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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불교문화 산업화 추진… NCCK, 노숙인 다시 서기 도와

    조계종, 불교문화 산업화 추진… NCCK, 노숙인 다시 서기 도와

    종교계가 주도하는 이색 대중 행사가 나란히 열려 화제다. 조계종이 다음 달 6∼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진행하는 ‘2014 불교박람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다음 달 15일 오후 2시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하는 ‘제1회 노숙인 창작음악제’다. 불교박람회가 불교 전통문화와 산업의 연결이라면 ‘노숙인 음악제’는 소통과 관계 회복 차원에서 열리는 행사라 눈길을 끈다. 조계종 ‘2014 불교박람회’ 도심에서 산중 불교를 체험하고 관련 산업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특한 자리다. 전통문화에 바탕해 불교계 관련 산업을 대중에게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민간 주도로 시작됐지만 더 내실을 기하기 위해 올해부터 조계종이 직접 나섰다. 사찰의 부엌인 공양간과 장독대, 선방(禪房), 불교용품 상점까지 한자리에 모인 백화점식 개념의 행사다. 국내외 250여개 불교 관련 업체가 350여 부스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세종시 영평사의 된장·구절초 장아찌, 경남 하동과 전남 보성 지역의 유명한 차(茶)를 음미할 수 있다. 사찰요리교실이 열리는가 하면 작은 선방 모양의 공간에서 명상도 할 수 있다. 불교 도서전과 불교 만화, 디자인 상품, 천연 염색 제품과 개량한복 등이 전시되며 혜자 스님과 월호 스님, 티베트 상계넨파 린포체 등 스님들의 법문과 대중 강좌도 이어진다. (02)2231-2013. NCCK 제1회 노숙인 창작음악제 노숙인과 비노숙인의 소통을 통한 오해, 편견 해소와 이웃 관계 회복을 겨냥한 행사다. 노숙인과 노숙을 경험하지 않은 봉사자들이 어울려 함께 준비해 왔다. 음악제는 ▲다시서기센터 소속의 노숙인으로 구성된 사물놀이팀 ‘두드림’의 사물놀이로 시작될 예정이다. ▲짧은 뮤지컬과 ▲‘거리의 천사들’ 소속 노숙인으로 구성된 ‘봄날밴드’ 공연에 이어 모두 함께 부르는 합창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모든 순서와 준비가 재능 나눔과 봉사로 이뤄진 게 큰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신청한 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은 전 MBC 합창단장을 역임했던 조우현씨의 지휘, 지도 아래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서울 영등포구 굿피플 3층에서 연습하고 있다. 뮤지컬은 노경실 작가(한솔수북) 작사, 윤정인 대표(맥씨어터) 작곡의 3곡을 포함해 노숙인과 봉사자가 함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02)742-8981.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가장 고통스런 삶이 타인의 고통을 어루만지더라

    가장 고통스런 삶이 타인의 고통을 어루만지더라

    무당을 높이 이르는 말인 ‘만신’, 그중에서도 ‘나라 만신’이라 불리는 김금화 만신은 무당이라는 이유로 핍박과 멸시를 받으며 살아 왔다. 한국전쟁 때는 첩보활동을 한다는 누명을 쓰고 군인들의 총부리를 마주한 게 수차례였다. 하지만 그런 군인도 생사의 경계에서 영혼이 피폐해질 때는 김금화 만신을 찾아왔다. 그는 자신에게 총구를 들이댔던 군인을 위해 말없이 무복을 입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큰무당인 김금화 만신의 굴곡진 삶이 스크린에서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만난다. 새달 6일 개봉하는 영화 ‘만신’은 김금화 만신의 자서전 ‘비단꽃 넘세’의 생생한 텍스트에 다큐멘터리와 판타지 드라마가 결합됐다. 박찬욱 감독의 동생이자 미술과 사진,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박찬경(49)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영화 속 김금화 만신의 삶은 그를 둘러싼 모든 것과 복잡한 연결 고리로 엮여 있다.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그 첫 번째 연결 고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설명했다. 신비한 재능이 있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괴롭힘을 당한 열네 살 ‘넘세’(아명·극중 김새론 분)와 한국전쟁 때 모진 고초를 겪은 열일곱 살 금화(류현경 분), 1970년대 새마을운동 시기 미신타파를 이유로 숨어 사는 신세가 된 중년의 금화(문소리 분)의 삶이 드라마로 펼쳐진다. 노년의 김금화 만신은 이 드라마에 나타나 지난날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현재는 과거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입니다. 한평생 고통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지금 큰무당이 될 수 있었던 거죠.” 김금화 만신이 거쳐 온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시기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굴곡이었다. 두 번째 연결 고리인 ‘개인사와 역사의 충돌’이다. “자서전에서도 이 세 시기가 가장 힘들었던 때로 그려집니다. 동시대를 산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무당은 그 이상의 치욕감을 느꼈죠.” 1980년대에 이르러 김금화 만신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켜야 할 전통문화로 TV에 등장하고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됐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그는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천안함 침몰 등 비극의 현장에 달려가 산 자와 죽은 자의 상처를 달랬다. 모든 것이 열네 살 ‘넘세’에게서 시작됐다는 게 박 감독의 설명이다. “신내림을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따돌림을 당하고 굶주리던 시절 꽃핀 넘세의 상상력이 더 아름다운 세계로 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고통스런 삶을 살았던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것, 그것이 영화 ‘만신’이 정의하는 무당의 의미다. 박 감독은 “흔히 ‘민중적 시선’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무당은 민중에도 끼지 못한 존재”라면서 “가장 천대받은 사람의 눈으로 현대사를 바라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대학에서 서양화와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과 설치미술, 비디오 등으로 예술 세계를 펼쳐 왔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단편부터 시작해 영화 쪽으로 영역을 넓혔다. ‘비행’(2008), ‘신도안’(2009),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2011) 등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업한 ‘파란만장’(2010)은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편부문 최고상인 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극영화와 드라마를 뒤섞으면서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스스로 벗겨 냈다. ‘만신’은 신령의 세계를 표현한 판타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굿의 춤사위와 무가, 전통 음악이 버무려진 한 편의 종합예술이다. “영화와 미술의 차이는 극장에서 보느냐, 미술관에서 보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에게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다채로움과 신선한 충격이 감지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산간 오지마을에도 문화 복지 서비스

