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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경의 유레카] 올림픽 메달과 노벨과학상

    [이은경의 유레카] 올림픽 메달과 노벨과학상

    리우올림픽 개막식에서 난민팀 입장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었다. 스포츠로 세계 평화를 이룩한다는 쿠베르탱의 올림픽 정신에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과도한 상업주의, 약물복용, 심판의 오심 등으로 도마에 오른 올림픽에 대한 비판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올림픽 메달은 감동과 기쁨을 주지만 다른 의미도 갖는다. 올림픽의 메달은 선수 자신에게는 노력에 대한 보상과 미래의 기회를 뜻한다. 국민들에게는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국가에는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부여한다.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으로도 작용한다. 김연아의 메달로 피겨스케이팅이 큰 인기를 얻었고 ‘김연아 키드’라고 불리는 유망주들이 크고 있다. 그렇다고 올림픽 메달이 정부의 스포츠정책의 목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스포츠정책의 목적은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 삶을 건강하고 즐겁게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올림픽의 메달은 이 목적을 위한 중간 단계나 수단일 뿐이다. 과학계에서 노벨상도 올림픽 메달과 비슷하다.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공식 인정받는다. 마찬가지로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연구 성과를 공식 인정받는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노력과 재능에 대한 보상과 명예이고 국가와 국민에게는 영광, 자부심, 관심을 촉발하는 이벤트라는 점도 비슷하다. 첫 올림픽 금메달과 첫 노벨과학상은 상징적이다. 1970년대에 한국은 스포츠를 통해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먹고살 만해졌음을 세계에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1976년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가 올림픽 첫 금메달을 땄을 때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다. 만일 한국 과학자가 노벨과학상을 타면 열광의 분위기는 그때보다 더할 것이다. 한국은 빠른 산업화를 이루었고 일부 분야에서는 선진국을 앞서고 있기도 하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연구성과 모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 한국의 과학기술을 대내외에서 인정받고 싶은 열망은 자연스럽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노벨과학상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민 모두 노벨과학상에 관심이 많고 기대가 크다.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다 역시나’ 하고 실망하고 일본이나 중국을 부러워하며 ‘우리는 언제쯤 받을까’란 질문을 반복한다. 정부는 노벨과학상이 목표라는 의도를 숨기기 어려운 기초연구 지원책을 펼쳤다. 외국 수상자들에게 한국의 수상 가능성을 물었을 때 “노벨과학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열심히 꾸준히 연구한 결과에 따라오는 것”이라는 답은 우리에겐 설득력 없게 들린다. 우리나라의 노벨과학상 열망은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의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6월 2일자에 한국의 과학연구에 대한 5쪽 짜리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첫 장에는 크고 굵은 글씨로 쓴 ‘남한의 노벨상 꿈’이란 표제가 선명하다. 기사는 한국의 연구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매우 유망한 연구 주제에 도전 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의 과학자 사회와 연구실 문화를 언급하면서 노벨과학상의 꿈을 위해서는 돈 말고도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숙한 내용이지만 세계적 학술지를 통해 읽게 되니 민망했다. 연구자 개인은 노벨과학상을 연구의 목표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국가의 기초과학 정책의 목표가 노벨과학상일 수는 없다. 노벨과학상 수준의 연구를 할 인재를 키우고 사회가 그들의 연구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도록 하는 것, 그래서 과학발전을 통한 국가발전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이 노벨과학상을 받더라도 수상자 개인의 영광을 넘어서는 사회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 [열린세상]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 상황 1. 탈북동포 3만명 국내 거주, 북한군 상좌 탈북, 중국 소재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빨치산 혈통 태영호 주영공사 가족동반 탈북 등 북한 핵심세력조차 탈북 대열에 합류, 북한 내 급변 사태 발생 가능성 급증. # 상황 2. 핵탄두 소형화,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핵보유국으로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능력 과시, 사거리 300~500㎞의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로 남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시도. # 상황 3.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강력 반발, 중국의 경제적 보복 우려 증가, 성주 주민의 사드 배치 강력 반대,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 반발. 성산포대가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더니 대통령 한 마디에 성주 내 제3지역 검토 등 국가 안보에 대해서도 당파적 이해에 따른 남남갈등 격화. # 상황 4. 제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 알파고 이후 빅데이터·사물인터넷·인공지능·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산업화의 물결 속에 무한경쟁 격화. 한국은 조선산업의 어려움으로 울산·거제지역 경제 초토화, 그런데도 노조는 무한정 파업 결의. 정보화에 도취돼 4차 산업혁명 시대 간과, 수많은 규제로 새로운 산업의 발목을 잡아 드론산업에서조차 중국보다 뒤처짐. # 상황 5. 우병우 민정수석·이석수 특별감찰관 진실 게임에 청와대 강력 대응, 여야 우 수석 사퇴를 놓고 합의된 추경예산 처리 파행, 여소야대 정국에서 청와대와 국회·언론 등 정면충돌.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상황 5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단기적 해결이 불가능하고 최선을 다해도 이루기 어려운 문제들뿐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우병우 수석 이슈 하나에 매몰돼 있다.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는 입증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우병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권과 일부 여권 인사, 언론을 과도한 정권 흔들기와 국기 문란 사태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처가 부동산 거래과정이나 진경준 검사장 인사 검증 문제, 부인과 소유한 개인회사 정강의 고급 차량 보유 및 사용 의혹, 아들의 의경 운전병 근무 등 많은 주장이 아직은 의혹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병우 수석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지금 우리나라가 마주한 위 문제들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할까.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시대적 과제들에 대해 중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화시켜 가면서 국익을 극대화시켜야 할 대통령과 청와대가 오히려 대결의 정치를 선언하고 나섰다. 여야가 힘을 합치고 기업과 노조가 한마음으로 협력해도 쉽지 않은 난제들을 앞에 두고 청와대는 우병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문제에 매몰돼 협치보다 대결을 선택했다. 19대 국회에서의 경험을 되돌아보자. 불신과 갈등 속에서 방황하다가 17년 만에 간신히 노사정 합의까지 이루었던 노동개혁이 물 건너갔고,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도 야당의 반대를 설득하지 못해 경제활성화 관련법들이 자동 폐기됐다. 대통령은 국회의 비효율과 야권의 무조건 반대를 질타했지만 20대 총선 결과, 국민은 오히려 여소야대를 선택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야당들과의 협치와 공생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던 대통령의 말씀은 어느새 사라지고 또다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 국면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유례없이 더운 여름날, 국민들을 더욱 짜증 나게 만드는 일은 제발 그만두자. 지긋지긋한 소모적 정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불신과 비난밖에 없다. 후세의 평가는 대통령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무엇을 달성했는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우병우 수석이 억울할 수도 있다. 의혹만으로 대통령을 흔들려는 정치권에 분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른 지도자는 지금 이 시점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가를 항상 자문하고 선택해야 한다. 백번을 고쳐 생각해도 청와대와 정치권이 지금 우병우 수석 문제를 가지고 정면충돌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선이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은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협치는 고사하고 서로 불신만 커지는 길로 접어든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그로 인한 부정적 결과는 고스란히 가엾은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 [월요 정책마당] 청년여성들의 열정을 응원하는 법/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월요 정책마당] 청년여성들의 열정을 응원하는 법/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교사에서 정보기술(IT) 기업인, 국회의원,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30년 남짓 밟아온 다채로운 이력이 남들 보기에 무척 흥미로운 모양이다. 화려해 보이는 경력 뒤에는 나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잠 못 이루며 절치부심하던 20대 청춘이 있었다. 30여년 전 졸업 후 교원 임용이 보장되는 국립 사범대생이었지만, 언제 임용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그래서 일단 어떻게든 쓸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4학년 여름방학 기간 찾아간 곳이 피부미용기술을 배우는 곳이었다. 열의를 다했더니 나중에는 함께 일해 보자는 제안까지 받았다. 졸업을 앞두고는 임시교사라도 먼저 해서 실력을 키울 생각에 여러 사립학교에 이력서를 보내고 발로 뛰어다녔다. 발이 붓도록 다니는데 2월의 칼바람이 마음을 후려쳤다. 다행히 대구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실험조교 겸 물리강사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청춘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시기라지만, 더불어 가장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시기다. 우리 경제 규모가 한창 팽창하던 산업화시대에도 그랬을진대 오늘날 극심한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는 삶의 무게가 더욱 버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년 여성들의 심정은 더 절박할 수밖에 없다. 필기시험처럼 명확한 선발기준이 있는 곳에서는 그나마 비교적 나은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 때 여전히 남성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그래서 청년 여성들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돕고 꿈이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 여대생들이 사회 진입에 앞서 전 생애에 걸쳐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마음 자세와 중장기적 전략을 가질 수 있도록 청년 여성 경력개발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취업과 경력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젠더의식 훈련, 커리어코칭, 직무능력 훈련 등을 실시한다. 취업에 필요한 소양들을 맞춤형으로 가르치고 안목을 넓혀 줘서 여대생들이 선호하지만 남학생들에게도 호응이 높다. 둘째, 차세대 여성인재 육성프로그램으로 ‘청년 여성 멘토링’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 각 분야 여성 리더들과 여대생·사회 초년생들을 멘토·멘티로 연계해 전문지식과 노하우 등을 전수받게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총 9853팀이 만나 멘토링 훈련을 했다. 올해도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씨와 요리연구가 홍신애씨 등 20명이 대표멘토로서 200여명의 청년 여성들에게 나침반이 되어 주고 있다. 셋째, 청년 여성들에게 사회진출의 시야를 넓혀 주기 위해 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창업은 여성 인력 활용과 고용 창출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온다. 여가부는 올 4월 전국 14개 여대, 한국여성벤처협회,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청년 여성 창업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창업여풍 프러포즈, 창업경진대회 개최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특화업종 중심의 체계적 창업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또한 여성벤처기업협회와 협력해 청년여성들의 창업아이템을 심사해 1억원까지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모든 정책들은 청년 여성들을 위해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목표다. 열정페이가 논란이 된 이래 청년들에게 열정을 강조하기가 다소 어색하고 미안한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청춘이 지닌 가장 막강한 무기이자 화려한 옷이 바로 열정이라고 믿는다. 돌이켜 보면 내게 인생은 치열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항상 현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을 때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곤 했다. 지금 당장 취업이 어렵다고 실의에 빠져 있기만 한다면 미래에 거둘 인내의 열매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테다. 리우올림픽 펜싱 종목의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는 모두가 단념한 듯한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우리 청년들도 희망마저 포기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정부는 청년들이 꿈을 펼칠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온 국민과 함께 그들의 빛나는 열정을 응원한다.
  • “저소득자 결핵 위험 1.3배 높아… 열악한 환경 개선 필요”

