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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TV와 함께하는 구정 인터뷰] 취임 2주년 맞은 김영종 종로구청장

    [서울신문TV와 함께하는 구정 인터뷰] 취임 2주년 맞은 김영종 종로구청장

    “얼마 전 깜짝 놀랄 만한 언론보도가 나왔습니다. 종로구가 서울에서 가장 시원한 도시라는 내용이었죠. 1인당 공원면적이 가장 넓은 도시이고 도심재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전통문화가 살아있고 옛 상권이 살아나는 살기 좋은 도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7일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꿈이고 소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쓰레기를 치워 텃밭을 만들고, 북촌과 인사동의 상권을 옛모습으로 회복하는 등 ‘도심재생’에 구정의 방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노인 자살률이 낮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주민 소통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는데. -어떤 때는 듣기 거북할 정도로 ‘되는 것은 빨리하고 불가능한 것은 방향을 바꾸도록’ 시원하게 얘기했다. 대화로 풀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고 가능과 불가능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인왕산 수성동 계곡 복원과 윤동주 문학관에 대한 주민 관심이 뜨겁다. -인왕산 아래 계곡을 옛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해 시멘트 조각을 손으로 떼어낼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겸재 정선 선생이 그린 진경산수화의 모습 그대로 다리를 복원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됐다. 윤동주 문학관은 불과 198㎡(60평) 크기의 작은 공간이지만 땅속의 물탱크를 재활용해 놀랄만한 건축물이 탄생했다. →집중적으로 추진한 교육 정책은. -학생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 조례를 개정해 상한선을 총 예산의 3%에서 5%로 늘렸다. 취임 직후 종로에 구립도서관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첫해에 작은도서관 2곳을 만들고 올해 6~7곳을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의 복지 정책은. -첫번째 목표로 잡은 것이 자살률 낮추기다. 노인의 말벗이 돼 드리고 식사도 제공하면서 노인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1%가 될 수도 있고 5%가 될 수도 있겠지만 복지로 노인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주민의 상권·관광 활성화 열망이 높다. -초현대적으로 개발할 곳은 개발해야겠지만 옛것과 현대가 조화롭게 융합하도록 해보고 싶다. 특히 종로구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중국산 제품을 구매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북촌과 인사동을 고급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상권을 살리려면 상인들도 노력해야 한다. 호객꾼을 없애고 깨끗한 음식 문화를 만드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문화와 상권을 얼마나 조화롭게 운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씨줄날줄] 어둠의 갤러리/김종면 논설위원

    와유강산(臥遊江山). 산수화를 보며 즐긴다는 말이다. 그냥 비스듬히 누워서 강산을 노닐어도 산천경개를 직접 찾아가 보는 것만큼이나 마음이 맑아지고 위로가 되는 지경, 그림의 존재 이유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그림을 그림 자체로만 즐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고가의 그림일수록 본연의 용도와는 달리 쓰이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불법로비에 이용되고 비자금 조성 통로가 되고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된다면 그것은 이미 그림이 아니다. 은밀하게 굴러다니는 ‘검은 돈’일 뿐이다. 이름난 작가들의 그림이 왜 그리 비싸게 거래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은 ‘부호들의 독천장’이다. 지난 5월 뉴욕 소더비에서는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가 1억 1992만 달러(약 1354억원)에 팔려 세계 경매가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 최고작가의 작품값도 만만치 않다. 최고기록인 박수근의 ‘빨래터’(45억 2000만원) 말고도 이중섭의 ‘황소’(35억 6000만원), 김환기의 ‘꽃과 항아리’(30억 5000만원) 등 국내 스타 작가들의 그림값은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그림값이 비싼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물론 아니다. 고가 미술품 수집열을 호사취미라고 나무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미술품 하면 자연스레 꺼림칙한 돈을 떠올리는 부정적 연상작용이 이어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일부 재벌들은 종종 미술품을 편법증여나 상속 등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그림 거래에는 양도소득세도 없으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출처나 소유자도 노출되지 않아 누가 얼마에 샀는지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국내 미술시장은 연간 4000여억원 규모에 이르지만 어느 정도의 탈세가 이뤄지는지는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비자금 세탁소’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비리의 한 축은 미술품을 거래하는 상업화랑, 곧 갤러리다. 최근 서미갤러리가 ‘갤러리 불신’의 정점에 섰다. 한국화랑협회가 서미갤러리 측에 ‘무기한 권리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서미는 이 결정으로 화랑협회 표결권을 박탈당하는 등 ‘식물화랑’ 신세가 됐다. 화랑협회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미술품 양도소득세의 유예를 국회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좀처럼 불황의 그림자를 거둬내지 못하는 미술계에 양도세가 부과된다면 정말 고역일 것이다. 그러나 반성부터 할 일이다. 미술품 거래의 투명화 등 자정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양도세 유예 요구가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부채로 그린 풍경… 부채에 얽힌 고사

    부채로 그린 풍경… 부채에 얽힌 고사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게 부채다. 많은 사람들이 부채는 중국의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접는 부채의 원조는 고려다. 이후 중국과 일본으로 퍼져나가 고려선(高麗扇)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더구나 우리 선조들은 접는 부채의 양쪽에다 그림이나 글을 남겨 서로 선물로 주고받았다. 그래서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서 부채를 주제로 17일까지 서울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전시 이름이 ‘여름생색’전이다. 부채라 해서 옛 부채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 16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젊은 작가들의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가령 이지영 작가는 부채를 편 상태에서 염색하고 이를 수백개 겹쳐 놓는 방식으로 입체적인 산수화 풍경의 세트를 만들어 두고는 이를 촬영한 작품 ‘밤 풍경’(Night Scape)을 내놨다. 먹으로 그린 산수화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맛이 풍겨져 나온다. 원래 세트를 만들어 촬영한 뒤 세트는 없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세트까지 고스란히 전시장에다 옮겨 놨다. 권선 작가는 한강에다 배를 띄운 뒤 원굉(元宏)과 사안(謝安)을 태워 둔 작품을 선보인다. 사안이 말없이 부채를 건네자 원굉이 “백성을 위해 어진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화답한다는 내용의, 부채에 얽힌 중국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부채 작품이어서 부채 자체가 있다기보다 부채의 의미를 따왔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보이는 작품이다. 1층 전시실에서는 부채의 역사와 유래를 다룬 ‘부채 히스토리 로드’ 코너도 마련해 부채의 기원과 변천사, 부채의 의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뒀다. 부채를 주제로 한 작품 외에 작가의 평소 다른 작품도 함께 전시해 뒀다. 작가의 관심과 작업방식이 부채라는 주제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보여 주기 위함이다. (02)730-114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차이나 아방가르드… ‘유희적 저항’展

