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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6 50돌] “박정희 功過 이미 반영… 지지율 영향 없을 것”

    [5·16 50돌] “박정희 功過 이미 반영… 지지율 영향 없을 것”

    50주년을 맞은 5·16을 놓고 ‘쿠데타’냐 ‘혁명’이냐는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를 고스란히 넘겨받은 유력한 대선 주자이기 때문이다. 관심은 두 가지다. 박 전 대표가 5·16을 어떻게 보느냐와 박정희 정권의 유산이 그의 대선 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5·16은 구국의 혁명”이라고 밝혔고, 이 소신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의 핵심 중진 의원은 15일 “박 전 대표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세종대왕에게 정몽주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것과 같다. 정몽주가 아무리 훌륭해도 아버지(태종)가 제거한 인물을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병수 전 최고위원은 “5·16 혁명으로 근대화가 이뤄진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당당한 입장을 견지하는 게 낫다.”면서 “이 문제가 박 전 대표에게 걸림돌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다.”면서 “‘구국혁명’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5·16 이후의 대한민국 발전상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국의 혁명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친박계 의원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5·16과 박근혜를 묶어서 보는 것에는 반대한다. 한 의원은 “구국의 혁명이라는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역사의 비극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면서 “다만 5·16을 박 전 대표와 연결짓는 것은 연좌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군사 작전에 동참한 것도 아닌데 딸이라는 이유로 문제삼는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 치러질 당내 경선과 대선에서 경쟁자들로부터 아버지의 ‘그늘’에 대해 공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2004년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비판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공과가 이미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다 반영돼 있다.”면서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박정희 리더십에 대한 향수가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도 “5·16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별로 없다.”면서 “‘독재자의 딸’이 틀린 말이 아니듯 ‘경제발전 주역의 딸’ 역시 틀린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아버지의 독재가 불가피했다고 설득하면서 그 과정에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웅 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최근 진보진영이 강화됐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어 ‘쿠데타 프레임’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장세훈·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친박 “박근혜가 5·16 군사작전에 참여했나?”

    친박 “박근혜가 5·16 군사작전에 참여했나?”

    50주년을 맞은 50주년을 맞은 5·16을 놓고 ‘쿠데타’냐 ‘혁명’이냐는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를 고스란히 넘겨 받은 유력한 대선 주자이기 때문이다. 관심은 두 가지다. 박 전 대표가 5·16을 어떻게 보느냐와 박정희 정권의 유산이 그의 대선 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5·16은 구국의 혁명”이라고 밝혔고, 이 소신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의 핵심 중진 의원은 15일 “박 전 대표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세종대왕에게 정몽주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것과 같다. 정몽주가 아무리 훌륭해도 아버지(태종)가 제거한 인물을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병수 전 최고위원은 “5·16 혁명으로 근대화가 이뤄진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당당한 입장을 견지하는 게 낫다.”면서 “이 문제가 박 전 대표에게 걸림돌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다.”면서 “‘구국혁명’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5·16 이후의 대한민국 발전상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국의 혁명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친박계 의원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5·16과 박근혜를 묶어서 보는 것에는 반대한다. 한 의원은 “구국의 혁명이라는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역사의 비극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면서 “다만 5·16을 박 전 대표와 연결짓는 것은 연좌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군사 작전에 동참한 것도 아닌데 딸이라는 이유로 문제삼는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 치러질 당내 경선과 대선에서 경쟁자들로부터 아버지의 ‘그늘’에 대해 공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2004년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비판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공과가 이미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다 반영돼 있다.”면서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박정희 리더십에 대한 향수가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도 “5·16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별로 없다.”면서 “‘독재자의 딸’이 틀린 말이 아니듯 ‘경제발전 주역의 딸’ 역시 틀린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아버지의 독재가 불가피했다고 설득하면서 그 과정에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웅 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최근 진보진영이 강화됐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어 ‘쿠데타 프레임’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2004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시절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 드린다.”고 했지만, 다른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한 적은 없다. 이창구·장세훈·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5·16 50년] “박정희 통과해야 한국 현대사 설명 가능”

    [5·16 50년] “박정희 통과해야 한국 현대사 설명 가능”

    ‘5·16, 쿠데타냐 혁명이냐.’ 5·16 발생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16의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쿠데타’와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각 측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5·16이 우리나라 근대화에 미친 명암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쿠데타와 혁명’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의 학술행사가 열렸다. 13일 오후 1시 한국정치외교사학회 주최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6과 박정희 근대화 노선의 비교사적 조명’이라는 학술행사는 선입견을 버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5·16에 대해 조명해 보자는 자리였다. 5시간에 걸친 행사는 7명의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한 뒤 토론으로 이어져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행사는 박정희 정부의 근대화 정책 자체를 살펴보는 1부와 2부, 아시아 지역의 근대화 경험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정책을 평가해 보자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의 빈곤 트라우마 주목해야” 1부에서는 정일준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와 신복룡 건국대 석좌교수가 각각 ‘5·16과 군부의 정치참여: 미국의 대한(對韓)정책과 군사정권’, ‘5·16과 박정희의 민족중흥 논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5·16을 뭐라고 부를 것인가’하는 문제에서부터 정치적 담론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는 50년 전 당시 5·16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중심으로 이 정권이 경제발전을 국가 프로젝트로 채택하게 되는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정 교수는 1961년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던 버거가 미 국무부 관리들에게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해 “당시 미국에서는 ‘5·16쿠데타가 기회주의적이거나 이기적인 군사지도자에 의한 단순한 권력장악이 아니었다. 한국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진정한 시도였다’고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복룡 교수는 박정희의 ‘민족중흥 논리’에 대한 사상적인 기원을 분석했다. 신 교수는 “박정희 시대는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호수’였다.”면서 “이전까지 모든 역사적 흐름이 일단 그의 시대로 모여들었다가 다시 갈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어느 분야에서든지 한국 현대사를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족중흥 논리’에 대해 발표한 그는 이것이 박 전 대통령의 ‘빈곤에 대한 트라우마’로부터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정희가 꿈꾼 사회는 ‘굶주리는 사람이 없는 나라’였다.”면서 “빈곤 퇴치는 그가 살아야 할 존재의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유신의 기원에 대해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 추진 역시 국방과 수출산업 강화를 위해서였다.”면서 “박정희는 산업화 과정에서 미완의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좀 더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필요성이 유신(維新)으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근대화는 軍출신 정치가 개발의지 때문” 이어진 2부 순서에서는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박정희 정부 개발정책의 경제사적 배경과 의의’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가 이후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적 성취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성장 잠재력’을 극대로 동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 비결은 자립적 수입대체 공업화 노선을 개방적 수출 주도 공업화 노선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 같은 노선의 전환은 이념적으로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군인들의 탈법적 쿠데타를 이른바 ‘근대화 혁명’으로 승화시켰던 근본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할 수 있었던 것은 동시대 다른 후진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쉽게 찾을 수 없는 군인 출신 정치가들의 강력한 개발의지가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씨줄날줄]자판기/이춘규 논설위원