    “저소득자 결핵 위험 1.3배 높아… 열악한 환경 개선 필요”

    결핵의 또 다른 이름은 ‘가난의 질병’이다. 18세기 산업혁명 당시 수많은 인구가 유럽을 휩쓴 결핵에 감염돼 손쓸 방도 없이 죽어간 것도 따지고 보면 열악한 노동환경과 가난이 원인이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결핵 발병 1위란 불명예를 안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병하지만 균에 감염된다고 모두가 결핵 환자가 되는 건 아니다. 통상 잠복 결핵자 10명 가운데 면역력과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1명이 결핵 환자가 되고 나머지 9명은 평생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균이 결핵 발병의 필수요건이라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와 불충분한 영양상태 등이 충분조건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으로 결핵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이후 압축적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1960~1970년대 열악한 노동환경,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빈곤 악화의 길을 걸어왔다. 6·25전쟁 때 급증한 결핵균이 번식할 ‘자양분’이 충분했다. 지금은 ‘못 먹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안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결핵 환자의 각종 통계 수치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건강검진 자료를 이용한 폐결핵 발생률 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인 건강보험료 납부액 하위 40% 군의 폐결핵 발생 위험이 평균치보다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내 결핵전파의 역학적 특성과 확산모형 분석’ 보고서를 봐도 사회경제적 위치가 낮은 사람일수록 결핵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향이 높다. 일을 해야 먹고사는 데 결핵 치료를 시작하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어서다. 간호사들은 최근 대형병원 신생아실·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의 잇단 결핵 감염 사태에 대해 “15분 만에 후다닥 밥을 먹어야 할 정도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병을 일으킨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제적 성장을 이뤄 OECD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지만, 결핵 발병의 사회적 원인은 아직도 진행형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결핵 관리와 예방과 함께 저소득층이 처한 어떤 환경이 발병을 증가시키는지, 결핵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노동 환경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결핵 발병이 잦은 집단 시설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핵 환자가 저소득층, 노인 등 취약계층에 집중된데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크다 보니 때론 환자의 인권이 무시되기도 한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대유행했을 때는 보건당국이 격리 병상을 추가로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이 입원해 있던 수십 명의 결핵 환자들에게 대책 없이 퇴원을 권유하기도 했다. 저소득층이 대다수였던 공공병원 결핵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의료비가 비싼 지방 소재 국립대병원으로 옮겨갈 것을 강요받자 치료를 포기하거나 전원하지 않고 퇴원하기도 했다. 결핵 관리 역시 ‘환자 친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부터 정부는 전염성이 강한 다제내성 결핵(슈퍼박테리아) 환자를 강제 입원시켜 격리 치료하고 있다. 환자가 시·도지사의 입원 명령을 거부하면 경찰력까지 동원한다. 전염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국가가 경찰력까지 동원해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고 사회와 강제격리하는 것은 지나친 인권침해라는 논란이 적잖다. 결핵은 2주만 약을 먹어도 전염력이 사라지는 병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인권침해 논란이 있어도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국가에도 결핵 환자 격리치료 제도가 있지만, 대다수 국가는 격리치료 명령권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법원이 행사한다. 결핵 치료를 받은 결핵 환자의 이의제기권도 보장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결핵예방법에조차 환자의 권리가 명시돼 있지 않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발간한 ‘제3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 수립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 “현재 결핵 정책은 결핵 환자의 인권 보장보다는 이들이 지닌 결핵 관리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며 “결핵 환자를 인격적 주체로 대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결핵예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핵에 대한 편견이 깊다 보니 최근에는 감염력이 전혀 없는 잠복 결핵자에게까지 ‘예비 감염원’이란 낙인이 찍히고 있다. 최근 강화된 잠복 결핵 집중관리 정책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올해 ‘결핵 안심국가’ 계획을 발표하며 고등학교 1학년생과 40세를 대상으로 잠복 결핵감염 검사를 의무화했다. 예비 감염원을 찾아내 확산 이전 단계에서부터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고등학교 1학년생과 40세는 결핵 고위험군이 아니란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발간한 결핵진료지침에조차 “잠복 결핵검사는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력이 있거나 면역저하 환자 등 결핵 발병 위험이 큰 때에만 시행한다”며 “병원에 입원하거나 입학 혹은 단체생활 전에 감염자를 찾기 위한 집단적 선별검사로 잠복 결핵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고교 1학년, 40세 대상 잠복 결핵검진은 질병관리본부의 결핵진료지침에 어긋난다. 결핵진료지침은 권고 이유에 대해 “효과 측면에서 그 가치가 떨어지고, 위양성 결과에 의한 치료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위양성’이란 잠복 결핵자가 아닌데 잠복 결핵 판정을 받는 것을 말한다. 잠복 결핵자가 아닌데도 예방적 치료를 위해 결핵약을 먹다 보면 간 독성 등 크고 작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잠복 결핵자에게 일단 약부터 먹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결핵은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해 발병하기 때문에 결핵 환자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고 접근해야지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배제하고 낙인찍을 질환이 아니다”며 “통제만 할 게 아니라 병실 환경 개선, 환자 보호 등 환자 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결핵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안철수 “저녁있는 삶 필요… 이야기 나누고 싶다” 손학규 “우리나라 수렁에 빠질까 염려들고 고민”

    안철수 “저녁있는 삶 필요… 이야기 나누고 싶다” 손학규 “우리나라 수렁에 빠질까 염려들고 고민”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21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만나 “요즘은 예전에 하셨던 말씀대로 ‘저녁이 있는 삶’이 정말로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면서 “언제 한번 편하신 시간에 저녁이 있는 삶과 격차 해소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도 안 전 대표의 손을 잡으며 “언제 한번 좋은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자”고 화답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손 전 고문이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내세운 구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박형규 목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손 전 고문을 만났다. 안 전 대표는 손 전 고문에게 “세대와 계층을 불문하고 강연을 다닐 때 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지금은 좀 희망을 찾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손 전 고문은 “내가 산에 있지만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데 올 때마다 아주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 우리나라가 자칫 수렁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가 들고 저도 그런 고민은 하고 있다”면서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 “대우조선·한진해운·현대상선처럼 중후장대 산업이 무너지고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울산, 포항, 거제도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면서 “나라가 총체적 위기”라고도 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씨줄날줄] 올림픽 & ‘캔두이즘’/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올림픽 & ‘캔두이즘’/구본영 논설고문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임을 리우올림픽에서 거듭 실감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기적을 만들면서다. 그제 여자 태권도 49㎏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소희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그랬다. 올림픽에 46㎏급이 없어 체급을 올려 출전한 그녀였다.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선수들을 ‘극복’하는 장면이 안쓰러우면서도 장했다. “우리 엄마는 김밥집 사장님”이라며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주눅들지 않는 모습이나 “‘응답하라 1988’의 박보검이 이상형”이라고 밝히는 신세대다운 솔직함도 보기 좋았다. 다만 이런 시시콜콜한 뒷얘기보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녀의 멘트가 가슴에 더 와 닿았다.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 여자이니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평범한 문구에 ‘필이 꽂힌’ 것은 며칠 전 펜싱 에페에서 청년 박상영의 투혼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13대9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혼잣말 주문과 함께 일군 기적의 역전극이 세계적 화제를 모았지 않았나. 이들의 근성과 “해낼 수 있다”는 ‘캔두이즘’(Can-doism)이 여간 고맙지 않았다. 다만,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일말의 자괴감도 든다. 청년 세대가 희망을 갖고 살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말이다.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기는 바늘구멍이란다. 해외 연수나 각종 자격증 등 청년들이 쌓은 스펙은 단군 이래 최고라는데….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 통계에 따르면 청년 취업준비생 65만여명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25만 6000명이었다. 미래가 불확실한 민간 영역보다 안정적인 공직을 택하려는 추세를 반영한다. 이들에게 “왜 도전하지 않고 안주하려 하느냐”고 ‘꼰대’ 같은 충고를 하기도 어렵다. 어른 세대가 1960년대 이래 ‘캔두이즘’으로 경제 기적을 일궜다지만, 개발 연대가 막을 내린 1990년대 이후 ‘고용 없는 성장’에 대비하지 못한 책임도 무겁다. 까닭에 ‘헬조선’이라는 청년 세대의 자조 어린 유행어가 일면 이해는 된다. 그러나 우리는 2차대전 이후 산업화·민주화를 함께 일군 보기 드문 나라다. 우리 사회는 소득 양극화 등 아직 많은 문제가 있지만, 대한민국이 지옥이라면 지구촌에서 지옥이 아닌 곳이 몇 군데일까. 여야를 떠나 정치 지도자들부터 공동체에 대한 청년들의 자학을 부추겨선 안 될 이유다. 초년병 스포츠 기자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베를린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우승했던 손기정옹을 단독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낡은 스크랩을 뒤져 보니 “식민지 청년으로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달리고 또 달리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멘트가 적혀 있었다. 비록 현실이 고달프더라도 오늘의 청년들이 거친 근대사의 격랑 속에 우리에게 체화된 캔두이즘의 DNA(유전자)만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기고] 핵보다 더 큰 위협은 안보불감증/이문호 공군전우회 부회장·예비역 준장

