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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인·명물을 찾아서] 해질 녘 서해, 솔숲 구름 위에서 본 적 있나요?

    [명인·명물을 찾아서] 해질 녘 서해, 솔숲 구름 위에서 본 적 있나요?

    ‘삽상한 냄새가 날아올 듯한 푸른 송림, 하얀 포말과 함께 부서지는 파도가 넘실대는 청정한 겨울 바다….’ 공중에서 약간의 스릴과 함께 이를 한꺼번에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충남 서천군 ‘장항스카이워크’다. 부산 오륙도, 강원 정선 변방치, 울산 당사항 등 전국에 5개의 스카이워크가 있지만 장항스카이워크는 길이가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배경아 서천군 공공문화시설사업소 복합문화시설팀장은 “높이 15m에 길이 236m의 공중 데크를 걸으면 큰 광장처럼 펼쳐진 소나무 숲과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겨울 풍경의 묘미를 맘껏 즐길 수 있다”면서 “시범운영 기간이 일단 이달 말까지이고, 정식 운영에 들어가면 1000원 안팎의 입장료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스카이워크는 장항읍 송림산림욕장에 설치됐다. 욕장 중간에 나선형 입구가 있다. 98개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소나무 숲이 바로 발아래로 펼쳐진다. 소나무 맨 꼭대기 가지들이 데크에 닿을 듯 살랑거린다. 소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정겹기도 하다. 들판처럼 넓게 펼쳐진 푸른 솔숲이 장관이다. 장항송림산림욕장은 50년은 족히 넘은 곰솔로 가득하다. 전국 해안 사구(모래언덕)에 있는 유일한 곰솔 숲으로 널리 알려졌다. 염생식물의 서식지를 만들고 바닷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숲이다. 폭 2~4m에 그물 형태의 하늘길인 스카이워크 철제 데크를 걸으면 밑바닥이 아득해 스릴이 느껴진다. 구름을 타고 소나무 위를 걷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지난 10일 비가 내리는데도 이곳을 찾은 이옥련(60·전북 완주)씨는 “철망 밑으로 바닥이 보여 무척 무서웠는데 붕 떠서 계속 가는 거 같아 재미가 있더라”면서 “비록 날씨가 흐려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지만 공중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눈이 다 시원했다. 맑은 날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데크는 바닷가 옆으로 이어진다. 데크 끝이 바다 쪽으로 뻗어 큰 기둥이 받치는 구간도 있다. 데크 난간에 기대 푸른 바다를 감상하기에 딱 좋다. 데크에 서면 유부도 등 몇몇 섬들이 보이고 데크 옆으로 백사장이 펼쳐진다. 모래가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해 봄에 사람들이 몰려와 모래찜질을 하는 곳이다. 그 앞으로는 갯벌이 이어져 가족 단위로 찾은 관광객들이 사계절 내내 조개잡이 등 갯벌체험을 즐긴다. 밀물이 백사장까지 밀려와 바다 쪽으로 뻗은 데크의 기둥이 물에 잠기면 배에 올라탄 느낌마저 든다. 배 팀장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서해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낙조를 보면서 끊임없이 탄성을 지르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고 말했다. 눈을 돌리면 옛 장항제련소의 거대한 굴뚝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때 세워져 근대산업화의 상징으로 교과서에 사진까지 실렸던 유명 장소지만 몇 년 전 토양오염 논란을 낳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토양정화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그 모습이 뛰어난 자연생태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스카이워크의 또 다른 이름은 ‘기벌포 해전 전망대’다. 스카이워크가 있는 금강 하구 일대가 기벌포다. 기벌포는 동북아 최초의 국제전과 해상 함포전이 벌어졌던 곳으로, 역사까지 알면 스카이워크 관광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신라는 676년 이곳에서 설인귀가 이끄는 당나라 수군을 몰아내 삼국통일에 마침표를 찍었고, 왜구 때문에 위기에 빠져 있던 고려 말 최무선이 발명한 화약과 화포로 500여척의 왜선을 격멸시킨 장소도 이곳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카이워크는 지난해 1월 착공해 지난 3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사업비는 47억 9000만원이 들어갔고, 절반은 국비로 지원됐다. 김지훈 서천군 주무관은 “송림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경관이 너무나 빼어난 곳이어서 이들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매달 평균 2만 3000명 가까이가 이곳을 구경했다. 8월에는 3만 7000여명이 찾아 가장 많이 몰렸다. 스카이워크를 내려오면 데크 아래로 펼쳐졌던 소나무 숲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산림욕장답게 힐링하기에 좋다. 3.5㎞의 산책로가 나 있다. 그동안 주민들이 주로 오가던 길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정비사업에 들어가 지난달 끝났다. 낡은 시설을 바꾸고 이정표와 안내판, 가로등 등을 교체했다. 주차장도 넓히고 맥문동 꽃길도 조성했다. 길옆으로 하늘로 쭉쭉 뻗으면서 늘어선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호젓하게 흙길을 밟는 느낌이 각별하다. ‘국가공단을 포기하고 얻은 솔바람 곰솔숲’이란 입간판도 보였다. 바닷가로 걸어가는 길도 새롭게 만들어 놓았다. 스카이워크 주변에는 생태 관련 전시관이 많다. 걸어서 5분 거리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있다. 해양생물 다양성 전문 연구기관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전시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로비에 세워진 대형 ‘씨드뱅크’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액침표본 5100점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이 검색기로 해양생물 표본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길이 13m의 보리고래 등 거대한 고래 골격 표본도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차를 타고 7분 정도 가면 국립생태원이 있다. 관련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지난해 1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됐다. 에코리움에는 식물 1900여종과 동물 230여종이 2만 1000㎡가 넘는 공간에 전시됐다. 기후대별로 생태계가 재현돼 이해하기 쉽다.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등으로 꾸며져 있다. 어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이 살아 숨 쉬고 있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장항국가산업단지 건설을 포기하는 대신 정부가 지어준 게 해양생물자원관과 생태원이다. 장항스카이워크를 걸은 뒤 두 전시관까지 돌면 이날만큼은 수려한 자연 감상과 생태 공부를 한꺼번에 하는 일석이조의 관광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글 사진 서천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The Best 시티]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문래동 예술촌·지역 주민 간 유대 관계 돈독히 할 것”

    [The Best 시티]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문래동 예술촌·지역 주민 간 유대 관계 돈독히 할 것”

    서울 영등포구 문래3동은 기묘한 곳이다. 1980년대 수천개의 공장이 돌아가던 이곳은 현재 1230개의 철공소가 남아 여기가 한국 산업화와 공업화 역사의 현장임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군데군데 빈 철공소 건물을 예술가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이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 지 10여년이 훌쩍 지나면서 과거 철공소 골목으로 유명하던 문래동은 이제 예술촌으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초기에는 회화, 설치, 조각, 일러스트, 사진 등을 하는 예술가들이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춤, 연극, 마임, 거리공연 등 다양한 예술가가 작업실을 꾸리고 있다. 문래동 예술촌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인과 지역 간 관계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늘어난 예술인을 그냥 놀려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방과후 진행하는 예술·문화교실에 예술인들이 설 수 있게 만들었다”며 “이들 덕분에 우리 지역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수준 높은 예술·창작교육을 받게 됐다”고 자랑했다. 예비 사회적기업 보노보C 이소주 대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과 예술인들 간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문래동 예술촌이 뜨면서 이곳도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 등이 떠나는 현상) 문제가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문래동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작가는 “지난해보다 월세를 10만원 올려 줬다”며 “문래동이 유명해지면서 젊은이 취향의 식당과 커피숍이 늘어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아직 본격적인 개발 압력이 적어 당장의 고민은 아니지만 대비책은 필요하다”면서 “커다란 건물에 작업실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작가들이 공동체를 꾸리고 또 지역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공공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 구청장은 “개발 과정에서 지역의 소중한 문화 자원을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일단 관과 민간, 예술인 등이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농어촌청소년대상-본상] 농업 김일중씨, 재배·체험… 농업 ‘6차 산업화’ 시도