    차이나 아방가르드… ‘유희적 저항’展

    우에민준, 왕강이, 장샤오강, 쩡판즈. 이들에게는 흔히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4대 천왕’이라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이들 작품의 가격은 불과 몇천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폭발적인 중국 경제성장에 힘입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00억원대를 넘나들기도 하고 돈은 있어도 작품이 없어서 못산다는 말까지 나돌 지경이 됐다. 그렇다면 새로운 중국 작가들은 이들 4대 천왕의 뒤를 잘 이어나갈 수 있을까. 아직은 평이 엇갈린다. 의외로 뒷받침해줄 만한 젊은 작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혹평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의미 있는 작업들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유희적 저항’전은 가능성 있는 후속세대를 골라보는 자리다. 지난해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이자 10여년 동안 중국 현대미술 현장을 누벼 온 윤재갑 큐레이터가 루쩡위안, 마치우샤 등 8명의 20~30대 작가들의 작품 60여점을 선별했다. 이전 선배들의 작품은 정치적 격변을 겪었기 때문에 몹시 반항적이고 냉소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이데올로기나 상업주의에 대한 저항 같은 것이 중요한 주제의식이었다. 물론 비싼 작품으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무한한 자기복제에 빠져들었다거나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에 반해 이후 후배들의 작품은 그보다는 현대미술에 더 많이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이런 평가는 양날의 칼이다. 기법 등이 세련되고 정교해져서 좋다는 평이 있는 반면 날이 무뎌진 게 아니냐는 평가도 받는다. 전시를 기획한 윤재갑 큐레이터는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겉보기에는 유약하고 진지함이라고는 없어 보이지만 사회나 인간에 대한 격렬한 마음을 담고 있다.”고 봤다. 달라진 것은 방법이지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시제목도 여기에서 나왔다. 겉보기에는 유희적이지만 속으로는 강렬한 저항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른 작품도 이런 맥락 위에 있다. 가령 짱쿤쿤은 주택단지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그렸다. 정부에서 동네마다 설치해 주는 것인데 이에 대해 작가는 권력이 개인의 삶을 길들이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작업을 내놓은 셈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밌는 점이 발견된다. 운동기구들을 희한하게 조합해 결국 작동하지 못하도록 해둔 것이다. 마치우샤는 면도날을 입에 물고 말하는 여성을 찍은 영상 작품을 내놨다. 자유권의 심각한 박탈에 대한 직설적인 언급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황징위안은 괴상한 옷을 입은 괴상한 여자를 중국의 일상 생활 속에 배치해 둔 기괴한 그림을 선보인다. 이물감이 느껴질 정도로 융화되지 않은 그 무엇에 대한 묘사다. 작가는 여기에다 C도시, 컨퓨즈(Confuse) 도시의 풍경이라는 제목을 달아뒀다. 또 전통에 대한 복권도 눈에 띈다. 중국 예술계의 아킬레스건 가운데 하나는 문화대혁명 때문에 봉건잔재로 치부당하면서 전통의 맥이 상당히 끊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점점 세대가 지나면서 전통의 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산수화를 바탕으로 중국풍 표현주의를 이끈다고 평가받는 투훙타오는 중국 남부 청두에 있는 아미산에 접한 풍경들을 그렸다. 대신 옛 산수화의 웅장함 대신 개인이 일상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성을 표현해 낸 것이 돋보인다. 하오량 작가도 중국 전통이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송대 필법은 물론 일본 우키요에 기법에 서양의 바로크적 기법까지 연구해 한 화폭에 녹여내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윤 큐레이터는 “선배들이 거대담론을 얘기했지만 미학적 긴장감이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고 보기 때문에 이들 젊은 작가는 거대담론 대신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02)720-152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미술·전시

    ●‘색X미술X체험’전 3일부터 9월 2일까지 경기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아이들이 직접 색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체험형 전시다. 김용관, 황은화, 이중근 등 공간 전체를 특이하게 구성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3000원. (031)960~9730. ●‘산, 빛과 바람’전 11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충무갤러리. 이정신 홍익대 미술디자인교육원 교수의 지도를 받은 제자들이 중국 황산, 경북 불영사계곡 등 국내외 풍경을 담은 수묵산수화 50여점을 선보인다. (02)2230~6600.
  • [저자와 차 한 잔]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펴낸 미술평론가 손철주

    [저자와 차 한 잔]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펴낸 미술평론가 손철주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펴낸 문고판 인문도서 시리즈. 인문 교양지 ‘자음과모음 R’의 연재물과 KBS ‘TV특강’ 강연록 등을 엮어 1~3권을 냈다. 1권이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2권은 역사학자 장수한 침례신학대 교수의 ‘깊고 진한 커피 이야기’, 3권은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김진경의 ‘신화로 읽는 세상’이다. 7000~8000원대로 책정해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 책은 쉽게 보고 덮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깊은 정보는 다른 책에서 얻으면 돼요. 한번 읽고 다른 사람 주세요. 재미있다면 말이죠.” 출판사가 들으면 식겁할 소리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계동 출판사 학고재에서 만난 미술평론가 손철주(59)는 신간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를 두고 이렇게 정의했다. 이 책은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내놓은 ‘팸플릿 시리즈’ 1권으로, 그가 지난해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다, 그림이다’ 등 스테디셀러의 저자이자 미술평론가이니 이 손바닥만 한 책을 두고는 이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가 생각하면 물론 오산이다. 이 책에 대한 애정은 “재미있게 보고 다른 사람에게 주어라.”에 방점을 찍어 이해하면 된다. 1장 ‘누워서 구경하니 더욱 신기하여라’는 산수화를 다루고 2장 ‘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는 그림에 담긴 내밀한 남녀의 애정사를 풀어 놓는다. 3장 ‘꽃이 속삭이고 동물이 노래한다’에서는 민화를, 4장 ‘선비는 숨어도 속세는 즐겁다’에선 인물화를 다룬다. 옛 그림의 시대적 배경과 화가의 시선을 소개하고 관련된 한시도 녹여 가면서 설명한다. 그림을 보여 주고 말하는 TV 강의를 글로 적어 놓으니 내용이 쇠락해 버렸다. 그래서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말투를 새로 쓰고 설명을 덧대면서 이해력을 돕는 작업을 했다. “바위는 어떻게 그렸고 붓질은 어떻게 했고 이런 식의 미술 기법보다는 그림이 품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는 그는 “그림을 그린 옛 사람의 눈으로, 그 시대상에서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마치 할머니 무릎을 베고 옛 이야기를 듣는 듯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녹아들어 재미가 쏠쏠하다. 그는 비단에 채색을 하고 정교하게 산과 나무, 해를 심어 넣은 유성업의 ‘해맞이’처럼 연하장 같은 그림보다는 서툰 듯 거칠게 그린 최북의 ‘공산무인도’를 더 좋아한다. 화가가 자연을 바라보는 심경이 붓질 하나하나에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무명 화가의 솜씨가 부끄러움 없이 드러난 민화도 참 재미있는 그림이다. 소박하고 진실하면서도 우리 민족의 습속이나 믿음이 고스란히 숨어 있어서다. 사무실 벽에 빼곡히 붙은 메모지들에 쓴 한시를 인용하면서, 도록을 꺼내 보이면서, 컴퓨터에 있는 민화를 확대해 가면서 설명을 하는 그의 얼굴에 신명이 묻어난다. 김홍도의 ‘표피도’를 설명할 때는 감탄사가 마구 섞인다. “붓질이 아주 자잘해요. 그림을 20분의1 정도로 축소해서 붓질을 몇 번 했는지 헤아려 봤거든요. 수십만 번인 거예요.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이런 잔털을 일일이 다 그렸다는 게.” 옛 그림은 이토록 찬사를 받아 마땅한데 정작 사람들은 그 가치를 잘 알지 못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스토리텔러 부족”으로 꼽는다. “가끔 옛 그림 전시를 하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요.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흥행은 못 해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가 그 역할을 자처한다. “이전까지는 동서양 미술 전반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옛 그림에 집중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옛 그림을 역사이자 축적된 우리의 삶으로 보는 그에게는 일종의 사명감이자 책임감이다. 준비하는 책 역시 옛 그림에 관한 것이다. 이전에 냈던 ‘옛 그림 보니 옛 생각 난다’가 옛 사람의 감성을 흘렸다면 새 책에는 미술 기법을 조금 덧댈 계획이다. 그럼 옛 그림을 어떻게 즐기면 되는 것인가 묻자 “무조건 많이 보라. 그리고 꼭 돋보기를 갖고 가라.”고 대답한다. 공자 왈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더 나아가서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이치다. 돋보기의 용도는? 옛 사람이 옛 그림에 숨겨 놓은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주는 수단이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해맞이 명소’ 궁산에 둘레길 조성

    ‘해맞이 명소’ 궁산에 둘레길 조성

    해맞이 명소인 강서구 가양동 궁산에 둘레길이 조성된다. 구는 올해 초 개화산 둘레길을 조성한 데 이어 한강을 바라보며 역사와 문화를 탐방할 수 있는 궁산둘레길을 만든다고 19일 밝혔다. 궁산은 조선 후기 화가인 겸재 정선(1676~1759)이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곳으로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구는 이 같은 자연환경과 문화자원을 활용해 1.8㎞에 이르는 1시간 코스의 둘레길을 이달 착공해 8월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구는 공암나루에서 시작하는 궁산둘레길에는 급경사 탐방로에 목재데크를 설치하고, 정상부에는 수려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쉼터, 주민 편의시설, 명상의 숲, 디딤목계단, 안내판 9곳이 설치된다. 쉼터 주변에는 주민들이 운동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들어선다. 궁산 입구에서 10분쯤 오르다 보면 정선의 산수화 ‘금성평사’의 소재가 된 소악루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당시 수려한 한강변의 모습을 담아낸 정선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확 트인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정상부는 해맞이 명소로 소문난 곳이다. 가을에는 높은 하늘과 억새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둘레길에서는 민초들의 번영과 행복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악귀를 쫓아내 주는 도당할머니를 모신 성황사 사당과 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 등 문헌 기록에 등장하는 옛 성터인 양천고성지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둘레길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면 바로 겸재 정선 기념관과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유일의 향교인 양천향교도 관람할 수 있다. 노현송 구청장은 “하이힐을 신고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女幸·여성 행복)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면서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지역의 명소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옛 시인 숨결 스민 풍류의 고장 쓰촨성