    [기고] 핵보다 더 큰 위협은 안보불감증/이문호 공군전우회 부회장·예비역 준장

    유일한 분단국으로 휴전 상태에 있는 한국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는 한반도를 무력 적화통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북한의 100여만 정규군을 코앞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사수해야 할 수도 서울이 북한의 기습 공격이 가능한 5분 비행 거리에 있고, 미사일과 장사정포, 화생무기에 노출돼 있다. 이와 같은 작전 환경에서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무수단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성공시켰다. 북한의 이런 행태에 관해 전 세계가 한결같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일부 진보 학자나 국민은 북한의 핵은 일본이나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통일이 되면 우리가 핵을 보유하게 될 것이므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것이 우리 안보불감증의 현실이다. 최근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보면서 안보불감증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야당은 중국이 반대하니 경제적 불이익이 우려돼 사드 배치는 안 된다고 하고, 경북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은 표를 의식해 자기네 지역은 안전 문제로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성주 지역 주민들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6시간 동안 감금하는 등 공권력을 무력화시켰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안보불감증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한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데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군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전 양상은 과학의 발달로 무기 체계가 첨단화되면서 적의 심장부인 전략 목표를 무력화시켜 전쟁 목표를 달성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북한은 이와 같은 전략 환경과 전쟁 수행 방식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 재래식 무기 개발에서 탈피해 비대칭 전력인 핵과 미사일 개발, 화학전, 무인기, 사이버전 등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무기 체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우리 군은 한·미 연합방위 체제에 안주해 산업화시대의 전투 방식인 선형전을 염두에 두고 전술적인 지상무기 체계 확보에만 치중함으로써 북한의 비대칭 도발 대비에 소홀했다. 정부가 대북한 유화정책을 펴는 동안 대북 경각심을 이완시켜 안보불감증을 초래했다. 북한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반면 우리는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지 못했다.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확립해야 하는 공권력이 무너진 것도 안보불감증을 키운 이유 중 하나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주한 미군 평택 이전 사업, 천안함 사태 등에서 시위대의 ‘떼법’이 성과를 거두면서 안보는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사드 배치는 한·미 연합방위 체제를 공고히 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인 조치다. 진보와 보수, 여와 야가 다른 목소리로 정쟁의 도구로 삼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의 안보불감증은 핵보다 더 큰 위협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한다. 모두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 [In&Out] 반려동물 산업화 이전에 복지 감수성 키워야/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In&Out] 반려동물 산업화 이전에 복지 감수성 키워야/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지난 7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신산업 육성책이 발표됐다. 2020년이면 시장이 5조 8000억원 규모로 커질 반려동물 연관 산업이 포함됐다. 정부 대책 가운데 반려동물 사료 및 용품, 동물의료 서비스 산업을 키우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정부가 반려동물 생산업(번식업)을 허가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다만 형식적인 허가제는 안 된다. 동물 관리와 사육시설 기준이 강화되고 동물 이력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체계 마련을 전제로 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정서를 교감하는 동물이기에 생산성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번식과 판매 과정에서 더욱더 윤리적인 돌봄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육성책 가운데 반려동물 유통 구조를 다단화하는 경매업 신설과 온라인 판매 양성화는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어 걱정이다. 반려동물 경매업이 신설되면 개, 고양이 등의 유통을 활성화하는 정책으로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경매장은 생산업 신고제가 시행 중인 지금도 무자격 번식업자의 판로를 보장해 주는 불법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아지 공장’과 같은 참혹한 일들이 근절되지 않는 것도 경매장이 판로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장은 많은 수의 반려동물을 유통할수록 많은 수수료 수입을 챙긴다. 최근 주식회사로 설립되는 경매장이 생기고 있는데, 반려동물을 대량 유통하려는 목적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 설명대로 합법 업체만 경매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면 현행 동물판매업 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불법 업체의 동물을 유통하는 경매장 등의 동물판매업에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고 강아지 이력제 등 시스템을 구축하면 보완이 가능하다. 정부는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 허용책도 내놓았다. 거래 시 표준계약서 서식을 마련하고 판매자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온라인 특성상 단속이 매우 어려울뿐더러 마우스 클릭이나 스마트폰 터치로 대가를 지급하고 동물을 사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평생 가족으로 맞아야 할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약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 산업 정책을 본래 의도대로 이끌 수 있고, 정책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감독 기관이 있느냐는 것이다. 동물보호법과 정책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조차 전담 부서가 없다. 실제 제도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의 몫인데 서울시를 빼면 동물보호 업무 전담 인력을 둔 지자체가 없다. 동물보호과가 있는 서울시조차도 구청 단위에 전담 인력이 없어서 업무 연계에 한계가 있다. 반려동물을 무분별하게 많이 유통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옳지 않다. 쉽게 사고 버리는 구조에 방치된 동물에 대한 사후 처리는 우리 사회의 몫으로 남는다. 동물보호법과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한 영국, 독일 등은 애견숍이 없다. 개, 고양이는 면허를 가진 전문 브리더들이 동물 복지 기준에 따라 반려동물을 번식시킨다. 분양을 받고자 하는 이는 지역 브리더협회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견종의 분양 정보를 찾아 농장에 방문해 브리더와 충분히 상의한 후 분양받는다. 그 외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지역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이 활성화돼 있다. 이렇듯 개·고양이를 쉽게 사는 유통 구조가 없어도 영국인들은 1600만 마리의 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영국 펫푸드협회가 올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개·고양이 사료산업은 3조 40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산업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동물복지 인식이 높을수록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반려동물 산업의 속성을 잘 읽어 반려동물 경매업 신설과 온라인 판매 허용은 철회하길 바란다.
  •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정부의 변화/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장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정부의 변화/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장

    이세돌 9단과 겨룬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승리는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사건 중 하나다. 인간과 대립하는 기계나 인공지능을 다룬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가 있었지만 이들은 우리가 안심할 수 있는 공상의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알파고는 실제 우리 눈앞에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분야를 정복해 보임으로써 큰 충격을 줬다. 기계, 기술의 발전에 대한 인간의 당황과 불안은 전혀 새로운 반응이 아니다. 19세기 초반 산업화가 진행될 때 새로운 방적기계를 부수면서 실직에 저항했던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한 예다. 그보다 앞서 16세기에도 엘리자베스 1세가 장인들의 실직을 우려해 스타킹 제조기에 대한 특허를 거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기득권을 보호해 통치를 수월히 하려는 전략이었을 수도 있지만 기계, 기술의 급격한 발달에 처한 인간의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 21세기에도 기술문명과 인간의 관계를 보는 시각이 그리 달라지지는 않았다. 알파고의 능력을 목격한 대중과 언론의 반응은 막연한 불안감과 근거 없는 낙관이 뒤섞인 혼란 그 자체였다. 가장 큰 불안감은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기계로 인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특히 고용과 노동 차원의 불길한 예측에서 비롯됐다. ‘알파고가 바둑 다음에는 인간의 무엇을 침범할까, 어쩌면 내 직업이 아닐까’ 하는 불안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지난해 호주경제발전위원회(the 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 of Australia)는 늦어도 15년 안에 국가 전체 노동인구의 40%에 해당하는 500만명이 기계에 의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예측은 특히 우리나라 같은 고임금의 산업국가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제조업 현장에서 로봇으로 생산인력을 대체할 때 인건비 절감 효과가 가장 큰 나라로 한국을 꼽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변화의 기저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흐름이 존재한다.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통신기술이라는 세 차례의 산업혁명에 이어 지능화와 무인기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파도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 그 여파는 고용과 노동을 위시한 우리 생활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 시스템에 대한 고민, 여기에 미래 정부 변화의 중요한 열쇠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의 산업 및 고용 구조를 뒤흔들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이로 인해 나타날 사회갈등의 해소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성장 지체와 지속적 노령화 등 기존의 위협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용불안이 결합했을 때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조정자적 역할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 새로운 기술혁명의 조류에 대응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조직과 업무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새로운 기술들은 정부가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특히 신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증거기반 정책수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는 이 세상의 수많은 현상을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파악하기 어려운 빅데이터 속 숨겨진 패턴을 즉각 찾아내는 분석력을 제공한다. 이런 정보는 정책환경의 변화와 정책수요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힘이다. 구체적으로는 풀리지 않는 사회갈등의 진행을 파악하고 원인을 짚어내는 도구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혁명적 변화는 의외로 높은 파도보다 밀물처럼 찾아올 때가 많다. 눈치채지 못하고 잠시 눈 돌린 사이 발목까지 물이 차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도 밀물처럼 서서히 그러나 빠르게 삶에 침투하고 있다. 기존 관료제의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정부는 집단지성과 인공지능을 도구 삼아 설계자이자 편집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관료제의 창조적 해체와 재탄생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험과 지식 바탕의 수직적 권위주의 조직에서 감성과 소통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조합하는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변화를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인공지능의 가공 능력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든든한 무기가 될 것이다.
  • 정부 “에어컨 하루 4시간 전기료 10만원… 징벌적 요금폭탄 없다”