    [농어촌청소년대상-본상] 농업 김일중씨, 재배·체험… 농업 ‘6차 산업화’ 시도

    ●농업 김일중씨 한국농수산대학 화훼학과를 졸업한 뒤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기 용인 소재 3300㎡의 ‘쭝이랑’ 농장에서 딸기와 토마토를 재배하면서 수확, 잼과 샌드위치 만들기 등의 체험 현장을 제공해 9000명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거둔 소득만 8300만원이다. 지역 4H뿐만 아니라 국제 4H 행사에도 적극 참여해 다양한 봉사활동과 한국 4H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 경북, 자연 닮은 첨단 청색기술 산업화

    경북, 자연 닮은 첨단 청색기술 산업화

    경북도가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청색기술’ 육성을 위한 시도에 나섰다. 자연에서 나오는 기술로 불리는 청색기술은 전 세계 과학자들로부터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와 신산업 육성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도는 초기단계 산업인 청색기술을 선점해 고부가 산업화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추진 중에 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도는 청색기술 관련 전문가와 교수, 연구원 등으로 ‘청색기술의 산업화를 위한 정책협의회’를 구성, 이달부터 경북을 청색기술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에 들어갔다. 또 내년 2월까지 ‘청색기술 융합센터 구축 기본구상’에 관한 연구용역을 마무리 짓고 산업화에 나서기로 했다. 주요 연구 내용은 ▲자연모방 신물질·재료와 생태도시·건축기술 개발 ▲벼룩·잠자리의 탄력성을 모방한 탄성 신물질, 거미불가사리를 활용한 광통신기술 개발 ▲청색기술 융합사업화 지원센터 운영 등이다. 도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구체적인 업무 협의를 추진해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방침이다. 도는 이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경산시 일원 부지 5600여㎡에 국비 300억원 등 총 500억원을 들여 청색기술 융합센터(지상 5층, 연면적 11만 5500㎡ 규모)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청색기술 모델과 다양한 프로세스 요소들을 연구·발전시켜 융합산업화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경산은 12개 대학과 190여개의 각종 연구시설, 2600여개의 기업체 보유 등의 이점을 지녔다. 국내외에서 응용되는 청색기술의 경우 일본 신칸센은 고속 운행에 따른 소음 해결을 위해 물총새의 길쭉하고 날렵한 부리와 머리를 본떠 열차 앞부분을 디자인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있는 세계 최초의 자연 냉방 건물은 흰개미의 둥지를 모방한 설계로 한여름에도 22도 정도를 유지하도록 해 연간 350억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자연에서 나온 청색기술을 응용해 개발된 것들이다. 미국의 컨설팅 전문기관인 FBE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청색기술 시장은 2025년까지 3500억 달러, 전 세계 시장은 약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5년간 500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지고 일자리도 35만개 이상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철 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청색기술의 모델인 자연의 식물과 동물, 생태계는 38억년의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최적화된 다양한 해결책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청색기술은 앞으로 생태학, 생명공학, 정보통신기술, 로봇기술, 재료기술, 기계기술, 물리, 화학, 지질학 등 모든 분야에서 융합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용어 클릭] ■청색기술 생물체에서 영감을 얻거나 본떠 문제를 해결하는 자연 중심형 기술. 청색기술의 목표는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경제 효율성이 뛰어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 [경제 블로그] ‘능력만큼 대출’ 정책에 서민들 한숨

    [경제 블로그] ‘능력만큼 대출’ 정책에 서민들 한숨

    정부가 지난 14일 가계대출을 옥죄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대출자의 빚 갚을 능력을 깐깐히 따지고 처음부터 원금을 갚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인데요. 내년 2월(수도권)부터 새 기준이 적용되면 소득 증빙이 힘든 자영업자나 빚을 많이 진 대출자는 집을 담보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집니다. 물론 정부가 퇴직, 행방불명, 의료비, 학자금 등 불가피한 사정을 예외로 두긴 했습니다. 하지만 생활자금 용도로 쓰는 돈 중에는 일상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나 자녀 결혼자금처럼 증빙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발 금리 인상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예견하기 힘든 현시점에서 가계빚을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도 당장 쓸 돈이 빠듯한 서민들은 ‘능력만큼’ 빌리라는 정부의 선언 앞에 한숨이 깊어집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모바일 간편결제 수단 경쟁 등으로 설 자리가 좁아진 신용카드사들이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이들을 유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꼭 기후변화협약을 보는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 기후협약은 ‘산업화 단물’을 다 맛본 선진국과 이제 시작하는 개발도상국이 협력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내용인데요. ‘부동산 버블’ 때 재미를 볼 만큼 본 부자들과 빚내서 집 한 칸 겨우 마련한 서민들이 동일하게 손잡고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물론 가계빚을 줄이고, 빚내라고 권했던 정책을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2금융권 ‘풍선효과’나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에 대해 좀 더 꼼꼼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어찌 됐든 대출 옥죄기가 서민 목죄기가 되면 안 되니까요.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지구 온도 상승 1.5도로 제한 노력”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가 출범했다. 환경부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협정’을 채택하고 폐막했다고 밝혔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으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는 바람에 당초 예정된 종료 시한을 하루 넘겨 합의가 이뤄졌다. 1997년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18년 만에 출범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6개국이 참여했다. 신기후체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원 조성 등을 통해 환경과 경제·사회 발전의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게 된다. 국제사회는 장기 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했다. 쟁점이었던 국가별 기여방안(INDC)은 별도 등록부로 관리한다. 기여방안 제출은 의무화했지만 이행에는 법적 구속력을 두지 않았다. 대신 5년마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이행점검’을 실시한다. 첫 이행점검은 2023년에 실시할 예정이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대학도 한옥 바람…전북대, 한국적 캠퍼스 조성

