하우를 공유하거나 그룹 단위의 광고를 통해 해외에 기업이미지를 심는 데에는 재벌식 사업구조에서만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오너의 책임있는 의사결정 현대중공업이 울산의 도크 확장공사사업을 추진,세계 최대의 도크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하고 256KD램 반도체칩의 생산을 이어가기로 결정,결국 세계 1위의 메모리반도체 회사가 된 것도 고 이병철(李秉喆) 창업주의 판단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같이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재벌의 경영구조에서는 가능하다. 물론 역기능도 있다.그룹 총수가 자동차에 대한 애착으로 사내외의 반발을 무릅쓰고 자동차산업에 진출,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는 위기를 맛본 것이 단적인 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경제의 큰 흐름을 판단하고 재빨리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면서 “특히 시장선점이 경쟁력인 기업간 전쟁에서는 오너가 위험부담을 안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최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박근용 팀장은 “과거 창업자 기업,폐쇄기업 때에는 오너에게 책임있는 결정을 유도하는 순기능이 있었다.”며 “그러나 재벌 총수가 고작 5∼6%의 지분을 가진 지금의 재벌구조에서는 오너가 책임있는 결정을 하거나 위험부담을 떠안는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여경기자 kid@kdaily.com ◆재계 방어논리 재계는 재벌이 한국 경영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자생적 조직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한다.또 세계시장에서 선진 기업과 경쟁해온 한국 재벌은 어느 기업조직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다고 강조한다.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과 김정호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재벌-신화와 현실’이라는 저서에서 “재벌의 일반적 상징인 특혜의혹,문어발식 다각화,소유·경영의 미분리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심지어 재계 안팎에서는 “재벌이 망하면 한국경제가 죽는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정부 특혜의 산물? 해방 이후 일본인 소유재산의 특혜성 불하와 대기업 도산 방지 정책 등이 대표적 특혜로 지적되지만 이는 재벌만 누린 것이 아니라고 재계는 강변한다.거의 모든 사업분야가 보호관세와 비관세장벽의 보호를 받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벌이여신규제를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은행·방송·중소기업 진출길이 봉쇄됐다고 호소한다. ●문어발식 다각화 다각화란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을 스스로 생산해 쓰거나 파는 체제를 말한다.그러나 거래비용이 비싼 국내 기업환경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다각화가 필수적이었다고 재벌들은 입을 모은다.계약이나 거래보다 조직을 통한 업무성과 달성 방식이 더 효율적이었다는 것이다. ●높은 부채비율 높은 부채비율은 주식시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경제나 산업화 초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재계는 설명한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주식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낮지만 독일은 주식시장 규모가 작아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높은 부채비율은 재벌 탓이 아니라 주식시장이 덜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논리다. ●낮은 수익률과 무모한 투자 재계는 일부 재벌의 무모한 투자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는 표정이다. 재벌들의 몇몇 대규모 투자가 실패로 끝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사업이 실패했다고 해서 재벌을 수익률이 떨어지는 기업조직으로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투자란 모험이기에 실패할 때도 있고 성공할 때도 있기 때문에 실패만 갖고 투자의 무모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다.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 재계는 대부분의 재벌기업들이 지배주주인 창업자나 가족들이 경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경영이 반드시 비효율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지배주주나 가족들은 지식이나 재능이 부족할지 모르지만,전문경영인보다 회사를 더욱 아끼고 책임경영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은주기자 ejung@
  • [새해시정] 이의근 경북도지사

