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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하이라이트]

    ■세기의 대결-메이웨더vs파키아오(SBS 일요일 오전 11시) 세기의 복싱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993년 WBC 밴텀급 세계 챔피언 경력의 변정일 해설위원과 복싱 전문가 황현철 해설위원이 이번 대결에 해설자로 호흡을 맞춘다. 전 세계인이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메이웨더와 파키아오의 일전을 앞두고, 해설을 맡은 변 위원과 황 위원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SBS 제작진은 세기의 빅이벤트 중계를 위해 풍부한 경험을 가진 변 위원과 막강한 정보력의 황 위원에게 중계석을 공동으로 맡겨 전문성과 재미를 모두 잡는다는 계획이다. ■사랑의 가족 제1편(KBS1 토요일 오전 11시) 가정의 달 특집으로 서울의 유일한 청각장애 아동청소년 복지시설 ‘삼성농아원’과 장애인·소외계층 전문 사진관 ‘바라봄 사진관’이 함께 중국 구이린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이들이 보고 느낀 중국 구이린의 빼어난 산수 절경과 다시 돌아보게 된 가족의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2015 로드 FC 023 밴텀급 챔피언전(수퍼액션 토요일 밤 8시) 한국 격투기의 과거부터 현재가 한 대회에서 펼쳐진다. 천부적인 타격 재능을 바탕으로 한 챔피언 이윤준과 로드 FC의 떠오르는 타격기계 문제훈의 챔피언 벨트를 건 사투, 돌아온 최무배와 루카스 타니의 대결, 남자 잡는 여성 파이터 김지연 경기 등 총 6경기로 진행된다.
  • 물 좋고, 산 좋고, 맛 좋네

    물 좋고, 산 좋고, 맛 좋네

    요즘 맛집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예전엔 사람의 온기 드물었던 대도시 주변의 허름한 골목에까지 식객들이 불원천리 찾아가는 형국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봄 관광주간을 맞아 걷고, 먹고, 즐기기 좋은 ‘5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길따라, 맛따라’ 만나는 도시의 맛집들이 테마다. ●설악의 봄을 맛보다-강원 속초 설악산에 봄이 당도할 무렵, 밥상 위에도 산 내음이 가득 찬다. 학사평 콩꽃마을 일대의 80여 개 식당에선 매일 순두부를 만들어 여행객을 맞는다. 학사평 순두부는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한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점봉산산채식당’ 등 곰취와 석잠풀, 맥문동 뿌리, 헛개나무 열매 등 산야초로 건강한 식탁을 차리는 집도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 내 순대골목에는 차진 순대가, 건어물 상가에는 황태 등 건어물이 즐비하다. 닭전골목의 닭강정도 맛있다. 설악산자생식물원은 설악산에 자생하는 꽃과 나무로 조성한 곳이다. 갯배를 타고 아바이마을도 구경한다. 속초등대전망대, 영금정 등이 어우러진 동명항에서 봄 바다를 느끼고, 척산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푼다. ●웅녀를 사람 만든 마늘-충북 단양 단양은 마늘로 유명한 고장이다. 석회암 지대의 비옥한 토양과 일교차가 큰 기후 덕에 튼실한 육쪽마늘이 난다. 단양 곳곳에 마늘을 이용한 약선 음식과 한정식, 떡갈비 등을 내는 집들이 많다. 단양구경시장에서는 마늘순대, 마늘만두, 흑마늘닭강정 등을 맛볼 수 있다. 단양은 깨끗한 자연만큼이나 풍경도 아름답다. 양방산에서 보는 단양 읍내와 주변 산수는 한 폭의 그림이다. 양방산 활공장에서의 패러글라이딩 체험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도담삼봉과 사인암 등의 단양팔경, 민물고기 수족관인 다누리아쿠아리움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금강과 올갱이국의 앙상블-충북 옥천 옥천은 흙길과 물길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금강 따라 수려한 산책로가 이어지며, 그 강에서 건져 올린 ‘올갱이’(다슬기)가 봄의 향취를 더한다. 옥천의 옛 번화가인 구읍에서 시작해 장계국민관광지를 거쳐 금강 변을 아우르는 여정은 호젓한 봄날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시 ‘향수’를 쓴 정지용의 생가가 있는 구읍은 상점 간판조차 시구로 단장했다. 골목길만 유유자적 걸어도 시심이 솟구친다. 장계국민관광지는 시와 예술, 호수, 산책이 어우러진 가족 쉼터다. 올갱이 요리는 옥천 여행의 덤이다. 식당들이 금강에서 직접 잡은 올갱이를 식탁에 내는데, 올갱이국과 무침의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춘향의 고향에서 맛보는 별미 한정식-전북 남원 5월 말 ‘남원 춘향제’가 광한루원과 요천 춘향테마파크 등에서 열린다. 주무대인 광한루원은 우리나라 정원의 진수다. 광한루, 오작교, 영주각, 방장정 등이 호수 속에 자리 잡고 있는데, 버드나무 고목이 물에 비쳐 신록을 실감케 한다. 지리산허브밸리와 이어진 바래봉은 봄날의 향취를 느끼기에 맞춤하다. 산을 뒤덮은 연분홍 철쭉은 전국에서 손꼽힌다. 지리산 들꽃을 만날 수 있는 지리산허브밸리도 봄의 향기로 여행자를 부른다. 남원은 추어탕이 유명한 곳. 바래봉이 있는 운봉읍은 지리산 흑돼지가 별미다. ‘지리산고원흑돈’ 등의 식당들에서 해발 400~600m 고랭지에서 기른 버크셔 순종 흑돼지를 낸다. ●떡갈비 먹고 걷는 무등산 옛길-광주 이른바 ‘광주오미’의 하나로 꼽히는 송정 떡갈비는 봄철 나들이를 즐기며 맛보기 좋은 별미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네모나게 빚어 굽고, 채소에 싸 먹는데, 뼛국이 곁들여지는 게 특징이다. 육회가 푸짐한 육회비빔밥도 맛있다. 무등산 자락엔 보리밥거리도 조성돼 있다. 무등산옛길은 역사와 문화를 배우며 산책하듯 걷기 좋다. 서양식 옛 건축물과 전통 한옥이 어우러진 양림동도 빼놓으면 아쉽다. 옛 전남도청 건물을 중심으로 건립 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필수 코스다. 광주시청 측에서 5월부터 문화해설사가 동행하는 건축물 투어도 기획하고 있다. ●장어에서 서대까지, 남도음식의 수도-전남 여수 여수의 5월은 장어와 서대회 덕에 한결 풍성해진다. 붕장어를 이용한 장어탕과 장어구이, 여름 보양식으로 유명한 경도의 갯장어샤부샤부도 이때부터 맛볼 수 있다. 서대는 5∼6월에 가장 많이 잡힌다. 여기에 간장게장 한 접시면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해 질 무렵 등장해 새벽까지 불을 밝히는 여수교동시장 풍물거리의 포장마차도 여행의 낭만을 선물한다. 요즘 여수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바다를 횡단하는 여수해상케이블카다. 국내 최대 단층 목조건물인 여수 진남관(국보 304호), 오동도, 고소동 천사벽화골목, 여수수산시장 등도 꼭 찾아봐야 할 곳들이다. ●가족이 걷기 좋은 고분군과 닭똥집 골목-대구 잊힌 것들 사이에서 새롭게 가치를 발견하는 예가 간혹 있다. 대구 불로동 고분군이 그렇다. 삼국시대 토착 세력의 분묘로 추정되는 고분은 210여 기다. 1500여 년 전에 조성된 고분 사이로 시대를 넘나드는 오솔길이 나있다. 길이 완만해 아이 손잡고 거닐기 좋다. 고분군을 지나 단산지에 이르는 구간은 대구올레 팔공산 6코스 ‘단산지 가는 길’이다. 옻골마을에선 서당 체험, 전통 가마 타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고택 숙박 등이 가능하다. 은은한 조명이 빛나는 아양기찻길은 폐철교를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공간이다. 여행의 마무리는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이 제격이다. 고소하고 쫄깃한 튀김 ‘똥집’ 등 다양한 닭모래집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걷고, 먹고, 즐기고-경북 포항 뱃사람들이 즐겨 먹던 물회는 포항의 대표 음식이다. 굵직한 전복에 고소한 참기름으로 맛을 낸 전복죽과 죽도시장 칼제비도 포항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1971년 문을 연 구룡포 제일국수공장에서는 아직도 해풍에 국수를 말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구룡포 토속 음식인 모리국수도 별미다. 근대문화역사거리의 일본식 찻집에서 마시는 차 한잔이 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포항은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가 풍성한 지역이다. 계곡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내연산계곡, 봄꽃이 앞다퉈 피는 기청산식물원, 영일대해수욕장, 죽도시장, 운치 가득한 포항운하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때 그 시절의 가족 나들이 공간-경남 창원 진해구 벚꽃이 진 5월, 경남 창원 진해구는 가려졌던 구도심의 다양한 매력을 드러낸다. 중원로터리(진해8거리)에 자리한 진해군항마을역사관은 진해 근대 여행의 시작점이다. 여덟 개 도로를 따라 오랜 세월을 간직한 공간들이 자리한다. 속천항의 창원국동크루즈,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도 함께 돌아보면 좋은 볼거리다. 먹거리도 다양하다. 역사관에서 만나는 ‘경화당제과’의 진해콩과자, 커피 한잔하며 음악과 그림을 즐길 수 있는 ‘흑백’, 구 진해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등록문화재 제193호)에 자리한 ‘선학곰탕’ 등이다. 현재의 진해를 대표하는 ‘진해제과’ 벚꽃빵까지 더해지면 온 가족을 만족시키는 여행지가 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 [주말 하이라이트]

    ■세기의 대결-메이웨더vs파키아오(SBS 일요일 오전 11시) 세기의 복싱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993년 WBC 밴텀급 세계 챔피언 경력의 변정일 해설위원과 복싱 전문가 황현철 해설위원이 이번 대결에 해설자로 호흡을 맞춘다. 전 세계인이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메이웨더와 파키아오의 일전을 앞두고, 해설을 맡은 변 위원과 황 위원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SBS 제작진은 세기의 빅이벤트 중계를 위해 풍부한 경험을 가진 변 위원과 막강한 정보력의 황 위원에게 중계석을 공동으로 맡겨 전문성과 재미를 모두 잡는다는 계획이다. ■사랑의 가족 제1편(KBS1 토요일 오전 11시) 가정의 달 특집으로 서울의 유일한 청각장애 아동청소년 복지시설 ‘삼성농아원’과 장애인·소외계층 전문 사진관 ‘바라봄 사진관’이 함께 중국 구이린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이들이 보고 느낀 중국 구이린의 빼어난 산수 절경과 다시 돌아보게 된 가족의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2015 로드 FC 023 밴텀급 챔피언전(수퍼액션 토요일 밤 8시) 한국 격투기의 과거부터 현재가 한 대회에서 펼쳐진다. 천부적인 타격 재능을 바탕으로 한 챔피언 이윤준과 로드 FC의 떠오르는 타격기계 문제훈의 챔피언 벨트를 건 사투, 돌아온 최무배와 루카스 타니의 대결, 남자 잡는 여성 파이터 김지연 경기 등 총 6경기로 진행된다.
  • [씨줄날줄] 공진단(拱辰丹)/김성수 논설위원