    대학 캠퍼스도 한옥 바람이 불고 있다. 전북대는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사업’에 필요한 246억원의 사업비를 내년 예산으로 확보했다고 14일 밝혔다.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사업은 국제컨벤션센터 건립, 정문 한옥화, 둘레길 조성 등이다. 국제컨벤션센터는 총사업비 198억원을 투입해 전주 덕진공원 옆 옛 학훈단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 건평 6000㎡ 규모로 건립한다. 2019년 완공 예정이다. 신 정문과 구 정문도 한옥형으로 바뀐다. 백제대로변 신 정문은 한옥형 건물로 신축해 대학과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대학로변 구 정문은 전북대햄 판매장을 철거하고 한옥형 건물을 신축해 지역농업산업화연구센터와 먹거리 판매장, 편의시설 등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전북대는 또 신 정문에서 구 정문을 거쳐 덕진공원과 건지산을 잇는 캠퍼스 둘레길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은 “계획한 사업들이 차질 없이 완공되면 전북대는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씨줄날줄] 서울역 고가정원/강동형 논설위원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먹을거리에서부터 옷차림까지 무엇이든 ‘변신은 무죄’라는 말을 붙이면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 말 속에서 발전적인 변화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서울역 고가도로 위 차량통행이 어제 0시부터 금지됐다. 서울시는 이곳을 정원으로 꾸민 뒤 2017년 시민들에게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사업 이름이 이채롭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0년에 완공한 이곳을 2017년 공원으로 단장한다는 의미에서 붙였다고 한다. 서울에 고가도로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이다. 자동차 수가 급증하고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도심 곳곳에 등장했다. 도로건설 기술력을 보여 주는 것으로 고가도로만 한 것이 없었다. 경제성장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서울에만 모두 111개의 고가도로가 건설됐다. 지금까지 철거된 입체도로 및 고가도로는 모두 18개, 아직도 83개가 남아 있다. 초기에 건설된 고가도로는 지하철이 건설되고 버스전용차로가 생기면서 서서히 생명을 잃어갔다. 여기에 시설물마저 노후화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상권을 해치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아현고가도로는 서울에서 가장 먼저 준공한 고가도로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아현고가는 중구 중림동과 마포구 아현동을 잇는 차도로 1968년 준공했으며, 지난해 철거됐다. 최근 고가가 지나던 곳에 버스 전용차로가 완공됐다. 고가도로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청계고가도로다. 3·1 고가도로라고도 불렸다.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역점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놓고도 처음에는 서울시 공무원 사이에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지금도 복원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하는 이들이 있지만, 복원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도시에서 걷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만 한 곳이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아예 자신의 호를 ‘청계’라고 지었다. 청계천 복원 준공식에는 당시 대통령이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다. 서울역 고가의 공원화 사업과 청계고가 철거는 다르면서도 닮은 데가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가 고가도로의 ‘변신 사업’이라면, 청계고가 철거는 ‘복원사업’이란 점이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면에서 두 사업은 지향점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는 박원순 시장이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둘러보고 벤치마킹해 즉흥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들인 돈에 비해 효과가 작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사설] 신기후체제, 성장동력으로 삼는 역발상하길

    ‘신기후체제’ 시대가 열렸다.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을 채택하면서 13일 폐막했다. 파리 협정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한다. 선진국들이 주도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개발도상국까지 포함한 195개국이 참여하면서 명실상부한 전 지구적 기후체제가 출범한 셈이다. 이들 195개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견해차가 큰 상황에서 합의 도출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파리 협정은 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에 해당하는 55개 이상 국가의 비준을 거쳐 내년 4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고위급 서명과 함께 발효된다. 파리 협정은 일견 느슨해 보이기는 하지만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실천해 나가고, 5년 단위로 공동으로 검증토록 해 어느 정도 구속력도 갖췄다. 장기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이 권고한 섭씨 2도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진국을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한 파리 협정은 획기적이라 할 만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장정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강제력이 없으면 ‘선언’에 그치기 쉽다. 강력하고도 구체적인 각국의 이행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럴듯한 수사에 그칠 수도 있다. 우리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온실가스 감축은 그 특성상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일심동체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파리 총회에서 BAU(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환경단체는 이것도 미흡하다고 주장하지만 업계는 벅차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파리 총회에 참석해 에너지 신산업으로 100조원의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기로만 보지 말고 새 산업동력으로 삼겠다는 역발상을 해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감축 이행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신기후체제 ‘파리 협정’ 채택] 선진국, 年1000억弗 개도국 지원…발효기준 충족 시기가 관건

    [신기후체제 ‘파리 협정’ 채택] 선진국, 年1000억弗 개도국 지원…발효기준 충족 시기가 관건

    ‘일단 자축하자. 그리고 내일부터 모두 실행에 나서자.’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12일(현지시간) 신기후체제 합의문이 채택된 순간 모두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며 품었을 생각이다. 산업화 시대 이전보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이상 오른 지금,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은 파리 협정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협정 이면을 보면 선진국과 개도국 간, 산유국과 비산유국 간 이해관계를 하나씩 절충한 모습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를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제한하고,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노력한다’는 공동 목표를 향해 196개 당사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 의심이 제기됐다. 당장 55개국 이상, 글로벌 배출량의 총합 비중이 55% 이상에 해당하는 국가가 비준해야 하는 발효 기준이 언제 충족될지 불투명하다. 파리 협정에 따라 2020년 이후 선진국들이 떠안은 짐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돕기 위해 최소 1000억 달러(약 118조원)씩을 매년 지원하고 2025년부터 지원액을 갱신한다”는 규정이다. 숲 보존 노력도 강조됐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선진국이 기피하던 ‘의무 조항’은 삽입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기후변화 적응 과정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지는 섬나라 등에 대한 손실·피해 지원에 법적 구속력을 두는 것을 꺼려 왔다”고 전했다. 역으로 개도국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감축 책임을 떠맡게 됐지만, 당사국이 자체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는 데다 개도국에 대한 기대치가 선진국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제사회가 5년 단위로 점검하는 이행 점검 시스템을 만들고, 각국이 5년마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각국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게 협정의 기본 정신에 녹아 있어서다. 파리 협정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던 산유국도 한숨 돌린 분위기다. 파리 협정 당사국들은 ‘인류 활동에 의한 가스 배출량이 흡수원의 가스 흡입량과 균형을 맞추도록 급속 감축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2050년으로 멀리 잡은 데다 ‘실질적 배출량이 순제로(0)인 탄소 중립이 되도록 한다’는 초안에 비해 화석연료 사용 감축 제한 강도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COP21에서 한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추정치의 30%, 2030년 추정치의 37%를 줄이겠다”던 기존 로드맵을 가다듬어 감축 목표 및 실행계획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톡!톡! talk 공무원] 조계동 대일항쟁기위원회 운영과장·정기례 행자부 주무관

    [톡!톡! talk 공무원] 조계동 대일항쟁기위원회 운영과장·정기례 행자부 주무관

    “마음에 없었던 게 아니지만 진짜 우연한 기회에 국악과 인연을 맺게 됐어요. 그런데 이젠 헤어지려야 헤어질 수 없다고 할 만큼 무엇보다 소중한 만남이죠.” ●행자부 국악 동호회로 인연 조계동(오른쪽·55)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위원회’(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운영과장과 정기례(왼쪽·52) 행정자치부 조사담당관실 주무관은 9일 이렇게 합창을 하듯 한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하지만 평소 공무원으로서 짬을 내기 어려워 언감생심 큰 욕심을 부릴 수 없는 처지여서다. 이들은 나란히 앉는 게 좋겠다는 제안에 “부부처럼 보이겠다”며 서로를 쳐다보고 마냥 웃었다. 주변에선 더러 “내무부 시절이던 1999년 첫발을 뗀 행자부 국악 동호회 ‘여명회’에서 허물없이 지내는 부러운 단짝”이라고 귀띔했다. 중앙부처 사물놀이 경연대회 등 굵직한 무대에서 수상실적도 꽤 올렸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동호회방에서 화요일 점심 때 1시간,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때 2시간씩 연습에 비지땀을 쏟는다. 조 과장은 2006년부터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 당시 고향이기도 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에 살았는데 국악학원에서 날마다 울려 퍼지는 대금 소리에 홀딱 반해 “이참에 도전해 보자”고 다짐한 게 계기였다고 한다. 이어 “우리 민족에겐 일종의 그런 DNA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든 춤추거나 노래하기를 유달리 즐기는 등 음악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말한다. 2010년엔 기왕이면 반주도 해보자며 벼르던 끝에 장고 과정도 마쳤다. 그는 “도시화·산업화에 떼밀려 낡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세태 속에 사라져 가는 전통장단을 생각하면 아쉽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정 주무관도 “언젠가 대금을 연습하려고 한강 고수부지에 갔는데, 옆에서 시끄럽다며 돌을 던지는 바람에 혼비백산한 바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후 (국악 사랑에)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정 주무관 역시 “알고 지내던 공직자로부터 ‘갓 출범한 여명회 총무 일을 좀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발을 들여놨다가 회원에 가입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들에게 공직과 국악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조 과장은 “이런 것부터 알아야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상대로 세계화를 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곤 “퇴직하는 2019년을 전후로 전통음악을 대중화, 국제화하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강남 스타일’로 대표되는 ‘싸이’의 음악들이 우리 풍물에 나타나는 엇갈림 박자나 사물놀이의 휘모리장단 등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서 국악의 세계화를 이끌 수 있는 희망을 엿봤다고 설명했다. ●“국악으로 제2 인생 살래요” 공간에 제약을 느낀 나머지 경기민요로 전향(?)한 정 주무관은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대학 전통예술공연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해 내년 2월이면 졸업장을 받는다. 앞서 입학한 조 과장의 권유를 받은 터였다. 최근 나란히 졸업공연도 무사히 마쳤다. 두 사람은 올해 7월 오스트리아로 함께 해외공연을 떠난 일을 가장 잊을 수 없다고 되뇌었다. 서울 강서구 국악관현악단 45명과 비엔나 한인문화관에서 외국인 관객 등을 상대로 1주일 내내 무대를 빛냈다. 항공료 등 참가비를 스스로 조달했을 뿐더러 휴가까지 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3) 국회 통과 새해 예산안 심층분석