    옛 시인 숨결 스민 풍류의 고장 쓰촨성

    옛 시인들의 풍류와 지혜가 오롯이 담긴 주옥같은 고시들이 넘쳐나는 중국. 중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도 한시(漢詩)를 읽고 짓기를 즐긴다. 중국의 사상과 정서, 풍물과 역사 등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한시는 문화적으로도 귀중한 자산이다. 한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중국에서는 당대 뛰어난 문인들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달과 술을 노래하는 시선(詩仙) ‘이백’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쓰촨성(四川省)은 두보, 설도, 소동파 등 이름난 시인들의 숨결이 스며 있는 풍류의 고장이다. 오는 31일까지 매일 밤 8시 50분에 방영되는 EBS ‘세계테마기행’에선 중국 쓰촨성의 빼어난 풍광과 옛 시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한시 기행을 떠난다. 29일 방송에선 ‘소동파 마을에 비치는 아미산의 푸른빛’편이 방영된다. 멀리 보이는 산세가 마치 여인의 눈썹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아미’(峨眉)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아미산’. 아미산의 동쪽 끝자락에 있는 낙산(山)시에는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낙산대불’(山大佛)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발등만 해도 무려 성인 100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다. 낙산대불이 위치한 능운사(凌雲寺) 왼쪽에는 북송 때의 시인 소동파가 책을 읽고 술을 마셨던 곳으로 전해 내려오는 동파루가 있다. 소동파의 고향은 낙산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메이산’(眉山)이다. 메이산의 서남쪽에는 소동파 삼부자, 소순·소식·소철의 사당인 삼소사(三蘇祠)가 있는데 전란으로 훼손된 옛집을 청나라 때 복구했다. 운해 속에 모습을 감춘 아미산의 푸른빛을 따라 북송 제1의 시인, 소동파를 만나본다. 30일 방송에선 ‘시와 신화의 땅, 장강삼협’편이 방영된다. 장강삼협(長江三峽)은 중국 충칭시와 후베이성에 걸쳐 있는 양쯔강 주류의 세 개 협곡 ‘취탕샤’(瞿塘峽), ‘우샤’(巫峽) ‘시링샤’(西陵峽)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삼협 주변에 있는 한 폭의 산수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빼어난 풍광과 고건축들은 그곳을 거쳐 간 수많은 문인의 작품 배경이 됐다. 31일엔 ‘두보초당(杜甫草堂)의 봄날’편이 방영된다.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시선 이백과 시성(詩聖) 두보가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청두는 옛 시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는 문학의 도시다. 이백, 두보, 소동파, 그리고 설도 등 중국 문학사에서 빛을 발했던 옛 시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나윤권 콘서트-메모리 온 더 스트리트 21~22일 서울 연세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감미롭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가수 나윤권이 입대 전에 마지막으로 여는 콘서트. 7만 7000~8만 8000원. 1544-1555. ●2012 ‘성시경의 축가’ 콘서트 5월 26~27일 연세대학교 노천극장. 가수 성시경이 5월의 야외 공연장에서 ‘결혼 피로연’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펼치는 콘서트. 7만 7000~12만 1000원. 1544-1555. [연극·뮤지컬] ●연극 ‘햄릿’ 5월 6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원작과는 다른 형식과 내용이다. ‘3인극’과 ‘극중 극’ 형식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햄릿을 보여 준다. 아버지의 죽음이 숙부의 타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햄릿이 택한 복수의 방법은 ‘복수의 리허설’이다. 3만 5000~5만원. 070-4143-6443.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21일부터 6월 24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지난해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창작 뮤지컬의 돌풍으로 떠올랐던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의 재공연. 혼자 살고 있는 한 할머니에게 또 다른 할머니가 찾아와 자신의 집이라고 우기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4만원.(02)2278-5741. [클래식] ●나비부인 19~21일 오후 7시 30분, 22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008년 창단한 무악오페라단이 세 번째 작품으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올린다. 드라마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궁’ ‘장난스런 키스’의 황인뢰 감독이 처음 오페라 연출에 도전한다. 유럽에서 50회 이상 쵸쵸상(나비부인) 역을 소화한 소프라노 강경해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에서 활동하는 테너 박기천(핑커톤)이 출연한다. 4만~25만원. (02)569-0678. ●드뷔시 스페셜2-파스칼 드부아용 19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1862~1918)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금호아트홀이 마련한 드뷔시 스페셜의 두 번째 무대는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인 드부아용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가 맡는다. 2만~3만원. (02)6303-1977. [미술·전시] ●정태사 개인전 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낙원동 갤러리엠. 전국을 유랑하며 화폭에 담은 실경산수화를 선보인다. 화구 가방을 메고 가면서 산으로 들로 나다니면서 좋은 경치가 있으면 담백하고 절제된 붓질로 그려낸 작품들이라 실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02)735-9500. ●현대 구상화 작가 3인전-박성환·김상유·황용엽 22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 한국적인 소재를 실존주의적이면서도 해학적인 터치로 그려냈던 세 작가의 유작들을 만나 보는 자리다. 한국전쟁 시기 한국인들의 생활 모습, 그리고 지식인들이 꿈꿨던 세계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02)2287-3591.
  • “재능기부 통해 비로소 세상과 소통하게 됐죠”

    “재능기부 통해 비로소 세상과 소통하게 됐죠”

    보건복지부와 EBS는 9일 서울예술대학에서 ‘제1회 희망나눔 톡톡콘서트’를 열었다. 희망나눔 톡톡콘서트는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고, 나눔을 통해 행복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내년 3월까지 매달 한번씩 사회 저명인사를 초청해 토크콘서트 형태로 진행한다. ●“누구나 사랑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첫 강연자로 나선 디자이너 이상봉씨는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대학생들에게 한글을 비롯한 한국적 소재 디자인의 세계적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와의 소통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7년 전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깊은 외로움을 느꼈다.”면서 “그때 다른 이들이 필요할 때 내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누구나 사랑받은 만큼 당연히 돌려주어야 한다. 나눔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강연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만의 색깔을 찾고 남과 다르게 살아라.’,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가 중요하다.’고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 실천을 강조했다. 이씨는 2006년 파리컬렉션에서 한글문양 의상을 발표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래 한글, 산수화, 단청, 돌담 등 한국적 소재를 디자인에 접목시켜 세계무대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또 에티오피아, 파라과이 등 6개국 문화 요소에 한글을 결합한 코이카(KOICA)봉사단을 이끌며 디자인 기부 및 해외 봉사활동에 주력해 왔다. 그는 지금까지 어린이 환경센터 건립 패션쇼를 비롯해 서울 패션위크 패션 기부릴레이 행사, 아프리카 아동돕기 에코백 디자인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 왔다. ●한비야·김난도·노희경씨 등 강연 예정 이씨 외에도 국제구호 전문가인 한비야씨,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쓴 방송작가 노희경씨 등도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복지부 박금렬 나눔정책추진단장은 “톡톡콘서트는 사회 저명인사와 젊은이들의 희망나눔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더 열정적으로 인생에 도전하고 나눔을 실천해 행복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산수화의 현대적 재해석

    산수화의 현대적 재해석

    고즈넉한 산수화를 한곳에서 몰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경기도 안산 초지동 경기도미술관이 4월 1일까지 소장품 기획전 ‘산수 너머’를 연다. 산수 하면 보통 전통적인 산수화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전통 산수화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점에 포인트를 맞췄다. 이런 변용은 피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옛 산수가 고즈넉한 자연을 통해 인간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사의(寫意)적 풍경이었다면, 지금은 각종 현대문명이 들어서면서 그런 사의적 산수의 풍경을 많이 상실해서다. 먹을 쓰되 현대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나, 아니면 아예 현대적으로 접근한 작품들도 있다. 소장 작품전이지만 소장 작가 12명에다 초대작가 12명까지 더해 모두 24명의 작품 44점을 선보인다. 가령 금강산 답사를 통해 진경판화 기법으로 12폭 금강산 병풍을 그려낸 류연복 작품에서부터, 경주 흑룡폭포의 힘찬 기운을 먹으로 잡아낸 박대성의 묵직하니 힘이 넘치는 작품 같은 것은 그나마 먹을 주로 쓴다는 점에서 전통의 냄새가 강하다. 반면 레고 블록을 통해 산수화를 재해석해 내는 황인기의 작품, 현대의 도시적 공간을 고스란히 표현해 두는 김봄 등의 작품은 전통 산수화의 특이한 변용이다. 주제가 산수인 만큼 전시장도 산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꾸몄다. 마치 산행하듯 굽이굽이 걸으면서 관람할 수 있다. 4000원. (031)481-705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진도 그림경매 위작 논란