    경북도가 도내 산간 오지 마을에도 문화적 혜택을 주는 ‘문화 복지 서비스’에 나섰다. 또 행정기관 주도의 문화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융성위원회를 설립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26일 도청에서 ‘경북형 문화융성 추진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10대 대표 정책을 제시했다. 10대 정책은 ▲문화를 통한 민생 속으로 프로젝트 ▲문화유산을 활용한 지역 재생 ▲산수문화권 마을 재생 ▲산해진미 마을 재생 ▲종가, 고택문화 명품화 ▲경북형 길문화, 아리랑 문화보전 육성 ▲문화랜드마크 조성 ▲경북 문화의 세계화 ▲전통문화의 산업화 ▲경북형 문화 인력 양성 등이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가기 위한 전략에서 나왔다. 김 지사는 “시골 마을에도 이제 문화 힐링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대학 및 중고교 예술 동아리와 협약을 맺은 뒤 이들을 ‘문화 봉사단’으로 만들어 산골 오지에까지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마을회관 등을 리모델링해 시골 마을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문화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는 이를 위해 경북도 예술복덕방을 운영하는 한편 ‘민요 마실(마을의 방언)’, ‘사진 마실’, ‘연극 마실’ 등 시골 마을 어르신들이 스스로 조직하는 풍류방 조성을 도울 예정이다. 김 지사는 또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 분야 출향 인사를 초청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하는 한편 1기업 1문화 예술촌 자매결연 사업을 시작하는 등 ‘문화 귀농귀촌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도는 5개 분과 50여명으로 구성된 문화융성위를 설립, 문화 정책 수립 및 시행 과정에 민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할 방침이다. 김 지사는 “경북형 문화융성 계획을 통해 경제적 개념의 중산층에서 탈피해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문화적 개념의 중산층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사설] 평창올림픽, 소치 뛰어넘어 즐기는 대회로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17일 동안 펼쳐진 지구촌 축제가 막을 내린 것이다. 폐막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소치 하늘에 휘날리던 올림픽 깃발이 평창에 건네지는 장면이었다. 그렇다. 이제부터 주인공은 러시아 소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강원도 평창이다. 차기 올림픽 주최국으로서 한국은 이미 소치에서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는 가장 아름다운 ‘겨울의 여왕’으로 세계인의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될 것이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는 또 어떤가. ‘얼음판의 우사인 볼트’라는 찬사에는 압도적인 힘과 기량에 대한 놀라움이 담겨 있다. 쇼트트랙에서 17세 소녀 심석희의 투혼도 감동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개개인의 부족한 역량을 뛰어난 팀워크로 극복해 은메달의 쾌거를 이룬 남자 팀추월도 한국인의 참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우리 선수단이 소치에서 이룬 성과는 물리적인 메달 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럴수록 우리가 평창 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스포츠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림픽을 흔히 가장 순수한 스포츠의 제전이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역대 올림픽은 가장 정치적인 행사이기도 했다. 소치 올림픽만 해도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국민의 목표는 ‘러시아의 부활과 세계의 리더로 다시 서는 러시아’가 아니었나. 높은 평가를 받은 개막식과 폐막식 역시 러시아의 내심을 탄탄한 그들의 예술적 전통으로 세련되게 치장한 이벤트에 불과했다. ‘홈 텃세 판정’의 논란 속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김연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이런 정치적 의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우리도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올림픽을 유치한 전력이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그랬다. 그럼에도 서울 올림픽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불과 35년 만에 산업화된 국가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종의 세리머니였다는 점에서 명분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중심국가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평창 올림픽은 서울 올림픽 그 이상이어야 할 것이다. 2018 평창 올림픽은 국력 과시가 아닌, ‘행복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 스포츠 내셔널리즘에 홀린 과잉 투자로 러시아 경제에 큰 주름살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는 소치의 전철을 밟을 이유는 없다. 선진국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동계 스포츠에 소외감을 갖는 나라가 없도록 알뜰한 올림픽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아름답고 인심 좋은 평창에서 만들어진 즐거움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올림픽이 되기를 기원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년이다.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준비할 때 평창 올림픽은 성공할 수 있다.
  • [생명의 窓] 줄기세포로 뭘 할까?/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생명의 窓] 줄기세포로 뭘 할까?/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소치 올림픽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아주 선전하고 있지만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하여 타국의 국기를 달고 뛰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기도 했다. 안 선수의 귀화는 우리 스포츠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스포츠에만 경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과학계의 핵심 중 하나는 줄기세포 연구다. 이 분야에서도 우리는 고전하고 있다.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인간배아줄기세포복제 연구가 논문 조작으로 밝혀짐에 따라 우리나라가 큰 홍역을 치르는 동안 전 세계 국가들은 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했다. 현재까지 줄기세포 연구의 2관왕에 오른 나라는 일본이다. 2006년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박사가 인공다능성줄기세포(iPS cell)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후 6년 만에 2012년 12월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이 일이 있은 후 불과 약 1년 만인 올해 1월, 일본은 또 한번의 놀라운 논문을 발표했다. 30세 여자 과학자인 오보카타 하루코는 자극야기다능성획득세포(STAP cell) 개발에 성공했다. 각국 줄기세포 연구의 명암이 갈리면서 우리의 연구 방향과 환경에 대한 재점검을 해볼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도 줄기세포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은 애초부터 알고 있었고 많은 국가적 투자를 했다. 그 결과가 우리는 논문조작으로 판명된 배아줄기세포로 나타났고 일본은 노벨상을 받은 iPS cell과 30세 여과학자의 STAP cell로 나타났다.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과학계를 하나의 생태계로 치환해서 생각해보자. 건강한 생태계는 다양성에 기반한다. 우리나라는 스타 과학자에게 몰아주기식 투자를 시행했다. 산업화 단계에서 대기업에 몰아주기식 투자와 혜택을 줘 경제성장을 이뤄왔던 것을 기초과학계에도 답습한 것이다. 줄기세포 분야에서 국내에서도 수많은 학자들이 매진하고 있고 각기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만 과도한 혜택을 받는다면 다른 아이디어들은 고사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30세 여과학자도 자신의 아이디어로 연구에 개진할 수 있다. 한국에서 그 또래 과학자들은 지도교수 밑에서 단순 실험업무만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스포츠의 단상과도 겹친다. 소치 올림픽에서 컬링과 같은 비인기 종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이들 종목은 강세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수촌에서 밥도 먹을 수 없는 반면에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에서는 매달 경쟁 끝에 파벌을 형성하는 악질적 행태 끝에 자국 선수를 반강제적으로 타국으로 보내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스포츠를 생각하지 않고 메달만을 생각하며, 과학을 생각하지 않고 성과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근본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구자들의 상황도 생각해볼 점들이 있다. 박사들은 많지만 자기만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과학자가 부족하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지도교수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아서 연구하기 전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떠먹여 주는 방식의 학습에 익숙해진 한국 학생들이 자신의 발로 서야 하는 박사과정까지도 교수에게서 아이디어를 점지받는 셈이다. 스포츠에서만 역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성공에서 배울 점을 배우고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학은 기술이기 전에 과학 그 자체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마음으로 건강한 한국 과학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써야 할 때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백만개의 조용한 혁명(베네딕트 마니에 지음, 이소영 옮김, 책세상 펴냄)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름 없는 시민들의 연대기다. 무명의 평범한 시민들이 ‘나’의 일상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조용한 움직임들은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면서 ‘우리 모두’가 더불어 잘살기 위한 세상을 만드는, 조용하지만 위력적인 혁명으로 진화해 왔다. AFP의 경제·사회 문제 전문기자인 저자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 시민사회에서 조용히 일고 있는 이 같은 움직임에 주목했다.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로질러 아프리카 최빈국부터 인도, 브라질 같은 신흥국, 북미와 일본, 유럽의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수십개국에서 일고 있는 혁명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기록이다. 산지-소비자 직거래 통로를 만들어 유통혁명을 일으킨 프랑스의 지역구매시스템 아마프(Amap),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탄생한 여성협동조합 리자트(Lijjat) 등 우리가 몰랐던 다른 가능성의 세계가 펼쳐진다. 400쪽. 1만 8000원. 죽설헌 원림(박태후 지음, 열화당 펴냄) 수백종의 자생 꽃과 토종나무, 과실수와 화초 등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어우러진 죽설헌(竹雪軒)의 사철을 기록한 책. 정원주인인 화가 박태후가 썼다. 호남 원예학교에서 과수, 채소, 화훼의 기초를 배우고 산야를 돌아다니며 각종 종자를 채취해 심고 가꾼 것이 4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동안 꽃과 나무를 가꿔 온 이야기, 대숲과 연못의 조성에 관한 경험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죽설헌의 삶에 대해 기록해 두었던 글을 모았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나라 토종나무와 야생화들의 특징과 이를 제대로 가꾸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그 지역 환경에 가장 적합하거나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수종, 또 가급적이면 유실수나 채소, 잡초와의 경쟁에서 견딜 수 있는 다년생 화초 등을 심으라고 권한다. 전남 벌교 출신의 사진작가 이일천의 사진을 곁들인 책은 우리나라 자생식물 가꾸기에 관한 작은 도감을 보는 것 같다. 310쪽. 2만 3000원.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노벨재단 엮음, 이광렬· 이승철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매년 12월 20일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 위원회는 수상자 선정 사유와 수상자들의 업적을 알려주는 연설을 한다. 노벨상 시상 연설은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로 노벨상 수상자의 과학적 업적이 인류사에 왜 중요한지를 소개한다. 책은 1901년 첫 노벨상 시상식부터 지난해 12월 10일 열린 2013년 노벨상 시상식까지 과학분야의 시상 연설을 모았다. 물리, 화학, 생리·의학분야 순으로 각권을 정리했다. 인류과학의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할 수 있는 113년 노벨상의 역사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물리학의 경우 빌헬름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한 업적으로 첫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 방사선의 발견, 양자역학의 발전 등 20세기와 21세기 물리학의 흐름을 보여준다. 연금술의 아류였던 화학이 생명 탄생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 발전하기까지, 산업화와 전쟁 시대의 병리학에서 질병 없는 사회를 추구하는 생리·의학으로 진보하는 과정에서 노벨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전 3권. 각권 2만 5000원. 마지막 기회라니?(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지음, 강수정 옮김, 홍시 펴냄) 코믹 SF 작가와 과묵한 동물학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기. 1500만부 이상 판매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쓴 애덤스가 쓴 유일한 논픽션이다. 1985년 옵서버킬러매거진의 의뢰로 마다가스카르 섬의 멸종위기종 원숭이 ‘아이아이’를 취재하러 갔던 애덤스는 세계야생동물기금에서 일하던 동물학자 카워다인을 만나면서 멸종위기종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세계 각지의 멸종위기종을 취재하는 여행을 감행하기로 한다. 1988년 시작한 둘의 탐사여행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자이르부터 중국 양쯔강, 모리셔스섬 등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 1년간 계속된다. 1989년 첫 출간된 이래 위기에 처한 동물의 문제를 세상에 알린 기행문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368쪽. 1만 3000원.
  • 개인 유전정보로 맞춤 치료 연구비 8년간 5788억 지원

