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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 화려해도 잼 수준, 미술은 두부시장 비슷

    발레 화려해도 잼 수준, 미술은 두부시장 비슷

    “1년 동안 화랑의 미술품 매출액이 고작 두부시장 정도에 불과한데도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미술 시장을 고사시키려는 것이다.” 6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할 때 그 차액에 대해 세금을 매기겠다고 2009년 정부가 나서자 화랑협회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화랑업계를 통틀어 당시 한 해 매출은 4300억원 수준이고, 두부시장 매출이 4200억원 정도였다. 2006~2007년 미술시장 활황에 100호짜리 작품이 1억원이 넘는 생존 작가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는데도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이라며, 화랑 업계에서는 우울해했다. 2008년 팝아트 작가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작품 ‘행복한 눈물’이 수십억원대의 대기업 비자금을 마련하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보도에 따른 세무조사 등으로, 미술시장이 얼어붙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미술계의 매출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라는 상황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지난 3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행한 ‘2010년 미술시장 현황’에 따르면 아트페어 34개와 324개의 화랑 등 전체 370여개의 업체의 2010년 미술작품 매출은 4516억원으로 2009년 화랑업계가 밝혔던 매출 규모보다는 살짝 늘었다. 캔커피 시장 8802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1조 60억원 잡지는 건강식품과 흡사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매출액을 보면 ‘헐!’이란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문화계의 매출액을 식품업계 등 산업부문의 매출과 비교해서 본다. 문화계 매출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발표한 2011년 자료를 중심으로, 식품업계 등 산업부문의 매출액을 우리투자증권과 업계를 통해 알아봤다. 세밑만 되면 ‘호두깍기 인형’으로 화려한 주목을 받는 발레 등 무용계의 매출 규모는 어떻게 될까?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1970~80년대에는 아무리 초대권을 뿌려도 공연장이 텅텅 비었는데 10년 전부터는 객석이 빈틈 없이 꽉 찬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호두깍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 같은 작품은 인기가 많아 초대권과 같은 공짜 표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공짜 표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심해져서 그렇다. 그러나 발레나 한국무용·현대무용 등을 포함한 무용시장은 한 해 매출 420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딸기잼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잼 시장(400억원)이나 두유 등 콩 가공식품 시장(419억원)과 비슷하다. ‘명성황후’ 등 뮤지컬 시장도 매출만을 따지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순수 연극을 포함한 뮤지컬 시장의 매출액도 무용계와 비슷한 477억원 규모다. 이것은 당면 시장의 472억원과 비슷하다. 뜻밖에 국악 시장은 뮤지컬보다 사정이 낫다. 한 해 92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악과 비슷한 식품업계를 들라면 된장을 꼽을 수 있는데 한 해 매출이 934억원이다. 하지만 국악시장은 클래식 음악에는 살짝 밀린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나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시향 등이 공연하면 관객들이 꽉 들어 차지만 클래식 음악의 시장 규모는 1117억원으로 1200억원대의 나물 시장과 규모가 엇비슷하다. 전 세계 주요 오페라공연단의 주역으로 임선혜 등 한국인 성악가들이 활약하고, 피아니스트 손열음·김선욱 등 차세대 음악가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매출 규모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돈이 안 되는’ 미술·발레·클래식음악·국악·연극 등 순수예술이 발전해야 하는 이유를 “물리와 수학·화학 등을 기초과학으로 응용과학과 공학들이 발달해 나가듯이 예술에서도 순수예술이 발달해야 뮤지컬이나 영화 등 산업으로서의 문화예술이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제외한 순수 단행본 등 출판물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교과서 등을 제외한 단행본의 매출 규모는 1조 3000억원 수준으로, 탄산음료 시장과 비슷한 규모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출판시장 규모는 1조 4200억원으로, 커피믹스 등 봉지커피 시장 1조 428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종이책들이 팔리지 않는 등 출판 시장이 최근 축소되고 있는 만큼 1조 2000억원 수준인 달걀 시장과 비슷해질 날도 머지 않았다. 잡지는 1조 60억원으로 건강식품 생산액 1조 670억원과 흡사하다. ●신문 2조 5800억, 화장품 방문판매 비슷 미디어 시장의 규모도 한국에서는 조악하다. 신문 2조 5800억원으로 화장품 방문판매 시장(2조 5000억원)과 비슷하고, 그나마 방송 시장이 11조 1700억원으로 상당한 규모 같아 보이지만, 보험개발원이 밝힌 손해보험사의 단일 상품인 자동차 보험시장(11조 8228억원)보다 작다. 광고시장도 10조 3000억원으로 연간 화장품 판매액 10조 8200억원에 불과하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만화의 연간매출액은 7560억원으로 흰 설탕 시장의 연간 생산액(7716억원)과 비슷하다. ‘뽀로로’나 ‘아기공룡 둘리’ 등 애니메이션 시장의 매출이 4200억원으로, 역시 두부 시장과 비슷하다. 만화와 영화, 애니메이션의 파생 상품인 캐릭터 사업의 규모는 5조 9000억원으로 신발시장 6조원과 비슷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해수부 부활 거의 확실… 국토·교과·지경부 등 축소될 듯