    [씨줄날줄]자판기/이춘규 논설위원

    기원전 215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한 사원에 ‘주화를 넣으면 성수(聖水)가 나오는 장치’가 설치됐다. 자동판매기의 원조다. 지렛대의 원리를 응용했다. 투입된 주화의 무게로 자판기 내부 그릇이 기운 뒤 경사가 원래로 돌아갈 때까지 밸브가 열려서 물이 나오는 구조였다. 서기 100년 전후 알렉산드리아에서 활약한 과학자 헤론이 쓴 ‘기체장치’(Pneumatika)에 그림으로 원리가 설명돼 있다. 첫 발명자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근대적 자판기는 1940년대 이후 대량 소비시대를 연 미국이 원조다. 경비절감 목적이 컸다. 미국에는 2008년 말 기준 748만대의 자판기가 가동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판기 도입이 늦었다.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된 1970년대 후반에야 선보였다. 이후 영화 자판기도 나오는 등 꾸준히 영역을 확대하며 한때는 자판기 판매업이 인기 부업이었다. 지난달에는 바나나를 파는 자판기까지 나왔다. 자판기 털이나 파괴 범죄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자판기 대국 일본은 1904년 우표 자동판매기가 시초다.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코카콜라사가 1961년 병음료 자동판매기, 1967년 캔음료 자동판매기를 각각 도입하면서 대중화시켰다. 자판기 역사는 동전의 발달과 관계가 있다. 자판기 대중화가 늦은 것은 1957년에야 100엔 동전이 나와서다. 일본에는 521만대의 자판기가 청량음료·담배·책·신문 등을 팔고 있다. 24명당 1대꼴로 41명당 1대꼴인 미국보다 두 배 가까이 널리 보급돼 있다. 화제의 자판기도 많다. 지난해 말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순금 자판기가 등장했다. 일본 중부지방에는 생우동·계란 자판기도 있다. 지난 1월 도쿄 관청가의 지하철 가스미가세키역에 사과 자판기가 등장했다. 껍질째 혹은 깎은 것 두 가지를 판다. 유통기한은 11일. 중국 난징시에는 지난해 10월 털게 자판기가 나왔다. 섭씨 5도 정도로 선도를 유지한다. 자판기에서 죽은 게가 나오면 산 게 3마리를 무료로 제공한다. 하루 200여 마리가 팔린다. 전력난이 심각한 일본에서 자판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판기가 전기 먹는 하마로 지목되며 가동 중단 요구가 커졌다. 자판기는 24시간 가동된다. 음료 자판기는 냉난방과 조명 시설도 있어 전력 소비량이 엄청나다. 일본 자판기의 전력 소비량은 일반가정 200만 가구가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이에 일본자동판매기공업회는 소비 전력을 25% 줄이겠다며 역풍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판기 매출이 무려 90여조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박명재 세상 추임새] 너 자신 외에 모든 이를 용서하라

    [박명재 세상 추임새] 너 자신 외에 모든 이를 용서하라

    1년 중 가장 좋은 5월을 맞으면서 지나간 4월에 우리 역사상 아물지 않았던 상처 하나가 아름답게 매듭지어졌으면 하는 아쉬운 사건이 있었다. 다름 아닌 쉰한 번째 맞는 4·19혁명 기념일에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씨가 4·19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고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사죄를 하려 했으나 관련 단체의 저지로 무산된 일이다. 유족들의 원통하고 한 맺힌 심정을 잘 알 수 없는 제3자의 입장에서 섣불리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망설여지는 일이다. 다만 눈여겨볼 대목은 용서를 받아들이지 않는 쪽에서는 사죄가 진정성이 없고 사전에 적절한 절차나 교감 없이 갑작스레 이루어졌다고 주장함으로써 사죄의 가장 본질적 요소인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죄과”라고는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참배와 사죄를 거부당한 이씨 쪽에서도 “그분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더 늦어지기 전에 역사의 잘못을 사죄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뜻”이라고 밝혀 계속해서 사죄를 해나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잘하면 쉽사리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질 것 같다는 희망 섞인 생각을 하면서 몇 가지 이유로 역사의 한 매듭과 당사자 간의 응어리가 풀리기를 기대한다. 첫째, 사죄는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사건의 당사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즉, 당사자의 적격성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이승만 전 대통령을 대리할 사람은 양자인 이인수씨밖에 없다. 그분은 엄연한 법적 후계자 내지 대리인으로서 아비의 죄를 자식이 비는 법적, 윤리적, 인간적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정치적 사면과 용서·화해는 역사가와 국민들의 몫이며, 그가 어떤 정치적 사면과 용서를 바라지는 않고 있다. 무엇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80을 넘은 그의 생전에 사죄와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뒷날 다른 어떤 자연인이나 단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죄는 그만큼 당사자 적격성에 치명적인 흠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둘째, 우리가 어떤 잘못과 과오에 대한 용서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용서가 잘못을 예방하고 근절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또 다른 잘못과 과오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반복성의 효과에 대한 의문과 염려 때문이다. 프랑스 격언 중 ‘쉽사리 용서해 주면 잘못을 반복시킨다.’라는 말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국민적·정치적 역량과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용서와 화해가 더 이상 이 땅에 또 다른 독재의 망령을 부활시키거나 학생운동을 무자비하게 총칼로 탄압하고 희생을 되풀이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4·19혁명의 숭고한 이념과 발전적 미래가치의 정립 그리고 역사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 양자 간에 사죄와 용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건국과 4·19혁명의 민주화, 5·16의 산업화, 현재의 선진화 그리고 미래의 통일 한국으로 나아가야 할 역사적 맥락과 정체성 측면에서 꼭 매듭지어야 할 역사적 과제이자 필연이기 때문이다. 용서와 화해는 논리나 사변의 이성적 차원이 아니라 감정과 정서의 인간적 차원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 속담에 ‘귀신도 빌면 듣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머리 허연 80 노인이 살아생전에 양부의 역사적 과오와 허물을 빌기 위하여 묘역에 나왔다가 이리 밀치고 저리 떠밀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 노인이 세상 떠나기 전에 진정한 사죄와 용서 그리고 역사적 화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은 비단 필자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숱한 전쟁과 보복의 왕조사가 점철된 영국에 유난히 용서에 관한 격언이 많다. 그중 아래 두 가지를 인용하면서,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양쪽 간에 아름다운 사죄와 용서가 이루어져 우리 역사의 한 매듭이 마무리 되기를 희망한다. ‘너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을 용서하라.’, ‘용서는 가장 고귀한 승리이다.’
  • “박정희, 선입관 없이 재조명해 봅시다”