    ‘공진단’(拱辰丹)이라는 한약이 있다. 피로 회복에 좋고 간이 나쁜데도 잘 듣는다고 알려진 보약이다. tvN의 ‘꽃보다 할배’에서 탤런트 이순재씨가 동료 할배들에게 자랑스럽게 나눠줬던 게 이 약이다. 프로야구 넥센 염경엽 감독이 재작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자비로 선수들에게 나눠주면서 더 많이 알려졌다. 공진단은 중국 원나라 때 명의(名醫) 위역림이 만든 명약이다. 5대째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을 모아서 만든 ‘세의득효방’이라는 의약서에 처방이 적혀 있다. 황제에게 진상하던 약이라 ‘황제의 보약’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도 “신수(腎水·정력)를 오르게 하고 심화(心火)를 내리게 해 선천적으로 허약해도 원기를 굳게 하여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고 나와있다. ‘공진단’이라는 이름도 공자가 논어 ‘위정’편 첫 머리에서 ‘덕치’(德治)에 관해 한 말에서 유래했다. “정치를 덕으로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북극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다른 뭇별이 그를 떠받들어 도는 것과 같다” 우리 몸의 기둥이며 북극성 같은 것이 원기인데, 이를 북돋아주는 보약이라는 뜻이다. 우황청심환처럼 환(丸·알)으로 먹는다. 사향(麝香), 녹용, 당귀, 산수유 등 네 가지 약재가 들어간다. 황실에 바치던 보약인 만큼 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제대로 된 사향을 쓰면 1알에 5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게 한의사들의 얘기다. 핵심품목인 사향이 귀해서다. 사향은 사향노루 한 마리당 20g 정도밖에 안 나온다.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보호협약’에 의해 거래허가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사향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가짜 공진단’도 그래서 시중에 많이 나온다. 비싼 사향을 빼고 대신 다른 약재를 넣는다. 전문 한의사가 아니면 감별해내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시중에서 팔리는 공진단의 95%가 가짜라는 보도도 있었다. 공진단은 몸에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지만 워낙 귀하다.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고위공무원 등 이른바 ‘슈퍼갑(甲)’을 위한 ‘단골뇌물리스트’에 요즘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원스트라이크 아웃’룰이 적용돼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이 파면한 서울 계성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학부형에게 현금 100만원과 상품권 200만원 외에 공진단도 받았다. 지난달 한 공기업 직원들로부터 술자리와 성(性) 접대를 받았던 감사원 간부 두명도 수십만원어치의 공진단을 따로 챙겼다. 경찰이 술자리가 있었던 서울 강남구 요정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조사해보니 감사원 간부들이 공진단 한 세트씩이 든 가방을 손에 들고 모텔로 향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술도 얻어먹고, 성접대를 받은 것도 모자라 뇌물까지 챙겼다. 공진단은 5월 어버이날, 대표적인 효도선물로 꼽힌다. 700년 전 나온 ‘황제의 보약’이 고작 은밀한 뒷거래를 위한 뇌물로 변질됐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 [정진곤의 살며 생각하며]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

    [정진곤의 살며 생각하며]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

    시청 앞 청계광장에서 한양대까지 매주 청계천을 따라 걷습니다. 월요일 수업에 맞춰 평소보다 집에서 일찍 출발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나 싶더니, 벌써 여름이 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새 무더운 날씨가 되었습니다. 산수유, 매화, 벚꽃 등의 봄꽃들이 지고, 조팝나무 꽃들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송사리들이 떼 지어 헤엄쳐 다닙니다. 잉어들도 유유자적 무리지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연못에서 사람들이 키우는 잉어는 보았지만, 시냇물에서 이렇게 많은 잉어들이 자연스럽게 떼 지어 다니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오리들이 물속에서 먹이를 찾아 자맥질을 합니다. 왜가리는 돌 위에 앉아 먹이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양대 근처에 오니 청계천이 중랑천을 만나 한강으로 흘러갑니다. 매화나무와 대나무들이 벌써 무성하게 잎을 피우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모래사장도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섬진강변 매화마을에 와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가의 팻말에는 “이곳의 매화들은 광양의 매화마을에서 조성한 것”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서울의 도심 한 복판에서 맑은 시냇물, 수많은 물고기, 새와 나무와 꽃들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다음 주에는 냇가의 나무와 꽃들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벌써부터 일주일 후의 청계천 모습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집니다.    청계천을 걷기 전까지 서울 시내를 멀리까지 걸어서 다닌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습니다. 시내를 갈 때는 항상 자동차나 전철을 타고 다녔습니다. 서울 시내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곳이지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청계천을 따라 먼 길(?)을 걷고 난 후 나름대로 자신도 생겨서 서울시내 도심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신촌에서 시청까지 걸어갔습니다. 청계천이 나무, 꽃, 새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신촌에서 시청까지의 길은 인간 삶의 현장입니다. 길을 가는 사람들은 항상 바쁘고 무언가 화가 나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과 같이 잘 알지 못해도 ‘하이’하면서 손을 흔들거나 웃으며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와 서양의 문화적 차이인지 혹은 서울 사람들의 삶이 더욱 고달프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길가에는 높다란 빌딩과 함께 작은 가게들이 많습니다. 김밥집, 돈까스집,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집 등의 작은 식당들과 가구점, 커피집, 옷집, 세탁소, 동물병원, 편의점, 미용실 등의 수많은 가게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습니다. 가게의 종류도 다르고, 외양과 인테리어들도 서로 다릅니다. 처음에는 모두 가게 안에 걸려있는 문구처럼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장사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가족과 친지들도 찾아와 잘 되기를 바라고 축하해 주었을 것입니다. 손님들이 많은 가게도 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주인혼자 쓸쓸히 앉아 있는 곳도 있습니다. 도심을 거닐면서 수많은 가게들의 외양과 함께 주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서 길을 걷노라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과 삶의 속살을 훔쳐보는 것 같습니다.    똑같은 서울이지만 청계천의 냇가와 도심의 길거리는 너무도 다릅니다. 보이는 풍경도 다르지만, 걸으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다릅니다. 몸으로 부딪혀 오는 바람결도 다릅니다. 도심을 걸을 때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의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냇가를 걸을 때는 냇물과 나무와 새가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갈 때는 사고 나지 않고 안전하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것인가만을 생각합니다. 달리다가 사고가 나게 되면 크게 다치거나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자동차가 자기 앞으로 끼어들게 되거나 방해하게 되면 신경이 곤두섭니다. 자동차가 막혀 지체하게 되면 짜증이 납니다. 주위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구경할 수 없습니다. 그저 곁눈으로 흘깃거리거나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운전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차 안에서 음악을 흘려듣는 일이 고작입니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면 비로소 자동차에서 해방되어 안도의 한 숨을 내쉬게 됩니다.    자동차가 아닌 자신의 두 발로 걸어서 길을 갈 때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전신의 감각을 열어놓고 주위 풍광을 구경합니다. 길 가에 심겨져 있는 나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 흐르는 시냇물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들이키고,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목적지에 빨리 도달할 것인가 보다는 주위의 동물, 식물 그리고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느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그 아름다움과 장엄함에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두 발로 자신의 몸을 땅위에 곧추세우고 발밑에 밟히는 땅의 느낌과 숨소리를 듣게 됩니다.    ‘걷기 예찬“의 저자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와 시골 등의 삶의 현장을 두발로 걸어 다니면서 그는 비로소 인류학자처럼 사람들의 얼굴, 표정, 걸음걸이를 새롭게 관찰하고 그들의 삶의 세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까지 스쳐지나갔던 자연의 세계를 유심히 살펴보고 이름조차 알지 못한 나무와 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겨울을 지나 봄이 되어 잎이 피고 꽃이 피며 나날이 자라나는 모습을 경이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브르통은 “자신의 몸을 땅과 수직으로 꼿꼿하게 세우고 걷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비로소 자연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게 되었으며, 인간과 우주의 새로운 질서가 탄생되기 시작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걷기 시작하면서 네발로 기어 다닐 때 보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를 듣고, 보고, 느끼게 되었으며, 이제까지 보고 경험해 왔던 나무, 새, 동물, 하늘과 같은 자연세계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브르통의 말을 이해하거나 실감할 수 없다면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했던 대로 두 손으로 땅을 짚고 가랑이 사이로 세상을 보면 그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발로 기어 다니는 것과 두발로 서서 다니면서 보고 느끼게 되는 세계와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걷기는 오래전부터 청소년 교육의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보이 스카우트, 반더포겔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토기행 모임 등과 같은 여러 단체에서는 걷기를 통하여 청소년들에게 국토를 사랑하고, 나무, 풀, 꽃, 새들과 같은 자연에 대하여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사랑하도록 합니다. 국토기행 등을 통하여 인내심과 체력을 키우고, 동료 친구들을 아끼고 서로 도와주는 협동정신을 길러줍니다.  걷기는 또한 사색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제자들과 학내를 거닐면서(페리파테인) 인간의 본성, 윤리와 도덕, 정치학 등에 대하여 함께 토론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그가 제자들과의 산책을 통하여 남긴 ‘니코마코스 윤리학, 기하학, 논리학’ 등은 인류문명과 여러 학문분야에 지적인 기틀을 제공하여 주었으며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학파를 ‘소요학파’라고도 부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제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대화한 내용들이 그의 사상의 핵심을 형성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철학자들과 작가들이 산책을 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습니다. 하이데거가 이 길을 산책하면서 그의 철학을 정립하였고, 수많은 철학적 저서를 구상하고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에 이 길을 ‘하이데거의 길’이라고도 부릅니다. 프랑스 혁명 사상의 기틀을 제공해준 장 자크 루소도 산책을 통하여 중요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보행에는 내 생각들에 활력과 생기를 부여하는 그 무엇이 있다. 나는 한자리에 머물고 있으면 거의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내 몸이 움직이고 있어야 그 곳에 내 정신이 담긴다. 들판의 모습, 이어지는 상쾌한 정경들, 대기...그런 모든 것이 내 영혼을 청소해주고 내게 보다 크게 생각할 수 있는 대담성을 부여해...준다”고 말하였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1847년 제테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걸으면서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고 말하였습니다. 니체는 “나는 손만 가지고 쓰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들판을 건너질러서, 때로는 종이위에서 발은 자유롭고 견실한 그의 역할을 해 낸다”고 하면서 심오한 영감은 거의 예외 없이 오랫동안 걷는 길 위해서 떠올랐다고 말하였습니다.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각국의 대도시들은 걸어 다니기 좋게 되어있습니다. 인도도 넓고, 쾌적하고, 아름답고, 안전합니다. 가로수들이 봄에는 새 잎을 피우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주며, 가을에는 아름답게 물듭니다. 파리의 샹드리제를 걸어본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그 거리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보행자들이 마음 놓고 도시를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런던은 오래된 도시라서 좁은 길들이 많습니다. 좁은 길은 아예 차들은 다닐 수 없고 사람들만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자동차로 도심을 통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길도 좁고 주차장도 드물고 주치 비용도 매우 비쌉니다. 런던시내에서는 아예 자가용 자동차가 다닐 수 없습니다. 버스나 전철 등만 다닐 수 있습니다. 자동차보다 보행자들이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에 위험하고 불편합니다. 오토바이들이 인도를 거침없이 휘젓고 다니며, 포장마차가 가로막고, 매우 비좁습니다. 움푹 꺼지거나 패인길도 많습니다. 상인들은 인도에 상품 내놓고 있습니다. 국도에는 아예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인도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사람들이 마음 놓고, 즐겁고, 편안하게 걸어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걸어서 직장에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영화도 보고, 미술관도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거리를 걸어 다니기 좋고, 아름답고 편안하게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은 아름다운 거리를 걸어가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자세히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도시와 길거리를 잘 알게 되고,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거리에 심어져 있는 나무와 꽃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하루에 만보만 걸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많이 걷게 되어 시민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많은 철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길을 걸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고, 정서적으로도 편안하게 되고, 여러 가지 것들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시장과 공무원 그리고 시민들이 힘을 합쳐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전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 tiger@hanyang.ac.kr
  • 몸 다친 알바생, 산재 말했다가 마음 더 다쳐