    해수부 부활 거의 확실… 국토·교과·지경부 등 축소될 듯

    정부 조직 개편 목소리가 어김없이 또 불거지고 있다. 어느 부처 할 것 없다. 다음 정부의 조직 손질 과정에서 손해를 볼까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일찌감치 유리한 쪽으로 몸집을 부풀려 놓으려는 물밑작업도 한창이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일부 부처 간에는 영역 확장 경쟁에 불꽃이 튄다. 기능이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을 걱정하는 부처는 한결같이 이명박 정부 들어 덩치가 커진 부처들이다. 국토해양부가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옛 건설부, 교통부를 합쳐 건설교통부로 몸집을 키운 뒤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해양수산부까지 삼켜 ‘공룡 부처’가 됐다. 하지만 여야 모두 해양수산부의 부활을 부르짖고 있어 새 정권이 들어서면 해양 분야는 떨어져 나갈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건설-교통-해양수산 3개 축 가운데 하나의 축이 분리되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해양환경 업무는 국토부에 붙어있다. 육지와 공기, 하천 환경업무를 쥐고 있는 환경부로서는 이참에 해양환경 업무를 환경부로 가져와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환경부는 또 국토부가 쥐고 있는 물 공급 정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새 정부서 해양 분야 분리 확실시 국토부는 그러나 겉으로는 조용하다. 부처 기능 축소 주장에 맞대응해 굳이 논란을 키울 이유가 없다는 계산에서다. 조직 융화를 위해 3개 축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회전문 인사를 실시해 어느 정도 유기적 통합을 이뤄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권도엽 장관도 “국토부 업무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으며 시기에 따라 ‘자원’이 집중되거나 줄어드는 분야가 있을 수 있는데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와 전문성이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 개편이 본격화되면 현 조직을 수성(守城)하는 데 지칠 것으로 보인다. 관료조직에서 중요시하는 뿌리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해수부 출신 직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건설라인 역시 겉으론 현 조직 수성을 내세우지만 목숨 걸고 지키려는 의지는 부족하다. 해양수산업무가 국토부에서 떨어져 나갈 경우 함께 분리될 해양경찰청이 어느 부처에 붙느냐도 관심거리다. 지식경제부는 작은 공룡 부처로 불린다. 조직의 덩치가 커서라기보다는 업무가 다양해서다. 벌써부터 업무는 최대 5∼6개 부처와 외청으로 쪼개지고 명칭도 경제산업부로 바뀔 수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떨어져 나갈 확률이 큰 분야는 옛 정통부에서 가져온 정보통신(IT)업무, 벤처업무다. 우정사업본부의 친정도 정통부다.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업무 못 떼어줘” 농림수산식품부 역시 해수부 부활이라는 막강 펀치를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 틈만 나면 걸고 넘어지는 환경부도 견제해야 한다. 전략은 현 조직 사수다. 수산업무를 절대 떼어줄 수 없다고 강조한다. 떨어져 나가더라도 수산업의 업무를 명확히 규정하거나 수산청을 신설해 농식품부 외청으로 두고 싶어 한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는 수산인력개발원을 농업연수원과 합쳐 농수산식품연수원으로 만들었다. 수산인력교육은 이 연수원 산하 수산인력개발센터에서 맡는 체제가 구축됐다. 수산계 수장 역할을 하는 수산정책실장도 옛 농림부 출신이다. 기획재정부도 이 정부에서 몸집이 커졌다. 앞으로 재정부의 운명은 금융위원회의 조직 변경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금융위의 조직 일부가 재정부로 넘어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직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 재정부나 금융위 안에서는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부로 오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위에 남아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의 조직에는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가 남아있다. IMF는 금융·세제·예산을 한 부처에서 담당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 예산이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예산처로 독립했다. 더구나 금융정책을 붙일 수 있는 반면 잃는 쪽도 나올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예산을 재정부에 합치는 대신 금융 관련 기능을 금융위로 넘겼다. 그래서 금융이 넘어오면 예산이 다시 별도 조직으로 분리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예산실 직원들과 다시 헤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주고받는다.”고 전했다. 금융정책을 가져오고 예산 기능을 떼어주는 안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질 수 있다. 몸집 키우기나 부활을 호시탐탐 노려왔던 부처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환경부는 3개 부처와 ‘전쟁’을 선언했다. 올해 초 5명으로 ‘미래혁신 테스크포스(TF)’를 꾸렸다. 팀에서는 새로운 정부의 조직 개편에 대비해 산림과 물산업, 에너지 부문을 환경부 고유 업무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일관성 있는 논리도 눈에 띈다. 먼저 자연 보전 업무를 위해 국유림을 관장하고 있는 산림청을 농식품부에서 떼어내 환경부에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조직으로는 중첩되는 업무가 많아 효율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정부 때도 이 문제를 활발히 논의했으나 막판에 뒤집혔다. ●환경부 산림·물·에너지 끌어오기 총력 국토부에는 물관리 일원화를 들어 물 공급 업무와 해양환경 업무의 이관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물 공급은 오래전부터 국토부와 산하 공기업인 수자원공사(K-water)가 맡고 있다. 또 과거 해양환경 업무가 환경부에서 해양수산부로 넘어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새로운 영역으로 등장한 ‘기후+에너지’ 업무도 현재 지식경제부와 갈래 타기가 안 돼 있는 상황이라서 벌써부터 부처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 전망이 나온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방송통신 정책을 관장하는 방통위를 독임제 부처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임제로 전환할 경우 타 부처와의 흡수 통합 또는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정통부가 부활하면 일부 기능은 정통부로 되돌아간다. 정통부가 부활하면 재정부, 방통위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로 나뉜 업무가 따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 출범 때 역대 최대로 몸집을 불린 문화부는 현상 유지를 목표로 조직방어 논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화부 관광국과 한국관광공사를 합쳐서 관광청을 신설하거나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체육 부문을 따로 떼내고 생활체육 강화 차원에서 교과부와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국정 홍보의 중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정홍보처 분리를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 정부에서 방통위가 해체될 경우 방통위의 방송통신 부문을 미디어국으로 흡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부처종합·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지금&여기] 미친 천재가 나오려면/오상도 산업부 기자

    [지금&여기] 미친 천재가 나오려면/오상도 산업부 기자

    마크 저커버그가 20세의 젊은 나이에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이어준다.’는 상상력으로 페이스북을 개발한 배경에는 그의 인문학적 통찰력이 숨어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또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로마 신화를 탐독했다. 고대 역사와 문학 등에 조예가 깊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의 세계가 페이스북의 지향점임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애플의 전설적 최고경영자(CEO)인 고(故)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다. ‘인문학과 융합된 기술만이 인간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살았다. 젊은 시절 인도로 명상 여행을 떠나 삶의 본질을 파고들기도 했다. 저커버그나 잡스는 사실 기술자가 아닌 창조적 사상가에 가깝다. 이런 천재들이 산업계에 불러온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5일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우리 건축설계 분야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세계가 인정하는 ‘미친 천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현실은 어떤가. 우리 사회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대중적 열기는 몇 년째 식지 않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정치 철학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주민센터에선 인문학 강좌가 개설돼 수강생을 끌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비롯해 우리 삶에서 불확실성이 쉽게 걷히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의와 도덕, 자유와 같은 본질적 가치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졌다는 뜻이다. 대학가에선 여전히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 분야가 상품성의 결여로 홀대받고 있다. ‘스펙’이 강조되는 취업전선과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모순 탓이다. 건축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술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린 채 대기업과 다름없는 대형 건축설계사무소가 즐비하고, 중소 사무소는 불황 탓에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 속 여주인공 서연의 집처럼 ‘사람’이 담긴 건축물은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위정자들이 ‘미친 천재’를 기대하기에 앞서 미래 세대가 꿈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doh@seoul.co.kr
  • [데스크 시각] 자스민, 오원춘과 재외동포/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자스민, 오원춘과 재외동포/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1980~90년대 일본 정계에 아라이 쇼케라는 정치인이 있었다. 본래는 대장성 관료였지만 정치에 입문, 재수 끝에 중의원에 당선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치 스캔들에 연루돼 1998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부친은 장례식에서 “우리들은 부초(浮草)와 같습니다. 고향도 조국도 없습니다.”라는 고별사를 하며 울먹인다. 아라이 쇼케의 본명은 박경재, 제일동포 3세다. 결혼은 일본 여인과 했고, 이름도 일본 이름을 썼다. 그때 이름은 아라이 다케시였다. 국적은 한국이었다. 하지만 때론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은 차별과 이미 일본인으로 성장해 버린 그의 정체성 갈등 등 여러가지 이유로 1962년 일본으로 귀화를 신청,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일본인이 된다. 이후 그는 우리의 고시에 해당하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 대장성에서 근무를 하다가 정치로 방향을 전환해 중의원에 당선(1986년)된다. 하지만 그 이면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선거전에서 그가 한국인이라는 가계도가 나돌고, 첩자라는 흑색선전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런 시련을 극복하고 그는 정치에서도 한동안 잘나갔지만 증권투자 스캔들은 극복하지 못한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나서고, 당 안팎의 비난이 그에게 집중되자 죽기 전 “다들 했는데 유독 왜 나만…민족차별 아닌가.”라고 울분을 쏟아내기도 했단다. ‘4·11 총선’에서 한 정당의 비례대표로 결혼이주 여성인 필리핀계 이자스민이 당선됐다. 선거 전엔 오원춘이라는 조선족 교포가 행한 엽기적인 20대 여인 살해사건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비난과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지지한 정당의 패배, 그리고 경찰의 안이한 대응 탓에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 잔인한 범죄의 희생자가 된 데 따른 분노라는 점은 이해한다. 따라서 일과성으로 그치고 시간이 흐르면 일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칫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인 국적 취득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외국에서 들어오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100년이 넘는 이민역사에다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재외동포는 700만명을 헤아린다. 이른바 국제화 시대이다. 어느 나라든지, 심지어 북한까지도 외국인을 배척하고 살 수 없게 국제 환경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거주자 증가는 장점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또 싫다고 내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폐수배출업종이나 건설현장, 서비스업 등 3D 업종에 종사한다. 특히 건설업 종사자도 20여만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이들이 일거에 빠져나간다면 우리 경제가 지탱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000만명의 인구에 120만~130만명의 외국인은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한 도시의 20%를 넘는 이주 외국인 때문에 정체성 위기를 겪는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820만명의 인구 가운데 자국민은 100만명이 채 안 된다. 카타르는 92만명 중 자국민은 20여만명에 불과하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태에서도 큰 탈 없이 이들은 국가를 유지한다. 이달 초 중동에 다녀왔다. 한 산유국을 방문할 때 입국장에서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던 제3국 근로자들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간편하게 입국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일부 국가는 비자도 필요 없었다. 30여년 전 우리 근로자들이 중동현장에 나갈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는 게 현지 주재원의 얘기다. 외국인 범죄자에 대한 단죄와 외국인 관련 치안의 허점 등 정부의 실책은 따져야 한다. 하지만 극소수 때문에 대다수 선량한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해져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어느 나라에선가 편견 때문에 고통받는 우리 교포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자. sunggone@seoul.co.kr
  • “공기업에 동반성장 점수화 도입…평가 항목 변별력 40%로 확대”

