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산업화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3차 대책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해군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삼성전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불충분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020
  • 한국 중편소설 르네상스 다시 한번

    한국 중편소설 르네상스 다시 한번

    염상섭의 ‘만세전’(1922),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 윤흥길의 ‘장마’(1973), 이청준의 ‘이어도’(1974)…. 모두 우리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중편소설들이다. 사회와 역사를 고민하는 장편과 찰나의 미학을 추구하는 단편의 특징을 절충한 중편소설(원고지 300장 안팎)은 문학사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줬다. 특히 국내에서는 근대문학 초기뿐 아니라 한국전쟁이 끝나고 산업화가 싹튼 1970년대 주요 작가들이 쏟아 낸 중편이 문단을 살찌웠다. 김동식(인하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중편소설은 1930년대 신문 연재가 유일한 게재 방법이었던 장편의 대중성과 통속성을 배제하면서 단일한 사건과 인물, 이미지에 집중하는 단편소설의 예술성을 아우른 형식”이라며 “작가들이 사회 변화 속에서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과 실험을 모색할 때 분출됐다”고 짚었다. 이처럼 ‘중편소설의 르네상스’를 부활시키는 동시에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젊은 독자들의 짧은 호흡에 발맞추는 시리즈가 이달 새로 선보인다. 출판사 은행나무가 30~40대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 내년 8월까지 매월 한 편씩 원고지 300~400장 분량의 중편소설을 펴내는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다. 젊은 독자들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듯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소설 시리즈라는 점을 부각한 기획이다. 배명훈, 김혜나, 김이설, 이기호, 안보윤, 정세랑, 윤이형, 서유미, 강태식, 최민경, 황현진, 이영훈, 최진영 등 13명의 문인들로 진용이 짜였다. 첫 작품은 SF소설에서 특유의 장기를 부려 온 소설가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 인간성을 갖게 된 전투 로봇 가마틀이 진정한 자아와 운명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노을을 좋아하고 행성이 되는 꿈을 꾸는 가마틀. 그는 미친 과학자 미야지마 상이 인류를 공격하기 위해 설계한 540대의 로봇 가운데 하나다. 가마틀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자 불안해진 인류가 로봇을 추적하며 벌이는 갈등과 반전의 서사가 작가의 순정하고 섬세한 문학적 묘사를 타고 흐른다. 출판사 측은 “등단과 비등단, 순문학과 장르문학 등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작가를 발굴할 예정”이라며 “작품이 나올 때마다 웹툰, 포토 에세이, 북사운드 트랙, 북트레일러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웹카페를 통해 20~30대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넓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부출연硏 칸막이 없애 100억대 융합연구단 운영

    정부출연硏 칸막이 없애 100억대 융합연구단 운영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간의 칸막이가 사라진다. 여러 출연연 연구원이 모여 하나의 과제를 수행하는 100억원 규모의 ‘융합연구단’이 출범하고, 중소기업 공동연구와 기술이전도 장려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국과연)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24개 출연연에 대한 ‘임무 정립안’과 ‘기관 간 융합연구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상천 이사장은 “출연연의 임무를 전면적으로 개편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과연은 출연연 간에 상시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융합 클러스터’를 조직, 협력 분야를 발굴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선정된 과제는 기초연구부터 사업화, 제품화까지 염두에 둔 융합연구단을 출범시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융합연구단에는 각 100억원이 투입되며, 올해 2~4개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20개 내외를 운영할 방침이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화학, 화재 사고 해결이나 치매 치료 등 국민이 체험할 수 있는 연구를 위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과연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기초연구 분야 8개 출연연의 투자 비중도 조절하기로 했다. 산업화 비중을 크게 높이고 기초연구 비중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융합연구를 위해 부족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과연이 출연연 개혁에 나선 것은 과거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와이브로 등을 개발하며 산업화에 기여했던 출연연들이 연간 4조원의 예산을 쓰면서도 최근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과학계 및 출연연들은 국과연의 개혁 방안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출연연 관계자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해외 사례를 볼 때 융합연구는 필요성을 느낀 과학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과제를 제시해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구 비중 축소 및 중소기업 지원 유도정책도 논란거리다. 기초연구가 핵심인 KIST, 지질자원연구원,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에 응용연구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성과만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정부만 할 수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형태의 도전적인 연구나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기초연구는 씨가 마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지역발전을…” 시·도 해외교류 팔 걷었다

    민선 6기 들어 시·도들이 해외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 구축이나 해외투자, 국제행사 유치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발전을 꾀하기 위한 글로벌 행보다. 경남도는 28일 도청에서 아프리카의 진주로 주목받는 짐바브웨 중앙마쇼널랜드주와 주지사 등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호교류협정을 맺었다. 도는 중앙마쇼날랜드주에 새마을운동 노하우와 창원국가산업단지 등의 산업화 경험을 전해 주기로 했다. 농업·보건·기업 분야 교류를 통해 인력·정보·기술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탄자니아 다레살람주 실무대표단을 초청해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하승철 경남도 경제통상본부장은 “성장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지역과의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이들 지역이 경남도의 아프리카 진출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해외투자유치 등을 위해 지난 25일부터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 남 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기도대표단은 뉴욕에서 ㈜신세계사이먼사와 의정부 프리미엄 아웃렛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신세계사이먼은 세계적인 프리미엄 아웃렛을 운영하는 미국 사이먼 프로퍼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합작투자회사다. 신세계사이먼은 의정부시에 1억 달러(약 1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2018년 말 완공 예정으로 프리미엄 아웃렛을 조성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의정부 아웃렛이 완공되면 1000개가 넘는 직접 일자리와 3000여개의 간접고용 효과, 연간 400만~500만명의 관광객 유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 지사는 29일에는 워싱턴 DC에 있는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에어프로덕트사와, 다음달 1일에는 로스앤젤레스의 이노비오 플럼라인사와 잇달아 양해각서를 교환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다음달 10~14일 덴마크와 독일을 방문해 코펜하겐과 베를린 시장을 만나 교류 활성화 방안과 우호도시 협정 MOU를 교환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또 베를린과 독일 최대규모 패션 박람회인 ‘2015 브레드 앤드 버터’의 서울 유치 MOU를 교환한다. 코펜하겐과는 안데르센 박물관의 서울 분관 유치도 협의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민선 6기 들어 강조한 국제회의와 관광을 결합한 마이스(MICE)산업 육성 등 도심형 창조경제를 위한 해외교류”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지난 23일 시청에서 마스조에 요이치 일본 도쿄 도지사와 교류협력에 관한 MOU를 교환하고 안전과 환경, 복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서울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스마트빅보드로 국가재난 통합관리한다