    몸 다친 알바생, 산재 말했다가 마음 더 다쳐

    #1. 맥도날드 그릴(주방)에서 달아오른 불판과 1년 넘게 씨름한 A(24·대학생)씨는 팔과 손에 얼룩덜룩한 흉터가 많았다. 얇은 비닐장갑만 끼고 불판에 햄버거 패티(고기)를 구울 때 입은 화상 탓이다. 매장 한편에 화상 연고가 있지만 주문이 밀려 약을 바를 시간 따윈 없다. 대신 마요네즈를 바르고 탄산수를 뿌리는 ‘민간요법’식 응급처치가 전부다. A씨는 매니저에게 어렵게 산업재해 신청 얘기를 꺼냈지만 돌아온 건 타박뿐이었다. #2. 서울 마포구의 닭강정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B(22·대학생)씨도 171도의 끓는 기름에 닭을 튀긴다. 면장갑을 끼고 일하고 싶지만 사장은 장갑이 빨리 닳는다며 면박을 준다. 비닐장갑마저 아껴 쓰지 않으면 사장이 눈치를 준다. 매장에선 무조건 반팔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터라 기름에 데인 살갗이 훤히 드러난다. 그래도 아픈 것을 참고 일하는 게 일상이 됐다. 젖은 행주나 차가운 음료 캔을 대고 부기를 가라앉히는 것이 유일한 처치다. 세계 최대 노동조직인 국제자유노련(ICFTU)이 ‘국제 산재 사망자 추모의 날’로 지정한 28일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은 지난 16~26일 식당과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친 경험이 있는 50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산재를 신청했다”는 응답자는 고작 3명(6%)에 그쳤다. 9명(18%)은 “보복성 해고가 두려워 신청을 못 했다”고 했다. 나머지 38명은 “아르바이트생도 가능한지 몰라서”(17명), “많이 다친 것 같지 않아서”(21명)라고 답했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다쳤더라도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이 돈을 벌고 싶어 하기 때문에 넘어간다”면서 “알바 노동자들도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식품연맹(IUF) 한국사무국이 지난 2~10일 국내 패스트푸드 노동자 537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5명 중 4명꼴인 433명(80.6%)이 일을 하다가 다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124명(28.6%)은 아무런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건강형평성연구센터장은 “일부 고용주는 아르바이트생이 다치면 개인 탓으로 돌리지만 상당수는 작업장 환경의 문제”라며 “산업재해 은폐 시도를 하는 작업장을 감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영구 알바노조 지도위원(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비정규직이 산재를 인정받는 사례는 드물고 관련 통계도 없다”면서 “사용자가 얼마든지 안전사고를 은폐할 수 있어 아르바이트생들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대세로 자리잡는 北 사회의 시장화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대세로 자리잡는 北 사회의 시장화

    탈북자 김모(33)씨는 10여년 전 평양 외곽 장마당에서 먹던 북한 고유의 식품 ‘인조고기’ 맛이 그립다. 인조고기는 콩기름을 짜고 남은 콩찌꺼기로 고기 비슷한 맛을 내도록 한 가공식품이다. 김씨는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제격인 음식으로 고기처럼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면서 “공장이나 기업소뿐 아니라 개인이 기계를 직접 사서 만들어 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인조고기 생산업자는 대체로 국영기업소의 일부 구역을 임차한 뒤 10명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해 콩기름과 인조고기를 생산한다. 장마당에서 음식을 파는 사람들은 생산업자로부터 이를 받아 밥을 짓고 ‘인조고기밥’ 형태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는 북한의 식품산업이 주민의 먹거리 수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점과 식품가공업과 음식업이 연계된 비공식적 개인기업 활동이 성행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생산 수단의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을 중심으로 확산된 시장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는 생필품이 부족해 중국 상품의 불법 유통이나 밀수가 늘어나고 수공업 형태를 띤 개인 생산품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가내수공업서 국영기업 명의 빌리는 형태로 발전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24일 “국영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장마당 기능이 없으면 북한 주민은 지금보다 궁핍해질 것”이라면서 “장마당에는 고양이뿔 빼고 다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국가가 최소한의 생필품조차 생산을 할 수 없게 되자 시장에서는 생필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개인이 집안에서 가내수공업 형태로 식료품, 칫솔, 치약, 신발, 장식품, 속옷 등 각종 조잡한 상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사출기, 신발 기계, 못 기계, 용접 기계 등이 전국적으로 보급돼 기계로 상품을 생산하는 개인기업가가 늘었다. 일반적으로 북한 시장에 나와 있는 물품의 최소 60%, 최대 95%는 중국산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 업자가 중국산을 모방한 ‘짝퉁’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개인기업가의 생산 활동은 여러 형태로 분화됐다. 대북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 1월 평안남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서 난방용 ‘구멍탄’(구공탄)이 가내수공업 연료로 사용되면서 집에서 이를 만들어 내다 파는 장사꾼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집안에서 술과 과자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멍탄이 필요해 장마당에서 이를 찾는 가내반 장사꾼이 늘어났다”면서 “어려운 주민이 석탄을 외상으로 가져와 구멍탄을 만들어 판 뒤 석탄값을 치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내수공업 형태의 비공식 경제 활동이 국영기업이나 기관 명의를 빌려 사실상 개인기업으로 발전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에는 분업이 필수다. 물론 북한에서는 자본재에 대한 개인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개인이 기계를 소유하려면 기업소 명의를 빌려 등록해야 한다. 김영희 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은 “개인이 생산수단을 자비로 구입해 이를 국영기업에 등록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를 받아서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복의 60~70%는 수공업 형태의 시장서 조달 분업 활동을 통한 식품가공업은 대체로 국수와 인조고기 사업이 꼽힌다. 비교적 저렴하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이들 식품을 생산하려면 기계 설비도 있어야 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요하다. 국수 사업자는 국영공장 건물 일부분에 자기의 국수 생산설비를 꾸리고 자신이 선발한 노동자, 자신의 설비, 자신이 구입한 원자재로 국수를 생산한 뒤 이를 도매상에게 팔고 이윤의 일부를 공장에 넘겨준다. 개인기업가는 ‘기지장’으로 불리며, 경영상 공장과는 독립돼 있지만 이윤 분배, 자원 대여, 법적 수속은 양자가 합의하는 식이다. ‘써래기’(원단을 썬다는 말에서 유래한 말)라고 불리는 의료 생산 판매상도 주목되는 개인기업 활동가다. 이들은 북·중 국경 도시의 상인에게 필요한 천(원단)을 주문한다. 그리고 입수한 천을 고용한 일꾼에게 재단시키고, 재단된 천을 개인 재봉공에게 맡겨 제품을 완성하는 식이다. 안 소장은 “학생들이 입는 교복을 국가가 전부 공급할 능력이 안 돼 교복의 60~70%는 수공업 형태를 띤 시장에서 조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기업 장려-통제 반복… 2010년 허용 입법 북한 당국은 2000년대 이 같은 개인기업 활동을 장려했다가 통제하는 식의 정책을 반복해 왔다. 국가보위부, 보위사령부, 인민보안성은 2008년 3월 개인이 투자한 회사에 대해 합동 검열을 했다. 국가보위부는 2009년 12월 공장 기업소를 대상으로 운영 실태를 조사해 개인 영리기업의 활동을 막았다. 이에 따라 개인 돈으로 움직이던 외화벌이 사업소와 수산기지, 음식 가공 업소들이 한때 폐쇄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2010년 1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1194호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기업소법’을 발표했다. 이 중 제12조는 “업소의 조직은 국가적 조직에 따라 한다. 기관, 기업소, 단체의 요구에 따라 기업소를 조직할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13조는 “기업소를 조직하려는 기관, 기업소, 단체는 신청 문건을 만들어 해당 기업소 조직기관에 내야 한다. 신청 문건에는 기업소 명, 급수, 종업원 수, 업종과 지표, 규모 같은 것을 밝힌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각급 기관이나 기업소가 개인 자본을 끌여들어 식당, 상점, 편의봉사업체, 공장기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제도권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탈북자 37%가 최대 수입 일거리 소매장사 꼽아 무엇보다 2012년 김정은 시대로 접어들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당국이 최소한 시장을 주기적으로 단속하는 식의 정책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북한이 2012년까지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그 약속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북한 거주 시 가장 많은 수입을 얻은 일거리로는 소매 장사가 37.2%, 외화벌이 11.1%, 되거리 장사(가격이 싼 지역에서 물품을 사서 비싼 지역으로 되파는 도매업과 운수업의 결합) 8%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만큼 생계가 절실한 사람일수록 장마당에서 소비재 판매가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개인 소비재 기업활동은 지역별로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북·중 접경 지역은 밀수나 도매업이 발달한 반면 평안남도 순천과 같은 내륙 지역에서는 도매업보다 원료를 가공해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 활동이 번성하고 있다. 개인기업 활동이 발달하려면 기존 국영국장의 기반과 기술력이 핵심 요건이기 때문이다. ●접경지역선 밀수·도매… 내륙은 가공생산 활발 예를 들면 제과업이 발달한 평남 순천은 연료의 원천인 탄광이 인접해 있다. 빵을 구우려면 석탄이 중요한데 탄광이 있으면 다른 지역보다 싼 가격에 원료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빵이 만들어지면 판로가 있어야 하므로 시장과의 접근성이 중요해 교통도 편리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국영기업도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시장 수요를 반영하는 물건을 만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에는 국영기업이 국가의 계획에 따라 국가에서 원자재를 받고 이를 가공해 물건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국가가 부여한 계획을 완수하면 나머지 생산 능력을 활용해 시장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비공식 경제냐, 공식 경제냐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 사회 전반의 시장화는 이제 김정은 정권이 되돌리기 어려운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안 소장은 “북한 주민이 이미 시장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고 북한 당국도 과거처럼 개인기업 활동을 풀었다 조였다 하지 못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선과 묵은 본디 하나지요”

    “선과 묵은 본디 하나지요”

