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웬 ‘후3金론’
요즈음 김영삼 전대통령(YS)은 민주산악회 재건 선언 등 일련의 행보에서정치활동을 재개하고 있다.김대중대통령(DJ)은 김종필국무총리(JP)와 내각제 유보를 합의한 후 +α를 통한 신당 창당을 도모하고 있다.언론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진행을 보면서 ‘후3김 시대’가 도래했다고 혹평하고 있다.
과거 1970년대 DJ와 YS는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하여 민주화 투쟁을 선도하였던 반면,JP는 개발독재에 의거한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정치인이었다.이 당시만 해도 3김이라는 정치 용어는 인구에 회자되지 않았다.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서 정치적 자유가 허용되면서 DJ,YS,JP는 각각 자신들이 담지하고 있던 70년대의 정치적 기능,예컨대 민주화 역할과 JP의 산업화 기능에서 벗어나 개발독재 시대의 정치적 지배논리인 지역갈등에 의해 지역이해를 대변하는 정치가로 변신하였다.이로써 80년대 본격적인 3김시대가 도래했던 것이다.
최근 이러한 지역갈등에 의거,YS가 정치를 재개하려는 것은 과거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을 볼모로 자신의 향후 입지를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3김을 비롯한 모든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표 향방을 가르는 정치적 시장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물론 지역주의가 여전히 중요한 정치적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그렇지만 과거국가발전모델이 위기에 처한 현단계에서 우리 국민들은 전 국민적 이해가 걸린 새로운 발전모델 정착문제,다양한 사회집단간 이해조정문제 등도 지역주의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국민적 인식은 최근 실시된 보선에서 집권여당이 지역연합에 의한 연합공천을 했음에도불구하고 패배했다는 점이 극명하게 보여준다.이에 대해 ‘국민의 정부’는지역주의보다는 폭넓은 개혁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혁세력과의 연합을 통한 신당 창당,중산층과 서민 대책 등의 21세기 대비 개혁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한국의 발전모델이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IMF위기에 의해 입증되었다.IMF위기는 단순히 경제위기가 아니라 그동안 60년대 이후한국을 이끌고 왔던 지배적 발전양식의 위기를 의미한다.따라서 IMF위기는 정치·사회적 발전형태의 변화까지도 포괄한다.이러한 역사적 전환기에서 YS가 구태의연한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정치재개를 선언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까? 더욱이 과거 발전모델의 계승자로서 YS가 과거 발전모델의정치형태인 지역주의에 매몰되어 정치 재개를 선언한다는 것은 환란발생의책임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정치적 노욕으로 우리 국민들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도 이에 대해서는 일말의 책임이 있다.과거 발전모델을 청산하고 새로운 21세기형 국가발전양식을 국민들에게 제시하면서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후3김론’은 결코 대두되지못했거나 최소한 정치적 해프닝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이것은 ‘국민의 정부’의 치열한 역사인식이 부족한 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만일 ‘국민의 정부’가 IMF 탈출을 단기적 처방만으로 끝나는 것으로 인식한다면,‘국민의 정부’의 역사적 자리매김은 박정희 모델의 최후의 계승자로 평가될 것이다.‘후3김론’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정부’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실천을 통해서만 극복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