    경주 세계문화축전 지구촌 페스티벌로 과수농가 53억·수출물류비 지원 방침 이의근 경북도지사 이의근(李義根) 경북도지사의 별명은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다.늘 웃음 띤 얼굴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서 붙여졌다.그러나 신년 인터뷰를 위해 기자가 19일 만난 이 지사는 그런 별명을 무색케 했다. “5T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겠습니다.” 섬유·철강 등 굴뚝산업에 의존하는 경북을 첨단 5T 신산업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할 때의 눈빛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그만큼 정보기술(IT),생물기술(BT),나노기술(NT),환경·에너지(ET),문화콘텐츠(CT) 등 5T산업의 육성에 대한 집념이 강해 보였다. 이 지사는 “경북은 자연·사람·기술 등 5T산업 육성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지역을 5대 권역으로 나눠 각각 실정에 맞는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구미·칠곡 등지는 IT,안동·상주·울진은 BT,포항은 NT,울진·영덕은 ET,경주·고령은 CT를 육성하겠다는 것.그는 “신산업만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5T산업 육성 배경을 설명한 뒤 “중앙정부·대기업·연구소 등과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자신이 만든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대한 애정도 강했다.1998년,2000년에 이어 3번째로 개최하는 올해 축제를 계기로 세계문화축전의 반열에 올려 놓겠는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세계신화전’과 ‘세계캐릭터애니메이션전’ 등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혼합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특히 세계신화전에서는 천마와의 만남과 우주와 인류·문화의 탄생,견우와 직녀의 만남과 영웅의 부활,마지막으로 판도라상자에 남은 희망 등을 통해 관람객이 신화 창조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분권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은 갈수록 낙후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새 정부가 지방분권을 1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는 등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21세기 국가의 경쟁력은 지방에서 시작된다고 확신한다.”면서 “시민단체·학계·정계 등과 연계해 지방분권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올해는 과수농가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우선 53억원을 지원해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고 수출농산물전문단지 조성과 수출 물류비 지원 등으로 농가를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품질 쌀 생산 확대,친환경농업화,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쌀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농·어업의 지식산업화를 추진해 활기찬 농·어촌 건설에도 주력하겠다.”고도 했다. 이 지사는 수해와 관련,“수해시설 복구와 장기적인 수해 예방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구체적인 수해 예방책으로는 “2010년까지 6700억원을 들여 지방하천을,2014년까지 1조 7000억원을 투자해 소하천을 각각 정비하겠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농업용 저수지에 홍수조절 기능을 보강하고 지리정보시스템을 도입해 수해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
  • 지역아동센터 현주소 /전국 228곳… 6000여명 이용 대부분 환경 열악, 활성화 시급

    ■ 빈곤아동들이 목소리를 냈다.‘법제화를 위한 지역아동센터 전국모임’이 16일 오후 1시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에서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란 제목으로 ‘아동복지법 재개정을 위한 아동 대토론회’를 가진 것. 전국 1300여 ‘제2의 가정’인 지역아동센터(공부방)에서 삶의 꿈을 키우는 아동·청소년들은 토론회에서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아동복지법 재개정안이 통과돼 지역아동센터 활동에 대한 법적근거가 마련되기를 촉구했다.참석자들은 또 교육·경제·학교·의료·사회적 폭력·놀이공간·자연환경·농어촌·주변환경 등 9개 영역에 대한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요구사항도 마련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와 정신지체 숙부네와 함께 살고 있는 임빛나(경호고 1년·경상지역아동센터연합회 화계공부방)양은 “외로웠고 불안해 늘 수심에 잠겼던 저는 지금,분명한 꿈이 있다.”면서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지역에 공부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부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아동센터란 지역아동센터는 1984년 서울 하월곡동산동네에서 공부방이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학습·문화공간으로 시작됐다. 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들이 대도시로 이주하면서 도시빈민층,도시빈민지역이 발생했고 80년대 들어서면서 2세대인 빈민자녀들의 청소년문제가 대두되면서 종교단체와 민간단체에 의해 공부방이 만들어졌다.빈민자녀들은 빈곤의 세습화와 신체적 불균형,학습능력 저하,정서불안과 사회성 부족,비행 등으로 이어진다. 90년대 중반까지 100여개로 늘어났던 공부방은 경기호황기에 잠깐 증가추세가 주춤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맞으면서 다시 늘어나 현재 전국 228개가 운영되고 있다.