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정치구조 혁파(서울신문 포럼)
◎돈안드는 선거 제도개혁으로 실현 가능/완전 공영제·TV토론회 등 과감히 도입을/조직선거 지양… 후보 검증기회 국민에 줘야
□참석자
·김중위현 신한국당 정책위의장
12·13·14·15대의원(서울 강동을)
환경부 장관
국회제도 개선특위원장
·박상천현 국민회의 원내총무
13·14·15대의원(전남 고흥)
대변인
국회보건복지위위원장
·어수영이화여대 교수(정치학)
미시간대 정치학박사
이대 국제교육원장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과 쟁점들을 심층 분석,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서울신문 포럼」은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문제를 이번달 주제로 다뤘다.「한보사건」으로 정경유착의 부패상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 정치권이 뒤늦게 「돈안드는 정치」를 위한 법 개정작업을 벌이고는 있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은 많다.이에 「서울신문 포럼」은 김중위 신한국당 정책위의장,박상천 국민회의 원내총무와 어수영 이화여대교수를 초청,하루빨리 혁파해야할 「고비용 정치개선」을 위한 여러 과제들을 진단했다.〈편집자주〉
▲어수영 교수=선거 비용을 줄이는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지난 92년 대선 비용은 1조∼2조5천억원인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미국의 15배,일본의 5배에 해당됩니다.많은 선거비용이 드는 이유는 무엇이며,고비용 정치구조를 혁파하기 위한 소속 정당의 입장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대선 비용 미국의 15배
▲김중위 의장=민주주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게 돼 있습니다.게다가 과거에 권력의 정당성이 약해 이를 창출하고 확립하기 위한 정치비용이 고비용 구조를 만들어 냈습니다.수십년동안의 권위주의 문화가 혁파되지 않고 있습니다.고비용 구조의 혁파는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과제입니다.경제개발 계획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정치발전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오는 12월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문화를 바꾸는 것이 당면 현안입니다.
▲박상천 총무=대선에서 돈을 적게 쓰도록 하는 것이 단기 과제이고,그후에 돈이 적게 드는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최소 비용으로 선거를 치를수 있는 제도개혁과 선거공영제를 정착시켜야 하고,최소 비용을 합법적이고 양성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이렇게 되면 저비용 정치구조를 위한 근간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어교수=어느 정당이건 조직과 돈,선전에 의한 선거를 해왔고 특히 세 과시를 위한 대중집회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대선 캠페인 방법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텐데 양당에서는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시죠.
▲김의장=정치비용의 공급과 수요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고비용 정치구조 타파는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가 먼저 제기했던 문제입니다.신한국당은 자체적으로 특별위를 구성해 이미 7∼8회 회의를 열어 심도있게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몇 십만명을 동원하는,시대에 뒤떨어진 경쟁적인 대중연설회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박총무=우리 당에서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당연설회와 후보자 연설회를 폐지하자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유권자들이 후보자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투표를 하는 일이 없도록 후보자간 합동연설회 개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후보자들이 서울과 각 도 등에서 최소한 9차례의 합동연설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고비용 정치의 가장 큰 원인은 부정선거비용이고 선거비용의 90%는 부정선거에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특히 사조직이 문제입니다.지난 92년 선거에서도 「나사본」이나 「민주산악회」를 통해 엄청난 돈이 뿌려진 사실이 한보청문회를 통해 밝혀지지 않았습니까.또 직능단체들에 돈을 주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어교수=합동연설회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지금까지의 전례에 비춰볼 때 이상적인 정책대결 보다는 특정후보 지지자들이 밀물 썰물처럼 몰려다니고,후보자간의 세몰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각 당에서는 대중집회에 대해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십니까.
▲김의장=세몰이 식의 합동연설회를 허용하면 난투극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대중집회도 없애고 유사기관 설치는 엄격히 금지돼야 합니다.
▲박총무=합동연설회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각 당에 청중동원 금지조치를 할 수도 있고,체육관 등 옥내에서 개최해도 됩니다.
▲김의장=그러다가는 체육관 유리창이 다 깨질텐데요.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박총무=여당쪽에서는 돈 정치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해 선거법 개정을 대충하자는 것 아닙니까.해방이후 50년간 계속된 고비용 정치는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제 끝내야 합니다.
▲김의장=우리 당의 후보는 누가 나가도 신인입니다.돈을 만들어 낼 재간도 없고 돈을 쓸 용기도 없습니다.
▲어교수=선거운동원은 돈을 많이 쓰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박총무=이번에는 제가 먼저 얘기하겠습니다.대선에서는 명함같은 소형인쇄물을 돌릴 필요가 없으므로 선거운동원을 2분의 1로 줄여야 합니다.선거운동원의 수당도 선관위에 기탁해 선관위가 운동원에게 지급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의장=유급 선거운동원은 법적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고 활동도 보장되니까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문제는 역시 자원봉사자에 있는데 선진국에서는 자원봉사자에게 돈을 줘도 받지 않습니다.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정치문화는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정당연설회 폐지 추진
▲박총무=후보의 홍보물을 한 종류로 제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후보의 정책과 역정·가치관을 알릴수 있도록 2가지로 만들어야 합니다.돈이 들지 않는 것 못지 않게 국민이 후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교수=소형 홍보물에 대해서는 양당이 의견을 함께 하니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플래카드 등의 홍보물은 어떻게 제한해야 한다고 보십니까.TV나 신문 광고를 중심으로 하고 선관위의 홍보물만 사용하도록 할 수는 없습니까.
