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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15년간 남은 건 ‘비만’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15년간 남은 건 ‘비만’

    야근→ 수면부족→ 폭식 매일 악순환입사 때 75㎏ 몸무게 어느덧 90㎏간수치·지방·혈당 모두 ‘빨간불’근성으로 버텨라? 망가진 내 몸은? “회사에 헌신한 15년간 남긴 건 건강기록부에 적힌 지방간과 고지혈증뿐이네요.” 중소기업에서 지적재산권 업무를 담당하는 박호영(45·가명)씨는 최근 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가슴이 철렁했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간수치, 혈당 등이 모두 정상 범위를 웃돌았다. 정밀검사를 할 필요 없이 거울만 봐도 볼록 나온 배와 퀭한 눈은 그의 몸 상태가 얼마나 악화했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15년 전 입사지원서에 적혀 있던 ‘키 180㎝·몸무게 75㎏’이라는 준수한 수치는 사라졌다. 대신 체중계의 화살이 90㎏을 가리킨 지 오래다. 그는 “중소기업을 일터로 택한 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자’며 앞만 보고 달렸는데 허탈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과로는 단순히 개인 생활을 빼앗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건강까지 갉아먹는다. 과로사나 과로자살 등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과로하는 직장인 다수는 몸의 이곳저곳이 망가지고 있다. “해가 갈수록 건강기록부에 병이 하나씩 더해진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학계의 최근 연구를 보면 장시간 근로가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결과가 많다”면서 “몸에 포만감을 주는 렙틴 호르몬이 억제되고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식욕이 왕성해진다”고 설명했다. # 하루 5시간만 잔 사람, 복부비만율 1.6배 높아 실제 서울대 의과대학 박상민·김규웅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1년)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수면시간이 하루 5시간 이하면 7시간씩 자는 사람에 비해 복부비만 비율이 1.61배, 전신비만 비율이 1.32배 높다. 연구진은 수면 부족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국립수면연구재단이 밝힌 연령별 권장 수면시간은 만 26세 이상일 경우 7~8시간이다. 박씨에게도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다. 새벽 2시쯤 잠들어 고작 4시간 눈을 붙였다 일어나는 날이 많았다. 13시간 시차가 나는 미국 지사와 특허출원 등을 놓고 논의할 일이 잦아 취침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박씨는 “보통 자정이 돼야 통화를 할 수 있어 팩스 원고나 이메일을 미리 써놓고 기다렸다가 시간에 맞춰 보내곤 했다”면서 “잠을 못 자니까 계속 피곤하고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게 됐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밤늦게 일을 끝내고 “고생했다”며 동료들과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다. 과로는 비만만 낳는 게 아니다.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은 과로가 키우는 대표적 질환들이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근로시간이 길어지니 최소 수면시간을 못 지키고 당연히 운동할 체력은 안 되는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먹는 것으로 푸는 일이 순환한다”면서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콜레스테롤 상승과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심하면 우울증… 정신질병 산재도 3년새 48%↑ 장시간 노동은 감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심하면 마음의 병으로 번지기도 한다. 게임 프로그래머인 김모(37·여)씨는 장시간 노동 탓에 우울증을 앓게 됐다. 2010년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김씨는 게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라는 상사의 지시에 밤낮없이 일했다. 주어진 시간이 짧을수록 압박감은 커졌다. 그는 “기획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가 순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데 앞 공정이 지연되면 내가 작업할 시간이 확 줄어든다”면서 “그럼에도 회사는 무조건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하니 밥 먹듯 밤을 새우지 않고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근성으로 버티던 김씨도 한순간 일이 버거워졌고 자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상사에 대한 불만만 쌓였다. 우울감도 깊어져 최근 4개월 사이 서울의 한 자치구 정신보건센터에서 10번이나 상담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12년 내놓은 ‘근로시간이 건강 및 사고에 미치는 영향 연구’ 자료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자들이 우울증, 불면증을 앓은 경우가 주 40시간 이하보다 각각 2.13배, 1.86배 높았다.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우울증, 불안장애 등 자신의 정신질병이 ‘업무상 재해’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를 신청한 경우도 매년 늘어 지난해 125건을 기록했다. 2013년 84건과 비교해 48.8% 늘어난 수치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요즘은 장시간 노동이 신체 건강보다 정신적 차원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을 포함한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이 많다”면서 “오래 일하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해소할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빛나라(법률사무소 인정) 변호사는 “일본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스트레스 검사를 매년 1회 이상 시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검사 결과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판정되면 사업장은 근로자 신청에 따라 의사와 상담을 받도록 하고 근무지 변경, 근로시간 단축, 심야작업의 축소 등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직원의 정신건강을 체크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 몰랐다고 발뺌하기 어렵다. # 주당 60시간 땐 심장질환·사망위험 2배 증가 과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뇌·심혈관계 질환이다. 정인철 아주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2013년 내놓은 ‘노동시간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연구 자료에 따르면 주 60시간을 넘겨 노동하는 집단에서 40~50시간 미만 일하는 집단에 비해 4배 넘는 심혈관 질환이 발생했다. 다른 연구들도 전반적으로 주당 근무시간이 55~60시간 이상일 때 심장질환의 발생 또는 사망위험이 1.5~2.3배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 직업별 질병 리스트 등 예방 시스템 만들어야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아프다는 것, 현장에서 나 자신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제 병들었을 때 어떻게 구조요청을 보내야 하는지 방법을 알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을 많이 했을 때 질병으로 이어지는지 직업병 리스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리스트에 포함된 질병이 발견되면 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bulse46@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경영계에 물었습니다 “직장인 10명중 6명이 일이 너무 많다는데?”

    “시간당 생산성 31.2弗, OECD 꼴찌 수준…11시간 회사 머물지만 일은 5시간 32분” 국내 기업의 고루한 문화 탓에 직장인들이 과로에 시달린다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경영계는 억울해한다. “근로자가 오래 일하는 건 사실이지만 꼭 기업 탓만은 아니다”는 항변이다. “회사 안에 ‘월급 루팡’(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이 있다”며 답답해하는 사장도 많다. 서울신문이 우리 직장인들을 대신해 경영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직장인 과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국내 직장인 노동시간은 솔직히 너무 길지 않나. -길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평균 실근로시간(2052시간·2016년 기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348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고 단순 비교하는 건 문제가 있다. 보통 단시간 근로자(주 30시간 미만) 비중이 높은 나라는 평균 실근로시간이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10.9%로 OECD 평균 16.7%보다 낮아 근로시간이 과대 계상된 면이 있다. →설문조사해 보니 평일 연장근무하는 직장인 비율이 58.7%나 됐는데. -연장근로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꼭 업무의 절대량이 많다거나 기업 문화가 낡아 생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야근에는 ‘불가피한 야근’과 ‘불필요하고 습관적인 야근’이 있다. 특히 정규 업무시간 내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일을 느슨하게 진행해 실제보다 많은 업무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든지, 일부러 일을 늦게 처리하는 일도 있다. 처리 업무량과 관계없이 야근해야 추가수당이 나와 소득이 높아지는 역설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업무량이 너무 많아 일과 중 도저히 끝낼 수 없다”고 말한다.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우리 근로자 1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1시간 동안 만들어내는 생산가치)은 31.2달러(한국생산성본부 발표·2014년 기준)로 OECD 34개 회원국 중 28위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근로시간이 길수록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미국(62.4달러), 독일(58.9달러) 등 선진국과의 격차는 크다. 특히 사무직은 근무시간 중 개인 용무를 처리하거나 비업무 활동을 하는 등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분석해봤더니 우리 근로자는 하루 평균 약 11시간을 회사에 머물렀지만 생산적으로 활용한 시간은 5시간 32분(약 57%)에 그쳤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고용주가 허용하지 않는 이상 근로자의 이메일 사용 등 사적 인터넷 사용은 근무시간에 할 수 없다. →자신의 일을 끝마친 뒤에도 상사가 퇴근을 안 하는 등 회사 분위기 때문에 퇴근 못한다는 직장인도 많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조직문화의 문제라기보다는 연공서열과 관계지향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유교적 문화의 영향이 크다. 일본 등도 야근을 많이 한다. 특별기획팀 dream@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오늘도 난 ‘일바보’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오늘도 난 ‘일바보’