    “박정희, 선입관 없이 재조명해 봅시다”

    100% vs 49%. 흔히 말하는 ‘박정희 논란’은 이 범위 안에 있다. 100% 박정희 전 대통령 공이라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앞세운다. 반면 명과 암을 입체적으로 보자는 49% 쪽 사람들은 그 정통성이란 게 고문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100% 진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들도 예전에는 다 그런 전철을 밟았다고 재반박한다. 학문적으로 말하자면 “경험에 비춰봤을 때 산업화와 개발 독재는 친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49% 진영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는다. “박정희 체제의 성격이 다른 선진국의 초기 산업화 수준과 비슷하기는 한 것이냐.”고 각을 세운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는 5·16 쿠데타 50년을 맞아 이런 논쟁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는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5·16과 박정희 근대화 노선의 비교사적 조명’ 학술대회를 여는 것. 대회 이름에서 ‘쿠데타’라는 용어를 빼버린 데서 알 수 있듯 선입관 없이 ‘박정희’를 들여다 보자는 의도다. 근대화 정책 자체를 살펴보는 1부에서는 정일준 고려대 교수가 ‘5·16과 군부의 정치참여’를, 신복룡 건국대 교수가 ‘5·16과 박정희의 민족중흥 논리’를 각각 발표한다. 2부에서는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박정희 정부의 경제발전 정책의 성과와 의미-동시대 개도국과의 비교’를, 김은경 인하대 교수가 ‘상상된 민족의 재현-1960년대 음악정책으로 본 박정희 체제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주제로 각각 발표에 나선다. 3부는 본격적으로 비교사적 시각을 펼쳐 보인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케말과 터키의 근대화’, 최경희 한국외대 교수는 ‘수하르토와 인도네시아의 근대화’, 김석근 건국대 교수는 ‘박정희와 조국 근대화 노선-개념적 접근과 비교사적 평가’를 시도한다. 비교적 가까운 아시아 지역 근대화 경험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정책을 평가해 보자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상득 “MB 포용정치 할 것”

    이상득 “MB 포용정치 할 것”

    대통령 특사로 남미 방문 길에 오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중도 실용노선으로 포용하는 정치를 해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상득 계보 형체도 없다” 이 의원은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교민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내의 정치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한 교민의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국민이 화합, 국익 위주로 컨센서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9일 그의 한 측근이 전했다. 이 측근은 이재오 특임장관의 ‘배신’ 주장과 관련, “이른바 이상득 계보의 형체가 남아 있기는 하냐.”고 반문하면서, “이 의원은 자칫 오해를 살 것을 우려해 엄정 중립을 강조했었다.”고 소개했다. 이 측근에 따르면 이 의원이 이번 LA 방문에서도 “나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자원외교에만 치중했다. 남미와 아프리카, 중동 등 17개국을 11차례 방문해 17명의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 간담회 개최에 대해서는 “LA는 자원외교차 10여 차례 경유했어도 한 번도 교민들을 만나지 못했다.”면서 “외국에서 열심히 생활하며 모국에 기여하는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치 중단 자원외교만 치중 이 의원은 이어 “한국의 산업화가 발전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국과 유럽, 일본에 비해 뒤처져 있다. 우리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자재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는 이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강석호·이은재 의원, 이서희 LA 민주평통회장, 스칼렛 엄 LA 한인회장, 이창엽 새 LA 한인회장, 김춘식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잊혀진 것들’ 펴낸 한국학연구원 김 원 교수

