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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우유 많이 마실수록 좋을까요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우유 많이 마실수록 좋을까요

    얼마 전, 어느 집을 방문했는데, 밖에서 뛰어 놀다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온 아이가 곧바로 냉장고 문을 연다. 갈증이 심했나 보구나 생각했는데 1000㎖들이 우유통을 꺼내 통째로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아닌가. 내심 걱정스러워서 다른 때도 우유를 저렇게 마시느냐고 물었더니 물 대신 종종 우유를 마신다는 것이다. 어떨 때는 우유를 하도 많이 마셔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했다. 그렇게 대답하는 아이 엄마의 표정에서 아이가 우유를 양껏 마시는 것을 그리 경계하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우유에 영양분이 많으니 키도 잘 크고 건강하겠지 하는 생각이 은연중 작용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 사회는 우유에 대한 신뢰가 거의 전폭적이다. 아이가 우유를 잘 먹지 않으려 한다면 혹시 다른 아이보다 성장이 느려질까 걱정을 하기도 한다. 우유는 영양 많은 식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생각들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송아지는 태어날 때 보통 50㎏ 정도이다. 그런데 1년 만에 10배 이상 몸무게가 늘어난다. 우유는 송아지가 이렇게 빨리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영양원이다. 반면 사람의 경우는 돌이 되어도 태어날 때의 몸무게에 비해 고작 3배 남짓 늘어날 뿐이다. 송아지의 성장속도와 사람의 성장속도는 무척이나 다른 셈이다. 그래서 보통 송아지에게는 우유가, 아기에게는 모유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우유를 잘 먹는 아이가 상대적으로 성장이 빠르다는 것을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성장이 빠르다고 우리 몸에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니다. 먼저,‘우유를 마시면 뼈가 튼튼해진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한번 살펴보자. 이 상식에 반하는 연구 결과가 참으로 많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책을 보면 하버드대학 윌렛 교수가 7만 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소개해 놓고 있다. 윌렛 교수는 하루에 우유를 두 잔 이상 마시는 그룹과 거의 마시지 않는 그룹으로 나누어,12년 후에 그 사람들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뜻밖에도 우유를 많이 마신 사람들의 뼈가 부러지는 비율이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실제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과 같이 우유를 많이 마시는 나라 사람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보다 골다공증에 훨씬 더 많이 걸린다고 한다. 그것은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우리 몸의 칼슘을 빼앗아가 뼈가 더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영양이 좋다 하더라도 이를 너무 많이 먹는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유 역시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유를 조금만 마셔도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 사람들에 비해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아제 효소가 부족한 까닭이다. 그럴 경우 설사까지 해가면서 무리하게 우유를 마실 필요는 없다. 우유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어야 한다. 칼슘이 실제로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마그네슘, 비타민D 등 여러 가지 미네랄이 필요하다. 따라서 콩, 푸른 채소 등 마그네슘 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식품을 부족하지 않게 먹어줘야 한다. 또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젖소의 우유를 먹는 게 좋다. 좁은 축사에 갇혀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 항생제·성장촉진제 등이 잔뜩 들어간 사료를 먹고 자라는 젖소의 우유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사람의 모유에 가장 가깝다고 하는 산양유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칼슘을 꼭 우유에서 얻겠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우유 100g 중에는 칼슘이 110㎎ 정도 들어 있다. 물론 많은 양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은 칼슘을 가진 식품은 참으로 많다. 말린 새우는 우유의 65배, 마른 멸치는 14배, 깨는 11배, 김도 7배나 많은 칼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먹는 전통적인 밥상만 잘 챙겨 먹어도 칼슘이 부족하기는커녕 넘쳐나는 셈이다. 물론 우유를 지나치게 많이 먹어왔던 아이라면 엄마가 대체 음료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콩을 갈아만든 두유나 집에서 과일로 만든 음료, 야채 효소주스 등 훌륭한 대안은 많다. 마지막으로 키에 관한 얘기 하나. 보통 자라는 데 필요한 성장호르몬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를 잘 크게 하고 싶다면 음식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간에 깊이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다.
  • 퇴직 교원 491명 훈·포장

    정부는 지난 8월 말 명예·의원 퇴직한 교원 491명에게 재직연수에 따라 훈·포장 및 표창을 수여한다고 31일 밝혔다. 오제직(吳濟直) 전 공주대 총장 등 2명은 청조근정훈장, 남암순(南巖純) 서울쌍문초 교장 등 41명은 황조근정훈장을 받는다. 강정중(姜正中) 충북 청산고 교감 등 32명은 홍조근정훈장, 정송렬(鄭松烈) 전남 순천왕조초 교감 등 55명은 녹조근정훈장, 정순옥(鄭順玉) 대구 아양중 교감 등 83명은 옥조근정훈장을 수여받는다. 훈·포장 및 표창장을 받는 사람의 명단은 인터넷서울신문(www.seoul.co.kr)에 게재.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청조근정훈장 吳濟直(전 총장 공주대) 朴容燮(총장 한국해양대) ◆황조근정훈장 林英澤(교장 서울서교초) 南巖純(교장 서울쌍문초) 梁順玉(교감 서울용암초) 白永淑(교사 서울방이초) 金英淑(교장 서울서래초) 安泰煥(교장 대구신천초) 金圭光(교감 동대구초) 權鎰山(교감 광주전산고) 金永俊(교장 한밭고) 高龍根(교장 덕소초) 金昌鉉(교장 호원초) 趙南玉(교장 태장중) 郭哲永(교육장 안산교육청) 金義雄(교장 주문초) 金京用(교감 금천초) 鄭淵子(교사 목행초) 金鎭培(교감세광고) 朴偉文(교장 광신초) 金正泰(교장 둔포초) 梁鳳錄(교감 은진초) 金文成(교장 전주덕일초) 金寧一(교장 마령초) 黃吉澤(교장 전주송북초) 尹在星(교장 우석여고) 金和年(교장 안동동부초) 兪炳忠(교장 쌍림초) 朴亨武(교장 금천초) 金光雄(교감 박곡초) 林征雄(교장 북삼중) 李東仲(교장 산양초) 全琮燁(교장 부북초) 金忠周(교장 쌍계초) 李大坤(교장 북성초) 許宗武(교사 문선초) 韓英吉(교장 생초초) 吳昌生(교장 법환초) 裵仁鎬(총장 대구예술대) 金允求(교수 충북대) 尹用植(교수 한국방송통신대) 鄭吉雄(교수 동주대) 鄭斗永(교수 청주교대) ◆홍조근정훈장 朴鳳錫(교장 서울구로초) 河性淙(교육장 강서교육청) 林演植(교장 서울사당초) 孫德熙(교감 서울금호초) 洪性植(교장 서울교대 부설초) 趙明倫(교장 선화예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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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로 가자] 통영-이곳도 꼬~옥 보이소

    [바다로 가자] 통영-이곳도 꼬~옥 보이소

    통영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이다.‘에메랄드빛 하늘’과 올망졸망한 섬들, 그 사이의 쪽빛 바다….‘한국의 나폴리’로도 불릴 만큼 아름답다. 그러나 ‘자존심 센’ 통영 사람들은 그걸 자랑스러워하긴커녕 불만스러워했다. 나폴리보다 더 빼어나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경남 고성반도의 끝자락인 통영은 조선시대 3도 수군 통제영이 있었던 곳. 충무공 이순신의 호국 정신이 숨쉬는 유적지가 곳곳에 있다. 그런가 하면 ‘비운의 음악가’ 윤이상,‘생명파 시인’ 청마 유치환,‘토지’의 박경리씨를 낳은 문화 예술의 고장이다. ‘미항’ 통영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남망산공원이다. 호수인듯 잔잔한 한산섬 앞 바다와 미륵산의 자태가 절경으로 다가온다. 넓고 확 틘 공간 탓인지 청량감마저 든다. 남망산의 밤도 놓칠 수 없다. 지척으로 다가오는 통영대교와 통영항의 야경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어 통영대교를 지나 23㎞에 이르는 산양일주도로 드라이브를 빼놓을 수 없다.‘도남관광단지’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통영 사람들은 이 코스를 너무나 환상적이라해 ‘꿈길 60리’로 이름붙였다. 통영대교 아래 바닷길은 국내 유일의 운하다. 과거엔 여수와 통영을 잇는 주요 뱃길이었다. 일제때 5년여에 걸쳐 해저터널을 뚫은 다음 작은 모래톱을 파 뱃길을 만들었단다. 일주도로 핵심은 허리 쯤의 달아공원이다.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와 다도를 관조할 수 있다. 바위 너머 ‘푸른 해원’을 오가는 어선들이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랄지 ‘이념의 푯대’로 보인다. 청마의 시심에 절로 빠진다. 달아공원의 낙조는 한려수도 최고의 장관으로 꼽힌다. 150여개의 섬을 거느린 통영의 유람선터미널(055-645-2307)에서 배를 타면 한려수도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뱃길로 한 시간 이내에 통영 최고의 절경인 매물도를 비롯해 연화도, 비진도, 한산도가 널려 있다. 한산섬에는 충무공의 영정을 모신 충무사, 임진란때 삼도 수군을 지휘했던 제승당, 충무공이 활을 쏘던 한산정 등이 있다. 시내의 세병관(국보 제395호)은 제6대 통제사 이경준이 통제영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1604년 창건한 객사로 통제영의 상징적 건물이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목조건물로는 경복궁, 경회루, 여수 진남관과 함께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이다. 장대한 기단위에 정면 9칸, 측면 5칸의 건물로 웅장한 기상이 느껴진다. 착량묘는 이충무공이 순국한 다음해 공을 추모하던 주민들과 수군들이 뜻을 모아 위패를 모시고 기신제를 지내던 곳으로 이충무공 사당의 효시다.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끝까지 간 다음 남해고속도를 타고 순천방향으로 가다 사천IC에서 빠진다. 다시 33번 국도를 타고 사천으로 가다 17번 국도 고성을 거쳐 통영으로 들어간다. 서울에서 통영까지 5∼6시간 걸린다. 흰색 목조로 지은 콘도형 민박인 통영 펜션(055-645-6405)은 바다 건너 거제도가 보인다. 주방을 갖춘 객실이 6개 있다. 요금은 5만원부터. 미륵도 남쪽에 있는 충무 마리나펜션(055-646-9370)은 황토집과 굴피집을 빌려 주는데 두가족이 지낼 수도 있다.15만원부터. 시내에는 깨끗한 여관이 많다.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20) 전문가 5인 시리즈 결산 좌담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20) 전문가 5인 시리즈 결산 좌담