    “저녁 먹자” 부장 한마디는 야근 경보승진 위해 집보다 회사가 편하다고이런 분위기에다 실적 압박에직원들 감히 어떻게 가방을 드나 대한민국은 ‘야특’(야근·특근) 공화국이다. 근로계약서에 적시된 ‘소정근로시간’은 갑(회사)도, 을(직원)도 믿지 않는 허울일 뿐이다. 서울신문이 리서치회사 엠브레인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8.4%가 ‘과로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한 건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왜 일만 아는 ‘일 바보’가 됐을까. 설문조사 결과와 사례 취재 등을 통해 노동자들이 과로의 덫에 빠져든 원인을 살펴봤다.“저녁 먹자.” 사무실 시계가 오후 6시를 가리키자 사장실에서 팀장이 상기된 얼굴로 나왔다.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진 뒤 먼저 밖으로 나간다. 팀원들은 말없이 따라나선다. 이렇게 야근은 또 시작됐다. 어제도 자정 넘겨 퇴근했는데 오늘은 대체 몇 시에 퇴근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 팀에선 개별 행동이 허용되지 않는다. 점심·저녁 식사는 물론 야근도 함께한다. 회사 내에서도 악명 높다. 그런데도 이 팀에 오려고 줄을 선다. 승진 때 가점 받는 등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약속 때문이다. #직장인 60% “일의 절대적 양이 많아 야근” 이 팀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국내 대기업 중 한 곳인 A사의 기획실 소속이다. 임원급인 팀장은 사장에 직접 보고한다. 팀원들은 팀장이 보고 때 ‘깨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팀장이 낮 미팅 중 스마트폰 메신저 텔레그램 등으로 메시지를 보내 ‘필요한 자료를 찾으라’고 지시하면 잽싸게 만든다. 밤에는 팀장이 다음날 오전 9시 회의 때 보고할 자료를 준비한다. 자료 작성이 끝나야 집에 갈 수 있다. 하루 평균 업무시간은 15~17시간. 초과근무 수당은 없다. 이 회사 사무직에는 초과근무라는 제도 자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 팀원이 지친 팀 전체를 위해 ‘총대’를 멨다. 팀장에게 “앞으로는 팀원을 반으로 나눠서 돌아가며 야근하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다.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지난달 사표를 내고 외국계 기업으로 옮겼다. “몇 년 더 일해봤자 골병만 날 것 같다. 미안하다”는 고별사를 남겼다. A사의 모습은 정도가 조금 심할 뿐 대한민국 기업의 평균적 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설문조사 결과 평일 초과근무를 하는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의 58.7%였다. 초과근무를 하는 이유로는 ‘일의 절대적 양이 많아서’라는 답변(60.6%·중복응답)이 가장 많았다. 전자업체 연구원인 강모(31) 대리는 “업무 특성상 10월까지 과제를 마무리해야 해 매일 밤 샌다”면서 “졸음이 쏟아지는 밤에는 단순업무 위주로 하고 그나마 정신이 든 낮에 생각하는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강씨 동료 중에는 귀갓길에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 사람도 있다. 직장인 2명 중 1명은 ‘회사 분위기 때문에 먼저 퇴근할 수 없어 야근한다’(46.9%)고 답했다. 내 일이 다 끝나도 상사가 퇴근을 안 해 눈치 보며 사무실에 앉아 있다는 얘기다. 반면 습관적으로 회사에 남는 ‘자발적 야근’을 한다는 답변도 21.4%나 됐다. 습관적 야근자는 나이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20대 직장인 중에는 12.2%에 불과했지만, 50대는 29.3%에 달했다. 결국 관리자급 직원들이 승진을 위해 또는 집보다 회사가 편하다는 이유로 자발적 야근을 하니 젊은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남게 된다. 또 습관적 야근자는 남성(응답자 중 28.5%)이 여성(14.1%)보다 많았다. #2명 중 1명 “회사 분위기 때문에 먼저 못 가” 몇 해 전부터 정부가 앞장서 ‘일·가정양립’을 외치다 보니 ‘가정의 날’(특정 요일에는 일찍 퇴근하는 제도) 등을 도입한 회사가 늘었지만 큰 효과가 없다.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집에만 빨리 가라고 하기 때문이다. 4대 은행 중 한 곳인 B은행에서는 한 달에 약 10번씩 직원들이 유연근무제를 신청해 일찍 퇴근하도록 하고 있다. 유연근무일에는 PC를 못 쓰도록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부지점장급 이상 일부 직원은 “더 남아 할 일이 있다”는 이유로 꼼수를 쓴다. 이 은행 과장급 직원인 임모(39)씨는 “비정규직 직원 사번으로 로그인하면 컴퓨터를 쓸 수 있다”면서 “남아 일해야 하는 직원들이 하소연하다 보니 노조에서 이런 편법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과로를 하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지칠 수밖에 없다. 설문 응답자의 96.9%가 평소 피로를 느낀다고 답했다. 49.5%는 매우 심하거나 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또 피로가 업무 수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 응답자는 전체의 85.0%나 됐다. 결국 피로하다 보니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퇴근 시간만 늦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장시간 근무가 과로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35.1%)는 설문 결과는 당연하다. 직장인들은 또 과도한 업무 강도(18.7%), 불규칙한 근무 형태(12.9%), 지나친 실적 압박(10.5%) 등도 과로 원인으로 지목했다. #“과로사 피하기 위해 대충 쉰다” 48% 정부도, 기업도 과로의 근본 원인을 뿌리 뽑지 못하다 보니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의 과장급 직원 서모(34)씨는 “모시던 부장님이 과로로 돌아가셔서 팀 분위기가 침울했다”면서 “차장급 직원들은 ‘우리에게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한탄했다”고 말했다. 특히 실적 압박이 상대적으로 심한 금융권에서는 과로자살이 많다. 지점장 시절 전국 지점 실적 평가에서 9차례 연속 1위를 했다는 시중은행의 전직 부행장은 “스트레스가 심해 새벽 3~4시만 되면 잠에서 깼다”면서 “실적이 저조한 달에는 바깥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과로사 소식을 들을 때마다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과로사를 피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은 극히 제한돼 있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48.3%는 ‘근무 중 알아서 쉰다’고 했다. 회사에 적극적 도움을 구하기보다 눈치껏 업무량 조절을 한다는 얘기다. “퇴직을 고려한다”(20.0%)는 응답자는 5명 중 1명꼴이었다.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15.6%나 됐다. 특별기획팀 dream@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68% “일하다…이러다…죽을라”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68% “일하다…이러다…죽을라”

