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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년을 기억하다… 서울을 다시 보다

    600년을 기억하다… 서울을 다시 보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메가시티로 성장한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미술 작품을 통해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나는 불꽃이다, 서울’전이 여의도 63 아트미술관에서 열린다. ●조선~현대 역사 흐름 따라 41명의 작품 선봬 조선이 왕도로 삼은 후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던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핵심 공간으로 한국인에게는 꺼지지 않는 불꽃과도 같은 곳이다. 전시는 일어나고, 흔들리며, 다시 타오르는 불꽃의 과정을 서울의 역사적 흐름과 연결해 총 7개 부분으로 나눠 구성했다. 조선 후기의 정선부터 21세기의 미디어 아티스트들까지 41명이 서울이 겪은 각 시기의 고난과 극복, 그리고 그 시기를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조각 등의 작품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김기창의 ‘도성도’는 수묵으로 한양의 모습을 부감하는 구도로 그린 그림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도성의 중심에 경복궁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고 주변에 민가들이 배치돼 있다. 태평성대가 실현된 조선 후기 영·정조 시대에 이르러 불꽃은 더 환히 빛을 낸다. 특히 정선은 진경산수화라는 새로운 전통을 세운 조선 후기의 대표 화가로 인물산수도에서 우리 국토와 그 속에 사는 민족의 풍속을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내면의 정신까지 묘사했다. 이이남의 ‘2014 금강내산’은 정선의 금강내산을 재해석한 8분가량의 디지털 미디어아트다. 강기훈은 ‘그때, 그곳에서, 그는… 안중근’에서 일제강점기에 짓밟혔던 대한민국의 인권과 잊혀 가는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멍석과 갈대밭 등의 상징을 통해 보여 준다. 광복의 기쁨을 맞아 어둠 속에 살아 있던 작은 불씨가 다시 불꽃을 일으키듯이 광복의 기쁨이 서울을 뒤덮는다. 김기창의 ‘해방’은 해방의 기쁨에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단순하지만 힘 있는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회화부터 미디어까지 한강의 기적 재조명 전쟁 이후 다시 힘을 모아 한강의 기적을 이뤄 내는 서울은 재건 사업과 함께 인구 증가와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 한국의 전통적 정신을 계승해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김형대의 ‘후광’, 현대사회의 소통 부재와 익명성 등을 일상의 장면을 통해 보여 주는 유근택의 ‘두 사람’, 현대인의 꿈과 희망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민성식의 ‘공사 중’이 출품됐다. 이상원의 ‘the Red’는 2002년 월드컵의 뜨거운 열정과 열기를 보여 주고, 손민광의 ‘불꽃놀이’는 색색의 작은 라벨 용지 조각을 붙이는 방법으로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불꽃의 모습을 화려하게 표현한다. 전시는 오는 3월 20일까지. (02)789-5663.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전문] 김병관 의장 입당회견문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이 3일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입당한다. 다음은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 외부인재 영입 2호로 이날 오후 국회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가질 김 의장의 입장 전문.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입당의 변] 안녕하세요. 김병관입니다. 3주전, 문재인 대표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습니다. 20년 가까이 정치와 무관하게 기업에 몸담았던 사람에게 왜 영입제안을 했을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저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일까?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공장 노동자의 아들로 자랐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일해서 사업적으로도 비교적 성공했습니다. 노력과 행운이 함께했고, 무엇보다도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있었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데, 흙수저와 헬조선을 한탄하는 청년에게 “노오력해보았나”를 물어선 안됩니다. 염치없는 말입니다. ‘꼰대’의 언어일 뿐입니다. 패기와 열정으로 넘을 수 없는 절벽이 청년들 앞에 있습니다. 떨어지면 죽는 절벽 앞에서, 죽을 각오로 뛰어내리라고 말해선 안 됩니다. 저는 열정으로 도전하는 청년에게, 안전그물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어렵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중후장대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와 중국 성장성 둔화 등의 영향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국 수출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고,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세대들의 활약이 절실합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 일컬어지는 문화콘텐츠산업, 바이오산업, ICT 등 기존 제조업기반의 산업구조를 넘어 새로운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비정규직문제, 청년고용문제, 청년주거문제 등 청년세대를 좌절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청년들이 역동적으로 벤처를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제도적인 준비 없이 창업만을 권장하는 현재 제도는 실패로 인한 새로운 n포세대만 양산할 뿐입니다. 창업안전망을 만드는 일 만큼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임을 자부합니다. 저의 벤처창업 및 회사경영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를 통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저는 기업인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창출의 일등공신인 기업인들이 대우받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화 시대에 많은 기업인들이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으로 많은 부를 축적해 오면서 오늘날 존경 받는 기업인들이 매우 드뭅니다. 정치를 통해, 많은 벤처기업들이 성공하고 또 존경 받는 기업인들이 많아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현재의 경제정책은 지나치게 대기업 위주로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으로는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각종 과세특례 제도들이, 이미 많은 것을 가진 대기업에 편중되어있습니다. 벤처창업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중소기업을 넘어서 건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대 기업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게 정치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정치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아직도 정치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습니다. 외부에 보여지는 정치는 부정부패, 정치꾼, 싸움 등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평소 모습을 아는 분들은 정치를 왜 하냐고 말립니다. 제가 그 세계에 물들까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하지만 정치는 특별한 성향의 특별한 집단의 사람들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현장에서 일했던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정치참여 소식을 듣고 중학생 아들이 부탁한 게 있습니다.지난주에 같이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오면서, Dark Side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정치인에 대한 인상이 좋지 못한 것은, 다스베이더, 카일로 렌처럼 어둠의 포스에 굴복한 정치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거기에 물들지 않고 혁신을 물들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40여년 가까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제 뒤를 돌아보고 청년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들께서 걱정해 주시는 만큼 이상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28] “영리병원 승인, 이게 최선입니까”