    정부 “에어컨 하루 4시간 전기료 10만원… 징벌적 요금폭탄 없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속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최고 11.7배에 달하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이 무더위에 에어컨도 못 켜고 산다”는 소비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치는 가운데 정부는 “합리적으로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요금 폭탄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소비자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정치권에서도 누진제 개편 입법에 나서자 ‘오해와 진실’을 밝히겠다며 브리핑을 자청했다. ①“주택용에만 가혹한 누진제 적용”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왜 주택에서 쓰는 전기에만 징벌적 누진제 요금을 부과하느냐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전체 사용량의 13.6%에 불과한 주택용 전력에만 최대 11.7배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1.1배), 일본(1.4배), 대만(2.4배) 등과 비교했을 때 최저요금과 최고요금의 격차가 12배 가까이 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은 1~6단계의 누진 체계로 구성돼 있다. 100㎾h 이하 1단계에서는 ㎾당 요금이 60.7원이며 100㎾h 증가 때마다 125.9원, 187.9원, 280.6원, 417.7원으로 늘어나 6단계에서는 ㎾당 709.5원을 내야 한다. 이날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도시 4인 가구 기준 평균치(342㎾h)를 기준으로 에어컨 사용량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는 “4인 가구 평균치를 적용하면 월 5만 3000원 정도가 나오는데 여기에 추가로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사용하거나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사용해도 월 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에어컨을 두 대씩 사용하거나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이상 가동하면 20만원 이상을 낼 수 있지만, 그건 합리적인 소비 형태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그러나 산업부가 산출한 전기요금 모델이 된 에어컨은 에너지 효율 1등급으로 전력 상태가 좋지 않은 구형 에어컨 전기요금과는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 1등급과 3등급의 전기요금은 같은 시간을 쓸 경우 3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② “산업용과 일반용에는 요금 특혜” 정부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국가의 평균 주택용 전기요금을 100%로 봤을 때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61.3%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전력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300㎾h를 쓰면 8만원이 나오는데 우리는 5만원 정도로 싸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가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정부의 “저렴하다”는 주장은 일반인이 느끼는 정서와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56%를 차지하는 산업용과 22%를 차지하는 일반용(사무실·상점 등)의 전기요금을 인상해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택용 전기 사용을 억제해 산업용 전력을 보전해 주던 산업화 시기는 이미 지났고, 문을 열고 냉방 영업을 하는 상가 등 일반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0년간 주택용 전기요금은 11% 올린 반면 산업용 요금은 76%나 올렸다”면서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징벌적 과금을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원해 준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철탑을 이용해 고압전력이 바로 공장에 들어가는 산업용에 비해 멀리까지 송배전 시설을 설치하는 등 주택용의 원가가 더 비쌀 수밖에 없는데도 원가의 92~95%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요구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다. ③“누진제 폐지 또는 개편해야” 주택용 누진제 구간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산업부는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누진제 구간 완화는 결국 부자 감세와 저소득층의 요금 인상으로 연결돼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채 실장은 “전력 소비를 적게 하는 사람에게 징벌적인 부과를 하고 많이 쓰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누진제 개편은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서 에어컨을 못 켜는 가정이 있다는 지적에는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됐다”면서 “소비자의 선택이고 과도한 부담이 안 되게 효과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누진제를 완화하면 한국전력의 경영난과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에 대한 투자 재원 부족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은 국제 연료 시세 하락, 원전 발전량 증가에 따른 연료비 감소 등에 힘입어 올 1분기 2조 100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봤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지리의 역습, 정치·경제를 지배하다

    지리의 역습, 정치·경제를 지배하다

    지리의 힘/팀 마샬 지음/김미선 옮김/사이/368쪽/1만 7000원 전 세계 10개 지역 지리적 요소 분석 한반도 사드·남중국해·브렉시트 갈등 21세기도 지정학적 요인은 핵심 변수 남북 인위적 분단도 한반도 지형 때문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인 발전은 지리적 시공간의 격차를 대폭 축소해 왔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은 시간과 공간으로 구분된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제 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며 지리적 위치도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신간 ‘지리의 힘’은 다시 지정학적 요인으로 시선을 돌린다. 지리가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세계 정치·경제 현상에서 여전히 강력한 변화의 동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통찰한다. 한반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미·중 3국 간 엇갈리는 이해관계의 부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심화된 유럽의 분열 등 21세기에도 지정학적 요인은 핵심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민족 국가들의 국경선이 다 지워진 오늘날에도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 옛날 군사력을 앞세워 부동항을 확보하려고 한 절대군주 이반 4세가 본 것과 똑같은 지도를 여전히 보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저자는 “21세기는 영토와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뉴그레이트 게임’의 시대로 지리를 알지 못하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이는 인류가 아무리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해도 궁극적으로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은 각각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형성돼 왔다는 점에 근거한다. ●유럽 분열은 이념이 지리에 복수의 일격 당해 25년간 지구상의 분쟁 지역을 취재해 온 국제 문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전 세계를 10개 지역으로 나눠 지리적 요소가 어떻게 국제적 현안에 투사되고 있는지를 파헤친다. 저자가 보기에 유럽연합의 분열은 이념이 지리에 ‘복수의 일격’을 당한 대표적 사례다. 지진, 화산, 대규모 홍수의 피해를 거의 보지 않는 축복받은 땅인 동시에 긴밀하게 연결된 물길을 통해 활발한 교역이 이뤄진 유럽은 지리적 축복으로 인해 번성한 지역이다. 세계 최초의 산업화된 국가들이 특히 서유럽에 집중적으로 분포한 배경이다. 하지만 남유럽은 상대적으로 땅은 척박하고 지형은 험난해 교역이 활발하지 못했다. 이 같은 남북 간 단층선을 따른 지리적 차이는 ‘경제적 혼인’을 맺으며 하나의 유럽을 꿈꾸던 유로존이 2012년 그리스 사태가 터지자마자 서로 갈등하며 분열하게 된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열강에 의해 인위적 분할 阿·중동 최대 피해자 지정학적 경계를 무시하고 유럽 열강에 의해 인위적으로 분할된 아프리카와 중동은 식민주의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다. 아프리카는 5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등장하며 인류 역사의 가장 앞선 주자이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는 가장 고립된 땅으로 남아 있다. 유럽의 탐험가들은 등고선이 그려진 지도 위에 제멋대로 선(국경선)을 그었고, 56개국이 존재하는 오늘날의 아프리카에서 그 국경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서로 다른 부족을 한 국가 안에 억지로 단일 민족으로 묶으려던 식민 정책은 수많은 내전의 뇌관으로 작동했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저자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도 중동에 그어 놓은 열강들의 국경선을 고치기 위한 투쟁으로 본다. ●IS, 중동에 열강이 그은 국경선 고치기 투쟁 책에는 한반도 문제도 담겨 있다. 저자는 한반도가 동서를 나눈 긴 산맥으로 동쪽과 서쪽이 분단돼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는 남북마저 분단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반도에서는 일단 압록강을 건너면 해상까지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천연 장벽이 없다”면서 “한국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됐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한반도 지형 때문에 남과 북 사이의 인위적 분단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두 개의 한국은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에 있다”며 “남북 간 갈등이 단지 포격 몇 번을 주고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으며, 한국은 핵이라는 위협을 머리 위에 안고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의 접근법으로 바라본 사드 문제는 한반도 분단의 현실뿐 아니라 미·중 간 정치·군사적 패권 경쟁과 군국주의를 가속화하는 일본 등 주변 열강들 간 욕망의 충돌이자 누가 국제 질서를 주도할지를 겨루는 본격적인 반목의 신호탄으로 읽혀진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경희대 특집] 폴 케네디, 미래 위한 대학 역할 강조

