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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100년 대기획]일제시대 어떻게 볼 것인가

    [한·일 100년 대기획]일제시대 어떻게 볼 것인가

    일제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일제 이전과 광복 후의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동안 경제사가들 사이에는 이른바 ‘근대화론’과 ‘수탈론’이 대립해 왔지만, 이는 경제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먼저 ‘근대화론’은 대한제국을 낙후된 ‘봉건국가’로 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광복 후의 ‘대한민국 근대화’를 일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한다. 따라서 이 견해는 일제시대를 긍정하는 이론인 동시에 일제 이전의 자생적 근대화를 완전히 부정하는 이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역사학계에서는 이 이론을 따르는 학자는 거의 없다. 18세기에서 대한제국에 이르는 시기에 이룩한 민주화와 산업화의 실적이 충분히 논증되었기 때문이다. ●수탈론·근대화론은 경제적 측면만 부각 더욱이 ‘근대화론’은 한국인의 치열한 항일운동을 설명하지 못한다. 극소수의 친일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인이 일제시대를 ‘노예상태’로 이해하고 목숨을 던져 투쟁한 것은 ‘근대화’의 고마움을 모르는 무지한 행동이었던가? 또 광복후 대한민국이 ‘근대화’에 성공한 것은 망국의 수치를 씻으려는 자존심의 폭발이 응집력을 높였다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수탈론’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충분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일제에 저항한 것은 수탈에 대한 저항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말 의병운동은 경제수탈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다는 국권 박탈에 대한 저항이었고, 일제시대의 항일운동도 마찬가지다. ‘근대화론’이나 ‘수탈론’이나 한국인의 드높은 ‘주권정신’과 ‘문화적 자존심’을 무시한 이론이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17세기 중엽부터 찾아온 서양과 직접 교류하면서 경제, 기술, 군사면에서 조선을 앞서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와 인문문화의 수준은 조선보다 낙후되어 있어서 19세기 초까지도 조선에서 간 통신사(通信使)에 열광하면서 조선문화를 배우려고 애썼다. 조선은 쇄국을 하지 않았음에도 서양이 찾아오지 않아 경제와 군사에서 뒤지게 된 것이다. 망국의 원인은 ‘붓문화’가 ‘칼문화’에 꺾인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대 일본을 건설한 주역이 한국인이고, 그 후로 수 천년간 선진문화를 건네준 것이 한국인이므로, 정신적으로 일본이 한국인을 압도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생긴 일본인의 열등의식이 우리의 민족문화를 압살하는 정책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역으로 일본을 마음 속으로 멸시하는 정서를 낳았던 것이다. ●양복·기차 등은 근대화 아닌 서양화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서양 제국주의와 식민지 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이 점을 무시하고 서양이론을 끌어다가 한일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그 시대의 국민정서와도 맞지 않는다. 일제시대 한국인은 ‘대한국인’(大韓國人)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3·1운동에 표출된 국민여망은 ‘대한국’의 회복이었고, 그들의 손에 쥔 것도 대한제국의 국기인 태극기였다. 국외에 세워진 많은 독립단체들도 모두 ‘대한국’ 회복을 저항의 목표로 삼았다. 총독부가 정한 ‘조선’이라는 칭호는 국내에서만 강제로 사용될 뿐이었다. 그 ‘대한국’을 민주공화국 정부로 재건한 것이 ‘상해 임시정부’다. 임정은 태극기를 국기로 삼았고, ‘헌법’에 ‘구황실을 우대한다’는 조항을 넣어 대한제국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광복 후의 ‘대한민국’이 ‘대한제국’과 ‘임정’의 국호를 그대로 계승하고, 태극기를 국기로 정한 것은 대한민국이 ‘조선총독부’ 체제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역사적 정통성을 확실하게 계승했음을 말해준다. ‘제헌헌법’에서 ‘3·1운동의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선언한 것이나, 1987년의 개정헌법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한 것도 그런 뜻을 함축한 것이다. ‘대한제국’은 만국공법(萬國公法)에 바탕을 둔 근대적 주권국가로서 산업화와 근대화의 삽질을 힘차게 시작했다. 정체(政體)는 제국이었으나, 정체의 목표는 민국(民國)이었다. 삼한(三韓), 즉 삼국(三國)의 영토를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민족국가 건설의 꿈을 국호에 담았고, 조선시대부터 국기처럼 사용하던 태극기(太極旗)를 국기와 어기(御旗)로 확정했다. 일제 36년의 침탈에도 불구하고, ‘대한국’의 ‘국권’과 ‘자존심’을 지키려고 집요한 사투를 벌인 것이 역사의 진실이라면, 일제시대를 경제에만 한정하여 바라보는 것은 역사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양복을 입고, 기차를 타고, 영화를 보고, 서양문화를 접했다는 것은 ‘근대화’가 아니라, ‘일본화’나 ‘서양화’로 부르는 것이 옳다. 이런 따위의 ‘서양화’는 이미 1876년의 개항 이후로 우리 스스로 모두 시작한 일들이므로 하등 새로울 것도 없다. ●한국은 붓문화 재인식해야 한국의 정치문화가 일본보다 앞섰다는 것은 과거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높은 수준의 유교문화와 치열한 교육열, 그리고 고도로 세련된 민본정치와 관료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조선왕조는 봉건국가가 아니었다. 일본은 막부시대 말기까지 이런 정치문화를 갖지 못했다. 높은 인문문화와 교육열의 전통이 지금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원동력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의 발전은 ‘기적’이 아니라, 문화선진국의 전통이 되살아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붓과 칼이 부딪치면 당장은 붓이 꺾인다. 그러나 길게 보면, 붓의 위력이 칼을 이긴다는 것이 고금의 진리다. 일본은 이제 칼 문화의 한계를 철저히 반성해야 하고, 우리는 붓 문화의 전통을 한탄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영우 이화여대 석좌교수(역사학 전공)
  • 강진 청자, 청와대 식탁 오른다