    스마트빅보드로 국가재난 통합관리한다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회의실에 들어서자 대형 전자상황판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에 표시된 실시간 구름사진을 확대하자 비가 오는 지역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몇 가지 설정을 하자 폭우가 내리는 지역에서 시민들이 올린 트위트 글 내용과 동향은 물론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거기에 지난 몇 년간 폭우피해 상황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현장에서 스마트폰에서 찍은 영상까지 실시간 전송돼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만약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이 기술이 있었다면 그 모든 혼란과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중대본 직원들은 이런 첨단 시스템이 아니라 TV 생중계를 보면서 재난 상황을 파악하는 처지였다. 연구원에 앉아서 전국 폭우피해를 모두 확인하는 게 가능하도록 한 것은 빅데이터와 스마트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빅보드’(스마트 재난상황 관리시스템) 덕분이다. 마치 영화 ‘본 얼티메이텀’처럼 현장 요원들이 권총에 부착한 소형카메라로 전송한 영상을 지휘통제실에서 실시간 전송받고 분석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이종국 연구원 재난정보연구실장은 “최근 완성한 스마트빅보드는 영화보다 더 나아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올라오는 재난안전 관련 정보까지도 포괄하는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빅보드는 연구원이 지난해 3월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재난안전 총괄지휘 플랫폼이다. 기상청 날씨정보와 지진·해일 정보 등 12개 기관 31개 빅데이터를 연계시켰고, 스마트폰 등 현장 정보도 실시간 연동이 가능하다. 거기에 더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실시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정보를 하나로 통합했다. 이미 인천소방안전본부와 부산시, 대전시, 전북도 등이 도입을 결정했다. 여운광 연구원 원장이 스마트빅보드 개발에 나선 것은 기존 재난상황관리시스템이 재난안전 관리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각종 정보시스템이 정부 부처별로 분산 구축돼 있는 바람에 통합관리와 정보연계가 원활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행정부에서도 스마트빅보드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근 안행부는 정부3.0 브랜드과제별 추진계획에 스마트빅보드를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는 국가 재난상황 관리체계 구축기반을 마련하고 2016년까지는 확대보급과 국민서비스 기반 구축, 2017년 이후에는 국가 재난안전 상황관리 네트워크 구축과 산업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관료에서 시민으로- 국책사업 인식을 바꿔라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관료에서 시민으로- 국책사업 인식을 바꿔라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 사회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국토개발과 산업화 과정에서 신속한 정책 결정과 집행을 강조하다가 곳곳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되돌아보지 못했다. 대규모 토건 사업과 부동산 경기부양에 치중하다 막대한 예산낭비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정부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국가의 정당성까지 위협하고, 예산낭비는 재정압박 앞에 설 자리를 잃었다. 다양한 갈등을 관리하고 예산낭비 제공자에게 정당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 #1. 한국마사회가 서울 용산에 장외발매소를 개장해 시범운영에 들어갔으나,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은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22일 현재 182일째 천막농성을 벌이며 개장 반대투쟁을 하고 있다. 주민들로서는 화상경마장 주변이 나빠진 생활환경 탓에 우범지대가 될 수 있고, 학생들에게 결국 악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다. 반면 마사회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 개장 절차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내심 마사회 전체 수익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전국 29개 화상경마장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까 우려한다. #2. 경기 안산시와 시흥시, 화성시에 걸쳐 있는 시화호는 극심한 갈등 끝에 상생협력의 길을 찾은 모델로 꼽힌다. 2004년 민관협의체로 출범한 ‘시화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시화지속협)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의회,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하며 시화호와 그 주변 지역의 합리적 개발에 관한 사항과 수질 및 악취 개선 등을 과제로 삼았다. 시화지속협 설립 때부터 시민단체 몫으로 참여한 서정철 시화호연대회의 대표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반대 단체 참여를 보장하는 열린 운영을 한 점, 지역 중심으로 논의하고 중앙정부는 합의사항 이행으로 역할을 제한한 점, 행정기관 결정과 상관없이 원점에서 재논의한 점 등 세 가지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국책사업으로 인한 갈등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결정한 사업이 마냥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주민 갈등에 따라 지역사회 공동체가 무너지고 극심한 반목이 발생하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최근 학계에선 국가안보에서 ‘인간안보’가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인간안보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바로 ‘사회자본’이다. 공동체가 무너지고 불신이 높아진다는 것은 사회자본이 바닥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독재’ 시절 갈등이 발생하면 정부는 불순세력과 좌익용공세력부터 들먹였다. 요즘은 ‘집값 떨어진다’는 채찍과 ‘보상금 올려줄게’라는 당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갈등관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갈등을 유발한 책임, 그리고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 실패하고 갈등을 키운 책임을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정부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한탄강댐을 둘러싼 주민 갈등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백지화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탄강댐은 결국 정부가 기계적 중립 뒤에 숨어버린 한국수자원공사와 주민들 사이에서 극한 갈등을 초래했다. 결국 반대 운동은 지쳐버리고 공동체가 와해되면서 갈등은 종결됐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정부가 얻은 것은 사업성이 낮은 예산낭비성 토건사업이라는 결과물뿐이었다. 용산 화상경마장 역시 이미 2008년에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감독위원회가 종합계획에서 장외발매소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도심지역 장외발매장은 주거지역에서 떨어진 외곽지역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16일 반대 주민들의 의견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이전 철회’ 의견을 냈고 서울시와 용산구, 서울시교육청도 반대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갈등 조정이 전혀 안 되다 보니 정부와 주민을 뛰어넘어 정부 안에서도 갈등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갈등이 한번 발생하면 브레이크 없이 확대, 증폭되는 것은 제대로 된 갈등조정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갈등관리에 대한 고민을 사실상 처음 시작한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정부에 갈등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그해 ‘공공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을 정부입법으로 제출했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대에 막혀 법안이 자동폐기됐다. 결국 2007년 대통령령으로 축소 제정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사회통합위원회와 현 정부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도 갈등관리 법안 제정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공감대는 여전히 약한 실정이다. 경기 하남시 광역화장장 유치를 둘러싼 갈등을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것은 정책 과정에 대한 정책결정자들의 인식 변화다. 시민을 정책 객체가 아니라 의견을 개진하면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론 갈등하는 능동적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단 발생한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책참여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많은 갈등 사안에서 정부 부처끼리도 의견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정책결정자끼리도 갈등관리를 위한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원 서울YMCA 실장은 최근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주최한 관련 토론회에서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면 정부는 항상 ‘정부는 정당한데 국민이 갈등을 유발한다’는 식으로 대응한다”면서 “갈등 해결이 안 되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정부가 그런 착각 속에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형 국책사업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주체는 정부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갈등을 풀어낼 전문가도 부족하고, 그런 전문가를 현장에서 일하도록 해주지도 않고, 현장에 적절한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내심 없이는 갈등 해결은 불가능하다. 갈등관리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당장 편한 대로 강행하는 오래된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갈등은 확대 증폭된다면서, 그런 점에서 시화호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참여-숙의-합의’라는 민주적 갈등관리 모형을 창의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시화지속협은 이제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이라는 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서 대표는 “지속적이고 책임성 있는 관리와 시화호 유역의 교육, 문화, 역사 연구를 주요 기능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세계의 창] 이·팔 전쟁도 우크라 사태도 100년 전 잉태됐다