    “선(禪)과 붓글씨는 둘이 아니지요. 수행자들은 그래서 서예라 부르지 않고 서도(書道)라고 말합니다. 이 또한 도를 닦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계종 원로 의원이자 법주사 조실인 월서(80) 스님이 동남아 오지 마을을 돕기 위한 서예 전시회를 개최한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여는 자비나눔의 ‘천호월서선사 산수전’이 그것. 원효·무학·나옹·서산 대사 등 고승부터 근현대 역대 선지식들의 오도송, 열반송을 소재로 한 서예작품 400여점이 선보인다. 스님이 소장하거나 찬조받은 작품 30여점도 함께 전시된다. 월서 스님은 1956년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금오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선승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전투경찰로 징집돼 지리산 공비토벌작전에 투입된 지 사흘 만에 입대 동기 2명의 전사를 겪었다고 한다. 군 병역을 마친 뒤에도 숱한 희생자를 생각하며 고통에 시달리던 중 지리산 실상사 약수암으로 금오 스님을 찾아가 “나고 죽는 것보다 큰 일은 없으니 그 생사 일대사를 해결하려면 출가하라”는 말을 듣고 곧바로 출가했다. 조계사와 불국사 주지, 중앙종회의장, 호계원장 등을 거쳐 현재 조계종 원로 의원과 법주사 조실, 직할교구 봉국사 주지를 맡고 있다. 월서 스님은 지난 30여년 동안 ‘선묵일여’(禪墨一如) 정신으로 수행정진해 온 선사로 유명하다. 스님은 “선과 서예는 수행과 연습에 고비가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며 “서예는 외롭게 붓과 씨름하는 작업인데 고비마다 뛰어넘고 수행과 정진을 이어 가야 맑고 고요함에 이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월서 스님이 2012년 설립한 ‘사단법인 천호희망재단’의 국제구호 활동의 일환이다. 스님은 그동안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네팔 등지에서 학교 건립은 물론 교과서, 학용품, 컴퓨터 지원 등 현지 교육 불사에 앞장서 왔다. 자비나눔 전시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스님의 작품 130여점을 출품한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북한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기금으로 보시했다. 그 불사를 후원이나 협찬 없이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냈다. “자칫 잘못하면 업을 짓게 돼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하는 게 낫지요.” 스님은 이번 전시를 놓고 “어쩌면 마지막 서예 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정성을 다했으며 동남아 오지 교육 불사의 대업을 위한 작품 전시라는 측면에서 정신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원로 서예가인 구당 여원구 화백은 “월서 스님 글씨에는 추사의 기상이 서려 있다”며 “글씨에 뼈가 있고 작품을 마주하면 옷매무시를 가다듬을 만큼 청정한 기상이 뿜어져 나온다”고 밝혔다. 전시회 수익금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네팔 등 동남아 오지 마을의 학교 건립과 장학금으로 전액 지원된다. 월서 스님은 “선지식 스님들의 오도송과 열반송을 서예 작품으로 하여 삼라만상의 진실을 깨닫고 답답하던 마음이 홀연히 열리는 대오하는 마음을 갖게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속박과 번뇌, 미망과 아집에서 벗어난 적멸의 순간을 직접 친견하는 느낌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밝혔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문화마당] 상춘객/김경주 시인

    [문화마당] 상춘객/김경주 시인

    봄볕이 좋다. 봄볕에는 아지랑이가 어울린다. 봄볕이라는 단어를 노트에 써놓고 본다. 봄볕. 문학적 향기를 피어올리고 싶다. 꽃구경 가고 봄기운을 즐기러 다니는 상춘객들이 보인다. 지난 겨울부터 ‘봄볕’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았다. 봄볕이라는 단어 속을 미리 서성거려 보는 게 나의 일이다. 상춘객처럼 나는 햇볕이 그립다. 오늘 아침엔 작업실 처마 아래 박새 한 마리가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아기 손바닥만 한 작은 새였다. “ 고놈. 아직 깃털이 연둣빛이구나.” 산꽃을 먹었는지 새는 햇볕 속에 눈을 감은 채 졸고 있었다. 햇볕이 닿는 그 작은 등이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따사로운 햇볕 속에서 졸기. 내가 생각하는 평온한 일 가운데 하나는 그런 풍경이다. 꽃구경을 가고 싶다. 기백이 약해 나는 봄이 되면 상춘객을 자처하고 여기저기 들과 산으로 다니곤 했다. 결기도 내려놓고 햇볕을 쪼이며 졸고 있는 꽃들을 찾아다니는 상춘객의 발걸음이 부러웠다. 봄볕. 어디로 가야 쪼이다 올 수 있을까. 이맘때면 진달래와 산수유가 한창이다. 진달래는 벌써 고려산을 뒤덮고 있다고 한다. 군락을 형성한 것이다. 기자들은 ‘진달래 물결’이라는 진부한 단어를 고집할 것이다. ‘진달래 산불’이라고 하면 어떤가. 철새들의 군락지라는 말보다 진달래 군락지라는 말이 좋다. 능선에 부풀어 오른 분홍색 진달래 군락지를 떠올려 본다. 군락은 같은 지역에 모여 생활하는 부락을 뜻하기도 하지만 식물에 의하여 형성된 생물 공동체를 뜻하기도 한다. 같은 환경 조건을 가진 식물들의 무리들인 것이다. 생겨 먹은 모양과 뜻이 비슷해 모여 산다는 것일 게다. 그런 식물성에 자주 눈이 간다. 같은 생육 조건을 갖고 태어나서 떼를 지어 자라고, 꾀가 비슷한 놈들끼리 모여 사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이다. 인간은 생육 조건이 여러 가지로 달라지면서 섭생이 거칠어져 가고 있다. 자기 꾀에 걸려 스스로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종은 인간뿐이다. 꾀를 부려 봐야 우리는 저들처럼 능선 하나 차지하지 못하고 봄이면 제 집에 상춘객을 불러오지도 못한다. 산빛과 물빛으로 빚어진 진달래 능선을 따라 걷는다. 민둥산에 심었던 꽃들이 벌써 많이 자랐다. 화전민과 함께 살아가면서 진달래는 생명력이 왕성해진 꽃이다. 진달래는 산불도 먹어 치울 것이다. 진달래로 전을 부쳐 먹고 화전민이 거친 땅에 산불을 내어 밭을 가는 풍경을 이젠 보기 드물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피어나던 진달래는 토혼을 간직한다. 퍽퍽한 삶이 지나간 자리에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진달래가 피면 아픈 시인도 있었다. 그 시인은 진달래의 숨소리를 닮은 시어들을 골라 결 고운 시를 몇 수 남겼다. 그는 죽기 전 진달래 몇 뭉텅이 같은 각혈을 하다가 고향 뒷산에 묻혔다. 진달래를 따라갔다가 화폭 속에 검은 소나무를 가득 심어 놓고 그 숲으로 걸어가 돌아오지 않는 화가도 있었다. 진달래도 조금 아팠다고 해 두자. 저녁이면 진달래는 물안개처럼 산능선에 자욱하다. 진달래가 자욱하다라고 노트에 써 놓았다. 내 우편함엔 진달래 통신소에서 이런 소식들이 오곤 한다. 강물을 따라 좀 더 상춘객 행색을 해 본다. 북한강과 소양강, 의암호까지 걸어 보았다. 페달이 싱싱한 자전거길도 한창이다. 산수유가 봄 햇살에 반짝인다. 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길은 밤에도 밝다. 산빛은 밤에 어두워지나 산꽃은 더 밝아지기 때문이다. 호수 속까지 들어간 산 안개들은 물속에서 피어난 꽃 같다. 봄볕이 좋아 여기까지 산수유 열매를 주우러 오는 사람이 있다. 겉보기에 따라 다들 이런 군락을 글 속에 담고자 애쓴다.
  • [식음료 특집] 농심, 황사에 목 칼칼할 땐 백두산 청정 생수

    [식음료 특집] 농심, 황사에 목 칼칼할 땐 백두산 청정 생수

    농심이 판매하는 백두산 물 ‘백산수’는 몸에 좋은 미네랄과 백두산이 주는 청정한 이미지 덕분에 출시 2년 만에 생수시장 2위에 올랐다. 백산수는 백두산 천지물을 수원으로 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백산수는 20억t의 백두산 천지물이 평균 수백미터 두께의 현무암층과 부석층(용암이 잘게 부서져 쌓인 층)을 통과한 물이다. 이렇게 50여㎞의 백두산 속살을 흐르는 동안 우리 몸에 유익한 실리카 성분과 각종 미네랄 성분을 머금고 백산수의 수원지인 내두천에서 자연적으로 솟아오른다. 농심은 이 내두천에서 솟아오른 물을 그대로 병 속에 담았다. 백산수의 장점은 청정함이다. 백두산의 지표면은 화산재가 점토화된 불투수층으로 빗물과 각종 외부 오염물질의 유입이 근원적으로 차단된다. 또 천지부터 내두천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은 국가 원시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내두천으로부터 3.7㎞ 떨어진 생산라인까지 송수관을 연결해 백두산 청정 원시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오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산수의 또 다른 장점은 풍부한 수량이다. 백두산 천지는 주로 강우에 의해 일평균 50만t의 물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내두천 용천수도 하루 2만 5000t에 이른다.
  • [新국토기행] 전북 임실군