    [저자와 차 한잔] ‘잊혀진 것들’ 펴낸 한국학연구원 김 원 교수

    장기집권을 비극으로 마무리한 통치자, 그가 남기고 간 혼돈을 빚처럼 안고 출발한 1980년대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꽃 한 송이 피워 내지 못한 ‘서울의 봄’, 군부의 등장과 광주항쟁, 넥타이부대까지 불러낸 민주화운동…. 대학에는 절망과 분노가 타올랐고 시위와 분신이 이어졌다. 그 격랑 속을 살았던 사람들은 그 시절을 박제시켜 벽장 속에 감춰두고 싶어 한다. 그렇게 화석화된 ‘80년대’를 꺼내들고 씻김굿을 한판 펼치자는 이가 있다.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이매진 펴냄)을 낸 김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 그는 이 책을 세상에 던짐으로써 자발적 치매라는 고치 안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내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은 1980년대 대학생들의 궤적을 기록한 ‘학생운동에 대한 보고서’다. 그 시대를 몸으로 부딪쳤던 구술자들의 입을 통해 당시 대학생의 일상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1999년에 출간했다가 12년 만에 방대한 보론(補論)을 덧붙여 새로 출간했다. 김 교수가 책을 새로 내놓으면서 화두로 삼은 것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다. “초판은 역사적 리얼리티의 복원에 초점을 뒀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는 80년대가 왜 상처로 남았고 다시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되새김질 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80년대는 비도덕적이고 반국가적인 패륜아의 역사’라는 오명이 덧씌워졌다는 데서 찾는다. 바로 대한민국 건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아비를 부정했던 불경스러운 아들·형제들로 기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80년대를 증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물음에도 분명한 답을 내놓는다. “증언하지 않으면 망각되거나 왜곡된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를 역사의 한 페이지 정도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대들도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기억듣기’는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사회의 지향점을 성찰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는 스스로가 ‘운동권’이었지만 학생운동이 갖고 있었던 문제점에 대해서도 뼈아픈 지적을 한다. “학생운동이 소멸하게 된 외부적 요인은 군부정권의 퇴장이나 노골적인 폭력의 약화 등이겠지요. 더 큰 원인은 학생조직의 내부적 문제였습니다. 조직의 비대화, 대중을 소외시킨 엘리트주의, 분파와 갈등이 균열을 불렀습니다.” 유행처럼 정치권으로 몰려들었던 소위 ‘386세대’에 대해서도 “목적을 위해서 분명히 존재했던 것들마저 부정한 사람들”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진다. 1980년대를 천착해 온 그에게 2010년대 대학생은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80년대에는 광주항쟁 같은 사회적 현실에 대해 죄의식을 갖고 있었고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실들을 현대사의 비극 정도로 인식할 뿐 ‘자기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대학이 취업을 향한 경쟁의 장으로 재편되면서 자신의 존재근거에 대해 질문을 던질 여지가 약해진 것이지요.” 그의 바람은 자신의 텍스트들이 80년대의 트라우마를 읽는 창 구실을 하는 것이다. “지금의 세대들이 이 책이나 비슷한 연구서를 보면서 끝없이 질문을 던지다 보면 언젠가 트라우마는 깨질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이들이 잊고싶어 하는 ‘과거’를 낱낱이 전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찾는 단초를 제공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엿보인다. 이호준 편집위원 sagang@seoul.co.kr
  • 박근혜 “내년 큰 선거 아무래도 역할을…”

    박근혜 “내년 큰 선거 아무래도 역할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내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어 아무래도 활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면서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5일(현지시간) 마지막 방문지인 그리스 아테네의 디바니 팰리스 호텔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정치 일정상 본격적인 활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날짜를 정해놓고 할 수는 없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 등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당에서 한창 토론하고 고민도 많고 논란도 있는 것으로 안다. 돌아가서 할 얘기가 있으면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지난 ‘행보’에 대한 세간의 비평에도 해명을 내놓았다. 박 전 대표는 먼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순방기간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성장을 해야 함을 재확인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예전에 산업화를 시작할 때 산업 기반이라는 인프라(SOC)를 깔았다. 이제 선진국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무엇인가. 그것은 신뢰·원칙 등 무형의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것이며 그러지 못하면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다. 그것이 국가의 미래 패러다임이 돼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들이 상식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나라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으며, 우선 정치권에서 원칙과 신뢰를 잘 쌓아야 조정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저를 가리켜 ‘아 답답하다. 왜 이렇게 고집이 센가’라고 하고 ‘원칙공주’라는 이야기도 듣고 하는데 저부터 원칙과 신뢰를 쌓아가야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협정을 맺을 때는 호혜적으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므로 FTA를 맺었다고 해서 우리에게 이득이다 손해다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 “협정의 발효는 또 다른 시작이며, 우리에게 불리한 농업 같은 분야에서도 창의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위기가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척박한 모래 언덕의 나라였던 네덜란드도 조건만으로는 전혀 맞지 않았지만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힘을 쏟아서 농업 강국이 되었다.”면서 “우리도 정부가 뒷받침하고 창의적으로 노력해서 농업의 갈 길을 개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테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박재범 칼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할 때