    정부가 앞으로 8년간 유전체 기술 연구개발 등에 5788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개인의 유전 정보를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개인별 맞춤의료가 가능하도록 집중 지원해 우리나라의 유전체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와 농촌진흥청은 19일 “관계부처 공동으로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맞춤 의료 외에도 동식물, 농업유용 미생물, 해양생물 등 각종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생명자원 개발 등 관련 원천기술 확보, 유전체 연구 산업화에 필요한 플랫폼 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황정순 별세, 50년간 배우로 활동..향년 89세 ‘대표작품은?’

    황정순 별세, 50년간 배우로 활동..향년 89세 ‘대표작품은?’

    ‘황정순 별세’ 한국 영화계의 ‘영원한 어머니’ 황정순 씨가 별세했다. 향년 89세. 황정순 씨는 최근 요양병원에 머물다 폐렴이 악화돼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기고 나서 17일 오후 9시45분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194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약 50년간 배우로 활동했다. 해방과 한국전쟁, 전후 산업화를 거쳐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 속에서 인내와 자애를 바탕으로 포근한 어머니상을 연기했다. 1925년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15세 때인 1940년 동양극장에서 연극을 하다가 1941년 허영 감독의 ‘그대와 나’에 출연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해방 이후 장황연 감독의 ‘청춘행로’(1949)에서 며느리 역할로 주목을 받았고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어머니 역할로 눈도장을 찍었다. 김수용 감독의 ‘혈맥’(1963)에서는 억척스러우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했고 강대진 감독의 ‘마부’(1961)에서는 가족을 따뜻하게 보듬는 새엄마 연기로 주목받았다. 유현목 감독의 ‘장마’(1979)에서는 분단의 상처를 지닌 어머니로, 김수용 감독의 ‘굴비’(1963)에선 어렵게 키운 자식에게 홀대당하는 어머니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1967년부터 김희갑과 호흡을 맞춘 ‘팔도강산’ 시리즈도 수작으로 손꼽힌다. 고인은 생전 연극 200여편, 영화 430여편에 출연했다. 대표작으로는 ‘김약국의 딸들’ ‘화산댁’ ‘내일의 팔도강산’ ‘육체의 고백’ 등이 있다. 역대 대종상영화제 여우조연상 최다 수상자이자 제1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고인은 영화계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7년 신상옥 감독과 유현목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황정순 별세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황정순 별세..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황정순 별세..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 같다”, “황정순 별세..큰 별이 지다”, “황정순 별세..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황정순 별세..한국 영화계의 어머니”등 반응을 보였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61세 이상은 “성장이 중요” 60세 이하는 “분배가 우선”