    남성 > 여성… 3040 가장 ‘우려’판매·영업직 종사자 특히 높아79.5% “과로사 위협 느꼈다” 직장인 1000명에게 ‘일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10명 중 7명꼴로 ‘그렇다’고 답했다. 과도한 업무 탓에 죽음의 문턱까지 떠밀린 직장인들이 우리 주변에 매우 많다는 얘기다. 직종별로는 판매·영업직, 성별로는 남성, 연령대로는 30·40대가 과로사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 많이 했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리서치 전문회사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20~50대 직장인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8.4%는 과로 탓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봤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종종 (죽음을) 생각한다’와 ‘자주 생각을 한다’는 비율은 각각 27.3%, 4.2%로 지속적으로 과로사를 염려하는 비율이 30%를 넘었다.직종별로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판매·영업직 종사자의 79.5%가 과로사 위협을 한 번 이상 느꼈다. ‘자주 죽음을 생각한다’는 응답은 14.1%였는데 응답 비율이 10%를 웃돈 건 판매·영업직이 유일했다. 이어 생산직 종사자의 78.0%도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73.3%)이 여성(63.4%)보다 격무 탓에 죽을 수 있다고 더 많이 생각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71.5%로 가장 높고 40대 71.1%, 50대 65.6%, 20대 64.9% 순이었다. 직장 내 ‘허리’로 가장 업무량이 많은 30·40대가 과로사 위험에 제일 취약하다는 뜻이다. 오래 일하는 직장인일수록 과로사의 두려움이 더 컸다. 주 60~68시간 일하는 직장인은 87.8%, 평일에 야근 등 연장 근무하는 직장인은 78.2%가 일하다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다고 답했다. 또 주말 등 휴일 근로자가 죽음을 생각해 봤다는 비율(75.1%)이 휴일 근무를 하지 않는 직장인(63.4%)에 비해 높았다. 현행 정부 기준상 과로(최근 12주 평균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장인 5명 중 1명은 자신이 과로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주 60~68시간 근로자 중 22.0%는 과로 기준을 넘지 않았다거나 기준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68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도 21.9%가 과로를 했는지 몰랐다고 응답했다. 또 설문 응답자의 47.9%는 주 50시간 넘게 일하면 과로라고 봤다. 주 50시간은 정규 근무시간(하루 8시간)을 꽉 채우고 추가로 주 5일 내내 2시간씩 초과근무를 해야 맞출 수 있다. 이는 정부의 현행 기준보다 10시간 낮다. 정부 기준과 국민 의견 사이의 ‘10시간 간극’이 확인돼 향후 근로시간 단축 논의와 맞물려 과로 인정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현안이 될 전망이다. 박창범 경희대 의대 교수는 “정부가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 추진 중인데 이렇게 되면 과로 기준이 법정 노동시간을 넘어선다”면서 “과로 기준도 주 52시간 안팎으로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dream@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사설] 과로를 惡으로 인식해야 행복지수 높아진다

    과로는 더이상 미덕이 아니다. 가족과 사생활은 뒷전이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며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들을 칭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누가 뭐래도 여전히 과로 사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연간 노동시간이 길다. 민간과 공공부문을 포함해 한 해 평균 350명, 하루에 1명꼴로 과로사한다고 한다. 올 들어서만 집배원과 게임개발자, 공무원, 경찰관 등이 과로 때문에 숨졌다.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를 보면 2013년 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4898명 중 73.4%가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가 정한 과로시간(쓰러지기 전 최소 주당 60~64시간 근무)을 넘겨 일하다 병이 났거나 숨진 근로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2011년 이후 과로사 혹은 과로 자살로 숨진 근로자의 유가족 54명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과로사와 과로 자살에 대한 무지를 꼽았다. 산재 심사 과정에서는 회사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점(28.3%), 노동의 질적 특성과 스트레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판정하는 질병판정위(27.5%)가 가장 힘들었다고 답했다. 특히 질병판정위원들의 성의와 전문성, 감수성 부족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격무와 실적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의 인과관계를 유족들이 입증하도록 한 현재의 구조는 자료의 비대칭성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질병판정위의 과로사 인정 기준을 완화하고 현장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회사의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위반할 경우 제재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일본처럼 과도한 시간외 근무에 대한 규제 강화와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근본적인 접근도 모색해야 한다. 과로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가정과 공동체의 행복과 직결된다. 현재 근로시간 감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고, 보수 야당도 반대하고 있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 소득 감소 문제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과로는 미덕이 아니라 범죄”라는 과로사 예방법 등을 대표 발의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과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국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 고용부 “과로사 인정 구체적 매뉴얼 마련”

    유가족 입증 부담도 줄이기로 한국노총 “과로사예방법 제정을” 정부가 현행 과로사(뇌심혈관계질환 업무상질병) 기준을 개선하고 유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입증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한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서울신문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과로사를 포함해 뇌심혈관계질환에 대한 현장조사 내용 및 방법, 판단 시 고려사항, 정보공개 방법 등 구체적인 매뉴얼을 올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2017년 10월 10일자 1·2·3면 보도>를 통해 과로를 과로로 보지 않는 현행 기준과 유가족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산업재해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용부는 “최근 사회적으로 과로사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어 현행 인정 기준에 대한 타당성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연구결과를 토대로 연말까지 업무시간 기준을 포함한 만성과로기준에 대한 규정을 명확하게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무상 질병을 유가족이나 재해 당사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행 체계에 대해서도 “인정 기준 요건을 충족하면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으로 간주하는 질병 항목(당연 인정 기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업무상 질병을 판단할 때 현장조사를 강화하고 조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받아 유가족(신청인)에게도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근로기준법 59조(근로시간 특례업종)를 폐기하고 과로사예방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보도를 계기로 우리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동자들이 더이상 과로사나 과로자살에 내몰리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회사가 자료 제출 요구에 협조하기는커녕 조작된 자료를 내는 현실에서 유가족이 과로사, 과로자살을 입증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로사, 과로자살은 노동자의 불행일 뿐 아니라 가족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라면서 실노동시간 단축, 근로기준법 59조 폐기, 과로사예방법 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김영주 장관 ‘의정부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방문…재발 방지 약속

    김영주 장관 ‘의정부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방문…재발 방지 약속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을 찾았다. 앞서 의정부시 낙양동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노동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다.김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40분쯤 사고 발생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향해 조의를 표하고 “지금까지 타워크레인 사고가 나면 원청은 책임에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앞으로는 보상 등 모든 분야에 있어 원청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지침을 곧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인명사고를 낸 타워크레인 업체가 3년 내 또 사고를 내면 업계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이런 내용을 담은 타워크레인 사고예방대책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대책에는 20년 이상 된 크레인의 비파괴검사 의무화, 사망사고 발생 시 임대업체 영업정지 및 설치·해체 작업자 자격 취소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사망사고 재발 시에는 임대업체 등록이 전면 취소된다. 아울러 원청은 타워크레인 설치부터 해체까지 전 과정에 대한 감독 의무를 지게 될 것이라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이번 사고 현장에서 원청인 케이알산업 대표 등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사고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유족들에 대한 보상에 원청이 책임 있게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현장에 나온 고용부 직원들에게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고용부는 사고 현장에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2차 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장 전체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 전원을 처벌할 방침이다. 앞서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의정부시 낙양동 민락2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2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넘어졌다. 이 사고로 노동자 염모(50)씨 등 3명이 숨지고 김모(51)씨 등 2명이 다쳤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단독] 양·시간만 따지는 과로 기준… 직업별 업무 강도·교대제 등 체계화해야