이중 65%는 교회 등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 25~30명의 저소득층 초·중·고생이 이용하고 있다. ●해체되는 가정,비행청소년 증가 더욱이 IMF 이후 가정해체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해체가정의 아이들은 가난과 배고픔 외에도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문제들과 직면하게 됐다.영양부족이나 신체적인 발달 저하는 물론 따돌림,낮은 자아존중감,학교 적응력 부족으로 며칠 학교를다니다가도 준비물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해 교실에서의 ‘왕따’,교사의 몰이해로 학교를 빠지고 비행청소년이 된다. 공부방을 이용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설문조사는 바로 이 시대 빈민층 교육·문화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현재 전국에 6000명 안팎.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 외에 일반 저소득층 아동이 55.8%로 그중 38%는 편부·편모·조부모 가정이다. ●화장실도 없는 곳이 60여곳 대부분 전·월세인 공부방은 별도의 교육실이 없는 곳도 40%나 되고,상하수도가 없는 곳이 100여곳이며 43%는 냉방시설이 없고,20%는 난방시설이 없다.화장실이 없어 인근 시설을 이용하는 곳도 60곳이나 된다. 전체수입의 46%가 후원금으로 이뤄지는 불안정한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11~30명의 아동을 한명의 교사가 담당하고 있는 곳이 무려 52.5%에 이른다.대부분 대졸·대학원졸인 교사들은 50만~60만원의 박봉에 허덕여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도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아동복지정책은 결식아동에 대한 식권제공에 그치고 이마저도 280일 학교급식으로 제한돼 방학과 공휴일에 굶는 아이들이 18만명을 넘는다.또 아동복지법상의 아동복지시설은 50~60년대 아동복지정책을 그대로 답습,전쟁고아 등 가정이 없는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정의 기능을 보완해주는 공부방 그러나 해체가정이 늘고 있고,가정의 기능이 약해지는 이 시대에 예방적이고 보완적인 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 이 기능을 지역아동센터가 맡을 수 있도록 법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아동지원센터가 교육문화활동은 물론 의료 지원,자아존중감 회복을 위한 상담,왕따문제 해결을 위한 학교생활지원 등 통합적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소년개발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소득 실직가정 자녀의 63.8%가 자살충동을 느꼈고,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57.3%),돈이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32.7%),가출경험(15.6%)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를 아동지원센터가 맡아준다면 빈곤층 자녀의 문제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표강명순 목사는 “현재 아버지와 아들만의 부자가정이 늘고 있는데 이는 공부방 아동들의 부모세대들이 70년대 도시빈민으로 성장하면서 가족의 윤리,가정의 소중함에 대해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아동·청소년기의 이 아이들을 또 방치,유기한다면 앞으로 더욱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따라서 지역아동센터가 아동을 중심으로 가족·학교·계층·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남주기자
  • [인터넷스코프]올해 정보격차 해소 원년으로

    지나친 정보격차 사회통합 저해 새정부 정보화의지에 기대 옛 속담에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는 끝이 없어 개인은 물론 나라의 힘으로도 어렵다는 뜻이다. 가난한 사람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가난을 벗어나려는 이들의 의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정보격차를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정보통신기기 보급에서부터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정보화교육 기회제공 등 다양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정보화사회에서 정보격차가 곧 빈부격차로 이어진다고 볼 때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력의 차이에 의한 빈부격차와 정보화 차이에 의한 정보격차는 사뭇 차원이 다르다.빈부격차의 문제가 후천적인 요인이 강한 반면 정보격차의 문제는 선천적인 요인이 크다는 것이다.빈부격차의 문제는 노동력이 경제력의 근본이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한 만큼 차이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정보격차의 문제는 신체적·지역적 여건 등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자신이 노력한다고 정보격차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그만큼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정부가 정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만 조성하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잘 이용하는 선도집단과 그렇지 못한 취약집단간의 정보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최근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가구 인터넷 접속률은 68.9%인데 반해 장애인가구의 인터넷 접속률은 46.6%로 나타났다. 