    우려했던 영리병원의 빗장이 풀리고 말았다. 그것도 너무 쉽게, 너무 허술하게 자물쇠가 풀렸다. 오래 전부터 징후가 있었지만 ‘설마’ 했던 일이다. 지금까지 모든 잘못된 정책이 그랬듯이 이제 이 황당한 정책 결정의 폐해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확대되고, 후대에 전가될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잘못된 정책이 그랬 듯이 시간이 지나면 정책 결정자는 책임질 일도 없이 잊혀질 것이고, 많이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그리고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서 의료 차별화의 간극만 커질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부의 독점, 그리고 불평등 분배의 도식과 꼭 같이 약 10∼20%의 부유층은 이제 병원에서도 마음껏 돈의 위력을 뽐내며 “잘 된 일”이라고 흡족해 할 것이고, 거기에 들지 못한 나머지 80∼90%는 ‘우수마발’로 남아 병원에서 치료에의 희망과 위로 대신 차별과 차등의 현실을 절감하며 상업의료의 실상을 절망과 울분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잘 짜여진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 나라의 공공 의료보장제도가 영리병원 도입에 따라 해체되고 훼손되면서 나타나게 될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이것이 보건복지부의 결정 맞나”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과 며칠 전에 “영리병원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 말의 온기도 식기 전에 국내에 영리병원 설립을 승인한다는 결정이 뒤따랐다.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이런 돌발적 상황에는 상당한 외력이 작용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묻는다. “이것이 정말 의사로서 존경 받아온 정진엽 장관의 결정 맞는가”라고. 영리병원을 두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반발과 논란에 보건복지부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인 운영”이라거나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국한된 진료”라고 둘러대지만,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이 조치가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는 개미굴의 역할을 할 것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에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간단없이 나왔다.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아서 국내에서 의료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의료 신기술 도입이나 개발이 안 되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나온 곳은 엉뚱하게도 보건복지부나 의료계가 아닌 재정 관련 정부부처와 보험업계였고, 그들은 집요하게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식해 왔다. 그들은 겉으로는 ‘창조적 의료’니 ‘의료산업화’니 하지만, 이 거대한 ‘카르텔’의 의도는 물색 모르는 의료를 ‘돈 놓고 돈 먹는’ 자본의 투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고,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순간 한국 사회에서 의료가 갖는 ‘특성화된 공공영역’으로서의 가치는 끝이다. 단언컨대, 영리병원 승인은 부유한 기득권층의 돈과 경제의 논리, 국민들의 주머니를 샅샅이 털어내려는 수탈적 논리의 귀결일 뿐이며, 국민 일반의 건강과 보건에는 치명적인 퇴행이자 퇴보일 뿐이다. 그런데, 국민 건강과 복지를 책임진 보건복지부가 보편적 의료의 대척점에 있는 영리병원을 허용했으니 국민들은 당연히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리병원 승인이 국민들의 보건복지를 위한 책임있는 결정이 맞나”라고.  ●미국의 실패를 답습하는 영리병원 제도 적어도 우리가 완벽하게 실패한 미국식 의료보장제도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미국의 의료보장제도를 그렇게 만든 요인을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의료보장제도는 ‘가장 이상적으로 시작해 가장 비이상적으로 망가진’ 제도로 손꼽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민간 보험업계의 셈법과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식 의료보장제도를 ‘돈만 있으면 죽을 사람도 살고, 돈이 없으면 살 사람도 죽는’ 제도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민이나 유학 등으로 미국에서 사는 우리 동포들이 겪는 가장 두려운 일은 몸이 아픈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미국에서는 절대로 몸이 아파서는 안 된다”고들 경계하는 것일까. 정답은 폭탄 수준의 의료비 때문이다. 만약 우리 국민이 미국에서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다면 비장한 각오를 하고 ‘돈줄’부터 챙겨야 한다. 일단 병원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된다. 먼저, 환자는 급한 김에 병원 엠뷸런스를 부르지 않은 일에 감사해야 한다. 만약 엠뷸런스를 불렀다면 뭉칫돈을 지불해야 하는 소위 병원비 계산이 이때로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환자는 자신의 병증에 맞는 진료과와 의사를 찾기 위해 전담 코디네이터와 상담을 해야 한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여기에서 간단하게 몇 백 달러가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런 다음 의사를 만나 문진 등 체계적인 진료가 시작된다. 다행히 이 의사가 담당하는 분야의 질환이라면 다시 조상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 의사가 환자를 살피더니 “내 분야가 아니잖아”라며 다른 진료과로 보냈다면 우리 식으로는 줄을 잘못 섰을 뿐인데, 여기에 또 몇 백 달러가 추가된다. 이렇게 치료할 의사 한 명 찾는 동안 환자가 얻은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진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 환자가 그 정도의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돼있다면, 확실히 미국식 진료는 체계적이어서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는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쯤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면서 계속 치료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병원 대신 집에서 기약없이 고통을 감당할 것인가를. 미국에 사는 우리 교민들이 가끔 한국으로 돌아와 여기 저기 아픈 곳을 몽땅 치료하고 다시 돌아가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더러는 그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축난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이국에서 고통을 참아가면서 ‘질병’을 모아두었다가 한국에 들어올 때 한번에 몰아서 치료해야 하는 그 심정을 누가 알기나 할까. 젖과 꿀이 흘러넘쳐도 부족할 미국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의 의료는 철저하게 사보험 의존형이고, 그 기저에 영리병원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 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돈을 지불하면서 사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적 건강보험의 붕괴 시나리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공적 의료보장제도의 근간은 국민건강보험인데, 만약에 어느 순간 이 보장제도가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의문의 여지없이 이는 국민보건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런데 견고한 우리의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정말 붕괴되는 상황이 올 수 있을까. 상상하기 어려운 일 같지만, 영리병원 체제에서는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일이다. 절차적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제시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라고 특별한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감기 환자든, 암 환자든 치료 프로토콜은 다를 게 없다. 의사도 특별할 것이 없으며, 진료 절차도 같고, 쓰는 약도 그 약이 그 약이다. 다른 것은 대부분 의료 외적인 서비스다. 우선 ‘비싸서 좋은’ 고급 병실을 주고, 역시 비싼 주치의와 전담 간호사가 배치될 것이며, ‘비싸서 좋은’ 밥에, 모두가 환자에게 친절하고 고분고분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진료 외적인 서비스가 비용으로 환산돼 진료비는 서민들이 충분히 놀랄만큼 비싸게 정산될 것이다. 돈만 있다면 다 좋다. 실태가 이런데 지금의 의료보장제도는 이런 영리병원의 의료비를 특별히 보장해주지 않는다.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그게 불만이다. 그들은 “비싼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데 이게 뭐냐”고 못마땅해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사보험으로 의료 보장성을 확대하려 할 것이고, 그런 부류에게 공적 건강보험은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이라면 사보험이 공적 건강보험의 기능과 영역을 잠식하는 건 시간 문제다. 보장성이 좋아 영리병원 진료비까지 보장하는 사보험이 빵빵한데, 공적 보험에 아까운 돈을 들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공적 건강보험에서 부유층이 이탈하는 도미노가 확대돼 지금의 건강보험은 ‘없는 사람들’이나 의지하는 속 빈 강정이 되고, 그 피해는 사보험으로 갈아탈 수 없는 일반 가입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성 없는 가설’이 아니라 빤히 보이는 길이다.  ●“의사들은 줄을 서시오” 의사는 한국에서 대체로 갑의 지위를 누리는 직종이다. 그러나 영리병원에서 의사는 갑보다 을에 가깝다.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에 고용된 전문 기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설령 돈 많은 의사가 자본주로 나서 영리병원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자본을 조종한다면 그는 의사가 아니라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자본 운영자일 뿐이며, 그런 점에서 영리병원 체제에서 의사는 자본 앞에 도열해야 하는 피고용자에 불과하다. 정부가 승인한 제주 영리병원은 중국의 부동산 투기기업인 녹지그룹이 자본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고작 50병상의 그 병원 하나가 당장 우리의 의료 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중국 의료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가 낮아 우리 환자가 당장 그곳으로 달려들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중국 환자들을 끌어들이는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작은 상징적 징후 하나가 1년 후, 10년 후에 어떤 변화를 견인할지를 예단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최소한 녹지그룹과 비슷한 조건이나 이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갖춘 제2, 제3의 영리병원을 승인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인천 송도에 외국계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던 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은 게 돈이지만, 모든 돈은 ‘선한 돈’과 ‘선하지 않은 돈’으로 구분된다. 만약 악덕 투기기업이나 폭력조직이 그럴싸한 얼굴마담을 내세워 승인을 요청한다면 누가, 무슨 방법으로 그 선하지 않은 자본의 성격을 검증하며, 누가 무슨 방법으로 그 자본에 감춰진 의도를 판별할 것인가. 또 겉으로는 해외 자본의 형식을 취하지만 국내의 검은 돈이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해 우리나라에 역투자 형식으로 유입된다면 거기에서 배태될 폐해를 누가 막고, 감당할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에서는 엄청난 윗돈이 붙은 영리병원 매각 정보가 떠돌아다닐 것이고, 영리병원을 둘러싼 투기경쟁은 의료의 본질을 심각하게 비틀어댈 게 자명하다. 돈줄에 따라 수많은 의사들이 우왕좌왕 몰려다니며 우리나라 의료인력 수급체계와 의료 전달체계의 지형을 바꾸는 심각한 교란현상이 발생할 것임을 아는 일은 오히려 초보적이다. 영리병원이 우리 사회 분열의 본질이기도 한 계층간의 갈등과 대립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되는 일도 두렵다.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의료분야에서 이런 갈등을 겪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영리병원에 의해 선보일 상업의료는 돈벌이에 단호할 것이며, 빈부와 지위를 가차없이 차등화할 것이다. 결국, 영리병원 도입의 귀결은 병원과 의료계를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으로 만드는 일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건백년지대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와중에 터져나온 영리병원 승인 소식이 세밑 국민들의 목덜미를 파고드는 칼바람보다 더 매서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영리병원 승인을 거둬 들이라”거나 “이 한번의 불찰로 무모한 영리병원 실험을 끝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그런 쪽으로 마음을 굳혀버린 결정권자들이 다른 곳에 눈길을 줄 것 같지가 않다. 이번 조치로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가 너무 크고 깊을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jeshim@seoul.co.kr
  • 2016 서울의 꿈을 소개합니다

