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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양천 생태공원내 자동차 통행 금지

    서울 양천구는 1일부터 안양천 생태공원 내 도로 5.4㎞ 전 구간을 자전거·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통행을 전면 금지한다. 안양천을 즐기는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 취해진 조치다. 양천구의 이같은 조치는 안양천 살리기의 결실이다. 구는 안양천 살리기 프로젝트를 구의 역점사업으로 선정, 각별히 추진해 왔다. 그 결과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로 하천의 기능을 잃고 악취가 나던 안양천을 살려냈다. 숭어떼가 출현할 정도다. 물고기가 돌아오면서 철새와 사람들도 찾았다. 하루 수천명의 주민이 운동이나 산책을 위해 안양천 둔치를 찾는다. 구는 안양천의 수질 개선 노력과 더불어 도심 속의 휴식처로 가꾸는 작업을 계속했다. 주민들의 삶의 여유와 활력을 위해서다. 피크닉 광장·해누리 토피어리 포토존·뚝방 도서함뿐 아니라 모든 주민이 즐길 수 있는 축구장·야구장·배드민턴장·궁도장·자전거도로 등을 조성했다. 구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이날부터 발효되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안양천 내 도로를 ‘자전거·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했다. 오토바이 통행금지 조치의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동안 오토바이 통행으로 산책하는 주민들이 위협을 느끼거나 부딪히는 사고가 나는 등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또 현재 평균 폭이 4m 정도인 도로를 보행자와 자전거도로로 분리하기로 했다. 구는 2011~2014년 기존 도로 옆 여유 공지에 보행자 전용도로(산책로)를 설치,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를 분리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故 김종희 한화회장 기념메달 발행

    故 김종희 한화회장 기념메달 발행

    한화그룹은 28일 창업자인 고 김종희 회장이 조폐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인물 100인 시리즈 메달’의 40번째 인물에 뽑혔다고 밝혔다. 한화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김 전 회장을 선정한 이유로 ‘한국 화약산업의 개척자로서 한국의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앞당긴 기업인’이라는 점을 꼽았다. 12각 형태로 백동 소재인 기념 메달의 앞면에는 ‘한국 화약산업의 개척자’라는 문구와 김 전 회장의 초상, 뒷면엔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김 전 회장의 경영 철학과 1950년대 국산화에 성공한 최초의 다이너마이트 그림을 담았다. 한화는 이 메달을 장기 근속자와 퇴직 임직원, 우수 임직원에 대한 시상용과 VIP 선물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광장] 다시 펄럭이는 새마을 깃발/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다시 펄럭이는 새마을 깃발/육철수 논설위원

    일전에 신문에 실린 사진 한 장을 보고 한바탕 웃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향 포항에 갔다가 ‘아이스케키 통’을 어깨에 메고 있는 장면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지체가 하늘만큼 높아졌는데도 아이스케키 통을 멘 자세가 어쩌면 그리도 잘 어울리던지…. 그래서 그만 웃음보를 터뜨리는 ‘결례’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면서 뭐가 올라왔다. 대통령의 감회어린 표정 뒤에 전쟁통에 유년·청년기를 보내면서 먹고살려고 발버둥쳤던 모습이 어른거려서였다. 가난했던 시절을 잊지 말라며 고향 주민들이 마련했다는 아이스케키 통은, 1970년대 온 나라가 새마을운동 열풍에 휩싸였던 때로 기억을 자연스레 옮겨 놓았다. 대통령과 시대의 역경을 함께한 또래들이 청·장년이 되어 새마을운동 현장의 중추 역할을 한 것도 가난을 어느 세대보다 뼛속 깊이 체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마을운동 초기에 유년기를 보낸 나도 적잖은 추억을 갖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작사·작곡했다는 ‘새마을 노래’를 입이 아프게 부르고 귀가 닳도록 들었다. 노래가 짧기나 한가. 4절까지 밤새 외워 다음날 선생님 앞에서 ‘씩씩하고 명랑하게’ 불러대느라 고생깨나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당시 ‘새벽종이 울렸네~’는 기상나팔이었다. 매일매일 한 집에 한 명씩 ‘작업병’을 불러내 삽이나 곡괭이, 싸리빗자루를 들고 나가 동네 환경작업에 동원됐다. 철없던 나이라 그저 동네 잡일을 하는 게 고역스러웠을 뿐, 그게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엄청난 환경개선·정신계발 운동이란 걸 알 턱이 있었겠나. 새마을운동이 요즘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나라 안에서 재조명이 활발하고, 나라 밖에서는 그 인기가 폭발적이란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는 아예 한글로 ‘새마을’ 글씨가 뚜렷이 새겨진 초록색 깃발을 마을 한가운데 신주처럼 모셔놓고 벤치마킹이 한창이다. 군사독재나 유신의 잔재로 여겨 내팽쳐 놓은 사이에 새마을운동은 개발도상국에서 환경개선과 정신개조, 빈곤퇴치 캠페인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를 숨막히게 이루며 달려오는 동안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 하나를 잃을 뻔했다. 새마을운동의 뿌리는 우리의 미풍양속인 ‘향약’이나 ‘계’에 있다. 전통적 공동체 정신을 박 전 대통령이 국민정신으로 계승·승화시킨 것이다. 개발과 압축성장 시대에 벌써 지금의 세계적 화두가 된 녹색환경시대까지 내다본 국가지도자의 안목이 참 놀랍다. 며칠전 박 전 대통령의 고향 경북 구미에서 ‘대한민국 새마을 박람회’가 열린 것은 그래서 의미가 남다르다. 경상북도는 박람회를 계기로 새마을운동을 지구촌 빈곤퇴치에 불을 지피는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겠단다. 때마침 농촌진흥청도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을 시작한다. 국민의식의 선진화를 최종 목표로 한 제2녹색 새마을운동이란다. 21세기의 농촌은 새로운 희망이다. 전원생활과 제2인생을 꿈꾸고 귀농하는 60~70대 ‘아이스케키 세대’와 젊은 도시 직장인들, 현지 농업인 등이 새로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야 할 곳이다. 그래서 시대는 염치없이 또 아이스케키 세대의 지혜와 경험과 땀을 요구한다. 여기에 젊은 세대의 창의력,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 지원을 잘만 보태면 새마을운동을 미래의 녹색환경운동으로 또 한번 세계의 자랑거리로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사설] 글로벌 코리아, 국가 브랜드 강화 이어져야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6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에 기여하는 글로벌 코리아’의 비전을 천명했다. 6·25 전쟁의 참화를 딛고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이제 지구촌 평화와 번영을 위해 되돌려 주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이 대통령이 밝힌 글로벌 코리아의 전략은 개도국과 선진국을 잇는 ‘교량 역할’이다. 개도국의 발전경험을 공유한 우리가 개도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기아와 빈곤을 벗어나는 데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동시에 당면 현안에서 선진국과의 중재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방향은 국제평화·안전유지와 새천년 개발목표(MDG)달성, 기후변화 대응 노력 등 세 가지로 집약된다. 유엔은 2015년까지 세계 절대빈곤 인구 비율을 50%로 줄이는 등 8개 주요 MDG 목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적극 호응, 2015년까지 정부개발원조(ODA) 규모를 2008년 대비 3배 이상 확대하는 등 효과적인 글로벌 개발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키로 한 것이다. 유엔의 평화유지활동(PKO)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선언했다. 유엔 PKO에는 전 세계적으로 117개국 12만명이 참여하고 있으나 우리는 현재 약 400명을 파견하는 수준이다. 세계 분쟁예방과 대테러 임무, 재난대비 등 국제사회의 요구에 적극 협조해야 필요할 때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지구촌 당면 과제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0년까지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고 GDP 2% 수준까지 녹색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난장판 국회와 불법폭력 시위 등으로 ‘코리아 브랜드’가 나날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에 천명한 우리의 비전이 제대로 실천된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은 보다 높아질 것이다. 글로벌 코리아가 국가 브랜드 강화와 국가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이제 정부를 포함한 국민 모두의 몫이다.
  • [유엔총회·기후변화정상회의] “한국 녹색성장 선도” 수차례 강조 눈길