    전남 지역 미술인들의 창작 활동 활성화를 위해 매주 토요일 진도군 운림산방에서 열리고 있는 토요그림경매에 가짜 작품이 출품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남도예술은행 토요그림경매에 출품된 남농 허건(1907∼1987)의 작품이 가짜라는 시비가 일어나 지난 28일 열린 경매에서 이 작품이 제외되는 등 소동이 일어났다. 남농은 전통 남화를 바탕으로 한국 미술을 개척한 작가로 현실적인 진경 산수화를 개척하며 남종화(南宗畵)의 맥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종화의 대가인 남농의 작품이 공식 경매에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경매 전부터 미술 애호가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 작품은 ‘강변 산수’란 제목의 수묵화 1점으로 가로 112㎝, 세로 33㎝ 크기다. 강변 산수는 담묵과 농묵의 단순화한 필선을 사용해 굳건하고 강건한 형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평화로운 나루터 풍경이 인상적이다. 경매를 주관한 전남문화예술재단은 진품이 아니라는 의혹 제기를 받아들여 경매를 취소했다. 진도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밤 11시 40분) 폭염, 홍수, 가뭄, 혹한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들의 원인은 바로 온실가스다. 전 세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00억t에 달한다. 온실가스가 지금처럼 계속 배출된다면 지구는 모든 것이 망가지고 말 것이다. 과연,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나라별로 온실가스를 감소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알아본다. ●월화 드라마 드림하이2(KBS2 밤 9시 55분) 자신들의 타이틀곡이 표절이란 걸 안 그룹 이든은 미특법(미성년자특별보호법)을 어기고, 게릴라식 공연을 강행하여 방송사고를 낸다. 한편 오즈엔터테인먼트 사장 이강철은 기린예고를 기존 재단으로부터 넘겨받게 된다. 그리고, 방송사고를 빌미로 소속 아이돌 가수들을 학교로 보낼 생각을 하는데…. ●빛과 그림자(MBC 밤 9시 50분) 정혜를 데리고 호텔을 빠져나온 기태는 장철환의 손에서 정혜를 지키겠다고 말한다.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채영은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기태네 집 문간방에 세들게 된 성준은 연탄가스를 마시게 되고, 경자는 정성으로 성준을 간호한다. 한편 장철환은 자신을 향한 충성의 증명으로 기태의 목줄을 끊어버리라며 협박한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SBS 밤 11시 15분)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명품배우 1탄 특집으로 최민식과 함께한다. 그가 힐링캠프 MC 이경규의 추잡한 과거를 폭로한다. 과연, 최민식은 학교에서 이경규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가 배우로 사는 법과 아슬아슬한 방송부적합 수위토크까지. 배우 최민식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함께한다.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충청북도 최남단에 위치한 영동. 소백준령 끝자락에 위치한 영동은 군 전체가 아름다운 산으로 싸여 있어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3대악성 중 한 명인 난계 박연 선생의 탄생지로 국악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청정지역이자,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영동으로 떠나본다. ●명불허전(OBS 밤 10시) 한국근대미술연구소 이구열소장은 미술 분야 전문기자 1호이자, 1세대 미술평론가로 한국 근대미술사학의 개척자이다. 그는 충실한 자료와 논리적인 글, 재치 있는 말투로 독자를 매료시켜 왔다. 문화재 발굴 현장에 머물며 중요한 사건마다 생생하게 기록하고, 증언해온 한국 근대미술 역사의 산 증인을 만나본다.
  • 色…너, 정체가 뭐냐?

    色…너, 정체가 뭐냐?

    “전혀 안 그렇게 보일 줄 알았어요.” 시침 뚝이다. 척 봐도 한국적인, 민화적인 요소들이 잔뜩 모여 있는데 작가는 아니라고 한다. “아마 한국 사람에게 익숙해 보인다면 그건 아이콘 때문이 아니라 색감 때문일 거라고 봐요.” 작품에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니 복잡해진다. “저게 한국에서 따온 거 같죠? ‘펜실베이니아 더치’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거예요. 그 사람들이 쓰는 민속적 도안에서 따온 거죠.” 독일계 이민자들이 미국에 모여 사는, 아직도 마차를 타고 맨발로 걸어다니면서 기계문명을 배척하고 농업에 파묻혀 사는 그곳이다. 부채모양을 가리키자 “미국에서도 장례식에 저런 모양의 부채를 쓴다.”고 답한다. 전통방식으로 물들인 나염방식의 천을 집어들자 “그건 타이다이라고, 미국에서 반전운동의 상징물과도 같은 천”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온전히 한국적이고, 온전히 미국적인 게 대체 뭐냐는 얘기다. 오는 3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 ‘스프링필드’(Springfield)를 여는 문지하(39) 작가다. 문 작가는 대학, 대학원 졸업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 정체성 문제 때문이다. 13년간 미국에 살다 보니 한국어 발음도 슬쩍 굴러가려고 한다. 허나 그곳 사람들은 작가를 아시아계로 규정한다. 무얼 해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여전하다. “너는 어디서 왔니(Where are you from?).” 작가의 작품은 이에 대한 응답이다. 그런데 약간 삐딱하다. 작가의 대답은 질문과 동일한 “Where are you from?”이다. 나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너의 정체성은 도대체 어디서 왔느냐는 반문이다. 정체성에 대한 강한 부정, 그리고 혼종성에 대한 강한 기대가 담겨 있다. 모든 선택은 이에 따른다. 매체는 종이다. 번지고 스며들고 섞이는 매체다. 아예 천이나 다른 소재들을 찢어다 붙이기도 한다. 다만 연결부분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무척 신경 쓴다. 섞되 섞인 것 같지 않게, 자연스럽게다. 작품에는 수많은 다양한 아이콘들이 등장한다. 한국 것 같기도 하면서 중국이나 일본풍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서양적이기도 하다. 기법도 마찬가지다.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처럼 흥겹게 작업한다.”는 작가의 말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팝아트로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처럼 작업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 구도는 동양 산수화다. 그런데 색은 거침없다. 작가는 “아마 저처럼 무식하고 용감하게 다양한 색을 다 쓰는 작가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색깔이 의미하고자 하는 바도 한번 뒤섞어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검은색은 절대 안 쓴단다. “동양인이라 수묵을 썼다.”란 기계적 도식을 던져버리고 싶어서다. 이렇게 한데 뒤죽박죽 다 섞어둔 세상에다 작가는 스프링필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프링필드는 미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동네 이름. 봄날의 정원처럼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의미다. 차이와 분별의 경계를 지우고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든 그곳이 도화세계이자 유토피아가 아닐까. 출신을 질문받은 작가가 출신을 되묻는 이유다. (02)723-619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강원도 첫눈 내리던 날 정선 ‘하늘길-새비재 코스’

    강원도 첫눈 내리던 날 정선 ‘하늘길-새비재 코스’