    61세 이상은 “성장이 중요” 60세 이하는 “분배가 우선”

    연령이 61세 이상인 산업화 세대는 ‘경제 성장’이 분배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60세 이하는 ‘분배’를 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기준은 70~74세라는 이들이 가장 많았고, 적절한 정년퇴직 시기는 65~69세가 가장 많았다. 실제 평균 퇴직 연령은 약 53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대 16년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17일 한국행정연구원의 ‘세대 간 갈등이 유발할 미래위험 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이 우선이냐는 질문에 산업화 세대(만 61~79세)는 51.4%가 ‘성장’이라고 답한 반면 전체의 33.7%만이 ‘분배’라고 답했다. 하지만 민주화세대(43~60세)의 경우 59.2%가 ‘분배’가 우선이라고 했고, 후기정보화세대(20~24세) 역시 60.53%가 분배가 우선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정보화세대(25~42세)는 ‘분배’라고 응답한 이들이 63.7%로 ‘성장’을 답한 경우(27.5%)의 2배를 넘었다. 정보화 세대는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경쟁을 하면서 성장의 그늘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취업 연령의 자식을 둔 산업화세대와 본인이 취업준비생인 후기정보화 세대가 ‘고용 없는 성장과 청년실업 증가’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반면 정보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는 ‘양극화’를 꼽았다. 노인 기준 연령은 모든 세대가 70~74세라고 응답했다. 은퇴 적정 연령은 전 세대에서 65~69세를 가장 많이 꼽았다. 만 65세 이상의 대중교통 무상승차에 대해서는 후기정보화 세대만이 ‘당연하고 필요하다’고 응답한 이들이 많았고, 다른 세대는 모두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70세로 높이자고 제언했다. 증세부분에서 연금재정의 안정을 위해 연금수급 시기를 늦추는 데는 산업화 세대만 동의했고 나머지 세대는 과반수가 반대했다. 연금재정 안정을 위해 납입 금액을 높이는 데도 산업화 세대만 과반수가 동의했고, 나머지 세대는 과반수가 반대했다. 대학등록금을 지원하기 위한 증세는 모든 세대에서 반대가 많았다. 신뢰도가 가장 높은 기관은 산업화 세대만이 ‘정부’였고 나머지 세대는 ‘시민단체’를 가장 많이 꼽았다. 향후 10년간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 할 국가로는 모든 세대가 미국보다 중국을 선택했다. 보고서는 2030년이 되면 역피라미드 인구구조로 인해 노인에 대한 젊은이의 적개심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정보화 세대와 후기정보화 세대는 경제적 기회의 평등과 기성세대 진입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신들을 대표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기고] 자원 민족주의의 파고를 넘자/김종호 호서대 법학과 교수

    [기고] 자원 민족주의의 파고를 넘자/김종호 호서대 법학과 교수

    희소금속은 세계적으로 자원 보유량이 적거나 광물로부터 경제성 있는 추출이 어려운 금속이다. 희소금속은 독특한 물성으로 다양한 기능을 창출하는 원천성을 가지고 있어, 구조소재나 기능소재로 산업적 수요가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희소금속 자급률이 10%에 그칠 만큼 국내 부존량 및 생산 여건이 열악하다. 세계적으로 철광석 생산량은 약 20억t이지만 나머지 희소금속은 수천t에서 수백만t의 소량에 불과하다. 부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우리나라 산업이 희소금속 다소비의 최종제품 생산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 보니 정련, 제련, 소재, 부품개발과 같은 기초나 중간단계 산업발전이 미흡해 금속광석뿐 아니라 소재·부품도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선진국과는 달리 희소금속의 재활용에 대한 기술력과 산업화가 부족해 재활용을 통한 자원의 효율성도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희소금속의 수급 불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근간으로 하는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 소재 및 부품산업 그리고 재활용 산업의 활성화로 희소금속 가치사슬 완성이 필요하다. 희소금속은 산업 전반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활동의 필수 비타민이다. 자원채굴, 소재화, 부품 모듈화, 최종제품화, 폐기제품 순환 등 산업의 전 응용주기에서 가치창출이 가능하다. 세계경제가 성장하고 산업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회는 희소금속 다소비 사회로 전환하게 된다. 희소금속은 공급의 제한에도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원은 부족하고 첨단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갖는 수요가 높은 국가에서는 희소금속의 원활한 수급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세계 희소금속 시장은 이미 공급자의 시장지배력이 높은 상황이어서 수요자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신규자원의 발굴과 순환산업 활성화를 통한 대체 공급원의 확보, 희소금속 저감기술 및 대체소재의 개발이 시급하다. 자원고갈이 가속화되고 희소금속 자원보유국의 국수주의 정책 등으로 기술경쟁이 갈수록 치열하여 세계 각국은 희소금속에서 자유로운 신소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현황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인데다 이용 가능한 기술이나 폐자재 혹은 폐기물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해 내는 기술에 대한 지원마저 인색하다. 다행히 희소금속은 순방향뿐 아니라 역방향 물질 흐름에 의한 새로운 가치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전략 희소금속을 선정한 뒤 비축확대, 자원개발 및 회수, 운영을 위한 민관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희소금속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순환산업을 활성화하고 이러한 순환클러스터를 통한 자원재활용 기술과 인프라 및 유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폐자원 회수기술 연구에 대한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희소금속이 신성장 동력산업의 필수 원료로써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품질관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특허로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 등에는 특정 희소원소의 개발에 대한 진입장벽을 제거해 주고 그들이 폐자원에서 길을 찾도록 지원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 [열린세상] 문화 ODA에 관심을 기울이자/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문화 ODA에 관심을 기울이자/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지금 한류의 영향력은 아시아 전역에서 막강하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아시아 곳곳에서 한류의 열풍이 대단하다. K팝이라 불리는 한국대중음악을 필두로 방송드라마, 영화 등 한류의 영향력은 우리가 안방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미국과 유럽에는 아직 진입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싸이 같은 성공 사례도 있다. 강남스타일은 소개된 지 1년 반 만에 이미 유튜브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조회 수 19억회에 이르렀고, 젠틀맨도 10개월이 흐른 지금 6억회를 넘어섰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가히 세계적 문화현상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한류 현상은 우리의 문화산업 규모를 키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추계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문화산업 규모는 90조원을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연구기관에서 밝힌 대로 가전, 패션, 화장품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의 수출에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가져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 이전 정부들을 이어 한류를 활성화하려는 다변적인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한류의 장르를 다양화하고 향유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해 콘텐츠의 확충과 홍보마케팅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한류 확산 노력 못지않게 지금은 문화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공적개발원조)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자국의 국가안보와 국가발전, 그리고 인간안보 전략 차원에서 일찍이 ODA에 앞장서 왔다. 중국도 1990년대 들어 대외원조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 ODA 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약 1283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약 15억 달러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1999년까지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를 받아왔으나 2009년 ODA DAC(Development Assistance Conference·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UN의 권고 기준인 국민총소득 대비 ODA 비율 0.7%에 한참 밑도는 0.14%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국무조정실 자료에 의하면 운송·통신·에너지·금융 등 경제 인프라 및 서비스 분야와 교육·보건·식수·공공정책 등 사회 인프라 및 서비스에 80% 이상 지원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원국의 경제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구나 이 같은 지원은 국익과 직결된 외교적 수단으로 주로 활용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 ODA는 원래의 목적인 인도주의적,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선봉에 바로 문화 ODA가 적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문화 ODA에 관심도 지원도 부족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ODA 예산에서 문화 부문은 약 0.33%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던 한류의 예에서 보듯이 문화의 영향은 매우 크다. 문화는 경제적 기여 못지않게 공동체 및 구성원의 정체성과 자부심,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는 데 필수적이다. 문화적 수준이 고양되면 산업화와 민주화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야말로 수원국에 보배 같은 지원이 되는 셈이다. 문화 문제는 경제나 외교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과는 다르게 문화적 측면에서 쌍방향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은 문화 ODA에도 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산하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개발원을 중심으로 이를 추진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화 ODA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북한도 대상이 되는 것이 좋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연초에 통일대박을 주창했다. 요즘처럼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하기 위해서 정치 외교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문화 분야의 지원과 교류만큼 좋은 매개도 없다. 한류의 시대에 세계와 더불어 누리는 국제적 책임을 다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서도 문화 ODA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
  • “병원은 고통스러운 곳? 아니 즐거운 곳”