    [세계의 창] 이·팔 전쟁도 우크라 사태도 100년 전 잉태됐다

    1914년 7월 28일,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길어야 반년이라던 전쟁이 ‘4년간 36개국 6500만 군인이 참전해 850만명이 죽은’ 총력전이자 참호전으로 변했다. 1차 세계대전이 ‘대(Great) 전쟁’, 혹은 ‘모든 전쟁을 끝낸 전쟁’(the War to end all wars)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가장 큰 변화는 홀대받던 하층노동자와 여성들이 전방 전쟁터와 후방 군수공장에서 흘린 피와 땀의 대가로 ‘신민’(臣民)이 아닌 ‘국민’(國民)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제 몫이 돌아갈 수는 없는 법. 제 몫을 챙기지 못한 이들 사이에 불만이 일었고 이는 오늘날 다양한 국제분쟁의 뿌리가 됐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이 1차 대전 발발 100주년을 기리며 내놓은 보도를 통해 1차 대전이 남긴 유산을 짚어봤다. 키워드는 4대 제국의 몰락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1. 중동 분쟁의 뿌리 - 오스만 제국의 몰락 독립을 미끼로 분할통치하는 것은 제국주의의 오랜 수법이다. 영국·프랑스는 독일·오스트리아 편에 가담한 오스만제국을 해체하기 위해 1916년 ‘사이크스 피코 협정’을 맺었다. 오스만제국 내 소수민족의 독립 열망을 부추겨서 제국을 붕괴시킨 뒤 분할통치하자는 것이었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바로 이 임무를 수행하는 영국 첩보원 얘기다. 아랍세계의 크고 작은 종족분쟁이 여기서 출발했다.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도 마찬가지다. 1917년 아서 밸푸어 영국 외무장관은 오스만제국의 일부였던 팔레스타인에다 유대인 국가를 허용한다는 발언을 언론에 흘렸다. 아직 참전하지 않은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미국계 유대인에게 당근을 던져 주자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이스라엘 건국은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희망사항’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밸푸어의 발언 이후 현실이 됐다. 반면 오스만제국의 배후를 교란하는 대가로 독립을 약속받은 팔레스타인은 충격에 빠졌다. 양측 대립이 격화되면서 영국은 뒤늦게 “가장 큰 외교적 실수”라고 한탄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이스라엘은 끝까지 건국을 고집했고 1949년 이를 인정받았다. 오랜 분쟁의 시작이었다. 2. 차르가 되고픈 푸틴 - 러시아 제국의 몰락 서구 언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흔히 차르라 부른다. 음험한 권력자의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푸틴의 정책 자체가 러시아제국 시절에 대한 향수를 내포하고 있어서다. 러시아제국 시절과 지금의 국경선을 비교해 볼 때 가장 극명한 차이는 러시아와 유럽 사이의 완충지대다. 북유럽에서 중부유럽에 걸쳐 핀란드, 발틱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중부유럽은 예부터 곡창지대여서 늘 주변국들이 탐내는 대상이었다. 산업화로 발전해 나가던 서유럽국가들의 텃밭이자 유럽 진출을 도모하려는 러시아의 전진기지이기도 했다. 요즘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둔 미국과 러시아 간 다툼도 여기에서 기원한다. 18세기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는 독일·오스트리아 쪽에, 중부와 동부는 러시아 쪽에 속했다. 1차 대전 때 독립을 시도했으나 곧 소련에 합병됐다. 공산권이 붕괴하자 바로 독립을 이뤄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1차 대전 당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 이후 지금까지 서구의 모든 중부유럽 정책이 러시아를 겨냥하는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1차 대전 당시의 지정학은 지금도 여전한 셈이다. 3. EU 출범의 씨앗으로 - 대영제국의 몰락 20세기 초 모든 분야에서 미국은 영국을 거의 다 따라잡았다. 그럼에도 식민지, 해군력, 금융시스템으로 무장한 영국은 최강제국의 위엄을 잃지 않았다. 1차 대전은 여기에 결정타를 날렸다. 전쟁 때문에 돈이 부족해진 영국은 1917년 4월 미국의 지원 없이는 3주도 버틸 수 없다며 미국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야 했다. 1차 대전 기간 미국이 연합군에 빌려 준 돈만 해도 모두 71억 달러였다. 1차 대전은 유럽연합(EU)의 씨앗을 뿌려 놓기도 했다. 1919년 파리강화회담 중 프랑스 장교 장 모네는 ‘경제적 통합을 통한 전쟁의 종식’이란 아이디어를 내놨다. 독일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던 연합군은 이를 무시했다. 기회는 몇 차례 더 있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오스트리아의 백작 리하르트 니콜라우스 폰 쿠덴호프 칼레르기도 ‘변덕스러운 정치 대신 지속적인 경제교류가 평화를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당대 유럽의 지식인들은 열렬히 지지했으나 일반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2차 대전을 겪고 나서야 유럽인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경제적 통합을 통한 영구평화의 달성’이란 꿈을 1, 2차 대전에 책임 있는 독일이 이끌고 있다는 게 역사의 아이러니다. 4. 귀족 세계의 종말 -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몰락 1차 대전이 드러낸 구세계의 빛과 그림자는 단연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다. 근대민족국가 설립이라는 열풍을 차단하기 위해 합스부르크 왕가를 정점으로 결성된 귀족 연합체다. 민족의 이익보다 신분의 이익을 앞세운 것이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성격이 강한 지배체제였다. 근대화 바람을 마냥 피할 수는 없었다. 1914년 산업화에 착수하면서 민족 갈등이 불거져 나왔고 이는 곧 1차 대전의 촉발 원인으로 꼽히는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 저격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전후 제국은 철저히 해체됐다. 땅은 빼앗겼고 나라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로 삼등분됐다. 반면 민족보다 신분을 앞세웠기에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유대인 탄압이 덜했고 이 때문에 20세기 초 경제학, 심리학, 철학 등에서 뛰어난 역량을 선보인 유대계 지식인들이 수없이 배출됐다. 나중에 이들이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미국은 세계패권뿐 아니라 학문의 패권도 거머쥐게 됐다.
  • [사설] 서울신문 창간 110주년을 맞으며…국익을 앞세우며 정도를 걷겠습니다

    서울신문이 18일로 창간 110주년을 맞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와 영욕을 함께하며 지낸 110년 성상(星霜)을 돌아보며 옷매무새를 바로하고 독자와 국민들께 새출발의 다짐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내 언론사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본지는 구(舊)한말 항일 민족지 ‘대한매일신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국운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1904년 오늘 러·일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한반도에 왔던 영국인 기자 베델이 양기탁 등 민족진영 인사들과 손을 잡고 창간한 신문입니다. 이참에 우리는 서울신문이 국내 최고(最古)의 민족정론지라는 자부심만 내세우기에는 부끄러운 과거도 있었음을 고해성사하려고 합니다. 대한매일신보는 1910년 국권 피탈과 함께 총독부기관지 ‘매일신보’로 전락한 상흔을 갖고 있습니다. 1945년 광복 후 ‘서울신문’으로 속간해 1948년 정부 소유로 귀속되면서 2002년 민영화 후 독립언론으로 재탄생할 때까지 간혹 독자들의 따가운 시선에 직면한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역대 정권이 때로 민의를 거슬러 권위주의 체제로 치달을 때 춘추의 필법으로 시비곡직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본지는 6·25 전쟁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아 진중신문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데 일역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기에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시대정신을 이끌어 왔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서울 중구 태평로(세종대로) 본사 사옥 로비에서 흉상으로 후진들을 굽어보고 있는 베델·양기탁 등 선각자들의 민족애와 언론 본연의 사명을 되새기면서 국권 수호에 앞장섰던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서울신문의 사시(社是)는 ‘바른 보도로 미래를 밝힌다. 공공 이익과 민족 화합에 앞장선다’입니다. 국익에 최우선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위해 소모적인 갈등을 지양하고 국민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하는 정론을 펴겠다는 다짐입니다. 사익보다는 국익을 앞세우고, 거짓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사실, 나아가 그 뒤편의 진실까지도 놓치지 않는 정론지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세상을 향한 바른 외침’이란 창간 110주년 캐치프레이즈에 우리의 그런 의지가 고스란히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의 불의와 부조리에는 서릿발 같은 비판을 가하되 정파적 시각에는 매몰되지 않을 것입니다. 남북 분단의 질곡도 모자라 지역주의와 계층· 세대갈등에 이르기까지 갈가리 찢겨진 ‘갈등 공화국’이 우리의 현주소 아닙니까. 언론마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선도적으로 조정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부추기는 당사자가 된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및 남북정상회의록 공개 논란,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및 사퇴압력 파문 등 우리 언론은 건건이 진영 다툼의 한편에서 갈등을 확대 재생산해 온 게 현실입니다. ●진영논리 배제 대원칙 언론의 위기를 말합니다. 그것은 단지 독자 수가 줄고, 시청률이 떨어져 언론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차원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진짜 위기는 언론의 본령인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돼 스스로 신뢰의 상실을 자초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은 어떤 정파적 유혹도 단호히 거부합니다. 우리 언론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십시오. 다분히 선정적인 부정확한 보도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 점을 지금도 자괴감과 함께 기억합니다. 물론 단 한 명의 승객을 구해내지도, 피해 가족의 비통함에 공감하지도 못하는 듯한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규명해 비극의 재발을 막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두기보다는 정부를 궁지로 몰아 반사이익을 얻는 데만 골몰하는 정략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세월호와 다름 없는 위기의 ‘한국호(號)’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14위로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 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군 나라로 찬사를 받던 우리가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든 꼴입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10%의 비중이 전체소득의 45%를 차지하는 등 소득 양극화도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가중되는 청년 실업난과 노인 자살률의 증대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공동체의 재도약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국민적 대타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증세나 경기부양에 대한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의 갈등에 빠져 국민통합의 구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국민통합 구심력 절실 본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과제인 국가 혁신과 변화를 통해 국민의 잠재적 역량을 한데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서울신문이란 공론의 장에서 만나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책 경쟁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나아가 모든 정파가 서로 경청하면서 대화를 통해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가는 숙의(熟議) 민주주의를 꽃피우도록 하는 모종밭의 기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엊그제 ‘통일대박’을 꿈꾸며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이 또한 진정한 사회통합이 전제돼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신문은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발맞추되, 언제나 독자와 진실의 편에서 언론의 본질적 소명을 다해 나갈 것임을 거듭 약속 드립니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융성과 국민 개개인의 행복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서울신문은 소속사원들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을 비롯해 정부, ‘국민기업’으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 포스코, 그리고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 등을 주주로 하는 공익정론지입니다. 어느 개인의 사유가 아니라 공적 소유인 만큼 사익이나 정파적 진영논리에 매몰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어느 언론보다 공정한 위치에서 우리 공동체의 이익, 다시 말해 국익을 우선시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입니다. 한층 격조 있는 대표적 정론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 구로공단의 과거·미래 담아 ‘… G밸리로’ 펴내