    │뉴욕 이종락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낮(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64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다자 외교무대인 유엔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유엔과 함께 시작됐다.”며 과거 우리나라와 유엔의 각별한 인연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한국·유엔 각별한 인연 상기 이 대통령은 건국,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열거한 뒤 “이러한 성취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피와 땀의 결실이지만 유엔의 지원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큰 힘이 됐다.”며 “그래서 우리는 1991년 유엔 가입 전부터 ‘유엔 데이(UN-DAY)’를 기념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번 유엔총회가 기후변화 정상회의와 함께 개최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특별히 ‘녹색성장 선도국가’로서의 기여와 역할을 수차례 강조했다. 서울시장 재임시절 이른바 ‘청계천 신화’를 이룩한 경험자로서, 녹색성장의 핵심과제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지도자로서 당면한 국제사회의 환경과제인 물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체계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서울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특별기내에서 프랑스 학술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에릭 오르세나의 ‘물의 미래’라는 책을 읽었다.”며 “이번 제안은 전세계적인 물 문제를 국제적 공조체제를 통해 효과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은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북핵문제를 논의해 관심이 집중됐다. 후 주석은 “각국의 노력 덕분에 북핵 문제가 상당히 완화됐다.”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전하자 이에 이 대통령은 중국의 노력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표명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의 취지를 설명하는 등 회담이 시종 진지하게 진행됐다. ●김윤옥 여사 ‘한식외교’ 호평 한편 뉴욕타임스와 보스턴 글로브지는 각각 23일과 22일자에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한식 외교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이 대통령이 유엔에서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김 여사는 음식 외교분야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드는 일에 나섰다.”며 “영부인 역할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jrlee@seoul.co.kr
  • ‘춘천 닭갈비’ 상표 아무나 못쓴다

    강원 춘천시는 22일 지리적 표시제 단체표장 등록을 거쳐 춘천 닭갈비를 전국 브랜드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지리적 표시제 단체표장은 지역특산물 가운데 품질이나 명성이 해당 지역에 고유한 경우 지역과 품목명을 상표 등록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다.단체표장을 등록한 후에는 명품화 기준을 충족하는 업소만 ‘춘천닭갈비’라는 상표를 쓸 수 있다.시는 앞으로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를 기반으로 전국 시장에 진출해 닭갈비업종을 기업화·산업화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시는 지난 6월 사단법인 ‘춘천닭갈비 명품화 사업 추진단‘을 발족시켜 연구, 홍보, 유통지원, 업소환경 개선 등 1차 연도 사업을 진행 중이며 2011년까지 3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26개 업소의 주방·화장실을 개선하고 신선한 고기를 공급할 수 있게 저온 저장 시설도 설치하겠다.”면서 “원료육 고급화, 유통체계 표준화 등을 통해 닭갈비를 전국적 향토음식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제도 불균형 극복할 개헌 돼야/성낙인 서울대 교수 헌법학·한국법학교수회장