    강진 청자, 청와대 식탁 오른다

    천년 비색의 강진 고려청자가 청와대 식탁에 오른다. 전남 강진군은 26일 청와대의 특별 주문을 받아 전통주인 막걸리용 청자주병 10점과 술잔 50점을 최근 납품했다고 밝혔다. 주병은 높이 24~26㎝로 1ℓ와 1.5ℓ 2종류이며, 막걸리 5~8잔을 담을 수 있다. 가격은 7만~8만원에 이른다. 술병 몸체에는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시화연풍’을 새겼고, 농악무를 양각으로 표현했다. 술잔은 상감기법으로 구름과 학 무늬를 생동감 있게 조각하고 작품 밑 부분에는 강진청자박물관을 상징하는 ‘강진관요’ 낙관을 표기했다. 청자박물관은 앞서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 국빈용 만찬 식기로 청자상감용봉국화문개합을 제작, 납품한 데 이어 2006년 청자양각죽절문주병·청자상감운학문잔 등 국보재현품 20여점을 납품하기도 했다. 강진군은 막걸리용 술병과 술잔을 만들어 판매에 나서는 등 청자 술병 대중화를 꾀하기로 했다. 강진군은 1977년 청자사업소를 개관한 이후 이곳을 중심으로 고려청자 재현에 주력해 왔다. 청자사업소는 그동안 천연 자연유약을 개발하는 등 완벽한 비색청자의 재현에 성공했으며 청자를 지역 소득원으로 개발하는 산업화에도 힘쓰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조선궁궐 어육장 3代 이어 지켜내

    조선궁궐 어육장 3代 이어 지켜내

    전통식품의 최고수 격인 ‘식품 명인’들이 탄생했다. 전통식품 한 우물을 20년 이상 팠거나 대를 이어 계승 및 발전시켜 온 장인에게 주어지는 명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6일 3대에 걸쳐 어육장(漁肉醬)을 발전시켜 온 권기옥(78·상촌식품 회장)씨 등 4명을 식품 명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어육장이란 조선시대 궁궐에서 담그던 전통 된장·간장을 말한다. 된장을 담글 때 쇠고기와 닭고기, 꿩고기, 도미·조기·병어·민어 등 흰살생선을 꾸덕꾸덕 말려 넣는다. 고기와 생선이 자연스럽게 배어 맛과 향이 보통 된장·간장과는 전혀 다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고기를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권씨의 어육장 솜씨는 친정어머니의 큰어머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친정어머니인 백경신(1989년 작고)씨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결혼하기 전까지 큰아버지 집에서 자랐다. 백씨의 큰어머니 이옥희씨는 조선 왕실 임영대군파의 17대손 이종화씨의 큰딸이었다. 이씨는 집안과 왕래가 있던 흥선대원군의 주선으로 결혼했다. 덕분에 궁중에서 전수되던 어육장 제조법을 오롯이 익힐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어육장 담그는 법을 익힌 권씨는 1995년에 식품회사를 설립해 장류 제조업에 나섰다. 덕분에 명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던 어육장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며느리인 서은미(49)씨도 1990년 시집온 뒤 시어머니의 솜씨를 전수받았고, 현재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조카딸에서 딸로, 다시 며느리까지 4대째 어육장의 맛을 지켜낸 셈이다. 1㎏짜리 어육장은 홈쇼핑과 백화점 등에서 10만원에 팔릴 만큼 고부가가치 상품이 됐다. 직원은 30명 남짓, 연매출은 10억원을 웃돈다. 서씨는 “어머니가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기뻐하셨다.”면서 “어육장의 맥을 이어가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게 사업을 시작한 목적이었는데 꿈을 이루셨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시대 왕실 진상품이던 ‘계룡백일주’의 전수자인 이성우(50)씨도 명인에 뽑혔다. 이씨는 1994년 명인으로 뽑힌 어머니 지복남(2009년 작고)씨의 뒤를 이었다. 1962년부터 순창고추장을 산업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문옥례(80·여)씨와 전통 포기김치 기능보유자인 유정임(55·여)씨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가리봉동 ‘벌집촌’ 디지털시티 된다

    가리봉동 ‘벌집촌’ 디지털시티 된다

    “그리움이란 참 섬뜩한 것이다. 추억은 밍크코트나 골프세트처럼 값비싼 물건에 배는 것이 아니라 병따개나 냄비받침 같은 자질구레한 물건에 배는 법이다. 자질구레한 까닭에 자질구레한 장소에서 아무 때나 불쑥불쑥 튀어나와 가슴을 쓰리게 하는 것이다.” (신경숙의 ‘외딴 방’ 중) 외로운 영혼의 진지한 인생을 따뜻하게 조망한 장편소설 ‘외딴방’은 작가 신경숙의 애환이 담긴 자전소설로 유명하다. 소설의 무대가 된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 속칭 ‘벌집촌’은 1970~80년대 노동문제와 젊은 영혼들의 고뇌가 집약된 역사적 산물이기도 하다. ●도시재정비委 심의 겨쳐 내일 결정 소설 속 벌집촌이 2015년까지 초고층 빌딩과 5000여가구 주상복합건물을 갖춘 ‘디지털비즈니스시티’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가리봉동 125일대 33만 2929㎡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정비촉진사업’을 실시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업은 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28일 결정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곳에는 최고 53층(200m)의 랜드마크 타워가 들어선다. 호텔과 컨벤션센터, 금융·기업본사 등이 입주해 지구의 중심지로 조성된다. 또 용적률 200~870%가 적용된 최저 7층, 최고 53층의 공동주택 5430가구도 건립된다. 분양주택은 3942가구, 임대주택은 1488가구가 지어진다. 임대주택 가운데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1025가구나 포함된다. 오피스텔 1389실도 별도로 공급된다. 인근 디지털단지의 직장인 등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특성을 감안해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주택은 전체의 절반가량인 2698가구가 건립될 예정이다. 85㎡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 296가구도 시범 공급된다. 시는 대규모 비즈니스시티 건립을 위해 남부순환도로의 구로고가차도를 철거하고 구로동길과 디지털 단지로의 폭을 3~6m로 확장하는 등 일대 교통도 정비할 방침이다. 지하화되는 남부순환도로 위에는 2만 6300㎡의 생태공원을 조성, 크게 부족했던 도심공원을 보완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설계안을 마련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공사를 착공하게 된다. ●서울시와 구로구의 합작품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신한 옛 구로공단은 1970~80년대 한국 산업화의 상징이었다. 단지 바로 옆 가리봉동 벌집촌은 이곳 노동자들의 애환이 깃든 초라한 둥지였다. 남부순환도로와 서부간선도로 등이 건립되며 한때 활발한 개발이 예상됐지만 여전히 낙후된 주거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구로구에 따르면 노후 주거시설로 남아있는 가리봉동 일대에는 현재 중국동포 노동자 1만 5000여명 등 막노동자, 빈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양대웅 구청장은 “디지털산업단지의 배후 기능을 돕기 위해 구가 주도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수립해 추진해 왔다.”면서 “수요예측과 마케팅 계획까지 검토한 만큼 내년 하반기쯤 주민 이주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계호 시 뉴타운사업기획관도 “서울 서남권이 복합비즈니스 도시로 변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기고]연구개발투자,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김종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