    구로공단의 과거·미래 담아 ‘… G밸리로’ 펴내

    서울 금천구가 구로공단 50년을 맞아 기념 역사자료집 ‘구로공단에서 G밸리로(부제-서울디지털산업단지 50년 50인의 사람들)’를 펴냈다. 자료집은 1970년대 수출 1억 달러의 주역이던 노동자들의 삶에서부터 첨단 지식산업단지의 발전상까지 지난 50년의 역사를 오롯이 적고 있다. 특히 구로에서 청춘을 보낸 유명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산업화 초기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 환경에 대해서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했다. 현재는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있지만 당시에는 함께 활동했던 이들의 구로공단에 얽힌 이야기도 인상 깊다. 1970년대 도시산업선교회에서 활동했던 인명진 목사는 “구로공단은 우리나라 5000년 역사에 민주화·산업화를 이룬 성지”라고 평가했다. 구로동맹파업을 이끌었던 심상정 의원은 “작은 방에 비키니 옷장 하나 놓고, 그다음에 문 밖에 화덕이 있고…”라며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자료집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병원 등에 쓰이는 ‘바이오 클린 룸’ 국산화에 성공한 박동일 하나지앤씨 대표 등이 G밸리의 발전과정과 미래상에 대한 바람도 눈길을 끈다. 차성수 구청장은 “구로공단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존해 미래 세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광역단체장 인터뷰] “농업·관광·탄소산업 집중 육성… ‘전북 123 시대’ 열겠다”

    [광역단체장 인터뷰] “농업·관광·탄소산업 집중 육성… ‘전북 123 시대’ 열겠다”

    전북도가 변하고 있다.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2주 남짓 됐지만 도청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직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신임 지사가 권위를 버리고 웃는 낯으로 회의를 주재하고 직원들을 도닥이기 때문이다. 간부는 물론 하위직들도 형식적인 회의 자료와 보고서가 대폭 줄어 과중한 업무부담에서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결재 방식도 달라졌다. 민선 4, 5기에는 과장급 이상만 지사 결재를 받았으나 이제 6급 이하 직원들에게도 지사실의 문호가 개방됐다. 도청사도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도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16일 집무실에서 만난 송하진 전북지사는 “도정을 툭 터놓고 재미있게 이끌어 가겠다”며 민선 6기 도정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제34대 전북지사로서 도정에 임하는 기본 원칙은. -도정의 책임자로서 목표와 행동을 분명히 하겠다. 모든 일을 겸손하게 추진하되 비굴한 행동은 하지 않겠다. 당당하게 일을 추진하겠지만 결코 오만하지는 않겠다. 현안 사업을 추진하다 넘어야 할 산을 만나면 가슴을 열고 도민들을 만나 여론에 귀를 기울이겠다. 안 되는 일은 ‘이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하고 될 수 있고 되어야 하는 일은 ‘이건 반드시 하겠다’고 말하겠다. →전북의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전북은 현재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화시대 뒤안길에 나앉으면서 상대적 낙후의 그늘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 공항, 항만 등 사회기반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고 경제적 침체는 사회, 문화, 정치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산업 중심에서 지식기반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21세기에 전북의 창의적 특성과 고유성, 시대적 흐름을 잘 파악해 우리 지역의 발전 동력을 개발해야 한다. 전북의 가능성과 잠재역량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도의 발전 방향은. -새로운 전북시대를 열어 가겠다. 인간의 가치를 소중히 하고 생태의 가치를 우선하겠다. 지식의 가치를 높이고 변화의 가치를 존중하겠다. 이와 함께 공존의 가치를 추구하겠다. 전북은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관광객 1억명, 소득 2배, 인구 300만 시대의 초석을 놓겠다. 이른바 전북발전 123정책이다. 전북의 발전은 안으로부터의 발전을 추구하겠다. 사회간접자본(SOC) 기반 구축과 함께 농업, 관광, 탄소산업으로 시작될 것이다. →한때 소외됐던 농업을 도정의 중심으로 환원시켰다. -민선 6기 도정의 키워드는 농업이다. 5000년 농도인 전북에서 농업은 선진국으로 가는 최후의 보루이자 미래의 불루오션이다. 전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사람들이 찾는 농촌, 제값 받는 농업, 농촌과 농업과 농민이 모두 즐거운 삼락농정(三農政)을 펼치겠다. 전통농업을 과학화해 전북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농산물 가치소비시대를 선도하겠다. 나아가 식품산업을 융합해 농생명 연구개발특구로 육성하겠다. →농업과 관광산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산업화시대에 밀려 등한시했던 농업농촌, 생태자연, 전통문화를 전북의 대표적 관광자산으로 육성하겠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자랑스러운 자산으로 키우겠다. 생태자연과 농업농촌을 살려 농촌마을에 사람이 오도록 하겠다. 전북 전체를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어 국내외 모든 관광객들이 어디서든 즐기고 체험하고 머무르고 우리의 상품을 사 갈 수 있는 토털관광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전통적인 농업도 중요하지만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과제인데.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 또한 멈추지 않겠다. 전북의 첫 번째 미래산업은 탄소산업이다. 이미 전주시장 재임 시절 탄소섬유 연구개발에 성공하고 이를 통해 국가사업화와 기업유치에 성공했다. 이제 전북을 자동차, 조선, 해양, 항공, 농기계, 레포츠 등 100조원대의 탄소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 탄소산업은 일자리 창출과 도민 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전북의 인구는 매년 감소 추세인데 인구를 3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는데. -과거 ‘300만 전북도민’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전북의 꿈과 희망을 수치로 나타낸 상징적 슬로건이다. 새만금이 2030년 완공되면 76만명이 유입되고 전북혁신도시도 장기적으로 20만명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87만명인 인구에 이를 더하면 결코 무리한 목표는 아니다. →도정의 변화를 선도할 조직개편과 인사 방향은. -시대 변화에 맞게 조직을 개편하겠다. 새만금과 환경을 분리하고 농업과 관광 분야를 강화하겠다. 일부 조직은 이름부터 추상적이다. 명칭부터 구체적으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조직이 바뀌면 인적변화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확 뒤집지는 않겠다. 다만 점진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면 무리수가 따르고 성공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계를 밟아 점진적으로 개선할 것이고 도의회와의 조율에도 신경을 많이 쓰겠다. 정무부지사와는 일정 부분 업무를 분담하겠다. 정무부지사가 지사의 연설문이나 대신 읽는 ‘대독 부지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새만금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자·외자 유치가 관건인데. -새만금사업은 국책사업임에도 전북에 한정된 사업인 양 비쳐지는 게 큰 문제다. 실제로 방조제 완공 외에는 지지부진한 게 현실이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책임지고 주도하는 가운데 전북은 도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협조해 조기 완공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개발, 친환경 개발이 되도록 추진하겠다. →전북지역 14명의 시장·군수 가운데 절반이 무소속이다. 시·군과의 협치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시장·군수와 정치인은 다르다. 정치적인 의미보다는 전북발전이란 같은 목표가 있기에 협력관계다. 시장·군수들과는 철저히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소통을 위해 막걸리 잔을 놓고 흉금을 털어놓을 생각이다. 소통은 잦은 회의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적으로 자주 만나 공식석상에서 풀기 어려운 현안을 처리하겠다. 부지런히 만나고 현장을 방문해 화합하겠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연구기관 교류·융합 활성화… 중소·중견기업 도울 기술 개발