    [열린세상] 정치제도 불균형 극복할 개헌 돼야/성낙인 서울대 교수 헌법학·한국법학교수회장

    1948년 제헌헌법을 포함하면 1987년 개정된 헌법에 이르기까지 10개의 헌법이 명멸해 왔다. 10년을 지속한 헌법이 없었다. 헌정 파탄 속에 실질적인 헌법제정이 다섯차례나 자행되었다. 제6공화국 헌법이라 지칭되는 1987년 체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가 동시에 작동된다. 두 번의 평화적 정권교체는 국민주권주의가 살아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년을 훌쩍 뛰어넘어 헌법의 안정시대를 구가한다. 이제 산업화 과정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던 국민의 자유와 권리, 민주화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던 정치제도의 균형을 새로 설계할 때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터 잡아 21세기의 화두인 정보화·세계화·지방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헌법을 그려 본다. 첫째, 제헌헌법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기본권 규정은 민주화와 헌법재판을 통해 쌓아 올린 성과를 반영하여 정밀하게 체계화해야 한다. 특히 정보사회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전통적인 기본권 체계의 새로운 구성과 재해석이 불가피하다. 2004년에 유럽연합이 채택한 기본권헌장은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은 인권의 규범화를 통해서 21세기 권리장전의 새 모델을 제시한다. 둘째, 제왕적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정치제도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균형을 구축해야 한다. 혁명적인 의원내각제 개헌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직선제를 원한다. 독일헌법은 합리화된 의원내각제의 전범(典範)이다. 헌정의 안정 속에 라인강의 기적과 통일대업을 이루었다. 그 독일에서도 대통령직선제가 논의된다. 하지만 직선대통령에 대한 권한 부여 문제로 답보상태다. 직선 대통령은 의원내각제적인 상징적·의례적 국가원수로 머물 수는 없다. 대통령·국회·국무총리(내각)의 삼각구도에 기초한 현행 헌법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두 개의 국민적 정당성의 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직선 대통령은 국가와 헌법을 수호할 신성한 책무를 지는 국가원수이자 나라의 큰 어른이다. 온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할 때, 국정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 국민여론이 심각한 분열양상을 보일 때, 대통령은 국가긴급권, 국회해산권, 국민투표부의권을 통해서 국가의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의회의 신임에 기초한 내각은 일상적인 국정운영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프랑스·포르투갈·핀란드의 다양한 이원정부제적 경험은 한국적 이원정부제의 밑거름이 된다. 프랑스의 동거정부제에서 보여준 대통령과 내각의 갈등 양상을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패한 한국적 대통령제의 제도 균형을 미국식 순수대통령제로 치환할 수도 있다. 정·부통령 러닝메이트 시스템과 4년 중임제의 채택이다. 의회의 위상과 좌표를 제고해야 한다.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도 삭제한다. 하지만 60년의 헌정사적 경험을 내쳐야 한다. 집행부의 대통령·국무총리 메커니즘을 폐기하고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러닝메이트 부통령제의 도입은 새 제도의 실험장이 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현행 헌법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흠결의 보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대통령의 유고를 판단할 기관이 없다. 법정선거기간 중의 후보자 유고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1956년과 1960년 대선기간 중에 제1야당의 후보자가 사망한 뼈아픈 경험을 안고 있지 않은가. 임기만료에 따른 선거와 유고에 따른 선거에 대한 규정도 부정합적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비상사태 아닌 정상적인 상태에서 국민과 국회가 평상심을 갖고 충분한 숙고기간을 거치면서 공동체의 규범을 새로 모색할 때가 되었다. 헌법개정 논의가 더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새로 마련할 헌법은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세계 속에 우뚝 선 정상국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 헌법학·한국법학교수회장
  • 개성 넘치는 9편의 다양한 죽음 이야기

    소설가 구효서의 형식실험은 등단 22년째를 맞는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전작 ‘나가사키 파파’에서 과감한 문장 부호의 생략과 함께 가볍고 톡톡 튀는 대화 위주의 이야기를 보여 줬던 그는, 이번에 4년 만에 낸 소설집 ‘저녁이 아름다운 집’(랜덤하우스 펴냄)에서 그에 못지 않은 새로운 시도들을 다시 내놨다.표제작 ‘저녁이 아름다운 집’부터가 만만찮다. 기존에 보여준 바 있는 대화 위주의 서사 진행은 차치하고서라도, 소설과 시나리오의 작법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기지는 절로 감탄사를 뱉게 한다.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어느 순간 이어지는 시나리오 형태의 지문이나, ‘대사’라고 해야 할 소설 속 대화들은 장르의 경계를 거부하고 소설의 외연을 확장해간다.2006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인 ‘명두(明斗)’에서는 사람이 아닌 ‘죽은 굴참나무’가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거기다 열두 살 지능을 가진 정신지체장애우(‘TV, 겹쳐’),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초등학생(‘막내고모’) 등 작품 면면이 이채로운 인물들은 서로 질세라 개성을 뽐낸다.하지만 9편 개성적인 작품들의 근저에는 공통적으로 레퀴엠이 흐른다. 모든 인물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죽음’이란 소재는 실험적 형식과 맞물려 교묘하게 개별 작품은 물론 소설집의 주제를 형성해 간다.새로 지을 전원주택 마당터에 무덤이 있다는 사실로 고민하는 중년 부부 이야기인 표제작은, 아내 몰래 약을 먹는 남편과 무덤이 있는 집을 번갈아 장면으로 제시하면서 ‘죽음은 늘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굴참나무의 이야기 ‘명두’도 동화나 우화라고 생각하면 큰코 다친다. 살아 150년, 죽어 20년을 한자리에 서있는 나무가 쏟아내는 이야기는 그 마을 사람들의 어두운 역사와 집단적인 죽음에 대한 것들이다. ‘TV, 겹쳐’ 역시 산업화 시기 여공들을 따라 다니던 죽음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다.그러나 레퀴엠의 선율은 결코 무거운 검은색 한 가지뿐이 아니다. ‘저녁이 아름다운 집’에서 무덤에 대한 고민을 곁에 두고도 남편의 귀를 파고 건강보조제를 챙겨주며 나누는 중년 부부의 소소한 대화는 우리 일상이 가지는 죽음도 이길 수 없는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한다.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정릉3동 사람들의 삶, 민속이 되다