    2016 서울의 꿈을 소개합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구청장은 거대도시 서울의 균형 발전을 책임지는 작은 시장들이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2016년, 서울 구청장들이 각 구의 특성에 맞는 새해 계획을 내놓았다. 25개 자치구가 각각 개성 있는 꽃을 키워, 올해는 백화제방(百花齊放)처럼 지방자치가 만발하고 ‘서울’이란 꽃이 활짝 피어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 시청팀 ■강서 남북 지나는 광역철도 건설 “강서의 교통을 사통팔달하도록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광역철도를 추진하겠다. 경기 부천에서 강서구청을 지나 강북으로 향하는 철도를 건설해 이동권을 확장하고 주민 불편을 줄이겠다. 마곡첨단도시·의료관광특구의 위상을 높이고 촘촘한 복지서비스를 지켜 나가겠다.” ■양천 민관 손잡고 복지 사각 해소 “이웃이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는 양천형 찾아가는 복지사업을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특히 올해는 민·관이 손을 맞잡고 복지사각지대 해소라는 결승선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한 해로 삼겠다.” ■구로 가리봉동 새로운 마을 공동체로 “한국 산업화의 중심이었던 가리봉동을 새로운 마을공동체로 탈바꿈시키겠다. 가족통합센터를 만들어 문화·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로공단의 삶을 돌아보는 역사관을 세워 과거와 현재를 조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균형발전도시, 지식·문화도시로 나아가겠다.” ■금천 공군부대부지 G밸리와 연계 “공군부대 이전 부지 12만 2666㎡에 SH공사와 협업을 통해 G밸리 배후지원시설을 만들어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라는 지역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고 청년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G밸리 성장동력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공공개발의 성공 모델로 만들어 나가겠다.” ■관악 토종 씨앗 심는 친환경 도시 “관악은 올해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친환경도시로 거듭난다. 삼성동에 1만여㎡ 규모의 관악산 도시농업공원을 만들고 토종씨앗을 보급하는 채종업, 양봉 등에 나설 것이다. 또 상자 텃밭과 자투리 텃밭도 확대하는 등 텃밭도시 관악을 체험하도록 하겠다.” ■은평 악성 채무 줄여 금융 복지 실현 “심각한 가계부채가 삶을 압박한다. 금융 소비자 주권 보호, 서민 경제 성장의 디딤돌이 절실하다. 사회적 경제기금을 통해 악성 추심에서 주민을 구제하고 금융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자립을 도울 예정이다. 따뜻한 공동체와 나눔의 경제로 주민의 삶을 지키겠다.” ■서대문 ‘주빌리’로 서민 고통 덜기 “올해는 주거복지, 일자리 창출, 공동체사업을 중점 추진함과 동시에 주민의 악성 부채 탕감에 나선다. 악성 채무를 해결해 일반 가정의 건전성을 높여 주는 ‘주빌리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악성 채권추심으로 고통받는 서민이 없도록 할 것이다.” ■마포 교육·문화로 주민 자존감 ‘업’ “올해는 ‘함께 꿈꾸는 마포, 교육문화도시로 가자!’란 구호가 마포주민의 일상 속에서 실현될 것이다. 주민 한 명 한 명의 자존감을 세워 주는 다양한 교육·문화사업을 확대하고 위기에 내몰린 소외계층을 위해 빛이 되는 복지정책을 실천하겠다.” ■영등포 문래예술창작촌을 관광지로 “쇳소리와 북소리가 어우러지고 허름한 식당 간판조차도 작품이 되는 문래예술창작촌, 차가운 철과 뜨거운 예술이 함께하는 이곳에 앵커시설인 종합지원센터와 안내센터 등을 만들어 영등포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육성하겠다.” ■용산 복지 재단 세워 맞춤형 지원 “용산복지재단을 출범시켜 구민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겠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어린이청소년종합타운’을 옛 용산구청 자리에 올해 착공하겠다. HDC신라면세점 등 기업들과의 업무협약으로 구민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 ■성동 교육 특구, 평생학습관 신설 “융·복합혁신 교육특구 지정을 기반으로 ‘교육 때문에 찾는’ 도시를 만들겠다. 금호·옥수와 왕십리 지역에 일반계 고등학교를 신설하고 입시진학상담센터, 글로벌 영어하우스는 확대 운영하려 한다. 평생학습관 건립도 추진해 전반적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겠다.” ■성북 미래 키우는 아동 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성북에서 나아가 아동친화국가로 가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아동친화도시가 국가적 의제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한다. 또 마을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추첨제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하는 등 주민을 정책 참여자로 만들겠다.” ■종로 아동 친화 조례·의회 구성 “2017년 유니세프 인증을 목표로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3월까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정책과제를 발굴할 것이다. 아울러 근거 조례 제정, 아동의회 구성 등을 추진한다.” ■동대문 청량리 재개발로 동부 거점화 “청량리 4구역 개발을 시작으로 청량리역 주변이 ‘젊음의 거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에 나서겠다. 이를 통해 동부서울의 성장거점도시로 거듭나겠다.” ■중구 ‘정동야행’ 등 문화 자원 발굴 “서소문역사공원, ‘정동야행’, 필동 서애대학문화거리, 성곽예술거리 등 무궁무진한 역사문화자원을 키워 가겠다. 숨은 자원을 보물처럼 빛내 줄 명소 사업에 속도를 내고 미래인재 육성과 밀착복지 등 구민 행복을 견인할 정책 수행에 열정을 다하겠다.” ■중랑 코엑스 조성·면목패션지구 추진 “‘자생력 있는 자족도시, 머물고 싶은 정주도시’로 자리매김하게 계속 노력하겠다. 중랑 코엑스(COEX) 조성을 가시화하고 면목동 136 일대가 ‘면목패션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되도록 하겠다. 또 중랑형 복지와 교통체계를 완성하겠다.” ■노원 공교육 띄우고 격차 줄이고 “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최우선인 사람 중심의 도시, 일자리가 조화로운 자족도시, 수준 높은 문화가 풍요로운 도시,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녹색 미래도시를 만들겠다. 또 민·관·학 협력체제를 강화해 공교육 활성화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 ■도봉 서울아레나로 창동 살리기 “서울아레나를 축으로 창동 신경제중심지 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 서울아레나는 당초보다 1년 이상 앞당긴 2017년 말에 착공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창동을 다양한 볼거리와 독특한 스토리가 있는 문화도시로 만들겠다.” ■강북 근현대사기념관, 역사 벨트 완성 “올봄에 개관하는 근현대사기념관과 연말에 개통하는 우이~신설 경전철 개통에 발맞춰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 근현대사기념관에 이어 우이동 가족캠핑장, 진달래 도시농업체험장 등 역사체험을 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 ■광진 광장동 시설 지하화 민원 해결 “광장동에 체육공원을 조성하고 현재 광장동 사업부지 지상에 있는 광장집하장과 제설발진기지, 건설자재 보관 시설 등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공공시설물을 지하화한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공공시설물 자원 관리가 가능하게 하겠다.” ■강남 영동대로 지하 공간 통합 개발 “영동대로 지하를 관통하는 6개 광역교통의 환승시설 구축을 위해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을 추진하고 해외 관광객 800만 시대를 열겠다. 테헤란로에는 2017년까지 6000명의 인력을 유치하고 매년 2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 ■서초 전국 첫 ‘아버지센터’ 건립 “아이와 엄마, 가족 모두가 활짝 웃는 건강하고 즐거운 보육·교육 환경을 만들겠다. 내년에 국공립어린이집을 13곳 늘리고 권역별 육아지원센터도 만들겠다. 또 전국 최초로 ‘아버지센터’를 만드는 등 ‘일과 가정생활’이 균형을 이루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 ■송파 교통안전체험관 설립 ‘안전도시’ “세계가 인정한 ‘WHO 공인 안전도시’에 걸맞게 모든 지역에서 주민이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 2016년에는 교통안전체험관을 만들고 각종 생활 범죄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폐쇄회로(CC)TV와 24시간 통합관제센터 운영 등에 나서겠다.” ■동작 30년 로드맵, 미래 먹거리 만든다 “미래 30년의 로드맵인 도시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 수산시장 2단계 부지 개발과 한강문화관광벨트를 포함한 관광활성화 방안을 연계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 한국문학관도 유치한다. 범죄예방디자인 기본계획을 만들어 ‘안전 동작’의 원년으로 삼겠다.” ■강동 고덕상업복합단지 본격 추진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는 서울 동남권의 경제지도를 바꿀 강동구 최대 프로젝트다. 이케아와 대형 복합쇼핑몰을 유치해 청년층과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연 1000만명 이상이 찾는 동부수도권 경제중심지로 도약하겠다.”
  • 매봉산 자락 ‘비밀 석유창고’… 40년 만에 시민 문화기지로 변신