    서울신문이 창간 100주년을 맞아 기획,연재한 생태 탐사보도 ‘DMZ 51년…그 빛과 그림자’가 20회로 막을 내린다.탐사활동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한반도에 남은 마지막 생태지대인 DMZ의 현재 모습과 바람직한 미래상을 들어봤다.본사 염주영 편집국 부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는 김귀곤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심재환 광주서강정보대 교수,박그림 설악녹색연합대표,박희정 환경부 자연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 이번 탐사의 의미와 성과를 짚어주시죠. - 김 교수 서쪽으로는 한강 하구에서부터 동쪽으로는 동해선·사천천에 이르기까지 철책선을 따라 관찰한,쉽지 않은 일을 해냈습니다.종(種) 위주로 진행돼 온 종래의 생태탐사와 달리 하천과 습지,산림 등 서식처와 생태계를 연결시켜 접근한 점 또한 의미가 깊습니다.통일시대를 앞두고 DMZ 일대 생태계 관리에 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신 부장 파노라마를 보듯 DMZ와 그 인접지역을 한꺼번에 둘러봐 통일성을 갖고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지금까지는 이 일대의 산불이 (생태계 유지에)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거론됐지만 이번 탐사에서 오히려 생태계를 살리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물론 사람이 내는 산불은 막아야 하고 울창한 산림을 파괴하는 산불 피해지는 복구해야 합니다.하지만 산불 등으로 인해 넓은 면적의 습윤 초지가 유지되면서 독특한 생물다양성을 부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산불이 침범할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의 생태환경 차이와 보존가치 등도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 심 교수 하천도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오작교 일대는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잘 보존해 오고 있고,성내천은 어류의 종 수가 많았습니다.그러나 기대가 컸던 고진동·오소동 계곡은 하천환경이 많이 망가져 있어 안타까웠습니다.작전도로 등 수해복구 작업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많이 듭니다.골짜기를 따라 복구작업을 하는 것을 가급적 자제해야 합니다. - 박 대표 여름철에 보기 드문 산양을 관찰할 수 있었던,의미있는 탐사였습니다.DMZ와 민통선 지역의 생태계 조사는 군부대가 정해주는 작은 창을 통해서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앞으로는 범위가 넓혀지기를 기대합니다.철책에 갇힌 야생동물들을 위한 남북간 야생동물 통로를 만드는 것도 시급합니다. - 박 과장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서울신문이 대신해줘 감사드립니다.이번 탐사보도는 환경부가 진행하고 있는 DMZ 생태조사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시기적으로도 DMZ 보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여서 의미가 더욱 큽니다.현실적 대안을 찾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사회 생태계 보전상태 및 갈수록 커지는 위협요인과 이에 대한 대책 등도 말씀해 주십시오. - 신 부장 생태계가 체계적으로 잘 유지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그러나 DMZ와 그 인접지역은 물길,하안식생,산기슭과 능선 식생 등의 연결이 체계적으로 잘 유지되어 있습니다.민통선 이남은 이런 체계가 농사나 택지개발로 대부분 훼손되었습니다.그럼에도,경관생태학적으로 볼 때 보전계획을 수립하는 데 인간을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예를 들어 민간인 통제 지역에서는 농경문화가 갖고 있는 생물다양성 부양체계도 인정해 주어야 국가 전체적으로 더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인정받고 있는 철원평야의 사례도 농경문화가 불러들인 것입니다. - 김 교수 DMZ 일대의 이탄층(泥炭層) 습지에 대한 관심과 재조명이 필요합니다.이탄지는 세계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대표적인 곳이 대암산 용늪입니다.하지만 DMZ와 민통선 지역의 다른 곳에도 이같은 이탄지가 많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경의선 쪽에서도 가능성이 높은 곳을 발견했습니다. - 심 교수 하천생태계는 육상과 연계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냉수성 어종으로 북한강 상류에서 발견된 열목어와 어름치,황쏘가리는 비교적 보존상태가 좋습니다.그러나 위협요인도 많습니다.군사작전과 최근 몇년간의 태풍피해 복구를 위한 강바닥 준설작업,토사 유출 등이 그렇습니다.오작교 아래에서는 낚시를 한 흔적도 있었습니다.평화의 댐과 두타연 일대 등 관광지화에 따른 훼손 우려도 큽니다.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보존계획이 절실합니다. - 박 대표 민통선 일대 야생동물에 대한 밀렵이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미확인 지뢰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인들이 드나들면서 올무 등으로 멧돼지와 고라니,산양 등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밀렵꾼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사회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 박 과장 DMZ의 보존가치는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각종 재해 복구공사와 주민편의 위주의 개발계획 등이 이어지면서 개발에 따른 문제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정부는 2001년부터 DMZ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지자체 등의 관광상품 개발 움직임은 말로는 개발과 보전의 병행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개발쪽으로 가고 있습니다.개발이 추진되기 전에 생태축이 지장받지 않도록 보존 중시의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김 교수 스토리사격장에서 발견한 습지 등 숨겨져 있는 소(小)생태계를 비롯해,암암리에 훼손되는 곳에 대한 지속적 관리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육지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용늪의 경우는 손을 댈 것이냐,그냥 둘 것이냐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 신 부장 DMZ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토의 생태적 맥락,또는 동북아시아의 생태적 맥락에서 가지는 의미가 더해져야 합니다.시간적으로도 향후 10년의 의미와 50년,100년,나아가 그 너머의 모습을 고민한 뒤 생태계 보전과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정리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9)생태 통일을 향하여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9)생태 통일을 향하여

    비무장지대(DMZ)는 남극대륙 어딘가의 오지와 같은 처지다.뭍으로 엄연히 실재하되 주인 없는 땅이니 그렇다.남과 북이 서로 영유권 행사를 하지 않은 채,DMZ는 그렇게 51년을 흘러왔다. 그러면서도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안락과 고통의 희비극을 연출했다.참화는 그쳤으나 민족은 갈라섰다.생물들에게 안전지대를 만들어준 한정된 공간은 동시에 그들을 가두는 우리여서 종(種)의 다양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불안한 평화,평화로운 불안이 드리운 역설의 공간이 DMZ인 것이다.그러기에 DMZ가 지금의 상태로 지속돼야 할 어떤 당위도,실리도 찾아질 순 없을 것이다.사람과 자연이 모두 기꺼워할 미래의 DMZ 모습을 그려야 할 때다. ●DMZ를 둘러싼 무성한 논의 DMZ의 미래를 설계하는 상상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발동돼 왔다.크게 나누면 개발 혹은 보전으로 요약된다.평화시를 조성(1991년 한국정부)하거나,평화통일 축구장(1996년 경기도) 혹은 남북교류협력단지를 건설(1994년 한국정부)하자는 제안은 개발론 쪽이다.북한 이주민 수용시설을 짓자(1997년 한국토지공사)는 주장까지 나왔다. 환경부를 필두로 한 정부 일각과 시민단체 등은 보전론을 펴며 이곳을 생태계보전지역이나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거나,세계유산(자연·문화·복합)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해오고 있다.생태공원(UNEP·유엔환경계획),생태탐방로(경기도 접경지역종합계획) 그리고 사파리공원 조성(강원도 접경지역종합계획) 같은 절충형도 이미 제기된 상태다. 갖가지 밑그림은 저마다 그럴 듯한 설득력을 지닌다.하나같이 놓칠 수 없는 여러 가치가 DMZ에 혼재하여 녹아 있기 때문이다.대개는 경제적 관점에서 출발하는 ‘남북간 교류협력’ 주장은 개발의 형태를 지지하고,군사적 필요로 제한되고 있는 ‘접경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후생적 이용론은 개발 혹은 절충론에 기대고 있다.세계적으로 드물고 희귀한 이곳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생명존중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치를 내걸고,공명의 진폭을 갈수록 높여가는 중이다. ●남북한의 생태적 통일을 위해 하지만 인류가 걸어온 대개의 역사가 그렇듯,발빠른 움직임으로 무성하고도 오랜 논의를 현실화한 쪽은 개발론이다.51년 동안 그리도 굳건하게 금단의 지대를 지켜온 장벽을 허문 것이 바로 동해선·경의선 공사였다.금강산 육로관광과 개성공단 건설을 위한 수단으로서,도로로 이름지어진 개발의 첨병이 DMZ에 맨 먼저 등장한 것이다.환경친화적이며 DMZ의 생태계를 고려한 노력도 수반됐지만 사람과 물자의 잦은 왕래는 필연적으로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반해 보전론은 꾸준히 제기되긴 했지만 발걸음이 더디다.정부는 DMZ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북한과의 합의를 전제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2001년 환경부·통일부 등 정부와 민간단체 인사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발족되고,각종 국제기구를 통한 남북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행력을 갖추지 못한 당사자 사이의 단순한 의견교환 수준에 머물러 있다.최근 DMZ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다시 고조되면서 문화관광부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북한과 실무접촉에 들어가고,통일부도 궁예도성이 자리한 철원 일대에 대한 남북간 공동조사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당장의 성과가 없다고 탓하는 것도,이러한 노력이 폄훼돼서도 안 되겠지만 이같은 방안은 공허하기까지 한 측면이 있다.세계유산이니,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니 시일을 기약할 수 없는 장밋빛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남북 당국간의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적 행보가 필요한데 실상은 딴판인 것이다.DMZ에 대한 자연환경조사가 지금껏 한번도 실시되지 않은 현실이 이를 웅변한다.그런 탓에 한반도 서해안과 철원일대를 주된 번식지로 삼은,멸종위기종이자 세계적 희귀종인 저어새나 두루미의 서식행태에 대한 공동의 기초적인 조사자료조차 없는 상태다. 경제적 교류협력에 관한 남북간 정성과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이제 남북한의 생태·환경문제에 그 노력의 일부나마 쏟을 때가 됐다.남북 장관급회담을 정치·경제·군사적 이슈로 묶어둘 게 아니라 생태와 환경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필요하다.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3년간 환경복구 비용으로 190조여원을 지불했다고 한다.환경·생태는 곧 경제이기도 한 것이다.‘지속가능한 한반도’의 구상은 어디에서 시작돼야 하나.우선은 한반도 허리 생태축인 DMZ에서 생태적 협력의 닻을 올리는 게 절실하다.저어새가 한반도의 서해안을 어떻게 오르내리는지,산양가족이 철책 안에 얼마나 살고 있는지….지금까지 미뤄왔던,작지만 의미있는 일들이 실행에 옮겨지기를 DMZ는 고대하고 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전문가 칼럼] DMZ를 한반도의 ‘허파’로 비무장지대에 대한 생태조사는 오랫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져 왔다.하지만 결과는 매 한가지였다.꼼꼼히 따져보면 남방한계선 너머 펼쳐진 비무장지대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이보다 아래의 민간인통제 지역에 대한 조사였을 뿐이다.그나마 군부대에서 만들어 놓은 작은 창을 통해 들여다보고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실상을 감안하면 숱한 조사의 결과가 크게 다를 바 없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비무장지대 조사는 철책에 매달려 들여다보고 짐작한 것들일 뿐이다.이제는 창을 벗어나,창을 통해 보여졌던 것들 속으로 실제로 들어가야 하고 그 속에서 야생동물과 같은 눈높이에서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태조사의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한 어떤 대책도 마련할 수 없다. 한반도 남쪽의 생태계는 수많은 도로로 갈라져 섬처럼 떠 있다.크게는 남방한계선이 대륙으로 이어졌던 생태 축을 잘라 남한 모두가 커다란 생태 섬이 되고 말았다.백두대간을 따라 지리산까지 이어지던 생태통로도 크고 작은 도로와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끊어지고 만 상태다.큰 생태 섬이 또 작은 생태 섬으로 갈라지면서 야생동물은 어디에서도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이 땅이 야생동물의 삶을 보장할 수 없는 곳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마음을 열 때가 되었다.남북이 마음을 모아 남방·북방한계선의 일부를 터 야생동물들이 넘나들 수 있도록 해주고 백두대간의 생태통로를 이어준다면 생태계의 복원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야생동물의 통일을 이루어줌으로써 우리들의 통일도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지역은 우리들의 미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지게 되면 우리들의 삶을 건강하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부디 이 지역이 사람과 동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허파와 같은 곳으로 남겨지기를 바란다.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우리들과 야생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않도록 모두가 마음을 모으길 고대한다. 향로봉에 서서 무산을 지나 북쪽으로 굽이쳐 흐르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가슴 뭉클했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내 사랑하는 땅이여…,사랑하는 생명들이여….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8) 향로봉을 걷다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8) 향로봉을 걷다