     병원은 고통을 가진 환자들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마냥 즐거울 수 없는 곳이다. 그런 병원이 ‘즐거운 곳’으로 변신하고 있다. 병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메디테인먼트(Medi-tainment)를 추구하는 새로운 개념의 병원이다. 가톨릭 인천교구는 오는 17일 인천시 서구 심곡로에 신축·개원하는 ‘국제성모병원’을 이렇게 꾸몄다고 12일 밝혔다.    개원을 앞둔 이 병원이 주목받는 것은 공존하기 어려운 ‘의료’와 ‘즐거움’이 어우러지는 치유 공간을 만들겠다는 시도 때문이다. 국내외의 많은 병원들이 이런 유형의 병원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았고, 현실이 생각대로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제성모병원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박문서(예방의학 박사) 신부는 “새 병원은 기본적으로 치유자로서의 그리스도의 뜻을 구현하는 곳이지만 그 목표에 다가서는 방식은 지금처럼 지나치게 엄숙하고, 무겁고, 암울한 곳이 아니라 즐겁고, 밝고, 명랑한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국제성모병원은 개원 초기에 흔히 드러나는 시행착오와 이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을 극소화하기 위해 설계와 건축, 의료진 영입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해왔다”면서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선발해 오래 전부터 팀웍을 다졌기 때문에 우리가 구현하려고 하는 환자중심의 혁신적 시스템이 차질없이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병원을 통해 의료의 본령인 환자의 고통을 치료할뿐 아니라 의료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실현해 궁극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했다.    국제성모병원은 1만 4363㎡(4300평)의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11층, 연건평 10만 46563㎡ 규모로 1000개의 병상을 갖추고 있다. 병원 측은 “병원의 모든 진료 메카니즘과 시설이 ‘메디컬 테마파크’ 개념으로 설계되었으며, 환자 보호를 위한 감염 주의구역을 제외한 모든 공간과 시설이 환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100%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를 메디테인먼트의 기본 컨셉트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지역 주민들이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는 푸드코트와 국내 최대 규모의 식물공장은 물론 스크린 골프장과 기원, 미용실 등을 갖췄다. 특히 식물공장에서 재배한 각종 채소류는 환자들의 식재료로 공급된다. 병원과 함께 264세대 규모의 시니어타운 ‘마리 스텔라’가 신축돼 입주를 앞두고 있으며, 노천광장은 지역사회에 연중 무료로 개방해 각종 공연과 전시회, 벼룩시장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병원을 에워싼 해발 227m의 천마산 능선에는 둘레길도 조성했다. 기선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기획조정실장은 “병원 지하에는 각종 편의시설과 문화·오락시설 등이 들어서 시민들은 물론 국내외 환자들에게 휴식과 소통의 공간이 될 것”이라면서 “국제성모병원이 단순한 치료공간에 그치지 않고 환자와 시민들에게 정신적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 진정한 힐링공간이라는 기획 의도가 충실하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진료시스템도 모두 구축됐다. 1000병상 규모에 25개 진료과목과 36개 진료과, 12개 전문 진료센터를 갖췄다. 천명훈 병원장은 “환자중심의 진료시스템 구현과 세계적 수준의 첨단의료서비스 제공, 혁신적 중개의학 연구 활성화, 통합의학에 기초한 전인치료로 난치성 질환 정복, 다양하고 균형 잡힌 교육 및 역량 있는 의료인 양성 이라는 5가지 목표를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천 병원장은 이어 세 가지 특성화전략도 소개했다. 산업화를 포함한 연구센터의 적극적 육성과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 및 임상적용, 첨단의료기술 및 의료기기 개발, 신약개발과 환자맞춤형 치료제개발 등을 통해 의료산업화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전이재발암센터의 활성화와 장수의학센터도 병원 경영의 핵심 전략이다. 박문서 신부는 “재발 또는 전이암에 대해 표준항암치료와 정밀 방사선수술, 보완대체의학과 한의학적 치료까지 병행하는 전인적 통합진료를 적용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처음 개설한 장수의학센터에서는 노화에 대한 포괄적 관리와 진료는 물론 대사증후군·내분비 기능·퇴행성 질환·뇌기능 관리는 물론 다양한 항노화 솔루션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꿈의 수술’로 일컬어지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가동하며, 암치료기 ‘인피니티(Infinity)’와 인간 친화적 MRI로 알려진 ‘마그네톰 스카이라(Magnetom Skyra)’도 갖췄다. 박 신부는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과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을 살려 중국·러시아 등지의 중증질환자를 유치하는 등 국제적 수준의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다 됐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현재 콜센터와 인터넷을 통해 외래환자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17일 개원식과 함께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가톨릭 인천교구는 병원 개원을 앞두고 ‘인천가톨릭의료원’을 출범시키고 초대 의료원장에 이학노 몬시뇰 신부, 초대 병원장에 가톨릭대 성모병원 의료원장을 역임한 천명훈 교수를 선임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시론] 김치는 산업, 김장은 문화/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시론] 김치는 산업, 김장은 문화/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2013년 12월 5일 오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제8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김장 : 대한민국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신청서 작성에 약간의 힘을 보탰던 내 입장에서 그날은 무척 기쁜 날이어야 했다. 하지만 씁쓸한 기쁨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이 더 솔직할 것 같다. 이런 이상한 내 속내는 2013년 10월 22일 유네스코 실무위원회에서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생긴 것이었다. 여기서 잠깐 당시의 언론 보도나 관련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김치의 종주국 위신을 세우게 되었다는 보도에서부터, 김치의 세계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온 나라가 김장이 아니라 김치에 몰두하는 듯했다. 사실 신청서의 영문 제목은 앞에서 소개한 ‘김장’이었다. 다만 영문 신청서에 자국어 제목을 적게 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김치와 김장문화’였다. 애초에 영문과 한글 제목이 달랐으니 무엇이라 탓하기도 어렵다. 등재가 확정된 뒤 일주일 정도는 온 나라가 김치와 김장에 열광하는 듯했다. 특히 식품산업 관련 정부 부처나 관련 기관이 매우 적극적으로 이 영광을 즐겼다. 그런데 참 이상한 점은 김치냉장고를 만드는 업체들이 별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21세기에도 한국인이 ‘김장’을 멈추지 않고 지속시킬 수 있었던 힘은 다름 아닌 ‘김치냉장고’인데도 말이다. 만약 김치냉장고가 없었다면 어떻게 고층 아파트의 거실에서 김장을 할 수 있겠는가! 아제르바이잔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외대 박상미 교수의 말에 의하면, 고층 아파트의 거실에서 김장을 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위원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단다. 1980년대만 해도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김치광’이 이제는 민속촌이나 박물관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김장김치가 맛있다고 해도 그것을 저장해 둘 공간이 없다면, 어느 누가 가정 단위로 김장을 하겠는가. 그래도 일부 언론에서 김치냉장고에 주목하여 기사를 내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치냉장고의 세계화가 곧 김치의 세계화”라는 정도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세계화’라는 담론을 지지한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김치냉장고의 세계화가 곧 김장의 세계화”라고.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김치를 한국인처럼 매일같이 먹도록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일이 결코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음식의 기호는 관습이고 문화이기 때문이다. 아다시피 한국의 김장김치가 가진 사회문화사적 의미는 90%가 넘는 도시화율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의 산물인 김장을 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김장김치와 닮은 중국의 자차이나 옌차이, 일본의 쓰케모노, 독일의 사워크라우트, 심지어 피클까지도 도시화율이 높아지면서 직접 담그는 집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렇다면 ‘김장’이란 행사를 이들 채소 절임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가족 공동체의 보존과 음식의 나눔이 김장의 핵심이듯이, 그들 나라에 김장을 되살리는 운동을 한국사회가 함께 나누면 좋지 않을까. 만약 그렇게 만든 채소 절임음식을 저장할 공간이 없다고 하면, 그때 김치냉장고가 앞장서면 되는 일이다. 김치를 부각시키면 시킬수록 산업화를 조장하게 된다. 김치의 산업화는 종국에 가정의 김장을 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 해체의 위기 속에 있는 중국 옌지시의 조선족 가정에서 김장하는 집이 거의 없듯이 말이다. 적당한 수준이면 몰라도, 김치의 산업화율이 올라갈수록 김장은 소멸되고 만다. 그래도 ‘김장’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싶다면, 김치산업이 아니라 김치냉장고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사회의 공동체적 삶과 김장이 지속된다.
  • 몸에 좋고 맛도 살려주는 태안 소금