    매봉산 자락 ‘비밀 석유창고’… 40년 만에 시민 문화기지로 변신

    마포의 석유비축기지가 시민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제1차 석유파동 이후 1976년 만들어진 마포의 석유비축기지가 40년 만에 변신하는 것이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29일 마포석유비축기지의 문화 공간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2017년 4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상암 월드컵경기장 옆 매봉산 자락에 있는 석유탱크는 총 5개이며, 건설 당시부터 1급 보안시설로 분류돼 시민들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됐다. 24년간 석유탱크로 사용되다 2000년에 2002 한·일월드컵 개최 준비를 위해 폐쇄됐다. 시는 지난해 8월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을 선정, 이달 착공에 들어갔다. 1번 탱크는 해체해서 공연, 강의를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한다. 탱크를 해체하고 남은 콘크리트 옹벽에 유리로 만든 벽체와 지붕을 새로 붙여 극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파빌리온으로 재탄생한다. 2번 탱크는 최대 440명을 수용하는 실내·외 공연장이 되며, 3번 탱크는 학습 공간으로 남는다. 중동 산유국의 석유 무기화 정책으로 원유값이 폭등하자 기름통을 들고 주유소에 장사진을 쳐야만 했던 석유파동 당시의 경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진다. 4, 5번 탱크는 전시장으로 조성되는데 유리 천장으로 쏟아지는 햇빛과 탱크 내부의 파이프 기둥이 어울려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신비로운 느낌의 공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 2번 탱크에서 해체된 철판은 재활용해 서울의 도시재생과 관련된 자료가 담길 정보교류센터 건축에 쓴다. 석유비축기지의 주차장은 공원으로 만들고, 산책로도 조성된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산업화의 대표적 유산인 석유비축기지는 최대 1100여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마포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미래로 가는 농업] ‘스마트팜’ 온도·습도 分 단위 관리… 농가소득 ‘쑥쑥’

    [미래로 가는 농업] ‘스마트팜’ 온도·습도 分 단위 관리… 농가소득 ‘쑥쑥’

    전남 화순에서 23년째 토마토 농사를 짓는 배진수씨는 2011년 네덜란드 농촌 마을의 원예 생산기법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매일 새벽에 나가 일일이 살피지 않아도 비닐하우스가 알아서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를 조절하며 최적의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농장 주인은 집 안에서 틈틈이 스마트 기기를 들여다보며 농작물의 상태를 확인했다. 배씨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토마토 상태에 대한 정보를 분(分) 단위로 축적, 분석해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후 생산량은 55%나 올랐다. 밭에 나가 일하던 시간은 반으로 줄었다. 배씨는 “무엇보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도 마음 졸이지 않아도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장착한 농촌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비닐하우스에 각종 센서와 모니터를 설치하고 인터넷으로 연결해 언제 어디서든 농작물을 살필 수 있다. 28일 서울신문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 의뢰해 분석한 스마트 영농 실태에 따르면 ‘스마트팜’(ICT를 기반으로 한 농장)은 769㏊에 이른다. 올해 전국 12개 마을에 364㏊의 작물 농장과 156호의 축산 농장 스마트팜을 조성한 정부는 2017년까지 4000㏊ 농장을 스마트팜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는 현대화 시설을 갖춘 전체 온실의 40% 수준이다. 스마트팜은 분 단위로 축적한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해마다 일정 수준의 수확이 가능하다.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도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 서울대가 최근 스마트팜 성과를 분석한 결과 생산성은 25.2%, 품질은 12.0% 증가했다. 고용인건비는 9.5% 줄어 농가 소득이 31%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스마트팜은 농작물 재배뿐만 아니라 ICT를 통해 원격 의료를 지원하는 등 궁극적으로는 창조적인 마을을 조성하는 데 (지향점이) 있다”면서 “내년 초에는 토마토 농장을 대상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관리 모델을 개발해 시범 보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업의 ‘6차 산업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수산업을 기반으로 2차 산업인 제조업과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결합한 것이다. 예컨대 충남 논산의 영농조합인 궁골식품은 2009년 지역 주민들이 힘을 합쳐 전통 장류 사업을 시작했는데,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 담그기 체험 서비스 등을 접목해 수익을 내고 있다. 매출액도 2013년 1억 8000만원에서 1년 사이 4억 4000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정부는 6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에는 지역특구와 연계한 규제 특례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예컨대 장류로 유명한 전북 순창이나 와인 특구인 충북 영동 지역에는 농업보호구역에 체험·음식·숙박 시설이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교육부 협의를 통해 자유학기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분열의 정치인, 통합의 정치가