    [경희대 특집] 폴 케네디, 미래 위한 대학 역할 강조

    1972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를 경고한 지 40여년이 지났지만 파국의 징후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구 증가, 산업화, 환경 파괴, 천연자원 고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민족 분쟁, 군비 경쟁, 실업, 빈부 격차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대 문명의 위기는 만성질환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인류가 사라지지 않고서는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질병처럼. 하지만 인류가 처한 문제는 만성질환이 아니라 급성질환일 수도 있다. 공멸을 가져올지도 모를 유례없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1972년 출간된 ‘성장의 한계’는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을 100년으로 보았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100년 안에 암울한 미래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50년 남짓이다. 50년 안에 현재의 문명을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함께 사라질지도 모른다. ●보코바 “인간의 삶엔 평화가 기초해야” 지난 세기 중반부터 고등교육기관의 사회적·지구적 책임을 강조해 온 경희대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도서를 잇달아 발행하며 문명 전환을 시대의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미원렉처’ 시리즈와 ‘문명 전환’ 시리즈를 기획해 지구적 차원의 복합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미원렉처는 경희대학교 설립자 고 조영식 박사의 호를 따서 만든 특별 강연이다. 국내외 석학과 실천인을 연사로 초빙해 인간, 세계, 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탐색하고 있다. 이 특강 시리즈를 경희대 출판문화원에서 책으로 엮은 게 미원렉처 시리즈다. 지금까지 7차례 개최됐으며 그중 5개 강연이 책으로 발행됐다. 경제, 정치, 역사 등 여러 분야 석학들과 국제기구 전문가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고 있다. ‘강대국의 흥망’이란 저서로 유명한 폴 케네디 교수는 ‘교육과 인류의 미래’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한다. 대학의 역할은 복잡다단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스스로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전히 다른 사유 방식이다. 사유 방식이 변해야만 더 높은 수준의 교육과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케네디 교수는 대학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인류와 문명’은 고이치로 마쓰우라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강연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속 불가능한 현재의 삶을 지속 가능한 삶으로 바꿔야 하는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지구 자원의 과잉 개발을 멈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구적 문명을 창조해 지구적 방식으로 행동하는 길밖에 없다고 논한다. 저명한 사회학자 프레드 불럭 교수는 ‘지구적 근대성, 그 위기의 근원’에서 경제 위기를 넘어 근대성 자체까지 위협을 받게 된 원인을 먼저 분석한다. 그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을 문제라고 했다. 이분법 구조를 벗어나 위축된 집단적 상상력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유네스코와 21세기 고등교육’에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인간의 존엄과 삶의 능력에 평화가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평화의 또 다른 기반으로 문화적 다양성의 존중을 제시한다. 인간의 선천적 존엄을 보호하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21세기 평화의 토대이자 새로운 휴머니즘의 뿌리다. 피터 카젠스타인 교수는 ‘세계 정치와 문명: 동서양을 넘어서’에서 정치와 문명의 문제를 다원주의 시각에서 풀어낸다. 그는 문명 간의 차이가 충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문명의 본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서로 교류하고 진화하면서 공존하는 문명의 본질은 다원주의적 경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미지의 세계로 향해야 한다. 미원렉처 시리즈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논제를 보다 쉽게 풀이한다면, 문명 전환 시리즈는 전문적으로 새로운 문명을 논하는 총서 성격의 시리즈다.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그 첫 번째 책으로 어빈 라슬로 교수의 ‘의식 혁명’(가제)을 준비 중이다. 헝가리 태생의 과학철학자이며 시스템이론가인 라슬로 교수는 과학과 영성을 결합한 새로운 과학을 기반으로 인간과 우주의 연관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일체성을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벨 “존중하고 차이 인정해야 공존가능” 의식 혁명에서 라슬로 교수는 다른 두 전문가와 대담을 나누며 우리가 처한 위기와 전환을 진단하고 예술, 과학, 교육, 목표와 가치, 세계관, 종교, 영성의 역할을 숙고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식의 역할을 중시한다. 현재 우리 의식의 상태가 다른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핵심 사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은 9월 21일 개최되는 경희대 Peace BAR Festival ‘지구 문명의 미래: 실존 혁명을 향하여’에 맞춰 발간될 예정이다.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문명 전환 시리즈를 통해 문명 전환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도서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편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지난 5월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연설문집인 ‘불가능의 예술’을 발간하기도 했다.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모색하는 경희대학교의 교육철학과 하벨의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벨은 지구 문명을 위해 실천 도덕으로서의 정치를 추구했다. 다문화적 공존의 정신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지구촌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도덕의 핵심인 책임감은 우리의 삶을 넘어 자연, 지구, 심지어 우주까지 이어진다. 하벨은 인간, 자연, 지구, 우주가 신비롭게 연결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류 문명의 미래라고 확신했다. 문명 전환의 시대에서 우리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현대의 위기는 우리 인류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공멸이냐, 공생이냐.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면서 미래를 창출하는 데 있다. 폴 케네디의 말처럼 대학이 대학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재확인하고 대학의 공공성을 실천해야 할 때다. ‘대학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강조하는 경희대가 출판하는 책들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수요 에세이] 한국 제조업, 몽골을 개척하라!/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수요 에세이] 한국 제조업, 몽골을 개척하라!/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한 몽골의 군사 전략가이자 제왕인 칭기즈칸(1162~1227)은 많은 이에게 강력한 리더십의 대명사로 존경받고 있다. 반면 13세기 당시 고려에 살던 우리 선조들에게 칭기즈칸은 고통의 이름이었다. 고려는 몽골(당시 원(元))의 계속된 침략으로 9번에 걸쳐 전쟁을 치렀고 결국 약 100년간 몽골의 간섭을 받았다. 고려의 관제와 호칭이 격하되고 민족의 자주성을 훼손당했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몽골의 문화를 고려만의 색채로 발전시키는 등 한민족(韓民族)의 슬기로운 모습을 보여 줬다. 21세기 현재, 한국과 몽골의 관계는 과거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몽골의 수많은 근로자와 학생들은 ‘코리안드림’(Korean Dream)을 꿈꾸며 한국에서 취업하길 원하고 있다. 현재 3만여명의 몽골인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고 유학, 취업 등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사람만 해도 약 30만명에 달한다. 몽골 전체 인구가 300만명인 점을 고려한다면 몽골인의 약 10%가 한국을 경험한 셈이다. 근대 이후 러시아와 중국이란 강대국 사이에서 대부분의 국토를 상실하고 정치적 탄압을 받았던 몽골인들은 비슷한 처지에서도 세계적인 중견국가로 성공한 한국인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몽골 내 친한(親韓) 정서는 케이팝, 케이드라마 등의 한류와 함께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한국을 방문하는 몽골인의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8세기 전 몽골인에게 관리의 대상이었던 ‘코리아’가 이제 배움과 동경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한편 머지않아 한국인에게 몽골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몽골은 금, 구리, 석탄 등 광업자원이 풍부한 세계 10대 자원부국이다. 이에 반해 제조업 비중은 총 산업의 10%에 불과한 수준으로 한국에서 사양산업(斜陽産業)화되고 있는 전통 제조업이 몽골에서는 이제 성장기에 있다. 몽골에서 광업자원을 이용한 레미콘, 벽돌 등의 제조기술은 한국으로 치면 고수익을 보장하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인 셈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몽골 정부는 제조업 분야의 선진 기술과 기계 장비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산업정책을 수립하고 있어 몽골 내 제조업 수요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국의 산업화 노하우와 제조기술력을 몽골의 풍부한 자원과 접목해 생산할 수 있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 점점 설 곳을 잃어 가고 있는 전통 제조 중소기업들에 몽골 시장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한국 기업에 경쟁력 있는 사업 영역과 투자 지역을 선정했는데 그게 몽골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 해외 민간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MKI의 양윤호 대표의 말이다. 양 대표는 한국의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몽골에서 성공한 좋은 사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근무하던 건설 회사를 그만두고 몽골에서 레미콘 회사 창업에 뛰어든 양 대표는 당시 레미콘이란 개념 자체가 없던 몽골에서 스스로 시장을 창조했다. 지속적인 현지화 노력으로 현재 ㈜MKI는 몽골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양 대표의 도전 정신과 끈기가 성공에 가장 큰 역할을 했겠지만, 그 배경에는 한국 전통 제조업의 기술력과 몽골의 풍부한 광업자원 간의 시너지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9개사로 구성된 경제사절단과 함께 몽골을 방문해 비즈니스 포럼, 일대일 상담회 등을 개최하며 한국 기업의 몽골 진출에 힘을 실어 줬다. “말은 타 봐야 명마인지 알 수 있고 사람은 사귀어 봐야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몽골 속담처럼, 이번 국빈 방문은 1990년 한·몽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교류 협력을 이어 오고 있는 양국 관계를 재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진 한·몽 관계는 한국 기업인들의 몽골 진출에 촉매제가 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땀과 열정으로 드넓은 몽골 땅을 개척해 나가는 한국인의 성공 스토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길 바란다.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한중 음악영재 발굴 앞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한중 음악영재 발굴 앞장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은 메세나(Mecenat) 활동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발굴 및 육성하는 한편, 이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1층에 위치한 포니정홀을 통해 문화경영을 실천하고 신진 음악인들을 지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추진 중이다. 포니정홀은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 자동차인 ‘포니’를 개발해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공헌했던 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 명예회장의 3주기를 기념해 지난 2008년 개관한 150석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포니정홀을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기획하며 대중들이 좀 더 쉽고 친숙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음악에 전문가의 해설을 가미한 ‘이야기로 풀어가는 콘서트’ 시리즈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모았으며, 다양한 시대별, 장르별 음악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 ‘오페라 시리즈 사계’를 통해 대중들이 클래식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실력 있는 신인음악가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문화공헌 프로젝트 ‘꿈꾸는 자들의 음악회’ 시리즈를 통해 신인 음악가들이 전문연주자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은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 개최뿐만 아니라 우수 음악인재의 발굴 및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3년을 시작으로 지난해 3회째를 맞은 영창뮤직콩쿠르는 국내 단독 음악 콩쿠르 최고 수준의 장학금액을 자랑함과 더불어 한중음악 교류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총 4천만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이번 콩쿠르는 지난해 8월말 중국 텐진(天津)에서 열린 예선을 시작으로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본선이 열렸으며 24일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 콩쿠르에는 중국 예선을 거친 7명의 중국인 참가자를 비롯해 총 2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참여해 열띤 경합을 펼쳤다. 클라리넷 김찬우(계원예고2), 피아노 박연민(서울대 대학원)이 대상을 수상했으며 중국인 3명을 포함한 총 30명이 수상자로 선정돼 장학금을 전달받았다. 포니정 재단 관계자는 “포니정 재단과 함께하는 영창뮤직콩쿠르는 상업적인 콩쿠르 행사와는 차별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 음악 인재들을 발굴 및 육성하고 한중 음악 및 문화교류를 촉진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말했다. 혁신과 도전철학의 기본은 故 정세영 명예회장이 세웠다. 정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70~80년대 산업화를 이끈 장본인으로 1967년 현대자동차 초대 사장으로 취임하며 최초의 고유모델 자동차인 ‘포니’를 개발했다. 정 명예회장의 혁신과 도전정신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자동차산업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인 발판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을 통해서도 삶의 행태와 문화 전반을 바꾸는 각종 건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기고] 해비탯Ⅲ, 우리 도시의 미래/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