    [新국토기행] 전북 임실군

    전북 임실군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복받은 땅이다. 면적 597.03㎢, 인구 3만명의 작은 군이지만 어디를 가나 산천이 아름답다. 섬진강 상류로 관광 입지가 좋고 특색 있는 먹거리도 풍성하다. 임실을 에워싼 성수산(해발 876m)과 회문산(775m), 백련산(754m) 자락은 빽빽한 삼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경지가 적어 낙농업과 고랭지 농업이 발달했다. 비옥한 토질, 일조량이 많은 지형, 큰 일교차는 ‘열매가 튼실하게 영그는 동네’라는 임실(任實)의 지명에 걸맞게 어떤 작물을 재배해도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 고추와 복숭아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특산물이다. 충절의 고장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양재박이 의병을 조직해 왜적을 섬멸했다. 이석용은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호남의병창의동맹단’을 결성해 항일구국운동을 펼쳤다. 들불 속에서 주인을 구한 충견도 임실군 오수면이 배경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박사를 배출한 임실군 삼계면도 있다. 명당도 많다. 고려 왕건과 조선 이성계가 성수산 상이암에서 기도하고 건국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올 정도다. [볼거리] ●몽환적 아름다움 보여주는 인공호수 ‘옥정호’ 옥정호는 1965년 섬진강다목적댐 건설로 형성된 인공호수다. 임실군 운암면·강진면과 정읍시·순창군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노령산맥 오봉산과 국사봉이 양팔을 벌려 호수를 감싸 안은 형상을 하고 있다. 저수면적 26.3㎢, 저수량 4억 5000만t으로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때 묻지 않은 빼어난 자연경관이 압권이다. 13㎞의 옥정호 순환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 가운데 우수상에 뽑힐 정도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호수를 끼고 굽이치는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국사봉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옥정호는 물안개가 장관이다. 몽환적 풍경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자아낸다. 붕어섬은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최고의 명소다. 푸른 물, 기암괴석, 울창한 수목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옥정호를 가로지르는 운담대교(길이 910m) 경관 조명도 새로운 볼거리다. ●계절별로 색다른 정취 자아낸 ‘사선대’ 관촌면 사선대는 경치가 아름다워 네 신선과 네 선녀가 내려와 노닐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관광명소다.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고 계절별로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봄이면 산개나리와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여름에는 느티나무 그늘과 신록, 가을에는 오색 단풍과 낙엽, 겨울에는 설경과 천연 스케이트장으로 유명하다. 호수를 감아 도는 아기자기한 산책로, 조각공원, 시원한 물줄기를 쏘아 올리는 오색분수는 가족단위 나들이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조잔디 축구장, 테니스장, 강수영장, 청소년수련원, 눈썰매장 등 다양한 위락시설도 있다. 전주~남원 간 국도변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동호인들의 모임 장소로 인기가 높다. 사선대를 뒤에서 받쳐 주는 산자락 정상에는 운서정(지방유형문화재 135호)이 자리잡고 있다. 운서정에 이르는 산책로 변에는 천연기념물인 가침박달나무와 산개나리 군락지가 눈길을 잡는다. ●김용택 시인 등 문학인들의 요람 ‘섬진강길’ 섬진강길은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카메라에 담으려는 문학인과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연중 맑은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는 덕치면 진뫼마을, 천담마을, 구담마을은 강촌과 산촌의 풍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섬진강 지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요즈음 이곳을 거닐다 보면 따사로운 햇살 아래 ‘고향의 봄’을 만끽할 수 있다. 진뫼마을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의 고향으로 국내 문학 창작의 요람이다. 마을 사람들이 손수 만들어 놓은 징검다리와 마을 수호신인 커다란 정자나무가 인상적이다. 마을의 모든 집에서 강까지 몇 걸음 되지 않는 전형적인 강촌 마을이다. 검은 바위 위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 낮게 드리운 집들은 고향의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진뫼마을을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은 산등성이로 병풍을 친 듯한 천담마을에서 고즈넉한 풍경화를 그려 낸다. 이어지는 구담마을은 섬진강다운 섬진강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산과 물이 서로를 비추고 적셔 주며 수더분한 자연의 정수를 보여 준다. 섬진강을 끼고 달리며 빼어난 풍광과 시골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자전거길도 자랑거리다. ●국내유일 체험형 관광지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읍에 조성된 치즈를 테마로 한 국내 유일의 체험형 관광지다. 목장을 연상케 하는 전원 풍경 속에서 치즈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가 있는 놀이문화 공간이다. 축구장 19개 넓이의 드넓은 초원 위에 체험관, 홍보관, 레스토랑, 가공공장, 판매장, 치즈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치즈 만들기, 유럽 정통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임실에서 생산된 청정원유로 순수자연주의 치즈 제조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세계의 다양한 치즈 요리와 피자를 만들어 맛볼 수도 있다. 홍보관에서는 한국 치즈의 역사인 임실 치즈가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초원을 산책하며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고 치즈캐슬에서는 동화 속 주인공이 돼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필봉농악’ 전수관 임실 강진 필봉농악은 호남좌도농악의 대표적인 마을 풍물 굿이다. 4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과 노동의 문화 속에서 꽃피운 삶의 소리와 한민족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있다는 평이다. 1962년 필봉농악보존회가 설립됐고 1988년에는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강진면 필봉농악전수관이 있는 곳에는 연간 6만명이 찾아오는 문화촌이 형성돼 있다. 필봉농악보존회는 전통 마을굿 보존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필봉 굿은 앞굿 중심이 강한 다른 지방 농악에 비해 뒷굿 중심에 치중한다. 전체적으로 힘차고 꿋꿋하며 남성적인 느낌이다.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농악이다. 필봉 문화촌에서는 전통 한옥에 머물며 농악을 배우고 필봉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먹거리] ●맛·영양 둘 다 잡은 임실치즈 임실은 한국 치즈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1958년 선교사로 부임한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가 지역 농민 소득증대를 위해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1967년 조그만 산촌인 임실읍 갈마리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치즈를 생산했다. 청정 원유로 자연의 건강함을 담는 데 주력했다. 맛과 영양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1990년대 들어 유명 브랜드가 됐다. 임실치즈피자는 전국적인 프랜차이즈가 됐다. 임실치즈농협은 50년간 쌓은 가공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소하고 담백한 각종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피자용 모차렐라 치즈는 물론 구워 먹는 치즈, 찢어 먹는 치즈, 양파 치즈, 단호박 치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임실치즈와 우리밀로 만든 치즈초코파이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2000년대 들어 목장형 치즈 가공업체도 8곳이 생겼다. 젖소 사육 농가에서 직접 치즈를 생산하는 게 특징이다. 임실군은 치즈연구소를 설립해 고품질 치즈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매콤하면서도 단맛 내는 고추 임실 고추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특산물이다. 섬진강 맑은 물과 뜨거운 햇볕이 만든 임실 고추는 전국으뜸농산물한마당대회 품평회에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자연이 키워 낸 고추는 맛, 향, 빛깔 등이 전국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실은 다른 지역보다 연간 일조량이 188시간 길고 숙기의 온도가 2.3도 높아 고품질 고추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큰 일교차는 임실 고추가 알싸하게 매콤하면서도 단맛을 내도록 해 준다. 임실군은 최첨단 고춧가루 생산 공장을 건립해 품질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국내 최다 박사 배출 마을의 특산품 삼계엿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박사를 배출한 고을 삼계면에서 생산하는 특산품이다. ‘박사골 전통 엿’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부터 쌀엿을 만들어 친지, 이웃과 주고받았던 삼계 지역 미풍양속이 전해 내려와 명품엿이 됐다. 박사골 전통 쌀엿은 지금도 옛날 방식 그대로 농가에서 주문 생산하고 있다. 질 좋은 쌀과 엿기름을 주원료로 하고 콩가루를 첨가해 만든다. 엿기름은 마을에서 직접 만들고 감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식품이다. 더운 방과 차가운 방을 수십 번 오가며 늘인 엿가락은 바람구멍이 많아 바삭하고 입에 달라붙지 않는다. 당도가 높지만 물리지 않고 식감이 연하며 감칠맛이 일품이다. ●섬진강 민물고기 매운탕과 다슬기탕 섬진강 상류인 임실은 민물고기 매운탕과 다슬기탕이 미식가들을 불러모은다. 매운탕은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에서 잡은 메기, 동자개, 모래무지, 쏘가리, 새우 등을 무청 시래기와 함께 넣어 끓인다. 민물고기와 새우가 넉넉하게 들어간 매운탕은 임실 고춧가루로 만든 고추장이 깊은 맛을 더한다. 팔팔 끓는 매운탕은 들깻가루와 잔파를 넣어 비린내를 잡고 감칠맛을 더한다. 다슬기탕과 다슬기 수제비도 임실의 유명한 먹거리다. 강진면, 청웅면, 옥정호 주변에 유명 맛집이 즐비하다. 다슬기탕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부추, 호박 등 푸른빛 채소와 어우러져 쌉쌀하면서 개운한 맛을 낸다. 맑은 계곡 바위에 붙어 사는 임실 다슬기는 살이 탱탱하면서 풍미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전통 돼지뼈 육수 순대국밥 임실 순대국밥은 40년 전통을 자랑한다. 돼지뼈를 우려낸 육수에 전통 순대로 정성스럽게 만든다. 임실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고춧가루의 매콤한 맛과 진한 육수가 어우러져 얼큰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 순대는 왕소금으로 주물러 하룻밤 물에 담가 놓은 막창에 선지, 양파, 대파, 부추, 깻잎, 마늘 등 속재료를 푸짐하게 넣어 잡내가 나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낸다. 쫄깃한 막창과 찰진 순대가 조화를 이룬다. 순대국밥은 막창순대와 머리 고기, 각종 내장을 섞어 푸짐하면서 구수한 맛을 낸다. 장날이면 줄을 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2년 연속 품질 우수상 받은 임실 복숭아 임실 복숭아는 최근 2년 동안 전국 복숭아 톱프루트 품질 평가회에서 2년 연속 우수상을 받았다. 과실이 크고 과육이 단단해 상품성이 높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알아주는 최상품이다. 농가들은 마도카, 천중도, 미홍, 오수황도 등 고품질 품종을 재배하고 엄격한 품질관리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임실군은 최신 재배기술을 교육하는 복숭아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임실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뉴스 플러스 - 경제]

    16일부터 서울 부동산수수료 반값 경기도와 인천 등에 이어 서울에서도 16일부터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반값’으로 줄어든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10일 오전 회의를 열어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의 주택을 매매할 경우 거래가의 0.9% 이내인 현행 중개수수료율을 0.5% 이내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으로 관련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킹스맨 신발’ 남성 구두 판매 1위 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킹스맨’의 흥행에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화’가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끌고 있다.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화’는 영화 주인공 콜린 퍼스가 착용한 패션 아이템이자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일 금강제화는 남성화 브랜드 ‘리갈’의 브로그 없는 옥스퍼드화가 3월에 평소의 두배가 넘는 1900켤레가 팔려 남성 구두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 내려라 생필품값

    지난달 초 신선식품 할인으로 업계 간 ‘최저가 경쟁’을 촉발시킨 홈플러스가 이번에는 가공식품과 생필품을 최대 30% 싸게 팔겠다고 선언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바구니 물가 인하를 중심으로 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홈플러스는 9일부터 소비자가 많이 찾는 생수와 우유, 화장지, 커피, 맥주, 와인, 탄산수 등 1950개의 생필품 가격을 특정 기간을 두지 않고 연중 내내 시세보다 10~30% 할인 판매한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달 12일부터 주요 신선식품 500가지의 가격에 대해 연중 10~30% 할인을 적용했는데 이 대상을 확대한 셈이다. 홈플러스가 제시한 할인 품목과 가격은 ▲1A급 우유(2.3ℓ) 4520원→3800원 ▲샘물(2ℓ) 540원→360원 ▲독일 베어비어 맥주(500㎖) 1600원→1300원 ▲테스코 감자칩 2000원→900원 ▲6년근 홍삼정(240g) 9만원→8만원 ▲호주 빈야드 와인 5500원→4900원 등이다. 안희만 홈플러스 부사장은 “이번 생필품 상시 할인을 위해 연간 400억원의 자체 마진을 투자할 것”이라며 “가격 인하로 판매량이 늘면 200개 중소 협력회사 매출이 기존 대비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하에 따른 경영난 가능성에 대해 도 사장은 “매출을 늘리고 전체 소비도 진작하는 선순환에 경영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담박한 수묵의 세계… “수만 번 붓질해야 터득”

    담박한 수묵의 세계… “수만 번 붓질해야 터득”