    [최동호 새벽을 열며] 분열의 정치인, 통합의 정치가

    현재 우리가 당면한 정치적 상황은 국정의 난맥이다. 중요 입법은 정지되어 있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인에게 있다. 야당은 분열되고 여당은 계파로 충돌하며, 정부는 국회를 향해 입법을 하라고 하지만 소통의 벽은 높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치인들은 거의 관심이 없다. 국회의원들은 오로지 내년도 총선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 같다. 국민들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줄 정치인이 없을까 하고 돌이켜 볼 즈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작고했다. 국민적 관심은 한곳으로 모였고 퇴임 후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던 그의 업적은 대대적으로 재평가되었다. 그는 온몸으로 군부 독재와 싸우면서 민주화를 이루어낸 거인으로 부각되었다. 1983년 그의 단식 투쟁은 억압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마침내 정국을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산업화 시대를 넘어서는 민주화를 성취한 정치가로서 그의 업적은 20세기 후반 한국의 정치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그의 절규는 국민들의 가슴 깊이 새겨진 명언이었다. 또한 그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고 당의 통합을 주도하여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고, 군부 세력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일을 근절시켜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물론 그에게도 약점은 많다. 임기 말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든가 친·인척 비리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던 것은 그의 오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분열과 정쟁을 일삼는 오늘의 정치인과는 판연히 구별되는 정치가이다. 임종 직전 그는 마지막 명언을 남겼다. ‘통합과 화합’이라는 두 말로 집약된 그의 유언은 오늘의 정치적 상황을 누구보다도 통렬하게 꿰뚫는 명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분열과 지리멸렬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통합의 정치인이야말로 오늘날 국민적 답답증을 풀어주고 나라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지도자가 될 것이다. 분열의 정치인은 국민적 관심을 호도하여 자신의 인기를 높이는 데는 민감하지만 정작 국민이 원하는 국가발전은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항상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한다고 떠들지만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데 우선하지 국민의 고통과 국가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본연의 임무인 국정감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호통이나 치고 있다가 막판에 예산을 졸속 처리하면서 정작 뒷전에서는 지역구 예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이는 그들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분열의 정치인들이 골몰하는 것은 지역구 표 계산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공천될 것인가 여부이다. 그들에게는 국가 목표나 미래의 국가 전략은 관심 밖의 일이다. 당장 오늘의 당락이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한 이합집산은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런 분파적 이야기들은 머지않아 유권자들의 머리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면피용 사과나 한번 하면 끝날 일을 가지고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말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그러한 정치인들을 국민들이 매번 선출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들은 정쟁을 통해 양심적인 정치인들을 도태시키고 이합집산의 명수들을 다시 선출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조직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치 생명을 던질 수 있는 통합의 정치가이다. 권모술수의 탈을 쓴 정치인들이 다시 국회에 진출한다면 국민들은 그들의 볼모가 되어 울분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한 많은 국민들은 그를 대통합의 정치로 민주주의를 확립시킨 정치가로 기억할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감동과 희망의 정치가 펼쳐져야 한다.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현재의 정치적 혼돈을 슬기롭게 돌파해야 한다. 내년도 총선에서 온 국민이 투철한 눈으로 대통합의 정치가를 탄생시키는 축복의 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경남대 석좌교수·시인
  • [열린세상] 新기후체제, 산림 역할 강화해야/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新기후체제, 산림 역할 강화해야/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거대한 적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거 세계대전이나 경제공황보다 무서운 기후 재앙을 겪게 될 것이다. 2007년 영국의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은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 산업화, 산림벌채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해 기후변화를 초래하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한 손실액이 연간 1조 달러에 이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계속되는 기후변화는 인류 문명의 붕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이전에 지구가 겪었던 몇 차례의 빙하기보다도 혹독한 생태계의 파국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산림의 사막화가 가져온 지구 생태계와 인류 문명의 소멸 과정을 지켜보았다. ‘문명의 붕괴’를 쓴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핵전쟁이나 새로운 질병보다 숲과 같은 환경파괴가 인류 문명의 더 큰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고, 존 펄린도 ‘숲의 서사시’에서 “세계 문명은 숲이 풍부한 지역에서 번성해 숲의 소멸과 함께 종말을 고했다”면서 숲의 파괴 과정과 결과를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고은 시인도 강연에서 “인류의 고향은 숲이다. 우리는 숲으로부터 은혜를 받으며 살아왔지만 인류는 문명이라는 미명 아래 숲을 파괴해 왔다. 그래서 지금 기후변화와 같은 재앙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로부터 벗어나려면 숲으로부터 사면(赦免)을 받아야 한다. 그 길은 지구의 숲을 복원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길은 온실가스 흡수원인 숲을 잘 지키고 가꾸며, 훼손된 숲을 복원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뿐만 아니라 모든 당사국들이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약하고 이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방법 중 산림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REDD+(Reducing Emission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사업이다. REDD+란 개발도상국에서 산림 황폐 및 감소를 막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활동으로 이에 필요한 재원은 선진국이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말한다. 신(新)기후체제에서도 산림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의 흡수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산림도 산불이나 산사태, 산림병해충 피해로 훼손되고 망가지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원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산림이 황폐화됨에 따라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0%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도 일부 열대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화전을 경작하기 위해 산림에 불을 놓아 숲이 망가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선 우선 화전 경작부터 막아야 한다. 이번 파리기후협정에서도 산림을 포함한 온실가스 흡수원의 보전과 증진 활동을 분명히 밝히면서 특히 개발도상국의 REDD+ 사업을 강조했다. 앞으로 개도국의 REDD+ 사업을 평가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체계는 지난 10년 동안의 협상을 통해 이미 마련됐고,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국가들은 REDD+ 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독일 민간연구소 저먼워치와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CAN Europe)가 발표한 2016 기후변화대응지수는 우리나라가 조사 대상 58개국 가운데 54위를 기록,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우리는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듯하다. 물론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새해부터는 과거 우리의 기적 같은 치산녹화 성공의 저력을 바탕으로 국제산림협력체계 구축과 저탄소 창조경제 모델을 제시해 기후변화 대응에도 모범 국가임을 보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 “우리 문화 지키는 일이라면 돈쯤은 낙엽처럼 태워야지”

    “우리 문화 지키는 일이라면 돈쯤은 낙엽처럼 태워야지”

    ‘풍류의 거인’ 앵보 한창기(1936~1997)가 탄생 80년 만에 고향 순천 땅으로 돌아온다. ‘앵보’는 어려서 징징거리기를 잘했다며 스스로 붙인 그의 필명이다. 오는 29~30일 순천대와 고흥군 문화회관에서 그를 기리는 창작 장르융합 공연인 ‘한창기- 80년 만의 귀향’이 열린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지킨 간송 전형필이 있었다면, 1970~80년대 한국이 근대화·산업화하던 시기에 남도 판소리 등 고유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한 한창기가 있었다. 그는 “사람이 의미 있는 일을 위해서는 돈을 낙엽처럼 태울 줄 알아야 한다”며 전통문화 유산을 모으고 보전하는데 일생을 바쳤다. ‘우리 문화 지킴이’였다. 한창기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뿌리 깊은 나무’ 발행인으로 먼저 기억된다. 1976년 최초의 한글 가로쓰기 월간 잡지로 파란을 일으켰다. 철공소를 대장간으로, 식당을 밥집으로 표기하는 잡지로 방언 등도 채록했다. 사라지는 한국어와 농부나 뱃사람 등의 이른바 ‘민중의 언어와 삶’을 복원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신군부가 권력을 잡자 ‘계급의식과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1980년 8월 잡지를 강제 폐간시켰다. 폐간 4년 뒤에 ‘샘이 깊은 물’이란 여성 잡지를 만들어 끈질기게 ‘뿌리 깊은 나무’의 실험정신을 이어 나갔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외워서 시험 보는 공부는 싫다며 당시에도 생소한 세일즈맨이 돼 미 8군에서 영어 성경책을 팔러 다녔다. 어느날 영국의 세계적인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사에 직접 편지를 보내 한국 지사장이 된 그는 브리태니커 전집을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 가장 많이 팔았다. 그 판매로 모은 돈으로 광화문에서 판소리 감상회 100회를 열어 사라져 가던 ‘판소리 다섯 마당’, 즉 춘향가·심청가·흥보가·수궁가·적벽가를 되살려냈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이 미국 록음악이나 통기타 문화에 심취해 무시하던 우리 민중, 서민의 생활 속에 뿌리내린 판소리를 보존하고자 노력했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박인규(58) 남추문화재단 설립추진위원은 “서울 사람들은 애타게 못 잊어 하는 그를 정작 고향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며 “현대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남도의 큰 인물을 기억하고, 그가 거둔 성과를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KBS PD 출신으로 정년퇴직 후 낙향해 이번 공연을 연출하게 됐다. 그는 “모든 세대가 함께 떠들썩하게 즐기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통찰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전의 모습을 담은 스크린 영상을 시작으로 퓨전국악, 명창 판소리, 상여소리, 씻김굿, 춤패, 퍼포먼스 등으로 꾸며졌다. 1시간 10분 공연으로 입장료는 무료다. 고향인 순천 낙안읍성 옆에 지난 2011년 개관한 ‘순천시립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에 그의 유품 8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해질 녘 서해, 솔숲 구름 위에서 본 적 있나요?

    [명인·명물을 찾아서] 해질 녘 서해, 솔숲 구름 위에서 본 적 있나요?