    “공기업에 동반성장 점수화 도입…평가 항목 변별력 40%로 확대”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동반성장 평가 항목의 변별력이 10%에서 40% 이상으로 확대된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9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달 말부터 민간기업을 포함해 시행되는 기업 간 성과공유확인제의 정착을 위해 우선 공기업에 ‘동반성장의 점수화’를 도입한다.”면서 “성과공유확인제에 대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자 그룹 오너(또는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동반성장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담 김경운 산업부 전문기자 이에 따라 정부는 28개 공기업과 82개 준정부기관에 대한 올해 경영평가에서 동반성장의 변별력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1.25점(100점 만점)인 동반성장의 평가 비중도 높일 방침이다. 이로써 0.1점으로도 순위가 뒤바뀌는 경영평가에서 동반성장 점수가 최대 0.5점 이상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성과공유확인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 생산에서 비롯된 이익을 얼마씩 나눌 것인지를 자발적으로 협약을 맺고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등록하면 이행 정도에 따라 동반성장지수 발표, 정부조달 입찰, 국가 연구개발 참여, 판로 지원, 정부 포상 등에서 우대를 받는 제도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기업 참여 방안의 핵심은. -경영평가에서 동반성장 부문의 변별력을 높일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이 80~90점대를 받아 서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60~95점으로 폭을 넓히도록 하겠다. 또 우수 공기업만이 아니라 전체 순위를 발표함으로써 나서지 않는 공기업은 사회적 비난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대기업 오너들과 면담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동반성장의 한 축인 성과공유확인제가 뿌리내리려면 오너나 최고경영자(CEO)의 인식 전환과 관심이 필수이다.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먼 미래를 위한 투자로 동반성장을 봐야 한다는 생각을 전하고 기업의 애로사항도 알아볼 것이다. →고리원전 1호기 등 국가전력기반 시설에서 잇따라 사고가 나고 있는데. -정부 합동으로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곧 내놓는다. 최대한 민간의 참여를 늘려 평가와 대책에서 객관성을 갖도록 하겠다. 또 민방위훈련과 같은 형태로 원전이나 발전소의 비상 상황을 설정해 대응능력을 기를 수 있는 훈련과 이를 평가하는 평가단을 통해 근무자들이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고리1호기의 조기 폐쇄와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에 대한 의견은. -고리의 재가동 및 월성의 계속운전 여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전문기관의 안전성 평가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다. 평가 결과가 나쁘면 당연히 폐쇄할 것이다. 계속운전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도록 ‘소통의 채널’을 가동하겠다. →고유가로 서민의 고통이 크다. 알뜰주유소는 효과가 있다고 믿나. -일부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일반 주유소보다 비싼 게 사실이다. 일반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를 의식해 기름값을 내리는 게 바로 알뜰주유소를 통해 바라던 효과이다. 알뜰주유소는 지역 평균가에 비해 최소한 ℓ당 50원 싸게 팔고 있다. 또 우체국 체크카드와 농협 신용카드로 최대 200원까지 할인을 더 받을 수 있어서 체감 효과는 더욱 커졌다고 본다. 서울지역의 공영주차장 부지 활용 등을 통해 알뜰주유소의 수를 더 늘려가겠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추가 지원은. -알뜰주유소가 보기에는 간단한 것 같지만 석유판매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큰 프로젝트다. 한국석유공사와 외상거래, 저리 운영자금 지원, 저가 현물 확보 등 여러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선별적인 유류세 인하 시기에 대한 정부 간 조율은. -일률적 인하보다 취약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아직 인하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데. -정부는 FTA 무역종합지원센터 등을 통해 수출기업의 FTA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어려워하는 특혜관세 이용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하고 있다. 조금만 지켜봐 달라. →현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해 여전히 말이 많은데. -자원외교가 결실을 보는 데는 10년 이상 걸리는 것이 많다. CNK 등 사건의 진상은 잘 모른다. 그러나 정부의 다른 발표는 믿어 달라. 올해 초에도 일부에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3개 광구 개발이 뻥튀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결과는 계약을 마치고 이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한편 홍 장관은 이날 성과공유제 우수기업인 포스코와 협력업체인 대원인물을 방문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포스코는 2004년 국내 처음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총 801개 협력업체 등과 1794건의 성과공유 과제를 수행하고 잉여금 826억원을 중소기업에 성과보상금으로 제공했다. 대원인물은 창업 후 17년간 철강용 나이프 국산화에 매진해 국내 최고의 산업용 나이프 전문 제조업체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리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문화마당]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고민/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고민/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지난달 30일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각 부문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문산연)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을 위한 법과 제도의 현황을 검토하고 개선과제를 도출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이 행사는 공통세션과 부문세션으로 나눠 공통세션에서는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기금 조성 방안’과 ‘문화산업 세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부문세션에서는 유통구조 개선, 대중문화 진흥, 규제 개선을 주제로 해 발제와 토론을 했다. 이날의 논의는 각 분야 전문가와 산업종사자들이 참여한 만큼 현안이 무엇이고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내는 자리였다. 말하자면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고민이 무엇인가를 토로하는 자리였다. 이날 하나같이 지적한 사항은 ‘표준계약서’ 문제였다. 표준계약서가 산업부문 간 편차는 있으나,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표준계약서는 산업 종사자들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고, 나아가 산업의 동력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영화계에서 최고은 작가, 대중음악에서 달빛요정 이진원씨의 죽음 등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안타까운 희생과 고통을 목격했던 터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표준계약서의 도입과 시행은 절실한 바였다. 문제는 산업주체들이 표준계약서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가이고 어느 정도의 구속력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상생, 동반성장, 공정성, 정의 같은 용어들이 화두로 등장했다. 이러한 용어들이 우리 사회를 규정한다는 것은 대립과 갈등, 성장과실의 편재, 불공정 현상으로 인한 좌절과 분노가 크다는 의미이다. 체제의 유지, 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간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생태계는 유기적인 순환체여서 어느 한쪽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 여파가 다른 쪽에도 미치게 되고, 결국 생태계의 공멸을 가져온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대중문화예술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것은 산업종사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책당국의 행보이다. 특히 법이나 제도 등 시스템에 관한 내용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에 대한 인식과 정책적 비전, 의지, 그리고 조정능력은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발전과 퇴행에서 매우 중요한 인자일 수밖에 없다. 표준계약서의 약관화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 예술인복지법과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 진흥기금과 관련해서는 기획재정부, 문화산업 세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국세청과 긴밀한 논의와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 이처럼 정부 부처와의 사이에서 대중문화예술산업에 대해 정책적 조율을 할 수 있는 당사자는 문화부가 될 수밖에 없고, 문화부에 관련 산업의 현안과 의제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산업주체들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산연의 존재는 의미하는 바 크다. 문산연은 2009년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게임, 만화, 공연, 연예 등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모든 단체들이 한데 모여 결성한 협의체로,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및 현안 공유와 현안에 대한 공동대처 등을 통해 문화민주주의 발전과 문화향수 증대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문산연은 관련 단체 간 정보교류 및 의제를 형성해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1월 31일 발표한 문산연의 성명서는 이 협의체의 활동 내용을 잘 보여 주는 사례이다. 이 성명서에서 문산연은 만화, UCC, 게임 등 문화산업이 학교폭력을 조장하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산연이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활동뿐만 아니라 시급히 연구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연구역량의 확충은 현안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의제를 선도해 나갈 수 있으며,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LG·코오롱그룹, 마곡지구 입주 확정