    이번 생태탐사의 마지막 방문지는 향로봉(1296m)이다.어디에서 DMZ 생태탐사의 대미를 장식할까 궁리했지만 어렵잖게 선택할 수 있었다.한반도 생태축과 관련한 각별한 상징성 때문이다.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470㎞를 민족의 정기를 담고 뻗어내린 백두대간 산줄기 가운데 하나인데다,155마일 휴전선 동쪽 끝자락에 우뚝 솟아오른 큰 봉우리가 향로봉이다.다시 말해,DMZ 생태축과 백두대간 생태축이 이곳에서 서로 교차하면서 남녘 백두대간의 종착점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한반도 생태축의 요충지 향로봉을 오르는 길은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에서 시작된다.초입 길은 진부령 포병대대가 지키고 있는데,민간인의 출입은 여기서부터 통제된다.그런데,부대를 알리는 표지판이 이색적이다.‘청정! 백두대간 환경지킴이,정예 을지부대’ 군인이 환경을 지킨다…,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향로봉과 그 위쪽의 건봉산 일대를 아우르는 8331만㎡는 천연기념물(제247호)이자 천연보호구역이다.수달과 사향노루,산양,곰,하늘다람쥐,삵 등 여러 멸종위기 동물과 풍부한 식생 그리고 각종 곤충의 보고로 확인되면서 1973년 지정됐다.군부대 입간판은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정작 정상까지 꼬불꼬불 나선형으로 25㎞ 남짓 이어진 길은 그저 밋밋할 따름이다.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만 전해져 올 뿐 야생동물도,눈을 낚아채는 그럴 듯한 경관도 없다.군용트럭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인 비포장 군사도로를 1시간여나 달렸을까,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다.안내장교가 “향로봉 정상입니다.”라고 일러주지 않았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봉우리 꼭대기는 널찍하고 평평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정상에 발딛고 둘러본 경관은 가히 장관이었다.등산의 지루함과 실망감을 한꺼번에 보상하고도 남았다.하필이면 날씨가 흐려 조금은 아쉬웠지만 북으로 금강산,남으로 설악산의 백두대간 산줄기,그리고 오른편으론 동해바다가 발 아래 깔린 운무 너머로 장대하게 펼쳐졌다.마산과 신선봉,칠절봉,둥글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들이 향로봉을 옹위하듯 주변을 둘러 서 있다.사통팔달….도무지 거칠 것 없는 웅혼함 앞에 절로 옷깃이 여며진다. ●나무와 꽃으로 물든 향로봉 더는 북으로 갈 수 없어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느린 걸음의 하산길에서 비로소 향로봉 생태의 진수가 드러났다.산을 오르며 스쳐 지나치는 바람에 놓쳐버린 향로봉 생태계의 비경은 실상을 알려면 눈과 귀를 가까이 대도록 요구했던 것이다.향로봉은 과연 식생의 보고였다.도로변에선 사람 키만한 나무조차 찾기 어려웠지만 깊숙이 파인 골짜기는 수십년 자란 원시림으로 온통 뒤덮여 있다.분비나무와 고광나무,신갈나무,굴참나무,사스레나무,층층나무,물푸레나무,흰정향나무,백당나무 등 온갖 나무들과 거기에서 피는 꽃들은 서로 어울리거나 외따로 떨어진 채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며 향로봉을 물들였다. 흐드러진 꽃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동행한 신준환 박사는 신나게 설명을 잇는다.“함박꽃은 우리나라 목련 종류 가운데 유일하게 향기를 내지요.땅을 향해 꽃잎을 피우는 개다래는 그 대신 잎사귀를 하얗게 물들여 나비를 유인합니다.외래종인 라일락보다 향기가 더 고운 꽃개회나무와 햇빛이 잘 들고 건조한 곳에서 자라는 금마타리,8월쯤 꽃을 피우는 금강초롱은 모두 우리나라 특산종입니다.” 암벽에 오밀조밀 붙어 있는 아기 손바닥 같은 바위떡풀은 6월 중순 한낮의 더위 탓인지 잎을 뒤집으며 축 늘어져 있다.도로변 비탈에 비스듬히 누운 채 자리잡은 산벚나무는 벌써 잎새에 단풍이 들어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도로를 내면서 흘러내린 흙이 쌓이는 바람에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 것”이라는 설명에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향로봉 정상에서 한참을 내려오다 갑자기 신 박사가 탄성을 내질렀다.꽃 가운데 가장 진화한 형태를 갖춘 특이종,왜솜다리 군락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군락은 500여m 이어져 있다.신 박사는 “에델바이스와 비슷한 종류로 분류되지요.원래는 이곳에 바글바글했는데 예전보다 개체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길을 닦으며 마구 파내는 바람에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라며 연신 안타까워했다. 3시간여 꽃과 풀과 나무와 거기에서 뿜어나오는 향기에 취한 채,그렇게 하산길은 끝이 났다.향을 피어올리는 화로,향로봉(香爐峰)의 이름이 왜 그렇게 붙여졌는지 산을 내려오고서야 알 듯했다.하지만 그 향기는 비단 자연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남북 백두대간이 철책에 끊기지 않고 온전히 이어지길 염원하는 향도 이곳 향로봉에선 조용히 태워지고 있다.백두산 호랑이가 금강산과 향로봉을 거쳐 저 백두대간 끝 지리산 천왕봉에서 ‘어흥’ 하고 울 날을 고대하면서…. 고성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전문가 칼럼] 향로봉의 왜솜다리와 한민족 정신 향로봉은 이름 그대로 균형이 잘 잡힌 산세에 적당히 솟아올라 하늘을 경배하기에 알맞은 곳이다.향로봉 이름과 안성맞춤인 식물은 왜솜다리다.왜솜다리의 꽃차례는 향로를 닮았는데 쇠붙이가 아니라 날렵하게 빚어 구운 고려청자 향로를 연상하게 한다. 고려청자는 백두대간과도 어울린다.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이 땅의 중심이 되는 산줄기로,고려가 정통성을 확보하면서 형성된 개념이다.고려는 지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부르는 이름,코리아가 되었으므로 고려 정신의 기본이 되는 백두대간은 다시 한민족 정신의 기둥이 된다.그러나 지금 고려 정신이 갈수록 엷어지듯이 왜솜다리도 희귀해지고 있다.그나마 향로봉을 따라 수㎞에 걸쳐 대군락이 나타나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이 군락은 필자가 본 것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왜솜다리가 잘 자라는 곳은 향로봉에서 칠절봉까지 백두대간을 내달리는 군사작전 도로 기슭이다.왜솜다리는 약간 마른 곳에서 잘 자라니,도로가 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많은 왜솜다리는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왜솜다리만큼 집단적으로 자라지는 않지만,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1속 1종이 있는 금강초롱과,역시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종인 금마타리는 도로 사면을 따라 더 길게 이어진다.자연성이 높은 곳에 분포하는 종들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곳에는 도로 변에도 흔하게 나타났다. 향로봉 주변에는 쟁탈의 역사가 있다.전문용어로 ‘하천쟁탈’이라고 하는데,북한강과 북한의 고성으로 빠지는 남강이 서로 유역 다툼을 하여 남강이 북한강의 상류를 빼앗은 것을 말한다.이는 민물고기를 조사하여 알아낼 수 있다.동해로 빠지는 남강유역에는 한강과 금강 등 서해로 흘러가는 수계에만 살고 있는 금강모치가 출현한다.동해로 흘러가는 수계에는 없던 금강모치가 남강유역에 서식한다는 것은 과거에 한강의 상류가 남강의 유역에 합쳐져 거기서 살던 물고기가 남강유역에도 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나 이것을 사람이 흉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이것은 대체로 수천년 이상 걸리는 장구한 과정이기 때문이다.이런 오랜 변화는 생물의 분화를 촉진하여 생물다양성을 풍부하게 하지만,인간의 파괴는 그리도 순식간에 일어나 생물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던가. 신준환 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 유엔 “北에 호랑이·표범·여우 살고 있다”

    유엔 “北에 호랑이·표범·여우 살고 있다”

    남한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표범,여우,반달가슴곰이 북한에 서식 중인 것으로 보고됐다.국제자연보호연맹(IUCN) 기준상 전세계에서 멸종 등 위기에 처한 고등식물 중 4%인 158종이 북한에 분포해 국내외 학계는 북한의 생태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9일 환경부가 입수한 ‘2003년 북한의 환경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아직 개발이 덜됐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됐으며,야생동식물도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그러나 남한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표범,여우,반달가슴곰 등은 아직도 서식 중인 것으로 보고됐다.이 보고서는 북한이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유엔환경계획(UNEP) 등과 함께 펴낸 것으로 북한이 체계적이고 상세한 환경실태 종합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랑이,표범,여우,반달가슴곰이 북한에서는 살고 있었다.또 불곰,산양,꽃사슴,붉은사슴,한국노루,사향노루,멧돼지,족제비,검은담비,담비,오소리,뒤쥐,고슴도치,고라니,하늘다람쥐 등도 서식 중인 것으로 보고됐다. 전세계에서 위기에 처한 척추동물 중 11%가 북한에 있으며 심각한 위기종 9종,멸종 위기종 29종,드문 종 119종 등이다. 특히 따오기는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70년대 말 이래로 관찰된 적이 없고 두루미와 저어새는 서식지 감소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고됐다. 척추동물은 전세계 4만 5417종의 약 3.2%인 1431종이 있으며 어류 865종,양서류 17종,파충류 26종,조류 416종,포유류 107종이고 포유류 중 육상동물은 79종이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6)DMZ의 두얼굴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6)DMZ의 두얼굴

    DMZ는 두 얼굴을 간직하고 있다.잘 보존된 생태계의 보고이면서도 생태계의 단절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철책선을 비롯한 각종 인공물이 생물들의 자유로운 개체이동을 철저히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DMZ는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칭할 만하다.생태 전문가들도 이런 평가에 큰 이견을 달지 않는다.긍정적으로는 50년 넘게 사람들의 간섭이 배제되면서 자연 그대로의 생태와 빼어난 경관 등을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서해안부터 동해안 끝단까지 이중삼중 빈틈없이 막아놓은 철조망으로 중·대형 포유류의 종(種) 이동이 끊기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은 것이다.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는 “155마일 국토 허리를 따라 남북 2∼4㎞의 철조망에 갖힌 동물들이 수십년 동안 근친교배를 하며 유전자 다양성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단절이 더 지속된다면 결국 종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수월한 군사작전이나 북한의 경작목적 등으로 인위적으로 놓는 산불도 생태계를 교란하기는 마찬가지다.산불의 영향으로 DMZ 안에는 잘 발달된 원시림이 사라졌다.대신 초지가 발달하면서 인공과 자연의 힘이 어우러진 독특한 생태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초지 형성으로 울창한 숲을 좋아하는 멧토끼와 멧돼지,노루,산양의 수보다 초지를 좋아하는 고라니 개체가 월등히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깊은 계곡이 많은 동부전선을 제외한 중·서부전선은 아예 산림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초지지역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산허리 가로지른 작전로·공사로 몸살 산불은 아이러니하게도 식물과 곤충류의 종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남북으로 넘나드는 하천도 군사작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대형 철재 수문과 콘크리트 구조물,각종 하천공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범람을 막기 위해 강바닥을 인위적으로 긁어내고,돌망태나 콘크리트 제방이 쌓이면서 자연적인 하천의 모습은 사라지기도 한다.물고기들은 생존의 위협 앞에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월 중순 취재팀이 찾았던 사미천과 역곡천·성내천·사천·오소동·고진동계곡 등 철조망이 지나는 길목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연은 어김없이 훼손되고 있었다.서강정보대학 심재환 교수는 “하천 바닥을 긁어 놓는 식의 간섭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아야 건강한 하천으로 보존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군사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산등성이를 따라 거미줄처럼 이어놓은 작전도로도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군사목적만으로 급하게 도로를 만들어 놓고 있어 태풍과 폭우 때는 속수무책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환경에 대한 대책이 없다 보니 폭우 때마다 산사태로 산림기반을 황폐화시키고 청정계곡으로 황톳물을 쏟아내면서 물고기 서식지까지 훼손하고 있다.때늦은 감이 있지만 도로의 토목공학적 안정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최전방에서 쏟아내는 생활오폐수의 문제도 심각하다.최근 몇년 동안 군부대들이 ‘환경과 생태보호에 앞장서자.’는 슬로건으로 나름대로 환경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도 최전방 초소에는 오폐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는 등 실상은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공장지대 하나 없는 최전방 청정 하천들이 2,3급수로 전락하면서 점차 오염되어가는 현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동해안 끝단 사천천은 중류쯤부터 오염의 척도인 물이끼가 보이기 시작하다 하류에 이르면 상당한 오염실상이 드러난다.그나마 어종들은 아직 풍부한 편이어서 희망의 씨앗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대로 두어선 결과는 자명할 뿐이다.외래식물의 급속한 확산으로 토종식물들이 사라지는 부작용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십수년 전 경기도 포천 일대에서 번지기 시작한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도 이제는 휴전선 일대는 물론이고 전국으로 퍼져나간 상태다. ●자치단체 개발 청사진 쏟아져 남북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민통선 안팎에 각종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부와 자치단체들의 개발 우선 정책도 바람직한 생태계 보전에 적신호다.경기도와 강원도는 앞다투어 “DMZ를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겠다.”며 환경·생태에 대한 관심을 적극 표방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강원도는 철원에 인구 50만을 수용할 수 있는 ‘평화시’를 조성하고 고성에는 ‘남북교류타운’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뒤질세라 경기도도 파주시 민통선 안과 인근에 수십만평 규모의 ‘통일동산’과 ‘파주남북경제협력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DMZ 일대에 굵직굵직한 개발공약이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국립산림과학원 신준환 산림환경부장은 “주민들에게 미래 환경생태에 대한 가치를 우선 인식시킨 후에 중앙과 지방정부가 조심스럽게 개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과 북이 수십년을 대치하며 생겨난 DMZ의 독특한 생태계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보존’이냐,‘개발’이냐.야누스의 두 얼굴을 간직한 채….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심재환 서강정보대학교수 열목어(熱目魚)는 눈이 붉고 열이 많다 하여 이름지어졌다.우리나라를 비롯해 만주·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는데,고유어종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인데다 서식분포의 한계가 뚜렷한 귀중한 생물종이다.얼핏 보면 산천어와도 비슷한 열목어의 성체는 보통 30㎝ 정도이고 큰 것은 60㎝를 넘기도 한다.물 속에 잠수한 채 팔뚝만 한 녀석들을 보게 되면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로 늠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번 DMZ 탐사에서 열목어가 출현한 곳은 두타연과 성내천이었다.그 중 성내천에서는 30여마리를 확인 혹은 포획하였는데,30㎝ 이상 되는 큰 개체들은 없었다.아마 큰 개체들이 서식할 만한 깊은 소(沼)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그러나 열목어 외에도 수십 가지의 풍부한 어종이 살고 있고,생태계가 잘 보전된 성내천에서 지금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철책선에 밀려드는 바위나 자갈 등을 제거하기 위해 불도저 등 중장비로 하천 바닥을 긁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오소동·고진동 계곡도 사정은 비슷해 하천 교란으로 인한 어류 서식처와 산란장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수중 생물들은 물 속에서 모든 먹이를 섭취하고,숨쉬고,잠을 자고,산란을 한다.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울·소·바위틈·모래밭 그리고 수변식물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 하천 그대로의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공사로 인해 토사가 흘러내리게 되면,그 토사는 아래쪽의 하상을 덮어버리게 되고,바위·자갈 등에 붙어 있는 조류나 날도래·강도래·잠자리유충 등 수서곤충들은 살 수 없게 된다.이러한 생물들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은 물고기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토사의 미세한 입자는 물고기의 아가미에 달라붙어 호흡을 곤란하게 해 직접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다.따라서 무분별한 하천공사는 오아시스를 밀어 밋밋한 사막을 만드는 것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이번 어류조사에서도 오소동에서는 금강모치 1종만,고진동 계곡에서는 금강모치와 버들가지 2종만 채집되었으며 개체수도 매우 빈약하였다.이전의 기록에 보면 산천어와 미유기가 있다고 하였으나 이번 탐사에서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DMZ 일대는 생태계의 보고이면서 한반도 자연사의 비밀의 일부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이른바 하천 생태계의 최후의 보루라 아니할 수 없다.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DMZ 생태계를 잘 보전하는 것이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이 아닐까.
  • [ⓘ 알뜰살뜰 정보]