    [기고]연구개발투자,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김종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

    지식기반시대가 가속화하면서 과학기술력은 국가 경쟁력과 동의어가 돼 가고 있다. 글로벌 기술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가 개발한 원천·기초기술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성장의 돌파구를 열어가는 것은 미래를 위한 국가의 책무이다. 에너지 부족, 온실가스 배출 등 현안과제를 해결하고 미래세대의 복지와 번영을 준비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창조적 기술과 지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가적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연구개발예산은 13조 7000억원으로 경제규모 대비 세계 5위 수준이다. 전체 연구개발예산 중 교육과학기술부의 몫은 4조 3932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약 5000억원이 늘어났다. 세계적 경제위기 등으로 인한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증액은 주목할 만하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민간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기 때문에 국가가 부족분을 보완해 주고 고용 창출을 지원하는 선제적 투자는 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현명한 선택이다. 올해 연구개발투자의 주요 지원분야는 창의적 기초연구, 녹색·신성장기술, 우주·원자력·핵융합 등 거대기술, 연구인력 양성, 출연연구기관 지원, 인문사회과학연구, 과학기술 국제협력 등이다. 정부는 지속적 투자가 필요한 기초·원천연구, 리스크가 크지만 성과가 기대되는 모험연구, 막대한 재원이 수반되는 거대과학연구 등에 정책적 의지를 갖고 투자를 이어나가야 한다. 미래지향적 투자는 기술·지식의 축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민간은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연구를 토대로 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함으로써 상호 보완적으로 국부 창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창의적 기초연구의 경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인내심을 갖고 성과를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투자비 회수기간이 길고 위험성이 큰 기초연구는 민간보다는 정부의 몫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성과물 역시 공공자산으로서 가치가 높다. 올해에는 개인 소규모 연구에 6500억원을 투자하여 풀뿌리 기초과학 연구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세계무대에서 선진국을 앞서가는 정보기술의 세계시장 점유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원자력 기술의 해외 수출, 국산 치매 신약후보물질의 스위스 로슈(Roche)사 기술이전 등은 기초연구에 대한 선제적 투자결과의 좋은 사례다. 이러한 두드러진 연구성과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가져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향상시키는 데 긍정적 효과가 있다. 올해부터 10년간 1조 5000억원을 투입할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 9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입할 글로벌 프런티어사업, 인문사회분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사회과학발전방안 연구 등은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중장기 사업이다. 이같은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더불어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낸 국내기업들이 올해에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어 고무적이다. 정부의 과감한 연구개발투자, 과학기술인의 기술혁신에 대한 의지, 기업의 투자와 산업화 노력이 모인다면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의 풍요로운 내일을 여는 놀라운 추진력이 발휘되리라 확신한다.
  • 울산시 원자력 전문단지 조성 추진

    울산시 원자력 전문단지 조성 추진

    울산시가 새로운 성장동력인 원자력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국내 원전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등을 한곳으로 모아 연계·육성하는 ‘원자력 전문단지’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시는 21일 시청에서 정부의 원자력발전 수출산업화 전략에 맞춰 지역 원자력산업의 발전방향을 찾기 위한 ‘원전산업 육성발전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울산상공회의소, 현대중공업, 삼창기업, 성진지오텍, 일진에너지, 티에스엠텍, 대봉아크로텍, 삼영이엔지 등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시는 이날 원자력 전문단지 조성과 연구 개발 중인 중소형 원자로(SMART) 건설사업 유치, 원전타운 조성,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와 울산과학기술대학 간의 협력, 원전산업 육성 발전협의회 구성, 원전지원금 효율적 사용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시는 국내 원전부품 및 운전 기업체, 연구기관 등을 연계해 원자력산업을 육성할 전문단지 조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는 UAE 원전수출을 계기로 관련 업체들의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지역 업체들의 참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업체와 연구기관을 유치해 ‘원전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또 SMART 건설사업의 울산유치도 적극 논의했다. SMART는 하루 4만t의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공급과 함께 90㎿ 전력생산을 위한 다목적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력원자력에서 건립할 예정인 원자력대학원대학교와 울산과기대 간의 협력과 신고리 5·6호기 유치 원전지원금 활용, 울주군의 원전타운 설립 계획 확대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에는 원자력발전소뿐 아니라 원전관련 기업들이 많아 핵발전 부문과 핵 연구부문, 산업부문을 집적할 경우 세계적인 핵 클러스터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2030년까지 원전 80기 수출”

    “2030년까지 원전 80기 수출”