    눈은 세상의 온갖 허물을 덮어줍니다. 그 덕에 늘 보았던 길 위로 새 풍경이 돋아나기도 합니다. 강원도에 첫눈이 내리던 날, 정선 ‘하늘길-새비재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운탄고도’(運炭高道)라 불리는 산길이지요. 화절령(꽃꺾이재)에서 새비재를 잇는 편도 16㎞짜리 트레일입니다. 철쭉 명산으로 알려진 두위봉의 어깨를 짚으며 내려갑니다. 길이는 일반적인 트레킹 코스에 견줘 긴 편입니다. 트레킹 초보자라면 힘에 부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길에 지루할 틈이란 없습니다. 당신의 허리춤에 줄곧 보석 같은 풍경을 매달고 가기 때문이지요. ●풍경을 옆구리에 끼고 걷는 운탄고도(運炭高道) 정선에 운탄(運炭)길이 있다. 과거 석탄을 운반했던 길이다. 운탄길의 전체 길이는 100㎞가 조금 못 된다. 이 가운데 정선에만 80㎞ 조금 넘는 구간이 남아 있다. ‘하늘길’은 이 운탄길을 토대로, 함백산과 두위봉 등 주변의 명산을 하나로 잇는 프로젝트다. 하이원 리조트가 정선군청, 산림청 등의 협조를 얻어 조성중이다. 총길이는 160㎞ 남짓. 평균 고도 1000m 내외의 길을 따라 산 아래를 굽어보며 걷는다. 새비재 코스는 ‘하늘길’의 여러 갈래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길의 이름은 ‘운탄고도’다. 중국에서 티베트를 거쳐 인도로 이어지는 ‘차마고도’(茶馬古道)에 빗댄 표현이다. 화절령에서 시작해 백운산과 두위봉, 질운산의 어깨를 짚고 새비재로 넘어간다. 이 길의 미덕은 능선을 따라 돌아 내려가는 동안 줄곧 풍경을 허리에 끼고 간다는 것이다. 오른편은 기세 좋게 솟은 두위봉, 왼편은 깎아지른 벼랑 너머로 태백준령을 이룬 산의 바다다. 흰 눈을 뒤집어 쓴 채 능선의 윤곽만 남긴 산들이 마루금을 좁히며 다가서는 데, 여간 장관이 아니다. 산행 들머리는 화절령이다. 강원랜드 폭포주차장에서 오를 경우 화절령 오른쪽, 도롱이 연못 쪽에서 오를 경우는 가운데 길로 간다. 해발 1100m의 화절령까지 오르는 게 쉽지는 않다. 강원랜드 폭포 주차장에서 3.6㎞ 남짓 걸어 올라야 한다.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다면, 하이원 리조트에서 곤돌라(1만 2000원)를 타고 백운산 ‘마운틴탑’까지 오른 뒤 걸어 내려 오는 방법도 있다. 길은 조붓하다. 폭도 넓고 노면도 순하다. 그 위에 밀가루처럼 고운 눈이 쌓여 있다. 첫눈 위로 첫 발자국을 찍는다. 무릎 언저리까지 푹푹 빠진다. 발을 들면 눈구덩이가 연한 파란빛으로 반짝인다. 순결한 파란빛이다. 길은 곧장 고갯길로 이어진다. 첫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깔딱고개’다. 고갯길 위에 쌓인 눈은 깊이가 고르지 않다. 어떤 곳은 발바닥만 적실 정도인 반면, 어떤 곳엔 스키장 모글 코스처럼 울퉁불퉁 눈이 쌓여 있다. 하이원 리조트의 신경옥 대리는 “화절령은 바람골이라 불릴 정도로 바람이 많다.”며 “눈이 쌓일 틈 없이 바람이 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누군들 이곳에 서면 사진작가 못 되랴 고갯마루에 올라 서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눈 쌓인 전나무와 낙엽송, 그리고 관목들이 저마다 다른 자태로 겨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길도, 산자락도 순백의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아무 곳에나 카메라를 대고 셔터만 누르면 ‘그림’이 된다. 이런 곳에서라면 뉘라서 사진작가가 못 되랴. 푹신한 눈 위로 드러누워 보시라. 그대로 영화 ‘러브 스토리’(1970)의 한 장면이 된다. 운탄길엔 급하게 굽어지는 구간이 없다. 각이 지고 날카로우면 탄차가 오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인네의 목선을 연상하면 알기 쉽다. 산 능선을 따라 휘어졌다 풀어진다. 그런 길이 리듬 있게 반복된다. 게다가 높낮이 차도 크지 않다. 다만 조성공사가 끝나지 않아 방향이나 현재 위치 등을 알 수 있는 표지판이 없다. 산림청에서 세워둔 ‘임반’ 표지판이 고작이다. ‘임반’은 국유림에 대한 일종의 지번으로, 거리로는 1~1.5㎞ 정도라고 보면 된다. 첫 고개가 ‘45임반’과 ‘44임반’의 경계가 되는 지역이니, 30번대 임반 언저리가 되면 종착지 새비재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화절령과 새비재 사이 식생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화절령 쪽은 전나무와 낙엽송, 참나무류 등이 주를 이룬다. 전망도 확 트인 편. 반면 새비재 쪽엔 소나무가 많다. 대개가 쭉쭉 뻗은 적송들이다. 사방으로 트였다기 보다는 숲을 이뤄 안온하게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에 30㎝ 정도의 눈이 쌓였으니, 당연히 숲그늘에 드는 느낌도 다를 수밖에. 오른쪽이 두위봉 산자락이니 당연히 왼쪽은 깎아지른 벼랑이다. 어지간한 산 하나쯤은 잠길 정도로 품이 깊다. 그 덕에 길을 걷는 내내 탁월한 풍경이 따라온다. 흰 파도처럼 물결치는 백두대간의 산들을 보느라 헛발 짚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사실 16㎞는 짧은 길이 아니다. 또, 내리막길이라고는 하나 무릎 언저리까지 쌓인 눈 위로 새 길을 내며 걷는 게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평상시 4~5시간이면 충분하지만, 눈 쌓인 상황에서는 최소 7시간은 족히 걸린다. 한 유명 개그맨의 표현대로, ‘숨만 쉬고’ 걸어도 그렇다. 따라서 눈 덮인 새비재 코스를 돌아볼 경우, 아침 나절에 출발할 것을 권한다. 트레킹 초보자라면 구간을 나누는 것도 좋겠다. 화절령에서 ‘44’ 혹은 ‘43 임반’ 언저리까지 다녀오는 게 적당하다. ●추억을 묻는 로맨틱 명소 ‘전지현 소나무’ 운탄고도의 끝은 새비재(850m)다. 산세가 새가 날아가는 형상이라 해서 ‘조비치’(鳥飛峙)라고도 불리는 고갯마루다. 새비재의 으뜸 볼거리는 광활한 고랭지 배추밭이다. 하지만 정작 이곳을 세상에 알린 건 새비재 중턱의 작은 소나무였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 ‘그녀’(전지현)가 ‘견우’(차태현)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던 곳이 바로 여기다. 당시 영화에 등장했던 소나무는 지금도 ‘전지현 소나무’라 불린다. 소나무 주변엔 얼마 전 타임캡슐 공원이 조성됐다. 타조알처럼 생긴 캡슐에 추억의 물건들을 담아 100일~3년 가운데 원하는 기간을 선택해 묻어 둘 수 있게 했다. 준비된 타임캡슐은 5860개다. 소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굽어 보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정선 최고봉인 두위봉(1466m)을 비롯한 고산준봉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다. 한 그루 소나무와 사방을 뒤덮은 눈, 그리고 검은색 윤곽만 드러낸 산들이 농담(濃淡) 또렷한 산수화를 펼쳐낸다. 이른 아침, 또는 해질 무렵 분위기가 특히 로맨틱하다니 연인들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할 일이다. 글 사진 정선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 국도 영월방면→정선 강원랜드→화절령 순으로 간다. 화절령까지 차로 오를 수도 있지만, 비포장길이어서 승용차로는 어렵다. 게다가 겨울철엔 눈길일 경우가 많아 지프차도 오르기 어렵다. 화절령~산죽나무길~산철쭉길~마천봉~하이원 골프장을 잇는 4시간 짜리 코스, 초보자용 2~3시간 짜리 하늘길 코스도 있다.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무료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새비재까지는 승용차도 오를 수 있다. 대중교통은 함백역까지 걸어 내려와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강원랜드(www.kangwonland.com, 1588-7789)에 문의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캡슐공원 안내소 375-0121. ▲맛집 윤가네 한우마을 (592-2920)은 질 좋은 한우로 유명한 집. 된장찌개에 소면을 넣은 된장소면도 별미다. 고한읍 고한시장 내에 있다. 산돌솥밥(591-5564)은 곤드레밥을 잘 한다. 사북 읍내 용석집(592-6615)은 손으로 빚은 만둣국이 일품이다.
  • 충남 서산 황금산에 오르다