    LG·코오롱그룹, 마곡지구 입주 확정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마곡지구 산업단지에 입주할 선도기업 우선 협상 대상자가 확정됐다. 서울시는 3일 마곡산업단지 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LG그룹과 코오롱그룹 컨소시엄을 마곡지구 산업단지 선도기업으로 결정했다. LG컨소시엄에는 전체 선도기업 우선 공급부지 23만 1276㎡(7만 84평)의 58%인 13만 3588㎡(4만 481평)를 공급하기로 했다. 코오롱컨소시엄은 당초 신청했던 대로 우선 공급부지의 5.1%에 해당하는 1만 1729㎡(3554평)를 주기로 했다. 2008년 12월 마곡지구 산업단지 지정·고시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시는 상반기까지 LG와 코오롱컨소시엄과의 우선 공급부지 분양 협상을 마무리한다. 나머지 산업부지인 8만 5000㎡ 규모의 부지는 하반기에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앞서 시는 지난해 10월 마곡지구에 투자할 선도기업 입주신청을 우수 연구개발 기업 위주로 받았다. ‘마곡산업단지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선도기업에는 전체 산업단지 면적 77만 922㎡의 30%인 23만 1276㎡를 배정하기로 했다. 이에 LG컨소시엄은 선도기업 우선 공급부지의 99.5%인 23만 192㎡(6만 9755평)를 차세대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로 조성하겠다고 신청했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가 중소기업에 선도기업 산업용지의 50%를 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빚었다. 강서구는 LG R&D 센터 유치 자체가 무산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오자 서울시와 LG의 중재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최근까지 LG와 직접 접촉해 단지 조성에 따른 각종 행정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시에는 LG 측의 부지분양률을 높여 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LG와 코오롱의 R&D센터를 유치함에 따라 마곡지구는 복합연구단지로서 대외 신인도를 갖게 돼 인근 상암DMC, 가산디지털단지, 용산·송도국제도시 등과 함께 국제화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 확실하다.”면서 “특히 변두리 지역이라는 멍에를 지고 있던 강서구는 대규모 고용창출 및 경제활성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는 “이번 선정에서 당초 신청한 면적만큼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마곡에 첨단 융복합 연구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LG는 이어 “추후 추가부지 확보를 통해 궁극적으로 LG의 미래성장을 이끌 글로벌 규모의 차세대 성장사업 연구개발 및 사업 간 융복합 연구기반 조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한 서울시 및 관계기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곡지구 전체 사업부지는 총 366만 5000㎡이다. 이 중 산업단지로 조성되는 부지가 77만 922㎡(21%)로 제일 많다. 이 밖에 공동주택용지(16.3%), 업무용지(8.9%), 상업용지(4.0%) 등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산업단지를 정보통신·생명공학 관련 분야의 연구·개발(R&D) 복합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현용·이두걸기자 junghy77@seoul.co.kr
  • 재계총수들 핵안보회의 활용 ‘코리아 세일즈’

    재계총수들 핵안보회의 활용 ‘코리아 세일즈’

    지난 26일부터 이틀 동안 세계 53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이 회의는 국내 기업들에도 평소 ‘모시기’ 어려운 각국 정상들에게 기업을 홍보하는 흔치 않은 비즈니스 기회가 됐다. 기업 총수들이 직접 홍보에 뛰어든 이유다. 각국 정상들 역시 전자, 정보통신기술(ICT) 등 국내 기업들의 뛰어난 산업 역량을 접하기 위해 적극 나서면서 이번 회의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삼성그룹 영빈관)에서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 중인 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을 초청해 만찬을 나눴다.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함께했다. 이 회장은 슈미트 대통령에게 “삼성이 헝가리 진출 20여년 만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준 헝가리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1942년생으로 동갑인 두 사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상당한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슈미트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 회장과 친구 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슈미트 대통령은 1968년 멕시코,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펜싱 금메달을 딴 메달리스트이고, 이 회장도 학창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동하는 등 스포츠맨십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역시 정상들의 대표적인 방문 장소가 되고 있다. 지난 26일 존 키 뉴질랜드 총리가 수원사업장 홍보관을, 27일에는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가 딜라이트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은 슈미트 대통령이 수원사업장을 찾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방문한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영접한 뒤 오찬을 함께하며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수해방지시스템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협력 등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같은 날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비즈니스 협력 강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27일에는 인도네시아의 유력기업인 CT그룹의 차이룰 탄중 회장과 만나 정보통신기술(ICT), 건설 등 분야의 양사 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날 유통계열사의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의 응우옌 떤 중 총리와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와 만남을 갖고 투자 확대 및 사업 지원에 관한 논의를 나눴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롯데건설이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요르단의 압둘라2세 빈 알후세인 국왕과 만났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역시 25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 26일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등에 이어 이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를 접견했다. 이석채 KT회장도 이날 알리 벤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과 ‘스마트 소사이어티’ 구축과 ‘디지털 가봉’ 프로그램 후속 프로젝트 참여 등 ICT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가격 내렸다는데…체감물가 高 高