    (3) 국회 통과 새해 예산안 심층분석

    ■ 교육부-고등교육 증액 대학가 ‘프라임’사업에 2012억… 대학 1곳에 300억까지 지원 내년 교육부 예산은 올해보다 2조 4000억원 증가한 55조 7000억원이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 논란으로 여야가 예산을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보복성 감액’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지만, 단위가 큰 신규 사업들이 정부안대로 통과하거나 국회에서 증액됐다. 전체 예산 가운데 유아 및 초·중등 교육은 올해 대비 1조 8000억원 증가한 41조 4000억원이다. 내국세가 늘면서 함께 늘었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살림에 쓰인다. ●고등교육 올 9조 3000억 책정 고등교육 부분은 3000억원 증가한 9조 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신규 사업인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PRIME)이 눈에 띈다. 사회 수요에 맞게 학과개편·정원조정을 추진하는 대학을 지원한다. 신규 사업이지만 규모가 2012억원에 이른다. 기존 학과 통폐합, 학부 및 단과대 신설 등으로 학사구조 개편과 정원조정을 선도적으로 진행하는 대학에 최대 300억원까지 지원한다. 지방의 한 국립대 총장은 “현재 정원의 5분의1 이상을 덜어낼 각오를 하고 있다”며 “지방의 대학들이 이 사업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물론 반대하는 학생들도 많아 대학가가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겪을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2018학년도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그대로 놔두면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사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각종 잡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여야에 걸쳐 형성돼 정부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문사철’(문학·사학·철학)로 대표되는 인문학 진흥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던 예산 항목은 ‘인문역량강화사업’(CORE)이다. 정부안은 344억원이었지만, 해당 부서가 발로 뛰면서 국회에서 되레 늘었다. 대학의 인문학 교육과정과 프로그램 등을 평가하고 지원금을 주는 신규 사업이다. 대학별로 특화된 인문학 사업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면 이를 평가해 지원금을 준다. 예컨대 경영, 디자인, 정보통신기술(ICT) 등 실용 학문과 인문기반 학문을 합한 인문학 분야의 과정 등을 신규 개설하는 학교에 적게는 5억원, 많게는 대학별로 40억원을 지원한다. 당초 교육부는 이 사업에 2년 동안 2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344억원으로 깎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막판까지 사업의 중요성을 여야에 강조하면서 예산이 대폭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영 차관이 국회 등을 밤낮으로 뛰어 예산을 늘리는 데 공을 세웠다”고 귀띔했다. 올해 5월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의 성공 개최에 따라 예산이 증액된 항목도 있다. 해외 교사파견 지원 사업은 지난해 8억원에서 정부안으로 무려 51억원 뛴 59억원으로 책정돼 국회 통과됐다. 내년부터 300명의 예비·현직 교원과 퇴직 교직원을 세계 각지에 파견한다. 1~3년의 장기 파견 교원은 140명, 방학 동안 외국에서 가르치는 단기 파견 교원은 160명 수준이다. 세계시민교육지원은 정부안으로 22억원이 책정됐다가 국회에서 25억원으로 늘었다.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이 주도해 주요 의제로 채택한 ‘세계시민교육’ 추진을 위해 세계시민교육 정책 개발과 교원 연수 등을 진행한다. ●국립대 시설확충도 250억 늘어 신규 사업인 평생교육단과대학 육성은 300억원이 정부안 그대로 편성됐다. 대학의 평생교육원을 활용해 직장에 다시는 성인학습자가 계속해서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전국 46개 국립대 시설확충은 3886억원에서 4134억원으로 250억원가량 늘었다. 노후한 시설 등을 개선하는 것으로 “사실상 매년 늘어나는 사업”이라는 게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학점은행제 정보공시 통합시스템 구축은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예정에 없던 사업비 10억원이 추가됐다. 이 밖에 ▲교육기부활성화 사업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구축(K-MOOC) ▲수학과학교육 내실화는 국회에서 각각 6억원, 5억원, 5억원씩 증액됐다. 한편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은 내년에도 2240억원, 대학특성화사업(CK)은 2467억원으로 올해와 동일하게 책정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미래부-R&D·기초연구 집중 “우리도 달 탐사” 200억… 무인기 등 개발 150억 첫 편성 내년도 미래창조과학부의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791억원 늘어난 14조 4174억원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창조경제와 정보통신기술(ICT), 과학기술 관련 주요 사업 예산 대부분이 정부안대로 인정되거나 추가 증액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로 증액된 액수는 862억원이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는 6조 5571억원으로 올해 6조 5138억원보다 43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기대보다 증액분이 크지 않다. 2015년 R&D 예산(6조 5138억원)이 전년(6조 839억원) 대비 7.1%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내년도 R&D 예산은 0.7% 증가에 그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줄어들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렇지만, 미래부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12개 사업이 종료되는데 그 규모가 1807억원으로 다소 큰 편이며, 들쭉날쭉한 R&D 사업기간과 회계연도 일치 작업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전체 R&D 예산 증가폭도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정부 전체 R&D 예산은 18조 8900억원으로 지난해 17조 7793억원보다 1조 1107억원(6.2%) 늘어났지만, 내년에는 19조 942억원으로 올해보다 2042억원(1.1%) 늘어나는 데 그쳤을 뿐이다. 미래부 R&D 예산 중 국회 심의 과정에서 눈에 띄게 증액된 부분은 달 탐사와 무인이동체 기술 분야다. 달 탐사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TV토론회에서 “2020년까지 우리 기술로 달에 착륙선을 보내겠다”라고 밝히는 등 대표적 과학분야 대선 공약이다. 지난해 연말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400억원 증액을 요구했으나 쪽지 예산이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비가 전액 삭감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사업비 ‘0’인 상황에서 올해 해당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유사 분야 연구비를 쪼개서 쓰는 등 꼼수 아닌 꼼수로 달 탐사 관련 연구를 했다. 이 때문에 미래부는 대선 공약 실천 차원에서 일단 내년도에 10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그러나 달 탐사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8년까지로 예정된 1차 사업에 1950억원의 연구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정부안에 300억원이 증액된 400억원을 배정해달라고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예산소위에서 “달 탐사 사업 때문에 다른 과학 R&D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달 탐사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된다는 목소리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절충안으로 100억원이 추가 증액된 200억원을 제시해 최종 확정됐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나라가 최초로 시도하는 우주탐사를 위해 위성 개발보다는 더 고도화된 핵심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국회에서 인정해준 만큼 향후 달 탐사 연구비 확보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무인선박, 무인항공기 등 육·해·공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인이동체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미래 수요를 대비하는 데도 예산이 배정됐다. 미래부는 공통핵심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부분의 신규사업으로 6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90억원이 추가 증액되면서 내년 사업규모가 150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새로운 미래 먹을거리 확보와 창조적 지식 창출, 미래 유망분야의 신산업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기초 및 원천연구 지원도 확대된다. 특히 일본의 잇따른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과 중국 본토의 첫 노벨과학상 수상이라는 ‘충격’ 때문에 미래부에서 제시한 기초 분야 예산안은 국회에서 삭감 없이 통과됐다. 기초연구 분야에서 신진 및 중견 연구자 등 개인연구 지원은 올해보다 200억원 증가한 6075억원, 집단연구 지원은 올해보다 93억원 증가한 1582억원으로 확정됐다. 원천연구 분야에서는 글로벌 신시장 선점을 위한 바이오, 기후, 나노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 3598억원보다 712억원 늘어난 43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밖에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뇌과학 분야와 바이오·의료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도 국회의 요구로 정부안보다 각각 10억원과 20억원이 증가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윤성규 환경장관 “법적 구속력 있는 新기후체제 필요”