    [기고] 해비탯Ⅲ, 우리 도시의 미래/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

    “시계를 멈추겠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제2차 유엔인간정주회의’(해비탯Ⅱ) 회기 시한인 1996년 6월 14일 밤 12시 직전 의장이 이처럼 말했다. 해비탯Ⅱ 회의는 주요 의제였던 주거권의 인정과 실현 범위에 관한 회원국 간 의견 대립을 끈질긴 협상 끝에 극복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몇 가지 이견으로 회기 내 의제 타결이 불가능할 듯 보였다. 이에 의장 직권으로 회의장 시계를 멈추고 회의를 계속한 것이다. 몇 시간 후인 다음날 새벽 모든 합의가 이뤄졌다. 그제야 회의장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해비탯Ⅱ 의제가 기한 내 채택됐다. 당시 유엔인간정주센터(UNCHS) 재정자문관으로서 이 과정을 지켜본 필자의 기억에 20년이 넘도록 남아 있는 에피소드다.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사회가 함께 나선 것은 1976년 5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해비탯Ⅰ이 처음이다. 유엔 차원의 첫 회의로서 참여 국가들이 전 지구적 실천의 중요성에 공감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해비탯Ⅱ 회의에서는 치열한 논쟁 끝에 ‘주거권 및 주거 보장’이 의제로 채택됐다. 이후 각국은 임대주택 확대,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해 노력했다. 우리 정부도 최저 주거 기준 및 주거권 등을 규정한 주거기본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함과 동시에 주거 급여제도를 도입하는 등 주거복지 정책을 강화했다. 해비탯Ⅰ 이후 세계 도시 인구는 1975년 16억명에서 2014년 39억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인류의 정주 환경이 만족할 만큼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10억명 이상이 슬럼가에서 거주하고 있고 개도국·최빈국의 주택난, 교통, 환경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이런 당면 과제를 안고 오는 10월 에콰도르 키토에서 해비탯Ⅲ, 즉 ‘제3차 유엔 주거 및 지속 가능한 도시개발에 관한 회의’가 개최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11번째 실천 과제인 ‘지속 가능한 도시 실현’이 다뤄진다. 특히 저소득층, 노인, 어린이 등 모든 사회적 약자들이 도시의 각종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포용 도시’를 강조하고 있다. 아무런 차별 없이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주택과 교통, 위생, 안전 등 각종 혜택을 향유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도시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3년간 해비탯Ⅲ 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 선정과 관련해 국제 협력을 해 왔다. 특히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비효율 등을 해결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연 친화적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복합한 ‘스마트 시티’를 제안했다. 이번 해비탯Ⅲ 회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될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 공공성, 포용성’ 등이다. 도시 문제 해결과 대안 제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상징하는 중요한 화두다. 결국 모두를 위한 도시는 모두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포용력 있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향한 우리 도시의 시곗바늘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울, 2016년 여름…광장시장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울, 2016년 여름…광장시장

    “왓더헬~~!!??”, “오 마이 갓!!”, “쩐더??”“ 7월 중순, 오후 4시경이다. 서울 광장시장 먹거리타운 입구에서 한국인 가이드에게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외마디 놀란 소리들이다. 놀란 눈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 가이드를 뚫어본다. 이윽고 가이드가 한 뜸 들여 미소 지으면서 광장시장의 명물인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명칭의 유래를 설명한다. 곧이어 나오는 박장대소와 더불어 입술 모은 채 고개 끄덕이며 시장 안으로 가이드 깃발 표지 삼아 발을 옮긴다. 산낙지 수족관 앞에서 단체 인증샷을 찍으며 치즈를 외친다. 서울 2016년 여름, 늘상 만나는 광장시장의 일상이다. ●팀 버튼 감독과 광장시장 빈대떡의 만남 분명 뜻밖이고, 특이하고, 예상을 넘어선다. 광장 시장은 더 이상 시장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번성한 시장이다. 광장시장 안 ‘한류 먹거리 특화거리(K-food street)’에는 마약김밥, 빈대떡, 냉면, 육회, 만두, 수수부꾸미, 순대, 암뽕, 생선회까지 300여개 점포에서 내미는 차림표에는 우리나라 모든 음식이 들어있다. 진정한 먹거리 천국이다. 시장이라 말하면 누구에게나 당연히 드는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부산스러움과 생활의 건강함, 그리고 소박한 서민들의 삶의 내음새이다. 그러나 광장시장은 어느 순간부터 이런 시장 이미지에서 한참이나 멀어져 있다. 이제 광장시장 먹거리타운은 서울의 대표 '핫 플레이스' 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서울 관광코스가 되어 버렸다. 광장시장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가 있었다. 2012년 겨울이다.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영화 감독인 팀 버튼의 방문이었다. 스텝들과 어울려 부침개를 막걸리와 나누어 먹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삽시간에 광장시장은 기괴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독특한 영화감독이 찾는 유니크한 공간으로 알려지게 된다. 이후 미국, 일본, 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다. 어느덧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서울의 뒷골목이고, 야시장이고, 호기심이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고단한 직장인들에게는 고향집이고, 스스럼없으며, 포근한 사랑방으로도 그 역할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의 출발점, 광장시장 광장시장 역사는 생각보다 단단하다. 1904년 고종 즉위 41년 을사보호조약 체결 후 상설시장인 남대문 시장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간다. 당시 종로4가와 지금은 시계 골목으로 이름난 예지동 일대에 ‘배오개 시장 ’ 즉 ‘이현(梨峴)’시장이 서울 3대 시장으로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로 이 배오개시장을 모태로 하여 광장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시장, 정식명칭으로 ‘동대문시장’이 1905년 7월 5일 한국인 운영 최초 상설시장으로 문을 연다. 한국 자본주의 출발의 맹아(萌雅)인 셈이다. 이후 동대문시장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쳐, 1950년대에는 청과와 의류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시장으로 변신, 하루 거래액이 남대문 시장의 3배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다. 이때 동대문상인연합회가 결성이 되었고, 정치깡패 ‘이정재’가 회장으로 등장하여 숱한 사연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현재의 광장시장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된 시기는 1964년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종로 4가에서 동대문까지를 그냥 동대문시장으로 통칭하였다. 그러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광장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예지동 일대를 광장 시장, 신당동 일대를 신평화시장, 종로 5가를 동대문 시장, 종로 6가를 동대문 종합시장으로 나누게 된다. 이후 계속하여 70년대 산업화와 맞물려 주변이 급속도로 팽창한다. 다시금 청계천 남쪽으로 평화시장, 동화시장, 통일상가, 신평화시장 등의 의류전문시장들이 차츰 들어서 지금의 거대한 상업권역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광장시장은 현재 점포 수가 5000여 곳, 면적 4만 2150㎡에 이르며, 1만 5000여 명 이상이 모여 일하는 서울 도심의 대표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시장안에는 먹거리 타운 외에도 한복, 원단부자재, 양복, 침구, 커튼, 잡화, 주방용품, 의류 등 100년 전통 시장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광장(廣藏) 시장의 어원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 토박이일지라도 대개의 경우 이 근처에 무언가 큰 광장(廣場)이 있던 자리여서 광장시장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라고 십중팔구 그리 생각한다. 그러나 광장(廣長) 명칭은 바로 청계천 3가와 4가에 있던 다리, 즉 광교(廣橋, 너른다리)와 장교(長橋, 긴다리)의 앞머리를 따온 말이었다. 그러다 지금의 광장(廣藏) 시장에 쓰이는 ‘장(藏)’ 자는 곳간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기존의 긴 장(長) 자에서 바꾼 것이다. ●번외편 : 응답하라 1970년 광장시장- 노신사의 기억을 더듬다 1970년 광장시장. 평화시장 미싱 소리가 세상의 전부였다. 16살 어린 시다의 배고픈 저녁은 길었고, 도시락에는 늘상 먼지 한 웅큼이 반찬이었다. 재단사가 광장 시장에서 얻어 온 오뎅국물과 풀빵 몇 개는 지상 최대의 만찬이었다. 가난은 그리도 지독하였다. 새벽 도매물건 떼러 온 지방 가게 주인들은 한 보따리, 두 보따리 가득 짊어진 채 출출한 배를 달래줄 샛밥을 찾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변변한 차림표가 없어도 이심전심 통하는 마음으로 육수 한 가득 부어주는 칼국수 국물에 옹심이 건더기로 속 든든히 달래었다. 비록 문지방 닳게 손님들 넘실대는 서울 장안 내로라하는 맛집은 아닐지언정, 새벽 문전성시 동대문 시장, 평화시장 주인공들의 입맛에는 최고의 맛은 바로 광장시장에 있었다. 세월은 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 광장시장은 풋풋한 호기심 가득한 젊은이들의 셀카봉 세례를 받는 여행지가 되었다. 물건 다 떼고 고향 가는 시외버스 기다리며 노루잠 청하던 길목어귀 공터는 이제 중국인 관광객들 짐으로 그득하다. 밤새 미싱을 돌린 채, 지우지 못한 기름내 가득한 손으로 후후 불어 가며 먹던 뜨거운 수제비 국물의 아련한 향수는 이제는 더 이상 광장시장에는 없다. 고향 이모가 돼지 비계 둘러 온 힘 실어 누른, 접시 넘치게 담아주는 두툼한 빈대떡 한 판이 세상제일 음식이었다. 고향이었다. 달그락거리며 남겨진 국수 면발 건지다보면, 어느새 맘씨 넉넉한 주인 아주머니가 퉁명스레 쏟아주던 육수와 건더기들이 그리도 고마웠다. 생각 없이 들어간 부침개 집에서 익숙한 고향 말씨라도 들을 요량이면, 음식 맛은 뒷전이었다. 그리도 반갑고 푸근했다. 고단했던 서울 1970년 겨울, 푸근했던 아지트도 어느덧 이제는 50년이 다 되어간다. 그래도 배고픈 그때, 광장시장 한 가운데 멸치국수 내음 찾아 가로질렀던 젊음이 꿈만 같다. 서울 2016년 여름. 너무 낯설다. 노인에게는. <광장시장에 대한 여행 10문답>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10문답입니다.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인가요? -한국사람이라면 여행지가 아닌 시장으로 접근하는 공간이다. 동대문시장이나 평화시장, 광장시장에 볼 일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방문 추천한다. 만약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그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처음 온 친구라면 의미있는 공간이 될 듯. 2. 이 공간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DDP를 방문한다든지, 종로 4가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오시는 분들. 3. 숙소 등의 시설환경은 괜찮은가요 ? -서울이다. 4. 유명세에 비하여 실제 모습은? -그냥 익숙한 시장이다. 다만, 먹거리 장터가 특성화 되어 있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다는 정도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 5.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없다. 6. 홈페이지 주소 및 찾아가는 길? -http://jkm.or.kr (종로광장전통시장)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 8번 출구 / 지하철 2호선, 5호선 을지로 4가역 4번 출구 -버스(초록 : 0212, 2112 / 파랑 : 100, 101 , 103, 106, 140, 143, 150, 160, 260, 262, 270, 271, 273, 370, 720, 721 / 빨강 : 9301) 7. 먹거리 정보와 가격 정보는? -수수부꾸미 1개 2000원/ 육회비빔밥 6000원/ 국수류 6000원 /보리밥 등 식사류 6000원대/ 빈대떡 4000원/ 마약김밥 3000원 8. 주변에 가 볼만한 다른 공간도 있나요? -현재 시청역에서 이 곳까지 지하 상가로 연결되어 있다. 지하 상가 내의 수많은 점포들이 세월의 내공을 안고 있어 더운 여름날 천천히 시원스레 지하상가로 나들이 가는 것을 추천. 9. 이 곳에서 꼭 추천하고픈 공간이나 체험은? -광장시장의 먹거리 타운 이외에도 원단 부자재 상가나 생활 집기류를 파는 다른 상점들도 볼 만한 것들이 많다. 10. 총평 및 당부사항, 기타정보 -광장시장은 홀로 있는 곳이 아니라 동대문에 상권의 일정 부분을 일컫는 말이다. 생각보다 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둘러보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특히 주차문제는 심각해서 대중교통을 적극 권장.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명인·명물을 찾아서] 오랜 건물·젊은 상인 조화…기찻길 옆 시장은 오늘도 ‘북적’