    가격 내렸다는데…체감물가 高 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일주일째인 21일 수입 자동차와 과일 등에서는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했으나, 소비자들은 아직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소비심리 위축 탓으로 보인다. ●車업계 “문의만… 매출은 그대로” 포드, 캐딜락,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차 업체는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차값을 최대 525만원 내리고 부품가격도 평균 20% 인하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화 문의나 매장 방문에 비해 실제 매출은 큰 변동이 없었다. 포드 관계자는 “전시장 방문객이나 문의 전화는 2배 이상 늘었지만 매출은 그리 늘지 않았다.”면서 “억대에 가까운 고가의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들이 몇백만원에 마음을 쉽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유럽 스포츠카인 포르쉐의 조현우 과장은 “유럽차는 한·유럽연합(EU) FTA에 큰 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닌데, 지난해 판매량 증가에는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면서 “7월 1일자로 관세 3.2%가 더 내려간다면 국내 소비자들이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포르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자동차협회 박은석 차장은 “올해 말까지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10만 5000대)보다 12%(11만 9000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길게 보면 관세 인하가 수입차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품목 제한적… 내림폭 크지 않아 소비자들이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장바구니 물가에도 큰 영향이 없었다. “한·미 FTA로 가격이 싸진 품목들이 밥상 물가와 크게 상관 있나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씨는 미국산 오렌지를 고르며 이같이 말했다. “과일이 금값인데 싸진 게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오렌지를 먹으면 얼마나 먹겠느냐.”고 반문했다. 옆에 있던 주부 박모씨도 “와인, 맥주도 싸졌다고는 하지만 매일 먹는 것도 아니지 않냐.”면서 “심드렁하게 말을 보탰다. 소비자들은 지난해 한·EU FTA 발효 때와 마찬가지로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에는 품목이 제한적인 데다 내림폭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정경제에서 지출 비중이 큰 의류 등은 제3국 생산이 많아 대부분 관세 인하 제외 품목이어서 체감도가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일부 와인·맥주·과일 판매 급증 그럼에도 고물가 시대에 ‘한 푼이라도 싼 게 어디냐.’며 몰린 소비자들 덕에 일부 대형마트는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이마트는 미국산 와인 판매가 평소 대비 3배가량 늘면서 지난 주말 미국 와인이 판매 1, 2위를 기록했다. 30% 이상 가격이 싸진 밀러 제뉴 맥주는 전주 대비 매출이 3.4배 늘었다. 국산 과일값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15%나 저렴해진 네이블 오렌지는 매출이 2배가량 늘면서 과일 전체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FTA를 계기로 대미 수출을 늘리려는 중소기업들은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한국무역협회 등에 관세 철폐 품목 해당 여부와 원산지증명 방법 등에 대해 문의를 하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中企 상담 한달새 700여건 활기 최근 출범한 무역협회의 FTA무역종합지원센터에서는 한 달 동안 700여건의 FTA 관련 상담이 진행됐다. 박태성 지원센터 단장은 “중소기업들이 실질적인 FTA 혜택을 받으려면 원산지증명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충고했다. 중소기업청은 매주 수요일을 ‘FTA 상담의 날’로 지정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당장은 미국에 자동차 수출이 늘지 않겠지만, 2016년에는 FTA가 국내 자동차업계의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준규기자·산업부 종합 hihi@seoul.co.kr
  • [지금&여기] 계륵과 와이브로 정책/홍혜정 산업부 기자

    [지금&여기] 계륵과 와이브로 정책/홍혜정 산업부 기자

    계륵(鷄肋). ‘닭의 갈비’를 말한다. 후한서(後漢書)의 ‘양수전’(楊修傳)에서 유래한 말로, 먹을 것은 없으나 그래도 버리기는 아깝다는 뜻이다. 위나라 조조가 촉나라 유비와 한중(漢中) 땅을 놓고 싸우면서 한중을 계륵에 비유했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후 첫 전체회의를 주재한 16일. 회의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신임 방통위원장이 아닌 ‘계륵’이라는 단어였다. 방통위는 그동안 오는 29일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와이브로(WiBro) 주파수 재할당 방안을 놓고 고민해 왔다. 방통위는 이날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을 신청한 KT와 SK텔레콤에 재할당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회의 내내 와이브로 정책을 놓고 ‘계륵’에 대한 설전이 오갔다. 상임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계륵이다, 아니다’를 설명하기 바빴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롱텀에볼루션(LTE)이 글로벌 시장의 대세이고 와이브로는 계륵이 맞다.”고 단정하고 “춘천에 가면 닭갈비가 유명하지만 서울에서는 유명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와이브로를 춘천 닭갈비에 빗대어 대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폐점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었다. 이에 대해 홍성규 부위원장은 “춘천에 가면 닭갈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불닭도 있다.”면서 와이브로 정책이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핵심 전략기술로 선정·육성해 온 와이브로 정책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토종 기술이라는 명분만 내세워 계륵으로 내버려 둬서도 안 된다. 홍 부원장의 ‘불닭’ 표현처럼 와이브로를 LTE와 병행 발전시키고 활성화 대책 마련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방통위원장도 회의 주재에 앞서 “아무리 어려운 과제들도 최선을 다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지켜볼 것은 정책의 결과물이다.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 및 와이브로 정책방향 의결을 계기로 방통위 정책에서 더 이상 계륵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jukebox@seoul.co.kr
  • 일부 오너 3세 핵심계열 등기이사로