    윤성규 환경장관 “법적 구속력 있는 新기후체제 필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대비 2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국가와 국제사회의 노력과 이행을 기반으로 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신기후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환경건전성 그룹(EIG) 대표로 총회에서 우리 환경부 장관이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윤 장관은 “196개 당사국 중 184개국이 2020년 이후 국가별 기여방안(INDC)을 제출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충분하지는 않다”며 “(파리에서) 강력하고 의욕적인 신기후체제가 채택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선진국·개도국 간 차별화된 의무 부과와 측정·보고·검증 등 투명성 체계, 기후재원 등 협상 쟁점에 대해서는 중재적 입장을 유지했다. 강력하되 원활하고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들기 위해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총회에서 각국은 소득 수준 등에 따라 그룹을 형성해 활동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비슷하거나 같은 국가들이 특정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식이다. 선진국 그룹과 EIG, 개도국 그룹으로 나뉘며 선진국은 다시 유럽연합(EU)과 엄브렐러(Umbrella·EU를 제외한 9개국) 그룹으로 구성된다. 각국이 제출한 INDC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역부족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감축목표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엄브렐러 그룹은 “장기적이고 의욕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합의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감축을 위한 연간 1000억 달러의 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디브가 대표 발언한 군소도서국연합(AOSIS)은 “파리 총회는 기후변화 해결책 도출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며 “1.5도 이하로 목표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앙골라가 대표 발언한 최빈개도국(LDC)도 비슷한 입장으로 “적응 기금을 통한 지원은 재원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파리 환경부 공동취재단·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남과여Why] 데이트 비용, 남자가 더 많이 내는 이유 있었다

    [남과여Why] 데이트 비용, 남자가 더 많이 내는 이유 있었다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깊어지는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데이트 비용’의 문제인데요. 얼마 전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한 회사원 김선일(33)씨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너와 좋은 곳에 가서 비싼 밥 먹고, 즐겁게 문화생활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나를 위해 투자하고 싶어.”완곡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이 말은 ‘데이트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이런 이유로 이별을 택하는 경우가 김선일씨 커플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온라인 리서치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데이트 비용 문제로 헤어질 수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니까요.그렇다면 성인남녀가 데이트 비용에 얼마를 지출하길래 이 문제가 이별의 원인까지 되는 걸까요? ●데이트 비용 평균 3만원… 41% “성별 관계없이 여유있는 사람이 더 내야”조사결과 애인과의 1회 데이트 비용은 평균 3만원 미만인 경우가 34.1%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3~5만원이 26.8%, 5~7만원이 22.3%로 뒤를 이었는데요. 넓게 보면 응답자의 83.2%가 3~7만원의 금액을 1회 데이트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의미가 되겠네요. 올해 최저임금 일급이 4만4640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금액은 굉장히 큰 금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해당 조사에서 ‘내가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44.3%가 ‘데이트 비용으로 인해 가끔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14.8%밖에 되지 않았고요. 대학생 김준걸(25)씨는 “7대3의 비율로 내가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내고 있는데 나도 용돈을 받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 쓰는 형편이라 데이트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다”면서 “여자친구에게 말해볼까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여자친구가 ‘애정이 식었다’고 오해할까 봐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그렇다면 이성친구가 데이트 비용 문제를 언급했을 때 상대방은 정말 서운해할까요? 조사 결과 남성의 19.6%, 여성의 22.4%만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남성은 ‘그렇지 않다’(44.4%), ‘보통’(36%)이라는 답변을 보였습니다. 여성 역시 43%가 ‘그렇지 않다’, 34.6%가 ‘보통’이라는 답변을 보여 데이트 비용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데이트 비용에 대해 대화를 나눌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 ‘데이트 비용이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고 답한 14.8%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돈 걱정이 없는 재벌 2세일까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여자친구와 (7대3 또는 8대2)의 비율로 데이트 비용을 낸다는 회사원 박형승(28)씨는 “내가 돈을 버니 자연스럽게 더 많이 내는 편이다”라면서 “대신 여자친구가 소소한 선물을 많이 준다”고 말했습니다.실제로 ‘데이트 비용을 누가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0.7%가 ‘성별 관계없이 경제적 여유 있는 사람이 모두 또는 좀 더 내야 함’이라고 답했습니다. 그 외에 21.5%는 ‘남녀 모두 똑같이 내야 함’ 이라는 답변을 보였는데요. 무엇보다도 눈길을 끈 것은 33.3%가 ‘남성이 여성보다 좀 더 내야 함’이라는 답변을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반응을 보인 사람은 성별로 남성이 35.2%, 여성이 31.4%로 비슷하다는 겁니다. 성인남녀 셋 중 한 명은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걸까요? ●19세기말 집밖에서 여성 만나려 남성이 비용 부담‘데이트는 탄생과 동시에 남성이 돈을 더 많이 내게 돼있는 구조’라는 해석이 있어 흥미롭습니다. 지난 8월 한국에 출판된 ‘데이트의 탄생’이라는 책을 통해 저자 베스 베일리는 “현재의 데이트 패턴은 19세기 말 산업화 과정에서 변화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책 내용에 따르면 과거 남성이 여성을 만나려면 여성의 집에서 남성을 초청해야 했는데요. 당시 빈민가의 사람들에게는 이성을 초청할 공간이 없었고, 이들은 연애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야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제력이 있는 남성이 여성을 위해 돈을 내는 관습이 생겼다는 겁니다. 19세기의 이런 관습은 과연 21세기인 현재도 남아 있을까요?‘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사회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남성의 81.6%, 여성의 72.8%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이 ‘더치페이 하는 문화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으니까요.회사원 신다영(29)씨는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통장을 만들자고 먼저 제안했다”면서 “경제적 상황에 맞게 7대3, 6대4의 비율로 정기적으로 통장에 입금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데이트 비용을 효율적으로 지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안이환 교수는 “데이트 비용은 권력과 관련된 문제다. 데이트 통장을 이용하는 등 양쪽 모두가 데이트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은 본인의 권력을 지키는 일과 관련 있다”면서 “경제력에 차이가 있어 5대5의 비율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힘들더라도 서로가 일정 부분 지출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경 기자 btfseou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전 대통령 국가장과 난민 아이의 주검/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전 대통령 국가장과 난민 아이의 주검/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지난 한 주 동안 우리나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리는 슬픔에 휩싸였다. 고인은 4반세기에 걸친 우리나라 민주화 대장정의 거산(巨山)이었다. 권위주의 통치를 종식시키고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도입했으며, 아울러 불행했던 과거사를 정리하려 했던 시도는 국민들의 뇌리에 깊숙이 남아 있다. 한편 지난 9월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바다를 건너다 익사해 해변에 쓸려 나온 빨간색 반소매 티셔츠의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에일란 쿠르디의 가슴 저린 주검 사진이 필자에게는 우리 국민이 함께 치러낸 장엄했던 국가장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다가온다. 국민과 난민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쟁이나 재난을 당해 일정한 거처 없이 이리저리 떠도는 사람들 즉 국가가 지켜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국민이 바로 난민이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도 비슷한 아픔이 있었다. 36년 동안의 피나는 대일항쟁, 6·25전쟁과 분단으로 점철된 동족상잔의 비극이 그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억제함으로써 주권과 평화를 수호하고 내부적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몫이다. 그 무엇보다도 국가가 먼저 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1930년대 세계 6위 부국에서 사실상 디폴트 상태로 추락한 아르헨티나나 전후 경제 대국에서 후진국으로 쇠퇴한 필리핀(11월 26일자)과 달리 우리는 전후 최빈국에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구어 낸 세계속의 한국이 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테러가 지구촌을 뒤흔든 이 시점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조사되기도 했다(서울신문 11월 18일자 넘베오닷컴의 발표). 뿐만 아니라 2009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한국이 통일되면 2050년까지 독일, 프랑스,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통일한국은 세계 5대 경제대국”, 서울신문 11월 6일자). 하지만 어떤 국민이든 난민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의 일자리와 고령화 세대의 복지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가치를 동시에 실현해 내야 하는 몹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저성장, 고령화, 이념·세대·지역 간 갈등 등 사회적 난제들도 부지기수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고 국제 정치·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주요 2개국(G2) 체제 속에도 끼어 있다. 박근혜 정부가 3년 6개월 동안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를 재개시키고 한·미·일 안보협력과 각종 정상회담을 통해 절실하게 외교적 성과를 도출했던 것은 열강 속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의 처지를 발전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서울신문 11월 3∼6일자). 이제 개인의 이익과 정파의 이익에만 매몰돼 국가의 미래를 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통합과 화합’이었다. 그 메시지는 치열한 국제 정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할 절박한 시점임을 강조한 잠언으로 다가온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서울신문이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국가 의식을 견지해 내는 내용을 중장기적인 기획 기사나 캠페인을 통해 꾸준히 제기해 주기 바란다.
  • 지구 온도 2도 이상 오르면 ‘인류생존 위험’