    ●일동후디스는 올림픽시즌을 맞아 31일까지 ‘일동맘 8월 올림픽 이벤트’를 연다.홈페이지에서 트루맘팀,순유기농팀,산양분유팀과 초유밀팀으로 나뉘어 이벤트 종목에 참가하면 매일 우승팀과 준우승팀을 가려 마일리지 혜택을 주고,‘하이키드 쵸코’ 및 ‘크랜베리 화이바’ 등 상품도 증정한다.이벤트에 참여하는 모든 회원들은 ‘디지털 사진 인화권’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애경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마이클럽과 공동으로 27일까지 ‘순샘 사랑의 방울방울 캠페인’을 개최한다.마이클럽 홈페이지(www.miclub.com)에서 순샘 용기의 펌프를 클릭하면 클릭 횟수를 더해 사회복지시설인 서울 상암동 삼동소년촌에 선풍기,대형TV 등을 증정한다.행사 참여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공기청정기(1명),국민관광상품권(10명),애경순샘세트(200명)를 증정한다. ●쿠스한트는 빌트인(붙박이) 가구인 전자식(KGO-GB60,100만8000원) 가스 오븐 레인지와 다이얼식 가스 오븐 레인지(KGO-GM60,97만 5000원)를 출시했다.(02)1688-1911. ●CJ는 쉼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지난 16∼18일 ‘청소년 빕스 체험교실’을 열었다.40명(청소년 35명,인솔자 5명)이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반적인 식사예절을 배우고 일일 직원으로 일했다.교육을 수료한 청소년들을 빕스 명예회원으로 임명했으며,자활을 원할 경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사)한국환경교육협회와 함께 16일부터 18일까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제3회 환경체험캠프’를 실시했다.충남 연기군 청소년수련장에서 80여명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참가해 재활용 장난감 만들기,버려진 페트병을 이용한 물로켓 만들기,꽃물 손수건 천연염색하기,수박서리,밭농사체험과 농촌봉사하기 등을 진행했다.
  • 지율스님 단식농성 50일째

    경부고속철도의 경남 양산 천성산 관통터널에 반대하며 지난 6월3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온 지율(47) 스님이 18일로 단식 50일째를 맞았다.하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채 지율 스님은 기력이 없어 지난 14일부터 ‘묵언 단식’중이다. 스님이 천성산 터널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을 벌인 것은 이번이 세번째.지난해 3월과 10월에는 각각 38일,45일간 계속됐다.이동환 ‘도롱뇽의 친구들’상황실장은 “스님이 계속 참선하고 계신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으나 스님은 이를 거부하고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청와대가 제시한 합의안에 공사 중단기간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날 녹색연합 홍보대사인 개그맨 김미화씨가 스님을 찾았으나 눈인사만 하고 발길을 돌렸고,17일에는 설악산에서 산양 지키기 운동을 하는 박그림씨가 상경,지지 단식에 들어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2) 황복이 사라진 이유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2) 황복이 사라진 이유

    비무장지대(DMZ) 일대는 흔히 ‘생태계의 보고’로 일컬어진다.하지만 이는 진실의 일부분일 뿐이다.민간인통제선∼남방한계선 지역은 이미 개발의 여파로 신음하는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임진강변에 바짝 붙어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농지정리사업은 당장 농약의 대거 유입이 예고돼 있고,하천 골재채취와 군부대의 공사 등 취재팀이 현장에서 목격한 DMZ 생태계 보전의 위협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2부에서는 사람과 자연이 서로 부대끼면서 빚어낸 ‘공존의 그늘’을 5회에 걸쳐 조명한다.(편집자 주) 어부 함종화(42)씨는 지난 4월 북위 38도에 인접한 경기 파주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에서 올해 처음 황복을 잡았다.40㎝를 웃돌 만큼 큰 놈이 그물에 올라왔다.함씨는 그러나 실망했다.매년 처음 잡히는 녀석이 크면 그해 황복잡이가 시원치 않았던 것은,경력 20여년의 함씨뿐 아니라 임진강 어부 모두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아니나 다를까.함씨를 포함한 파주어촌계 소속 6개 선단 88척의 어선이 올해 황복잡이가 끝난 6월 중순까지 잡은 황복은 모두 300㎏ 정도.지난해엔 2t에 육박했었다.임진강에서 황복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어민들은 예년보다 많이 내린 비를 우선 꼽는다.진달래가 필 무렵(4월 중순) 황복은 산란하러 서해안에서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오는데 오염원이 비에 섞여 강으로 대거 유입됐고,그 탓에 수질에 민감한 황복의 회귀가 부진했다는 것이다.북한의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해 DMZ를 가로질러 내려오다 한강에 합류하는 임진강은 한탄강·사미천 등 수많은 지천을 끼고 있다.유역의 도시화로 인한 생활오수와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공장에서 배출되는 산업폐수의 증가가 황복의 회귀율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남획도 빼놓을 수 없다.1980년대 이전,임진강 황복은 잉어·메기에 비해 천대를 받았다.올 파주 어촌계의 수매가는 ㎏당 6만 5000원이었지만 당시엔 “암수 두 마리를 한 데 꿰어 묶어 팔아도 지금의 50분의1 값을 받았다.”고 한다.돈이 안되니 방치하다 썩혀 버리는 일도 많았다.하지만 80년대 들어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황복이 예부터 성가가 높은 고급 어종임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자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때부터 삼중어망까지 동원한 무차별 어획이 이뤄졌다.황복의 회귀 출발점인 한강 하류 김포지역부터 파주 문산∼파평∼적성까지 상·하류를 가리지 않고,더구나 치어까지 남획하는 바람에 황복은 한때 임진강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면서 멸종위기보호종 지정까지 검토되기도 했다.청평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황복잡이 선단의 어획장면을 보면 황복이 그 많은 그물을 피해 상류로 올라오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수질오염과 남획 외에도 파주시가 199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임진강 준설작업과 골재·모래채취 작업은 황복을 비롯한 임진강 어류의 종(種)다양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90년대 후반 극심한 수해 이후 임진강의 유량을 늘리기 위해 하천 준설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자갈이 깔린 하천에 산란하는 황복 등 온갖 어류의 서식처는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파주시 동파리 일대는 골재채취 작업이 한창이다.2000년 이후 통일대교에서부터 시작해 북쪽으로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모두 130만㎥의 골재와 모래가 채취됐는데,올해도 32만㎥의 채취가 허가됐다.작업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수심 4m 정도 파내려가면 (하천 바닥의)암반이 드러난다.”고 전했다.하천바닥이 보일 정도로 싹쓸이한다는 얘기다.여파는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그렇게 준설을 하면 어류 생태계엔 치명적입니다.기존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죄다 바뀌게 되는데,어느 곳에서도 잘 적응하는 붕어·잉어 정도만 서식할 뿐인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지요.상류에서 떠내려오는 물고기들은 깨끗한 물에서만 살던 녀석들이니 하류에서는 생존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취재팀과 동행한 최승호(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박사는 바닥까지 훑는 준설작업 얘기를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파주시는 환경단체 등의 비난이 거세지자 올해의 경우 치어 보호 등을 위해 황복산란기(4∼6월)엔 작업을 중단했지만,“골재채취 자체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이 사업으로 2000년 이후 107억원의 재정수입을 올렸고,올해도 10억원의 수입을 기대하고 있는 파주시는 “골재채취 사업은 경영원리에 입각해서 추진한다.”는 원칙을 이미 세워두었다.하지만 개발이익에만 몰두하지 말고 당장의 폐해와 환경보전 정책으로의 전환에 따른 미래의 수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DMZ의 청정지역 산하를 가로질러 서해로 이어지는 임진강의 보전과 오랫동안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온 황복의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이완옥 박사는 “어민 소득을 위해 황복의 어획량을 확보해야 하고 동시에 임진강의 어류 생태계도 보호해야 하는 미묘한 문제다.수질을 개선하고 어민들의 남획 자제 노력과 함께 환경보전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전문가 칼럼 약초꾼을 따라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지역에 어렵게 들어가 산양을 만났던 적이 있다.약초꾼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산을 넘어 골짜기로 내려섰다.사람들의 그림자는 찾을 수 없고 멀리 철책선과 초소가 보일 뿐이었다.바람소리와 햇볕을 가리는 우거진 숲,그리고 비탈을 가로질러간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있는 곳….자연이 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숲 속에 몸을 숨기고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쫓았다.눈은 한 곳에 온통 쏠려 있고 귀는 들리는 소리를 따라 멀리까지 열려 있었다.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온몸은 바짝 움츠러들고 눈길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뚫어져라 박혔다. 마침내 산양의 그림자가 눈에 비치면 가슴은 방망이질쳤고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산비탈을 오르는 녀석의 모습엔 모든 사고작용마저 멈추었다.산양이 숲속으로 사라지고 어둠이 밀려오면 튼튼하게 지어진 움막에 들어 밤을 보냈다.어둠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많은 야생동물의 울음소리며 은밀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귓가에 닿곤 했다.어둠 속에서도 생명의 소리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었다. 민간인 통제구역은 그 이름과는 달리 늘 열려 있다.미확인 지뢰지대라는 팻말이 붙어 있지만 막무가내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막을 재주는 없나 보다.그들은 산삼이나 약초를 캐고 양봉도 하면서 봄,여름,가을을 보낸 뒤에야 그곳을 나온다. 불행한 것은 밀렵꾼들이 이런 곳을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는 점이다.곳곳에 올무를 걸어 놓고 탐욕에 찬 눈을 부라리며 야생동물을 찾는다.그렇게 해서 죽어가는 야생동물의 수는 통계로도 잡히지 않는다.무방비 상태로 사라져가고 있을 뿐이다.주로 멧돼지를 잡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올무는 야생동물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어떤 녀석이라도 올무에 걸리면 죽음으로 이어질 뿐이다.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주검도 이미 여러 차례 보았다.올무에 걸려 날뛰는 멧돼지를 눈앞에서 보고도 풀어줄 수 없어 되돌아섰던 기억이 난다.다음날 멧돼지는 사라졌고 올무는 풀려 있었다.자연이 살아있는 곳으로 여겨지는 민통선 지역에서도 사람들의 간섭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간섭에 의해 생태계의 고리인 야생동물은 이렇듯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우리네 인간들도 생태계 속에서 하나의 고리일 뿐이다.야생동물이 우리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인간들이 지구의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스스로 멸종의 길을 재촉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대표
  • 신(神)의 산(山)으로 떠난 여행/피터 매티슨 지음