    “연구기관 교류·융합 활성화… 중소·중견기업 도울 기술 개발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는 한국이 산업화 시대에 발전하는 데 크게 공헌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민간의 역할이 커지고, 대학의 창의적인 연구 성과가 나오면서 위상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면적인 개혁과 새로운 출발이 필요합니다.”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국과연) 초대 이사장은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취임 간담회에서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과연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25개 출연연의 지원·육성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1999년부터 운영돼 오던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합해 이날 공식 출범했다. 연간 4조원 이상의 예산과 1만 5000명의 연구원을 아우른다. 이 이사장은 “연구기관 간의 칸막이를 낮춰 교류와 융합을 활성화하고 중소·중견기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할 것”이라며 “기술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출연연이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개발해 기술수지 흑자를 앞장서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대학들이 세계 일류를 목표로 내세웠을 때 모두 불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세계 수준의 대학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장비나 예산 등의 문제도 크겠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우수한 인력을 파격적으로 유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출연연도 연구기관인 만큼 연구를 잘할 수 있는 탁월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이사장은 “너도나도 융합을 외치고 있지만, 한국의 융합연구는 ‘위에서 아래쪽으로 지시하는 방식’이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융합은 자연스럽게 일선 연구원들의 필요에 의해 상향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홀데인 원칙’을 한국에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홀데인 원칙은 영국의 정치가인 리처드 홀데인이 주창한 정책으로 ‘연구기금의 사용은 정부가 아닌 연구기관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00년대 초반부터 영국이 지켜온 이 원칙은 영국을 기초과학 강국으로 만든 중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 이사장은 “완벽한 홀데인 원칙을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의 출연연 역시 자율성과 독창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오늘의 눈] ‘3척’을 하지 말라/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오늘의 눈] ‘3척’을 하지 말라/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최근 수년간 귀농(歸農)·귀촌(歸村) 인구가 급증했다. 특히 귀농은 퇴직자의 재취업과 농촌 노동력 문제 해결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정치권에서도 귀농은 화두다. 국회에서는 해마다 귀농관련 토론회·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6월 13일 국회 민생정치연구회의 ‘농업 6차 산업화를 통한 농촌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세미나’에서 6차 산업화에 귀농자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됐다. 4월에도 ‘성공적 귀농·귀촌 활성화대책 국회간담회’가 열렸다. 2001년 880가구이던 귀농·귀촌은 2010년만 해도 4067가구였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3만 2424가구로 급증했다. 지난해 지역별 귀농·귀촌자는 경기, 충북, 강원, 경북, 전북, 경남, 전남 순으로 서울에서 가까울수록 많았다. 예전에는 “귀농자들은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낙향했다”는 인식이 있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엔 실직 후 귀농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더 강해졌다. 최근엔 도시생활 대안에다, 농촌의 생태가치 선호가 더해지면서 각광받는 주제가 됐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퇴직 물결과 함께 제2의 일터로 농촌이 주목받는다. 중앙·지방정부도 귀농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세금원이면서 고령화 현상을 완화해주는 귀농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유인책을 편다. 다만 귀농·귀촌은 쉽지 않다. 초기 귀농정착률이 60~70%라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20% 정도라는 분석도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역별 편차도 크다. 귀농자들에게는 매월 일정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게 큰 어려움이다. 10년 전 귀농한 후배는 “농촌 원주민들이 밤 12시에 막걸리통을 들고 쳐들어오는 것은 다반사이고 새로 산 경트럭이 고속도로운행에 좋다며 자주 빌려 타고 가버려 끝내 팔았버렸다. 재이사도 검토했다”면서 텃세도, 생활가치관 차이도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귀농자들에게는 “3척을 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높은 척, 배운 척, 있는 척’하지 말라는 경고다. 3척을 하다가는 원주민과 어울려 생활하기 어려워진다. 농촌원주민들도 도시인들이 귀농해오면 스트레스가 높아지게 된다. 10년 뒤 한국 모습을 보여준다는 일본도 취농(就農·우리의 귀농)이 인기였지만 열기가 식었다. 취농자는 2004년 8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추세다. 2012년은 반 토막 난 4만여명이었다. 3년 연속 4만명대로, 30%는 도시로 되돌아갔다. 일본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언론까지 취농을 권장하고 있다. 취농자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경제적·기술적 지원은 물론 마쓰리(지역축제) 등 문화생활 지도까지 하며 원주민과 일체화를 도와 정착률을 높이려 한다. 귀농은 나라를 떠나 어려운 과제다. 정부나 국회는 법·제도를 촘촘히 정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귀농자들이 원주민 사이에 녹아들 수 있도록 문화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귀농자들의 철저한 사전 사후 준비는 필수다. 귀농은 10년, 20년이 되어도 위기가 찾아온다. 현재 귀농 열기가 뜨겁지만 일본처럼 언제든지 식어버릴 수 있다. 실패는 사회적 비용으로 연결된다. 정부·정치권은 귀농 정착률 제고 방안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taein@seoul.co.kr
  • [기고] 산업재해 리스크 관리 선진국으로 가는 길/장동한 건국대 상경대 교수

    [기고] 산업재해 리스크 관리 선진국으로 가는 길/장동한 건국대 상경대 교수

    올해로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50년이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으로서 1964년 도입된 산재보험은 산업화와 고도성장의 이면에서 사회 안정장치로 크게 기여했다. 산업안전보건 규제와 더불어 산업재해 예방 및 피해 보상에 있어 산업재해 리스크 관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의 안전 경시 풍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산업재해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커지면서 산재보험 도입 50주년의 의미가 빛을 잃은 듯해 아쉽다.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한 안전사고 증가, 사업주의 산재 처리 기피 현상, 산재보험제도의 도덕적 해이 등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산업재해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리스크는 적지 않고 이들을 관리하는 시스템 또한 엉성하다. 이런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산재보험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사회보험은 지속 가능한 사회보험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형평성 제고와 더불어 시스템의 비효율성 타파를 목표로 하는 사회보험시스템은 그 자체로 지속 가능성을 지향해야 한다. 저명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부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성장할수록 사회적 불확실성 또한 점점 커진다. 천재지변, 대형 인재, 테러와의 전쟁, 양극화 심화, 가정 파괴, 취업난, 먹거리 불안, 신종 바이러스 출현 등. 가진 것이 많아지고 먹는 건 풍성해졌는데 사회적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왜일까. 우리 사회의 리스크 관리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이 아닐까 싶다. 안정 속의 성장으로 정의되는 지속 가능 성장이 우리 사회의 발전 비전임을 생각할 때 안정을 향상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는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핵심전략이 된다. 위험요소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손실 발생 가능성과 예상손실을 면밀히 분석해 그 상황에 최적인 사전 예방 및 사후 관리 수단을 모색해 실행하며 개선하는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을 리스크 관리라 한다. 우리 사회의 성장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여러 위험들을 사전·사후에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발생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안정 속의 성장을 도모하는 시스템이다. 우리 경제의 주요 리스크인 산업재해 리스크 역시 산재 예방, 효과적인 사후 대처, 피해 보상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산업재해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 보완, 개선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노주석의 서울 택리지 테마기행] 지명(상)

    [노주석의 서울 택리지 테마기행] 지명(상)