    전 세계인의 눈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 쏠리고 있다. COP21은 1997년 교토의정서를 대신해 2020년 이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정립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는 이미 설정돼 있다.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인류가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과 해결에 대한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과연 ‘2도’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해 발표한 ‘IPCC 제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기온 대비 2도 이상 오르면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 기온이 1도만 상승해도 생태계 파괴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폭염, 폭우, 연안 홍수 등 기상 재해가 늘어나고, 기후로 인한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 약간의 온도 변화가 생태계를 얼마나 위험하게 하는지는 최후의 빙하기였던 1만 8000년 전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고작 6도밖에 낮지 않았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현재 지구 온난화는 인간에서 비롯됐으며,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온실가스는 지난 133년간(1880~2012년) 지구 평균기온을 0.85도 올렸고, 지구 평균 해수면은 지난 110년간(1901~2010년) 19㎝ 상승시켰다. 지구의 기온이 1.6도 상승하면 생물의 18%가 멸종 위기에 놓이고 2.2도 상승하면 24%, 2.9도 높아지면 35%의 생물종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바닷속 산호는 1도만 상승해도 멸종 가능성이 커지고 북극 생태계도 위험에 처한다. 2100년에 지구 평균기온이 3.5도 이상 높아지면 기온 상승에 가속도가 붙어 걷잡을 수 없게 돼 그린란드의 빙상이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전 지구의 해수면이 최대 7m 높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2도 상승을 막는 것은 가능할까. IPCC 보고서와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는 1.8도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감 정책 없이 현재 추세로 배출할 경우 지구 평균온도는 3.7도 상승하게 된다. 목표인 2도 상승의 2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느슨한 온실가스 저감정책을 시행할 경우에도 지구 평균온도는 목표치인 2도를 넘어서 2.2도까지 오른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상승폭이 2도 미만이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라며 “2도는 지구 생태계가 온난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기준 온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많은 생물종이 적응할 시간 없이 빠르게 멸종해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 총회]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 재원 지원이 ‘신기후체제’출범 최대 과제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 총회]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 재원 지원이 ‘신기후체제’출범 최대 과제

    프랑스 파리에서 30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 기간은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로 불린다. 2020년 이후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의 기반을 마련할 파리 총회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기후체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파리 총회에는 196개 협약 당사국 정부대표와 국제기구,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NGO), 기업 등이 참여한다. 첫날인 30일에는 신기후체제 협상 성공을 위해 각국 정상들이 정치적 의지를 모으고 협상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정상회의를 진행한다. 각국 정상이 기후변화 대응의 의지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에 이를 천명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COP21에서는 신기후체제의 근간이 될 ‘파리 합의문’과 합의 이행을 위한 ‘총회 결정문’, 각 국가가 제출한 자발적 기여(INDC)를 분석한 종합보고서, 정부와 비정부의 주체들이 참여하는 기후변화 행동계획을 담은 리마·파리 행동 어젠다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기후체제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총회(COP3)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에 근거하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부속서Ⅰ국가(선진국 37개 국가와 유럽연합)에 대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5.2% 감축하는 것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당사국총회에서 2012년 이후 신기후체제(POST-2012) 합의에 실패하면서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출범 전까지 부속서Ⅰ국가들은 교토의정서를 2020년까지 연장 적용하고 비부속서 국가들은 자발적 감축 공약을 이행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파리 총회는 신기후체제가 적용되는 2020년 이후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규모를 결정한다.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이 참여하는 기후변화 대응체제의 성격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합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도국이 적극적으로 감축에 나설 수 있는 재원 지원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보상 등에 선진국이 어떤 자세를 보일지가 중요하다. 탄소 배출량 세계 7위, 산업화 이후 탄소 누적 배출량 세계 12위인 한국으로서는 신기후체제에서 국제사회의 기대와 압박을 동시에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나라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과 아시아 최초로 지난 1월 배출권거래제도 시행,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설치 등의 노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선진·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자임한다. 국내적으로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와 높은 무역의존도를 감안해 제재가 아닌 인센티브에 의한 감축을 촉진하는 기후변화체제를 지향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신기후체제는 국제사회가 참여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내용은 국제사회의 목표에 미달하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가 될 수 있다”면서 “파리 총회 후 이뤄질 추가 협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원하고 원망해 온 아버지 극복하기