    모든 여행은 결국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길 떠난 이들은 여행의 목적지가 아니라 한발한발 내딛는 길 위에서 무수한 ‘나’와 마주치며 깨달음을 얻는다.자연학자이자 탐험가,소설가인 피터 매티슨이 쓴 이 책은 물리적인 여행길과 정신적인 내면의 여정이 황홀하게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여행서다. 1973년 9월말,저자는 생물학자 조지 샐러와 히말라야의 크리스털산으로 향한다.티베트 산양인 바랄을 연구하고,히말라야 야생지역에서 서식하는 희귀동물 눈표범을 찾아나서자는 샐러의 제안에 따른 것.크리스털산에 있는 사원 ‘셰이 곰파’주변은 티베트 불교 승려들이 수행을 위해 일반인의 접근을 막기 때문에 바랄이나 눈표범을 만날 수 있는 드문 곳이다. ‘설산에 있는 이 반(半)신화적인 동물을 구경할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내게는 이 머나먼 여행을 떠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12년 전 네팔에 가서 나는 멀리 북쪽에 솟아 있는 저 장대한 설산의 봉우리들을 본 일이 있다.그 먼 봉우리에 다가간다는 것,지상에서 가장 큰 산맥을 한걸음 한걸음 디뎌 크리스털산으로 간다는 것은 진정한 순례이자 마음의 여행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안나푸르나에서 출발해 티베트 고원의 돌포 땅에 이르는 400㎞의 대장정. 설산에 있는 눈표범을 구경하겠다는 바람으로 출발한 여행은 폭우와 눈보라를 헤치고,험준한 고갯길을 넘는 5주간의 힘겨운 여정을 거치는 동안 존재의 의미를 되새김하는 영적인 순례로 자연스럽게 승화된다. 여행 첫날인 9월28일부터 마지막날까지 날짜별로 꼼꼼히 적은 글들은 히말라야의 자연에 대한 묘사에서부터 해박한 종교·과학 지식,그리고 집에 두고 온 막내아들 알렉스를 향한 걱정과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와의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갈망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치열한 자기 성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저자는 여행중에 만난 티베트 사람들을 통해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평범한 진리들을 깨닫는다.크리스털산에서 은둔하는 라마 툽죽에게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맛보고,여행 내내 함께했던 포터 툭텐의 모습에선 집착에서 벗어난 자유와 단순한 삶의 위대함을 발견한다. 저자는 자신을 히말라야로 이끈 눈표범을 마침내 만났을까.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그에게 결과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눈표범이란 것이 존재하고,지금 여기에 있으며,서늘한 눈빛으로 산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저자의 독백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뉴욕 출신으로 예일대를 졸업한 피터 매티슨은 이 책으로 1979년과 80년 전미도서상을 연속 수상했다.북아메리카 인디어의 역사를 묘사한 ‘인디언의 땅’‘크레이지호스의 영혼’등의 저서가 있다.1만 3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임금 채무자 임금 50%이상 압류

    악덕 채무자의 채무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고액 임금자에 대한 압류제한이 크게 완화,현행보다 더 압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또 채무자의 재산 빼돌리기를 막기 위해 채권자의 사해(詐害)행위 취소소송이 활성화된다.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제1분과 전문위원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민사재판제도 개선안을 사개위 분과위원회에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전문위는 임금 등 급여채권의 경우 50% 이상 압류를 금지한 민사집행법이 고액임금 채무자의 채무 불이행을 방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임금의 50% 이상에도 압류를 허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다수 의견을 내놨다.다만 고액임금의 구체적인 기준이나 압류 허용범위 등은 채권집행의 혼선을 방지하고 경제여건의 변화를 감안,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급여의 50%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면 급여 가운데 최저생계비를 넘어선 부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압류를 허용하는 민사집행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위는 또 채권자의 권리보호 수단인 사해행위 취소 청구소송의 활성화를 위해 일정한 범위의 친지에 대한 재산양도를 사해행위로 간주,입증책임을 채무자에게 부담시키고 소송제기 가능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다수 의견으로 채택했다.사해행위 취소소송이란 채무자가 채무 부담을 회피할 목적에서 재산을 가족이나 친지 등의 명의로 빼돌릴 경우 채권자가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법적 구제수단의 하나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기업인 黨포진…中 ‘붉은 자본가’들이 뜬다

    기업인 黨포진…中 ‘붉은 자본가’들이 뜬다

    |베이징·상하이 구본영특파원|중국 사회에 이른바 ‘붉은 자본가들’이 뜨고 있다.붉은 자본가란 본디 중국 정부에 의해 임명돼 국영기업을 경영하는 인사를 가리켰다.그러나 올해까지 최근 수년간 이윤동기로 무장한 신흥 기업인들이 중국 공산당의 고위간부 대열에 대거 합세,또 다른 의미의 붉은 자본가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새로운 의미의 ‘붉은 자본가’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나 마오쩌둥 이론에서 보면 전형적인 부르주아 계층이지만,이제 역설적으로 공산당에 입당해 핵심 간부직에까지 오르고 있다. ‘차이나 리포트’ 취재팀이 만난 중국 공산당의 한 고위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현재 장관급 위상인 중국 공산당의 중앙위원회 위원과 전국인민대표자회의(全人大·의회격) 대표의 20∼30%가 기업인”이라면서 “국가정책 결정과정에 기업인 참여비율을 높이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최근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공산당 간부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무역위·국유자산관리위 등을 거친 그는 “중국 최대 백색가전업체인 하이얼의 장뤼민(張瑞敏) 총재도 올해 공산당 최고위급인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전자업체 톰슨과 합작으로 세계 최대 TV생산라인을 구축한 중국의 TCL집단 최고경영자인 리둥성(李東生) 회장도 대표적인 붉은 자본가.그는 2002년 중국 공산당 16차 전국대표대회 대표로 선출된 바 있다.하지만 올들어 그는 자신이 이끄는 TCL집단의 지분구조를 확 바꿔 버렸다. 미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TCL이 지난 1월 3억 3000만달러를 증자하는 과정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후이저우(惠州) 시정부 지분을 25%(종전 40.97%)로 줄이고 민간이 38% 차지하는 구조로 조정한 것이다.1996년 후이저우시 지분이 80%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TCL은 이제 더이상 국유기업이 아니라 ‘민영기업’으로 거듭난 셈이다. 계층 분화,즉 빈부 격차의 확대와 붉은 자본가의 본격 등장이라는 ‘현실’ 앞에 마오쩌둥 이래의 홍기(紅旗)는 빛이 바랜 지 오랜 느낌이다. 그렇다면 “중국식 ‘시장사회주의’의 실체는 무엇인가,덩샤오핑식 개혁·개방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라는 등의 의문이 제기된다.중국 공산당은 정체성의 위기에 빠져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다.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소식통은 “덩샤오핑 동지의 개혁·개방 노선에 따라 중국은 착실히 시장사회주의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라며 체제 동요설을 단호히 부인했다. 그러나 그의 언급과는 별개로 붉은 자본가의 급부상은 이제 중국 공산당 내부나 중국경제의 생산양식에 ‘화학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웅변하기에 충분하다.붉은 자본가의 출현은 장쩌민의 간판 이론인 ‘3개 대표론’(부르주아의 입당 허용이 핵심)이 당 강령에 삽입되면서 싹이 텄다.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민간영역의 경제가 급속히 확대됐지만,법적 보장이 미흡해 경제 활동에 커다란 걸림돌이 됐음을 감안한 것이다. 올해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2차 회의를 통해 사유재산 보호 조항은 더욱 강화됐다.특히 헌법 제11조의 사영경제 조항도 보다 구체화됐다.사영경제의 개념은 이번에 ‘국가는 비공유제 경제발전을 고무·격려·지지한다.’는 표현으로 뚜렷이 명문화됐다.자본주의 색채가 더욱 짙어진 것이다. 이같은 변화가 종국에는 종전의 중국 사회주의체제를 환골탈태시킬 것인지,아니면 중국 공산당의 주장대로 중국식 시장사회주의의 발전과정에 불과한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분명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차이나호는 이제 세계경제의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왼쪽(사회주의 사상 강조)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시장 및 경제 중시)으로 달리고 있는 열차’나 다름없다는 사실이다. kby7@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8) 생태계의 小우주, 습지의 재발견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8) 생태계의 小우주, 습지의 재발견