    정부의 과로 판정 기준에는 ‘업무시간이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60시간 이상이거나 4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한 경우’,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의 양·시간이 평상시보다 30% 이상 많아진 경우’라고만 간략히 적혀 있다. 과로 여부를 결정할 때 ‘업무의 강도나 책임,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여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어 판정위원의 성향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탓에 병에 걸리거나 사망했는데도 어떤 노동자는 업무상 재해로 승인받고 누군가는 승인받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업무의 질적 특성을 고려해 과로 여부를 결정하도록 판단 기준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무 강도 정해진 업무시간 안에 얼마나 쉴 틈 없이 일했는지 판단할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시간제 텔레마케터의 경우 4시간만 일하더라도 상담 횟수를 채우도록 해 놨다. 전화를 빨리 끊어 더 많은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광부는 노동 강도가 높아 하루 6시간만 일하게 돼 있다”면서 “직업별 적정 노동시간 기준을 정하고 이를 넘어선 시간과 강도는 과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근무 형태 야근이나 교대제 근무는 몸을 곯게 한다. 특히 야간 노동은 정상적인 호르몬의 주기적 변화에 교란을 가져와 수면장애와 심근경색, 비만과 같은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야간 노동을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스트레스 기준 세분화 직장 내 스트레스도 과로 판정 때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다. 오빛나라(법률사무소 인정) 변호사는 “일본은 ‘직장에서의 심리적 부하 평가표’를 만들어 조직문화, 직책에 따른 책임, 직장 내 괴롭힘 등 각각의 스트레스 요인이 노동자 정신건강에 미치는 정도를 ‘상·중·하’로 평가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판정 지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개인적 특질 같은 일을 하더라도 건강 상태 등에 따라 피로도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과로 판정 때 해당 노동자의 신체 조건과 건강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 활동가는 “동료 운전기사들이 하루에 13시간씩 일한다고 해서 최근에 졸음운전 사고를 냈던 경기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장시간 노동이 과로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개별 노동자가 달라진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에 적응하기 어려운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자 입증 책임 완화 프랑스에서는 노동자의 사망이 과한 업무 탓인지 여부를 고용주가 입증해야 한다. 반면 우리는 입증 책임이 유가족에게 있다. 그러나 출퇴근 기록, 직장 내 컴퓨터 접속 기록 같은 기본 증거조차 수집할 능력이 유가족에게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유가족이 사망한 노동자 정보를 기업에 요청하면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5sjin@seoul.co.kr ■특별기획팀 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 기자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3년 주말없이 일했는데 해고 압박… 남편은 추운 겨울 스러졌다

    [단독] 3년 주말없이 일했는데 해고 압박… 남편은 추운 겨울 스러졌다

    1911명. 지난해 업무상 과로로 쓰러지거나 숨져 국가에 산업재해 인정을 요청한 노동자 수다. 그들의 죽음 뒤에는 연평균 2069시간에 달하는 우리 사회의 노동문화가 숨어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2016년 기준 평균 1764시간) 중 최고 수준이다. 노동자의 마지막 에너지까지 요구하는 기업문화와 실적, 승진, 명예퇴직 등을 둘러싼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도 맞물려 있다. 우리 직장인은 어떻게 죽음으로 내몰리고,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나락으로 몰아갈까. 서울신문은 과로 문제 취재 중 만난 이서경(49·가명)씨로부터 들은 남편 김인환(사망 당시 51·가명)씨의 사연을 재구성했다.“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지 왜 다녔어요?” 잔인한 한마디가 끝내 서경씨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남편의 과로사를 인정받으려 OO지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찾은 자리였다. 판정위원이었던 한 여성 외과 전문의가 무표정한 얼굴로 무심하게 내뱉었다. 서경씨는 생각했다. ‘나이 쉰에 한창 자라는 아들이 있는 아버지가 힘들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겠습니까.’ 그가 만난 산업재해 판정위원들의 감수성은 딱 그 정도였다. 국내 과로사 인정 비율이 20%대에 불과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경씨의 가정에 비극이 움튼 건 약 2년 전, 2016년 1월 어느 겨울이었다. 지방 건설사에 다니던 인환씨는 20평 남짓한 사택 안방의 담요 위에 홀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근경색. 사망한 지 꼬박 하루가 지난 뒤였다. “주말부부라 남편이 보통 토요일 오후에 서울 집에 왔거든요. 그날은 밤늦도록 오지 않아서 다음날 실종신고를 했죠. 그런데….” 당시를 떠올리던 서경씨가 말을 잊지 못했다.회사 동료들이 기억하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은 금요일 회식 뒤 자정쯤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아타던 장면이었다. 빈소에서 만난 남편 동료들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부장님이 너무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이건 명백한 업무상 재해예요.” 회사 임원은 장지까지 쫓아와 “내가 뭐든 해 줄 테니 산재 신청을 하라”고까지 했다. 도대체 회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서경씨가 기억하는 남편은 유능한 영업사원이었다. “서울의 큰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2010년쯤 그 회사로 스카우트됐어요. 고급 아파트를 분양하는 일을 했죠.” 남편은 사고 당시 수백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었다. 남편이 이상 징후를 보인 건 사고 몇 주 전부터였다. 주말이면 아들과 붙어 있는 게 일이던 남편이 방에만 틀어박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불경기다 보니 분양 계약을 맺었다가 취소하겠다는 신청이 많아졌어. 그게 제법 쌓였는데, 소송까지 걸었더라고.” 남편이 고민을 털어놨다. 그런 남편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인 일이 터졌다. 해고 압박을 받은 것이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오너가 조만간 사업 분야를 조정하겠다고 했대요.” 남편은 그때부터 아들에게 “아빠가 12월부터 실업자 될 것 같아”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졌다. 부장이었던 남편에게는 10명 남짓한 부하 직원들도 걱정이었다. 대부분 40대 후반, 50대 초반. 부양할 아이들이 있었고 다른 일터를 구하기엔 애매한 나이였다. 사방의 압박, 결국 남편은 벼랑 끝에서 버티지 못했다. 산재 신청을 결심한 서경씨는 노무사를 찾았다. 그리고 뜻밖의 조언을 들었다. “사망하고 바로 산재 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좋게 보지 않는대요. 돈만 밝힌다고 생각한다나. 그게 우리나라 정서래요.” 그래서 석 달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잘못이었다. 제 일처럼 뜨겁게 애도하던 회사 동료들은 그사이 싸늘히 식어 있었다. “회장이 산재 신청을 너무 싫어했대요. 과로사는 중대재해니까 회사 부담도 커질 테고….” 직원들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직장은 소중했다. 현행법상 과로를 인정받으려면 사망 직전 주당 최소 60시간씩 일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산재 입증을 위해서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서류를 얻어야 한다. 유족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서경씨는 편지까지 써 가며 회사로부터 급여 내역서 등 최소한의 자료를 얻었지만 증거로 삼기 어려웠다. 남편은 연장·야간근로를 자주 했지만 회사가 건넨 서류에는 시간외수당이 따로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임금을 뭉뚱그려 주는 포괄임금제 탓이다. “남편은 영업직이라 생산직이나 공무원과 달리 출퇴근기록부가 없었습니다. 보통 7시에 출근해 6시에 사무실에서 나왔는데, 영업이란 게 퇴근 이후에도 업무가 진행되잖아요. 고객 만나고, 언제든 전화 오면 일해야 하고. 모델하우스에 가자는 고객이 있으면 주말이 없어졌어요. 이런 건 서류에 기록되지도 않습니다.” 회사를 옮긴 2010년부터 3년간은 주말에도 일이 많아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에 왔지만 산재 심사 때는 최근 3년 기록만 증거로 인정됐다. 서경씨는 반년 동안 어렵게 모아 만든 서류 70여장을 들고 복지공단에 산재보험의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질병판정위가 열렸다. 판정위원들은 서류에 적힌 근로시간 외에 남편이 겪은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대신 남편의 심장이 멈춘 게 과로 때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데는 놀라울 만큼 집요했다. 복지공단 측은 남편의 건강검진부를 뒤져 ‘10년 동안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웠다’는 문진기록까지 증거로 들이밀었다. 1차 심사에서 승인 여부를 판정받지 못했다. 다수결로 결정하는 구조인데 의견이 동수로 갈렸다. 과로사 승인을 받지 못하면 행정소송도 벌일 계획이지만 현행 법체계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질 확률이 99%”라는 노무사의 얘기에도 버티며 이 정도까지 싸우고 있으니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아주 조금 덜어지기는 했다. 서경씨는 아직 ‘한부모가정’ 신청을 하지 못했다. 아들이 아빠와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을 그렇게 보냈지만 서경씨는 스스로 ‘더 밝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다가오는 걸 어려워한다”고 했다. 왜 이토록 모진 싸움을 하는지 물었다. “너무 불쌍하잖아요. 누구보다도 성실했던 그이가 그냥 죽은 게 아니라는 것만큼은 꼭 기록에 남기고 싶습니다.” 그는 고통스러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특별기획팀 dynamic@seoul.co.kr *유족의 요청으로 가명을 쓰고, 회사명은 익명 처리했습니다.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과로는 범죄… 자신과 가정 파괴는 물론 남의 일자리도 빼앗아”