    원하고 원망해 온 아버지 극복하기

    아버지 콤플렉스 벗어나기/오카다 다카시 지음/박정임 옮김/이숲/248쪽/1만 5000원 문학작품 속 아버지는 부재(不在)한 존재거나 극복의 대상으로 종종 묘사된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서정주의 시 ‘자화상’)나 ‘내겐 아버지가 없다. 하지만 여기 없다는 것뿐이다. 아버지는 계속 뛰고 계신다’(김애란의 소설 ‘달려라 아비’)처럼.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 베이더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던진 충격적인 대사는 “내가 너의 아버지다”였다. 부재하다 못해 맞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버지임은 더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실제로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런 질문 또한 가능하다. 이 책이 글머리에서 던지는 ‘과연 아버지는 필요한가?’라는 도발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물음 말이다. 현실 속 아버지는 불쌍하기 짝이 없는 무기력한 존재다. 농경 사회 문화에서는 한 가족의 지도자이자 교육자이며 경외의 대상인 절대적 존재였다. 그러나 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며 아버지의 위상은 한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가족공동체의 지도자였던 아버지는 공장과 기업의 노동자로 전락했고, 자식 교육의 주체에서 밀려나 돈을 벌어와 학원비를 대주는 기능적 역할로 바뀌게 됐다. 그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절대적이어서 자식들에게 성장 과정에서 정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막내딸 안나는 아버지의 조수이자 정신분석학 연구의 후계자였다. 그는 위대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깊은 나머지 다른 남자에게는 평생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절대적인 존재로서 아버지에게 집착한 탓이다. 또한 영국의 전 총리 마거릿 대처(1925~2013)는 ‘나의 모든 것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자신과 아버지를 동일시했다. 아버지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흡수하며 자란 것 자체가 아버지 콤플렉스의 발현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저자는 이를 치유가 필요한 질환으로 규정하고 제대로 치유하지 못할 경우 결국 아무와도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다고 진단한다. 정서적 유대감과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되느냐, 아니면 규율과 지배, 힘 등 남성적 능력을 담당하는 바소프레신이 풍부하냐에 따라 두 가지 양상이 극단적으로 나뉜다는 얘기다.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또 좀 더 합리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자식들도, 아버지들도 모두 읽어 볼 만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대한민국 국회의원 최초 美 카네기홀 공연 김장실 의원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대한민국 국회의원 최초 美 카네기홀 공연 김장실 의원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지난 3일(현지시간) 전 세계 예술가들이 ‘꿈의 무대’로 꼽는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 구슬픈 한국의 대중가요가 울려 퍼졌다. 객석을 가득 메운 60~70대 한국 동포들은 가슴에 맺힌 한을 쏟아내듯 펑펑 울었다. 카네기홀을 ‘눈물바다’로 만든 사람은 바로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다. 전문 아티스트가 아닌 공연자가 120년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카네기홀에서 ‘솔드 아웃’(SOLD OUT·매진) 스티커를 받으며 ‘대박’을 터트린 것 자체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지난 20일 김 의원과 만나 공연 기획 단계부터 성황리에 마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부르는 김 의원의 노래와 이야기가 함께 버무려져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김 의원은 “노래는 귀를 열게 하고 노래에 담긴 의미는 가슴을 적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래전부터 공직사회와 정계에서 대중가요로 시대를 말하는 노래꾼이자 이야기꾼으로 유명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최초로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섰는데. -국내 대중 가수 중 패티김, 조용필 등 최정상 가수들만 무대에 섰다. 전문적인 성악 훈련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가 선 것은 처음이다. 전 세계 국회의원 중에 누가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을 할 수 있겠나. 기록을 찾아봐야겠지만 없을 것 같다. →발상 자체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성사됐나. -우연히 부산의 한 방송국에 출연해 ‘부산과 대중가요’를 주제로 얘기하다가 노래를 했다. 성악을 전공한 방송 진행자가 ‘대중가요의 정치적, 사회적 의미에 대해 해박하고 노래가 직업 가수 뺨친다’며 그 자리에서 뉴욕에 있는 공연 기획자인 박준식 제이삭(JSAC) 대표이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게 지난 7월이었다. 이어 8월 초 한국을 방문한 박 대표와 식사를 같이 하다가 그 자리에서 노래를 3곡 불렀고 박 대표가 이에 만족해 공연이 성사됐다. 한국인의 가슴을 촉촉히 적셨던 히트 가요를 선곡해서 그 노래가 가지는 시대정신이 무엇이고, 당시에 일어났던 정치적 사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얘기했다. 거기에 노래를 만든 가수와 작사가, 작곡가, 음반 제작자와 팬들 사이에 있었던 뒷얘기를 통해 연예사적 재미를 더했다. 재미없는 노래에 재미있는 ‘당의정’을 입혀 관객들 입에 솔솔 녹도록 했다. →(인터뷰 도중 때마침 박 대표가 ‘매진’ 딱지가 붙은 공연 포스터를 들고 오자) 박 대표가 직접 공연 기획 과정을 말씀해 달라. -(박 대표) 제이삭은 뉴욕에 있는 공연 기획사다. 처음에는 카네기홀 공연이 연 2회도 힘들었는데 7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연 26회로 늘었다. 현재 국립무용단, 국립오페라단, KBS 교향악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단의 해외 공연은 대부분 저희가 맡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김 의원과의 미팅에 나가지 않으려 했다. 제가 가장 반대했다. 카네기홀은 1년 전에 미리 대관 신청을 받는데 특히 올해는 개관 125주년이어서 대관 검열이 아주 까다로웠다. 그래서 김 의원을 만나기 전에 어떻게 거절할지부터 고민했다. 식사 자리에서 김 의원이 대뜸 노래의 스토리를 얘기하며 직접 3곡을 불렀다. 주변에 사람들도 많았는데 대놓고 열창을 했다. 특히 ‘동백아가씨’에 대한 사연을 들었는데 음악과 내용의 연결고리가 너무 좋았다. 광복 70주년이기도 해서 ‘이거다’ 싶었다. 미국 이민자 중에는 이산가족이 많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왔는데 영주권도 없고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 한국인이 몇십만명 된다. 이들은 한국에서 부모님이 위독하거나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아도 못간다. 그렇게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이 많다. 또 2~3세대 자녀들은 1세대들과 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사를 알 길이 없다. →카네기홀 측의 승인을 어떻게 받았나. -(박 대표)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도 한국 최고의 공연장이라고 까다로운데 드보르자크, 차이콥스키 같은 음악가들이 초연을 한 125년 역사의 카네기홀이니 얼마나 뻣뻣하겠나. 게다가 아티스트도 아니고 강연을 하겠다고 하는데…. 카네기홀 측에서 ‘이 사람 아티스트냐’고 물어봐서 ‘아티스트는 아닌데 노래를 잘한다’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카네기홀 측도 공연이 망해 명예가 실추될까 봐 주시한다. 전문 아티스트 기록이 없으면 무대에 서기 어렵다. 그래서 그냥 대중가요가 아니라 ‘강연과 콘서트’로 콘셉트를 잡았다. 일제시대부터 해방이 되고 전쟁을 거쳐 다시 휴전이 된 모든 과정을 영문으로 번역해 기안을 올렸고 결국 승인받았다. →어떻게 매진이 됐나. -(박 대표) 공연 열흘 전 첫 언론 보도가 나갔는데 사무실 업무가 마비됐다. 이민 1세대, 1.5세대 등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우리가 외국계 회사인 줄 알고 ‘아이 니드 코리안 토크쇼 티켓’(I need Korean Talk Show ticket·한국인 토크쇼 티켓이 필요합니다)이라며 간절한 목소리로 안 되는 영어를 더듬더듬 써 가며 전화를 걸어왔다. 돈을 받아선 안 되겠다 싶어서 40달러의 티켓 비용을 무료로 전환했다. 카네기홀 측에서는 공연 일주일 전에 홍보 포스터가 다 나갔는데 어떻게 무료로 하느냐며 반대했다. 우리가 완강하게 밀어붙이자 카네기홀 측에서 ‘공연에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냐’고 묻더라. 그래서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너무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제가 카네기홀에서만 170회 공연을 기획했는데, 매진된 건 처음이다. 아티스트들은 각성해야 한다. 하하. →관객들 반응은 어땠나. -공연 초반부에 관객들이 점잖게 앉아 있길래 다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카네기홀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한국인이 막걸리 마시며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젓가락을) 두들기는 60~70년대 정감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안경을 벗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다. →공연 내용은 어땠나. -해방 이후 70년을 10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그 시대에 발생한 정치·사회적 사건에 시대정신이 드러난다. 1940년대는 아무래도 해방의 기쁨보다 더 큰 게 없다. 식민 지배가 30년이 넘었고 일본이 아시아를 지배한다고 하니 독립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해방이 됐다. 얼마나 기뻤겠나. 해방을 기뻐하는 노래가 막 쏟아져 나왔다. ‘사대문을 열어라’ ‘울어라 은방울’ 같은 노래들이다. 가장 상징적인 노래는 ‘귀국선’이다. 일본에 동포 230만명이 살고 있었고 중국에 200만, 기타 수십만명이 외국에 살고 있었는데 귀국선은 귀환 동포들이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는 주요한 통로였다. 그 배를 타고 돌아오는 이들에게 좋은 나라를 만들어서 다시는 빼앗기지 말고 잘 살아 보자는 욕구가 있었다. 그런 욕구가 가사에 잘 표현돼 있다. →1950년대에는 어떤 노래가 상징적인가. -한국전쟁보다 더 1950년대를 특정 짓는 사건은 없다. 중공군이 내려왔을 때 유엔군과 국군은 6중, 7중으로 포위당해 독 안에 든 쥐처럼 죽을 지경으로 집중 타격을 받았다. 한국 지형은 동고서저형이어서 육로 철수가 어려웠다. 그래서 흥남부두에서 해상 철수를 했다. 자유를 잠시 맛본 이북 사람 수십만명이 ‘우리도 데려가 달라’고 했다. 대규모 수송선을 수백척 동원해서 무기를 버리고 군인 10만명, 민간인 9만 8000명을 태우고 내려왔다. 그때 많이들 헤어졌다. 부산에 홀몸으로 내려온 여성분에게서 피란 중 가족과 헤어진 구구절절한 사연를 들었다. 손잡고 같이 타자 했는데 서로 타려고 밀치고 당기다가 밀려서 아이 손, 마누라 손 놓고 ‘어디 갔노, 어디 갔노’ 찾다가 어디 가 버렸는지 몰라 펑펑 울고…. 그 감정을 잘 표현한 노래가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다. 또 부산에서 울다가 죽을 순 없으니까 국제시장에서 장사하고 구두도 닦으며 살았다. 오며 가며 눈이 맞았던 경상도 처녀하고 정을 주고 살다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이후 헤어졌던 부모, 형제, 처자식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서울로 떠났다. 그러면 경상도 처녀가 가지 말라며 붙들고 늘어진다. 서울 가면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은데, 차창 밖으로 보니까 정들었던 경상도 아가씨가 울고 있고…. 그런 사나이의 복잡한 심경을 잘 표현한 노래가 남인수가 부른 ‘이별의 부산 정거장’이다. 이승만 정부가 사사오입, 발췌개헌을 하면서 계속 권위주의 정부로 치달았다. 이승만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신익희 선생이 나섰는데 1956년 5월 5일 오후 5시 5분 서울역에서 출발한 호남선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정권 교체의 꿈이 사라지고 허망한 상태가 됐다. 그때 손인호 선생의 ‘비 내리는 호남선’ 노래에 대한 유언비어가 돌았다. 신 선생 부인이 너무 억울해 그 노래를 작사를 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었다. 그런 풍문이 노래 판매를 촉진시켰다. →1960년대의 대표곡은 무엇인가. -경제 개발로 산업화가 본격화돼 촌에서 빈둥빈둥 놀던 사람들이 도시로 와서 출세를 많이 했다. 출세를 사회학에서는 ‘사회적 계층 상승’이라고 한다. 돈을 많이 벌거나 고시에 합격하거나 좋은 집안과 혼인을 맺는 것, 3가지가 전통적인 출세 방식이다. 조선시대 500년간 쌓여 왔던 계층 구조가 일제시대 때 반쯤 파괴됐고 한국전쟁으로 계층구조가 거의 다 파괴됐다. 특히 1960년대에는 남자가 출세를 하면서 그렇지 못한 여인과 간격이 많이 벌어졌다. 출세한 남자는 도시의 좋은 집안에서 얼른 낚아채 가 버린다. 그러면 시골 보리밭에서 사랑을 나누고 백년가약을 맺었던 여인과는 멀어진다. 이런 식의 이별이 워낙 많았다. 1960년대 초·중반의 영화와 소설, 대중가요, 라디오 드라마의 60~70%가 서울로 간 남자는 출세해서 예쁜 집 규수를 얻고 시골에서 사랑했던 여인은 버림받고 그 여인은 사회적 장벽으로 인한 거리감 때문에 남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을 다뤘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남진의 ‘가슴 아프게’,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의 전형적인 도식이다. 1964년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영화 동백아가씨와 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 ‘동백아가씨’가 엄청나게 히트를 했다. 왜색조라며 노래가 나온 지 1년도 안 돼 방송금지가요가 됐는데도 20만장이 팔렸다. 3년 뒤인 1968년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음반 제작 금지를 당했는데도 200만장이 팔렸다. 음반을 낸 지구레코드사 고 임정수 사장의 얘기다. 한국 가요 사상 가장 히트한 노래가 동백아가씨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김장실 의원은 김 의원은 국내 문화·체육계의 대부 격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과 정치특보 등을 지냈다. 문화관광부 예술국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까지 역임했다. 이후 예술의 전당 사장에 임명돼 문화 공연계의 발전에 기여했다. 현재 대한장애인농구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2014년 인천세계휠체어농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준비 중이다.
  • [진화하는 사회공헌] 기업의 사회공헌 ‘제3의 경영’이다