    탐사활동이 어느덧 중반을 넘은 6월12일 낮,취재팀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운금리 야산을 올랐다.산 기슭엔 엔진이 모두 제거 된 중형 미군 트럭이 녹슨 채로 방치돼 있었다.벌집처럼 뚫린 수 백군데 총상으로 성한 데라곤 없었다.앞 유리창마저 기관총과 소총 세례로 거미줄처럼 갈라졌다.초여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었지만 인적없는 곳에서 트럭은 음산한 괴물같은 모습이다. 이곳엔 취재팀이 탐사기간 중 찾아낸 내륙 습지 가운데 생태학적으로 거의 완벽한 습지가 펼쳐져 있다.트럭은 민통선 내에서도 민간인 출입이 철저하게 금지된 민통선 사격장내 피탄용 타깃이었다.수십년 동안 습지 위론 포탄과 총알이 금속성 굉음을 내며 과녁을 향해 날았을 테고,습지에 터잡은 개구리와 잠자리는 그때마다 머리를 물속으로 박고 몸을 떨었을 것이다. 습지는 ‘Danger-불발탄 위험지역’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경고판을 문패삼아 300여평 모나지 않은 사각형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상수리나무·아카시나무·신나무·버드나무 군락과 산딸기가 자라는 야산을 양 옆에 끼고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깊이 50㎝ 남짓한 습지 수면엔 개구리밥이 떠 있고,줄·고랭이와 함께 부들·창포·갈대·수련 등 수생식물이 절묘한 배치를 이루고 있다.습지에 한발을 디디고 올챙이와 소금쟁이·잠자리를 살피고 있는 사이 습지옆 풀숲에서 까투리 한마리가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 올랐다. 이 지역 관할 육군 OO사단 관계자는 “꾀꼬리·호반새·뻐꾸기·딱따구리 등 조류는 물론이고 산돼지와 고라니·산토끼 등이 많이 모여산다.”면서 “6월 하순부터 늦여름까지는 요즘은 잘 찾아보기 힘든 반딧불이가 집단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광경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탐사대장인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더 할 나위없는 완벽한 생태공원 그 자체”라면서 탄성을 질렀다.자칭타칭 ‘습지 마니아’인 그는 쉴 새 없이 경탄할 뿐이었다.그러나 습지를 포함한 인근 지대는 온통 ‘불발탄 지역’이어서 취재팀은 발걸음을 쉬 내딛지 못했다. 탐사대는 이곳 습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토리사격장 내에 있다는 사실을 철책 출입문을 되돌아 나온 후에야 확인했다.파주시 파평면 금파리의 임진강 북진교를 넘어 민통선으로 들어선 뒤 비포장 군사도로를 달리다 차량을 잠시 세우고 야산 소로길을 따라 들어간 곳이 바로 스토리사격장이었던 것이다.사격장에 둘러쳐진 철책 출입문 팻말을 다시한번 유심히 보았다.‘대규모 대포 및 소총사격지역’이란 문구가 한글과 영문으로 나란히 적혀 있다.미군 관계자에게 전화를 넣으니 “불발탄 투성이라 출입할 수 없는 곳인데 어떻게 들어갔느냐.”며 경계를 하면서도 “사격장 경계지역 안쪽으로 그런 습지가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주변 여건으로 미뤄 그가 말하는 습지의 상당수는 오랜 세월 경작이 포기된 전답이 습지로 변한 곳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김귀곤 교수는 “미군에 의해 출입통제된 곳이니 민통선 지역내 비무장지대인 셈”이라며 “반드시 사격장내 다른 습지도 조사해야 하고 사유지라면 매입해 ‘생태계의 소우주’를 눈으로 보는 교육장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은 당장 현실화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스토리사격장은 본래 우리 정부가 땅주인의 동의와 보상도 없이 미군에 공여한 땅이고,사격장내 출입경작을 일부 허용해 왔으나 미군과 주민사이의 마찰과 안전을 이유로 지난해 사유지 모두를 정부가 매수했다.미군은 이곳에 총연장 5.4㎞의 철책을 세우는 공사를 불발탄 제거작업과 함께 시작했다.미군측은 고라니·멧돼지 등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철책을 따라 50m에 한 곳씩 설치하기로 했지만,환경단체에선 인공구조물에 워낙 의심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통로 이용을 기피해 사격장이 군사적 용도로만 쓰여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철책이 세워진 이후 ‘마음놓고’ 계속될 사격 훈련에 동물이든 습지든 온전하리란 보장도 전혀 없다. 탐사대는 스토리사격장 외에도 강화도 북부 해안 구등곶 등대 인근과 연천군 중면 횡산리,강화대교 하류 3㎞ 지점 해안도로 옆,임진강 지천인 연천의 사미천 하천변 등 DMZ 인근 지역에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는 내륙습지와 여러번 마주쳤다.김귀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엔 국제적으로 인정된 습지가 20곳을 넘지만 서해∼한강하류∼임진강하류∼사천을 따라 이어지는 남방한계선 주변에도 학술적으로 가치있는 다양한 미확인 내륙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된 것만도 소중한 성과”라고 말했다. 연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전문가 칼럼 DMZ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습지는 우리의 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이다.이처럼 DMZ 습지가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으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DMZ에는 희귀 동·식물과 그들의 서식처가 있다.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며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물과 수려한 자연경관도 있어 세계자연유산의 지정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계(視界)청소를 위한 화공작전이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지나간 계곡에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51년 동안의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역사경관이 습지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그야말로 역사의 흐름이 자연에 배어져 나타나는 문화자원이 된 것이다.DMZ에서는 양구 대암산 용늪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 이탄지로 추정되는 곳들이 발견된다.수 백년 혹은 수 천년 이상 썩은 식물의 뿌리와 줄기,잎,꽃과 종자가 쌓인 습지들이다.그래서 이탄지는 수 백∼수 천년 전의 환경생태를 파악하고,당시의 기후나 문화 등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땅이다.평야지의 묵논에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소택형 습지는 농경문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경관도 연출하고 있다. 습지는 생명의 원천이다.DMZ를 찾는 겨울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그리고 여름철새인 왜가리와 백로류와 같은 물새류의 주요 서식처는 습지이다.멧돼지·고라니·산양과 같은 대형포유류의 서식처도 직·간접적으로 습지와 연결되어 있다. 귀중한 유산이 된 이들 DMZ 습지의 가치가 국·내외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는 가운데 이 같은 귀중한 습지가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사라져 온 것도 사실이다.따라서 이제는 DMZ의 ‘습지 총량유지’ 정책이 요구된다.DMZ 내에 있는 전체 습지의 면적을 더 이상 소실시키지 않고,관리해 나가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DMZ의 습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현황 조사와 유형 분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세계유산이나 유네스코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 혹은 람사사이트로 지정,관리토록 하자.습지는 유역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DMZ 5대 강에 대한 습지 통합관리를 통해 남북 환경협력의 계기를 만들어 보자. 김귀곤 서울대교수 환경생태계획학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8) 생태계의 小우주, 습지의 재발견

    탐사활동이 어느덧 중반을 넘은 6월12일 낮,취재팀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운금리 야산을 올랐다.산 기슭엔 엔진이 모두 제거 된 중형 미군 트럭이 녹슨 채로 방치돼 있었다.벌집처럼 뚫린 수 백군데 총상으로 성한 데라곤 없었다.앞 유리창마저 기관총과 소총 세례로 거미줄처럼 갈라졌다.초여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었지만 인적없는 곳에서 트럭은 음산한 괴물같은 모습이다. 이곳엔 취재팀이 탐사기간 중 찾아낸 내륙 습지 가운데 생태학적으로 거의 완벽한 습지가 펼쳐져 있다.트럭은 민통선 내에서도 민간인 출입이 철저하게 금지된 민통선 사격장내 피탄용 타깃이었다.수십년 동안 습지 위론 포탄과 총알이 금속성 굉음을 내며 과녁을 향해 날았을 테고,습지에 터잡은 개구리와 잠자리는 그때마다 머리를 물속으로 박고 몸을 떨었을 것이다. 습지는 ‘Danger-불발탄 위험지역’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경고판을 문패삼아 300여평 모나지 않은 사각형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상수리나무·아카시나무·신나무·버드나무 군락과 산딸기가 자라는 야산을 양 옆에 끼고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깊이 50㎝ 남짓한 습지 수면엔 개구리밥이 떠 있고,줄·고랭이와 함께 부들·창포·갈대·수련 등 수생식물이 절묘한 배치를 이루고 있다.습지에 한발을 디디고 올챙이와 소금쟁이·잠자리를 살피고 있는 사이 습지옆 풀숲에서 까투리 한마리가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 올랐다. 이 지역 관할 육군 OO사단 관계자는 “꾀꼬리·호반새·뻐꾸기·딱따구리 등 조류는 물론이고 산돼지와 고라니·산토끼 등이 많이 모여산다.”면서 “6월 하순부터 늦여름까지는 요즘은 잘 찾아보기 힘든 반딧불이가 집단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광경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탐사대장인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더 할 나위없는 완벽한 생태공원 그 자체”라면서 탄성을 질렀다.자칭타칭 ‘습지 마니아’인 그는 쉴 새 없이 경탄할 뿐이었다.그러나 습지를 포함한 인근 지대는 온통 ‘불발탄 지역’이어서 취재팀은 발걸음을 쉬 내딛지 못했다. 탐사대는 이곳 습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토리사격장 내에 있다는 사실을 철책 출입문을 되돌아 나온 후에야 확인했다.파주시 파평면 금파리의 임진강 북진교를 넘어 민통선으로 들어선 뒤 비포장 군사도로를 달리다 차량을 잠시 세우고 야산 소로길을 따라 들어간 곳이 바로 스토리사격장이었던 것이다.사격장에 둘러쳐진 철책 출입문 팻말을 다시한번 유심히 보았다.‘대규모 대포 및 소총사격지역’이란 문구가 한글과 영문으로 나란히 적혀 있다.미군 관계자에게 전화를 넣으니 “불발탄 투성이라 출입할 수 없는 곳인데 어떻게 들어갔느냐.”며 경계를 하면서도 “사격장 경계지역 안쪽으로 그런 습지가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주변 여건으로 미뤄 그가 말하는 습지의 상당수는 오랜 세월 경작이 포기된 전답이 습지로 변한 곳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김귀곤 교수는 “미군에 의해 출입통제된 곳이니 민통선 지역내 비무장지대인 셈”이라며 “반드시 사격장내 다른 습지도 조사해야 하고 사유지라면 매입해 ‘생태계의 소우주’를 눈으로 보는 교육장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은 당장 현실화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스토리사격장은 본래 우리 정부가 땅주인의 동의와 보상도 없이 미군에 공여한 땅이고,사격장내 출입경작을 일부 허용해 왔으나 미군과 주민사이의 마찰과 안전을 이유로 지난해 사유지 모두를 정부가 매수했다.미군은 이곳에 총연장 5.4㎞의 철책을 세우는 공사를 불발탄 제거작업과 함께 시작했다.미군측은 고라니·멧돼지 등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철책을 따라 50m에 한 곳씩 설치하기로 했지만,환경단체에선 인공구조물에 워낙 의심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통로 이용을 기피해 사격장이 군사적 용도로만 쓰여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철책이 세워진 이후 ‘마음놓고’ 계속될 사격 훈련에 동물이든 습지든 온전하리란 보장도 전혀 없다. 탐사대는 스토리사격장 외에도 강화도 북부 해안 구등곶 등대 인근과 연천군 중면 횡산리,강화대교 하류 3㎞ 지점 해안도로 옆,임진강 지천인 연천의 사미천 하천변 등 DMZ 인근 지역에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는 내륙습지와 여러번 마주쳤다.김귀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엔 국제적으로 인정된 습지가 20곳을 넘지만 서해∼한강하류∼임진강하류∼사천을 따라 이어지는 남방한계선 주변에도 학술적으로 가치있는 다양한 미확인 내륙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된 것만도 소중한 성과”라고 말했다. 연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전문가 칼럼 DMZ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습지는 우리의 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이다.이처럼 DMZ 습지가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으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DMZ에는 희귀 동·식물과 그들의 서식처가 있다.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며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물과 수려한 자연경관도 있어 세계자연유산의 지정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계(視界)청소를 위한 화공작전이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지나간 계곡에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51년 동안의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역사경관이 습지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그야말로 역사의 흐름이 자연에 배어져 나타나는 문화자원이 된 것이다.DMZ에서는 양구 대암산 용늪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 이탄지로 추정되는 곳들이 발견된다.수 백년 혹은 수 천년 이상 썩은 식물의 뿌리와 줄기,잎,꽃과 종자가 쌓인 습지들이다.그래서 이탄지는 수 백∼수 천년 전의 환경생태를 파악하고,당시의 기후나 문화 등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땅이다.평야지의 묵논에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소택형 습지는 농경문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경관도 연출하고 있다. 습지는 생명의 원천이다.DMZ를 찾는 겨울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그리고 여름철새인 왜가리와 백로류와 같은 물새류의 주요 서식처는 습지이다.멧돼지·고라니·산양과 같은 대형포유류의 서식처도 직·간접적으로 습지와 연결되어 있다. 귀중한 유산이 된 이들 DMZ 습지의 가치가 국·내외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는 가운데 이 같은 귀중한 습지가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사라져 온 것도 사실이다.따라서 이제는 DMZ의 ‘습지 총량유지’ 정책이 요구된다.DMZ 내에 있는 전체 습지의 면적을 더 이상 소실시키지 않고,관리해 나가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DMZ의 습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현황 조사와 유형 분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세계유산이나 유네스코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 혹은 람사사이트로 지정,관리토록 하자.습지는 유역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DMZ 5대 강에 대한 습지 통합관리를 통해 남북 환경협력의 계기를 만들어 보자. 김귀곤 서울대교수 환경생태계획학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7) 두타연의 물안개