    [단독] “과로는 범죄… 자신과 가정 파괴는 물론 남의 일자리도 빼앗아”

    “과로는 미덕이 아니라 범죄다.”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장시간 근로는 자신과 가정을 파괴하고 남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 40시간 노동이면 충분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그는 과로사예방법 등 4건의 과로사·과로자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 의원은 지난해 10월 우연히 과로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지진 대응 노하우를 배우러 일본에 갔다가 조간신문 1면에서 거대 광고회사인 ‘덴쓰’의 20대 여성 노동자가 과로자살했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한국에 돌아와 알아보니 어느 법에도 과로사나 과로자살 개념이 나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집배원의 연쇄 과로사와 과로 버스, 게임업계 종사자의 과로사 문제 등이 터지면서 과로가 노동계의 일상적 현실이라고 확신했다. 신 의원이 발의한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은 현행 법체계에 과로사라는 표현을 명시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과로사방지협의회’를 운영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외에 ▲근로기준법 개정안 2건(집배원, 시내·시외버스 특례업종 제외) ▲국가공무원법 개정안(공무원의 근로시간 규정) 등이 상임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 의원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이 통과에 소극적이다.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다는 게 이유”라면서 “과로사 방지법, 국가공무원법은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로사예방법을 통해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 책무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과로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는 일각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신 의원은 지난 7월 했던 집배 업무 체험을 언급하며 “집배원은 자기 배달 구역이 있는데 갑자기 근무지 변경이 이뤄지기도 한다. 매일 1000통을 돌리다가 근무지가 바뀌면 지리를 잘 몰라 절반밖에 못 돌리게 되고 자괴감으로 이어진다”면서 “심각하면 자살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와 과로사 등으로 사망한 집배원은 올해만 15명이다. 신 의원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사람을 새로 뽑지 않고 한 명에게 연장근로를 시키는 직장 문화가 남아 있다”면서 “살인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bulse46@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유족이 ‘증명’해야 하는 죽음… 회사는 자료 숨기고 국가는 방관”