    ‘삽상한 냄새가 날아올 듯한 푸른 송림, 하얀 포말과 함께 부서지는 파도가 넘실대는 청정한 겨울 바다….’ 공중에서 약간의 스릴과 함께 이를 한꺼번에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충남 서천군 ‘장항스카이워크’다. 부산 오륙도, 강원 정선 변방치, 울산 당사항 등 전국에 5개의 스카이워크가 있지만 장항스카이워크는 길이가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배경아 서천군 공공문화시설사업소 복합문화시설팀장은 “높이 15m에 길이 236m의 공중 데크를 걸으면 큰 광장처럼 펼쳐진 소나무 숲과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겨울 풍경의 묘미를 맘껏 즐길 수 있다”면서 “시범운영 기간이 일단 이달 말까지이고, 정식 운영에 들어가면 1000원 안팎의 입장료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스카이워크는 장항읍 송림산림욕장에 설치됐다. 욕장 중간에 나선형 입구가 있다. 98개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소나무 숲이 바로 발아래로 펼쳐진다. 소나무 맨 꼭대기 가지들이 데크에 닿을 듯 살랑거린다. 소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정겹기도 하다. 들판처럼 넓게 펼쳐진 푸른 솔숲이 장관이다. 장항송림산림욕장은 50년은 족히 넘은 곰솔로 가득하다. 전국 해안 사구(모래언덕)에 있는 유일한 곰솔 숲으로 널리 알려졌다. 염생식물의 서식지를 만들고 바닷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숲이다. 폭 2~4m에 그물 형태의 하늘길인 스카이워크 철제 데크를 걸으면 밑바닥이 아득해 스릴이 느껴진다. 구름을 타고 소나무 위를 걷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지난 10일 비가 내리는데도 이곳을 찾은 이옥련(60·전북 완주)씨는 “철망 밑으로 바닥이 보여 무척 무서웠는데 붕 떠서 계속 가는 거 같아 재미가 있더라”면서 “비록 날씨가 흐려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지만 공중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눈이 다 시원했다. 맑은 날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데크는 바닷가 옆으로 이어진다. 데크 끝이 바다 쪽으로 뻗어 큰 기둥이 받치는 구간도 있다. 데크 난간에 기대 푸른 바다를 감상하기에 딱 좋다. 데크에 서면 유부도 등 몇몇 섬들이 보이고 데크 옆으로 백사장이 펼쳐진다. 모래가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해 봄에 사람들이 몰려와 모래찜질을 하는 곳이다. 그 앞으로는 갯벌이 이어져 가족 단위로 찾은 관광객들이 사계절 내내 조개잡이 등 갯벌체험을 즐긴다. 밀물이 백사장까지 밀려와 바다 쪽으로 뻗은 데크의 기둥이 물에 잠기면 배에 올라탄 느낌마저 든다. 배 팀장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서해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낙조를 보면서 끊임없이 탄성을 지르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고 말했다. 눈을 돌리면 옛 장항제련소의 거대한 굴뚝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때 세워져 근대산업화의 상징으로 교과서에 사진까지 실렸던 유명 장소지만 몇 년 전 토양오염 논란을 낳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토양정화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그 모습이 뛰어난 자연생태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스카이워크의 또 다른 이름은 ‘기벌포 해전 전망대’다. 스카이워크가 있는 금강 하구 일대가 기벌포다. 기벌포는 동북아 최초의 국제전과 해상 함포전이 벌어졌던 곳으로, 역사까지 알면 스카이워크 관광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신라는 676년 이곳에서 설인귀가 이끄는 당나라 수군을 몰아내 삼국통일에 마침표를 찍었고, 왜구 때문에 위기에 빠져 있던 고려 말 최무선이 발명한 화약과 화포로 500여척의 왜선을 격멸시킨 장소도 이곳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카이워크는 지난해 1월 착공해 지난 3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사업비는 47억 9000만원이 들어갔고, 절반은 국비로 지원됐다. 김지훈 서천군 주무관은 “송림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경관이 너무나 빼어난 곳이어서 이들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매달 평균 2만 3000명 가까이가 이곳을 구경했다. 8월에는 3만 7000여명이 찾아 가장 많이 몰렸다. 스카이워크를 내려오면 데크 아래로 펼쳐졌던 소나무 숲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산림욕장답게 힐링하기에 좋다. 3.5㎞의 산책로가 나 있다. 그동안 주민들이 주로 오가던 길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정비사업에 들어가 지난달 끝났다. 낡은 시설을 바꾸고 이정표와 안내판, 가로등 등을 교체했다. 주차장도 넓히고 맥문동 꽃길도 조성했다. 길옆으로 하늘로 쭉쭉 뻗으면서 늘어선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호젓하게 흙길을 밟는 느낌이 각별하다. ‘국가공단을 포기하고 얻은 솔바람 곰솔숲’이란 입간판도 보였다. 바닷가로 걸어가는 길도 새롭게 만들어 놓았다. 스카이워크 주변에는 생태 관련 전시관이 많다. 걸어서 5분 거리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있다. 해양생물 다양성 전문 연구기관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전시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로비에 세워진 대형 ‘씨드뱅크’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액침표본 5100점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이 검색기로 해양생물 표본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길이 13m의 보리고래 등 거대한 고래 골격 표본도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차를 타고 7분 정도 가면 국립생태원이 있다. 관련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지난해 1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됐다. 에코리움에는 식물 1900여종과 동물 230여종이 2만 1000㎡가 넘는 공간에 전시됐다. 기후대별로 생태계가 재현돼 이해하기 쉽다.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등으로 꾸며져 있다. 어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이 살아 숨 쉬고 있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장항국가산업단지 건설을 포기하는 대신 정부가 지어준 게 해양생물자원관과 생태원이다. 장항스카이워크를 걸은 뒤 두 전시관까지 돌면 이날만큼은 수려한 자연 감상과 생태 공부를 한꺼번에 하는 일석이조의 관광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글 사진 서천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농어촌청소년대상-본상] 농업 김일중씨, 재배·체험… 농업 ‘6차 산업화’ 시도

    [농어촌청소년대상-본상] 농업 김일중씨, 재배·체험… 농업 ‘6차 산업화’ 시도

    ●농업 김일중씨 한국농수산대학 화훼학과를 졸업한 뒤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기 용인 소재 3300㎡의 ‘쭝이랑’ 농장에서 딸기와 토마토를 재배하면서 수확, 잼과 샌드위치 만들기 등의 체험 현장을 제공해 9000명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거둔 소득만 8300만원이다. 지역 4H뿐만 아니라 국제 4H 행사에도 적극 참여해 다양한 봉사활동과 한국 4H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 경북, 자연 닮은 첨단 청색기술 산업화

    경북, 자연 닮은 첨단 청색기술 산업화

    경북도가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청색기술’ 육성을 위한 시도에 나섰다. 자연에서 나오는 기술로 불리는 청색기술은 전 세계 과학자들로부터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와 신산업 육성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도는 초기단계 산업인 청색기술을 선점해 고부가 산업화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추진 중에 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도는 청색기술 관련 전문가와 교수, 연구원 등으로 ‘청색기술의 산업화를 위한 정책협의회’를 구성, 이달부터 경북을 청색기술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에 들어갔다. 또 내년 2월까지 ‘청색기술 융합센터 구축 기본구상’에 관한 연구용역을 마무리 짓고 산업화에 나서기로 했다. 주요 연구 내용은 ▲자연모방 신물질·재료와 생태도시·건축기술 개발 ▲벼룩·잠자리의 탄력성을 모방한 탄성 신물질, 거미불가사리를 활용한 광통신기술 개발 ▲청색기술 융합사업화 지원센터 운영 등이다. 도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구체적인 업무 협의를 추진해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방침이다. 도는 이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경산시 일원 부지 5600여㎡에 국비 300억원 등 총 500억원을 들여 청색기술 융합센터(지상 5층, 연면적 11만 5500㎡ 규모)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청색기술 모델과 다양한 프로세스 요소들을 연구·발전시켜 융합산업화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경산은 12개 대학과 190여개의 각종 연구시설, 2600여개의 기업체 보유 등의 이점을 지녔다. 국내외에서 응용되는 청색기술의 경우 일본 신칸센은 고속 운행에 따른 소음 해결을 위해 물총새의 길쭉하고 날렵한 부리와 머리를 본떠 열차 앞부분을 디자인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있는 세계 최초의 자연 냉방 건물은 흰개미의 둥지를 모방한 설계로 한여름에도 22도 정도를 유지하도록 해 연간 350억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자연에서 나온 청색기술을 응용해 개발된 것들이다. 미국의 컨설팅 전문기관인 FBE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청색기술 시장은 2025년까지 3500억 달러, 전 세계 시장은 약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5년간 500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지고 일자리도 35만개 이상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철 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청색기술의 모델인 자연의 식물과 동물, 생태계는 38억년의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최적화된 다양한 해결책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청색기술은 앞으로 생태학, 생명공학, 정보통신기술, 로봇기술, 재료기술, 기계기술, 물리, 화학, 지질학 등 모든 분야에서 융합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용어 클릭] ■청색기술 생물체에서 영감을 얻거나 본떠 문제를 해결하는 자연 중심형 기술. 청색기술의 목표는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경제 효율성이 뛰어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물질을 만드는 것이다.
  • [The Best 시티]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문래동 예술촌·지역 주민 간 유대 관계 돈독히 할 것”