    ‘쏴아아…,찌르르‘ 강원도 양구군 민간인통제선을 가로질러 금강산 장안사를 향해 오르는 길은 폭포와 이름모를 풀벌레,새소리 화음이 절묘하다.포연이 사라지고 사람의 인적이 끊긴지 51년.한국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풀 한 포기 온전히 남지 않았던 곳이 울창한 밀림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양구에서 장안사까지 걸어서 반나절이면 족했던 그 길은 맑게 흐르는 수입천을 따라 왕성한 생명의 숨소리로 가득하다. 비포장 초입 길섶부터 신갈나무 군락지가 눈이 멀게 뻗어 있고 철책선을 앞두고 중간쯤에 이르면 두타연 폭포가 시원스레 물길을 가른다.폭포와 물안개 속에 떠있는 바위마다 돌단풍과 물이끼가 파랗게 수를 놓았고 검푸른 소(沼)에는 열목어,금강모치,쉬리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이 터 잡은지 오래다. ●열목어 등 냉수성 어종 천국 용틀임치며 폭포를 만드는 물길 덕분에 물 속 용존산소가 풍부해 물고기가 살기에는 그만이다.주변에 나무가 울창하고 습지가 잘 발달해 있어 곤충 등 먹잇감이 풍부한 것도 물고기가 살기에 더없이 좋다. 두타연 일대는 휴전 직전까지 밀고 밀리던 격전지로,모든 것이 초토화된 이후 새롭게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어서 전문가들의 관심이 큰 곳이다.전쟁 이후 사람들의 간섭 없이 만들어진 2차 식생지역으로 신갈나무,개박달나무,물푸레나무,느릅나무,신나무,찔레나무 등이 밀림처럼 빼곡하다. 다래나무 덩굴까지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수입천을 따라 형성된 숲 전체가 뭉게구름처럼 몽실거린다.하천가에서 우점종(優占種·일정 범위 안의 식물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종)이 된 활엽수가 독특한 식생을 이룬 모습이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잘 자라는 소나무는 바위가 많은 주변지역으로 밀려나 초라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 ●신갈나무 활엽수림 군락지 형성 산등성이와 암벽 지역마다 군락을 이룬 신갈나무는 하천변 모래에까지 씨를 날려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주고 있다.1∼2㎝ 크기의 앙증맞은 신갈나무 작은 새싹들이 발그스레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있다.두타연 상류 오목오목 파인 바위그릇마다 물참나무 도토리 껍질이 수북하다.다람쥐와 청설모 등 작은 포유류가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두타연에서 수입천 물길을 따라 북쪽으로 구불구불 1시간쯤 걸었을까….한약재로 귀하게 쓰이는 황벽나무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염료로 쓰이거나 위장병에 특효이다 보니 이제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희귀나무가 되어버린 종(種)이다. 이곳 두타연에서는 지뢰가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며 자연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폭포 옆 습지에는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오리나무·신나무가 자라고,평지에는 초창기 군부대에서 심었을 아까시나무가 씨앗을 날려 울창하다.초본류는 원추리와 돌단풍,나리,오이풀,그늘사초,산거울 등 우리 주변에서 낯익은 것들이 대부분이다.갈대를 닮은 달뿌리풀이 게릴라 전법으로 물가를 찾아 뻗어나가며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습지에는 ‘큰방울새란(蘭)’ 서식 ‘큰방울새란’처럼 흔치 않은 종도 발견된다.두타연 부근 지 바위 틈에 네댓 송이씩 올망졸망 자라는 큰방울새란은 수줍은 여인의 모습 그대로다.7∼8㎝ 안팎의 가녀린 몸에 새끼손톱만한 두세 개의 작은 잎새를 달고 진분홍의 꽃술을 연분홍과 흰색 꽃잎으로 감싸며 함초롬히 피어낸 한 송이씩의 꽃이라니….여린 몸집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짙다.환경오염이 안된 청정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난이기에 더욱 사랑스럽다. 두타연 인근,수백미터는 족히 넘게 발달된 습지는 건강한 하천을 유지시켜주는 원천이 되고 있다.생물들의 중간 완충지대로 각종 미생물과 곤충이 있고 강도래,날도래 등이 서식하며 물고기의 풍부한 먹이 서식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길따라 두타연 상류로 이어진 물줄기 돌웅덩이마다 올챙이가 떼지어 퇴적된 나뭇잎 사이로 숨바꼭질한다.육식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면서 건강한 하천의 전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수입천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너럭바위와 돌을 타고 흐르며 붉은색,청색,녹색으로 알록달록 기막힌 장관을 연출한다.두타연의 열목어처럼 수입천을 거슬러 금강산 장안사를 돌아보는 그날은 언제나 올는지…. 양구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두타연은 산골 중에서도 산골이다.동해를 막고 서 있는 향로봉(1296m),마산(1052m),설악산(1708m)의 산줄기를 넘고,인북천을 건넌 다음에도 매봉(1290m),가칠봉(1242m),대암산(1304m)을 넘어야 볼 수 있다.서해의 기운은 이보다 더 멀리 있다.연백평야를 지나 임진강을 건넌 다음,한북정맥을 넘어서 북한강을 건너고,어은산(1277m) 백석산(1142m)을 지나야 비로소 두타연에 이를 수 있다. 두타연은 불교식 이름에서 풍기듯 주변 경관도 신비롭다.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의 신비함은 말할 것도 없고,깎아지른 듯한 암벽에서 수직으로 자라는 소나무,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물결을 고르고 있는 웅덩이,그리고 이어지는 여울과 소의 반복….이런 조건은 두타연을 우리나라에서 냉수성 어종의 물고기들이 가장 다양한 곳으로 만들었다.금강모치·쉬리·배가사리·돌상어·새코미꾸리·미유기·꺽지 등과 같은 한국 고유종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륙의 변천사를 말해주는 열목어도 많다.특히 중간에 있는 낮은 폭포는 두타연 상류와 하류의 물고기들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열목어 등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종류는 상류에서도 발견되는 반면 작은 어종은 하류에서만 발견된다. 이렇듯 폭포와 못이 어울리며 키워낸 많은 어류는 물까치와 같은 새들도 불러모은다.큰방울새란 등 아름다운 난초가 자라는 습지도 다양한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323호),까막딱다구리(천연기념물 242호)도 날아든다.하지만 두타연은 주변 산세가 험해 뭇 생물들의 난잡한 접근은 금한다.어떻게 보면 산이 아니라 거대한 암벽으로 병풍을 쳐놓은 듯하다.이와 같은 경관 조건은 오지로서의 지리 조건과 함께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다.산양(천연기념물 217호)의 피난처가 되고,독수리 부리를 닮은 암봉에서는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 가족들이 놀다 간다.또한 이 부근에는 숲 속을 날아다니는 포유류인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328호)도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또 금강산 가는 길목에 위치해,벌써 양구군에서는 해마다 다양한 이벤트로 두타연을 소개하는 행사를 벌인다.하지만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훼손하면 차라리 소개하지 않는 것만 못할 것이다.두타연을 살리는 지혜로운 대안을 기대해 본다. 신준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7) 두타연의 물안개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7) 두타연의 물안개