    이 시대의 마지막 문인화가로 불리는 우현(牛玄) 송영방(79) 화백의 담박한 수묵의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한국 현대미술 작가 시리즈의 한국화부문 두 번째 전시다. 1960~1970년대 실험성 짙은 추상화 계열 작품, 실경산수(實景山水), 작가가 독자적 양식으로 발전시킨 반추상의 산수화, 사군자(四君子)와 연꽃, 인물, 동물화, 불화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전시제목 ‘오채묵향(五彩墨香)’은 먹의 농담(濃淡)과 건습(乾濕), 초(焦) 또는 흑(黑)으로 다섯 가지 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송 화백은 “먹색에 풍부한 변화를 준다는 것은 붓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다루느냐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붓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수만 번의 붓질을 해야 그 원리를 알 수 있고, 경지를 터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필선은 유려하면서도 올곧기로 유명하다. 필선으로만 수석을 그린 ‘운근’(1969)이나 최근의 자화상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제사 때면 먹을 갈아 붓으로 지방문을 쓰면서 붓질의 재미를 터득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미술대학(서울대 회화과)에 진학한 그는 한때 생계를 위해 일간지의 연재소설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순수미술을 하기로 결심한 뒤 국전에서 9회 특선을 했고 49세인 1984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한번 본 풍경이나 대상을 바로 화선지에 옮기기보다는 마음에 담아 두고 묻어 두었다가 그림을 그린다. “흉중구학(胸中丘壑·마음 속에 언덕과 골짜기의 심상이 있다는 뜻)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는 그는 “요즘 시대가 너무 서양화에 매몰돼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요즘 한국화를 토산품 취급하지요. 동양미와 서양미는 기차의 레일처럼 나름의 아름다움을 갖고 함께 뻗어 가야 하는데 우리 것을 사랑하지 않고 바다 건너 남의 것만 아름답다고 하면서 기웃거리는 실정이에요. 동양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내세울 수 있는 긍지가 필요해요.”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아 가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강조한 그는 “한국화를 그리는 화가라면 사군자를 섭렵해 보고 거기서 자기만의 새로움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자신은 요즘 사군자 가운데서도 매화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고목의 굵은 가지를 보면 뿌리를 알 수 있어요. 굵은 등거리는 힘이 있고, 잔가지는 얽히고설킨 가운데 공간미를 담아야 하고, 꽃은 한없이 보드라워요. 매화를 그리기는 어렵지만 조형적으로 그 특징을 잡아내 표현할 수 있어 좋아요.” 8폭짜리 병풍에 길게 펼쳐진 그의 매화그림이 달리 보였다. 강인함과 유연함이 한데 어우러진 그림에서 매화의 향이 배어나는 듯하다. 그는 “사람이 죽으면 학생부군신위라고 쓰는데 그건 죽는 순간까지 배워야 한다는 의미”라며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더 열심히 공부해 좋은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이곳에 가면 꽃비가 내린다

    이곳에 가면 꽃비가 내린다

    …봄바람 휘날리며/흩날리는 벚꽃잎이/울려 퍼질 이 거리를/둘이~걸어요…. 연분홍 꽃길이 우거진 거리를 걸으며 ‘벚꽃엔딩’의 감미로운 멜로디를 감상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설렌다. 기상청은 올해 벚꽃 개화는 평년보다 1~3일 빠르고, 지난해보다는 전국적으로 6일쯤 늦을 것으로 예보했다.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28일~4월 4일, 중부지방은 다음달 3~12일, 경기·강원 북부와 산간지방은 다음달 12일 이후 벚꽃이 필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말 제주부터 벚꽃 절정에 이르러 벚꽃은 꽃망울이 터진 뒤 만개하기까지는 일주일쯤 걸려 절정기는 서귀포에서는 오는 31일, 남부지방은 다음달 4~11일, 중부지방은 다음달 10~19일쯤이 될 전망이다. 서울은 다음달 9일 피기 시작해 16일쯤 만개하며 시민들의 발길을 유혹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첫 벚꽃 축제는 지난 20일 대구 두류산 일대에서 개막된 별빛 벚꽃축제다. 대구 놀이공원 이월드가 주최해 다음달 17일까지 계속된다. 조명 전구 830만개로 꾸민 루미나리에를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이월드 관계자는 “진해군항제, 여의도 벚꽃축제와 맞먹는 전국 3대 벚꽃 축제로 키울 계획”이라면서 “상춘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축제 시기를 빨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27~29일 제주 종합경기장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주 왕벚꽃 축제’가 사실상의 올해 첫 벚꽃 축제로 꼽힌다. 왕벚꽃은 제주에서 자생하는 종으로 서귀포 시내와 중산간도로, 종합경기장 등 도내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이 원산지이며 천연기념물 156호로 지정돼 있다. 주민 부이완(49)씨는 “왕벚꽃은 일본이 아닌 제주가 원산지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세계 최대 벚꽃축제 진해 군항제 36만 그루 만개 봄꽃 축제의 으뜸은 누가 뭐라 해도 진해 군항제를 꼽는다. 세계 최대 벚꽃축제가 열리는 동안 36만여 그루의 벚꽃이 만개해 도시 전체를 하얗게 뒤덮는 풍경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올해 군항제는 오는 31일 개막돼 다음달 10일까지 군항도시의 특색을 살린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이만한 곳도 없다. 올봄 결혼을 앞둔 성미현(30)씨는 “벚꽃 속에서의 데이트 장면을 꼭 웨딩앨범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벚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여좌천, 경화역, 제황산공원, 안민고개 등 벚꽃 명소마다 경관 조명을 설치해 밤이 되면 벚꽃과 불빛이 어우러진 환상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벚꽃이 우거진 경화역 철로로 기차가 오가는 경화역 풍경과 여좌천 벚꽃 경치는 미국 CNN이 한국에서 꼭 가 봐야 할 아름다운 명소 50곳으로 선정한 곳이다. 평소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해군사관학교,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미해군 진해함대지원부대 등 군 부대 안의 우거진 아름드리 벚나무에서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 속도 산책할 수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비행기 타고 중국, 일본, 미국에서도 찾아온다. 군항제 기간에 마산역과 진해역 사이를 셔틀열차가 하루 4차례 오간다. 진해군항제는 지난해 서울신문이 주최한 지역브랜드대상 축제 부문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대한민국 최고 축제로 인정받았다.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는 쌍계사 십리벚꽃길로 유명하다. 다음달 3~5일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열린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입구까지 지리산 계곡 맑은 화개천을 따라 5㎞에 걸쳐 있는 쌍계사 십리벚꽃길은 길 양편에 만개한 꽃송이들이 터널을 이뤄 하늘을 덮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젊은 남녀들이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으면 사랑이 이뤄지고 백년해로한다고 해서 ‘혼례길’로도 불린다.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열릴 무렵 하동읍에서 구례읍을 잇는 섬진강변 100리 길도 환상적인 벚꽃터널이 돼 차량이 줄을 잇는다.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섬진강변에서는 다음달 4~5일 섬진강변 벚꽃축제가 열려 만개한 벚꽃과 맑은 섬진강이 어우러진 절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수도권 새달 10일부터 봄꽃축제 시작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다음달 10일을 전후해 벚꽃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여의도 벚꽃축제다. 다음달 10일부터 6일간 열리는 축제 기간 동안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 등 여의도 일대를 연분홍색으로 물들인다. 서울의 대표 축제답게 볼거리도 다양하다. 1.7㎞에 이르는 도로 양편에 1600여 그루의 왕벚나무가 만개해 벚꽃천지가 되는 여의도 윤중로 곳곳에서 12~14일 인디밴드의 공연을 비롯해 다채로운 구경거리가 이어진다. 인천 남동구 장수동에서는 다음달 6~11일 ‘인천대공원 벚꽃축제’가 열린다. 수령 30년이 넘은 벚나무 600여 그루가 우거져 있고 호수를 비롯해 각종 광장, 동식물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 상춘객의 발길을 잡는다. 권혁천(53·인천 연수구)씨는 “그리 즐거울 게 없는 세상이지만 봄이면 인천, 여의도 등 가까운 곳에서 만개한 벚꽃을 즐길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전남 산수유·부산 유채꽃 잔치 ‘풍성’ 이에 앞서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온천관광지 일대에서는 ‘산수유 꽃축제’가 지난 21일 개막해 29일까지 열린다. 벚꽃보다 먼저 겨우내 지친 이들을 위안하는 듯하다. 경기 이천시 백사면 산수유 군락지 일대에서 다음달 3~5일 ‘이천백사 산수유꽃축제’가 이어진다. 백사면 도립1리, 송말1·2리, 경사1·2리 일대는 수령 100~500년 된 산수유나무 1만 8000여 그루가 집단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수유꽃 노란 물결이 산과 마을을 뒤덮은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축제장에는 두부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장과 자연관찰장, 산수유차· 산수유막걸리·파전·국밥 등 시골 인심을 담은 먹거리촌도 마련된다. 다채로운 공연과 관람객 참여 현장 노래자랑 등도 열린다. 경기 양평군 개군면 내리·주읍리 일대에서는 올해로 12회째 맞는 양평 산수유·한우 축제가 다음달 4~5일 개최된다. 서울과 가까워 수도권 시민들도 많이 찾는다.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76만㎡의 광활한 유채밭은 부산의 봄을 노랗게 물들인다. 이곳에서는 다음달 11~19일 ‘부산 낙동강 유채꽃축제’가 열린다. 올해 4회째다. 유채밭은 단일 면적으로 전국 최대다. 모내기, 연날리기, 수상 자전거, 한국전통 궁중 한복 체험 프로그램과 거리공연 등이 이어진다. 강원 삼척시 상맹방리 유채꽃밭에서도 다음달 10~19일 맹방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광주 북구청 마당에서는 다음달 6~15일 ‘봄꽃 잔치’가 열린다. 1999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봄 행사로 리빙스턴데이지, 아네모네, 팬지 등 봄에 피는 꽃 60만 송이를 화분 형태로 전시한다. 인천 강화군 고려산에서는 진달래축제가 다음달 18~30일 개최된다. 진달래축제 기간 산 정상과 비탈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는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절정의 봄을 선물한다.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봄은 “꽃이 있어 진정 아름답고, 행복했노라”고 답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하늘과 닿은 우물…지친 삶, 갈증을 달래다