    ●북악인가 백악인가… 조선 초기부터 명실공히 백악산 경복궁 뒤에 피지 않은 한 떨기 모란 꽃송이처럼 솟구친 수려한 산의 이름은 둘이다. 백악(白岳)이기도 하고 북악(北岳)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이 산을 놓고 면악, 공극산 등 다양한 지명이 등장하지만 결국 두 개의 이름만 살아남았다. 이 산의 이름이 중요한 것은 조선의 수도를 한양으로 정하도록 결정지은 산이기 때문이다. 이 산이 있었기에 새로운 나라의 수도를 송악(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겼다. 우리는 이런 중요한 산 이름을 별 생각 없이 극과 극을 달리는 두 개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또 어떤 이는 백악인지 북악인지 헷갈린다면서 뭉뚱그려 북한산이라고도 부른다. 곡할 노릇이다. 청화산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태조가 중 무학(무학 대사)을 시켜 도읍 터를 정하도록 하였다. 무학이 (삼각산)백운대에서 맥을 따라 만경대에 이르고, 다시 서남쪽으로 비봉에 갔다가 한 개의 돌비석을 보니 ‘무학오심도차’(無學誤尋到此·무학이 길을 잘못 찾아 여기에 온다)라는 여섯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도선(신라 도선국사)이 세운 것이었다. 무학은 길을 바꿔 만경대에서 정남쪽 맥을 따라 바로 백악산 밑에 도착하였다. 세 곳 맥이 합쳐져서 한 들로 된 것을 보고 드디어 (경복궁)궁성 터를 정하였는데, 곧 고려 때 오얏(자두나무)을 심던 곳이었다”고 한양천도 당시 주산 백악과 명당 경복궁 택지에 얽힌 일화를 전한다. ‘오얏을 심던 곳’이라는 표현은 고려 중엽 때 비롯된 것이었다. 도선의 ‘도선비기’에 전해지는 ‘목자득국’(木字得國·이씨 성을 가진 자가 나라를 얻어 한양에 도읍 하게 된다)의 도참설을 깨고자 삼각산 면악(백악) 남쪽에 오얏(李木)나무가 무성하자 윤관 장군 등 벌리사(伐李使)를 보내 싹둑 잘라 기를 누른 사례를 말한다. 이 마을을 ‘벌리’라고 불렀는데 ‘번리’(?里)를 거쳐 지금의 강북구 번동으로 변했다. 오패산 혹은 벽오산이라고 불리다가 지금은 ‘북서울 꿈의 숲’ 공원이 조성됐다. 이렇듯 한양천도는 풍수지리의 원리에 따라 백악을 주산(主山)으로 정하고서 산 아래 명당 혈 자리에 남쪽을 향해 왕궁을 짓기로 하면서 현실화됐고, 오늘에 이르렀다. 조선 초기 이 산의 이름은 명실공히 백악이었다. 산꼭대기에 진국백(鎭國伯)이라는 여신(女神)을 모신 백악신사(白岳神社)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고산자 김정호가 남긴 ‘수선전도’나 ‘경조오부도’ 등 대표적 지도에도 백악이라고 기록돼 있다. 백두산이나 태백산이 그렇듯 산 이름에 ‘흰 백’(白)자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는 흰 백자를 ‘밝다’ 또는 ‘으뜸’이라는 의미로 썼다. ‘흰 머리를 인 으뜸가는 산’이라고 풀 수 있다. ‘북녘 북’(北)자는 꺼렸다. 북쪽을 향해 머리를 두지도, 눕지도 않았다. 북망산(北邙山)처럼 죽음을 나타낼 뿐 아니라 패하다, 등지다, 분리하다, 도망하다는 뜻이 들어 있어 금기시했을 법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북악산 또는 북악이 지배 지명이 됐다. 근대 이후 만들어진 대부분의 지도와 책에 이 지명이 자리 잡았다. 단서를 찾아보니 중종 때(1530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북악산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앞에는 남산이 솟았고, 뒤에는 북악산이 높다”라고 적었다. 이 산의 수호신이 한양의 풍수를 관장하는 북 현무(北 玄武)이고, 사람들에게 친숙한 남산이나 한강의 북쪽에 자리 잡은 산이어서 그렇게 불렀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후 나온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백악부아암도’ 등 그림이나 지도에서는 어김없이 백악이라고 썼다. ●삼각산이냐 북한산이냐… 일제에 의해 잊혀져간 삼각산 1940년 창씨개명(創氏改名)을 통해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시도한 일제가 사전 정지작업으로 1914년 행정구역 개편을 내세워 대대적인 창지개명(創地改名)을 꾀하면서 성스러운 산 이름에 분탕질했을 것으로 의심된다. 무엇보다 서울의 조상 산인 ‘세 개의 뿔’ 삼각산(백운대·인수봉·만경대)을 북한산이라고 의도적으로 바꿔 버린 명확한 증거가 있다. 경성제국대학 교수 이마니시 류가 1916년 조선총독부에 제출한 ‘북한산 유적조사 보고서’가 그것이다. 그는 삼각산이라는 멀쩡한 이름을 두고 북한산이라는 지명을 보고서에 사용했다. 한양과 한강의 북쪽에 있는 산이라는 게 이유였다. 고구려 때 북한산군(北漢山郡)이라고 불렸으며, 백제 개루왕 때 북한산성을 쌓았고, 조선 숙종 때 북한지(北漢誌)를 발간하는 등 북한산이라는 지명이 생경한 것은 아니지만, 삼각산이라는 민족정기를 상징하는 신령스러운 지명이 사라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83년까지 두 이름이 혼용됐지만, 정부가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삼각산은 힘을 잃었다. 일본인 학자만 책망할 일이 아니다. 역사의식 없는 행정 당국의 잘못이 더 크다. 조선총독부와 총독관저가 경복궁 뒤 고려 이궁 터에 틈입했고, 경무대와 청와대가 이어받으면서 백악이라는 이름은 잊혀 갔다.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출입이 통제되면서 갈 수 없는 산이 돼 버렸다. 북악스카이웨이와 북악터널이 상류층의 드라이브 코스나 요정 가는 길로 인기를 끌면서 북악이라는 지명의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2006년 폐쇄됐던 숙정문을 38년 만에 열고 난 뒤 문화재청은 백악신사가 있던 산마루에 ‘백악산 342m’라고 새긴 돌비석을 세웠다. 또 2009년 백악산을 국가지정 명승 제67호에 올렸다. 이 산의 명칭을 백악산이라고 공식 인정한 것이다. 더불어 삼각산도 명승 제10호로 제 이름을 찾았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 국민 열 명 중 아홉 명이 백악은 북악, 삼각산은 북한산이라고 부른다. 안내 표지판과 안내책자, 역사책에도 여전히 그렇게 적혀 있다. 이름을 찾은 건 다행이지만 제 이름으로 불러야 산의 영험함이 살아난다. ●백악산·삼각산 공식 인정… 국가 지정 명승지로 지명(地名)이란 땅 이름이다. 사람에게 인명이 있듯이 땅에도 지명이 있다. 인명이 사람의 뿌리라면 지명은 인명을 낳은 땅의 뿌리인 것이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가 펴낸 ‘서울 지명사전’에 따르면 “땅 이름도 사람 이름과 마찬가지로 그 장소가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개성을 지닌 존재라는 의식과, 그 장소가 쓸모가 있어서 이름을 붙일 가치가 있다는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지명의 존재성과 유용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명학(地名學)에서 지명은 ‘사람을 제외한 모든 자연과 삼라만상의 이름’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를 둘러싼 향토 역사문화가 집대성된 기록인 셈이다. 사람을 둘러싼 지리적, 역사적, 민속학적, 유전자적 특성과 흔적이 지명 속에 살아 숨쉬는 것이다. 우리말의 어휘 중 가장 숫자가 많고 사용 빈도가 높은 것도 지명이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기 이전까지 말과 글이 달라 그 전까지 존재했던 우리말 자료가 거의 없다. 우리말 소리에 맞는 한자를 빌려 표기한 향가 25수를 제외하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에 기록된 옛 지명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명은 인명을 낳은 땅의 뿌리… 역사의 수수께끼 푸는 열쇠 지명은 한 번 붙여지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역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이다. 서울은 고대 부여의 도읍 소부리와 신라의 도읍 서라벌에서 음운 변화된 유일한 우리 고유어 지명이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아 이천 년 이상을 버틴 하나밖에 없는 우리말 지명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한성’(漢城)이라고 적고 ‘한청’이라고 읽는 불편을 없애겠다면서 ‘수이’(首爾)라는 억지춘향식 한자 이름을 붙이고 ‘셔우얼’이라고 읽도록 했다. 얼빠진 발상이다. 우리는 이미 백두산정계비에 쓰인 ‘토문강’(土門江)이라는 두 개의 지명 탓에 드넓은 동간도를 중국에 빼앗긴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도 독도 대 다케시마(죽도), 동해 대 니혼카이(일본해)라는 지명을 놓고 일본과 피 터지게 다투고 있다. 불명확한 지명 표기 탓에 겪은 숱한 불이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선 건국의 설계자 삼봉 정도전은 경복궁과 종묘·사직 그리고 한양도성 성곽을 축성했다. 궁 이름은 물론 근정전과 광화문 등 전각의 이름을 명명했다. 숭례문·흥인지문·돈의문·숙정문 등 사대문과 보신각, 광희문·혜화문·창의문·소덕문 등 사소문의 이름이 그때 붙여졌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남북 간 축선상에 육조거리(광화문광장)를, 동서 간 축선에 운종가(종로)를 두고 시전행랑을 들였다. 도읍건설을 완성한 뒤 “앞은 한강수여 뒤는 삼각산이여”라고 도성의 위용을 읊었다. 삼봉은 한양(한성부)을 5부 52개 방으로 행정구역을 나눴고 이름도 직접 지었다. 이때 지은 52개 지명 중 현존하는 지명은 적선, 서린, 가회, 안국 등 4개밖에 없다. 몇몇 지명은 길 이름이나 학교 이름 등에 남았지만 나머지 지명은 다른 지명과 합쳐지거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변질되거나 멸실됐다. 산업화 과정에서 혁명적 변화가 수반됐지만 40년에 불과한 식민시대에 벌어진 지명 훼손과 왜곡은 뼈저렸다. 일제는 단군 이래 5000년 내려온 지명의 역사를 갈아엎었다. 지명에 담긴 사람과 자연의 역사를 짓밟았다. 한국땅이름학회 조사에 따르면 서울 중심 8개 구의 법정동 명칭 중 3분의1이 그때 일그러졌다. 종로구 지명의 3분의2가 난도질당했다. 광복 후 빼앗겼던 사람 이름은 되찾으면서 비틀린 땅이름은 바로잡지 못했다. 남은 지명은 유래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선임 기자 joo@seoul.co.kr
  • 유시민이 선택한 ‘의미있는’ 현대사