    정릉3동 사람들의 삶, 민속이 되다

    ‘지금, 여기’를 사는 2009년 서울특별시민의 삶 또한 민속(民俗)이 된다. 농촌에서 논밭을 갈거나 바다, 갯벌에서 그물 던지며 낙지 캐는 삶만이 민속은 아니다. 도시 한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선술집을 여는 것도, 소박한 마을 공동체인 반상회의 삐뚤빼뚤한 기록도 충분히 민속학적 가치를 가진 자료가 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정릉 3동 사람들의 삶 역시 훌륭한 민속이다. 국민대 앞에 있는 한 굿당은 노래방, PC방처럼 아예 ‘굿방’이다. 굿을 하기 위해 하루 15만~25만원의 대여료를 내고 빌릴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40년짜리 스카이아파트의 몇 남지 않은 가구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재개발 철거의 불안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산다. 그럼에도 내년을 기약하며 화단 앞에 김장독을 묻고, 연탄아궁이에 불땔 연탄을 차곡차곡 쟁여 놓는다. 옥상에는 가지·호박·상추를 심어 가꾼다. 반장수첩에는 ‘청소비 1000원, 전기요금 6420원’ 등을 빼곡히 적으며 몇 남지 않은 공동체의 틀을 이어나간다. ●돋보기 들이대듯 가감없이 일상 직시 국립민속박물관이 15일 서울 정릉 3동의 생활과 종교, 역사, 풍속 등을 조사 정리한 도시민속조사보고서 ‘변화, 공감, 소통’, ‘김정기 조성복의 살림살이’(이상 김현경·박성연·이건욱 공저) 두 권을 발간했다. 정릉 3동은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서울 주변부로 편입되며 세월의 변화 과정을 묵묵히 지켜낸 공간이다. ‘변화’, ‘공감’, ‘소통’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이번 책자는 민속박물관 연구원들이 지난 한 해 내내 정릉 3동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가슴과 발로 쓴 현장 보고서다. 때로는 망원경으로 내다보듯 강물처럼 흘러가는 정릉 3동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가 하면, 때로는 바로 곁에서 돋보기 들이대듯 그곳 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을 친구, 이웃의 눈으로 가감없이 직시한다. 실제로 연구원 3명은 정릉 3동에 반지하방을 얻어 숙식하며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다양한 콘텐츠 담아 DVD 제작 천진기 민속연구과장은 “단기 방문을 통한 조사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현장에서 밀착 조사를 진행하며 민속연구의 틀 자체를 바꿔냈다고 자부한다.”면서 “보고서에 담지 못한 부분은 DVD로 만들어 영상·녹음물 등 다양한 콘텐츠를 모두 담았다.”고 말했다. 민속박물관은 이번 보고서 2권을 지난해 펴낸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도시민속조사보고서와 함께 총 4장의 DVD로 만들었다. 점점 잊혀져 가는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기록이 되는 셈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객원칼럼] 누구를 위해 조종(弔鐘)을 울렸나/정인학 한국수력원자력 감사

    [객원칼럼] 누구를 위해 조종(弔鐘)을 울렸나/정인학 한국수력원자력 감사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봄과 여름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갔다. 국민들은 그분들의 죽음에 도리를 다했다.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북 치고, 일부 언론이 장구를 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국민들은 지우개를 꺼내 들고 죽음의 교훈에 덧칠되었던 낙서들을 지웠다. 그러고 참으로 역겨운 가을 이야기를 듣고 있다. 두 분 영전에 바쳤던 국화꽃은 친노그룹이 어떻고, 유언이 어떻다는 파당짓기로 변질되었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정치권력을 차지하라는 지침은 아니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렸단 말인가. 세상에 절대적 가치나 절대적 사고방식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시대이든지 그 시대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시해 주는 시대정신이라는 지표는 있었다. 우리는 건국시대를 거쳤고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겪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선진 일류국가라는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그의 실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도 힘 있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던져준 메시지가 아니었던가. 많은 생각으로 봄과 여름을 보냈던 기억을 이번 가을엔 되새겨야 한다. 언론학에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라는 게 있다. 자기 의견이 대세를 이루면 당당하게 목청을 높이지만, 소수 의견으로 분류되는 순간 침묵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수로 분류되면 다수로부터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다수 의견이냐, 소수 의견이냐의 실체보다는 그 의견이 어떻게 규정되느냐가 현실에선 다수 의견으로 자리잡게 한다는 것이다. 다수 의견임에도 일부 언론 매체가 소수 의견으로 규정해서 기정사실화시키면 진짜 여론의 모태인 다수는 침묵하게 되고 대신 일부의 소수가 득세하는 뒤틀림이 일어난다. 이 이론을 처음 제시했던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은 불거지는 사회적 쟁점에 대해 언론 매체가 어떤 분위기를 만드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언제부턴가 맹목적으로 반대하면서 조선시대 서당에서 있었을 법한 훈계를 늘어놓은 ‘훈계형 반대’가 정당한 비판으로 둔갑되기 시작했다. 집값 오름세에 주택공급 확대정책이 해법이 아니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잘해야 된다.’는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가. 4대강 살리기도 안 된다, 교원평가제도 안 된다. 그럼 무엇이 되는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매도하는 ‘허무주의형 부정(否定)’을 대다수의 의식인 양 왜곡하는 횡포가 시작됐다. 단언컨대 한국은 살맛 나는 나라다. 손바닥만 한 땅덩어리에 4800만명이 모여 세계 12대 경제대국을 이뤘다. 한국이 만들면 세계 최초요, 세계 최고가 된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우리의 희망가를 장탄식으로 둔갑시키려 하는가. 피터팬 증후군이란 게 있다. 장성한 어른이 되어서도 칭얼거리는 어린애이기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성숙한 새로운 여건에 적응하기를 겁내는 응석일랑 거둬야 한다. 사회적 쟁점을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국가 사회의 건전성을 도모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길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을 절대 다수의 의견으로 둔갑시키려 해선 안 된다. 민주화 시대의 끄트머리 재활용품인 이분법적 갈등구도를 부추겨 무엇을 얻겠다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공룡이 허약해서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되어 왔다는 사실을 곱씹어야 한다. 정인학 한국수력원자력 감사
  • “신종플루 우려 축제 취소, 관광산업 무시한 면 있다”