    정부가 글로벌 ‘원전강국 빅3’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해 세계 신규 원전건설 시장의 20%를 점유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80기의 총 수주 예상액은 4000억달러 안팎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액(3638억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고용 창출효과도 156만명(매년 7만 5000명)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또 총 88조원 규모의 노후 원전 운영·정비시장에도 진출함으로써 새로운 ‘수출 금맥’으로 키우기로 했다. 원전 연구·개발(R&D)에 모두 5000억원을 투입하고 원전 인력도 육성한다. 지식경제부는 13일 울산 신고리 원전 3·4호기 건설현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원자력발전 수출산업화 전략’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원자력이 수출 산업이 된다는 것은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라면서 “늦게 시작했지만 (국민들이) 우수하니까 선진국을 따라잡았고 잘하면 5년, 10년 안에 원전 수출국 가운데 가장 신뢰받는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출로 한국의 원전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2012년까지 원전 10기,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해 3대 원전 수출강국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우선 2012년까지 원전 설계코드와 원자로 냉각펌프, 원전 제어계측장치 등 원전 핵심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1000억원 정도를 확보하기로 했다. 한국형 원전을 세계적인 프리미엄 원전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R&D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2017년까지 민관 공동으로 4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원전 수명을 현재 60년에서 80년으로 연장하고, 건설 공기도 기존 52개월에서 36개월로 단축시킬 계획이다. 지경부는 원전 80기 수출이 기자재를 공급하는 관련 중소기업에 총 26조 8000억원의 매출을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전연료, 한전KPS 등 5개 공기업은 내년까지 전문인력 2800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이달부터 신규 채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국제원자력전문대학원의 개교도 내년 9월로 6개월 앞당겨 매년 100명 안팎의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원료인 우라늄의 자주개발률도 6.7%에서 2016년 25%, 2030년 50%까지 끌어올린다. 김영학 지경부 2차관은 “원전 설계와 설비 등이 병렬적으로 흩어진 체제를 모아 하나의 회사로 수직계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이승만·박정희·김대중 모두 우리의 대통령”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세 분 전직 대통령은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닌,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세력 간에 역사적 화해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첫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서다. 그는 “세 분은 결코 쉽지 않았던 역사의 한복판에서 성공의 역사를 일궈 내는, 그 중심에 섰던 분들”이라면서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해묵은 ‘편가르기’ 관행을 지적한 뒤 “대통령은 특정한 어느 누구의 편이 아니다.”면서 “어느 시대나 빛과 그림자가 함께 존재한다. 이제 그 그림자보다는 그 빛에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내부의 갈등과 분열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화해와 통합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긍정의 힘이 역사를 주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세종시 문제도 갈등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유럽일부 탄소세 도입… 美·中은 눈치만

    유럽일부 탄소세 도입… 美·中은 눈치만

    지난해 12월 세계인의 큰 기대 속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막된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실망과 비판 속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방지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의제를 설정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특히 일부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탄소세(Carbon Tax)’는 지구온난화 방지는 물론 국가 경제 및 국제 통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세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기업과 가계에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1991년 12월 유럽공동체(EC)는 에너지환경 각료회의에서 탄소세 도입 방침에 합의했지만 지금까지 이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캐나다 일부 주에 불과하다.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탄소세 도입이 더딘 이유는 국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에너지 생산에 화석연료를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고 빈국들도 이를 통해 산업화를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 또 지구 온난화 방지는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공동의 노력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탄소세 도입에서도 국제적 동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탄소세를 최초로 도입한 국가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EC의 탄소세 합의 이전인 1990년부터 화석연료, 전기를 포함한 모든 에너지 제품 사용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2003년에 작성된 EC의 에너지세 구조 개편 지침에 따라 2004년부터는 기본세인 에너지세에 탄소세를 부가세 형태로 부과하고 있다. 핀란드는 1990년 이산화탄소에 톤당 4.1유로(약 6640원)의 탄소세를 부과하기 시작해 1997년 11.77유로, 2008년 18.05유로로 인상했다. 스웨덴은 핀란드에 이어 1991년 탄소세를 도입했으나 세율이 낮아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자 1997년 환경세 위원회를 통해 세제 구조를 재검토해 2000년부터 개편에 착수했다. 현재 톤당 108유로로 핀란드에 비해 5배 이상 비싸지만 전력발전에 사용되는 연료에는 부과하지 않으며 산업용 연료에는 50%를 부과하고 있다. 에탄올, 메탄올 및 바이오연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에는 탄소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덴마크는 화석 연료에 대한 소비세 형태로 탄소세, 에너지세, 아황산가스세 등 3가지를 운영 중이다. 1992년에 도입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가 크지 않자 2008년 6월 탄소세율을 대폭 인상하고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과 미참여 기업 간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탄소세 부과 차별화 조치를 단행했다. 2005년 기준으로 톤당 12유로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외에도 독일, 노르웨이, 스위스는 물론 미국 콜로라도, 캐나다 퀘벡·밴쿠버도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는 올해 1월부터 탄소세를 부과할 방침이었지만 헌법위원회가 지난달 29일 탄소세 법안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난항에 부딪혔다. 탄소세 법안이 너무 많은 예외조항을 담고 있고 형평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톤당 17유로의 탄소세를 석유, 가스, 석탄 소비에 부과하기로 하면서 상위 기업 1000개 이상이 이미 EU 탄소방출 규제 시스템의 적용을 받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예외조항에 포함시킨 바 있다. 헌법위의 위헌 판결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20일 탄소세 수정 법안을 내각에 제출해 의회 승인을 거쳐 7월1일부터 탄소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미국 하원은 지난해 6월 온실가스 배출 감축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2020년부터 탄소세를 부과토록 하는 ‘포괄적 기후변화법안’을 의결했다. 관세를 통해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중국은 즉각 무역 보복까지 불사할 방침임을 밝히며 ‘무역 전쟁’을 경고하는 한편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안으로 탄소세 징수에 관한 입법뿐만 아니라 에너지법, 대기오염방지법, 순환경제법 등 환경관련 법안도 공포할 예정이다. 일본은 휘발유에 대한 잠정세율 폐지와 연계해 환경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유, 석유제품, 휘발유, 천연가스, 석탄, LPG 등에 유통업자와 수입업자를 대상으로 톤당 50.84엔의 환경세를 부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이완은 2011년부터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에 ‘에너지·탄소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한편 EU가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지구온난화 방지에 관한 새로운 협정을 추진할 뜻을 밝힘에 따라 서울이 코펜하겐의 후속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탄소세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하되 추가적인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소득세를 줄이는 방법으로 조세중립적인 원칙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지난해 4월 에너지 포럼에서 이 같은 정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앞으로는 버는 것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를 태우는 것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면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조세·금융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국립부산과학관 내년 하반기 착공