    유시민이 선택한 ‘의미있는’ 현대사

    나의 한국현대사/유시민 지음/돌베개/420쪽/1만 8000원 “나는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우리 세대가 살았던 역사를 돌아보았다. 없는 것을 지어내거나 사실을 왜곡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선택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로 묶어 해석할 권리는 만인에게 주어져 있다. 나는 이 권리를 소신껏 행사했다.” 정치인의 옷을 벗고 문필업으로 돌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유시민은 ‘나의 한국현대사’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책에 담은 지난 55년에 대해 ‘제한적인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1959년과 비교하면 2014년의 대한민국을 이룬 현대사를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역사”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결코 완벽하고 훌륭하지만은 않다. “수치심과 분노, 슬픔과 아픔을 느끼게 하는 일”이 여전하다. 그는 ‘훌륭한 변화’와 ‘부끄럽고 추악한 역사’ 사이에서 그 시대를 살아온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사를 기술했다.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로 책을 시작하면서 “역사책을 읽을 때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살피는 게 좋다”고 했다. 필자의 사상이나 사관에 따라 현대사의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크다는 사실을 귀띔하는, 일종의 제언이다. 대학 때는 운동권이었고 이후 민주계 인사로 분류되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위원의 이력이 더해져, 그가 판단한 현대사가 감정적·정치적 공방에 휩쓸릴 여지도 없지 않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이라고 믿는다”면서 이를 실천하듯 거침없이 한국현대사를 풀어낸다. 책은 대한민국이 “평등하게 가난한 독재국가”였던 1959년과 “불평등하게 풍요로운 민주국가”인 2014년을 개괄적으로 비교하면서 운을 뗀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 시절 부정선거에서부터 4·19 혁명, 5·16 쿠데타, 5·18 광주 민주항쟁, 6월 항쟁을 포함한 1980년대 민주화 투쟁 등 민주화와 산업화를 중심으로 현대사의 이슈들을 촘촘히 훑는다. 대북관계, 복지정책 등에서는 진보지식인의 시각이 드러나지만, 대부분 사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울산, 전국 환경관리평가 1위 88.7점… 대구 59.2점 꼴찌

    산업생태도시 울산이 전국 환경관리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울산시는 환경부의 ‘2013년 시·도 환경관리평가’에서 특별·광역시 가운데 1위를 차지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고 11일 밝혔다. 시는 이번 평가에서 특별·광역시 평균(78.2점)보다 10점 높은 88.7점을 받았다. 분야별로는 배출업소 환경관리실적(20점 만점)에서 17점, 배출업소 정보 관리(25점 만점) 23점, 위임업무 실태 관리(35점 만점) 30.9점, 모범업무 수행 실적(20점 만점) 17.8점을 받았다. 시는 배출업소 관리가 다른 시보다 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서울시(87.8점), 대전시(86.0점), 부산시(83.1점), 인천시(82.8점) 등의 순이었다. 꼴찌는 대구시로 59.2점을 받아 울산시와 무려 29.5점이나 차이 났다. 또 울산 울주군은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평가 보고회에서 열린다. 시 관계자는 “울산은 산업화의 부작용을 극복해 산업과 생태가 공존하는 생태산업도시로 도약하고 있다”면서 “시는 산업과 생태가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고자 행정기관 주도의 단속에서 벗어나 기업 스스로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5·16’ 해석 놓고 인사청문회 김명수·정종섭 후보 답변 ‘극과극’

    ‘5·16’ 해석 놓고 인사청문회 김명수·정종섭 후보 답변 ‘극과극’

    ’5·16’ 해석 놓고 인사청문회 김명수·정종섭 후보 답변 ‘극과극’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5·16’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놔 관심이 집중됐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9일 인사청문회에서 “5·16이 쿠데타가 맞느냐”는 질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답해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인식을 묻는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수차례 말을 돌리다가 “단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겠느냐”고 밝혔다. 앞서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도 5·16 군사 쿠데타와 유신헌법에 대해 “현 시점에서 평가가 적절치 않다”고 사실상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지금 현재 우리 교과서에는 정변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윤 의원은 “심지어 교학사 교과서도 쿠데타라고 서술돼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5·16에 대해 질의를 하자 김 후보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정변 또는 쿠데타로 정리돼 있고, 쿠데타보다는 정변에 제 생각이 더 가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결국 설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까지 나서 김 후보자의 답변을 문제 삼으며 “5·16이 쿠데타가 맞느냐”고 지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저도) 같이 데모도 했고 반대도 했고 그런 사람”이라면서 “결과적으로 경제적으로는 성장하지 않았느냐. 선택이 그렇게 됐는데 네 생각이 왜 그러냐고 하면 답변할 말이 없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야유를 받았다. 반면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5·16이 쿠데타가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변했다. 정 후보자는 오전 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인식을 묻는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제가 쓴 책에 그렇게 쓰여 있다”면서 즉답을 회피했다. 유신헌법에 대해 정 후보자는 소신에 변화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간 정 후보자는 학계에서 유신헌법에 비판적인 학자로, 그러한 견해를 여러 저서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강 의원이 “5·16 및 유신헌법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다른 인식을 가진 채로 과거사 주무부처인 안행부 장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추궁하자 정 후보자는 “충실히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질의에서 야당의원들이 정 후보자의 답변을 문제 삼으며 “5·16이 쿠데타가 맞느냐”고 반복적인 질문을 받자 정 후보자는 “맞다. 그것은 제가 인정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여당 의원이 다시 5·16을 거론하자 “5·16 이후에 우리는 산업화에 성공했고 빈곤에서 탈출한 부분이 있고 또 인권에 후퇴한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산업현장 사고 美·日의 2~4배… 80%가 소규모 사업장서”

    “산업현장 사고 美·日의 2~4배… 80%가 소규모 사업장서”

    “한국의 산업현장에서는 매일 250여명이 부상당하고, 5명이 목숨을 잃습니다. 1년이면 9만명이 다치고, 2000명이 사망하는 셈입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과 비교하면 2~4배 정도 높은 수준이죠. 결국 ‘안전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기업과 근로자 모두 가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47회 국제안전보건 전시회’ 현장에서 만난 백헌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기업이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로 생각하기보다는 ‘손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아직도 크다”고 지적했다. 백 이사장은 노동계 출신 인사로는 처음으로 2011년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이자, 지난 3년간 ‘조심조심 코리아’라는 산업안전 구호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 이사장은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가장 큰 문제로 전체 산업재해자 10명 중 8명 이상이 근로자 수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중대형 규모 사업장에서는 꾸준히 산업재해가 줄고 있는 반면, 소규모 사업장은 거의 변화가 없다”면서 “다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위험성평가제도’(안전보건 조치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소를 파악하고 노사가 협력을 통해 재해를 예방하는 제도)가 뿌리내리면 큰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공단은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장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단은 최근 사회환경 변화에 맞는 안전보건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업장 내 소통에 적극 활용하고,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을 위해 산업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1000개 문장을 13개 국어로 제공하는 ‘위기탈출 다국어회화’ 앱도 선보였다. 공단에서 개발한 8개 앱의 다운로드 수는 6월 기준으로 30만회에 이른다. 백 이사장은 “최근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내년 5월에는 코엑스에서 ‘제31회 국제산업보건대회’가 개최된다. 전 세계 93개국 2000여명의 산업보건분야 전문가가 참여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전 세계가 한국의 산업화뿐 아니라 안전보건 분야까지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백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일은 정부와 공단의 가장 중요한 책무지만, 사고예방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면서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정부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고, 기업은 안전 투자를 경쟁력 제고의 원동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와 국민은 작고 사소한 것부터 안전을 준수하는 노력을 일상화할 때 안전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기고] 안전 균형분담과 문화 균형발전/박재율 균형발전지방분권 전국연대 공동대표