    충남 서산 황금산에 오르다

    숲에 이슬을 더해 주는 바다. 가로림만(加露林灣)입니다. 예쁜 이름에 견줘 물살은 여간 사납지 않지요. 가로림만이 품은 여러 절경 가운데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 충남 서산의 황금산입니다. 해거름이면 황금빛으로 빛난다는 산. 비록, 체구는 작아도 바다와 만나는 해안가 절벽에 ‘국립공원급’ 절경을 숨겨두고 있지요. 황금산의 자랑은 저물녘 풍경입니다. 보다 정확히는 바닷가 절벽들이 그려내는 적벽도(赤壁圖)입니다. 저물녘 햇살에 바닷가 절벽들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모습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닙니다. 이제 달력도 달랑 한 장 남았습니다. 산정에서 저무는 해 망연히 바라보고 싶다면 황금산이 좋은 대안이 되겠습니다. 황홀한 해넘이 풍경과 만난 뒤 되짚어 올 때를 대비해 손전등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봉우리가 아닌 바다를 보러 가는 산 지도를 펴고 가로림만에 초점을 맞추면 꼭 게가 두 집게발을 치켜세운 듯한 지형이 보인다. 아래쪽 집게발은 벌천포(벌말), 위쪽 집게발은 황금산(156m)이 있는 대산읍 독곶리다. 독곶리는 서산의 오지로 꼽히는 대산에서도 끝자락에 있다. 예전엔 독곶리에서 하루 두어 번 오가는 완행버스로 한 시간 이상 걸려 서산으로 나가는 것보다 인근 삼길포에서 뱃길로 인천을 오가는 게 더 편했을 정도였다. ‘독곶’이라는 이름도 ‘외따로 떨어져 있는 곶’(串·바다를 향해 돌출한 지형)이란 의미다. 황금산은 그 외진 땅이 숨겨둔 풍경의 보고다. 산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높이는 낮지만, 풍채만큼은 제법 당당하다. 쉬엄쉬엄 걸어도 4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황금산 들머리는 이름조차 없는 작은 포구다. 바다 인근의 산을 오르는 길이니 갯마을을 지나는 게 당연할 터. 하지만 일반적인 산행 기점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황금산을 기준으로 한쪽은 풍요로운 가로림만 갯벌, 다른 쪽은 수많은 굴뚝이 서 있는 공업단지다. 포구 앞바다는 더없이 잔잔하다. 바닷가 사람들 표현대로 ‘장판’을 깐 듯하다. 그러나 포구에서 조금만 나가도 물살은 곧 사나워진다. 물살이 갯바위를 찢으며 울부짖는 듯한, 딱 그 느낌이다. 산행은 대부분 황금산 주차장에서 오른쪽 산사면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를 따른다. 하지만 등산로 나무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좌회전, 먼저 황금산사(黃山祠)가 있는 정상을 오르는 편이 낫다. 원래 등산 코스를 따르면 온 길을 다시 되짚어 내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황금산은 능선으로 이어진 3개의 작은 봉우리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형태를 하고 있다. 정상까지는 20분쯤 걸린다. 다소 된비알이지만, 숨이 턱에 찰 정도는 아니다. 황금산사는 임경업 장군을 모신 사당. 바로 뒤편엔 정상을 알리는 돌탑이 이정표처럼 서 있다. 여기까지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섣부른 실망은 금물이다. 황금산의 진수는 정상의 봉우리들이 아니라 바닷가 절경들에 있다. 일반적인 산행과 다른 점이다. 황금산을 바다를 보는 산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상에서 자박자박 내려오면 길은 네 갈래로 갈린다. 오른쪽은 원래 등산로에서 올라오는 길, 아래쪽은 금굴과 코끼리 바위 등 해안 절벽으로 내려가는 길, 곧장 가면 헬기장이다. 여기서 해안절벽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금이 있던 산’이 ‘금쪽 같은 풍경의 산’이 되다 푹신푹신한 흙길. 게다가 힘들 것 없는 내리막길이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대략 유행가 두어 곡쯤 부를 시간, 두 번째 교차로와 만난다. 왼쪽은 코끼리바위, 가운데는 ‘등산로 끝’, 오른쪽은 금굴(堀)로 내려가는 길이다. 여기서부터 풍경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그리 높지도, 크지도 않은 산이니 둘러보는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황금산은 위에서 보고 아래에서 느끼는 게 순서다. 먼저 절벽과 똑같은 높이에서 전경을 휘휘 굽어본 뒤, 아래로 내려가 바닷가 트레킹을 즐기는 게 좋다는 얘기다. 산행의 대미인 해넘이 풍경과 마주할 곳은 코끼리바위가 있는 곳이다. 예서 금굴이 있는 해안까지는 20분이면 닿는다. 금굴은 절벽 아래 뻥 뚫린 해식동굴을 말한다. 금굴해변은 날물 때 가야 제맛이다. 김영숙(51) 서산시 문화관광해설사는 “물 빠진 자리에 드러난 다양한 형태의 갯바위들이 산수화 같은 절경을 펼쳐낸다.”고 전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금굴 너머 끝골까지 해안트레킹을 즐겨도 좋겠다. 금굴해변에서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오르면 코끼리바위 해변으로 이어진다. 황금산은 이곳부터 숨겨둔 속살을 아낌없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산굽이를 돌 때마다 색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기골이 장대한 절벽들이 해안을 굳건하게 감싸고, 이른바 ‘말 근육’ 같은 절벽 사이사이로 소나무들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낮은 산이란 선입견은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 난다. 바다는 또 어떤가. 물색은 푸르고, 갯내는 없다. 파도가 몽돌 사이를 빠져나갈 때마다 ‘차르르’ 소리를 내는데,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잔잔해진다. ●코끼리 바위 넘어가면 푸른바다·기암·노송이 삼중주 밧줄 타고 코끼리바위를 넘어가면 풍경은 보다 다이내믹해진다. 맑고 푸른 바다와 기암, 노송이 삼중주를 펼쳐낸다. 윽박지르는 듯 서 있는 암벽은 누런 빛깔과 옅은 자줏빛이 뒤섞였다. 해안가 돌들도 마찬가지. 이곳의 풍경은 그야말로 천변만화다. 날씨와 계절, 시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바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지손가락 곧추세우는 풍경은 해거름에야 드러난다. 저물녘, 햇살이 암벽에 부딪치며 황금빛으로 산란한다. 해안 절벽들이 기다렸다는 듯 한껏 자신의 세포를 부풀리는 게다. 짜릿한 풍경이다. 이를 보는 탐승객의 세포도 소름끼치듯 반응한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산, 황금산(黃金山)의 실체다. 예부터 금(金)이 있는 산이라 해서 황금산이라 불렸다던데, 금이 사라진 요즘엔 금쪽 같은 풍경을 캐는 산이란 뜻이겠다. ●‘용유대’(龍遊臺)엔 용의 알(?)이 있다 서산 지역 명소 가운데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용유대(龍遊臺)다. 광해군 때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단구자 김적이 자주 뱃놀이를 즐기던 곳. 음암면 유계리 정순왕후 생가에서 용유천변 길을 따라 몇 백m 올라가면 단구대(丹丘臺)다. 붉은 언덕이란 뜻의 너럭바위다. 용유대는 여기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갈대 무성한 용유천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둥그런 바위 7~8개가 몰려 있는 희한한 풍경과 만난다. 말 그대로 용이 놀았다는 곳으로, 둥근 바위는 용의 알이란다. 어찌나 심한 풍화를 겪었던지 모난 곳 하나 없이 달걀처럼 둥글둥글하다. ‘알’들을 감싸고 있는 건 노송(松)들이다. 고아한 풍취의 소나무들이 바위 위에 자라고 있는데, 제법 독특한 정취를 풍긴다. 용의 해인 새해에 여행을 계획한다면 한번쯤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서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해안고속도로→송악 나들목→38번 국도 대산·석문 방면→지하차도(북부산업로)→가곡 교차로→대산·성구미 방면 우회전→성구미 삼거리→대산·석문방조제 방면 좌회전→대호방조제 방면 우회전→초락2로 방면 우회전→서산·대산 방면 좌회전→화곡교차로 우회전(29번 국도)→황금산 순으로 간다. 서해안 고속도로 서산 나들목에서 대산 읍내를 거쳐 독곶리로 가는 방법도 있다. 맛집 해미읍성 맞은편 읍성뚝배기(688-2101)는 조미료를 쓰지 않은 소머리곰탕(8000원)과 사골설렁탕(700 0원)이 맛있다. 서산시청 뒤 진국집(664-4994)은 토속음식 ‘게국지’로 소문났다. 1인분 6000원. 향토(668-0040)에서는 서산의 전통음식인 우럭젓국과 꽃게장, 게국지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주변 볼거리 천수만 버드랜드에서 다양한 겨울 철새와 만날 수 있다. 간월암도 지척이다. 삼길포에선 배 위에서 갓 잡아 파는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포구 뒤 삼길산에 오르면 다도해 같은 서해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 조선후기 산수화展-정선 ‘우화등선’ 등 첫 공개