    [박재범 칼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할 때

    국민의 시선을 모았던 4·27 재·보선 결과가 드러났다. 여당이 충격적으로 참패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전례 없이 높았다. 시기적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탓이다. 이제 관심은 국정에 미칠 파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집권 후반기의 정국전개 양상은 ‘증후군’이라 할 정도로 패턴화되고 있다. 임기 후반기에 치러진 재·보선 등 선거 이후 여야 가릴 것 없이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해졌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것이 모여 국정의 난맥이 초래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최저수준의 지지율을 보였고, 바로 직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작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세 번씩이나 반복된 현상을 보면 뭔가 정치구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시작은 영웅적이지만 끝은 만신창이다. 그러나 임기 후반기의 정권은 구조 개선을 이뤄낼 에너지가 부족하다. 따라서 국정을 맡은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닥치게 되더라도 담담한 심정을 잃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설령 진정성을 의심받아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되더라도 평정을 잃지 않고 소통과 설득에 나서는 것이 긴요하다. 오로지 국정의 중심으로서 공직사회의 고삐를 손에서 놓지 않되 국민의 목소리에 겸손하게 귀 기울임으로써 국익을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미 경제학자 겸 저널리스트 허버트 스타인은 ‘대통령의 경제학’에서 ‘새로운 대통령의 출현은 언제나 희망을 준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아 보인다.’고 했다. 이 말은 취임 당시의 포부를 현실화하는 일이 대체로 불가능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설득시켜 더 크고 지속적인 국가이익을 위해 (국민들에게 현 시점의) 희생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이라고 했다. 임기 후반기 대통령이 택해야 할 길을 엿보게 해준다. 노 전 대통령 때처럼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는 식으로 푸념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소극적 태도로 비춰지거나, 오히려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식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대통령과 참모진이 국정을 꽉 쥐고 가야 하는 이유는 내년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이 있고,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임기도 끝난다. 3대 세습 중인 북한이 강성대국을 선포한 해이기도 하다. 일본도 대지진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 국익을 지키기 위해 준비하고 염려해야 할 사안이 쌓여 있다. 여건이 어려울수록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제2의 IMF 위기를 세계적으로 가장 잘 극복했다는 수치상의 실적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정권이 탄생하게 된 시대정신은 정부 스스로 잘 규정했다. 반부패, 공정, 국격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나아가 통일의 초석도 다져야 할 때이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긴 역사의 호흡에서 건국,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선진국 진입의 기틀을 다진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 일에 힘을 모을 때 레임덕 시비를 건너고, 내년 새로 떠오를 정권에 좀 더 형편이 나아진 나라의 운영권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용은 ‘소기위이행(素其位而行) 불원호기외(不願乎其外)’라고 했다. 리더는 현재 처한 위치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하고 제자리 밖의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불쾌하다고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거나 사세가 불리하다고 눈앞의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것은 소탐대실일 뿐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중산·중년층이 돌아선 까닭에 대해 무엇보다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조만간 청와대와 정부 등 체제 정비가 이뤄진다. 규모와 인선의 기준은 과연 국민이 맡긴 일을 제대로 해낼 역량과 품성이 인정되느냐의 여부라고 본다. 이번 개편이 한반도의 환경 변화에 불안감을 갖고 초심을 새롭게 가다듬는, 젊은 사고방식의 청장년층을 폭넓게 활용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주필 jaebum@seoul.co.kr
  • 색깔있는 농어촌마을 1만곳 키운다

    정부는 활력 있는 농어촌을 만들고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색깔있는 마을’ 1만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3년까지 농어촌의 변화를 이끌 핵심 지도자 10만명을 육성하고 100만명 재능 기부자를 확보하며 2만곳 이상 도·농 연대가 추진된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스마일 농어촌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운동은 농어촌 지역주민이 운동 주체가 되고 도시민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자율적 국민운동 성격으로 자율, 창의, 상생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 농어촌 인구감소와 고령화, 농어업과 농어민의 상대적 비중 감소로 농어업 정책만으로는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한계가 있지만 소득증가·웰빙추구 외에 베이비부머의 본격 은퇴 등으로 도시민의 농어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정책이다. 농식품부는 전통문화·음식·축제·특화산업 등 각 마을이 지닌 잠재적 자원을 발굴,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2013년까지 3000개를 발굴·육성하기로 했다. 색깔 있는 마을 육성을 통해 농어촌을 삶의 터전이자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도·농교류 활성화와 경제활동 다각화를 통해 고용기회와 소득원을 다원화한다는 복안이다. 현재의 도·농교류를 내실화, 2만개 이상 도·농 연대가 추진된다. 유 장관은 “농어촌이 활력 있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어촌에 창조적 사고와 전문 기술을 가진 지도자가 많아야 한다.”며 “2012년까지 10만명의 핵심 인재를 육성해 마을 발전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도록 하고 현재의 농어업·농어촌 관련 교육체계의 전면적 개편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 운동의 성공을 위해 정부·농식품단체·학계·재계·문화계 등을 대표하는 30명 이내의 국민운동추진위원회를 다음 달 발족할 예정이다. 위원회 산하 사무국이 운동을 실질적으로 끌어가며 사무국에 설치될 재능뱅크를 통해 농산업·경영·경관·공학·금융·디자인·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100만 재능 기부자를 확보해 필요한 농어촌에 연계시킨다는 계획이다. 사무국 소요 인력은 일단 농어촌공사, 마사회, 농촌경제연구원, 농협 등 유관기관에서 파견받되 장기적으로 민간 법인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에서는 시·도, 시·군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현장포럼과 마을 협의체가 구성되며 이를 지원할 농어촌 활력창출 지원센터가 지역대학에 설치된다.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2013년까지 1000명의 관계 전문가를 확보, 마을 자원을 발굴하고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새마을운동중앙회, 자연보호중앙연맹 등 기존 농어촌 단체와 전국 단위 운동 조직 등의 참여를 유도, 운동의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는 이 운동의 전국적 확산을 위해 연간 1조 5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농어촌분야 포괄보조사업을 이 운동과 우선적으로 연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역 개발과 농어촌 산업화에 지원되는 1조 5000억원을 지역 주민들과 도시민들, 재능기부자들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사업계획을 마련할 경우 우선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 대상을 제정해 우수한 마을과 관계자들에게 시상할 계획이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용암해수 활용 사업 본격화…제주, 시설 조성 147억 투입