    [The Best 시티]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문래동 예술촌·지역 주민 간 유대 관계 돈독히 할 것”

    서울 영등포구 문래3동은 기묘한 곳이다. 1980년대 수천개의 공장이 돌아가던 이곳은 현재 1230개의 철공소가 남아 여기가 한국 산업화와 공업화 역사의 현장임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군데군데 빈 철공소 건물을 예술가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이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 지 10여년이 훌쩍 지나면서 과거 철공소 골목으로 유명하던 문래동은 이제 예술촌으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초기에는 회화, 설치, 조각, 일러스트, 사진 등을 하는 예술가들이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춤, 연극, 마임, 거리공연 등 다양한 예술가가 작업실을 꾸리고 있다. 문래동 예술촌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인과 지역 간 관계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늘어난 예술인을 그냥 놀려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방과후 진행하는 예술·문화교실에 예술인들이 설 수 있게 만들었다”며 “이들 덕분에 우리 지역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수준 높은 예술·창작교육을 받게 됐다”고 자랑했다. 예비 사회적기업 보노보C 이소주 대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과 예술인들 간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문래동 예술촌이 뜨면서 이곳도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 등이 떠나는 현상) 문제가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문래동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작가는 “지난해보다 월세를 10만원 올려 줬다”며 “문래동이 유명해지면서 젊은이 취향의 식당과 커피숍이 늘어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아직 본격적인 개발 압력이 적어 당장의 고민은 아니지만 대비책은 필요하다”면서 “커다란 건물에 작업실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작가들이 공동체를 꾸리고 또 지역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공공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 구청장은 “개발 과정에서 지역의 소중한 문화 자원을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일단 관과 민간, 예술인 등이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경제 블로그] ‘능력만큼 대출’ 정책에 서민들 한숨

    [경제 블로그] ‘능력만큼 대출’ 정책에 서민들 한숨

    정부가 지난 14일 가계대출을 옥죄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대출자의 빚 갚을 능력을 깐깐히 따지고 처음부터 원금을 갚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인데요. 내년 2월(수도권)부터 새 기준이 적용되면 소득 증빙이 힘든 자영업자나 빚을 많이 진 대출자는 집을 담보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집니다. 물론 정부가 퇴직, 행방불명, 의료비, 학자금 등 불가피한 사정을 예외로 두긴 했습니다. 하지만 생활자금 용도로 쓰는 돈 중에는 일상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나 자녀 결혼자금처럼 증빙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발 금리 인상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예견하기 힘든 현시점에서 가계빚을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도 당장 쓸 돈이 빠듯한 서민들은 ‘능력만큼’ 빌리라는 정부의 선언 앞에 한숨이 깊어집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모바일 간편결제 수단 경쟁 등으로 설 자리가 좁아진 신용카드사들이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이들을 유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꼭 기후변화협약을 보는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 기후협약은 ‘산업화 단물’을 다 맛본 선진국과 이제 시작하는 개발도상국이 협력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내용인데요. ‘부동산 버블’ 때 재미를 볼 만큼 본 부자들과 빚내서 집 한 칸 겨우 마련한 서민들이 동일하게 손잡고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물론 가계빚을 줄이고, 빚내라고 권했던 정책을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2금융권 ‘풍선효과’나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에 대해 좀 더 꼼꼼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어찌 됐든 대출 옥죄기가 서민 목죄기가 되면 안 되니까요.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신기후체제 ‘파리 협정’ 채택] 선진국, 年1000억弗 개도국 지원…발효기준 충족 시기가 관건

    [신기후체제 ‘파리 협정’ 채택] 선진국, 年1000억弗 개도국 지원…발효기준 충족 시기가 관건

    ‘일단 자축하자. 그리고 내일부터 모두 실행에 나서자.’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12일(현지시간) 신기후체제 합의문이 채택된 순간 모두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며 품었을 생각이다. 산업화 시대 이전보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이상 오른 지금,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은 파리 협정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협정 이면을 보면 선진국과 개도국 간, 산유국과 비산유국 간 이해관계를 하나씩 절충한 모습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를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제한하고,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노력한다’는 공동 목표를 향해 196개 당사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 의심이 제기됐다. 당장 55개국 이상, 글로벌 배출량의 총합 비중이 55% 이상에 해당하는 국가가 비준해야 하는 발효 기준이 언제 충족될지 불투명하다. 파리 협정에 따라 2020년 이후 선진국들이 떠안은 짐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돕기 위해 최소 1000억 달러(약 118조원)씩을 매년 지원하고 2025년부터 지원액을 갱신한다”는 규정이다. 숲 보존 노력도 강조됐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선진국이 기피하던 ‘의무 조항’은 삽입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기후변화 적응 과정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사라지는 섬나라 등에 대한 손실·피해 지원에 법적 구속력을 두는 것을 꺼려 왔다”고 전했다. 역으로 개도국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감축 책임을 떠맡게 됐지만, 당사국이 자체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는 데다 개도국에 대한 기대치가 선진국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제사회가 5년 단위로 점검하는 이행 점검 시스템을 만들고, 각국이 5년마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각국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게 협정의 기본 정신에 녹아 있어서다. 파리 협정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던 산유국도 한숨 돌린 분위기다. 파리 협정 당사국들은 ‘인류 활동에 의한 가스 배출량이 흡수원의 가스 흡입량과 균형을 맞추도록 급속 감축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2050년으로 멀리 잡은 데다 ‘실질적 배출량이 순제로(0)인 탄소 중립이 되도록 한다’는 초안에 비해 화석연료 사용 감축 제한 강도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COP21에서 한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추정치의 30%, 2030년 추정치의 37%를 줄이겠다”던 기존 로드맵을 가다듬어 감축 목표 및 실행계획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씨줄날줄] 서울역 고가정원/강동형 논설위원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먹을거리에서부터 옷차림까지 무엇이든 ‘변신은 무죄’라는 말을 붙이면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 말 속에서 발전적인 변화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서울역 고가도로 위 차량통행이 어제 0시부터 금지됐다. 서울시는 이곳을 정원으로 꾸민 뒤 2017년 시민들에게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사업 이름이 이채롭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0년에 완공한 이곳을 2017년 공원으로 단장한다는 의미에서 붙였다고 한다. 서울에 고가도로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이다. 자동차 수가 급증하고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도심 곳곳에 등장했다. 도로건설 기술력을 보여 주는 것으로 고가도로만 한 것이 없었다. 경제성장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서울에만 모두 111개의 고가도로가 건설됐다. 지금까지 철거된 입체도로 및 고가도로는 모두 18개, 아직도 83개가 남아 있다. 초기에 건설된 고가도로는 지하철이 건설되고 버스전용차로가 생기면서 서서히 생명을 잃어갔다. 여기에 시설물마저 노후화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상권을 해치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아현고가도로는 서울에서 가장 먼저 준공한 고가도로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아현고가는 중구 중림동과 마포구 아현동을 잇는 차도로 1968년 준공했으며, 지난해 철거됐다. 최근 고가가 지나던 곳에 버스 전용차로가 완공됐다. 고가도로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청계고가도로다. 3·1 고가도로라고도 불렸다.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역점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놓고도 처음에는 서울시 공무원 사이에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지금도 복원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하는 이들이 있지만, 복원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도시에서 걷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만 한 곳이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아예 자신의 호를 ‘청계’라고 지었다. 청계천 복원 준공식에는 당시 대통령이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다. 서울역 고가의 공원화 사업과 청계고가 철거는 다르면서도 닮은 데가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가 고가도로의 ‘변신 사업’이라면, 청계고가 철거는 ‘복원사업’이란 점이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면에서 두 사업은 지향점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는 박원순 시장이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둘러보고 벤치마킹해 즉흥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들인 돈에 비해 효과가 작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박 시장은 ‘서울역 고가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사설] 신기후체제, 성장동력으로 삼는 역발상하길