    조선후기 산수화展-정선 ‘우화등선’ 등 첫 공개

    “뭐랄까…. ‘박연폭포’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었어요. 소장가 집에 가서 보는데 포장이 주르륵 흘러내리면서 드러나는 그림에서 폭포 소리가 고스란히 나는 것 같아 그 앞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거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오죽했으면 임진강을 직접 답사해 사진 찍어서 이 그림하고만 같이 전시해 둬도 충분하다고 말했을까요.”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흥분해서 말하는 작품은 ‘우화등선’(羽化登船)과 ‘웅연계람’(熊淵繫纜)이다.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이 임술년(1742년) 늦가을 무렵 연천현감 신주백, 관찰사 홍상공을 모시고 연강(지금의 임진강)에서 유람한 모습을 비단 위에 그려 놓은 ‘연강임술첩’(蓮江壬戌帖)이다. 이렇게 제작돼서인지 화첩치고는 무척 크다. 일단 화첩 자체가 보통 화첩의 두배 크기인 데다 펼친 양쪽을 한개의 화면으로 모아 썼다. 일반적인 화첩에 비해 4배나 큰 셈이다. 작품은 모두 세 벌이 만들어져 정선, 신주백, 홍상공이 나눠 가졌다. 따라서 존재 자체는 이미 학계에 보고된 상태. 한 벌이 실물 그 자체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열리는 ‘조선후기 산수화전-옛 그림에 담긴 봄 여름 가을 겨울’전이다. 그러니 이 교수가 흥분할 법도 하다. 임진강 사진을 찍어 대조하자는 것도 진경산수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서다. 그는 “겸재의 ‘인왕제색도’ ‘금강전도’가 바위와 산을 그린 대표작이라면 이 작품은 강에 대한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에는 시종들이 관찰사를 모시고 나오고, 참가자들이 관찰사에게 인사하고, 같이 배를 타고 나가는 과정이 시간순으로 배열돼 있다. 전시에서는 겸재 작품 외에 김명국, 심사정, 강세황, 이인문, 김득신, 허련 등 23명의 작가가 그린 산수화 40여점을 함께 선보인다. 간송미술관의 ‘풍속인물화대전’, 삼성리움미술관의 ‘조선화원대전’에 이어 또 하나의 고서화전인 셈이다. 박우홍 동산방 대표는 “겸재 작품을 비롯해 대부분의 작품은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면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소중한 우리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수집가들을 일일이 설득해 어렵게 마련한 자리인 만큼 차분한 마음으로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2)733-587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문이 만난사람]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인생을 살면서 간이 안 맞으면 섬으로 간다. 그런데 향기가 그립다면 어디로 갈까. 겨울의 언덕을 넘으려는 듯 늦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런 까닭에 쌀쌀했으나 그윽했다. 비탈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비에 젖어 고고한 사색의 향기를 뱉어냈다. 이리저리 뒹구는 그것들이 황량하게 비어 있는 마음의 곳간을 조금씩 채운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간송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간송미술관은 간송이 33세 때 자신의 수집품을 바탕으로 1966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2층 콘크리트 건물로, 서화를 비롯해 자기, 불상, 전적(典籍), 와당 등 국보급 문화재 14점과 보물급 고서화 12점 등 많은 문화재가 소장돼 있다. 간송은 교육가이자 문화재 수집가로 평생 민족 문화재를 모으는 데 힘썼다. 또 한남서림(翰南書林)을 지원·경영하며 문화재가 일본인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아 오늘날까지 그 뜻을 기리고 있다. 그런 이곳에서 지난달 겸재의 ‘어초문답’, 신윤복의 ‘미인도’ 등 조선시대의 풍속인물 그림을 내걸어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의 향기를 채워주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관람객으로 전시 기간 내내 장사진을 이뤄 다시 한번 국민 미술관임을 입증했다. 이렇게 우리 문화의 지킴이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뭐니 뭐니 해도 최완수(69)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공력이 절대적이다. 지난 45년 동안 학예연구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매년 두 차례 논문집 ‘간송문화’를 발간하고 이를 통해 ‘추사명품집’ ‘겸재명품집’ 등을 발표하며 미술사 연구의 산실(産室)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연구실에는 박사급 연구원만 수명이 있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층 연구실에서 만난 최 실장은 올해 우리 나이로 칠순인데도 10년은 더 젊어 보였다. 여기에 있으면 세월의 시계가 거꾸로 가느냐고 인사말을 먼저 건넸다. 그는 ‘부지노지 장지운이’(不知之 將至云爾)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연구에 몰두하다 보면 밥 먹는 것도 잊고 즐거움으로 걱정을 잊으며 늙음에 이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나 보다.”라며 웃는다. 청년의 미소처럼 해맑다. 전시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난 뒤여서 요즘에는 어떤 일로 바쁜지 물었다. “그제는 (연세대) 강의 나갔고 어제는 오랜만에 겸재 만나러 북악산과 인왕산에 다녀왔다.”고 했다. 겸재를 만나러? 궁금해하자 웃으면서 대답한다. “겸재는 장동팔경(壯洞八景)을 남겼습니다. 인왕산과 북악산에 걸친 장동(壯洞) 일대의 경승지 8곳, 그러니까 필운대, 대은암, 청풍계, 청송당, 자하동, 독락정, 수성동, 취미대 등을 그렸지요. 겸재 동호인 몇 명과 겸재를 생각하며 그림 속을 같이 답사했지요.” 그는 겸재 연구의 권위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1993), ‘진경시대’(1998), ‘겸재의 한양진경’(2004), ‘겸재 정선’(2009) 등을 펴내 겸재 연구의 종결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가 겸재와 인연이 된 것은 1966년 미술사학자 혜곡(兮谷) 최순우(1916~1984)의 권유로 간송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곳에서 겸재의 작품들과 만나면서다. 그는 숙명적으로 연구에 몰입했다. “일제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조선 왕조를 문화적 정체기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를 뒤집기 위해 조선 문화의 절정기인 진경시대의 가치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지요. 조선 전기에는 중국을 닮아보려고 했지만 나중에 우리 조상들은 중국의 주자 성리학을 발전시켜 조선 성리학을 만들어냈습니다. 인조반정 이후 성리학이 꽃을 피웠고 이를 토대로 진경 시문학과 진경 산수화가 나왔습니다. 겸재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차원 높은 회화미로 표현한 최고의 화가이지요.” 겸재에 대한 찬사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84세까지 붓을 놓지 않았습니다. 진경 산수화를 창안하고 절정에 올려놓은 뒤 추상 단계에까지 한꺼번에 통달한 말 그대로 화성(畵聖)입니다. 일부에서는 화원 출신이라는 말도 있지만 당시에는 선비가 아니면 (진경산수를) 창안할 수가 없었지요. 그는 주역 등 사서삼경을 거의 외울 정도로 7서에도 아주 능통한 지식인이었습니다. 주역의 음양조화, 중국 화가들도 감히 흉내조차 못 낸 남·북방 화법을 동시에 표현해 낸 겸재의 그림을 본 중국 사람들은 아주 환장을 합니다. 중국이 우리 문화에 미쳐버리는 이유도 바로 이런 확실한 종결편 때문이지요. 유라시아를 거쳐 우리나라에 흘러 들어온 문화들을 간단 명료하게 융합시키면서 종결 처리 하는 것이 우리 문화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림에서는 겸재, 글씨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최 실장은 “조선 성리학 이념이 주도하던 진경시대(1675~1800)에는 우리의 문화가 세계 제일이라는 자존 의식이 아주 높았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우리 민족은 ‘요점 정리’를 하는 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 실장은 우리만이 갖고 있는 ‘요점 정리의 문화재’를 집중적으로 모으고 있으며 간송미술관에서 이뤄지는 연구와 전시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지난달 전시 때 많은 사람들이 찾아준 것도 그러한 자긍심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자부했다. 전시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최 실장은 “(찾아준)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온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웃는다. “2시간 넘게 기다리면서도 어느 누구도 짜증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이번 전시를 무려 7번이나 본 사람도 있어요. 올 때마다 간송미술관 도록을 가지고 가서 친척들에게 나눠 주면 그분들이 다시 간송미술관을 찾고 그랬습니다. 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왔는데 기다리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여긴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 문화를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다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기도 했습니다. 관람객 대부분이 찬란했던 진경시대로 돌아가게 하는 즐거운 자리라고들 표현해 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간송미술관은 매년 5월과 10월, 봄과 가을 딱 두 차례만 전시를 한다. 1971년 ‘겸재 정선 서화전시회’를 시작으로 그 원칙을 한번도 어기지 않았다. 특히 이를 통해 겸재와 추사에 관한 연구는 족탈불급(足脫不及)의 독보적인 경지에 도달했다. 겸재와 추사만 연구하는 이른바 ‘간송학파’(30여명)까지 생겨났을 정도니 말이다. “우리 미술관은 연구 중심의 박물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재를) 수집·보존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대중에게 봉사하기 위해 전시하는 것이지요. 문화의 고향에 돌아오게 하는 서비스를 하는 것입니다. 전시에 중점을 두다 보면 연구가 안 되고 산만해지고, 그러면 전시를 보러 오시는 분들은 ‘괜히 왔나’ 하면서 다리만 아파합니다. 우선 연구에 집중한 다음 일목요연하게 전시를 해야 관람객에게 좋은 느낌을 선사할 수 있지요. 그래서 1년에 두번만 전시하는 겁니다.” 이어 요즘 세상이 쾌속과 안락 위주로 가다 보니 문화의 기반인 의식주마저 우리 것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들에게 우리의 것, 우리의 고향을 찾아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했다. 다음 전시에 대해 묻자 그는 “연구 중”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요즘에는 어떤 것을 연구하는지 물었다. “조선 왕릉에는 석상, 호석 등 조선시대의 문화를 오롯이 표현한 모습들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 문화의 우수성을 간직한 것들이지요. 진경시대의 석인들이 아주 사실적으로 조각한 덕에 시대적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그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척됐습니다. 조선 초기의 석상은 명나라와 비슷하다가 점차 조선 스스로의 문화를 표현하고 있지요. 또 거기에는 의궤가 담겨 있습니다. 현장은 물론 자료 조사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걸 발표하면 (기존의 내용들이) 뒤집어질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웃음). 바로 새롭게 쓰는 조선통사거든요.” 최 실장은 겸재에 이어 내년에는 추사의 종결편을 발표할 예정이다. 뒤이어 ‘왕릉 종결편’도 개봉하겠다는 의욕을 내보였다. 사학자로 올곧게 살아온 그의 진지한 모습에서 다음 작품이 사뭇 기대된다. 편집위원 km@seoul.co.kr ■ 고교 때 백아 김창현 선생 만나 조선 사대부의 한문·문화 섭렵 ●최완수 실장은194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때 한학과 보학(譜學)의 대가였던 백아(白牙) 김창현 선생을 만나 한학에 빠져 조선 사대부의 한문과 문화를 모두 섭렵했다.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동국대 등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해 오다 지금은 연세대 대학원 강의만 하고 있다. 1965~1966년 국립박물관을 거쳐 1966년부터 지금까지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추사집(1976), 금추사연구초(1976), 그림과 글씨(1978),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1993), 명찰순례 1,2,3(1994), 우리 문화의 황금기 진경시대(1998), 조선왕조 충의열전(1998),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1999), 겸재의 한양진경(2004), 한국 불상의 원류를 찾아서 1, 2, 3(2007) 등이 있다.
  • [서울플러스] 자치회관 강좌 우수작 전시