    몸에 좋고 맛도 살려주는 태안 소금

    나트륨 중독이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소금’은 한 때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소금은 인체에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아예 안 먹기보다는 ‘좋은 소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금 생산지 태안은 고품질 소금을 생산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손꼽힌다. 태안의 천연갯벌염전은 밀물과 썰물이 들고나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우리 몸에 좋은 미네랄과 철분, 칼슘 등의 성분이 다수 함유돼 했다. 태안군 천일염은 우리나라 소금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에 가두고 태양열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얻는 소금이다. 제조과정에 인공 동력이나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햇빛과 바람, 사람의 노동력만으로 생산되므로 그 가치가 남다르다. 특히, 천일염은 정제염에 비해 염화나트륨 함량이 낮고 미네랄은 3~5배나 높아 웰빙 식단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태안 자염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오던 소금으로, 갯벌 흙을 바닷물로 걸러서 10시간 동안 끓여 만든다. 자염은 입자가 고우며 염도가 낮아 맛이 순한 것이 특징이다. 끓이는 동안 불순물을 걷어내기 때문에 쓴 맛과 떫은 맛이 없어 요리의 맛을 최대한으로 살려준다. 김치를 담글 때 자염을 사용하면 배추의 섬유조직이 파괴되지 않아 김치가 신맛이 나더라도 물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송화소금은 국내에선 태안에서만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다. 염전 주변의 꽃가루가 염전에 떨어져 생산되는 소금으로서, 태안은 소나무가 산림의 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송화소금을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다. 송화소금은 올레인산 등 9종의 아미노산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6종의 필수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기능성 소금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에 태안군은 태안소금명품화사업단을 발족하고 2013년부터 소금산업 가공 시스템 강화와 산업화 기반 마련에 힘써왔다. 현재 태안군은 ‘미소지기’ 브랜드 이름으로 천일염, 자염, 송화소금을 상품화하고 소금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토링텔링을 통해 태안소금을 홍보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태안 소금의 맛과 효능을 자연, 문화 환경의 스토리, 전통사회의 전승문화 스토리, 오늘날 벌어지는 삶의 스토리와 함께 엮어서 소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소금을 구매하며 태안지역의 특정 이미지를 소비하는 느낌을 동시에 가질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63빌딩 기둥부터 동해 가스전까지… “이 손에서 나왔소이다”

    [주말 인사이드] 63빌딩 기둥부터 동해 가스전까지… “이 손에서 나왔소이다”