    사회공헌 활동은 이제 ‘제3의 경영’으로 불릴 만큼 기업 경영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사회공헌은 기업이 소비자의 상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만큼 그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라는 요구에 맞춰 시작됐다. 그러나 이를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스스로 사회공헌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단순한 기부나 봉사활동을 넘어 회사가 가진 자원과 능력을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의 사회적인 존재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산업화 시대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활동은 ‘책임’이 아닌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시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이란 의식 자체가 희박했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대변되는 외환위기 사태를 맞으면서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달라졌다. 당시 수만 명의 근로자가 거리로 내몰리면서 기업은 국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곳이란 시각이 생겨난 것이다. 기업이 단순히 성장만 추구해서는 사회가 온전할 수 없음을 뼈아픈 경험으로 체득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유럽형 사회적 기업의 개념이 도입되고 일자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사회공헌의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기탁하는 단순한 기부 수준에서 점차 다양한 방법의 사회공헌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저녁 밥상에 필요한 밥 한 공기를 이웃집에서 빌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서로 부족했던 부분을 주변 이웃들과 함께 채웠던 정겨운 장면이 요즘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 집보다는 직장이 생활의 터전이 되고 이웃보다는 직장 동료가 인간관계의 중심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을 인식하고 보다 다양하고 세부적인 방법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던 것에서 임직원 스스로가 직접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부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보상 활동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도서산간 지역 학교에 정보기술(IT) 기기와 교육 콘텐츠 등을 제공하고 계열사별로 임직원들이 지역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8월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로 다리를 잃은 두 장병에게 총 10억원을 위로금으로 전달해 우리 사회에 감동을 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국 각 지역 본부와 함께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 부부의 합동 결혼식을 올려 줬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취약계층 주택과 복지시설 등의 노후 급·배수관을 교체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GS칼텍스는 학교 생활과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고, CJ그룹은 임직원과 대학교수진 등이 참여한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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