    강북구(구청장 박겸수) 23~25일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자치회관 강좌프로그램 우수작품 전시회를 연다. 리본·종이·한지공예, 사군자·산수화·동양화 등 우수작 1000여점을 선보인다. 자치행정과 901-6091.
  • 붓 대신 카메라 든 회화작가 주도양 새달 3일부터 예화랑서 개인전

    붓 대신 카메라 든 회화작가 주도양 새달 3일부터 예화랑서 개인전

    “제가 하는 건 회화작업이에요.” 사진을 버젓이 옆에다 펼쳐두고도 그런다. 한마디 덧붙인다. “작품이 알려지니까 네이버에서 ‘사진작가’라 해뒀더군요. 그래서 사진이 아니라 회화하는 사람이라고 항의했더니 옆에다 ‘서양화가’라는 말만 덧붙여놨어요. 하하하. 그런데 전 서양화가도 아니고, 사진작가도 아니고 그냥 회화하는 사람입니다.” 실컷 카메라로 찍어놓고 왜 회화작업이라 고집할까. “흔히 작업도구, 표현방식 이런 것으로 어떠어떠한 작가다라고 구분하는데,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겁니다. 카메라 작업이 완전 새로운 건가요? 시대변화에 따라 붓 대신 카메라를 들었을 뿐인 겁니다. 그 차이를 빼면 제 작업은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여전히 회화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겁니다. 덕분에 그림이나 사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전 박쥐 같은 존재지만. 하하하.” 오는 11월 3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주도양(35) 작가의 작품들은 원근법이나 시점이 특이하다. ‘플라워’ 시리즈는 특정한 공간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형상이다. 마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소혹성 같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수백장을 찍고 나서 그 사진을 말아서 이어붙인 뒤 자신이 선 자리는 따로 촬영해 가져다 이어대는 방식이다. 또 다른 작품들 ‘헥사스케이프’(Hexascape) 연작들은 깡통 같은 원형에 6개의 구멍을 뚫고 그 구멍으로 찍은 풍경을 한장의 평면 위에 뭉쳐놨다. 한 지점에서 그 지점을 둘러싼 360도 풍경을 하나의 화면에 녹여낸 것이다. 교묘하게 지워지고 겹쳐지면서 섞여드는 풍경이 특이하다. “옛 산수화를 생각해보세요. 진경(眞景)이라지만 실은 본 걸 그린 게 아니라 머릿속에 담은 걸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가 고민한 다음, 그 관념에 따라 그리는 거거든요. 사진도 마찬가집니다. 있는 그대로 스트레이트하게 찍었다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찍은 장면은 본 장면 이후의 장면이에요. 눈을 감고 카메라를 보고 조리개가 열리고 닫히는 과정을 겪은 뒤거든요.” 작가가 세상을 한데 말아쥔 듯 동그랗게 뭉쳐서 표현해내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가 봤으나 그림이나 사진으론 생략할 수밖에 없는 세상의 총체성을 드러내고 싶어서다. “세상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느낌, 그러니까 그림이나 사진이 세상의 한 부분을 떼어낸다면 전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상 전체를 드러내 보이고 싶어요.” 해서 찍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도 누구나 오가다 일상에서 늘 봐오던 것들이다. 일산 호수공원도 있고, 삼성 본관 주변, 프레스센터 풍경도 있다. 익숙했지만, 놓친 풍경이란 얘기다. 여기서 작가는 ‘세잔의 사과’ 얘기를 꺼냈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와 함께 가장 중요한 사과로 꼽힌다. 사물을 그림으로 재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짐으로써 14세기 이래 시작된 서양화의 원근법을 무너뜨린 현대회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자신의 작업이 그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헥사스케이프’ 연작은 입체파 피카소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차이점은 붓이 아닌 사진기를 도구로 썼다는 것이다. 작가는 동국대 서양화과 출신이다. 사진은 독학으로 익혔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엔 사진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그럼에도 어떻게 사진을 택할 용기를 냈을까. “1990년대에 이미 회화의 죽음이 많이 얘기됐거든요. 회화기법은 더 이상 나올 것도 없고, 전통적인 회화는 종말을 맞이했다는 글들이 엄청 많이 쏟아졌어요. 설치미디어작업의 붐이었죠.” 지금은 회화의 복권이 얘기되지 않던가. 작가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복권 운운은 미술 그 자체의 논리라기보다 미술시장의 논리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회화가 죽어버리니 사고팔 게 마땅치 않아지니까 거래 활성화를 위해 회화의 복권이 거론되는 거지요.” 카메라나 동영상 같은 새로운 매체에 밀려 회화가 죽었다고 말할 게 아니라, 그 새로운 도구를 가지고 회화의 본질에 다시 도전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다음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그림과 사진의 경계를 다뤄봤으니, 이젠 조각과 사진 사이의 경계지요.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건 나중에 작품으로 보여드릴게요. 하하.” (02)542-5543.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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