    [기고] 안전 균형분담과 문화 균형발전/박재율 균형발전지방분권 전국연대 공동대표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태에서 보았듯 원전은 대규모 인명 살상과 후유증을 동반하는 최대의 잠재적인 안전위협 시설이다. 이런 원전 23기가 모두 부산, 경북, 전남 등 지방에서만 가동 중인 것은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부산의 고리원전만 해도 부산의 필요 전기를 180% 초과 생산하고 있다. 반면 서울의 전기자급률은 3%에 불과하다. 결국 이 모든 원전들은 인구와 산업시설들이 집중돼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것들이다. 결국 수도권 사람들을 위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혐오시설을 끼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원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하겠지만 우선 안전에 대한 균형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물이용부담금같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원전안전이용 부담금제’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문제로 경남 밀양 지역민들이 시름에 빠져 있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 역시 원전이 지방에 집중된 것처럼 한참 잘못됐다. 문화도 지역 간 불균형이 극심하다. 중요한 문화시설은 물론이고 문화인력, 문화기획, 제작사 등 대다수가 서울과 그 주변에 몰려 있다. 최근 옛 기무사 부지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만 해도 그렇다. 그리 멀지 않은 과천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는데 또 서울에 거대한 미술관을 지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광주, 대구, 부산, 전주에 있으면 안 되는가. ‘국립’은 다 서울에, 수도권에 있어야만 하나.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구성만 해도 거의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이다. 이런 문화적 불균형은 결국 지역의 청년들, 인재들을 서울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게 해 지역의 문화적 토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또한 지역의 활력마저 저하시켜 지역경제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선거 때 각종 방송을 통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토론이나 대담을 비수도권 지역 등 전국으로 방영하고, 평소 서울과 수도권 교통상황과 날씨를 다른 지역주민이 수시로 보아야 하는 언론문화의 그릇된 현실이야말로 ‘불균형의 균형’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상징하고 있지 않은가. 꽃도 피어보지 못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당한 세월호 사건은 그동안 중요한 것을 외면한 채 황금, 권력, 명예 등 지금 당장 달콤한 것들만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온 우리들의 모습이 가져온 참사일지 모른다. 짧은 기간의 고속 성장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보기 드문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 등에 빠져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지역 간 균형발전 역시 그동안 우리가 외면했던 기본 가운데 하나다. 여기저기서 균형발전을 외치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산업·경제적인 차원은 물론, 시대적 핵심 의제인 안전과 문화분야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과 균형발전은 시급하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강력하게 모든 정책과 자원을 균형발전에 결집해야 할 것이다.
  • “헌신했지만 초처럼 닳아버린 존재, 그게 우리 모습”

    “헌신했지만 초처럼 닳아버린 존재, 그게 우리 모습”

    쉰은 넘겼음 직한 중년의 남자가 한강 다리 위에 서 있다. 그가 투명인간이라는 걸 또 다른 투명인간이 알아본다. 남자는 왜, 어떻게, 언제부터 투명인간이 되었을까. 그를 둘러싼 수십 명의 화자들은 이제 타고난 이야기꾼 성석제(54)의 입담을 타고 한 남자가 투명인간이 되어야 했던 사연을 풀어놓는다. 작가가 2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투명인간’(창비)은 한 개인의 연대기다. 김만수라는 지극히 평범한 이름의 이 사내는 그의 할머니의 말을 빌리면 ‘대가리만 절구통겉이(같이) 크고 팔다리는 쇠꼬챙이겉이 빌빌 돌아가는’ 외모만큼이나 재주도 머리도 보잘 것 없는 범인(凡人)이다. 소설은 한번도 만수의 속은 내보이지 않는다. 대신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누나, 형, 동생, 친구, 동료, 아내 등 그가 전 생애 동안 인연을 맺은 수십 명의 화자가 대신 김만수를 ‘이야기하게’ 한다. 제각기 다른 시대, 다른 인물들의 시점과 대상에 대한 감정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중첩되면서 김만수라는 인물이 입체적으로 빚어진다. “압축성장 시대의 ‘사회’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고뇌와 좌절이 실물 크기로 어우러져 있다”(염무웅 문학평론가)는 평대로 김만수의 일대기는 베이비부머가 통과해 온 어지러운 현대사를 개인의 이야기로 생생하게 복원해낸다. 집안의 기둥에서 베트남전에 파병됐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죽은 큰형,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 두메산골 집에서 가출해 의류공장에서 단내 나게 일하는 큰누나, 연탄가스를 마시고 바보가 된 작은누나, 명문 여대 출신으로 운동권에 뛰어들었다가 기사식당 사장으로 전락하는 여동생 등은 시대를 모자이크처럼 촘촘하게 꿰어내며 그 안에서 살아 숨쉬었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하게 한다. 그 안에서 촌지를 요구하는 폭력적인 교단 풍경이나 채변검사, 혼분식운동 등 당시의 ‘세속 박람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가가 또래인 베이비부머에 시선을 맞춘 것은 그간의 소설은 보편성을 갖는 인물보다 ‘튀는 사람’ 위주로 다뤄왔다는 판단에서였다. 살인적인 경쟁 상황에서 태어난 이들 세대에 대한 연대기적인 언급이 소설에서 부족했다는 생각이 ‘김만수’라는 인물을 만든 이유였다. “1955~1963년생에 이르는 베이비부머들은 모든 물자가 모자라고 조직화되지 않은 사회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던 때 태어난 사람들이죠. 살아남기 위해 2부제 수업, 콩나물 버스, 입시 지옥, 군사 문화 등 우리 현대사를 존재 자체로 겪어내온 사람들입니다. 그런 인간에 내재한 운명적인 삶의 경로 같은 것들을 반죽해 빵처럼 한번 구워본 거죠.” 김만수는 미련할 정도로 가족에 대한 헌신을 내려놓지 않는다. 고된 노동으로 온 식구를 먹여살려도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냉대, 외면뿐이지만 그의 희생은 마침표를 모른다. 숭고한 삶이라곤 말할 수 없다. 전경 시절엔 교통단속을 하다 뇌물도 받아 챙기고, 취직을 해서는 사측과 노조를 왔다 갔다 한다. 결국 그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투명인간이 된다. “인간은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만수는 가족을 위한 헌신이 유전자에 새겨진 것처럼 체질화된 사람이죠. 시대에 맞지 않는 사람 같고 뭔가 모자란 사람 같은데 실제 우리 주변엔 이런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이 잔악한 세상에서 아직은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이기적이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 남을 누르고 악다구니를 벌인다면 결국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그는 굉장히 귀중한 존재죠.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걸 남에게 다 바쳐, 존재가 초처럼 닳아버린 인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도태되는 사람은 모든 조직에서 ‘투명인간’이 되는 게 요즘 세태다. 김만수는 이를 이렇게 토로한다. ‘나는 오래도록 신용불량자였고 그때 은행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경제적으로는 투명인간이었다. (중략) 투명인간이 되면 어차피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에게 옷 자랑, 돈 자랑, 피부 좋다 자랑할 일이 뭐 있는가.’(363쪽) 결국 ‘투명인간’은 우리 모두가 종내에 맞닥뜨릴 운명은 아닐지, 소설은 긴 여운의 물음표를 남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국내 첫 수소 액화 저장기술 개발

    국내 첫 수소 액화 저장기술 개발

    수소 자동차와 무인항공기 등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기술로 손꼽히는 ‘수소 액화 저장 기술’을 개발한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소속 과학자가 벤처기업을 직접 설립했다. 정부출연연이 산업화에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까지 주도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도시에너지시스템연구단 김서영 박사 연구팀이 수소 액화 저장기술 전문 벤처 ‘하이리움산업’을 설립했다고 1일 밝혔다. 김 박사는 KIST에서 겸직 승인을 받아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액체수소는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로켓 연료로 사용돼 왔지만 한국은 수소를 액화해 저장하는 원천기술이 없었다. 김 박사는 1996년부터 액체수소 연구를 진행한 끝에 올해초 완성도 높은 수소액화기 저장용기 및 극저온 장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