    ‘신기후체제’ 시대가 열렸다.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을 채택하면서 13일 폐막했다. 파리 협정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한다. 선진국들이 주도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개발도상국까지 포함한 195개국이 참여하면서 명실상부한 전 지구적 기후체제가 출범한 셈이다. 이들 195개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견해차가 큰 상황에서 합의 도출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파리 협정은 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에 해당하는 55개 이상 국가의 비준을 거쳐 내년 4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고위급 서명과 함께 발효된다. 파리 협정은 일견 느슨해 보이기는 하지만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실천해 나가고, 5년 단위로 공동으로 검증토록 해 어느 정도 구속력도 갖췄다. 장기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이 권고한 섭씨 2도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진국을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한 파리 협정은 획기적이라 할 만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장정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강제력이 없으면 ‘선언’에 그치기 쉽다. 강력하고도 구체적인 각국의 이행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럴듯한 수사에 그칠 수도 있다. 우리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온실가스 감축은 그 특성상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일심동체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파리 총회에서 BAU(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환경단체는 이것도 미흡하다고 주장하지만 업계는 벅차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파리 총회에 참석해 에너지 신산업으로 100조원의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기로만 보지 말고 새 산업동력으로 삼겠다는 역발상을 해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감축 이행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지구 온도 상승 1.5도로 제한 노력”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가 출범했다. 환경부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협정’을 채택하고 폐막했다고 밝혔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으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는 바람에 당초 예정된 종료 시한을 하루 넘겨 합의가 이뤄졌다. 1997년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18년 만에 출범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6개국이 참여했다. 신기후체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원 조성 등을 통해 환경과 경제·사회 발전의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게 된다. 국제사회는 장기 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했다. 쟁점이었던 국가별 기여방안(INDC)은 별도 등록부로 관리한다. 기여방안 제출은 의무화했지만 이행에는 법적 구속력을 두지 않았다. 대신 5년마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이행점검’을 실시한다. 첫 이행점검은 2023년에 실시할 예정이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대학도 한옥 바람…전북대, 한국적 캠퍼스 조성

    대학 캠퍼스도 한옥 바람이 불고 있다. 전북대는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사업’에 필요한 246억원의 사업비를 내년 예산으로 확보했다고 14일 밝혔다.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사업은 국제컨벤션센터 건립, 정문 한옥화, 둘레길 조성 등이다. 국제컨벤션센터는 총사업비 198억원을 투입해 전주 덕진공원 옆 옛 학훈단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 건평 6000㎡ 규모로 건립한다. 2019년 완공 예정이다. 신 정문과 구 정문도 한옥형으로 바뀐다. 백제대로변 신 정문은 한옥형 건물로 신축해 대학과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대학로변 구 정문은 전북대햄 판매장을 철거하고 한옥형 건물을 신축해 지역농업산업화연구센터와 먹거리 판매장, 편의시설 등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전북대는 또 신 정문에서 구 정문을 거쳐 덕진공원과 건지산을 잇는 캠퍼스 둘레길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은 “계획한 사업들이 차질 없이 완공되면 전북대는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톡!톡! talk 공무원] 조계동 대일항쟁기위원회 운영과장·정기례 행자부 주무관

    [톡!톡! talk 공무원] 조계동 대일항쟁기위원회 운영과장·정기례 행자부 주무관

    “마음에 없었던 게 아니지만 진짜 우연한 기회에 국악과 인연을 맺게 됐어요. 그런데 이젠 헤어지려야 헤어질 수 없다고 할 만큼 무엇보다 소중한 만남이죠.” ●행자부 국악 동호회로 인연 조계동(오른쪽·55)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위원회’(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운영과장과 정기례(왼쪽·52) 행정자치부 조사담당관실 주무관은 9일 이렇게 합창을 하듯 한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하지만 평소 공무원으로서 짬을 내기 어려워 언감생심 큰 욕심을 부릴 수 없는 처지여서다. 이들은 나란히 앉는 게 좋겠다는 제안에 “부부처럼 보이겠다”며 서로를 쳐다보고 마냥 웃었다. 주변에선 더러 “내무부 시절이던 1999년 첫발을 뗀 행자부 국악 동호회 ‘여명회’에서 허물없이 지내는 부러운 단짝”이라고 귀띔했다. 중앙부처 사물놀이 경연대회 등 굵직한 무대에서 수상실적도 꽤 올렸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동호회방에서 화요일 점심 때 1시간,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때 2시간씩 연습에 비지땀을 쏟는다. 조 과장은 2006년부터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 당시 고향이기도 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에 살았는데 국악학원에서 날마다 울려 퍼지는 대금 소리에 홀딱 반해 “이참에 도전해 보자”고 다짐한 게 계기였다고 한다. 이어 “우리 민족에겐 일종의 그런 DNA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든 춤추거나 노래하기를 유달리 즐기는 등 음악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말한다. 2010년엔 기왕이면 반주도 해보자며 벼르던 끝에 장고 과정도 마쳤다. 그는 “도시화·산업화에 떼밀려 낡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세태 속에 사라져 가는 전통장단을 생각하면 아쉽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정 주무관도 “언젠가 대금을 연습하려고 한강 고수부지에 갔는데, 옆에서 시끄럽다며 돌을 던지는 바람에 혼비백산한 바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후 (국악 사랑에)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정 주무관 역시 “알고 지내던 공직자로부터 ‘갓 출범한 여명회 총무 일을 좀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발을 들여놨다가 회원에 가입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들에게 공직과 국악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조 과장은 “이런 것부터 알아야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상대로 세계화를 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곤 “퇴직하는 2019년을 전후로 전통음악을 대중화, 국제화하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강남 스타일’로 대표되는 ‘싸이’의 음악들이 우리 풍물에 나타나는 엇갈림 박자나 사물놀이의 휘모리장단 등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서 국악의 세계화를 이끌 수 있는 희망을 엿봤다고 설명했다. ●“국악으로 제2 인생 살래요” 공간에 제약을 느낀 나머지 경기민요로 전향(?)한 정 주무관은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대학 전통예술공연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해 내년 2월이면 졸업장을 받는다. 앞서 입학한 조 과장의 권유를 받은 터였다. 최근 나란히 졸업공연도 무사히 마쳤다. 두 사람은 올해 7월 오스트리아로 함께 해외공연을 떠난 일을 가장 잊을 수 없다고 되뇌었다. 서울 강서구 국악관현악단 45명과 비엔나 한인문화관에서 외국인 관객 등을 상대로 1주일 내내 무대를 빛냈다. 항공료 등 참가비를 스스로 조달했을 뿐더러 휴가까지 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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