    일부 오너 3세 핵심계열 등기이사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포스코·현대중공업 등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16일 일제히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 기업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시가총액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어 국내외 투자자들의 눈길이 ‘주총 빅데이’에 일제히 쏠렸다. 특히 현대제철과 대한항공은 오너가(家) 2, 3세들을 등기이사로 선임하고,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분할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주목을 끌었다. ●오너 일가 전면배치에 ‘눈총’ 이날 주총을 개최한 회사는 유가증권시장 법인 148개사와 코스닥시장 법인 44개사 등 총 192개 12월 결산법인. 삼성그룹(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카드·제일모직 등)과 현대차그룹(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LG그룹(LG전자·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이노텍·LG화학 등) 등 SK그룹을 제외한 국내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개최했다.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대기업 오너의 2, 3세들이 핵심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잇달아 선임됐다는 점. 정의선(42)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제철 주총에서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현대제철의 품질관리를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정 부회장은 이로써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엔지비, 현대오토에버에 이어 6번째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키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또 하나의 중심축인 철강 분야에 정 부회장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책임 경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현대건설의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대한항공도 주총을 통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와 장남인 조현아(38) 전무와 조원태(37) 전무를 각각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주총을 통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오너 일족의 등기이사 진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영진을 감시하는 등기이사의 역할을 동시에 여러 기업에서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관계자는 “이번 주총으로 대한항공은 전체 사내이사 6명 중 조양호 회장과 조 회장의 매제 이태희 고문, 자녀 둘을 포함한 4명이 지배주주 일가로 채워졌다.”면서 “이런 구조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KT 이석채 연임 “정부규제로 수익 6000억 줄어”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LCD사업부를 분할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LCD사업부는 다음달 1일 자본금 7500억원의 가칭 ‘삼성디스플레이 주식회사’로 새로 출범한 뒤 조만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합병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새 회사의 대표로는 박동건 삼성전자 LCD사업부 부사장이 선임됐다. 최지성 부회장은 “주력사업의 경쟁력 격차 확대, 차별적 신가치 창출, 미래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매출 성장세와 견조한 영업이익 창출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주총을 갖고 올해 ▲매출 목표 57조 6000억원 ▲시설투자 1조 6000억원 ▲연구개발(R&D) 투자 2조 6000억원 등의 경영목표를 발표했다. LG화학은 이사의 수를 7명에서 11명(사외이사 6명)으로 늘리는 한편 보수 최고한도액을 기존의 50억원에서 110억원으로 증액했다.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의 의장 겸임 금지조항도 삭제했다. KT는 이석채 KT회장의 대표이사직 연임을 승인하고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의선임 안건과 배당 지급, 보수한도 안건 등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은 정부의 통신 요금 인하 방안에 대해 “정부 정책 때문에 통신 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KT의 경우 지난해 정부 규제 때문에 4000억~6000억원의 수익이 줄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LG화학은 각각 정준양 회장, 이재성 대표이사, 김반석 부회장의 재선임을 승인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2) 호텔신라 사장은 이날 삼성가의 3세 경영인 중 처음으로 주총 의장을 맡았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삼성애플 특허전의 결론은/김경운 산업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삼성애플 특허전의 결론은/김경운 산업부 전문기자

    스마트 기술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전이 점입가경이다. 팽팽한 줄다리기 중에 얼마 전 애플이 특허료를 조금 깎아줄 수 있다며 슬쩍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는데, 삼성이 매몰차게 거절했다. 무안을 당한 애플은 미국에서 재판 진행과 관련된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계 변호사 73명을 무더기로 고용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에 맞서 삼성은 아이패드가 애플의 독점적 모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미국인 증인을 확보, 재빨리 현지 채용했다고 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두 거대 기업의 물고 물리는 소송전은 독일, 호주, 일본 등 9개국에서 31건이 진행되고 있다. 마치 격투 끝에 한쪽이 주저앉아 주둥이를 땅에 처박아야 끝나는 닭싸움 꼴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결국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며 정산에 들어가는 ‘크로스 라이선스’로 출구 전략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는 이미 삼성과 애플이 세계 곳곳에서 초미의 특허전을 통해 기업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만큼 누렸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한다. 또 스마트 기술에 관해 두 기업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 제3의 기업은 거의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분쟁보다는 원만한 협력이 좋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암묵적인 밀약이 깔린 ‘빅딜’이라면 전 세계 소비자를 맥없는 구경꾼으로 전락시킨 두 거인이 얄미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거액의 소송비용은 당연히 제품 가격에 반영될 것이고, 소비자들만 원하지도 않았던 관람료를 물어야 하는 게 아닌가. 15세기 말 포르투갈은 유럽의 동쪽인 인도 등지로부터 들어오는 향신료 무역로가 오스만튀르크에 의해 막히자, 서쪽의 대서양 항로를 개척하기로 했다. 신중한 성격의 포르투갈인들은 아프리카 연안을 따라 남하하면서 희망봉을 돌아 마침내 인내심이 필요한 긴 항로를 뚫었다. 그 대가는 막대한 무역흑자로 돌아왔다. 비로소 나라를 통일한 스페인인들은 아프리카 우회로마저 선점당하자, 활달한 성격에 걸맞게 거친 대서양을 아예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항로를 개척했다. 이는 향신료 무역이 아니라 아예 금과 은을 약탈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두 해양강국은 대서양 항로를 놓고 마찰을 빚자 황당하게도 세계지도의 위에서 아래로 줄을 그어 대서양과 신대륙을 나눠 갖는 빅딜을 한다.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유일한 신대륙 식민지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영국 등 유럽 각국은 난리를 쳤지만, 아직 힘없는 볼멘소리일 뿐이었다. 이때 북유럽에서 청어잡이나 하던 네덜란드가 태생적으로 익힌 수로 운항술과 효율적인 조선 기술을 앞세워 스페인이 신대륙에서 빼앗아 온 원자재를 유럽 각지에 배송하고 운임을 챙기며 경험을 쌓았다. 이후 직접 아시아 무역에 나서며, 그 밑천을 마련하려고 최초의 주식시장과 은행을 개설했다. 오만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뒤통수를 맞은 채 해상무역의 패권을 네덜란드에 넘겨주고 만다. 특허권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스페인 함선을 공격해 금을 가로챈 해적을, 여왕이 직접 칭찬하던 수준의 영국은 이후 이 금으로 해군력을 키우고 산업혁명을 일으킨다. 영국은 최초의 특허법을 만들어 신기술을 보호했다. 증기기관의 주인공 제임스 와트(1736~1819)는 자신의 발명품을 제작, 판매해 많은 돈을 번 것이 아니라 라이선스의 대가(로열티)로 평생 갑부로 살았다. 삼성과 애플은 특허권 보호만큼 소비자 권리의 보호에도 숭고함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는 말이다. 만약 지금이 빅딜의 4막5장이라면, 애플의 새 얼굴 티머시 쿡(52)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44) 삼성전자 사장이 한무대에 나란히 서서 ‘인류공영을 위한 페어플레이’를 외치며 폐막 인사를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을 듯하다. 몸집이 커질수록 ‘꼼수’보다 ‘신독’(愼獨·혼자일 때 더 언행을 조심한다)을 경계로 삼아야 하겠다. kkwoon@seoul.co.kr
  • 올림픽 해… ‘스포츠 마케팅’ 후끈