    제주의 용암 해수(지하 염수)를 활용해 식품과 화장품, 음료 등을 만드는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 의원)는 26일 제주용암해수 산업화단지 조성 부지인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일대 22필지 17만 9868㎡에 현물 출자한다는 공유 재산 관리 계획을 조건부 가결했다. 용암해수 산업화단지 개발사업은 오는 2012년까지 총사업비 147억원을 들여 기반시설을 조성해 먹는 물과 제주 맥주, 기능성 음료, 화장품, 스파 등의 사업을 유치하는 것으로 삼다수 생산업체인 제주도개발공사가 시행을 맡는다. 도의회는 2008년과 2010년 도와 도개발공사가 각각 시행한 용역에 대해 “사업상 예상 매출액에 다소 차이가 나는 품목이 있지만 두 보고서 모두 사업 타당성과 경제성 분석 결과 용암해수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개발공사는 2012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오는 7월 용암해수산업단지 기반 조성 공사에 들어가고, 제주테크노파크는 오는 8월 용암해수 산업화 지원센터 건립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섬 현무암층에 의해 자연스럽게 여과돼 지하로 침투된 염수로 제주 동부 지역(조천, 구좌, 성선, 표선, 남원)을 중심으로 해안선부터 10㎞ 연안 지하 50∼150m층에 분포돼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사설] 재벌들의 빚 얻어 덩치 키우기 안 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0대 그룹의 계열사가 385개에서 562개로 늘었다. 3년 동안 ‘기업 프렌들리’에 편승해 쌓아 두었던 현금을 투자하기는커녕, 금융기관에서 빚을 내 덩치만 불렸다. 10대 그룹의 부채는 이 기간 동안 205조원이나 늘었다. 20대 대기업의 계열사는 922개로 36%나 급증했다. 이들의 자산 규모는 683조원에서 1054조원으로 54.2% 증가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규제 완화로 투자 확대-일자리 창출-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재벌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제 배만 불린 것이다. 재벌들이 고액 배당과 성과급 잔치 등으로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사이 서민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6년 0.331에서 2009년에는 0.345로 악화됐고, 중산층은 1997년 73.6%에서 2008년에는 63.2%로 줄어들었다. 반면 빈곤층은 2003년 18.3%에서 2009년 20.2%로 늘어났다. 올 들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회복했다지만 서민에게는 숫자놀음일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한 양극화 현상이 이 정부의 친기업 정책으로 더욱 가속화된 탓이다. 정규직 월 평균소득 228만 9000원, 비정규직 125만 3000원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재벌들은 계열사 증가를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주장한다. 현금 유보 증가도 급변하는 글로벌 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실탄’이라고 설명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재벌들이 글로벌 경쟁력 우위의 성과라고 내세우는 돈 잔치는 이명박 정부가 고수해온 고환율-저금리 정책에 기인했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라며 삼성과 현대기아차 등 16개 수출대기업이 지난 3년간 고환율정책에 편승해 141조원이나 챙긴 반면 서민은 그만큼 물가 부담에 신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 들어 ‘무상복지’와 ‘동반성장’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폐지 이후 재벌들이 무차별적으로 펼쳤던 영토 확장과 탐욕의 역풍이다. 산업화 시대를 견인해온 재벌이 국민의 존경을 받으려면 덩치 키우기에 앞서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역할에 더욱 고민해야 한다.
  • 보릿고개 시절의 동화같은 사건들

    보릿고개 시절의 동화같은 사건들

    사라진 것의 소중함은 되돌려질 수 없는 상실로 인해서 더 간절하다. 다시 만날 수 없고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사람과 그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라면 간절함의 깊이는 더하게 마련이다. 산업화 이전 대다수 민초들이 겪고 넘어야 했던 이른바 보릿고개의 추억은 어찌 보면 잊어야 더 좋을 아픈 경험일 터. 그런데 많은 이들이 어려운 그 시절의 보릿고개를 자주 입에 올리는 이유는 뭘까. ‘갯마을 하진이’(박형진 지음, 보리 펴냄)는 그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으며 부대꼈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정겹게 반추한 책이다. 고향 전북 부안군 변산 모항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50대 중반 농사꾼 시인의 유년담. 들로 산으로, 바다로 어울려 쏘다니며 울고 웃던 고향 친구들과의 천진난만한 이야기들을 축으로 어렵던 그때 그 시절을 수채화처럼 풀어낸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구수한 호남 사투리로 끌어간, 동화 같은 사건들. 배 속의 회충 탓에 반복하던 배앓이, 명절에만 먹어보는 흰 쌀밥의 희열, 어른들의 눈을 피해 해대던 밭 서리….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악동들의 천진한 놀이며 장난에 얹힌 추억들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40대를 넘긴 세대라면 너나 없이 겪었을 배고팠던 시절의 추억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그 공유의 시간들이 간절해진다. 책은 단순한 추억 건져내기에 머물지 않은 채 묘한 페이소스를 전한다. 무난하게 읽히는 낭만과 추억의 이야기들엔 시인 특유의 앙금들이 또렷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고향을 등진 이웃들, 벌어먹고 살 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거나 가출한 친구들…. 편하게만 읽어도 좋을 어린시절의 추억 여행에 담긴 상실과 그리움의 메시지는 어른, 아이의 관심을 모두 잡아끄는 독특한 울림으로 살아난다. 고향을 떠나버린 친구들을 향해 저자인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집을 떠나 돈 벌어 오겠다는 동무들은 이제껏 단 한명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는 날이면 하진이는 갯벌로 나가 바다를 바라봅니다. 그 애들도 하진이를 그리워할까요?” 95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한반도 상륙 태풍 갈수록 강해진다