▲김의장=정치 후진국의 상징인 현수막을 없애야 합니다.총선에서나 필요한 벽보는 국민적 인지도가 있는 후보들이 나서는 대선에서는 필요가 없습니다.
▲박총무=벽보나 현수막이 없으면 선거를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를 것입니다.지난 인천보선 등의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았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민생에 바쁜 국민들은 투표일도 모르고 지나갈 수가 있습니다.
▲어교수=선진국은 선거가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치르고 있습니다.우리도 이제 조용하고 지성적인 선거를 치러야 합다고 생각하는데요.
▲김의장=조용한만큼 투표율은 낮아질 것입니다.
▲박총무=조용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역동적인 선거가 돼야 국민들이 부적격한 후보를 골라낼 수 있습니다.투표율이 낮으면 진정한 국민들의 대표를 뽑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어교수=조직과 거리의 선거에서 매스미디어 선거 추세로 바뀌고 있는데,TV와 신문의 위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TV토론의 문제점은 없습니까.
○일방통행식 운동 탈피
▲박총무=후보에 대한 시간할애와 사회자의 편파성에 따라 TV토론의 성패가 엇갈릴수 있습니다.선거보도조정위에 구성을 맡기고 운영위원회를 방송위 산하에 만들어야 합니다.
▲김의장=TV토론의 미세한 부분까지 들어가면 여야 모두 결정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함정이 있을 것입니다.여당으로서는 누가 후보가 돼도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요.TV토론의 경험이 적으니까 그에 대한 언론인들의 연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박총무=후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일방통행식의 선거운동은 국민들이 허상에 대해 투표를 하게 합니다.국민이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쌍방통행식의 선거운동을 해야 합니다.검증 기능은 토론자들이 하면 될 것입니다.
▲김의장=자질이나 능력보다 화면에 비치는 후보를 더욱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TV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후보자들만의 토론이 아니고 후보자와 시민,후보자와 사회자등 여러 갈래의 토론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교수=완전 공영제를 실시할 경우 많은 선거비용을 모두 국가가 부담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의장=일정 부분은 후보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가가 부담하는 형식을 취하면 될 것입니다.
▲박총무=선거공영제를 하면 국고를 낭비하고 후보자의 난립을 가져올수 있습니다.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탁금을 올리고 선자비납부,후국가보전의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즉 선거포스터 등은 절대적인 공영제로 하되 TV연설,신문광고,선거운동원 수당등은 유효투표의 10%를 얻는 후보에 대해서만 사후 보전하자는 것입니다.
▲어교수=지구당운영비 또한 돈드는 선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김의장=현역의원의 경조사비 지출은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박총무=축·조의금을 금지하자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입니다.원외 지구당위원장이나 다음 선거에 나올 경쟁자들은 축·조의금을 줄 수 있고 현역 의원들의 손발을 묶는 것은 안됩니다.
▲어교수=기탁금제는 기탁한 사람을 공개하는 공평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면 될텐데요.
▲김의장=투명성·공명성·대중화에 대한 어교수의 의견에 찬성합니다.그러나 공정성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만 여야가 공평할 수는 없습니다.지정기탁금제도는 여당의 위기관리에 대해 기업이 제공하는 것이라는 구조적인 성격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박총무=현정권 들어 천억원이 넘는 돈이 여당으로 갔고 야당에는 1원도 오지 않았습니다.지정기탁은 자유의사가 아니고 거의 기업에 대한 할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탁금제 투명성 보장
▲김의장=지정기탁금제도는 한국 정치문화의 산물입니다.야당이 기탁금제 폐지를 주장한다면 야당은 정당보조금만으로 정치를 해왔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어교수=고비용 정치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더라도 정당의 지키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김의장=고비용타파는 우리 당에서 먼저 얘기했습니다.야당은 처음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사회분위기가 바뀌자 뒤늦게 돌아섰습니다.우리 당의 예비 후보들은 모두 선거에 처음 나오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고비용정치구조 타파의 발상이 나온 것입니다.지키려는 의지는 야당보다 우리가 강합니다.
▲박총무=여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을 상임위에서 다수결 처리할 방침이라니 우려가 됩니다.이것은 특별위원회에서 다뤄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어교수=정당의 제도나 법률 준수못지 않게 국민들의 의식수준 향상 또한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여야 정당은 연말 대선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투명한 선거자금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법제정에 일조를 할 수 있는 이런자리를 마련한 서울신문에 고마운 뜻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