    동남권 국립부산과학관 건립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부산시는 동남권 과학관 건립의 타당성 여부 실사를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등으로 구성된 예비타당성 조사팀이 13일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내 조성부지에서 현장실사를 갖는다고 11일 밝혔다. 교과부는 4월 말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기본실시설계에 이어 내년 하반기쯤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동남권 과학관 건립 추진위원회는 “설계비 15억원이 올해 교육과학기술부 예산으로 확보됨에 따라 과학관 건립이 본격화 됐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동남권 과학관은 근대화와 산업화의 출발지인 동남권 지역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새로운 시민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남권 과학관은 2006년 7월 부산, 울산, 경남 주민 등 115만명이 건립 서명운동에 동참했으며 2013년까지 동부산 관광단지 내 11만 5500㎡ 부지에 1300억원을 투입해 전체면적 23만 1000㎡ 규모로 건립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신년 파워인터뷰] 영화계 제2도약 이끌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

    [신년 파워인터뷰] 영화계 제2도약 이끌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

    “새해에도 영화계의 반등 기운이 느껴지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트릴 때는 아닙니다.”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국내 영화계는 2009년에 들어서며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과속스캔들’, ‘해운대’, ‘국가대표’, ‘전우치’ 등 흥행 대작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연말연시 분위기도 좋다. ●“영화인들, 호황일 때 미래 준비해야” 30일 서울 홍릉길 영화진흥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조희문(53) 위원장은 “2010년 출발이 힘찬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운이 따르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이내 “외형은 좋아졌지만 여러 불안 요소가 있다.”며 “성공에 취해 해이해지거나 오만해지면 안 된다.”고 허리를 곧추세웠다. 호황일 때 영화계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2009년 9월 취임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상명대, 인하대 (연극영화과)교수 시절, 스크린 쿼터 축소를 주장했고 심지어 영진위 축소 또는 해체를 외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과 ‘위원장’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영화 진흥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연구자 입장에서 제시할 수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지금도 개인 의견이 있지만 다양한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제 의견을 지나치게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10여년 동안 한국 영화는 산업적·문화적으로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미래 산업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었다면 이제는 경쟁력이 검증돼 사회를 이끌고 변화를 유도하는 문화의 중심으로 우뚝 선 것. 조 위원장은 “정치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영화계 안에 불신과 분열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념과 변혁의 갈등을 떠나 문화산업 콘텐츠로서의 영화가 강조돼야 하는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흐름을 타면서 영진위는 시장 자율에 맡길 것은 맡기되 불합리한 것은 논의해 보완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더라도 넉 달 가까이 영진위를 이끌어 오면서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위원장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영진위가 꼴찌를 기록한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부담보다 바람이 컸다.”고 돌이켰다. “영화계는 물론 문화계 전체, 정부에게까지 불신받고 신뢰가 무너진 상황을 복구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영진위가) 제대로 일한다, 영화판을 제대로 돌아가게 한다, 이런 평가를 끌어내는 게 중요했죠. 생각보다 빨리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내심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영화인 서울사랑방, 영화인기금 만들 터” 그가 가장 주력했던 것은 조직 개편 등 영진위 ‘수술’과 영화현장과의 ‘소통’이었다. 그 결과 영진위는 최근 공공기관 개혁 성공사례로 꼽혔고, 영진위를 바라보는 영화계 현장의 시선도 조금 따뜻해졌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제작, 유통, 배급, 상업영화, 독립영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영화계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합니다. 같은 사안을 놓고 시각이 다르고, 이해 관계도 다르죠.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소통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처럼만의 호황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을 걷어내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중요한 새해 임무다. 국내 영화계의 고질병인 교차상영(한 스크린에 여러 영화를 교대로 내거는 방식)이나 열악한 스태프 처우 문제가 그것이다. “우리나라 영화 역사는 길지만 산업화를 이룬 것은 불과 10여년밖에 안 됐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수십년에 걸쳐 이룬 것을 단기간에 해내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요.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해결할 작정입니다.” 조정자, 조력자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그는 임기 안에 꼭 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우선 영진위가 정책기관으로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2012년까지 영진위의 부산 이전도 예정돼 있는 만큼 서울에 영화 기념공간도 만들 작정이다. 영화인들의 상징적 구심점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공제회나 영화인 연금 형식의 영화인 노후 복지 시스템의 디딤돌을 쌓는 일이다. 아직은 구상단계라며 성급한 기대감을 경계했지만 말 속에 강한 의지가 전해져 왔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출세’라는 화두로 본 한국사회