    “신종플루 우려 축제 취소, 관광산업 무시한 면 있다”

    귀화한국인 처음으로 정부기관의 대표를 맡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14일 정부의 오락가락한 관광산업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이 사장은 취임 43일만에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지역의 축제 등 행사를 무더기 취소한 것은 우리나라뿐”이라면서 “관광산업을 무시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신종 플루가 유행해도 수천명이 매일 한꺼번에 모이는 지하철 운행을 멈추지 않는 것은 대중교통의 운행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외국의 경우 신종 플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신종플루에도 자국 행사들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 플루로 사망자들이 발생하자 행정안전부는 이달 초 각 지역에서 주최하는 가을맞이 축제·행사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도록 권고했고 그 결과 300여건의 행사가 취소·연기됐다. 하지만 예산집행 및 지역경제의 타격이 예상되자 행안부는 지난 11일 관련 지침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 사장은 “행안부의 새로운 지침은 너무 늦은 조치”라면서 “과거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시 농축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이뤄졌듯이 앞으로 관광산업에서도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등 종사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기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향후 제도적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관광산업 관련 당사자들의 협의기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사장은 “관광산업을 IT산업처럼 중요한 산업으로 키우려면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면서 “관광벤처기금, 관광벤처특별법 등을 만들어 수많은 젊은 사람들이 관광을 산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관광산업의 청사진을 밝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호남 26개 시·군 동서개발 의기투합

    영호남 26개 시·군 동서개발 의기투합

    영·호남을 초광역으로 묶어 개발하는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구와 경북·전북이 소통하고 상생하며 발전, 국가통합과 국토 균형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14일 전북도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전북 등 영호남 3개 시·도는 최근 새만금~전주~무주~김천~대구~포항을 연결하는 ‘동서연계 내륙녹색벨트’ 조성사업을 공동추진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계획수립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새만금~포항 간 고속도로 조기 건설과 함께 새만금~포항 간 철도건설, 백두대간의 녹색자원 관광산업화 등 동서 통합형 경제권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새만금~포항 간 동서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적극 검토하는 것과 맞물려 이 사업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3개 시·도는 다음달 초까지 공동사업계획안을 확정해 국토해양부와 지역발전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대구·경북·전북 새달초 계획안 제출 동서연계 조성사업은 영·호남 3개 시·도 26개 시·군이 포함된 초광역권 개발사업이다. 동서고속도로가 통과하는 대부분의 시·군이 모두 이 사업의 공간적 범위에 들어간다. 대구시는 중·동·서·남·북·수성·달서 등 7개 구와 달성군 1개 군이 포함된다. 경북은 포항·경주·김천·구미·영천·경산·청도·고령·성주·칠곡 등 6개 시, 5개 군이다. 전북은 전주·군산·익산·정읍·김제·진안·완주·무주 등 5개 시, 3개 군이다. 이 사업의 기본 구상은 서해안 신산업벨트와 동해안 에너지·관광벨트를 연결해 동북아지역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발전축을 형성하는 것이다. 현재 남북과 해안을 중심으로 한 ‘ㅁ자형’ 국토발전계획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내륙지역의 성장기틀을 마련, 국가통합 및 국토 균형발전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환황해 경제권의 신발전 거점인 전북권과 러시아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환동해 경제권 거점인 대구·경북권을 연계하는 전략적인 국가 간선축 마련이 시급해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역 인프라 확충… 내륙 발전기반 조성 동서연계 조성 사업은 초광역 인프라 확충으로 지역발전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며 발전 거점별 특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사업도 추진된다. 대구·경북지역 지식창조형 경제자유구역과 전북의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을 거점으로 동반·상생 발전하는 경제권을 형성하는 것이다. 또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권과 덕유산권, 가야산권의 녹색자원을 관광상품화해 초광역 거점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무주군 설천면과 김천시 대덕면 등에 영호남 상생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신성장동력산업의 연계를 통한 내륙·첨단산업 고도화도 추진된다. .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정책진단] 환경보건법 시행 6개월 짚어 보니