    올림픽 해… ‘스포츠 마케팅’ 후끈

    오는 7월 27일 개막하는 런던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대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올림픽의 해’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모바일 이미지 굳히기 13일 재계 등에 따르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무선통신분야 공식후원사를 맡으며 본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무선통신 부문에서 삼성 로고를 활용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올림픽을 1년 앞둔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관광청과 2012년 런던올림픽을 맞아 영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한 모바일 콘텐츠 활용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 1월에는 영국 관광청과 협력해 런던올림픽 관련 관광정보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인 ‘베스트 오브 브리튼’을 공식 출시했다. 이 앱은 영국 관광청이 제공하는 영국의 박물관, 관광지, 음식점, 엔터테인먼트 등 풍부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삼성의 런던 올림픽 글로벌 홍보대사인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을 내세워 다양한 올림픽 관련 글로벌 홍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시네마 3D TV’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 오는 31일과 다음 달 1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전체를 특설 체험무대로 만들어 ‘LG 시네마3D 월드페스티벌, 3D로 한판 붙자! 2012’ 행사를 진행하는 등 런던올림픽을 3D TV 보급의 기회로 삼고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LG전자는 2009년부터 180여개 국가에서 약 6억명이 동시에 시청하는 최대 자동차 경주 대회인 포뮬러원(F1)을 후원하며 톡톡한 광고효과를 얻고 있다. ●LG, 시네마3D 월드페스티벌 현대차그룹 역시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현대차는 올해까지 5년째 북미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5일 슈퍼볼 중계에서 벨로스터 광고를 내놓은 결과 벨로스터는 지난 2월 미국 시장에서 전월 대비 91.4%나 증가한 3240대가 판매됐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지난 1월 호주테니스 오픈, 4월 아시안 X게임 대회를 후원했다. 오는 6월에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2’에 공식 후원사로 나선다. 이 밖에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핸드볼 협회장인 만큼 남녀 핸드볼팀 지원에 적극적이다. 여기에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에너지와 통신 부문 공식 후원사로 나설 예정이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핏줄’이 뭐길래/박상숙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핏줄’이 뭐길래/박상숙 산업부 차장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드디어 후계자를 낙점했다는 뉴스가 날아왔다. 그의 회사는 보유주식만 따져도 우리 돈으로 87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가치의 기업. 팔십 평생 자신의 피와 땀이 어린 회사를 피 한 방울 안 섞은 ‘남’에게 준다고 공언해온 그이니 이번 소식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 나라 밖 얘기는 특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뼈빠지게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이자 삶의 목표로 당연시되는 사회적 인식과 정서에 일침을 놓기 때문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 미국에는 이런 기업가가 한둘이 아니다. 알다시피 빌 게이츠도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 일등 기업으로 키워 놓고 선뜻 회장 자리에서 내려와 자선사업가로 변신했다. 지난해 세상을 뜬 애플의 설립자 스티브 잡스도 가족이 아닌 남을 후계자로 세웠다. 2년 전 연말 한국 최대 기업 삼성그룹의 인사가 매스컴을 들끓게 했다. 이건희 회장의 삼남매가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서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그걸 보고 한 지인이 맥없이 말했다. “이게 무슨 뉴스거리라고…. 어차피 다 자기 자식한테 줄 거 아니었어?” 맞다. 버핏처럼 ‘금쪽 같은’ 회사를 ‘금쪽 같은 내 새끼’에게 물려주지 않는 기업인이 나와야 정말 뉴스가 될 것 아닌가. 짧은 자본주의 역사를 탓해야 할까. 한국의 대기업 오너들은 지금도 자자손손 대물림을 못해 안달이다. 글로벌을 경영화두로 삼고 있지만 여전히 ‘핏줄’에 연연한 전근대적인 경영 세습과 기형적인 지배구조를 유산처럼 받들고 있다. 오죽하면 외국 대기업과 구별짓기 위해 한국 대기업들을 일컫는 ‘재벌’이라는 말이 외국 사전에 등재돼 있을까. 최근에도 한 재벌가의 20대 딸이 ‘상무님’이 됐다. “집안 좋은 것도 능력”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유행이지만 불황에 찌든 사회 분위기상 ‘어린’ 자식들의 초고속 승진은 국민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이다. 지난달 그냥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논 인구가 200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20대 100명 중 5명이 무위도식 처지였다. 경제 성장에 이바지한 공로 때문에 창업 1세대들의 불법과 탈법은 불가피한 것으로 눈감아주는 측면이 있었다. 2세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지만 ‘수성’(守成)의 공을 인정받긴 했다. 그러나 3세 경영 세습에 이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3세가 진정 인정받으려면 ‘경장’(更張), 즉 새로운 도약을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능력을 보여줄 때, ‘세습’이라는 꼬리표는 자연스레 떼어질 것이다. 그러나 최근 봇물처럼 터지는 뉴스를 보면 싹이 노란 것 같다. 이들은 패밀리의 돈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손쉬운 사업에만 몰두해 왔다. 요즘 재계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재벌 때리기가 심하다고 푸념한다. 그럴싸한 공약을 내세울 것 없는 정치권이 반(反)재벌 정서를 이용하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사실상 재벌이 스스로 매를 벌고 있다는 것이 민심이다. 실제로 삼성과 CJ 간의 재산 상속분에 관한 소송과 미행소동,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한화·SK 등 총수들의 줄이은 검찰 소환, 1000억원대의 돈을 해외로 유출한 하이마트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 등 줄줄이 사탕 식으로 달려 나오는 재벌발 뉴스를 보노라면, ‘법대로’ ‘상식대로’는 재벌 사전에는 없는 말 같다. 결국 이 모든 탈법과 불법을 작동시키는 원리는 ‘핏줄’이다. 세금은 적게, 가급적 재산은 통째로 물려주고 싶은 탐욕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한다. 삼성과 CJ의 다툼도 결국 ‘핏줄 세습’이 불러온 결과물인 셈이다. 핏줄이 경쟁력을 가진 마지막 분야는 마피아 패밀리밖에 없다고 한다. 이제 혈연과 세습에 집착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미래는 없다. 그럼에도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우리 재벌들은 외부의 개혁이 아니고서는 스스로 ‘핏줄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alex@seoul.co.kr
  • [트리플 악재 비상구 없나] 산업계 맴도는 ‘세 마녀’…자동차 등 타격 불가피

    [트리플 악재 비상구 없나] 산업계 맴도는 ‘세 마녀’…자동차 등 타격 불가피

    최근 우리 산업계에 ‘세 마녀’(트리플 위칭)가 맴돌고 있다. 주인공은 고유가와 엔저, 중국 경기 경착륙이다. 원유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이 52%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를 감안했을 때 외부의 세 가지 악재가 겹쳐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유럽, 미국 등 선진국 경기 침체에 더해 해운·항공 등 위기가 이미 현실화된 업종은 물론 자동차 등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에 가장 심각한 위협은 연일 고공행진하는 유가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4일 배럴당 121.57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유통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 역시 132.8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런 여파로 국내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날 오후 9시 기준 전날 대비 ℓ당 1.41원 상승한 1999.76원을 기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15% 포인트 하락한다. 엔화 가치 하락 역시 새로운 위협 요소다. 지난 25일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81.20엔으로 지난 1일(76.11엔) 이후 6.7%나 급등했다. 일본이 지난달 사상 최대인 1조 4750억엔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데다 지난 14일 일본중앙은행(BOJ)이 10조엔 규모의 유동성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우리 무역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경제 상황 역시 심상찮다. 중국의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20.3%에 그쳐 전년(31.3%)에 크게 못 미쳤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잠정치는 최근 4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밑돌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지난해와 달리 최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유가 상승과 엔화 하락 등 동반 악재에 직면한 상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1월 국내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8.5% 감소한 4만 5186대에 그쳤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었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달 전 세계적으로 80만 9630대를 생산, 지난해 1월 대비 17.6%의 증가세를 보였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 자동차 업체는 엔·달러 환율이 1엔씩 올라가면 670억엔의 영업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유가 상승은 연료비가 전체 경영비용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업계에도 치명타다. 운항에서 기름이 차지하는 비용이 20% 수준인 해운업계는 급유 지역을 바꾸는 등 연료 절감에 ‘올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대형 선사들을 중심으로 다음 달 1일부터 운임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 및 정보기술(IT) 업계의 경우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은 일본 업체들을 현격한 차이로 따돌리고 있어 환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지만 TV 부문에서는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다만 정유업계는 최근 ‘표정 관리’에 들어간 분위기다. 유가 상승에 따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 정제 이윤이 커지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역시 고유가가 호재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유럽 경기 침체로 선박 수주 자체는 줄었지만 액화천연가스(LNG)선과 해양 원유·가스 등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수주가 증가하면서 플러스 요인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지금&여기] 버려진 그들의 상처를 감쌀 수 있을까/오상도 산업부 기자