    방송사들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의 희망을 전해주는 송년·신년 특집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우선 KBS 1TV는 31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3부에 걸쳐 특별생방송 ‘대한민국은 한가족입니다’(연출 이낙선·손병규)를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서울광장, 여수 향일암, 서울 가락동 수산시장 등 삶의 현장을 생방송으로 연결하면서, 2009년 올 한해 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약한 ‘국가대표급 이웃’ 11명을 찾아 훈훈한 소식을 전한다. 다음날 방송하는 KBS 1TV 신년기획 3부작 ‘희망 2010 대한민국의 힘’은 한일병탄과 6·25전쟁, 산업화 등 한국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며 새해의 희망을 노래한다. 오전 10시, 오후 7시10분, 오후 10시에 1~3부가 방송되며 국내 명사들과 정부 인사들이 함께 나와 새해 주요 사업 등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새해 소망 중 하나인 ‘성공’, ‘출세’ 등을 집중 조명한 특집 프로그램도 있다. SBS는 SBS스페셜을 신년특집 ‘출세 만세’편으로 꾸며 3일부터 4주에 걸쳐 오후 11시20분에 방송한다. 한국에서 큰 인물들이 가장 많이 나왔다는 ‘출세의 명당’인 경남 통영 야소골을 찾아보고, 인간의 권력욕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도 보여준다. 명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진정한 출세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2~3일 오후 8시에 방송하는 KBS스페셜 ‘부(富)의 지도’는 ‘부자되기’를 다룬 신년 경제 기획이다. 2부에 걸쳐 세계적 경제 위기 이후 부의 흐름과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초일류 기업들을 찾아간다. 금융위기에 대한 월스트리트 내부의 고백, 경제 위기 이후 동아시아의 변화 등도 함께 다룬다. 연말하면 한 해를 빛낸 스타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각종 특집 시상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MBC는 31일 오후 9시 55분에 ‘2009 MBC 가요대제전’(연출 서창만)을 방송한다. 올해 남·여 아이돌 그룹 중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소녀시대와 2PM의 합동 퍼포먼스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김구라, 신정환, 이보영이 진행을 맡았으며 샤이니, 손담비, 슈퍼주니어, 애프터스쿨, 이승기, 카라 등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KBS와 SBS는 같은 날 오후 9시 50분에 ‘연기대상’을 각각 내보낸다. KBS는 ‘아이리스’의 이병헌과 ‘천추태후’ 채시라, SBS는 ‘아내의 유혹’ 장서희와 ‘찬란한 유산’ 이승기 등이 경합할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교육통한 富대물림 심화

    교육통한 富대물림 심화

    부의 대물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일자리가 더디게 늘고,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분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던 교육이 앞으로는 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29일 ‘세대 간 경제적 이동성의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30대 중·후반과 부모 세대(50~60대)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세대 간 경제적 이동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이동성이 높다는 것은 저소득층도 자녀세대에서는 경제적 지위가 쉽게 향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이동성은 세대 간 부의 대물림이 두드러진 영미권에 비해 높은 편이다. 북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력의 대물림 정도를 나타내는 세대 간 경제적 탄력성 추정치에서 한국은 0.16, 핀란드는 0.18인 반면 미국은 0.37로 나타났다. 경제 발전으로 산업화 이전 세대보다 나은 일자리가 생겼고, 계층을 초월한 교육열로 저학력 부모 밑에서 고학력 자녀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고도성장이 끝나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성장이 고용 창출을 동반하지 못하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부의 대물림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교육 비중이 커지면서 고소득층 자녀의 명문대 진학률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만 4000원인 반면 500만~600만원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35만원을 웃돌았다. 또 서울대 사회과학대 입학생의 가정환경을 조사한 결과 고소득 직군 아버지를 둔 자녀의 비율이 그렇지 않은 자녀에 비해 1985년에는 1.27배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는 16.6배로 늘어났다. 앞으로는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급등으로 증여·상속에 의한 대물림도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공적 장학금을 늘려 저소득층 자녀가 경제적 이유로 교육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초·중 교육 단계에서 계층·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여 재능이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에너지 절약으로 지구 살려야/ 박광서 서강대 물리학 교수

    [열린세상] 에너지 절약으로 지구 살려야/ 박광서 서강대 물리학 교수

    이달 초 열린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국가별 감축량 조율을 내년 멕시코 회의로 미뤄둔 채 기대 반, 아쉬움 반으로 막을 내렸다. 모든 국가가 함께 줄이자는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이미 지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이 선진국에 있으니 후발 산업 국가를 배려해야 한다는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주장 차이가 워낙 커 구체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때문이다. 강대국들이 벌인 ‘지상 최대의 정치 쇼’라는 비판의 배경이다. 그러나 코펜하겐 회의는 우리에게 몇 가지 의미 있는 진전을 남겼다. 우선 온난화가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물론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거의 모든 국가들이 공유하게 된 점이다. 미국의 태도 변화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수십년간 국민 1명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평균의 5배인 산업구조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소비문화의 유지보호를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거부해 왔던 미국마저 그 심각성과 책임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돌아섰으니 말이다. 임종을 앞두고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했던 아일랜드의 작가 버나드 쇼의 심정이 이와 같았을까. 개도국의 대부로 부상한 중국의 역할은 점점 커지게 되었다. 2007년부터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21%)은 미국(20% 이하)을 앞질렀다. 개도국의 본격적인 산업화로 인해 단순히 1등 배출 국가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뀐 결과일 뿐 세계 총 배출량은 계속 늘고 있다. 중국의 1인당 연간 배출량은 미국의 24%에 불과하지만 워낙 인구가 많아 총 배출량이 미국보다 많아진 것이다. ‘트림하는 돼지’로 상징되는 미국의 과소비가 세계화되면, 특히 인구가 많은 중국이나 인도가 자기들도 미국처럼 소비하며 살겠다고 자원을 펑펑 쓰고 화석연료를 마구 사용하게 되면, 지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져 우주 밖으로 나가야 할 빛을 흡수한 뒤 재방출해 지구가 더워지며 나타나는 갖가지 이상 징후들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의 연평균기온은 0.75도 정도 올랐고, 특히 최근 50년 동안은 10년마다 0.13도씩 상승하는 등 가속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 빙하와 만년설 감소에 따른 해수면 상승, 열대성 폭풍과 해일, 그리고 광범위한 생태계 교란 등 인류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도 지구온난화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바이오연료나 수소연료, 인공광합성 등 청정에너지와 대체에너지의 개발과 함께 절약형 전자제품의 지속적인 개발 같은, 국가지도자와 과학자들이 해야 할 몫뿐 아니라 지금 당장 일상생활에서 ‘나부터(Me First)’ 실천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인간의 지혜와 과학의 발전이 뭔가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절약하며 행복하게 사는 법을 익히는 게 우선일 듯싶다. 과도한 난방으로 한겨울에도 여름 옷차림으로 살면서 내복 입은 사람을 촌스럽게 보거나, 큰 차 타고 다니며 나보다 인격까지 낮은 사람 취급해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거나, 식탐으로 음식을 많이 담아 남겨 버리며 ‘내 돈 내고 내가 먹는데 무슨 상관’ 하며 공동운명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경우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지구를 생각하며 무심코 에너지를 낭비하는 곳이 없나 돌아본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나는 절약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되돌아갈 것을 상상하며.
  • 강원도 기후산업 선점에 박차