    [정책진단] 환경보건법 시행 6개월 짚어 보니

    정부는 환경성 질환(석면에 의한 폐질환, 아토피, 천식, 소아암, 선천성 기형, 소아발달장애 등)의 심각성을 인식, ‘환경보건법’을 제정하고 올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환경보건정책관(局)을 신설하고 산업화 후유증에 따른 대비와 각종 환경성 질환에 대한 예방책도 세웠다. 환경성 질환은 환경오염과 유해화학물질 등 유해인자와 상관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질환이다. 정책시행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환경보건정책의 가장 큰 이슈와 현안을 짚어보고 발전방향을 진단해 본다. 환경보건법 주요골자는 유해물질 위해성평가, 환경성 질환 조사, 피해 보상·기금 확보 근거 마련, 어린이 활동 공간·이용품에 대한 관리기준 강화 등이다. ‘환경 관련 건강피해의 예방·관리’도 신설하여 3년마다 전국민 환경보건 기초조사를 하고, 국민의 건강피해에 대해 건강영향조사 청원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특히 사업활동 등에서 생긴 환경성질환에 대해서는 원인 제공자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명시했다. ●환경성 질환 인식제고 토대 마련 법 시행과 함께 환경 유해인자의 위해성 관리, 유해물질 규제, 실내공기질 관리강화 등의 시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전국 11곳의 환경보건센터를 환경성 질환 전문기관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각종 질환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 정부가 문제해결에 나섰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법 제정으로 어린이와 노인 등 민감계층에 대한 보호막이 생겼다는 점은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환경보건법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타부처와 보다 활발한 유기적 협조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 오염원의 원인은 다양하고 이에 따른 환경보건 문제는 타부처 정책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처럼 민감계층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미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성 질환 판단기준과 피해구제를 위한 재원마련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정책의 기본 방향은 환경성 질환의 원인규명과 예방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수요자들은 보상 쪽에 관심이 더 높아 어려움이 있다.”면서 “보상을 위한 후속조치와 재원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2032년 악성중피종 환자 최고조 예상 환경성 질환은 수질·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및 알레르기(아토피) 질환, 석면으로 인한 폐질환, 환경오염 사고로 인한 건강장해, 유해화학물질 중독증 등 영역이 광범위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질병과 환경 연관성을 규명하기란 쉽지 않다. 환경부는 환경보건법 시행 후 지난 6월 충남 홍성·보령의 석면광산 주변 5개 마을 주민 215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110명이 폐질환을 앓고 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20~30년 전에 채광작업이 끝난 광산이라는 점과 무엇보다 광산에서 일한 적이 없는 주민들에게 폐질환이 발견됐다는 것은 사회적 충격을 줬다. 석면으로 인한 질환은 광산뿐만 아니라 공장지대, 재개발 현장, 지하철 등 생활과 밀접한 공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준다.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사망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국내 석면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악성중피종이란 피부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원인은 석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악성중피종 환자 발생은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성균관대 성동일 산업의학교실 교수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와 슬레이트 수입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2년을 정점으로 추정해 보면 2032년쯤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는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국내 석면 총사용량을 200만t으로 계산했을 때 향후 30년 동안 악성중피종 환자는 매년 400여명씩 발생, 총 11만 7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가·지자체·기업 함께 책임져야 석면은 악성중피종이나 폐암, 석면폐처럼 인체에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키는 1급발암 물질이다. 하지만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기 때문에 피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보상에 어려움이 있다. 환경성 질환으로 판정되더라도 어느 시기에 어떤 경로를 통해 걸렸는지, 또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비록 안다고 하더라도 소송을 거쳐야 하고 보상 소멸시효도 짧아 사실상 피해구제가 불가능하다. 민법 제766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손해나 가해자를 밝혀낸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선진국은 정부가 나서서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있다. 환경부 오종극 환경보건정책관은 “환경과 건강 상관관계 규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석면질환을 비롯한 환경성 질환자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정책진단] “구제기금 신설·보편적 보상체계 추진해야”

    [정책진단] “구제기금 신설·보편적 보상체계 추진해야”

    “환경보건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어린이 환경보건 종합계획을 비롯, 국민 환경보건 10개년 계획의 내실화를 다지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환경부 박미자 환경보건정책 과장은 정책시행 6개월에 대한 성과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아울러 아직도 정책초기 단계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많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토로했다. 석면광산 건강영향조사를 계기로 큰 이슈가 된 석면 피해자 구제 방안에 대해서는 4개의 법률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있다고 설명했다. 석면 피해자의 구제방안은 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해서 재원을 조성한다는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에 따라 하반기 중에 민·관 협의기구를 통해 재원 조성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환경성 질환 발생에 따른 구제는 건강피해의 유형(석면질환과 이외 환경성 질환)과 특성에 따라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석면피해는 산업화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원인자 파악이 어렵고, 사회적 공동책임이 필요한 특수 환경문제”라면서 “구제기금 신설, 보편적 보상체계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보건법이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 성과를 얻기까지는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환경위험 요인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제품과 시설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 유해화학물질에 대해서는 판매금지나 사용제한 등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건강피해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한 신속한 건강영향조사 실시, 실내공기질 개선사업, 그린코디를 활용해 지속적인 유해물질 모니터링과 개선방안을 컨설팅함으로써 환경성 질환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3㏊이상 경작 농가 작년 7.4%로 급증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3㏊이상 경작 농가 작년 7.4%로 급증