    ‘쏴아아…,찌르르‘ 강원도 양구군 민간인통제선을 가로질러 금강산 장안사를 향해 오르는 길은 폭포와 이름모를 풀벌레,새소리 화음이 절묘하다.포연이 사라지고 사람의 인적이 끊긴지 51년.한국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풀 한 포기 온전히 남지 않았던 곳이 울창한 밀림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양구에서 장안사까지 걸어서 반나절이면 족했던 그 길은 맑게 흐르는 수입천을 따라 왕성한 생명의 숨소리로 가득하다. 비포장 초입 길섶부터 신갈나무 군락지가 눈이 멀게 뻗어 있고 철책선을 앞두고 중간쯤에 이르면 두타연 폭포가 시원스레 물길을 가른다.폭포와 물안개 속에 떠있는 바위마다 돌단풍과 물이끼가 파랗게 수를 놓았고 검푸른 소(沼)에는 열목어,금강모치,쉬리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이 터 잡은지 오래다. ●열목어 등 냉수성 어종 천국 용틀임치며 폭포를 만드는 물길 덕분에 물 속 용존산소가 풍부해 물고기가 살기에는 그만이다.주변에 나무가 울창하고 습지가 잘 발달해 있어 곤충 등 먹잇감이 풍부한 것도 물고기가 살기에 더없이 좋다. 두타연 일대는 휴전 직전까지 밀고 밀리던 격전지로,모든 것이 초토화된 이후 새롭게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어서 전문가들의 관심이 큰 곳이다.전쟁 이후 사람들의 간섭 없이 만들어진 2차 식생지역으로 신갈나무,개박달나무,물푸레나무,느릅나무,신나무,찔레나무 등이 밀림처럼 빼곡하다. 다래나무 덩굴까지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수입천을 따라 형성된 숲 전체가 뭉게구름처럼 몽실거린다.하천가에서 우점종(優占種·일정 범위 안의 식물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종)이 된 활엽수가 독특한 식생을 이룬 모습이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잘 자라는 소나무는 바위가 많은 주변지역으로 밀려나 초라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 ●신갈나무 활엽수림 군락지 형성 산등성이와 암벽 지역마다 군락을 이룬 신갈나무는 하천변 모래에까지 씨를 날려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주고 있다.1∼2㎝ 크기의 앙증맞은 신갈나무 작은 새싹들이 발그스레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있다.두타연 상류 오목오목 파인 바위그릇마다 물참나무 도토리 껍질이 수북하다.다람쥐와 청설모 등 작은 포유류가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두타연에서 수입천 물길을 따라 북쪽으로 구불구불 1시간쯤 걸었을까….한약재로 귀하게 쓰이는 황벽나무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염료로 쓰이거나 위장병에 특효이다 보니 이제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희귀나무가 되어버린 종(種)이다. 이곳 두타연에서는 지뢰가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며 자연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폭포 옆 습지에는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오리나무·신나무가 자라고,평지에는 초창기 군부대에서 심었을 아까시나무가 씨앗을 날려 울창하다.초본류는 원추리와 돌단풍,나리,오이풀,그늘사초,산거울 등 우리 주변에서 낯익은 것들이 대부분이다.갈대를 닮은 달뿌리풀이 게릴라 전법으로 물가를 찾아 뻗어나가며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습지에는 ‘큰방울새란(蘭)’ 서식 ‘큰방울새란’처럼 흔치 않은 종도 발견된다.두타연 부근 지 바위 틈에 네댓 송이씩 올망졸망 자라는 큰방울새란은 수줍은 여인의 모습 그대로다.7∼8㎝ 안팎의 가녀린 몸에 새끼손톱만한 두세 개의 작은 잎새를 달고 진분홍의 꽃술을 연분홍과 흰색 꽃잎으로 감싸며 함초롬히 피어낸 한 송이씩의 꽃이라니….여린 몸집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짙다.환경오염이 안된 청정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난이기에 더욱 사랑스럽다. 두타연 인근,수백미터는 족히 넘게 발달된 습지는 건강한 하천을 유지시켜주는 원천이 되고 있다.생물들의 중간 완충지대로 각종 미생물과 곤충이 있고 강도래,날도래 등이 서식하며 물고기의 풍부한 먹이 서식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길따라 두타연 상류로 이어진 물줄기 돌웅덩이마다 올챙이가 떼지어 퇴적된 나뭇잎 사이로 숨바꼭질한다.육식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면서 건강한 하천의 전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수입천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너럭바위와 돌을 타고 흐르며 붉은색,청색,녹색으로 알록달록 기막힌 장관을 연출한다.두타연의 열목어처럼 수입천을 거슬러 금강산 장안사를 돌아보는 그날은 언제나 올는지…. 양구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두타연은 산골 중에서도 산골이다.동해를 막고 서 있는 향로봉(1296m),마산(1052m),설악산(1708m)의 산줄기를 넘고,인북천을 건넌 다음에도 매봉(1290m),가칠봉(1242m),대암산(1304m)을 넘어야 볼 수 있다.서해의 기운은 이보다 더 멀리 있다.연백평야를 지나 임진강을 건넌 다음,한북정맥을 넘어서 북한강을 건너고,어은산(1277m) 백석산(1142m)을 지나야 비로소 두타연에 이를 수 있다. 두타연은 불교식 이름에서 풍기듯 주변 경관도 신비롭다.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의 신비함은 말할 것도 없고,깎아지른 듯한 암벽에서 수직으로 자라는 소나무,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물결을 고르고 있는 웅덩이,그리고 이어지는 여울과 소의 반복….이런 조건은 두타연을 우리나라에서 냉수성 어종의 물고기들이 가장 다양한 곳으로 만들었다.금강모치·쉬리·배가사리·돌상어·새코미꾸리·미유기·꺽지 등과 같은 한국 고유종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륙의 변천사를 말해주는 열목어도 많다.특히 중간에 있는 낮은 폭포는 두타연 상류와 하류의 물고기들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열목어 등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종류는 상류에서도 발견되는 반면 작은 어종은 하류에서만 발견된다. 이렇듯 폭포와 못이 어울리며 키워낸 많은 어류는 물까치와 같은 새들도 불러모은다.큰방울새란 등 아름다운 난초가 자라는 습지도 다양한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323호),까막딱다구리(천연기념물 242호)도 날아든다.하지만 두타연은 주변 산세가 험해 뭇 생물들의 난잡한 접근은 금한다.어떻게 보면 산이 아니라 거대한 암벽으로 병풍을 쳐놓은 듯하다.이와 같은 경관 조건은 오지로서의 지리 조건과 함께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다.산양(천연기념물 217호)의 피난처가 되고,독수리 부리를 닮은 암봉에서는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 가족들이 놀다 간다.또한 이 부근에는 숲 속을 날아다니는 포유류인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328호)도 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또 금강산 가는 길목에 위치해,벌써 양구군에서는 해마다 다양한 이벤트로 두타연을 소개하는 행사를 벌인다.하지만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훼손하면 차라리 소개하지 않는 것만 못할 것이다.두타연을 살리는 지혜로운 대안을 기대해 본다. 신준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6) 5000년의 진화, 용늪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6월5일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7162부대 초소.초병의 섬뜩한 경고를 받으며 탐사대는 “사고로 죽어도 내 책임”이라는 골자의 서약서를 작성했다.서울신문 DMZ 탐사 일정의 첫 기점인 대암산 용늪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였다.용늪은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 지역으로 1997년 3월 람사협약(세계습지보호조약) 습지로 등록된 곳이다.그 특이한 생태환경 때문에 ‘생태계의 보고’ ‘자연사 마이크로 필름’ 등 찬사가 잇따랐다.DMZ 일대에 대한 각종 탐사나 생태조사 대상지로 빠짐없이 지목되는 곳이기도 하다.용늪을 첫 탐사지로 선정한 이유도 어쩌면 절반쯤은 그 ‘유명세’ 때문이었다.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최대 2m깊이 이탄층 5000년 역사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초소에서부터 거의 한 시간 동안 비포장 군사도로를 덜컹대며 올라갔다.하지만 용늪의 첫인상은 실망감 그 자체였다.물이 조금 고인,작은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늪지 주변에 잡풀들이 빽빽이 차 있는 광경이 그리 신통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동행한 주광명 양구생태식물원 박사가 “한창 때인 7월 중순∼8월 중순 무렵에 왔으면 상당히 화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한 발짝 한 발짝 늪지로 다가서자 그 특별함이 발끝에서부터 전달돼 왔다.용늪에 들어가는 길목에서부터 깔아놓은 목판 길이 묘한 감촉을 주었던 것.시험삼아 발을 굴러보니 스펀지처럼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목판 밑의 이탄층(泥炭層) 때문이다.늪지대 초입부터 보았던 40∼50㎝ 높이의 올록볼록한 갈색 토층.이 이탄층이야말로 ‘고층습원’ 지역을 구성하는 중요요소다. 고층습원의 이탄층은 바늘사초 등 습지식물들이 낮은 온도 등의 이유로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속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1년에 기껏해야 1㎜쯤 쌓이는데,용늪 이탄층의 깊이는 곳에 따라 최대 2m에 달한다고 한다.용늪 이탄층의 나이는 4500∼5000살 정도로 추정된다.이 이탄층으로 인한 산성토양에 연평균 4도 안팎의 낮은 기온,높은 습도 등이 겹쳐져 용늪이라는 특수한 생태환경을 만들어냈다. ●한국 특산종만 10여종 자생 2004년 원주지방환경청 자료에 따르면,용늪에는 현재 복숭아순나방붙이 등 234종의 곤충과 비로용담 등 191종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한국에서만 자라는 금강초롱 등 한국특산식물도 10여종 발견됐다.용늪은 이런 특수성을 인정받아 1973년 7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 246호),1989년엔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탐사대는 이날 용늪에서만 자생한다는 비로용담을 비롯,이즈음 제철을 맞은 제비동자꽃,끈끈이 주걱,개통발 등 20여종의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의 흔적도 많이 발견됐다.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멧돼지들이 식물뿌리 등을 찾아 땅을 파헤치는 바람에 생태계 훼손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이곳 백두산부대에서 2년여 근무한 성길제 병장은 “순찰하다 보면 주로 멧돼지,족제비,고라니,산양 등이 발견된다.”면서 “도롱뇽,가재 등 늪지에 사는 양서류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반만년에 걸친 용늪의 역사가 이대로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용늪에 대한 인위적 훼손 탓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위기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2000년대 들어와 늪지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랑을 통한 지하수 및 지표수의 유출속도가 점점 빨라져 용늪의 자연육지화가 진행되고,여기에 주변 관목림들이 늪지대로 침입하면서 늪의 육화(陸化)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주광명 박사는 “도랑 주변 땅이 물길에 의해 무너지면서 도랑 폭이 점차 넓어지고,늪에 침투한 관목류가 물을 빨아들이는 ‘펌핑효과’도 육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용늪 한가운데까지 들어선 버드나무 등 관목류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정부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원주지방환경청 곽성근 계장은 “이탄층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늪 주변을 목책으로 둘러싸기도 하고,물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마대자루를 깔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자연적으로 도랑이 자꾸 생겨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방책으로는 ‘대세’를 막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5000살 용늪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실상 앞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자연적인 육화 현상인 만큼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계의 순리를 따르는 것인지,아니면 더 이상의 육화를 막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 중지를 모을 때다. 양구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전문가 칼럼 양구 대암산 용늪은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5000년 동안 발달된 이 이탄지 일대에는 희귀종인 끈끈이주걱과 우리나라 특산종인 금강초롱과 같은 식물은 물론,무당개구리 등 각종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늪의 바늘사초와 식충식물인 통발군락 가운데에서 어린 철쭉이나 신갈나무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습지에서 썩어야 할 목본류 종자가 썩지 않고 그곳에서 발아,싹이 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소위 육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늪의 수문학적 과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파주의 장단반도 습지와 동해선 철도와 도로 구간의 습지 등 여러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그만큼 인간의 간섭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생명의 땅도 알게 모르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용늪의 유지 관리를 놓고 ‘보전생태학’적 시각과 ‘복원생태학’적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보전생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들의 보전과 복원에 관심을 갖고 이들 개체수의 증진을 주된 목표로 삼는다.반면,복원생태학자들은 서식처를 강조한다.직접적인 종의 복원 차원을 넘어서 생물종이 서식하는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한 복원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이다.물론 보전생태학자나 복원생태학자 모두 궁극적으로는 생물다양성의 증진을 꾀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접근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접근과 과학적 기법의 적용이 필요하다.보전과 복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아울러 용늪과 그 주변 지역의 수문학적 순환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DMZ를 보전만 하자고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람사사이트로 지정된 용늪과 같은 가치있는 습지들이 DMZ에는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습지들의 중요성이 파악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으며,지속적인 위협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따라서 보전과 함께 생태적인 복원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김귀곤 서울대 환경생태계획학 교수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6) 5000년의 진화, 용늪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6) 5000년의 진화, 용늪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6월5일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7162부대 초소.초병의 섬뜩한 경고를 받으며 탐사대는 “사고로 죽어도 내 책임”이라는 골자의 서약서를 작성했다.서울신문 DMZ 탐사 일정의 첫 기점인 대암산 용늪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였다.용늪은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 지역으로 1997년 3월 람사협약(세계습지보호조약) 습지로 등록된 곳이다.그 특이한 생태환경 때문에 ‘생태계의 보고’ ‘자연사 마이크로 필름’ 등 찬사가 잇따랐다.DMZ 일대에 대한 각종 탐사나 생태조사 대상지로 빠짐없이 지목되는 곳이기도 하다.용늪을 첫 탐사지로 선정한 이유도 어쩌면 절반쯤은 그 ‘유명세’ 때문이었다.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최대 2m깊이 이탄층 5000년 역사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초소에서부터 거의 한 시간 동안 비포장 군사도로를 덜컹대며 올라갔다.하지만 용늪의 첫인상은 실망감 그 자체였다.물이 조금 고인,작은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늪지 주변에 잡풀들이 빽빽이 차 있는 광경이 그리 신통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동행한 주광명 양구생태식물원 박사가 “한창 때인 7월 중순∼8월 중순 무렵에 왔으면 상당히 화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한 발짝 한 발짝 늪지로 다가서자 그 특별함이 발끝에서부터 전달돼 왔다.용늪에 들어가는 길목에서부터 깔아놓은 목판 길이 묘한 감촉을 주었던 것.시험삼아 발을 굴러보니 스펀지처럼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목판 밑의 이탄층(泥炭層) 때문이다.늪지대 초입부터 보았던 40∼50㎝ 높이의 올록볼록한 갈색 토층.이 이탄층이야말로 ‘고층습원’ 지역을 구성하는 중요요소다. 고층습원의 이탄층은 바늘사초 등 습지식물들이 낮은 온도 등의 이유로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속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1년에 기껏해야 1㎜쯤 쌓이는데,용늪 이탄층의 깊이는 곳에 따라 최대 2m에 달한다고 한다.용늪 이탄층의 나이는 4500∼5000살 정도로 추정된다.이 이탄층으로 인한 산성토양에 연평균 4도 안팎의 낮은 기온,높은 습도 등이 겹쳐져 용늪이라는 특수한 생태환경을 만들어냈다. ●한국 특산종만 10여종 자생 2004년 원주지방환경청 자료에 따르면,용늪에는 현재 복숭아순나방붙이 등 234종의 곤충과 비로용담 등 191종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한국에서만 자라는 금강초롱 등 한국특산식물도 10여종 발견됐다.용늪은 이런 특수성을 인정받아 1973년 7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 246호),1989년엔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탐사대는 이날 용늪에서만 자생한다는 비로용담을 비롯,이즈음 제철을 맞은 제비동자꽃,끈끈이 주걱,개통발 등 20여종의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의 흔적도 많이 발견됐다.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멧돼지들이 식물뿌리 등을 찾아 땅을 파헤치는 바람에 생태계 훼손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이곳 백두산부대에서 2년여 근무한 성길제 병장은 “순찰하다 보면 주로 멧돼지,족제비,고라니,산양 등이 발견된다.”면서 “도롱뇽,가재 등 늪지에 사는 양서류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반만년에 걸친 용늪의 역사가 이대로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용늪에 대한 인위적 훼손 탓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위기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2000년대 들어와 늪지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랑을 통한 지하수 및 지표수의 유출속도가 점점 빨라져 용늪의 자연육지화가 진행되고,여기에 주변 관목림들이 늪지대로 침입하면서 늪의 육화(陸化)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주광명 박사는 “도랑 주변 땅이 물길에 의해 무너지면서 도랑 폭이 점차 넓어지고,늪에 침투한 관목류가 물을 빨아들이는 ‘펌핑효과’도 육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용늪 한가운데까지 들어선 버드나무 등 관목류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정부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원주지방환경청 곽성근 계장은 “이탄층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늪 주변을 목책으로 둘러싸기도 하고,물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마대자루를 깔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자연적으로 도랑이 자꾸 생겨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방책으로는 ‘대세’를 막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5000살 용늪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실상 앞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자연적인 육화 현상인 만큼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계의 순리를 따르는 것인지,아니면 더 이상의 육화를 막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 중지를 모을 때다. 양구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전문가 칼럼 양구 대암산 용늪은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5000년 동안 발달된 이 이탄지 일대에는 희귀종인 끈끈이주걱과 우리나라 특산종인 금강초롱과 같은 식물은 물론,무당개구리 등 각종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늪의 바늘사초와 식충식물인 통발군락 가운데에서 어린 철쭉이나 신갈나무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습지에서 썩어야 할 목본류 종자가 썩지 않고 그곳에서 발아,싹이 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소위 육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늪의 수문학적 과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파주의 장단반도 습지와 동해선 철도와 도로 구간의 습지 등 여러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그만큼 인간의 간섭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생명의 땅도 알게 모르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용늪의 유지 관리를 놓고 ‘보전생태학’적 시각과 ‘복원생태학’적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보전생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들의 보전과 복원에 관심을 갖고 이들 개체수의 증진을 주된 목표로 삼는다.반면,복원생태학자들은 서식처를 강조한다.직접적인 종의 복원 차원을 넘어서 생물종이 서식하는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한 복원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이다.물론 보전생태학자나 복원생태학자 모두 궁극적으로는 생물다양성의 증진을 꾀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접근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접근과 과학적 기법의 적용이 필요하다.보전과 복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아울러 용늪과 그 주변 지역의 수문학적 순환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DMZ를 보전만 하자고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람사사이트로 지정된 용늪과 같은 가치있는 습지들이 DMZ에는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습지들의 중요성이 파악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으며,지속적인 위협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따라서 보전과 함께 생태적인 복원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김귀곤 서울대 환경생태계획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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