    [명인·명물을 찾아서] 오랜 건물·젊은 상인 조화…기찻길 옆 시장은 오늘도 ‘북적’

    1913년 개업… 90년대 쇠락 KTX 뚫려 하루 수천명 방문 광주 광산구 ‘1913송정역시장’이 최근 새롭게 단장하면서 남도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100년이 넘은 시장의 성공적인 대변신이다. 지난 4월 문을 연 이 시장 안 카페에는 젊은이들이 몰리고 빵집은 줄을 서야 빵을 살 수 있을 만큼 북적인다. 송정역을 통해 유입된 관광객들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식료품을 사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낡은 건물과 텅 빈 상점 등 예전 모습은 간데없고 사람들로 넘쳐난다. 국밥, 인절미, 호떡, 계란밥, 닭발볶음, 초코파이, 양갱 등 전체 상가의 70% 이상이 먹거리 점포로 채워졌다. 건물 내·외벽은 옛것을 그대로 살리고 차양막, 새시, 간판 등 일부를 손봤을 뿐인데 현대와 전통이 조화를 이룬 깔끔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새로 이름이 바뀐 가게는 옛날 가게의 이름과 흔적 등의 히스토리를 출입문 등에 기록했다. 시장 안에 열차 시간표를 알리는 전광판이 설치됐고 입구 벽면에 대형시계를 세워 랜드마크로 활용했다. 시장 외관의 리모델링을 맡은 현대카드 디자인팀 관계자는 “시장 경기가 가장 좋았던 1960~70년대 모습을 살려 추억과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콘셉트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이 다시 문을 연 뒤 하루 평균 방문객은 평일 2000여명, 주말엔 4000여명에 이른다. 그 이전엔 고작 하루 200여명에 불과했다. 특히 17명의 청년 상인들이 들어오면서 시장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광산구와 중소기업청은 공모를 통해 청년창업자를 선정했고 이들에게 11개월치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창업 교육 등을 지원했다. ‘또아’ 빵집을 운영하는 유양우(38)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한두 시간 간격으로 빵을 굽는데 갓 구워낸 빵을 사려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룬다”고 말했다. 그는 15년간 빵집에서 제빵사로 일하다가 최근 송정역시장에서 창업했다. 그는 “하루 손님이 500여명, 매출이 250만원에 이른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 밖에 청년 창업주들이 시장에서 운영하는 점포는 느린먹거리, 카페1913, 갱소년, 꼬지샵, 계란밥, 무등산 보리밥, 또바기 농부, 동네호떡 등 다양하다. 이 시장은 일제강점기인 1913년 송정역 개설과 함께 ‘송정역전 매일시장’이란 이름으로 자연스레 형성됐다. 당시엔 인근 전남 나주, 함평 등지에서 푸성귀와 수산물 등을 팔러 온 상인들로 북적였다. 산업화 시기엔 바로 옆 블록에 ‘1003번지’로 알려진 홍등가가 생기면서 매일 시장이 열릴 정도로 성업했다. 닭집, 방앗간, 옷가게, 식료품 상점 등이 즐비했다. 송정역을 통해 들어온 주변 농어촌 사람들과 많을 때는 600여명에 이르던 업소 ‘아가씨’들이 생필품을 구입하고 농수축산물이 거래됐던 곳이다. 이 시장 역시 다른 전통시장처럼 1990년대 이후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리모델링하기 전에는 63개 점포 가운데 17개가 텅 빈 채로 방치됐고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생활 잡화와 음식점, 농수산물 판매점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호남고속철(KTX)이 지난해 4월 개통된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광주 관문역인 송정역 하루 이용객이 1만 3000명을 웃돌면서 주변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시장은 송정역 길 건너편(200m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향후 송정역복합환승센터 등 역세권 개발이 이뤄질 경우 전통 식자재, 음식, 토산품과 숙박·관광서비스 산업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산구와 중소기업청,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현대카드), 상인회가 손을 잡고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맞춰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구와 중소기업청은 문화와 전통이 공존하는 추억의 명소로 육성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구와 중소기업청 등은 이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10억여원을 들여 시장이 형성된 골목길 200m 구간의 전선 지중화와 대리석을 사용한 바닥 정비 사업을 마쳤다. 현대카드 디자인팀이 빈 점포와 시장 외관 리모델링을 맡았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시장 운영 비결과 노하우를 외부에 전파하고 교육·홍보·지속적인 콘텐츠 개발 등을 지원한다. 구와 중소기업청은 주차타워, 상인교육관 등 시설 확충 등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각계의 노력에 힘입어 재래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시장 현대화 작업 이후 기대 이상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원주민들과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외지인들의 입소문도 보태졌다. 이 시장 인근엔 송정5일시장과 송정매일시장 등 걸어서 10분 거리에 2개의 대형 전통시장이 자리한다. 관광객 중 청소년층은 이곳에서 먹을거리 등을 즐기고, 노장년층은 인근 재래시장의 방앗간에서 직접 짜낸 참기름 등 토산품을 구입할 수 있는 ‘쇼핑 동선’도 잘 갖춰진 셈이다. 지속적인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건물주들도 힘을 보탰다. 광산구는 지난 5월 시장에 입주한 청년 창업주 17명과 상가 건물주 16명 등이 모인 가운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임대료 인상으로 상인들이 내몰리는 서울 ‘홍대 거리’의 전철을 되밟지 말자고 결의했다. 건물주 배모(68)씨는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장이 살아나고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며 “멀리 내다보고 서로 배려하면서 좋은 기회를 잘 살려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상인 손경재(33)씨는 “사업에 임대료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된 만큼 좋은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1913송정역시장 활성화에 앞장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며 상생 의지를 내보였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하늘 아래 첫 동네… 구름이 불어오는 곳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하늘 아래 첫 동네… 구름이 불어오는 곳