    “청년들을 보면 ‘장이 정신’이 부족합니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업종이 아니라 무한한 도전이 가능한 세계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명장’인 이주형(54)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제관팀장의 목소리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제관은 도면을 보고 양복을 만드는 작업과 같다. 도면을 보고 철판에 그림을 그려 용접한 뒤 철 구조물을 만든다. 천 대신 철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손끝 기술’이 필수적이다.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 힘든 이유다. 이 팀장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79년에 입사해 35년간 한 직장에서 같은 일을 했다. 그는 “중간에 일반직으로 전환해 설계실에서 근무하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있었지만 거절했다”며 “생산직으로 들어왔으니 한 우물만 파겠다는 결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경력은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산업 역사와 맥을 함께한다. 1980년대 미국 거대 정유사인 엑손이 발주한 ‘하모니 헤리티지 자케트’(해양 석유시추 구조물)에 참여했다. 102층 높이의 4만t짜리 구조물로 당시 세계 최고 규모였다. 이 팀장은 “고(故) 정주영 회장이 ‘해 봤어?’라고 묻는 광고에 나오는 배경이 바로 이 구조물”이라면서 “처음 입사해서는 20세기 최고 역사(役事)라 불리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1985년에는 63빌딩의 기둥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1994년 붕괴된 성수대교를 복구하는 데 참여했고, 2002년에는 이어도 과학기지 및 동해 가스전의 구조물을 만드는 공사에도 참여했다. 이후 대형 선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 팀장은 2008년 대한민국 명장 칭호를 받았다. 그는 “1970~1980년대 오일달러를 많이 벌어들인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처음에는 제관 일을 배우기 위해 장비에 손을 댔다가 뺨을 맞기 일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장이 근성’이라고 불렀다. 당시 선배들은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기술을 가져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출근 시간인 오전 8시보다 2시간 먼저 출근했다. 장비 청소를 하고, 끝나면 막걸리도 대접했다. 이 팀장은 “1년 정도를 이렇게 지내자 선배들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서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밤 10시에 회사 일을 마치면 바로 잔 뒤에 새벽 3~4시에 일어나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대졸 중심인 사무직에 비해 생산직은 승진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은 노사분규가 거의 없지만 1987년 노사분규가 터졌을 때는 조업파와 비조업파가 나뉘어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심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요즘 이 팀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그는 “지금은 3D 업종이라고 해 조선업보다는 서비스업이나 정보기술(IT)로 많이 간다”면서 “하지만 힘든 일을 하며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장이 정신’을 갖추려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팀장 같은 대한민국 명장은 96개 직종에 547명이다. 대한민국 명장은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정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인정한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다. 해당 직종 경력이 15년 이상이어야 하고 최고의 숙련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대한민국 명장으로 뽑히면 일시장려금 2000만원이 지급된다. 계속 같은 직종에 근무할 경우 연수에 따라 계속종사장려금(연 167만~357만원)을 받는다. 기술 선진국 산업 시찰 기회가 주어지고 숙련 기술 관련 행사 심사위원 위촉, 산업 현장 교수단·청소년 직업진로지도 강사 초빙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기업 내에서 먼저 명장 후보에 선발돼야 한다. 한 명장은 “2003년부터 도전했는데 다섯 번째인 2011년에야 명장에 선발될 수 있었다”며 “회사와의 관계도 선발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대한민국 명장 설문 결과(2013년 8월 19일~9월 27일)에 따르면 213명의 대한민국 명장 중 남성이 91.5%(195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자기 사업을 하는 명장이 34.3%(73명), 기업 종사자가 65.7%(140명)였다. 명장들은 대부분 어려운 유년 시절의 경험을 갖고 있는 ‘자수성가형’이었다. 우선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전체 중 36.2%(77명)가 부모의 소득 수준이 하류층이었고 중하층이 29.6%(63명)으로 뒤를 이었다. 상류층이었다고 답한 이는 2.3%(5명)에 불과했다. 부모의 직업은 농업이 66.7%(142명)로 가장 많았다. 형제자매 수는 평균 5.3명이었다. 경쟁이 숙명이었던 셈이다. 남자 명장 중 장남이라고 답한 이는 46.1%였다. 집안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일을 시작한 나이는 10대 후반이 47.4%(101명)로 가장 많았다. 10대 초반에 일을 시작한 명장도 4.7%(10명)였다. 일을 시작할 당시 학력은 고졸이 53.1%(113명)로 절반을 넘었다. 중졸은 24.4%(52명)였다. 초졸 이하는 16%(34명)로 전문대졸 이상(6.6%·14명)보다 많았다. 거주지의 경우 직장에 근무하는 명장은 영남권 출신이 절반을 넘어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산업화 과정을 반영했다. 자기 사업을 하는 명장은 수도권 거주자가 절반 이상이었다. 기술은 바로 위 선배를 통해 배웠다는 이가 45.7%(64명)로 가장 많았지만, 스스로 익혔다는 사람도 35.7%(50명)로 꽤 많았다. 선배들이 후배를 잠재적인 경쟁자로 인식해 기술을 잘 가르쳐 주지 않던 1970~1980년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선진국 기술의 유입으로 혼자 습득해야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근무 명장과 자기 사업 명장 모두 기능을 배운 이들에게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손끝 기술’이었지만, ‘자세와 태도’가 뒤를 이어 기본 인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배에게 아쉬운 점은 작업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 가장 많았다. 기본 인성과 끈기 측면에서 요즘 젊은 세대가 미흡하다고 인식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명장들은 어떤 인성적 특질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는 ‘꾸준한 학습과 부단한 노력’이다. 또 책임감과 자긍심이 강했다. 한 명장은 “다른 회사에서 3배의 봉급을 준다고 했지만 의리가 있어 안 간다고 했다”며 “내가 크고 가족을 먹여 살린 회사를 떠나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적주의도 이들의 특징이다. 남들과 다른 업적은 현장에서 학력과 신분의 장벽을 넘어서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또 승진을 위한 거의 유일한 발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명장들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은 사실상 은퇴가 없다는 점이었다. 은퇴 후 평생 몸을 담은 회사의 계열사에 취직하거나 경력을 바탕으로 각종 강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명장들의 경우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후배에게 기술을 전수하거나 경력 개발 경로가 분명하지 않은 것, 장인적 기술을 이용한 작품의 상품화가 힘든 점 등을 어려움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공기업 탐방-한국 마사회] 마사회 입사하려면