    강원도가 새해부터 기후산업 선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강원도가 올 초 설립한 (재)한국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는 내년에 기후산업 시장 선점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및 배출거래 컨설팅, 도 소유 신재생에너지 시설 운영,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 지원사업’ 등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온실가스 감축 및 배출권 거래 컨설팅 부문에서는 우선적으로 도와 일선 시·군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유엔 청정개발체제(CMD) 등록, 풍력과 태양광 등의 민자유치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분석도 지원한다. 타지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수익사업 아이템 발굴도 시작한다. 대관령과 영월의 풍력단지와 대관령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을 맡아 운영하며 현장 적응 능력을 향상시킬 방침이다. 정부가 새해에 아시아·아프리카 등 국가에서 추진할 개발도상국 기후변화대응 역량제고 사업에도 참여, 세계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만든다.센터는 특히 도내 기존 산업단지의 ‘녹색산업단지화’기초연구, 온실가스 저감사업 산업화 방안 연구, 기후변화에 따른 건물부문의 부하변동 분석 등 산업과 일상생활속 녹색성장 기초를 닦을 예정이다.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내년부터 매년 10억원씩의 ‘강원도 기후변화대응 기금’을 조성한다. 이 기금은 기업체와 단체 950여곳, 개인 50여곳을 대상으로 모금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 운영할 계획이다.지난 1월 29일 강원도가 설립한 한국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는 오는 29일 이사회 정기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계획안 및 예산안 등을 심의, 의결한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전주 내년 전통모주 산업화

    전북 전주시에만 있는 술 ‘전통 모주’를 산업화 한다.시는 최근 식품, 생물, 생명산업 전문가와 사업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 전통 모주 산업화와 명품화 포럼을 개최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전통 모주의 품질을 표준화하고 대량 생산하는 체제를 갖춰 전국적인 명주로 육성하기로 했다.이를 위해 우리 밀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모주 생산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앞서 업소별로 판매하고 있는 모주의 맛과 향을 비교 분석해 가장 기호도가 높은 모주의 맛을 표준화할 계획이다.시는 내년 모주공장을 신축하고 자동화 생산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또 이에 걸맞은 용기 개발, ISO22000 인증 추진 등 명품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모주는 막걸리에 계피, 감초, 생강 등을 넣어 끓인 술(알콜 2%)로 콩나물 해장국과 곁들여 마시는 해장술로 인기를 끌고 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매생이 초콜릿 나온다

    매생이 초콜릿 나온다

    전국 최대 매생이 생산지인 전남 장흥군에 매생이를 이용해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가공 공장이 들어선다.18일 장흥군에 따르면 33억원을 투자해 1650㎡의 매생이 가공 공장을 짓기로 했다. 군은 내년 3월까지 입지와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공사에 들어가 12월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는 1차 가공품으로 원료 제공을 위한 분말 생 매생이의 동결건조, 2차 가공품으로 청소년을 겨냥한 초콜릿 등 과자류 상품화, 3차로는 항암 제품, 면역증강 제품, 다이어트 제품 등 기능성 식품 개발 등 산업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장흥군은 최근 매생이 출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내년 2월까지 생산한다. 200여 어가에서 연간 1000t을 생산하는 장흥 찰 매생이는 전국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 납품해 연간 약 50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효자 품목이다. 갯벌에서 생산되는 장흥 찰 매생이는 미네랄이 풍부해 차지고 부드러우며 아미노산 함량이 많은 무공해 건강식품이다. 현지에서 45g 묶음에 약 4000원에 판매되는 등 다른 지역의 매생이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왜곡된 분노 뒤에 숨은 중화패권주의