    [지금&여기] 버려진 그들의 상처를 감쌀 수 있을까/오상도 산업부 기자

    회사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할 때면 어김없이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 역사를 지난다. 살을 에는 추위가 한창일 때도 넓게 트인 지하공간에 훈기가 돈다. 중앙 통로를 향해 내뿜는 근처 빵집의 조리기구 열기 덕분이다. 갈 곳 없는 노숙자들에게 이곳은 잠시 몸을 녹이는 쉼터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썰렁해졌다. 중앙 통로에는 카페와 휴게소가 딸린 직사각형 모양의 밀폐공간이 들어섰다. 자정쯤이면 어김없이 셔터가 내려온다. 야박한 서울 인심을 반영하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해진 침낭 밖으로 한 노숙자가 얼굴과 손을 빼꼼히 내밀고 잠이 들었다.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스쳐가며 얼핏 보니 분명 가족사진이다. 한때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음을 말해 주는 증명서나 다름없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 삶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했다. 신자유주의와 시장지상주의 풍조가 일상생활과 사고방식마저 바꿔 버렸다는 지적이다. 우리네 현실은 어떠한가. 대기업은 동네상권까지 영역을 넓혀 가며 배를 불리고, 자영업자는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실제 서민생활은 더 팍팍해졌다. 취업난과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는 청년들의 절망감만 키우고 있다. 과도한 경쟁은 아이들의 도덕관념마저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우리 사회에 정의와 공정의 바람이 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해법은 없을까. 경제성장의 과실을 일부 계층만 누리는 불평등을 방치하면 사회적 유대는 깨지고 공동체는 해체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 평등과 과도한 복지도 답이 될 순 없다. 번영과 과실을 나누는 인식의 전환은 어떨까. 돈을 푸는 방식이 아니라 소외계층 역시 지역사회의 일원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식이어야 한다. 지난해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사회 깊숙이 박힌 사회병폐를 엿본 것이라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의 말처럼 지금의 경제위기는 세계화의 위기다. 시공을 초월한 병리현상이 한국 사회라고 예외일 수 없다. ‘88만원세대’와 다문화가구가 늘고 있는 한국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sdoh@seoul.co.kr
  • 중소기업청 차장 김순철씨

    정부는 13일 중소기업청 차장에 김순철(51) 전 기획조정관을 승진 임명했다. 김 차장은 행시 27회로 통상산업부 수출과, 산업자원부 혁신기획팀장, 중소기업청 정책홍보관리본부장 등을 거쳤다.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反기업 정서에 화들짝 놀란 회장님들… 다시 한번 “민생안정” “사회통합” “공생발전”

    反기업 정서에 화들짝 놀란 회장님들… 다시 한번 “민생안정” “사회통합” “공생발전”

    재계가 경기 불황에 따라 서민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투자와 일자리 확대 등 기업 본연의 역할뿐만 아니라 민생안정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최근 재계의 움직임은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 ‘울며 겨자 먹기’ 식 방안을 내놓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각 기업은 최근 한화의 상장 폐지 위기 사태가 반기업 정서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서민생활 안정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경제계 다짐’이라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전경련이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2003년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경제계의 제언’ 이후 처음이다. 전경련은 결의문을 통해 “민생안정과 경제활력 회복, 사회통합·공생발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상공인과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과의 공동 기술개발, 판로 확보, 인재양성 등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결의문은 최근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개혁’에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는 데 대한 반대급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생활 안정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맹점으로 꼽힌다. 김정식(한국국제경제학회장)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학생 학자금 지원 등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면서도 사회에 직접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데스크 시각] 대학생 전세, 판도라의 상자 열다? /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대학생 전세, 판도라의 상자 열다? /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설(1월 23일) 전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곳곳에서 문제가 많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대학생 전세 입주 대상자가 됐는데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고향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렵게 서울로 대학 가서 그것도 어렵게 대학생 전세 대상자가 됐다는데, 집 구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 전세(專貰)가 아니라 ‘전세’(錢說)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출발은 좋았다. 국토해양부 등 정부 부처가 지난해 12월 합동으로 내놓은 ‘12·7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 주거안정 지원방안’에 들어 있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확대’ 계획은 화려한(?) 규제와 완화 계획 등에 가려져 있었지만 눈에 띄는 내용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오늘 발표한 것 중 눈여겨볼 사안이다.”라며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1000가구 정도의 시범사업에 그쳤던 대학생 전세임대를 1만 가구로 확대한다고? 그래 잘만하면 학부모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었다. 최대 7000만원의 전세금을 지원해 주고, 매달 전세보증금의 2~3%만 받는 이 제도라면 대학생들의 하숙대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았다. ‘1만 가구에 달하는 전세임대주택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9000여명의 입주대상자를 확정한 뒤 보름여가 지난 지금 국토부에 따르면 전체의 4분의1 수준인 2317명(2월 5일 기준)만 임대계약을 맺거나 맺을 예정이다. 이 중 계약을 완료한 학생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674명에 불과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줄기는 정부 정책과 현실의 괴리이다. 이번 대학생 전세 문제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안고 있는 주택정책의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은 집이 생각처럼 많지 않았다. 부채비율을 80%에서 90%로 완화했지만 개별주택공시가격으로 한다면,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대상 중 부채비율이 100~200%를 넘는 주택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시가격 체계의 문제점에서 기인한다. 시세로는 7억~8억원 하는 주택의 공시가격은 2억~3억원인 경우가 태반이다. 이 주택에 담보나 기존 세입자 전세금이 4억원이면 부채비율은 200%로 뛰어 대출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음으로는 소형 주택은 월세가 9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지 못했다. 정부가 전세대책에 매달려 있을 때 시장(특히 소형)은 월세로 빠르게 진행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또 하나, 고시원 등의 문제점도 노출됐다. 고시원은 상당수가 편법을 통해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근생시설인 원룸형 고시원은 대학생 전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일부지만 대학생 전세주택이 대학생들 눈높이만 높였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전세금을 지원해 주면서 5000만~6000만원짜리는 찾지도 않는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의 얘기다. 규정상 120%까지 가능한 점을 활용해 8400만원짜리를 얻고, 나머지 1400만원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겠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대학가에는 최근 8000만원대 대학생 전세 매물이 제법 늘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 전세 임대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문제다. 물론 LH가 적임자이기는 하다. 하지만 3년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100조원이 넘는 빚더미에서 이제 겨우 헤어나올 만한 시점에서 LH에 대학생 전세업무를 떠맡긴 것은 어쩌면 무리인지도 모른다. 재정은 한푼도 지원하지 않고 국민주택기금을 동원했지만 어차피 빚으로 남기는 마찬가지다.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재정 지원도 고려할 만하다. 대학생 전세가 문제가 있지만 좋은 상품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도 이에 대한 지적이나 비판에 귀를 닫기보다는 주택정책을 업그레이드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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