    [단독] “유족이 ‘증명’해야 하는 죽음… 회사는 자료 숨기고 국가는 방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노동자가 격무와 실적 압박 등에 시달리다 사망하면 과로 입증은 오롯이 가족 몫이 된다. 과로를 강요한 회사, 이를 감독하지 못한 국가는 죽음 이후에도 방관한다. ‘과로 탓에 가족이 죽었다’는 산업재해(산재) 신청 10건 중 2~3건만 과로사로 인정받는 이유다.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과로사와 과로자살 유족들을 상대로 심층설문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망 이후 과로 입증을 위해 이들이 어떤 싸움을 하게 되는지 역추적하기 위해서다. 재단법인 피플과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모임, 사람과산재 과로사센터, 전국우정노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서울교통공사노조, 동서노무법인, 반올림,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등 유족과 접점이 있는 모든 곳으로부터 도움받았다. 2011년 이후 숨진 과로사·과로자살 유족 54명(승인 32명·불승인 14명·심사 중 1명·중도 포기 5명·심사준비 2명)을 상대로 면접과 서면조사를 했다. 유족들은 주변 시선과 사측과의 분쟁 등을 우려해 대부분 이름 등 인적사항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아 익명 처리했다. 조사 결과 유족들은 과로사를 입증할 때 세 개의 축과 싸웠다. 회사,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 그리고 자신이다.#회사의 비협조 “그래도 전 운이 좋은 편이에요. 회사가 타코미터 기록(운행일지)을 줬잖아요. 남편 쓰러지고 돌아가시기 전이라 줬어요. 우리 남편이 산재 승인을 받자 회사에서 ‘실수했다’고 자책했대요.” 진은희(가명)씨 남편은 중증 뇌부종과 뇌경색을 앓다 지난해 사망했다. 고속버스 기사였던 남편은 격무를 한 뒤 집에서 쓰러지고는 6개월간 버티다 세상을 떠났다. 산재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판정위는 타코미터 기록을 근거로 남편이 사고 전 주당 평균 61~68시간씩 일했다고 판단했다. 과로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진씨 말처럼 그는 운 좋은 사람인지 모른다. 과로는 별 증거를 남기지 않는 데다 기업들은 과로 판정에 결정적인 자료를 쉽게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설문 응답자 중 산재 심사 과정을 마친 유족(46명)의 84.8%(39명)가 심사 과정 때 가장 어려웠던 일로 ‘회사 상대로 증거를 수집해 입증해야 하는 현실’을 꼽았다. 가족들은 직접 뛰어 출퇴근 기록(30건), 동료 진술서(18건), 대중교통 이용 및 식사비 카드 내역서(9건), 회사 내 폐쇄회로(CC)TV(5건), 메신저 내역(6건), 주차장 출입기록(3건) 등을 모아 입증 자료로 썼다. 2016년 6월 남편을 잃은 김정아(가명)씨는 “회사가 자료 수집을 방해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선박 승무원이었던 남편은 주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주 66시간) 일했다. 하지만 수차례 읍소해 회사에서 받은 근무기록표에는 ‘주 52시간’이 찍혀 있었다. 질병판정위는 회사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산재는 인정되지 않았다. 김씨는 업무 지시가 남아 있는 메신저 기록과 동료로부터 받은 당직근무표 등을 모아 재심을 청구해 결국 산재 승인을 받아냈다. 유족들이 먼저 떠난 가족의 행적을 쫓으며 확인한 직장 스트레스 요인(복수 응답·142건)은 다양했다.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량(21.1%), 업무 실패 및 과중한 책임 발생(16.9%),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업무 성격(15.5%) 등이었다. 2016년 4월 연구원인 남편이 과로자살한 한미연(가명)씨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연구 마감이 다가온다’는 내용이 남편 일기장과 수첩에 여러 번 나왔다”면서 “새벽 1시 30분에 돌아와 아침 7시에 출근했던 살인적인 근무시간만큼 실적 압박이 남편을 괴롭힌 것 같다”고 떠올렸다. 직급에 따라서도 과로사 또는 과로자살의 원인이 달랐다. 과장 이하 평사원(복수 응답, 전체 82건)은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량(25.6%)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었고 차장 이상 임원급(복수 응답, 전체 41건)은 업무 실패·과중한 책임 발생(26.8%)이 가장 큰 압박 요인이었다. #질병판정위와의 싸움 입증자료를 어렵게 모아도 산재 승인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수진(가명)씨는 2015년 11월 뇌경색으로 남편을 잃었다. 몸이 아프다며 직장을 그만둔 지 두 달 조금 넘어서다. 운수업에 종사한 남편은 주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11시간(주 76시간) 일했지만, 질병판정위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판정서에는 ‘퇴직한 지 두 달 넘어 발병한 뇌경색은 과로 때문으로 볼 수 없다’고 써 있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뇌혈관질병 및 심장질병 요양신청 재해조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월~2016년 6월 과로 기준 시간을 충족한 산재 신청 사건 1351건 가운데 산재 승인을 받은 건은 절반 정도인 752건(55.6%)에 그쳤다. 낮은 승인율은 여러 원인 때문이겠지만 질병 판정이 ‘속성’으로 이뤄지는 탓도 있다. 보통 반나절 진행되는 질병판정위 심의에서는 13.6건(2017년 상반기 기준)의 사건을 다룬다. 한 사람의 죽음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다루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설문조사(복수 응답·전체 138건)에서 노동의 질적 특성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판정을 내리는 것(27.5%)과 질병판정위원들의 성의 부족(17.4%), 전문성 부족(13.8%)이 산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응답했다. #무너진 심리상태 유가족들은 고인의 사망 직후 가장 힘든 점(복수 응답·68건)으로 ‘심리적 무력화’와 ‘대처방법에 대한 무지’를 32.4%로 가장 많이 꼽았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와 가정을 망가뜨린다. 교육서비스 업체에서 일하던 남편이 2016년 과로자살한 이영하(가명)씨는 “남편이 살아 돌아오면 ‘나랑 애는 어떡하라고 그렇게 떠났느냐’고 묻고 싶다”며 눈물 흘렸다. 남편은 불공정한 인사평가와 잦은 전보, 갑자기 늘어난 업무량 등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과로자살은 과로사보다 입증이 훨씬 어렵다. 실적 압박, 열악한 근무환경 등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도 함께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산재 신청을 한 이유를 묻자 77.8%(복수 응답)가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50.0%) 해결도 중요한 이유다.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은 “대출이 기본인 사회에서 노동자가 사망해 수입이 끊기면 당장 연체 통지서가 가정에 날아온다”면서 “정부가 남은 가족의 취업 교육 등 경제활동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질병판정위 인정 기준 완화와 현장조사 강화, 유가족이 입증해야 하는 구조 개선, 회사의 자료 제출 의무화와 위반 시 제재조치.’ 가족의 죽음 뒤 소극적인 회사와 국가의 태도에 실망한 유족들의 요구사항(주관식 응답 중 많은 순)이다. 2016년 11월 과로사로 아버지를 잃은 한 응답자가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20년 동안 몸바쳐 일했던 회사는 저희 가족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저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산재보험료가 올라갈 수도 있고 한 명을 산재로 인정해 주면 다른 사람도 해 줘야 된다는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금속 주조일을 하셨는데 질병판정위원들은 현장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습니다. 어렵게 산재 인정을 받고 나니 다들 말하더군요. 운이 좋다고요. 아버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었을까요?” 특별기획팀 ikik@seoul.co.kr [용어 클릭] ■과로사 과중한 업무 탓에 뇌혈관 질환과 심장질환이 나타나 사망하는 것. 1980년대 일본에서 처음 쓰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질병과 업무 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을 때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과로자살 업무에 의한 과로·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자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자살은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지만 ‘업무상 사유로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는 근로자’ 등은 예외적으로 산재로 인정받는다.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매일 13시간씩 일하다… 인정 못 받는 죽음, 과로사… 산재 승인 절반뿐 ‘성실할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병.’ 한국 사회 고질병인 과로의 끔찍함은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회사와 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한 이들만 골라 덮친다. 한때 ‘근면성실’이라는 이름으로 위대한 국민성이라 추앙받았지만 이제는 ‘국민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 공식 기록상 국내에서는 매일 약 1명꼴로 과로사하는데 문서에 적히지 않은 죽음은 훨씬 더 많다는 지적이다. 직종도 가리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집배원과 게임 개발자, 방송국 프로듀서(PD), 공무원, 버스기사 등이 과로 탓에 숨졌다. 서울신문은 7회에 걸쳐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시리즈를 연재한다. 시대 변화에 맞추지 못하는 고루한 기업 문화와 사회 인식, 법·제도가 노동자 건강을 어떻게 좀먹는지 집중 조명한다. 1회에서는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과로사·과로자살 유족 54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통해 과로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과로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짚는다.‘월화수목금금금’으로 상징되는 장시간 근로 문화 속에서 쓰러지는 노동자가 많지만 다수는 정부의 자의적 판정 기준 탓에 과로 인정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정한 과로 시간(쓰러지기 전 최소 주당 60~64시간 근무)을 넘겨 일하다 병나거나 숨진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산재 승인을 받지 못했다. 쉽게 말해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주5일 근무 기준·식사는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죽어도 일부는 과로가 아니라고 봤다. 이 결과는 서울신문이 9일 입수한 고용부의 ‘뇌혈관질병 및 심장질병 요양신청 재해조사 분석’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분석은 과로 때문에 뇌경색·심근경색 등 뇌·심혈관 질환으로 요양 중이거나 사망했다며 2013년 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산재)로 급여신청한 4898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73.4%(3596명)는 산재로 승인받지 못했다. 또 전체 신청자 중 1351명이 과로 시간 기준을 한 가지 이상 충족했는데도 44.3%(599명)가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현재 정부가 과로 여부를 가릴 때 쓰는 업무 시간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쓰러지기 직전 12주 평균 주당 60시간 이상 일했거나 4주 평균 주당 64시간 넘게 일했다면 만성과로로 본다. 또 쓰러지기 1주일 이내 업무시간과 양이 평소보다 30% 이상 갑자기 늘면 단기과로로 분류한다. 산재 신청자 중 만성·단기 과로 기준을 모두 충족한 사람은 40명이었는데 이 중 30.0%(12명)는 승인받지 못했다. 산재 여부 판단은 근로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보되 발병 1주일 이내 업무강도·책임, 휴무시간, 근무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리도록 돼 있다. 정부가 2013년 만성 과로 기준을 만든 이후 기준을 충족한 사건의 불승인 실태를 분석한 건 처음이다. 장시간 노동자 중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의 판정서를 보면 판단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사례도 많다. 한 벌목공은 주당 64시간 이상 일하다 쓰러졌고, 회사조차 ‘업무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의견서를 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과로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단순기계작업을 하다 뇌경색에 걸린 노동자는 발병 전 매주 63시간씩 일했지만 “업무가 단순하고 뇌경색 요인 중 하나인 치과질환이 있었다”며 불인정했다. 아파트 보일러·전기시설 관리 직원은 24시간씩 격일제 근무를 하다가 쓰러졌는데 ‘야간에 민원이 없어 쉬거나 가수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받지 못했다. 특별기획팀 ikik@seoul.co.kr (이 보도는 삼성언론재단이 지난 2월 공모한 기획 취재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이재용 구속중단’ 시위자들 벌금형…커터칼로 시민단체 현수막 찢어