    강원 영월은 중부내륙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만나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활기차게 굽이치는 동강에서는 각종 레저활동이 가능하다. 40여개의 박물관과 단종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영월에 대한 각종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불과 10여 년 전 영월은 도시산업화의 영향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그리고 40~50년 전 석탄 산업이 흥할 때는 전국에서 가장 번화한 고장이기도 했다. 영월의 모운동 마을과 아트미로는 이러한 변화무쌍한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곳이다. 모운동 마을로 가는 길. 고씨굴과 와석재 터널을 지나 주문교로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길가에 그림처럼 흩어진 마을 중 하나인 줄 알았다. 그런 예상을 비웃듯 길은 구불구불 가파르게 한참을 올라간다. ‘진짜 마을이 있나?’ 하는 찰나 거짓말처럼 이정표와 마을의 흔적들이 나타난다. 반갑고도 놀랍다. ●해발 700m… 구름이 모이는 ‘모운동’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모운동 마을은 망경대산 해발 700m 비탈에 오롯이 들어서 있다. 모운이라는 이름은 ‘구름이 모인다’는 뜻이다. 모운동에서 예밀리로 넘어가는 길 전망대에서 보면 모운동 마을 뒤로 백두대간 산봉우리들이 춤을 추듯 너울거리고, 뭉게구름들이 마을 위로 모여든다. 안개구름이 낀 날이면 더욱 그림 같다. 마을은 마치 첩첩산중에 놓인 신기루 같다. 현재 이곳은 30여가구 50여명이 사는 아담한 산골마을이지만 1952년 옥동광업소가 문을 연 이후 1960~70년대에는 인구 1만명에 이를 정도로 번화한 곳이었다. 마을에는 극장, 이발소, 사진관, 방앗간 등 가게가 30~40개에 이르렀다. 모운초등학교(현재 폐교)의 학생수만 1000여명에 이른 적도 있다. 그러다 1989년 폐광이 되면서 30여년의 역사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당시 지어졌던 학교와 우체국 등 몇 채의 건물, 마을 뒤편 산 위의 영화 세트장 같은 석탄채굴 현장, 마을 옆 옥동광업소로 향하는 광부의 길에 남은 흔적들만이 과거를 말해 줄 뿐이다. 광부의 길 안쪽 황금폭포 앞에 세워진 석탄운반차와 유독 말끔한 광부상이 당시의 영화를 재현하고 있다. ●폐광의 쓸쓸함, 동화 벽화로 살려내 마을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2008년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에서 대상을 받게 되면서였다. 누구나 잘 아는 동화를 모티브로 마을의 벽화를 그렸는데 입소문이 났다. 벽화를 주민들이 직접 그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마을을 잘 가꿔 보라고 나라에서 2000만원을 줬는데 벽화까지 전문가에게 맡기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한 거야.” 김흥식 이장의 설명이다. 궁여지책으로 유치원 교사 출신인 김 이장의 아내가 밑그림을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색을 칠했다. 쭈뼛거리던 주민들도 한두 번 하더니 신나게 작업에 참여했다. “좀 못 그려도 봐 줄 만하지 않을까 싶어 동화를 모티브로 한 거지. ‘마카 나오더래요’ 하고 안내방송을 하면 밭일 하다가도 와서 그렸지.”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벌거벗은 임금님’, ‘미운 오리 새끼’, ‘개미와 베짱이’ 등이 주민들 손에 의해 탄생했다. 세련되지는 않아도 풋풋하고 따뜻한 그림체가 더욱 인상적이다. 마을도 더욱 깨끗하고 예쁘게 가꾸어졌다. 직접 벽화를 그리는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가 각종 언론에 소개되고 마을은 TV 프로그램 단골 촬영지가 되었다. 사람들이 심심찮게 찾아오자 누구보다 신이 난 것은 마을 주민들이다. 직접 가꾼 마을이라 더욱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최근 마을 입구 카페를 만들어 잊혀져 가던 마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과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김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모은 자료들이다. 주민들이 일군 소박한 예술들이 마을의 현재와 함께 과거까지도 살리고 있다. ●예술가의 놀이동산 된 ‘아트미로’ 영월의 아트미로는 버려진 놀이공원이 예술가들을 만난 경우다. 대표적인 영월의 관광명소로 꼽히는 고씨동굴 앞에 있던 놀이공원은 한때는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였겠지만 관리가 안 되자 흉물이 되었다. 무너진 놀이기구 자체가 영월의 생채기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듯했다. 2010년과 2013년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영월군의 후원으로 예술가들은 버려진 놀이기구를 이용해 영월의 과거와 현대를 이어 주고 동심과 희망을 상징하는 작품 15점을 설치해 새로운 공원으로 탄생시켰다. 이곳에 설치된 산업기술과 환경을 상징하는 작품 ‘슈퍼맨’은 현대 공공조형물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영월의 아이들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작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소원의 벽’은 주민들의 참여로 더욱 의미를 더했다. 망가진 회전그네의 축을 이용해 인어공주와 신데렐라, 피노키오 등 동화를 모티브로 한 철제 인형을 설치해 누구나 만져 볼 수 있게 했다. 설치한 지 3~5년이 지난 작품들이지만 금세 만들어진 것처럼 튼튼하고 깨끗하다. 오래 두어도 훼손이 적은 재료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작가들 스스로 자주 이곳을 찾아 관리하고 보수하고 있다. 책임기획자이자 조각가인 이희경씨는 “영월을 찾아온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지속적으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주말이면 아이들의 나들이 명소,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명소로 꼽힌다. 예술은 그렇게 영월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38번, 88번 도로를 이용한다. 고씨굴 지나 모운동길 방면으로 들어선다. 양씨판화미술관 이정표를 따라가도 좋다. 아트미로는 고씨굴을 찾아간다. →함께 가볼 만한 곳 영월은 단종의 비극을 함께한 곳이다. 단종이 잠들어 있는 장릉(세계문화유산 등재), 영월에 유배와서 지냈던 청령포 등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아트미로를 탄생시킨 배경이 된 고씨동굴은 4억년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전형적인 석회동굴로 여러 층에 걸쳐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산호, 유석 등의 특징을 직접 볼 수 있다. 동굴에 대한 특징은 아트미로 옆에 위치한 동굴생태관을 찾으면 손쉽게 알 수 있다. 아트미로가 속한 곳은 김삿갓면이다. 조선 말 방랑시인 김삿갓은 영월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삿갓 유적지, 문학관 등이 조성되어 있다. →맛집 아트미로 주변은 칡국수가 유명하다. 잘 말린 칡뿌리를 절구에 찧어 여러 번 씻으면 하얀 앙금이 생기고 여기에 밀가루를 조금 넣고 반죽하여 면발을 만든다. 밀가루보다도 더 차진 느낌이 칡국수의 맛과 식감을 만드는 묘미다. 쫀득하고 쌉쌀하면서도 달짝지근하다. 건진국수처럼 육수를 부어 먹거나 여름에는 비빔 또는 콩물을 넣어 먹는다. 강원토속분식(372-9014), 영월동강타운(372-2963) 등에서 맛볼 수 있다.
  • [열린세상] 앨빈 토플러와 전력 판매 민간 개방/안남성 한양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열린세상] 앨빈 토플러와 전력 판매 민간 개방/안남성 한양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지난달 접한 앨빈 토플러의 별세 소식은 우리가 위대한 미래학자를 잃었다는 슬픔과 함께 미래에 대한 그의 예리한 통찰력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그는 미래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프로슈머(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나타나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를 자동화가 이끄는 제3의 물결로 전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언했다. 또한 디지털 기술과 제조업이 융합된 지식경제가 급성장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대량생산 시대가 가고 프로슈머가 중심이 된 대량 맞춤형 주문 시대로 전환돼 미래의 부 창출을 이끌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그의 메시지들이 우리에게 더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15년 전에 이미 한국은 단순한 제조업에 의존하는 산업화 시대 경제에 안주하지 말고 혁신적인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가 지도자들은 위대한 미래학자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를 무시하고 제조업의 호황이 주는 달콤한 맛에 취해 그 열매를 따서 먹는 데만 안주한 결과 우리는 지금 최악의 청년 실업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전력산업 판매 분야의 민간 개방 문제도 똑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최근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프로슈머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국가의 부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여러 제도적·법적 후속 절차들이 국회와 언론에서 논란이 커지면서 신산업의 성공 가능성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 전력 판매 민간 개방에 대해 요금인상, 대기업 특혜, 공공성 훼손 같은 이유로 우려하면서 한전에 완전한 독점권을 다시 주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전력 판매를 민간에 개방했고 가장 폐쇄적인 전력산업을 유지하고 있었던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최근 판매를 민간에 완전히 개방했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정책들은 무엇보다도 에너지 산업 전환을 프로슈머가 지배하는 새로운 4차 산업사회 진입을 위한 국가적 대응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부 창출 요인으로 속도, 공간, 그리고 지식을 꼽았다. 그러면서 변화와 혁신이 이해 당사자들의 속도 충돌로 방해받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기업은 100마일 속도로 변화와 혁신을 하는 데 반해 정부와 관료조직, 정책, 법, 제도는 25마일, 교육은 10마일, 그리고 정치권은 3마일이라는 늦은 속도로 변화 발전의 흐름을 저해한다고 했다. 미래의 부 창출은 이러한 속도의 갈등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전력 판매 민간 허용 정책은 이미 2000년부터 민간에서 요구가 시작됐고 15년이 지난 지금에야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신산업의 핵심인 프로슈머 육성이 전력 판매 민간 허용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에너지 신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장 변화에 늦은 정치권을 어떻게 설득하면서 추진할 것인가가 제일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최근에 발행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보고서에는 전력 판매 사업의 민간 허용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통해 오히려 요금을 낮출 요인이 될 수 있고 국회에서 걱정하는 대기업 특혜나 요금 인상 같은 부정적 요소들은 규제를 강화해 해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2000년 이후 국내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걱정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해외 사례를 참조하며 많은 연구를 해 왔다. 이제는 전문가들과 정부, 국회, 한전이 미래의 전력산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소통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길을 찾아가야 한다. 미래의 전력산업은 디지털 기술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참여와 선택권을 확대하고 제4차 산업사회 진입을 리드하면서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 [창간 112주년-파워! 코리아] LS그룹, 에너지효율 분야 신사업 집중 육성

    [창간 112주년-파워! 코리아] LS그룹, 에너지효율 분야 신사업 집중 육성

    LS그룹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에너지 효율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 최근 급속한 산업화·도시화 등으로 발생하는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에너지 효율 기술이 부상하면서다. 초전도케이블, 스마트그리드,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신사업 분야를 국산화한 뒤 해외로 나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사업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구자열 LS그룹 회장도 직접 발로 뛰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4월부터 5월 초까지 지구 반 바퀴가 넘는 거리를 횡단하며 사업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제주도에 있는 LS전선 초전도센터와 LS산전 HVDC 스마트센터를 방문해 그룹의 신기술 확보 현황을 점검하고 현장 임직원들도 격려했다. LS전선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직류 80㎸급 초전도 케이블을 개발한 회사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직류(DC)와 교류(AC) 기술력을 모두 확보했다. 교류 154㎸급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형식 승인시험도 통과하면서 초전도 분야 후발 주자였던 우리나라를 불과 10여년 만에 업계 선두로 끌어올렸다. LS산전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육상 HVDC 사업인 북당진~고덕 간 송전 사업에서 671억원 규모의 변환설비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그리드 사업도 주도하고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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