    중국 개혁·개방 30년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산업화와 도시화라고 할 수 있다. 삶의 형태와 질이 송두리째 변하는 본질적인 변신인 만큼, 적지 않은 사회적 부작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 부의 분배 메커니즘 부재에 따른 엄청난 빈부격차와 대규모 이농현상에 따른 농민공(農民工)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는 우리도 이미 1970~80년대에 경험했던 바다. 하지만 약대국에서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의 발전에 성공한 중국인들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대국굴기(大國屈起)’로 표현하면서 과거 서구 강대국들의 굴기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인식의 주체로서 사회의 모든 분야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계층이 바로 ‘80후(後)’와 ‘90후’이다. 이들은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로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겪어야 했던 대고대난(大苦大難)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인식했고 이른바 ‘혁명시대’의 우매한 역사도 체험하지 못했다. 이들의 의식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중화(中華)의 국가주의와 건국 60주년과 개혁개방 30주년의 경축 분위기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적 생태 본질은 ‘소황제(小皇帝)’다. 나라 안에서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와 나라 밖에서는 중국밖에 모르는 극단적 민족주의가 이들이 갖고 있는 역사인식의 배경인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중국이 화났다(中國不高興)’이고, 특히 ‘80후’와 ‘90후’들을 위해 쓴 책으로서 최근 중국 안팎에서 일어난 대형 사건들에 대한 급진적인 해석을 통해 ‘70후’ 이전의 혁명세대가 갖고 있는 역사적 패배의식을 서구에 대한 분노로 전환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80후’ 이후 세대들이 인터넷을 통해 조성하는 강력한 여론이다. 중국이 화났으니 어쩌라는 건가. 태클 걸지 말고 중국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라는 뜻이다. 중국은 이미 남의 말을 들어야 하는 나라에서 남에게 말할 수 있는 나라로 발전했고, 21세기의 세계를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이 중국에 있다는 뜻이다. 이들이 말하는 중국의 분노는 청 왕조 붕괴 이후 170년 동안의 역사에 대한 분노이고, 분노의 기초는 지난 30년 동안 이룩한 놀라운 국력신장이며, 분노를 발산하고자 하는 대상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의 강소국들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다양한 세력들 틈새에 끼여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변화된 역사인식을 정확히 파악하고 과거 외번(外蕃·중국의 바깥 속국으로 일컫는 말)의 위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충분한 견제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중국의 외형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적 지표에만 주목하는 동안 저들의 역사인식은 이미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룬 상태다. 지난 170년의 일그러진 역사를 자초했던 중국인들 스스로에 대한 반성적 사유는 없이 모든 역경의 책임을 외세에 돌리고 있는 저들의 ‘왜곡된 분노’ 뒤에는 애국이라는 이름의 국가주의가 도사리고 있고, 이는 중화패권주의로 구현될 수 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경종으로 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태성 중국문학 전문번역가
  • [영리의료법인 도입 부처 대립] 다양한 의료수요 창출… 부가가치 24조

    [영리의료법인 도입 부처 대립] 다양한 의료수요 창출… 부가가치 24조

    15일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용역보고서는 영리 의료법인의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DI는 영리 의료법인의 도입과 함께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유형이 다양하게 출현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치료와 병 구완, 예방 등 다양한 의료수요를 창출해 추가 투자와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KDI는 한국은행의 ‘영리 의료법인 도입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인용, 의료서비스 산업의 국내총생산 비중(2007년 현재 3.1%)이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 수준(5.6%)으로 상승하면 부가가치는 24조원, 고용은 중장기적으로 21만명이 창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산업 투명성 제고 기대 KDI는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되면 의료서비스업의 산업화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필수 의료부문에서는 오히려 국민 의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영리 의료법인을 도입함으로써 소비자의 수요에 대처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유형을 시도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비의 35.9%(9조 2000억원)를 차지한 만성질환자들은 대부분 2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여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이들에 대해 치료, 병구완, 건강관리 등을 동시에 제공하려면 영리법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 면허가 없는 비(非)의료인이 병원의 실소유권을 갖는 ‘사무장 병원’ 등 편법적인 자본 조달을 양성화해 의료산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반대론자들이 제시하는 필수 의료서비스의 위축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KDI는 밝혔다. 영리 의료법인은 주로 비급여진료과목(성형외과·피부과·치과·안과)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필수 의료서비스가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논리다. 기존 병원의 의사들이 영리 병원으로 옮겨 소비자가 불편을 겪을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고 수준의 의료인력이 대학병원에 집중된 현재의 의료서비스 구조는 쉽게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판단 돕는 보완장치 중요 KDI는 영리 의료법인이 도입되면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병원 진료비와 대표적인 임상수준 지표 등을 공개하는 의료기관 정보포털(가칭 ‘내셔널 포털’)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를 뜻하는 급여율(건강보험 부담분이 국민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56% 수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0%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KDI는 보고서 결론에서 “영리법인의 도입 범위를 한정하거나 유형을 제한할 필요성을 찾기 어려웠다.”며 재정부의 전면 도입 입장을 뒷받침했다. 보완책만 잘 마련하면 영리법인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걱정할 게 없다는 얘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시론]‘기후변화 경제학’ 시대에 승자가 되려면/이레나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시론]‘기후변화 경제학’ 시대에 승자가 되려면/이레나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지금 코펜하겐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코펜하겐 서미트가 개최되어 미디어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 특히 중국이나 인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중국·인도는 경제발전을 위해 너무 많은 양의 온실가스 감축은 어렵다면서 선진국들에 보다 많은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환경보호가 올라가기 위해서 경제는 내려가는 ‘트레이드-오프’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현재의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유엔의 스턴스 보고서가 2007년 발간되면서 인간의 경제 활동과 기후변화 관계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고 세계 각국이 온난화 방지를 위한 방안, 즉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논리를 반박하는 새로운 이론이 부각되고 있다. 화석 연료에 근간을 둔 지난 세기의 경제성장 방식 대신 저탄소에 기반한 ‘그린 이코노미’의 새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기후변화의 경제학’이 등장하면서 환경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녹색성장 전략들이 미국 등 선진국들 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녹색성장을 선언하면서 녹색기술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육성하는 녹색성장 정책들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러한 녹색성장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패러다임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을 강화해 환경보호운동이 강화되면서 환경산업, 즉 녹색산업 시장이 창출되고 이 분야의 고용이 증가하면서 경제발전에 다시 기여하는 선순환 루프를 발견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0% 이상을 에너지 관련 분야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녹색성장은 곧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는 크게 수송분야와 발전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발전분야가 전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녹색성장 전략은 발전분야,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는 신재생에너지의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지만, 우리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시장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시장이다. 이번 코펜하겐 서미트를 기점으로 세계 각국이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정하고 국제협약에 따라 추진이 되면 세계시장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 이러한 거대한 시장을 국내 경제성장의 기반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또는 원자력의 산업화가 절실하다. 특히 지난해 미국 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후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더불어 글로벌 이슈의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됐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국가성장전략으로 현명하게 이용을 할 경우,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대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우리도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정부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승자 편에 서서 녹색성장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고 국익과 국격 제고에 힘쓰겠다고 발표한 이상, 현 시점에서 우리는 모두 힘을 모아 환경과 경제를 살리는 솔로몬식 해답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레나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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