    ‘이재용 구속중단’ 시위자들 벌금형…커터칼로 시민단체 현수막 찢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삼성 측에 산업재해 규명·보상을 요구해 온 단체의 현수막을 찢는 등 집회용품을 망가뜨린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김병주 판사는 재물손괴와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자회견 참가자 A(58)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와 함께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B(58)씨는 벌금 70만원, C(76)씨는 벌금 5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A씨는 올해 1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성 사옥 앞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던 중 다른 시민단체가 회견장 부근에 세워 둔 입간판을 찢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시민단체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측에서 제작한 이 입간판에는 ‘삼성은 대화에 나서라’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A씨는 이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망가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자신을 말리려는 반올림 소속 활동가를 밀치고 손에 들고 있던 태극기로 수차례 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같은 날 반올림이 가로수에 설치해 둔 현수막 6개를 커터칼로 찢은 혐의로, C씨는 반올림의 집회용품인 입간판을 망가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추석은 애마와”… 마구간서 명절 보내는 마필관리사

    “추석은 애마와”… 마구간서 명절 보내는 마필관리사

    “추석이지만 저는 애마를 홀로 두고 못 떠납니다.”제주의 한 개인목장에서 마필관리사로 일하는 박성진(29·가명)씨는 이번 추석을 고향이 아닌 마구간에서 가족 대신 말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경주마를 임신시켜 망아지를 받고 어린 말을 조련하는 일을 주로 하는 박씨는 1일 “마필관리사에게 명절이나 주말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저는 말을 돌보는 사람이고 이게 제가 할 일”이라며 직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말은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에요. 마구간이 조금만 더러워지기만 해도 뒷다리가 퉁퉁 붓거든요.” 추석 연휴 내내 단 하루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그는 ‘혼자 말을 관리하면 우울해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좋아서 하는 일이니 거의 스트레스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말마다 성격이 제각각인데 말의 성격을 알아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웃었다. 박씨처럼 추석을 말과 함께 보내는 이들이 또 있다. 전북 한국경마축산고에 다니는 학생들도 추석 때 학교에 남아 말 70여 마리를 관리하기로 했다. 3학년 이강희(18)군은 지난 설에도 말을 돌보며 지냈던 경험을 떠올리며 “오전 5시 30분쯤 말에게 사료를 주고 마구간을 치우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말 옆에 딱 붙어 지내는 하루는 오후 8시 야식을 주고 난 뒤에야 끝난다. “말이랑 함께 있는 게 즐겁다”는 2학년 김태희(17)양도 “말을 타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자진해서 남는 장점은 승마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필관리사들의 근무 환경은 대부분 열악한 편이다. 승마장은 명절에 문을 닫지만 마필관리사들은 출근해 말을 돌본다. 명절 근무는 기본이고 당직을 서면서 24시간 말의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경기의 한 승마장 마필관리사 김근섭(33·가명)씨는 “10일간의 추석 연휴 중 7일을 근무한다”면서 “한 마리에 몇 억원씩 하는 말도 있어 특별히 관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말이 좋아서 일하고 있지만 가끔 내가 말의 노예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는 그는 “주말 없이 일하지만 7년차에 월급은 200여만원 수준이고 고용이 불안정해 언제 잘릴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지난 5월과 8월에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마필관리사의 열악한 근로여건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산경남·서울·제주본부 마필관리사들의 10명 중 3~4명이 우울증 고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계약에 따른 고용 불안과 급여 불안정, 바쁜 노동으로 가정 생활에 소홀해진 것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노동계에서 “마필관리사들에 대한 직접고용을 통해 우울증과 산업재해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마필관리사 자살 부른 마사회 산재 은폐

    안전교육 외면 등 525건 적발새달 중 서울·제주본부도 조사 마필관리사 처우도 매우 열악 10명 중 3명 우울증 고위험군 공기업인 마사회가 기초적인 안전관리조차 하지 않는 등 협력업체의 위험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산업재해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마필관리사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등으로 인해 마필관리사 10명 중 3명은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는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모두 525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4억 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전·현직 본부장 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이번 감독은 부산경남본부에서 올해만 2명의 마필관리사가 목숨을 끊는 등 문제점이 지적돼 지방고용노동청이 아닌 고용부 본부 차원에서 진행됐다. 특별감독 결과에 따르면 부산경남본부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본부장이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교사들은 산재율을 점수로 반영하는 마구간 임차에서 불이익을 우려해 최근 5년 동안 62건의 산재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마장은 마사회와 계약을 맺은 개인 마주가 조교사에게 출주마를 위탁하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다단계 구조로 운영된다. 고용부는 “마사회는 세계 선진 수준의 경마 실시국에 걸맞지 않게 낮은 산업안전보건 수준을 보였다”며 “안전보건관리는 이뤄지지 않았고, 산재 현황조차 관리하지 못해 사고 원인 분석이나 안전대책도 수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설관리 외주화에 따른 관리 소홀로 보일러·크레인 등 위험기계 78대에 대한 화재와 폭발 방호조치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명탑·방송중계탑·폐수처리장·소각장 등 47곳은 추락방지시설이 아예 없었고, 유해화학물질이 작업환경에 미치는 영향 측정, 물질안전보건자료 교육, 특수건강진단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 1년 단위 계약에 따른 고용 불안, 급여의 불안정성 등 불합리한 처우도 사실로 드러났다. 고용부가 마필관리사들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 조사를 실시한 결과 물리적 환경·직무 불안정 등으로 인해 부산은 전체 마필관리사의 34%, 서울 32%, 제주 43%가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조사됐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산정 오류, 최저임금 위반, 마필관리사의 시간외 수당 과소 지급 등 노동관계 분야에서도 107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고용부는 51건을 사법처리하고 55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4940만원을 부과했다. 고용부는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한 마구간 운영, 마필관리사 기본급 확대, 상금배분 비율 공개 등을 권고했다. 김부희 산재예방정책과장은 “마사회에 ‘안전경영’을 경영방침에 명시하도록 하고, 고용구조에 대한 개선을 지도할 방침”이라면서 “다음달 중으로 서울, 제주본부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김영주 장관은 왜 서울역에 갔을까

    김영주 장관은 왜 서울역에 갔을까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 3명과 직접 상담을 했다. 시민들은 이날 서울역에 문을 연 고용부 현장노동청을 찾은 첫 민원인이다.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유연근무제 활성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고용부는 이들이 접수한 제안과 민원을 검토한 뒤 그 결과를 알려줄 예정이다. 고용부는 임금체불, 근로감독행정 등 노동행정과 관련된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9개 주요도시에서 현장노동청을 운영한다.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주말을 포함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시민들은 현장노동청에서 근로감독행정, 임금체불,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문제, 부당노동행위 근절 등과 관련된 정책제안을 할 수 있다. 정책제안은 47개 고용노동청지청 고객지원실이나 고용부 홈페이지(www.moel.go.kr) ‘현장노동청 온라인 창구’에도 접수할 수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산업재해 예방 등 국민들께서 바라는 노동행정 개선사항을 듣기 위해 현장노동청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국민들께서 주신 제안을 정책에 반영해 근로감독행정을 혁신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접수된 제안과 민원을 검토한 결과를 제안자와 민원인에게 통보하고, 제안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다음달 중 ‘성과보고 대회’를 연다. 최우수 제안자에게는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기고] 안전한 일터 위해 필요한 위험성 평가/김동춘 안전보건공단 기술이사