    작년 12월 제주도에서는 작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 제주 감귤 농가들의 자조금 조직이었던 제주감귤협의회가 해체되고 제주감귤연합회가 결성됐다. 제주감귤연합회는 생산과 가공, 유통까지 함께 담당하는 전국 생산자 단체다. 규모의 경영을 통해 급속한 노령화와 산업화에 따라 고사(枯死) 상태에 있던 우리 농업의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9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촌 중산층의 붕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청년이 떠난 농촌에는 생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인들만 남았다. 여기에 소작농 중심의 산업 구조로는 생산성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빈곤의 가중과 우수 노동력 유출, 그에 따른 소득 저하라는 악순환 구조가 자리잡을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를 끊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농가의 규모화다. 경작 면적 확대를 통해 농가 소득을 향상하고 농촌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복안이다. 먼저 농어촌공사가 경작이 중단된 토지를 사거나 임대권을 확보한 뒤 이를 농민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임대해 주는 농지은행 제도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그 결과 1985년 1.2%에 불과했던 3㏊ 이상 규모화된 농가 비율은 2008년 7.4%까지 뛰어올랐다. 농가당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 생산 단가 하락과 산출량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노령화된 소농에는 복지 정책을 통한 혜택을 주는 대신, 다른 농가에 대해서는 농지은행을 활용해 규모화된 경작을 가능하게 한다는 게 정책의 두 가지 큰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소농을 합쳐 하나의 큰 생산 조직으로 만드는 것 역시 농가 규모화 일환이다. 강원도 횡성 축협 등 지역마다 생기고 있는 한우 지역생산 조직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지금까지 개별 농가에 배분했던 지원금 제도 역시 생산 조직에 주로 주거나 생산 기반조성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규모의 농업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과제는 29개 품목의 생산자단체 조직. 특정 지역에 한정해 소규모로 존재하던 기존 조합들과 달리 전국적으로 특정 품목의 생산과 가공, 판매 등 모든 분야를 담당하는 자발적인 연합체다. 개별 농가와 지역 품목 조합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생산자단체는 이미 감귤과 우유, 넙치 등 3개 분야에서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또 오는 11월까지 쌀, 고추, 마늘, 배추, 전복, 김 등의 분야에서 마련되는 등 올해 안으로 29개 전 품목의 생산자단체가 결성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감귤 생산자단체인 제주감귤연합회는 기존 조합과 영농법인에 더해 산지 유통 법인에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직접 유통을 담당할 때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그해 작황을 예상해 출하량을 조절하는 등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기능하고 있다. 여기에 전체 62개에 이르는 감귤 브랜드 통합 작업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선키스트’와 같은 감귤만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CEO 칼럼] 녹색코드 그린/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CEO 칼럼] 녹색코드 그린/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글로벌 경기 침체를 이겨나갈 해법과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는 ‘녹색(Green)’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10년 동안 신·재생 에너지에 150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통해 일자리 5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녹색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0년까지 세계 7대 녹색강국에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어젠다로 채택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찌감치 녹색성장에 눈을 돌려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은 미국 경제의 자존심이라 불리고 있는 GE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린 경영(Green Management)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도 특유의 집중력과 승부 근성을 발휘하며 녹색 경쟁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이제 기업들의 녹색경영은 친환경 활동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목적을 뛰어넘어서 지속 가능 경영을 펼쳐나가기 위한 필수 과제가 된 것이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얼마 전 이산화탄소 배출의 제로를 의미하는 ‘카본 옵셋 (Carbon Offset)’을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작업들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고 있다. 녹색성장이 국부를 창출하면서 미래의 신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활발한 투자’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 서비스 개발’ 그리고 ‘국가 차원의 제도 정비’ 등 중장기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국내 금융도 최근 이런 흐름에 맞춰 비과세 녹색장기예금 개발, 여신 심사때 환경리스크 반영, 친환경 녹색기업 우대 등 녹색금융 활성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내낸부터 녹색금융에 대한 세제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드웨어적인 과제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는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기업과 국민들이 환경에 더욱 관심을 두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녹색을 실천하는 ‘녹색의 생활화’가 바로 그것이다. 녹색이라고 이야기하면 왠지 우리 생활과는 동떨어진 듯이 어렵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녹색의 생활화는 최대한 종이 사용을 줄이고 전기 플러그를 뽑는 것에서부터 가급적 ‘저 탄소 친환경 소재 제품’을 애용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결코 우리에게 어렵거나 낯선 개념이 아니다. 물론, 이 정도 노력만으로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녹색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과거 1960~70년대 근검절약 정신을 바탕으로 전후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듯이 앞으로 우리 사회의 생활화된 녹색 의식이야말로 미래 녹색산업을 꽃 피울 수 있는 기름진 토양과 같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녹색의 길은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길이 아니라, 가야만 하는 길이고 이미 가고 있는 길’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의 생활화는 21세기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의 새로운 의식운동이자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 주는 코드라 하겠다. 지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들의 것을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라는 인디언 속담이 시사하는 바를 되새기며 ‘녹색의 생활화’를 실천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 [캠퍼스 라이프] 녹색기술 전문가 집중 육성

    ●영남대 5년간 660억원을 투자해 녹색기술 전문가를 육성한다. ‘대경 광역경제권 그린에너지 선도산업 인재양성센터’를 중심으로 그린에너지 산업의 맞춤형 교육 및 연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우수모델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또 LED-IT융합산업화 연구센터를 중심축으로 경북대, 금오공대, 인하대 광기술교육센터, 한국광기술원 등과 협력 네트워크 강화에 나선다.
  • 후즈후 등 세계 인명사전에 특허청 심사관 등재 잇따라

    후즈후 등 세계 인명사전에 특허청 심사관 등재 잇따라

    특허청 심사관들이 세계적인 인명사전에 잇따라 등재돼 화제가 되고 있다. 2일 특허청에 따르면 통신심사과 서호선 서기관이 세계적 권위의 전문분야별 인명사전인 ‘인터내셔널 후즈후 오브 프로페셔널스’ 2009년판에 등재됐다. 프로페셔널스는 검증된 전문가를 대상으로 심층면접과 엄선 과정을 통해 회원을 선발·등재한다. 서 서기관은 그동안 국제표준회의(ISO/IEC)를 비롯해 국내외 저명한 콘퍼런스 및 심포지엄에서 특허와 표준을 연계한 산업화 전략을 다수 발표했다. 국내 원천기술을 표준특허로 만드는 지원방안을 연구하는 등 표준특허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1997년 박사 특채로 특허청에 임용된 서 서 서기관은 스테레오 시스템분야 특허 심사를 담당하면서 특허분쟁에 대비한 지식재산 교육도 맡고 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네트워크심사팀 정은선 사무관이 ‘인터내셔널 후즈후 인 더 월드’ 2009년판에 등재됐다. 민간연구소 출신인 정 사무관은 2007년 박사 특채자로 무선랜 및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 심사업무를 담당한다. 이로써 특허청은 2006년 이후 현재까지 7명의 심사관이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청은 박사학위 소지자가 정원 1511명의 26.3%인 398명에 달한다.”면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특허 심사업무를 담당하기에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는 지재권 전문가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전주 전통술 ‘모주’ 대량생산길 열려