세대간 정보격차는 더 심각하다.50대 이상 고령층의 컴퓨터 이용률은 11.4%로 전체 국민의 컴퓨터 이용률 63.0%에 비해 무려 51.6%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미국의 37.1%보다도 낮다. 이러한 정보격차 현상이 지속된다면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첫째,정보격차 현상은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으로 예상된다.도시화와 산업화로 야기된 세대간·도농간·직종간 단절이 정보화사회에서 정보격차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이다.그 결과 집단간 반목과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보격차가 국가경쟁력 향상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국민들의 상당수가 온라인을 이용할 수 없는 환경속에 있다면,온라인 서비스 제공 자체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온라인 서비스와 함께 오프라인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야 하는 이중 부담으로 비용만 가중될 수 있다. 결국 정보 취약계층의 존재는 정보화사회로의 전환비용 증대를 초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계층간·지역간 정보접근의 차이는 정보획득의 차이로 이어져 점점 더 많은 고급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현 사회에서는 곧바로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즉 정보가 자산인 디지털 세상에서 빈부격차가 정보격차를 낳고 이러한 정보격차는 다시 빈부격차로 이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악순환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기술의 특성상 오늘 50보의 격차가 며칠 후면 100보의 격차로 벌어진다.그만큼 정보격차 문제는 해결이 시급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새 정부를 이끌어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기간동안 정보화의 혜택을 모든 국민에게 공여하는 복지사회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는 점이다.정보격차 해소에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새 정부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정보격차 해소의 원년의 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뛰어야겠다. 손 연 기
  • 책꽂이/해신 외

    ●해신(최인호 지음)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소설을 보완한 다큐멘터리 소설.3권 가운데 1·2권이 우선 출간됐다.최근 이 소설을 바탕으로 중국 일본 이라크 터키 이집트 등지를 작가가 돌며 장보고의 행적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해신,장보고’가 제작돼 KBS 창립 30주년 기념작으로 방영중이다.열림원 전3권 각권 9000원. ●환각의 다리(이어령 지음) 1950년대 이후 발표한 이씨의 단편소설을 묶은 단행본.문학사상사의 ‘이어령 라이브러리’ 다섯번째 책으로 4·19혁명을 소재로 한 표제작을 비롯,해방 직후 정치테러를 그린 ‘암살자’,전쟁과 산업화로 잃어버린 고향에의 향수를 담은 ‘홍동백서’ 등이 실렸다.1만원. ●만리장성의 나라(박경리 지음) ‘토지’를 집필 중이던 박경리씨가 1989년 중국을 기행한 뒤 엮은 책으로 13년만에 재출간됐다.완성된 ‘토지’ 가운데 중국 관련 본문을 인용하고,작가가 현지에서 촬영한 사진을 곁들여 새롭게 꾸몄다.나남출판 1만 2000원. ●샤넬에게(우광훈 지음) 장편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생활’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저자의 신작 장편소설.여류 사진작가와 남자모델 사이의 파격적이고 위험한 사랑을 그렸다.사진작가 박찬성씨의 작품을 삽입했다.영림카디널 8000원. ●영광 전당포 살인사건(한차현 지음) 유전자 합성인간인 리플리컨트 등을 등장시켜 사회악을 응징하는 추리소설이자 사회소설.리플리컨트 김시민이 전직 고문기술자인 전형근을 살해하나 그가 죽인 사람은 복제인간.주인공 차연은 영광전당포를 운영하는 진짜 전형근을 찾아가 결국 처단한다.생각의나무 9500원. ●그는 내 가슴에 가시나무를 심었다(고나형 지음) 올해 71세인 저자가 이혼 후 40여년간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온 이야기를 써내려간 자전소설.한림원 전2권 각권 8000원. ●왈패이야기(오세영 지음)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낸 산문집.진돗개 ‘왈패’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을 비롯,유복자로 태어나 외가에서 맞은 설에 대한 유년시절의 추억,우리 문화에 대한 고찰을 담은 ‘우리의 음식문화’ 등 다수의 산문을 실었다.화남 9000원. ●지상에서의 마지막 가족(무라카미류 지음,양억관 옮김) 현대 일본사회의 사회병리현상 가운데 하나로 외부와 접촉을 끊고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이십대를 가리키는 ‘히키고모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일본의 전통 가족관계가 해체되는 과정을 그렸다.웅진닷컴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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