    하늘과 닿은 우물…지친 삶, 갈증을 달래다

    쉰움산(683m)이라 했다. 강원 삼척의 미로면에 솟은 산이다. 이름이 독특하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다. 혹시 오르기 ‘쉬움’의 오기일까? 아니면 신음 소리 내는 산이라는 뜻일까? 쉰 개의 움막이 있다는 뜻일 거라고 추측했다면 꽤 정답에 가까워졌다. 쉰움산은 ‘쉰 우물’에서 나왔다. 산정에 제법 너른 바위가 있는데, 바위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구멍이 50개 정도 뚫려 있다. 여기에 빗물이 고이면 꼭 ‘쉰 개의 우물’과 같다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쉰움산은 삼척의 명산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 사이에 끼어 있다. 그 탓에 그냥 지나쳐도 좋을 봉우리 정도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한데 산정에 펼쳐진 암릉과 예서 굽어보는 풍경만큼은 명산 뺨칠 정도로 빼어나다. 삼척시에서 발행한 관광 안내 책자에는 등반 시간이 1시간 30분(편도)으로 적혀 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질 법한 산행 시간이다. 한데 실제 쉰움산 등반은 쉽지 않다. 최소 왕복 3시간 30분 이상 잡아야 한다. 안내 책자에 적힌 대로 정상까지 1시간 30분에 가려면 ‘엄홍길 대장’ 수준의 전문가가 작심하고 등반해야 가능할 듯하다. 설령 그렇게 ‘빛의 속도’로 오른다 한들 가슴에 남는 것도 없지 싶다. 들머리는 천은사다. 쉰움산 초입에 터를 잡은 절집이다. 천은사로 가려면 오십천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오십천은 도계읍 백병산에서 발원해 동해에 이르기까지 50여 번을 돌아 흐른다는 하천이다. 개울 옆 시골길엔 푸른 보리가 얼추 무릎 가웃이나 될 만큼 자랐다. 불끈 솟은 두타산을 겨냥해 부지런히 길을 줄이니 곧 천은사 일주문이다. 문턱 너머로는 조붓한 오솔길이 펼쳐져 있다. 천은사 옆 용계(龍溪)를 굽돌아 가던 오솔길은 이방인을 고려의 역사 속으로 이끈다. 천은사 일대는 ‘이승휴 유허지’다. 고려 때의 문신 이승휴가 삼척의 외가로 낙향해 용안당이란 건물을 짓고 ‘제왕운기’를 집필했던 곳이 현재의 천은사다. 당시 건물들은 모두 사라졌고, 이승휴의 위패를 모신 사당 동안사(動安祠)만 남아 있다. 동안사에서 왼쪽 산길로 올라붙으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류를 끼고 가는 등반로 초입은 완만하다. 조근조근 소리 내며 흐르는 계류도 정겹다. 하지만 이도 잠시. 곧 물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덩달아 등산로도 급한 오르막으로 변한다. 오르막 끝자락에 서면 땀에 젖은 등 뒤로 고래가 뛰노는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던데, 시계가 불량해 그런 행운은 없었다. 입에서 단내가 폴폴 날 때쯤 거대한 금강송이 발길을 잡는다. 10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검붉은 수피의 금강송이다. 소나무 옆 샛길로 접어들면 이번엔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는다. 은사암이다. 빛을 빨아들일 것 같은 검은 암벽과 반석, 굽은 노송이 매력적인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암벽 아래는 가슴 높이로 뚫린 빈 공간이다. 여기에 돌기둥 하나가 모로 서 있다.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듯하다. 수도처로 삼기 딱 좋은 모양새다. 여기저기 촛농 등 치성을 드린 흔적도 역력하다. 태백산에 버금간다는 기도처라지만 무속신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그저 흉물스러운 풍경일 뿐이다. 샛길을 되짚어 나와 다시 산길을 오르면 은사암 꼭대기다. 거무튀튀한 너럭바위 너머로 강원의 산들이 마루금을 좁히고 서 있다. 그 너머는 동해다. 맑은 날엔 울릉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정상은 너른 바위다. 돌구멍이 여기저기 널렸다. 암반에 뿌리내린 노송 10여 그루는 넓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쉰움산, 이른바 오십정산(五十井山) 표지석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목 빼고 아래를 굽어보니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벼랑 건너편은 거대한 암벽이다. 제아무리 기교 넘치는 화가가 붓질을 한다 해도 저렇게 빼어난 진경산수화는 그리지 못할 듯하다. 국내 내로라하는 동굴인 대금굴과 환선굴이 미로면에 있다. 쉰움산과 묶어 돌아보는 게 좋겠다. 대금굴은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내부 140m까지 들어간다. 동굴 내부가 온통 황금색인 것이 이채롭다. 하루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홈페이지(samcheok.mainticket.co.kr)에서 예약해야 한다. 환선굴은 남한에서 가장 큰 규모다. 총 6.2㎞ 중 1.5㎞ 구간이 개방돼 있다. 금강송 숲이 아름다운 준경묘와 영경묘도 쉰움산과 멀지 않다. 삼척에는 은근히 로맨틱한 관광지가 많다. 신라시대 수로부인 설화를 모티브로 조성한 임해정, 헌화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설화의 내용은 이렇다. 경국지색의 용모로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시꺼멓게 태웠던 수로 부인이 강릉태수를 제수받은 남편 순정공과 함께 부임지로 향하던 길이었다. 삼척 해안가 어디에선가 수로 부인이 천길단애에 핀 철쭉꽃을 보며 누군가 저 꽃을 꺾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했다. 마침 암소를 몰고 지나던 한 노인이 선뜻 나섰고 그가 꽃을 꺾어 바치며 부른 노래가 바로 저 유명한 헌화가(獻花歌)다. 임원항 뒤편의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이 헌화가를 모티브로 조성됐다. 가장 큰 볼거리는 세계 최대 돌조각상이라는 수로부인상이다. 아파트 4층 높이인 10.6m에 무게가 500t에 달한다.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는 길이 25m, 높이 5.5m의 거대한 용의 등에 탄 수로 부인의 모습을 조각했다. 12지신상, 산책로, 전망대, 쉼터 등도 갖췄다. 삼척 북부의 증산 해변에 조성된 ‘수로부인공원’은 삼국유사의 해가(海歌) 설화가 모티브다. 수로 부인 일행이 현재의 임해정(臨海亭) 인근에 이르렀을 때 용이 나타나 부인을 바다로 끌고 갔고, 백성들이 노래를 불러 수로 부인을 구해 냈다는 게 이야기의 얼개다. 공원 초입엔 여의주 조형물(드래건볼)이 설치됐다. 오석(烏石)으로 만들어 무게가 4t에 이른다고 한다. 손으로 볼을 돌리면 사랑과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해신당 공원은 다소 노골적이다. 다양한 남근(男根)을 모아 성민속공원으로 꾸몄다. 삼척에서도 풍경 곱기로 소문난 신남마을 언덕에 조성됐다. 글 사진 삼척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강원 033) →가는 길: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삼척까지 간다. 삼척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태백으로 가는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미로역 인근에서 우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천은사까지는 외길이다. 구불구불 강원도 길의 진수를 맛보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감곡 나들목→38번 국도→제천 방향→영월→정선→태백→삼척 순으로 가도 좋겠다. 느릿느릿 달리며 풍경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쉰움산에서 두타산까지는 2시간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수로 부인 헌화공원을 가려면 임원항을 찾아가야 한다. 값싸고 싱싱한 활어회로 이름난 항구다. 수로 부인 헌화공원은 임원항 뒤편 산자락에 조성됐다. 목재 데크를 따라 걸어가야 한다. 적어도 20분 이상 올라야 해 다소 버거울 수 있다. 차로 가는 것도 녹록하지는 않다. 길이 좁은 데다 굴곡도 심해 초보 운전자는 위험할 수 있다. 임원항에서 임원1교를 지나 삼척로를 따라가다 작은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곧장 간다. →맛집:천은사 입구의 두타순두부집(572-9484)은 토속적인 맛을 물씬 풍기는 집이다. 순두부와 두부, 토종닭 등을 맛볼 수 있다. 삼척 시내에선 정라항 쪽에 맛집들이 많다. 삼정식당(573-3233)은 생태맑은탕과 해물탕으로 소문난 집이다. 바다횟집(574-3543)은 곰치국, 미진횟집(572-6679)은 싱싱한 해산물, 대복숯불구이(572-3736)는 한우가 맛있다. 삼척의료원 옆의 울릉도 호박집(574-3920)은 장치찜을 잘한다. 장치찜에 곁들여 내는 호박술도 달달하다. 삼척해수욕장 쪽에선 부림해물(576-0789)이 다양한 해산물 요리로 소문났다. →잘 곳:정라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이른바 ‘새천년도로’로 불리는 4㎞ 남짓한 구간에 숙박 업소들이 밀집돼 있다. 이 도로에서 가장 높은 곳을 ‘달 뜨는 언덕’이라 하는데, 팰리스호텔(575-7000), 퍼시픽모텔(576-0162) 등이 이 언덕 위에 있다. 삼척온천관광호텔(573-9696), 동양레저게스트하우스(573-0874), 삼척온천(573-9696) 등도 깔끔하다. 점점 사라져 가는 너와집과 만나려면 신리 너와마을(552-1659)을 찾으면 된다. 너와집은 강원 산간마을 특유의 주택 형태로, 소나무나 참나무를 널빤지 형태로 잘라 만든 너와를 지붕에 얹은 집이다. 너와마을에서 펜션 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 IQ 145 ‘3세 천재’…4개국어 및 수학, 쓰기 척척

    IQ 145 ‘3세 천재’…4개국어 및 수학, 쓰기 척척

    4개 국어로 숫자를 세고 성인보다 더 정확한 셈이 가능한 ‘3세 천재소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브리스톨에 사는 마이클 맥브라이드(3)는 생후 17개월 때부터 단어와 숫자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마이클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엄마의 태블릿PC로 ‘독학’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를 포함한 4개 국어로 숫자를 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덧셈과 뺄셈에 탁월한 재주가 있다는 것. 엄마와 함께 쇼핑을 나가면 물건 값의 차이를 정확하게 셈하고, 거스름돈까지 미리 계산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소년의 IQ는 145. 비록 전 세계 수재들의 모임인 ‘멘사’의 회원 자격(IQ 148 이상)에서 약간 모자라지만, 스스로 4개 언어의 숫자를 깨우치고 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마이클의 아빠인 안소니(33)는 “생후 17개월이 됐을 때 엄마의 아이패드를 가져다가 놀더니 스스로 숫자를 익히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어와 산수가 가능해졌고 곧 길가의 교통표지판을 읽기 시작했다‘면서 ”마치 스폰지처럼 지식을 흡수하고 기억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로부터 테스트를 받은 결과 현재 마이클의 읽기와 맞춤법 능력 모두 8세 아이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를 진행한 피터 콩던 박사는 “마이클은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매우 우월한 수준에 속한다”면서 “동급생들과 같은 수업을 받는 것은 무의미하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클의 부모는 마이클이 조금 더 큰 뒤 멘사 가입 테스트를 받아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그린알로에 ‘대한민국명품브랜드대상’ 건강기능식품 부문 영예