    [공기업 탐방-한국 마사회] 마사회 입사하려면

    한국마사회는 대한민국 유일의 경마 시행체로 경마의 시행과 관리·감독 및 대중화에 힘쓰는 기업이다. 말산업육성법에 따른 육성 전담 기관으로서 말산업 육성을 위한 여러 사업과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마사회 신입사원 채용은 보통 1년 중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시행되는데 2월 3일 현재 1차 전형인 ‘스펙 초월 소셜 리크루팅’을 마치고 오는 8일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올 상반기 특징은 입사 지원 뒤 네 차례에 걸쳐 전형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필기시험이 끝나면 실무 면접과 개인 프레젠테이션, 그룹 토론(2월 20~21일)이 기다리고 있고 27일 임원 면접을 통과한 예비 합격자가 신체검사를 거쳐 최종 임용된다. 이번에 채용될 인원은 29명이다. 이 가운데 일반행정과 재경, 법무 등 5급 사무직 일반직은 18명, 전산·축산·수의·승마 등 5급 기술직은 10명을 뽑는다. 지난해 입사 경쟁률은 162대1이었다. 최종 합격자 28명 가운데 여성이 13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지방학교 출신이 3분의1이었으며 연령대는 21세부터 39세까지 다양했다. 특히 사무직은 여성 비율이 높아 재경직은 6명 중 4명이 여성이었다. 마사회 측은 “이처럼 여성을 우대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산업화 단계를 넘어 정보화 지식사회로 접어들면서 기업에도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이와 성별 외에도 학교, 영어 점수 등 이른바 ‘스펙’들은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마사회는 대신 소셜 리크루팅을 실시해 자신만의 역량을 얼마나 충실히 나타내느냐에 중점을 뒀다. 이른바 ‘열린 채용’이다. 도전의식과 적응력, 헌신도, 창의성 등에 대한 관찰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최종 합격자는 서울경마공원을 비롯해 부산경남경마공원, 제주경마공원 등 전국 30개 지사와 제주, 장수, 원당목장에서 순환 근무를 하게 된다. 마사회 관계자는 “한국마사회는 말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을 가진 인재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열린 직장”이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씨줄날줄] 인구이동 정체의 이면/오승호 논설위원

    우리나라에서 인구 이동이라고 하면 농촌 인구 감소를 떠올린다. 급속한 산업화 여파로 농촌의 청장년층들이 도시로 속속 빠져나가면서 농촌 인구의 고령화 현상은 빠르게 진행됐다. 농업인구는 전체 인구의 5.8%이고, 농촌의 노인인구 비율은 35.6%로 이미 초고령사회다. 요즘에는 외려 역(逆)도시화 현상이 화두가 될 법하다. 대도시에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대도시의 상주인구가 줄어드는 유턴 현상이 나타난다. 역도시화 현상은 도시의 위기 또는 쇠퇴 단계라고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면(面) 단위의 인구가 늘어나는 곳이 적잖다. 귀농이나 전원주택 생활이 늘어나는 것과 상관 있다. 미국의 멕시코인 유입은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멕시코인들은 1990년대부터 물밀듯이 미국으로 몰렸으나 2005~2010년 5년간 140만명이 본국으로 돌아갔다. 9·11테러 이후 국경 보안 강화 탓도 있지만,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일자리 찾기가 힘들어진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700마일 걸친 담장을 설치하는 조치와 같은 강경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다문화가정 인구 100만명 시대다. 설날을 맞아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외지인의 유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세종시와 제주도다. 통계청의 ‘2013년 국내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인구 순유입률은 정부 청사 이동 등으로 세종(7.4%, 9000명)이 가장 높았고, 제주(1.3%, 8000명)가 뒤를 이었다. 제주도는 지난해 인구 60만 467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2221명(2.06%)이 늘었다. 인구 러시로 2018년에는 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제주도는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 이전과 관광 관련 종사자들의 이동 영향이라고 한다. 반면 서울 인구는 10만 1000명가량 줄었다. 2003년부터 10년 동안 순유출 인구는 80만명에 이른다. 서울을 빠져나간 10명 가운데 5명은 주택 문제로 주거지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무섭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든 서민들이 경기와 인천 등으로 빠져나갔다. 국내 인구 이동자 수는 741만 2000명으로 1973년(732만 4000명) 이후 가장 낮았다. 20대 후반의 인구 이동률이 10년 만에 가장 큰폭으로 떨어졌고 60세 이상 연령층이 늘어난 여파다.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취업난이 이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결과인 듯해 씁쓸하다. 올해는 부동산 경기 한파가 풀리는 등 가시적인 경기 회복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인구 이동이 이뤄졌으면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부산 부성고등학교 교학사 한국사 유일 단독 채택에 시끌…교장 “바꿀 일 없을 것”

    부산 부성고등학교 교학사 한국사 유일 단독 채택에 시끌…교장 “바꿀 일 없을 것”

    부산 부성고등학교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단독으로 채택하자 온·오프라인에서 찬반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부산 부성고는 지난 27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단독으로 채택하고 28일 책을 주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29일 오전에만 학교 홈페이지에 부성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의 글과 댓글이 수백 개 올라왔다. 또 이 글들을 수천 명이 조회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시간이 갈수록 양측의 비방전 역시 도를 넘을 정도로 격화하고 있다. 학교 교장실과 교무실 등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격려와 항의 전화가 동시에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현철 부성고 교장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가장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며 “찬반 의견은 예견됐던 것으로 참고할 뿐”이라고 말했다. 신 교장은 또 “교학사 교과서는 정통성이 유지되고 산업화의 성과와 잘못, 민주주의 발전사 등을 균형감 있게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알아야 할 북한의 인권문제와 핵개발을 비롯한 군사도발 등을 골고루 기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부가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다른 교과서는 문제점이 더 많다”면서 “교학사 교과서만큼 잘된 것은 없기 때문에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여도 절대 교과서를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산 부성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단독 채택…“대한민국 정통성 높이 평가”

    부산 부성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단독 채택…“대한민국 정통성 높이 평가”

    부산 부성고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단독 채택했다. 부성고는 27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28일 밝혔다. 부성고는 교과서 채택 사유에 대해 교학사 교과서가 대한민국 체제와 정통성 유지, 산업화의 공과를 균형 있게 다룬 점, 민주주의 발전사, 북한의 인권문제·군사도발·핵개발 문제를 고루 다룬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부성고는 또 학교운영위원회 때 지난 11월 한 공중파에서 방송한 토론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그 내용도 참고해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몇몇 고교가 사실 오류, 이념 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으나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모두 채택을 철회한 바 있다. 부성고 채택 이전에는 서울디지텍고가 교학사 교과서를 복수로 채택한 유일한 고교였다. 그러나 올해 새롭게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1794개 고교 중 단독으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부성고가 처음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부산 부성고 단독 채택

    부산 부성고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단독 채택했다. 부성고는 27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28일 밝혔다. 학교 측은 교과서 채택 사유로 “교학사 교과서가 대한민국 체제와 정통성 유지, 산업화의 공과를 균형 있게 다룬 점, 민주주의 발전사, 북한의 인권문제·군사도발·핵개발 문제를 고루 다룬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부성고는 또 학교운영위원회 때 지난 11월 한 공중파에서 방송한 토론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그 내용도 참고해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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