    [기고] 안전한 일터 위해 필요한 위험성 평가/김동춘 안전보건공단 기술이사

    으레 상하 관계로 이해되는 사업주와 근로자도 ‘탈무드’ 속 갓난아이와 같다.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사고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사업주든 근로자든 사고의 당사자가 된다면 사업장 자체가 휘청일 수 있다. 사전에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제거하는 예방 활동이 필수적으로 시행돼야 할 이유다.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2013년부터 시행 중인 제도가 바로 위험성평가다. 위험성평가를 통해 유해·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이행률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 현장이라는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업주와 근로자라는 ‘두 머리’가 힘을 모아 이행률을 높여야 한다. 먼저 사업주의 능동적인 재해예방 활동이 필요하다. 기술적·재정적 능력이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제도적 혜택도 마련돼 있으니 많은 사업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위험성평가 컨설팅이 지원된다. 원래 30인 미만 사업장만 해당됐었는데 고시를 개정해 50인 미만으로 확대했다.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의 경우라면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받아 산재보험료율을 20% 인하받을 수 있다. 재해예방 활동 사업주 교육을 받아도 산재보험료율이 10% 인하된다. 또한 우수사업장이 되면 3년의 인정 유효기간 동안 정부의 안전보건 감독 일부를 유예받을 수 있다. 1000만원의 클린보조금도 추가 지원된다. 절차가 복잡해 꺼리는 사업주를 위해서는 절차도 간소화했다. 사업주가 위험성평가를 도입하더라도 근로자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 관리감독자, 대상 공정의 근로자 등 구성원 모두가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역할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위험성평가 지원시스템(KRAS?Korea Risk Assessment System) 홈페이지에 업종별 체크리스트, 가상체험, 우수 사례 등 관련 자료들이 구비돼 있으니 참고하면 업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 스템테크는 위험성평가 도입의 좋은 사례다. 산업재해와 아차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스템테크는 2012년 위험성평가 시범 사업에 참여, 그 이듬해부터 매년 무재해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돼 다양한 지원 혜택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비결은 역시 안전을 위한 전사적인 의기투합이다. 지난해 실시된 성과평가 연구에서도 위험성평가를 도입한 사업장들은 공통적으로 경영진의 높은 관심 수준과 근로자들의 자발적 참여 수준을 보였다. 덕분에 재해율이 약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위험성평가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위험성평가를 도입한 사업주의 말을 전하고 싶다. “도입부터 교육, 개선까지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경영진과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움직이니 근무 만족도도 높아졌다.” 노사 화합을 통한 상생발전에 가장 좋은 방법은 안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뜻이다.
  • 산재 노동자 트라우마 치료 정부가 나선다

    정부가 일터에서 목격한 끔직한 산업재해로 인해 수면장애, 발작, 극도의 불안감 등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12일부터 대구·경북·부산지역에서 산업재해를 직접 겪었거나 목격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기준 산재로 인한 재해자 수는 9만 656명이지만, 사고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부에 따르면 사고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은 외상이나 사고 당시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게 되거나, 비슷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 상황을 회피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수면장애, 발작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사건 발생 이후 바로 발병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토사 매몰 사고를 겪은 뒤 5년이 지나 트라우마 진단을 받은 이모(49)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씨의 산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정부는 앞으로 산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트라우마 관리 필요 여부를 판단한다. 필요성이 인정되면 사업장(50인 이상)에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시행을 권고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자건강센터 전문가들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노동자와 상담한다. 고용부는 우선 붕괴, 협착, 끼임, 충돌, 신체절단, 추락, 자살 등 상대적으로 노동자의 충격도가 큰 사망 재해를 중심으로 상담을 지원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은 1차 상담에서는 회피증상, 수면장애 및 정서적 마비, 해리증상(부분적인 기억상실) 등을 측정하는 사건충격척도(IES-R) 검사와 함께 상담치료를 받게 된다. 이어 2차 상담에서는 재검사와 함께 전문 치료 연계 및 트라우마로 인한 산재신청을 안내받을 수 있다. 고용부는 2차 상담 이후에도 전화나 방문을 통해 해당 노동자를 추적관리할 예정이다. 김왕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산재 이후 노동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라면서 “사업장은 노동자들이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고용노동부 “다음 달 민간 부문 비정규직 대책 발표”

    고용노동부 “다음 달 민간 부문 비정규직 대책 발표”

    정부가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 해소를 목표로 다음 달 민간 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31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고용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핵심 정책토의’에서 이런 내용의 정책 방향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고용부는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자의 고용 불안은 물론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판단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목표로 고용부는 다음 달 공공기관 852곳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를 포함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고, 추진 과정에서 노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 500명으로 구성된 컨설팅팀을 가동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다음 달 중순쯤 내놓을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 대책을 포함하고, 향후 노사가 참여하는 비정규직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하도급 노동자의 산업안전·임금 문제 관리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고위험·고유해 업무의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한편,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적정임금 보장, 임금체불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확대한다. 또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의 ‘특례업종’도 축소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것이 고용부의 방침이다. 고용부는 장시간 노동을 초래하는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을 오는 10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향후 민간 기업들과 협의해 연차휴가 사용 활성화,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정시 퇴근 등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문화 정착에도 주력하고, 2019년 시행을 목표로 성평등 임금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법, 삼성 LCD 노동자 희귀병 첫 산재 인정

    대법, 삼성 LCD 노동자 희귀병 첫 산재 인정

    “화학물질 노출·스트레스 중첩 다발성경화증 발병에 기여” 1·2심 뒤집고 노동자 손 들어줘 원인 불명 질병 산재 기준 될 듯 대법원이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을 앓게 된 노동자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을 깨고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이 반도체·LCD 공장 노동자의 산재 사건 중 질병과 근무 환경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첨단산업 노동자의 원인 불명 질병을 둘러싼 법정 싸움에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사업장에서 18세 때부터 생산직으로 일하다 병에 걸린 이모(33)씨가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씨가 패소 판결한 1·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이씨가 입사 전 건강 이상이나 가족력이 없었는데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3년째 근무하다 21세에 다발성경화증이 발병했다”면서 “다발성경화증 평균 발병 연령인 38세보다 훨씬 이른 발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기용제 노출, 주야간 교대근무, 업무 스트레스 등 질환을 촉발하는 요인이 중첩될 경우 발병 또는 복합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특히 “삼성과 관련 행정청은 공정 취급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면서 “원고가 (발병 원인을) 입증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므로, 이를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LCD 패널 화질검사 업무를 맡았다. 4조 3교대 혹은 3조 2교대 근무로 패널 화면의 색상과 패턴을 눈으로 검사하는 업무였다. 이씨는 하루 12시간 이상 전자파를 쐬고 이소프로필알코올이란 화학물질에 노출됐다. 2003년 아토피성 결막염, 자율신경 기능 장애, 가슴 통증, 관절염을 앓게 됐다. 이씨는 2007년 퇴사했고, 이듬해 신경섬유가 서서히 파괴돼 근육과 장기가 마비되는 불치병인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다발성경화증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기용제나 스트레스, 흡연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발성경화증이란 신경섬유가 서서히 파괴돼 근육과 장기가 마비되는 불치병으로 유병률이 10만명당 3.5명에 불과하다. 이후 증상이 악화돼 한쪽 눈을 실명하고 거동이 불편해진 이씨는 2010년 7월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이 이를 거부하자 2011년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이씨가 업무로 인해 다발성경화증이 발병했거나 자연 경과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심리 3년 만에 이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의 발병·악화는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며 이씨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판결에 대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산재 피해자·유가족 모임인 시민단체 반올림의 이종란 상임활동가는 “노동자에게 (발병) 입증 책임을 돌리는 잘못된 법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 판결”이라고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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