    한반도 상륙 태풍 갈수록 강해진다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태풍이 갈수록 강하고 끈질기게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한반도를 강타한 매미·루사·나니 같은 독한 태풍의 발생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3.75개의 태풍이 영향을 미치고 이중 1.4개가 직접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1일 기상청과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의 강도와 지속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12시간 이상 영향을 미친 태풍의 숫자는 1977~88년 27개였던데 비해 1997~2008년에는 46개로 77% 이상 늘었다. 태풍의 영향을 받는 총시간도 증가하고 있다. 1977~88년 우리나라가 태풍의 영향을 받은 총 시간은 약 38시간이었는데 1997~2008년에는 46시간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더 강해진 태풍이 한반도 인근에 더 오래 머문다는 뜻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2시간 이상 영향을 미치는 태풍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한반도 주변의 기후변화로 태풍의 생명력이 그만큼 질겨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태풍 강도도 세지고 있다. 태풍의 강도를 나타내는 열대성저기압 강도지수(PDI)를 측정한 그래프를 보면 1975년 이후 파동의 진폭이 커져 현재는 2배 이상 증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풍의 위력이 강해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반도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는 것이 문제.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은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주변 해수온도가 1도 정도 올랐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2배”라면서 “온도가 1도 상승하면 머금는 수증기량은 7%가 늘어나는데, 이는 태풍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진 동아시아지역의 해수온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이 상승해 태풍의 강도를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의 상층과 하층 간 속도차가 줄어들어 태풍의 소멸이 더뎌지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태풍은 세로로 길다란 모양인데, 상·하층 간 속도차가 크면 그만큼 빨리 태풍의 위·아래가 분리되고 소멸도 빨라진다. 1997~2008년의 제트기류 상·하층 속도차는 1977~88년보다 3㎧가 줄었다. 허 교수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중국과 우리나라 상공의 제트기류 상·하층 간 속도차가 줄고 있다.”면서 “이것이 해수면 온도 상승과 맞물려 태풍의 생명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태풍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국가태풍센터는 올해부터 3일 전에 하던 태풍 예보를 5일전부터 하기로 했다. 김태룡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센터장은 “2007년이후 대형 태풍이 상륙한 적은 없지만 언제든 매미나 나니급의 태풍이 올 수 있어 대비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열린세상] 내 마음속 장애/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열린세상] 내 마음속 장애/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귀가 먹먹해졌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돌발성 난청이다. 주말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의 주인공처럼 청각장애를 숨기려다 보니 온몸이 굳어져 한 주를 힘들게 보냈다. 하지만 들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육신의 장애만큼 심각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에서 오는 마음의 장애이다. 올 들어 연속적으로 발생한 대학생들의 자살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정신적 장애의 심각함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국제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106개 조사 국가 가운데 한국의 자살비율이 가장 높다.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한다는 다른 통계도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 자살 유혹이 높은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빨리빨리’ 경쟁문화와 단 한번의 실수와 패자 부활도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 탓이다. 소통의 단절이다. 자살한 대학생들은 죽음을 앞두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거나 ‘세상에 홀로 남겨졌을 뿐’이라고 자아커뮤니케이션을 했을지 모른다. 안타까운 점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자살사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개인적 차원의 정신적인 장애로만 생각할 뿐, 사회적인 문제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자살 예방은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세상 무엇보다도 귀중한 생명을 살려야 하는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에는 3일간의 주말 휴식을 만끽하는 ‘자살의 날’(Suicide Day) 행사가 있다. 학교 차원에서 마련한 다양한 학업 스트레스 극복 프로그램들 가운데 하나이다.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은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춘 ‘참 세미나’를 통해 교수와 학생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하는 전공필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후푸산(HUFSAN) 포트폴리오’ 일대일 상담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모든 전임교수가 2회 이상 일대일로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소통의 회복이다. 이러한 대학들의 아름다운 시도가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자살예방은 대학만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초·중·고를 한데 묶는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대학생의 자살이 초·중·고 시절부터 잉태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초등학생 3명과 중학생 53명, 고등학생 90명 등 전국적으로 청소년 146명이 자살했다고 한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생각한 청소년은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초·중·고에서부터 자살 예방교육과 ‘기 살리기’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입시교육에 치중하는 한국의 교육계는 청소년들이 건강한 자기정체성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 전체가 자아정체성 확립과 자신감의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 자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우리 교육에서 위기극복 능력을 심어주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특히 각 가정에서 생명을 중요시하는 자살예방 교육은 더욱 절실하다. ‘한 아이가 잘 자라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래전 안타까운 제자의 죽음을 접하면서 이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졸업준비위원장이었던 제자는 리더십이 출중했다. 졸업 후 방송분야에 진출해 넓은 세상을 거머쥘 포부를 지녔다. 위원장으로서 열정을 다해 일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기금을 잘못 관리하면서 회계에 문제가 생겼다. 업자들의 협박은 도를 넘었다. 의지할 곳 없다고 생각한 제자는 자취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단돈 몇 백만원과 고귀한 목숨을 맞바꾸었다. 한줌의 재로 변한 유골을 학교 뒷산에 올라 뿌릴 때 몸을 만지듯 제자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면서 자책감에 휩싸였다. 제자와 더욱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했어야 했는데, 그의 아픔을 들어주기 위해 낮은 자세로 한 걸음 가까이 가도록 노력했어야 했는데.
  • 1920년대 직장여성의 애환…‘직업부인 블루스’전 오늘 개막

    1920년대 직장여성의 애환…‘직업부인 블루스’전 오늘 개막

    1920~30년대 한국 ‘직장 여성’ 이야기가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여성가족부는 20일부터 오는 7월 9일까지 서울 대방동 여성사전시관에서 ‘직업부인 블루스’전을 연다. 도시·산업화가 시작되던 1920년대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찾아 직업전선으로 뛰어든 여성들의 고뇌와 애환을 되짚는다. 이번 전시는 직업이 근대여성의 새 조건으로 부상한 당대 풍경을 묘사한 ‘직업부인을 원합니다’, 백화점, 양화점, 극장, 다방, 카페 등 새로 생겨난 서비스 직종으로 뛰어든 여성들을 돌아본 ‘바쁘고 바쁠 뿐’,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서도 가사 전반을 책임져야 했던 여성들의 고충을 조명한 ‘집안일에 예외는 없습니다’ 등의 섹션으로 나뉜다. ‘신여성’ ‘신가정’ 등 당대를 풍미했던 여성잡지를 비롯해 일제시대에 등장했던 가사용품들도 함께 소개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울진·영덕 대게 명품화 추진

    동해 특산품인 대게를 명품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이 추진된다. 경북도는 18일 동해안 대게 자원의 체계적 관리와 명품화를 위한 장기 발전계획안을 발표했다. 생산·유통·가공·소비·관광 분야의 시스템을 재정립해 내년부터 2017년까지 사업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도는 자원관리(686억원)와 유통 개선(70억원), 가공산업 육성(250억원), 관광자원화(1600억원) 등 4개 분야에 모두 2617억원을 투자한다. 대게 자원관리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대게 포획 금지구역과 기간 확대, 대게 종묘생산 연구·개발, 대게 보육초 개발·투하, 친환경 어구 보급 및 어구실명제 도입 등을 추진키로 했다. 관광산업화를 위해 대게 테마거리와 박물관 및 붉은대게 체험관광 빌리지 등도 조성한다. 특히 2016년 이후 세계대게엑스포를 열기로 했다. 경북도는 대게명품화사업의 생산·부가가치 효과는 3378억원, 고용효과는 2059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올 하반기 대게 명품화사업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으로 신청,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동해안 대게 생산량은 2646t(419억원)이었으며, 가공업체는 울진 7곳, 영덕 4곳이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 seoul.co.kr
  • 천일염 연구가 김인철 목포대 교수