    전주 전통술 ‘모주’ 대량생산길 열려

    전북 전주에 전통 모주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이 국내 최초로 설립됐다. 전주시와 ㈜전주주조는 성덕동에 ‘전주 전통모주 생산공장’을 짓고 1일 준공식을 했다. 정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으로 선정돼 지원받은 국비 10억원을 포함, 모두 30억원이 투입됐다. 이 공장은 6639㎡ 부지에 지상 2층, 전체 면적 1798㎡ 규모로 하루 1만 2000ℓ의 모주를 생산하는 현대식 자동화 생산시스템과 포장 설비를 갖추었다.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이나 대추, 인삼, 칡 등 한약재를 넣고 끓인 서민들의 해장술로 조선시대를 전후해 전주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한 전통 술이다. 지금까지는 산업화가 되지 않아 전주지역의 콩나물국밥 집을 비롯한 음식점 등지에서만 만들어 팔았으나 공장 설립으로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졌다. 특히 전주주조는 모주를 종이 팩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유통할 계획이어서 앞으로는 전국의 슈퍼마켓이나 대형할인점 등에서도 손쉽게 살 수 있게 된다. 이 회사는 한국식품연구원에 의뢰한 모주의 대량 생산법이 개발되는 연말쯤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 국내외에 유통하게 된다. 공장 설립에는 이미 일본의 4개 식품유통업체가 3억원을 투자하고 전주 모주를 일본에 유통하는 역할을 하기로 해 안정적인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공장에서는 또 전주 막걸리도 함께 생산해 모주와 함께 일본을 비롯한 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전주주조 하수호 대표는 “공장 설립으로 전주 전통 모주의 산업화 길이 열렸다.”며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밀, 한약재 등을 원료로 해 최고 품질의 모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전주 모주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술로 발돋움할 계기가 마련됐다.”며 “외국인의 입맛까지도 사로잡을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세계 각국에 진출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최동호 오솔길 산책] 큰 슬픔과 부드러운 흙

    [최동호 오솔길 산책] 큰 슬픔과 부드러운 흙

    여름이 막 가려고 하는 즈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역사의 큰 장이 넘어갔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 왔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어서인지 국민적 충격과 놀라움은 적었던 것 같다. 이보다 앞서 봄이 막 시작될 무렵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국민적 애도 속에 맞았다. 금년은 유난히 국가적 지도자들의 죽음이 발걸음을 깊게 드리운 해가 되는 것 같다. 국립현충원의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 사이에 마지막 안식의 자리가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하관식을 보면서 이 자리가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분들의 죽음과 생을 떠올리면 그것은 그대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집약시켜 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민족분단의 첫 대통령은 자주독립과 북진통일을 내세웠고, 절대적 빈곤을 극복하고자 했던 대통령은 산업화시대를 선도하면서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민주화를 시대적 명제로 내세운 대통령은 동서의 갈등을 넘어 남북의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목표로 정하고 이를 실천하려 했다.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의 만남은 이십세기 한국현대사를 마감하고 갈등에서 화해의 시대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결정적 전환의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햇볕정책’으로 지칭되는 일련의 화해적 조치들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남기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는 서사시적 파란곡절을 담고 있다. 한 시인은 그의 생을 ‘창파(滄波)의 삶이요, 태산의 죽음’이라고 요약한 바 있지만 필설로 말하기 힘들 만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는 수많은 역경과 위기 가운데서도 이를 극복하고 결연히 나아간 영웅적인 서사시의 주인공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러나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분 자신의 위기 극복의 용기도 물론이지만 그러한 성공을 가능하게 만든 국민들이 그분의 고난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고통 받는 국민들로부터 우러나오는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 그들의 소망을 역사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킨 지도자로 우뚝 선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사시적 생애다. 여기서 우리는 한 사람의 영웅을 위해 수많은 민초들의 삶이 대지의 흙처럼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근대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분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과 마음이다.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와 함께 살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30여년 단골 세탁소 주인이나 단골 이발사, 그리고 독재정권 시절 그분을 그림자처럼 감시했던 형사들은 물론 그와 함께 살았던 동네 사람들과 더불어 그분의 삶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거인은 죽음의 발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진정한 거인이 죽지 않는 이유는 그분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바람결처럼, 숨소리처럼 살아 있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은 봄이 시작되려는 어느 날 ‘용서하세요.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이 말이 첨예하게 대립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우리가 그 말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태양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던 여름날 ‘용서와 화해’를 화두로 남겼다. 반목과 갈등이 팽배한 우리 사회의 정치적 현실에서 이 말은 또 다른 시대로의 전환을 시사해 준다. 이 말들이 죽지 않고 살아서 국민들의 가슴에 메아리치고 더 큰 힘을 얻어서 현실을 주도하는 힘을 발휘한다면 이 두 거인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분들의 영혼은 우리와 함께 살아서 시대를 넘어서는 역사적 생명을 얻을 것이다. 반목하고 갈등하는 풍요는 풍요가 아니다. 큰 슬픔은 격한 충격처럼 빠르게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작고 여린 생명들 속에서 뿌리내리고 부드러운 흙이 되어 살아 있는 것이다.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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