    그린알로에 ‘대한민국명품브랜드대상’ 건강기능식품 부문 영예

    그린알로에(대표 정광숙)가 창립 5주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2015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대상’에서 건강기능식품 부문에 선정되었다. 알로에 전문기업 그린알로에는 최상의 원료와 최고의 성분으로 정직한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주성분인 알로에는 본고장인 미국산 유기농 알로에만을 사용하고, 전제품에 단 1%의 중국산 원료도 함유하지 않고, 합성보존료·합성감미료·합성감미료가 없는 ‘3무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았다. 그린알로에 대표제품인 ‘그린프리미엄베라골드400’의 경우 액상타입 제품으로 개봉 후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 2차적 세균 감염의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합성보존료의 첨가가 불가피 하지만 그린알로에는 수차례의 연구 끝에 천연보존료를 함유해 제품의 품질을 차별화시켰다. 특히 알로에 원산지인 미국 유기(농)국제인증기관 QAI(Quality Assurance international)에서 유기농 관리체계가 우수한 친환경 원료로 인증 받은 미국산 유기농 알로에베라겔즙액을 400% 담아내 1일 면역다당체 함량을 300mg까지 높여 면역력 증진, 피부건강, 장 건강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출시된 남성 전용 건강기능식품인 ‘그린맨파워’제품도 인기다. 남성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해 생기기 쉬운 남성갱년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식약처에서 기능성을 인정받은 ‘MR-10 민들레 등 복합추출물’, 전립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쏘팔메토열매추출물’, 정상적인 면역기능 및 세포분열에 필요한 ‘아연’ 등 3가지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있다. 또한 알로에베라겔, 황칠나무추출물, 건조효모(비타민B1,B2,B6, 나이아신, 판토텐산, 비오틴, 셀레늄, 크롬, 아연, 엽산), 옥타코사놀, 다이아나리프추출물, 백질려추출물, 산수유, 복분자, 누에, 마카추출물, 흑마늘추출물, L-아르기닌, 타우린등의 부원료를 함유한 식물성연질캡슐 제품으로 건강하고 활력있는 생활을 원하고 활기찬 생활을 즐기고 싶은 남성들에게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린알로에는 고품질의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제품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같은 성분이라도 원산지와 함량에 따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원료 선택만큼은 고집스럽다는 게 그린알로에만의 강점이다. 그린알로에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로 선정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직한 제품 개발에 있었다”며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발전해서 국내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밝혔다.
  • [허백윤 기자의 독박(讀博) 육아일기] 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讀博) 육아일기] 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2014년 1월 1일. 나이 서른이 되는 날 엄마가 되었다. 하필 남편이 출근하는 바람에 혼자 택시를 잡아 타고 분만실에 갔던 것부터 조짐이었을까. 나의 육아는 외로움과 서러움의 연속이었다. 물론 사랑스러운 아기는 엄청난 축복과 행복이었다. 매 순간 느끼는 신비로움은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하기가 부족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외로움이 덮칠 거라고도 전혀 상상 못했다. 친정 가족들이 해외에 살고 있다는 것이 이토록 나를 힘들게 할 줄이야. 군대에 다녀온 남자들이 자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이야기 하듯,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스스로를 제일 불쌍하다고 여기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다. 지독한 고독과 우울과 싸우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엄마들이 외롭다는 것을 곧 알게 됐다. 육아의 고통이란 게 궁극적으로는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 생명을 길러내는 부담과 책임감에 갇혀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엄마들 만의 몫인 게 당연한 상황이 우리를 외롭게 한다. 요즘은 아빠들도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도와주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참여와 도움일 뿐이다. 남편은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리는 출퇴근을 하면서도 집에 와서 엉덩이 한 번 제대로 못 붙일 정도로 집안일을 하고 아기를 봐줬다. 그렇지만 아기를 두고 느끼는 부담의 크기는 전혀 달라 보였다. 아기의 사소한 모든 것들이 다 내 탓인 것만 같아 전전긍긍할 때 남편은 쿨했다. 아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엄마의 몫. 심지어 어떤 옷을 입힐지, 지금 당장 물을 먹일지 말지도 엄마가 결정을 해줘야 했다. 내복 바지가 어디가 앞 면인지까지 매번 물으니 꼭 아이를 둘 키우는 것 같았다. ● ‘하루 평균 양육시간’ 엄마 11시간·아빠 1~3시간 사실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 아빠의 물리적인 시간으로만 따져도 비교가 안 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할애하는 평균 시간이 엄마의 경우 주중 662분(약 11시간 2분), 주말 672.5분(약 11시간 12분)인 반면 아빠의 경우 주중 95.1분(1시간 35분), 주말 216.6분(3시간 36분)으로 조사됐다. 2년이나 지났으니 몇 분씩 더 늘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턱 없이 부족하다. 당시 조사에 응했던 995명의 아빠들은 “시간이 되는 범위 내에서 자발적으로(46.9%)”, “도움을 청할 경우(35.5%)”에 육아에 참여한다고 했다. 개인적 약속이나 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4.7%에 불과했다. 그러나 엄마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루종일 아이와 단 둘이 있다보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아이 자체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물론, 내 몸과 의지도 아기에 의해 좌우됐다. 자고 싶을 때 잠을 자고 배고플 때 밥을 먹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소할 수 없었다. 처음 두 달은 세수도 사치였고 오후 5시쯤 겨우 첫 끼니를 때웠다.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들이키는 수준이었다. 아기가 70일쯤 ‘바운서(의자 형태로 아기를 눕힐 수 있는 것)’를 샀는데 처음으로 앉아서, 밑반찬을 차려 밥을 먹게 해준 기적의 아이템이었다. 남편이 없는 평일에 샤워를 한 것이 나의 100일의 기적이었다. 6~7개월쯤 갑자기 낯가림이 생겨 초강력 껌딱지가 되었을 때에는 ‘볼 일’도 아기를 안고 봤다. 아마 모든 엄마들이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문 앞에 앉아있는 아기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며 볼 일을 보거나 춤을 추면서 샤워를 한 경험이 있으리라. 돌을 넘겨서까지 밤중수유를 했던 탓에 지금까지 연속으로 5시간 이상 자 본 일이 열 손가락 안에 든다. 매일 이런 생활에 지쳐 있는데 가끔 주변에서 어른들이 “아기 키우기 힘들 텐데 피곤하면 무조건 쉬어라”거나 육아 휴직 중이라 하니 “일 안 하고 쉬니 좋겠다”는 등의 말을 하면 속이 뒤집혔다. 혼자 갖은 고생을 해서 키우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주 잠깐씩, 인형놀이 하듯 아기를 보고(눈으로 보기만 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얄미울 때도 있을 만큼 마음이 꼬여갔다. 몸이 힘든 것과 별개로 진심으로 외로웠다. 아이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기쁨 만큼 근심과 걱정도 쌓여갔다. 나의 감정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의 말과 행동, 표정까지 아기의 정서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버거웠다. 그런데 아무도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 낳고 호르몬 변화 때문에 그렇다”는 말도 섭섭했다. 아기와 나, 우리 둘만 외딴 섬에 있는 것 같았다. 나홀로 육아였기에 더 그랬다.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복잡함 속에 살았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뚝 끊겼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는 날이 기적 같았다. 내 이름 석 자를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은 택배기사 뿐이었다. 남편을 제외하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날들이 한참 이어졌다. 50일쯤 유아 도서 영업사원이 집에 방문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책을 팔려는 속셈이었는데 엉겁결에 당장 오라고 반겼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취소했지만. 이런 이유에선지 일부 종교단체에서 아기 엄마들에게 접근해 친해지면서 전도 대상으로 집중 공략한다는 것은 엄마들 사이의 웃지 못할 정설이다. 점점 나의 세상은 SNS 속으로 좁혀졌다. 회사 동료, 취재원들이 연결돼 있는 페이스북에는 더 이상 공감할 내용이 없었고 오히려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엄마들의 공간인 육아 관련 커뮤니티들에 갇혀 지냈다. 회원수가 230만명에 달하는 한 카페에는 하루에 무려 1만 건 이상의 새 글이 올라온다. 어떤 날은 이 카페에 올라오는 모든 글의 제목을 다 훑기도 했다. 휴대전화가 손에 있는 때면 무조건 로그인을 했다는 말이다. ●엄마들, 애 안고 왜 이렇게 돌아다니냐고요? 아기가 좀 자라자 집에만 있으면 답답한지 심하게 보채고 안기려고만 했다. 숨쉴 틈조차 안 주는 아기를 데리고 일주일에 3일 이상 동네 백화점에 갔다. 평일 점심시간 이후, 특히 오후 3~4시쯤 백화점은 유모차와 아기띠 군단으로 붐빈다. 주차, 편의시설, 특히 유아휴게실이 잘 갖춰져 있는 백화점, 마트 등 쇼핑몰 외에는 사실 엄마들이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친정 같이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나에게 백화점이 최고의 친구였다. 신기하게도 껌딱지 아기는 밖에 나가면 방긋방긋 잘 웃고 잠도 잘 자고 보채지 않았다. 별 의미 없는 일상 같지만, 그저 이 세상에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육아 카페에 광적으로 집착했던 것도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라는 데 위로를 받아서였던 것 같다. 꽤 오래 시달렸던 극심한 우울감은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느 정도 털어냈다. 동네 엄마들을 사귀고 군대 동기 만큼 끈끈하다는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도 가졌다. 아기 엄마라면 나이 불문, 누구나 친구가 됐다. 아직 친구들 대부분이 미혼이지만 육아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부담스러워서 점점 피하게 됐다. 엄마들 1000명은 양육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자녀 또래 부모나 친구들과의 모임(54.7%)’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위가 ‘스트레스 해소 방법 없음(22.7%)’이었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엄마들이 왜 애를 안고서 차 마시러, 밥 먹으러 나오느냐는 댓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일단 아이를 두고 나갈 수가 없고, 나가서 수다를 갖는 것 외엔 달리 스트레스를 풀 일이 없다. 개인 여가 시간(11.0%)을 갖거나 산책·운동 등 신체활동(8.0%) 등을 한다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친정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의 꿈 같은 생활로, 멀게만 느껴졌다. 육아의 무게, 혼자서만 짊어지기엔 너무 무겁다. 옛날 어머니들은 혼자 5~6명씩 길렀지 않느냐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분명히 세상이 바뀌지 않았나. 엄마가 자기 자식 키우는 게 당연하지 뭘 그러냐는 말도 맞다. 키우기 싫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 조금만 도와주면 더 좋겠다는 거다. 이해와 공감만으로도 육아가 한층 수월해질 것 같다.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또 다시 섬에 갇히지만, 그럼에도 엄마들과의 만남 몇 시간이 하루를 내내 달콤하게 해주듯이.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엄마들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 글에서 인용한 설문조사 내용은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출산수준 제고와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지원 내실화 방안-가정 내 영아 양육 실태와 지원 방안을 중심으로’ 보고에서 인용했습니다. 최근 자료는 아니지만 가정 양육의 실정을 자세히 다루었기에 조사 내용을 녹였습니다.
  • 사람 후각의 1만배·청각 50배 재난현장 인명 구조견 아시나요?

    지난달 13일 오전 2시 K(25)씨가 회사 동료들과 회식 후 실종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송원중학교 정문 앞 폐쇄회로(CC)TV에서 마지막 종적을 확인했다. 인근 다른 CCTV엔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경찰은 납치됐거나 학교 바로 옆에 있는 만석공원 저수지에서 실족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한국인명구조견협회에서 사체탐지견 ‘K9’ 5마리를 파견했다. 20일 뒤 세계대회 챔피언 출신인 탐지견 ‘연아’는 특유의 꼼꼼함과 집중력으로 반경 1.3㎞나 되는 저수지 20m 안쪽에 뜬 스티로폼에서 시신 냄새를 맡고 짖어댔다. 상황 끝이었다. 관할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워낙 넓어 저수지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혀를 찼다. 올 2월 15일 충남 서산시 해미면 한서대 앞 산수저수지에서는 실종됐던 일본인 Y(21)씨가 43일 만에 탐지견 2마리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24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탐지견들은 1998년 11월 이후 국내외 각종 재난현장에서 2556회 출동으로 생존자 104명, 사망자 141명을 찾아냈다. 지난달 9일 낮 12시 45분 경남 양산시 상북면 내석리의 한 병원에서 2㎞ 정도 떨어진 야산에 사흘째 탈진해 있던 박모(84)씨는 소방구조견 ‘번개’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구조견은 사람보다 후각 1만배, 청각 50배의 능력을 갖고 있다. 국민안전처 중앙119구조본부는 25~26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징리 낙동강수련원에서 구조탐지견 운용 활성화를 위한 전국 워크숍을 연다. 관세청, 농림부, 육군 군견교육대, 공군 교육사령부 등 유관기관끼리 협력체계 구축 및 상호 정보교류와 인명구조견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우리나라엔 군사적 정찰과 추적, 탐지에 활용하기 위해 6·25전쟁 직후 미군에게 넘겨받은 10마리를 출발점으로 군견(정식명칭 사역견)을 특공연대, 탄약창, 향토사단 등 주요 거점에 배치하고 있다. 세 자릿수로 알려졌을 뿐 얼마나 되는지는 비밀이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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