    천일염 연구가 김인철 목포대 교수

    요즘 천일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최근 일본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 이후 ‘방사능 피폭 효험설’ 덕분이다. 천일염 가격은 누출 사고 이전보다 70~100% 올랐다. 소금을 원료로 한 김치와 젓갈 등도 덩달아 가격이 뛰었다.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안 등 전남 일대 염전들은 생산시설을 완전 가동해도 주문량을 대지 못하고 있다. 천일염은 최소 3년 동안 간수를 빼야 제맛이 난다. 하지만 ‘방사능 공포’에 따른 이상 특수로 올해 생산한 햇소금마저 팔려 나가고 있다. 일부 제품은 한 사람당 판매량을 5포대(20㎏짜리)로 제한할 정도로 물량이 달린다. 2007년부터 목포대의 산학협력사업으로 ‘천일염 및 염생식물 산업화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김인철(식품공학과 교수) 단장을 18일 만나 ‘천일염의 미래’에 대해 들어 봤다. →천일염이 왜 인기를 끌고 있나. -몇해 전부터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제염에 비해 탁월하게 높은 미네랄 성분을 함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천일염에 대한 관심을 더 높였다. 방사능 피폭에 예방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이 바다가 오염되기 이전에 생산한 소금을 사둬야겠다고 여긴 것 같다. →천일염이 방사능 피폭 예방 효과가 있나. -없다는 쪽에 가깝다. 천일염에 예방 효과가 있는 요오드가 극소량 들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천일염에 포함된 요오드가 몸에서 방사성 요오드를 대체할 만큼은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역, 톳, 다시마 등 해조류를 자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요오드 결핍증 환자가 거의 없다. 괜한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럼 천일염이 뜬 진짜 이유는. -소금은 2008년 ‘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광물’에서 ‘식품’으로 지위를 회복했다. 그러면서 천일염 생산자들이 자기 회사의 이미지를 걸고 생산 환경을 정비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자연상태의 갯벌에서 생산된 천일염이 각광을 받았다. 육지의 소금 덩어리를 잘게 깨서 만든 수입산과는 맛과 품질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연구자로서 천일염의 우수성을 든다면. -맛, 생산환경(갯벌), 복합 미네랄 덩어리로 대표된다. 우선 맛이 좋다. 명품으로 통하는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도 맛으로 승부해 명성을 얻었다. 또 칼륨·칼슘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다. 발효를 주도하는 미생물이 꼭 필요로 하는 요소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갯벌에서 소금을 만드는 나라는 거의 없다. 최근 미국·캐나다 등지로 수출길에 올랐다. →그럼에도 산업화가 더딘 이유는. -아직도 다른 나라 것을 섞거나 속여 팔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소비자가 많다. 실제로 일부 유통업자들이 중국산 소금을 국산 천일염으로 둔갑시켜 팔다가 적발된 사례도 여러 차례 있다. 정부는 천일염 이력 추적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생산자와 생산일시 및 장소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해주(바닷물 중간 저장소), 창고 개선, 친환경 바닥재 사용 등 생산환경 개선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성분 분석 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표준 모델 개발과 등급화를 꾀하고 있다. →세계화를 위한 역점 과제는. -한식의 세계화와 함께 가야 한다. 김치, 장류, 젓갈 등 한식의 기본 맛을 내는 발효 식품에는 천일염 사용이 필수적이다. 문화와 역사 등 전통 소금과 얽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기능성 또는 건강식품 개발의 여지도 충분하다. 우리 사업단이 지난해 중앙대와 공동으로 천일염과 관련한 임상실험을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천일염을 섭취한 사람들의 혈압이 상당히 낮아진 사실을 확인했다. 조만간 이를 논문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목포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원주로 이삿짐 싸는 대학…영동지역 주민 ‘가슴앓이’

    강원 영동권 대학들의 원주지역 이전이 잇따르면서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릉·속초 등 영동지역 주민들은 13일 속초 동우대학에 이어 강릉에 위치한 강릉원주대 공과대 일부 학과가 원주로 이전을 추진하면서 영동지역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를 가속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 대학들은 지방대의 우수학생 유치가 점차 치열해지고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수도권과 훨씬 가까운 원주로 이전해 수도권의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실시된 강릉원주대의 제2대 총장선거에서 강릉에 있는 공대 6개 학과의 원주캠퍼스 이전을 공약한 김명호(58) 교수가 총장 후보자로 선출되면서 학과 이전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역에서는 공대가 이전하면 1000여명의 학생이 옮기게 돼 주변 상권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속초 동우대학도 2009년 치기공과·유아교육과·간호과 등 5개 학과를 원주 문막캠퍼스로 이전하고 피부미용과·호텔조리과 등 5개 학과도 정원 중 일부를 문막캠퍼스에서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당초 올해 3월 원주캠퍼스를 개교하고 학과를 이전할 계획이었던 동우대는 캠퍼스 신축 공사기간이 연장되면서 2012년 3월 개교로 계획을 늦췄지만, 이전은 이미 현실화됐다. 이에 따라 전체 모집정원 2208명인 동우대는 계획대로 일부 학과를 문막캠퍼스로 이전하면 속초 캠퍼스는 12개 학과에서 1250명만 모집하게 돼 학생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 같은 대학과 일부 학과의 이전으로 영동지역 전체의 침체는 물론 우수한 인재를 지역으로 끌어들이지 못해 강릉시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의 산업단지 및 기업 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연구역량이 뛰어난 공과대 교수들이 추진했던 프로젝트의 지역 산업화 등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대학 이전이 현실화되자 강릉시의회는 최근 ‘강릉원주대학교 공대 원주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 관계기관에 발송하는 등 지역사회 전체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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